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16 15:10:39
뱀의 부활. 다시 한번 요동칠 준비를 마친 전반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1-3회 리뷰
지옥 시즌2 (Hellbound 2, 2024)
뱀의 부활. 다시 한번 요동칠 준비를 마친 전반부
개봉일 : 2024.10.25. (NETFLIX 공개 예정)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 연상호
출연 :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임성재, 문소리, 문근영
개인적인 평점 : 3.5 / 5
*본 리뷰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지옥 시즌 2> 1-3회의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옥 시즌 1>은 지옥사자의 심판이라는 초자연적인 재해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20년 전 고지를 받은 정진수 회장은 자신이 느낀 절망, 두려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그대로 선사하기 위해 재해와 공포를 엮은 거짓 교리를 전파하는 새진리회를 조직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 두려움 앞에 바짝 엎드리고 순응하거나, 또는 저항하기도 하며 각자의 지옥을 살아간다.
시즌 1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지옥 시즌 2>는 앞서 쌓아둔 세계관에 누름돌을 올려 만든 더욱 밀도감 있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세상엔 어느 때보다 다양한 믿음과 종교 단체들이 넘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모두 공포가 팽배한 지옥을 살고 있다. 이런 불안한 세상 속에서 되살아난 정진수는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던 뱀처럼 간악한 혀를 뽐내며 다시 세력을 확보하려 한다. 그리고 정진수가 없는 사이에 세력을 늘린 화살촉,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새진리회. 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소도까지. 각자의 교리를 주장하는 여러 단체들이 동시에 충돌하기 시작하며 세상은 전에 없던 혼란으로 빠져든다.
1-3편만 감상한 시점이라 ‘지옥 시즌 2는 이렇다’라는 결론을 내리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이 시점에서도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거 칼을 갈고 나왔구나.’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김성철 배우의 설득력, 이전보다 커진 스케일과 액션이다.
앞서 누군가 연기했던 인물을 이어가야 한다는 큰 부담감을 지고 나온 김성철 배우는 초장부터 눈을 번뜩이며 극 전반에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내리찍는다. 그리고 연한 눈물 자국과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오묘한 설득력을 싣고는 천천히 극을 장악해간다. 김성철 배우의 연기를 보고도 그가 정진수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비교적 일상적인 공간들이 많이 등장했던 시즌 1에 비해 시즌 2는 화살촉 집회 현장, 소도의 새로운 본부 같은 비일상적이고 재밌는 공간들을 공개하며 세계관에 대한 상상력을 더욱 활짝 열어준다. 그리고 각 단체들이 세력을 키운 만큼 이들이 부딪히는 액션신 또한 이전보다 훨씬 본격적이고 역동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의 최근작인 <기생수: 더 그레이>를 보며 액션 연출이 훅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지옥 시즌 2>에서도 그 느낌을 한 번 더 받았다. 액션이 주가 되는 시리즈는 아니라 큰 액션신을 반복해서 보여주진 않지만 시선을 끌기엔 충분한 정도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有
신의 영역에서 사람의 영역으로
다시 한번 판을 뒤집을 정진수의 부활
시즌 1이 지옥사자의 심판이라는 신의 영역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면 시즌 2는 사람의 영역 안에서 신의 힘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이들의 싸움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지옥사자의 심판’이라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누가 더 먼저 상대의 입을 막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각 단체들은 심판과 공포를 자기 입맛에 맞춰 해석하고 이용하며 새로운 교리를 주장한다. 송소현, 배영재의 죽음은 아름다운 부모의 희생이 아닌 신에게 몸을 내던진 속죄 행위로 해석되고 죽어 마땅했던 죄인은 단숨에 단체를 대표할 캐릭터로 세탁된다.
세상에 가득 찬 모순은 모두를 지옥으로 이끈다. 개인이 개인의 죄를 묻고 진실을 모르는 자가 진실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길을 지키려던 단체인 소도 내부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정진수 회장을 뿌리로 둔 두 단체 새진리회, 화살촉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한다.
