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9-09 18:16:28
영감을 불어넣어 줄 아티스트 다큐
오아시스 재결합 화해 기념
15년 만에 화해한 오아시스 축하 기념
뮤직 아티스트 다큐 9선
아티스트의 깊은 내면과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
사생활까지 풀어낸 레전드 다큐들을 소개합니다.
싸우지마요 오아시스
Relative contents
-
- 4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4월 셋째 주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
.
.
(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인기 시리즈 영화 <존 윅>의 개봉으로 전체 주말 관객 수가 105만 7천 명에 도달하였습니다. 지난 주말(86만 7천)과 비교했을 때 약 22%가량 증가하였습니다. <존 윅 4>의 개봉에 따라 <스즈메의 문단속>과 <리바운드>의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하였습니다. 개봉 전 독특한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았던 <킬링 로맨스>는 개봉 첫 주말 4위에 진입하였습니다. 지난 주말에 아쉽게 6위를 차지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한 계단 상승하며 다시 한번 TOP 5에 진입하였습니다.
1. <존 윅 4>(NEW)
<존 윅 4>는 개봉 첫째 주 주말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입증하였습니다. <존 윅 4>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이번 편은 전편인 <존 윅 3>의 개봉 스코어를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존 윅 4>가 전편의 흥행 기록인 100만 명을 언제 넘어 설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존 윅 4>는 CGV 골든에그 95%,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3, 메가박스 실관람객 평점 8.9점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2. <스즈메의 문단속> (⬇︎1)
5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스즈메의 문단속>은 인기 시리즈 <존 윅 4>의 개봉에 따라 2위로 하락하였습니다. 영화는 400만 관객 돌파까지 최단 기록을 세워 놀라움을 자아냈으며, 현재 460만 관객까지 기록하였습니다. 영화는 국내 개봉 역대 일본 영화 TOP 1위까지 단숨에 석권하였다.
3. <리바운드>(⬇︎1)
<리바운드> 역시 한 계단 하락하여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리바운드>는 지난 15, 16일 이틀간 진행된 경기-서울 지역 무대인사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영화의 몰입도를 위해 배우들은 실제 선수 못지않는 개인 연습과 합숙 훈련을 진행하였고, 이는 실제 관객들이 느끼는 영화의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관객들의 N차 관람 인증 릴레이로 누적 관객 수를 얼마나 돌파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4. <킬링 로맨스> (NEW)
4월 3주 차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2013년 <남자사용설명서>로 주목받았던 이원석 감독의 신작 <킬링 로맨스>가 차지하였습니다. 개봉 전부터 독특한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반응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받았습니다.
5. <더 퍼스트 슬램덩크>(⬆1)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한 영화는 바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입니다. 4월 둘째 주에 아쉽게 6위를 차지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셋째 주에 한 계단 상승하여 TOP5 안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1위를 차지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2위를 차지한 <더 포프스 엑소시스트>는 <레미제라블> 자베르 역의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아직 국내 개봉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4위를 차지한 <렌필드>는 국내에서 19일 개봉 예정인 작품으로 배우 니콜라스 홀트가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에어>는 나이키에 관한 영화로 국내에서는 8위를 차지하였지만, 북미에서는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
.
.
씨네픽의 4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봄밤> 심층 분석 2
첫번째 리뷰에서는 <봄밤>이 기석과 지호의 캐릭터 대비를 통하여 정인-지호 관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다루었다.
이번 리뷰는 봄밤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정인-지호-기석의 감정선 변화와 그를 담은 연출에 집중한다.
<봄밤>의 이야기의 배경은 놀랍도록 한정적이다. 약국, 도서관, 은행, 차 안, 집, 같은 산책로, 같은 카페와 식당.현실 속 사랑은 결국 일상을 기반으로 피어나기에 사랑에 빠진 우리의 삶은 정작 겉에서 보기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런 점을 표방하듯 <봄밤>은 화려한 로케이션이나 특별한 곳이 아닌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 특별할 것 없는 장소들에서 피어나는 정인과 지호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시청자들은 숨을 죽인 채로 가만히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마치 사랑에 빠져 들어가는 우리 자신의 마음을 보듬듯.
첫만남
정인과 숙취에 시달리던 날, 정인과 지호는 지호의 약국에서 약사와 (지갑을 가져오지 않은) 손님으로 처음 만난다.
지호는 정인을 처음 본 순간부터 정인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정인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소 융통성이 없는 정인이 평소엔 절대 하지 않을 행동 - "내 전화번호 줄까요?"- 을 한다. 지호는 대신 본인의 전화번호를 불러주고, 정인은 불러준 전화번호를 단번에 외우고는 놀라워한다.
후에 지호와 정인은 정인의 친구 아파트에서 다시금 우연히 마주치고, 바로 전 지호의 고백을 거절한 정인은 지호가 본인을 따라왔다 오해한다. 지호에게 역정을 낸 정인은 얼마 후 본인의 실수를 깨닫고 지호에게 연락을 한다.
연락을 받은 지호는 아파트 발코니를 통해 아파트를 떠나는 정인을 바라본다.
친구할래요?
그날 밤 정인과 지호는 밤의 약국에서 만나 서로의 속얘기를 털어놓는다. 친구하자는 정인의 제안을 지호는 거절하고, 정인은 떠난다.
지호는 정인이 두고 간 녹차잔 곁에서 한참을 머무른다.
다음날 정인이 기석을 따라 나간 기석의 농구동호회 경기에서 지호와 정인은 다시 만난다.
<봄밤>에서 '초반부의 설렘'을 담당하는 OST <Is It You>가 흐르며 봄밤의 첫화는 마무리된다.
