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10-29 12:22:53
괜찮아! 잠시 멈춰도, 틀려도
- <괜찮아, 앨리스>(2024)


한국 사회는 어린 시절부터 끝없이 달리게 만든다. 어쩌면 급속한 성장을 경험했던 어른들은 빠르게 달리는 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들의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교육을 통해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달리다 보니, 교육 시스템 자체가 효율성과 결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형성되었고,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성장이 정상적인 과정으로 느껴지게 된다.
영화 <괜찮아, 앨리스>는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꿈틀리 인생학교의 사람들을 보여주며, 우리가 지금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던진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2016년에 설립되었으며, 설립자는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이다. 이 학교는 1년간 기숙 생활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만의 삶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 사회의 일반적인 교육과는 다르게, 이 학교에서는 '멈추기'를 권장하며, 그 멈춤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첫 번째 감정] 아이들의 혼란
영화 속 아이들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 그저 앞으로 달리는 것에 지친 아이들이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치고 대학 입시에 매달리며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이러한 삶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달리기만 하는 이 생에 회의감을 느끼던 아이들은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의 삶을 다시 계획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이들을 열차에서 떨어진 '낙오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묻는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이들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잠시 시간을 주어, 자기 삶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우리는 아이들이 잠시 멈추어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만든다.
아이들은 달리기만 하는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목표는 중학교 입학, 고등학교 입학, 대학교 입학, 취업, 결혼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목표에 도달하면 또 다른 목표가 주어지며,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한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간다. 이렇듯 주어진 목표들만을 따라가던 아이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을 줄이고, 아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두 번째 감정] 설립자의 안타까움
꿈틀리 인생학교의 설립자인 오연호 대표는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을 깊이 고민하며 이 학교를 세웠다. 그는 덴마크의 애프터 스콜레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 이러한 전환기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했다. 애프터 스콜레는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1년 동안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전환기 학교로,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길을 갈지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연호 대표는 덴마크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그곳에서 아이들이 더 많은 선택과 고민을 스스로 하도록 돕는 교육 과정을 보게 되었고, 이는 꿈틀리 인생학교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어린 학생들이 너무 일찍 경쟁에 내몰리며,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박탈당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현재의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마주한 경쟁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부모들이 겪었던 경쟁이 '성장'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끊임없는 평가와 비교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에게는 잠시 멈추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이러한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된 공간이며, 오연호 대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세 번째 감정] 아이들의 희망
꿈틀리 인생학교의 과정을 마친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가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꿈을 꾸며,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마음속에 자라나는 것은 '희망'이다. 영화는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비추며,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는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1년간의 시간이 없었다면, 그들은 여전히 앞만 보며 달리기만 했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을 하고, 사회의 요구에 떠밀려 살아가며, 마음속의 혼란과 우울을 결코 떨쳐내지 못한 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1년간 아이들에게 멈춤과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며,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이 메시지는 단순히 타인이 전하는 위로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며,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이러한 말을 건네며,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 희망을 키워나간다. 이러한 희망은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영화는 이 과정을 아름답고 진솔하게 그려냈다.
<괜찮아, 앨리스> 가 던지는 질문
<괜찮아, 앨리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만의 모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자신만의 모험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갔던 것처럼, 현재의 아이들도 다양한 모험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 속 꿈틀리 인생학교의 학생들은 비록 소수일지라도, 그곳에서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으며, 이는 그들의 삶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시기에 공부만을 강조하며, 아이들이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은 아이들을 병들게 할 뿐이다. 꿈틀리 인생학교와 같은 공간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꿈틀리 인생학교는 계속해서 운영되어야 한다. 달리기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꿈틀리 인생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는 관객들에게 지금의 교육 시스템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는 '괜찮아'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고민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괜찮아, 잠시 멈춰도 돼'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0OQgQlPHg1g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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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팀 버튼 감독의 신작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오는 9월 4일 개봉합니다.
