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11-15 12:12:52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
- <청설> (2024)








2009년에 만들어진 대만영화 <청설>은 파란 이미지가 돋보이는 영화다. 파란 수영장의 물, 파란 여름 하늘, 그리고 두 주인공의 맑은 마음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아우른다. 이 영화는 진정으로 상대를 생각하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서로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따뜻함을 전한다. 말이 아닌 수화로 표현된 사랑의 모습은 무척이나 특별하고 조용한 사랑 이야기로 다가온다.
<청설>은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은 단지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그를 위해 기울이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임을 이 영화는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이런 맑은 느낌의 원작을 다시 한국 상황에 맞게 리메이크한 영화 <청설>도 원작의 맑음을 무척 잘 담았다.
[첫 번째 감정] 용준의 배려

용준(홍경)은 어느 날 음식 배달 중 수영장에서 여름(노윤서)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여름과 동생 가을(김민주)이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예전에 배웠던 수화를 떠올려 친해지려 노력한다. 서툴게 시작했지만, 여름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수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용준은 점차 여름과 가까워진다. 두 사람이 수화로 대화할 때마다, 그들의 손짓과 배려 가득한 순간들이 조용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용준은 여름과 가까워지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그녀의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그는 여름과 가을을 클럽에 데려가 음악을 독특한 방식으로 느끼게 하는데, 그가 보여주는 배려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그가 여름과 가을을 위해 마련한 이 특별한 경험은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이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섬세한 접근 방식이다. 아마도 리메이크된 이번 영화에서 용준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용준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상대방과 같이 즐기고 대화한다.
영화 내내 용준은 여름을 위해 수화를 하며 자신의 말을 전하고, 여름의 말을 듣는다. 그는 수화할 때 한 번도 입으로 말을 내뱉지 않고, 오직 상대방을 위한 배려와 집중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용준의 모습은 단순한 사랑의 표현을 넘어,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을 보여준다. 그 배려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진정한 소통의 방식이다.
[두 번째 감정] 여름의 희생

여름은 수영선수인 동생 가을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그녀의 수영 연습과 대회 준비에 헌신한다. 자신의 인생보다 동생의 목표가 우선인 여름은 알바를 하며 수영비와 강습비를 벌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그래서 용준이 여름에게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녀는 동생의 목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의 삶은 늘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었다. 그 속에 자신의 미래는 없었다.
여름의 이러한 모습은 순수하지만 동시에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억제하고, 한계를 두며 가족을 위해 살아간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고, 자신을 위한 삶을 꿈꿔본 적도 없다. 그러나 용준을 만나면서 여름은 조금씩 자기 자신을 위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용준과의 관계를 통해 여름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비로소 자기 자신을 위해 살 용기를 얻게 된다.
여름의 변화는 영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다. 그녀는 더 이상 가족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변화는 용준과의 사랑을 통해 더욱 두드러지며, 여름이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는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세 번째 감정] 용준과 여름의 사랑

용준과 여름이 서로 마주 보며 웃을 때, 두 사람의 사랑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특히 수화를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그들의 손짓,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그들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두 사람이 거리를 함께 걷고 서로의 미소를 주고받는 순간들은 말없이도 진심이 오가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들의 사랑은 조용하지만 그 어떤 사랑보다 강렬하다. 그들은 서로에게 맞춰가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의 세상에 들어가려 노력한다. 용준과 여름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사랑이란 단순히 기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아픔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한 청춘 로맨스를 넘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중반부에 희생이 사랑을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랑은 그 희생까지도 나누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들의 사랑은 서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게 만들며, 희생조차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 비록 이들의 사랑이 약간의 판타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맑고 투명한 사랑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맑은 여운을 남긴다.
맑고 투명한 느낌의 리메이크
영화 <청설>은 그야말로 맑고 투명한 영화다. 원작에 비해 채도가 줄어든 파란색이 하늘색에 가까워지며 맑은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킨다. 현재 한국의 여름 이미지를 아름답게 담아낸 리메이크작은 특히 두 주인공, 홍경과 노윤서의 캐스팅이 눈부시다. 두 사람은 각자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맡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 영화에는 청각장애인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특별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저 다른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훈련하고, 사랑하고, 수다를 떠는 이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그들을 얼마나 평범하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는 태도는 이 영화의 큰 미덕이다.
또한, 이 영화는 사랑과 소통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가,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가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용준과 여름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 이상의 깊이를 가지며, 그들이 서로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이들의 맑고 투명한 관계는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만든다.