정인-지호의 세번의 우연한 만남에서 연출은 집요하게 인물들의 시선을 좇는다.
첫번째 만남에서는 약국 바깥의 정인에게 관심을 갖는 지호의 시선, 두번째 만남에서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정인을 바라보는 지호의 POV와 짧게나마 지호와 눈을 마주치는 정인의 시선. 세번째 만남에서는 불편해하면서도 신경이 온통 지호에게 쏠려있는 정인의 POV. 그에 담긴 정인과 스쳐가듯 눈을 마주치는 지호. <봄밤>은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추상적인 끌림을 시각화하여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정인의 시선 끝 지호]
기석의 농구 동호회 회식에까지 참여하게 된 정인과 재인. 정인은 화장실을 가러 잠시 바깥으로 나온 새에 지호와 아들의 통화를 들어버린다. 의도치 않게 지호의 사생활을 엿들어 버린 정인이지만 묘하게 싫지가 않다.
지호는 정인의 친구하자는 제안에 응하고,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된다.
혼란과 밀어냄
허울좋은 '친구' 라는 단어로 희미해진 선에 지호와 정인은 혼란스러워한다. 결국 지호와 정인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통화를 하며 그런 자신들의 마음을 고백한다. 감정적 arc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자 3화의 하이라이트를, 카메라는 롱샷과 미디움 롱샷의 리버스를 교차해 가며 쌓아올린다. 둘의 얼굴 표정을 강조하는 타이트한 샷 대신 선택한 와이드한 샷구성은 장면이 과도하게 신파적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두 주인공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서로를 향한 끌림을 참고 있는 둘의 속마음은, 표정보다는 그들의 경직된 자세에서 더욱 여실히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정인과 지호 사이에 위치한 횡단보도라는 물리적 제약 또한 와이드한 샷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하며, 둘 사이에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음을 시각화한다.
카메라는 지호가 돌아간 후 술집으로 돌아온 정인을 시퀀스에서 유일하게 미디움 클로즈업으로 비춘다. 내내 감정을 절제하다 지호가 사라진 뒤에야 아픈 마음을 드러내는 정인의 씁쓸한 표정이 강조되며, 시청자들은 정인의 혼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드라마 초반부 정인과 지호의 사이에는 언제나 물리적인 벽이 존재한다. 유리창, 횡단보도, 도서관의 책장. 둘 사이의 제약을 시각화하는 물체들]
다가감
처음에는 정인이 지호를 밀어냈다면, 둘의 혼란이 가중된 이후부터는 지호가 정인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정인은 결국 애틋함을 이기지 못한 채 지호의 집에 찾아가 모진 말을 쏟아내는 지호의 입을 막고 울음을 터뜨린다. 놀란 지호는 함께 저녁을 먹자 청하고, 둘은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
둘이 자주 만나는 카페에서 지호는 정인에게 힘들어도 본인을 밀어내라 말한다. "정인 씨가 너무 아까워서" 본인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하는 지호를 정인이 바라보는 순간, 카페에서 배경 소음으로 흐르던 <We Could Still Be Happy>는 non-diagetic world 로 넘어와 이야기 바깥에서 흐르기 시작한다. 정인-기석과의 관계에서 매번 아깝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기석이었지 한번도 정인이었던 적이 없다. 본인이 '을' 로 평가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정인이 본인의 존재를 가치있게 여기는 지호에게 다시금 세게 동요하는 순간을, <봄밤> 은 배우들 간의 시선과 음악으로 전달한다.
지호에게 다가서는 정인을 겨우내 독한 말로 밀어낸 지호지만, 정인 집 앞의 지호를 발견한 재인의 강요에 얼떨결에 정인의 집을 방문한다. 멀어지려던 둘의 거리는 지호가 정인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함으로서 다시 가까워진다. 직장이나 카페같이 공적인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던 둘의 교류가 집이라는 온전히 사적인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재인, 영재, 지호와 정인 네 명의 인물들의 대화 중간중간 편집된 정인과 지호의 dirty(Dirty shot: 피사체 인물 이외의 다른 인물의 신체부위를 걸고 찍는 샷) 미디움 클로즈업 샷은 그들만의 비밀스런 기류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관계의 긴장감을 표면화한다. 지호와 더 가까워지기로 결심한 정인은, 같은 날 밤 지호의 앞에서 기석에게 이별을 고한다.
[화면에 걸친 서로의 존재]/출처 넷플릭스
[기석에게 이별을 고하는 정인 --> OVS 로 정인의 신경이 향하는 곳이 지호임을 표명하는 동시에 지호에게 가기로 한 정인의 굳은 결심을 드러낸다]
지호-정인의 관계가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얻는 순간
일련의 사건을 지나 정인과 지호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정인 또한 기석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온 힘을 다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가슴 한구석에는 여전한 찜찜함이 남는다. 그는 누군가의 연애가 끝나고 그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을 보는 일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떳떳하지만은 않게 시작한 정인과 지호의 사랑 때문이기도 하다.
정인-지호의 관계 진전 이후 <봄밤>이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시청자들의 그 '찝찝함'을 없애는 것이다. '너네의 사랑은 앞에 버리고 온 사랑과 뭐가 그리 다른데?' 라는 시청자들의 의문을 해결하는 것. <봄밤>은 16화 드라마에서 가장 결정적인 회차인 9화(8화 혹은 9화는 16화 드라마의 꽃으로 불린다)의 전체를 이 질문에 답하는 데에 할애한다.
