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9-30 15:31:25
9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한국인 애니메이터 참여한 <와일드 로봇> 북미 1위
드림웍스 30주년 기념작 <와일드 로봇>이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이 작품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이자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피터 브라운의 아동 문학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것으로,
로봇과 동물들이 자연 속에서 펼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립니다.
특히, 한국인 1호 드림웍스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해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작품의 뛰어난 영상미와 그림체, 주연 캐릭터들의 연기, 감동적인 사운드트랙이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는 <베테랑2>이 640만 명을 돌파했으나, 흥행세가 크게 꺾여
1000만 관객 돌파가 쉽지 않을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어 주말 관객수 12만 명을 동원한
<트랜스포머 ONE>이 2위, 재개봉을 한 <비긴어게인>이 3위에 올랐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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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물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혹시 추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영화를 보면서 추리 게임도 동시에 할 수 있는 추리물 영화!
영화에 몰입하여 범인이 누군지 예상하고,
맞췄을 때는 희열감을 느끼고 못 맞췄을 때는 경탄하는 매력이 있는 장르죠.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추리물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용의자 X의 헌신
Devotion of suspect X, 2008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느 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사망자가 판명되자 전처인 야스코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녀의 치밀한 알리바이에 형사 우츠미는 물리학자 유카와 교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cine pick!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370만 관객을 동원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2010
ⓒ 네이버 영화
synopsis
탈출이 불가능한 섬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연방 보안관 테디는 동료 척과 섬으로 향하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고, 게다가 폭풍까지 불어닥쳐 두 사람은 섬에 갇히고 만다.
cine pick!
수많은 복선과 함께 촘촘한 구성과 디테일이 돋보이며
독특한 미장센과 긴장감 가득한 OST가 영화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켰다.
인비저블 게스트
The Invisible Guest,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호텔 방에서 눈을 뜬 남자 옆에는 연인이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단, 3시간 안에 사건을 재구성해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cine pick!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치고 볼 수 없는 영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보여줄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밤, 승객 한 명이 잔인하게 살해 당한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리를 시작한다.
cine pick!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화려한 출연진과 화려한 미술이 돋보이며, 일반 추리물 영화와 달리 철학적인 부분이
조금 더 돋보이는 영화이다.
비뚤어진 집
Crooked House,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부호 애리스티드 레오니디스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손녀 소피아는 탐정 찰스에게 사건을 의뢰하였고,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서 살인 동기를 발견한 찰스.
그리고 곧 저택에서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cine pick!
디테일한 미장센과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으며
12명의 명품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서치
Searching, 2018
ⓒ 네이버 영화
synopsis
딸 마고에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 3통. 아빠 데이빗은 그 후 연락이 닿지 않는 마고가 실종 됐음을 알게된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지만 단서는 나오지 않던 중, 데이빗은 마고의 노트북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cine pick!
촬영은 13일, 편집은 2년이 걸린 영화 <서치>.
컴퓨터 화면으로만 진행되는 독특한 진행 방식으로 새로운 추적 스릴러 영화를 탄생시켰다.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계적인 미스터리 소설 작가 할런이 85세 생일날 숨진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에 탐정 블랑은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파견되고,
할런의 가족들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cine pick!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를 달성하였고,
제작비의 7배 이상인 3억 달러를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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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화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플라이 투 더 스카이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이태리에서 돌아온 성환이 교환과 재회한다.
cine pick!
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2x9의 색깔로 무겁고 진지한 위로보다는 가볍게 위로를 전한다.
싱 스트리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라피나에게 첫눈에 반한 코너. 잘 보이고 싶어서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덜컥 라피나를 뮤직비디오에 섭외하고, 그날부터 코너는 급하게 밴드 멤버를 모으기 시작한다.cine pick!
<원스> <비긴 어게인>에 이은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싱 스트리트>는
도전을 하라는 용기와 함께 노래 가사로 위로를 주기도 한다.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예스 맨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출회사 상담 직원 칼 알렌(짐 캐리)은 ‘NO’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매사 부정적인 남자.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인생역전 자립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그의 인생이 180도 뒤바뀐다!
cine pick!
