CINELAB2024-09-02 17:03:38
8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한국은 에이리언, 북미는 데드풀 | 주말 박스오피스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습니다.
비록 흥행세는 다소 꺾였지만, 누적 관객수는 163만 명에 도달했습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일으켰던 콘서트 실황 다큐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사랑의 하츄핑>을 밀어내며 3위에 올랐고
<파일럿>이 누적관객수 450만 명을 돌파하며 2위에 머물렀습니다.
한편 국내에서 190만 여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던 <데드풀과 울버린>이 북미에서 1위를 유지했고 누적 수익 12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2위, <잇 엔드 위드 어스>가 3위를 차지하며 전주와 동일한 순위를 유지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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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영화, <코다>
오늘의 영화는 바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 <코다>입니다.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드라마 | 미국 | 111분
감독 션 헤이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트로이 코처 등
등급 12세 관람가
줄거리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인다.<코다>의 T.M.I
ⓒ 네이버 영화
코다란?
영화 제목인 '코다(CODA)'는 Child of Deaf Adult의 약자로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청인 코다는 수어와 음성 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농인과 청인의 세상을 연결해 주는 다리 같은 역할이라고 합니다.
배우
<코다>에서 루비의 가족인 배우 말리 매트린, 트로이 코처, 다니엘 듀런트는 실제로도 농인입니다. 말리 매트린은 농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트로이 코처는 <코다>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코다>의 감독 션 헤이더는 이렇게 캐스팅을 진행한 이유를 "농인 가족을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청인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따뜻한 온기를 담은 OST"
ⓒ 네이버 영화
<라라랜드>에서 음악 감독을 맡으셨던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이 <코다>에서도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였는데요.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은 라라랜드뿐만 아니라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에서도 음악 감독으로 참여해, 마리우스 드 브리스 감독이 참여한 음악 영화는 믿고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악에 있어 신뢰도가 높은 감독입니다 . 이번 영화에서는 조니 미첼, 데이비드 보위, 마빈 게이 등 여러 팝송 명곡을 색다르게 편곡하였는데요.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와 함께 들려오는 OST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곤 했습니다. <코다>를 본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OST는 여전히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놓고 즐겨 듣고 있는 중입니다.
"풋풋한 사랑 이야기"
ⓒ 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바로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입니다.
2021년에 나온 영화 중에서 '여름이었다.'라는 문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싱그러운 풀과 나무, 맑은 하늘과 바다가 두 배우와 어우러져서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풋풋하게 느껴졌는데요. 첫사랑의 떨림과 설렘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뛰어난 음색까지 지닌 배우"
ⓒ 네이버 영화
사실 에밀리아 존스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음색이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에밀리아 존스의 노래가 영화의 첫 시작을 열어주는데, 단숨에 스크린에 집중시킬 정도로 엄청난 음색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남자 배우는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음악 영화 <싱 스트리트>의 주연 배우 '페리다 월시 필로'가 맡았는데요.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두 배우가 만나, 영화를 보는 내내 귀호강을 할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음악 영화를 좋아한다?
- 성장 영화를 좋아한다?
-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잔잔한 영화였지만, 어떤 영화보다도 마음에 큰 파동을 일으킨 영화,
지금까지 영화 <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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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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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할 할리우드를 추앙하라!
8★/10★
1926년. 할리우드 인근의 고즈넉한 저택에서 비밀스러운 파티가 열린다. 파티의 분위기는 저택이 풍기는 느낌과는 정반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화려하고 소란스러우며 원초적 쾌락을 탐닉하는 광란의 유흥이 펼쳐진다. 그리고 세 명의 손님. 첫 번째는 잭 콘래드. 그는 할리우드 무성영화의 영웅으로, 별 볼 일 없는 배우라는 직업을 모두가 동경하는 스타의 지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두 번째는 넬리 라로이. 그녀는 아직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가 ‘스타’로 태어났다고 확신하며 기회를 모색한다. 마지막은 멕시코 출신의 제임스 맥케이. 그는 영화 일을 하고 싶으나 지금은 영화계 거물이 주최한 파티에서 서빙을 할 뿐이다. 정상에 있는 인물 하나, 영화판에서 상승하고자 하는 인물 둘. 서로 다른 욕망과 위치를 가지고 할리우드에 걸친 세 사람이 시끌벅적한 파티에서 조우하고, 이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시 할리우드는 지금과는 많은 것이 달랐다. 그 무엇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고,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만이 업계에서 살아남았다. 파티에서 우연히 잭의 눈에 들어 그의 로드 매니저가 된 매니가 마주한 도전을 보자. 매니는 임금 투쟁을 벌이는 엑스트라 출연자들의 무리와 전쟁 장면을 촬영하다 실제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장에 넋이 나간다. 설상가상으로 촬영 중 카메라가 망가져 해가 지기 전까지 새로운 카메라를 구해오라는 임무도 떠맡는다. 그러나 매니는 우격다짐으로 이 모든 일을 ‘해결’한다. 과정은 필요 없다. 결과만 좋으면 만사가 오케이다. 그것이 1920년대의 할리우드였다. 매니는 빠르게 잭의 신임을 얻고, 영화판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간다.
