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25 18:19:13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영화 <폭설>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 서핑, 조개껍질, 윤설 이름의 의미
- 어린 수안을 닮아가는 설이와 어린 설이를 닮아가는 수안
- 수안이 그리워했던 것과 잃어버린 것
- 엔딩 결말 해석
폭설 (Heavy Snow, 202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개봉일 : 2024.10.23.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87분
감독 : 윤수익
출연 : 한해인, 한소희, 김그림, 황용욱, 노양호, 이광연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열아홉의 배우 지망생 수안과 아역배우 출신 스타 이윤설. 뿌옇고 차가운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파도를 타고 고민을 나누며 특별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를 계기로 수안과 설은 그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멀어지게 되고 함께했던 추억은 자연히 저 먼 곳으로 밀려난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수안은 어른이 되었다. 그는 이제 학교 작품도 하나 못 찍어본 배우 지망생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인기 배우다. 그런데 수안의 마음은 배우를 꿈꾸던 그때보다 더 공허하고 외롭다. 술과 약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는 결국 마음 저 끝에 미뤄둔 그리움을 펼쳐낸다.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지 못했던 아름다운 눈. 윤설(贇雪). 수안은 설이를 찾아 다시 바다로 향한다.
<폭설>은 어느 날 폭설처럼 다가온 소녀에게 느끼게 된 사랑과 그를 놓친 순간부터 쌓여온 깊이를 잴 수 없는 그리움. 그리고 그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소녀의 시선을 담은 영화다. 퀴어 코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동성애보단 그 너머에 있는 ‘너와 나. 그리고 나’라는 시선 그 자체다.
수안과 설이는 뿌연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그리고 그 유리창에 비친 나를, 그 유리창 너머에 있는 너를 바라보며 사랑하고 후회하고 깨닫는다. 너 그리고 나를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을. 어쩌면 우리는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유리창을 뒤덮고 있던 파도가 남긴 습기와 얼어붙은 눈을 긁어낸 수안은 마침내 숨겨져있던 슬픔을 마주한다.
우정 드라마와 멜로의 사이
처음 수안과 설이 만났을 때, 수안은 총을 든 채 자유로운 연기를 선보이고 아무도 나에게 연기를 시켜주지 않는다면 직접 영화를 만들어 출연할 거라는 단단한 포부를 갖고 있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설이는 배우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으나 그 부담감으로 인해 매일 사람들의 눈치를 봤고 하고 싶은 연기가 아닌 해야만 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
수안은 설이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그는 함께 차를 타기 전 “난 무슨 일이 생겨도 상관없는데, 넌 연예인이잖아.”라고 말하며 설이와 자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설은 “나 그런 거 상관 안해.”라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수안의 차를 탄다. 차를 탄 수안은 꽁꽁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고 설은 얼굴을 덮은 마스크를 벗는다. ‘상관 없다’는 설이의 한 마디와 동시에 작은 벽이 허물어지고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솔직해진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엔 솔직함, 우정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수안은 함께하는 순간들을 우정 드라마로 생각하고 설이는 멜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 키스를 기점으로 오해를 쌓게 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되고 그 겨울의 추억은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는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수안은 그 그리움을 다시 펼치며 설이를 찾아가고 자신 또한 어린 설이와 같은 어른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수안이 자유롭게 파도를 타는 서퍼라면 설은 파도에 밀리다 결국 해변에 박혀버린 조개껍질이다.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수안은 설에게 조개껍질을 주며 연기를 해보라고 한다. 설은 조개껍질에게 말을 건다.
“안녕. 넌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냐? 춥겠다. 괜찮아?” 그리고 조개껍질을 귀에 대고 무언가가 들린다며 너무 슬프다고 눈물을 터트린다. 설은 어릴 때부터 쭉 연기를 하고 있지만 왜 연기를 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다. 나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설은 자신을 닮은 모래 속에 박힌 예쁜 조개껍질을 보며 슬퍼한다.
(‘윤설’이라는 이름에 어떤 뜻이 있는지 정확히 밝혀진 부분은 없지만 조개 패(貝) 빛날 빈(斌)으로 이루어진 한자 예쁠 윤(贇)이 윤설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자가 아닐까 싶다.)
어린 설은 어딘가에 묻혀있고 갇혀있는 조개껍질 같은 사람이다. 수안과 설이 명동에 갔을 때, 설은 유리 너머 화장품 가게 안에 걸려있는 꾸며진 광고 속 자신의 얼굴을 본다. 처음엔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하던 그는 조심히 광고를 향해 손을 뻗다가 이내 거둬버린다. 유리 너머에 있는 배우 윤설. 사람들이 만든 유리에 갇혀버린 인간 윤설. 설은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 안에서 자유를 찾고 있었다.
수안은 이런 설에게 자유를 알려준 사람이다. 설은 수안과 함께 파도를 타며 조금씩 편안함과 자유를 찾는다. 어린 설은 항상 화장한 얼굴과 코트, 구두 차림을 유지했지만 어른이 된 설은 편안한 점퍼와 신발, 서핑 슈트를 입고 바닷가를 거닌다.
너를 사랑하다 너를 닮아버린 나
변화한 수안과 설의 모습
수안은 유명한 설이가 부럽고 설이는 자유로운 수안이 부럽다. 수안은 예쁜 설이가 좋고 설이는 수안이 예뻐 보인다. 두 사람은 나와 다른 너를, 나와 다른 배우인 너를 사랑하고 부러워한다. 그래서 나를 잊고 상대방을 온몸으로 흡수하기에 이른다. 수안은 어린 설이를 닮아가고 설이는 어린 수안을 닮아간다.
