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16 15:07:13
뒤엎어진 테이블, 그 위에 남은 추한 본성들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들
- 붕괴되는 부모
- 사건의 피해자들이 의미하는 것
- 거울 같은 연출
보통의 가족 (A Normal Family, 2024)
뒤엎어진 테이블, 그 위에 남은 추한 본성들
개봉일 : 2024.10.16.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허진호
출연 :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엔딩크레딧 시작 전에 하나
나는 보통 아주 재밌거나 취향에 딱 맞는 영화를 만나면 미쳤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미쳤다는 뭔가 한순간 강하게 후려치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보통의 가족>은 미쳤다기보단 시종일관 우아하게 돌고 있는, 돌아있는 영화라고 표현하려 한다.
<보통의 가족>은 왈츠를 추듯 우아하게 합을 맞추는 배우들과 함께 부드럽게 턴을 돌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예상을 벗어나는 이야기의 흐름은 호기심을 일으키고 서서히 상승하는 대비감과 극 전반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우아한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한눈 팔 틈을 주지 않는다.
<보통의 가족>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한 테이블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보통의 가족처럼 보이는 이들의 이면을 거침없이 털어내는 작품이다.
영화는 다른 성격의 두 형제,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내부인과 외부인 같은 두 여자,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들 사이에 얼룩진 거울 한 장을 대놓고는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자, 이런 문제가 생겼어. 너는 어떻게 할래?”
동시에 튀어나온 각자의 응답은 서로 얽히고 설키며 새로운 쟁점을 만들고 거울 앞에 앉은 인물들은 시시각각 태도를 바꾸며 식은땀을 흘린다. 땀이 지나간 자리엔 서늘함과 축축한 불쾌감만이 남는다.
영화는 주인공들에게 자극적인 음식을 반복해 대접하며 그들이 언제까지 태평한 척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한다. 이들은 애써 꼿꼿한 자세와 평온한 호흡을 유지하며 자리를 지키지만 결국엔 폭발하여 테이블을 뒤엎는다. 이제 이 가족의 테이블 위에 오가는 건 이기적인 합리화와 책임 전가, 추한 본성뿐이다.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충돌하는 어른 재완, 재규, 연경, 지수 역을 맡은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배우는 예리하게 갈아낸 각자의 캐릭터를 손에 쥐고 쉴 틈 없는 칼싸움을 펼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대립구도는 극의 텐션과 몰입력을 한도 없이 끌어올린다.
개인적으로 설경구, 장동건 배우의 경우 최근 필모그래피의 방향이 조금 아쉽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아직은 이 배우들을 더 믿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재완은 살아있는 멧돼지를 사냥하고 재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다. 재완은 악질 가해자에게 ‘(돈을) 얼마나 줄 수 있냐’고 묻고 재규는 피해자가 병원 수납을 마치지 못했음에도 그의 생명을 위해 우선 다음 수술 날짜를 잡는다. 돈을 좇는 재완과 돈보다 올바름이 중요한 재규. 재완과 재규는 형제지만 다른 신념을 갖고 있다.
재규의 아내인 연경은 재규와 비슷하게 선한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 그는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아동 복지에 힘을 보태는 어른이며 치매가 온 시어머니를 돌보는 착한 며느리다. 최근 가족이 된 재완의 아내 지수는 재완의 재력 덕분에 생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지수는 자신을 외부인 취급하는 연경과 약한 대립각을 잡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오래 유지하지 않고 스스로 이 가족과 한 발자국 정도 거리를 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붕괴되는 부모들
아이들 사건의 피해자, 노숙자가 의미하는 것
재완은 나래 사건의 합의를 위해 가해자와 대화를 나눌 때 이렇게 말한다.
“(부모는) 자식 앞에선 약해지기 마련이죠.”
이 말은 혜윤의 부모인 재완, 시호의 부모인 재규, 연경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재완, 재규, 연경은 자신의 삶에 있어선 각자 다른 신념을 가진다. 하지만 ‘내 아이가 죄를 저질렀다’는 문제에 있어선 각자의 신념을 무너트린 채 비슷하게 행동하고 결국 같은 결론을 낸다.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눈물 흘리고 싸운다. 그리고 붕괴된다.
