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16 15:07:13
뒤엎어진 테이블, 그 위에 남은 추한 본성들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들
- 붕괴되는 부모
- 사건의 피해자들이 의미하는 것
- 거울 같은 연출
보통의 가족 (A Normal Family, 2024)
뒤엎어진 테이블, 그 위에 남은 추한 본성들
개봉일 : 2024.10.16.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허진호
출연 :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엔딩크레딧 시작 전에 하나
나는 보통 아주 재밌거나 취향에 딱 맞는 영화를 만나면 미쳤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미쳤다는 뭔가 한순간 강하게 후려치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보통의 가족>은 미쳤다기보단 시종일관 우아하게 돌고 있는, 돌아있는 영화라고 표현하려 한다.
<보통의 가족>은 왈츠를 추듯 우아하게 합을 맞추는 배우들과 함께 부드럽게 턴을 돌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예상을 벗어나는 이야기의 흐름은 호기심을 일으키고 서서히 상승하는 대비감과 극 전반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우아한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한눈 팔 틈을 주지 않는다.
<보통의 가족>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한 테이블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보통의 가족처럼 보이는 이들의 이면을 거침없이 털어내는 작품이다.
영화는 다른 성격의 두 형제,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내부인과 외부인 같은 두 여자,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들 사이에 얼룩진 거울 한 장을 대놓고는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자, 이런 문제가 생겼어. 너는 어떻게 할래?”
동시에 튀어나온 각자의 응답은 서로 얽히고 설키며 새로운 쟁점을 만들고 거울 앞에 앉은 인물들은 시시각각 태도를 바꾸며 식은땀을 흘린다. 땀이 지나간 자리엔 서늘함과 축축한 불쾌감만이 남는다.
영화는 주인공들에게 자극적인 음식을 반복해 대접하며 그들이 언제까지 태평한 척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한다. 이들은 애써 꼿꼿한 자세와 평온한 호흡을 유지하며 자리를 지키지만 결국엔 폭발하여 테이블을 뒤엎는다. 이제 이 가족의 테이블 위에 오가는 건 이기적인 합리화와 책임 전가, 추한 본성뿐이다.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충돌하는 어른 재완, 재규, 연경, 지수 역을 맡은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배우는 예리하게 갈아낸 각자의 캐릭터를 손에 쥐고 쉴 틈 없는 칼싸움을 펼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대립구도는 극의 텐션과 몰입력을 한도 없이 끌어올린다.
개인적으로 설경구, 장동건 배우의 경우 최근 필모그래피의 방향이 조금 아쉽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아직은 이 배우들을 더 믿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재완은 살아있는 멧돼지를 사냥하고 재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다. 재완은 악질 가해자에게 ‘(돈을) 얼마나 줄 수 있냐’고 묻고 재규는 피해자가 병원 수납을 마치지 못했음에도 그의 생명을 위해 우선 다음 수술 날짜를 잡는다. 돈을 좇는 재완과 돈보다 올바름이 중요한 재규. 재완과 재규는 형제지만 다른 신념을 갖고 있다.
재규의 아내인 연경은 재규와 비슷하게 선한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 그는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아동 복지에 힘을 보태는 어른이며 치매가 온 시어머니를 돌보는 착한 며느리다. 최근 가족이 된 재완의 아내 지수는 재완의 재력 덕분에 생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지수는 자신을 외부인 취급하는 연경과 약한 대립각을 잡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오래 유지하지 않고 스스로 이 가족과 한 발자국 정도 거리를 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붕괴되는 부모들
아이들 사건의 피해자, 노숙자가 의미하는 것
재완은 나래 사건의 합의를 위해 가해자와 대화를 나눌 때 이렇게 말한다.
“(부모는) 자식 앞에선 약해지기 마련이죠.”
이 말은 혜윤의 부모인 재완, 시호의 부모인 재규, 연경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재완, 재규, 연경은 자신의 삶에 있어선 각자 다른 신념을 가진다. 하지만 ‘내 아이가 죄를 저질렀다’는 문제에 있어선 각자의 신념을 무너트린 채 비슷하게 행동하고 결국 같은 결론을 낸다.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눈물 흘리고 싸운다. 그리고 붕괴된다.
억울한 피해자인 노숙자와 나래는 재완, 재규 형제의 신념 변화를 보여주는 장치다. 노숙자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폭행이라는 큰 신체적 충격을 받고, 나래는 어른들의 싸움 때문에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한다. 재완, 재규는 아이들이 독단적으로 벌인 폭행 사건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노숙자는 혼수상태가 되고 나래는 큰 수술을 받으면서도 삶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재완, 재규는 충격을 받은 후에도 아직 남아있는 각자의 신념에 따라 ‘이대로 숨길 수 있다’, ‘시호를 자수 시켜야 한다.’ 주장하며 옥신각신 싸움을 한다. 그러다 노숙자는 사망, 나래는 상태가 다시 나빠지게 되고 그 시점에 시호와의 진솔한 대화, CCTV 영상의 발견이라는 상황을 뒤집을 사건이 터진다. 이때 형제의 굳건했던 신념은 붕괴되고 뒤바뀌게 된다.
