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08-17 13:53:21
시간, 기억, 그리고 무엇들, <1초 앞, 1초 뒤>
그리고 <미씽 마이 발렌타인>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1초 앞, 1초 뒤(One Second Ahead, One Second Behind), 2024
일본, 로맨스, 판타지 등 119분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시간, 기억, 그리고 무엇들, <1초 앞, 1초 뒤>
시간이 방대하게 축적된 추억을 연료 삼아 흐를 때, 기억은 위대함과 무력함이 공존하는 대자연의 힘으로 몸집을 키운다. 시간을 소유하고 싶은 염원은 망각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소망과 다를 바 없고, 기억을 되찾고 싶다는 말은 언제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그만큼 기억과 시간의 거리는 가깝다. 아니, 하나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만큼 둘 사이는 깊고 밀접하다. 여기서 밀접함은, 서로에게 충분히 충족된다는 의미다. 두 개의 원이 각자의 영역을 확고히 하면서도 반드시 겹쳐있다는 점, 다르게 불리고 굴러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
시간(기억)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제동이 걸려 때때로 멈춤 현상이 발생하지만, 끝없이 흘러가고 이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완전한 거부는 불가능하다. 물론 이 강력한 힘을 기억(시간)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삶을 흐르게 하는 바퀴가 고작 두 개일리 없고, 나아가 겹친 수가 겨우 두 겹뿐이겠는가. 시간과 기억, 그리고 무엇과 또 다른 어떤 것들. <1초 앞, 1초 뒤>는 여기에 ‘관계’를 겹쳤다.
출처: 영화 <1초 앞, 1초 뒤> 스틸컷 (다음)
관계, 너와 나의 사이, 우리와 그들의 차이, 거기서 발생하는 이야기. 영화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의 개인사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마지막엔 이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다. 끝엔 합쳐진 이야기가 계속 흘러갈 수 있도록 붙잡지 않고 풀어놓음으로써 해피엔딩을 완성한다. 남들과 달라 늘 혼자였던 두 인물이, 그 다름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서로를 기억해 내고, 마침내 서로의 품에 녹아들며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 시작은 남보다 1초 빠른 하지메의 속사정으로 출발한다.
교토에서 태어나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나 본 적 없는 하지메는 어렸을 때부터 외로움과 함께 자랐다. 생강을 사러 간 아버지의 실종도 문제였지만, 태생적으로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사는 삶이 그를 결정적으로 혼자가 되게 만들었다. 달리기 시합을 하면 늘 먼저 출발했고, 말과 행동은 지나치게 많고 빨랐으며, 사진을 찍으면 셔터 속도보다 빨리 반응해 항상 눈을 감은 채 찍었다. 웃음 포인트 역시 반 박자 앞서서 본의 아니게 스포 빌런이 됐고, 우정은 물론 사랑 방식도 타인보다 급해 상대에게 먼저 차이기 일쑤였다. 성인이 된 후 집배원으로 일했지만, 속도위반을 밥 먹듯이 해 ‘분노의 질주남’ 별명과 함께 사무직으로 재배치됐다. 현재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조금의 여유도 허용치 않는 그의 업무 속도를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보통 이들이 그렇듯, 일을 적게 하는 걸 좋아하면서도 아예 하지 않는 건 또 꺼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의 하지메는 동료들과 점심을 먹어본 적이 없다.
출처: 영화 <1초 앞, 1초 뒤> 스틸컷 (다음)
레이카 역시 속도만 다를 뿐 하지메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어릴 적, 시험을 봐도 긴 이름을 쓰느라 문제를 반 이상 풀지 못했다. 느린 탓에 모기를 한 번도 잡아본 적 없고,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지만 움직이는 피사체를 순간 포착하는 건 버킷 리스트가 된 지 오래다. 웃음 포인트도 스포 빌런과 준하는 뒷북 빌런으로, 모든 사람이 웃고 넘어간 지점을 꼭 뒤늦게 밟아 매번 난처하다. 대학을 7년째 다니고 있고, 집 대신 사진 동아리 방에서 숨어 살고 있다. 현실이 팍팍하고 지난하지만, 죽은 아빠가 남긴 카메라로 세상을 찍으며 외로움과 슬픔을 조금씩 덜어내며 산다.
1초의 횡포도 나름의 방식으로 버티던 두 사람은, 새로 생성된 관계들로 인해 충돌하듯 재회한다. 길거리 가수와의 연애로 30년 만에 행복을 느끼는 하지메와 그런 그의 시야에 레이카가 처음으로 들어온 순간이다. 사실 레이카는 하지메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과거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자신을 위로해 준 소중한 친구를 잊을 리 없었다. 두 아이는 헤어지기 직전 레이카 고모의 우편함 열쇠를 나눠 가지며 꼭 편지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꼬꼬마들의 소꿉놀이는 잊혔고, 시간 탓을 하든 기억 탓을 하든 둘이 다시 만나 서로를 알아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레이카가 그날, 그때, 버스 하차 벨을 늦게 누르지 않았다면 말이다. 1초 느린 여자가 1초 빠른 남자를 못 알아볼 리 없었고, 레이카는 그날부터 하지메에게 우표를 사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가 날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하지메에게 잊힌 시간보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은 삶을 산 기간이 더 길었으니까. 무엇보다 레이카는 하지메란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깊이 위로받고 있었다.