YES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 <예스 맨>은 긍정의 힘을 보여주며 용기를 내서 도전하다 보면
많은 경험과 하루 하루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기력함에 빠진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 네이버 영화
synopsis
공부와 담을 쌓은 구제 불능으로 학교에서 낙인찍힌 사야카. 하지만 그녀를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엄마와 포기를 모르는 츠보타 선생을 만나 명문대 진학 도전을 선포하게 된다.
cine pick!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깊은 위로를 주는 명대사가 많은 영화이다.
성장 영화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 네이버 영화
synopsis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고백하기 위해 고양이가 된 소녀의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cine pick!
부드러운 따뜻한 색감과 작화로 호평을 받은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고양이 가면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사용하여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주는 영화이다.
영화 속 OST 역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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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다이애나 스펜서의 슬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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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 아이가 사람들의 손을 타면 안 좋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누구나 너무 예뻐하고, 예쁘다고 쓰다듬고 한 번 볼 걸 두 번 보게 되는 아이는 명이 짧다나. 그리고 그들은 익명의 죽은 아이들이 얼마나 예뻤으며 주변에서 얼마나 예쁘다고 난리였는지 회상했다.
이제는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는가. 우리는 그런 케이스들을 자주 확인했다. 영화를 보면서 몇몇 사람들을 떠올렸다. 관심이라는 포장을 씌우면 비수도 무디어지는지 모를 일이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영국에서는 당연하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평범한(사실 귀족 출신이지만) 유치원 교사 여자가 왕자님과 결혼하는, 말 그대로 신데렐라와 같은 러브스토리로 비추어졌다. 레이디 다이애나의 결혼식부터해서 패션까지 유행했고 그 스타일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한편으로는 모나코 공국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와도 비교할 수 있겠다. 그들은 다 떠났는데 디올의 레이디백, 에르메스의 켈리백은 아직까지 사랑받는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사흘간의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이다. 다이애나는 기사도 없이 별장으로 향한다. 지도를 보아도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내비게이션은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다). 한참을 헤매다 보니 어릴 적 살던 동네이다. 아버지의 외투로 만든 허수아비를 발견하고서야 깨닫는다. 그걸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여왕보다 늦게 별장에 도착한 다이애나는 별장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삐걱거린다. 크리스마스를 즐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별장에 들어왔을 때의 몸무게와 나갈 때 몸무게를 재는 것.
이 관습은 단지 '재미'로 시작되었다. 몸무게를 다는 것이 재미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몸무게의 족쇄로부터 벗어나 있는 사람뿐이다. 대상화되지 않는 쪽, 관찰자인 쪽이다. 관찰자는 누구인가.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이다. 영국의 제레미 벤담이 설계한 판옵티콘처럼, 보는 자는 권력을 쥔 자이다.
웨일즈의 공주, 왕세자비, 신데렐라인 레이디 다이애나는 안타깝게도 언제나 대상화되었다. 궁 안에서는 궁의 예절와 법도를 어기지 않는지 감시받아야 했고, 궁 밖에서는 파파라치들의 카메라에 비친 관찰자였다. 어디를 가도, 무엇을 해도 기자들과 파파라치들이 따라붙는 삶, 매일 얼굴이 신문 1면에 대문짝하게 나오는 삶, 뭘 입고 뭘 했는지 모두가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자신은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삶이란 얼마나 끔찍한가.
그때 한 명이라도 자기의 편이 있다면, 아주 작은 진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거기에 기대어 살겠다. 다이애나에게 남편 찰스 왕세자가 그 역할을 해주었어야 했으나 찰스는 그럴 수 없었다. 그에게는 다이애나와 결혼하기 전부터 만나왔고, 결혼 후에도 정리하지 못한 여자가 있었으니, 아내는 그저 왕실에 맞는 허울을 뒤집어 쓴 껍데기에 불과했다. 심지어 내연녀와 똑같은 진주목걸이를 선물받았다는 걸 아는데도 그 목걸이를 크리스마스 내내 걸어야 하니, 지옥이 달리 지옥이 아니다.
다이애나도 그렇지만, 왕실 역시 다이애나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인들의 모든 관심은 다이애나에게 쏠려 있었다. 왕자인 찰스가 가장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찰스 왕자의 비(妃) 다이애나'가 아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남편 찰스가 되어버린 꼴. 게다가 딱딱하고 절제되어 있던 왕실의 분위기와 다이애나의 다정한 이미지 사이의 괴리 때문에 영국 사람들은 다이애나에게 더욱 열광했다.