어린 설이처럼 유명한 여배우가 된 수안은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며 하고 싶은 연기보다 그저 주어진 연기를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어린 설이처럼 긴머리, 코트, 구두, 화장을 유지한다. 어느 날 회의감을 맛본 수안은 약에 취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나는 되는대로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일을 그만두고 바다에 정착한 설이는 어린 수안처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설이의 옷차림은 어린 수안처럼 편안하게 바뀌었고 이제 그에게 다른 이들의 시선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젠 수안이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린 조개껍질, 설이는 서퍼가 됐다. 서로가 되어본 두 사람은 이제 왜 수안이 멜로를 부정했는지, 설이 멜로를 말했는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간다.
폭설 속에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멜로 영화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설은 수안의 캠코더를 통해 수안이 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그가 스스로 세상(영화)을 만들어갈 거라는 말에 감탄하며 자신도 그 세상에 끼워달라고 부탁한다. 수안은 설이를 반겼지만 그 영화는, 우리의 세상은 멜로가 될 수 없다고 부정한다. 설은 계속해서 자신을 밀어내는 수안의 곁을 떠나고 수안은 멜로 영화의 첫 신을 쓰다 포기해버린다.
오래 정체되어 있었던 수안과 설의 멜로 영화는 아무도 없는 둘만의 세상에서 새롭게 쓰인다. 흉포하게 변한 파도에 치이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무사히 한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저세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눈밭에서 몸을 포개고 깊은 그리움과 사랑을 나눈다.
수안은 아픈 설이를 위해 눈밭을 헤매다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설이는 수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도 너 찾아다녔는데 멀리도 갔다 왔나 보네.” 그날 저녁 설이의 품에 안긴 수안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을지 알겠다.”라고.
수안과 설이는 나를 향해 몰아치는 폭설 같은 시선을, 타인이 만들어둔 유리 상자 속을 참 오래 헤맸다. 자유를 포기하고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하고 대중이 원하는 삶을 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감정을 애써 밀어내면서.
하지만 설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수안을 만남으로서 유리를 깨고 폭설을 묵묵히 견디는 법을 배웠고, 어른이 되며 폭설 속에 갇혀버린 수안은 설이와 재회하며 그가 겪었을 아픔과 자신이 밀어냈던 감정을 다시 포용하게 된다.
파도에 휩쓸린 것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서핑보드 타는 법과 파도와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는 방법, 사랑이란 감정을 함께 알려준다. 어린 수안이 어린 설이에게 서핑보드와 사랑을 알려줬던 것처럼 어른이 된 설이는 지친 수안을 끌어안으며 그를 위로한다.
날이 개고 파도가 잦아들자 수안과 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다로 나온다. 수안은 설이에게 “설아 나 타볼게. 잘 봐.”라고 말하고 앞장서서 보드에 오른다. 마치 다시 잘 살아볼 테니 나를 지켜봐 달라는 듯이. 하지만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수안은 홀로 뭍으로 나온다. 수안은 사랑하는 설이와 설이 안에 남아있던 어린 수안을. 이 세상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두 잃어버린다. 그는 눈 내리는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설이와의 재회. 진짜였을까 상상이었을까?
결말 엔딩 해석. 파도 서핑 설이의 의미
수안과 설이 재회하고 함께하는 모든 장면들은 왠지 현실이라기보단 몽롱한 꿈같은 느낌이 있다. 설이는 정말 그 해변에 머물고 있었을까? 수안은 정말 설이를 만나고 함께 그 섬에 갔을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이 100% 현실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확실해 보이는 건 수안이 설이를, 그때의 수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예쁘지 않은 배우 지망생’이라는 폭설처럼 무거운 시선과 파도처럼 끊임없이 울렁이는 감정에 용감히 올라탔던 자유로운 어린 수안과 그 시기를 함께한 예쁜 설이. 그때의 네가 된 나의 눈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그때의 나를 닮은 너.
수안은 열심히 시간의 파도를 헤치며 되돌아갔지만 그 끝엔 다시 덮쳐오는 커다란 파도와 깊은 상실만이 남는다. 이제 수안은 누구에게 위로받아야 할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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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이상한 나라의 ‘니노’
1. Information
피버 Fever
Chile | 2022 | 84min | G
Director
엘리사 엘리아쉬 Elisa ELIASH
Cast
Lautaro Cantillana TEKE, Macarena TEKE, Nestor CANTILLANA, Nora CATALANO
Synopsis
열병을 앓던 니노는 금지된 주문을 외다 신비로운 그림 속에 갇힌다.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니노의 이상한 모험
2. Review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는 작년 ‘키즈 비전’과 ‘키즈 포커스’라 불리는 국내외 장편 경쟁을 국제장편경쟁으로 통합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국내 작품 2편과 국외 작품 9편 총 11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뵀는데 그 중 칠레의 감독이자 각본가 엘리사 엘리아쉬의 장편영화제 ‘피버 Fever’가 9월 16일, 9월 18일 두 차례에 걸쳐 상영됐다. 상영뿐만 아니라 감독과 감독의 귀여운 아이가 함께하는 GV도 진행되어 영화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감상할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다.
한 편의 만화. 한 편의 동화
이 영화는 마치 한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다. 작품의 내용 또한 니노라는 어린아이가 주문을 외운 후 그림 속에 갇혀 이곳저곳을 떠다니든 모험극의 형태를 띠고 있을뿐더러 그의 여행이 단순히 실사영화로만 표현되지 않았다. 흑백, 물감, 사진, 모래 애니메이션 등으로 마치 관객 또한 그의 모험에 함께하는 것 같은 생동감과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초반에는 이런 연출이 다소 어색하다고 느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감독의 이런 연출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니노는 극 초반 눈이 불편하고 열병을 앓고 있다고 설명된다.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이 그를 감싸고 있었고 엄마를 찾고 싶어 하며 그의 불안감을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느끼게 한다. 하지만 마치 만화 같은, 동화 같은 연출로 또 다른 여정의 주인공 ‘디나’를 등장시키면서 불안에 신비함을 더한다. 맞닿을 수 없는 조합이지만 조화롭게 만든다. 실사영화에 애니메이션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기는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을 텐데 도전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감독과 스태프진들의 노력에 손뼉을 치고 싶은 부분이었다.