9화 (32부작 기준 17, 18화) 에서 지호와 정인은 같은 날 각자의 부모님께 상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지호에게 정인은 자신을 '그냥 유지호'로 보아준 유일한 사람이며, 정인에게 지호는 자신이 꿈꿔오던 '따뜻한' 사람이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사랑에 빠진 이유가 설명되지 않아 둘 관계의 정당성이 흐릿했다면, 지호와 정인이 타인에게 상대를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시퀀스를 통해 둘의 관계성은 비로소 윤곽을 드러낸다.
둘의 관계성을 확립한 후 바로 이루어지는 데이트 시퀀스는 그래서 다른 데이트 시퀀스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세상의 시선 혹은 주변인들에게 위축된 채 '을'로 살아왔던 두 사람은 꿈꿔왔던 사람인 서로의 앞에 설때 비로소 편안하고 당당한 본연의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데이트를 끝내고 나오던 정인과 지호는 둘의 데이트 소식을 듣고 달려온 기석과 마주친다. 삼자대면 엔딩에는 항상 대립 상황을 대변하던 <No Direction> 이 아닌 <We Could Still Be Happy>가 엔딩곡으로 쓰인다. 드라마를 닫는 샷 또한 세명을 모두 잡은 마스터가 아닌 정인과 지호의 2 shot - LS 이다. 이는 정인-지호/기석의 대립을 강조하는 대신 정인과 지호의 관계성을 강조하는 엔딩으로, 데이트 시퀀스 앞에서 윤곽을 그린 그들의 관계성을 선명히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9화의 연출을 통해 정인-지호의 관계의 필연/정당성은 비로소 시청자들에게 가닿고, 엔딩 시퀀스에서 We Could Still Be Happy 가 흘러나오는 순간, 시청자들은 그들의 행복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깊어지는 지호와 정인의 관계, 옅어지는 기석의 확신
지호와 정인의 관계성이 확립되고 둘 사이의 확신이 짙어지며 카메라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인물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12화 (32부작 기준 23,24화)에서 정인이 지호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슬쩍 내비칠 때, 카메라는 통화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이처럼 회차를 거듭하고 둘의 관계가 깊어질 수록 대화 씬 리버스샷에서 카메라의 구도는 점점 타이트해진다. 이러한 카메라의 개입은 14화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정인과 지호가 "죽을 때까지 상대방을 기억해주기"라는 약속을 할 때, 카메라는 dolly-in으로 통화하는 정인의 모습을 담는다. 이는 드라마에서 거의 유일하게 카메라가 존재감을 피력하는 순간으로, 점점 농도가 짙어지는 정인의 사랑을 시각화한다. 회차를 거듭할 수록 짙어지는 화면의 분홍색도 같은 역할을 한다.
믿음을 쌓아가는 지호-정인과 달리 회차를 거듭할 수록 기석은 이성을 잃어간다. 기석이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도 정인에게 막무가내로 프러포즈를 한 후부터 기석-정인-지호가 대립하는 씬에서 카메라는 기석의 샷은 약간의 high angle로, 정인-지호의 샷은 약간의 low angle로 촬영한다. 서로에 대한 확신을 얻은 지호-정인은 힘을 얻고, 점점과 이성과 확신을 잃어가는 기석이 열세에 놓였음을 카메라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봄밤>이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서로에 대한 확신과 사랑, 그리고 그를 통해 얻은 믿음이 주는 힘' 의 테마를 영상적으로 뒷받침한다.
수미상관
<14화>
지호와 정인이 처음 서로의 약점을 내보이던 밤의 약국. 후반부 공식적인 연인이 된 그들은 비슷한 시간대, 같은 곳에서 또다시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지호는 정인에게 처음으로 본인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고, 정인 또한 지호의 말에 귀기울인다.
또, 초반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건너오지 말라' 며 애닳아하던 둘은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 망설임없이 서로의 품에 안긴다.
<마지막화>
정인은 지호의 약국에 찾아가 장난스레 '술 깨는 약을 달라' 말한다. 바깥의 요란한 공사 소리가 둘의 대화를 방해하지만, 이번에는 지호와 정인 둘다 장난스레 웃음짓는다. 공사 소리 때문에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애닳아 하던 과거와 대비되는 순간이다.
겨울 막바지의 눈에서 시작한 둘의 마음은, 벚꽃이 만개한 봄밤을 지나 어느 여름밤에 도달한다. 달라진 계절과 달라진 지호-정인의 관계가 같은 배경에서 수미상관으로 끝을 맺을 때 시청자들은 비로소 체감한다. 또 한편의 눈부신 이야기가 끝이 났음을.
