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1-06 16:45:25
'태혜지'를 잇는 3세대 여배우 9명
1세대엔 태혜지가 있다면 현재는 이 배우들이 자리하고 있죠! 3세대 여배우 특집. 땀범벅이 되어도,
피가 튀겨도, 그마저도 아름다운 청춘 스타들. 눈에 익은 배우들도 혹은 생소한 배우들도 보이실텐데요.
현재~미래의 드라마, 영화를 책임질 9명의 배우들을 소개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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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미소
담뱃값과 위스키 가격, 월세가 오른다. 통념상의 보통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무얼 먼저 포기할까? 질문한다는 것이 우스울 지경이다. 당연히 술과 담배를 포기하려고 할 테니까. 그런데 월세를 포기한다. ‘집을 포기한다’라는 개념의 등장이다. 미소(이솜 분)는 술, 담배와 집 중에서 집을 포기한다. 미소에게 술과 담배는 어떤 존재인 것일까? <소공녀>는 어쩌면 이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안고 결말로 향한다.
이 영화에는 이미 많은 추측과 해석이 뒤따랐다. 그래도 내가 이 영화에 생각을 덧붙이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의미 환기와 영화에 대한 재조명일 것이고, 둘째는 단순한 내가 이 영화에 대해서 얻은 감상 덕이겠다. 아직 <소공녀>를 관람하지 않은 독자라면 관람하기를 추천하고, 관람했던 독자라면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감상해 보기를 권하기 위해서다. 영화를 감상하길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 영화가 좋기 때문이기만은 아니다. 영화가 좋고 나쁜지를 떠나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추천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소공녀>의 영문 제목은 ‘Microhabitat’다. 매우 작은 크기의 거주 공간이라고 직역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그런 제목을 갖게 됐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소공녀는 주인공인 미소를 의미하고, 미소는 번듯한 집이 하나 없어 서울이라는 도시를 떠도는 여성이기 때문에 영제가 그런 것일까. 혹은 미소와 한때 밴드 생활을 즐겼던 인물들이 각자 사회로 떠난 일 때문일까.
Microhabitat는 누구의 처지에 대한 것인가
미소는 오르는 담뱃값과 위스키값, 월세 중에서 월세를 내지 않기로 결심한다. 임대료를 절약해 여유 자금을 만들고 조금의 저축을 하기 위해서다. 원래 살던 월세방이 그리 대단한 공간은 아니었다. 외풍이 심한 탓에 남자 친구와 관계도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서울이라는 넓은 도시에서 아주 작은 방이었지만, 그 방에서 가구조차 거의 두지 않고 살아가는 미소가 ‘Microhabitat’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미소’라는 이름이 그런 서식지의 개념에서 사용되는 표현임을 감안하면 재미있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받겠다며 미소의 집에 찾아왔을 때 바깥으로 기어 나오던 바퀴벌레의 모습에서 미소를 어렴풋이 연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바퀴벌레와 미소의 연관성에 대해서 주목해 볼 수도 있다. 어디서든 잘 살아가기로 유명한 바퀴벌레는 미소에게 닥친 시련,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소는 월세를 내지 않기로 결심했고, 거처를 계속 옮겨 다니지만, 나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강인하게 살아가기를 보여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미소가 영제에 걸맞은 처지의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다. 미소는 그 작은 방에서 벗어나게 됐고, 이제 미소는 서울이라는 하나의 도시 공간, 더 나아가 한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공간에서 어디에 가든 자신의 거처로 인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미소에게 집은 없고, 월세에 대한 걱정은 없어졌다. 언젠간 다시 내게 될 임대료겠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되고, 잘하는 일인 청소 일을 하면서 한두 푼 돈을 벌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된다.