영화에서 찰스의 역할은 미미하다. 찰스뿐만 아니라 왕실의 누구도 돋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악역도 없고 다이애나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하지만 가장 나쁜 것은 방조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을 쳐다보지만, 왕실에서 다이애나는 있으면서도 없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 이브 밤,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에서 '엄마는 왜 슬픈지' 묻는 큰아들 윌리엄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먹은 것을 다 게워내는 다이애나에게, 남편 찰스는 위로는 커녕 요리사들을 생각해서 토하지 말라는 말을 할 뿐이다. 그나마 다이애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시종 매기까지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자 다이애나의 불안은 극에 달한다. 사방에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다이애나는 앤 불린의 책을 읽으며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앤 불린은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이다. 숱한 여자들과 바람을 피운 헨리 8세는 오히려 앤 불린에게 외도의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앤 불린은 참수형으로 죽는다.
다이애나는 아마도 앤 불린에게 자신을 투영한 것 같다. 정작 바람은 본인이 피우고 있으면서도 다이애나를 단속시키는 찰스의 모습은 헨리 8세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그러지 않아도 다이애나는 임신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몇 번의 자해가 있었고, 거식증과 폭식증도 있었다. 그럴 때 누구라도 다이애나의 곁에 있어주었더라면 사정이 좀 나아졌을까.
먹지도 못하고, 행사에 참여도 하지 못하던 다이애나는 자꾸만 어릴 때 살던 집으로 가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저지당한다. 기어코 폐허가 된 옛날집에 들어갔을 때, 다이애나의 눈앞에 유년시절이 환영처럼 떠오른다. 웨일즈의 공주, 왕세자비, 레이디 다이애나가 아닌 '다이애나 스펜서'로서의 삶.
크리스마스 연휴 마지막날에는 꿩 사냥이 관습인가 보다. 꿩은 아름다운 깃털을 가졌지만 사냥용으로 길러질 뿐이다. 죽임을 당하기 위해 사는 존재. 작은아들 해리는 아직 꿩 사냥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왕실의 법도에 의해 꿩사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애나는 꿩 사냥터에 나타난다. 그리고 아들들을 데리고 별장을 떠난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최고급 셰프가 만든 복숭아 수플레가 아닌 KFC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KFC 점원이 주문자의 이름을 묻자 다이애나는 말한다. '스펜서'
*
<스펜서>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삶을 새롭게 써보고자 했다. 다이애나에 관한 영화는 이미 몇 편 나와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다이애나의 사랑, 안타까운 이별 등이 아니라 왕실의 일원으로서 다이애나의 슬픔과 불안, 우울 등의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비운의 왕세자비' 같은 타이틀 말고, 인간 다이애나 스펜서에 관하여.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이혼 후 활발하게 사회운동을 해나간다. 아프리카 빈민구조, 지뢰제거, 적십자 활동 등을 해나가며 '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혼 후에도 파파라치의 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파파라치를 피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즉사가 아니었음에도 파파라치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 죽고 말았다. 영국 국민들은 슬픔에 잠겼으나 왕실은 끝까지 냉정했다. 그러다 블레어 총리까지 추모를 할 것을 촉구하여, 왕실장으로 장례식을 치른다. 그때 윌리엄, 찰스 왕자는 고작 10대 초중반이었다. 엄마가 죽었는데도 왕실의 법도를 따르며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그 심정을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은 어쩌면 현대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 뻣뻣한 왕실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해리 왕자와 결혼한 매컨 마클은 신문사의 횡포에 참지 않고 사생활침해 소송을 꾸준히 하고 있다. 물론 왕실의 인종차별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모두의 관심 속에 사는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한두 사람의 사랑이 지지대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는 관심이라는 무기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보냈다.
