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9-30 18:16:34
영화로운 순간을 담은 영화 8선
영화... 좋아하세요? 저는 참 좋아합니다.
영화… 좋아하세요?
당연한 말이지만, 저는 참 좋아하는데요.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 중 가장 마지막 단계가 바로 ‘영화를 찍는 것’이라 말했던 프랑수아 트뤼포처럼
바로 여기, 영화를 사랑하다 못해 직접 영화를 찍기로 결심한 이들이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활동했던 영화 연구소를 담은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부터
곧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싱글에이트>까지!
온 힘을 다해 영화를 찍고, 사랑한다고 외쳤던 이들을 담은 영화 8편을 준비했습니다.
이 영화들을 보고 나면 문득 여러분도 영화를 찍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줄거리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금요일 방과 후. 학교 최고의 인기인 키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평온했던 교내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배구부원들과 친구들은 혼란에 빠지고, 서서히 이들의 감정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러던 중 키리시마와는 가장 먼 존재였던 영화부 마에다가 움직이게 되고, 이야기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줄거리
난생처음 극장에서 스크린을 마주한 순간부터 영화와 사랑에 빠진 소년 ‘새미’. 아빠 ‘버트’의 8mm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담기 위해 열중하던 새미는 우연히 필름에 포착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진실을 비추는 필름의 힘을 실감한 새미에게 크고 작은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엄마 ‘미치’의 응원으로 영화를 향한 열정은 더욱 뜨거워져만 가는데…
줄거리
시대극 찐 팬으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고교생 ‘맨발’.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무사의 청춘>이 탈락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드림팀을 결성한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맨발’은 꿈에 그리던 촬영을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는데…
줄거리
1978년 스타워즈를 보고 흥분한 고등학생 히로시와 그의 절친 요시오, 사사키는 8mm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카메라 가게 직원의 제안으로 ‘시간 역행’을 주제로 한 SF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오랜 짝사랑인 나츠미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우려는 히로시의 열의와 함께, 학교 축제에서 상영을 목표로 이들의 청춘 가득한 영화 만들기가 시작된다.
줄거리
90년대 초, 시네필들의 공동체인 '노란문 영화 연구소' 회원들이 30년 만에 다시 떠올리는 영화광 시대와
청년 봉준호의 첫번째 단편 영화를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줄거리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
줄거리
1931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 역사 내 커다란 시계탑을 혼자 관리하며 숨어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휴고.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휴고에겐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고장 난 로봇 인형만이 가진 전부다. 아버지의 숨겨진 메시지가 있을 거라 믿으며 망가진 로봇 인형을 고치려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휴고는 어느 날 인형 부품을 훔쳤다는 이유로 장난감 가게 주인 조르주에게 아버지의 수첩을 뺏기고 만다.
조르주 할아버지의 손녀딸 이자벨의 도움으로 로봇 인형의 설계도가 담긴 아버지의 수첩을 되찾으려는 휴고는 떠돌이 아이들을 강제로 고아원에 보내는 악명 높은 역무원의 눈에 띄게 되고, 애타게 찾던 로봇 인형의 마지막 열쇠를 가지고 있던 건 다름 아닌 이자벨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줄거리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 약해진 몸과 마음으로 활동을 중단한 채 지내고 있다.
그는 32년 만에 자신의 영화를 다시 보게 되고, 미워했던 주연 배우 ‘알베르토’를 오랜만에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조우하게 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되는데..
강렬했던 첫사랑, 찬란했던 욕망, 괴로웠던 이별, 가장 솔직한 거장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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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의 색을 말하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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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제작 : 미국, 드라마 │ 감독 : 션 베이커
출연 : 브루클린 프린스(무니), 브리아 비나이트(핼리), 윌렘 대포(바비)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1분" 꿈과 환상의 나라 옆에는 빈민가가 있다네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미국의 남동쪽 플로리다 주에는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가 있다. 여느 관광지나 그렇겠지만 디즈니월드의 주변에도 관광특수효과를 노리며 화려한 외양의 숙박시설들이 지어졌다. 예닐곱 살쯤 된 아이 '무니'가 사는 곳도 그런 곳의 일부다. 이름하야 '매직캐슬'. 몽환적인 연보라색 페인트로 뒤덮인 이곳은 동화 같은 분위기나 이름과는 달리, 홈리스(homeless)들이 모여 장기투숙을 하는 싸구려 모텔이다. 무니는 스물두 살 엄마 '핼리'와 함께 그곳에서 살고 있다.
