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로진2024-09-05 11:01:54
리얼리티 가족 다큐멘터리
9/11 개봉영화 <장손>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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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성 발언.
나는 여자다. 그리고 김씨다. 조부는 종가집 장손이었다. 무려 4대 독자! 그리고 대망의, 내 본적은 경상북도다. 나는 순혈이다. 지독한 가부장제의 순수혈통. 종친회에서 고칠 데를 손 봤다는 올칼라 족보를 만들었고, 여전히 나는 남동생의 동생으로 기록되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우리 가족 소개 같은 숙제를 하면 아버지가 그리 말씀하셨다. 우리 집은 무슨 김씨 무슨 파 무슨 왕의 몇대손이며 우리 할아버지는 몇대 독자고 어쩌고 저쩌고. 어릴 때는 그게 자랑인 줄 알았더랬다. 그리고 좀 커서는 족보를 샀겠거니 생각했다.
커서 보니 쓸 만한 유전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도 나와 내 동생과 아버지와 할아버지 등등과 비슷한 모습일진대 무슨 놈의 대를 그렇게 이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도대체 이 족보주의에서, 순수 혈통을 이어가서 얻는 게 무엇인가. 그 유전자를 굳이 길이길이 남겨야 하는가. 어릴 때부터 이해가 안 갔다. 물론, 뭐 내가 태어났을 때 딸이어서 아무도 병원에 안 오고, 내 이름이 뒤에 아들 낳는 이름으로 지어질 뻔하고, 족보에도 올려주지 않아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무슨 왕정 제도를 미시체계에서 이룩한다는 게 좀 우스우니까. 장남을 왕세자에 책봉하고, 훗날 왕위를 물려주는 것마냥 일개 가정에서 신수왕권설 같은 걸 주장하는 게 이상하니까.
자, 개인사를 주절주절 늘어놓은 까닭은 영화 <장손>이 픽션이기 때문이다. 픽션인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즘 픽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경상북도 김씨 가족의 장손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도 핍진하여 두 시간 동안 경상북도 김씨 가족의 차남의 장녀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던, 그 이야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건
족보와 장손밖에 없다. 장손을 제외한 나머지는 흩어져야 산다. 영화는 가정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층위의 갈등을 두 시간 동안 보여주는데, 그 갈등이 비단 가정 내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프랙탈은 일부를 확대해 보면 전체와 동일한 모양이 반복되는 구조를 말한다. 그러니까 '선산 김씨'네 가정은 대한민국의 프랙탈이다. 영화는 가족에 관해서 말하고 있으나 이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서사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은 '선산 김씨'네가 유난스럽지도, 특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몇 개의 갈등이 중첩되면서 켜켜이 쌓인다. 그 갈등이 새삼스럽지도 않다. 제법 클리셰적인 갈등이다.
자기네 조상 제사를 지내는데 김씨 아닌 사람들만 모여 앉아 전을 부치고, 김씨들은 방문을 닫고 들어가 화투 치고 맥주를 마신다거나, 장손이 올 때까지는 에어컨도 안 틀어준다거나.
6.25 전쟁 때 빨갱이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고장난 라디오처럼 말하는 노인과 노인의 얘기가 궁금하지 않은 손자, 사업으로 부자가 된 자식과 사는 게 녹록지 않은 자식. 애초에 돈 되는 공장은 아들 주고, 낡은 집은 딸을 준 유산 분배.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와 세대갈등과 남녀갈등이 총체적으로 한 가정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전체와 동일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가 '두부 공장'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두부가 바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음식 아닌가.
두부를 잘 뭉치려면 쌩노가다를 해야 한다. 원래는 가정 내에서 만들었다(아는 척하는 이유는 내 외조모가 두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선산 김씨네 두부공장 역시 처음에는 가정 내에서 조모인 오말녀가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말녀는 며느리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두부가 못마땅하다.
두부 공장 씬에서 장남인 태근이 일하는 모습은 스케치로도 거의 잡히지 않는다. 대부분 며느리가 일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일하는 사람은 손녀사위다. 그런데 사장은 당연히 태근이다.
간단히 설명된다. 이 가정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여자와 여자와 여자와 여자들이다. 다시 프랙탈. 유사 이래로 놀고 먹은 여자는 소수다. 장손이라 해서 집안을 일으키고 어쩌고저쩌고 한 것만 같지만, 사실상 장손 혼자서 가정을 부양하고, 조상들을 제사지내주지 않는다.
조모는 장손 판타지를 공고히 한다. 조부는 규범과 같은 상징체계에만 관심이 있다면 실질적으로 현실화하는 사람은 조모다. 장손이 올 때만 에어컨을 켜 주고, 장손의 어릴 적 이야기를 신화처럼 반복하고, 제사상에 올릴 음식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여자들을 감시하는 여자. 장손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여자. 장손이라는 고귀한 존재를 만들어 희생을 합리화하는 여자. 어쩌면 장손은 고된 여자들이 만든 신화다.
