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10-29 12:22:53
괜찮아! 잠시 멈춰도, 틀려도
- <괜찮아, 앨리스>(2024)


한국 사회는 어린 시절부터 끝없이 달리게 만든다. 어쩌면 급속한 성장을 경험했던 어른들은 빠르게 달리는 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들의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교육을 통해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달리다 보니, 교육 시스템 자체가 효율성과 결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형성되었고,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성장이 정상적인 과정으로 느껴지게 된다.
영화 <괜찮아, 앨리스>는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꿈틀리 인생학교의 사람들을 보여주며, 우리가 지금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던진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2016년에 설립되었으며, 설립자는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이다. 이 학교는 1년간 기숙 생활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만의 삶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 사회의 일반적인 교육과는 다르게, 이 학교에서는 '멈추기'를 권장하며, 그 멈춤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첫 번째 감정] 아이들의 혼란
영화 속 아이들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 그저 앞으로 달리는 것에 지친 아이들이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치고 대학 입시에 매달리며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이러한 삶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달리기만 하는 이 생에 회의감을 느끼던 아이들은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의 삶을 다시 계획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이들을 열차에서 떨어진 '낙오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묻는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이들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잠시 시간을 주어, 자기 삶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우리는 아이들이 잠시 멈추어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만든다.
아이들은 달리기만 하는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목표는 중학교 입학, 고등학교 입학, 대학교 입학, 취업, 결혼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목표에 도달하면 또 다른 목표가 주어지며,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한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간다. 이렇듯 주어진 목표들만을 따라가던 아이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을 줄이고, 아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두 번째 감정] 설립자의 안타까움
꿈틀리 인생학교의 설립자인 오연호 대표는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을 깊이 고민하며 이 학교를 세웠다. 그는 덴마크의 애프터 스콜레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 이러한 전환기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했다. 애프터 스콜레는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1년 동안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전환기 학교로,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길을 갈지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연호 대표는 덴마크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그곳에서 아이들이 더 많은 선택과 고민을 스스로 하도록 돕는 교육 과정을 보게 되었고, 이는 꿈틀리 인생학교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어린 학생들이 너무 일찍 경쟁에 내몰리며,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박탈당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현재의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마주한 경쟁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부모들이 겪었던 경쟁이 '성장'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끊임없는 평가와 비교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에게는 잠시 멈추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이러한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된 공간이며, 오연호 대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세 번째 감정] 아이들의 희망
꿈틀리 인생학교의 과정을 마친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가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꿈을 꾸며,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마음속에 자라나는 것은 '희망'이다. 영화는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비추며,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는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1년간의 시간이 없었다면, 그들은 여전히 앞만 보며 달리기만 했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을 하고, 사회의 요구에 떠밀려 살아가며, 마음속의 혼란과 우울을 결코 떨쳐내지 못한 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1년간 아이들에게 멈춤과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며,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이 메시지는 단순히 타인이 전하는 위로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며,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이러한 말을 건네며,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 희망을 키워나간다. 이러한 희망은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영화는 이 과정을 아름답고 진솔하게 그려냈다.
<괜찮아, 앨리스> 가 던지는 질문
<괜찮아, 앨리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만의 모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자신만의 모험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갔던 것처럼, 현재의 아이들도 다양한 모험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 속 꿈틀리 인생학교의 학생들은 비록 소수일지라도, 그곳에서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으며, 이는 그들의 삶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시기에 공부만을 강조하며, 아이들이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은 아이들을 병들게 할 뿐이다. 꿈틀리 인생학교와 같은 공간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꿈틀리 인생학교는 계속해서 운영되어야 한다. 달리기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꿈틀리 인생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는 관객들에게 지금의 교육 시스템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는 '괜찮아'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고민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괜찮아, 잠시 멈춰도 돼'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0OQgQlPHg1g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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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단호크, 이완 맥그리거 신작영화에서 만나다!