억울한 피해자인 노숙자와 나래는 재완, 재규 형제의 신념 변화를 보여주는 장치다. 노숙자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폭행이라는 큰 신체적 충격을 받고, 나래는 어른들의 싸움 때문에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한다. 재완, 재규는 아이들이 독단적으로 벌인 폭행 사건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노숙자는 혼수상태가 되고 나래는 큰 수술을 받으면서도 삶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재완, 재규는 충격을 받은 후에도 아직 남아있는 각자의 신념에 따라 ‘이대로 숨길 수 있다’, ‘시호를 자수 시켜야 한다.’ 주장하며 옥신각신 싸움을 한다. 그러다 노숙자는 사망, 나래는 상태가 다시 나빠지게 되고 그 시점에 시호와의 진솔한 대화, CCTV 영상의 발견이라는 상황을 뒤집을 사건이 터진다. 이때 형제의 굳건했던 신념은 붕괴되고 뒤바뀌게 된다.
처음엔 피해자의 눈물에 공감하며 나래 엄마에게 예배당을 알려주던 재규는 그곳에 앉아 가해자인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피해자인 노숙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갑자기 입맛이 돌기라도 하는지 식판을 싹싹 비워낸다. 아내인 연경은 시어머니의 냄새 나는 옷을 갈아입히다 이 소식을 듣고 여러모로 깨끗하게 해결된 상황에 만족하며 웃음 짓는다. 반대로 돈을 위해 가해자를 옹호하던 재완은 복잡한 얼굴로 노숙자의 집에 찾아가 돈 봉투를 밀어 넣는다. 이후 세 사람은 바뀐 신념을 주장하며 더 강하게 충돌한다.
지수는 이 ‘신념의 붕괴’라는 사건에서 제외되는 유일한 어른이다. 연경은 지수를 혜윤의 엄마가 아닌 사람, 외부인으로 반복해 칭하는데 지수는 여기에 열을 내기보단 그럭저럭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수는 혜윤과 큰 친밀감이 없고 부모라기엔 조금 먼 느낌이 있다. 그래서 지수는 재완, 재규, 연경과는 다르게 객관적인 외부인의 시선으로 혜윤, 기호의 사건을 바라보게 되고 마지막엔 CCTV 영상을 공유하며 엇나간 재완의 신념을 붕괴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숨겨둔 양면성을 꺼내놓다
인물들의 심경 변화, 거울 같은 연출
사람에겐 한 가지 면만 있을 수 없다. 누구나 추하고 부끄러운 면을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를 뿐이다. 영화는 우아하게 와인을 마실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론 턱에 초고추장을 묻히고 와인을 소주처럼 들이키는 지수, 고급스러운 정장을 차려입고 꼿꼿하게 앉아있지만 사실은 꽉 끼는 옷에 숨도 못 쉬어 화장실에서 몰래 지퍼를 푸는 연경, 정정당당함을 이야기했으면서 시호를 위해 극단적인 사고를 치는 재규를 보여주며 완벽함 뒤에 숨겨진 부끄러운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완은 이들과 다르게 부끄러운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후반부에 들어 그 뒤에 있는 보통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중에서 양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재규다. 그는 가족들 앞에서 정의로운 척을 하지만 뒤에선 아이들과 똑같은 일들을 저지른다. 그는 술을 먹고 노숙자를 폭행, 유기한 아이들처럼 술을 먹고 고라니를 친 후 사체를 유기한다. 두 사고 장면은 비슷한 연출 요소들로 채워진다. (피해자를 질질 끌고 가는 가해자와 바닥에 그려지는 피, 비슷한 카메라 구도)
노숙자의 소식을 듣고 시호와 대화를 나누며 포장을 걷어낸 재규는 CCTV 속 아이들이 했던 말과 비슷한 결의 발언들을 내뱉고, 재완이 가해자를 옹호하며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며 그를 차로 쳐버린다. 이제 재규에게 남은 건 뻔뻔한 본성뿐이다. 흘러가듯 들렸던 ‘재규가 알고 보면 무서운 사람’이라는 어머니의 말, ‘너랑 나랑 진짜 나쁜 형제 새끼’라는 재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상영이 끝난 후에도 이래저래 떠들고 싶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보통의 가족>이 딱 그렇다. 영화가 끝나면서 테이블 위 조명도 모두 꺼졌지만 극 중 인물들이 남긴 첫맛과 끝 맛은 여전히 입안을 맴돌며 아쉬움을 남긴다. 나는 아직 이 화려한 갈등의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인물들을 더 씹고 뜯고 맛보고 싶다.
