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09-18 20:21:30
지금의 '정의'는 안녕한걸까?
-<베테랑2>(2024)



수많은 범죄가 발생하고, 이를 추적하는 경찰이 있다. 범죄자가 잡히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상식이다. 살인을 저지르면 살인에 맞는 형량을, 성폭행을 저지르면 성범죄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일반 시민들은 이를 재판하는 판사와 사법부를 믿고 신뢰하려 하지만, 종종 판결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형량이 약하다고 느낄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하며, 사회적으로 그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간다.
피해자들은 평생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 공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죄를 지은 범죄자들은 자신의 형량을 채우고 나면 죗값을 다 치렀다고 착각한다. 이런 괴리가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범죄자가 더 이상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음에도, 피해자는 여전히 그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부조리하게 느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조두순의 출소 사건이 있다. 그의 출소 직후 집 앞에 몰려든 유튜버들과 취재진은 지금의 사회가 느끼는 불안과 분노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장면은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왔다. 시리즈 <비질란테>, <노웨이아웃 더 룰렛>, 영화 <무도실무관>, 그리고 최근 개봉한 <베테랑2>에도 비슷한 장면이 묘사된다. 이러한 출소한 범죄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그들에 대한 응징을 선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 사회적 현상은 이제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범죄와 처벌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내는 문제로 자리잡았다.
[첫번째 감정] 서도철의 정의감
서도철(황정민)은 사실 단순히 올바르기만 한 경찰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강력계 형사로서 수많은 범죄자들과 맞서왔고, 그 과정에서 다소 거친 언행과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범죄자들에게 “잡히면 죽는다”는 협박이나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남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신의 가족에게도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식의 말을 자주 한다. 이러한 발언들은 서도철의 내면에 깔린 세계관을 보여주지만, 그가 항상 법을 준수하며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관객들은 이러한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며 그가 과연 진정한 정의의 구현자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서도철의 정의는 단순한 폭력의 정당화가 아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범죄자를 체포하고 제압하는 과정에서 적당한 선을 유지하려 한다. 물론 분노에 휩싸여 때로는 과격한 행동을 취하지만, 그의 팀원들이 그를 제지하며 그가 극단적인 폭력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준다. 이는 서도철이 제도 내에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그의 강한 언행과 행동 뒤에는 법과 질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숨어있다. 서도철은 자신의 감정에 휘말릴 때가 많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범죄자들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서도철의 정의는 때로는 삐딱하고 비뚤어져 보일 수 있다. 그는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모습은 오히려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서도철은 이상적인 정의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완전한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그의 거친 정의는 때로는 불안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려는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서도철은 결국 제도 내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투박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두번째 감정] 해치의 정의
해치(정해인)는 서도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한다. 그는 경찰이지만, 그가 경찰로서의 공권력을 사용하는 목적은 범죄자를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복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해치는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범죄자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직접 처단한다. 그가 추구하는 정의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 그는 범죄자들을 법에 맡기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그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한다. 이런 모습은 서도철의 방식과 대조적이며, 해치의 정의는 더욱 극단적이다. 그러나 해치는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복수를 실천하며, 그 자신 또한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는다.