처음엔 피해자의 눈물에 공감하며 나래 엄마에게 예배당을 알려주던 재규는 그곳에 앉아 가해자인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피해자인 노숙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갑자기 입맛이 돌기라도 하는지 식판을 싹싹 비워낸다. 아내인 연경은 시어머니의 냄새 나는 옷을 갈아입히다 이 소식을 듣고 여러모로 깨끗하게 해결된 상황에 만족하며 웃음 짓는다. 반대로 돈을 위해 가해자를 옹호하던 재완은 복잡한 얼굴로 노숙자의 집에 찾아가 돈 봉투를 밀어 넣는다. 이후 세 사람은 바뀐 신념을 주장하며 더 강하게 충돌한다.
지수는 이 ‘신념의 붕괴’라는 사건에서 제외되는 유일한 어른이다. 연경은 지수를 혜윤의 엄마가 아닌 사람, 외부인으로 반복해 칭하는데 지수는 여기에 열을 내기보단 그럭저럭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수는 혜윤과 큰 친밀감이 없고 부모라기엔 조금 먼 느낌이 있다. 그래서 지수는 재완, 재규, 연경과는 다르게 객관적인 외부인의 시선으로 혜윤, 기호의 사건을 바라보게 되고 마지막엔 CCTV 영상을 공유하며 엇나간 재완의 신념을 붕괴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숨겨둔 양면성을 꺼내놓다
인물들의 심경 변화, 거울 같은 연출
사람에겐 한 가지 면만 있을 수 없다. 누구나 추하고 부끄러운 면을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를 뿐이다. 영화는 우아하게 와인을 마실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론 턱에 초고추장을 묻히고 와인을 소주처럼 들이키는 지수, 고급스러운 정장을 차려입고 꼿꼿하게 앉아있지만 사실은 꽉 끼는 옷에 숨도 못 쉬어 화장실에서 몰래 지퍼를 푸는 연경, 정정당당함을 이야기했으면서 시호를 위해 극단적인 사고를 치는 재규를 보여주며 완벽함 뒤에 숨겨진 부끄러운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완은 이들과 다르게 부끄러운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후반부에 들어 그 뒤에 있는 보통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중에서 양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재규다. 그는 가족들 앞에서 정의로운 척을 하지만 뒤에선 아이들과 똑같은 일들을 저지른다. 그는 술을 먹고 노숙자를 폭행, 유기한 아이들처럼 술을 먹고 고라니를 친 후 사체를 유기한다. 두 사고 장면은 비슷한 연출 요소들로 채워진다. (피해자를 질질 끌고 가는 가해자와 바닥에 그려지는 피, 비슷한 카메라 구도)
노숙자의 소식을 듣고 시호와 대화를 나누며 포장을 걷어낸 재규는 CCTV 속 아이들이 했던 말과 비슷한 결의 발언들을 내뱉고, 재완이 가해자를 옹호하며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며 그를 차로 쳐버린다. 이제 재규에게 남은 건 뻔뻔한 본성뿐이다. 흘러가듯 들렸던 ‘재규가 알고 보면 무서운 사람’이라는 어머니의 말, ‘너랑 나랑 진짜 나쁜 형제 새끼’라는 재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상영이 끝난 후에도 이래저래 떠들고 싶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보통의 가족>이 딱 그렇다. 영화가 끝나면서 테이블 위 조명도 모두 꺼졌지만 극 중 인물들이 남긴 첫맛과 끝 맛은 여전히 입안을 맴돌며 아쉬움을 남긴다. 나는 아직 이 화려한 갈등의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인물들을 더 씹고 뜯고 맛보고 싶다.
Relative contents
-
- 6월 2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칸 영화제 수상작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전석 매진 작품, MCU의 새로운 슈퍼 히어로 이야기를 담은 영화까지!!
극장부터 OTT까지 많은 기대작이 개봉 및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요.
그럼 6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
극장 개봉 영화
브로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29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등
개봉: 2022.06.08
배급: CJ ENM
줄거리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
관전 포인트
<브로커>는 일본 거장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 배우가 대한민국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화려한 라인업이 더욱 더 기대를 높였다.
윤시내가 사라졌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한국 | 107분
감독: 김진화
출연: 이주영, 오민애, 노재원 등
개봉: 2022.06.08
배급: 블루라벨픽쳐스
줄거리
고별 콘서트를 앞두고 사라진 윤시내. 꿈의 무대와 일자리를 잃은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와
조회수 떡상을 바라는 유튜버 짱하가 윤시내를 찾는 여정을 담았다.
관전 포인트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초고속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영화제 최고 화제작으로 주목 받았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이주영, 오민애, 노재원, 김재화 등이 출연해 기대를 높였다.
이공삼칠
ⓒ 네이버 영화
개요: 가족 | 한국 | 126분
감독: 모홍진
출연: 홍예지, 김지영, 김미화 등
개봉: 2022.06.08
배급: (주)영화사 륙, (주)씨네필운
줄거리
열아홉 소녀에게 일어난 믿기 힘든 현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희망을 주고 싶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입니다.