어린아이가 준 뜻밖의 이름
영화 내내 니노와 디나가 그림, 사진 속 새로운 장소로 가기 위해 외우던 주문이 있었다. 파랑가 리쿠타로 미쿠아라. 이것의 그 주문인데 정확한 명칭은 다를 수 있다. 정말 영화 내내 이 주문을 외치는 데 도대체 무슨 이름이길래 이렇게 외쳐대는 걸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본 영화가 칠레 영화이고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멕시코, 칠레, 혹은 스페인쪽의 이런 의미가 있는 영적 주문이 있는가 했었다.
영화 후에 진행된 관객과의 만남(GV)에서 그 정답을 알 수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 여주인공 ‘디나’가 마법 주문을 걸 때 어떤 말을 할 것 같냐는 감독의 질문에 답한 주문이었다. 마치 ‘아브라카다브라’처럼 그녀의 할머니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마법 주문이었다. 좀 더 정확히 알아봤더니 멕시코에 있는 어떤 화산이 있는 마을의 이름인데 영화 속에서 주문으로 낙점된 것이다. 이를 보고 감독은 창작과정에서 주는 아이의 창의성과 기발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 영화는 아이가 주인공이고 어린아이들이 주는 천진난만함과 모험심 등으로 작품이 전개된다. 그러다 보니 영화 촬영 중에도 어린 배우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을 터, 그런 점에서 감독은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들이 말하는 바를 하나하나 기록해 작품 속에 녹여내 이 영화가 얼마나 세심하게 만들어졌는가를 알 수 있게 도왔다.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2023년 9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롯데시네마 은평, 은평문화예술회관, 은평한옥마을 등에서 진행됩니다.
*본 포스팅은 영화 전문 웹매거진 〈씨네랩〉의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프레스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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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에서 비어보이는 느낌이 나는 이유는?
마동석이 마블과 함께 일한다고 해서 꼭 보고 싶었고 기대가 많았던 영화 <이터널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상당히 실망감이 컸던 작품이었다.
영화 <이터널스> 시놉시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이터널스>는 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등장한 데비안츠를 물리치기 위해 우주에서 히어로들이 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모든 데비안츠들은 다 없앴다고 생각한 이들은 모종의 사건으로 뿔뿔이 흩어져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수천 년 동안 인간 사회 속에 스며들어 살아간다. 하지만 과거 다 없앴다고 생각한 데비안츠들이 더욱 강력해져서 이번에는 인간이 아닌 히어로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들에 맞서기 위해 히어로들은 다시금 힘을 합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이터널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았던 작품
사실 영화 <이터널스>에서 내용을 기대하진 않았다. 왜냐면 지난 번 영화 <샹치>를 보고 나서 마블이 가진 중국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느끼면서 스토리는 기대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샹치에 대해서 크게 욕할 수 없었던 이유는 CG가 정말 압도적이었기에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다. 그 생생한 물방울의 흩어짐, 용의 등장, 그리고 화려한 액션신까지 압도적인 스케일로 나를 만족시켜줬다. 솔직히 이러한 타격감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으면 그걸로도 잘만든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이터널스>는 그러한 화려한 액션신, 압도적인 영상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태초의 세계를 그릴 때는 왠지 모를 칙칙한 색감과 괴상한 데비안츠를 보며 딱히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히어로들이 힘을 햡쳐 싸우는 것이 타격감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분명 열심히 싸우고는 있는 것 같은데 무대 위 공간이 너무 비어보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교개를 갸우뚱하며 봤던 것 같다.
우리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보아요~
이렇게 비어보였던 이유 중에 하나는 캐릭터 간 유대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였던 것 같다. 남미에서의 히어로 해체 이후 서로가 따로 떨어져 인간들 속에서 살아온 그들은 사실 붙어있었던 시간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떨어져 지냈기에 급속도로 전에 있었던 유대감을 되찾기에는 조금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연출한 것이라면 이 비어보이는 느낌은 아주 잘 살린 것 같은데 그럼 그 비어보이는 것을 대체할 화끈한 액션신이라던지 압도적인 CG라던지,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것들이 분명 있어야 하는데 영화 <이터널스>는 내내 흩어진 히어로들을 찾느라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시간을 허비한다. 코로나 때문에 못 간 해외여행을 이번 영화에서 다 가본 느낌이랄까. 어찌나 그렇게도 뿔뿔이 흩어져 계시던지,, 세계는 넓었고, 그 넓은 간극만큼이나 엄청나게 비어보이고 스토리 전개가 지루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마동석이 맡은 길가메시. 그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거의 해리포터에서 시리우스 블랙을 한 번에 가차없이 죽여버리는 것과 같은 이 허무함. 똑같이 데비안츠에게 당했는데 길가메시는 허무하게 죽고, 테나는 아주 쉽게 데비안츠를 싹둑 잘라버리고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그 동안 데비안츠의 능력치가 반감기마냥 반감된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이처럼 영화 <이터널스>에서는 약간 캐릭터의 능력치와 그 발현, 그리고 적의 능력이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는 내내 여기서는 왜? 그럼 아까는 왜 그렇게? 이런 의문이 많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한 생명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
그렇다고 모든 장면이 마음이 안들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좋았던 점도 꽤 있었던 작품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테나가 선망을 앓으면서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한다는 점이었다. 히어로들은 셀레스티얼에 의해 태어나고 또 다른 우주와 은하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수를 증폭하는 데 활용되고자 만들어진 존재들었다. 그 목표치에 인간 수가 다달으면 인간과 함께 죽는 것이 그들의 삶이다. 하지만 테나는 그 과정에서 셀레스티얼의 오류로 이 모든 과정을 편집적으로 기억하면서 동시에 폭력성 역시 극대화되었다.