해치가 처단하는 범죄자들은 모두 사회에서 적은 처벌을 받고 풀려난 자들이다. 해치는 그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기 전에 그들을 없애기로 결심한다. 관객들은 해치가 처단하는 장면을 보며 그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해치가 대신해주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해치의 처단은 우리가 실제로 법적 제재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범죄자들에게 통쾌한 대리 복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치의 행동은 때로는 불법적이고 잔인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의 정의는 많은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해치의 정의는 과연 정당한가? 그의 방식은 법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사법적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해치의 정의는 단순한 복수를 넘어선다. 그는 개인적인 원한을 넘어, 범죄자들에게 직접적인 처벌을 가함으로써 자신이 피해자를 대신해 그들에게 정의를 실현한다고 믿는다. 관객들은 그의 처단에 통쾌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올바른 정의의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해치의 정의는 법적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허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그의 잔인한 복수는 우리가 바라는 정의와 어긋나지 않지만, 그 방법론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세번째 감정] 관객들이 느끼는 정의
<베테랑2>는 관객들에게 두 가지 상반된 정의의 방식을 제시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어떤 정의가 더 옳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서도철은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범죄자들을 처단하려는 인물이고, 해치는 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인물이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해치의 복수가 더 통쾌하고 직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나 약한 처벌을 받고 사회로 돌아온 범죄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현실에서, 해치의 처단은 일종의 대리 만족을 제공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은 서도철의 방식이 더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해치의 복수는 사법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방식이지만, 그가 처단하는 범죄자들도 결국 법적으로는 처벌을 받았다. 해치는 그 처벌이 약하다고 판단해 스스로 판사이자 집행자가 되기로 결심하지만, 이는 사법 체계의 붕괴를 의미할 수도 있다. 해치가 지속적으로 범죄자를 처단할수록, 그가 범죄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는 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정의 역시 범죄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관객들은 해치의 처단이 통쾌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한 정의인지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결국 서도철의 정의가 옳다는 결론을 내린다. 서도철은 때로는 법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자들을 처단하려고 노력한다. 해치가 기괴한 방식으로 범죄자들을 처단하면서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동안, 서도철은 그 시스템을 지키며 범죄자들과 맞서 싸운다. 영화는 관객들이 해치의 처단에 일시적으로 마음이 기울게 하면서도, 결국에는 서도철의 정의에 더 큰 힘을 실어준다. 이는 영화가 궁극적으로 사법 시스템 내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는 범죄자들에 대한 형량 문제와 출소 이후의 사회적 반응에 대한 깊은 화두를 던진다. 이는 1편에서 권력자와의 대결을 주제로 삼았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2편은 더욱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범죄자들의 처벌과 형량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영화는 다양한 정의의 형태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영화의 연출은 이전 작품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하여, 서도철과 해치의 대립을 통해 사법 시스템 내에서의 정의와 사적 복수 사이의 경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황정민은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거칠지만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그가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정의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표현해낸다. 반면 정해인은 해치라는 인물을 통해 복수와 정의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을 차갑고 날카롭게 연기한다. 그의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가 실현하려는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두 배우의 연기력은 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고, 관객들이 이들의 정의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베테랑2>는 단순히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액션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로 하여금 현재의 사법 시스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빌런을 점점 더 강력하게 그려내는 것과는 다르게, <베테랑> 시리즈는 보다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며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976nBHtEa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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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어두운 세상 속에서
펄롱은 오늘도 석탄을 캔다. 그는 오늘도 열심히 석탄을 캐어 배달한다. 그는 건실한 석탄 운송 업체를 운영하는 가장이기 때문이다. 그의 가족은 그를 아버지로서 인정해주고 화목함을 유지한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수녀원에 강제로 끌려가는 어린 여자를 보고 그의 평온한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의 안온한 일상이 무너지며 마을에서 금기시되어온 일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1. 결핍이 그저 나쁘게만 흘러가진 않는다.
영화의 시점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펄롱의 어린시절, 그리고 가장으로서 건실히 살고 있는 현재 시점.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게 된 여자들이 가족들의 수치로 여겨져 수녀원으로 보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그녀들을 보며 빌은 자신의 어머니를 반추한다. 항상 아버지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던 그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수녀원에 끌려가듯 들어가는 소녀를 보며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했던 것 같다. 현재의 펄롱의 자상함이 어디에서부터 온 걸까 의심이 들 만큼 그의 어린시절은 몸은 안락했으나 마음은 가난했던 시절이었는데,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수녀원 속 소녀는 그의 안온한 삶에 돌을 던진다. 직감적으로 그는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소설을 읽진 않아서 그가 마을에서 수녀원이 일으키는 소동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도 지역 사회에서 수녀원이 행하는 권력이 막강한 것은 알았던 것 같다. 수녀원의 소녀를 구출하면 자신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는 계속 그 소녀를 구출하고 싶어서 고통에 휩싸인다.