애플스튜디오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재회하는 이복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이완 맥그리거와 이단 호크가 함께 나오는 새 장편 영화 ' 레이먼드와 레이’로 돌아온다. ' Albert Nobbs '와 ' In Treatment '의 연출을 맡았던 로드리고 가르시아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이완 맥그리거는 레이먼드 역을, 에단 호크는 레이 역을 맡아 까다로운 부모와의 어려운 관계 속에서 유산을 놓고 갈등을 겪는 인물들을 연기를 한다. 로그라인에 따르면, "그들은 여전히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의 장례식은 그들 자신을 재건할수 있는 기회이다. 분노도, 고통도, 어리석음도 있고 또 사랑이 있을 수도 있죠. 물론 무덤을 팔 수도 있습니다.”라고 전한다.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알폰소 쿠아론(로마), 보니 커티스(라이언 일병 구하기), 모킹버드 픽쳐스의 줄리 린(앨버트 놉스)이 제작한다. 가브리엘라 로드리게스와 쉬 카머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는다.
“레이먼드와 레이 "는 애플의 최신작이다. 최근 애플 TV 플러스 스트리밍 플랫폼에는 앙투안 푸콰 감독과 윌 스미스가 함께한 'Emancipation',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마틴 스콜세지의 'Killers of the Flower Moon', 톰 행크스와 함께한 'Finch' 등 여러 편의 영화가 공개됐다. 코엔형제의 ‘The Tragedy of Macbeth”에는 덴젤 워싱턴과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았다. 애플스튜디오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출품한 이래로 2500만 달러(약 2500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가족 드라마 '코다(CODA)'를 최근 공개했고, 행크스와 함께 2차 세계대전 드라마 '그레이하운드'도 프리미어 되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맥그리거는 최근 "Halston"에 출연하여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차기작으로 디즈니 플러스의 오비완 케노비 스트리밍 시리즈에 출연한다. 호크는 미국 쇼타임의 드라마 "더 굿 로드 버드"에 출연하여 극찬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블룸하우스의 "더 블랙 폰"과 "나이브 아웃 2"에도 출연할 것이다.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두 레전드 배우의 연기를 하루빨리 보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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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과 강박 사이
I am over you.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 알렉스 돌의 모습을 줌인하며 나오던 노래 가사이다. 강박적인 교육과 그에 어울리는 드럼 비트로 기억되는 영화 "위플래시 (2014) "의 음향 감독이던 로런 해더웨이의 감독 데뷔작이다. 어느 평론가는 그녀의 데뷔작인 이 영화의 편집이나 음향이 마치 한 편의 나이키 광고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모든 장면의 전환은 빠르고, 음악과 색채는 강렬한 데 반해, 여주인공 알렉스 돌과 그녀가 천착하는 조정이라는 경기 장면은 -특히 조정을 하는 강의 흐름과 색은 - 어둡다. 큰 대조 (contrast)를 이루는 편집 속에서 돋보이는 것은, '초심자'라는 뜻의 노비스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강렬한 욕망을 가진 알렉스의 이글거리는 두 눈동자이다.
꽤 오래전에, "오펀: 천사의 비밀 (2009)"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베라 파미가도 좋았지만, 주인공인 에스더를 연기한 아역 배우 이자벨 퍼만의 얼굴은, 기억하는 분들이 꽤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녀가 자라서 돌아와, 모든 분야에서 쉴 틈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강박을 가진 '알렉스 돌' 이란 여대생을 연기했다. 그녀는 극 중에서 대통령 장학금으로 생활비까지 모두 지원받고 좋은 대학에 온 수재이지만, 택한 전공은 자신이 제일 취약했던 물리학이다. 방과 활동조차 작은 체구의 그녀에게 불리한 '조정'이라는 종목을 채택한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를 파고들어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 눈엣가시처럼 느껴지는 라이벌은 모든 스포츠에 적합한 체구와 근기, 팀워크를 타고 난 제이미라는 학생이다. 알렉스가 모든 레슨을 기록하고, 타깃이 되는 기록을 성취할 전략을 나름 세우며 숫자에 연연할 때, 제이미는 보란 듯이 쉽게 기록들을 갈아치운다. 하지만 제이미는 알렉스가 가지지 못한 '절박함' 이 있다. 그녀는 반드시 조정 팀 1군에 발탁되어야만, 대학교 기숙사에 남을 수 있는 장학금과 특권을 거머쥘 수 있다.
알렉스의 강박적인 열정을 보며 제이미 또한 알렉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느끼고, 그녀를 친구로 받아들여 협력하지만, 알렉스가 뛰어넘어야 할 것은 금전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안 제이미는 그녀와의 '협력'을 중단한다.