출처: 영화 <1초 앞, 1초 뒤> 스틸컷 (다음)
하지메와 가수, 가수와 레이카, 하지메와 실종된 아버지, 하지메와 가족, 레이카와 하지메까지, 둘의 이야기는 포개지는 관계들의 영향력으로 특별한 반전 없이 흘러간다. 하지메의 돈이 목적이었던 가수의 못된 심보가 레이카에 의해 밝혀지고, 돈 봉투를 챙겨 가수를 만나러 가던 하지메는 영문도 모른 채 하루를 잃는다. 그가 잃은 하루는, 자기도 모르게 무수히 많은 1초를 저장해 왔던 레이카의 1일이었고, 레이카는 멈춘 하지메를 데리고 바다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그녀와 같은 1일 무료 사용권을 가진 버스 기사의 도움으로 말이다. 하지메의 아버지도 집을 나간 날 세상이 멈추는 바람에 자살에 실패하고 지금까지 숨어 살고 있었다. 그는 레이카 덕에 아들과 사진도 찍고 가족들에게 못했던 미안하단 말을 하고 떠난다.
다음 날, 깨어난 하지메는 잃어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연속된 우연으로 우편함 열쇠까지 찾아내 레이카가 그동안 보냈던 편지(사진들)를 발견하면서, 덮어뒀던 그녀와의 추억을 찾는 데 성공한다. 매 순간 어긋나기만 했던 둘의 시간이 딱 맞춰지는 그때, 늘 빠르기만 했던 하지메는 레이카를 기다리고, 늘 느렸던 레이카는 하지메를 위해 빠른 걸음으로 우체국 안으로 들어간다. 서로를 마주 보고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터트리는 두 사람, 영화는 잊지 않고 둘의 치유 과정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렇게 흐르게 놔둔다.
출처: 영화 <1초 앞, 1초 뒤> 스틸컷 (다음)
<1초 앞, 1초 뒤>는 진옥훈 감독의 <마이 미씽 발렌타인>(2010)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굳이 원작을 언급한 건, 본 작품을 원작과 함께 음미하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작과 다른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주인공의 성별(원작은 여자가 빠르다)이 바뀌었고, 새로운 인물들이 추가로 등장한다. 둘째, 주인공이 잃어버린 하루가 밸런타인데이에서 커플 대회가 열리는 날로 변경됐고 하루 삭제가 가능하게 된 이유도 나름 보충됐다. 셋째, 인물들의 서사에 집중하면서도 배경(일본의 교토)을 보여주는 데 힘썼다. 세 가지 차이점은 단순히 이야기의 구성요소가 바뀌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화의 기본 시각과 주제가 달라졌음을 뜻한다. 두 작품은 ‘1초’를 활용하는 방식과 1초에 숨은 ‘기억’을 다루는 관점에서 차이를 보이며, 그로 인해 관객에게 각각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출처: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 스틸컷 (다음)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시간과 기억에 ‘방황하는 나’를 겹쳤다. 1초 빠른 여자와 1초 느린 남자는 군중 속 외톨이였다. 따라서 홀로 내면의 힘을 기르고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 그런 그들이 나와 같은 사람이 세상에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상하게만 느꼈던 내가 사실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며, 더는 혼자가 아님을 확신하는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다. ‘자신을 사랑하라,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에서 ‘자신을 사랑하라, 누군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로 바뀌는 자막도 한몫한다. 따라서 원작에서 ‘1초’는 인물들의 단순 ‘기질’로 표현된다. 여자 주인공은 말과 행동, 생각까지 타인보다 급한 성격을 가진, 그리하여 남보다 시간을 더 쪼개 쓰는 사람이지 <1초 앞, 1초 뒤>의 하지메처럼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원인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리메이크작의 차별화된 방식에 있다. <1초 앞, 1초 뒤>는 제삼자의 시점으로 하지메와 레이카의 평범할 수 없는 삶을 소개한다. 관찰자의 목소리는 원작의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줬던 ‘연민’이란 감정 외에, 하지메와 레이카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환상’을 덧입힌다. 보통 사람들과 함께 사는 ‘외톨이들의 웃픈 사랑’ 이야기가, 같은 시공간에 속해 있으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자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바뀐 것이다. 시간이 멈춰 하루를 잃는 판타지적 요소도 <마이 미씽 발렌타인>에선 이야기 중반에 갑자기 튀어나오지만, <1초 앞, 1초 뒤>에선 처음부터 하지메와 레이카를 통해 풍기며 등장한다.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도마뱀 인간(정령?)이 <1초 앞, 1초 뒤>에선 생략된 이유다.
출처: 영화 <1초 앞, 1초 뒤> 스틸컷 (다음)
원작이 끝까지 집중한 한 겹은 ‘남들보다 유별난 나(자아)’이고, 리메이크작의 한 겹은 ‘태생적으로 조금 특별한 삶을 사는 우리(관계)’다. 일상 속의 나와 판타지 속의 우리. 사건 해결의 결정적 추도 ‘나’와 ‘우리’로 각자 진행된다. 원작의 인물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개인의 몫으로, 리메이크작의 인물들은 모두의 영역에서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한다. 결말의 형태는 같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인물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함께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러나, 결말이 주는 의미는 다르다. 원작의 끝엔 유별나도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나와 네가 있고, 리메이크작의 끝엔 오랜 그리움과 기다림을 버텨온, 서로에게만 각별한 연인이 있으니까.