그의 어린시절은 결핍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겠다. 결핍은 한 사람의 인생의 고통을 선사하지만 삶이란 참 간사해서 행복만 할 수 없고 고통이 지나고 그 고통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있어야 비로소 행복이라는 것에 가까워진다. 펄롱이 아버지가 없었지만 그를 보살펴준 삼촌의 존재가 있었고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지만 윌슨 부인의 지원이 있었기에 온전히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줄 수 있는 애정이 부재했던 탓에 결정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분명 있었을 것인데, 그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결핍은 그의 인생의 고통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어 지금의 가정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펄롱의 인간성에 박수를 쳐주게 된다. 이런 밑도 끝도 없이 착한 캐릭터, 참 좋다.
2. 그를 움직이게 한 건 그저 어머니 때문이었을까.
수녀원에 끌려가는 소녀를 보며 그는 그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가 착한 심성을 가졌다고만 하기엔 그의 과거가 그 소녀에게 감정이입을 안 할 수 없다. 홀로 자신을 키워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그 소녀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귀결된 것이 아닐까. 아니면 자신도 그 소녀와 비단 다르지 않은 처지였는데, 자신은 운이 좋아 윌슨 부인에게 거두어졌기 때문에 일종의 부채의식이 있었던 걸까. 이런 생각은 그가 자신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눌 때 스쳤던 생각이다. '당신은 가난함을 모른다'는 뉘앙스의 아내의 말은 그의 삶이 안온했기 때문에 현실을 잘 모른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의 말도 틀리진 않다. 힘든 것을 안다고 해서 모든 인간이 선의를 베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힘든 것을 처절하게 겪은 사람일수록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오히려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소녀를 볼 때, 그가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렸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기본 바탕인 선함이 발동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과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자신의 과거 속 무력했던 자신과는 달리, 지금은 행동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결의 고통을 겪고 있을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일말의 그의 선한 성격에서 나오는 선의였을 것이다.
3. 종교라는 이름의 폭력
우선 종교를 가지신 많은 분들이 욕하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종교가 선함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종교를 가지는 사람들이 모두 선한 마음에서 시작하지만 그 방식이 모두 공평하게 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정 신을 믿으며 자신의 선함을 어필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선함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오히려 나에게 있어 선한 사람이란 개념은 유일신을 믿고 말고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 어떤 꺼려지는 일을 군말없이 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그게 바로 펄롱이다. 그를 말리는 사람들도 이기적이라고 할 순 없다. 그의 인간성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온전히 좋은 사람으로서 평판을 지켜나갔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이들도 그렇게 악한 존재로 비춰지진 않았다. 지역 사회에서 평판이 어떻게 보면 삶의 전부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생리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의 평판이 망가져 그를 오래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들의 입장이 이해돼 그들이 처한 상황이 참 마음이 아팠다.
영화에서 제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수녀들은 임신한 소녀들의 덜미를 잡아 착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며,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생각했다. 종교의 세계에는 선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이라는 대외적 이미지를 이용해 사람들을 간혹 이용하기도 하고 그들을 착취하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아무래도 순결에 대한 강요등 그로 인한 억압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하기에 억압이 심해지면 가끔 돌연변이들이 나오는 법이다. '스포트라이트' 속 동성애를 감추려는 사제들이나 여기 수녀들이나 종교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투명한 순결함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일종의 돌연변이같은 괴물들인 것이다. 그건 종교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떤 정확한 규율이 요구되는 집단에서 으레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가끔 펄롱과도 같은 내부고발자 포지션의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은 세상은 그렇게 파멸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파멸하지 않았다면 계속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10번의 고난이 와도 한 번의 행복이 온다면 그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희망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라서 이 조용한 영화를 보면서 흐뭇하게 볼 수 있었다. 펄롱은 평범하게 살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평범하게 살 권리를 선물한 것 같았다. 사소함을 누릴 수 있는 삶이 복된 삶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전해져 참 좋았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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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잃고 깨어나보니 나도 모르는 남편과 아들이 생겼다?