알렉스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경계선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남들보다 자신이 더 노력해야만,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의 전형이다. 자신의 강박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멈출 수 없고, 자해를 하면서도 가져야만 하는 건 - 어찌할 수 없는 도전 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물리학 조교와 교제를 시작하고 제이미와 잘 지내면서 사람들과 융화되려고 노력은 해 보지만, 여전히 경계에 놓여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 우리 또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알렉스와 같이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는 굴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소름이 돋기도 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유려하게 흐르는 강물 위의 조정 씬과 교차되는 성교 장면. 그리고 욕실에서의 자해 장면과 누군가는, 어딘가 부서진 그녀를 붙잡아 주길 바라며 절규하는 알렉스의 모습. 해더웨이 감독은 강의 물 번짐, 혹은 강위의 까마귀 등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나 복선 등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음악도 한 몫했다. 번개 치는 강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노를 놓지 않고 나아가는 알렉스의 모습은, 불안정한 성격을 지니고 세상에서 부유하는 그녀의 자아를 형상화한 모습 같기도 하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노를 쥐고 사람들 쪽으로 저어 오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은 그녀만의 선택이다.
마지막 장면의 노래 선택 역시 탁월했다.
I am over you.
그녀가 뛰어넘은 것은 제이미도, 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이자벨 퍼만은 이 영화로 제20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한 시사회를 바탕으로 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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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개봉 전부터 반응이 뜨거운 <탑건: 매버릭>의 개봉과 독특한 감성을 가진 독립영화까지!!
그럼 6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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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탑건: 매버릭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30분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마일즈 텔러, 제니퍼 코넬리 등
개봉: 2022.06.22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교관으로 컴백한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미션에 투입되는 새로운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
관전 포인트
19일 기준, <탑건: 매버릭>의 전 세계 총 수익 8억 8500만 달러(한화 약 1조 1400억 원)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최고의 음악 감독이라 불리우는 한스 짐머가 음악 감독을 맡으며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룸 쉐어링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93분
감독: 이순성
출연: 나문희, 최우성 등
개봉: 2022.06.22
배급: (주)엔픽플
줄거리
까다롭고 별난 할머니 ‘금분’과 흙수저 대학생 ‘지웅’의 한집살이 프로젝트를 담은 영화.
관전 포인트
데뷔 62년차 배우 나문희와 신예 최우성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룸 쉐어링>.
동시녹음을 해오던 이순성 감독의 첫 감독 데뷔작이다.
감동주의보
ⓒ 네이버 영화
개요: 로맨스 | 한국 | 98분
감독: 김우석
출연: 홍수아, 최웅, 기주봉 등
개봉: 2022.06.22
배급: (주)스튜디오보난자
줄거리
큰 감동을 받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감동병을 앓고 있는 보영이 착한 시골청년 철기를 만나 꿈과 사랑을
이루어 내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
관전 포인트
감동병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사용하며 독특한 매력을 가진 영화.
그동안 드라마에서 자주 보았던 배우 최웅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니얼굴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86분
감독: 서동일
출연: 정은혜, 장차현실 등
개봉: 2022.06.23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예쁜 얼굴을 안 예쁘게 그려주는 캐리커처 작가 은혜씨의 특별한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관전 포인트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웃음과 감동을 주었던 배우 정은혜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영화를 보고 나면 솔직하고 통통 튀는 정은혜 아티스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모어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81분
감독: 이일하
출연: 모지민, 존 카메론 미첼 등
개봉: 2022.06.23
배급: (주)엣나인필름
줄거리
남모를 애환을 딛고 세상 앞에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튀어 오른 독보적인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MORE 毛漁)의
삶과 예술을 감각적인 음악과 영상으로 스토리텔링한 작품.
관전 포인트
제 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기러기상(특별상)을 받았으며, 이외에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초청을 받으며 작품성이 입증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일리쉬한 연출과 감감적인 편집으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울 것이다.
우스운게 딱! 좋아!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1분
감독: 김현, 정혜연
출연: 이민구, 김휘규, 이태희 등
개봉: 2022.06.23
배급: 필름다빈
줄거리
눈치 없는 성구 때문에 울화통이 치미는 현, 전 남자친구에게 청첩장을 받은 소연,
서로 자기 말만 하는 가족들과 하루종일 지지고 볶는 민정, 죽은 친구의 은밀한 물건을 숨겨야 하는 소연.각각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 코미디 옴니버스이다.