관전 포인트
배우 홍예지의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인만큼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전작 <널 기다리며>로 호평 받은 모홍진 감독이 <이공삼칠>의 연출을 맡으며 기대를 높였다.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95분
감독: 피에르 피노드
출연: 카트린 프로, 팟사 부야메드, 올리비아 코트 등
개봉: 2022.06.09
배급: 찬란
줄거리
파산 위기에 처한 장미공원을 지키려는 프랑스 최고의 원예사 베르네와 신입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힐링 드라마.
관전 포인트
세자르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7차례 이름을 올린프랑스 국민 배우 카트린 프로가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영화의 기대감을 높였다.
OTT 공개 예정작
미즈 마블
ⓒ IMDB
개요: 액션 | 미국 | 6화
감독: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 샤르민 오바이드-취노이, 미라 메논
출연: 이만 벨라니, 아라미스 나이트, 모한 카푸르 등
공개: 2022.06.08
스트리밍: 디즈니+
줄거리
'어벤져스’와 ‘캡틴 마블’의 열렬한 팬이자 히어로를 꿈꾸는 16살 '카말라'가 숨겨져 있던 폭발적인 힘을
얻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관전 포인트
마블 최초의 '무슬림 히어로'의 탄생이자 최초로 어벤져스의 팬이 그들의 세계에 합류한다는 점이 <미즈 마블>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또한 총 네 감독이 각 에피소드를 담당해 에피소드 별로 연출의 차이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작은 재미가 될 것 같다.
허슬
ⓒ 다음 영화
개요: 코미디 | 미국 | 117분
감독: 제러마이아 제이가
출연: 아담 샌들러, 후안 헤르난고메즈, 퀸 라티파 등
개봉: 2022.06.08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NBA 농구 코치로 복귀하려는 열망을 품고 고된 스카우터의 일을 하던 스탠리가 스페인에서 발군의 농구실력을
갖고 있는 건설 노동자인 보를 발견하고 NBA 선수로 데뷔시키기 위해서 분투하는 이야기
관전 포인트
미국에서 유명한 코미디 배우 아담 샌들어가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예고편 속에서 보반 마리야노비치, 카일 라우리, 세스 커리 등 NBA 현역 선수가 등장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브로커 (2022)
** 영화 <브로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브로커 (2022)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29분
개봉일: 2022.06.08
어느 특별한 가족이 만들어지기까지
<브로커>는 아이를 베이비박스 앞에다 버리는 미혼모 '소영(이지은)'의 행동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법으로 입양 부모에게 아이를 중개하는 '상현(송강호)'와 '동수(강동원)'은 하루만에 아이를 다시 찾으러 온 '소영'과 얼떨결에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되고, 브로커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한 형사 '수진(배두나)'이 뒤를 쫓는다.
돈을 목적으로 성사된 만남이었으나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현-동수-소영', 그리고 아기 '우성'의 관계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부부나 가족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실제로 가족애와 같은 따뜻한 감정들이 피어오른다. 여기에 '동수'가 머물된 보육원에서 제멋대로 합류한 아이 '해진'까지 합류하면서 이들은 조금은 이상한 형태의 일시적인 가족의 모습을 이룬다. 하지만 잠깐의 행복도 잠시. 세 사람에게 드리워진 범죄라는 이름의 그림자는 끝까지 피할 수 없는 존재였고, 가장 가족 같았던 하루를 마지막으로 담담한 이별을 준비한다.
어느, 가족 + 그렇게 어머니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중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어느, 가족>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관통하는 주제를 결합한 느낌이 든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잠깐이지만 가족의 형태를 이룬다는 점, 아기를 낳자마자 버리려 했던 '소영'이 점차 모성애를 느끼고 아이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며 진정한 어머니가 되어간다는 점이 그러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개봉했을 당시 한 인터뷰를 통해 '여성은 아이를 낳자마자 어머니가 되지만, 남자는 무엇을 통해 부성에 눈을 뜨게 되는지 그리고 싶었다'라는 대답을 남긴 적이 있다. 이 발언에 대해 여성도 아이를 낳자마자 어머니가 되는 건 아니라는 비판을 들었고,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로서 만들어진 게 <브로커>가 아닐까 싶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부성애라는 단어에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 반면 모성애에 대해서는 여성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감정처럼 생각하지 않는가. 베이비박스 밖에 아이를 버리고, 여정 내내 말 한 마디 걸어주지 않는 모습 등을 비춰주며 미혼모인 소영이 마치 모성애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그려진다. 버려진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동수가 초반에 소영에게 날 선 태도를 보이는 것도 자신을 버리고 떠난 매정한 친모가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영은 동수, 상현과 함께하며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고 결말부에 가서는 아이를 다시 만나기 위해 무계획으로 점철되어 있던 소영의 인생에 작은 목표 하나가 피어났음을 암시한다. <브로커>는 결국 아이를 낳자마자 누구나 어머니가 되는 것이 아니며 아이와 함께 시간과 감정을 교류하고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어머니가 되어간다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 색채 간의 오묘한 조화
한국 영화라기에는 담백하고, 일본 영화라기에는 알맹이가 꽉 차 있다. 주연진을 비롯한 조연까지 저마다의 무거운 사연을 갖고 있으며 이야깃거리도 많다. 따라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치고는 담백함이 덜하고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말이 많다는 게 느껴진다. 이야기의 출발선을 끊어준 '베이비박스'에 대한 기능적인 담론부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 버려진 아이들과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던 부모, 경찰과 범법자의 대비 속 분명하지 않은 선악 구도 등 여러 가지의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단, 사회적 문제를 심각하게 다룸으로써 무거운 메시지를 남기기보다는 인물들 간의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춰 시의적인 주제들에 과하게 빠져들지 않도록 한다.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하지 않는 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선의라고 할 수 있나