넬리 역시 기회를 얻는다. 한 영화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할 예정이었던 여성이 마약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자 넬리가 얼결에 기회를 얻는다. 자신이 타고난 스타라는 넬리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집, 가족, 과거를 생각하기만 하면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그녀는 촬영장에 투입되자마자 놀라운 감정연기로 두각을 나타내고, 감독의 눈에 들어 여러 영화에 연달아 출연한다. 매니가 그러하듯, 넬리 역시 빠르게 자신이 동경하던 자리인 ‘스타’에 도달한다.
매니와 넬리만 치열한 것은 아니다. 이미 스타인 잭 역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한다. 영화가 수많은 대중에게 위안을 주는 장르라는 데, 자신이 그런 영화를 일으켰다는 데 자부심을 가진 잭은 영화가 새로운 예술적 실험으로 나날이 진일보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그 과정에서 영화와 자신의 관계가 변함없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즉, 그는 영화의 변환기에서 스타 배우로서의 자기 입지가 여전히 탄탄하기를 소망한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전환은 셋 모두를 휩쓸며 소용돌이친다. 한 장르의 거대한 흐름이 바뀔 때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익숙한 방식으로 작업하던 수많은 사람이 나가떨어지지만, 새로운 장르에 적합한 수많은 사람이 금세 그 자리를 메운다. 새로 치고 올라온 자들이 뿜어대는 빛은 낙오된 자들을 잠시나마 추모하는 일조차 사치라 여겨질 정도로 밝고 환하다. 그리고 〈바빌론〉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 드라마적 요소를 만들어낸다.
〈바빌론〉은 영화판의 변화에 휩쓸려 시대의 뒤안길로 물러나지 않기 위한 세 인물의 투쟁을 스펙터클하고 격정적인 드라마로 펼쳐낸다. 그리하여 끝내 도달한 자리는 어디인가? 〈바빌론〉은 단호하고도 냉정하게 말한다. 영화라는 장르는 개개인의 흥망성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만큼 크고 위대하다고. 영화계를 쥐락펴락하던 평론가는 고작 ‘가십 칼럼니스트’라는 부고만을 남기고, 어렵게 기회를 얻은 흑인 뮤지션은 좌절한 후 다시 밴드로 돌아온다. 넋이 나갈 정도로 치열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잭, 매니, 넬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가 곧 나’라는 자칫 오만해 보이는 자부심을 현실로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들이지만, 영화는 스러진 개인이 아무리 위대할지라도 영원히 이어진다. 심지어 위대하게. ‘네가 아무리 영화를 사랑하고 헌신했더라도, 영화는 너 같은 것 하나 없어진다고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영화는 이토록 '비윤리적'이다.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이 엄혹한 진실 역시 사랑해야만 한다.
〈바빌론〉은 영화의 위기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기도 하다. 대중이 매체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뀔 때마다 기존 매체는 '위기'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영화는 수많은 위기를 넘어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쇼트 콘텐츠의 유행, OTT 플랫폼의 대중화라는 동시대의 경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바빌론〉에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이를 소비하는 방식을 다소 적나라하게 비난하는 장면(폭력배 맥케이의 동굴)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장면은 어딘가 튀는 느낌을 자아내 영화의 질감을 해친다. 그러나 '영화 예찬'이라는 맥락에서 이 장면은 필요하다. 영화가 그 어떤 도전과 위기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감독의 확신이 담겨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영화를 버리고 떠난다 해도, 영화는 영원히 이어진다.' 그러니 망할 할리우드를 추앙하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뻔뻔스럽지만 거부할 수 없는 〈바빌론〉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덧. 1952년작 〈사랑은 비를 타고〉를 함께 보면 〈바빌론〉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캐릭터 설정부터 오마주,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영화인들이 마주한 도전까지, 〈바빌론〉에는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많은 것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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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들만의 리그(1992)> 리뷰
평생 스포츠와 관계 없는 일상을 살았고, 올림픽 시즌엔 늘 소외감을 느꼈으며, 올해에도 어김없이 도쿄 올림픽 열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소시민이지만, 시즌이 시즌인 만큼 스포츠가 주요 골자인 영화를 감상했다. 바로 페니 마셜 감독의 《그들만의 리그(1992) 》다. 미국 의회도서관 선정 영구 보존 영화로도 꼽혔다고 하는 만큼 영화 내에서 문화적, 사회적 텍스트를 구석구석 살피는 것도 영화를 감상할 때의 한 가지 재미일 것이다. 물론 ‘신예로만 꾸려진 스포츠 팀’과 ‘급작스럽게 몰락했으나 어쨌든 유능하긴 한 코치’의 조합에 질렸을 수도 있고, 세월이 흐른 만큼 영화의 세련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이런 지점은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데에 큰 장애물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그들만의 리그》가 다큐멘터리인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가볍게라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영화의 스토리적 배경인 AAGPBL의 창립 과정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단 것이 아니라, 여성 프로 야구 경기가 미국을 휩쓸게 된 까닭엔 세계대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단 이야기다. 세계 2차 대전. 아마 의무교육기간에 모두가 들었을 서구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시점이 이 때였다. 