아비규환이 된 세상, 구불구불한 뱀 같은 산길의 끝에서 정진수가 부활한다. 화살촉에 빠진 아내가 죽은 후 소도의 일원이 된 천세형은 3달 동안 정진수를 기다리다 마침내 그를 마주한다. 부활 후 산길을 헤매던 정진수는 천세형의 차에서 나오는 헤드라이트 아래서 그의 절을 받는다. 마치 신성한 존재가 탄생한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 이때 천세형은 정진수를 속이기 위해 절을 했지만 전반부가 끝나갈 때쯤엔 정진수의 혀에 속아 진심으로 그를 자신의 신으로 받들게 된다.
전 시즌에서 유일하게 신과 동일한 위치에서 추앙받던 정진수가 부활했다는 건 이 평범한 사람들의 싸움판을 한 번에 뒤집을만한 사건이 생겼다는 뜻이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도 여유롭게 “어쩌면 지금이 이 세상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라고 말하던 그의 머릿속에 어떤 계획이 들어있을지, 그의 계획이 앞으로의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된다.
과연 이 기대감을 충족시킬만한 설득력 있는 후반부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빵빵하게 들어간 바람을 훅 빼버리는 난장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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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 보기 딱 좋은 영화 8선
긴 연휴가 시작되기 전!
여러분을 위해 가족과 함께 보기 딱! 좋은 영화 8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진짜입니다 아무튼 진짜예요)
이 영화를 본 사람: 너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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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웨이 스페셜(2020)> 리뷰
인간은 유사 이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공유할 수 없다. 삶에 유통기한이 뚜렷이 새겨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두려움과 절망, 그럼에도 남겨질 이들을 떠올리며 점차 무력해지는 몸뚱이를 끝끝내 움직여야만 하는 운명에 대한 비참함과 서글픔. 그리고 그 사이에 스며드는 숭고함 따위를 어찌 감히 일반화할 수 있겠나.
우베르토 파졸리니의 <노웨이 스페셜>은 죽음을 목전에 앞둔 서른네 살 창문 청소부 존(제임스 노튼)과 그의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의 일상을 그렸다. 언뜻 보면 의젓한 네 살 아들과 자상한 아버지의 단란한 나날 같지만, 존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이 부자父子의 삶을 자꾸만 촉박하게 만든다. 특히 창문을 닦는 일조차 점차 버거워지는 존은 아들 마이클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나날에서 얼룩을 지우는 막중한 일을 진행해야만 한다. 그는 영국의 입양법에 기반한 공공기관을 통해 적당하고 새로운 가정을 소개해주려 애쓰지만 그 일은 존의 예상보다도 힘들기만 하다.
※ 이하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배경이 북아일랜드이며 위에서 말했듯 아버지 존의 직업이 창문 청소부라는 점에서 <노웨어 스페셜>은 소외된 자들을 조명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존이 공공기관을 통해 입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은 갈등들을 겪는 장면이 함께 있어서, 나는 영화를 감상하던 도중 켄 로치를 몇 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베르토 파졸리니의 영화는 켄 로치의 것보다는 죽음을 앞둔 젊은 아버지의 심리라는 사적인 영역에 보다 집중한다.