그러니 사실 여자들이 뭉치지 않고 흩어지는 순간, 장손? 그게 뭔데.

가족의 미래
영화의 초반부에 제사 준비를 하면서 오말녀는 딸에게 '상조보험'에 가입하라고 재촉한다. 보살이 집안에 초상날 것을 예언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누구 하나 죽긴 죽겠구나' 하고 예상하게 된다.
누가 죽을까. 가족의 미래를 점쳐보자.
1. 김승필(장손의 조부)의 사망: 매우 자연스럽다. 나이도 많고, 대장암 수술을 해서 건강도 좋지 못하다. 제사를 꼭 자정에 맞추어 지내야 한다는 매우 고지식한 사람이다. 입만 열면 빨갱이 타령. 김승필이 사망한다면 자연스럽게 집안의 주도권이 김태근에게 넘어갈 것.
2. 김태근(장손의 부)의 사망: 장손의 모가 농담으로 하는 말. 하도 미워서 잘 때 한 대 때렸다. 죽지도 않고 왜 깼냐. 뭐, 슬프지만 장손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두부 공장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것. 공장은 서울에서 연기하는 장손에게 갈 것이냐, 공장에서 일하는 손녀사위에게 갈 것이냐.
3. 김성진(장손)의 사망: 큰일난다. 이 가족 망한다.
4. 오말녀(장손의 조모)의 사망: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실질적 가장. 오말녀는 현재 매우 건강하고 꼬장꼬장한 노인이다. 한글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오말녀가 죽는다면 장손 판타지로 이어온 가정은 붕괴된다. 오말녀만큼 장손을 우쭈쭈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
5. 그 외 여자들의 사망: 서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 큰 사건이라 함은 누군가의 장례식이 될 것이다. 장례식은 별 탈 없이 잔잔하게 살던 가족에게 던져진 돌멩이가 아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는 겉잡을 수 없는 와류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장례식을 계기로 드러났을 뿐.

<장손>은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BS독립영화상과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기 전 감독이나 출연진, 줄거리,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갔다. 두 시간 동안 경북에 본적을 둔 여성을 미치게 만드는 솜씨에 무슨 상을 받아도 받았겠거니 예상만 했다.
이 영화에 다양한 매력이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탁월한 이미지를 꼽고 싶다. 오래된 한옥에 사는 노인들의 출입을 쉽게 하려고 문간에 걸어둔 동앗줄 같은 디테일.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줄조차도 굉장히 의미심장해 보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압권인데, 장손 성진이 택시를 타고 떠나고, 성진을 배웅한 노인은 눈 쌓인 비탈길을 아주 오래 걷는다. 롱테이크로 잡아낸 그 장면은 마치 서편제 같다. 뭐 대단한 걸 하고 돌아서는 장면 같다는 뜻이다.
택시를 탄 성진의 얼굴에 아침해가 날카롭게 비친다. 성진은 눈을 찡그린다. 빛을 보는 대신 눈을 가려 버린다. 그런 디테일에서, 이 가부장제라는 망령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장손 성진의 손에서는 결코 낡은 시대가 종언되고 새로운 체제가 구축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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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그땐 그랬지' 정도의 픽션,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형의 고통, 또 누군가에게는 피해망상,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관습'.
<장손>은 픽션이 아니다. 리얼 다큐멘터리다. 추석 직전에 개봉하는 만큼, 가족과 함께 보면... 과연 괜찮을까?
장손(House of the Seasons, 2024)
감독: 오정민
출연: 강승호, 손숙, 우상전 외
러닝타임: 121분
개봉: 2024. 09. 11.