이번 영화는 '비틀쥬스' 시리즈의 36년 만의 후속작으로, 제 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는 원작의 주연이었던 마이클 키튼과 위노나 라이더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웬즈데이>의 제나 오르테가가 출연하고, 캐서린 오하라, 윌렘 대포, 모니카 벨루치 등 화려한 캐스팅이 돋보입니다.
비틀쥬스1988
원작 <비틀쥬스>는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7,37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둔 작품으로, 팀 버튼 감독과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에게 큰 인기를 안겨준 영화입니다. 이번 신작은 한국에서 시리즈 최초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입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
Beetlejuice Beetlejuice
개요: 코미디, 판타지, 공포 | 미국 | 105분
감독: 팀 버튼
주연: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제나 오르테가, 모니카 벨루치, 윌렘 대포, 저스틴 서룩스
개봉: 2024.09.04.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유령과 대화하는 영매로 유명세를 타게 된 ‘리디아’와 그런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10대 딸 ‘아스트리드’. 할아버지 ‘찰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들은 함께 시골 마을에 내려간다. 유령을 보는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아스트리드’는 방황하던 중 함정에 빠져 저세상에 발을 들이게 되고 딸을 구하기 위해 ‘리디아’는 인간을 믿지 않는 저세상 슈퍼스타 ‘비틀쥬스’를 소환한다.
이루지 못한 ‘리디아’와의 결혼을 조건으로 내민 ‘비틀쥬스’. 이번엔 ‘아스트리드’가 ‘비틀쥬스’를 다시 저세상으로 보내야 하는데···. 저세상 슈퍼스타 '비틀쥬스'와 Z세대 반항아 '아스트리드'! 산 자와 죽은 자, 누가 남을 것인가!
안녕, 할부지
My Dearest Fu Bao
개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 한국 | 95분
감독: 심형준, 토마스 고
주연: 푸바오, 아이바오, 러바오, 루이바오, 후이바오, 강철원, 송영관, 이세현
개봉: 2024.09.04.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선물로 찾아온 만남, 예정된 이별 푸바오의 중국 귀환 일정이 결정되고, 사랑하는 이들의 아쉬움이 커져만 간다 마침내 다가온 이별의 순간, 푸바오의 행복을 위해 애써 담담해 보였던 강바오와 송바오 역시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헤어질 때를 알기에 매 순간 진심이고 애틋했던 그들 1354일, 그동안의 못다 한 이야기 안녕, 그리고 안녕…
원맨
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
개요: 액션, 범죄, 스릴러 | 아일랜드 | 106분
감독: 로버트 로렌즈
주연: 리암 니슨, 케리 콘돈
개봉: 2024.09.04.
배급: 이화배컴퍼니㈜
줄거리
전설의 킬러, 그가 다시 돌아온다! 과거를 묻고 은퇴하는 베테랑 청부살인업자. 테러리스트들이 그의 마을에 들이닥친다. 게다가 어린 소녀를 학대하는데… 지킬 것이 생겼다. 정체가 탄로났다. 처음으로 남을 위해 다시 총을 드는데… 그의 분노가 폭발한다!
52헤르츠 고래들
52-Hertz Whales
개요: 드라마 | 일본 | 136분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
주연: 스기사키 하나, 시소 쥰, 쿠와나 토리, 오노 카린, 미야자와 히오. 카네코 다이치
개봉: 2024.09.04.
배급: 해피송
줄거리
마음의 상처를 숨긴 채 작은 바닷가 마을의 외딴 집에서 살고 있는 ‘키코’. 비 오는 어느 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어린 소년을 만나게 된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소년의 SOS를 알아챈 순간, ‘키코’는 그녀의 SOS를 들어준 ‘안고’를 떠올리게 되는데… “딱 한 명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52헤르츠 고래들의 희망과 구원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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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여서 끝까지 해 볼 수 있는 것
함께여서 끝까지 해 볼 수 있는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40대 부부 레이첼과 리처드가 있습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임신을 시도하고, 수술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봤지만 다 실패했어요. 고민 끝에 입양을 결정하고 아이를 밴 젊은 여성과 연락이 닿지만, 알고 보니 관심을 받고 싶어 임신 중이라고 거짓말한 사람에게 속은 것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실패에 몸과 마음이 지칠 뿐 아니라 이들이 쓰는 비용도 점점 늘어 갑니다. 게다가 이들에게 임신은 더 이상 '프라이빗'하거나 로맨틱한 이슈가 아닙니다. 궁금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질문을 받고, 의사에게는 민감한 이야기까지 모두 다 털어놓아야 하죠.