관객인 우리는 동수와 상현의 사연을 알고 있기에 두 사람이 브로커 활동을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들의 행적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인신매매범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엄연한 범법자다. (물론 실제로 인신매매를 저지르는 흉악범들은 아니지만) 사연과 감성을 덧대었기 때문에 영화를 감동적인 이야기로 치부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두 인물의 의도가 선하기 때문에 불법 입양 중개가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아동 인신매매를 다룬 불법적인 스토리에 허황된 이상주의를 입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선의를 가진 신생아 브로커를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깎아내린다면 <브로커>로부터 얻어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동원'이 연기한 동수라는 인물의 과거사를 들여다보자. 자신을 키울 형편이 되지 못했던 홀어머니에게 버림받았고, 데리러 오겠다는 기한 없는 약속으로부터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보육원에 머물면서 입양을 기다리며 또 한 번의 상처를 입는 아이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지켜보았고, 자신 또한 그 상처를 가슴 한 켠에 묻고 살아갔다. 동수는 자신 같은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격 있는 입양 부모를 찾아주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키워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브로커를 좇는 형사들은 어떠한가. 이들은 동수와 상현의 진심은 알지 못한 채 이들을 흉악한 범죄자로 낙인찍고, 거래 현장을 포착하기만을 기다린다. 마치 두 사람이 악인이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처럼. 객관적인 행동만을 놓고서는 누가 선이고 악인지를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 물론 불법을 저지르고 수수료를 챙겼다는 부분에 대대해서는 직접적인 비판을 지울 수 없지만 왜 이들이 이렇게까지 행동할 수 없었는 지를 주목하며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두 사람의 선의가 버려진 아이들이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따뜻한 말을 처음으로 들을 수 있는데 일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
- '당나귀 EO'의 여정을 굳이 지켜봐야 하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당나귀 EO>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이 당나귀, 뭔가 다르다
<당나귀 EO>는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19번째 장편 영화로, 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1966)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당나귀다. 이름은 EO. 카메라는 그의 여행을 조용히 뒤따른다.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서커스단으로부터 구조된 EO. 그는 농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축구팀 마스코트도 됐다가, 소지지 공장에서 간신히 탈출하며 폴란드에서 이탈리아까지 여행한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당나귀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대사도 적고, EO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단편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이질감도 있다. 장소가 달라질 때마다 연기하는 당나귀도 바뀌다 보니 더욱 그렇다. 중간중간 VR 게임을 하는듯한 실험적인 구도가 삽입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요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워서 지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친절하다. 자칫 지리멸렬할 뻔한 예술 영화의 속살을 음미할 문을 슬쩍 열어준다. 오프닝이 그 문이다. 붉은 조명 아래에서 EO는 파트너인 '카산드라'(산드라 지말스카)와 함께 관능적인 공연을 펼친다. 파편화된 이미지의 연속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EO와 카산드라는 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호흡을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굳이 당나귀의 눈을 빌려 인간 세상을 관조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동물에 관심 없는 동물단체의 역설
카산드라와의 공연이 끝나고, EO는 곧장 생이별을 경험한다. 동물 서커스가 동물 학대라는 시위대가 등장해 카산드라를 비난한다. 서커스단을 떠난 EO는 다름 동물과 함께 한 목장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그는 마스코트로서 기념행사의 배경을 장식한다. 정치인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맥주를 들고 자축하는 동안. 목장에서의 삶은 서커스단에서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 EO는 짐을 나르고, 다른 말은 화보 촬영의 도구로 사용된다.
자연히 의문이 생긴다. 동물 보호 단체에게 동물 학대는 어떤 의미일까? 동물을 수단으로써 활용하지 말라는 뜻일까? 그렇다면 화보 촬영이나 짐 나르기에 말과 당나귀를 이용하는 관행도 반대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동물을 학대한다고 비난받던 카산드라만 EO를 사랑으로 대한다. 그를 찾아내고, 생일을 축하해 준다. 심지어 그 순간 EO는 마침내 자기 발로 울타리를 넘어 세상으로 나아간다.
이렇듯 EO의 여정은 동물 보호 단체의 역설을 지적하면서 진정으로 시작된다. EO가 서커스단에서 착취당한다는 보호 단체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EO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진정으로 동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보다는, 동물을 구하는 정의로운 자기 모습에 도취되는 모순이다. 이후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이는 <당나귀 EO>가 보여주려는, 또 EO가 목격한 인간 세상의 본질이나 다름없다.
