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18 01:24:53
폭력을 받아들인 자에게 열리는 다음 라운드
영화 <클라우드> 리뷰
클라우드 (Cloud, 2024)
폭력을 받아들인 자에게 열리는 다음 라운드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스릴러, 액션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 스다 마사키, 후루카와 코토네, 오구다이라 다이켄, 오카야마 아마네, 쿠보타 마사타카
개인적인 평점 : 3/ 5
쿠키 영상 : 없음
“하여간 특이해”, “이상한 애네”
한국인들의 사랑이 시작되는 대표적인 시그널로 통하는 말이다. 나도 이렇게 사랑에 빠졌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불분명하고 의아하고 이상하다. 그런데 그래서 다시 찾게 된다. 잠시 헛웃음이 나게 하다가도 금세 진지함을 보이는 그의 영화엔 미묘한 매력이 있다.
<클라우드>는 특히 이런 미묘함과 혼탁함이 빛나는 영화다. 주인공 요시이를 맡은 배우 스다 마사키는 혼탁함과 의아함이라는 애매한 요소들을 매력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는 몇 수 앞의 감정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신묘한 연기를 펼치며 영화 곳곳에 느껴지는 결핍을 메꿔내고 마치 솜사탕을 만들 듯 영화의 몸집을 몇 배로 불려내는 저력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자면 <클라우드>는 아무에게나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스다 마사키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큰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 요시이는 리셀러다. 그는 낮에는 옷을 깔끔히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세탁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엔 구김살이 가득한 불법 리셀러 라텔로 활동한다. 그는 오직 감에 의지해 물건을 사재기하고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며 돈을 번다. 요시이의 물건이 비싸게 팔리는 요행이 반복될 때마다 그의 통장엔 숫자가 늘어나고 동시에 라텔을 향한 증오도 늘어난다.
세탁 공장 일과 리셀러를 병행하던 요시이는 최근에 사재기한 치료기로 크게 돈을 벌고 공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한적한 호수 근처 저택을 임대한 후 그곳을 사무실 겸 연인 아키코와의 보금자리로 꾸민다. 요시이는 지금보다 더 큰돈을 벌길 바라며 사노라는 직원 한 명을 고용하고 더욱 본격적으로 리셀러 활동을 이어간다.
그 사이 온라인에선 리셀러, 사기꾼 라텔을 혼내주자는 피해자 모임이 생겨나고 누군가는 라텔을 향한 분노를, 누군가는 목적지가 없는 분노를 쏟아내며 하나의 팀을 조직한다. 이들은 라텔을 잡는 게임에 참가한 파티원이 되어 상식을 웃도는 폭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요시이는 살아남기 위해 이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결단을 내리게 된다.
<클라우드>는 ‘액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감독의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액션 스릴러 장르의 영화로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몽롱한 꿈같은 작품이다. 이게 말이 되나 싶다가도 왜인지 말이 되는 것 같고 이런 놈들이 존재할까 싶은데 또 비슷한 놈들을 어디선가 본 것만 같다. 무지향성의 분노와 폭력, 집착이 범람하는 이 이상한 세계가 어쩐지 낯설지 않아 더 찝찝하고 흥미롭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요시이, 아키코는 돈과 물건에 대한 집착, 사노는 고용주 요시이와 그의 변화에 대한 집착, 괴한 무리는 자신의 분노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착각과 집착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런 집착을 충족하기 위해 엉망으로 벌려둔 상황을 대략 ‘보상이 걸린 한 판의 게임’ 정도로 정의하고 합리화하며 곧 죽어도 자신의 폭력과 실수엔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요시이는 이 사달의 시작점인 리셀러 일을 그저 ‘아무리 말이 안 되는 물건이라도 살 사람이 있으면 팔리는 것, 그냥 도둑잡기 게임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괴한들을 자신의 업보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을 비난하고 경멸한다.
다른 곳에서 뺨 맞고 요시이를 잡으러 온 괴한들은 정확한 이유 없이(이 무리에서 요시이에게 제대로 된 사기를 당한 사람은 없다) 요시이를 죽이려는 이 상황을 그냥 모르는 사람들과 벌이는 게릴라 게임 또는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행하는 것이라 여기며 자신들의 폭력을 합리화한다.
이 상황에 끼어든 사노와 아키코는 사심을 채우기 위해 요시이를 새로운 측면으로 이끌거나 그를 이용할 계획을 세우며 함께 게임의 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평화로운 숲속과 어울리지 않는 총성이 이어지는 상황. 총을 든 괴한들과 사노는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눈다. 그런데 사노의 옆에 딱 붙은 요시이는 총을 쏘지 못하고 그저 사노의 뒤를 어색하게 따라다닌다.