두 작품 모두 재미있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이지만, 다른 작품으로 봐도 좋다는 얘기다. 똑같은 로맨스 판타지 장르지만 각자 발산하는 매력이 다르다.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맛이 서툰 삶과 풋풋한 첫사랑에 있다면, <1초 앞, 1초 뒤>의 맛은 순수함과 첫사랑을 향한 불가항력(초능력)에 있달까. 이는 대만 영화와 일본 영화가 가진 각각의 특색과도 연결돼, 보는 맛이 더 다채로울 것이다.
시간, 기억, 그리고 무엇들. 우린 매일 어떤 것이 어떻게 겹친 줄도 모르고 삶을 굴리고, 동시에 굴려지며 그렇게 물 흐르듯 산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하루를 더 보상받거나 하루를 잃고도 이를 전혀 모르고 사는, 그런 발칙한 정체 구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낙이라면, 분명 흐르는 데 좋은 연료로 쓰일 거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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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벤더와 레드에서 핑크로
수학여행을 가든, 노래방을 가든, 길거리를 돌아다니든 나의 질풍노도와 함께 그녀들은 함께 했다. 어떤 날은 우리를 향해 s.e.s는 고백했다. ‘너를 사랑해, 나의 마음이, 너를 생각할수록.’ 그러다가 이에 질세라 다른 날은 핑클이 부탁했다. ‘언제나 날 지켜줄 너라고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해줘.’ 계속되는 사랑 고백에 수많은 사람들은 라벤더색 풍선(S.E.S)을 들고 목이 터지라 “에쓰이에! 에쓰이에!” 외쳐댔고, 또 반대편에서는 빨강 풍선(핑클)을 흔들며 격렬하게 소리 질렀다. “핑클 짱 핑클 짱.”
빨강펄색깔은 핑클의 상징이었다. 그녀들은 가요대상을 탄 걸그룹이었다.최초의 걸그룹 S.E.S는 라벤더 물결이 가득한 연보라빛 풍선!철부지 녀석 하나가 내게 물어왔다. “넌 도대체 에스이에스와 핑클 중에 누굴 좋아하는 것이냐?” 평소 핑클을 좋아하던 그 녀석은 나의 정체를 밝히라는 것이었다. “너는 아군이냐! 적군이냐!” 이 안타까운 녀석을 설득하기 위해선 삼국지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황건적의 난 이후 난세의 어려움 속에 이곳저곳에서 아름다운 꽃과 같이 피어나는 영웅들의 이야기. 그 개개인의 인물들의 매력에 빠지는 것이 바로 삼국지에 즐거움이거늘, 위, 촉, 오중에 어느 나라를 선택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 당신은 충성스러움과 신의의 표본인 산상의 <조자룡>과 유비, 관우, 장비가 모두 덤벼도 거뜬하게 막아내는 무력과 달리 한 여인을 향한 로맨티시스트 <여포>, 도저히 승부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지략으로 판을 바꾸는 <제갈공명> 등. 각 나라마다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이 많은데, 어찌 위, 촉, 오중 하나를 고르란 말인가? 그럼에도 선택을 강요한다면 나는 SES에서는 유진을, 핑클에는 이진을 선택하겠다. 그러자 그 녀석은 고개를 저으며 피아 식별을 향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이후 내게는 수많은 걸그룹이 스쳐지나갔다. 대학 시절 함께한 소녀시대, 군생활을 도와준 2NE1, 그러나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에 위로와 기쁨을 허락해준 두 그룹만큼의 임팩트는 찾아오기 어려웠다. 그리고 나는 결혼을 했고 놀랍게도 그녀들도 결혼을 했다. 그리고 우리 가정에 아이가 생겼고, 자연스레 그녀들도 엄마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돌 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방송에서 볼 수 있었고,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그 시절 설렘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때로 라벤더 빛으로 때로 붉은 장미 빛으로 그들을 응원했다.
삼십대에 만난 <블랙핑크> 는 내 삶에 에너지와 즐거움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그렇게 지내던 내게 또 강렬한 색이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블랙핑크> 다양한 걸그룹의 진화 속에서 한국의 팝 장르는 K-POP이라는 대명사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걸그룹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기가 있다는 뉴스들을 간혹 볼 때마다, 그 시절, 보라색, 빨간색 풍선을 흔들어 대던 때가 생각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결혼과 육아, 그리고 끝나지 않은 학업과 노동의 현장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잘 버티고 있다며 다독여야 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 때도 있었고, 걸그룹은 멀고 먼 이야기로 지나가고 있었다. 연일 바쁜 삶 가운데 축 쳐진 볏단처럼 살아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헬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땀 흘리는 러닝머신 속에서 나의 속도를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Hit you with that ddu-du ddu-du du”
-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가사 중에서...헬스장을 갈 때마다, 이 곡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지겹고,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비트와 함께 멜로디는 허벅지와 종아리에 한 번 더 힘을 가했다. 그리고 멈추려 할 때 로제는 말했다. “두 번 생각해~” 그렇게 두 번 생각하고 있다 보면 제니는 내가 젤 좋아하는 부분을 부르고 있다. “Hit you with that ddu-du ddu-du du” 어느덧 이 노래는 삼십 대를 보내는 내게 다시 흥과 에너지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헬스장에서 수영강으로 옮겨진 나의 무대에 블랙핑크는 때로 봄에는 휘파람으로 시원함을, 여름에는 마지막처럼으로 청량함을, 가을에는 뚜두 뚜두로 열심을, 겨울에는 불장난으로 한 번 더 뛸 수 있게 해 줬다.