스포주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018년에 개봉한 영화이다. 중학생 때 학원에서 칭찬스티커를 많이 받아서 학원 선생님께서 영화관에 데려가 보여주신 영화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제목부터 뭔가 풋풋하고 아련한 느낌이 난다 소지섭과 손예진 두 배우가 부부로 나오는 이 영화는 아역배우 지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아역배우임에도, 비중이 많았음에도 딱히 어색한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지오가 커서 데이트를 하러가는 장면에 평소에 좋아하는 배우 박서준이 등장해 깜짝 놀랐다
- 이 영화는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로써 감성도 일본 감성이 녹여져있다 필터도 색감도 첫사랑 재질이 느낌이 난달까,, 오글거리고 그러진 않는다 풋풋하고 보면 살짝 미소 짓게하는 그런 영화이다 기쁜것만은 아니다 마지막은 정말 뭉클하고 슬프다
- 과거 이야기 :;; 남자주인공 우진은 운동, 수영을 잘하는 고등학생이였다 그러다 여자주인공 수아를 보고 반하게 된다 그렇게 수아를 계속 따라다니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했지만 철벽녀 수아를 꼬시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체육시간 수아에게 큰 실수를 하게 됬고 그 이후로는 말 한마디조차도 못 썪게 되었다 우진은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가게되고 수아는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를 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우진은 수아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고 둘은 다시 만나게 됬다 하지만 몸이 안좋아진 우진은 수영을 못할 정도로 몸이 안좋아지고 수영을 그만두게된다 그리고 수아 그만 만나자 말하게 된다 하지만 수아를 못 잊게 된 우진은 서울로 올라갔지만 수아는 이미 다른 남자가 생긴 이후였다 그리고 이 이후 한동안 연락이 끊겼었고 결국 수아는 우진을 찾아왔다 우진과 수아는 그렇게 둘이 아들을 낳고 살아간다 하지만 수아는 일찍 죽게되고 우진과 그의 아들 지오는 둘이 살게 되었다
- 현재이야기 :;; 지오와 우진은 둘이 오순도순 살고 있었다 수아는 없었지만 항상 아침마다 우진은 수아의 사진에 뽀뽀도 하였다 그러다 터널에서 일년전 죽은 수아를 기적처럼 만나게 된다 수아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고 이 상황을 굉장히 어색해했다 하지만 점차 적응하게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수아는 언젠간 떠나야했다
결말이 정말 슬펐다 마지막이 정말 슬픈영화이다 꼭 봤으면 좋겠다
에딕터 파노라마 여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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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처럼 천천히 잠식당하는 영화
**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관람한 시사회입니다.
더 웨일
개봉 : 2023.03.01
감독 : 대런 아르노프스키
등장인물 : 브랜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외
평점 : ⭐️⭐️⭐️⭐️
너무 많은 생각들과 느낌들이 스쳐지나간다.
상처를 낸 건 되돌릴 수 없다.
에세이처럼 고치고 고쳐서 완벽하게, 실수가 없게 만들수가 없는 것이다.
딸인 엘리는 아빠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빠를 떠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이기에. 사악하다는 말까지 듣는 엘리이지만 그 안에 채워진 것은 분명히 결핍된 사랑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보이는 엘리는 많은 문제가 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보이지만 나는 영화 안에서 엘리가 매우 안쓰럽기도 했다. 8살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가장 가까운 가족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큰 상처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사랑하는 것은 변함없다. 사람은 참 신기하다. 관심 없고 아무도 없어도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라는걸 사람들은 솔직히 말하지 못한다. 가족간의 감정이 골이 깊고, 아직까지 셋의 마음 속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미 상처받은 마음을 풀 실마리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들 속에서 서로는 흘러간다.