씨네랩에서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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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방 샷건처럼, 인생은 1단계 계획으로
저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합니다. 툭 뱉고 보니, 일전에도 분명 비슷한 고백을 한 적이 있는 것 같네요. 이런 고백을 꽤 자주 할 만큼, 로맨틱 코미디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러브 액츄얼리> 좋아하고요, <어바웃 타임> 애정합니다. 로맨틱 코미디에 다른 서브 장르가 한 방울씩 떨어진 영화도 좋아합니다. 로맨틱 코미디에 좀비물 한 방울 떨어진 <새벽의 황당한 저주>도 깔깔대며 보았죠.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삶이 지칠 때 틀어놓고 보기에 참 좋습니다. 평소에는 별로 안 끌리는데 갈증 날 때 한 번씩 마셔주면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는 이온 음료 같아요. 자극적인 맛을 원해서 마시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시원한 느낌 때문에 마시는 그런 음료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없는 이온 음료까지 사랑해줄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맛은 중요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시원할 뿐만 아니라 맛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올해 본 영화 중에 제일 재밌었어요. (4월에 이런 말 하기 조금 이르지만요.)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3월 22일(수)에 진행된 <샷건 웨딩>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샷건 웨딩>은 2023년 3월 29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샷건 웨딩
Shotgun Wedding
제가 생각하는 '잘 만든 영화'는 의문이 남지 않는 영화입니다. 아무리 흥미로운 주제, 스토리, 캐릭터를 내놓아도 쓸데없는 의문이 남는 영화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죠. 물론 세상엔 일부러 답을 내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글자 차이지만, 질문과 의문은 크게 다릅니다. 질문은 대답하게 하고, 의문은 반문하게 하죠. 슬프게도 꽤 많은 영화가 황당한 의문을 남긴 채 끝을 내곤 합니다. 초반부에 이야깃거리를 마구 던져놓고 이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거나, 자극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캐릭터나 대사를 되는대로 사용하거나, 비슷한 장르의 클리셰를 대충 갖다 쓰면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샷건 웨딩>은 깔끔했습니다. 거의 모든 장면에 의문이 남지 않았습니다. 대사 하나, 도구 하나 함부로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였어요. 극 중에 등장하는 캐릭터, 대사, 도구는 한 번만 사용하고 버려지는 일이 없습니다. 잘 짜인 영화임을 증명하듯, 초반부, 중반부, 후반부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죠. 초반부에 던져 놓은 이야깃거리들도 중후반부에 걸쳐 빠짐없이 회수합니다.
극 중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쓰이는 도구로는, 이를테면 수류탄이 있습니다. 결혼식에 쳐들어온 해적들로부터 도망치던 신부 ‘달시’와 신랑 ‘톰’은 우연히 안전핀이 빠진 수류탄을 손에 넣습니다. ‘달시’는 안전핀이 빠진 줄 모르고 수류탄을 집었다가 한 손이 수류탄에 완전히 묶여버리죠. 이로 인해 여러 ‘웃픈’ 상황들이 연달아 펼쳐집니다. 하지만 수류탄의 쓰임은 단순히 '웃픈' 해프닝을 연출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한동안 두 사람을 불편케 한 이 수류탄은 추후 해적을 제압해야 할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수류탄의 사용법을 익힌 '달시'와 '톰'은 절체절명의 위급상황에서 다시 한번 해적의 수류탄을 재치 있게 활용하죠.
<샷건 웨딩>은 '외딴섬에서의 결혼식'과 '해적의 습격'이라는 영화의 시공간 안에서 맥락을 갖는 캐릭터, 대사, 도구들을 이처럼 명확한 쓰임을 가지고 다채롭게 활용합니다. 덕분에 관객은 호쾌한 웃음 외에는 어떠한 찝찝함도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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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답게 유머 요소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평소 웃음이 박한 편인데, 이상하게 미국식 로맨틱 코미디 영화만 보면 웃음이 빵빵 터집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해피 바이러스에 전염된 양, 한껏 웃고 돌아왔죠. 하지만 단지 웃음 취향이 잘 맞아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코미디 영화 속 대사가 웃음을 자아내려면 두 가지 요소가 꼭 필요합니다. 첫째, 대사가 스토리의 흐름과 잘 이어질 것. 둘째, 그 대사를 뱉는 캐릭터가 사랑스러울 것. 그렇지 않으면 관객을 억지로 웃기려는 감독과 배우가 안쓰럽게 느껴지면서 몰입이 깨지고 말죠.
<샷건 웨딩>은 어땠냐고요? 잘 해냈습니다. 스토리의 흐름을 깨면서까지 관객을 웃기려는 대사를 넣지 않았고,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매력으로 하나같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캐릭터들의 매력은 해적에게 인질로 잡힌 하객들이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인생의 고난과 서글픔을 어필하던 장면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자칫 억지웃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도 관객들은 하하호호 웃음만을 터뜨렸습니다. 모든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번역이 없었더라면 한국인인 제가 미국식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하염없이 웃고 즐기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엔딩과 함께 떠오른 "번역: 황석희"라는 자막을 보고는 이 작품의 번역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이유를 단번에 깨달았지요. (황석희 번역가는 영어 개그가 난무하는 <데드풀> 자막을 센스 있게 번역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적인 말맛을 살려 번역된 캐릭터들의 티키타카는 영화의 맛을 배가합니다. 일례로 영화 속에는 '달시'가 '톰'이 남성용 바지인 줄 알고 여성용 바지를 샀던 일화를 꺼내며 그를 약 올리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때 바지가 너무 작아서 꼴 보기 싫었다는 대사는 "너 그때 꼬툭튀 장난 아니었어"라는 말로 재치 있게 번역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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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샷’으로 해치우는 샷건처럼, ‘인생을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는 한 가지 계획만으로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 <샷건 웨딩>은 코미디 영화답게 불편함 없이 웃기고, 로맨스 영화답게 사랑을 말하는 작품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에 인질극 한 방울 제대로 떨어뜨린 이 작품 덕분에 유난히 바빴던 일상에 행복을 조금 더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마음에 들었던지 종이에 출력해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은 <샷건 웨딩>의 대사로 리뷰를 마무리합니다.