입양 희망자에 대한 면담, 적절성 평가, 사무적인 태도 등이 비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존에겐 그를 적극적으로 돕는 쇼나(에일린 오히긴스)가 있다. 마이클을 입양하고자 하는 이들은 여럿이며 나름대로 (자신들이 믿는)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니, 정부가 개입해 입양 희망자들을 분류하는 것이 아주 그른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일부 들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존이 마이클의 예비 가족을 만날 때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존의 내면 변화이다. 그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입양이 무엇이냐고 묻는 아이에게 대답을 해줘야만 하는 아버지의 표정을 담는다. 또한 존은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아들의 가족을 대신 선택해 줄 만큼, 마이클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그러나 이러한 존의 모습은 그가 진실로 마이클을 사랑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에, 그는 끔찍하리만큼 진실된 사랑을 한 이에게만 허락되는, 가슴 아픈 성취를 획득한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존은 자신에게 닥친 허무를 수용한다. 아이에게 자신을 그저 창문닦이로 소개하면 그만이라고 말하거나, 굳이 뿌리를 알려야 하느냐고 손사래를 쳤던 영화 초반과 달리 존은 미래의 마이클이 열어볼 수 있도록 기억 상자를 마련한다. <노웨어 스페셜>은 전반적으로 톤이 일정하며, 등장인물들이 과할 정도로 오열하는 장면은 없다. 손때가 묻은 물건을 넣고, 우연히 찾은 생모의 사진을 넣는 장면조차 더욱 드라마틱하게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별달리 극적인 효과가 개입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감정을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듯하다. 그저 애달픔만으로 속이 이렇게까지 상할 수 있구나, 싶은 느낌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영화는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신문 기사에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한다. 존의 직업이 창작에 기반한 것이라면, 나는 영화 제작진이 굉장히 영리했다고 말하고 싶다. 창문을 닦는 행위를 통해 존은 한 걸음 밖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게 될 뿐만 아니라 유리는 그가 보지 못한 세상의 이면을 비춰줌으로써 , 존이 처한 상황과 자연스러운 접점을 형성한다. 또한 아버지 존의 이름은 너무도 평범한 것으로, 그의 슬픔이 사실 원치 않는 상황에 급작스럽게 떠나게 되는 모든 이들의 상실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가 세상에 남기는 아들 마이클은 미카엘 천사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떠나는 이들에게 당신이 세상에 남기는 희망은 곧 빛이 되지 않겠냐며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작중 네 살 마이클의 캐릭터다. 특별히 조숙하다는 설정을 넣지 않아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상보다 많은 것을 알며 종종 어른보다 현명한 태도를 보인다. 표현은 미숙할지 몰라도 말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마냥 어리게 볼 수밖에 없고, 걱정스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존의 시선에서 영화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나, 마이클이라는 캐릭터를 지금보다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지.
★★★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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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1월 2주 개봉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 , 2022
가장 혁신적인 히어로 ‘블랙 팬서’가 돌아온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와칸다'의 왕이자 블랙 팬서 '티찰라'의 죽음 이후
거대한 위협에 빠진 '와칸다'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운명을 건 전쟁과 새로운 수호자의 탄생을 예고하는 블록버스터입니다.
1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와칸다'의 모습과 깊은 바닷속 신비로운 세계인 '탈로칸'이 압도적인 비주얼로 펼쳐지는 동시에
이들이 대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이전보다 확장된 스케일과 강렬한 액션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2022년 대미를 뜨겁게 장식할 최고의 마블 스튜디오 기대작 와칸다와 탈로칸의 확장된 세계관!
이번주 추천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입니다.
첫번째 아이 FIRST CHILD , 2021
2022년 올해의 소셜 리얼리티 드라마
영화 "첫번째 아이"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여성이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무수한 딜레마를 통해
의지할 수도 홀로 설 수도 없는 세상과 마주한 우리 시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셜 리얼리티 드라마입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배우 박하선의 섬세한 연기와 신예 허정재 감독의 절제된 연출과 묵직한 촬영이 주목받은 작품이죠
드라마, 영화,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 등을 망라해 다양한 매체와 장르,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박하선의 스크린 주연작입니다
또한 우리 시대의 소셜 딜레마에 대한 사려 깊은 접근이 돋보이는 신예 허정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전작 단편영화들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과 감각을 입증받으며 차세대 감독으로 떠오른 허정재 감독의 탄탄한 각본과 연출이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우리 시대의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올해의 소셜 리얼리티 드라마!