자연스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를 블랙핑크의 팬으로서 즐겁게 시청할 수 있었다. 음식에 있어서 풍미를 증폭하고 개선케 하며, 밸런스를 가져다주고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재료를 통해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만든 《소금. 산. 지방. 불》을 독창적인 색감과 영상미로 이끌어주었던 캐럴라인 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지수, 제니, 로제, 리사라는 사람의 탄생과 성장과정 그리고 블랙핑크가 되기까지의 장면들을 통해 그녀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제니의 인터뷰와 솔직한 모습은 아빠미소를 갖게 만들었다. 팬으로서 본 다큐멘터리였기에 전반적인 대부분의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고, 특별히 그들의 프로듀서인 테디가 생각하는 블랙핑크와 노래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음에 즐거웠다.
<블랙핑크> 한명 한명의 인터뷰. 그것을 통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다큐멘터리다!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K팝을 단순히 십 대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트로트처럼, 재즈처럼, 클래식처럼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이고, 나이와 출신과 종교와 직업을 떠나 좋아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길 바랬다. 그것을 블랙핑크를 통해서 설득시켜줄 수 있는 부분이 나왔으면 했다. 블랙핑크 다큐멘터리에 k-pop 장르의 접근성을 다뤄 달라는 것이 다소 방향성이 엇나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게 K-POP은 십 대도 이십 대도 삼십 대도 충분히 즐기고 누릴 수 있음을 요청한 것은, 지금 이 나이에 블랙핑크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대한 지지와 인정이 필요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시절처럼 신곡이 나올 그날을 매일 기다리고, 책받침과 스티커는 필요 없지만, 아무 생각 없이 뛰고 싶을 때, 청량한 햇살과 드라이브할 때, 덤벨을 하나 더 들어야 하는 그때...
그리고 내 마음속에 여전히 청춘과 젊음과 에너지를 느끼고 싶을때
나는 계속해서 블랙핑크를 찾을 것이다.
그 시절 내가 라벤더와 레드를 찾았던 것처럼 말이다.
는<레드>와 <라벤더>와 <블랙핑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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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주 씨네 뉴스는 국내외 다양한 소식으로 알차게 준비 해 보았는데요!
그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6’ 6월 6일 공개
ⓒnetflix
2019 공개 이후 4년 만에 ‘블랙미러 시즌 6’ 가 돌아옵니다.
넷플릭스 측은 앞으로 ‘블랙미러 6’에 관한 더 많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총괄 제작과 각본을 맡은
‘찰리 브루커’는 ‘어느 때보다 충격과 다양함이 있을 것’이라고 전해 팬들의 기대감을 끌여 올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를 통해 시즌 6 예고편이 공개되었으며 공개 날짜는 6월 6일입니다.
익선동 ‘둘리 비디오 대여점’ 팝업 티켓 전석 매진
©워터홀컴퍼니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크린 귀환을 기념하여 열린
팝업 스토어 ‘둘리 비디오 대여점’이 사전 예약 매진을 기록하며 SNS 속 화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워터홀컴퍼니와 메가박스가 공동 기획한 팝업 스토어로 지난 19일 오픈하여 25일까지 익선 스페이스에서 운영됩니다.
‘아기공룡 둘리’는 5월 24일 개봉입니다.
영화 <귀공자> 김강우 역대급 빌런 캐릭터 예고
©NEW
영화 <신세계> <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가 6월 21일 개봉합니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배우 김강우가 역대급 빌런 캐릭터로 분해 더욱 기대를 더하고 있습니다.
한편 영화 <귀공자>는 김강우 뿐만 아니라 김선호, 고아라, 강태주까지 합류해 예측불허의 추격전을 펼칠 예정입니다.
디즈니·픽사 신작 '엘리멘탈' 6월 14일 개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신작 '엘리멘탈'이 6월 14일 개봉을 확정하며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디즈니·픽사 최초 한국계 감독인 피터 손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며
피터 손 감독과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오는 30일 내한해 관객을 직접 만날 예정입니다.
영화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입니다.
넷플릭스 미국 내 계정 공유 금지 시작
ⓒnetflix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본격적인 계정 공유 금지에 나섰습니다.
넷플릭스 계정은 한 가정 내에서만 공유될 수 있고 그 외 1인당 월 7.99달러의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계정 공유 금지 안내가 없는 상황이나 지난 2월 뉴질랜드, 스페인, 캐나다, 포르투갈 등
4개국에도 계정 단속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CGV 6월 7일부터 톰크루즈 특별전 진행
©CJ CGV
CGV가 배우 톰 크루즈의 작품 7편을 모아 아트하우스 전관에 6월 7일부터 7월 4일까지 특별전을 진행합니다.
특별전에는 <탑건> <레인 맨> <어 퓨 굿 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아이즈 와이드 셧> <바닐라 스카이> 등
총 7편이 상영되며 자세한 내용은 CGV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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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만큼은 맘껏 웃고 싶을 때, <패딩턴>
오늘의 영화는 바로,
맘껏 웃고 싶을 때 보는 영화 <패딩턴>입니다.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코미디 | 영국 | 95분
감독 폴 킹
출연 벤 위쇼, 니콜 키드먼, 휴 보네빌 등
등급 전체 관람가
줄거리
폭풍우에 가족을 잃은 꼬마곰 ‘패딩턴’은 페루에서 영국까지 ‘나홀로’ 여행을 떠난다.