관람 포인트
* 다이애나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목소리와 발성이 거의 다이애나 그 자체였다. 영화 상영 전에 잠시 크리스틴의 인터뷰를 보여주는데, 다이애나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목소리도, 제스추어나 표정도 옛날 다이애나비의 영상 속의 그 모습 같다. 영화를 보기 전후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영상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찍은 클레르 마통이 촬영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도 보여주었지만 그가 보여주는 미술적 감각은 정말 아름답다. <스펜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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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리뷰
켄 로치가 영화를 통해 전하는 미덕을 하나 꼽자면 바로 정직이 아닐까. 영화란 결국 각본에 의거한 허구이니 본디 있던 사건이라 할지라도 '살짝 비틀어' 손쉽게 관객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거나, 멜로드라마에 가까운 말랑한 요소를 가득 첨가하여 온갖 인기를 누려도 될 터인데 그는 언제나 각본의 기틀을 현실 위에 튼튼히 쌓는다. 그리고선 허상을 예리하게 벼려 관객의 마음을 후벼 판다. 그의 영화에는 대단한 시네마틱 수사가 가미되지 않곤 하지만, 나는 그가 일생을 던져 전하는 메시지가 여전히 푸르며, 흔들린 적이 없다는 사실에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그런 의미에서든 아니든, 잉글랜드인인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은 한국인인 내게 더더욱 특별하고도 놀랍다. 우리나라로 간단히 치환해 이야기하자면(굳이 ‘간단히’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역사적 갈등은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인 감독이 한국 독립운동 역사를 그려낸 것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므로. 그래서일까. 켄 로치 역시 영국 내에서 반영주의자가 아니냐는 말을 꽤나(어쩌면 이골이 날 만큼일지도)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감독의 대답은 그의 신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왜 내가 조국을 싫어한다고 말하는가?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내 고향과 영국인들과 정부를 싫어해야 한다는 말인가? 정부를 비판하는 건 민주주의의 의무다" (최을영, 2013).이런 외골수 감독이 그려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감상하고 나면 심경이 절로 복잡해진다. 그 까닭은 침묵하는 아름다운 대지와 피 흘리는 전쟁의 괴리에서도 일부 빚어지며, 아일랜드에 주둔하는 영국군의 야만적인 지배를 통해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인 데이미언과 테디(패드레익 딜레이니) 형제의 우애와 인생이 역사적 질곡에 빠지며 어떻게 변모하였는지를 목격하는 것, 외부적 조건으로 인해 치닫는 형제간의 파국을 통해 비극은 더욱 처절하고 절절해진다. 데이미언은 런던에서 의사로 지낼 수 있었던 삶을 접고 형과 함께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혁명가로 변모하며 형의 사살명령에 삶을 마감했고, 테디는 IRA (Irish Republican Army 아일랜드 공화군)을 이끄는 아일랜드의 영웅으로 시작하여, 자유국 육군 장교로 입지를 굳히나 동생을 자신의 손으로 처형해야만 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우리는 끝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투쟁인데, 왜 가족이, 연인이, 민족이 와해되어야 하나? 정녕 우리는 희생 없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영화 도입부에선 적이 너무도 명확하다. 다름 아닌 영국군이다. 헐링을 하던 데이미언&테드 형제와 친구들의 인권은 순식간에 짓밟히고, 급작스레 수색당하며, 함께 게임을 즐긴 열일곱 살 미하일(로렌스 베리)은 자신의 이름을 게일어로 댔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초반의 데이미언은 그럼에도 영국 런던으로 향하고자 하는데, 아마 미하일이 영국군의 요구대로 이름을 게일어가 아니라 영어로 발음했다면 살 방편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데이미언은 곧 그러한 생生의 연장은 결국 도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차역에서 목격한다. 무기를 소지한 잉글랜드 군인은 기차에 탈 수 없다는 규칙을 말하는 무고한 기관사가 끔찍하게 구타당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인이 원하는 것은 생존이 아니라 삶이라는 깨달음은 의사 데이미언의 발걸음을 돌려놓는다.