Life is always gonna be chaotic. But what I know for sure is that I wanna go through all of it with you. It’s simple, really. Just a plan with one step.
Summary
내 결혼식이 박살났다! ‘달시’와 ‘톰’의 결혼식 당일,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에 참석할 모두가 섬에 모인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이던 그때! 갑자기 들이닥친 해적으로 인해 결혼식장의 모두가 인질이 되고… ‘달시’와 ‘톰’은 무사히 혼인서약을 마치기 위해 목숨을 건 버진 로드를 걷게 되는데… 죽이든가, 죽든가!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제이슨 무어
출연: 제니퍼 로페즈, 조쉬 더하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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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면을 벗어야 보이는 것들
슈렉
줄거리
자신만의 늪에서 아늑한 집을 짓고 살아가는 초록 오거 슈렉.
평소처럼 느긋한 저녁을 즐기려는데, 동화 속 주인공들이 갑자기 슈렉의 늪에 쳐들어온다.
알고 보니 듈락의 통치자, 파콰드 영주가 그들을 모조리 쫓아낸 것.
완전 열받은 슈렉은 파콰드를 찾아가 늪을 내놓으라 따지고, 파콰드는 한 가지 제안을 하는데...
가면을 벗어야 보이는 것들
숨은 의미 찾기
‘오거’라는 단어는 슈렉 전과 후로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영화 개봉 시기가 2001년인데, 그 당시에 ‘괴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도 모자라 영웅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실로 과감한 시도였다.
“이해가 안 돼, 슈렉. 왜 오거처럼 안 했어?”
“넌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알려진 게 다가 아냐. 어디 보자, 오거는 양파와 같지.”
슈렉은 탑 꼭대기에서 피오나를 구출하고 계단을 뛰어내려오면서 서사시 따위는 사치라고 말한다. 그런 슈렉이지만, 왜 오거처럼 굴지 않느냐는 동키에게만은 ‘괴물은 양파다’라며 지리는 비유를 한다. 깊은 문학적 비유 따위를 알 리 없는 동키는 ‘냄새가 고약해?’라고 묻지만.
슈렉은 양파처럼 겉으로는 맵고 눈물 나게 하고 냄새도 나지만, 속을 까고 까고 까다 보면 정의롭고 여리고 순수한 면도 있다. 양파의 생김새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으로 요상하다. 반으로 잘라내지 않는 한, 둥근 막을 완전히 벗겨내야만 그 속의 다른 겹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양파와 같은 슈렉의 매력, 참모습을 보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슈렉' 스틸컷)
“그런데 모두가 양파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괴물과 양파는 똑같이 겹이 있다는 슈렉에게 동키는 깐족거리며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을 덧붙인다. 물론 생양파도 물에 한 번 헹궈서 연어랑 홀스래디쉬 소스에 찍어 먹거나, 라이스페이퍼에 각종 야채와 넣어 월남쌈으로 먹으면 꿀맛이긴 하다. 하지만 생양파를 우적우적 씹어먹을 만큼 양파를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기에 슈렉이 말한 ‘괴물의 겹’은 결코 파르페나 케이크와 같은 달콤한 음식에 비유될 수 없는 것이다.
양파는 속을 까보지 않아도 누구나 좋아하는 달콤하고 아름다운 것들과는 다르니까.
“케이크는 다들 좋아해! 게다가 층으로 되어있지.”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슈렉' 스틸컷)
슈렉이 양파라면 피오나는 케이크나 파르페 쯤일 것이다.
구태여 속을 까보지 않아도 모두가 달콤한 향기와 황홀한 생김새에 마음을 홀딱 뺏기고 마니까. 양파가 제대로 속을 까보지도 않고 판단해서 문제라면 케이크는 속에 얼마나 많은 겹이 있는지 아무도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 속에 초코시트가 들었는지, 바닐라 시트가 들었는지, 딸기가 들었는지, 생크림이 들었는지 따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위험에 처한 공주를 구해서 결혼하고 왕이 되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남성형 신분 상승’ 이야기다.
피오나를 권력 취득의 ‘수단’으로만 여긴다는 점에서 파콰드나 성에서 불타 죽은 이름 모를 기사들은 전부 동일 인물이다. 동화 속에서 여성이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드는 것은, 남성이 주인공일 때든 여성이 주인공일 때든 마찬가지였다.