그럼 어떤 이들이 ‘Microhabitat’에서 살아가는 처지인 것인가.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과거 미소와 함께 밴드 활동을 하던 ‘친구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공간이더라도 ‘내어주는’ 일
미소는 옛날 친구들에게 찾아간다. 한 친구는 대기업에 취직했고, 한 친구는 시집을 갔다. 또 다른 한 명도 결혼했으나 이혼을 앞두게 됐고, 미소보다 나이가 많은 한 선배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살고 있다. 마치 단계별 시련을 겪는 판타지 이야기처럼 전개되는 양상이 은근한 재미를 준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소의 친구들이 밴드에서 흩어지고 제 삶을 살게 된다는 점이다. 문영(강진아 분)은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여전히 역량을 키워 경력을 쌓고자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점심시간에는 남몰래 숨어 수액을 맞는 신세다. 많은 직원이 있는 회사에서 좁은 곳으로 숨어 들어가 수액을 맞아야만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 어쩌면 매우 ‘미소’적으로 느껴진다.
현정(김국희 분)은 시집을 가 시부모를 모시며 독박 집안일을 맡는 인물이다. 좁은 집에서 식사 준비부터 뒷정리를 도맡아야 하지만 음식 실력은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짠하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다. 그런 현정 또한 과거 밴드에서 연주하던 키보드를 보관해 둔 작은 방에서 숨을 돌린다. 미소와 함께 과거를 추억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 또한 ‘미소’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넓은 집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 이혼을 맞닥뜨리게 된 대용(이성욱 분)이 작은 방에만 틀어박혀 술만 마시고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미소’적임이 드러난다. 한편으로는 록이(최덕문 분)가 집이라는 공간에 미소를 가두고 결혼을 강제하고자 했던 역‘미소’적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피날레는 부유한 남편을 만나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정미(김재화 분)다. 그녀의 삶은 무척 풍요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정미는 그 넓은 공간에서 자신의 ‘심적’ 공간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불리는 장면 또한, 정미가 매우 적은 심적 공간을 미소가 침범해 온다는 심리적 불안감에 그 불안함과 분노를 토해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에게 미소는 어떤 존재인가. 집도 없으면서 술과 담배는 끊지 못하는 한심하기에 짝이 없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위로 한마디와 지금과 상황은 다르지만 아름답고 빛났던 과거를 돌아보게 해주는 기회를 주는 낭만적 존재인가. 그렇다면 ‘Microhabitat’는 누구의 처지를 말하는 것인가. 미소는 공간의 한계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자신에게 그 한계를 만들려 하니 형편없이 비싼 월세에 곧 무너질 것만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젠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 공간에서 벗어난 미소가 영화의 종반부에서도 담배와 위스키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집 없이 떠돌아다니기를 선택한 것은,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진정 ‘Microhabitat’는 미소의 과거 밴드 동료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미소는 그들에게 ‘살아갈 여지’를 조금이라도 제공해 주는, 그런 ‘미소서식환경’을 오히려 그들에게 확보해 주는 것이 미소라는 인물일 것이다.
그리고 미소 저널리즘
<소공녀>는 일종의 한국의 민낯을 드러내는 저널리즘적 영화다. 작품 내에 여러 풍자적 코드가 숨어있을뿐더러, 그 사실들을 소박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어떻게 보면 미소와 그 주변인들의 삶을 다큐멘터리적으로 그려낸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물론 일부 우스꽝스러운 연출과 촬영 기법이 사용되기도 한다)다.
한국 사회 기저에 있는 불편한 요소들을 잘 짚어내 영화에 녹이려 했던 시도는 좋았다. 그러나 그것이 잘 녹아들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노코멘트. 몇몇 장면에서는 불필요하게 사회적 상황이나 이미지의 차용이 있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미소 저널리즘’의 가치는 꽤 충분하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많은 사람의 삶을 몰아넣는지를,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을 좇지 못하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을 여유를 지워내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을 사회구조적 면으로 낱낱이 파헤치기보다, 좀 더 은유해 내고 주변인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대인적 문제점들의 ‘현실적 비판’을 보여준다.