이번주 추천영화 "첫번재 아이" 입니다.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我吃了那男孩一整年的早餐 , My Best Friend's Breakfast , 2022
대만 박스오피스 1위!, SNS 신드롬 실화 로맨스 원작
영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는 2015년 대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D card에 '난 1년 동안 그 소년의 아침을 먹었다'라는 제목으로
한 여대생이 올린 실제 남친과의 귀여운 러브스토리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업로드된 게시글은 댓글과 좋아요가 5만 개를 넘으며 계속해서 입소문이 났고,
2016년에는 소설로 각색되어 여러 언어로 번역 및 출판되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실제 주인공은 2018년 결혼에 골인하며 대만 SNS를 강타한 실화 로맨스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로 탄생했습니다
1020 관객들의 취향 저격 영화! 첫사랑 먹방 로맨스!
이번주 추천영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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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거 하나 없었던,,, 다만 박정민만 존재했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액션 영화 장르였기 때문에 잔인할 것은 예상했지만 그래도 영화 홍보를 할 당시에 뻔한 액션 장르물은 아니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에 은근히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은근한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왜 제목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였을까... 필자를 악으로 보내버린 작품이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시놉시스
태국에서 충격적인 납치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을 끝낸 암살자 인남은 그것이 자신과 관계된 것임을 알게 된다. 인남은 곧바로 태국으로 향하고, 조력자 유이를 만나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한편, 자신의 형제가 인남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된 레이. 무자비한 복수를 계획한 레이는 인남을 추격하기 위해 태국으로 향한다. 처절한 암살자 VS 무자비한 추격자. 멈출 수 없는 두 남자의 지독한 추격이 시작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마주도 패러디도 아닌 그 경계 어딘가
액션영화의 문법이라고 봐야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왜 항상 다른 액션이라고 홍보하면서 같은 것일까? 스토리라인이 다 한 번씩을 봤던 내용이었다. ‘테이큰’, ‘아저씨’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로 아주 빼다 박아놓았다. 테이큰과 아저씨가 엄청난 걸작이어서 이 작품들을 생각나게 만들려는 오마주였던 것일까?, 나 이장면 어디서 봤는데!! 하며 재미있게 풀어내려는 패러디였던 것일까? 아니면 원본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주지 않길 바라는 표절인 것일까? 이 세 가지의 줄타기를 한 작품이었다.
줄타기를 잘했다고 칭찬을 해줘야하는 것인지 아주 의문스러운 작품이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만의 특색이 있다기 보다는 어디서 다 한 번씩 본 장면과 스토리라인들이 얼기설기 짜여진 채로 그 엉성함을 화려한 액션으로 무마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쉬웠다. 뭐 그래도 액션을 훌륭했다.
갑자기 부성애?
작품을 보는 내내 굉장히 불편했던 이유는 납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인데요. 납치를 하지 않으면 액션 영화는 진행이 되지 않나 봅니다. 그리고 한 번도 본적 없던 딸이 납치가 됐다고 해서 저렇게 갑자기 부성애가 발현해서 스토리라인이 생성된다는 것이 이 어쩜 머리 하나 안 굴린 스토리인가 싶었다.
보는 내내 아가는 얼마나 연기하면서 힘들었을까? 이런 감정이 들다가도 아니 도대체 왜 납치를 스토리라인에 넣었을까? 마지막 대사도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니? 몰라,,, 기억이 안나,,,”라는 대사를 넣을 거였으면 그저 폭력이 일상이 되고 폭력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 힘든 악의 존재들을 보여주면서 그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소재를 좀 다르게 찾아도 좋았을텐데,,, 굉장히 아쉬웠던 선택이었다.
그래도 박정민이 있었다
그래도 박정민 덕분에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아직 트렌스젠더 수술을 하지 못한 남성이지만 여성이 되고 싶은 유이 역할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냈다. 입 벌리고 감탄했던 것 같다. 눈 질끈 감고 보다가 박정민만 나오면 눈이 떠졌달까?