인간에게 휘둘리는 동물의 가치
실제로 EO는 다양한 인간 세상을 만나며 이해할 수 없는 모순점을 목격한다. 이때 핵심은 인간은 자신의 목적과 기분에 따라 EO를 대한다는 것. 훌리건이 대표적이다. 축구 경기에서 이긴 팀은 EO를 팀의 마스코트로 여긴다. 경기를 이기게 해 준 승리의 상징이다. 반대로 패배한 팀 서포터즈는 EO를 저주한다. 괜히 등장해서 경기를 망쳤다며 비난한다. 이들의 행동은 어떤 논리적인 설명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인간의 변덕, 정의심, 무관심의 발로로 인해 인간 주변이 다친다는 것. EO가 겪은 대부분의 폭력이 그런 형태였다. 인간에게는 신경 쓸 겨를이나 가치도 없는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이 무심코 던진 돌에 동물은 맞아서 피를 흘린다는 것. 마구간, 농장, 숲, 소방대원, 동물 병원, 햄 공장 트럭, 도축장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일방향적인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이탈리아의 한 저택에서 잘 드러난다. 한 백작 부인이 신부인 아들을 혼낸다. 그러다가 돌연 둘이 불륜 관계일 수 있다는 암시가 나온다. 관객 입장에서는 흥미롭다. 그러나 영화는 자세한 사연을 보여주지 않는다. EO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장면이므로. EO는 그저 저택을 외면하고 떠난다. 그의 무관심은 인간에게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반대로 인간은 아무런 생각 없이 동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비대칭성 때문에 EO의 여정은 슬플 수밖에 없다.
메시지와 일체화된 연출
영화의 메시지는 다양한 연출 기법을 만나 극대화된다. 빨간 조명이 대표적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붉은 화면은 여러 동물의 시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늘을 날다가 땅에 떨어지는 새, 좁은 운동장을 돌고 도는 말, 넘어지고 달리기를 반복하다가 자기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로봇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영화 속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를 더 떠올릴 수 있다. 사냥 당해 죽은 늑대, 모피 때문에 죽은 여우, 어항에 갇힌 물고기.
이는 EO의 마지막 행선지가 소 도축장인 이유다. 빨간 조명이 가득한 서커스장에서 출발한 EO의 여정은 붉은빛 가득한 트럭을 거쳐 함께 죽어야만 하는 도축장에서 끝난다. 인간 세상의 모순을 목격한 모험의 끝은 죽음이다. 이 과정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당나귀 EO> 인간의 관점으로만 고려하는 동물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진정한' 폭력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붉은 조명 외의 다른 수단 덕분에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고찰하자는 메시지에는 더 큰 힘이 실린다. 핸드헬드, EO의 시야에 맞춘 카메라워크, 동물 형태의 로봇을 활용한 화면 구성 등 실험적인 요소가 동원된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이미지가 적극적으로 삽입된다. 이는 곧 생각의 전환, 사고의 충격을 유발한다. 영화이기에 가능한 화법으로 EO의 메시지를 상기시키는 셈이다.
낮은 곳에 임하신 당나귀
이에 더해 <당나귀 EO>는 동물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동물의 이야기를 인간사로 확장시킨다. 실제로 붉은 조명은 동물들이 학대당하고 죽어가는 순간은 물론, 인간들이 다칠 때도 삽입된다. 일례로 살라미용 말고기를 운반하는 트럭 운전사는 한 여성에게 성관계를 요구한다. 그러다가 여성은 도망치고, 운전사는 괴한을 만나 죽는다. 이때 트럭 내부는 온통 빨갛다. EO는 이 모든 광경을 관조한다.
심지어 이 당나귀에게 의미심장한 종교적 이미지가 덧붙여져 있기 때문에 이 장면이 특별하다. EO에게는 역행의 이미지가 달라붙는다. 다시 오프닝으로 돌아가 보자. 붉은 조명 속에서 카산드라는 쓰러진 EO를 부둥켜안고 운다. 그러다가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그녀는 EO를 일으켜 세운다. 마치 죽었다가 되살아나듯이.
백작 부인의 저택에서 나와 폭포 앞 아치 다리에 멈춰 선 EO를 비출 때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는 폭포가 쏟아지는 게 아니라, 강물이 거꾸로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미지 속에 EO를 담는다. 도축장으로 가기 직전인 EO는 마치 죽음으로부터 도망갈지, 담담히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을 거스르고, 죽음 앞에서 고민하는 당나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동물과 비루하고 비윤리적인 인간의 삶까지 모두 살펴보는 당나귀. 말보다 효용가치가 없어서 가장 안 좋은 취급을 받는 당나귀. 이 상징을 한 데 모으면 한 인물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바로 예수다.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는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왔던 그가 이번에는 당나귀의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다시 내려온 듯한 인상을 주는 셈이다.
즉, 죽음과 폭력의 이미지가 넘쳐나는 영화에서 EO는 대사 없이 말한다. 가장 흔하고 초라하게 죽는 당나귀의 여정을 통해서 동물은 물론, 인간 사회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실마리를 구하라고. 결국 <당나귀 EO>는 한 구원자, 메시아의 여정을 되풀이하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바로 이것이 평범해 보이는 한 당나귀 여행을 눈여겨 지켜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가장 낮은 곳에서 모순덩어리 인간 세계를 관조하다
-
- ?11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
최근 지지부진한 마블은 <더 마블스>로 위기를 면할 수 있을까요? <더 마블스>의 예매율이 34%를 돌파하면서 예매율 1위에 올라섰는데요. 12년만에 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 <만추>와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의 독특한 신작까지 같이 만나보아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The Hunger Games: The Ballad of Songbirds and Snakes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모험, SF, 스릴러 | 미국 | 157분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레이첼 지글러, 비올라 데이빗, 피터 딘클리지 등
개봉: 2023.11.15
배급: ㈜누리픽쳐스
시놉시스
반란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 시작된 잔인한 서바이벌 헝거게임. 헝거게임 10회를 맞아 ‘멘토제’가 도입되고 ‘스노우’는 12구역의 소녀 ‘루시 그레이’의 멘토가 된다. 그는 몰락한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루시 그레이’를 헝거게임에서 우승 시키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2023년 11월, 게임을 지배하라!