영화가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감독들은 그 방법들을 선택하고자 한다. 메시지가 없는 영화가 무조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메시지가 없으면 속이 빈 강정과 같은 영화가 되기 때문이겠다. 그러나 너무 그래야만 한다는 압박에 빠질 필요도 없다. 좋은 가치를 담고자 하는 마음은 관객이 당연히 이해하겠지만, 그걸 잘못 담아내는 순간 자비는 현존할 수 없다. 남지 않은 대중의 자비와 날카로운 평단의 칼날의 앞에서 당당히 고개를 치켜들 수 있는 감독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도 고개를 치켜들고자 했던 <소공녀>를 높이 산다. 조금은 삐뚤빼뚤했겠지만, 그래도 빼입어 대중의 앞에 서려는 인디 영화의 그 시도를 우리는 높이 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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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의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이
구사일생
경기 대기 중. 홍대의 머릿속에 생각이 많다. 홍대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 홍대. 홍대의 시선은 동료 축구선수 성찬으로 향한다. 인터뷰 중. 빅리그 입단이 확실시된 성찬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박성찬 선수! 이 경기는 어떻게 플레이할 생각이십니까? 뭐 빅리그도 물론 좋지만 지금 앞에 있는 경기에 집중해야죠. 겸손함을 보여주는 성찬. 그런 성찬을 바라보는 홍대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경기 시작! 주심이 호루라기를 분다. 갑자기 홍대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성찬을 도와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할 홍대가 성찬이를 맨 마킹 한 것이다. 경기를 던져버리는 홍대. 당연히 라커룸에선 난리가 났다.
라커룸에서만 난리가 나면 다행일 것이다. 홍대의 역주행은 금세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빗발치듯 따라온 기자들. 난감한 질문이 들어온다. 그러나 그중에 가장 깐족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유난히 눈이 맑은 기자 하나가 유달리 거슬리게 행동한다. "경기 중 역주행 퍼포먼스는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인 어머니에게 보내는 메시지인가요?" "현재 사기 혐의 수배 중인 어머니의 도주를 돕고 계신 건 아닌가요?" 홍대의 얼굴표정에 무언가 변화가 있다. 화가 난 홍대. 도발하던 기자의 눈을 찌른다. 이 장면은 뜨거운 감자가 돼서 홍대의 커리어에 직격탄을 날렸다. 축구선수로서 은퇴 5분 전인 홍대. 아예 축구계는 접고 연예게 입문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좋은 걸로 이슈가 된 것이 아니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 이때, 홍대에게 제의가 들어온다. "너 감독해라. 월드컵 나갈 건데. 홈리스 월드컵이야. 다큐 제작팀도 붙을 거다."
감동 실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실제로 2010년에 한국 홈리스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 출전한 바가 있다고 한다. 이 한 줄로 알 수 있는 정보는 두 개다. 하나는 '홈리스'를 소재로 했다는 것과 스포츠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이다.
영화는 홈리스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영화 표면적으로 주인공 롤을 맡은 배우는 홍대 역의 박서준과 소민 역의 이지은 배우다. 이 둘은 영화에서 밑그림이 된다. 무슨 말이냐. 홍대는 홈리스를 하나의 축으로 모으는 역할이다. 또 이 사람들을 다독여서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가 있다(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홍대 내적인 성장은 보너스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홍대가 영화의 핵심에 겹쳐지는 순간이 있다. 이는 영화 내내 제시되는 홈리스들의 입장과 홍대가 처해있는 상황이 병치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연출은 영화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영화가 다루는 핵심 소재는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이 홈리스와 같은 입장에 놓이는지, 또 어떤 이유로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지가 영화에서 직간접적으로 묘사된다. 약간 부차적인 장면이긴 하지만 홈리스들에 대한 시선이나 '빅이슈'라는 잡지사가 등장하는 방식도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하하거나 희화하는 걸 지양하지만 소재를 다루는 것에 거침없었던 감독의 수가 돋보인다.
또 이 작품은 스포츠영화로서의 장르적 특성을 갖고 있다. 2부에 축구 경기장이 등장한다. 이 축구장 시퀀스의 완성도를 떠나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볼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글쓴이가 생각했을 때 스포츠영화로서의 장르성을 챙겼던 것이 어느 지점에선 강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중반부까지 홈리스들을 가르치는 홍대의 모습이 그렇다.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 갑자기 짠하고 잘하지 않는다.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못하는 게 당연하다. 영화에서 홈리스들 간의 사연이 다양한 만큼 이 피지컬적인 재능도 각자 다르게 묘사되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홈리스들의 연령대를 생각해 보면 사실 당연한 건데 섬세한 연출방식으로 리얼리티를 더했다.