아이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영양가 없는 와플이나 피자로 끼니를 때우고, 길거리에서 향수를 팔아 힘겹게 방세를 치르는 등, 무니의 엄마 '핼리'는 아이를 키우기에 너무나 무지하고 가벼워 보인다. 무니를 둘러싼 열악한 환경도 문제다. 방세를 못 내면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는 허름한 모텔에는 투숙자들의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공용으로 쓰는 수영장에서 가슴을 내놓고 선탠을 하는 할머니가 사는가 하면, 아이들 곁에 얼쩡거리며 성범죄의 기회를 노리는 남성도 있다. 하지만 무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이므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그저 즐겁고 흥미로울 뿐이다.
" 관여하지 않고 보여주어 드러내는 휴머니즘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사실 영화 초반부까지만 해도 '핼리'에게 엄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저런 엄마와 함께 저런 환경에서 쭉 큰다면 어쩌면 아이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고, 교육이나 복지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엄마처럼 길거리를 전전하며 사는 빈민층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니 모녀의 이 미래 없는 삶에도 그들 나름의 일상과 사랑이 있다는 걸 서서히 영화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핼리는 정기적 일거리가 없지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방세를 내려고 노력하고, 스물둘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를 거부하는 남자와는 데이트하지 않는 엄마이다. 아무리 자격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핼리는 핼리 나름대로 딸 무니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다. 매직캐슬의 매니저 '바비'도 그런 의외성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었다. 바비는 겉으로는 방세를 내지 않으면 쫓아낼 듯 구는 딱딱한 관리인이지만, 실제로는 무니와 핼리가 처한 상황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우려고 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알게 모르게 그에게 의존하는 무니와 핼리는,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무심한 척 하지만 바비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아무리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의 막장 라이프인 듯해도, 카메라는 그 안에 우리가 모르는 구석을 샅샅이 들추어 따스함을 발견한다. 그런 카메라의 시선에는 섣부른 동정이나 비난이 없다. 그저 매직캐슬의 투숙자들이 겪는 사실만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를 넘어서자 나는 이 무심한 듯 비추는 이 휴머니즘적인 이야기에 완전히 젖어들었다.
" 그 엄마가 틀렸다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이런저런 사정으로 더 이상 방세를 내기 힘들어진 핼리가 결국 성매매에 발을 들였을 때에도, 마냥 그녀를 욕할 수 없었던 건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방세를 내야만 무니와 함께 살 수 있고 밥을 먹일 수 있다는, 엄마 핼리의 일념이 느껴졌으니까. 단칸방인 그곳에서 몸을 팔며 돈을 받는 동안, 무니는 엄마가 크게 틀어놓은 힙합을 들으며 오랜 목욕을 한다. 욕실 밖에서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 채, 매일 그렇게 목욕이 반복된다. 핼리는 잘못된 일을 하고 있으며, 어린 무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카메라는 모녀의 삶을 우리에게 알리되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눈물이 흘렀다.
