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2024-10-02 23:59:22
다르다는 게 틀린 건 아니니까, <위국일기>
<위국일기> 시사회 리뷰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절연한 언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소설가 ‘마키오’는
홀로 남은 조카 ‘아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아사’를 향해
수군거리고
이를 참지 못한 ‘마키오’는
홧김에
‘아사’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을까?
🔖평범하지만 특별한 동거
누적 판매 180만 부를 기록한 야마시타 작가의 동명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위국일기>. 베스트셀러 작가 '마키오'가 절연한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언니의 딸이자 자신의 조카인 '아사'를 본인 집으로 들이게 된다. '버려진 대야 같은 신세'라고 사람들로부터 낙인이 찍힌 '아사'를 보고 충동적으로 보호자를 하기로 결정한다. '마키오'는 자신의 언니한테는 장례식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만큼 나름의 악감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의 화살이 '아사'한테까지 갈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른 나라에서 쓰는 일기', '어긋난
나라의 일기' 라는 제목이 나타내는 것처럼 '마키오'와 '아사'는 서로 다른
생활방식, 성격으로 함께 사는 데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엄마' 혹은 '언니' 라는 인물을 향한 감정 자체가 다르기에, 그 갈등은 더 심해져갈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듯하며 끊길 듯 안 끊기는 이 관계를 지속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귀엽고 예쁜 여자 캐릭터의 축복이 끝이 없다..
만화 원작을 안 봐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영화를 보고나니 개인적으로
만화를 꼭 보고싶은 마음이다. 물론 러닝타임이 130분이
넘어 꽤 길었음에도 평온하고 따뜻한 방법으로 관객을 집중시켰다. 어른이 되어도, 나이가 여전히 들어가도 '성장'이라는
건 누구나 다 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아라가키 유이 배우가 맡은 '마키오' 배우의 감정선이 다소 갑작스럽게 보였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인물의 심경 변화 서술이 쪼금 평이하게 다가왔다. 그치만 원작의 전부를 다루지 않았으며 '아사'가 밴드에 들어가 노래하는 부분에서 결말이 맺어진다는 점이
더욱 좋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깔끔하게 끝났다는
느낌이다. 실제 다른 후기들을 찾아보니까, 원작에 비해 분위기가
밝다는 평이 꽤 보이던데 맞는듯하다.
사실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연출, 원작 비교 등등 다 괜찮고 보통이었지만!!! 어쩜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마다 다 귀엽고 예뻐서.. 원작 만화도
이런가?? 싶은 생각이었다. (이 부분 때문에 더더욱 만화를
찾아보고 싶음..) 만화찢고나온 여자 배우들이 계속 해서 나오는데 그래서 몰입이 더 잘 되었던 기분이었다.
별점 3.5 / 5 일본 작품의 훈훈한 분위기를 가볍게 느끼고 싶다면!! 보는 걸 추천한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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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 리뷰
※ 스포일러 주의
하늘길이 막혀 국가 간 여행이 막혔다.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바꾸어 일상을 잊는 게 그 어느때보다 어렵다. 그렇다면 화려한 액션으로 가득 찬 영화를 봐야 하는 게 아닐까.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올해 개봉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25번째 장편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는 나쁘지 않은 오락 영화였다. 좋았으면 좋다고 하면 될 텐데 수식어가 괜히 길어진 까닭은, 이 영화에 대해 만듦새가 훌륭하다고 평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서사의 개연성이든, 연출면에서든. 하지만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 역시 적지 않고, 이번 리뷰에선 내가 주목한 점에 대해 간단히 적어볼 생각이다.
출처: 다음영화포토
사진 출처: 다음 영화 포토웬우: 망가진 영웅
아마 신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웅 서사 구조의 원형을 분석한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이란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캠벨의 서사구조를 전형적으로 따랐다고 보긴 어려운데(보글러 모델을 따랐다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을 꺼내온 것은 '빌런'으로 소개된 웬우(양조위)의 일대기가 캠벨의 서사 구조와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기원을 알 수 없는 데다가, 웬우는 텐 링즈라는 초자연적 아이템을 획득하여 영생을 누리는 자로, 평범한 인간이라기보단 신격화된 인물에 가깝다. 더군다나 그는 자신의 위대한 정복자로 자신만의 세계를 꾸린 후 잉리(진법랍)라는 신비스러운 여인과 결혼에 성공한다. 이 과정은 지극히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한 장면이다. 과업의 달성과 신비스러운 여인과의 혼인 말이다. 물론 이런 의문이 생길 순 있다. 그가 이러한 대접을 받을 만한 인물인가?
그러나 이러한 의문을 깊게 파고들기 어려운 까닭은, 스크린 묘사된 웬우라는 인물의 천 년 지배는 너무도 짧은 대사로만 지나갔기에 그의 모든 결정이 악하기만 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이밖에도 역사 속에서 우리는 정복자가 곧 영웅으로 떠받들여졌다는 것을, 정복의 과정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한들 치세가 안정적이었다면 역사서는 그를 위대한 전사로 서술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기에 파편화된 단서만으로 이 웬우라는 인물을 뼛속까지 사악한 악인으로 점찍는 것은 점차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결과론적으로 세상을 망가뜨리려 한 행동의 본질적 요소는 아내의 부활이자 가정의 회복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주인공인 샹치(시무 리우)가 결국 아버지의 공과 과를 모두 물려받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웬우를 완전한 악인으로 묘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했겠지만.