몇 명 퇴장당한 축구경기처럼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착한 영화'다. 홈리스에 대해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좋은 평을 받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와 상응하는 이 영화의 단점을 뽑자면 그 나머지다. 사실 영화에서 감정적으로 뭉클한 장면이 있다. 신인류의 OST가 들어가는 장면은 역시 감독의 감각이 젊다는 걸 체감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뻔했던 경기장 시퀀스에서 이 노래가 삽입되는 장면 하나만큼은 식상하지 않았다. 또 웃긴 장면도 있다. 홈리스들의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이 약간 전형적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양현민 배우의 퍼포먼스는 인상 깊었다.
그런데 이 외의 지점에서 마이너스가 너무 많았다. 우선 첫 번째. 영화는 착하기만 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서 써보자면 영화가 살짝 노골적이라고 느껴졌다는 점이다. 우선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생각난다. 션 베이커의 작품 세계가 그렇지만 영화에서 해결책이 없었다는 점은 우리 각자의 몫으로 설루션을 돌렸다는 점에서 그 작품의 강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 중에 깊이 있는 통찰을 다룬 작품은 많다. 후반부에 약간 김새긴 했지만 시스템이 만든 비극 자체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훌륭하다(물론 영화가 제시한 해결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드림>은 중반부 즈음에 어떤 인물이 누구에게 코미디 대사와 함께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이 인물이 축구대회까지 가는 길에 굉장히 중요한데 이 장면에서 갑자기 방점이 쾅 찍히고 존재감이 옅어지는 건 차치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대사들이 너무 대놓고 들어갔다. 이병헌 감독의 진심이 느껴지긴 했다. 심지어 이 장면에 들어간 코미디 대사들 웃기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대사 하나가 너무 템포에서 임팩트가 커서 이 장면만 기억나는 느낌? 조연 홈리스들의 도전서사가 이 장면이 내포하는 메시지로 귀결이 나는 거면 모르겠다. 어차피 이 장면을 보여주려고 후반부가 있는 거면 이다음 시퀀스들이 굳이 없어도 되지 않을까?
또 인물을 설정하는 방식에서도 꼼꼼하지 못한 것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우선 홍대 쪽 묘사다. 홍대 역을 맡은 박서준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뭔가 과한 초중반부를 이끌 만큼 본인이 갖는 스타성을 적절히 활용한다. 특히 초반부에 홍대가 사고를 치고 인터넷 밈으로서 주인공이 퍼지는 영상이 있다. 이런 건 배우가 박서준이고 그의 역할에 이입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영상이다. 그러나 이 인물이 약간 과시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쌍쌍바가 등장하는 시퀀스다. 음.. 모르겠다. 박서준과 이병헌이라는 이름을 보고 극장을 가는 사람 중 이런 방식의 연출을 원했던 분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또 이 홍대는 중후반부 지점을 지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이 시퀀스는 좀 나사가 빠진 듯하다. 소민이의 직업적 역량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던 건가 싶다. 뭐 비단 홍대라는 캐릭터 자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도 이야기 몰입에 지장을 준다. 바로 홍대 어머니 캐릭터다. 이 홍대 어머니 캐릭터가 이야기에 있어서 기본 바탕이 된다. 이 인물의 어떤 행동들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의 문제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으니 차치하기로 한다. 이 사람은 이야기의 핵심과도 영 닿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심지어 어떤 장면에선 몰입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홍대가 갖고 있는 내적인 문제는 초반부에 나온다. 홍대가 갖고 있는 이 문제를 영화는 후반부까지 계속 이어지게 장면을 구성했다. 이 부분에 집중하고 보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한데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들어오니 좀 난잡해진다. 하려고 했던 것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또 홍대와 홍대 어머니의 연출뿐만 아니라 홈리스와 소민 캐릭터도 영 아쉽게 느껴진다. 우선 소민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좀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 많다. 소민이가 하는 대사도 약간 예전 영화들 같다. “약 먹을 시간 됐어”같은 대사들 뭔가 아쉽다. 대사를 떠나서도 인물의 동선이나 움직임들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것은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소민 캐릭터에게 별로 마음에 드는 점이 없다. 그나마 이지은 배우의 미모 빼면 굉장히 전형적인 캐릭터와 평범한 대사들만 반복한다. 안 그래도 상투적인 화법을 더 진부하게 만든 것이다. 글쓴이가 이지은 배우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소민이라는 인물이 대사 할 때마다 눈을 감게 됐던 것도 여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지은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에서 오는 단점이 이 영화에서 느껴졌다. 가수와 배우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카메라 드는 폼이 좀 이질감이 들었다. <브로커>에서 가수 커리어 내내 한 적 없는 쌍욕을 하는데 어색하지 않았던 것과는 정반대다.