누군가의 신고로 아동보호국에서 결국 무니를 데리러 왔을 때, 그 복잡한 심경은 피크를 쳤다. 절대로 아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핼리의 발악과, 마찬가지로 절대로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무니의 몸부림은 너무도 슬펐다. 그러나 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아이가 분리되는 게 맞다는 어른으로서의 판단도 내 안에 존재했다. 핼리가 나쁜 엄마여서가 아니라, 핼리가 처한 환경이 아이를 해칠 것을 알기에. 이 모든 감정이 얽기고 설켜 마음속에서 싸움이 일었다. 이런 환경에서라도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와 두는 게 맞는가, 아니면 더 좋은 환경으로 아이를 보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답은,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영화가 어느 한쪽의 태도를 취하지 않고 사실만을 비추는 까닭은 아마도 그런 이유였을 테다. 자본주의의 가난이란 애초에 그런 것이기 때문에. 어린 딸을 두고 성매매를 하는 핼리에게 잘못이 있음을 알면서도, 가난한 모녀에게 별다른 구제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던 사회를 탓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단지 개인의 무능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홈리스 현상 역시 같은 선상의 문제다. 그러니 동정을 하면 핼리의 잘못된 선택을 지지하는 꼴이 되고, 비난을 하면 사회의 불평등을 외면하는 꼴이 된다. 영화는 그저 적절한 리얼리즘을 통해 관객이 이 양가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하고 싶었으리라.
" 수많은 '무니'와 '핼리'가 진짜 퓨처랜드에 이르기를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영화의 마지막. 아동보호국으로부터 분리되기를 거부하며, 무니는 단짝 '젠시'에게 찾아간다. 젠시는 근처의 모텔 '퓨처랜드'에 살며 무니와 매일매일을 함께했던, 마찬가지로 홈리스의 딸이다. 가난을 대물림받을 미국 극빈층의 아이들. "이제 너를 못 볼지도 몰라"하며 무니가 울먹이자, 젠시는 무니의 손을 와락 잡고 있는 힘껏 뛰어 디즈니월드로 향했더랬다. 디즈니월드 옆에 살면서도 가난해서 정작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그곳에, 숨기 위해 뛰어들어간 아이들. 그 모습은 너무나 귀엽고 발랄했지만, 한편으론 슬프고 미안했다. 아이들에게 펼쳐질 현실이 동화가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눈부신 연보라색 건물 외벽, 매직캐슬이니 퓨처랜드니 하는 웅장한 이름들. 그러나 그 안에는 당장 이번 주 방세로 걱정하는 여러 삶들이 모여있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막연한 동정이나 막연한 비난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삶이.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다소 무력해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질 거라는 희망은 가져봐야 되겠지. 아이들이 디즈니월드로 뛰어들었던 것처럼.
플로리다에 있는, 또는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많은 무니와 핼리들의 안녕을 막연하게나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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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척 그만하고 나 좀 고쳐줘요.
느껴야만 하는 합당한 감정이 왠지 좀처럼 터져 나오지 않고 몸속 어딘가 꼭 박혀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분명 어딘가 있는데 도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기분. 난 느끼지 못해도 내 몸 어딘가는 그 감정을 그대로 전달받는다.
전달받은 곳은 고장이 나 삐그덕거린다. 발광하기도 하고 일부로 날 괴롭힌다. 그렇게 화가 나고 아픔을 느끼면 마음이 놓인다.
살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반복한다.
아내를 만나고 장인어른 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계획적이고 완벽하게 산다. 그러나 자기가 빠져 있는 일이 아니면 게으르고 무심하다.
물이 새는 냉장고에도, 그리고 아내에게 마저도.
아내를 무심히 여기고 놓치고 살던 그는 아내가 떠나고도 마치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은 듯 아무렇지 않게 지낸다.
슬프지가 않다. 그렇지만 왠지 삐그덕 거린다. 어딘가에서 위급상황을 외친다. 매미나방이 심장을 갉아먹었다.
문제점을 찾기 위해 분해를 시작했다. 모든 걸 부수고 나면 조금 나아졌다. 전과 다른 충동적인 삶을 산다. 파멸, 파괴 그것만이 흥미롭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주는 관심. 조금 무심할 수도 있지 바쁘고 힘들면 그럴 수 있지.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날 아직도 뜨겁게 사랑한다는 관심. 그게 없이는 사랑이 아닌 걸까?
"전에 못 보던 것들이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해요. 어쩌면 보긴 봤는데 무심하게 본 거겠죠."
오랫동안 아프던 마음이 사소한 위로 한 마디에 행동 하나에 싹 낫는 일이 있다.