Relative contents
-
- 권위에 도전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가장 권위 있는 TV 시상식으로 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오로지 한국어로만 이루어진 드라마로, 매우 빠른 속도로 넷플릭스 시리즈 사상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였는데요. 미국 대표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지가 확인한 결과, 이 서바이벌 드라마는 한국어 드라마 최초로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대에 오를 자격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아카데미 대변인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이 한국어 드라마이긴 하지만, 미국 회사인 '넷플릭스'의 지휘 하에 제작된 드라마이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배포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프라임타임 에미 레이스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제작된 "오징어 게임"은 국제 시상식에 나갈 자격은 취득하였지만, 에미 측의 이중 수령을 방지하는 규정에 의하여, L.A의 TV 아카데미 혹은 뉴욕의 국제 TV 예술 과학 아카데미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TV 아카데미 측에서 규정한 바에 의하면, "외국 TV 시리즈 제작은 미국 본토와 외국 파트너들 사이의 공동 제작이 아니거나, 미국 텔레비전에 보여질 목적이 없다면 아카데미의 자격이 없다"고 하는데요. 영어가 아닌 외국어가 50% 이상 나오는 TV 시리즈의 경우, 제작부터 배포까지 모든 성과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오징어 게임"에 매료된 해외 팬들은 이 시리즈가 <기생충>의 역사를 다시 쓸 것이라는 기대에 차있는데요.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오스카 시상식에서 취우수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보다 훨씬 적은 참가자를 제치기만 하면 되는 "오징어 게임"의 수상 경쟁력은 매우 높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해외에서 매우 독창적인 TV 시리즈라 평가받고 있는 "오징어 게임"은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장르 기준을 뛰어넘어야 하는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는데요. 이미 "왕좌의 게임",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등의 수상을 통해 그 기준이 넓혀지긴 했지만, 그와는 결을 달리하는 "오징어 게임"이 과연, 새 지평을 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에미상을 시험해 볼 것 같은데요. 이에 따라, 에미상은 물론, SAG Awards, 크리틱스 초이스상, 인디펜던트 스피릿 상 등의 레이스에도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TV 시장이 OTT의 급부상과 함께 빠르게 변모함에 따라, 자연스레 TV 시상식 또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는데요. 미국 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며, 프라임타임 에미와 인터내셔널 에미 사이를 확실하게 구분 지었던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외국 TV 시리즈 제작에 대한 정의는 국제 공동 제작 시대에 매우 까다로워졌는데요. 시리즈가 100% 영어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프라임타임 에미에 진입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역시 보통 비영어 프로그램의 경우 인터내셔널 에미에 출품하곤 했습니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현재 비영어 프로그램에 대한 부문이 없는 상태이지만, 언제까지나 이 상태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영어 이외의 언어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프라임타임 에미에서 비영어권 작품의 수상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과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 <기생충>에 이어 북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의 시상대에 오를 수 있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 결과를 함께 지켜보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넷팩상 수상작 일본 코미디 지옥의 화원
오랜만에 보는 일본 코믹물
스윙걸즈, 워터보이즈 등 일본 특유의 코믹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영화 한 편이 지난 15일 개봉했다.
황당무개한 상황 전개는 그저 잠시 바쁘고 빠른 일상 가운데 지칠 대로 지친 관객에게 잠시 삶의 긴장을 늦추고 논리나 이유 따위는 내려놓고 웃으라고 이야기한다.
