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4-10-09 20:38:45
[BIFF 데일리] 주저앉은 진심 사이 찾아온 죄책감의 그림자.
영화 <바늘을 든 소녀> 리뷰
매그너스 본 혼 감독이 연출한 <바늘을 든 소녀>는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월드 시네마 섹션에서 상영된 영화이다. 연쇄살인마 다그마르 오베르뷔의 실제 사건을 각색한 작품으로 전쟁과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통과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군수 물품을 생산하는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카롤리네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하루아침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남편이 전쟁터로 떠난 뒤 그의 소식은커녕 생사도 알 수 없었던 터라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남편의 죽음을 짐작했던 카롤리네는 공장 사장이 관심을 가지는 마음에 이끌려 사랑을 나눈다. 그 후 임신을 하게 된 카롤리네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꾸지만 그녀의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져있던 그때, 카롤리네는 다그마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희망을 다시 찾아가는데...
자신이 겪은 것이 쾌락에 가까운지 고통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단의 순간, 비로소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 그 과정을 그리는 방식이 극단적이라 느낄 수 있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비로소 상처를 공유하게 된 이들은 온전한 사랑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거듭 희망을 갖고 자신의 삶의 변화를 꿈꾸지만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으며 세상은 그녀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가져서는 안 될 것을 가진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죄책감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직 이 위기를 홀로 감당해야 했던 그녀의 선택을 감히 비난할 수 없다.

영화는 시대적 고통 속에서 개인이 내리는 선택과 그로 인한 비극을 깊이 있게 다룬다. 또,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 영화는 전쟁이 남긴 상흔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그 상흔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넘나들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묘사한다. 남성에게는 얼굴에 남은 상처를, 여성에게는 몸에 남은 상처를 보여주는 식이다. 용기와 결단,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비극이라는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공통점은 그 누구에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간성이 상실되는 시대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잔혹함과 그로 인한 고통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여성으로서 느끼는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는 용기와 결단이 드러나는 부분이 명확히 그려져 좋았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죄책감을 딛고 용기를 내는 부분이 마음을 울린다. 그러나 돌아온 남편의 이야기와 그의 상처에 대해서도 좀 더 상세하게 다뤘다면 영화의 깊이가 더욱 풍부해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남편이 전쟁에서 돌아오면서 겪는 내적 갈등과 외적 상처는 단순히 전쟁의 피해자로서의 모습을 넘어 전후 사회에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연결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영화가 전개되며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초반부 다소 모호하게 표현되었던 부분은 후반부에 보여주지 않았던 것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온전히 들여다보기엔 다소 충격적인 모습이다. 마치 똑바로 현실을 바라보라며 바늘로 관객을 콕콕 찌르는 듯한 연출이 인상 깊었다. 잔잔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였다. 초반부와 후반부가 전혀 다른 반전이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그만큼 에너지가 폭발적이지만 관객도 따라서 진이 빠지는 빠지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믿음은 양면적이면서도 모순적이다. 전쟁의 시작처럼, 모든 관계의 시작은 믿음과 신뢰지만 한 번에 무너지는 잔혹함은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다. 거듭 사람에 의해 배신을 당하면서도 계속해서 우리의 삶을 꾸려나가게 되는 것은 여전히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극은 마치 결말이 정해진 것처럼 당연하게 시작됐다. 그 이름을 미리 알려줘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참혹한 시대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다소 잔잔한 흐름이다. 오히려 우울하기까지 하다. 초반에 기대했던 강렬함과는 거리가 먼 영화이지만 충격적인 장면이 잔잔하게 가슴을 후벼 판다. 시대가, 사회가, 그리고 개인이 분열되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작품이다.