관전 포인트
우리 인생의 가장 발칙한 순간을 담아낸 네 편의 옴니버스를 관람할 수 있는 영화.
유수의 영화제에서 경쟁작 후보에 선정되었습니다.
OTT 공개 예정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26분
감독: 샘 레이미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등
공개: 2022.06.22
스트리밍: 디즈니+
줄거리
모든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의 멀티버스 속, MCU 사상 최초로 끝없이 펼쳐지는 차원의 균열과 뒤엉킨 시공간을
그린 수퍼내추럴 스릴러 블록버스터.
관전 포인트
누적 관객 수 588만명을 돌파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드디어 집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1인 다역 연기와, 엘리자베스 올슨의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가 화제를 모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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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이 '확신'이 될 수 있을까?
-이 리뷰에는 시리즈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삶의 주요 결정을 할 때 우리는 ‘감’ 혹은 ‘확신’이라는 걸 느낀다. 그 선택을 하지 말라는 혹은 선택하라는 느낌. 그건 아주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할 수도 있다. 그동안 내가 보고 들었던 것과 다른 사람이 이렇게 하면 더 좋다고 이야기한 여러 근거들을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한다. 바로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을 통해 우리는 ‘확신’을 느낀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 여러 확신할만한 근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충분히 근거를 들며 설명할 수 있고, 또 꺼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도 편하다.
반대로 어떤 순간에는 확실히 눈에 보이는 건 없지만 그냥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감’ 이 작동할 때다. 여기엔 내세울만한 근거가 없다. 그저 과거 자신의 경험 속에 녹아들어 있는 느낌을 바탕으로 결정하는 순간이다. 그건 ‘확신’은 아니지만, 그 느낌은 우리가 그것을 ’ 확신‘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아무 근거도 없지만 그냥 그 느낌을 믿고 선택을 한다. 그것이 옳은 선택일 수도, 나쁜 선택일 수도 있다. ’ 확신‘과 ’ 감‘ 으로 선택한 것들 모두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 그 순간에는 알 수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 O 난감>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판단할 때, ‘감’ 혹은 ‘확신’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분명 옳은 길이라 생각하고 선택하지만 이들이 만난 감정들은 인물 자신들에게 계속 혼란이라는 것을 던져준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맞다고 확신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진짜 맞는지 계속 의심하게 된다. 평범한 대학생 이탕(최우석), 강력계 형사 장난감(손석구) 그리고 연쇄살인마 송촌(이희준)이 가진 ‘감’ 혹은 ‘확신’은 정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감정 - 대학생 이탕의 '감'
이탕은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괴롭힘을 당하는 힘없는 피해자였고 대학교에 가서도 어떤 식으로 살아갈야할지 알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에겐 특별한 목표도 없고 그저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편의점 알바를 하던 어느 날 그는 진상 손님을 만나고 얼마 후, 그 손님과 같이 있던 일행과 길에서 다툼을 벌인다. 그리고 들고 있던 망치로 상대의 머리를 쳐 죽음에 이르게 한다. 평범했던 그가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그 순간 이후 이탕에게는 특별한 '감'이 생긴다. 연쇄살인범이나 범죄자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이탕이 처음 죽였던 남자가 알고 보니 연쇄살인범이었고, 두 번째로 죽이게 된 여자 역시 알고 보니 살인범이었다. 그가 가진 '감'은 지나가다가도 문득 범죄자의 느낌을 받고 돌아보며 새로운 살인 대상을 찾는다. 이후 몇 년에 걸쳐 이탕은 그런 범죄자들을 처단하며 돌아다닌다. 여기엔 조력자인 노빈(김요한)의 도움이 있었다. 노빈은 자신의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으로 범죄 대상을 물색하거나 증거를 없애고, 이탕이 살아갈 수 있게 의식주를 해결해 준다.
그런데 문제는 이탕은 자신의 감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저 지나가다 어떤 느낌 만으로 죽일 상대를 찾아낸다. 조력자인 노빈의 도움이 있지만, 그건 살인 대상을 찾은 이후에 벌어진다. 어쨌든 이탕이 죽인 모든 사람은 강력한 범죄의 가해자들이다. 그들에게 피해를 받은 대상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죽어 마땅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확신'없이 벌어진 그 살인들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그걸 지켜보는 일반 사람들에게 그게 영웅적인 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탕이 자신이 하는 살인들에 자신 없어하는 것도,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 있다. 그저 '감'만으로 살인을 하는 것,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괴물이 되어야만 하는 평범한 학생 이탕은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계속 허우적댄다.