특히 “미국 정부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들을 국방 산업과 경제 전역으로 호출(서재철, 2016)”하였다. 그러나 국가가 장려한다 한들 ‘Rosie the Riveter’는 분명 통념에 위배되는 일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여성 스포츠, 흙 위를 달리고 굴러야 하는 야구 경기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겐 어처구니가 없는 처사다만- 몹시도 여성적이지 못한 일로, 권장한다는 건 얼토당토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선수단에게 주어지는 여러 제약은 우리에게 영화적 장치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 선수들의 증언에서 비롯되었다. 예컨대 선수의 몸을 보호하기 어려워 보이는 스커트형 유니폼, 숙녀가 되기 위한 필수 교양 수업, 상당히 강력한 사적인 생활 제재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유감스럽게도 언론의 태도나 일부 유니폼 규정은 20세기로부터 특별히 달라지지 않은 듯 보일 때도 있으나, 최소한 아들을 데리고 원정을 다녀야만 하는 에블린(비티 슈람)같은 선수나, 외모가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탁월한 능력을 보았음에도 스카우트되지 않는 일은 감소했으리라 믿는다-혹은 믿고 싶다-. 이중에서도 마라 후치(메간 카바나프)가 스카우트 되던 장면과, 여성 프로 야구를 홍보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요구되었던 여러 ‘노력’ 에 관해선 선수 개인의 항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이 존재한다는 걸 실감케 한다. 확실히, “여성과 스포츠는 결국 여성과 남성의 문제, 혹은 여성과 사회의 문제라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전통적, 관습적인 이유가 있다(김은영, 이혜란., 2004)”고밖에 말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특히 구조적인 요소를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선수들에게 사실상의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위에서 짧게 이야기한 스커트형 유니폼을 입지 않을 때엔 더 이상 선발된 야구 선수일 수 없으며, 신문사 촬영팀의 인터뷰에 기꺼이 응하지 않는다면, 여성 프로 야구 리그는 존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가정이 그들을 몰아붙인다. 이밖에도, 더불어 선수들이 심각하게 자각하진 않았으나, 관객에게 울림을 주는 장면 역시 있다. 전미 여성 프로 야구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자작곡 가사엔 캐나다와 스웨덴을 비롯한 국가 이름이 등장하는데도 미국에 사는 흑인 여성은 모집 대상조차 아니었던 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은 능력이 출중하다면 어떤 인재든 등용한다는 능력주의가 기실 미국 사회의 백인 남성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 브레히트까지 인용할 생각은 없으나, 《그들만의 리그》는 영화 내에서 이들의 여정이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넌지시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어느 정도의 껄끄러움을 남기는 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가 지닌 사회문화적 가치를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스토리에 진입하기 전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젠 《그들만의 리그》의 주인공 격인 도티&키트 자매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언뜻 보기에 둘은 야구 경기를 한다는 것 외에 크게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야구를 향한 태도 역시 크게 다르다. 언니인 도티 힌슨(지나 데이비스 & 트레이시 레이너)은 능력이 출중하나 야구에 뜻을 두지 않았으며, 동생인 키트 켈러(로리 페터 & 캐슬린 버틀러)는 도티에 비해 실력이 뛰어나진 않으나, 야구에 대한 열정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이 외, 자매의 연결고리를 부각시킬만한 외모가 닮았다던가, 공유하는 습관이 있다던가 하는 장면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도티와 키트의 관계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키트가 언니에 대해 열등감을 품고 있다는 점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 도입부에서부터 키트는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다. 도티와 함께 있을 때 스포츠 실력에 대한 비교를 당하는 것은 물론, 외모에 대한 비교까지 당하는 경우가 잦다고. 그러던 와중 게임에 임하던 순간, 팀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언니에게 키트는 불만을 품는다. 길게 이끌 수 있었으나, 제법 짧게 묘사된 이 갈등은 결국 키트가 트레이드 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편의상 도티와 키트를 주인공격의 인물이라 명명하긴 했으나, 영화가 이 둘의 서사에만 오롯이 집중했다고 보긴 어렵다. 우리는 키트가 트레이드 된 후 라신느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아 부었는지 알 수 없고, 남편인 밥(빌 풀만)이 전쟁에서 돌아오자마자 야구를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도티가 어떤 결심을 하고서 경기장으로 복귀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키트가 도티에게서 승리하는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그의 노력이 촘촘히 쌓여지는 순간을 삽입하여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쥐는 순간,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시퀀스를 넣었어야 했는데, 페니 마셜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티가 감독인 지미 듀간(톰 행크스)의 말을 듣고 야구에 대해 숨겨진 자신의 열정을 깨닫고 돌아오는 모습을 삽입하지도 않았으며, 키트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크게 좌절하는 모습을 넣지도 않았다. 감독이 잡아주는 숏이란 그저, 도티가 놓친 공과 승리를 만끽하는 도티를 멀어지는 샷으로 넣어준 것이 전부다.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투수에게 높은 공을 치라고 했던 도티가 자신의 실수에 대해 크게 자책하는 모습 역시 없다.