감독 - 세키 카즈아키
출연 -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 나나오, 카와에이 리나, 오오시마 미유키, 카츠무라 마사노부, 마츠오 사토루, 마루야마 토오미, 엔도 켄이치, 코이케 에이코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코미디, 액션
국가 - 일본
러닝타임 - 102분
배급 - 찬란, (주)하이스트레인저
오피스 코믹 액션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사무 여직원의 유니폼인 스커트에 구두를 신은 복장으로 거침없이 싸움을 하는 장면들로 신선한 액션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과한 표정연기와 만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상항들이라는 나레이션을 통해 마치 영화 상 보여지는 씬들이 현실인 양 표현한다.
새로운 감성과 에너지로 무장한 가장 역동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에 해당하는 넷팩상을 수상했다.
일본의 천재 개그맨 바카리즈무가 각본을 담당하고, 슈퍼 루키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줄거리는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받는 여직원의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잡는 ’호조 란‘이 등장하고, 그녀와 친분이 생기게 된 일반인 여직원 나오코가 뜻하지 않게 그들 세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이기고도 진 것 같은 상황 전개와 예상피 묘한 반전도 함께 있으니 그 부부네 대해 기대해 볼 만하다.
참고로 액션과 웃음에 눈과 귀가 빼앗기다가 센스가 넘치는 대사들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
- 식탁에 둘러앉아 새해를 맞는 과거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고기를 정성스레 펼치는 칼질로 영화는 시작한다. <커밍 홈 어게인>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것은 조심스러운 돌봄의 손길이다. 1997년 쓰인 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는, 꼭 문장을 가만가만 읽을 때처럼 소리 없이 앉아 주인공이 누비는 집안을 둘러본다.
아시아계 이민자의 가시화가 어느 때보다도 많은 지금, <커밍 홈 어게인>은 그렇지 못했던 시대의 이야기에 늦은 보상을 하기라도 하듯 영화관에 나타났다. 주인공이 아침 일과를 마치고 식탁 앞에 앉자 카메라는 돌연 뒤를 돌아본다. 혼자 사는 남자인 줄로만 알았던 창래는 순식간에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간병하는 아들로서 소개된다.
영화는 제목처럼 집으로 다시, 또 다시 돌아간다. 고기를 손질하고, 야채를 손질하고, 비닐로 꼼꼼히 누르는 손길 사이사이로 그는 어머니가 아프지 않았던 과거를 자꾸만 회상한다. 이건 이렇게 해야지, 저건 저렇게 해야지, 하면서도 다정한 말투와 언제나 편을 들어주는 눈길은 거두지 않는다. 아픈 어머니가 이것저것 혼자 하겠다는 고집을 부리게 되자 그 손길은 창래가 어머니에게 해주는 돌봄의 손길로 변하고, 카메라는 우두커니 서서 그들의 근심과 한숨을 지켜본다.
창래는 결국 어머니와 어떻게 이별할지 정하지 못한다. 새해 전 날, 음식을 한 상 차려놓고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해보려 애쓰지만 아버지는 그대로 가부장적이고, 누나는 ‘아픈 엄마’라는 존재에 상심하기만 하고, 엄마는 한 술도 제대로 뜨지도 못한다. 영화는 폭발하고 상실하는 그조차 계속 쳐다보기만 한다.
<커밍 홈 어게인>은 삶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배우가 연기할 시간을 충분하다 남겨 두는 숏들이 꾸밈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영화는 그렇게 집을 떠난다. 이민자 가족이 새 삶을 꾸리고 자라났던 집. 한편 영화의 길고 긴 숏들은 그 자체로 집 안에 들어온 유령처럼 가만히 앉아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심히 담아내면 아름다웠을지도 몰랐을 장면들은 원작인 에세이를 아무 각색없이 영상화한 듯 건조하게 담아내는 바람에 관객에게 와닿지 않는다. 영화의 막바지에 폭발해 큰 소리를 내는 창래의 모습은 설정을 잘못한 캐릭터처럼 보일 만큼 갑작스럽다. 한국인 이민자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특별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연민으로 막을 내리는 이야기는 영화가 관객을 떠나고 있다는 감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어머니의 반찬으로만 기억되는 과거는 눈물겹게 감동적일지언정 미래로 가지고 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관객은 집을 지키던 카메라 유령의 느릿한 걸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밖에 없다.