오랜만에 등장한 한국 로맨스 영화로서, 원작의 맑고 투명한 특성을 그대로 살려내며 두 배우의 사랑스러운 케미를 빛내고 있다. 두 사람의 감정 변화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의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따뜻한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여름날의 로맨스를 꼭 한 번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GhUIExGY4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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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 소녀들이다 I am All Girls 후기 / 남아프리카 영화
넷플릭스 영화 내가 그 소녀들이다 I am All Girls 후기 / 남아프리카 영화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영화들을 고르다가 선택한 영화가 <내가 그 소녀들이다 I am All Girls>이다. 감독은 <헌터 킬러>를 감독한 도노반 마시 이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 배우들이 출연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화다. 예고편을 봤을 때는 어렷을 때 납치되어 성폭행 당한 여자들 중 생존자들이 팀을 이루어 복수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식의 이야기 진행이 아니었다. 복수를 하는 이야기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 전개 방식이 예상과는 달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암울한 현실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느낌이 나는 영화이다. 소녀들의 이야기가 우울함에 잠기게 하는 불편한 영화이기도 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Positive.
1. 다큐멘터리 느낌이 강해서 실화라는 느낌을 받는다.
어린 소녀들을 납치한 그 당시의 모습과 비디오 테이프에서 본 자백 영상, 그리고 죽은 소녀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방식은 액션 스릴러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고발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소녀들의 상황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2.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배경인 영화는 처음이라서, 낯설기도 하고 상상과는 다른 모습에 무섭기도 하다.
3. 톰비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격투와 공부를 병행하며 생존해서 복수하는 강인하고 슬픔을 안고 있는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배우인 호루비 음보야가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4. 형사의 집 주소가 비밀로 유지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놀랍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섭다.
Negative.
1. 인신매매 단속을 하는 주인공 형사인 조디는 매력이 없는 캐릭터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배우인 에리카 웨셀스가 연기하는 조디는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생각으로 감정적인 일처리가 너무 많은 형사다.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형사다. 아주 위험한 스타일이다.
2. 과거의 범인들에게 복수를 하는 자의 능력이 너무 강하다.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죽는다.
3. 좋은 주제에 비해서 영화적 완성도는 아쉽다.
전체적인 진행이 느슨하고, 주인공 형사들은 매력이 없으며, 긴장감이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4. 손녀까지 제물로 삼는 악당의 모습은 경악스럽다.
5. 마지막 복수 장면도 너무 쉽다. 그래도 경호원들이 지키는 장관의 집인데도 말이다.
총평
약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충격적이고 우울하지만 재미는 떨어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그 소녀들이다 평점 6.0 (작품 6, 재미 6)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네레이드 제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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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다양성을 품은 전주, 경계를 넘어서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024년 5월 1일부터 2024년 5월 10일까지 개최된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우린 늘 선을 넘지 Beyond the Frame”라는 슬로건을 통해 경계를 넘어서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체성을 강조하는 이번 영화제는 다양성만큼 개막작으로 선정된 <새벽의 모든>을 시작으로 10일 간 232개의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채로운 색을 담은 만큼 많은 관객들이 전주국제영화제의 향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 기자 자격으로 참여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시사를 비롯한 기자회견과 개막식은 ‘전주’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일단 개막작부터 강렬하다. 잘 다뤄지지 않은 소재와 더불어 다양성을 섬세하게 다루는 영화라 더욱 의미 있었다. 영화를 여러 번 봐도 부족함이 없다는 감독의 말처럼 따뜻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우리는 없어지는 것에 대해 얼마만큼의 관심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결코 당연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을 다룬 영화인만큼 감정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며 주인공에 대해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얼마만큼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177명의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았고 전주국제영화제의 빛을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레드 카펫 게시글을 통해 더 다룰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운영하는 ‘전주씨네투어 X마중‘이 이번에는 ‘바로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9명의 배우가 참여한다는 소식과 함께 많은 관중들이 레드카펫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타들의 등장은 환호를 자아냈고 그가 등장하는 순간, 땅이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중심에는 여심을 훔친 대세 배우.
바로, 변우석 배우였다.