어떤 정신질환 약과 치료보다 강한 게 누군가 날 사랑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다.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그게 무엇보다 강력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알면서도 미루고 놓친다. 꼭 잃고 나면 그제야 깨닫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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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의 진짜 모습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우리는 뭔가 보는 것을 즐긴다. 영화,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같은 것을 관람하고 그것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음악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그건 일종의 대리만족일 수도 있고 그저 그것이 만들어주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쾌감으로 자신의 마음속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일 수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공연들은 있어왔고 조금씩 변화해 왔다. 사람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공연들을 특별하게 생각했고 무언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면 이런 춤이나 노래의 공연들이 같이 진행되었다. 아마도 인류가 시작된 이후에 이런 공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전달해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관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쇼를 보고 만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남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그것이 주는 만족감에 도취된 사람들은 계속 다양한 시도를 계속했고 다른 형태의 볼거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카메라라는 기기에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 카메라 안에는 점점 자극적인 것이 담기기 시작했고, 그 자극이 커질 때마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만족감은 더 커졌다. 그들은 그것에 어떤 사명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에 열광했고 그건 그걸 찍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도취감을 만들어줬다.
외계 물체의 등장 이후 기이한 일들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
영화 <놉>의 중심인물인 OJ(다니엘 칼루유야)는 아버지와 목장을 운영하는데 목장에서 기르는 말들은 주로 영화 촬영에 활용된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가 기이한 현상에 의해 죽게 되면서 목장으로 다시 돌아온 동생 에메랄드(케케 팔머)와 OJ가 겪는 기이한 일이 영화에 담긴다. 외계 비행체처럼 보이는 물체가 상공에 나타난 이후, 그 물체는 주기적으로 말을 납치해가고 그 존재의 영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OJ와 에메랄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된다.
영화의 시작에는 이야기의 시점보다 과거에 벌어졌던 방송이 나온다. 고디라는 침팬지가 출연하는 TV쇼에서 갑자기 돌변한 고디가 출연자들에게 끔찍한 일을 한 이후의 모습이 보인다. OJ와 고디의 일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이야기의 접점이 만들어진다. 고디가 출연하는 TV쇼에서 끔찍한 현장을 모두 목격한 리키(스티븐 연)는 OJ의 근처에서 주피터 파크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침팬지의 쇼를 이용해 과거 쇼 비즈니스가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경험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주피터 파크도 말을 이용한 쇼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OJ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말을 이용한 영화 촬영에 참여하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말의 행동으로 촬영에서 배제되는 인물이다. 꽤 과묵한 성향을 가진 그는 쇼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고 한 편으로는 말이 그런 촬영에 소비되는 것이 못마땅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여동생 에메랄드는 무척 적극적이고 무대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쇼 비즈니스에 편입되어 자신의 존재감이 높아지는 것을 원한다. 완전히 다른 성향의 남매인 이들은 외계 물체를 보고 하려는 목적이 다르다. OJ는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에메랄드는 그 증거를 찍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 큰돈을 벌려고 한다. 영화는 이 둘의 성향 차이과 목적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구성하여 이야기의 흥미를 높인다.
쇼 비즈니스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의 다른 인식과 목적
남매와 말 거래를 위해 만나는 리키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주피터 파크에서 말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그는 이미 어린 시절 동물인 침팬지가 착취당하는 과정과 갑작스럽게 과격하게 행동하는 동물을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동물인 말을 이용해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카메라 촬영이 없을 뿐 그는 관객 앞에 서서 말을 희생시키는 쇼를 보여준다. 그의 행동에는 어떤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끔찍한 일에 대한 경험은 그에게는 훈장 같은 일이다. 그가 OJ와 에메랄드에게 자신의 과거의 일과 자부심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가 하고 있는 쇼 비즈니스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계 물체는 영화의 중반 이후 OJ에 의해 진 재킷이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진 재킷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관점도 모두 다르다. OJ와 에메랄드는 일단 진 재킷이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두 사람의 목적이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마트 직원인 엔젤(브랜든 페레아)과 함께 그것을 영상에 담기 위해 애쓴다. 반면 뒤늦게 합류하는 전문 촬영 감독 앤틀러스(마이클 윈콧)는 촬영에는 도가 튼 인물이다. 그래서 좀 더 어렵고 현장감 있지만 세상에 없을 것 같은 화면을 담으려 애쓴다. 그는 수동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서 진 재킷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에게 이 촬영은 과거에 해본 적 없는 불가능한 촬영에 대한 도전이다.