-
- 현실과 환상 사이
캐스팅과 뮤지컬이라는 장르만을 놓고 볼 때 <아네트>는 레오 카락스가 만드는 상업영화처럼 보인다. 예술영화에도 얼굴을 비추지만 이제는 상업영화 배우에 더 가까워 보이는 아담 드라이버와 특히 헐리웃에서 영어 연기를 할 때 상업영화 출연 빈도가 높은 마리옹 꼬띠아르는 <아네트>가 일반 관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잘 알려진 배우들과 노래가 함께 하는데도 <아네트>는 상업영화라고 보기에는 난해한 구석이 있는데 특히 액자구성과 무대와 현실을 오가는 영화의 형식에서 더욱 난해함이 두드러진다. 영화가 시작할 때 레오 카락스는 직접 등장해서 이제 시작하자고 속삭인다. 그리고 영화의 캐스트가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제 시작할까요(May we start?)라고 노래하는 장면은 <라라랜드>를 연상시킬 정도지만 오프닝에 비해 영화가 조금도 친절하지 않다는 사실은 시작한 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알 수 있다. 영화가 시작하고 등장인물이 소개되면 관객은 제목이기도 한 아네트가 언제 등장하는지를 기다리느라 더욱 혼란에 빠진다. 서사를 시작하는 건 아네트가 아닌 안(마리옹 꼬띠아르 분)과 헨리(아담 드라이버 분)이고 아네트는 이들 사이에 태어난 딸인데 무대 소품처럼 보이는 인형으로 등장하는 신이 훨씬 더 많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왜 레오 카락스 감독이 이런 난해한 구성을 취했는가다. 연극과 영화를 오가는 건 아네트 뿐만이 아니라 안이 헨리와 싸우는 장소인 배에서도 나타나는 연출이다. 흥미로운 건 안과 헨리 모두 무대가 주된 삶의 터전인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오페라 가수로 등장하는 안은 무대에서 유사 죽음을 수도 없이 경험하고 관객을 구원한다. 코미디언인 헨리는 무대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바로 부활하며 관객에게도 죽음을 선사한다. 이는 안과 헨리가 나누는 대화에서 두드러지는데, 오늘 무대가 어땠냐는 질문에 헨리는 '죽여줬어(I killed them)'라고 대답하는 반면 안은 '관객을 구원했어(I saved them)'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결혼해 부부가 된 이들은 정 반대의 노선을 걷는다. 관객에게 죽음을 선사하던 헨리는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순간 무대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안은 점점 더 잘나가는 오페라 가수로 자리매김한다. 헨리는 그 이유를 자신이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라 단정짓지만 관객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냉정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즉 무대라는 극중 장치는 영화의 형식을 서사에 그대로 반영하면서 헨리의 사고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도록 만드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인기없는 코미디언이 되고 공연이 취소된 헨리는 태어난 아네트를 키우며 점점 현실을 잃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를 보다가 아이 위에 앉는 장면이 대표적인데(babysitting을 이용한 언어유희) 이 장면은 관객에게도 현실인지 아닌지 불분명해 보인다(실제라면 아네트가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 또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모습을 잠깐이나마 보여주는데 공연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헨리의 전 연인들이 헨리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보는 장면이 그것이다. 안은 차에서 잠들었다가 이 뉴스를 보게 되는데 뉴스가 끝나고 안은 잠에서 깨어난다. 이 장면 또한 관객에게도 혼란을 불러일으키는데 헨리와 안의 환상은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장면들이 암시하는 것은 안과 헨리가 서로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태어난 아네트와 힘든 육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승승장구하는 안에 대한 헨리의 열등감과 질투다. 공연이 취소되기 전 헨리가 야유를 받았던 공연의 내용은 자신이 안을 죽였다는 것이다. 극중극에서 헨리의 살해 방법은 놀랍게도 간지럼 태우기인데 관객은 말도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면 정말 헨리가 안을 그 때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아내를 죽여 스스로의 부활을 꾀했던 헨리는 도리어 그 공연으로 야유를 받고 무대에서 영원히 퇴장하고, 이는 이후 서사의 복선으로 활용된다.
아네트가 태어나기 전에는 무대에서 퇴장하면 편안한 집에서 휴식을 취했던 이들은 아네트가 태어나고 부부관계가 불안정해지자 불안정을 상징하는 태풍이 부는 배로 무대를 옮겨간다. 이 배는 앞서 말한 연극의 공간이다. 누가 봐도 배경은 태풍이 치는 바다를 스크린으로 띄운 것이며 흔들리는 배와 쏟아지는 물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 장면 이후부터 안 없이 살아남은 헨리가 목격하는 것들은 대부분 현실처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아네트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 아네트는 여전히 목각인형이기에 불쾌한 골짜기와 같은 감정까지 불러일으키는데 아네트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감독은 의도적으로 아네트의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움직이는 입술을 목각인형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취한 방식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아네트의 노래가 헨리의 환상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잠시나마 헨리의 환상인 것처럼 보이던 아네트의 노래는 안을 사랑했던 지휘자가 이를 함께 듣고 놀라는 장면과 더불어 전세계 관객들을 충격에 빠트리면서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만일 노래하는 아네트가 헨리의 환상이라면 아네트의 노래를 듣고 놀라는 지휘자와 관객 또한 헨리의 환상이 된다. 아네트는 극이 끝날 때까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관객을 혼란에 빠트리는데 이는 헨리의 생각 자체가 착각일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헨리가 자신의 무대를 잃은 것이 안과 아네트 때문이라는 착각은 안이 죽은 이후에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헨리뿐이다. 기실 헨리의 무대는 안과 결혼하기 전에도 그닥 재미있지 않았다. 이를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처럼 헨리는 무대에서 자신이 안을 사랑하는 이유는 분명하지만 안이 자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모르겠다고 중얼거린다. 매 무대마다 새로운 농담을 생각해내어 관객을 '웃겨 죽여야' 하는 헨리와는 달리 안은 같은 무대를 여러번 반복한다. 죽여야 하는 상대가 자신뿐이고, 무대에서 스스로 낙하함으로써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안과는 달리 헨리는 매일 죽여야 하는 상대가 바뀌는 데다 그 수도 많다. 심지어 무대에서 자신이 죽는 시늉을 하더라도 관객이 반드시 웃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헨리가 진행하는 코미디쇼의 질이 낮아진 것은 헨리 자신의 문제도 있지만 코미디쇼라는 형식에 그 원인이 있다. 하지만 무대에서 사람을 죽이고 그 자신마저 죽었던 헨리는 이제 무대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영화의 형식이 연극과 현실을 오가는 것은 헨리의 이런 정신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헨리는 분명히 배에서 안을 죽음으로 몰고 갔지만 그 자신조차도 정말 그랬는지 헷갈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헨리가 극이 끝났음을 인정하고 아네트를 현실로 받아들일 때 그 현실은 파도처럼 한꺼번에 덮쳐온다. 아네트를 월드투어로 혹사시키는 것이 아동학대라는 것을 받아들인 헨리는 최후의 공연을 기획하고 그 곳에서 공연자로서의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네트가 목각인형이 아닌 현실의 아이가 되어 헨리에게 노래할 때 헨리는 가장 현실적인 공간에서 아네트를 맞이한다. 하지만 이제 현실을 받아들인 헨리 앞에서 환상 속을 헤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네트다. 헨리는 아네트에게 널 사랑해도 되겠냐고 물어보지만 아네트는 헨리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아네트와 헤어질 때 헨리는 마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다시 목각인형이 된 아네트를 목격하는데 이는 이 모든 것이 헨리의 환상이었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아이지만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던 아네트는 존재했던 것인가? 아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헨리가 죽인 이들은 왜 죽었는가? 결국 <아네트>는 자신의 쇠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환상을 헤맨 코미디언의 최후인 셈이다.