홈리스 쪽 캐릭터에서도 아쉬운 지점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전부 아쉽다. 그중에서도 장점과 단점을 뽑아보자면 양현민/고창석 배우는 이 작품의 윤활유가 된다. 소수자 다음으로 중요한 영화의 소재는 가족이다. 고창석 배우는 가족영화로서 가져야 할 뭉클함을 치트키라도 쓴 것 마냥 다 만든다. 또 양현민 배우는 비주얼과 말투부터 코미디적 요소를 잘 살린다. 글쓴이가 가장 많이 웃었던 부분이 이 양현민 배우 캐릭터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홈리스 서사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건 이현우 배우가 맡은 인선 역이다. <영웅>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비슷한 문장을 썼었던 것 같다. 이 배우가 처음 등장할 때 '아마 이럴 거야' 생각했다. 그리고 정확히 다 맞아떨어져 갔다. 예상과 단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배우는 커리어에서 확실한 전환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이 영화에서 인선 역의 입지처럼 이 배우의 등장만으로도 모든 줄거리가 예상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거 실화냐
그렇게 아쉬운 인물연출은 영화의 줄거리와도 이어진다. 1부 홈리스들을 모으는 장면에서 나타나는 불균일함은 뭐 어쩔 수 없다고 치자. 2부는 약간 당황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다. 일단 실제 홈리스 월드컵의 규칙이 어땠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규칙의 여부를 떠나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 있어 각색이라는 부분은 연출가의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은 영화 감상에 있어 내적인 모순을 스스로 보여주는 듯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홍대 일행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어떤 사람들과 대화하는 신이 있다. 이 사람들은 영화 후반부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이야기를 쉽게 푸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인물들에게 더 쉬운 접근법을 만들어준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사람들은 영화에서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동한다. 없어도 되는 존재를 떠나 팀의 조직력과 완성도의 측면에서도 강한 유효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최고 단점이다.
또 이 축구경기를 중계하는 중계진들은 영화의 리얼리티성을 떨어트린다는 악영향을 끼친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실화를 찾아보니 해설자들이 실제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들을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그 상황이 있기 전까지 영화에서 한국의 홈리스에게 감정이입할 요소들을 넣었어야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는 영화 전체적으로 '굳이 말 안 해도 알 걸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습관'의 연장선상같이 느껴져서 이병헌 감독의 단순한 실수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 홈리스들의 모습. 강박적으로 느껴지는 균형감각. 현실적인 어려움. 이런 큼지막한 덩어리들은 대놓고 때려 박았다. 그걸 잘 이어 붙이면 뭐 아무 문제없었을 텐데 은근슬쩍 딱 갖다 놓아서 영화가 끊기는 듯한 느낌은 아쉽다. 이렇게 예상이 가는 장면들의 연속이라는 점은 영화 후반부에 있어 '언제 끝나나' 싶게 생각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좋은 영화는 맞지만 재밌지는 않았어