레이첼과 리처드는 임신을 위해서 "애를 납치하는 것만 빼고 다"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로부터 마지막 방법으로 난자 기증을 추천받죠. 처음에 레이첼은 강하게 반대해요. 아이에게 자신의 유전자는 들어 있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리처드는 '따져 보면 입양보다 난자 기증이 더 합리적이지 않냐, 못할 게 뭐냐'고 설득합니다. 입양아에겐 부부의 유전자가 없지만, 난자 기증을 통해 얻은 아이는 리처드의 유전자는 갖고 있고, 레이첼의 배 속에서 품으니 그가 태내 환경을 제어할 수 있으니까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황. 결국, 이들은 자신에게 난자를 기증해 줄 사람을 찾기 시작합니다.
<프라이빗 라이프>는 누가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를 무척 좋아하고 귀여워하지만, 한 번도 키워 보고 싶었던 적은 없어서 이들이 왜 이렇게 상처를 받으면서 노력하는지 공감하지는 못했거든요. 분명 아이와 가족을 이루어 행복하고 싶은 것일 텐데 그 과정이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고, 임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 소망의 농도를 재보지 않고 계속 애를 쓰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리처드는 너무 지쳐서 홧김에 "이젠 아이를 갖고 싶지도 않아"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둘에게 아이가 그만큼 간절하구나 싶었고, 나도 좀 더 나이를 먹고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갖기 시작하면 마음이 바뀔까, 라는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원래 살던 뉴욕을 벗어나 타지의 작은 식당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부부의 모습입니다. 사뭇 긴장한 듯 말없이 문 쪽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레이첼의 손을 잡는 리처드. 서로를 보며 살짝 웃고는 다시 긴장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고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옆에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는 것. 이 영화에서 저는 그런 마음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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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브런치 문소정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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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자이지 못하는 어른들
이 영화는 터키 영화 이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추운 겨울 남자 기숙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남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 메모라는 학생이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 체벌을 당한 그 다음날 일어나지 못한다..
메모의 친구 유수프가 그의 곁을 지키면서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선생님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선생님들과 어른들은 서로의 탓이라고 우기기만 하고 결국 마지막에 유수프가 메모를 데리고 몰래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러 가다가 메모가 파이프를 머리에 맞았다는것을 알고는 안심하는 듯이 끝난다.
터키 기숙학교의 폭력성을 비판하고 무책임한 어른들의 모습을 마치 다큐 처럼 영화가 흘러간다. 이 영화의 배경이 고립된 시골에다가 겨울이어서 교도소와 비슷한 이미지 였다. 영화 초반부터 계속 창문이 깨지고 문이 덜렁 거리는 등 불안한 전개를 계속 암시한다. 또한 메모를 보건실에 거의 방치 해두고 선생님들이 보건실로 들어 올 때 어른들만 보건실의 문 앞에서 계속 미끄러진다. 정작 아이들은 미끄러지지 않고 제대로 걸어온다. 선생님들이 들어올 때 메모의 열을 재고 열은 안난다며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이런 장면들이 부당한 관습과 폭력성이 반복 될 것을 의미한다. 유수프가 마지막에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가 아프다고 말 하지만 엄마 마저도 친구는 무시하라고 하며 전화를 끊는다. 이렇게 유수프에게 진정한 보호자는 존재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유수프만 머리만 밀려있고 똑같은 샤워실, 초반이랑 똑같이 샤워를 하며 끝이 난다.