이를 막기 위해 히어로들은 테나의 기억을 없애느냐 보존하느냐 많은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없으면 테나는 더 이상 테나가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를 통해 한 생명체의 정체성이 자신의 삶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기억의 중요성에 대해 잠깐이나마 언급을 하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좋았던 점이 분명히 있었지만 영화 <이터널스>는 그래도 실망감이 더 컸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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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근도 양심도 꽉꽉 찼네
이 글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좋아요와 댓글은 미천한 창작자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진출처:매일경제 TV
버젓이 방송에 나와 전세사기를 고백하는 것이 덤덤해진 시대가 와버렸다. 자신의 인생을 바쳐 모은 돈으로 계약을 했을 집이었기에. 피해자에게 주어질 보상금 정도로 그들의 다친 마음에 밴드 하나 못 붙여줄 것은 뻔하디 뻔하다. 잡혀야 할 사람들은 잡히지 않고. 피해자들은 이 모든 사태에 괴로워하며 목숨을 버리는 일까지 생긴다. 그뿐인가. 인생으로는 모자라 영혼까지 끌어다 은행에 저당을 잡히고 들어왔을 집인데, 반드시 박혀 있어야만 했을 철근조차도 제대로 박혀있지 않단다. 어째서 피해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내 이야기는 아니고 뉴스에서 나오는 남의 이야기이니.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한숨을 몰래 내쉬어 보기도 한다.
영화는 정확히 이 시점에서 시작한다.
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한국 사람이라면 폭발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온갖 미묘한 생각들과 서러움을 영리하게 이용하기까지 한다. 덕분에 영화 초반에 보여주는 아파트의 역사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동산의 가격이 폭주하는 것을 보여주는 불과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관객들은 자신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영화의 상황 속으로 순순히 빨려 들어간다.
덕분에 영화가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이 모든 아파트를 날려버리고, 덩그러니 황궁 아파트만을 중심에 남겼을 때도. 관객들은 당황하지 않는다. 이미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황궁아파트 속으로 들어가 문을 꽁꽁 걸어 잠근 뒤 이므로.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가 영리하다 못해 섬뜩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두 번째 지점은 바로 입주민회의다.
남은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마음. 어떻게 보면 입 밖으로 꺼내 말하지 못했을 뿐, 위기 상황이라면 그런 생각을 가진다 해서 욕할 수 없는 마음속 이야기들을 입주민 회의라는 형식으로 빌어 귀로 전달한다. 모든 아파트가 무너지고 달랑 자신들의 집만 남은 상황이지만. 이 무심하면서도 일상에 착 달라붙어 있는 상황 덕에. 여태껏 드림팰리스 주민들에게 받아왔던 차별들에서 오는 서러움을 얘기하는 장면들 조차 낯설지 않다.
자신들이 받았던 차별들을 오롯이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서도. 입주민이 아닌 다른 이방인들을 바퀴벌레라고까지 부르며 소탕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올라오지 않는다. 영화는 너무도 정확히 한국 사회가 집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까발리고 있고. 또한 쓸데없이 정의로운 인물을 대놓고 앞장 세워 교훈질을 하지 않는다. 그저 관객들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경험들도 함께 끌어올려 저 말도 맞지.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렇게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바퀴벌레 소탕 작전을 시작한다. 본인들은 그것이 자정작용이라 믿었고 자신들은 이제 이곳에서 행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난리 법석 속에서도 꿋꿋하게 우뚝 서 있는 황궁 아파트만큼. 자신들도 그렇게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아파트와 자신의 존망(Johnna 망함 아님)을 동일시한다.
사진출처:다음
아파트 주민들의 은은한 광기에 팔에 돋은 소름이 겨우 가라앉을 때가 되어서야. 그들이 간과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나게 한다. 바로 모든 닫힌 시스템은 부패한다는 것.
이대로만 가면 남들이 죽건 말건 영원히 안전할 것만 같던 황궁 아파트는 고인 물이 되기를 자처하더니 그 속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조금씩. 천천히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파트 단지를 커다란 고름주머니로 만드는 것도, 그러면서도 가장 지키려 애쓰는 사람도. 바로 영탁(이병헌)이다. 그는 황궁 주민의 DNA가 전혀 없으며, 극우뇌를 가진 사람도 아닌 일명 "바퀴벌레"에 불과했지만. 주민들의 집을 향한 열망에 올라타, 실컷 가짜이면서도 진짜인 행세를 한다. 그것도 꽤나 훌륭하고 성공적으로.
어리바리했던 영탁이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로 변화하기까지 겪는 아주 극단적인 감정의 변화를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정말 점진적으로. 하지만 이질감 하나 없이 절묘하게 이뤄낸다. 그 어떤 주민의 욕망보다도 강렬하면서 그 어떤 바퀴벌레보다도 맹렬하게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 애쓰는 모든 모습을 보면서. 이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은 끝이 없겠구나. 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디스토피아적이지만 너무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게 만들었던 영화 전체에 비해, 마지막 부분은 누가 보아도 희망이라는 게 있기는 하다.라고 말해준다는 점은 통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뻔하게 헬기를 타고 온 구조대에 의한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나, 눈물파티를 하려는 시도조차 없다는 점은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모든 껍데기들은 황궁아파트와 함께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한다.
