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9-30 15:31:25
9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한국인 애니메이터 참여한 <와일드 로봇> 북미 1위
드림웍스 30주년 기념작 <와일드 로봇>이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이 작품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이자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피터 브라운의 아동 문학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것으로,
로봇과 동물들이 자연 속에서 펼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립니다.
특히, 한국인 1호 드림웍스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해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작품의 뛰어난 영상미와 그림체, 주연 캐릭터들의 연기, 감동적인 사운드트랙이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는 <베테랑2>이 640만 명을 돌파했으나, 흥행세가 크게 꺾여
1000만 관객 돌파가 쉽지 않을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어 주말 관객수 12만 명을 동원한
<트랜스포머 ONE>이 2위, 재개봉을 한 <비긴어게인>이 3위에 올랐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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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의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이
구사일생
경기 대기 중. 홍대의 머릿속에 생각이 많다. 홍대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 홍대. 홍대의 시선은 동료 축구선수 성찬으로 향한다. 인터뷰 중. 빅리그 입단이 확실시된 성찬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박성찬 선수! 이 경기는 어떻게 플레이할 생각이십니까? 뭐 빅리그도 물론 좋지만 지금 앞에 있는 경기에 집중해야죠. 겸손함을 보여주는 성찬. 그런 성찬을 바라보는 홍대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경기 시작! 주심이 호루라기를 분다. 갑자기 홍대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성찬을 도와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할 홍대가 성찬이를 맨 마킹 한 것이다. 경기를 던져버리는 홍대. 당연히 라커룸에선 난리가 났다.
라커룸에서만 난리가 나면 다행일 것이다. 홍대의 역주행은 금세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빗발치듯 따라온 기자들. 난감한 질문이 들어온다. 그러나 그중에 가장 깐족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유난히 눈이 맑은 기자 하나가 유달리 거슬리게 행동한다. "경기 중 역주행 퍼포먼스는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인 어머니에게 보내는 메시지인가요?" "현재 사기 혐의 수배 중인 어머니의 도주를 돕고 계신 건 아닌가요?" 홍대의 얼굴표정에 무언가 변화가 있다. 화가 난 홍대. 도발하던 기자의 눈을 찌른다. 이 장면은 뜨거운 감자가 돼서 홍대의 커리어에 직격탄을 날렸다. 축구선수로서 은퇴 5분 전인 홍대. 아예 축구계는 접고 연예게 입문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좋은 걸로 이슈가 된 것이 아니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 이때, 홍대에게 제의가 들어온다. "너 감독해라. 월드컵 나갈 건데. 홈리스 월드컵이야. 다큐 제작팀도 붙을 거다."
감동 실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실제로 2010년에 한국 홈리스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 출전한 바가 있다고 한다. 이 한 줄로 알 수 있는 정보는 두 개다. 하나는 '홈리스'를 소재로 했다는 것과 스포츠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이다.
영화는 홈리스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영화 표면적으로 주인공 롤을 맡은 배우는 홍대 역의 박서준과 소민 역의 이지은 배우다. 이 둘은 영화에서 밑그림이 된다. 무슨 말이냐. 홍대는 홈리스를 하나의 축으로 모으는 역할이다. 또 이 사람들을 다독여서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가 있다(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홍대 내적인 성장은 보너스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홍대가 영화의 핵심에 겹쳐지는 순간이 있다. 이는 영화 내내 제시되는 홈리스들의 입장과 홍대가 처해있는 상황이 병치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연출은 영화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영화가 다루는 핵심 소재는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이 홈리스와 같은 입장에 놓이는지, 또 어떤 이유로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지가 영화에서 직간접적으로 묘사된다. 약간 부차적인 장면이긴 하지만 홈리스들에 대한 시선이나 '빅이슈'라는 잡지사가 등장하는 방식도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하하거나 희화하는 걸 지양하지만 소재를 다루는 것에 거침없었던 감독의 수가 돋보인다.