그렇기에 나는 도티가 마지막 순간 공을 놓친 건, 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의 유명한 대사, “결과를 알고 있을 때 우리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처럼, 언니인 자신이 아니라 야구를 위해 온몸을 날리는 키트를 위해 기꺼이 손을 놓은 것은 아니겠는가, 하고. 전미 선수로 뽑혔을 때부터 가지 않겠다고 말했던 도티는 지미가 감독직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을 때에도 나서서 게임을 지휘했을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는 지미가 야구를 사랑했던 자신의 삶을 망친 5년에 대해 털어놓는 순간에도 감정적으로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미련없이 짐을 싸 고향으로 떠나고자 했으며, 진심으로 키트가 아닌 자신이 트레이드되길 원했다.
생각해보자. 처음부터 도티가 전미 야구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오로지 하나, 동생 키트가 떠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함이었으며, 그가 남편이 돌아왔을 때 자신이 경기 내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면서도 야구를 떠나면서까지 피하려 했던 것은 혹시 모를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나, 자신의 기량이 떨어졌다던가, 부상을 입었기에 나오는 내적 갈등 때문이 아니라, 키트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키트를 밀어내면서까지 피치팀에 남으려 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일 뿐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를 다시금 경기장으로 부른 건, 남들이 몇 번이고 말한 ‘숨겨진 야구에 대한 열정’때문이 아니라 ‘하나뿐인 자매 키트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야구를 향해 온 몸을 내던지는 동생에게서 야구를 떠나는 것 정도로 화답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돌아왔을 테니까. 그러하므로 도티와 키트는 모두 승리한 것이라 봐도 무방할 터다. 도티는 자매를 되찾았고, 키트는 야구를 되찾았으며, 둘 모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았으므로. 그러하니 이 자매가 닮은 부분은, '야구를 한다'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있어선 누구보다 고집이 세다는 점이며, 어려운 시대임에도 꺾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했다는 점에 있으리라.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끝으로, 영화 속 몇 남성 캐릭터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좀 섭섭한 일일 것이다. 예컨대 마라의 아버지, 마라의 남편이 되는 넬슨, 도티의 남편인 밥, 그리고 감독인 지미 듀간(톰 행크스)까지. 이 당시 여성들은 남성들의 트로피로 존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및 문화가 팽배했으나, 그것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것인지를 이들이 함께 증명하기 때문이다. 같은 여성마저 마라를 향해 ‘야간 선수로 세우라’고 이야기하지만, 마라의 아버지와 남편인 넬슨은 그에게 크나큰 자부심을 품고 있다. 지미의 말에 따르면 ‘흔치 않은', 몇 안되는 똑똑하고 괜찮은 남자 밥은 스포츠라는 전통적 여성상과 어긋난 일을 하는 아내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포용한다. 단순히 남성들이 없는 자리를 '계집애'들이 들러리로 채웠다 생각하였으나, 선수들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는 것을 발견한 지미는 자신의 리딩 방식도 바꾸려 노력(!)하는 것은 물론 도티에게 찬사를 보내며, 다른 팀의 감독직이 왔음에도 거절하기에 이른다. 그러니 보라, 건강한 관계 속에서 상대를 나와 동등한 인간이라 인정할 때 우리가 얼마나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달리 말하자면, 접점 없이 먼 자리에서 선수를 조롱하던 남성 관객은 성 차별주의자의 관점에 입각하여 선수를 오로지 구경거리로만 취급하였고, 여성 프로 야구 리그를 창단했다 한들 자본주의적 관점에 입각하여 여성 선수를 경제적 손실을 방어할 대체물정도로만 인식했던 월터 하비의 태도는 인본주의적 사상에서 크게 어긋났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이 영화 내의 모든 여성과 남성 캐릭터는 각각의 위치에서 우리에게 성별과 인종을 떠나,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90년대식 인간적 온정을 사랑한다.
★★★★
참고문헌
김은영, 이혜란. (2004). 여성스포츠의 성립배경과 페미니즘적 제 이론 고찰. 한국여성체육학회지, 18(2), 35-45.