선생님들은 메모의 병에 대한 책임을 유수프에게 떠넘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책임에 대한 벌도 유수프만 받은 것이다. 유일하게 이 학교 상황을 메모의 사건으로 고발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지만 유수프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이 악습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끝나도 영화 속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맞고 아파도 제대로된 보호 조차 받지 못한 채 살 것 같다. <보호자>라는 제목도 좋았었다. 메모의 진정한 보호자는 유수프 뿐이었다. 이 학교의 보호자인 어른들은 보호자의 의무와 책임조차 지지 않는다. 마지막 머리가 깎여 있는채로 샤워를 하고 있는 결말이 엄청 강렬했었다. 결국 잘못에 대한 죄를 받은 사람은 어린 유수프 단 한명 뿐이었다. 과연 메모가 아프게되어 병원에 실려가기 전까지 잘못한 사람은 어린 유수프 한명 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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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가위 영화속 음식의 의미
왕가위 감독님의 영화에서는 식사씬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중경삼림>의 파인애플 통조림 캔, <타락천사>의 맥도날드 햄버거,
<화양연화>의 국수가게 등이 있죠.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 년으로 해야지.”라는 영화의 명대사에서 알 수 있듯
통조림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담는 메타포가 되기도 합니다.
왕가위 감독님은 한 인터뷰에서 “음식이라는 건 감정의 배출 창고 역할을 하고,
남녀 간의 욕망을 대신하는 의미도 된다”라고 밝혔는데요. 주인공이 음식을 먹을때의 표정은
어떠한지, 혼자 먹는지 혹은 누군가와 함께하는지도 영화와 인물들을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것 같습니다.
오늘은 왕가위 감독 영화의 식사씬과 영화의 명대사들을 준비했습니다.
기나긴 장마 기간동안 어디 나가기 어렵다면 음식과 함께 영화 한편 어떠세요?
영화속 등장하는 음식을 같이 준비해 놓고 주인공들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것 또한
묘미일것 같습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첸 부인’과 ‘차우’.
이사 첫날부터 자주 마주치던 두 사람은 ‘차우’의 넥타이와 ‘첸 부인’의 가방이
각자 배우자의 것과 똑같음을 깨닫고 그들의 관계를 눈치챈다.
그 관계의 시작이 궁금해진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고 감정이 깊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다.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각자의 길을 떠난다.
얼마 후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앞에 다시 나타난 ‘보영’은 무작정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 ‘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또다시 서로의 마음에 상처 내는 말을 내뱉은 뒤 헤어지는데...
킬러가 청부 살인을 하는 동안 그의 파트너는 주인 없는 방에서
침대 시트를 정리하거나 쓰레기를 검사한다. 그들은 동업한 지 155주나 되었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킬러는 이제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파트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한편, 수감번호 223 하지무는 5살 때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고 말을 잃었다.
밤마다 주인 없는 상점에 무단 침입해 장사하던 그는 어느 날 떠나버린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찰리를 만나고 그녀를 도와 밤거리를 헤매기 시작한다.
대만에서 살고 있던 아화는 홍콩에 있는 병원에서 진찰을 받기 위해
뒷골목 건달 소화의 집에 며칠 머물게 된다.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던 가운데,
소화와 아화는 점점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의형제이자 뒷골목 양아치로 사고만 치고 다니는 창파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매번 다쳐서 돌아오는 소화를 견딜 수 없었던 아화는 그를 떠나게 된다.
홀로 남겨진 소화는 형으로서 창파를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랑하는
아화에 대한 그리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을 찾아간다.
그는 그녀에게 이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게 될 거라는 말을 남기며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결국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혼하길 원하지만,
구속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비’는 그녀와의 결혼을 원치 않는다.
‘수리진’은 결혼을 거절하는 냉정한 그를 떠난다.
그녀와 헤어진 ‘아비’는 댄서인 ‘루루’와 또 다른 사랑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도 역시 오래 가지는 못한다.
‘루루’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나게 된다.
한편, 그와의 1분을 잊지 못한 ‘수리진’은 ‘아비’를 기다리는데…
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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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shokudo/일본/ 2006)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슬픔을 녹이는 기적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조용한 골목에 자리 잡은 '카모메 식당'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일상을 그린 영화이다.