그럼에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웬우를 주인공인 샹치가 넘어서야만 하는 시련으로 규정한다. 이는 그저 웬우가 완전한 빌런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다만, 구시대에서 필요로 했던 타입의 영웅이었지 현대의 우리에게 어울리는 영웅이 아니기 때문이다. 웬우의 추락은 어찌 보면 운명적인 측면이 있다. 그는 천 년간 다양한 이름을 사용하며 분열된 정체성으로 시대를 부유하였음에도 늘 자신의 본명만큼은 잊지 않았고, 늘 자기 자신으로 회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러나 잉리가 나타난다. 그는 웬우를 웬우로 호명하며, 흩어진 그의 다면적인 모습을 본연의 자아로 고정시켰다. 홀로 자신을 잊지 않는 것과, 타인이 자신을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며 세상에 고정시키는 것은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웬우라는 이름이 천 년의 고독 속에선 결코 획득할 수 없었던 정체성은 그러나 몇 년의 시간 후 사라진다. 결과는? 자아의 망각이다. 그는 잉리가 존재하기 전 자신이 규정했던 웬우로도, 잉리가 존재했던 시절의 웬우로도 완벽히 돌아갈 수 없다.
영웅과 비영웅의 차이는 삶을 통해 목도하는 운명적인 순간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웬우는 자신의 세계가 일그러졌을 때, 즉 잉리를 잃고 평화를 상실한 시련의 순간에 단독자로서 복수를 하겠다는 구시대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택했다. 새롭게 부여받은 아버지라는 정체성을 키워내지 못한 것, 그것이 그가 추락한 주요 원인이다. 영웅이 된다는 건 자신의 손에 누구도 넘보기 힘든 힘과 권위가 달려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마땅한 도덕의식을 흔들리지 않고 지닐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런 힘이 없더라도 가슴이 메일만큼 처참한 순간, 주변을 돌보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지와 같은 요소조차 영웅의 조건일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거대한 신분과 거대한 힘이 지배하는 세계는 벌써 백 년도 전에 무너졌다. 소박하지만 지겹고 질곡 많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물음이자, 영웅이 답해야 하는 질문은 어쩌면 이런 것들일 것이다. '살아가야만 하는 그 순간을 어떻게 살아 나갈 것인가.'
출처: 다음 영화 포토
사진 출처: 다음 영화 포토탈로: 완전하지 않은 별세계
웬우는 천 년을 산 인물이기에, 그는 그 자신이 스스로의 조상이자 고향인 하나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아내인 잉리의 고향 탈로는 조상으로부터 이어진 개인,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각각의 타인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공동체가 거주하는 특별한 장소이다. 하지만 웬우가 숲과 동굴을 통해 탈로에 수평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 알 수 있듯, 웬우와 탈로는 둘 사이에 위계가 존재하는 수직적인 세계가 아닌 평등한 세계관이다. 정복자라는 속성을 띈 웬우와 평화로운 별세계처럼 보이는 탈로는 색상을 비롯한 여러 테마에 있어서 지독히도 달라 보이나, 사실 비슷한 점 역시 무수히 많다. 탈로는 어둠의 드웰러를 봉인한 장소이자, 웬우라는 외부자를 철저히 배격하는(그의 변화 가능성을 믿지 않는) 폐쇄적이고 정체된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이 진실로 평화롭기만 한 무릉도원이었다면 탈로에선 남녀가 평등하게 무술 훈련을 받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며, 잉리가 성인이 된 자신의 자녀를 위해 갑주를 예비할 이유도 없었으리라. 언뜻 선인의 세계처럼 보일지언정, 탈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을 품고 있는 아슬아슬한 세계다.
나는 위에서 웬우를 악인이라기보단 ‘비영웅’정도로 묘사했는데, 영화 내에서 파멸적인 악惡을 꼽아야 한다면 어둠의 드웰러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크리처 무리는 다른 생명의 영혼을 흡수하며 텐 링즈를 통해 아이템의 소유주를 홀릴 만큼의 지능과 마력을 지녔다. 언어 능력조차 없어 소통이 불가한 그들은 순수한 공포 그 자체이다. 흥미로운 건, 영화 내에서 가장 신화적인 장소에서 노골적으로 힘을 원하고, 사악한 크리처가 등장하였음에도 영화 내 인물들은 어둠의 드웰러를 맞서 싸워야 하는 상대로는 인식할지라도 증오나 원망 따위의 감정을 비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샹치와 샤링(장멍일), 케이티(아콰피나)는 외부인이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탈로 주민들 역시 그들의 시간과 장소를 모두 묶은 역사가 존재함에도 그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일종의 ‘현상유지’다. 탈로가 간신히 모면한 평화 위에 세워진 세계일지언정 불안한 진동을 감내한다.
이때 도달하는 것이 바로 웬우라는 외부인, 혹은 외부 세계다. 그는 자신의 절반을 찾기 위해 봉인된 문을 깨부숴야 하는 인물이다. 설령 그것이 날 눈멀게 한 거짓이라 하여도.
비슷하면서도 달랐던 탈로와 웬우의 충돌은 탈로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영화가 탈로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역시나 그들이 무작정 옳거나 신령한 용과 함께 하는 이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탈로가 공동의 시간과 지혜로 다듬어진 협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탈로는 어둠의 드웰러들과 전쟁을 함으로써 조상 대대로 이어온 '봉인된 문의 수호'라는 목적성을 상실하였고, 이는 세계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릴 위기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탈로라는 세계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웬우처럼 단독자가 아니며, 거주민 개개인은 서로에게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샹치가 잉난(양자경)을 통해 쥐고 있던 손을 피게 되었듯, 탈로 세계의 인물들은 샹치 세계의 인물을 통해 문을 봉인과 위협에 시달릴 이유가 없어졌다. 그렇다, 끔찍한 사건이라 해도 오로지 나쁜 결과만 몰고 오진 않는다.