서재철. 2016. 영화《그들만의 리그(1992)》에 대한 여성스포츠역사 및 사회적 성 역할 관점의 `교육적` 읽기. 한국여성체육학회지 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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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요 콜텍 노동자, ‘해결’된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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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4일. 콜텍 해고 노동자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이다. 투쟁하며 길가에서 보내기엔 너무도 긴 시간이다. 이 길고도 긴 시간이 지나서야 회사는 ‘유감’을 표했고, 3명의 조합원에 대한 명예 복직, 25명의 조합원에 대한 보상금을 약속했다. 2019년 4월의 일이다. 2007년 부당해고 후 13년이 지난 때였다.
2010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을 보면, 콜텍 박영호 사장이 기존의 인천 공장을 ‘노조가 점령한 공장’이라 비난하며 새로 지은 대전 공장을 ‘꿈의 공장’이라 불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큐멘터리 〈재춘언니〉의 주인공 임재춘 씨가 일했던 곳은 ‘꿈의 공장’이었다. 임재춘 씨에게 공장은 그 '이름값'을 했다. 그는 그곳에서 무려 30년 동안 기타를 만들었다. 작업 환경은 열악했다. 임재춘 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하루에 200~300개의 기타를 만들었다고 한다. 회사가 기타를 배우지 못하게 해 연주할 줄은 몰랐지만, 그럼에도 그에겐 한때 세계 기타 생산량의 30%를 점유했던 콜텍은 자부심 그 자체였다. ‘꿈의 공장’에서 노동하며 두 딸의 아버지이자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동안 쌓은 자부심이 허탈함, 분노, 좌절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공장 운영을 무기한 중단한다는 통지문 한 장에 30년 세월이 부정당했다. 자그마치 30년이다. 부당해고를 당한 임재춘 씨를 비롯한 그의 동료들이 빼앗긴 일상과 꿈을 되찾기 위해 투쟁에 나선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투쟁 3년 차에 제작된 〈꿈의 공장〉과 13년 투쟁 기록을 담은 〈재춘언니〉를 비슷한 시기에 함께 본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임재춘 씨를 비롯한 해고 노동자들은 그들의 투쟁이 13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알고서도 이 투쟁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임재춘 씨는 투쟁이 1년 안에 끝날 거라 예상했다 한다. 허망할 정도로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꿈의 공장〉에는 투쟁하는 해고 노동자 십수 명 나오는 데 반해, 〈재춘언니〉에는 임재춘 씨를 포함해 세 명의 해고 노동자만 남았다는 데서 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어떤 시간을 견뎌왔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재춘언니〉가 천착한 건 바로 이 지점이다. 투쟁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는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해고 노동자들이 그 긴 시간을 무엇으로 버텨왔는지를 조명한다.
강한 투쟁력만큼이나 감성적인 요소도 중요하다는 게 〈재춘언니〉의 대답이다. 여장을 하고 〈햄릿〉의 오필리아를 연기하기, 천막 농성장 근처에 텃밭 가꾸기, 투쟁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시든 방울토마토를 보며 서운해하기, 성별‧나이를 불문하고 연대 방문자와 수다 떨기, 표정만 보고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 알아채기. 모두 중년을 훌쩍 지난 남성 임재춘 씨가 한 일이다. 그는 이렇게 13년을 버텼다. 농성장을 떠난 동료 노동자들을 이해한다는, 자신도 이제 투쟁은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던 임재춘 씨. 그는 나이와 성별에 어울리지 않는 관계 맺기 방식으로 ‘언니’라 불리며 자기 자신과 동료를 챙겼다. 나는 임재춘 씨가 있었기에 그토록 길고도 가혹했던 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과를 내며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략적 사고, 장기적 전망, 완고한 의지, 투철한 정의감에 다정한 관계 맺기가 더해질 때야 투쟁 현장에 생기가 돌고 사람들은 서로를 보듬을 수 있음을, 〈재춘언니〉는 지난 13년의 세월을 통해 증명한다.
〈꿈의 공장〉을 보면, 콜텍의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투쟁이 국제적 투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여러 뮤지션뿐 아니라 기타를 사랑하는 수많은 해외 뮤지션, 일반인 애호가 등이 콜텍 해고 노동자에게 깊은 연대를 표했다. 국내에서도 콜텍의 투쟁은 꽤 많은 사람에게 여러 곳에서 회자되었다. 그런데도 13년이 걸렸다. 부끄러움이 솟구쳤다. 2010년대 초중반, 콜텍을 규탄하는 집회에 두어 번 참석한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도 종종 뉴스로 콜텍 노동자들의 소식을 접했다. 긴 투쟁 끝에 콜텍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관심을 껐다. 콜텍의 투쟁이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화의 마지막, 임재춘 씨는 한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 영화 시사회 인터뷰에서는 경비 노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재춘언니〉를 처음 본 임재춘 씨는 울컥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 이상 대한민국에 콜텍 투쟁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콜텍 투쟁이 대한민국의 마지막 투쟁이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TV에 나오고 해도 사회 현실이 변화되는 것은 없더라”는 그의 말에 울적해진 것은.