영화 상영 정보
10월 3일 16:30 CGV 센텀시티 5관
10월 6일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10월 10일 20:00 CGV 센텀시티 7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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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 NO! 표정, 제스처, 의성어만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곤돌라"
- 이번에 제가 여러분께 소개드리고자 하는 영화는
바로 [곤돌라]입니다
"영화 <곤돌라>, '대사'가 없다고?!"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대사의 분량이 적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대사 몇 마디라도 있지 않을까 뚫어져라 집중하며 봤는데 대사는 정말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요즘 흔히 상영되는 다른 영화들과는 가장 특이하고도 차별화되는 특징인 듯하여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마치 옛날 옛적 영화 상영물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볼 땐
인물의 표정, 움직임, 제스처, 의성어, 인물의 감정에 따라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소리에 더더욱 귀 기울여서 바라보았답니다
처음엔 대사 없는 영화는 처음인지라 적적할 것 같은 느낌에 걱정이 되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점차 적응되니까 인물의 소리 없는 아우성과 움직임 등만으로도 영화를 이렇게나 재미있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주인공들의 다채로운 표정, 웃긴 의성어 소리에 특히 피식피식 웃었답니다
영화 속 '곤돌라'는 제목답게 주인공들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상징적인 매개체입니다
영화에서는 특히나 곤돌라들이 맞물리는 지점을 자주 비춰주는데요
곤돌라를 통해 주인공이자 곤돌라 승무원인 '이바'와 '니노'는 어색한 사이에서 우정을 나누는 사이, 질투하는 사이, 사랑을 나누는 사이로 점차 발전하는 관계를 보여줍니다
조용한 산골 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곤돌라의 새 승무원으로 들어온 '이바'와 기존 승무원 '니노'는 일하면서 자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처음엔 당연히 어색한 사이이니 누가 봐도 어색한 표정으로 간단한 눈인사만 하고 지나칩니다
《곤돌라의 수동문이 꽉 닫힌 채 말이죠》
그때 곤돌라에서 내리면 체스판이 놓여 있었는데, 그 둘은 서로 체스 게임을 통해 점점 가까워집니다
(상대방 말을 잡을 때마다 곤돌라로 이동하면서 약 올리는데 그때 깔리는 배경음악이 너무나도 얄미워서 웃겼다는ㅎㅎ)
가까워지면서 '니노'는 '이바'에게 곤돌라 위에서 그물망으로 과일을 따다 주고,
'이바'는 그에 답하듯이 탭댄스를 보여주며 보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바'는 빵 위에 햄만 놓여있는 조촐한 '니노'의 도시락을 보게 되었고,
'이바'는 '니노'를 위해 정성스러운 도시락을 만들어 건네줍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급격히 친해졌고
버스, 배, 우주선 등으로 곤돌라를 직접 변신시키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상대방과 교감하는 동시에 위안이 되어줍니다
마치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듯한 모습이 관객 입장에선 유쾌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때는 《곤돌라의 수동문이 활짝 열려있었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침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듯싶었으나,
묘한 분위기가 이어지려던 참에 '이바'가 '니노'의 한 서류를 발견하고 실망한 채 돌아섭니다
(아마 니노가 원하던 꿈에 관한 합격 서류 같기도)
그럴 때도 역시 "곤돌라"가 빠질 순 없죠!!
여기에서 곤돌라는 두 사람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 되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바'는 자신의 서러운 감정을, 곤돌라를 이용해서
곤돌라 안에서 물총으로 '니노'를 향해 쏘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듯 행동합니다
그에 답하듯 '니노'는 자신이 아끼는 바이올린으로 곤돌라 안에서 '이바'를 위해 연주를 하며 화해 시도를 합니다
서서히 마음이 풀린 '이바'는 자신도 나팔을 이용해 곤돌라 안에서 연주하죠
그러면서 '니노' 또한 '이바'에게 자신이 직접 쓴 악보 그림을 선물합니다
그럼으로써 두 사람은 곤돌라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멈춰
서로의 악기로 환상적인 하모니를 자랑합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사장이 혈압 올라 뒷목잡을 때까지ㅋㅋ
전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관계에 대해 확신하며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관계에 빠져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곤돌라에 한 승무원만 타 있던 곤돌라 안에는
어느덧 '이바'와 '니노' 두 사람이 나란히 같이 타 있고,
관계가 무르익자 그만큼 더 진한 우정과 사랑을 보여줍니다
이 두 사람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영화 <곤돌라>를 보러 달려가시면 어떨까요?!!