런던에 도착한 ‘패딩턴’은 우연히 브라운 가족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선다!
한편, 말하는 곰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악당 박제사 ‘밀리센트’는 호시탐탐 ‘패딩턴’을 노리는데…<패딩턴>의 T.M.I
ⓒ 네이버 영화
<패딩턴> 원작은?
1958년, 영국의 문학작가 마이클 본드의 '내 이름은 패딩턴'이 영국에서 첫 출간되면서 인기를 얻었고,
지금까지 패딩턴 베어 시리즈는 3,500만부 이상 판매, 4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패딩턴 속편
2015년에 패딩턴이 개봉한 후, 2017년에 패딩턴 2가 개봉했고,
현재 패딩턴 3 제작 중에 있습니다.
"맘껏 웃게 만들다!"
ⓒ 네이버 영화
<패딩턴>은 페루에 살던 꼬마곰이 런던에 오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을 담았습니다.
꼬마곰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 상황 자체도 너무 재밌긴 하지만,
꼬마곰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런던의 모습 또한 유쾌하게 담아냈습니다.
칫솔이 어떤 용도를 쓰이는 물건인지 모르고 귀를 닦기도 하고,
안내 문구를 잘못 이해하고 하는 행동, 패딩턴의 행동 하나하나가 웃음을 띄우게 만들었습니다.
"화려한 출연진"
ⓒ 네이버 영화
벤 위쇼, 니콜 키드먼, 휴 보네빌, 샐리 호킨스,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본 이름들이죠?
세계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여배우 중 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니콜 키드먼은
자신의 딸을 위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냉정하고 집착이 강한 박제사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냈습니다. 주인공 '패딩턴' 목소리는 가디언의 Hot List 2007에 주목해야 할 배우로 선정된 벤 위쇼가 맡았습니다. 밝고 천진난만한 패딩턴 그 자체를 보여줘 극의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고싶다?
-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
-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귀여운 캐릭터와 유쾌함이 더해져 큰 재미를 선사하는
지금까지 영화 <패딩턴>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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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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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자 | 자기 설계도마저 잃어버린 설계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 그의 치밀한 설계가 조력자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을 만나면 경찰도, 검찰도, 그 누구도 사고가 사실 철저한 계획 살인임을 알아내지 못한다. 어느 날, 영일은 새로운 의뢰를 받는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인 '주성직'(김홍파)을 죽여달라는 주성직의 딸 '주영선'(정은채)의 의뢰. 영일과 팀원은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신중히 설계에 돌입한다.
그런데 막상 작전을 개시하자마자 예기치 못한 변수에 계획이 흔들리고, 영일은 국내 최고의 설계자 '청소부'가 움직였음을 눈치챈다. 과거 '청소부'에게 동생 '짝눈이'(이종석)를 잃은 바 있는 영일. 이제 그는 '양경진'(김신록)을 필두로 한 경찰의 수사를 피해 의뢰와 복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설계자가 설계도를 못 그려
리뷰 작성법을 배울 때도, 기사를 작성할 때도, 자기소개서나 논문을 쓸 때도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설계도를 먼저 그려라." 글감이 될 주제를 정했다면 그와 관련된 모든 아이디어를 먼저 펼쳐 놓고, 글의 순서를 짜라. 이때 전체 흐름에서 불필요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아무리 아까워도 과감하게 버려라. 그래야만 작가의 의도가 하나의 글로 응축되어서 일관성 있게 독자에게 전달될 테니까.
이요섭 감독의 신작 <설계자>는 이 가르침을 정확히 역행한다. 여러 아이디어는 분명 눈길을 끈다. 영일과 청소부 중 누가 더 그럴듯하게 사고를 꾸미는지를 추적하는 범죄극은 긴장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더해 사고를 설계할 줄 알지만 정작 자기 팀원의 사고사를 막지 못한 설계자의 자괴감을 지켜보는 심리극도 흥미롭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어떻게 엮어낼 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결과 <설계자>는 범죄극과 심리극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린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에 개입하면서 역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배우들의 열연이 헛되이 느껴질 정도다. 자연히 '믿고 있는 진실을 언제나 의심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도 덩달아 빛을 보지 못한다.
자격미달 범죄극
<설계자>라는 제목을 보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조의석 감독의 <감시자들>이다. 둘은 내용도 비슷하다. 주인공이 경찰과 범죄자라는 차이는 있지만,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특정 팀의 작전과 역할을 조명한다는 큰 줄기가 같다. 실제로 <감시자들>은 상공에서 도시를 훑는 듯한 신선한 연출로 호평받았다. 현장 팀장, 미행 전문가, CCTV 전문가, 천부적인 기억력을 지닌 요원이 합을 맞춘 깔끔한 액션을 보는 재미도 상당했다.
안타깝게도 <감시자들>의 미덕까지는 닮지 못했다. 일단 '설계자'라는 콘셉트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초반부까지는 나름대로 재기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타깃을 어떤 상황으로 유도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어떻게 도주하며 증거를 지울 것인지 그 얼개를 대략적으로나마 보여준다.
하지만 중반부부터는 설계된 사고를 연이어 제시할 뿐, 그 사고들의 설계도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자살이나 교통사고를 끌고 온 뒤 알고 보니 전부 청소부의 설계였다는 식의 무책임한 전개가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좀처럼 긴장감이 깃들지 않는다. 누가 그 사고를 어떻게 계획한 것인지를 추적하는 것도 범죄극으로서의 재미일 수 있었는데, 그 가능성을 스스로 저버린다.