-
- 불편한 웃음도 웃음이다, <조용한 가족>
<조용한 가족> (김지운, 1998)의 포스터에는 ‘코믹잔혹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지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그 문구와 참 잘 어울리는 잔혹한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부모님과 삼촌, 3남매로 이루어진 여섯 명의 가족은 이장의 추천으로 산장을 싸게 매입하여 영업을 실시한다. 파리만 날리던 산장에 드디어 첫 손님이 찾아오지만, 그는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된다. ‘아버지(박인환 扮)’는 산장의 영업에 지장이 갈 것을 우려하여 시체를 몰래 묻어 버리자고 한다. 그리고 이 첫 번째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여러 가지 일들이 가족을 덮친다.
이 ‘조용한’ 가족은 죽음을 비밀로 묻어 버리기로 하고, 시체도 묻어 버린다. 그리고 일은 눈덩이가 눈밭을 굴러가듯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인물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자신들의 행위에 점점 과감해지고 익숙해지며 가벼운 태도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악행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땅에 묻었던 시체들은 비가 쏟아지면서 밖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땅을 파헤치는 도로 공사가 산장 주변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도 가족들은 여전히 검지를 입술에 댄 채 ‘쉿’ 하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관객들은 여전히 침묵을 요구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복잡한 심경으로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이 영화의 재미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소는 블랙코미디 장르의 불편한 웃음이다.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씁쓸한 미소를 짓도록 유도한다.
영화는 인물들이 범죄 행위에 점점 익숙해지며, 범죄와 일상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영민(송강호 扮)’은 바닥에 고인 피를 밟고 미끄러지고,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보고 시체를 발견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라던 처음과 달리, 이내 살인이나 매장을 농담삼아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악행에 무뎌지는 모습을 보인다. 영민의 삽질 실력은 점점 늘고, 와중에 다른 가족들은 영민의 실력을 칭찬하며 함께 웃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 볼 만한 점은 가족들이 내부인(가족 구성원)과 외부인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이다. 처음 가족들이 죽음을 묻기로 한 것도 가족들의 생계와 직결된 산장 영업을 계속하기 위함이다. 영민은 동생 ‘미수(이윤성 扮)’를 강간하려는 남성과 몸싸움을 하다 남성이 절벽에서 떨어지게 하고, ‘어머니(나문희 扮)’는 시체를 묻고 귀가한 가족들에게 수고했다고 인사하면서 든든한 밥상을 차려 준다. 영화의 후반부, 산장에서 청부살인까지 발생(하려고)했을 때에도 시체 두 구를 본 가족들은 계단에 발이 걸려 넘어진 영민을 위해서만 의사를 부르고, 병원에 가는 영민을 걱정하며 자신들의 봉고차까지 끌고 나선다. 그리고 잠시 뒤, 같은 계단에서 이번에는 외부인이 떨어져 죽자 가족들은 한 번 더 죽음을 감춰 수습하려고 한다. 영화는 이렇듯 내부인과 외부인에 대한 가족들의 태도에 차이를 두면서 아이러니를 통한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 가족들의 웃음 또한 아이러니를 유발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가족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웃는 장면은 이 영화에 꽤 자주 등장한다. 웃고 있는 가족의 모습, 그리고 그 인물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죽음을 맞는 외부인의 상황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또 가족들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무장 간첩’들의 모습을 보며 ‘생매장을 시켜 버려야 한다’는 식의 농담을 하면서 즐겁게 웃기도 한다. (이때의 ‘간첩’은 한국 사회의 외부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외부인의 죽음에 등을 돌린, 또는 익숙해진 인물들의 모습 또한 불편한 감정을 유발한다.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를 고르자면, 역시 배우들의 조합과 호연일 것이다. 박인환, 나문희, 최민식, 송강호 등 하나의 작품에서 뭉치기 힘든 배우들이 한 가족을 연기하며 만들어내는 호흡은 인상적이고 확실한 재미 요소가 되어 준다.