여태껏 보지 못했던 영화의 흥미로움에 금방 빠져들 겁니다~~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제가 앞서 굵은 글씨와 노란 형광펜으로 표시했듯
전 곤돌라의 '수동문'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관계에 따라 변하는 과정을 '수동문'에 비유하듯 표현한 것 같다는 제 나름의 추측이 있었답니다ㅎㅎ
왜냐하면 주인공들이 어색할 땐 문이 굳게 닫혀있고,
친해짐으로써 관계가 발전할 땐 문이 활짝 열려있었기 때문이죠!
괜히 저 혼자 의미를 부여해 보며 영화를 추측해 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되게 몽환적이다.' 하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인지 잔잔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귀엽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더더욱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답니다~
또, 영화 <곤돌라> 안에는 두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과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대거 등장하니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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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한 유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족
가족은 한 개인의 성장과 안착된 환경을 만들어주는 버팀목 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에 부모는 절대적인 존재이고 아이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준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이겨 내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는 부쩍 성장해 자신의 길을 가게 된다. 하지만 그 지점으로 가기까지는 많은 인내심이 따르고 한 순간 한 순간 이겨내는 것이 어려운 시기도 있다. 그 어려움을 결국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버팀목이 되어 한 걸음씩 나아가면 그래도 그 고난함이 견딜만하다.
하지만 어려움이 심각해지면 앞으로 나아가는 그 발걸음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 어두운 시기를 끝까지 참아내지 못하고 무너진 가족의 일원이 있다면 그 일원은 가족의 분위기를 바꾼다. 술이나 도박에 중독되어 가정에 소홀하거나 자신의 희망을 다른 이성에게 찾아 여러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책임을 자녀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여 뒤쳐진 그 가족의 일원에게 손을 뻗어 같이 가려는 노력은 꽤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암흑 같은 시기에 약간은 원망스러울 그 가족족의 손을 잡으며 걸어가다 보면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미국 백인 노동자 가정에서 자란 남자아이의 이야기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특히 미국의 백인 노동자 가정에서 자란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는 주인공 JD(가브리엘 바소)의 유년기 시절과 현재를 담는다. 현재 그는 예일대 법대생이고 중요한 인턴십 면접을 앞두고 있다. 그는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누나 린지(헤일리 베넷)의 연락을 받게 되고, 엄마 베브(에이미 아담스)가 헤로인을 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돌아가는 과정과 함께 JD의 청소년 시기의 이야기들이 플래쉬백으로 교차로 보인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유년기 시절 엄마 베브의 모습은 망가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이혼을 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새로운 이성을 만나지만 금방 헤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그렇게 감정적인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가끔 아이들에게도 심한 폭언이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의도치 않게 자신의 몸을 자해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기도 한다. 엄마와 아주 잘 지내면서 따뜻한 모습을 보던 JD는 갑자기 급격히 감정이 변하는 엄마를 볼 때 많이 흔들린다. 그렇게 흔들리는 엄마를 보는 JD의 눈동자는 점점 초점을 잃어간다.