이희준 배우와 공승연 배우의 개막식 소개와 두 공동집행위원장님의 환영식, 우범기 조직위원장님의 개막선언까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을 넘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어쩌면 무모하게 보일 만큼 큰 도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계를 넘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믿습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세계로의 초대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천년 전주의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선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 우리는 늘 선을 넘지 ‘는 전주 국제영화제를 상징하는 제대로 된 슬로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도 두려워하지 말고 선 넘는 거 한 번 넘어보면 굉장히 쉽습니다. 과감히 선을 넘어서 우리 전주가 선을 넘는데 어느 도시에 비추지 않는 그런 도시를 함께 만들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라고 전했다. 영화가 우리의 인생을 담은 만큼 전주국제영화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또한 우리의 인생을 그리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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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상영작 100편의 포스터를 한눈에
2024 100 Films 100 Posters 전시2015년 시작된 ‘100 Films 100 Posters’는 매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100편에 대해 100명의 그래픽디자이너가 고유의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대규모 기획전시로 국내외 영화계뿐아니라 한국 시각디자인분야에서도많은 관심을 모으는 전시로 인정받고있습니다.
이 행사에서만들어지는 영화 포스터들은,영화 포스터의 관습과 상업적압력이배제된, 영화의핵심을 그래픽 디자이너가 자유롭게해석한 것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볼수있는유일무이한창작물이라는 특성을 가집니다.
행사는 팔복예술공장에서는매해 진행했던방식대로 제25회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100편을 선정, 100명의 그래픽디자이너가각자만의 포스터를만들어 전시하는 ‘제10회100 Films 100 Posters’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올해 전주남부시장에서새롭게조성된문화공판장 작당에서 10년동안 제작된1,000장의 포스터를 전시·판매하는 대대적인 아카이브전시 이벤트가 진행되며, 완판본문화관(한옥마을),인후도서관, 영화의거리 등 관광거점도시 전주시만의특징적인 공간에서도 특색있는 전시겸이벤트로도만나볼수있습니다.
또한, 역대 ‘100 Films 100 Posters’에참여했던디자이너들을초청, 행사의 의미와기록을되짚는 디자이너토크와간담회및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있는 일반인이나전공생,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한 원데이 포스터만들기워크숍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디자이너, 전공생이라면 한번쯤 들려보면 좋을만한 공간이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들어와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넓찍한 공간과 체험존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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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랜드>의 뉴욕 버전!
“Do You Remember~” 우연히 듣게 된 음악은 기억과 추억을 싣고 온다. 그 당시 계절과 시간, 그리고 함께한 사람과의 추억까지도. 상대방이 연인이었다면, 그 기억은 더 아름답게 떠오를 터.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은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과거 함께 들은 음악을 들으며,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을 담는다. 영화는 마치 꿈처럼 아스라이 사라지는 그 순간을 담기 위해 달려온 것처럼, 짧지만 마법 같은 시간을 관객에게 선물한다. 마치 말하지 않아도 이런 사랑의 기억을 하나쯤 갖고 있지 않냐는 무언의 메시지처럼.
뉴욕 맨해튼에서 사는 도그는 외롭다. 언제나 혼자 해야 하는 게 매일 돌려먹어야 하는 레트로 음식처럼 못마땅한 도그는 우연히 TV를 보다 발견한 반려 로봇을 주문한다. 마침내 조우한 도그와 로봇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뉴욕 곳곳을 누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해수욕장에 놀라 가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인다. 로봇이 방전되어 움직일 수가 없는 것. 도그는 어쩔 수 없이 로봇을 홀로 남겨놓고 집으로 간다. 다음 날, 도그는 일어나자마자 연장통을 들고 해수욕장을 찾는데, 하필 운영이 종료되어 해변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로봇 드림>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리움’이다. 원치 않은 이별을 하고, 언제 만날 줄 모르는 기다림을 견뎌야 하는 도그와 로봇은 물리적인 거리만큼 서로를 그리워한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이들은 하루 하루 비슷한 일상을 버티며 만날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운명은 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특히 홀로 해변에 남겨진 로봇은 불청객의 습격을 받고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등 물리적인 고통을, 도그는 또 다시 찾아온 외로움에 사무치는 심리적인 고통을 부여받는다.
서로를 향한 그리움은 꿈으로 치환되는데, 제목이기도 한 로봇의 꿈은 매번 함께 들었던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휘파람으로 불며 도그의 집으로 가는 그의 여정이 그려진다. 물론, 만나기 일보직전에 항상 실패한다. 그리고 깨 보면 잔혹한 현실의 장벽에 놓여 있다. 로봇은 도그를 향해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며 그리움은 켜켜이 쌓인다. 도그 또한 꿈에서 로봇과 재회하지만, 현실에서 더 큰 외로움을 느끼는 등 여파가 크게 밀려온다.