누군가가 13년의 긴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바쳐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내는 동안, 노동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얼마나 바뀌었나? 지금껏 우리는 얼마나 많은 투쟁 현장에서 약간의 연대와 죄책감만을 느끼다가 잊어버린 후, 모든 게 ‘해결’되었다고 자위하고는 돌아서버렸는가? 그래서 나는 〈재춘언니〉를 본 후, 콜텍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여긴 것을 반성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동 투쟁 현장이 어떤지 함께 느끼”는 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고민해보기로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재춘언니와 관계를 맺자. 그리고 그 관계를 키워나가자. ‘해결’이란 말이 부끄러움을 동반하지 않을 때까지. 이것이야말로 누군가의 간절하고 절박한 투쟁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공당의 대표에게 조롱당하는 요즘의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분노만큼이나 서로를 북돋는 다정한 관계 역시 중요함을 새삼 일깨워준 재춘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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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뉴욕 다이어리 (2021)
** 본 리뷰는 <마이 뉴욕 다이어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필리프 팔라도
출연: 마가렛 퀄리, 시고니 위버, 더글러스 부스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1분
개봉일: 2021.12.09
작가 지망생 조안나, 꿈에 닿기까지
1995년 미국, 작가 지망생 '조안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부푼 꿈을 안고 뉴욕에 입성한다. 뉴욕의 허름한 아파트에 살고, 한가로운 카페에서 담배를 피며 글을 쓰는 여느 작가들처럼. 꿈을 위해 남자친구와 이별 후 뉴욕에 사는 친구의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던 조안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구한다. 그렇게 그는 작가의 꿈을 잠시 접어둔 채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의 CEO인 '마가렛(시고니 위버)' 밑에서 비서로 일하게 된다.
조안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작가 'J.D. 샐린저'를 담당하며 작가에게 온 팬레터를 관리하게 되는데, 샐린저 작가는 답장을 하지 않는다는 기계적인 응대만을 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일개 직원인 조안나는 마가렛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지만, 작가적 마인드가 활활 타오르는 그의 심리 상태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몇 개월동안 기계적인 업무만 처리하며 작가를 꿈꾸었던 과거의 꿈을 잊어가던 찰나에 조안나는 다시금 자신의 인생을 뒤바꿀 큰 결심을 내린다.
꿈과 현실 사이의 고민
조안나는 잡지에 자신이 쓴 시를 등재한 경험이 있는 어엿한 작가 지망생이지만, 뉴욕에 온 후 쉽사리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결국 글쓰기라는 자신의 열망을 잠시 접어두고 작가 에이전시에 취직하여 자신의 롤모델의 뒷켠에서 남들의 원고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러한 조안나의 행보는 순수하게 꿈을 좆던 어린 대학생이 현실이라는 벽 앞에 부딪혀 돈을 벌기 위한 다른 직업을 택하는 모습과 굉장히 닮았다. 이러한 청춘들의 삶은 1995년이나 2021년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2021년인 지금 취업난이 더욱 심화되었다.)
조안나는 매일 같이 에이전시에 출근하며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면서도 자꾸만 글에 대한 열망이 샘솟는다. 마가렛의 지시를 어긴 채 팬레터에 답장을 보낸 것 또한 상상력과 문학적 감수성이 넘치는 조안나의 성격이 드러난 부분이다. 하지만 작가를 조수로 쓰지 않는다는 마가렛의 신조 때문에 조안나는 이러한 성향을 최대한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조안나는 작가가 아닌 작가 에이전시 직원으로서의 능력도 출중했다. 몇 개월동안 근무하며 마가렛의 신임을 얻었고, 단독으로 서적 판매에도 성공하는 등 직장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갔다. 그에게도 나름대로 안정적인 길이 펼쳐진 셈이다. 하지만 조안나는 고민 끝에 에이전시를 박차고 나와 다시 글을 쓰고자 한다. 결국 현실과 꿈 사이의 기로에서 꿈을 택한 것이다. 누군가는 좋은 직장을 마다하고 모험을 나선 조안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청춘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마음 속에 품고만 있던 꿈에 대한 열망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공감할 수 있다.
디지털 VS 아날로그, 책의 미래는?
1990년대는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아날로그 문화와 새롭게 나타나는 디지털 문화가 혼재된 시기였다. 극중 작가 에이전시의 CEO인 '마가렛'은 아날로그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컴퓨터를 비롯한 최신 기기들을 흉물 보듯 대하고 타자기를 활용한 작업을 고집한다. 그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시행된 전자책 산업을 비판하며 이같은 기술의 발전이 출판업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 한탄하기까지 한다.