또 이 작품은 스포츠영화로서의 장르적 특성을 갖고 있다. 2부에 축구 경기장이 등장한다. 이 축구장 시퀀스의 완성도를 떠나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볼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글쓴이가 생각했을 때 스포츠영화로서의 장르성을 챙겼던 것이 어느 지점에선 강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중반부까지 홈리스들을 가르치는 홍대의 모습이 그렇다.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 갑자기 짠하고 잘하지 않는다.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못하는 게 당연하다. 영화에서 홈리스들 간의 사연이 다양한 만큼 이 피지컬적인 재능도 각자 다르게 묘사되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홈리스들의 연령대를 생각해 보면 사실 당연한 건데 섬세한 연출방식으로 리얼리티를 더했다.
몇 명 퇴장당한 축구경기처럼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착한 영화'다. 홈리스에 대해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좋은 평을 받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와 상응하는 이 영화의 단점을 뽑자면 그 나머지다. 사실 영화에서 감정적으로 뭉클한 장면이 있다. 신인류의 OST가 들어가는 장면은 역시 감독의 감각이 젊다는 걸 체감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뻔했던 경기장 시퀀스에서 이 노래가 삽입되는 장면 하나만큼은 식상하지 않았다. 또 웃긴 장면도 있다. 홈리스들의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이 약간 전형적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양현민 배우의 퍼포먼스는 인상 깊었다.
그런데 이 외의 지점에서 마이너스가 너무 많았다. 우선 첫 번째. 영화는 착하기만 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서 써보자면 영화가 살짝 노골적이라고 느껴졌다는 점이다. 우선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생각난다. 션 베이커의 작품 세계가 그렇지만 영화에서 해결책이 없었다는 점은 우리 각자의 몫으로 설루션을 돌렸다는 점에서 그 작품의 강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 중에 깊이 있는 통찰을 다룬 작품은 많다. 후반부에 약간 김새긴 했지만 시스템이 만든 비극 자체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훌륭하다(물론 영화가 제시한 해결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드림>은 중반부 즈음에 어떤 인물이 누구에게 코미디 대사와 함께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이 인물이 축구대회까지 가는 길에 굉장히 중요한데 이 장면에서 갑자기 방점이 쾅 찍히고 존재감이 옅어지는 건 차치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대사들이 너무 대놓고 들어갔다. 이병헌 감독의 진심이 느껴지긴 했다. 심지어 이 장면에 들어간 코미디 대사들 웃기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대사 하나가 너무 템포에서 임팩트가 커서 이 장면만 기억나는 느낌? 조연 홈리스들의 도전서사가 이 장면이 내포하는 메시지로 귀결이 나는 거면 모르겠다. 어차피 이 장면을 보여주려고 후반부가 있는 거면 이다음 시퀀스들이 굳이 없어도 되지 않을까?
또 인물을 설정하는 방식에서도 꼼꼼하지 못한 것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우선 홍대 쪽 묘사다. 홍대 역을 맡은 박서준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뭔가 과한 초중반부를 이끌 만큼 본인이 갖는 스타성을 적절히 활용한다. 특히 초반부에 홍대가 사고를 치고 인터넷 밈으로서 주인공이 퍼지는 영상이 있다. 이런 건 배우가 박서준이고 그의 역할에 이입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영상이다. 그러나 이 인물이 약간 과시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쌍쌍바가 등장하는 시퀀스다. 음.. 모르겠다. 박서준과 이병헌이라는 이름을 보고 극장을 가는 사람 중 이런 방식의 연출을 원했던 분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또 이 홍대는 중후반부 지점을 지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이 시퀀스는 좀 나사가 빠진 듯하다. 소민이의 직업적 역량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던 건가 싶다. 뭐 비단 홍대라는 캐릭터 자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도 이야기 몰입에 지장을 준다. 바로 홍대 어머니 캐릭터다. 이 홍대 어머니 캐릭터가 이야기에 있어서 기본 바탕이 된다. 