이에 더해 팀으로서 움직이는 재미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리더인 영일과 변장 담당자인 월천 외에는 각자 전문 영역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경험의 유무에 따라 맡는 역할이 달라지지만, 정작 경험이 가장 많아서 신뢰를 받는 재키는 가장 중요한 작전을 망치는 데 일조한다. 심지어 후반부에 가서는 굳이 팀으로 움직일 이유도 없어 보인다. 영일 혼자서도 온갖 사고를 꾸며내는데 통달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너무 얕은 심리 스릴러
그렇다고 해서 설계자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것도 아니다. 영일은 분노와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누구보다도 지키고 싶었던 동생 짝눈이가 청소부의 설계로 인해 목숨을 잃어햐 했기 때문. 그래서 그는 청소부를 찾아내기 위해 의심스러운 사고를 항상 추적한다. 이는 자기 설계가 또 한 번 무너지고 점만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자 그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영일과 짝눈이의 관계를 납득시키지 못한다. 그들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만 제시된다. 짝눈이는 영일에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족이다. 설계자 일을 할수록 세상사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영일에게도 짝눈이는 유일하게 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존재다. 그는 모르핀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받는 재키를 꾸준히 보살필 정도로 심성이 착하니까.
그런데 이 관계는 너무 단순하게 묘사된다. 영일과 짝눈이 사이에 있었던 두세 가지 사건은 플래시백으로 되풀이될 뿐이다. 그나마 재키가 짝눈이를 그리워하는 대사를 몇몇 더하지만, 그 내용마저도 러닝타임 내내 도돌이표다. 자연히 영일에게 짝눈이의 죽음이 그토록 큰 아픔인지 공감하기 어렵다. 그 결과 심리극으로 급전환하는 중반부부터 영화는 급격히 서스펜스를 잃고 템포가 늘어진다.
공중에서 사라진 메시지
물론 <설계자>의 지향점을 유추할 단서는 있다. 마지막 플래시백에 따르면 영일과 짝눈이는 단순한 가족 관계가 아니다. 짝눈이는 설계자 일을 그만두려 한다. 일을 할수록 의심과 편집증이 깊어지는 영일을 보면서 인간적으로 살고 싶은 욕구가 깊어졌기 때문. 영일은 그런 짝눈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괴롭고 불편해도 의심을 거듭하며 진실을 추구할지, 아니면 진실에 눈 감더라도 편안한 삶을 누릴지.
이렇게 보면 극 중 다른 캐릭터는 영일과 짝눈이의 심리 상태를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하는 장치다. '하우저'(이동휘)를 필두로 한 유튜버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영일의 설계가 절반 정도 성공한 주성직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를 만들어 노출시키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회색 지대를 만든다. 그 안에서 배신자와 진실을 찾아낼지 말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영일과 월천이 충돌하듯이.
그 연장선상에서 주영선은 관객의 시점을 대표한다. 그녀는 아버지 주성직의 죽음과 관련해 언론의 집요한 추적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 또 무엇이 진실인지 좀처럼 확신을 갖지 못한다. 미디어의 과잉 이미지가 빚어낸 현대 사회의 확증편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인 셈이다. 이를 통해 <설계자>는 '진실은 있지만, 그것을 숨기려는 이들이 존재하고, 진실을 알기 위해 그들과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하다.
다만 여러 단서 간의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짝눈이는 흩어져 있는 모든 캐릭터와 플롯을 한 데 이어 줄 유일한 연결고리다. 그런데 정작 그의 서사가 단편적으로 비치고 있으니 <설계자>의 여러 아이디어와 메시지는 하나의 이야기로 응축될 수가 없다. 하우저, 주영선을 비롯해 보험사 직원들이 자주 등장하는 지점과 영화가 급격히 동력을 잃는 시점이 겹치는 게 우연이 아닌 이유다.
청소부는 대체 누군데
이 모든 문제는 메인 빌런인 청소부를 활용하는 방식에 집약되어 있다. 청소부의 정체와 관련된 반전은 <설계자>의 메시지에 힘을 더한다. 모든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영일은 청소부가 사실 존재하지 않았으며 자기는 그저 망상에 빠졌을 뿐이라고 좌절한다. 그렇게 그는 모든 사고를 의심하려는 노력을 그만둔다. 바로 그 순간 만족스러워하는 청소부의 정체가 드러나며, 영화는 영일처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최근 작품 중에는 <댓글부대>와 유사한 그림인 셈이다. 반전을 통해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순간적으로 무너뜨리고, 사회적인 메시지에 힘을 더한다. 그런데 이 반전은 성과에 비해 대가가 너무 크다. <댓글부대>는 반전을 준 후에 분량이 충분하지는 않아도 관객의 의문을 최소한 해소하려는 노력은 보여줬다.
반면에 <설계자>는 반전을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두지 않았다. 청소부는 영일을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뜨렸지만, 영화만 보면 청소부가 어떻게 그 설계를 성공시켰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반전을 위한 반전일 뿐, 러닝타임 내내 품은 의문에 대해 답을 얻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범죄극으로서도, 심리극으로서도 완결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그렇게 <설계자>는 제목이 무색하게도 마지막까지 설계도를 찾지 못했다.