카모메 식당의 주인은 일본인 여성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이다. 30대 중반에 가녀린 몸매를 지닌 그녀는 일가친척 하나 없는 헬싱키에서 일본식당을 열고 한 달째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식당의 큰 유리창 너머로 동네 핀란드 아주머니 셋만 호기심 반, 경계심 반의 눈빛을 던지다가 사치에가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목인사를 할라치면 후다닥 창가에서 떠나고 말기를 반복하는 게 그녀와 그녀의 식당이 받는 관심의 전부이다. 그러나 사치에는 느긋하다. 정성을 다하면 손님은 꼭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식당을 깨끗이 청소하고 유리잔을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닦고 또 닦는다.
그러던 어느날, 일본에 관심이 많은 미남 청년, 토미(자코 니에미)가 식당 안으로 들어와 커피를 주문한다. 사치에는 식당을 찾아준 첫 번째 손님이 너무 고마워 그에겐 올 때마다 무료로 커피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독수리 오 형제'의 주제가 가사를 아느냐는 토미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한 것이 남은 하루 내내 목에 걸린 생선 가시만큼 불편하고 답답하다.
퇴근길. 입안에서 맴도는 만화영화 주제가의 가사에 생각이 팔린 사치에는 동네 서점 한켠의 커피숍에 앉아서 두리번거리다가 일본어로 쓰인 책을 읽는 아시아 여성을 발견한다. 일본인이라고 확신한 사치에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 '독수리 오 형제'의 주제가 가사를 알아낸다. 그렇게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와 사치에의 인연이 맺어진다.
미도리는 눈을 감고 지도를 짚어 결정한 핀란드로 무작정 떠나 관광을 하던 중이었다. 달리 갈 곳도 할 일도 없던 미도리는 함께 기거하지 않겠느냐는 사치에의 친절을 받아들여 그녀와 함께 지내며 무보수로 식당 일을 돕는다.
그러던 어느날, 중년의 핀란드 사내(마르쿠 펠톨라)가 식당을 찾아와 커피를 주문하더니 사치에에게 맛있는 커피를 끓이는 비결을 알려주고 홀연히 떠난다. 그 이후 사치에, 미도리, 토미는 환상적인 커피 맛을 보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여전히 한가한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와 미도리, 토미의 일상적인 만남이 이어지고 있을 때 몸은 도착했으나 짐은 오지 않은 일본인 여성 마사코(모타이 마사코)가 식당에 와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녀의 황당한 사연을 들은 사치에는 갈아입을 옷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친절하게 묻는다. 그녀와 미도리의 친절에 마음을 연 마사코는 매일 식당을 찾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며칠 동안 식당 밖에서 안을 쏘아보다가 결국 문을 열고 들어와 주문한 술을 마시고 취해 쓰러진 핀란드 여성 리이사(타르자 마르쿠스)를 마사코가 능숙하게 응급처치한다. 마사코가 핀란드에 오게 된 사연인즉, 오랫동안 몸져누워 앓던 부모님의 간호에 매달려 갇힌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소개한 핀란드인들의 엉뚱한 여유에 마음이 끌렸던 것. 부모님이 연이어 돌아가시자 마사코는 주저하지 않고 핀란드로 날아왔다고 했다.
