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Ha2024-09-23 22:19:04
아빠의 31살은 어땠을까, 나의 31살은 어떨까 - 영화<애프터썬>
영화<애프터썬> 리뷰
아주 아껴두던 영화를 보았다
사실은 너무 미루다가 그만 귀찮아져서, 이제서야 본 게 맞겠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조용히 베개를 휴지삼아 뚝뚝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고 영화를 깨나 봤어도, 울어본 적은 정말 손에 꼽기도 하고 나조차도 놀랄정도로 많이 울어버렸기에 대체 이 영화의 무엇이 그렇게 날 슬프게 했는지 알고 싶었다.
필자는 상실의 아픔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정말 사랑하는 이를 잃어본 경험이 있냐하면, 아직은 없다가 맞다. 물론, 정말 마음 쓰고 좋아했던 사람을 계속 보고, 전처럼 따뜻하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없게 되버렸던 경험은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건 사실 사랑도, 상실도 아니었다. 한때는 이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런게 아니다. 그리고 이 생각을 증명하는 순간들이 눈에 보일 때, 다시 말해서 필자가 사랑하고 애정하는 그를 , 또 그녀를 볼 때 마음 속에 드는 마음과 감정을 밖으로 꺼내서 살펴본다면 이건 그다지 믿기 어려운 말도 아닐거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의문이 들었다.
캘럼은 이번이 소피와의 마지막 시간이라는 마음을 먹고 온걸까, 아니면 겨우내 여행을 하면서 서버린 결심인 것일까? 장면 곳곳에서 캘럼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소피와 대화를 하며 양치를 하다 거울에 양칫물을 툭하고 뱉는 장면부터, 화장실에서 혼자 깁스를 풀며 소피와 대화하는 씬 등 우울은 그 근원을 찾을 수도 없게끔 나를 잠식시키고 명상과 태극권, 그 어떤 방법을 통해 안정을 찾으려해도 결국 그걸 이겨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게 더 절망적임을 말이다.
자신을 우울에서 꺼내기 위해서 스스로가 해야하는 일은 대체 무엇일까? 할 수 있는 일이 있긴 할까?
어쩌면 영화<애프터썬>은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 것이 현재로 하여금 얼마나 고통스럽고, 또 그 존재와의 과거 수많은 순간 속에서 후회만을 떠오르게 하는지.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싶어도, 결국 지금의 나는 다 알 수 없고 그저 그리울 뿐이라는 것을 말하는 영화 아닐까.
필자가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나조차도 명확히 정의내리지 못했던 그 모호한 감정과 생각들을
영화 속 여러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제3자로서 보기 시작해서, 결국엔 온전히 내 안에서 찾게 된다는 점인 것 같다
영화 속 소피와 캘럼의 모습에서 필자는 스스로의 어떤 모습을 본걸까?
사실 어쩌면 알 것 같기도 하다.
돌고돌아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애프터썬은 참 좋은 영화라는 거다. 지금의 필자에게 애프터썬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그냥 한 번 남겨보고 싶었다.
또 메스칼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도 말이다. 노멀피플때도 느꼈지만 그의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이 좋다. 그렇게 꾸밈없고 서글서글한 사람이 좋다. 겉으로 하는 치장보다 단단한 내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메스칼이 연기하는 유약하지만 불안한 청춘이, 결국 그 모든 감정을 겪는 것이 건강한 젊음이라는 것을,
필자는 그의 연기를 통해, 그의 눈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31살의 소피는 31살에서 멈춰버린 아빠 칼럼을 다시 한 번 꼭 껴안고자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칼럼을 안아주고 싶었고, 또 나의 아빠를 안아주고 싶었다.
이미 지나버린 아빠의 31살은 어땠을까, 아직 오지 않은 나의 31살은 어떨까.
31살이 되면, 그때의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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