지난한 이 상황에서 이들은 각자의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과 다른 이들과 인연을 맺는다. 이별 후 죽을 것 같은 통증에 더 이상 내 인생에 사랑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다른 사랑을 찾는 현실처럼, 이들 또한 그리움은 가슴 깊이 묻어두고 이 외로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선택을 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도그와 로봇의 모습을 비춘다. 어쩌면 이게 바로 우리의 삶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우리는 그리움을 통한 애절한 감정의 순간과 그 감정을 자양분 삼아 현실의 사랑에 더 충실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결은 다르지만 <라라랜드>의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가 떠오른다. 서로 사랑을 하고 아쉬운 이별을 한 후, 각자의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간 이들의 마지막 재회. 그 찰나의 순간에 담긴 이들의 성숙한 로맨스 그리고 그 눈빛은 이 작품에서 오버랩된다. 이 부분을 두 눈으로 확인한다면 이 작품을 <라라랜드>의 뉴욕 버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로봇 드림>은 오직 그림으로만 구성된 특징을 가져온다. 대사 없이 캐릭터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작품은 무성영화를 방불케 하는 것처럼 캐릭터에 집중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변화하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데, 집중한 만큼 느껴지는 감정의 폭은 깊다. 시의적절하게 ‘September’, 'You Raise Me Up' 등도 삽입되어 가사의 의미를 통해 이들의 숨겨진 마음을 전한다. 특히 ‘September’를 들으면 도그와 로봇이 생각날 정도로 감정의 동요가 크다. 손수건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와 함께 후보에 오른 <로봇 드림> 또한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영화가 담은 의미와 감동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이젠 기억 속에 어렴풋이 자리 잡은 1980년의 뉴욕 문화를 재현한 것처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그리움과 사랑의 기억을 복원한다. 보는 이로서 그 자체가 103분의 달콤쌉싸름한 꿈이라도 행복했던 지난날에 취하고 싶다. 현실로 돌아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칠지언정.
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평점: 4.0 /5.0
한줄평: 지금 나를 성장시킨 건 그 때의 우리였다는 걸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 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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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명(呼名)의 영화
영화 <윤희에게>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최초 작품의 제목이 <만월>로 알려졌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임대형 감독은 제목이 바뀐 이유에 대해, 영화 속 편지를 읽는 대목에서 “윤희에게”라는 내레이션 부분이 영화와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 것 같다는 설명으로 이유를 대신했다.
나 역시, 영화를 보고 나면 작품의 제목이 ‘만월’보다는 ‘윤희에게’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윤희에게>는 명백히 세상의 많은 사람을지칭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출처: 네이버영화
주인공 윤희(김희애)는 남편과 이혼을 한 아내이자, 하나밖에 없는 딸 새봄(김소혜)의 엄마이다. 영화 초반에서 보여주듯이 하루를 근심하게 보내고(그녀는 한 공장의 급식소에서 일한다), 집 앞 공터에서 몰래 담배 한 대를 피운 후 하루를 마무리한다. 누구 하나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 없을 만큼, 사는데 아무 낙이 없어 보이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는 그녀이다.
본 줄거리가 시작되는 영화의 초반부는 일본 오타루로부터 윤희에게 도착한 편지로 시작한다. 정작 윤희 자신이 아닌 딸 새봄이 먼저 편지를 받아보며 ‘윤희에게’라는 새봄의 내레이션의 시작으로 편지는 읽힌다. 그리고 우리는 윤희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유추하게 된다. 새봄이 엄마의 외로움의 원인 혹은 과거를 알고 싶듯이 우리도 새봄의 시선을 따라 윤희라는 인물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어른스러운 요구라고 해야 할까. (새봄은 제법 어른스럽고 똑똑한 인물이다) 마침내 새봄의 여행제안에 윤희가 응답함으로써 둘은 편지의 발신처인, 그리고 쥰이 살고 있는 오타루로 여행을 가게 된다.
출처: 네이버영화
그리고 두 번째 “윤희에게”는 편지의 발신처인 오타루에 살고 있는 윤희의 첫사랑 쥰(나카무라 유코)의 내레이션으로 읽히게 된다. 쥰은 과거의 윤희가 가장 충만했던 시절에 함께 했던 친구이자사랑했던 사람이다. 누구보다 윤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과한 짐작이 아닐테다.