헨리는 자신의 코미디쇼에서 자기 자신에게 끝도 없이 묻지만 결코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되뇌인다. 왜 헨리는 코미디언이 되었는가? 서사 전체에서 보듯이 헨리는 코미디에 소질이 없다. <아네트>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결국 애꿎은 이들을 희생시키고서야 현실을 받아들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영화의 제목이 <아네트>인 이유는 아네트야말로 헨리가 만들어낸 환상의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정말 존재했는지조차 영화가 마무리될 때까지 불분명한 아네트는 헨리와 안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 이유는 자신을 환상으로 만들어낸 헨리가 자신을 없애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뮤지컬의 선율을 기반으로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호연을 볼 수 있는 <아네트>는 현실에 기반한 위험한 환상을 조금은 기괴하게, 하지만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는 모두 네이버영화입니다.
*해당 글은 씨네랩의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견뎌야만 하는 세상에서 만난 나의 그림자
소년시절의 너 (少年的你, Better Days)
개봉일 : 2020.07.09 (한국 기준)
감독 : 증국상
출연 : 주동우, 이양천새, 윤방, 오월, 주 이, 장예범
“견뎌야만 하는 세상에서 만난 나의 그림자”
“Was와 Used to는 둘다 과거시재지만, Used to는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야.” 아이들 앞에 서있는 선생님이 뭔가를 떠올리는듯한 표정으로 영어 지문을 설명한다.
이 영화는 이제 과거가 된 일에 사로잡혀있기보단 이젠 ‘그렇지 않은’ 현재를 살고싶은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다. <소년시절의 너>라는 제목만 봐서는 왠지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처럼 하이틴 로맨스 또는 첫사랑에 관련한 아련한 영화가 아닐까-하는 느낌을 받을수도 있지만, <소년시절의 너>는 끝없이 버텨야만 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개봉 당시 ‘충격적이었다’는 평이 많은 영화였는데, 그건 바로 폭력적인 장면들 때문이다. 미리 말해두자면 이 영화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주인공인 영화다. 학창시절, 물리적 폭행 장면의 수위가 꽤 높아 누군가에겐 더 힘들고 울렁이는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에 관한 트라우마가 크다면 이 영화를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폭력적인 장면에 더해 가난한 주인공의 집안 사정과 대입을 앞둔 상황이 더욱 무거운 압박감이 되어 보는이의 마음을 누른다. 아프고 또 두렵지만 성공하기 위해, 원하는 대학에 가기위해 꾹 참고 견뎌야만 하는 소녀와 거친 환경에 홀로 남겨져 강해질수밖에 없었던 소년. 그리고 ‘너희는 어리니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연약한 아이들을 지켜주려 노력하지 않는 무책임한 어른들. 부끄럽고 슬프고 미안했다. 거기에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말 한마디가 더 얹어지고 나니 더 부끄럽고 아팠다.
영화의 중심은 소년과 소녀의 그 나이대에 맞는 순수한 사랑이 아니다. 매 순간 포기하고, 벗어나고 싶은 세상에서 만난 나처럼 아픈 사람, 나의 안녕을 물어준 사람, 나를 위로하고 나를 위해 희생해준 사람에게 느끼는 동질감과 위로. 그리고 그 다음에 피어난 사랑. 풋풋한 소년소녀의 첫사랑이라기보단 아픔과 멍으로 가득찬 단단한 그 감정이 긴 계단밑으로 굴러떨어지는듯했다.
몰입도가 높고 여운이 긴 영화여서 그런지 이 영화를 본 날은 밤새 주연배우의 사진을 찾아봤던것같다. 왠지 그들이 영화 주인공이 아닌 현실에서 웃는 얼굴을 봐야만 이 슬픈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것 같아서 말이다.
소년시절의 너 시놉시스
시험만 잘 치면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가르치는 세상에서 기댈 곳 없이 세상에 내몰린 우등생 소녀 ‘첸니엔’과 양아치 소년 ‘베이’.
비슷한 상처와 외로움에 끌려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 두 사람은 수능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첸니엔’의 삶을 뒤바꿔버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첸니엔’만은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베이’는 그녀의 그림자가 되어 모든 것을 해결하기로 마음 먹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대입재수를 준비하는 학교.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첸니엔은 후 샤오디에와 함께 우유를 나르고 있다. 첸니엔은 반에서 그닥 눈에 띄지 않는 학생, 후 샤오디에는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었다. 아무것도 꽂혀있지 않은 우유들 사이에 유일하게 빨대로 뚫려있는 우유처럼 비슷한 학생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게 망가져있는 학생. 후 샤오디에는 그런 존재였다. 같은반 아이들은 후 샤오디에의 괴롭힘을 모르는척하고 후 샤오디에는 “왜 너희는 보고만 있니?”라고 묻지만 아이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죽은 후 샤오디에를 보며 “왜 뛰어내린거야?”라고 되물을 뿐이다.