사실 이 <드림>을 기대했다. 글쓴이는 그냥 웃긴 영화, 재밌는 영화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품고 있는 좋은 시선에 대한 강박이 템포를 끊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하나의 이야기 같지 않게 들린다는 것. 상황을 전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나 이병헌이라서 이런 거 잘한다 다들 알지??' 같은 것들은 감독의 전작 <극한직업>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지게 한다. 분명히 재기 발랄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말이다. 박서준의 열연, 이지은의 사랑스러움도 이병헌이라는 감독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단점을 받쳐주지는 못했다. 좋은 의도로 착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완성도에 생긴 구멍을 메워주지는 않는데 말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박서준과 이지은 배우, 하현상과 신인류의 팬이라면 볼만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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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옆에서 피워내는 예술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사진작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으레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낸 골딘의 사진에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다. 낸 골딘이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풀어놓는 동안 스크린 위로 사진 슬라이드 쇼가 펼쳐진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갖는 에너지는 음악과 음성이 더해져 시대의 저항이 들끓었던 그곳으로 관객을 오롯이 데려간다. 낸의 유일한 언어는 사진이었고, 소외와 배척은 예술로 향하는 길이 되어 주었다. 낸 골딘의 삶은 세상과의 부딪침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안정한 가정환경과 언니 바버라의 자살, 성소수자, 폭력, 약물 중독.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골딘의 주위에는 친구들과 예술이 흘러넘쳤다. 모두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소리 높여 외치던 그곳에서 낸 골딘은 자신을 믿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사회와의 충돌과 투쟁 그리고 우정은 빛과 필름을 투과해 이미지로 온전히 남았다.
영화는 과거의 사진들과 현재 낸이 속한 시위단체 ‘P.A.I.N (처방 중독 즉각 개입)’의 활동을 병치한다. 낸 골딘은 2017년부터 옥시 중독 문제인 ‘오피오이드 위기‘에 목소리를 높였다. 옥시콘틴 약물의 위험성이 대두되지 않았던 시기 낸 골딘은 약을 처방받고 중독되어 죽음 직전에서 살아 돌아왔다. 약물 중독 문제를 방조한 제약사 퍼듀와 그 배후에 있는 새클러가의 기부를 받고 그들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미술관들이 P.A.I.N의 무대다. 약통과 처방전 그리고 피 묻은 돈을 흩뿌리며 죽음을 재현하는 시위는 또 다른 예술이다. 골딘은 카메라를 들지 않고 직접 약통에 스티커를 붙이고 바닥에 누우며 육신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낸 골딘에게 카메라를 비추는 이는 로라 포이트라스 감독이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스스로 예술이 되기로 한 예술가를 담아낸다.
P.A.I.N은 미술관에 걸려 있는 새클러의 이름과 평판이 끌어내리려 한다. 옥시콘틴의 중독 위험성을 알면서 판매와 마케팅을 지속한 새클러가에 대항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활동은 과거에 낸 골딘이 해왔던 투쟁들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러나 낸 골딘의 슬라이드 쇼를 영화화한 것 같은 과거 부분에 비해 현대 P.A.I.N의 활동은 지닌 의미에 비해 다소 밋밋한 인상을 남긴다. 성기게 나뉜 P.A.I.N의 활동은 낸 골딘의 사진 한 장에 담긴 압축된 에너지에 부수적이거나 밀려나는 것처럼 보인다. 낸 골딘이라는 개인과 그의 시각이 아니라 P.A.I.N이라는 단체로 시야와 집중력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매’라는 소제목을 가진 마지막 챕터는 흩어졌던 집중력과 힘을 다시 가져온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바바라의 의무기록과 그가 세상을 등졌던 공간에서 관객은 낸 골딘의 그리움과 슬픔, 애증을 목격한다. 언니의 죽음으로 시작한 낸 골딘의 이야기는 투쟁과 죽음을 지나 다시 이 기찻길에 다다른다. 기찻길은 3개의 화면으로 분할되어 나란히 놓인다. 낸 골딘이 촬영한 과거의 푸티지가 이어지며 언니의 유품 중 조지프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한 구절을 어머니가 낭독한다.