윤희는 (어쩌면 과거의 자신과 비슷했을 법한) 밝고 당찬 딸 새봄과 오타루를 여행함으로써, 그리고 마침내 쥰과 재회함으로써 잊고 있던 (충만했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을 테고, 온전히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을 용서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일은 정말 용기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리고 윤희는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로 쥰의 편지에 답장하게 된다. (편지는 부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윤희에게는 자신을 투명하게 바라볼 줄 아는 것이야말로 모든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이며, 더 많을 것을 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네이버영화
되돌아보면 임대형 감독은 자주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아왔다. 시인 등단을 꿈꾸는 문학청년만일(배유람)이 등장하는 단편 <만일의 세계>에도, 쓸쓸한 중년 남성 모금산(기주봉)이 주인공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에도 그들의 이름(또는 성)이 제목에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윤희에게> 또한 제목에서부터 윤희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이 인물에 집중하기를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호명(呼名)의 영화로 부르고 싶다.
늘 사회적으로 조금은 결함이 있는 쓸쓸한 이들을 그려왔던 임대형 감독에게는 그들을 호명하고 주인공의 자리로 가져오는 것이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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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꿈과 사랑 앞에 선 한여름의 두 청춘, 영화 <지원의 여름> 김우식 감독 인터뷰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7월에서 9월로 계절을 옮겼습니다. 9월은 바야흐로 가을의 시작이지만, 아직까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하면 저절로 여름이 연상되곤 합니다.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은 <지원의 여름>은 이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비슷한 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지난해 9월에 촬영했지만 여름 느낌을 물씬 풍기는 작품이지요. 충청도를 배경으로 하기에 제천에서 보았을 때 그 느낌이 더 남다르기도 합니다. 김우식 감독은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는 강렬함과 그것이 끝나갈 때의 속 시원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9월의 제천에서, 김우식 감독을 만나 <지원의 여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원의 여름
Summer Replaying
Summary
동명의 연인, '지원'과 '지원'. 7년의 연애와 밴드활동에 마침표를 찍고, 두 사람은 어느 늦여름 밤에 재회한다. 여느 밤처럼 어물쩍 지나갈 하룻밤을 기대한 '지원'과 달리, 또 다른 '지원'은 어떤 결심을 하기 위해 그를 찾아온다. 이튿날, '지원'은 해체한 밴드 멤버들과의 낮술 자리에 가게 되고, 그 해 여름은 예상 밖으로 전개된다. (출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Cast
감독: 김우식
출연: 구교민, 성채우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가을로 옮겨 괜히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제천에 와보니, 다행히 영화 속 배경과 꼭 닮은 여름 그 자체의 날씨네요.
실은 저희도 작년 9월 11일에 첫 촬영을 했어요. 한여름에 찍으면 너무 더울 것 같아서 일부러 좀 뒤에 찍었거든요. 더위를 피해 9월에 찍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꿋꿋이 촬영해보려고 했지만, 결국엔 다 버리고 어쩔 수 없이 추가 촬영을 했죠. 그런데 오히려 좋았어요. 예산이 한정된 독립영화 촬영 환경에서 리허설은 꿈도 꾸기 어렵거든요. 추가 촬영 덕분에 리허설 아닌 리허설을 해보고, 더 나은 방식으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메이드인제천 세션의 유일한 장편 영화입니다. 제천에서 관객분들을 만나시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 작품은 7년 전에 만든 시나리오로 되게 오랜만에 찍은 영화예요. 저희 같은 독립영화는 영화제가 아니면 관객을 만나 생명력을 얻기가 어렵잖아요. 어떻게 보면 <지원의 여름>이 비로소 생명력을 얻어 본인의 역할을 하는 순간이라서, 저희에게도 뜻깊고 특별해요. 단 한두 명의 관객이라도 저희 영화에 공감해 주시고, 잘 봤다고 이야기해 주시면 너무 힘이 나고 벅찰 것 같아요.
이 영화는 두 '지원'의 이야기입니다. 이름이 같은 연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저희 작가가 당시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밴드가 있었는데, 실제로 그 밴드가 해체를 겪었어요. 그런 일련의 사건들과 엮어서 나온 이야기예요. 초반부에 나오는 인터뷰와 밴드 공연 장면은 실제로 작가가 좋아하는 밴드가 해체되면서 공개된 유튜브 영상을 레퍼런스로 삼아 작업했죠. 또 각본을 쓴 저희 작가가 '지원'이라는 이름을 좋아하기도 했어요. 생각해 보면,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에 저희가 늘 어딘가에 지원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기도 했네요.
끝까지 진심을 다하는 여자 '지원'과 비참해지기 전에 그만두는 것을 선택하는 남자 '지원'. 두 사람은 사랑과 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른데요. 이러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하고자 한 이야기가 무엇인가요?