잘 만들어진 한국형 블랙코미디라는 말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가족 중심 문화, 내부인-외부인의 관계(가족과 가족이 아닌 사람, 한국인과 한국인이 아닌 간첩 등) 등 한국 문화의 중요 코드를 과장하기도 하고 끼워 넣기도 하며 극적으로 활용한, 잘 빚어진 한국 영화라고 생각한다.
-
- 도래하지 않은 AI시대가 디스토피아일수도?
도래하지 않은 AI시대가 디스토피아일수도?
영화 <귀신들> 리뷰
감독] 황승재
출연] 이요원, 찬희, 정경호, 백수장, 오희준, 이주실, 조재윤, 김강현
시놉시스] 인간 형태의 AI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어떤 용도로 주문하시겠습니까? 먼저 떠난 가족, 헤어진 연인, 그리운 친구, 아픈 나를 간병해 줄 보호자, 아니면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또 다른 나... 모두 보고싶은 이들, 혹은 희망적인 그 누군가를 기대하겠지요? 하지만 때론 상상은 또 다른 현실을 불러옵니다. 치매를 앓는 노파에게 찾아온 어린 아들은 대뜸 거금을 요구하고, AI들이 N백년째 인간 대신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있지만 신도시는 계속 생겨납니다. 또한 길냥이처럼 버려진 애완용 AI들의 처리 문제로 인간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죽기 전에 자신을 대체할 AI에게 자신의 정보를 업데이트 해야하는 의무가 생기는, 불과 몇 년 뒤,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뉴스들을 미리 들여다봅니다. 다가올 미래, 다들 준비하고 계십니까?
#스포일러 유의#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는 것들
영화 귀신들은 다섯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에피소드 마다 각각의 주제를 전달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바로 집을 구하려는 AI의 모습이었다. 영화 속 시대는 한 인간이 죽으면 그와 똑같이 생긴 AI가 인간 본체의 삶을 이어가는 시대다. 그래서 남규B는 본체 남규A가 남긴 대출금을 갚아나가면 새로운 집으로 이사갈 기회를 찾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소득으로는 꿈도 꿀 수 없다. 중개업자는 500년 상환 대출을 제시하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새로운 집에서 살 수 없다면서 솔깃한 제안을 한다. 500년을 담보로 한 대출이라는 생각에 남규B는 굉장히 당황해하고, 자신이 비활성화 되더라도 이어서 남규 C, D, E 가 계속해서 그 돈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는데요. 하지만 현재를 생각하라며 500년 모기지를 끊임없이 제안합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누구에가나 평등하게 주어진 죽음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윤리성의 허들이 되어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상황, 현재의 삶에 맞춰서 죽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하기 때문에 그나마 책임감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남규B가 처한 상황은 본체 남규A가 현재의 행복을 위해 미래의 노동과 고통을 끌어다 쓴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책임 역시 자신이 아닌 AI가 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굉장히 무책임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다간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처럼 영화 속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상황 속에서 전혀 상상해보지 않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디스토피아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서 한번쯤은 정말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해 화두를 던지다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간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해가고 있고 챗GPT가 등장한 이후 과연 이러한 딥러닝AI가 생활 속에 스며들까 싶었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지피티에게 물어보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것이 일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서 점점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10명이서 하나씩 찾아가며 했던 자료조사가 이제 인공지능에게 요청을 하면 2~3시간 만에 백데이터 자료조사가 깔끔하게 날라오니 말이다. 점차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50년 주기로 혁명적인 발명품들이 나오면서 세기의 전환이 이뤄지곤 하는데 그 시기도 1~2년 사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대응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아직 AI 기술에 대해 편리함과 신기함에 빠져서 이로 인해 초래된 아노미적 상황에 대해서는 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화 귀신들 황승재 감독이 시사회에서 기술의 발전은 과학자들의 몫이지만 윤리적인 고민은 예술과 창작자의 몫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동의하는 바다. 물론 과학자가 오로지 기술 발전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피해가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전에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끊임없이 자극을 시켜서 일깨워 줄 수 있는 것은 대중들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문화 속에서 이뤄져야 전사회적인 공감을 얻으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논의의 장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이유로 영화 귀신들은 하나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분명히 기술 발전에 있어서 어두운 부분도 존재하니 우리가 직면할 휴먼AI의 사회를 함께 그려보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영화 귀신들>
- 개봉: 2025. 4. 9. (수)
- 한줄평 : 우리의 미래가 영화 귀신들처럼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이 아니길 바라며
-
- 집착적 소유욕, '사랑'이 되다
7★/10★
폴 토마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에서, 알마는 사랑하는 레이놀즈를 자기 곁에 붙들어두기 위해 음식에 독을 넣는다. 치사량은 아니지만 레이놀즈의 몸이 허약해져 알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는 많다. 알마를 그저 자기를 구성하는 여러 세계 중 하나로만 대우했던 레이놀즈는 기꺼이 알마의 요리를 먹는다. 그러고는 “사랑해”라고 말한다. 더는 알마가 아닌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애정을 나눠주지 않겠다는 듯이. 이렇게 알마는 레이놀즈를 완벽하게 소유하고, 둘의 사랑은 ‘완성’된다.