요시이는 라텔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긴 했지만 신체적으로 누군가를 해한 적은 없었고 실제로 누굴 죽일 마음도 없었다 요시이는 이 상황에서도 누굴 죽이겠단 마음보다 물건을 챙기는 게 먼저다. 요시이가 1라운드에서 나무 막대기를 깔짝이며 상대를 기절시키고 있는 초보라면 요시이를 제외한 사람들은 다음 라운드에서 칼을 들고 상대를 죽이는 고수라고 할 수 있다. 타카모토는 가족을 죽인 살인범이고 다른 괴한들은 요시이가 숨었던 오두막의 관리인을 죽이고 유기한 동조자다. 사노는 과거를 알 수 없지만 총기를 다루는 어두운 일을 했음이 분명하고 아키코는 돈을 위해 요시이를 죽일 마음이 있다.
사노가 묶여있던 요시이를 풀어주는 순간, 요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순간 사노의 팔을 의지하지만 바로 손을 떼고 “원래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말하며 사노와 한발자국 정도 떨어진다. 그리고 괴한들을 설명할 땐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인생의 패배자라고 말한다. 요시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이유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괴한, 사노와는 다른 사람임을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자 요시이도 1라운드를 넘어 사노와 다른 이들이 머물고 있는 다음 라운드로 이동한다.
요시이는 사노를 겨누고 있는 토도야마 (이온전자 치료기 사장)를 발견하고 사노를 구하기 위해 총을 쏜다. 사노는 요시이에게 총 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냐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요시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 대신 타카모토를 잡기 위해 밖으로 달려나갈 때 사노의 속도에 맞춰 함께 달려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요시이는 결국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폭력을 받아들였고 그는 이제 사노와 같은 선상에 서있다.
마지막까지 함께 상황을 정리한 요시이와 사노는 비현실적인 하늘의 입구로 달려간다. 사노와 함께 새로운 라운드에 진입한 요시이는 이제 자신이 원했던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 폭력에 물든 사람과 폭력에 물들지 않은 사람의 삶은 같을 수 없으니까.
비정상적인 폭력성을 쏟아내는 괴한들, 폭력을 부추기던 사노,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고 변한 요시이. 이 들의 모습이 그다지 놀랍고 낯설지 않다는 점이 이 영화가 남기는 가장 큰 찝찝함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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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어른들은 이제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의 고독
감독: 다미앵 마니벨, 이가라시 고헤이
출연: 코가와 타카라
시놉시스
아버지가 새벽같이 일터로 나간 어느 날, 한 소년 타카라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전해주기 위해 일탈 여행을 떠난다. 아무도 모르게, 용감하게. 눈길을 헤치고 아버지를 찾아나서지만 아버지는 찾지 못하고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갇히고 만다. 타카라의 모험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대사가 없는 영화
이 영화는 굉장히 불친절하다 . 대사가 없고 아이의 표정만 보이며 아이의 행동들이 단편적으로 편집되어 있다. 영화 내에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타카라는 명랑한 아인지, 말을 잘 안듣는 유형인지 등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저 타카라에게는 아버지, 어머니, 누나가 있는 전형적인 가족 관계가 있다는 존재 사실만 보여준다. 가족 간의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는다.
모든 포커스가 타카라의 여정에만 맞춰져 있다. 타카라의 여정에 관계 없는 부가적인 설정은 설명이 배제되어 있다. 그래서 타카라의 행동과 표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 장면마다 하나의 사진집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였을 때의 기억을 장면장면으로 편집해 기억하고 있는 어른의 관점으로 말이다.
어른은 아이를 다 알지 못합니다.
감독은 "타카라의 여정에 초점을 맞춰 어른의 개입이 없는 세상 속 아이들의 모험"을 그려내고 싶었다. 위험해 보일 수 있는데도 어떤 어른도 "아이야, 무슨 일이니" 묻는 어른이 없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어른에게는 위험이지만 아이의 시각에서는 모험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핵심이었다.
아이들의 삶은 어른들에 의해 재단된다. 정작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표현할 기회가 없다.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른들의 시각에서 아이의 삶은 끊임없이 평가당한다. 어른들과 완벽하게 소통을 해내지 못하는 나이이기에 아이는 고독을 느낀다. 그 고독은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어른들을 향해 자신의 고독을 말할 능력과 의지의 부족함에서 나온다.
부모는 자식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는 자식을 반만 알아도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의 관점에서 평가당해온 삶 속 진짜 내 이야기를 했을 때 부정당했던 경험이 상처로 남았다면 '아이 시절의 고독'을 잘 숨겨온 사람은 아니었을까.
이처럼 타카라가 아버지를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그 어떤 가족도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아이의 웃는 낯 속 숨겨진 진실은 아이가 표현할 때까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타카라가 그런 모험을 자처할 만큼의 표현 말이다.
영화의 비하인드
감독에 따르면 상황 설정은 있었지만 전적으로 실제 타카라의 행동을 따라가며 찍은 다큐적 속성의 영화라고 한다. 그래서였는지 아이가 개와 목소리로 다이다이 뜰 때 그렇게 순수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건 연기라기 보단 찐텐이었을 테니까.