출처: 다음 영화 포토실패한 아버지조차 계승하는 영웅
유럽의 신화나 미국의 히어로 영화를 보다 보면 친부 살해 모티프나 주인공의 가족 관계가 단절된 설정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미국에서 제작된 히어로 영화임에도 빌런으로 묘사된 아버지 웬우와 차기 세대의 영웅인 샹치가 화해할 뻔한 장면이 있다. 샹치는 (영화 내에서 그가 다짐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다른 영웅들처럼 아버지를 살해하고, 그의 힘만을 취한다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외친다. 우리에겐 당신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는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지 않으며, 영화 말미엔 직접적으로 그를 추모하기까지 한다(그러나 완전한 용서인지는 알기 어렵다). 나에겐 영화의 이 지점이 가장 눈에 띄었던 것 같다. 21세기에 영웅이 될 수 없었던 아버지를 계승하는 젊은 영웅의 미래는 기대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마 이 영화는 트릴로지의 첫 번째인 만큼, 샹치가 어떻게 텐 링즈를 물려받게 되었는지를 풀어나가는 일종의 프롤로그 부분에 해당할 것이라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즉, 샹치를 흔들어 놓을 진정한 모험이 시작된 순간은 아닐 것이라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모험을 통해 샹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케이티와 펍에서 술을 마시고, 웡과 노래방에 간다. 더 이상 호텔 직원은 아닐 수 있겠으나, 그저 그뿐이다. 특히 그가 지녔던 증오나 두려움은 일부 해소된 듯 보이나, 타의에 의해 제거된 것으로 완전한 극복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더더욱. 물론 샹치는 아버지의 텐 링즈를 물려받았고 어머니의 고향에서 용의 힘을 배웠다. 그러나 영웅이라는 정체성은 단순히 ‘힘’을 획득하여 악하게 쓰지 않거나,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대항하는 순간에 얻어지는 이름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발적인 책임 혹은 신념을 자각하는 각성의 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펼쳐질 샹치 트릴로지에서 주인공은 션이 아닌 샹치라는 본래의 이름으로 회귀한 만큼 자신이 정녕 누구인지를 의식적으로 깨닫는 모습이 필요할 텐데, 이러한 서사를 기존 서구 영화 속 히어로와는 다른 결로 풀어나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는 열다섯에 달려 나오며 숨기고 잊었던 자신의 과거를 앞으로 결코 숨길 수 없을 것이며, 숨겨서도 안될 것이다. 한 인물의 공과를 우리는 선택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샹치는 잉리는 물론, 웬우까지 포함하여 다채로운 모습을 모두 포용하되 더 나은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서사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다면적인 선과 악 사이에서, 서양과 동양이라는 이분법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을 넓은 스펙트럼의 세상에서.
출처: 다음 영화 포토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해 지금 왈가왈부하는 건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아직 트릴로지가 종료된 시점은 아니니까. 그리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로 시작한 영화의 트릴로지가 혼자 올곧게 서고자 하여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넓은 세계에서 샹치는 여러 캐릭터들과 뒤엉키게 될 운명인지라, 이 캐릭터의 일관성이 과연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인간적이었으나 정의로운 이는 아니었던 아버지의 공과를 물려받은 이가, 어떻게 자신을 영웅으로 정의하고 성장할 지에 대해선 정말이지 기대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2021 여름이 저물었다는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양 무더위가 계속되는 요즈음이다. 하지만 타오르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시선을 바꾸어본다. 올 가을엔 여름의 발자국이 그 어느 때보다 짙게 남아있으리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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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어진 만큼 얕아진 마녀 유니버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The Witch : Part2. The Other One, 2021)
"넓어진 만큼 얕아진 마녀 유니버스"
개봉일 : 2022.06.15.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액션
러닝타임 : 137분
감독 : 박훈정
출연 :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진구, 성유빈, 조민수, 이종석, 김다미
개인적인 평점 : 3/5
쿠키영상 : 1개 (크레딧 후)
Part.1 개봉 이후 꼭 4년 만에 마녀 Part.2가 개봉했다. 영화 <마녀>의 세계관엔 여러 실험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초능력 인간들이 존재하고, 1편의 주인공 '구자윤’은 폐기 명령이 내려진 2세대 실험체였다 . 이 초능력 인간들을 어디에 쓰려고 개발했는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 뒤 사정을 생각하면 대략 이들을 하나의 전쟁 무기로 쓰려고 실험을 시작한 게 아닐까 추측된다.
인간을 개조하는 실험은 당연하게도 상당히 비인간적으로 진행되었고, 자윤은 살생, 폭력을 교육받으며 강력한 마녀로 자란다. 실험체들이 너무 강력해지자 통제의 위기감을 느낀 실험자들은 실험체들을 모두 폐기하려 하고, 그들 중 가장 힘이 강했던 자윤은 연구소를 파괴하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지나고,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던 자윤 앞에 연구소 사람들이 나타나며 <마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봉 당시, <마녀>은 새로운 액션 스타일과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시선을 끌었고, 많은 관객들이 '박훈정 감독의 마녀 유니버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했었다. 하지만 박훈정 감독은 2019년 차기작으로 <낙원의 밤>을 공개하였고, 마녀를 기다리던 팬들은 이 세계관이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더랬다. 하지만 존버는 승리한다고, 4년 만에 드디어 차기작이 나왔다.