여기서 가장 동떨어져 있는 리키는 진 재킷을 자신의 쇼 비즈니스에 활용한다. 그는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착취적인 사람일 것이다. 수많은 말들 뿐만 아니라 외계 물체는 진 재킷까지 자신의 쇼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의 이미지는 내내 자신만만하지만 그의 쇼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을 준다. 영화 후반부 그가 진 재킷과 말을 이용해 벌이는 쇼는 무척 경쾌하게 시작해 이상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끝이 난다. TV 쇼 비즈니스의 최정점을 경험한 인물이 자신만의 공연을 만들고 결국 그것 때문에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쇼 비즈니스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인다.
쇼 비즈니스에 대한 비판적 시각 그리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흥미로운 이야기
영화 <놉>은 외계 존재를 조금씩 화면에 비추다가 후반부에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그 과정은 무척 천천히 진행되지만 전반적으로 점점 속도가 빨라져 후반부에는 그 속도가 절정에 이르면서 끝을 맺는다.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영화들의 특성처럼 후반부의 진 재킷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드러내며 이 이야기를 절정으로 몰고 간다. 이 영화 자체가 거대한 쇼 비즈니스의 하나이며, 그 안의 다양한 인물들은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진 재킷을 이용한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진 재킷이라는 존재는 이 쇼 비즈니스에 훌륭한 서스펜스를 제공하고 주인공들을 위한 무언가를 해낸다.
<겟 아웃>, <어스>를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은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특히 전반부에 동물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의 참혹한 모습으로 운을 띄운 이후,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쇼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진 재킷의 존재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촬영감독 앤틀러스나 동물을 이용한 쇼를 전문으로 하는 리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명을 붙일 수 있다. 영화 <놉>은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과 구도를 통해 관객들이 관람 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는 영화다.
마냥 어렵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이야기는 단순해졌고 속도감은 무척 커졌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깊이는 꽤 깊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외계 물체인 진 재킷으로 부터 만들어지는 공포감과 서스펜스도 굉장히 압도적이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드러나는 후반부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또한 여러 가지 사회적 메시지들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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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으로 갈라진 땅에 희망을 심는 따뜻함이 한 움큼.
낯선 것에서 오는 괴로움보다 익숙한 것에서 오는 어려움이 더욱 어려운 법이다. 삶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될 거라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희망이라는 꽃을 피워낸다. 봄처럼 싱그럽고 따스한 햇빛과 향기로운 장미로 가득한 영화 '베르네 부인의 장미 정원'을 소개한다.
장미 그 자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베르네는 라마르젤이 운영하는 대량 품종 개발 회사에 밀려 여러모로 힘듦을 겪고 있다. 정성을 다해 가업을 이어보려 하지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을 상대하는 일 뿐만 아니라 부족한 일손, 부족한 품종으로 인해 장미정원까지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주변의 모든 것을 처분하면서까지 장미정원을 지키려는 모습에 늘 곁을 지키는 직원 베라가 신규 직원을 채용하며 변화를 도모한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탓에 더욱 어려움을 겪지만 장미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위한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난 베르네. 과연 그가 꿈꾸던 대로 장미정원을 지킬 수 있을까. 장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라마르젤은 온갖 희귀 장미 품종을 독점하는 것도 모자라 소규모 장미 정원을 사들여 몸집을 키우고 있다.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상대에 끊임없이 좌절하지만 지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생각이 피어오르게 했고 위험하지만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기회를 만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다소 빈약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자신의 내면에 꽃 피우고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아쉬움의 감정이 사라진다.