더 웨일은 연극이 원작인 영화이다. 그런만큼 영화의 연출도 어딘가 연극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치 세트장처럼 집 안에서만 진행되는 영화와 카메라 움직임이 원래라면 두 쇼트로 나눌 것 같은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이어서 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물들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리액션 쇼트가 되거나 하는 부분도 찾아볼 수 있었다.
더 웨일은 기대하고 본 영화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좋은 영화였다. 나도 많이 울었기도 하다. 왜 인생연기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바다처럼 천천히 잠식당하는 영화였다. 나라면 혼자 볼 것 같다. 혹은 친구들과 이 영화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듯 하다. 왜 혼자 볼 것 같다고 생각했냐면 영화는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을 신경쓰며 보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혼자 우직히 앉아 솔직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충분히 눈물흘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 웨일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인물의 평가가 천차만별일 것 같다. 딸인 엘리부터, 엘리의 엄마, 전도사(인줄 알았던 남자), 피자 배달부, 심지어 온라인 강의를 듣는 친구들까지 모습이 다양하다. 인물을 잘 만든 영화는 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더라도 나중에 돌아봤을때 나도 이 인물이었다면 나라도 그랬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가족을 버리고 떠난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나라도 그랬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위 말은 영화가 충분히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해두자.) 아무튼 그런 면에서는 캐릭터를 외적이든, 내적이든 잘 만든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대해 주인공이 후회하고,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하게되는 행동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양한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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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스스로 화산에 걸어간 부부 이야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불 속의 연인: 카티아와 모리스 크래프트를 위한 진혼곡
(The Fire Within: A Requiem for Katia and Maurice Krafft)
France, UK, Switzerland, US/2022/86min/베르너 헤어조크 감독 작품
프랑스 출신의 화산학자 부부 카티아 크래프트와 모리스 크래프트. 그들은 1991년 화산 폭발을 연구하러 방문한 일본에서 사망했다. 대피하라는 당국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폭발을 앞둔 산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망하기 전까지 부부는 세계 곳곳의 폭발 중인 화산을 찾아 200시간 분량의 영상을 남겼는데, 〈불 속의 연인〉은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부부에게 바치는 헌사를 담아 이를 편집한 영화다.
폭발 중인 화산재는 내부 온도가 500도 이상이고 시속 600킬로미터로 이동한다. 극도로 위험하다. 하지만 부부는 화산 폭발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혹을 느낀다. “화산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카티아의 말에서 알 수 있듯 화산은 부부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화산에 대한 부부의 매혹은 곧 죽음에 대한 매혹이다. 웅장하고 경건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화산 폭발 장면은 극장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부부가 촬영한 영상을 감상하는 관객에게 숭고함을 선사한다. 말을 잃게 하는 압도적 경관 앞에서 한없이 위축되고 겸손해지는 성찰적 감정인 숭고 말이다.
화산 폭발의 장엄한 이미지는 우리가 현실에서 애착을 느끼는 모든 것의 의미를 지극히 하찮게 만든다. 강렬한 죽음의 이미지를 대면하는 순간에야, 우리는 삶의 본질적 소탈함을 자각하고 모든 번잡스러운 욕망에서 초탈한다. 부부가 화산에 느끼는 순수한 매혹은 아마 여기서 생겨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죽음에의 매혹은 생명에 대한 애착으로 재탄생한다. 부부는 화산 폭발을 그저 숭고한 스펙터클로만 다루지 않는다. 붉고 검은 용암과 하늘 높이 솟은 화산재를 향하던 부부의 카메라는 이내 재난의 현장으로 방향을 튼다. 수많은 사람과 동물의 삶 터전이 화산 앞에서 모두 회색빛으로 변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과 자연에 존재하던 것은 잿빛 죽음 아래서 비로소 평등해진다. 화산재에 뒤덮여 헐떡이는 소와 천천히 감기는 새의 눈 그리고 또다시 이어가야만 하는 살아남은 자의 삶. 아이들은 화산재를 모아 빨대를 꽂고 바람을 불며 논다. 마치 그 화산재가 자기 삶의 터전을 초토화시켰다는 사실을 잊은 듯이 말이다. 부부의 관심이 학술 연구에서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확장된 것은 필연이었다.