“밤과 낮에 따라 모습이 달라질지어다.
진정한 사랑의 첫 키스로 사랑의 참모습을 따를 때까지.”
그런 점에서 슈렉 속 마녀의 저주는 다른 마녀들의 저주와는 달리 참으로 특이하다. 진정한 사랑의 첫 키스가 ‘저주를 풀어준다’고는 하지 않는다. 피오나의 겹은 파르페나 케이크와 같다 했던가. 낮에 비치는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은 모두가 독점하려 달려드는 케이크의 겉모습이지만, 그 속에 들은 진정한 모습은 괴물이었다.
내면이 괴물이라고 해서 그것이 추하다거나, 못났다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울퉁불퉁 못난 괴물이라는 생김새는 피오나 내면의 아픔을 형상화 한 것이다. 공주라고 항상 아름답고 행복하고 즐거운 것은 아니다. 성에 갇혀 홀로 살면서 느낀 외로움과 슬픔, 슈렉은 그 상처마저도 피오나의 것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한 마디로, 슈렉은 케이크 속을 들여다본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슈렉이 피오나를 구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가 서로를 구해준 셈이다.
슈렉과 피오나는 아주 두꺼운 가면을 쓴 채로 서로를 만났다. 슈렉은 까칠하고 투덜거리면서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숨겼다. 피오나는 '공주다운' 외모와 지위로 자신을 포장하며 아픔을 숨겼다. 가면은 자신을 가리는데에는 꽤나 효과적이지만, 상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가면이 너무 두터우면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가면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게 자기 가면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 했던가.
때론 그 가면을 벗어던져야만 진실되게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슈렉' 스틸컷)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페르소나다.
슈렉이라는 영화를 두고 대부분은 괴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도전장이라고만 해석한다. 하지만 슈렉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 슈렉과 같지는 않는지 묻는다. 우리 내면에 겹겹이 쌓인 아픔과 상처들이 만들어낸 가면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라고 말한다.
우리는 슈렉처럼 깊숙한 늪지에 스스로를 가두고는,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며 거칠고 위협적인 가면을 쓴다. 사실 그 가면을 쓰는 이유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닌가? 물론 이 험난한 세상에서 뒹굴기 위해서는 맨 얼굴을 가리는 게 필수라고들 한다. 어쩔 수 없다고. 그렇다면 적어도 남들이 나의 가면만 보고 나를 판단한다고 말하지는 말자. 나 역시 남들을 그렇게 바라보았을 게 뻔하니까.
조금이나마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일단 나부터 가면을 벗고 마음을 열어보는 게 우선 아닐까.
어른에게 더 필요한 동화
감상평
어릴 적 엄마는 나의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수많은 애니메이션 DVD를 구매해서 끼니마다 틀어주었다. 정말 영어공부가 되었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당연히 효과 없다. 아,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다. 이번에 영화를 보니 나도 모르게 대사를 줄줄 읊고 있더라. 아주 허튼짓을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1시간 30분짜리 영화의 대사를 거진 다 외울 정도라면 얼마나 돌려봤을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아리라 믿는다. DVD 케이스 안에 꽂힌 무수히 많은 영화 중에서도 슈렉은 늘 새로운 영화였다. 나 역시 그 영화를 볼 때는 어린아이였으므로, 사회가 규범처럼 내밀던 진부한 공주와 왕자 이야기가 정답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 어린아이의 생각을 일깨워준, 그야말로 인생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나이를 먹고 슈렉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어릴 땐 저녁밥 먹을 때마다 틀어보던 영화였다지만, 이제는 나도 모르게 세상과 벽을 쌓고 싶을 때,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보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슈렉'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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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일 챌린지, 오늘부터 시작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9월 23일인 오늘부터 챌린지를 시작해 100일을 모두 채우면,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온다고 합니다!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인만큼 영화 관련 챌린지를
여러분께 추천드리려고 합니다!
(마지막에 챌린지 양식 있다는 사실!~!)
그럼, 지금부터 100일 챌린지를 추천드리도록 하겠습니다!٩( ᐛ )و
1. N년 전, 개봉한 오늘의 영화 보기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영화 개봉 스케줄 정보를 볼 수 있는데요.
연도 양 옆에 있는 세모를 누르면 앞 뒤로 날짜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원하는 연도를 골라 그 날 개봉한 영화를 시청해보는 건 어떨까요?
링크: https://www.kobis.or.kr/kobis/business/mast/mvie/findOpenScheduleList.do
2. 오늘 추천하고 싶은 영화
씨네랩과 씨네픽에서 날씨, 기념일, 개봉 영화에 맞춰 테마를 선정해 주기적으로 추천 콘텐츠를 올리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청년의 날을 맞이해 청년과 관련된 영화를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날씨, 기념일, 혹은 개봉 영화 등 날마다 하나의 테마를 선정해 영화를 추천하거나 관람해보면 어떨까요?