그러하므로 데이미언이 지향하는 아일랜드는 처음부터 사람을 살리기 위한 장소여야 했다. 영국군을 몰아내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네이드(올라 피츠제럴드)가 외쳤듯 내 삶을 살 수 있는 터전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데이미언의 지향점이 더욱 명확하게 피어나는 장면은 그가 오랜 친구인 크리스(존 크린)를 밀고자라는 이유로 사살해야 했던 씬이다. 지금은 전쟁 중이라는 말에 따라 데이미언은 크리스를 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배운 지식으로 동포를, 그것도 피를 나눈 형제처럼 친했던 이를 죽여야만 한다. 데이미언이 지닌 의사라는 속성과 상극인 이 선택은 짙은 그림자가 되어 그를 끝까지 따라다닌다. 지금은 전쟁 중이라는 거대한 대전제가 짓밟은 친구의 대안적 인생을 떠올리는 행위는 데이미언이 테드와 달리 태생적으로 군인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고민이자 질문이다. 잠시 발을 헛디뎠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를 죽여야 하는 상황은 과연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세계일까? 데이미언은 동의하지 않는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그에게, 아일랜드는 이제 크리스를 희생했을 만큼 가치 있는 곳이 되어야만 한다.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IRA는 부당한 고리대금업자에게 투자를 받지 않으면 이길 방법이 없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기아상태다. 아일랜드는 전쟁을 이어갈 체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기실,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영국에게도 1920년대의 상황은 그야말로 치킨게임이었다. 양국 모두에게 휴전이 절실했다.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전 협정이 체결되는데, 문제는 협정 내용에서 비롯된다. 무수한 희생이 뒤따랐건만 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령으로 남아야 했고 분단이 이뤄져야만 한다니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이 내용은 납득하기 어렵기만 하다.
테디와 데이미언의 행보는 여기에서 갈라진다. 어쨌든 영국군이 머물지 않게 된 자유령을 수호하며 차근차근 완전한 독립을 이뤄낼 것인가, 혹은 협정을 인정하지 않고 완전한 독립을 이뤄낼 때까지 투쟁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각기 달랐던 탓이다. 형인 테디는 전자를, 동생인 데이미언은 후자를 선택한다. 영화가 데이미언의 시각을 주로 쫓아가기에 언뜻 테디의 선택이 그른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실질적으로 전쟁을 이어가기엔 아일랜드 역시 너무도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테디가 데이미언을 이상주의자라 비난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테디의 편에 서지 않은 데이미언이 현실적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어떤 면에선 옳을지도 모른다. 일단 자유를 얻는다면 지쳐있는 사람들은 일시적인 평화에 젖어, 추구해야 하는 이상과 혁명을 잊기 쉽다. 또한 실질적인 독립이 아닌 만큼 언제 영국이 돌변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부분을 외면하고 어쨌든 완전한 독립이 훗날 분명 가능하리라 말하는 테디의 꿈이 과연 데이미언의 것보다 곱절은 더 현실적인가(2021 현재 북아일랜드가 여전히 영국의 구성국으로 남아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더더욱)?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1920년대 아일랜드 내전은 이미 지나간 역사다. 또한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식민지배와 저항, 내전의 비극이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그저 픽션으로만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다기엔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 시네이드의 목소리가 사무치게 남는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념이라는 이름 하에 지구 상에서 자행되는 여러 종류의 집단적 폭력이 개인의 상상력을 어처구니없을 만큼 쉽게 넘어서는 경우가 잦다는 것을. 그러하므로 아일랜드 내전과 동일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지언정 유사한 사건은 무수히 많을 것이고, 영화의 메시지는 시대를 뛰어넘어 유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소한 관객인 우리만큼은 앞으로 이러한 형제의 비극을 반복해선 안된다는 울림, 이러한 비극이 시작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정의로운 평화를 수호하고 추구해야 한다는 담담한 목소리 말이다.