영화에는 엄마와 누나 이외에도 할머니(글렌 클로즈)도 중요한 가족의 일원으로 등장한다. 공장 노동자였던 할아버지(보 홉킨스) 옆에서 가족을 챙기며 살아왔던 그에게 자신의 딸인 베브가 그렇게 삶의 끈을 놓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로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려고 하는 손주 JD를 보면서 그것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약함을 잠시 감추고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대마초를 피워대는 JD를 다시 잡아 자신의 길로 돌아가게 만든다.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 고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JD
주인공의 현재 모습을 보면 굉장한 우등생이며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JD가 성장했던 마을은 그렇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공장 노동자들이 주로 지냈던 그 지역을 바라보는 외부인의 시선은 JD가 면접 전 참여했던 변호사들 간의 만찬 자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대부분은 그 마을과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촌구석이나 부끄러운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JD는 그 인식에 굉장한 불만을 토로하며 반론을 제기한다. 그에게는 자신이 자라고 자신을 만들었던 그 마을을 하찮게 생각하는 그 발언들이 부당하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JD에게 가족은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보다 보면 굉장히 불편한 장면들이 있다. 특히 엄마 베브가 JD에게 무차별한 감정적 폭발을 쏟아내고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화가 난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던 JD와 누나 린지가 다행히 문제없이 자라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이 어쩌면 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엄마가 채워주지 못한 자리를 할머니가 대신 채웠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길로 빠지려고 하는 순간을 직감적으로 눈치챈 할머니는 자신의 딸 베브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했을 때, 손주들을 지키려 최선을 다한다.
적어도 할머니는 JD와 린지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 두 손주가 거의 성장할 때까지 그들을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준다. 특히 JD를 할머니 본인 집으로 데려와 생활할 때, 나쁜 길로 나아가던 JD가 할머니의 노동과 고생하는 모습을 경험하고는 올바른 길로 변화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JD가 시험에서 1등을 했을 때, 할머니의 표정에서 보이는 기쁨은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일 것이다. 아마도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JD는 가족이란 어떤 것이고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을지 모른다.
JD는 과거부터 약에 중독된 엄마를 보아왔다. 보통의 경우라면 성장한 후 다시 보기 싫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엄마가 다시 헤로인에 손을 댔다는 말을 듣고는 고향으로 곧장 돌아온다. 그의 할머니가 그랬듯이 자신에게 남은 가족인 누나와 엄마의 손을 놓지 않는다. 영화 말미, 한 모텔의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가 JD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손을 내밀 때, JD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고 잡는다. 그리고 가만히 손을 잡으며 이야기한다. 면접 때문에 잠시 학교로 가야 하지만 다시 돌아올 거라고,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 가족이란 무엇일까
영화는 비록 가정의 환경 자체가 불우하더라고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현실적으로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가는 걸음을 포기해버리면 그건 엄마 베브가 선택한 길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아주 훌륭한 삶은 아닐지라도 계속 먹고 마시며 살아갈 힘 정도는 얻어지지 않을까. 그런 긍정적인 인식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다.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JD가 실제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약에 중독되었던 엄마를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할머니 역을 맡아 실제 외모까지 비슷하게 분장한 글렌 클로즈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약해진 몸에도 불구하고 강인함을 보여주며 손주들을 끝까지 챙기는 할머니의 모습은 글렌 클로즈의 연기와 목소리를 만나 한층 돋보인다.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트럼프 지지층으로 대표되는 백인 노동자층 가정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는 정치적인 영화이고 아주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인 색깔을 걷어내고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는 이야기에 집중한다면 그렇게 불편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 비록 아주 좋은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JD를 비롯한 가족의 모습과 그들의 선택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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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이 흘러 <습도 다소 높음>