두 번째 감정 - 전직 형사 송촌의 '감'
이 시리즈의 최대 빌런인 송촌은 전직 형사였다. 그는 살인범이었던 아버지의 과오를 바로 잡고자 형사에 지원해 좋은 형사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경찰 내부의 시선이 그렇게 곱지 않다. 특히나 가장 좋지 않게 보는 건 장난감 형사의 아버지다. 어떤 사건을 거친 이후 그 역시 조력자 노빈을 만난다. 그리고 그는 노빈의 도움으로 나쁜 범죄자를 죽이면서 살인 행위를 이어간다. 송촌 역시 자신만이 가진 '감'으로 범죄자를 찾고 응징한다. 그가 가진 '감'은 그가 형사로서 가진 것이기도 하고, 그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송촌은 새롭게 영웅 노릇을 하는 이탕이라는 인물을 만나서 상대가 가진 '감'에 대해서 묻는다는 것이다. 송촌은 이탕에게 죽일 상대가 범죄자라는 '확신'이 있는지 묻는다. 송촌이라는 인물은 자신이 물색한 상대를 죽일 때 상대가 범죄자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형사적인 느낌과 감으로 판단해 실행할 뿐이다. 그래서 송촌은 오랜 기간 그런 살인을 해오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무언가를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송촌 역시 '확신'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살인행위를 멈추지 못한다. 그가 멈추는 건 자신의 '감'이 틀렸거나 이제 그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송촌은 자신의 끔찍한 행위들을 정당화할 '확신'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그전까지 그는 '감'에 따라 누군가를 추적하거나 살인을 해나간다. 그가 이야기 속에서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건, 그가 가진 '감'이 무서울 만큼 꽤나 정확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탕의 '감'과 송촌의 '감'은 무엇이 다른 걸까. 결국 두 사람의 그 느낌 때문에 그들의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
세 번째 감정 - 현직 형사 장난감의 '감'
형사 장난감은 다신이 맡은 구역에서 벌어지는 살인들을 보고 그것에 이탕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자신의 '감'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이탕이 일했던 편의점을 몇 번이나 방문해서 이탕에 대해서 조사하고 이미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른 각도로 살펴본다. 하지만 그는 이탕이 살인을 했다는 증거나 목격자를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이탕이 살인범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장난감 형사는 무엇 때문에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건 그만의 '감'이 있기 때문이다. 형사로서의 '감'이 그에게 이탕이 살인범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사실 장난감 형사는 송촌 역시 추적하고 있다. 이탕과 마찬가지로 송촌이 영웅 놀이를 하고 있는 살인자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직감적으로 이탕이 송촌과 같은 분류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형사로서의 '감'만 있을 뿐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추적하는 힘이 떨어지게 되는 것도 그가 가진 증거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 역시 자신의 '확신'을 증명하지 못한다.
이야기의 말미, 장난감 형사는 어떤 사건 때문에 분노에 가득 차 송촌을 죽이려 한다. 그가 가진 '확신'은 '분노'와 함께 뒤섞여 엄청난 감정적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만약 그 에너지를 이기지 못해 그가 살인을 한다면 그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되면 결국 이탕, 송촌과 장난감의 행동은 어디가 다르고 어디가 같은가.
시리즈 <살인자O난감>은 '감'이 만들어내는 '확신'이 얼마나 약해빠진 것인지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아무 증거도 없이 자신들의 '감'을 '확신'으로 바꿔 살인을 행하거나 누군가를 잡으려 한다.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 세 인물 모두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지 못했다. 이탕, 송촌, 장난감을 각각 대비시키던 시리즈는 이야기의 후반부에 세 인물을 한 곳에 몰아넣어두고 어떤 것이 맞는지 보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구의 '감'이 더 믿을만한가. 그 '감'은 진짜인가.