영화가 끝났는데도 수영을 했다는 제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산 시장 그림을 그렸기 때문인 걸까 생각했는데 관객과의 대화 중 한 의견을 듣고 아하! 했다. "설원에서 아이가 뒹구는 게 마치 수영하는 것 같았다"는 말이었는데 훨씬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래서 집단지성이 중요한가 보다.
영화 속 타카라는 꽤 오랜 시간 잔다. 그걸 보며 이 모든 모험이 사실 꿈인 것은 아닐까, 그래서 컷이 그토록 단편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했는데 감독이 이에 대해 확신을 줬다. '꿈에 대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어른에게 아이 시절은 꿈같이 희미해져 버렸으니 그런 연출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총평
영화가 대사가 없지만 내용은 명확한 편이다. 하지만 이해가 단박에 되진 않아 생각의 여지를 많이 주는 영화다. 영화 내용과는 별개지만 감독이 "타카라가 정말 눈 속에서 매번 뒹굴어 신기했다"라는 코멘트가 진심 너무 귀여워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그런 아이를 데리고 영화 한 편 찍겠다고 달려든 어른들의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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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가족 영화
총 디섯 편을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가족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수상한 그녀
ⓒ 네이버 영화
synopsis
칠순의 오말순 할머니는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청춘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고 나온 그녀는 버스 창에 비친 젊어진 자신을 보고 놀란다.
cine pick!
칠순 할머니가 스무살로 돌아간다는 신박한 설정과 심은경 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웃음과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과속스캔들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이돌 출신의 인기 라디오 DJ 현수 앞에 하루도 빠짐없이 사연을 보내오던 애청자 정남이 찾아온다.
다짜고짜 자신이 딸이라며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정남으로 인해 그의 삶은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이한다.
cine pick!
<과속스캔들>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웃음을 선사하여 개봉했던 2008년 겨울 하반기
박스오피스를 완전 장악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순간에 아빠와 집을 잃은 지소는 엄마, 동생 지석과 미니 봉고에 살게 된다. 지소는 집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계획하고 노부인의 개 윌리를 목표로 정한다.
cine pick!
성장소설의 대표 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하여 세상을 향한 온기 어린 시선을 유지하며
현실적인 공감까지 이끌어냈다.
패딩턴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폭풍우에 집을 잃은 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영국으로 떠난 패딩턴. 런던에서 우연히
브라운 가족을 만난 사고뭉치 패딩턴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선다.
cine pick!
페루에 살던 꼬마곰이 런던에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패딩턴>은 꼬마곰 패딩턴의 인간 '
생활 적응기를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하고, 화려한 출연진으로 극의 재미를 더하였다.
코코
ⓒ 네이버 영화
synopsis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은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사나이 헥터와 함께 상상조차 못했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cine pick!
전세계의 찬사를 입은 디즈니와 픽사의 야심작 <코코>는 국내에서 누적 관객수 351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였으며, 특히 경이로운 비주얼과 중독성
강한 OST로 주목을 받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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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붉그스름한 군자
감독: 박재민
러닝타임: 4분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 험난한 성인식을 치러야 하는 수많은 아이들. 과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애니메이션 1' 中 <성인식> 스틸컷옛날 부족국가 시절, 제사는 신을 향한 행위였다. 돼지나 소와 같은 가축도 가능했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양도 있었다. 제물이 희귀할수록 신에게 큰 기쁨을 전달할 것이라 믿었던 부족들의 행위였다. <성인식>은 인신공양까지는 아니고, 하얀 새를 제물로 바친다. 제단 위에서 제사장이 꼬마에게 하얀 새를 공양하라고 한다. 그러나 꼬마는 반대한다. 하얀 새를 제사장에게 던지며 제사장을 제단 밑으로 떨어트린다. <성인식>은 샌드아트와 복합적으로 연출하며 빠른 전개와 인상적인 효과를 보인다. 넘어진 제사장을 목격한 다른 하얀 새를 품고 있던 꼬마들은 각자가 품었던 하얀 새를 풀어준다. 하얀 새들은 자유를 찾는다. 생명의 소중함을 느낀 꼬마의 결단력 있는 행동은 성인(聖人)의 모습을 보인다.
상영일자: 9/19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9/1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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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메이징한 에이미의 자아발견, 영화 <나를 찾아줘>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Gone Girl>이라는 원제보다 <나를 찾아줘>라는 한글판 제목이 마음에 드는 영화. 소녀는 사라진 게 아니라 숨바꼭질을 한 것뿐이다. 그녀와의 숨바꼭질은 뒷통수를 후려 맞는 얼얼하고 살벌한 게임이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닮고 싶은 에이미. 뽀로로가 아이들의 대통령이라면 에이미는 아이들의 여왕이다. 그녀를 롤모델로 한 동화 속 캐릭터 ‘에이미’는 흠 잡을 것 없이 완벽하다. 실제 에이미는 실수도 하고 불행할 때도 있지만 동화 속 에이미는 늘 행복하고 당당하다. 에이미는 자기 자신과 늘 비교당하고 싸워야 하는 기구한 숙명의 소유자다.