요컨대 부부는 화산 폭발에서 죽음과 삶을 동시에 봤다. 적어도 화산 폭발의 현장에서는 죽음과 삶이 대립하지 않는다. 모두를 일깨우는 둘 만의 현장. 〈불 속의 연인〉은 이 놀라운 확장의 계기를 선사한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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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에 트럼프와 한목소리로 MAGA를 외쳐버린
6★/10★
거대한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차근히 조립된다. 땅과 수평으로 놓인 우주선은 이내 발사를 위해 세워진다erect. 그리고 분출하듯ejaculate 솟아오른다. 아폴로 11호에 진심인 발사 책임자 남성 콜의 곁에는 그를 보조하며 천문학적인 예산 확보에 혁혁한 공을 세운 마케팅 전문가 여성 켈리가 있다. 긴 칼, 높게 솟은 건물은 남성성(남성 성기)의 오랜 은유다. 우주선은 이 연장에 놓일 자격이 차고 넘친다. 그렇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한 여성이 진심을 가졌으나 영 숙맥인 남성(그리고 미국)의 시든 성기를 완벽하게 북돋고 위무해 다시 부풀어 오르게 하는 이야기다.
아폴로 1호 발사 실패 후 쪼그라든 콜과 미국의 상징적 성기는 아폴로 11호의 성공으로 다시 거대하고 단단한 위세를 과시한다. 절대적 거대함뿐 아니라 상대적 거대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인과 소련인 중 누가 먼저 달에 발을 디딜 것인지가 체제 경쟁의 핵심으로 여겨지던 때, 아폴로 11호의 성공은 미국의 상징적 남성 성기가 소련의 것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남성성 경쟁에서의 완승이다.
콜은 자신의 책임으로 아폴로 1호가 실패해 사랑하는 동료 3명을 잃었다. 미국 역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여론 악화와 상대적으로 앞서 있던 소련의 우주 기술로 위축된 상태다. 아폴로 11호의 성공은 이 모든 좌절을 한 번에 뒤엎는다.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듯, 이 과정에서 어쩌면 NASA 엔지니어보다 더 큰 공을 세운 게 켈리다. 연이은 발사 실패로 시큰둥해진 대중의 관심을 다시 아폴로 11호에 불러 모으고, 여러 기업의 후원을 끌어오고, 예산 지원에 미온적인 정치인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켈리는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한다. 켈리는 콜과 미국의 비아그라다.
그러나 켈리가 비아그라여서는 안 된다. 축 처진 무언가를 바로 세워야 하지만 인위적, 인공적 힘이 개입해서는(혹은 개입한 것처럼 보여서는) 곤란하다. 누군가가 어르고 달래야만 딱딱해진다면, 그 강함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즉 ‘비아그라 발기’를 ‘자연 발기’로 바꿔야 한다. 능력 좋은 사기꾼이었던 켈리가 아폴로 11호를 향한 콜의 진심에 감화되어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그의 여정에 몰입하는 서사는 콜이 발기력을 회복하는 데서 켈리가 담당한 역할을 슬그머니 사라지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폴로 11호가 임무에 실패할까 두려워 별도의 세트장을 꾸린 후 거짓 달 착륙 영상 송출을 기획한 백악관의 음모를 켈리가 끝내 거부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낸다. 미국의 강함은 거짓 연출에 기댈 필요가 없다. 비아그라 없이 자연스럽게 우주선을 조립하고, 세우고erect, 발사ejaculate하면 된다.