3. 영화 명대사 기록하기
하루에 하나씩 자신이 인상 깊었던 영화 속 대사를 기록하거나
새로운 영화를 보며 인상 깊은 영화 속 대사를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부터 시작하면 100개의 문장을 모을 수 있답니다:)
4. 영화 따라하기
ⓒ 네이버 영화
이번 챌린지는 영화 속 장면을 따라하는 챌린지입니다.
영화 속 촬영지에 가보거나,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을 따라서 요리해보거나, 영화 속에 나오는 제품을 사본다거나
영화 속 장면을 따라하면서 영화의 감성을 온 몸으로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4. 영화 OST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 네이버 영화
하루에 하나의 영화 OST를 선정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2023년을 내가 좋아하는 OST로 가득한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시작해보는거에요.
[100일 챌린지 양식]
챌린지를 완수할 때마다 씨나병의 표정을 그려주세요!?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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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봤던 아들과 동거를 시작했다.
- 줄거리
효진은 친구인 미란과 동네 작은 공부방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효진은 2년 전에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효진의 남편은 결혼을 해서 종욱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종욱은 친엄마가 죽고 나서 아빠의 애인과 함께 지내다가 할머니 손에 자라게 된다.
할머니가 몸이 안 좋아지셔서 종욱이 오갈 데가 없어지고 효진은 종욱의 엄마가 되어달라는 당황스러운 부탁을 받게 된다.
효진은 고민을 하다 피도 안 섞인 죽은 남편의 아들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 기억에 남는 부분
종욱의 친구로 등장하는 주미는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하지 못한 임신을 하게 된다.
주미는 아이를 없애는 선택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하게 된다.
때마침 엄마가 되고 싶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서영이라는 사람의 집에 머물며 주미는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청소년이 임신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아이를 낳는 것, 근데 그 아이를 낳기만 한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이 임신을 하게 되고, 이를 당연하게 책임지는 부분에 대해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오듯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하지만 키우지는 않고 아이를 낳자마자 보지 않고 아이를 필요로 하는 집에 보내는 것이 놀라웠다.
나는 이러한 방법도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 아쉽다고 느꼈던 점은 종욱이 서영의 통화 내용을 듣고, 주미의 아이를 서영에게 보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을 알게 된 종욱은 주미와 다투게 된다.
나는 후에 주미가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좋은 가정을 선물해 주는 것이라는 대사를 하고 나서야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그 장면을 보고 바로 이해가 되었다면 영화를 보는 입장으로서 어리둥절하지 않았을듯해서 전화 내용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나타났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느꼈다.
마지막 부분에 효진이 장을 본 후에 짐을 들고 가는 것을 본 종욱이 효진에게 짐을 달라고 한다.
영화 내내 종욱은 효진을 그쪽, 아줌마 등의 호칭으로 불렀었는데, 짐을 들어주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무 호칭 없이 짐을 자신에게 달라고 한다.
나는 여태 서로가 불편한 사이였던 두 사람이 점차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소중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엄마라고 부르거나 하는 것보다는 아무런 호칭도 없지만 효진의 짐을 들어준다는 부분에서 서로가 가지고 있던 짐들을 나누어 가진다는 것이 느껴졌다.
- 명대사
"누가 걔를 키워야 되냐고 물으면 그게 네가 될 수도 있어
근데 걔를 키우지 말아야 될 사람을 꼽자면 그것도 너야"
"누가 책임져야 하냐고 물으면 너희가 맞을 수도 있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키우지 말아야 할 사람이 누군가 따져보면
그거 역시 너희들이야"
파노라마_테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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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단호크, 이완 맥그리거 신작영화에서 만나다!
애플스튜디오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재회하는 이복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이완 맥그리거와 이단 호크가 함께 나오는 새 장편 영화 ' 레이먼드와 레이’로 돌아온다. ' Albert Nobbs '와 ' In Treatment '의 연출을 맡았던 로드리고 가르시아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이완 맥그리거는 레이먼드 역을, 에단 호크는 레이 역을 맡아 까다로운 부모와의 어려운 관계 속에서 유산을 놓고 갈등을 겪는 인물들을 연기를 한다. 로그라인에 따르면, "그들은 여전히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의 장례식은 그들 자신을 재건할수 있는 기회이다. 분노도, 고통도, 어리석음도 있고 또 사랑이 있을 수도 있죠. 물론 무덤을 팔 수도 있습니다.”라고 전한다.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알폰소 쿠아론(로마), 보니 커티스(라이언 일병 구하기), 모킹버드 픽쳐스의 줄리 린(앨버트 놉스)이 제작한다. 가브리엘라 로드리게스와 쉬 카머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는다.