그러던 그녀가 만난 남편 닉. 처음에는 우린 다를 거라는 환상을 안고 시작한 결혼 생활은 5년 만에 파국이다. 그녀는 그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동네로 이사와 혼자 내동댕이쳐졌다. 남편은 자신을 유혹하던 똑같은 방법으로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고 백수가 되었다. 거짓말쟁이. 게으른 욕망덩어리. 그녀는 실망스러운 남편을 보고 결심한다. 자신을 이렇게 불행하게 만든 남편에게 복수하겠다고. 그냥 이혼에 합의하는 건 시시하다. 에이미는 숨어버린다. 닉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할 계획을 움켜쥐고서.
통쾌한 복수냐 묻는다면 물론이다. 지나치게 통쾌해서 말을 잃을 수도. 그녀는 타고난 연기자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진정한 에이미만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알고 상대에 맞춰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닉에겐 우아하고 쿨한 여자로, 옆집 사람에겐 외롭고 불쌍한 여자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제자와 한눈을 판 남편이 한심해 그녀에게 연민이 생겼던 건 쓸데없는 사족같이 느껴진다. 그마저도 그녀의 계획인 것 같아서 혼란스럽고 심리적 거리가 멀어진다.
실종부터 귀환까지 치밀하다. 대충 지운 핏자국. 뭔가 어설픈 사건현장과 진실과 허구가 고루 섞인 일기장. 내용은 볼 수 있게 미디엄 레어로 태운다. 임신한 것으로 속이고 심지어 자신이 자살함하는 엔딩까지. 남편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사형시키려는 담대한 계획이었다. 모든 것이 그녀의 남편을 폭력적이며 부도덕한 살인자라고 믿게 만들기 충분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유연하게 계획은 바뀐다. 예상외로 들고 온 돈을 잃게 되자 자신을 믿고 있는 남자와 만난다. 놀랍게도 그 남자를 납치·강간범으로 보이게 만들고 죽인다. 아마도 닉 대신 그와 함께 하는 걸 생각해보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그가 좋아하는 건 '그의 에이미'이다. 날씬하고 탄탄한 몸에 예의와 격식을 차리며 지루한 이야기를 교양있게 이야기하는 살아있는 환상. 은근히 그녀를 구속하고 집착하는 골치아픈 사람. 그녀를 구해준 대가는 그녀의 몸과 마음을 모두 얻는 것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는 그녀의 남자보다는 긴 실종을 합리화할 범인 역으로 더 적합하다. 수정된 계획대로 그녀는 피해자로 성공적으로 귀환하고 수많은 환호를 받는다. 그녀의 실체를 알게 된 소수의 사람들은 입도 뻥끗할 수가 없다. 남편은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하고 형사는 맹점을 지적하려고 하지만 쉽게 제지당한다. 그녀는 자신을 버리는 이들을 나락으로 끌고 내려갈 패 정도는 준비하고 있다.
영화 제목은 이제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사라진 건 소녀가 아니라 소녀가 필요한 타인의 관심. 찾아달라고 한 건 그녀의 몸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그녀의 모습이다. 아, 이제야 그녀가 보인다. 그녀는 늘 사람에 목마른 순수하고 전략적인 존재다. 타인이 있어야 그녀가 빛나 보인다. 실제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믿는 것이 곧 그녀가 살아있는 세상이다. 사실은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 맞춰 주는게 질렸을지도 모른다. 쿨한 아내, 착하고 예쁜 딸 같은 역할도 하루 이틀이다. 왜 아무도 자신이 남들에게 해주는 것을 자신을 위해 해주지 않는가? 의뭉스러운 불만이 터져버린 것이다. 이제는 자신에게 맞춰줄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래서 남편에게 돌아왔다. 자신이 모자란 것을 반성하고 ‘그녀가 원하는 남자가 되겠다’는 그의 거짓말 한 마디에.
행복해 보인다. 실종된 줄 알았던 에이미는 그녀를 기다리는 남편의 품으로 돌아왔다. 감동스럽다. 이런 드라마같은 일이! 그러나 서로 다 아는 아는 마당에 피차 거짓말은 하지 말자. 현실은 불행한 쇼윈도 부부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째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나아졌다. 에이미는 생기가 넘치는 ‘어메이징 에이미’로 재도약했다. 닉은 백수를 벗어나 돈방석에 올랐다. 진실은 상관없이 그를 잘근잘근 씹고 뭉크러뜨린 언론을 보고 자신도 몰랐던 연기력과 재기를 발견했으며, 적자에 고전하던 그의 바(어린 내연녀도 드나들던 문제의 술집)는 체인점까지 냈다.