그렇기에 켄 로치의 힘은 영화 후에 더욱 극적으로 발휘되는 것만 같다. 아마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감상한 관객이라면 형제의 비극을 멈출 수 있었을 법한 지점을 찾기 위해 저도 모르게 영화를 거슬러 올라갈 테니까. 상대방에게 이분법적인 꼬리표를 붙이고 배격하는 장소가 아니라,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소와 충분한 시간이 있었더라면 형제의 반목(확장하여 아일랜드 민족 간의 내전)은 최소화할 수 있었으리라는 가정을 한 번쯤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깨달을 것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과 사람들을 내가 얼마나 납작하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어쩌면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암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시절, 독립을 위해 투쟁한 열사들이 이 정도의 대한민국에 과연 만족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의 말마따나 태어나려는 자는 언제나 (기존의) 세계를 깨뜨려야 하고, 이러한 부류의 투쟁은 언제나 지난하고 고단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대한 청사진을 거듭 그려야 한다. 온 세상의 비극을 막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나 우리 주위의 비극을 최소화하는 데에 일조할 순 있을 테니.지치는가? 항상은 아니어도 좋으니 쉬엄쉬엄 힘을 내어 걸어가자. 도움은 되지 않겠다만 나는 내가 대단히 낙관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론 언제나 긍정적이었다는 말을 덧붙여본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뤄온 많은 발전도 이미 믿을 수 없는 성과가 아니었는가? 예술이 우리를 응원하는 한, 우리의 꿈은 언제나 무한할 것이고, 우리를 추동하는 동력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발굴해낼 것이다. 결국엔.
★★★★★
* 참고문헌
최을영 (2013). 켄 로치 :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싸우는 사회주의 영화 작가. 인물과사상, 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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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세는 씨름? <더블패티> 신승호부터 <천하장사 마돈나> 류덕환, <챔피언> 마동석까지!
- 출처: 네이버 영화
여기, 흩날리는 모래밭 위 열정 가득한 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고열량 충전 무비 <더블패티>의 신승호와 <천하장사 마돈나>의 류덕환, 그리고 <챔피언>의 마동석이 그 주인공. 요즘 [집사부일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씨름을 스크린에서도 만나볼 수 있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짜릿한 뒤집기 한.판.승! <더블패티> 신승호!"
먼저, 오는 2월 17일(수) 개봉하는 <더블패티>는 씨름 유망주 ‘우람’(신승호)과 앵커 지망생 ‘현지’(배주현)가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서로에게 힘과 위안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담은 고열량 충전 무비로 넷플릭스가 먼저 알아본 신예 신승호가 영암군 소속 씨름 유망주 ‘우람’으로 등장해 씨름의 매력을 한껏 전달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마치 채닝 테이텀을 떠올리게 하는 타고난 피지컬, 저음의 보이스를 지닌 신승호는 예고편을 통해 미리 엿본 것처럼 남성적이지만 순수하고 에너지 넘치는 씨름선수로서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촬영에 들어가기 전 용인대학교 이태현 교수에게 특훈을 받으며 실제 씨름선수들과 같이 훈련에 임한 신승호는 영화 속 모든 씨름 장면들을 대역 없이 소화, 역동적인 씨름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할 것을 예고해 그 궁금증을 무한 자극한다.
"생생한 선수생활 <천하장사 마돈나> 류덕환, 이례적 ‘팔’씨름선수 <챔피언> 마동석!"
이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속 류덕환 역시 씨름의 매력을 톡톡히 전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류덕환)이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씨름대회를 준비하는 이야기로, 류덕환은 극중 뚱보 소년 ‘오동구’로 분해 색다른 전개 속 씨름선수의 생활을 생생하게 전하며 큰 호평을 받았다. 할리우드 배우로 거듭난 마동석의 <챔피언>은 역사상 이례적인 ‘팔’씨름선수로 분해 웃음을 더한다. 특히, 영화의 개봉소식과 함께 찰떡 같은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마동석은 극중에서 팔씨름 세계 챔피언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며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씨름선수로 분해 씨름의 매력을 한껏 전달하는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와 <챔피언>에 이어 또다른 에너지 넘치는 씨름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더블패티>는 2월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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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신을 한 신부님 (2019)
<문신을 한 신부님>
<기생충>과 함께 '2020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폴란드의 영화로, 원제는 'Corpus Christi'다. 번역이 '문신을 한 신부님'이라고 의역되었는데, 종교에 문외한 사람들의 입장까지 고려하면 번역된 제목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종교와 깊이 관련되어 있을 작품처럼 느껴지지만, 일반적인 기독교 영화와는 제법 거리가 있다. 폴란드인들이 유럽에서 알아주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배경지식 정도만 알고 보면, 이해하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훔친 사제복으로 하루아침에 신부가 되다
소년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다니엘(바르토시 비엘레니아)'은 존경하는 신부 '토마시'의 도움을 받아 목공소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출소하고 목공소가 아닌 성당으로 먼저 향한 그는 훔친 사제복으로 신부인 척 행세를 시작하는데, 사제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을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는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주임신부로 인해 그는 곧 그 자리를 대행하게 되고, 보통의 신부들과는 다른 화법과 기도 방식으로 신도들의 이목을 끈다. 하지만, 다니엘이 과거 마을을 휘감았던 비극적인 사건의 민낯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독실한 신앙심을 보이던 마을 사람들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파격적 설정, 신선한 스토리
소년원을 출소한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이 사제복을 훔쳐 신부 행세를 한다는 설정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파격적인 설정이다. 주인공 '다니엘'은 소년원에서 신부의 일을 도왔기에 신앙심이 강하고, 성직자의 역할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하루아침에 주임 신부가 된 그의 모습은 당연히 어설프다. 하지만, 위기나 당혹스러운 상황들을 매사 뻔뻔함과 재치로 넘어가며 제법 무거운 작품 분위기 속에서 소소한 유머를 일으킨다.