황궁 아파트는 망했지만(?) 영화 자체는 마치 황궁 아파트와 같았다. 건축물로 치자면 아낌없이 들어갔어야 할 철근들이 제자리에 굳건하게 박혀있고. 모든 것이 설계도대로 맞아떨어져서 자아내는 탄성도 영화 중간중간 가감 없이 흘러나올 만큼 훌륭했다. 모조리 쓰러진다 해도, 저 멀리서도 보일 만큼 듬직하게 제자리를 지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소한 이 영화만큼은, 철근도 양심도 꽉꽉 차 있는 셈이다.
[이 글의 TMI]
1.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아마도 시간이 된다면 한국영화 빅 4에 관한 이야기를 쓸 것 같다.
2. 다음 주부터 휴가 아아아악!!!!
3. 휴가비 받은 걸로 일단 책부터 사봅니다.
#콘크리트유토피아 #엄태화 #최신영화 #영화리뷰 #브런치작가 #이병헌 #박보영 #박서준 #김선영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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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에 홀린 듯, 살벌하게 웃게 되는 마력
귀신에게 홀렸다. 웃음 귀신에게.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온갖 장르를 믹싱해 전달하는 기묘한 웃음은 뭔가에 씐 듯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아마도 이 마력이 개봉 당시 177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동력이었을 터. <핸섬가이즈>는 올해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중 마음 놓고 신선하게 웃은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일단 무섭게 생겼다. 가까이 가면 멀어지고 싶게 만드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은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어느 시골 숲속 오두막집으로 이사를 온다. 부동산 웹사이트 이미지와 전혀 다른 집 상태에도 상구는 덜컥 계약하고, 재필은 못마땅해하면서도 집을 고쳐 살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친구들과 여행을 온 미나(공승연)는 마음에 있던 골프 선수에게 배신당한 후, 강가에 있다가 물에 빠진다. 우연히 이를 발견한 재필과 상구는 미나를 새집으로 데려와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반대로 여행을 함께 온 친구들은 미나를 납치했다고 오인한다. 그 사이 이 오두막 지하실에서는 오래 잠들어 있던 악령이 깨어난다.
<핸섬가이즈>는 한 가지 장르로 귀속되는 걸 거부한다. 오컬트, 슬래셔, 스플래터, 슬랩스틱 코미디 등 철저하게 장르를 뒤섞는다. 그것도 B급으로. 원작 <터커 & 데일 Vs 이블>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각색한 영화는 호러와 코믹 수위를 조절하고, 오두막집에 악령을 부활시킨다. 국내 관객들에게 황당무계한 영화의 설정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계속해서 웃게 만드는 건 이 골때리는 스토리에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를 담았기 때문이다.
관객도 알고 주변인들도 알지만, 극 중 재필과 상구만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이 되게 잘생기고, 섹시하다고 믿는다. 이 세상 긍정마인드로 살아가는 이들은 생김새 때문에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마트에서 조우한 미나와 친구들에게 강인한 첫인상을 전하는 건 기본, 동네 경찰 최 소장(박지환)의 검문도 받는다. 정작 이들은 그냥 가만히 있는데 말이다.
문제는 오해다. 무섭게 생긴 이들이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은 곧 죽음의 길로 인도한다. 오두막에 와서 박히고, 찔리고, 감전되는 등 부상을 입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두 주인공을 오해해서 그 일을 당한다. 이렇듯 영화는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시선에 벌을 주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이 메시지가 전반에 깔린 영화는 자책골처럼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주변인들의 죽음을 연속해서 보여준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납득하기 힘든 각 상황은 뜨악함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이 장면들은 단순 휘발되지 않고 그 연속성을 갖는데, 이는 알게 모르게 준비한 빌드업에 있다. 감독은 한 컷도 낭비하지 않고 특이한 상황의 개연성을 마련하고자 노력한다. 코너를 돌던 차에서 장비가 떨어진다거나, 나무에 피스를 과하게 박거나, 전기선이 자주 빠지는 등 기막힌 장면을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설정은 곳곳에 뿌려진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다 회수하며 관객에게 공포와 웃음을 동시에 전한다는 점이다.
장르를 타는 영화라는 점에서 <핸섬가이즈>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는 인물들이 관객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있다. 호러 장르 경우, 인물들이 현실에서 붕 뜬 느낌을 주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 균형을 잘 잡는다.
그 중심에는 이성민, 이희준이 있다. 절대 과장하지 않고, 최대한 현실적이고 진중하게 연기하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을 자아낸다. 진중할수록 그 웃음의 크기가 커지는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는 이들의 연기는 관객이 이 특이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게 한다. 홍일점으로 두 배우와 멋진 케미를 보여주는 공승연의 연기도 발군이다. 각 장르에 걸맞게 다른 옷을 입은 것처럼 잘 스며드는 연기를 보여주는 가운데, 초반엔 주변인이었다가 후반부 여성 히어로의 면모도 발휘하는 등 다채로운 매력을 전한다.
물론, 상황이 주는 시끌벅적함과 독특한 설정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마음 열고 대환장 호러 코미디를 받아들인다면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이게 바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영화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상류사회> <티끌모아 로맨스>의 조감독 출신으로 첫 데뷔작을 성공시킨 남동협 감독의 뚝심 덕분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핸섬가이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신나게 웃어보자. 참고로 영화의 신스틸러인 반려견 봉구의 매력은 덤이다.사진 제공: NEW
평점: 3.5 / 5.0
한줄평: 귀신에 홀린 듯, 살벌하게 웃게 되는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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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애하는 나의 화양연화(花樣年華)에게
친애하는 나의 화양연화(花樣年華)에게.