얼른 꿀떨어지는 표정 좀 지어봐
돌아가는 걸 보니 세상 참 재밌다. 에이미가 왜 이러는지도 이해가 갈 정도다. 그러니까 적어도 이쪽은 손해 보는 게 없다. 사람들은 늘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자신들은 할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 현실 속의 환상. 그녀에겐 오랜만의 실력발휘. 예전엔 사람을 성폭행범으로 매장시키고 이번엔 어쩌다보니 죽이긴 했지만 뭐 어떤가? 그녀도 처음부터 죽이려던 건 아니었고 이야기를 아귀가 맞게 만들다 보니 이게 최선이었을 뿐이다. 그녀는 개연성과 설득력, 작품성을 놓치지 않는 스토리텔러이자 배우, 감독, 연출가니까. 어쨌든 그녀는 돌아왔고 그는 반성했다. 재밌었잖나. 에이미는 자유로워 보인다. 혼자선 우위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판을 흔들고 뒤집어도 재미가 없다.
비포 앤 애프터
그러나 그건 헛웃음을 지으며 하는 해석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세 장면이 도통 지워지지 않는다. 처음 닉 위에 누운 채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에이미. 마지막에 똑같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에이미. 그녀가 피해자로 무사히 돌아오기 위해 다른 남자의 몸에 올라타 피칠갑을 한 모습. 정당방위라 하기엔 너무나 철두철미하게 급소를 그은 커터칼과 처음부터 와인색인 것마냥 피로 깊게 젖어 달라붙은 흰 슬립.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그 남자에겐 황홀함과 함께 찾아오는 숨 막히는 충격적인 순간. 에이미가 두 번 닉을 살인자로 만들지 못하리란 법이 없다. 이제 신뢰는 0인 셈인데, 이쯤되면 역시 묻고 싶어진다. 흔하지 않은 부부 사이의 질문. 에이미, 무슨 생각해?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됐지? 우문이다. 에이미는 이제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생각한다. '나'를 찾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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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최악은 나의 최선일 수 있다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으니 관람하지 않으신 분은 읽으실 때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의 삶에는 단계가 있다. 가령 내 삶의 단계를 거칠게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막연하게 자라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나는 뭐든지 될 거 같았다.
대학 새내기: 수능을 망친 이후 흑화했다. 나는 여전히 오만했고, 내가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공부를 잘한다는 것을 자랑거리로 삼았다.
대학 헌내기: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친구가 많이 생겼다. 인맥도 넓어졌고, 나는 사람들 사이에 좀 별나지만 똑똑한 애 정도로 인식되었다. 내가 부족하단 건 알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대학원: 나는 공부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세상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나 많고, 나는 너무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 나는 꽤 오랫동안 절망했다.
사회인(현재): 그렇게 힘들었는데 어떻게든 취업을 했고, 그렇게 어수룩했는데 어떻게든 적응했다. 나는 지금 내 일이 좋고, 내 삶에 만족한다. 또 어떤 불행과 우울이 나를 지배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다시 일어날 준비가 되었다.
나는 꽤 오랜 시간 방황했다. 특히 10대와 20대 시절에 더욱 그랬다. 학업, 진로, 연애, 교우 관계 등 모든 것이 내게는 해결해야만 하는 거대한 과업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그것에 힘겨워했다. 돌이켜 보면 사실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어도 되었을텐데 그때는 그 모든 일이 처음이고 익숙하지 않아서 두렵게만 느껴졌던 것 같다. 이건 말하자면 칠흑 같은 어둠 너머로 발을 내딛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어둠에 익숙해진 다음부터는, 길찾기는 한결 쉬워진다. 나는 삶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주인공, 율리에 역시 이러한 지독한 방황기를 겪는다. 그는 성적에 맞춰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가, 나중에는 심리학자가 되고자 했고, 그리고 또 얼마쯤 지나서는 사진 작가를 꿈꾸는 서점 직원이 되었다. 그러나 율리에는 그 숱한 번복과 탐색의 과정에서 무엇 하나 뾰족하게 되고 싶은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40대의 만화 작가인 악셀이다. 그녀의 거의 곱절을 살아온 그는 '능숙하다'. 그러면서도 20대의, 아직 무엇 하나 이루어내지 못한 율리에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 말하자면, 악셀은 그녀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되고 싶은 것이 된 사람'으로서의 롤모델이자, 그토록 '완성된' 사람이면서도 미숙한 자신을 포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연인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살았다. 소울메이트를 찾았다는 일종의 환상에 휩싸인 채.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더 정확히는 외면한 것이다.), 그것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인생의 단계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악셀은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고, 율리에는 그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악셀과 그의 친구들의 삶은 율리에의 삶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악셀은 때때로 일에 매몰되어 율리에를 바라보지 않고, 율리에는 그것이 야속하다. 환상의 베일이 걷힌 어느 시점부터, 율리에는 두 사람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율리에가 에이빈드를 만난 것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에이빈드는 율리에와 닮았다. 율리에가 악셀의 부속처럼 살아갔듯이, 에이빈드 역시 연상의 여인과 함께 살면서 그녀의 삶의 한 부분으로써 살아갔다. 그리고 둘 모두, 무엇도 명확하지 않은 어느 삶의 단계에 서 있다. 그것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이리라. 서로를 잊지 못한다는 것은 꽤나 강렬한 사건이지만, 이는 그와 동시에, 비이성적인 충동의 결과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연인과 헤어져 서로의 연인이 되었다. 그러나 순간의 열정은 금세 사라지고, 두 사람은 다시금, 환상 너머의 상대를 발견한다.