개별 남성과 국가의 위축을 아폴로 11호라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상징적인 이벤트로 다시금 곧추세우는 이 영화는 아마도 의도하지 않았을 방식으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구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공명한다. 유세 과정에서 총기 피습을 당한 후 푸른 하늘과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올리는 그의 사진은 아폴로 11호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인에게 하나의 잊지 못할 시대적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피습 후 곧바로 일어난 그가 수많은 다른 미국인의 마음속에 불꽃을 일으킨 것도 아폴로 11호와 닮았다. 차이가 있다면 분노, 좌절, 절망, 혐오를 동력으로 하며 이를 정치적 에너지로 폭발시키기 위해 가짜뉴스, 의회 폭거, 범죄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트럼프가 〈플라이 미 투 더 문〉이 설파하려는 ‘진짜’ 미국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오히려 트럼프는 가짜 달 영상을 송출하자는 음모를 기획한 영화 속 인물에 가깝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는 아니다. 둘 다 쇠락한 남성/미국을 다시 발기시켜야 한다는 데는 똑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다만 ‘자연스럽게’, ‘진실되게’(즉 비아그라 없이) 할 것이냐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냐의 방법론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의 질문은 이렇다. 자연 발기든, 비아그라든, 그 외 다른 방법이든 미국을 시든 남성 성기로 은유하고 여성을 이를 보드랍게 달래주는 타자로 활용하는 방식(사랑 앞에 눈물 흘리며 반성하는 켈리보다는 온갖 거짓말로 종횡무진 자본주의 한복판을 헤집는 초반부의 켈리가 훨씬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를 보며 개별 남성이 안도감을 얻을 수 있도록 사랑을 재현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나라가 과연 진정 위대한가? 그들의 위대함은 어디를 향하는가? 애초에 그들이 위대한 적은 있었던가? 위대함의 은유와 계보에 대한 ‘대체 역사’ 구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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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과 욕심의 차이 - <놉>
2022년의 개봉영화들 중, "영화"라는 단어에 가장 적합했던 <놉>
러닝 타임 내내 온전하게 영화 속에만 들어가있었다.
이 영화를 총 9회차를 뛰었기에 개인적으로 느끼고 깨달은 바가 많았다.
오늘은 <놉>에서 나에게 깊이 와닿은 요소들을 함께 말하고자 한다.
1. 당신에게 하늘이란?
영화 <날씨의 아이>에서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하늘은 바다보다 훨씬 깊은, 미지의 세계". 이 말이 본 영화에서 굉장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기존 <죠스> <언더워터> 등처럼 바다 밑의 괴물(상어)과 싸움으로써 오는 공포감을 조성한 영화들에 익숙해져있다. 그러므로 보통 "바다"를 떠올릴 때 물론 시원하다는 긍정적 이미지도 존재하지만 '쓰나미, 미스테리한 죽음, 상어' 등의 두려움도 선사한다. 이러한 공포감은 우리가 바다를 늘 '미지'의 공간으로 여겼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놉>은 그 "배경"을 정반대로 바꾸어 오히려 사람들이 아무 생각도 지니지 않았던 '하늘'에 대한 긴장감을 일으켰다.