영화 해피엔드(HAPPYEND) 리뷰
네오 소라 감독의 첫 장편영화 《해피엔드》를 극장에서 본 지 몇 주가 지났건만, 그 여운은 여전히 잔잔하게 마음에 머물러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 영화를 자꾸만 떠올리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사운드트랙의 매혹적인 힘 덕분이다. 평소 1960~80년대 영국 밴드 음악이나 재즈를 즐겨 듣는 편이라 테크노 장르엔 익숙하지 않은 편이지만, 《해피엔드》는 그런 개인적인 음악 취향을 순식간에 무장해제시켰다. 사실 음악이 좋다면, 장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신의 흐름과 감정선에 따라 클래식과 테크노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운드트랙은 각 장면을 더욱 풍부하게 채워주며, 영화의 정서와 이야기를 고조 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래서 아직 이 영화를 만나보지 못한 이가 있다면, 꼭 극장에서 경험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단순히 보는 것 이상으로 사운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누적 관객 수 10만 명 돌파를 축하하며, 미뤄두었던 리뷰를 남겨본다.
하나, 꽃 화(花): 음악으로 피어난 열정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미성년자인 유타와 코우는 출입이 제한된 클럽 앞을 서성인다. 그러다 작은 잔꾀를 부려 클럽 안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한다. 사실 이들에게 다른 유흥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클럽에 몰래 들어온 이유는 오직 하나 음악 뿐이다. 점멸하는 스트로브 조명 속, 무대를 장악한 DJ를 천진하면서도 동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시선은 DJ가 아닌 그가 빚어내는 사운드, 그 마법 같은 리듬에 닿아 있다. 지금 이 순간 음악은 이들의 전부다. 그리고 그 열정은 클럽 안을 넘어 현실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둘, 모양 양(樣): 음악연구동아리라는 울타리
음악이 아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지폈다면, 음악연구동아리는 그 열정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이 울타리 안에서 함께 어울리고, 때로는 갈등을 겪기도 하며 그럭저럭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낸다. 영화 초반, 유타와 코우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음악은 곧 서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의 전부다. 하지만 그 아늑하고 안정적이던 울타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그 너머의 사회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면서부터다.
영화는 가까운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삼는다. 이 사회는 기존보다 훨씬 노골적인 방식으로 소수자와 약자를 분리하고 배제한다. 재일 교포 4세인 코우, 미국인 아버지와 떨어져 일본에 사는 톰,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대만계 혼혈 밍, 또래보다 왜소한 체격의 아타, 그리고 무관심한 부모 아래 자란 유타까지. 이전까지는 음악이라는 공통의 열정이 아이들을 하나로 묶었지만, 각자의 배경을 기준 삼아 서열을 매기는 사회에서 동아리는 온전한 울타리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몸담고 있던 작은 세계는 사회의 기준 앞에서 점점 위태로워진다.
재난을 빌미로 한 감시와 억압
일본 사회는 오랜 시간 지진이라는 재난을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그 경험은 내진 설계나 대피 요령 같은 현실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했지만, 사람들 마음에는 언제 또 재난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이 깊이 뿌리내렸다. 이 불안은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혼란이 커질수록 권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그러나 권력은 그 불안을 해소할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감시를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는 물리적 폭력을 앞세운 전통적 공포 정치와는 방식이 다를 뿐,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는 재난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지배를 유지한다. 공포는 정권을 향하기보다는, 약자를 향하도록 유도된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공포를 통한 지배는 여전히 유효한 정치 수단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코우는 어느 순간, 차별을 너무도 당연하게 수용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차별이라는 감각에 대해서 곱씹게 된다.
셋, 해 년(年):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변화
둘의 시간을 잇던 빨간 대교
다섯 명의 멤버 중에서도 유타와 코우의 관계는 유독 애틋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주관적인 인상일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이런 친밀함이 어떤 감정인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역시 청소년기,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이 가장 즐겁고 유쾌했던 시절을 보냈으니까. 그리고 그 무리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더 각별하게 마음이 통했던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까무룩 밤이 새도록 일탈을 벌인 뒤, 동이 트는 새벽 대교 위에서 유타는 장난스레 “사랑해”라고 외친다. 그 말에 진저리를 치며 웃던 코우. 결국 유타는 끝내 코우의 입에서도 “사랑해”라는 답을 받아낸다. 짧은 시퀀스지만, 두 사람의 다정하고 친밀한 관계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가장 가까웠던 관계에도 서서히 틈이 생긴다. 청소년기에는 흔히 겪는 변화다. 특히 코우는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가해졌던 차별과 배제에 점차 의문을 품기 시작한 듯하다. 다만 그동안은 너무 어렸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했기에 그런 문제를 깊이 고민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사회적 자각과 일련의 성장통을 겪으며, 우정보다 더 큰 질문들이 고개를 든다.
나는 왜 학교에서 소외되어야 하는가?
학생들은 왜 학교라는 모든 공간 안에서 감시받아야 하는가?
나의 어머니는 왜 차별을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가?
학교는 왜, 사회는 왜?
이런 부조리함에 온점이 아닌 물음표를 찍기 시작하면,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된다. 코우가 자신의 급우이던 운동권 소녀 후미와 교류를 시작한 것도, 학교의 불순한 감시 체제와 시스템에 대하여 묵과하지 않고 교장과의 대립을 세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넷, 빛날 화(華) : 화려함, 빛남, 번성함
아이들은 졸업을 앞두고 각자의 갈림길에 선다.
톰은 미국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 일본을 떠나고, 코우는 자신이 겪어온 차별에 맞서 함께 저항할 새로운 이들과 만나며 삶의 동력과 시위의 효능감을 발견한다. 대학 장학금을 받는 경사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유타와의 관계는 서서히 멀어진다. 한편 유타는 교장의 차 사건을 계기로 퇴학당하고,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어진 환경과 삶의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향해 나아가며 어른이 되어간다.
영화 해피엔드(HAPPYEND)의 의미
네오소라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큰 세계와 작은 세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로 보면 끝(END)이지만, 주인공들의 우정은 행복(HAPPY)이지 않나. 서로 다른 두 개가 맞물리는 감각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 출처: 맥스무비 인터뷰어른이 된 그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자연스레 영화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어쩌면 학교 안의 디스토피아보다 더 숨 막히는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학교 밖의 세상은 결코 보드랍지 않다. 특히 소수자와 약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부끄럽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코우는 안다.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과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개인에게 얼마나 깊은 잔상을 남기는지를.