반면, X세대인 조안나는 타자기보다는 데스크탑으로 원고를 타이핑하는 것을 더 편리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분명 문명을 대하는 태도가 마가렛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젊은 사회초년생을 대표하는 조안나가 과연 훗날 종이책을 버리고 전자책만을 사용하게 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세대에 관계없이 문학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감성 하나만은 모두가 동일하다. 종이책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따뜻한 정서와 마음을 향한 울림이 있기 때문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여전히 종이책을 꾸준히 소비한다. 따라서 마가렛의 입장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의 완고한 고집은 문학에 대한 사랑과 헌신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충분히 이해는 간다.
'아무개'에서 '나'로 불려지기까지
조안나는 '샐린저' 작가로부터 첫 전화를 받았을 때 자신의 직책과 이름을 소개하지만 청력이 좋지 않았던 작가는 그를 '수잔나'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주인공도 이러한 작가의 부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데, 작가 본인에게 일개 직원의 이름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안나의 자리는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인원으로 대체된다 할지라도 회사나 작가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고, 누구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조안나는 샐린저의 업무를 관리하며 그와 계속 통화를 하게 되는데, 그에게만큼은 자신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샐린저 또한 조안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인지 계속해서 글을 쓰라는 말을 강조한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퇴사를 앞둔 조안나는 베일에 쌓여 있던 샐린저를 드디어 마주하는데, 그는 처음으로 '수잔나'라는 별칭 대신 조안나라는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준다. 이는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할 때, 비로소 온전한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해석으로 비춰진다. 자신의 꿈을 잊고 무기력하게 회사에 소속되어 '아무개'로 살아가는 삶이 아닌 꿈을 향해 용기를 갖고 나아가는 삶을 살아보자는 감독의 응원이 아닐지.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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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초청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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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을 만드는 건 누구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돌아왔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브로커> 등을 만들며 해외 유량을 끝낸 그가 드디어 자국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 故 류이치 사카모토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작품은 <괴물>. 감독은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영화를 들고 와 관객의 시야를 가리고 ‘괴물은 누구게?’라고 묻는다. 이후 가려진 시야를 조금씩 넓혀가며 또다시 묻는다. ‘괴물을 만드는 건 누구게?’
| 다중시점을 통해 완성한 진실
영화 <괴물> 스틸 / 제공 (주)미디어캐슬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미나토(구로카와 소야)의 걱정이 많다. 이상한 질문을 하고, 학교에서 상처를 입은 채 귀가하고, 심지어 담임인 미치토시(나가야마 에이타)에게 폭언을 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즉시 학교로 달려간 사오리는 진정 어린 사과를 받으려 하지만, 학교 측은 형식적인 사과와 더불어 이 사건을 덮으려고만 한다. 한편, 사오리는 우연히 미나토와 같은 반 친구인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 사건이 일단락되고 태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미나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동안 비밀에 감춰졌던 진실이 밝혀진다.
<괴물>은 초반, 제목처럼 주요 인물 중 누가 괴물인지 찾게 되는 영화로 인식한다. 사오리의 시점으로 보이는 미나토의 이상행동, 담임 선생의 책임감 없는 모습, 진실 규명은커녕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학교의 대처 등 사오리의 주변엔 죄다 괴물 같은 이들만 존재하는 듯하다. 더욱이 4학년 때와 달리, 뜻 모를 질문과 낯선 것을 넘어 공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아들이 낯설기만 하다.
영화 <괴물> 스틸 / 제공 (주)미디어캐슬
사오리의 감정이입을 통한 괴물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순간, 영화는 관객을 보기 좋게 배신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미치토시의 시점으로 영화는 흘러가고, 왜 미나토가 상처를 입었는지, 사오리에게 책임감 없이 앵무새처럼 잘못했다는 말만 반복했는지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교장(다나카 유코), 미나토, 요리의 시점이 이어지며, 사오리의 시점으로 시작한 이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다.
이처럼 다중시점을 통해 진실이 완성되는 <괴물>은 결국, 누가 괴물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의 시선, 사회의 시선으로 자신이 괴물로 살아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남을 괴물로 보는 어른들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어른(괴물)이 아닌 두 소년의 순수한 모습,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본연의 마음(꿈과 사랑, 불안, 걱정 등)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관객은 자신의 시선으로 이 아이들을 판단했을 본인을 되돌아보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짓는다.
| 흰 선, 교열, 그리고 사회의 시선
영화 <괴물> 스틸 / 제공 (주)미디어캐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 <어느 가족> 등 깊이의 차이는 있지만, 한결같이 일본 사회를 비판 어린 시각으로 바라봐 왔다. 이 영화에서도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을 갖고도 그동안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감독은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을 판단하지 말라는 듯한 이야기를 전한다. 극 중 사오리는 흰 선, 미치토시는 교열로 그들이 가진 강박과도 같은 제도와 규범을 강조한다. 등교하는 미나토가 흰 선을 밟자마자 ‘흰 선을 밟으면 지옥 간다’는 말을 내뱉고, 미치토시는 책, 잡지 등 오타를 찾으며 기뻐한다. 마치 이들은 사회가 규정한 제도와 규범을 건실하게 더 나아가 병적으로 수행한다는 걸 내보인다.