그러나 으레 그러하듯,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율리에는 우연한 기회에 텔레비전 쇼에서 여성 혐오적인 내용을 비판 받는 악셀을 보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악셀의 암소식을 듣고서 그를 만나러 갔다. 그 텔레비전 너머에서, 그리고 그 병동에서, 율리에는 언제나 어른처럼 느껴졌던 악셀의 민낯을 바로 본다. 20대의 율리에와 30대의 율리에가 보는 악셀은 서로 다른 존재인 것만 같다. 그것은 그녀 또한 인생의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 즈음 율리에는 에이빈드와의 사이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악셀은 '당신이 좋은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율리에가 진정 원하는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는 사회가 규정한 삶의 흐름을 거부하고 자아를 찾기 위해 끝없이 방황하던 사람이 아닌가?
율리에는 악셀이 임종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키면서, 그를 모델 삼아 사진을 찍는다. 병들어서 마르고 창백한 전 남자친구를 카메라 렌즈에 담는 그의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악셀은 결국 유명을 달리했고, 율리에는 그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샤워를 한다. 큰 충격을 받아서일까? 너무 슬퍼서일까? 그녀의 다리 사이로는 빨간 피가 흘러내리고, 율리에는 그로 말미암아 자신이 유산했음을 깨닫는다. 그녀에게 그것은 비극임과 동시에, 또다른 의미에서의 해방이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서 율리에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사진 작가가 되어 숱한 사람들을 피사체 삼아 플래시를 터트린다.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언뜻 보기에, 율리에의 삶 전반은 제대로 된 것 하나 없는 인생처럼 보인다. 서른이 되도록 진로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남자와의 연애도 언제나 실패로 끝난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도 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멍청한 짓을 한다. 설령 우리가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지라도 그것은 때로는, 다른 누군가의 최악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무력하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끝내 율리에가 제가 '되고자 한 것이 된 사람'이 된 것처럼,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의 자아를 찾아나갈 것이다. 삶의 단계를 넘어서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으레 그러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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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기> - '갈매기를 추락시킨 사랑이란 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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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The Seagull)
개봉일 : 2018.12.13 (한국 기준)
감독 : 마이클 메이어
출연 : 시얼샤 로넌, 아네트 베닝, 빌리 하울, 코리스톨, 엘리자베스 모스, 메어 위닝햄
'갈매기를 추락시킨 사랑이란 총성'
매끈한 흰 털을 가진 갈매기가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사랑스러운 빛깔을 뽐내며 아주 자유롭게. 탕- 총성이 한발 울린다. 한 남자가 갈매기를 향해 총을 쏜다. 당장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거나 원수를 갚기 위한 총성 따위가 아니었다. 그냥. 화가 나서. 헤집고 싶어서. 갈매기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소유하고 싶어서.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유롭게 하늘을 누비던 갈매기는 그렇게 바닥으로 나가떨어진다.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갈매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갈매기>. 원작은 아직 접해보지 않았지만 원작은 꽤나 다크한 분위기라고 하기에 ‘혹시 멘탈 와장창 스타일인가..?’싶어 걱정을 잔뜩 집어먹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생각만큼 많이 다크하고 깊숙한 영화는 아니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애정에 대한 갈구, 질투와 자기혐오가 적절히 뒤섞인 이 이야기는 꽤나 직선적인 플룻을 갖추고 있다.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그에 얽힌 대가는 직통으로 그들을 관통한다. 연기력을 갖춘 중년의 여배우와 연기는 엉성하지만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 명성이 자자한 작가지만 강박을 갖고 있는 남자와 아직 인정받지 못한 소년.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과 외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그녀의 딸. 그 어디도 온전한 구석이 없는 애정의 방향은 얽히고설켜 새로운 고통으로 다가온다.
“모든 생명은 애절한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버렸네.”
콘스탄틴이 써 내려간 희곡의 한 구절이다. 애절하게 돌아가던 애정의 순환이 멈춘 곳엔 무엇이 남아있을까. 모두 사라졌을까, 추락했을까, 그대로 남아있을까.