영화는 다시 시간을 넘어 현재로 돌아온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비롯하여 많은 미술관들은 새클러의 이름을 끌어내렸다. 80년대에 에이즈 전시를 큐레이팅하고 국가기금의 반대에 부딪혔던 낸 골딘은 이제 자신의 권위와 명성을 이용해 미술관을 압박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예술가가 되었다. P.A.I.N의 활동은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다. 여전히 누군가는 부조리한 죽음에 맞닿아 있고 사회는 시리도록 무관심하다. 그러나 그곳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언어와 예술을 꽃피우는 이들이 있다. 가장 개인적이고, 정치적이며 역사적인 한 예술가는 그렇게 낮은 곳에서 자신을 언제나 드높인다. 자신의 언어인 사진과 예술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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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잠>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올해 한국의 3번째 영화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9월 9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영화 <잠>이 개봉 2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손익분기점 100만명의 관객수를 돌파하며 올해 세번째 한국 영화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2위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으로 주말동안 3만여명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다음으로 오펜하이머가2만5천여명의 관객수를 동원하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더넌2>가 차지했습니다
더 넌2’는 루마니아 수녀원 사건 4년 후, 수녀 모습을 한 악마가 다시 나타나면서 드러나는 공포와 충격적인 진실을 그립니다. ‘컨저링 유니버스’의 8번째 작품으로 ‘컨저링 유니버스’ 사상 가장 강력한 악마로 꼽히는 발락의 등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베니스유령살인사건>이 그 뒤를 이으며 2위에 올라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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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만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Cinelab Curation]❣️
이번 주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을 만나보려고 하는데요!
원작에 충실한 작품부터 현대적으로 또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각색한 작품까지!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꾸준히 영화화되고 있죠.
고전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만나러 가보실까요?🧡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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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꾼 계 자강두천의 볼만한 대결
영화의 시작은 심플하다. 전후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시체를 집 바닥에 숨기고 집을 불태워버린다. 시체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주인공이 죽인 건지, 그저 죽은 사람을 발견하고, 자신이 의심받을까봐 그렇게라도 처리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영화는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 스탠턴은 특별한 대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그 누구보다도 추진력이 있었다. 그 추진력의 바탕이 된 그의 과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성공하는 사람이라면 가질 법한 야망이 있는 남자였다. 그런 야망과 영리함에 반한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가 잠시 몸을 숨긴 유랑단에 소속된 외로운 여자였다. 두 외로운 남녀가 눈이 맞아 더 넓은 세상으로 뛰쳐나가는데, 이들의 미래는 순탄하기만 할까?
1. 내용이 예상가지만 그래도 끝까지 보게 된다
영화 초반에 감독은 관객들에게 굉장히 불친절하다. 스탠턴이 왜 유랑단에 숨어들어가게 되었는지, 대사가 암시하듯 그의 과거에 아버지와 관련한 안 좋은 추억이 있는 듯한데, 그 추억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다만, 그의 과거가 어떠했을지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짐작만으로는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가 왜 그렇게까지 야망을 표출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는지 그저 대사가 주는 암시로 짐작만 하기에는 납득이 잘 안되었었다.