CINE PICK!
수잔 콜린스 작가의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 <헝거게임>을 바탕으로 한 영화 <헝거게임: 더 파이널> 이후 8년만에 개봉하는 헝거 게임 실사영화 시리즈 영화로, 2015년까지 4편의 헝거 게임 실사영화 시리즈 작품이 총합 14억 5천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전적이 있습니다.
프레디의 피자가게
Five Nights at Freddy's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스릴러 | 미국 | 109분
감독: 엠마 타미
출연: 조쉬 허처슨, 엘리자베스 라일, 캣 코너 스털링 등
개봉: 2023.11.15
배급: 유니버셜픽쳐스
시놉시스
“환상적이고 즐거움이 넘치는 프레디의 피자가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80년대에 아이들이 실종되고 폐업한지 오래된 프레디의 피자가게 그곳의 야간 경비 알바를 하게 된 ‘마이크'는 캄캄한 어둠만이 존재하는 줄 알았던 피자가게에서 살아 움직이는 피자가게 마스코트 '프레디와 친구들’을 목격한다. 어딘가 기괴하고 섬뜩한 프레디와 친구들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CINE PICK!
인기 호러게임 Five Nights at Freddy’s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실사화 영화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북미에서 매우 낮은 평론가 평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람객 점수와 팬덤의 규모에 힘입어 2,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무려 개봉 주말에만 1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얻어 제작비대비 약 6배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어른 김장하
A Man Who Heals the City
ⓒ 네이버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105분
감독: 김현지
출연: 김장하, 김주완 등
개봉: 2023.11.15
배급: (주)시네마달
시놉시스
"어른은 없고 꼰대만 가득한 시대,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경남 진주의 어느 한약방, 그곳에는 60년 동안 한약방을 지킨 한약사 김장하 선생이 있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도 인터뷰 한 번 하지 않고 많은 이들을 도우면서도 자신의 옷 한 벌 허투루 사지 않는 사람. 11월, 좋은 어른을 기다리는 당신에게 김장하의 이야기가 찾아갑니다.
CINE PICK!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습니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핍니다." 대한민국의 한약사인 김장하의 다큐멘터리로 더 나은 우리가 되고 싶게 만드는 진짜 어른을 만나는 휴먼 다큐멘터리입니다.
세일즈 걸
The Sales Girl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몽골 | 124분
감독: 셍게도르지 잔치브로도르지
출연: 오이도브잠츠 엔크투울. 바야르체체그 바야르자르갈 등
개봉: 2023.11.15
배급: 대성필름
시놉시스
갓 스무 살 소녀 ‘사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세상에 눈을 뜨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버거워하던 ‘사룰’은 별로 친하지도 않은 과 동기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성인용품 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난생처음 본 19금의 세계에서 허우적대던 그녀는 사장님과 함께 일하게 되고 속을 알 수 없는 독특한 사장님 ‘카티야’는 업무시간 외에도 ‘사룰’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알려주기 시작하는데 …
CINE PICK!
주인공 사룰이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겪어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아는 듯한 카티야에게 흥미를 느끼며 두 사람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영화로 예상치 못한 곳에 등장하는 귀여운 연출과 음악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
- 독한 주사 맞고 그제야 정신 차렸네
혹평세례라는 극약처방 맞은 효과가 확실히 있었다. 비록 180도 달라진 완성도까지는 아니지만, 시즌 1에서 보여줬던 단점은 어느 정도 수습한 채 스토리를 마무리지었다.
지난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2'는 79년이 지난 2024년 서울을 배경 삼아 이야기가 이어진다. 2024년의 윤채옥(한소희)은 '은제비'라는 이름으로 실종자들을 찾는 일을 한다. 그러던 중, 심부름센터인 부강상사를 운영하는 장호재(박서준)와 만나게 된다. 경성의 봄을 함께 했던 장태상(박서준)과 똑 닮은 외모를 지닌 호재와 엮이면서 채옥은 끝나지 않은 자신의 운명과 악연을 파헤쳐 간다.
700억 원이라는 높은 제작비에 유명 작가와 감독(강은경 작가 & 정동윤 감독), 그리고 한류 스타들이 뭉쳤음에도 올드한 연출과 대사, 느린 전개, 어색한 연기력 등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혹평을 받고 났더니, 제작진이 절치부심하여 시즌2 전체를 재편집하며 쇄신했다.
확실히 '경성크리처 2'는 시즌 1보다 여러 면에서 나아졌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를 줄이면서 러닝타임도 훨씬 짧아졌고, 회차도 7부작으로 줄였다. 지적받았던 느린 전개도 한 층 빨라지며 속도감이 생겼다.