후 샤오디에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그 눈빛에 담긴 감정을 읽은 사람은 첸니엔이 유일했다. 바닥으로 추락해 죽은 동급생의 모습을 보며 카메라를 꺼내드는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첸니엔은 체육복으로 후 샤오디에를 덮어준다. 그 사건을 계기로 첸니엔은 새로운 학교폭력 피해자가 된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에게 마지막 선행을 베풀어서, 어른들에게 가해자를 고발한것 같아서. 이유는 그뿐이었다. 의자위에 고인 피 위로 첸니엔의 얼굴이 반사되고 후 샤오디에가 당했던 모든 폭력은 다음 타겟인 첸니엔에게로 향한다.
어른들은 모든 사실을 외면한다. 폭력을 당한다는 피해자에게 “애들과 잘 지내도록 노력하고, 선생님이 얘기할게.” 그게 전부다. 형사들도 이유와 상황을 물을뿐,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후 샤오디에를 덮어준 행동에 더불어 엄마인 저우 레이가 사기를 치고 다닌다는 부풀려진 소문까지 겹쳐지고 첸니엔은 더 심한 폭력을 당하게 된다.
불법장사가 아닌 또 다른 피해자라고 말하는 첸니엔의 엄마 저우 레이. 그녀는 자신의 정수리에 흰머리가 자라고 있는것도 모를만큼 열심히 일한다. 딸을 베이징 대학에 보내고 그곳에서 함께 인생을 바꿔가겠다는 희망으로 첸니엔을 키운다. 하지만 넉넉치 못한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매일 빚쟁이들만 찾아올뿐이다.
첸니엔은 마지막 희망인 ‘베이징 대학 입학’만을 바라보고 견딘다. 선을 넘은 폭력도, 불안한 가정 형편도. 심지어 자신의 몸을 건사하기도 힘들텐데 뒷골목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남자(샤오 베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까지 하다니. 이토록 용기있고 착한 소녀가 또 어디있을까 싶다.
샤오 베이는 그날,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된다. 홀로 살아남아야만 했기에 강하고 거칠어져야만 했던 소년 샤오 베이. 누구도 그 소년을 돌아보거나 챙겨주지 않았다. 같이 아파해주지도 않았고. 샤오 베이에게 첸니엔은 “처음으로 나한테 아프냐고 물어본 사람”이었다.
“날 보호해줄래?”
위를 막아도 아래를 향해 날아오는 공처럼, 막아보고 또 모르는척 하려해도 끝없이 이어지는 괴롭힘속에서 첸니엔은 어쩔수 없이 견디고 있었다. 그리고 샤오 베이를 만난 날,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새로운 방법을 찾게된다.
“다들 어리잖아. 두번째 기회는 줘야지.”라고 말하며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를 위하는 어른들의 이상한 법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건 ‘법’이 아닌 ‘물리적 힘’이었다. 첸니엔은 샤오 베이에게 보호 받으며 열심히 대입을 준비한다. 샤오 베이는 첸니엔이 책을 볼 수 있도록 전구를 하나 더 달고 첸니엔은 샤오 베이가 누워있는 침대 방향을 바라보며 잠이 든다.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고 나의 안부를 물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의 아픔을 공감해주는 사람. 첸니엔과 샤오 베이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다.
어른들은 첸니엔과 베이를 지켜주지 않는다. 폭력과 아픈 기억 또한 어른이 되면 잊혀질거라며 말도 안되는 위로를 한마디 던질뿐, ‘아픔을 잊는 법, 아픔을 잊을 수 있는 어른이 되는 법’ 같은건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 세상속에서 첸니엔과 베이는 함께 앉아 머리를 밀며 눈물을 흘린다. 보호자 없이 향해야하는 수험장과 모독적인 희롱과 폭력을 견뎌야했던 골목. 첸니엔은 그 모든 순간들을 이겨낸다. ‘입시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런 첸니엔을 위해주는 사람은 세상에서 단 한명뿐이다.
“넌 계속 걸어 네 바로 뒤에 내가 있을게.”
“첸니엔은 베이에게 갚을게 하나 있다.”
베이는 첸니엔을 위해 첸니엔의 과실치사 혐의를, 아니 살인죄를 뒤집어쓰기로 다짐한다. 사고로 인해 죽은 학교 폭력의 가해자 웨이 라이를 죽이고 여러 여성들을 성폭행 하려고 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든 베이는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첸니엔은 대입을 마치기 위해 끝까지 시험을 보고, 두 사람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그 ‘다음’과 ‘다시’가 꼭 돌아올거라는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첸니엔은 죄책감을 안고 베이징으로 떠날 준비를 하다가 정 형사의 거짓말 한마디에 무너진다.