사람의 누구나 자신만의 관심사가 있고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던 것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하기도 하는 모습은 지나고 보면 정말 놀랍다. 전공과 지금 하는 일이 다른 건 나 또한 마찬가지기 때문에 그 과정을 겪는 이들을 보면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기존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고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더욱 좋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화를 내고 낯선 것에 친절하다. 모두가 신경 쓰지 않았던 꽃에서 믿음으로 가득한 행복의 희망을 발견하듯 정성스레 가꾼 마음의 씨앗이 예쁘게 피어난 이들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장미정원을 가꿔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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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군분투
고군분투[孤軍奮鬪]: 전장에서, 구원병이 없이 고립된 군사나 군대가 많은 수의 적군과 맞서 용감하게 잘 싸움
1940년대, 프랑스에서 23살의 대학생 '안'이 임신을 한다. 상상치 못한 임신에 아이를 지울 방법을 찾지만 쉽지 않다. 당시 낙태 수술은 엄청난 범죄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12주 차가 돼서야 '안'은 은밀하게 낙태 수술을 하는 사람을 알게 되고, 목숨을 내건 수술을 강행한다.
'안'은 지극히 평범한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이성과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피임 도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들은 그저 운에 자신의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성인이 된 이후임에도 '안'을 비롯한 여자 대학생들은 성 경험이 없거나 있어도 숨긴다. 이는 당시 시대가 성에 대해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 보여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당시 몇몇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했는지 알 수 있다. '안'은 남자 동기인 '장'에게 낙태 수술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장'은 '안'에게 임신을 하게 된 경위를 묻고 어땠냐고 묻는다. 언짢아진 '안'이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장'은 '안'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 "지금 너 안전하지 않냐"며 관계를 요구한다. 단지 여성을 욕구를 풀기 위한 도구로 보는 '장'의 시선이 끔찍했다.
산부인과 의사는 낙태를 원하는 '안'에게 주사를 처방해준다. 하지만 낙태가 되지 않자 찾아간 다른 병원에서 의사는 뜻밖의 말을 한다.
“그 주사는 아이를 더 튼튼하게 해주는 약이에요. 사람들은 낙태의 권한이 여성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받아들이세요."
그렇다면 그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아이를 품고 낳는 주체인 나에게도 없다면.
"언젠가 아이를 가지고 싶어요. 다만 제 인생과 바꾸고 싶지 않아요."
'안'은 임신을 집에만 있어야 하는 여자만 걸리는 병이라고 표현한다. 문학에 재능을 가진 앞길이 창창했던 23살의 '안'에게 낙태는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낙태가 되지 않았단 사실에 좌절해있던 '안'은 '장'의 도움으로 겨우 낙태 수술을 받게 된다.
영화는 당시 낙태 수술 장면을 적나라게 보여준다. 상상한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보면서 몇 번이나 눈을 가리고 싶었지만 전혀 과장되지 않은 실제 모습이란 게 느껴져서 꾹 참고 봤다. 그 장면이 불편했다기보다 안타깝고 슬펐다. 오로지 혼자서 모든 걸 해낸 '안'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오늘날 계획에 없던 임신을 확인하면 여성들은 낙태를 선택하지만 낙태가 불법이었던 1974년 이전에 은밀하게 낙태를 감행한 여성들은 한해 30만 명이었다. 지금도 매년 1명의 여성이 낙태 수술로 목숨을 잃고 있으나 1975년에는 매월 2명, 1960년대에는 하루 한 명이 희생됐다. 프랑스는 1970년대가 돼서야 낙태 합법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안'이 끔찍한 고통을 견디고 30년이 지난 후였다.