주인공을 맡은 '바르토시 비엘레니아' 배우의 연기 또한 상당히 강렬한데, 거친 범죄자의 삶을 살아온 비행소년의 서슬퍼런 눈빛을 지님과 동시에 신부로서의 따뜻하고 온화한 표정까지 동시에 보여준다. 기독교의 이중적인 면모를 비판하는 작품에서 이중적인 면모를 지닌 캐릭터를 소화하는 그의 연기는 작품의 의미와 더불어 굉장히 강한 인상을 준다.
예수에 빗대어 표현한 가짜 신부
가짜지만 누구보다 진짜 같은 신부의 모습을 보여준 '다니엘'의 행적에서는 마치 성경 속 예수의 행보와 유사한 흐름들이 느껴진다. 목공소에서 출발한 그의 여정은 성당으로 이어졌고, 기존의 성직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설파하며 사람들에게 신선한 반응을 일으킨다. 꽉 막혀 있지 않고, 형식에서 탈피하여 유연한 신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그는 위로가 필요했던 마을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준다. 하지만, 마을을 덮쳤던 사고를 파헤치는 그의 행보는 마을 사람들이 감추고 있었던 오만과 모순을 드러내게 하는 시험으로 작용한다. 신부로서 양심을 따르고, 절대선을 추구하는 모습은 결과적으로 마을 사람들에겐 불편함을 유발한다. 결국 이 둘의 갈등은 다니엘이 직접 장례를 주관함으로써 그가 희생을 하고, 마을 사람들의 악함은 끝내 반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들의 첨예한 대립각은 두터운 신앙심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음으로써 이들이 믿고자 하는 기독교 복음에 대한 위선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왜 다니엘은 사고를 파헤치려 했을까
다니엘이 찾아간 마을은 얼마 전, 교통사고로 7명의 사람이 숨졌다는 비극이 불어닥친 곳이다. 총 사망자는 7명이지만, 6명의 청년들이 탔던 차와 충돌한 1명의 남성 운전자를 살인자 취급하며 그를 성지에 묻지도 못하게 하고, 그 남성의 아내는 집안에 틀어박힌 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니엘이 유족 중 한 명인 '엘리자'와 함께 사고의 진상을 알아보니 마을 사람들이 추모하는 6명은 술과 마약에 찌든 상태였고, 살인자 취급을 받는 남성 은 음주운전조차 하지 않았다. 시장도 이 사실을 아는 것 같지만, 어째 모두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는 느낌이다. 외부권력의 압박과 마을 사람들의 분노에도 다니엘은 계속해서 그 억울한 남성의 장례를 치러주고자 돕는다. 왜 이토록 이 사고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살인자 취급을 받은 남성 운전자는 마을 사람들에게 일종의 낙인을 찍인 채 죽어서도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마치 범죄자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혀 깊은 신앙심을 갖고 있음에도 신부 학교에 들어갈 수 없는 '다니엘'의 상황과도 같다. 다니엘은 낙인으로 인해 절대 악의 기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그 남성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자신은 비록 신분을 숨기지 않고서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사람만큼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상황에서의 억 울함을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의 무고함을 밝히고, 장례까치 책임지려 애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관계가 아예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이 그토록 신경을 썼던 것이다.