왜 우리 둘을 그냥 두지 않냐며 울부짖는 가냘픈 소녀의 목소리가 너무도 슬프게 느껴졌다. 견디면 견디는대로 더 아팠고, 아프다 말하면 어른들은 잊혀질거라 대답하거나 임시방편을 내놓고 사건을 외면한다. 피해자를 아프게 했던 가해자는 ‘다 잊고 새로 시작하자. 친구로 지내면 좋았을걸, 이제 친구하자’와 같은 열불나는 말만 뱉어내고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가해자가 두려워했던건 자신의 죄가 아닌 범죄자라는 낙인정도 뿐이었으니까.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 세상에서 만난 유일하게 나를 지켜주고 돌봐주는 사람. 첸니엔은 베이와 함께하길 선택한다. 베이는 항상 첸니엔의 뒤 또는 옆에서 첸니엔의 발걸음에 맞춰 걷고, 첸니엔은 베이의 등을 쓰다듬는다. 어른들은 첸니엔과 베이가 ‘어려서 모른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 두 사람이 무책임한 어른들보다 더 강한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몰랐다. 이 소년과 소녀의 아픔을. 엄마에게 버림받은 소년의 절망과 혼자서 살아남아야했던 버거움을. 한줄기 희망을 잡고 버텨야만 했던 소녀의 떨리는 손과 어깨를. 이제는 알아야한다.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되도 않는 위로와 동정보다는 이런 아픔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법과 든든한 방패막이 필요하다.
최근 큰 이슈가 되었던 학교폭력에 대한 기사들을 접하며 이 영화와 처음 봤을 당시의 감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젠가 상처를 입었던 내 마음을 되돌아봤다. 항상 외면하고 있었다. 내가 받았던 상처와 지금도 누군가가 받고있을 상처를.
<소년시절의 너>라는 영화는 힘들고 어두운 영화임은 분명하다. 10%쯤의 희망과 서로를 향한 사랑이 빛나고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아프고 울렁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봐줬으면 한다. 폭력이라는것이 얼마나 악랄하고 피해자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지. 그리고 세상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소년시절의 너>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끼고,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Kyung film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봄꽃 같은 얼굴을
극장의 존폐 위기를 말하는 시대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영화계만 받은 건 아니지만, OTT 경쟁의 시대까지 겹치면서 영화계는 예상보다도 큰 타격을 입었다. CGV는 한동안 극장을 축소 운영했고, 상상마당 시네마를 비롯한 작은 영화관들도 잠시 문을 닫았으며, 서울극장조차 역사의 이름이 되어 버렸다. 영화의 주요 수입원인 극장이 휘청거리는데 영화계가 휘청거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좋은 성적이 기대되던 영화들조차 극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겼고, 어렵게 개봉한 영화들도 흥행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흐름이 반복되면서 제작 자체가 위축될 위기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악순환은 현재 진행형이다. 티켓 값에 포함되는 영화진흥위원회 발전기금 또한 고갈 위기라는 말이 들려온다. 여기저기서 긴급 좌담회가 열리고, 의견을 개진하고... 하는 것 같지만, 아직까지 극장가의 반등이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와중에 CGV는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 코로나19 이후로만 몇 번째인지. 어려움은 알겠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변방에서 나는 조용히 생각한다. CGV 이 망할 것들아... 망하지 마... 제발.
그러던 중, <태어나길 잘했어>라는 영화의 개봉 소식이 들려왔다.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포스터가 아름답기도 했지만, 강진아 배우의 옆얼굴을 보는 순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아라는 배우를 볼 때마다 감탄한다고 꼭 힘주어 말하고 싶다. 그를 자주 본 것은 아니다. 몇 페이지나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내가 제대로 본 것은 <소공녀>와 <빛과 철> 두 작품뿐이다. 그러나 볼 때마다 기억에 남았다. 잠깐 내려와 링거를 꽂으면서도 예의상의 친절함과 싹싹함을 잊지 않는 사회인 문영의 얼굴이. 안쓰럽게 생각하지만 다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의 여동생에게 참다 참다 한 마디 건네는 올케 소은의 얼굴이. 평생 문영과 소은으로 살아온 사람이나 지을 수 있는 표정과 아우라를 내뿜고 있어서. 억지로 아우라를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지만, 그걸 너무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건 더 어려울 것 같은데 강진아라는 배우는 늘 멋지게 해냈다. 그래서 더 길게, 더 자주 보고 싶다 생각하던 배우였다.
<태어나길 잘했어>는 그 마음을 충족시켜주는 영화다. 이 어려운 시국에 봄처럼 찾아와, 들꽃처럼 보는 이의 마음마저 다정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영화.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태어나길 잘했어' 말해주고 싶은 영화다.
<태어나길 잘했어>의 주인공은 배우 강진아가 연기하는 춘희. 걸어간 자리마다 척척한 물 발자국이 남을 만큼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을 앓고 있어, 수술을 받기 위해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고, 어려서부터 얹혀 산 친척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서도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성실한 인물이다. 하지만 외로운 이들이 으레 그렇듯, 춘희의 성실도 바라보는 입장에서 속이 편하지만은 않다. 어느 정도 천성이기도 하겠지만, 기댈 데 없이 오래 살아온 이의 노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매일 마늘을 까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식구들이 모두 떠난 옛날 집에서도 어린 시절 쓰던 좁은 다락방에서 잠을 청하고, 그렇게 조용히 성실하게 살던 춘희의 일상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춘희도 앞으로 나아간다.