이 작품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봉준호 감독님이 극찬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화 특유의 분위기와 연출도 좋았다. 1주 차, 2주 차 태아의 주차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면서, 관계를 한 여성이 생리가 늦어지면서 느끼는 공포를 고조시키는 연출이 기억에 남는다. 글의 제목을 고민하다 문득 고군분투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영화 비주얼면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만, 이 작품의 메시지를 설명하기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군분투해본 사람이라면 꼭 봤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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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용기 없는 건 당신 탓이 아니라고 영화가 말했다
용기는 쉽게 얻을 수 없다.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기에 용기 내서 성공한 이들은 존경의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그들과 자신을 하나씩 비교하며 용기 낼 수 없는 이유를 떠올린다. 그리고 '다음에'라는 기약 없는 다짐으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음속에 묻어두고 지낸다. 죄책감을 주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통해 당신이 용기 없는 건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제임스 서버의 단편 소설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을 영화화했다. 주인공 월터 미티(벤 스틸러)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엉뚱한 상상을 즐기는 인물이다. 16년간 사진 잡지 ‘LIFE’에서 필름 담당자로 일한 그는 유명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의 사진을 찾기 위해 예상치 못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예고편
월터의 이야기는 실제로 존재했던 사진 잡지 'LIFE'를 배경으로 한다. 1936년 헨리 루스에 의해 창간되었던 ‘LIFE’는 2,300개의 이슈를 발행하며 보도 사진 분야에서 굉장히 큰 기여를 한 대표적인 사진 잡지이다. 하지만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인쇄 매체는 힘을 잃었고 2007년에 폐간되었다.
영화는 ‘LIFE’의 폐간 직전 모습을 묘사하고 월터가 찾는 사진은 마지막 발행본의 표지 사진이다. 'LIFE'로 찾아온 구조조정 담당자 ‘테드 핸드릭스(아담 스콧)’는 기울어진 회사의 운명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다. 그는 회사와 직원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공상에 빠지는 필름 담당자 월터를 노골적으로 비웃는다. 테드 핸드릭스의 괴롭힘을 당하기만 하던 월터가 마침내 회사를 박차고 뛰쳐나가 모험을 시작할 때 ‘LIFE’의 사명이 자막으로 등장한다.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to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LIFE'에서 청춘을 바쳐 일한 월터 외에도 재무팀 직원 ‘셰릴 멜 호프(크리스틴 위그)’, 마지막 발행본을 의미 있는 사진으로 채우려는 숀을 통해 영화는 'LIFE'가 전하고자 했던 변하지 않는 가치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의 메시지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연출도 눈에 띈다. 상상 속의 스펙터클한 액션씬은 물론이고 주인공의 상황을 대변하는 자막 효과가 사용되는 등 다채롭다. 본격적으로 여정을 떠나면 월터가 아주 작게 보일 정도로 멀리서 촬영한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전체적인 배경을 비추는 풀샷을 통해 관객들은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그곳의 분위기와 상황에 몰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터가 그린란드에서 헬리콥터를 타는 장면, 폭발하는 화산을 뒤로하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장면 등 관객들의 인상에 깊이 남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월터를 화려하게 감싸는 연출을 선보인 감독이 주인공 역을 맡은 ‘벤 스틸러’ 본인이라는 사실을 알면 영화가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무엇이 당신을 용기 내게 하나요?>
'LIFE'가 오랜 시간 지켜온 월터의 일부라고 해도 그는 원래 머리로만 상상하는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평범한 어른이 된 그에게 낯선 모험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특히 짝사랑하는 셰릴의 존재는 월터의 모험에 방아쇠 역할을 한다. 그녀를 생각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다음 발걸음을 내디딘다. 월터의 어머니는 숀의 사진을 찾을 단서를 알려주고 좌절에 빠진 그를 격려한다. 그리고 모험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으며 월터는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기적 같은 현실을 만든다.
직접 그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인물 관계도
당신의 상상도 용기를 주는 존재를 만난다면 비로소 현실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용기 없는 하루였을 지라도 너무 기죽지 않길 바란다. 대신 평범하고 성실하게 삶을 일군 월터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며 가슴 짜릿한 자극을 느껴보자. 월터처럼 용기의 방아쇠를 당겨줄 존재를 찾거나 스스로 그런 존재가 되어주자. 용기의 방아쇠를 마주치는 날까지 아직은 상상 뿐인 모든 ‘월터’들의 건투를 빈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Jadeinx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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