Dreadful 끔찍한
아이디어만으로는 건물을 못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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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법 : 재차의] 초간단 3분 리뷰
줄거리
방법사 '소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어느덧 3년.
사회부 기자였던 '진희'는 3년 전 취재로 알게 된 '필성'과 함께 '도시 탐정'이라는 독립 뉴스채널을 설립한다. 책을 출간하고 인터뷰를 다니는 바쁜 와중에도 진희는 소진을 걱정하며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던 중, 3개월 된 시체가 살인을 저지르는 해괴망측한 사건이 발생한다. 급기야 그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힌 자가 공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일이 일어나는데...시청 포인트
1. 드라마 [방법]을 보지 않아도 내용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재미를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보는 것이 좋음.
2. 더 강해진 소진과 든든한 팀을 꾸린 진희의 만남.
3. 조종당하는 '재차의'들의 액션.감상평
드라마를 재밌게 봤던 1인이었기에 영화도 기대됐다. 방법 2편을 만들지 말지를 두고 tvN에서 투표를 했었는데, 그때 후속편을 만들어달라는 쪽으로 투표율이 많이 기울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그때의 투표가 영향을 미친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의문점은 '더 끌어낼 이야기가 있나?'라는 것이었다. 물론 다음 편을 낸다면야 땡큐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드라마를 끝낸 마당에 더 할 이야기가 뭐 있다고. 애초에 독특한 소재였기에 신선한 이야기일 수 있었으니 재탕도 안 될 것이고. 처음부터 2편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건가, 상당히 의아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재차의'라는 소재만 빼면 전체적으로 특별할 게 없었다.
이전 편의 악당이었던 '진종현'이나 '진경'은 편을 들 순 없어도 매력적인 악역이었다. 게다가 소진과 대적하는 능력을 갖췄기에 대립 구도와 신선한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재차의'라는 소재에 집중하느라 인물들이 다소 진부해졌다. '진종현'은 권력자이자 주술사였는데, 이번 편에서는 권력자와 주술사가 두 갈래의 구조로 나누게 되면서 그 매력이 나눠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액션이 무쟈게 좋았냐, 그건 또 애매하다. 재차의들이 단체로 뛰어가고 계단을 오르다 뛰어내리는 장면에선 소름이 돋긴 했지만. 자동차에 달라붙어서 주먹으로 창문을 마구 내리칠 때 맥이 탁 풀리면서 웃음이 나왔다. 사실 아저씨의 원빈처럼 총을 쏘거나, 전우치의 요괴처럼 한 방에 창문을 깨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인 건데... 이건 그냥 내가 액션을 잘 안 봐서 그런 걸지도.
사실 이 정도의 스토리를 조금 더 섬세하게 다루려면 드라마가 더 좋았을 텐데. 그러면 각각의 인물들도 잘 살리고 전개에도 긴장감을 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로 이 소재를 살리려니 최소한의 요소만 남기고 다 버릴 수밖에 없었겠지. 아쉽긴 하지만, 영화로 이 정도 살린 건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내 느낌이지만 이번 편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한 중간 고리라서 힘을 빼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딧이 올라가고 끝에 '진경'의 조수였던 '천주봉'이 등장하면서 후속편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히려 이 장면 하나가 재차의들이 뛰어오는 것보다 훨씬 압도적인 느낌을 주었다. 다음 편은 왠지 드라마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다.별점
★★★(3.5 / 5.0)
방법을 봤던 사람이라면 재밌게 볼 것이고, 아닌 사람도 무난하게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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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제94회 아카데미 수상작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드디어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들이 수상을 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상 - 코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제94회 아카데미에서는 영화 <코다>가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OTT 사상 첫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하게 되었는데요.
영화 <코다>는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감독상 - 제인 캠피온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감독상은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수상을 했는데요.
<파워 오브 도그>는 토마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1920년대 미국 몬태나를 배경으로 목장을 운영하는 카우보이 '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남우주연상 - 윌 스미스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남우주연상은 영화 <킹 리차드>의 윌 스미스가 수상을 하였는데요.
윌 스미스는 <킹 리차드>에서 세계 최강 테니스 제왕 윌리엄스 자매를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 '윌 리엄스' 역할을 맡았습니다.
여우주연상 - 제시카 차스테인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은 <타미 페이의 눈>의 제시카 차스테인이 수상하였는데요.
제시카 차스테인 TV 전도사이자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며 인기와 명성을 얻은 '타미 페이 베이커' 역을 맡았습니다
남우조연상 - 트로이 코처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남우조연상은 예상했던 것처럼 <코다>의 트로이 코처가 수상하였습니다.
트로이 코처는 <코다>에서 어부이자 농인인 아버지 '프랭크 로시' 역을 맡았습니다.
여우조연상 - 아리아나 데보스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여우조연상 역시 전에 예상한 것처럼 영화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의 아리아나 데보스가 수상을 하였는데요.
아리아나 데보스는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에서 원하는 걸 투쟁으로 쟁취하려고 하는 불같은 성격을 지닌 캐릭터 '아니타' 역을 맡았습니다.
각색상 - 코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제94회 아카데미에서는 영화 <코다>가 각색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원작이 있는 경우에는 각본상이 아닌 각색상을 주는데요.
<코다>의 원작은 에릭 라티고 감독의 영화 <미라클 벨리에>입니다.