넓어진 마녀의 무대
<마녀 2>는 김다미 배우의 뒤를 이을 새로운 마녀, 신시아 배우의 등장과 함께 확장된 세계관과 더욱 발전된 액션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고, 이 예고는 60% 정도 맞았다. 자윤이 사라진 뒤 그가 습격했다는 상해 랩에서 빠져나온 토우들과 여전히 실험이 진행되고 있던 '아크’에서 살아남은 소녀, 그리고 강력한 2세대 실험체들을 폐기하기 위해 동원된 1세대 실험체들과 백총괄의 건너편에 서있는 책임자 장, 소녀를 구해준 경희와 그를 노리는 조직 보스까지. <마녀 2>에서는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며 마녀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밝혀지고, 현재 그들이 가진 여러 목적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어낸다.
근데 이 넓어진 세계관은 장점으로도, 또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수가 많은 만큼 집중도는 조금 떨어진다. <마녀 1>에서 자윤이 연구소를 탈출하고, 자라고, 다시 정체성을 찾기까지의 과정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왔던 것에 비해 <마녀 2>의 주인공 소녀의 이야기는 딱히 와닿는 구석이 없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시간의 길이가 짧기도 했고, 여러 인물들을 조명하다 보니 소녀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떨어진다. 그리고 전편에 비해 가벼운 분위기의 장면들이 많이 삽입됐는데 그 장면들이 귀엽긴 했으나 이야기의 흐름을 흐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발전한 액션에 비해 이야기가 크게 흥미롭지 않아서 그런지 사실 액션신을 제외하면 재미를 찾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마녀 2>는 마치 <마녀 3>를 위한 하나의 다리, 다음 시리즈의 재미를 위해 여러 요소를 추가하는 확장의 단계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차후 시리즈에서 빛난다면 <마 녀2>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고, 만일 3편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면… <마녀 2>는 그저 마녀 유니버스에 있어 얄팍하고 부실한 하나의 조각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마녀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이 3부작이 용두사미가 아닌 마지막까지 멋진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로운 얼굴의 발견
<마녀>은 당시 신인이었던 김다미 배우를 주연으로 세웠다. 김다미 배우는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신인답지 않은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스타가 되었고, <마녀> 이후로도 승승장구하며 대체할 수 없는 매력적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마녀 2> 또한 신인인 신시아 배우를 주연으로 선택했는데, 김다미 배우의 첫 등장이 워낙 강력해서인지, 전편에 비해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정도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김다미 배우와 비슷한듯하면서도 다른 분위기의 표정과 외모, 다른 배우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에너지. 공식 석상에서 보여준 귀여운 모습까지… 나는 오늘부터 이 배우를 열심히 팔로우하기로 다짐했다.
호불호가 나뉠 액션들
위에서도 언급했듯, <마녀 2>의 이야기는 넓어졌을 뿐, 깊이는 눈에 띄게 얕아졌다. 하지만 액션은 강해졌다. '초능력자’라는 주인공에 걸맞게 시원하고 빠르게 쳐내려 가는 액션과 염력을 이용한 액션, 그리고 위압감을 주는 비주얼과 음악의 조합이 좋았다. 히어로 영화가 아닌 장르에서 이런 액션을 볼 수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너무 애니메이션 같아 오글거린다는 불호 평도 꽤 있는듯하다. 사실 나는 <낙원의 밤>에서 조금 실망을 하는 바람에… <마녀 2>가 좀 괜찮아 보였다.
이번 영화의 액션신들은 다른 의미에서도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15세 관람가치고는 잔인한 장면이 꽤 많기 때문이다. 흰 눈과 서슬 퍼런 화면에 검붉은 피가 낭자하는 장면은 인상적임과 동시에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관절이 꺾이거나 날카로운 물체가 신체를 관통하는 모습 같은 것들이 많이 나오니 평범한 15세 관람가 정도의 잔인함을 생각하고 간다면 조금 놀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비위가 상한다고 싫어할 수도 있고 말이다.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
<마녀 2>는 전편에 비해 훨씬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캐릭터는 크게 4개의 팀으로 나뉜다. 아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백총괄, 망실된 실험체를 폐기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조현과 톰, 상해 랩에서 풀려난 토우 무리와 이들에게 붙은 조직 폭력배 용두, 소녀를 도와준 경희 남매.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소녀를 쫓아 제주도에 도착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양한 목적과 모습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건 좋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영화가 끝난 후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는 본사 요원인 조현과 톰 콤비뿐이었는데, 이 또한 아마 캐릭터 자체보다는 서은수 배우가 가진 본연의 매력과 조현과 톰 캐릭터의 케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걱정 이상으로 잘 해낸 배우가 있기도 하고, 캐릭터의 특성 때문인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도 있는데, 이 아쉬움은 혼자만 간직하기로…
계속되어야 하는 마녀 유니버스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 새로운 유전자 변형 생물은 격리하라" 영화에 나오는 이 문구처럼 나는 "마녀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 세계관을 답습하는 것만 경계한다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액션과 독보적인 캐릭터성, 세계관이 가진 무게감을 처음처럼 쭉 이어간다면 마녀 유니버스는 앞으로도 오래 화자 될 액션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녀 2>가 이들의 한계가 아닌 잠깐의 헛디딤이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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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빠진 날 달에다 데려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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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우주선을 타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케팅 전문가 켈리(스칼렛 요한슨)다. 못 파는 건 없다. 아니 이야기로 못 만드는 건 없다. 이 세상 존재하는 어떤 것에도 사연을 만들어서 파는 켈리. 왠지 그동안의 과거가 묘연한 사람이지만 확실한 인싸들에겐 거칠 것이 없다. 어느 날. 어떤 남자가 켈리를 찾았다. 그 남자는 모 바커스(우디 해럴슨). 모 바커스는 이내 곧 자신을 소개한다. "왜 차 같은 거나 팔아요? 당신은 더 큰 걸 팔 수 있어요"라는 모. 모는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켈리에게 '나사(NASA)에 취업하지 않겠냐'라고 묻는다. 제안만 하면 다행이다. 금세 켈리의 숨겨진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나랏일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상처 투성이의 과거를 숨겨주겠다는 모 바커스. 켈리가 나사(NASA)에 들어갈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그리고 그곳엔 듬직한 남자 콜 데이비스(채닝 테이텀)가 있었다. 한참 우주에 우주선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미국 정부와 나사. 켈리는 마케팅 전문가로서 나사에 합류한다. 하지만 모의 제안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과 세계가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건네는 모 바커스. 속이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우주에 도착하거나 셋 중 하나다.