이 인물의 어떤 행동들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의 문제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으니 차치하기로 한다. 이 사람은 이야기의 핵심과도 영 닿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심지어 어떤 장면에선 몰입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홍대가 갖고 있는 내적인 문제는 초반부에 나온다. 홍대가 갖고 있는 이 문제를 영화는 후반부까지 계속 이어지게 장면을 구성했다. 이 부분에 집중하고 보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한데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들어오니 좀 난잡해진다. 하려고 했던 것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또 홍대와 홍대 어머니의 연출뿐만 아니라 홈리스와 소민 캐릭터도 영 아쉽게 느껴진다. 우선 소민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좀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 많다. 소민이가 하는 대사도 약간 예전 영화들 같다. “약 먹을 시간 됐어”같은 대사들 뭔가 아쉽다. 대사를 떠나서도 인물의 동선이나 움직임들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것은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소민 캐릭터에게 별로 마음에 드는 점이 없다. 그나마 이지은 배우의 미모 빼면 굉장히 전형적인 캐릭터와 평범한 대사들만 반복한다. 안 그래도 상투적인 화법을 더 진부하게 만든 것이다. 글쓴이가 이지은 배우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소민이라는 인물이 대사 할 때마다 눈을 감게 됐던 것도 여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지은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에서 오는 단점이 이 영화에서 느껴졌다. 가수와 배우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카메라 드는 폼이 좀 이질감이 들었다. <브로커>에서 가수 커리어 내내 한 적 없는 쌍욕을 하는데 어색하지 않았던 것과는 정반대다.
홈리스 쪽 캐릭터에서도 아쉬운 지점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전부 아쉽다. 그중에서도 장점과 단점을 뽑아보자면 양현민/고창석 배우는 이 작품의 윤활유가 된다. 소수자 다음으로 중요한 영화의 소재는 가족이다. 고창석 배우는 가족영화로서 가져야 할 뭉클함을 치트키라도 쓴 것 마냥 다 만든다. 또 양현민 배우는 비주얼과 말투부터 코미디적 요소를 잘 살린다. 글쓴이가 가장 많이 웃었던 부분이 이 양현민 배우 캐릭터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홈리스 서사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건 이현우 배우가 맡은 인선 역이다. <영웅>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비슷한 문장을 썼었던 것 같다. 이 배우가 처음 등장할 때 '아마 이럴 거야' 생각했다. 그리고 정확히 다 맞아떨어져 갔다. 예상과 단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배우는 커리어에서 확실한 전환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이 영화에서 인선 역의 입지처럼 이 배우의 등장만으로도 모든 줄거리가 예상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거 실화냐
그렇게 아쉬운 인물연출은 영화의 줄거리와도 이어진다. 1부 홈리스들을 모으는 장면에서 나타나는 불균일함은 뭐 어쩔 수 없다고 치자. 2부는 약간 당황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다. 일단 실제 홈리스 월드컵의 규칙이 어땠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규칙의 여부를 떠나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 있어 각색이라는 부분은 연출가의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은 영화 감상에 있어 내적인 모순을 스스로 보여주는 듯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홍대 일행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어떤 사람들과 대화하는 신이 있다. 이 사람들은 영화 후반부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이야기를 쉽게 푸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인물들에게 더 쉬운 접근법을 만들어준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사람들은 영화에서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동한다. 없어도 되는 존재를 떠나 팀의 조직력과 완성도의 측면에서도 강한 유효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최고 단점이다.