네 여성과 한 젊은 청년의, 주인과 손님이 구분되지 않는 사귐과 오감의 일상 속에서 '카모메 식당'의 손님은 점점 불어난다. 그리고 사치에가 핀란드에서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주먹밥을 주 메뉴로 내걸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까닭도 밝혀진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두드러진 스타일은 negative volume과 긴 pause이다. 네가티브 볼륨이란 Herbert Zettl이 그의 저서 "Sight, Sound, Motion: Applied Media Aesthetics"에서 정의한 용어로, 한마디로 말하면 '빈 공간'이란 뜻. '빈 공간'과 자신만만한 '긴 호흡'은 핀란드의 영화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그것이 어쩌면 핀란드의 특징이며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손님이 찾지 않던 '카모메 식당'의 빈 공간이 동네 손님들로 채워짐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빈 마음(외로운 마음)들도 우정으로, 삶의 좌표의 발견으로, 혹은 떠났던 남편이 다시 돌아온 기쁨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러한 채워짐의 실현이 있기까지, 주인공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꿈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을 간직한 채 기꺼이 일상의 반복에 몸과 마음을 성실하게 싣는다. 그리고 그 긴 호흡의 삶 속에서 꿈을 이루기 위한 실천을 하는 동안 타인에 대한 관심과 친절, 배려 등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 사실 인간다움이란 긴 호흡의 삶에서만 찾아질 수 있는 덕목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는 기적. 연기처럼 나타난 사내가 맛있는 커피를 끓이는 비법과 '코피 루악'이라는 주문을 사치에에게 알려준다. 돌아온 마사코의 가방 안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버섯이 들어있다. 리이사의 남편으로 짐작되는 사내는 저주의 마법에 걸린 후에야 기적처럼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기적은 각자의 슬픔을 위로하며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기까지 견딜 수 있는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한다.
반복되는 미도리의 대사,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다"에서 드러나는 우주 혹은 운명 앞에서의 겸손함이 아마도 기적이 일어나는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똑같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듯 보일지라도, 일상 앞에서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하면, 사실은 우연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이 우리가 아직 깨닫지 못한 필연의 작용 방식이며, 그 작용의 법칙을 만들어내어 적용하는 절대적인 누군가가 있음을 문득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2021. 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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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원자의 길을 택하다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성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운이 필요하다. 그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에서 얻어볼 수 있는 일종의 보너스 점수 같은 것이다. 그렇게 운이 조금 따라줘야 자신이 원하는 운명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운이 들어오는 때를 알기 위해 사주나 점을 보고 기도를 한다.
그런 식으로 미래를 알게 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우리는 그렇게 좋은 시기나 불운의 시기를 듣고 해당 시기가 되면 그것에 맞추어 행동한다.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는 것처럼 준비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진짜 사주나 점에서 들었던 것과 같이 비슷한 결과가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넘기지 못한다. 자꾸만 신경 쓰고 또 신경 쓰면서 좀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영화 <듄> 시리즈의 주인공 폴(티모시 샬라메)은 미래에 대한 환영을 본다. 꿈속에서 혹은 스파이스가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마다 특정한 장면들을 보고 그것이 미래에 벌어질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좋은 모습, 나쁜 모습이 모두 있는 그 환영은 폴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그런 미래의 비전이나 신호에 예민하다. 마치 자신들이 느끼는 혹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미래의 예언이 모두 실현될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에 의해 각기 다른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감정 - 폴 무앗딥 우슬 아트레이데스의 두려움
폴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폴, 무앗딥, 우슬, 아트레이데스 같이 그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많다. 그만큼 그에게 많은 짐이 주어졌다고 볼 수 도 있다. 몰락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복수를 하고 그 이후 다시 가문을 일으킬 때까지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 게다가 그는 사막에 사는 일부 프레멘들에게 예지 된 구원자일 거라는 기대도 받는다. 그가 어렵게 살아남은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가문에게도, 프레멘들에게도 구원자가 되라는 보이지 않는 강요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꿈에서 미래를 본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결말이 찾아오는지. 미래의 모습에서 전쟁을 보고 민중들의 고통을 본다. 그건 결국 자신이 전면에 나서 복수를 하고 우주 전쟁들 벌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이 예지자로서, 조직의 영웅이 되어 전쟁에 참여하는 것에 굉장히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건 자신이 가져올 질병과도 같은 것이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그 미래 때문에 자기 자신을 일종의 질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폴은 분명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영민하고 용기가 있다. 무엇보다 모든 일에 침착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 이야기 속에 폴이 등장할 때마다 그가 좋은 리더라는 것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 그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런 마음과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가 좋은 영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그는 이야기의 후반부에 어떤 계시를 받고 전면에 나선다. 그리고 그가 예지에서 본 여러 상황들을 미리 예측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사람들을 전쟁 속으로 이끈다.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며 그의 뒤를 따르지만, 그건 결국 파멸의 한가운데로 모두를 던져놓는 건 아니었을까? 폴이 느끼고 있던 그 두려운 상황처럼 말이다.