〈엘리자벳과 나〉는 사랑의 권태를 피학과 가학으로 돌파하고자 했던 알마와 레이놀즈의 길을 잇는다.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후이자 헝가리 왕국의 왕비인 엘리자벳과 그의 시녀 이르마다. 엘리자벳은 19세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왕족으로 손꼽힐 정도로 타고난 외모를 엄격하게 관리한 여인이다. 173의 큰 키임에도 평생 50kg 이하로 몸무게를 유지했다고 한다. 지독할 정도로 엄격한 관리가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는 대중이 생각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외모로 살기 위해 부단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황후를 맞이하러 나온 대중 앞에서 기절할 만큼 코르사주를 꽉 조일 정도로 말이다. 여성의 섭식장애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로 획득할 수 없는 공적 권력‧역능을 향한 욕망의 방향을 바꿔 자기 몸에 행사하는 일일 때가 많다. 엘리자벳이 주인공인 또 다른 영화 〈코르사주〉에서 드러나듯, 그녀의 공적‧사적 욕망이 ‘황후’라는 이름으로 제한될수록 엘리자벳은 더욱 엄격한 자기 통제로 이를 보상하려 했을 것이다.
이르마는 백작 가문 출신의 42세 미혼 여성으로 결혼하지 않으면 수녀원에 가야만 한다. 결혼과 수녀원은 모두 이르마에게 답답함을 상징하기에 그녀는 황후의 시녀가 되고자 한다. 엄격한 식이요법과 활동적인 운동을 즐긴 엘리자벳의 시녀가 되기 위해 달리기 테스트까지 마친 후 엘리자벳의 시녀가 된 이르마. 그녀는 금세 엘리자벳과 가까워지며 총애를 받는다. 그리스의 한 휴양지, 즉 엘리자벳의 의지와 명령만이 중요한 장소에서 남성 사회에서 가져온 습관(식이요법)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가능성(여성들의 우정과 사랑)을 벼려내기도 한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발랄하면서도 격정적인 친밀성은 마찬가지로 비극적 황후의 삶을 조명한 〈코르사주〉와의 결정적 질감 차이를 만든다. 〈코르사주〉가 질식 직전의 삶에서 황후가 갈망한 자유를 그녀 삶 전반에 걸쳐 풀어냈다면 〈엘리자벳과 나〉는 황후의 삶과 그런 황후를 사랑하는 이르마를 통해 남성 사회가 여성의 욕망을 취급하는 방식을 고발한다. 〈코르사주〉가 전반적으로 질식할 듯한 답답함으로 점철된 엘리자벳의 삶을 담담히 애도‧추모한다면, 〈엘리자벳과 나〉는 폭발할 듯 분출되는 황후의 욕망과 자유의지가 끝끝내 좌절하고야 마는 현실과 그에 괴로워하며 변덕을 부리는 엘리자벳을 사랑하는 이르마의 관계성에 천착하여 영화를 황후에 대한 헌사를 넘은 여성 친밀성과 사랑에 대한 통찰로 이끈다.