샌드위치형 구조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야기의 구조다. 이 영화의 구조는 크게 두 갈래다. 첫째. 포스터에 대문짝 하게 걸려있는 채닝 테이텀과 스칼렛 요한슨이 펼치는 로맨스/코미디다. 마케팅 전문가인 여자와 NASA에서 근무하는 우주 전문가인 남자. 두 남자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이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는 장면이 아주 흥미롭다. 첫 장면. 여자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에 불이 붙는다. 이과생인 남자는 그 책에 '불이 붙는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여자는 일종의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진짜 책에 불이 붙어서 건넨 말이었다. 문과형 여자와 이과형 남자가 불에 대한 반응으로 성격을 보여준 예시가 될 것 같다. 이건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마음을 고백할 때 보여주는 대사에서도 읽을 수 있다. 남자는 여자의 구역에 다가가려 용기 내 한 마디를 건넨다. 하지만 남자는 서투를지언정 솔직하게 나 자신을 보여준다. 반대로 여자는 능수능란하기'만'하다. 본인도 본인의 진짜 속내를 보여주는 대신 피상적인 것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차이가 두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장르적인 속성을 한 방에 요약했다. 서투를 순 있어도 나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남자. 사람을 대하는 것에서는 능수능란하지만 진짜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없는 여자가 그 장면에 그대로 나온 것이다. 이거야 말로 사랑 영화에서 기대하는 낭만적인 성격 그 자체 아니겠어? 서로의 결핍을 채우는 사랑을 바라기 때문에 (글쓴이 같은) 솔로들이 이런 장르물에 열광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 작품에 그대로 나와 좋았다.
다른 이야기는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음모론이다. 음모론이 뭐야? ‘어떤 상황이 사실은 거짓말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것이 음모론이다. 그럼 이 음모론을 둘러싼 세 가지 서스펜스가 일어난다. 1) 진짜 거짓말인지 아닌지 2) 거짓말이다 하더라도 이 거짓말이 들키지는 않을지 3) 영화의 주요 과제인 두 사람의 일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가 영화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도 있잖아? 영화가 이야기의 동력을 하나로 유지하지 못하고 각자 주장이 강하면 난잡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아니다. 이 영화가 이야기를 조립하는 데 있어 굉장히 정교했던 이유가 따로 있는데, 모 버커스(우디 해럴슨)를 등장시킨 것이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 좋은 선택이었다. 이 인물이 이 세 가지 서스펜스를 모두 끌고 가면서 동시에 모에 대한 캐릭터들의 반응을 다각화시켜 이야기의 패턴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 이 모 바커스라는 인물은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 켈리라는 인물과 공통점을 가진다. 서스펜스와 로맨틱/코미디가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이기도 한데,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한다.
'로맨틱'한 '영화'
글쓴이가 이 영화를 다 보고 느꼈던 건 고전적인 할리우드의 향취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결핍과 그에 따른 관계성을 가져왔다는 것이 그 고전적인 향의 근원인 듯하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영화가 있다. 또 <쉘부르의 우산>이란 영화가 있다. 이 두 1960년대 영화의 공통점. 두 사람 간의 결핍을 영화의 중심 배경이 되는 공간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정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는 사랑하고 싶은 남자와 사랑받고 싶은 여자의 관계를 아파트와 열쇠라는 것에 비유한 영화다. 아파트, 그러니까 집은 인간사에 있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다. 사랑이 아파트처럼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는 비유를 영화에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플라이 미 투 더 문>과의 공통점. 음모론의 성격과 사랑의 성격에 공통점을 찾아 낭만적인 속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쉘부르의 우산>이라는 영화는 소재를 통해서 사랑의 힘을 믿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재를 둘러싼 캐릭터들의 리액션에는 인물들 간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게 밑줄 그어져 있다. '이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건 없다!'를 믿고 있는 영화라 후반부의 전개가 특히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켈리의 비밀을 바탕으로 사랑의 힘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켈리의 정체성이 모호하게 표현되는 영화임에도 두 사람의 사랑이 낭만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 이 영화가 <쉘부르의 우산>같이 관계의 의미를 통해 한 사람의 존재를 믿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 이 <플라이 미 투 더 문>에는 현실과 영화 사이에 관한 견해가 담겨있기도 하다. 이 영화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남자주인공 콜. 이 사람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데 있어 정말 싫어하는 것이 있다. 바로 누군가가 개입하는 것이다. 있으면 있는 그대로가 좋지 마케터(켈리)가 붙고 영상으로 생중계를 하고 이런 거 다 거추장스럽다. 이 콜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태도는 중후반부 찍고 어떤 인물이 무언가를 이끄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인물은 어떤 공간의 세세한 특성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낸 인물이다. 사실적인 질감을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 일종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두 묘사는 영화가 두 인물을 겹치게 보여주면서 어떤 것을 강조했다고 읽을 수 있다. 반대로 이 태도와 정반대에 있는 것이 켈리의 태도다. 켈리는 연출이 들어간 무언가가 있다 하더라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NASA는 진지한 집단이다. 광고 가판대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금기를 부수고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끌여와 ‘각자의 NASA’를 만든 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켈리의 활약이다. 이런 태도는 고전 영화사에서도 읽을 수 있다. 영화에 언급되는 큰 이름 스탠리 큐브릭은 인위적일지언정 그 안에서 풍기는 이미지의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킨 영화감독이다. <배리 린든>이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이미지는 영화라는 매체에 매혹될 수 있는 1차원적인 요소, 시각적인 것과 상상력의 힘을 집약시켰다고 생각한다. 이걸 카메라를 있는 그대로 담는, 테런스 멜릭스러운 사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까? 글쓴이는 대치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 사람(큐브릭)이 1960년대 이후 활동했던 전력을 보면 거진 다 원작이 있다. 원작 그대로가 아닌 변형을 추구한 켈리의 태도와 겹쳐지는 것이다. 이 두 태도는 사실 영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태도로 읽어도 아무 무리가 없다. 우리 한국영화에서도 홍상수와 박찬욱이 자연스러운 욕망의 발현 / 새로운 세계(특히 건물)의 발명이라는 점에서 대비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이 두 태도를 계속해서 비춰주면서 누구의 편을 별로 안 든다. 마무리가 훌륭해서 밸런스를 잘 지킨 것이다.