이 이야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감'을 느끼면, '행동'으로 옮기고 그 결과에 '확신'을 가진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하고 있을 이 감정의 프로세스가 과연 정말 옳은 것인지, 맞게 하고 있는 것인지, 시리즈 <살인자O난감>이 재차 묻고 있다. 세 인물이 가진 능력이 진짜 초능력인지 아니면 그냥 느낌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지만, 이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본 모든 사람들은 '감'으로 '확신'한다. 이들의 능력이 진짜라는 것을.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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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무지 - 테렌스 맬릭
황무지 - 테렌스 맬릭
많은 영화 목록을 들여다보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영화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보기 시작했는데, 이 영화를 '클라이테리온'에서 배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느리게 움직이는 화면. 단조롭고 물기 없이 메마른 화면의 나열, 미국중북부의 평범한 주, 사우스다코타의 가난한 동네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국(남한)보다 두 배나 넓은 면적의 땅에 인구는 70여 만 명에 불과한 곳으로,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지역이다.
이른 아침, 쓰레기 청소차가 골목을 지나가면서 두 사람이 집앞마다 쓰레기통을 들어 차에 옮긴다. 청년 키트(마틴 쉰)는 무심한 표정으로 쓰레기통을 옮기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홀리(씨씨 스페이식)의 나레이션으로 진행한다. 홀리는 고등학생이고, 여기 사우스다코다주로 오기 전에 텍사스주에 살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텍사스를 떠나 사우스다코타주로 이주하는데, 홀리의 아버지는 간판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먹고 사는 문제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집도 비교적 깨끗하다.
홀리는 학교에 다니지만, 아직 친구도 없고, 혼자 집에서 곤봉 연습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홀리와 키트는 우연히 만나고, 두 사람은 홀리의 아버지를 피해 점점 깊은 관계를 갖는다.
지루하고 심심할 것만 같은 영화는 키트의 돌발적 행동으로 급변한다. 홀리의 아버지는 키트에게 경고하고, 두 사람이 만나지 말라고 말한다. 키트는 홀리의 집에 몰래 들어가 홀리의 가방을 싸고, 홀리의 아버지와 맞닥뜨리자 그를 살해한다. 첫번째 살해다.
놀라운 것은 홀리의 태도다. 자기 아버지가 키트에게 총맞아 죽었지만, 홀리는 놀라지도, 비통하게 울지도 않는다. 다만, 죽은 아버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걱정한다. 키트는 집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다. 그리고 자신의 범행을 녹음한 싱글 LP판을 집앞에 놓고 홀리와 함께 도망한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실제 사건이 있었다. 1957년 미국 네브라스크주 링컨에서 연쇄살인을 하던 커플이 있었다. 찰스 스타크웨더와 카릴 앤 퍼게이트가 그들인데, 나이가 19살, 13살이었다. 이들은 약 10여 명의 사람을 살해했고, 1959년 찰스는 전기의자로 사형, 카릴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영화의 흐름도 실제 찰스의 범행과 매우 비슷하게 진행한다. 이 영화가 놀라운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주인공의 태도가 비정상적으로 차분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을 죽이면서 감정의 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두 가지 경우로 추측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지 못하는 싸이코패스이거나,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한 비정상적인 인물일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이들의 사랑을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들의 행위가 비정상인 상황에서 두 사람이 갖는 감정 역시 '정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키트가 사람을 마구 죽이는 것을 보면서도 홀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은 그런 점에서 매우 닮았다.
감독 테렌스 맬릭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이후 테렌스 맬릭의 작품들을 보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마쳤으며, 서른 살이 되기 전에 MIT에서 철학과 조교수로 강의를 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서른 살에 저예산으로 이 영화를 만들어 감독 데뷔를 하자, 헐리우드에서는 천재 감독이 나타났다는 반응이었다. 영화와 관련 없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놀라운 영화를 만들면서 등장한 것이다.
데뷔 작품부터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는 영상으로 철학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만든 모든 작품은 뛰어난 영상 이미지와 그 속에 함축되어 있는 철학적 의미를 모색하는 장치를 내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극단적 무심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를 생각하면, 영화가 단순히 미장센으로서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적 상황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사건에서도 그랬지만, 영화에서도 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열정도, 의욕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좀비'같은 인물인 것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엄청나게 성장하고, 물질문명의 첨단을 달려왔지만, 70년대의 미국은 심각한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베트남 전쟁을 일으켜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극심한 자본주의의 폐해에 저항하는 히피운동이 일어나고, 이때부터 미국에는 남미에서 들어오는 마약이 급증하면서 마약중독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너는 왜 노력도 하지 않고 절망하며, 분노하는가'라고 충고하는 건 꼰대가 하는 말이거나, 자본의 비웃음일 뿐이다. 70년대 미국의 청년들 가운데 특히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평생 다른 주로 넘어가지 못한 채 자기가 살던 마을에서 죽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부'는 고르게 퍼지지 않았고,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커졌으며, 욕망의 대상은 주로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집중했다.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갇힌 것같은 답답한 상태의 청년들 가운데 일부는 대도시로 떠나고, 일부는 체념하며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극히 일부는 범죄자가 된다.