또 이 축구경기를 중계하는 중계진들은 영화의 리얼리티성을 떨어트린다는 악영향을 끼친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실화를 찾아보니 해설자들이 실제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들을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그 상황이 있기 전까지 영화에서 한국의 홈리스에게 감정이입할 요소들을 넣었어야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는 영화 전체적으로 '굳이 말 안 해도 알 걸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습관'의 연장선상같이 느껴져서 이병헌 감독의 단순한 실수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 홈리스들의 모습. 강박적으로 느껴지는 균형감각. 현실적인 어려움. 이런 큼지막한 덩어리들은 대놓고 때려 박았다. 그걸 잘 이어 붙이면 뭐 아무 문제없었을 텐데 은근슬쩍 딱 갖다 놓아서 영화가 끊기는 듯한 느낌은 아쉽다. 이렇게 예상이 가는 장면들의 연속이라는 점은 영화 후반부에 있어 '언제 끝나나' 싶게 생각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좋은 영화는 맞지만 재밌지는 않았어
사실 이 <드림>을 기대했다. 글쓴이는 그냥 웃긴 영화, 재밌는 영화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품고 있는 좋은 시선에 대한 강박이 템포를 끊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하나의 이야기 같지 않게 들린다는 것. 상황을 전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나 이병헌이라서 이런 거 잘한다 다들 알지??' 같은 것들은 감독의 전작 <극한직업>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지게 한다. 분명히 재기 발랄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말이다. 박서준의 열연, 이지은의 사랑스러움도 이병헌이라는 감독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단점을 받쳐주지는 못했다. 좋은 의도로 착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완성도에 생긴 구멍을 메워주지는 않는데 말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박서준과 이지은 배우, 하현상과 신인류의 팬이라면 볼만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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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스럽고 유치해도 유쾌하니까
영화관을 나선 제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와, 이거 리뷰 어떻게 쓰지?"
훌륭한 영화보다 아쉬운 영화가 리뷰 쓰기는 더 쉽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내기만 하면 되거든요. 오히려 마음에 쏙 드는 영화를 보고 나면 리뷰 쓸 생각에 골치가 아파집니다. 제 리뷰가 영화의 수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영화의 완성도만큼 훌륭한 리뷰를 쓰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요. 영화의 가치를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제 표현력의 한계를 깨닫고 좌절하는 시간도 겪어야 합니다.
이 영화를 함께 관람한 제 지인은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영화관을 뛰쳐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제게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죠. 올해 들어 본 영화 중에 가장 유난스럽고 유치했거든요. 그러면 이 영화, 리뷰 쓰기 쉬운 거 아니냐고요? 그러니까요. 그런데 자꾸만 입안에서 '그래도'가 맴도는 것이 아니겠어요? "유난스럽고 유치한데… 그래도… 그래도… 유쾌하잖아!" 솔직히 말해 저는 이 영화를 상당히 즐기면서 봤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저항 없이 웃음이 팡팡 터지기도 했고요. 심지어 다시 보고 싶기도 합니다.
영화를 추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일단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써 놓은 서론을 읽어보니 아무래도 저는 이 영화를 미워할 수 없나 봅니다. 도대체 <지옥의 화원>의 매력이 뭐길래!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12월 14일(수)에 진행된 <지옥의 화원>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지옥의 화원>은 2022년 12월 15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지옥의 화원
Office Royale
'학교처럼 회사에도 양아치가 존재한다. 압도적 격투 능력을 갖춘 여직원이 지상 최강의 여직원이 된다.' <지옥의 화원>의 세계관입니다. 저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과감하게 비틀 줄 아는 능력을 존경합니다. 회사에 양아치가 존재한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런 상상력은 아무나 발휘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런 상상력을 마주하는 경험도 무척 소중하죠. 그러한 점에서 <지옥의 화원>은 시작부터 제 호감을 샀습니다.
남자들의 전유물로 그려져 온 싸움의 세계를 새롭게 재현했다는 점에도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성별의 전복은 <지옥의 화원>의 가장 즐거운 관람 포인트입니다. 싸움의 세계를 그린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언제나 대상에 불과했습니다. 남성들이 싸움을 통해 지켜내야 하는 대상, 쟁취할 수 있는 대상에 국한되었죠. 그러나 <지옥의 화원>에서는 다릅니다. 싸움의 주체가 여성입니다. 성별의 전복 덕분에 여성 캐릭터에 흔히 부여되지 않는 특징들도 더해졌습니다. 승부에 깔끔하게 승복하는 의리, 정상에 오르고 싶은 승리욕 같은 것들이죠.