갈매기 시놉시스
달빛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호숫가, 무대 뒤에서 첫 공연을 준비하는 ‘니나’(시얼샤 로넌)와 ‘콘스탄틴’(빌리 하울) ‘이리나’(아네트 베닝)처럼 유명한 배우가 되길 원하는 ‘니나’는 촉망받는 작가 ‘보리스’(코리 스톨)의 등장에 설레고, ‘콘스탄틴’은 그런 그녀를 보며 애태우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네 희곡엔 살아있는 인물이 없잖아.”
한적한 시골집에 살며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소년 콘스탄틴, 그리고 콘스탄틴이 애정 해 마지않는 사랑스러운 소녀 니나. 콘스탄틴은 희곡을 쓰고, 니나는 희곡의 주인공이 되어 연기를 펼친다. 습기를 머금은 나무들과 질척이는 진흙이 깔려있는 숲에서 콘스탄틴의 희곡이 처음으로 막을 올린다. 하지만 중년 배우인 그의 어머니 이리나는 아들의 연극에 틈틈이 딴죽을 건다. 어머니의 발언에 마음이 상한 콘스탄틴은 바로 공연을 마무리 짓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앞에 앉아있는 성공한 작가 보리스의 존재도 버거운데, 그 옆에 앉아 내 희곡의 문제점을 짚어대는 어머니의 말은 콘스탄틴의 자존감을 하락시킨다. 마흔도 안된 젊은 나이에 성공한 쉬이 말하는 ‘재능 있는 작가’와 시골에 박혀 흥미롭지 않은 희곡을 만들어내는 작가 지망생인 자신. 게다가 콘스탄틴이 사랑하는 소녀 니나는 보리스의 등장에 설렘을 느끼고 있으니.. 콘스탄틴의 감정은 바닥 저 밑으로 가라앉는다.
보리스는 이리나의 젊은 연인이다. 사실 이 둘의 관계는 완전한 연인으로 표현하기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을 때도 있고, 가벼운 연인처럼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엉성한 연인 사이에 새로이 등장한 ‘사랑스러운 소녀’는 보리스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이리나는 자존감이 꽤 높은 인물이다. 이 정도면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생각과 배우로서의 자부심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녀는 여전히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있겠는가. 내 나이의 절반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녀가 뿜어내는 사랑스러움은 자기관리로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 이리나는 보리스와 니나 사이의 분위기가 묘하게 변해가는 걸 눈치채고 니나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그녀는 20살 중반의 나이를 가진 마샤를 옆에 세워놓고 누가 더 젊어 보이냐고 질문하기도 하고, 노래를 들려달라는 청을 거절하다가도 니나에게 관심이 쏠리자 바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니나를 의식해 더 화려한 옷을 찾아 입고 거울 앞에 선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다. 막말로 다 큰 어른이 어린 소녀를 질투해서 뭐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어린 소녀가 나의 사랑을 뺏어가려고 한다면 얘기가 좀 다르다.
질투와 분노의 감정은 갈수록 커다랗게 자라 파괴력을 갖게 된다. 콘스탄틴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멀리 날아가고 있는 갈매기에게 총을 발사한다.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진 갈매기를 손으로 휘감아 올린 콘스탄틴은 무슨 의미냐고 묻는 니나의 앞에 말없이 갈매기를 던져놓는다. 하지만 니나는 콘스탄틴의 행동을 계속해서 궁금해하기보단 바로 앞에 놓인 멋진 작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한다. 꽃무늬 치마를 입은 소녀는 남자와 함께 호수로 향한다.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보리스를 부르는 소리에 이내 뭍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죽은 갈매기의 몸. 보리스는 갈매기를 보고 떠오른 글을 수첩에 적는다.
‘갈매기처럼 행복과 자유를 느끼는 호숫가 소녀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그녀를 파멸시킨다.’
엉켜버린 애정의 방향으로 인한 파멸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마샤는 오랜 외사랑을 미뤄두고, 나를 사랑해 주지만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남자 메드베덴코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콘스탄틴은 우울과 분노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에게 총을 발사하고, 니나는 “내 생명이 필요하시다면 가져가세요.”라는 보리스의 책 속 한 구절을 보리스에게 전하며 사랑에 자신을 바치겠다고 맹세한다.
콘스탄틴의 자살시도 후 일주일이 지났다. 콘스탄틴의 머리엔 작은 상처만 남았지만, 어긋난 감정들은 여전히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리나는 보리스를 데려온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보리스를 데리고 떠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보리스와 니나는 이리나의 생각처럼 쉽게 마음을 접지 않았다. 보리스를 보며 무대에 서길 다짐한 니나는 보리스를 따라 모스크바로 떠난다. 콘스탄틴은 그 자리에 남아 니나를 그리워했고, 마샤는 결혼을 결심했지만 여전히 콘스탄틴의 곁을 맴돈다.