그러면서 액션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호재와 쿠로코 대장(이임생)이 황량한 도로 위에서 펼치는 추격신 및 일대 다수 격투신으로 꽉 채운 오프닝 시퀀스부터 눈과 귀를 잡는 액션 장면으로 사로잡는다. 특히 얼굴을 가리고 검은 옷으로 통일해 그림자처럼 쫓는 쿠로코들과 두 주인공이 그려내는 빠른 템포의 액션들은 독보적이다.
시즌 1에서 전혀 살지 않았던 멜로 케미도 시즌 2에선 괜찮아졌다. 아무래도 시즌 1에서 두 주인공 간 얽힌 서사들을 남김없이 들려준 덕분인지, '경성크리처 2'에선 긴 설명 없이 이들의 애틋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시즌 2로 보완하였다 하더라도 '경성크리처' 시리즈는 여전히 아쉬운 면이 많이 남아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45년을 배경으로 삼았던 시즌 1에서 담아낸 항일 정신이 시즌 2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 세기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뉘우치지 않는 그들을 이야기한다고는 하나, 크리처를 위해 일회적으로 소모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시대의 비극과 일본의 만행을 상징하는 소재 나진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불친절했다.
두 주인공인 호재, 채옥과 주변인들과의 관계성 또한 잠깐 스쳐가는 소품처럼 활용해서 아쉽다. 마치 무언가 있을 법한 관계성에 대한 묘사는 대폭 생략한 채 냅다 결말로 달려가기만 한다. 여기에 떡밥은 계속 뿌리는데 반해 명확하게 복선 회수가 되지 않고 새로운 시즌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도 다소 당황케 만든다.
★★☆
-
- 충돌, 수백 만의 우주를 건너
묻고 싶다. 그럴 때 없냐고.
끊임없이 자극적인 걸 찾아다니는, 멈추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 때. 새롭다는 건 다 해보고, '요즘 이게 유행이래' 하면 뭔지 보지도 않고 '그래? 얼마나 재미있기에?' 하면서 일단 기웃거려 보는 나를 발견할 때.
물론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즐겁지 않다는 건 아닌데... 사실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즐거워서 움직이기보다, 그렇게 끊임없이 따라다니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두려움이 더 큰 동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달을 때. 심지어 그 실패감조차 콘텐츠로 뽑아내야 한다는 ("유튜브를 해! 유튜브를!") 목소리 틈바구니에서, 부단히 발버둥 치는 기분이 들 때.
그러다 문득 깨달을 때. 그 모든 발버둥은 결국 내 마음 하나와 싸우는 거였구나. 단지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그 하나가 필요했구나. 그걸 놓쳐서 자꾸 이렇게 허덕이면서 사는구나. 안정이란 인간의 환상이 아닐까?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놓치는 균형 같은 것, 공중그네 타는 유니콘이나 외줄타기를 하는 인어공주 같은 것. 그 환상을 찾아 허우적거리는 내가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닌가? 그냥 이게 환상임을 인정하고 불안정을 받아들이면 될 것을.
이 두 가지 느낌이 은유적으로 완벽하게 들어간 영화가 있다. 더없는 혼돈으로 키치하게 반짝거리는 정신없는 세상, 그 안에서도 묵직한 돌처럼 단단하게 나를 붙들어주는 무언가까지 다 들어 있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그 제목만큼이나 얼핏 복잡해 보이는 영화다. 양자경이 분한 주인공 에블린은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살고 있다. 모셔야 하는 아버지, 기대기엔 너무 나약해 보이는 남편, 자꾸 엇나가면서 멀어진다고만 느껴지는 딸, 빡빡하게 숨통을 죄어 오는 세무의 늪... 에블린은 하루하루를 지친 표정으로 살고 있던,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그러나 세무 조사를 받으러 간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멀티버스를 맞닥뜨리게 된다. 멀티버스라는 단어도 들어보지 않고 살았을 에블린에게, 세상은 너무 갑작스러운 속도로 무한 확장된다. 살아오면서 무수한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던 모든 선택의 가지들이, 내가 내리지 않은 그 선택을 했다면...으로 시작되는 수백만 개의 평행 우주로 존재한다. 그 다른 에블린들은 쿵푸 고수가 되기도 하고, 결혼을 포기한 대신 근사한 커리어를 이루기도 했으며, 심지어 손가락이 핫도그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세계에서 지금과는 다른 사랑을 하며 살고 있기도 하다.
우왕좌왕하다가 갑자기 쿵푸 고수의 일면을 보이고, 괴로워하며 세파에 지친 얼굴을 드러내다가도 새로 들은 정보들을 척척 얽어내는 에블린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중년 여성들을 떠올리게 한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그러나 세상이 흔히 측정하지 않는 가치들을 품은 사람들을. 그들이 가지 않은 길, 지금과 많이 달랐을 수도 있는 다양한 삶의 가닥들, 거기서 엄마이자 아내이자 딸 외에 그들이 받았을 호칭들을.