거침없이 싸우는 여성 캐릭터들의 액션에 어찌나 쾌감이 느껴지던지! 어쩔 수 없는 신체적 능력의 차이로 인해 현실에서도 여성들은 보호받는 입장에 놓일 때가 많습니다. 밤길을 걸을 때면 괜히 두려움에 사로잡혀 잰걸음으로 걷기 일쑤고요. 하지만 <지옥의 화원> 속 세계에서는 그딴 신체적 능력의 차이 같은 게 없습니다. 대등하게 싸울 수 있고, 오히려 더 강한 것처럼 묘사되죠. 남성들보다 더 뛰어난 격투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습니다. 시종일관 미소 지으며 영화를 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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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유난스럽고 유치한 만화적 스토리텔링이 크게 한몫했죠.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최강의 격투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버린 '힘숨찐(힘을 숨긴 주인공)' 캐릭터와 최강이 되고 싶으나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는 캐릭터는 무협 만화의 단골 소재입니다.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통해 이건 만화 같은 영화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장풍을 쏘고 하늘을 나는 등 비현실적인 만화적 허용들까지 우후죽순 펼쳐집니다. 만약 당신이 B급 감성이나 만화적 스토리텔링을 낯설어한다면, 이 영화를 절대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B-무비와 만화적 연출을 거뜬히 즐길 자신이 있다면, 이 영화를 기꺼이 추천하겠습니다. 피식피식 웃으며 즐길 수 있으리라 감히 예단해봅니다. <지옥의 화원>은 내달리는 고속도로 위의 자동차 같은 영화입니다. 얽히고설킨 사연이나 깜짝 놀랄 만한 반전, 미묘한 감정선 따위는 없습니다. 오랜만에 저항 없이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점 때문입니다. 저는 꼭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춰야만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볍게 즐기면서 볼 수 있게 만든 것만으로도 <지옥의 화원>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현실성 따위는 개나 줘버린 이런 B-무비가 큰 위로가 되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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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캐릭터, 대사, 연출, 그리고 연기까지, <지옥의 화원>의 모든 요소가 누군가에겐 재미일 테고, 누군가에겐 억지일 겁니다. 저도 영화 리뷰를 쓰기 전까지 저 자신에게 계속 되물었습니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유명한 명대사를 읊으면서요. "나, <지옥의 화원> 좋아하냐?"
그런데 영화 리뷰를 다 쓰고 나니 이제야 인정할 수 있겠습니다. "나, <지옥의 화원> 좋아한다!"
Summary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받는 대양아치의 시대… 왕년의 양아치, 폭주족들이 최강 자리를 놓고 사내 파벌을 형성하며 군웅할거하고 있는 혼란 속에서 지극히 평범한 회사 생활을 보내던 '나오코'는 새로 입사한 '란'과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게 된다. 그러나 뛰어난 싸움 실력을 지닌 '란'이 사내 서열을 평정한 후 전국 양아치들의 표적이 되고 '나오코' 역시 주먹 세계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마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세키 카즈아키
출연: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 아라이 나나오, 카와에리 리나, 오오시마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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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
천만영화 <파묘>로 돌풍을 일으켰던 배우 최민식의 차기작이 정해졌습니다.
후안 마요르 작가가 집필한 스페인 희곡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의 출연 제의를 받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연극으로 소개되었던 <맨 끝줄 소년>은 소설가로 실패하고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문오와 그의 제자 이강의 이야기를 다룹니다.프랑스 영화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인 더 하우스> 역시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알려져 과연 국내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제작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편, 드라마 <맨 끝줄 소년>은 영화 <인어공주>를 각색한 장명우 작가가 대본을 맡고,<우리들의 블루스>의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올해 촬영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총 6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며, 편성 플랫폼은 현재 미정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내 생중계로 만난다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3일(월) 오전 9시 채널 OCN에서 국내 TV 독점 생중계되며,
TVING 내 OCN 채널 라이브로도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생중계는 통역사 안현모,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진행할 예정이며 영화감독 이경미가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브루탈리스트> 감독, 브래디 코베 차기작 공개
<브루탈리스트>으로 브래디 코베 감독이 최근 팟캐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전했습니다.
주로 1970년대에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150년에 걸친 내용을 다룬다고 설명하며“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품이며, 매우 다른 것을 시도하게 되어 기대된다.