이들의 이런 행동은 편부모 가정이라는 공통점에서 기인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사오리,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미치토시는 그 누구보다도 사회가 주는 시선의 공포를 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 살이 타들어 가는 그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 사오리는 홀로 열심히 아이를 키우려 하고, 외도로 죽은 남편에게 매일 같이 인사를 하며, 세탁소 일도 열심히 한다. 특히 한 치의 오점도 남기지 않으려는 그녀의 특성상 세탁소에서 일하는 설정은 묘한 교차점을 이룬다. 미카토시 또한 손가락질받지 않기 위해 선생님이 되었다. 걸스바 단골이고, 교열 악취미도 갖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괴물> 스틸 / 제공 (주)미디어캐슬
이들과 더불어 차 사고로 손녀딸을 잃은 교장의 삶도 마찬가지다. 선생으로서 교장으로서 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감과 중압감을 잘 안다. 더불어 중요한 건 자신의 의도가 아닌 사회적 시선이라는 걸 이미 통달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사오리에게 형식적인 사과를 반복하고, 이 사건을 마무리짓기 위해 미치토시를 교직에서 물러나게 한다. 사오리의 흰 선, 미치토시의 교열처럼 그 또한 학교 바닥에 껌과 얼룩을 손수 제거하는 등 사회적 시선에 자유롭지 않은 삶을 살고, 그 자체로 괴물이 되어간다.
|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건 어른
영화 <괴물> 스틸 / 제공 (주)미디어캐슬
결국,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건 어른들이다. 요리에게 ‘돼지의 뇌’를 가졌다고 말하는 아버지 키요타카(나카무라 시도)나, 따돌림을 당하는 요리를 위한 미나토의 행동이 오히려 싸움이라 생각한 미치토시, 달리는 차 안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린 아들에게 대화가 아닌 MRI를 찍는 사오리 모두,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마음의 문을 여는 대신, 어른의 방식대로 조치를 취한다.
영화 <괴물> 스틸 / 제공 (주)미디어캐슬
어른들의 시선이 빠지고, 미나토와 요리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후반부 이야기는 그래서 더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그 누구보다 상실감과 부모의 부재를 아는 두 소년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가까워진다. 학교를 포함한 사회의 시선에 눈치를 보면서도 이들의 우정을 두터워져 가는데, 동급생들에게 신발을 뺏긴 요리를 위해 자신의 신발 한 짝을 벗어주는 미나토와 자신의 아지트를 기꺼이 소개하는 요리, 그리고 조금씩 자신들의 우주를 키워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초반 이들을 괴물로 의심한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시간이 없어서, 남의 시선이 두려워서, 먹고 살기 바빠서 같은 이유를 대며 순수한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고,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제단하고 판단하는 등 아이가 있는 부모들이 이 영화를 마주한다면 후회와 반성이 밀려올 것이다.
| 미스터리 장르로 얻은 것, 잃은 것
영화 <괴물> 스틸 / 제공 (주)미디어캐슬
영화는 괴물의 실체보다는 괴물을 만드는 사회를 곱씹게 한다. 나도 그렇게 살았으니 너 또한 그렇게 살아야해라는 다소 위압적인 어른들의 자세는 그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단면을 보여준다. 태풍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자신들의 아지트에 도착하는 두 소년의 모습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전작을 통해 확인했듯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마지막 시선은 언제나 사회를 향한다. 제대로 된 어른을 갖지 못한 아이들의 고된 여정은 이번에도 반복되는데, 감독은 다중시점을 활용해 관객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고, 진실로 가는 여정을 긴장감 있게 연출한다. 이는 사카모토 유지가 집필한 각본의 힘이라고 생각하며, 감독은 어느 정도 대중적인 요소와 절충한 듯하다.
감독의 선택에 이견은 없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건 전작에서 느껴지는 감독 특유의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마치 매끈하게 세공되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이러니하게 이 영화를 보면 감독의 이전 작품을 더 찾게 될 것 같다.
영화 <괴물> 스틸 / 제공 (주)미디어캐슬
극 중 교장은 음악실에서 만난 미나토에게 발설할 수 없는 자신만의 비밀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어떻게든 뱉어야 하는 순간이면 호른을 부르라며, 있는 힘껏 숨을 뱉는다. 손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간직한 교장은 진실이 어떻든 이 사회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옥죄는 상황에 놓인다. 그녀의 응어리짐을 해소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호른 소리를 통한 아우성뿐. 괴물로 살아가는 교장의 유일한 맨얼굴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어쩌면 우리도 호른이 필요할지 모른다.
평점: 4.0 / 5.0
한 줄 평: <아무도 모른다>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아이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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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0 디즈니플러스의 의미"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0. 11. 2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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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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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일명 전설의 10초녀 ‘세나’(김소라)가 눈앞에 등장한다.
믿기 힘든 썰의 스케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데…
단단히 도른자들의 B급 전쟁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