<태어나길 잘했어>의 가장 큰 장점은 촘촘하게 설계된 인물들이다. 영화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까지 세심하게 설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세필화처럼 꼼꼼하게 그려냈다. 그 결과 생생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이 가득해서, 인물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마음이 훈훈해진다. 잘 그려낸 인물은 그 자체로도 이야기를 굴러가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등장하는 인물들 상당수가 이 각박한 세상을 훌륭하게 헤치고 살아가기엔 좀... 쉽지 않을 것 같은, 어딘가 어수룩하고 그래서 귀여운 사람들이다. 주황과 춘희 사이에서 오가는 연애의 스파크는 그래서 더욱 솔직하고 풋풋해 사랑스러우며, 어느 날 갑자기 보이기 시작하는 과거의 춘희와 현재의 춘희를 함께 보고 있노라면 춘희라는 인물이 잘 살아남기 위해 꾸준히 발돋움해 왔음이 느껴져 뭉클하다. 자기도 넉넉하지 않으면서, 마주친 노숙자의 걸걸한 태도에 겁을 먹었으면서도 그 옆에 신발을 놓아두고 가는 춘희의 다정함 또한, 인물들 사이에서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 인물들 사이에서 춘희의 성장은 정말, 민달팽이처럼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궤적을 남기고 일어난다. 늘 속 없는 사람처럼 미소를 짓거나 덤덤하게 대답하던 춘희가 마침내 하고 싶었던 말을 또박또박 전하는 순간, 옆얼굴임에도 불을 품은 것처럼 빛나는 눈동자에서 형형한 힘이 느껴졌다. 그건 춘희라는 인물의 성장이자, 강진아라는 배우의 빛이었다.
아쉬운 지점도 존재한다. 이야기를 나아가게 할 정도로 인물이 힘이 있지만, 정작 사건은 크게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조금 산발적이다. 과거 춘희와 현재 춘희의 교감은 기대보다 훨씬 미진하게 진행되었고, 정작 개인적으로는 크게 기대하지 않은 주황과 춘희의 연애사가 훨씬 재미있었다. (둘의 연애는 정말 너무 하찮고 너무 귀엽다.) 사건이 조금 헛도는 느낌이라, '태어나길 잘했어'라는 메시지가 의도만큼 힘 있게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는 느꼈다.
아쉽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몇 번이나 손가락을 머뭇거렸다. 나는 왜 이 영화에 아쉬움을 느꼈으면서도 아쉽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가. 사람마다 취향과 기준이 다른데 좀 아쉬울 수도 있지, 그 사실을 왜 이렇게 안타까워하고 있는가. 이유가 뭘까. 이 마음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 마음을 들여다보니, 이 영화의 진심에 공명하는 마음이 있었다.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오래 주목한 끝에 빚어진 영화라는, 이들을 안아주는 영화라는 진심이 분명하게 전해졌던 것이다. 이 영화만이 가진 힘은 인물을 촘촘히 설계했다는 것도, 배우들이 연기를 감탄 나오게 잘했다는 것도 (강진아 배우만 언급했지만 홍상표 배우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호연도 대단히 빛나는 영화다)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을 향한 애정에 있었다.
주황과 춘희가 처음 만난 모임처럼, 어수룩하고 상처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신경림의 시 한 구절처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다정하게 보듬는 것. 그게 영화 속 인물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영화 자체와 관객 사이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민달팽이 점액처럼, 땀 찬 손처럼 끈끈하게.
모두가 오래 버텨온, 버틸 힘이 점점 사라져 가는,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다. 영화들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어려운 때에, 봄꽃 같은 이 영화의 얼굴을 본다. 독립영화의 면면을 이뤄온 배우들의 든든한 얼굴을, 다정한 마음을 가득 담아 영화를 만든 제작진의 이름을, 영화 속 펼쳐지는 배경의 나지막하고 다정한 길거리를.
망하지 않을 거다. 힘들고 모자란 대로 끈끈한 손을 맞잡는 이런 영화가 있는 한. 이 영화 정말, 태어나길 잘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봄꽃 같은 얼굴을 마주하고 행복해지길. 태어나길 잘했다는 말을 다정하고 질척하게, 더 많이 주고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CineLab'에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영화를 감상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
- 3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극장가의 위기는 팬데믹 이후 매년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가 총 5,470만 달러로 올해 최저 주말 수익을 기록했습니다.파라마운트의 신작 <노보케인>이 누적 수익 870만 달러로 1위를,
<미키 17>과 <블랙 백>이 누적 수익 약 750만 달러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한 주말 동안 단 한 편의 영화도 1,000만 달러를 넘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썰렁한 극장가에 곧 개봉을 앞둔 디즈니의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펼친 인상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을 뽐낸 레이첼 지글러가 주연을 맡은 <백설공주>는
북미 개봉 첫 주 5,000만~5,600만 달러의 성적을 기대받고 있습니다.
국내 극장가 역시 한산하긴 마찬가지입니다.
1위를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은 주말 관객 수 32만 명을 불러들여 누적 관객 수 26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인기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제작한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이 누적 관객 수 20만 명을 돌파하며 2위를,
교황 선거를 다룬 <콘클라베>가 지난주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
가장 최근 개봉했던 디즈니 프린세스 실사 영화인 <인어공주>가 국내 누적 관객 수 64만 명에 그친 가운데,오는 19일 개봉하는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 영화 <백설공주>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
-
- 우리가 팔콘앤윈터솔져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1. 04. 16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
*영상 타임라인*
00:00 클라이막스로 향해중
00:49 예상했던 짭틴아메리카
02:26 캡틴의 향수를 뿌린 샘
04:16 5화 카메오?
06:12 새로운 10년
-
-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티저 예고편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런던 소호로 온 '엘리'는 매일 밤 꿈에서 1960년대 소호의 매혹적인 가수 '샌디'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매료된다. '엘리'는 '샌디'에게 화려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꿈은 점점 악몽이 되어가고 '샌디'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유일한 목격자가 된 '엘리'. '샌디'를 죽인 범인은 '엘리'의 시간 속에 살고 있다.
-
- 넷플릭스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파트2> 공식 예고편
변수까지 완벽히 계산된 천재 강도단의 마지막 계획! 파트2로 다시 돌아온다, 더 강렬하게.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 12월 9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