깔끔한 마무리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프닝과 엔딩이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전개는 어색하지도 않고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이 깔끔했다. 어떤 점에서? 영화가 정치적으로 읽힐만한 여지를 주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이 영화의 위험부담이기도 했다. 2차 대전 이후의 냉전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았고 그 긴장감이 영화 안에 틈입되기 때문에 그럴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선을 조금만 넘으면 이게 당시 미국이 추구했던 눈먼 경쟁을 풍자하고 싶었던 건지, 미국인들의 '국뽕' 영화인지, 로코물인지 뭔지 파악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가 다루는 사건이 부피가 점점 커지면서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나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굉장히 영리하게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이 선택은 음모론이나 세계사 같은 거시적인 것은 저기 뒤로 치워두고 현실에 있는 것이 근간이 된다. 이게 만약 우연한 사고같이 인간이 초래한 무언가였다면 어색한 것이 많을 뻔했다. 왜? 그건 사랑영화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원래 사랑은 어디 갈지 모르고, 상대가 무슨 생각할지 몰라서 애가 타는 것 아니겠어? 엔딩의 이 존재는 하나로 규정되지도 않고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면서 나름의 활약을 펼친다. 마치 어디로 향할지 그들 스스로도 모르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처럼. 불처럼 불타면서 하나로 종잡을 수 없는 사랑의 두 속성을 시작과 끝으로 잘 요약한 선택이 돋보인다.
예술가 타입
스칼렛 요한슨은 현재의 할리우드에 있어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다. '블랙 위도우'로서 전성기 MCU를 이끈 인물임과 동시에 <그녀>나 <결혼 이야기> 같은 영화에서 그 나름의 깊이를 보여줘 슈퍼스타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배우다. 이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그녀의 스타성만을 드러내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스칼렛 요한슨이 가진 브랜드 파워를 오롯이 보여준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이미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공허한 내면에 강조를 둘 수 있을지. 어떡하면 매혹적이고 섹시한 캐릭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이 감정과 느낌 사이의 관계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둘이 모순되지 않는다. 상대역을 맡은 채닝 테이텀도 서투른 내면을 표현하는 데 있어 섬세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이 장면에서 '정말 중요한 것 같아!'라고 생각한 티가 난다.
무난하게 볼 수 있어
비수기인 극장가. <인사이드 아웃 2>를 본 관객들 중 영화관에 걸려있는 것 중에 추천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글쓴이는 이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추천한다. 강한 템포로 콰콰쾅 몰아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잔잔하다고 느낄 관객이 있는 것도 알고 이야기가 얕다고 느낄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 역시 잘 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시네마가 줄 수 있는 그 목적을 충실하게 이행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의 톡톡 튀는 로맨스/코미디도 관객을 을 빨아들이기에 충분하다. 개봉 2주차에 들어 상영관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주위에 관이 있다면 관람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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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바비>는 가라앉고 <오펜하이머>는 성공!!
<오펜하이머>가 개봉주 주말 70만명을 넘어서면서 무난히 200만명을 돌파할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뒤를 잇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달짝지근해>가 2,3위를 기록! 박스오피스 분석과 함께 국내와 북미 박스오피스의 비교분석까지, 지금 시작합니다.✍<오펜하이머>는 주말 관객 수 77만 명을 돌파하며 무난히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2위를 기록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펜하이머 뒤를 이어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며 관객 몰이에 성공했습니다. 내년 3월 개최되는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상 부문에 대표작으로 선정되며 상영 후에도 오랜 시간 회자될 작품으로 주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 <달짝지근해: 7510>가 9만 명을 넘어서면서
3위에 안착했습니다.