극 속에서 유일한 개그캐였고, 극의 분위기가 무겁게만 흘러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자 결과적으로 박정민이 없으면 영화의 결론이 나지 않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다. 정말 영화를 다 편집하고 박정민이 나온 부분만 살려서 다시 제작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박정민이 나오는 영상만 봐도 영화의 흐름과 주제는 완벽히 파악할 수 있다. 그 말은 영화 스토리라인이 정말 단순하고 오로지 액션을 위한 작품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스토리 건개에 상관 없이 그저 죽고 죽이는 추적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하지만 개연성과 연결 흐름이 중요한 관객들에게는 그닥 추천하지 않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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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장을 벗어나 자신의 길을 걷는 여성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바다를 거닐던 소녀는 온전한 여성이 되어 바닷가를 떠난다. 급변하는 대만의 초상을 담아낸 에드워드 양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해탄적일천>은 두 여성의 삶을 통해 당시 대만의 혼란스러운 사회와 여성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엄격한 가부장제 문화와 일본 문화가 잔재하던 당시의 대만 여성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자리(실비아 창)의 아버지는 개인병원 의사로 여유 있는 중산층이다. 완고한 아버지의 의견은 집의 법이자 질서였고 자리의 오빠 자썬은 연인이던 웨이칭(호인몽)과 헤어지고 원치 않는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자리의 미래 역시 아버지의 계획 하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리는 아버지의 의지를 거역하고 집을 나와 사랑하는 연인 청더웨이(모학유)에게 간다. 자리의 선택은 오빠 자썬의 선택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했다. 자썬은 아버지를 맹목적으로 믿었고, 그 믿음은 편안함도 행복도 보장해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학생 시절부터 연인이었던 청더웨이를 선택한 자리의 삶은 행복했을까? 더웨이의 친구 아차이는 부유한 상속자와 결혼했고, 더웨이는 아차이의 회사 대표를 맡게 되었다. 사업은 접대의 연속이었고 자리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적어졌다. 자리는 더웨이가 매일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으나 묻지 않았다. 무리하게 묻어둔 불안감은 때때로 튀어나와 더웨이를 옥죄었다. 자리의 걱정은 더웨이에게 간섭으로 느껴졌고 그는 계속 멀어져 갔다. 더웨이가 익사했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자리는 해변을 찾아간다. 경찰은 더웨이의 이름이 쓰인 약병과 칫솔 따위의 물건을 보여주며 남편의 것이 맞냐고 묻는다. 자리는 대답할 수 없었다.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 사회는 일부러 아내와 남편을 떼어놓는 것 같아. 남자는 남자의 활동 장소가 있고, 여자는 여자의 활동 범위가 있어. “ 자리의 활동 장소와 범위는 더웨이의 그것과 달랐다. 자리의 장소는 대부분 집이었다. 그 외에 꽃꽂이 교실, 친구의 집 혹은 마트가 전부였다. 자리가 태어나 청소년기까지 머무르던 부모님의 집 처마에는 새장 안에 새들이 가득했다. 새장은 아버지의 질서였고, 집을 뛰쳐나와 더웨이에게 가면서 자리는 새장을 탈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웨이와 함께 사는 집 역시 또 다른 새장이었다. 네모난 새장 대신 네모난 철창 같은 문에 갇힌 자리에게 그곳은 집으로 느껴진 적 없었다. 안방의 침대는 부부간의 친밀한 소통이 아닌 갈등과 불안함으로 가득 찬 무대가 되었다. 집뿐만이 아니라 더웨이와의 거리가 가깝게 밀착되는 공간일수록 갈등의 강도는 거세졌다. 운전자와 동승자의 신뢰를 필요로 하는 공간인 자동차에서 갈등은 절정에 달한다. 자리의 질문은 더웨이에게 불신의 언어로 다가왔고 자신을 “믿으면 무서울 것 없”다고 말하며 난폭 운전을 하는 더웨이는 자리에게 두려움이었다.