미국의 평범한 하층민은, 하루 노동을 마치면 집에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본다. 주급을 받으면 월세를 내고, 일주일치 식량을 구입하고, 다시 주중에는 노동을 하고, 주말에는 비 새는 지붕을 고친다.
평생 이렇게 살 것이 뻔하다는 걸 아는 청년들은, 이 삶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고향을 떠나야 한다. 그곳이 어디인지,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어도, 무조건 이 낡고 더러운 고향을 떠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키트는 극단적 방법으로 고향을 떠난다. 그는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아마도 자기 부모를 먼저 살해하고 홀리의 집을 찾아온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홀리의 아버지를 아무렇지 않게 살해한 것이고, 계획적으로 홀리를 데리고 떠난 것이 아닐까.
이후,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일관성이 있다. 그를 추적하는 현상금 사냥꾼들을 살해하고, 자기와 함께 쓰레기 청소부로 일하던 동료의 집을 찾아가 그를 죽이고, 그 동료를 찾아온 남녀를 지하실에 가두고 총을 쏜 다음 도망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두 사람은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을 살해한다.
하지만 키트가 죽이지 않은 두 사람이 있는데, 부잣집에 들어가 주인과 하녀를 감금하고 나올 때, 이 두 사람은 살려둔다. 왜 죽이지 않았을까. 부자가 키트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었기 때문에? 저항하지 않고, 신고도 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찰스와 홀리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모두 죽었다. 오직 부자와 부자의 하녀만 살려두었다. 이것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키트가 살해하는 대상이 특정 계층이나 계급에 있지 않다는 걸 말하는 것일 수 있다.
즉 키트는 20대 청년이지만 대단히 어리석고 무지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냉혹한 싸이코패스가 아니라, 시골 구석에서 배우지 못하고, 사회적 윤리와 도덕에서 비껴 있는 소외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외'는 철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키트는 자신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것을 자각한다는 것은 사회와 자기의 위치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키트는 그럴만한 지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가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을 읽으면서 키득거리는 것을 보면, 그가 문맹은 아니라는 것이고, 어느 정도 학교 교육을 받았다는 걸 의미하지만, 그것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증거로 보긴 어렵다.
건조하고 냉담한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테렌스 맬릭의 관점은 키트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감정을 드러내거나 이입하지 않는 것, 그래서 오로지 인물의 행위만을 관찰하면서 인물과 상황을 객관화하고, 관객으로하여금 인물의 감정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장치는 이후 짐 자무시 감독의 '천국보다 낯선'과 같은 작품에서도 나타나는, 철학적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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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사랑의 시작부터 마침표까지, 변화하는 삶의 궤적 속 찾아오는 감정을 잘 표현한 영화 <여름날 우리>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면 본 영화 <여름날 우리> 하지만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고, 청량함 속에서도 삶의 변화와 감정을 고스란히 잘 담아낸 작품이었다.