<바비>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블루 비틀>! 하지만 3000만 달러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DC 유니버스 확장 영화 중 가장 낮은 레코드를 기록했습니다. 4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던 <바비>는 2150만 달러를 추가하며 2위, <오펜하이머>는 3위에 안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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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시리지만 따뜻한, 날카로우나 부드러운
Summary
사고로 각각 손녀와 친구인 한 소녀를 잃은 후 원망과 죄책감으로 방황하는 두 사람.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가파른 마음의 행로 (출처: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Cast
감독: 임승현
출연: 김자영, 홍예서 외
물비늘은 잔잔한 물결 위에 일렁이는 햇빛의 모양새를 이르는 순우리말입니다. 물에 비친 햇빛이 꼭 비늘과도 같아 붙은 이름이죠. 물비늘, 뜻을 알고 보면 이렇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단어가 없습니다. 그러나 단어 그 자체가 주는 인상은 어쩐지 차갑고 날카롭습니다. 임승현 감독은 영화의 첫인상인 제목을 <물비늘>로 지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밝혔는데요.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영화 <물비늘>을 만나 그 이유를 탐색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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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분'은 매일 금속 탐지기를 들고 강을 수색합니다. 1년 전, 래프팅 사고로 목숨을 잃은 손녀 '수정'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분'의 친구 '옥임'이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라며 자신의 손녀 '지윤'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합니다. '지윤'은 수정의 절친한 친구로, '예분'은 래프팅 사고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지윤'이 썩 마뜩잖습니다. 하지만 '옥임'의 죽음 이후, 혈혈단신 혼자가 되어버린 '지윤'과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기로 하죠.
둘의 관계는 ‘지윤’이 예분'의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영화는 ‘예분’이 서 있는 프레임 안으로 들어서는 ‘지윤’의 모습을 통해 이를 시각화합니다. '지윤'이 '예분'의 세상에 처음 진입할 때만 해도 그들 사이엔 멀찍한 거리가 존재합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상실의 고통 속에서 도생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었으니까요. '수정'은 술만 마시면 대중없이 굴던 '예분'을 말리다가 집을 나섰고, '지윤'의 제안으로 탄 래프팅 보트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지윤'은 구명조끼를 답답해하는 '수정'의 구명조끼 버클을 조정해 주었고요. '수정'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생각은 '예분'이 자기 자신을 채찍질로 벌주게 하고, ‘지윤'이 환영과 환청으로 고통받게 합니다.
두 사람이 겪는 상실의 고통, 그 근원에는 죄책감이라는 공통의 감정이 있습니다. '예분'과 '지윤'은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비늘을 세우는 듯 하나, 차츰 죄책감의 물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서로의 상처를 직면합니다. 좁혀지지 않을 것 같던 그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죠. 나란히 걷고 나란히 앉다가 이윽고 마주 보고 누워 잠에 듭니다. 그들은 그렇게 차갑고 날카로운 첫인상을 지나 따뜻한 치유와 회복의 길로 나아갑니다. 감독은 감정의 온도와 질감 양극단 사이를 균형 있게 오가는 섬세한 연출을 통해 '물비늘'이라는 제목의 함의를 영화 전체에 담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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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출품작이다 보니 절로 어른이 아닌 인물 '지윤'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만 12세 미만의 사람을 어린이라고 부른다지만, 넓게 보면 청소년도 분명한 어린이니까요. ‘지윤'은 단짝 친구 '수정'과 할머니 '옥임'의 죽음을 연이어 경험하고,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여러 감정과 마주하는 캐릭터입니다. 성장 과정에 흔히 느끼는 감정이라기엔 ‘지윤’에게 드리운 상실, 죄책감, 외로움, 고독, 쓸쓸함의 구름은 가혹할 정도로 크고 무거워 보입니다.
'지윤'은 많은 물음에 "모르겠다"라고 답합니다. 무언가를 알고 있음이 분명한데, 모르겠다고만 말하는 '지윤'이 일견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 '예분'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지윤'이 그저 두려워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 어느새 어린이의 말을 편협한 시각으로 해석하는 못난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감정을 추스르고 이겨내는 일이 어려운데, 어린이에겐 얼마나 더 힘든 일일까요. 그저 숨기는 수밖에, 모르는 척할 수밖에는 없었겠죠.
캐릭터를 연기한 홍예서 배우가 왜소한 체격이어서 그런지, 극 중의 어린이('지윤')가 더 연약한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직 시신이 있을지도 모르는 강에 다리를 지으러 온 공사 인부들과 '예분'이 몸싸움을 벌일 때, 어떻게든 말려보려 하지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저항 없이 쓰러지고 마는 '지윤'의 모습에서 이 시대의 어린이들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미처 다 크지 못한 채로, 하루하루 새로운 세상에 몸 부딪히는 어린이들, 연약하면서도 단단한 어린이들. 한편으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세계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애먼 생각으로까지 사고가 흘러가더군요. 어떻게 해야 연약하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어린이들의 세계를 지키는 좋은 어른으로 살 수 있을까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영화 감상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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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어린이도 고통은 감내하기 어렵습니다. 어린이라고 해서 어른과 다른 고통을 느낄 리 없고, 어른이라고 해서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마주 보고 고통을 어루만져 줄 상대, 또는 나란히 걸으며 함께 이겨낼 상대가 있다면 다릅니다. 그리고 어린이와 어른은 서로의 든든한 상대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예분'과 '지윤'처럼 말이죠.