서로에게 마음을 쓰고 있지만 어느 한 구석이 삐딱하게 잘못 놓인 전화기처럼 자리와 더웨이는 소통하지 못했고, 그런 틈을 놓치지 않는 예리한 류샤오후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틈새를 파고든다. 물질적인 풍요만 충족된 더웨이와 자리의 집은 그 옛날 자리가 도망쳐 나온 아버지의 집과 다를 바 없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한 자리는 그 문제를 어머니가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보았다. 가부장제에 꼭 맞는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자리는 남자의 마음이 언제 떠날까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되었다. 여성들의 역할과 공간은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달라지고 있었다. 자리는 그 변화를 온몸으로 겪는 인물이다.
넓은 공간에 홀로 서 있는 자리는 존재의 불안함을 온몸으로 내뿜으며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더웨이가 있을지 모를 공사 부지에서, 남편이 익사했는지 모를 바닷가에서, 넓은 침대에 홀로 우두커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남겨져 있다. 더웨이를 향한 믿음은 흔들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도 흔들린다. 자리는 바다에서 건진 시체가 더웨이인지 확인하지 않고 떠난다. 그 해변을 혼자 떠나며 자리는 성장했다. 해변의 시체가 누구인지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타인이 아닌 자신을 믿기로 했다는 것이다.
카페에서 웨이칭과 마주한 30대 무렵의 자리는 단단한 여성이 되었다. 13년 동안 유학을 마치고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되어 타이베이로 돌아온 웨이칭은 무대 위 피아노 앞이라는 자신의 온전한 자리를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웨이칭과 마주한 자리는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새장 같던 집과 혼란스러운 해변을 떠나 카페에서 웨이칭과 마주하여 동등하게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두 여성 모두 성장의 길을 걸었다. 마침내 “자신을 믿고 자신의 방식으로 선택”한 웨이칭과 자리는 더 이상 어떤 공간에도 관습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그곳의 주인이 되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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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간을 초월해 생생히 빛나는 아빠와 여름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1살이 된다면 뭘 하고 싶어?” 11살의 소피(프랭키 코리오)는 아빠가 궁금하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소피는 아빠 캘럼(폴 메스칼)과 단 둘이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의 설렘도 잠시 호텔에서부터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지친 몸을 끌고 도착한 숙소의 프론트에는 아무도 없다. 겨우 방에 들어갔지만 예약과 달리 침대는 하나뿐이고 겨우 얻게 된 침대는 소파처럼 작다. 수영장 옆은 시끄러운 공사가 한창이다. 모든 것이 매끄러운 완벽한 여행은 아니지만 부녀는 그들만의 휴가를 즐긴다. 이들의 휴가는 캠코더 안에 새겨진 영상처럼 생생하고 빛바랜 모습으로 아로새겨진다.
캘럼은 11살 딸 소피를 캠코더로 열심히 담는다. 소피 역시 30살의 아빠 캘럼을 찍는다. 부녀는 서로를 캠코더에 담으며 그간 부재했던 추억을 쌓아간다. 우리는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두 부녀 역시 캠코더로 그들의 시간을 붙잡아둔다. 캠코더에 담긴 서로의 시간은 박제되고 축적되어 영속성을 가지게 된다. 영화는 서로를 찍는 부녀의 모습만 아니라 휴가의 모든 장면을 담는다. 내리쬐는 햇살과 일렁이는 푸른 물빛, 아빠와의 다정한 대화 그리고 웃음. 이 짧은 휴가는 캘럼과 소피의 가장 평화롭고 즐거웠던 시절이며 동시에 수면 아래에서 일렁이는 불안이 흘러넘치기 직전의 시절이었다.
평범한 부녀의 바캉스에 불안의 감각이 아스라이 깔려있다. 이 불안감의 원인 중 하나는 소피의 호기심과 성장이다. 소피는 종종 염려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술 마시며 노는 청소년들과 어울리고, 또래의 남자아이가 위험한 장난을 치기도 한다. 혹은 소피의 독립심과 성적 호기심이 어떤 사건을 자초하게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한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된다.