두 번째 감정 - 레이디 제시카의 두려움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아들 폴을 지키려 애쓴다. 그녀는 암막에서 모든 가문을 조종하고 있는 베네 게세리트다. 베네 게세리트는 아주 오래전부터 프레멘들에게 언젠가 구원자 리싼 알가입이 나타나 모두를 구원할 거라는 소문을 퍼트렸다. 마치 종교적 믿음처럼 그것은 남부 지역의 프레멘들에게 신앙이 되었다. 그 상황 속에서 등장한 폴은 그들에게 거의 완벽한 구원자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코넨 가문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외지인, 그리고 사막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정신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폴은 그런 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증명하고 있었다.
레이디 제시카는 자신의 아들을 잃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두려움은 <듄> 1편에서 폴이 헬렌 모히암(샬롯 램플링)에게 능력을 시험받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제시카는 아들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까 봐 손을 벌벌 떨며 기도한다. 이 두려움은 파트 2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녀는 프레멘들이 머무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바로 프레멘들의 대모가 되기 위해 일종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다.
그녀는 신비한 물을 마시고 어떤 비전을 본다. 죽음에서 돌아온 그녀의 모습에는 단호함이 있다. 그 단호함을 만드는 건, 자신의 아들인 폴을 살려야겠다는 위기의식이다. 아들을 진짜 예언된 영웅으로 만들지 않으면 폴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제시카는 아주 단호하게 아들에게 영웅이 되는 길을 가라고 이야기한다. 미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것이 깨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 두려움의 큰 축을 지탱하고 있다. 폴과 제시카 모두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결국에는 그런 미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절망에 가까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세 번째 감정 - 챠니의 두려움
챠니(젠데이야 콜먼)는 사실 구원자 혹은 영웅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는 폴이 처음 프레멘 집단에 들어올 때부터 그를 달갑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적응 능력과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믿을 수 있는 그의 행동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연다. 챠니는 폴에게 사랑을 느끼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되지만 챠니에게 폴은 구원자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그가 프레멘 집단에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폴이지만 챠니에겐 그저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다.
폴이 가진 두려움에 대해서 챠니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을 괴롭히는 하코넨을 이겨내려면 결국 폴이 원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챠니도 승리를 위해 같이 공격을 하길 원하지만 폴이 본격적으로 신적인 구원자의 행동을 보이자 챠니는 두려움을 느낀다. 사랑하는 폴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녀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하고 그건 반항으로 이어진다. 모든 프레멘이 폴을 구원자로 인정했지만 챠니만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영화 후반부 챠니의 눈빛은 실망감으로 가득하다. 결국 폴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 구원자의 신화에게 연인을 빼앗겼다는 분노. 챠니의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에 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간다. 폴의 복수가 완성되어 가는 모든 과정에서 챠니는 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동정심과 분노가 섞여있다. 어쩌면 챠니의 이 복잡한 감정이 앞으로 이어질 다음 이야기에서 폴의 운명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폴을 이해하고 또 사랑하는 챠니는 폴의 미래를 그렇게 받아들인다.
영화 <듄 파트 2>는 장엄한 스페이스 오페라다. 이번 파트 2에서 주인공 폴과 그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구원자의 자리에 올라서는 폴은 자신이 그 두려움을 직접 감당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만든다. 영웅이 짊어져야 할 짐이 꽤나 무겁게 느껴진다. 그의 두려움은 뛰어난 미장센과 좋은 상상력으로 구성된 세계에 그대로 담겼다. 여기에 영화음악을 담당한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그 장엄한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자신의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폴 아트레이데스는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그가 꿈속에서 보던 장면들이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함으로써 다른 결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암울한 미래를 보고서도 결국 그 길을 선택한 폴의 결정을 보고 나면 그다음 이야기가 이내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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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가 갈린 베놈 완결판 액션(?)드라마 / 액션보다는 브로맨스 / 라스트 댄스 / 감동적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베놈: 라스트 댄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1개, 끝나고 1개, 총2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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