종교의 양면성, 사람들의 이중성
<문신을 한 신부님>은 종교가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공감을 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매주 성당에 출석하고,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고하고, 예수에 대한 믿음을 표출하지만 정작 자신의 부끄러운 면들이 밝혀질 상황이 되면 믿음은 이미 저 뒷편으로 사라져 있다. 겉으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의 모습으로 위선을 떨면서도, 뒤로는 자신의 실리를 추구하고 악함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종교인들의 양면성과 더 나아가 인간의 이중성 자체를 신랄하게 저격한다. 믿 고 싶을 때만 믿고, 따르고 싶을 때만 따르면서 자신의 이익과 안정을 건드리는 순간 비인간적인 행태부터 일삼는 사람들의 신앙심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의문이 든다. 이와 같은 인간들의 모습은 비단 종교에 관해서만 벌어지는 문제는 아니고, 여러 집단과 사회 속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 자체를 고발한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편인데, 가짜 신부 '다니엘'에게 열광하는 신도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믿고자 하는 존재가 사실 무의미한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사제복만 입었다는 이유로 기계적인 믿음을 표출하는데, 정작 그 사람은 방금 소년원에서 출소한 사람일 뿐이니 이 얼마나 부질없고 무의미한 행태인가. 가짜 보다 더 진짜 같은 신부를 등장시킨 것은 이렇듯 종교의 허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 한 가지의 기능을 추가적으로 수행한다. 마을에서 선함과 긍정적인 메시지를 설파하는 것은 좋은 신학교를 멀쩡히 나오고, 출신 교구부터 따지고 묻는 베테랑 주임신부가 아닌 가짜 신부 다니엘이다. 이는 곧, 어디서 왔는지보다 어디로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극의 대사를 반영한 양상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들이 원죄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어디서 왔는지는 그렇게까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진정으로 가려고 하는 앞으로의 방향이 더 중요할 뿐.
*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거 겔겔겔스타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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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스턴스] 끝장리뷰 |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상징 | 야자수 의미 | 오프닝, 엔딩 해석 | 결말해석 | 세 번의 탈피 | 음식과 물질 | 스탠리 큐브릭 | 두 자아
[서브스턴스](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야자수, 세 가지 색 (빨간색 vs 파란색, 노란색)
Chapter 2 물질과 음식, 세 번의 탈피
00:00 괴랄한 수작
00:31 스탠리 큐브릭
01:14 야자수
02:30 세가지 색깔
05:12 의아한 지점
06:10 물질과 음식
07:52 나vs나
08:55 탈피, 변태
09:55 별점 및 한 줄 평
10:1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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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예 12년> 오스카 예고편
1840년대 미국에서는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흑인 납치 사건이 만연하게 된다.
미국 내 자유주(州)의 흑인을 납치해 노예주(州)로 팔아 넘기는 것.
음악가 '솔로몬 노섭', 노예 '플랫'!
두 인생을 산 한 남자의 거짓말 같은 실화!
1841년 뉴욕. 아내 그리고 두 명의 아이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누리던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간다.
그가 도착한 곳은 노예주 중에서도 악명 높은 루이지애나.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그에게 노예 신분과 ‘플랫’이라는 새 이름이 주어지고,
12년의 시간 동안 두 명의 주인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드윈 엡스(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게 되는데…
단 한 순간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12년 간의 기록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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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예고편
“엄마, 어쩌다 그런 선택을 했어요?
난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로요”
엄마의 비밀을 찾아온 해외입양인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아주 특별한 시간여행!선희 엥겔스토프, 한국 이름 신선희.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덴마크 가족에게 해외 입양됐던 선희는 한국에 와서 친생모를 찾는 한편,
한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미혼모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 생명을 임신한 게 축복이 아니라 감춰야 할 비밀이 돼버린 채 출산을 기다리는 미혼모들.
이들에게 양육의 선택권을 주고 싶어하는 시설 관계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반대와 한계 상황에 부딪친 엄마들은 결국 아기와 헤어지게 된다.
선희는 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시간을 뛰어넘어
그 오래전 자신이 태어난 날 입양동의서에 사인해야 했던 엄마의 슬픔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데……
이제껏 우리가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해외입양인 감독의 가장 생생한 시선과 진짜 목소리가 마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