Schedule in SICFF
2023.09.15(금) 롯데시네마 은평 5관 17:00
2023.09.17(일) 롯데시네마 은평 5관 12:00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기간: 09월 13일 -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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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각자의 누에고치 안에서
Director] 팜 티엔 안 PHAM THIEN An
Program note]
호치민시의 시끌벅적한 야외 식당. 세 남성이 대화를 나누던 중 바로 옆 도로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난다. 늘 있는 일이라 별 관심이 없는 티엔. 하지만 알고 보니 사고 피해자가 다름 아닌 티엔의 형수이다. 티엔은 졸지에 사망한 형수의 시신과 홀로 남겨진 다섯 살배기 조카를 시골 고향으로 데려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이들을 남겨놓고 떠난 형을 찾는 것도 티엔의 몫이다. 베트남의 신예 감독 팜 티엔 안의 장편 데뷔작. ‘신예’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놀랍도록 아름다운 영상과 흡입력 있는 연출로 삶과 믿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올해 칸영화제에 출품되어, 1993년 트란 안 홍 감독의 <그린 파파야 향기> (1993) 이후 30년 만에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베트남어 영화로서 평단의 극찬과 함께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부경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좋아하는 순간이 참 많지만, 영화가 상영되기 전 감독의 짤막한 인사 영상을 보는 순간도 내게는 큰 즐거움이다. 팜 티엔 안 감독은 영화의 호흡이 아주 느리다면서, 1/3만 참고 보면 그 이후로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나는 이 영화에 매료되고 만다.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내 눈에도, 미장센이나 사운드가 너무 훌륭해서 모든 장면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장면에서 장면으로 연결되는 방식 하나하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껌 파는 인형 탈과 스포츠 경기를 보며 왁자지껄한 사람들, 맥주를 홍보하는 여성 아르바이트생과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고한 표정으로 영생을 말하는 친구. 그 대비 안에서 하나의 생이 거두어지는 사고가 일어나는 또 하나의 대비. 기차처럼 흘러가는 병실의 풍경을 지나고 지나, 고인의 유류품을 전달받는 병원 사무실은 공간을 뚫듯이 보여준다. 저녁거리를 사러 나왔다가 작은 새를 줍는 장면, 이어지는 결혼식 촬영 장면 또한 대비와 대비를 계속 이어가며 생(生)을 생각하게 한다. 분명 감독의 말대로 호흡이 느리지만, 미장센과 사운드가 들려주는 말이 워낙 많아서 느려도 느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영화를 잘 모르는 스스로가 아쉬울 만큼, 카메라의 시점이 흥미로웠다. 고향으로 돌아와 거행되는 장례 행렬은 마치 묘지에서 바라보는 듯한 시점으로 찍혀 있고, 이어 땅을 파는 장면은 관이 아닌 새를 묻는 장면이었다.
시신 염습을 도와준 이웃 노인과의 대화는 어둑한 집안이 보이지 않는 창문을 배경으로 목소리만 들려오다가 대화가 한참 진행된 후에야 노인의 집안 벽을 훑어 준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전달되는 것임을 암시하기라도 하듯이. 인생의 전리품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던 노인은 전쟁 당시 자신의 갈비뼈를 관통했던 총알을 보여주는데, 그 직후 갈비뼈 자리를 만져보는 티엔의 모습은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며 옆구리를 만져 보았던 제자 도마를 떠올리게 한다.
죽음은 영원한 기쁨이라는 말을 써 붙여 놓은 가톨릭 장례식 이후, 식구들은 장례 단 앞에 모여서 기도를 하고, 우중에 전깃불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황금빛 나비가 날아간다. 죽은 자의 영혼이 나비라면, 죽음이 나비가 되는 거라면,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은 삶이 아닐까.
티엔은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 같은 삶에서 번민한다. 형수의 유류품에 있던 한 장의 결혼 사진, 사랑이 영원하길 비는 문구가 담겨 세월 따라 낡아 버린 사진 속 형과 형수를 가만 바라보면서. 신의 계획이란 과연 무엇인지. 왜 형은 떠난 것이며, 형수의 목숨은 거두어졌는지. 그러나 우리는 삶을 조망하면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고치 안 번데기는 차곡차곡 변신로봇처럼 모양을 바꾸는 게 아니라, 애벌레였던 몸을 완전히 녹였다가 새로이 만들어진다. 고요해 보이는 누에고치 껍데기 속에서는 격렬한 변화의 과정이 있는 것이다. 삶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티엔이 사랑한 사람들이 자꾸 티엔의 삶을 떠나갈 때, 이해할 수 없는 삶을 티엔으로서는 결결이 살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별도 사랑도 모두 녹여내어 변태하는, 누에고치 안의 시간을 티엔도 겪어낸다.
후반부에 만난 마을의 할머니는 “사람이 온 천하를 얻어도 자기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겠냐는 성경의 말을 인용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자기 영혼을 얻는다면 온 천하를 잃어도 괜찮다는 대우 명제가 될 것이다. 티엔은 어두운 세상을 계속해서 걷는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순간도 있고, 궂은 비를 맞으며 지치는 시간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걸어가고 흘러간다. 각자의 누에고치 안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견고해질 삶을, 알 수 없어도 우리는 계속 그렇게.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2023. 10. 04-13) 상영시간표]
10월 06일 11: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106)
10월 10일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415)
10월 11일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8관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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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악독하고 잔인한 바이킹족을 모두 몰살시켜 버리는 전사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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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이스> 캐릭터 예고편
부산 건설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당일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작업반장인 전직형사 서준(변요한)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에 위치한 본거지 콜센터 잠입에 성공한 서준,
개인정보확보, 기획실 대본입고, 인출책 섭외, 환전소 작업, 대규모 콜센터까지!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스케일에 놀라고,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상상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
끝까지 쫓아 반드시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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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피의 세계> 메인 예고편
우연히 여행 블로그 속에서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 수영.
그곳에는 2년 전 만난 여행자 소피가 한국에서 머문 나흘의 기록이 있다.
수영은 소피의 일기를 통해 최악의 시기를 버티던 남편 종구와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본다.
그때는 알 수 없었던 감정과 사실이 이해될, 것도 같다.
소피가 써 내려간 세계 속에서
다투고 울고 웃었던 우리는 어떤 마음을 남겼을까?
2022년 봄에서 2020년 가을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상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