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4-11-12 12:10:37
2024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국내단편 비경쟁 4> (1h 42m), <푸시업>, <안녕의 세계>, <나의 우상>, <아무도 모른다>, <탄신>, <몽마르뜨 공원에서>
※본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으로 참석했습니다.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7일 동안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개최하였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국내 최대 성소수자 국제영화제로서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의 구분 없이 영화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영화제다. 본 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성소수자의 삶을 담아내는 다양한 작품들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국내단편 비경쟁 4>와 이후 GV까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푸시업>
감독: 류호철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6분
푸시업을 못하는 신우는 같은 반 은희를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신우는 푸시업을 알려주겠다는 은희를 밀어내고, 피하고 싶었던 기억을 마주친다.
여름내 나는 푸른 색감과 함께 10대의 청춘과 사랑을 담고 있다. 머리끈을 통해 둘의 관계를 암시하는 장치는 여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는 도구다. GV에서 류호철 감독은 학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소지품 중 머리끈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고 싶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는 영화에서 둘의 관계를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심장 소리와 매미 소리가 둘의 사랑을 숨기는 듯 드러내듯 한다.
푸시업은 팔을 밀어서 일어서지만, 팔을 구부리며 다시금 중력에 몸을 맡겨야 한다. <푸시업>도 은희가 신우를 억지로 밀었지만, 다시금 자신의 진심에 몸을 맡긴다.
<안녕의 세계>
감독: 정연지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20분
학년 말의 어느 날, 단짝 친구 준희가 오래 결석을 하는 가운데 영신은 준희와의 시간을 회상한다. 학교는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듯해도, 자살자에 관한 이야기, 사실을 알 길 없는 추문으로 혼란하고 이는 영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영신의 과거가 플래시백 한다. 준희와 영신이 방과 후에 함께 놀았던 기억과 그렇지 않은 현실의 대립은 영신에게 혼란과 불안을 준다. 심지어, 준희의 안 좋은 소문까지 생긴다. 영신은 준희에게 의지하고, 그녀를 항상 생각한다. 하지만, 3학년 학생들이 창밖으로 날리는 종이비행기 속 쪽지를 읽은 영신은 다시 마음을 잡는다. 학창 시절 우정만큼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 영화는 친구의 부재로 인한 불안과 그리움의 정서를 잘 표현한다. 그리고 마치 준희가 영신에게 주는 종이비행기 쪽지는 그녀에게 자유를 주는 희망을 선사한다.
<나의 우상>
감독: 이준희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20분
우상은 아버지를 잃고 교내 육상부마저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모두가 현실을 받아들이라며 우상을 걱정하는 가운데, 재민만이 조용히 그의 곁에 다가온다.
우상과 재민의 관계는 퀴어보다 과분한 응원에 가깝다. 아버지의 부재와 설상가상으로 교내 육상부마저 해체된다. 정신적으로 힘든 우상에게 재민은 그를 응원하고 챙겨준다. 재민은 우상을 남몰래 동경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우상은 재민을 사랑한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우상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조력자 그 이상으로 보인다. GV때 이준희 감독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응원과 관심을 받는 사람은 행운이라고 말했고, 영화에 잘 녹여낸다. 한편, 우상이 대회를 뛸 수 있는 기준인 22초를 엔딩크레디트에 보이는 연출은 과연 우상이 합격할 수 있는지 끝까지 관객들에게 집중감을 준다.
<아무도 모른다>
감독: 허하연
장르: 애니메이션
러닝타임: 8분
두 할머니는 평생을 함께 한 부부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부부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느 노부부와 다르지 않지만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소박하고 따듯한 일상을 보내는가 하면 밖에서는 손을 잡는 일도 쉽지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쓰러지게 된다. 법적인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두 할머니에 삶에는 균열이 생긴다.
관람한 단편작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동그란 작화는 따스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남의 눈치를 챙겨볼 수밖에 없는 동성애 노부부는 죄지은 일상처럼 갑갑하다. 법적인 제도와 사회적 시선으로 상처를 받는 부부의 모습은 관객에게 연민을 준다. 할머니가 쓰러지며 보호자의 관계를 적는 장면에서 할머니는 배우자라고 적는다. 법적인 제도에 소극적이나마 개인의 저항이자 둘의 진정한 관계를 드러낸다.
<탄신>
감독: 최범석
장르: 스릴러
러닝타임: 20분
고등학생 초은은 친구 온과 함께 있던 아지트에서 빛을 본다.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배가 불러오고 초은은 이상증세를 보인다. 의사는 초은이 임신을 했다고 하고 초은은 사라진 온을 찾아 나선다. 초은은 온이 기다리라고 한 아지트에서 신의 아이를 낳으러 가야 한다는 남자에게 쫓긴다. 지수의 도움을 받아 피하지만 곧 지수는 칼을 꺼내 뱃속에 있는 괴물을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GV에서 감독은 난생설화를 영화에 접목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공포나 오컬트 요소와 융합하여 영화에 담아낸다. 고등학생인 초은이 급식실 구석에서 반찬을 주워 먹는 장면이나 출산의 과정은 공포감을 조성한다. 한편, 초은이 나은 신의 아이는 태아가 아닌 알이다. 온은 알과 함께 문 밖으로 나가면 된다고 말하지만, 초은은 알을 바닥에 내팽개친다. 알의 정체는 보여주지 않으며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감독은 깨진 알의 정체를 담은 컷도 있었지만, 영화 흐름에 맞는 지금의 방향으로 선택했다. 만약 깨진 알의 정체를 영화에 담아냈다면, 날개가 돋아있는 흉터 모습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에서 태아는 중요하지 않다. 출산, 임신에서 생기는 불안한 과정과 신성시 여기는 장면들이 중요하게 보여준다. 한편, 집으로 도망간 초은에게 생긴 마크가 여동생에게 새겨지는 결말은 임신과 출산의 되물림과 끝나지 않은 저주의 연속을 표현한다.
<몽마르뜨 공원에서>
감독: 손모아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9분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 세 명이 몽마르뜨 공원에 간다.
세 명의 일상 대화를 옆에서 듣는 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답게 친했던 시간과 떨어졌던 시간의 격차와 함께 대화가 이루어진다. 친하지만 어색한 기류 속에서 뜸해지는 시간을 커피 마시는 시간으로 할애하는 카페 장면에서 몽마르뜨 공원으로 나아가는 장면은 자연스럽다. 몽마르뜨 공원으로 가는 길과 공원 속 정취와 잔잔한 일상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며 우정과 추억을 상기한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몽마르뜨 공원 배경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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