<습도 다소 높음> (고봉수, 2020)은 영화감독과 배우, 극장 사장과 직원의 험난한 하루를 그리고 있다. 영화 <젊은 그대>의 GV 행사가 있는 날, 주연배우 ‘주환(고주환 扮)’은 택배 배달을 하다가 ‘감독(이희준 扮)’의 전화를 받는다. 감독은 주환에게 배급사에서 상영 프린트를 다시 받아서 극장에 가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단역배우 ‘승환(백승환 扮)’은 요란한 수트를 입고 소개팅을 나간다.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GV가 있는 극장을 찾아가지만 극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정책을 핑계로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극장 쪽을 볼까.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를 맞은 극장은 아르바이트생 ‘찰스(김충길 扮)’가 홀로 문을 연다. 다른 직원들이 경영난으로 인해 전부 잘린 뒤 혼자서 일을 하던 찰스는 사장과 급여 인상을 협의하려 하지만 사장은 협조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관객을, 적어도 나를 웃게 만드는 지점은 이 영화가 독립영화계를 그리는 방식이다. 감독은 본인이 속해 있는 영화계의 모습을 정확하게, 때로는 과장되게(과연?) 묘사하면서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젊은 그대>의 감독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방문 명부 작성에 협조하지 않는다. 유명인이고 공인이라 개인정보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GV 행사에서는 겉멋이 잔뜩 든 목소리로 영화사조를 줄줄 읊으면서 자신과 자신의 영화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그런 영화에 대해서 평론가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과의 유사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감독이 없는 곳에서는 영화가 별로라서 짜증이 난다며 험담을 한다. 웃음을 주는 캐릭터는 감독뿐만이 아니다. <젊은 그대>의 배우들은 감독의 심부름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출연작을 보여 주기 위해서 형제들을 전부 초대했지만 정작 얼굴은 단 한 번도 비추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인물들을 보며 관객들은 ‘짠내’ 나는 웃음을 터뜨린다.
독립영화계 밖에 있는 인물들은 어떨까? 극장 직원 찰스는 그들이 무슨 영화를 어떻게 찍었든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방문객들의 체온을 확인해야 하고, 방문 명부 작성도 부탁해야 하고, 팝콘도 튀겨야 하고, 음료수도 준비해야 하고, 입장도 안내해야 하고, GV 진행도 도와야 한다. 더구나 다른 직원들이 다 잘린 탓에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내야 한다. 고객이 ‘나름대로 알아주는’ 독립영화 감독이든, 이 감독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온 외국인 팬이든 관계없다. 바쁜 찰스에게 이들은 조금 별난 진상손님일 뿐이다. 이 영화 속에서 영화인과 비영화인들은 마치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에서 발을 한 뼘 정도 뗀 채 작품을 위하는 영화인들의 진지하고 헌신적인 태도는 비영화인들에게는 소위 ‘꼴값’으로 보일 뿐이다. 그리고 감독 또한 비영화인들, 영화계 밖의 인물들에게 가까운 시선으로 영화인들을 바라본다. 그러니 그들이 우습게 보일 수밖에.
그러나 작품을 향한 그들의 마음을 비웃기만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순정에 가깝다. 무명배우는 감독의 다음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게 되었어도, 스스로 카메라를 켜고 그 앞에 선다. 그는 다음 작품에서 자신의 얼굴을 알릴 수 있을까? 아니, 그에게 다음 작품이 있기는 할까? 작품이 엎어진 감독은 또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극장에서의 하루와는 다르게, 그들의 또 다른 하루들은 제법 외롭고 씁쓸하다. 이 영화가 마냥 끝까지 웃긴 코미디 영화가 아닌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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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
11월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1월 4주 개봉영화 5편!
연애 빠진 로맨스 Nothing Serious , 2021
2021년 공감대 높이는 현실 로맨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는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자영’과 일도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는 잡지사 기자 ‘우리’,
다 감추고 시작한 그들만의 특별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입니다.
내 맘대로 풀리지 않는 연애에 지칠 대로 지쳤지만 외로움만은 참기 힘든 현실 남녀들의 솔직한 연애관을 가감 없이 드러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새로운 연애 트렌드에 익숙한 MZ세대의 공감대를 자극하고 마치 내 이야기 같은 생생한 연애의 모습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욕망을 거침없이 그려내 관객들을 완벽하게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독보적인 존재감의 전종서와 대체불가 매력의 배우 손석구의 첫 로맨스 영화!
첫번째 추천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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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 Spiritwalker , 2020
할리우드 리메이크 확정
전 세계 107개국 선판매 및 유수의 영화제 초청
영화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영화 입니다.