이미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배워온 진실이다. 그래서 그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갈 미래와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을.
끝(END)이 진짜 끝이 되지 않도록, 그는 앞으로도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섯, 화양연화(花樣年華) 그 찬란한 기억
지치고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면, 행복(HAPPY)을 떠올리자.
우리는 언제 가장 뜨겁고 빛났을까?
어떤 순간은 찰나였지만, 영원처럼 기억된다.
삶을 살다 보면 곤혹스럽고 고단한 시간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에겐 돌아볼 수 있는 찬란한 기억이 있다.
오로지 좋아하는 것만을 쫓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함께했던 시절.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은, 그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살아남아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그들만의 그 추억만큼은 분명, 해피엔드(HAPPY END)라는 말로 남겨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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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엘라 (2021)
* 이 리뷰는 영화 <크루엘라>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크루엘라 (2021) 정보
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 (아이, 토냐 연출)
출연: 엠마 스톤, 엠마 톰슨, 마크 스트롱 등
개봉: 5/26
장르: 범죄, 코미디
러닝타임: 134분
디즈니가 재해석한 빌런, 크루엘라
대중적으로 '크루엘라'는 디즈니의 <101마리 달마시안> 시리즈에 나오는 사악한 악녀라고 알려져 있다. '글렌 클로즈'가 '크루엘라'를 연기한 실사화 버전이 1996년에 개봉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25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다시 '크루엘라'라는 인물에 스포트라이트를 준 디즈니의 선택은 살짝 의외였다. 지금까지 누구도 그녀의 서사에 관심을 주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디즈니는 이미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애니메이션 속 빌런 '말레피센트' 실사화를 통해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성공적인 재해석을 한 전적이 있어 2021년 버전으로 새롭게 그려질 '크루엘라'의 모습도 기대해볼만 했다. 더군다나 크루엘라를 연기하는 배우가 '엠마 스톤'이라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역할이라 캐스팅만으로도 흥분을 주었다.
도둑들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크루엘라
'크루엘라'의 러닝타임은 2시간 14분으로 제법 긴 편인데, 주인공의 서사를 꽤나 장엄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흑백 반반 머리로 남달리 태어나 사나운 성질과 남다른 재능으로 매사 트러블을 일으켰던 '크루엘라/에스텔라(엠마 스톤)'는 학교 생활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한다. 결국 퇴학을 당해 집을 떠나 엄마와 런던으로 향하던 도중 자신의 치명적인 실수로 엄마가 목숨을 잃게 되면서 한 순간에 고아가 된다. 엄마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리젠트 공원에 홀로 가게 된 그는 도둑질을 하는 친구 '호레이스(폴 윌터 하우저)'와 '재스퍼(조엘 프라이)'를 만나게 되고, 이들과 절친이 되어 능숙한 강도로 성장한다.
크루엘라는 어려서부터 패션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는데, 그의 디자인 실력은 도둑질에만 쓰이기 무척 아까웠다. 크루엘라의 재능을 높이 산 친구 재스퍼의 도움으로 리버티 백화점에 취직하지만, 그에게 주어지는 일은 청소 및 잡무 뿐이다. 우연히 예술성을 뽐낼 기회를 만든 크루엘라는 런던 최고의 패션 브랜드를 가진 '남작 부인(엠마 톰슨)'에게 디자이너로 발탁되고 본격적인 에술 혼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남작부인의 능숙한 직원이 되어 꿈을 펼쳐나가기 시작할 때 즈음,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며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패션에 대한 광기, 화려한 미장센
'크루엘라'의 빌런으로서의 성향을 패션에 대한 광기로 해석한 시각은 상당히 신선한 접근이다. 충분한 서사가 부여되었기 때문이지 패션에 대한 집착을 통해 악행을 저지르는 크루엘라의 행동들은 왠지 모르게 악해 보이지 않고, 이해가 된다. 과격하고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지만, 명분 있는 그녀의 행동에 우리는 악하다는 비난을 가하기 보다는 공감을 할수밖에 없다. <말레피센트>처럼 실사화를 하면서 빌런이었던 캐릭터를 선역에 가까울 정도로 묘사하지 않고, 캐릭터 본래의 성격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는 캐릭터에 대한 해석 방식도 맘에 들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크루엘라'의 모습을 다룬 작품인만큼 극에 등장하는 수많은 의상의 퀄리티가 매우 높고 남작부인을 도발하는 크루엘라의 파격적이고 아티스틱한 의상들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렇게까지 주인공이 패션에 진심인 영화가 이전에 있었던가. 패션과 광기, 일에 대한 열정과 욕망을 표현함에 있어 절제 따위 하지 않고 감각적인 미장센과 함께 극한으로 표출하려 했다는 것이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카메라 무빙 역시 일반적인 기법을 따르지 않고, 현란한 방식들을 사용하며 런웨이를 보는 듯한 기분, 패션쇼를 관람하는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에스텔라와 크루엘라 사이, 엠마 스톤의 아수라 백작 같은 연기
'엠마 스톤'이 '크루엘라' 역할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원작의 캐릭터만을 생각했다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견해였고, '에바 그린'과 같은 배우들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도 공감이 갔다.