한편 캘럼은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려 하지만, 연약한 우울과 짙은 피로에 덮여 있다. 캘럼은 휴가가 끝나고 난 뒤 소피를 사랑한다는 엽서를 남겨 놓고, 어두운 바다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소피에게 당구와 수영을 가르쳐 준 캘럼은 이제 호신술을 가르쳐 주려한다. 조급한 그의 가르침은 소피에게 의아하기만 하다. 또래보다 성숙한 소피는 아빠의 손을 빌리지 않고 이제 스스로 선크림을 바르려고 한다. ‘괜찮다’라고 한다. 벌써 자신의 곁을 떠나려는 어린 딸의 모습에 캘럼을 더욱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서로를 잘 모르는 부녀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팔을 다쳐 깁스를 하고 있던 캘럼은 욕실에서 작은 가위로 깁스를 풀어보려고 시도한다. 소피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실에서 잡지를 보고 있다. 캘럼은 한 손으로 힘겹게 깁스를 풀려다 상처를 입는다. 소피는 아빠의 이런 상황을 모른다. 대화를 주고받고 있으나 단절된 부녀의 관계에서 물리적 심적 거리감을 나타내는 것은 벽뿐만이 아니다.
캘럼은 아이의 가까워지려는 손내밈을 거부한다. 5살 때부터 함께 불렀던 노래를 이제는 함께 불러주지 않는다. 캘럼은 자신을 찍는 소피의 캠코더를 꺼버린다. 아이는 “내 마음에만 남겨” 둔다며 이해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태양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면 기쁜” 아이의 마음은 이미 아빠의 곁에 있다. 하지만 부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캘럼은 혼자만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이 거리를 매개해 주는 유일한 존재는 캠코더 혹은 카메라다. 캘럼은 소피를 찍고, 촬영된 영상을 확인한다. 소피는 벽 뒤의 공간에 있는 아빠의 일부, 창문 너머의 아빠를 찍는다. 어린 소피가 이해할 수 있는 아빠의 모습은 그 정도였던 것이다.
젊은 아빠와 어린 딸의 휴가 장면으로 가득한 영화에 문득 이질적인 쇼트가 끼어든다. 점멸하는 조명 아래에서 캘럼은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성인이 된 소피는 그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휴가의 마지막 날 아빠는 딸을 재촉해 함께 춤을 춘다. 클럽에서 성인이 된 소피와 기억 속의 캘럼도 함께 춤을 춘다. 고통스럽게 춤을 추는 클럽 공간에서 소피는 필사적으로 아빠를 끌어안는다. 캘럼의 시간은 그곳에 멈춰버렸다. 춤을 추는 캘럼의 모습이 소피의 마지막 기억이었을 것이다. 소피의 무의식 속 혼란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시각화 한 이 시퀀스로 인해 이 여행은 다시 쓰인다. 캘럼의 불안함이 소피의 그리움이 뒤섞인 한 시절로 되돌아간다. 딸은 아빠의 우울을 감싸 안고 이해한다. 튀르키예 여행은 아빠와의 모든 시절이 압축된 시간이었다. 불안, 설렘, 두려움, 우울, 조바심 그 모든 것이 공존했던 시간이었다.
11살 소피가 인사하며 비행장으로 들어가는 캠코더 속의 모습은 패닝 하여 성인이 된 소피를 비춘다. 캠코더를 보고 있는 소피의 주변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카메라는 한번 더 고개를 돌려 2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담고 있던 아빠의 모습을 비춘다. 캘럼은 다시 소피의 기억 속 점멸하는 조명 아래로 돌아간다. 소피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부모가 되었다. 소피는 캠코더를 경유해 비로소 뒤늦은 이해와 깊은 애정을 확인한다. 카메라의 영속성은 20여 년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해의 장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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