여기서 때로는 능청스럽게 코믹하고, 때로는 자차분한 얼굴로 깊은 감정을 끌어내는 양자경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원래 성룡을 주인공으로, 양자경은 아내이자 조력자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세우려 했다던데 좋은 변경이었던 것 같다. 유려한 무술을 펼치는 성룡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역시나 빼어난 무술 배우이자 오랜 세월 '조력자'의 위치에 놓여 있던 그가 할리우드에서 첫 주연작을 맡았다는 사실 또한, 세상에서 측정되지 않았던 어떤 가치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세계관에 대한 정보 값이 0인 것인 에블린이나 관객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에블린의 세상을 둘러싼 갈등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딸과 아버지,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딸로서 존재하면서 그 사이에 놓여 있던 각양각색의 갈등과, 이를 우선시하느라 덮어두었던 자신의 존재까지 떠오른다. 멀티버스까지 가져와 엄청 거대한 이야기로 펼쳐지는, 수백만의 우주를 건너 이루어지는 그 갈등은 결국 가장 가깝고 내밀한 충돌과 닮았다.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아연실색해지는 그 충돌의 모습은 가히 불꽃놀이를 방불케 할 만큼 다채롭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충돌(심리적 충돌이든 물리적 충돌이든)의 양상을 보고 있더라면 어이가 없어서 자꾸 웃음이 비실비실 나오는데,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이 영화의 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만듦새가 매우 좋은 영화이고, 엔딩 크레딧에 어떤 동물도 촬영 과정에서 다치지 않았다는 문구를 보기는 했지만, 하루가 멀다고 잔혹한 동물 학대 소식이 들려오는 땅에서 비록 허구일지언정 강아지가 이리저리 휘둘리는 장면을 보는 것은 편치 않았다. 픽션이고, 만들어낸 장면이고, 실제 강아지가 다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영화의 문제라기보다 내가 밟고 선 땅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밟고 선 땅을 인식하면서 볼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국세청의 악명이 높은 미국에서는 세무 조사 장면이 강력한 기능을 했다고 들었다. <나이브스 아웃> 린다의 깔끔한 표정을 싹 감춘 제이미 리 커티스가 국세청 직원 데어드리 역할을 맡았는데, 타성에 젖은 얼굴로 서류를 꼼꼼히 보며 날카로운 눈빛을 쏘는 모습도 충격적이고, 이후로 멀티버스에서 그가 보이는 모습 또한 어마어마하다. 에블린 못지않게 다채로운 평행우주를 가졌을 것 같은 인물로, 개인적으로는 에블린의 거울 너머 또 다른 주연이 아닐까 싶을 만큼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 * *
이 영화는 단조롭고 관성적인 일상을 한 꺼풀 벗긴 자리에 무엇이 있는지 보게 한다. 에블린과 데어드리, 남편 웨이먼드와 딸 조이, 할아버지 공공까지 모두 '가지 않은 길'에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존재들이었고,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는 존재들이었다.
더불어 이들과 맺는 관계, 때로는 남편이 구운 쿠키나 따뜻한 말 한마디처럼 너무나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힘있게 사람을 잡아주는지 깨닫게 한다. 결국 사람을 구하는 건 사람을 통해 나오는 무언가 아닐까. 마셔도 마셔도 목마른,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한 의무감이 세대를 구원하지 못하는 것처럼.
반짝이지 않는 소박한 모습으로, 우직한 돌처럼 항상 옆에 있는 그 어떤 마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수백만의 우주를 건넌 충돌이 무엇이든, 어디서든, 단번에 가르고 들어올 것이다.
ㅁ '씨네랩'에서 시사회 티켓을 제공받아 감상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 개봉일은 10월 12일입니다.
-
- ? 18th #JIMFF 박영광 감독님 interview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낮은목소리 의 박영광 감독님 본격 탐구! ?♀️ #하이스트레인저
?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경쟁 상영작 [낮은 목소리]의 박영광 감독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8월 25일 대개봉!! ??
? 씨네픽쳐(스틸컷 퀴즈) 절찬리 진행중!! ?
? 씨네픽 큐큐(Quote Quiz) 절찬리 진행중!! ?
? 씨네픽 숏-퀴즈 절찬리 진행중!! ?
아이폰 다운로드 https://apps.apple.com/kr/app/%EC%94%...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
#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
-
-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 파이널 예고편
12월 18일, [라이온 킹]의 전설이 다시 시작된다! "무파사, 이제 너의 시대야" 세상을 뒤흔들 전설적인 왕의 탄생🌠 그 거대한 여정의 시작을 확인하라! 🎞️[무파사: 라이온 킹] 파이널 예고편 공개 위대한 전설 [라이온 킹] 이전의 이야기🌅 [무파사: 라이온 킹] 12월 18일 IMAX 대개봉
-
- 영화 <더 프레지던트> 메인 예고편
술과 여자, 제멋대로 방탕한 삶을 살던 부시.
대통령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에 출마한 주지사 선거에 덜컥 당선된다.
내친김에 나선 대통령 선거. 맙소사! 눈 떠보니 이제 미 대통령이다?
911 테러가 일어나고 단단히 기분 잡쳐 ‘악의 축’ 전쟁을 선포하고
전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와 대규모 반전 시위로 발칵 뒤집히는데…
투표에는 대가가 따른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유쾌한 고발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