하지만 명확하게 납득이 가지는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음에 이 남자가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갈등이 있을지 혹은 어떻게 추락할지 어렴풋이 예상이 가능할 만큼 뻔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지루하지는 않았다. 영화의 크레딧이 가면서 꽤 곰곰이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내용이 드라마틱하지 않았는가? 아니다. 내용도 이정도면 드라마틱하긴 했지만 꽤나 클리셰들이 많았다. 욕망이 가득한 남자가 갈 곳이 결국 어디겠는가? 당연히 타락인 것을. 그리고 그 타락의 과정에서 등장한 묘령의 매력적인 여인, 릴리스 박사의 존재도 주인공의 목적 실현에 도움이 되는 듯하다가도 그의 집중력을 흐릿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본드걸과 비슷한 역할이어서 찾으려면 다른 영화에서도 그런 역할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영화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 되짚어보면, 결국 연출의 힘이었던 것 같다.이 영화가 연출이 정말 좋은 영화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인물 하나하나의 감정이 알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단정을 지을 수는 없도록 미스터리함을 유지하는 배우들의 표정에서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배우들의 표정을 잘 담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클로즈업하는 카메라 워킹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되돌아보니, 오히려 초반에 캐릭터에 대한 인식을 헷갈리게 한 것도 오히려 이 영화가 가진 클리셰를 미스터리로 푸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 포스터에서는 근 10년간 나오지 않았던 반전이라고 홍보했던데, 그 정도로 반전이었는가라고 생각해 본다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결말로 인해 이 영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인상은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 기예르모 델 토로인 듯 그렇지 않은
오히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 더 놀랐던 점이 있다면, 감독이 기예르모 델 토로였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양심선언을 하자면, 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과거에 LA시립뮤지엄에 놀러갔다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 영화 소품들을 모아놓은 전시회를 갔던 적은 있었다. 그 때, 이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해 얼추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 때, 느꼈던 이 감독에 대한 인상은
"아니, 기괴하고 고어(gore)한 생물체를 왜 이렇게 많이 등장시킨 거야? 이 감독 진짜 특이하고, 웃긴(좋은 쪽으로) 사람이다."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딱히 외관적으로 기괴한 생물체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행위들이 죄다 기괴하다. 서커스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초반부에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슬로건을 마음 속에 품고, 비인류적인 행위(멀쩡한 사람을 데려다가 반불구를 만드는 일)도 서슴치 않고, 다른 이들을 위로한다는 명분 아래 사기치는 것도 당연시되는 그 서커스 사회 자체가 이미 기괴하고, 고어하다. 외관적으로 기이해 보이지 않아도 이미 그 사회 속에 들어가서 주인공이 적응하는 것만 봐도, 이 주인공 또한 범상치 않은 인간임을 보여준다. 주인공을 묘사한다면, 그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새디즘적 기질과 기괴한 환경이 만들어낸 괴물, 딱 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감독의 의도를 감히 뇌필셜로 유추해 본다면, 이 영화는 더 이상 외적으로 솟구쳐 표현된 기괴함보다는 인간의 내면에 깊게 자리잡은 울퉁불퉁한 욕망의 위험성에 대해 고찰해 본 그의 시간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스탠턴은
3. 나쁜 놈 위에 나쁜 놈
“사람들을 속이는 게 아냐, 사람들이 스스로를 속이는 거지”
스탠턴은 사람을 속이는 일에 대해 점점 대담해지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서 돈 버는 게 왜 나쁘냐는 식이다. 하지만 릴리스 박사는 좀 다르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왜 이 여자는 이 위험한 게임에 동참하는 것인지 도저히 목적이 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명백하게 돈 때문에 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끝으로 갈수록 이 여자가 더 큰 빌런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볼 때의 시원함을 느꼈다. 스탠턴과 같은 나쁜 놈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것은 회개도 아니고, 착한 사람들의 존재가 아니다. 결국, 더 나쁜 캐릭터가 등장해 뚜들겨 패놓아야 비로소 자신의 현실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애매모호하게 나쁜 놈 위에 날고 기는 더 나쁜 사람으로 분한 릴리스 박사가 오히려 이 영화의 리얼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중반부에 등장해 후반부의 스릴러를 담당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스탠턴이 소시오패스 같았는데, 영화를 다 보면, 결국 이 세게의 최강 소시오패스는 릴리스 박사임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돈도 아니고, 스탠턴의 파멸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서 움직인 것이기 때문에 공부도 즐거워서 하는 이를 이기지 못한다고 하듯, 스탠턴은 그녀를 이길 수가 없었다. 애초에.
4. 총평
결국 스탠턴은 본인이 다른 이에게 행하던 사기를 다른 이에게 똑같이 당하고 만다. 자신이 만든 덫에 다른 이들만 잡아넣은 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빨려 들어간 셈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계속적으로 되돌아봐야 하는 것 같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너무 달리기만 하느라, 놓친 것은 없는지 등등을 점검해보아야 한다. 뭐, 과거에 매여서 후회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만든 덫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지는 않은지 최소한의 점검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최소 틀린 길은 아닌지 인지한다면, 당신의 욕망에 눈을 가려진 스탠턴이 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당신의 삶은 최소한 불행하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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