알 수 없는 하늘을 늘 바라보며 서있던, 커다란 사막과도 같았던 들판.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인 '부드러운 거침'을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2. 고디와 진 자켓: 주프의 꿈
UFO와 침팬지, 이들은 미디어 속 혹은 실제 우리의 삶에서 자주 접하는 존재들이다. 본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생명체는 바로 침팬지 '고디'와 하늘의 외계생명체인 '진 자켓'이었다. 먼저 침팬지 고디를 말하기 전에 우리는 '주프'라는 인물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남매인 오제이&에메랄드보다 주프가 본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프(배우 스티븐 연)는 현재 테마파크 운영자로 과거 유명한 시트콤의 아역배우로 출연했지만 방송 중, 같이 출연했던 침팬지가 날뛰어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처참하게 살인해버린 사고를 겪게 된다. 신기하게도, 당시 침팬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를 가했지만 테이블 밑에 숨어있던 주프에게는 친근한 주먹인사를 하게 된다. 바로 주프의 안 좋은 어린 시절 기억은 아이러니하게 그 소년에겐 이 희망을 심어줬다, '친근함을 길들이기'.
'진 자켓'은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하늘의 괴생명체를 부르는 명칭이다. 우리는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 UFO라는 단어를 종종 접한다. 이 때문일까, 미확인 외계생명체에 대해 '원반 모양'이라는 고정관념을 지니면서 나름의 내적 친밀감을 형성해있을지도 모른다. 진 자켓은 물리적으론 사람들의 통념에 기반한 원반 모양이지만 사실은 안에 외계인도 없는, 심지어 인간을 흡입하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단순히 '원반', 그 생김새에 반응하여 자신들이 기존에 알고 있었던 머릿속 알고리즘에 진 자켓을 넣어 해석한 것이다.
다시 주프의 꿈으로 돌아가보자, '친근함을 길들이기'. 본인이, 인간을 살해하는 침팬지와 친밀한 소통을 한 것으로부터 희망을 얻었던 소년 주프는 성인이 되어서 또 다른 타겟을 발견했다- 바로 '진 자켓'. 그는 본인이 지은 테마파크 내의 서프라이즈 쇼를 통해, 본인이 진 자켓을 조종할 수 있다는 우월감에서 돈과 명예를 얻으려는 것이었다. ((한편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진 자켓에 의해 죽는다)) 그러므로 나에겐 주프가 아픈 손가락 중 하나로 다가왔다. 다만, 이 아픈 손가락은 절대 널리 알리고 싶지 않은, 오히려 숨기고 싶은 애매함이다. 물리적으로 우리가 보기에 그는 멀끔한 성인 남성이다. 그러나 테마파크 / 진 자켓 / 어린 시절의 모습을 담은 전시회 등의 영화 요소로 비추어 봤을 때, 주프는 여전히 고디와 주먹 악수를 했을 순간에 머물러 있다. 그는 그의 꿈을 미처 다 이루지 못 한 채, 어쩌면 '정당한' '합리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주프의 꿈은 이루어졌다. 후반부에 에메랄드는 테마파크에 달려있던, 주프가 그려진 거대한 헬륨 인형으로 진 자켓을 죽이는 데에 성공한다. 진 자켓이 헬륨 인형을 흡입할 때 쉴새없이 일그러지던 주프의 표정, 그렇지만 그의 표정은 늘 평면적으로, 웃고 있었다.
3. 인간의 본능과 카메라
이 영화에서 주프 못지 않게 핵심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카메라다. 에메랄드와 오제이는 외계생명체(진 자켓)를 카메라로 찍어 방송에 송출함으로써 본인들의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라는 본인들의 이익이자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이러한 면에서 인간의 관심은 곧 '돈'과도 직결되고, 이 더럽지만 고칠 수 없는 과정들을 잘 드러내는 요소가 바로 '카메라'라는 생각이다. (이 부분에서 사실 영화 <돈 룩 업>이 떠으로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의 탐욕을 카메라로,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다시 말해 땅의 눈동자와 하늘의 눈동자가 마주치는 순간 그들을 이끄는 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눈과 눈이 마주쳐 일으켰던 바람, 욕심과 욕심이 맞물려 일으켰던 바람처럼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던 존재들이 일으키는 강렬함은 공포 그 이상이다.
여러모로 조던필 감독이 영화 내에 배치해놨던 은유, 우리가 이 영화를 더욱더 즐길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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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2021. 03. 04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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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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