세계 유수 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지.아이.조' 시리즈의 메인 프로듀서인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결정까지 더해져 대중성과 상업성까지 잡았습니다.
영화 "유체이탈자"는 '범죄도시' 제작진과 ‘장첸’ 윤계상이 또다시 의기투합한 액션 영화로
사상 첫 1인 7역에 도전하며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합니다.
12시간마다 몸과 함께 공간까지 바뀌는 ‘강이안'의 추척 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유체이탈자"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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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희 순정 2021
연애 시인 ‘류근’이 페이스북에 직접 연재한 스토리툰
류근 시인이 쓴 스토리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의 합작으로 탄생한 스토리툰 "싸나희 순정"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싸나희 순정"이 개봉을 합니다.
영화 "싸나희 순정"은 현생탈출 시골라이프를 꿈꾸는 영화인데요
두 주인공 낭만술꾼 시인 유씨와 엉뚱발랄 농부 원보는 친숙하면서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입니다.
이 캐릭터들을 이미 연기력이 검증된 베테랑 배우 전석호와 박명훈이 연기하며 브로맨스 케미를 연출했죠.
이외에도 김재화, 최대철, 심은진, 공민정 김명곤 등 영화와 드라마, 연극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기파 배우들이 총집합한 엉뚱한 웃음과 진중한 감동을 줄
세번째 추천영화 "유체이탈자"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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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이태리 Made In Italy , 2020
액션 장인 리암 니슨의 새로운 연기변신
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는 오래된 집을 팔기 위해 아름다운 토스카나에서 한 달간 머무르게 된 ‘잭’이
소원했던 아버지 ‘로버트’와 화해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로맨틱 힐링 드라마입니다.
수년째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배우 리암 니슨이
올가을 트레이드 마크인 ‘액션’을 잠시 내려두고 따뜻한 가족 드라마로 돌아오는데요
라이징 스타이자 친아들인 배우 마이클 리처드슨과 동반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토스카나 지역을 배경으로 여행에 대한 목마름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금,
영화는 관객들에게 토스카나의 충만한 햇살과 함께 잊지 못할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할
네번째 추천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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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칸토: 마법의세계 Encanto , 2021
겨울왕국, 모아나를 잇는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60번째 작품 "엔칸토 마법의 세계"가 개봉을 합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콜롬비아 산악지대에 숨겨진 경이롭고 매력적인 장소 엔칸토에 위치한
마법의 집에 사는 특별한 마드리갈 패밀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는데요.
꽃을 피우거나 엄청난 힘을 갖거나 날씨를 변화시키고, 동물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들로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콜롬비아 문화에서 영감 받은 흥겹고 신나는 리듬과 비트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비주얼과 함께 펼쳐지면서,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마법 세계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느낌마저 전달하는데요
게다가 수많은 캐릭터들이 입을 맞춘 뮤지컬 앙상블과 다채로운 퍼포먼스들은 역대급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예고 하고 있습니다.
믿고 보는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다섯번째 추천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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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손에 손 잡히는
언제부터 였을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픽사"의 이미지가 멀어지던 게 말이다! "코로나19"로 모든 게 틀어진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을 시작으로 <소울 - 루카 -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극장이 아닌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되었다.
물론, 전작 <버즈 라이트이어>는 그토록 바라던 무대 "극장"으로 복귀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다. - 근데, 이런 반응은 전작 <버즈 라이트이어>뿐만 아니라 <소울 - 루카 -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게도...
과연, <엘리멘탈>은 다를까?영화는 불, 물, 땅, 바람까지 4개의 원소들이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
그곳에서 불같은 "앰버"는 우연치 않는 사고로 물 같은 "웨이드"를 만나게 되는데...1. 비결은 없어요~
앞서 말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픽사"의 이미지는 뭘까?
'잘 한다'라는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얼 잘하는지?'를 말이다.
이에 "픽사"에게 언급되는 장점은 신선한 이야기인데 재밌는 건 이들은 단, 한 번도 신선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 적이 없다.