“레이먼드와 레이 "는 애플의 최신작이다. 최근 애플 TV 플러스 스트리밍 플랫폼에는 앙투안 푸콰 감독과 윌 스미스가 함께한 'Emancipation',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마틴 스콜세지의 'Killers of the Flower Moon', 톰 행크스와 함께한 'Finch' 등 여러 편의 영화가 공개됐다. 코엔형제의 ‘The Tragedy of Macbeth”에는 덴젤 워싱턴과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았다. 애플스튜디오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출품한 이래로 2500만 달러(약 2500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가족 드라마 '코다(CODA)'를 최근 공개했고, 행크스와 함께 2차 세계대전 드라마 '그레이하운드'도 프리미어 되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맥그리거는 최근 "Halston"에 출연하여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차기작으로 디즈니 플러스의 오비완 케노비 스트리밍 시리즈에 출연한다. 호크는 미국 쇼타임의 드라마 "더 굿 로드 버드"에 출연하여 극찬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블룸하우스의 "더 블랙 폰"과 "나이브 아웃 2"에도 출연할 것이다.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두 레전드 배우의 연기를 하루빨리 보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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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걸음 뒤, 한걸음 앞에서 기록한 분열의 시대
시빌 워: 분열의 시대 (Civil War, 2024)
한걸음 뒤, 한걸음 앞에서 기록한 분열의 시대
개봉일 : 2024.12.31.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 전쟁, 드라마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알렉스 가랜드
출연 :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믿고 보는 제작사 A24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모종의 이유로 두 갈래로 나뉜 세상’이 주는 공포와 긴장감을 동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거대한 동력을 선택한 것치고는 움직임이 다소 방어적이다.
이 영화는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내보이지 않는다. 그저 배경과 몇 개의 시선을 제시할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최종에 이르러 애매한 감상을 남기게 만드는데, 이 싸움에 있어 확실한 선을 원한 관객에게는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영화 예고편과 시놉시스를 보고 거대한 전쟁 블록버스터 또는 정확한 저격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이 전쟁에 뛰어드는 것을 조금 더 고민해 보길 권하고 싶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흔히 생각하는 전쟁 블록버스터가 아닌 전쟁 한가운데 서있는 한 기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과묵한 드라마에 가까우니 말이다.
극 중 미국은 최악의 내전을 겪고 있다. 이 혼란한 정세 속에서 종군 기자인 리, 조엘, 새미. 그리고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청년 제시는 아수라장이 된 도시를 누비며 끔찍한 순간들을 생생히 담아낸다. 이들은 정부와 반대 세력 사이 힘의 무게 추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마지막 특종 기회를 잡기 위해 대통령이 숨어있는 워싱턴에 가기로 결정한다.
기자들은 총을 든 군인과 반대 세력들 사이에 제대로 된 무기 하나 없이 카메라 한 대만을 들고 달려든다. 이들은 죽음이라는 공포를 바로 옆에 두고서도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카메라의 뷰 파인더만을 쳐다본다. 빗발치는 총성 사이에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섞여들리고, 각자의 무기를 든 군인과 기자들의 비슷한 실루엣이 보인다.
리와 기자들은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던 전투에 이어 원치 않은 사건에도 휘말리며 몇 번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비현실과 현실이 뒤섞인 상황과 오래 외면해왔던 공포들을 흠뻑 체감한다.
무엇을 위한 분열인가
워싱턴으로 향하던 네 사람은 한 테마파크 입구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군인 시체를 발견한다. 이상함을 느끼고 차를 돌리려는 순간 갑자기 총알이 빗발치고 새미를 제외한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려 바닥에 엎드린 군인 옆에 자리를 잡는다. 조엘은 군인에게 묻는다. 저 안에 누가 있냐고, 지휘관은 누구냐고. 군인은 답한다. 저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고 지휘관은 없고 그저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해서 쏘는 것이라고.