이 영화는 미국의 신비주의와 제가 매료된 여러 가지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라 말했습니다.
한편, 브래디 코베 감독은 <브루탈리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곽선영X권유리X이설X기소유, 심리 파괴 스릴러 <침범> 개봉일 확정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해 완성도 높은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호평받은 심리 파괴 스릴러 <침범>이
오는 3월 12일 극장 개봉을 확정하고 스페셜 포스터와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침범>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과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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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2월의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넷플릭스 <지금 학교 우리는> 박스오피스 예측(결과)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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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해적: 도깨비 깃발>(-)
▶<해적: 도깨비 깃발>이 설 연휴에 이어 계속해서 2주 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동안 (2월 4일~6일) 관객 수 16만 482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0만명을 돌파, 현재 108만 6274명입니다.
지난 주에는 박스오피스에 진입한 신작 없이 설 연휴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는 할리우드 대작
<나일 강의 죽음>, <355>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2위. <킹메이커>(-)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킹메이커>입니다.
주말동안 (4일~6일) 주말 관객 수 10만 890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61만 6497명입니다.
<해적: 도깨빗 깃발>과 같은 날 개봉한 국내 기대작이었는데 다소 아쉬운 스코어를 보이고 있습니다.
<킹메이커> 역시 이번 주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함에 따라 다소 순위 유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3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입니다.
같은 기간(4~6일)동안 주말 관객 수 4만 530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744만 933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정말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어느 덧 누적 관객 수 75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요.
지금처럼 꾸준히 관객 동원을 한다면 750만명 돌파도 가능하리라 짐작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6회 예측 이벤트는 화제의 작품인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입니다.
<지금 학교 우리는> 1월 28일 공개 차주 후에 과연 총 몇 개 국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예측해보는 이벤트인데요.
그럼 제86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지금 우리 학교는> 이벤트에"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6회 <지금 우리 학교는> 이벤트에 많은 분들이 참가하여
과연 몇 개국에서 1위를 할지 예측해주셨습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평균 수치는 총 28개국 1위였습니다. 과연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요?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7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씽2게더>(-)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씽2게더>입니다.
<씽2게더>는 주말 관객 수 3만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82만 8908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는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같이 꾸준한 관객 동원을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상위권의 작품들보다는 오히려 좌석 판매율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것은 아직도 <씽2게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위.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8426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8만 9109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와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인데요.
<씽2게더>와 약간 작품의 결은 달리 하지만 국내 어린이들의 취향에는 오히려 더 잘맞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 연휴, 어린이를 동반한 꾸준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새롭게 진입한 작품 <Jackass Forever> 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4~6일) 북미기준 $23,500,000 (한화 약 281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Jackass Forever>는 북미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전설적인 TV쇼인데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심지어 영화마저도 대히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액션 코미디 다큐멘터리라는 2000년 10월 1일 MTV에서 시작한 리얼리티 쇼부터 출발했으며,
기상천외한 리얼리티 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국내에서도 3월 개봉 예정인 <Moonfall>입니다.
영화 <Moonfall>은 '롤랜드 에머리히' 연출, '할리 베리', '패트릭 윌슨' 주연의 지구에 달이 추락한다는 소재로 한 영화로
달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재난 속 인류의 마지막 생존기를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2월 4일 ~ 2022년 2월 6일)
1. <Jackass Forever> 235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2. <문폴> 100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960만 달러 (누적 7억 4895만 달러)
4. <스크림> 473만 달러 (누적 6894만 달러)
5. <씽2게더> 417만 달러 (누적 1억 3957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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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씨네픽은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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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과 드라마의 황금비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도 마약왕의 아들을 구하다가 죽을 뻔했던 '타일러 레이크(크리스 햄스워스). 그는 동료인 '닉'(골쉬프테 파라하니)과 '야즈'(아담 베사)' 덕분에 간신히 살아난 뒤 고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미지의 인물인 '앨콧(이드리스 엘바)'이 그에게 구출 작전을 의뢰한다. 조지아 마피아 두목인 '다비트'(토르니케 브지아바)의 아내이자 타일러의 처제인 '케테반'(티나틴 달라키슈빌리)이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 아이들과 함께 감옥에 갇힌 채로 남편에게 학대당하고 있으니 제발 꺼내 달라고.