대표작 <토이 스토리>시리즈를 포함해 <업>과 <월-E>을 살펴보면, 버려진 장난감과 로봇 그리고, 독거노인까지 언제나 "언더독(사회적 약자)"를 내세워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 <니모를 찾아서>는 지느러미에 문제 있는 물고기가 주인공이었다!그럼에도, 관객들의 인상에 "신선함"으로 각인된 이유는 소재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에 있다.
이번 <엘리멘탈>만 보더라도, 이런 '디테일'이 숨겨져있다.
극의 시작과 함께 보여주는 "이민심사"에서 불이 켜지는 소리를 듣는 심사관의 곤혹스러운 표정이 그러하다.
이외에도 "웨이드"에게 "불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쳐 준다든지 초대된 집에서 "물의 언어를 잘 쓴다"라는 무례한 대사를 건네받는 장면들까지 연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요소들을 익숙한 게 받아치는 자연스러움이 "픽사"가 보여주는 신선함의 비결이다.이처럼 <엘리멘탈>의 큰 그림, 세계관은 매력적이다.
'다만, 이를 100%로 채웠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생각에는 '아니!'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엘리멘탈>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 "앰버"와 "웨이드"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로맨스에서 <주토피아>의 추리 전개까지 모두 전담할 만큼 역할이 크다.
문제는 이 모든 이야기가 4개의 원소들이 모여사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벌어지는데, 보이는 것은 '불과 물'뿐이라는 것이다.2. 그러니 시리즈를 내놓아라!
이런 이유에는 "드라마"와 다르게, 2시간 내 한정적인 분량에서 풀어낼 수 있는 직관적인 요소에 있다.
무엇보다 물이 불을 꺼트릴 수 있는 관계성까지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데에 손쉽지만 "땅과 바람"은 그 관계조차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야기의 볼륨이 커질 수 있으니 애써 축소시키고 만 것이다.
이외에도 애인이라면, 겪어가는 갈등부터 도시가 침수되는 사건의 과정까지 많은 부분들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지나가는 것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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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이로움이 사라진 공룡 세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개봉한 이후 3년 만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룡들은 또 한 번 극장에서 큰 울음소리를 준비하고 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부제처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 시리즈에서 봐왔던 콘셉트의 조각을 가져와 이어 붙인 스핀오프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스크린으로 재현한 거대한 공룡들의 모습은 반갑지만, 모든 점에서 그 매력이 떨어진다. 혹평을 받은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보다도 말이다.
공룡과 인간은 공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구는 공룡이 지배하던 환경이 아니었다. 도심에 사는 공룡들은 하나둘 사라졌고, 적도 부근에 있는 공룡들만이 생을 이어 나간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탐욕은 또다시 공룡을 향한다. 신약 개발에 공룡 DNA가 필요해진 제약회사 ‘인젠’(이 회사가 문제여~) 직원 마틴(루퍼트 프렌드)은 특수 용병 조라(스칼렛 요한슨)와 고생물학자 헨리(조너선 베일리), 과거 조라와 함께 일했던 용병 던컨(마허셜라 알리)과 함께 공룡들이 서식하는 생 위베르 섬에 잠입한다. 이들의 임무는 가장 큰 육해공 공룡들의 혈액 표본을 가져와야 하는 것. 한편, 요트 여행을 떠난 한 가족은 모사사우르스에 의해 조난을 당하고, 조라 일행은 이들을 구하러 간다.