하지만, '엠마 스톤'이 연기한 '크루엘라'는 원작의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인물이고, 그만의 색깔로 악녀로만 여겨졌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극중 '에스텔라'와 '크루엘라' 두 명의 인격을 연기하는 엠마 스톤의 연기력을 가히 압도적이다. 미세한 표정 연기와 목소리의 떨림, 걸음걸이마저 차이를 두며 인물 스스로가 부여한 2명의 인격체를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표현한다. 특히 크루엘라를 연기할 때의 끈적한 악센트와 광기 어린 눈빛, 시선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가히 압도적이다. 자아도취적 인물로 그려진 캐릭터의 막장성은 부자연스러운 과장성을 자아낼 수도 있지만, 엠마 스톤의 크루엘라는 전혀 그렇지 않다.
크루엘라의 강렬함 때문에 인물의 본캐인 '에스텔라'의 존재감이 묻히는가? 이 또한 긍정할 수 없는 질문이다. 자극적인 크루엘라의 인격 때문에 인간미가 담긴 에스텔라의 성정이 상대적으로 무난해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광기와 분노 이외의 감정을 표출하는 에스텔라의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부모의 원수에게 모든 것을 잃은 채 분수 앞에서 눈물과 함께 쏟아내는 독백씬은 연기력의 절정을 보여준다. 꿈에 부푼 붉은 머리에 안경을 쓴 모습에서는 '이지 에이'에서의 매력적인 풋풋함이 느껴지고, 엄마의 죽음에 대한 사실에 직면하고 분노하며 빌런을 쓰러뜨리기 위해 모략을 세우는 과정에서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의 똘끼가 비춰진다. 그동안 차근차근 좋은 작품들로 출중한 연기력을 쌓아온 엠마 스톤이었기에 '크루엘라/에스텔라'라는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던 것이다.
엠마 VS 엠마, 불꽃 튀는 연기 혈전
'크루엘라'에는 '엠마 스톤'이 아닌 또 한 명의 엠마, '엠마 톰슨'이 빌런으로 등장한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서늘함과 잔혹함을 가졌지만 패션에 대한 욕망만은 누구보다 큰 '남작부인'을 연기하며 크루엘라와 날선 대립각을 세운다. 이 캐릭터는 주인공의 각성을 불러내는 빌런으로서의 역할이 주된 포인트지만, 극 초반까지는 크루엘라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꿈을 실현시켜주는 멘토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양가적인 의미를 지닌다. 화려한 미장센과 서스펜스가 덜한 장면들이라 할지라도, '남작부인'과 '에스텔라'가 형성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관계 또한 상당한 재미를 준다.
크루엘라의 카리스마가 광기와 저돌적인 태도에서 나온다면, 남작부인의 카리스마는 냉혹함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죽음 앞에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잔혹성을 지닌 인물을 '엠마 톰슨'이 훌륭하게 연기하며 뒷받침해주었기에 '크루엘라'의 캐릭터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두 캐릭터의 존재감이 워낙 세다 보니 나름 괜찮은 캐릭터임에도 조연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이 함께 나오는 장면들이 가장 재밌고, 투샷이 잡힐 때의 몰입도가 굉장하다.
캐릭터의 완벽함만으로 채우지 못한 빈틈
의상, 연기력, 미장센, 비주얼, 캐릭터까지 모두 완벽하지만 스토리의 정교한 짜임새 면에서는 부족하다. 캐릭터의 서사에 지나칠 정도의 완벽함을 부여하다 보니 범죄를 다루는 장면들의 현실감과 스릴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애초에 '서스펜스'를 보여주기 위한 탄탄한 각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 디즈니 원작의 캐릭터를 재해석하는데만 힘을 쓰다보니 나타나게 된 약점이라고 본다. 동일한 인물들이 계속해서 허술한 작전을 펼치는데, 경찰은 이들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계속 당하는데도 알아채는 사람은 없다. 비주얼적으로 보여줄 장면들이 많다 보니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게 퍽 느껴진다. 12세 관람가이다보니 인물들의 잔혹성이나 빌런으로서의 악행 역시 수위가 낮고, 잔혹동화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차라리 제대로 된 수위로 <조커>이상의 빌런 서사를 꾸렸으면 좋았을 듯 한데, 디즈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던 방안인 듯.
처음부터 끝까지 휘몰아치는 현란한 삽입곡의 향연도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분명 연출의 긴박감과 스타일리쉬함을 강조하는 효과는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산만하고 정신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캐릭터의 연기는 과하게 다가오지 않았으나 연출적인 부분에서 과하다는 느낌이 조금씩 있었다. 물론, 감상을 해칠 정도로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흠이 있기는 하지만 <크루엘라>의 캐릭터 구성은 완벽했고, 배우들의 연기력과 화려한 비주얼, 그리고 감각적인 연출로 디즈니 실사화의 성공작을 새로 쓰게 됐다. 흥행 하게 된다면, 속편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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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시대] 끝장리뷰 | 대만과 중국 | 에드워드 양의 양가성 | 예술에 대한 코멘트 | 오프닝, 결말해석 | 제목분석 | 아킴과 찰리 채플린 상징
[독립시대](199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대만
Chapter 2 예술
00:00 독립시대
01:20 대만 은유
02:45 유자의 곤혹
04:07 제목 분석
04:57 아킴과 채플린
08:18 양덕창 예술론
09:40 오프닝, 결말해석
11:39 별점 및 한 줄 평
11:56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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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주 최신 개봉영화(듄, 라스트 듀얼, 동백, 휴가, 한창나이 선녀님)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0월 3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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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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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에 접어든 네 명의 친구 아키라, 사쿠라코, 준, 후미. 모든 것을 공유하며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말할 수 없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준은 이혼 소송 중이라는 폭탄선언을 하고 갑자기 자취를 감춘다. 그러면서 이들은 "진짜 행복이란 게 무엇인지" 자신을 솔직히 들여다보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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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없는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20대 청년 타케미치는
어느 날 뉴스를 통해 첫사랑 여자친구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유일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었던 그녀를 떠올리던 타케미치는
특별한 타임리프를 통해 10년 전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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