영화 <여름날 우리> 시놉시스
처음이었다, 사랑이 싹트는 기분.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던 17살의 여름. 너를 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21살의 여름. 그리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이젠 놓치지 않을 거야. “널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고등학생 수영선수였던 저우 샤오치의 눈에 들어온 요우 용츠. 요우 용츠는 중국어로 수영장과 발음이 비슷하다. 그래서 자우 샤오치는 매일같이 가는 수영장을 갈 때마다 그녀 생각이 떠오른다.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애를 쓰던 저우 샤오치는 수영반의 1등 샤크와 수영대결을 하게 된다. 샤크와의 수영대결에서 졌지만 이를 계기로 저우 샤오치는 용츠와 더욱 가까워진다. 그렇게 친해지나 싶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학교를 전학가게 된 용츠를 떠나보내고 다시 활력을 잃었던 샤오치는 용츠가 대학에 입학했음을 알고 사력을 다해 공부를 시작한다. 같은 대학에 입학한 저우 샤오치, 과연 사오치는 용츠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여름날 우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나의 기대와 다른 상대방, 하지만 그런 상대방도 존중하는 배려
저우 샤오치는 상당히 순수하다. 요우 용츠를 만나기 위해 공부에 뜻이 없었지만 그리고 수영에 딱히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요우 용츠가 있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사력을 다해 노력을 했고 입학에 성공한다. 그런 저우 샤오치는 요우 용츠 역시 자신을 만나면 좋아할 것이라는 빗나가는 센스를 발휘하고 요우 용츠 앞에 나타나지만 요우 용츠는 이미 남친이 있기에 그런 저우 샤오치를 조금은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실망은 접어두고 저우샤오치는 자신 나름 요우 용츠에게 최선을 다하며 남학생으로는 유일하게 여학생회에 들어가고, 함께 치어리딩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계속 각인시킨다. 이런 저우샤우치의 모습을 보면서 남성성만 부각하는 것이 아니어서 좋게 다가왔다.
변화하는 삶 속에서 때때로 등장하는 후회의 감정들
영화 <여름날 우리> 속에서 주인공들의 사회적 위치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고등학생이던 용츠와 샤오치는 공부를 잘하는 용츠와 공부에는 뜻이 없는 샤오치로 등장한다. 대학에 진학해서까지 비슷하게 유지되다가 대학 졸업 후 촉망받는 수영선수 샤오치와 디자이너라는 꿈을 접고 모델일을 해야만 했던 용츠로 그 관계는 역전된다. 그간 어리광을 부리던 샤오치를 받아주는 누나같은 용츠였는데 졸업 후에는 어느샌가 듬직한 샤오치로 성장하고 용츠가 여기에 기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을 겪은 샤오치는 더이상 선수생활이 힘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용츠는 디자이너로서 차근차근 장해가며 다시금 관계가 역전된다. 이렇게 변화하는 지위 속에서 등인물들은 후회를 하게 된다. 내가 만약 그 때 안그랬으면 어땠을까? 혹시 그냥 시합에 나갔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면서 이 후회의 감정은 두 사람을 갈라놓게 된다. 어떤 사람이든 언제나 성공을 할수도 그리고 언제나 실패 속에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 그러한 삶의 과정들을 특히 20대에 겪을 수 있는 과정을 영화 여름날의 우리는 잘 표현해주고 있었고, 그 속에서 사소하게, 그리고 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후회라는 감정을 잘 녹여낸 작품이었다.
단 한 끝차이, 너를 위해서와 너 때문에
영화 <여름날의 우리>는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도 변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게 있을지에 대해 질문을 잘 던진 작품이었다. 용츠가 꿈을 향해 한걸을 내딛을 때 샤오치는 꿈으로부터 멀어지는 좌절을 경험한다. 이렇게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면서 상대방이 잘못한 것은 없지만 연인을 '위해서' 한 과거의 행동을 연인 '때문에' 했다며 책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점점 자신의 세계와 멀어져 가는 듯한 상대방을 보면서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을 같기는 어렵다. 더욱 노력을 해야하고 배려를 해야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자신의 환경이 변화하면서 그 원인의 화살을 남으로 돌리는 이 이기적인 마음이 연인 뿐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큰 상처로 다가갈 수 있는지, '너를 위해서'와 '너 때문에' 라는 이 한끗차이가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 <여름날 우리>는 가벼운 풋사랑 같은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그 속에서 굉장히 다양한 감정과 변화하는 삶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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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를 꿈꾸는 막심은 시골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사촌 형의 여자친구 다프네에게 자신의 복잡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막심의 이야기를 듣던 다프네 역시 남몰래 간직했던 자신의 연애담을 슬그머니 꺼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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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아름다운 날들> 예고편
“덩케르크를 그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후퇴로 남길겁니까?
마음에 불꽃을 지필 기적으로 남길 겁니까?”제2차 세계대전 속 1940년, 영국 정부는 국민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덩케르크 철수 작전으로 선전 영화를 제작하라고 지시한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카트린(젬마 아터튼)은 모두의 반대와 현장에서의 고난 속에도
열심히 영화 제작에 몰두하지만, 코 앞으로 다가온 전쟁의 위협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1940년, 그들에게 영화는 영화 그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