각본상 - 벨파스트
출처 | 네이버 영화
제94회 아카데미에서는 영화 <벨파스트>가 각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벨파스트>는 1969년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를 배경으로 집 앞 골목과 짝사랑하는 소녀,
사랑하는 가족이 전부였던 소년과 사랑스러운 가족의 이야기를 흑백 화면 위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촬영상 - 듄
출처 | 네이버 영화
제94회 아카데미에서는 영화 <듄>이 편집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듄>은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이
황제의 명령으로 폴과 아라키스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의상상 - 크루엘라
출처 | 네이버 영화
제94회 아카데미에서는 영화 <크루엘라>가 의상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크루엘라>는 뛰어난 패션 감각을 이용해 완벽한 변장으로 도둑질을 하던 '크루엘라'가 꿈에 그리던 남작 부인 브랜드 디자이너로 들어간 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편집상 - 듄
출처 | 네이버 영화
제94회 아카데미에서는 영화 <듄>이 촬영상에 이어 편집상까지 수상하였습니다.
<듄>에 대한 설명은 위에 촬영상 부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분장상 - 타미 페이의 눈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아카데미에서 분장상은 <타미 페이의 눈>이 수상하였는데요.
<타미 페이의 눈>은 70, 80년대에 남편 짐 베이커와 세계적인 종교 방송망과 테마파크를 세운
TV 전도사 타미 페이 베이커의 흥망성쇠와 구원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미술상 - 듄
출처 | 네이버 영화
제94회 아카데미의 미술상은 <듄>이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영화 <듄>의 미술은 약 17편의 영화에 참여한 아트디렉터 '톰 브라운'이 맡았습니다.
음향상 - 듄
출처 | 네이버 영화
제94회 아카데미의 음향상은 <듄>이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영화 <듄>의 음향에는 맥 루스, 마크 만지니, 더그 헴필, 테오 그린, 론 바틀렛이 참여하였습니다.
음악상 - 듄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음악상은 <듄>이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듄>의 음악 감독인 '한스 짐머'는
<라이언 킹>, <007 노 타임 투 다이>, <덩케르트> 등 140여 편의 영화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거장이다.
주제가상 - 007 노 타임 투 다이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주제가상은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주제가는 빌리 아일리시와 빌리 아일리시의 친오빠인 피니어스 오코널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요.
빌리 아일리시의 'No Time to Die'는 빌보드 HOT 100에서 16위, 영국에서는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시각효과상 - 듄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음악상은 <듄>이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듄>의 시각효과에는 브라이언 코너, 폴 램버트, 트리스탄 마일스, 제드 네프저가 참여하였습니다.
장편 애니메이션상 - 엔칸토: 마법의 세계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바이론 하워드 감독의 <엔칸토: 마법의 세계>가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엔칸토>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마드리갈 패밀리의 마법의 힘이 사라질 위험에 처하자, '미라벨'이 나서서 구하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장편 다큐멘터리상 - 소울, 영혼, 그리고 여름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장편 다큐멘터리상은 아미르 "퀘스트러브" 톰슨 감독의 <소울, 영혼, 그리고 여름>이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소울, 영혼, 그리고 여름>는 단지 흑인들의 축제라는 이유로 그 어느 곳에서도 방영되지 못한 '할렘 컬쳐 페스티벌'을 조명한 작품이다.
국제영화상 - 드라이브 마이 카
출처 | 네이버 영화
올해 국제영화상은 많은 분들이 예측한 대로 <드라이브 마이 카>가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 2014년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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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의 전신 하이 스트레인저의 공동 배급 작품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아쉽게도 각본상과 국제영화상을 수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개봉을 기다리는 것을 보았는데요.
올해 개봉 예정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럼 제94회 아카데미 수상작 정리 콘텐츠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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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무빙> 티저 예고편
조금 다르고 특별할 뿐이야" 전 세계를 열광시킬 한국형 히어로물의 탄생! 대한민국 최고 배우 & 초특급 제작진이 선사할 휴먼 액션 시리즈 [무빙] 티저 예고편 전격 공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8월 9일, 오직 디즈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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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에놀라 홈즈 2> 공식 예고편
더 스케일이 커진 홈즈가 온다. 《에놀라 홈즈 2》,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첫 번째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고 기쁨에 찬 에놀라 홈즈(밀리 바비 브라운). 유명 인사인 오빠 셜록(헨리 카빌)의 발자취를 따라 탐정 사무소를 연다. 그런데 여성 탐정으로 사건을 따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냉혹한 어른의 세계를 받아들이고 사무소의 문을 닫으려던 찰나, 돈 한 푼 없는 성냥 공장 소녀가 에놀라에게 첫 정식 사건을 맡긴다. 바로 사라진 자매를 찾아달라는 것. 하지만 사건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것으로 드러난다. 런던의 부패한 공장과 화려한 음악 공연장, 초상류층의 사교계, 그리고 셜록이 사는 베이커 스트리트 221B까지, 위험천만한 새로운 세상에 던져진 에놀라. 치명적인 음모의 불길이 번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에놀라는 친구들, 그리고 셜록의 도움으로 미스터리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게임은 다시 시작됐다! 해리 브래드비어와 잭 손이 원안을 작성하고 해리 브래드비어가 연출을, 잭 손이 각본을 맡은 《에놀라 홈즈 2》. 새로운 아군과 적군이 등장할 이번 작품에는 밀리 바비 브라운, 헨리 카빌, 데이비드 슐리스, 루이 파트리지, 수전 워코마, 아딜 액터, 샤론 던컨 브루스터, 헬레나 본햄 카터가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