“난 그 갈매기야.”
시간은 생각만큼 많은 걸 바꿔놓진 못했다. 콘스탄틴은 작가가 되어 글을 쓰게 되었지만 여전히 니나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그녀의 소식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보리스와 아이를 가졌지만 아이를 잃고, 보리스에게 버려진 소녀는 울거나 죽는 연기만 곧잘 할 뿐이었지, 전체적인 연기엔 영 소질이 없어 배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여름, 그 시기에 모였던 인물들이 모두 모인 날 밤 니나는 콘스탄틴의 방 창문을 통해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온다. 2년 전, 꽃무늬 원피스를 나풀거리며 식탁 의자에 앉던 밝은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고 넘치게 지쳐버린 소녀는 이제 휴식을 바라고 있다. 나를 비웃고, 버린 남자에게 나는 ‘총 한방에 떨어져 버린 갈매기와 같은 존재’인가-? 니나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호기심에 사랑하고, 흥미가 떨어지자 버려진 ‘나’라는 존재는 무심결에 쏜 남자의 총에 맞아 떨어진 갈매기와 같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자니 나 자신의 존재가 너무 슬퍼지는 게 아닌가. 사실이지만 너무도 슬픈 이야기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슬픈 사실은 니나가 아직도 보리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스탄틴은 돌아온 니나를 향해 내 곁에 있어달라며 사랑을 갈구한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상관없으니 그저 곁에 있기만 하면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올 것 같았다. 니나는 사랑을 고백하는 콘스탄틴에게 아직도 보리스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니나의 마음을 들은 콘스탄틴은 더 이상 니나를 잡지 않고,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다.
“좋았던 때를 기억해?”
처음으로 완성한 희곡을 무대에 올리던 날, 니나는 콘스탄틴의 방에서 나가기 전, 그날을 기억하냐고 묻는다. 첫 연극의 설렘, 사자와 뿔 달린 사슴과 같은 동물들을 만들어 그림자를 연출했던 천막, 높이 떠올랐던 달. 그 기억들은 어느덧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되어 순환의 끝에 서있었다. 니나가 다시 이 집을 떠나는 순간, 그것들이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던 건 왜였을까. 왠지 그녀가 이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둘 다 불속에 뛰어든 거야. 너는 작가, 나는 배우”
“우리에게 중요한 건 명예 같은 걸 꿈 꾸는 게 아니라 견디는 거야.”
명예와 영광을 쫓는 작가가 되고자 했던 콘스탄틴, 명예를 가진 작가를 사랑했던 니나, 명예에 쫓겨 강박을 갖게 된 작가 보리스, 명예를 놓지 못한 중년 여배우 이리나. 명예를 좇아 달리던 인물들 사이에서 빠르게 일그러진 사랑과 질투의 감정들은 그들을 한 마리 갈매기로 만든다. 그중 한 마리는 총에 맞아 추락했고, 다른 한 마리는 곧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듯 속도를 늦춘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결혼한 폴리나와 그의 딸 마샤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며 또 다른 새가 되어 행복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헤매고 있다.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사랑과 그에 대한 갈구, 명예와 영광에 대한 욕망과 자신을 끝없이 추락하게 만드는 자기혐오의 감정. 이 모든 것이 호수 표면에 조용히 내려앉은, 출렁이는 물결이 눈부시게 빛나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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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최신 개봉영화(애프터 관계의 함정, 퍼펙트 스틸, 아네트,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고장난 론)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0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애프터관계의함정 #퍼펙트스틸 #아네트 #당신은믿지않겠지만 #고장난론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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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위도우, 가족의 의미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퇴장! 안녕!
블랙위도우가 지난 주 개봉했어요.
나탸사 로마노프의 마지막 영화인데요. 옐레나 라는 동생이 등장하고 엄마와 아빠까지 등장을 하죠.
사실은 어린 시절 3년 동안 같이 보냈던 가짜 가족입니다.
그들과의 인연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나타샤는 어벤져스 멤버들과 사이가 틀어진 상황이죠.
그래서 나타샤가 생각하는 가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라가는 영화에요.
꽤 멋진 액션 장면들이 있구요. 격투 액션이 적은게 아쉽긴 하지만..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하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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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동백> 30초 예고편
3대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괴팍한 노인 ‘순철’.
하지만 불경기로 인해 식당의 존폐 위기가 찾아오고,
착하기만 한 아들과 철없는 손주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 한 낯선 손님이 방문한 후
거짓말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속상한 기억들, 같이 펄펄 끓이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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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조명가게> 티저 예고편
어두운 골목 끝 가장 밝은 곳 밤이 되면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와 어딘가 이상한, 낯선 사람들... [무빙] 강풀 원작 + 각본 12월 4일 [조명가게] 디즈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