엘리자벳과 이르마의 사랑은 다정하거나 살갑지 않다. 상호적이지 않다. 황후의 변덕에 이르마는 늘 안달한다. 엘리자벳 시동생의 말마따나 이르마는 또 하나의 “쓰고 버릴 여자”일지도 모른다. 즉 이르마에겐 황후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이지만, 엘리자벳에겐 이르마가 억눌린 욕망과 자유의지를 분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시적 대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헌신적일수록 멀어지기만 하는 엘리자벳을 보며 이르마는 황후를 완전히 소유할 방법을 찾는다.
역사 속 실제 인물 엘리자벳은 1898년 무정부주의자에게 암살당했다. 그러나 〈코르사주〉는 상상력을 발휘해 황후에게 대안적 역사, 품위 있는 죽음을 선물했다. 〈엘리자벳과 나〉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에는 그 목적이 다르다. 〈코르사주〉의 상상력이 황후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엘리자벳과 나〉의 상상력은 잡히지 않는 황후를 자기 곁에 붙들어두기 위한 이르마의 결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팬텀 스레드〉의 레이놀즈가 독약을 탄 알마의 음식을 기꺼이 먹으며 사랑에 투신하듯, 죽기 직전의 엘리자벳도 이르마의 집착적 소유욕을 사랑의 표현으로 용인해준다. 이제 황후는 죽었고, 더는 자신을 떠날 수 없게 된 황후 앞에서 이르마는 평온을 얻는다. 더는 위기에 빠지지 않을 영원한 사랑을 획득한 자의 표정이다. 소유욕이 사랑일 수는 없다. 동시대의 감각으로는 오히려 범죄에 가깝다. 그럼에도 〈코르사주〉를 경유해〈팬텀 스레드〉로 나아가는 〈엘리자벳과 나〉의 극단적 소유욕이 ‘사랑’일 수 있는 건, 사랑의 불확실성과 필멸성을 온몸으로 거부하겠다는 광기에 우리가 무언가 애잔한 공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르마가 언제나 두 사람의 관계성에 더 목말랐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납득이 되는 집착이다.
-
-
- 「아미 오브 더 데드」 넷플릭스 제작비 1,000억원의 좀비영화ㅣ새벽의 저주 결말포함 영화리뷰ㅣ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컷ㅣ넷플릭스 오리지널ㅣ건데ㅣ
? "아미 오브 더 데드(2021, 넷플릭스Netflix)" 예고편 분석
"새벽의 저주(2004)" 영화리뷰 결말포함-영화 정보
장르: 액션, 공포, 범죄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잭 스나이더, 조비 해롤드, 셰이 해튼
제작: 웨슬리 콜러, 데보라 스나이더, 잭 스나이더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엘라 퍼넬 외
촬영: 잭 스나이더
음악: 정키 XL
촬영 기간: 2019년 7월 15일 ~ 2019년 10월 20일
제작사: 미국 국기 스톤 쿼리
배급사: 넷플릭스
공개일: 넷플릭스 2021년 5월 21일
화면비: 1.85:1
상영 시간: 2시간 11분
제작비: 9,000만 달러
독점 스트리밍: 넷플릭스 N아이콘 (넷플릭스)- 잭 스나이더의 첫 장편 영화 촬영 감독 데뷔작
- 새벽의 저주 정보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제임스 건, 조지 로메로
출연: 사라 폴리, 빙 레임스, 케빈 지거스 등
장르: 공포, 스릴러, 액션- 조지 A. 로메로의 1978년작 동명 좀비 영화 리메이크작
- 시체들의 새벽
#아미오브더데드 #새벽의저주 #넷플릭스영화
-
-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새로운 팀' 예고편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 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함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샹치’는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으로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우게 된다
벗어나고 싶은 과거이자, 그 누구보다 두려운 아버지 ‘웬우’를 마주해야 하는 ‘샹치’
악이 될 것인가? 구원이 될 것인가?
마블의 새로운 시대,
세상에 없던 힘이 탄생한다!
-
- 영화 <룸 넥스트 도어> 1차 예고편
제 81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 수상작 올 가을 놓칠 수 없는 마스터피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틸다 스윈튼 X 줄리안 무어 [룸 넥스트 도어] 국내 개봉 확정 기념 1차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