군인의 대답은 현재 내전 상황을 한 번에 설명한다. 이들은 누구와 왜 싸우는지 모른다. 그저 살기 위해 총을 쏠 뿐이다. 기자들도 군인들과 다르지 않다. 처음엔 내전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건 영웅처럼 보이지만 나중엔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지 정확히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은 무엇을 찍고 그 사진 아래 어떤 말을 적고 싶었던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두 무리의 Shooting(총격, 촬영)이 가진 의미는 점점 흐릿해지고 이들은 더 이상 이 전쟁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쟁 또한 이들에게 명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든 걸 흐리게 만드는 피
피와 뷰 파인더에 가려진 제시의 시선
공포와 피는 뚜렷했던 것을 점점 흐려지게 만든다. 특히 처음으로 전쟁을 가까이서 겪은 된 제시가 이에 크게 반응하고 변화한다. 주유소에서 처음 고문 당한 사람을 봤던 날, 제시는 밤이 되었음에도 요동치는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 하지만 피 흘리는 사람을 다시 눈으로 보고 카메라로 담고 또 거대한 시체 구덩이에 떨어져 본 후 도착한 워싱턴에서 제시는 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탱크에 따라붙으며 사진을 찍는다. 심지어 리가 총알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사진 현상액에도 자신의 체온을 담던 따뜻한 소녀는 어디로 가고 백악관 복도엔 징그럽다 싶을 만큼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 제시가 남는다. 제시의 눈에 가득 맺혔던 누군가의 피는 결국 그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그의 눈앞을 가로막은 뷰 파인더는 소중한 이(리)의 죽음마저 가려버린다.
뷰 파인더를 벗어난 리의 시선
제시는 주유소 사건을 겪고 리에게 묻는다. 저는 왜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말하지 못했을까요?. 제시는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해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리는 제시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우린 묻지 않고 기록하지. 다른 사람이 묻도록.”
리는 오랜 시간 모든 물음을 지운 채 뷰 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 덕에 리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수준을 넘어 거의 냉혈한에 가까운 종군기자로 여러 전쟁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제시와 그가 던진 질문이 리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새미는 주유소에서 충격을 받고 공포에 떨던 제시의 모습과 어린 리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은 리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제시의 모습을 관찰한다.
주유소 사건 다음날. 리, 조엘, 제시는 시내에서 벌어진 소규모 격전에 참여한다. 제시는 어제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죽어가는 이를 찍는다. 이때 리는 셔터를 누르는 걸 멈추고 사진을 찍는 제시를 가까이서 바라본다. 그때부터 리는 제시를 통해 자신을 본다. 피에 벌벌 떨던 어린 소녀였던 자신과 뷰 파인더 뒤에 숨어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찍는 종군기자인 자신을.
리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연이어 터진 동료 새미와 토니의 죽음은 왜 이들이 죽어야만 하는지 이 전쟁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오래도록 외면해왔던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리의 마음은 무너지고,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쯤 그의 종군 기자로서의 자아는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리는 커다란 탱크 뒤를 따라가지 못하고 몸을 웅크린다. 이제 뷰 파인더를 벗어난 리의 눈엔 누군가의 죽음이 보인다. 그래서 그는 제시의 죽음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카메라 뷰 파인더 뒤에 가려진 제시의 눈엔 리의 죽음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총 맞는 순간도 찍을 거예요?”라는 제시의 질문에 리는 온몸으로 답을 내놨지만 그걸 알아줄 소녀 제시는 이제 뷰 파인더 뒤로 사라졌다.
<시빌 워:분열의 시대>는 기자들의 눈과 뷰파인더를 통해 이 이상한 전쟁을 기록하며 은근하게 묻는다. “우리의 눈은 어디에 있는가. 뷰파인더 뒤, 아니면 앞?”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왜 전쟁이 일어났는가?’ ‘누가 무너져야 하고 누가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니다. 영화가 은근슬쩍 던진 ‘이 커다란 분열 속에서도 놓쳐선 안 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 깨닫는 것이다.
아무리 분열과 죽음이 익숙해진 시대라 해도 우리는 뷰파인더 뒤에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승, 패와 잘잘못이라는 결과 밑에 쌓인 수많은 죽음과 희생을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어린 리처럼, 처음 여정을 시작했을 때의 제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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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부모밑에서 자란 귀여운 천재소녀 마틸다(결말포함 영화리뷰)
영화 마틸다 입니다.
결말포함 영화리뷰 추천영화 가족영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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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헐크버스터가 온다!
#왓이프 #아이언맨 #마블레고
2021. 06. 0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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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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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왓이프 아이언맨!
00:41 유출된 레고
02:32 왜 사카르에?
03:06 레고가 페이크라면?
03:55 접점이 없는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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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체이탈자> 메인 예고편
“누가 진짜 나인지 모르겠어요”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한 남자.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과 이름,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바뀌었어. 낮에도 바뀌더니 밤에도 또”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남자.
그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가 12시간마다 몸이 바뀌었던 사람들,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의문의 여자까지,
그리고, 이들이 쫓고 있는 국가정보요원 ‘강이안’.
“이제 알게 됐어. 내가 뭘 해야 되는지”
모두가 혈안이 되어 쫓고 있는 ‘강이안’이 바로 자신임을 직감한 남자,
자신을 찾기 위한 사투를 시작하는데…
진짜 나를 찾기 위한 본능적 액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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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폴레옹> 티저 예고편
거대한 소용돌이의 시작? 압도적 전율 #티저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