이에 타일러는 망설임 없이 처제 구출 작전에 뛰어든다. 전 아내인 '미아'(올가 쿠릴렌코)'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지은 죄를 대신 씻어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계승과 변주
죄책감. 타일러 레이크라는 캐릭터의 전부다. 그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인도 마약왕이 아들을 구출해 달라고 의뢰하자, 자기 아들을 겹쳐 보고는 불가능에 가까운 의뢰를 수락했을 정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긴다. 닉의 말마따나 아들을 지키지 못한 고통 속에서 사느니 죽는 게 났기 때문.
타일러의 캐릭터성은 그가 죽음을 맞이한 듯 보였던 <익스트랙션>의 결말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였다. 인질을 구하는 데 성공한 혈투 때문이 아니다. 죽음으로써 아들에게 속죄하고, 몸과 마음을 잠식한 죄의식에서 스스로를 빼내는(Extraction) 구출극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속편 제작 결정이 의아했다. 아버지로서의 서사가 훌륭히 끝난 가운데 속편이 사족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익스트랙션 2>는 영리하다. 화려한 액션 안에 이야기를 녹여낸다. 전편의 서사를 계승하되, 다른 방향으로 완결한다. 아버지 타일러의 서사는 깔끔히 마무리된다. 그는 사투 끝에 깊고 무거운 죄책감을 직간접적으로 떨쳐낸다. 그와 동시에 타일러는 아버지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두 번째 기회를 잡는다. 시리즈도 홀가분해진 타일러와 함께 새로운 임무에 나설 판을 까는 데 성공한다.
지평선과 빌딩이 만나는 액션
우선 <익스트랙션 2>는 액션 영화의 본분에 충실하다. 스턴트맨 출신 샘 하그레이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러닝타임 내내 눈을 사로잡는 액션이 가득하다. 액션 시퀀스는 크게 3개다. 조지아 감옥 탈출이 첫 번째 시퀀스다. 조지아 마피아 두목이자 다비트의 형인 '주라브'(토르니케 고그리치아니)의 추격을 피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펼치는 탈출극이 두 번째다. 마지막으로 타일러와 주라브는 비행장과 성당에서 정면으로 격돌한다.
첫 번째 시퀀스는 현란하다. 12분가량 이어진 전편의 원테이크 액션 시퀀스와 비슷하다. 감옥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기차를 타고 추격을 따돌리는 장면까지 20분에 가까운 원테이크 액션이 연이어 등장한다. 카메라는 자동차와 기차 내외부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속도감 있는 추격전을 담아낸다. FPS 게임을 보는 듯한 1인칭 시점도 역동성을 더해준다.
두 번째 시퀀스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호텔 건물에서 추격을 다시 한번 따돌리려는 타일러 일행과 주라브 간의 승부가 펼쳐지는 가운데, 앞선 시퀀스와는 다른 접근법을 선보인다. 감옥 탈출 시퀀스는 수평적이었다. 감옥 복도를, 운동장을, 도로와 숲 속을, 철로를 수평으로 가로지른다. 자연히 액션 동선도 앞뒤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호텔 시퀀스에서는 수직적인 움직임이 돋보인다. 주라브는 빌딩 밖으로 탈출하려는 시도를 봉쇄하고, 위아래에서 포위망을 좁힌다. 그러자 타일러 일행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나가지의 헬기를 탈취해 탈출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헬스장 같은 호텔 내부 시설 혹은 즉석으로 만든 부비트랩을 활용한 다양한 액션이 등장해 눈을 사로잡는다. 방향성이 다르다 보니 액션 시퀀스는 길지만 지루하지 않다.