<쥬라기 월드>(2015)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쥬라기 공원 3> 이후 14년 만에 작품이자, 1편의 감성과 재미를 살짝 변주해 오롯이 담았기 때문이다. 이는 <쥬라기 공원>(1993)에 오마주를 바친 것과 동시에, 이 작품이 당시 관객에게 소구한 포인트들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었다. <쥬라기 공원>을 극장에서 본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안 좋아할 수 없었을 터. 그리고 14년이란 시간이 주는 장점, 즉 과거 이 영화를 만난 관객이 어른이 되어 자식들과 함께 극장을 찾는 이점 또한 수익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쥬라기 월드>의 흥행 레퍼런스를 따라가지 않는다. 너무 빠른 시간에 나온 속편이라는 것은 <쥬라기 월드> 장점을 복원하는데 큰 장애물이다. 대신 공룡을 타깃화한 인간의 이기심을 또 한 번 재현하면서 자연, 지구의 황폐화를 이끄는 인간의 악한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심장병 치료제를 위함이라는 공익성을 내세우지만, 돈을 벌기 위해 팀을 만드는 마틴이나, 공룡 박물관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며 돈이 필요한 헨리, 불투명한 미래에 돈이 필요한 조라와 던컨 등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악하다. 물론, 섬에 들어가 미션을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위험을 경험하면서 이들은 각성을 한다.하지만 이 개과천선 캐릭터들은 너무나 단편적으로 그려진다. 오롯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인물들의 쓰임새 폭이 좁고, 입체감도 떨어진다. 중요한 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나 감정 이입 측면이 빠져 있다. 눈은 물론, 마음도 움직여야 이들의 고난을 함께하는데, 이 부분도 덜컹거린다. 영화는 <쥬라기 공원>에서 그랜트 박사와 두 아이가 보여줬던 유사 가족애를 벤치 마킹해 엉겁결에 이들과 섬에서 고난을 함께 하는 요트 가족을 출연시키지만, 이들 또한 감정 이입이 쉽지 않아 가족애를 느끼기가 어렵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캐릭터를 잘 그린 작품은 아니었지만, 인물의 흡입력은 두 편 보다 후퇴한 느낌이다.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인간 캐릭터와 스토리보단 공룡 액션 등 영상 퀄리티에 더 집중할 것이다. 특히 이번 감독은 <고질라>(2014),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7), <크리에이터>(2023) 등을 연출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라는 점에서 공룡 구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거칠고, 위협적이고, 좀 사악해 보이도록 공룡을 디자인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모사사우루스, 케찰코아틀루스 등이 주력으로 담긴다. 물론, 티렉스도 빠지지 않는다. 전작과의 차별화 포인트로서 이종교배로 탄생한 돌연변이 공룡들도 나온다.
볼거리가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공룡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이 떨어진다. 육해공 가장 큰 공룡들을 대거 투입하고, 후반부에 돌연변이 공룡들이 등장하지만, 인간들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특히 돌연변이 공룡들을 통해 인간들을 향한 분노가 서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런 감정을 몰아가는 연출력이 부재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전락한다. 물론 대중 영화로서, 그것도 여름 블록버스터에 걸맞은 볼거리와 즐거움을 주지만 너무나 쉽게 휘발되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세로 자막으로 <쥬라기 공원> 극장에서 본 1인으로서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건 반갑다. 하지만 반대로 가장 아쉬운 건 ‘경이로움’이 사라져가는 것이다. 마이클 클라이튼이 텍스트로 복원한 공룡 세계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스크린으로 구현했을 때의 그 경이로움은 지금도 소름을 돋게 한다. 쥬라기 공원에 도착해 살아있는 공룡들을 봤을 때의 그랜트 박사의 표정은 아마 전 세계 모든 관객의 표정과도 일치했을 것이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경이로움은 덜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30년도 넘은 그때의 감흥을 극장에서 다시 얻고 싶은 마음은 관객으로서 어쩔 수 없나 보다. 부디 이 시리즈를 극장에서 처음 본 아이들에게는 경이로움이 꼭 전해지길 바란다.덧붙이는 말: 쿠키는 없다. 쿠기가 없어서 더 스핀오프처럼 느껴지는 걸까.
사진 출처: 유니버셜 픽쳐스
평점: 2.5 / 5.0
관란평: 색다른 것 없는 쥬라기 월드 재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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