액션과 드라마의 황금 비율
그런데 세 번째 시퀀스까지 오면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액션 스케일이 줄어들고 화려함도 덜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시퀀스의 경우, 타일러가 유탄 발사기를 활용하는 초반부를 제외하면 육탄전으로 가득하다. 앞선 시퀀스에서 등장한 헬기도 없고, 인원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자연히 감옥 탈출 시퀀스 수준의 임팩트는 없다. 다리 위에서의 교전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전편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액션만 놓고 보면 이 선택은 부적절하다. 전체적인 쾌감을 저하시킨다. 그러나 드라마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신의 한 수다. 액션의 강도를 낮추는 대신 타일러의 과거와 아픔이 자세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타일러가 자기 자신을 구하는 또 다른 구출극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편에서 이어진 죄책감의 서사를 끝낼 기회도 생긴다. 적절한 완급조절 덕분에 자칫 단순할 수 있는 이야기에 매력이 더해진 셈이다.
실제로 감옥 시퀀스 전후로 타일러의 감정선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새 삶을 누리는 그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처제를 구출하라는 미션을 받은 후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살아볼 이유를 찾는 것뿐이라고 닉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그나마 아들의 그림이 유일한 단서다. 그림을 바라보는 타일러의 눈빛에서는 새로운 임무가 단순한 구출 작전이라는 아니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구원과 두 번째 삶
반면에 호텔 탈출 시퀀스 앞뒤로는 타일러의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액션에 힘을 뺀 만큼 드라마는 깊어졌다. 그와 ‘산드로(안드로 자파리쥐)’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아들과 비슷한 나이인 산드로에게 타일러는 여러 이야기를 건넨다. 아들이 죽은 이유, 자기가 지은 죄, 아들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 마치 고해성사를 보는 듯하다. 그는 아버지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처조카의 힐난도 순순히 인정한다.
아내와의 재회도 마찬가지다. 여동생과 조카를 은신처로 데려가기 위해 타일러의 집을 방문한 미아. 타일러는 그녀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아들이 투병 생활하는 동안 파병을 핑계 삼아 가족을 떠났던 과거를 자책할 뿐이다.
타일러의 서사는 가장 초라한 액션 시퀀스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처조카를 구하는 사투와 죄책감과 싸우는 혈투가 동시에 펼쳐지다 보니 감흥이 제일 진하다. 배경이 하필 성당이라 더 의미심장하다. 성당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인간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는 신의 건물이다. 타일러는 그 안에서 자기 죄를 씻어내고, 두 번째 삶을 찾는다.
이는 갠지스 강에 빠져 죽음으로써 속죄하려 했던 1편 결말과 묘하게 대조된다. 미아의 마지막 말처럼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타일러의 모습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끝맺는다. 미아는 전 남편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들은 파병 간 타일러를 비난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사람들을 구하러 간 영웅이라 불렀다고. 그러니 더 이상 자책하고 괴로워할 필요 없다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맺음과 새 출발
그러다 보니 <익스트랙션 2>는 <007 스카이폴>을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스카이폴>도 액션을 초중반부에 몰아넣었다. 반면에 후반부에는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작은 액션을 배치해 드라마에 집중했다.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 'M'(주디 덴치)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했고, 빌런 '실바'(하비에르 바르뎀)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그 덕분에 <스카이폴>은 이후 <스펙터>와 <노 타임 투 다이>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다.
<익스트랙션 2>도 마찬가지다. 타일러의 발목을 붙잡던 가족사를 완결하면서 전편의 서사를 능숙하게 마무리지었다. 다음 시리즈의 초석도 단단히 다졌다. 그의 새 삶을 응원하면서 이드리스 엘바와 함께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예고한다. 산드로나 주라브처럼 완성도가 아쉬운 몇몇 캐릭터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시나리오를 작성한 조 루소의 이름이 엔딩 크레디트에서 유달리 눈에 띈다.
Acceptable 무난함
액션과 드라마의 탁월한 완급 조절로 시리즈의 토대를 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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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2>가 전 세계 총매출액 1조원을 넘기며 올해 최고 흥행작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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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화란>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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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가 좀 높은데 괜찮으시겠어유?" 한국 최고의 셀럽들 X 백종원의 인생 한잔! 맛있는 대화에 취하는 순간 《백스피릿》,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