남자 '지원'은 모든 건 자신의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꿈도 사랑도 자신 있게 선택하지 못하는 친구예요. 선택을 계속 미루는 거죠. 음악도 계속하고 싶고, 여자 '지원'도 여전히 사랑하는데 말이에요. 반면, 여자 '지원'은 꿈과 사랑을 계속할지 말지를 정확하게 선택하려는 친구예요. 그래서 끝까지 가볼 수 있는 거죠.
극 중의 주인공은 음악을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저도 그들과 비슷한 나이에 영화를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어릴 땐 평생 영화를 찍으면서 예술가이자 감독으로서 살 거라고 믿었어요. 첫 영화제 갔었을 때 제가 최연소 감독이었거든요. 그 당시에 스스로 되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죠.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봉준호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의 발톱의 때만큼도 못 따라가겠구나. 그렇게 현실을 알게 되고, 영화를 할지 말지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남자 '지원'처럼 영화를 애매하게 하기는 싫었어요. 지금은 영화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그런 걸 기대하지 않고, 욕심도 부리지 않아요. 다만, 만들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가 있을 때 이를 영화로 만들 수 있었으면 해요. <지원의 여름>은 이런 저 자신의 이야기도 반영된 작품이에요.
'지원'을 맡은 배우들이 완전히 다른 두 성격의 인물을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요. 배우를 섭외할 때 고민하신 지점이 있었나요?
<지원의 여름>은 남자 '지원'이 끌고 가는 부분이 많은 영화예요. 다른 어떤 역할보다도 남자 배우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남자 '지원' 역의 배우를 섭외하고, 그 분과 어울리는 배우분들을 찾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섭외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남자 '지원' 역을 맡은 구교민 배우에게 같이 활동하는 배우 중에 시나리오와 어울릴 만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섭외를 해서 케미스트리를 만들기보다 이미 케미스트리가 있는 사람들이 나오길 바랐거든요. 그렇게 여자 '지원' 역과 밴드 멤버 분들을 모집할 수 있었죠. 이 영화는 '구엔터' 없었으면 배우 섭외가 어려웠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해요.
여름을 잘 담아낼 로케이션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장소를 고르셨나요?
원래 배경은 한강이었어요. 그러다가 촬영 지원을 받기 위해 로케이션을 충청도로 바꾸었죠. 공간을 바꾼 게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원래 주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남자 '지원'의 집이 복도식 아파트였는데요. 그때만 해도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였는데, 7년 동안 세상이 바뀌면서 그게 불가능해졌죠. 그래서 아예 공간을 주택과 담벼락으로 바꾸었어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담벼락에서 남자 '지원'은 어린 소녀 '지원'을 만나기도 합니다. 남녀 '지원'에 이어 어린 소녀 '지원'까지 넣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저희 영화에는 이렇다 할 영화적 사건이 없어요. 1박 2일에 걸쳐 벌어지는 일에 불과하니까요. 소소한 이야기들의 연속일 뿐이죠. 냉정하게 따지면 장소도 많이 나오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재미를 더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구조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캐릭터가 리듬을 바꿔주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이 작품에서는 어린 소녀 '지원'과 밴드 멤버 '영재'가 바로 그 리듬의 캐릭터였어요.
'로우테잎'이라는 실제 밴드의 공연 모습으로 영화가 막을 내려요. 픽션일 뿐이었던 영화가 한순간에 현실로 끌어당겨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실제 밴드의 노래들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곡 저 곡 쓰기보다는 실제 밴드의 음악이 들어가서 일관된 느낌을 자아냈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밴드와 협업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분들도 제가 담고자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고민을 해오셨던 걸 알게 됐어요. 실제로 이 밴드가 엔딩곡으로 삽입된 노래를 싱글로 발매하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셨거든요. 저희 영화가 그 밴드의 삶을 모티브로 한 건 아니지만, 엔딩 장면을 통해 이러한 이야기들이 단순히 상상력으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고민들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거죠.
<지원의 여름> 이후, 어떤 이야기로 관객을 만나고 싶으신가요?
이 작품이 저의 첫 장편 영화인데, 한 번 찍고 나니까 다음 기회가 자연스럽게 열리더라고요. 아직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인데, 일제강점기에 강제 이주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관객들이 자신을 어떤 감독으로 기억하길 바라시나요?
제가 만드는 영화는 살짝 애매한 포지션에 있어요. 완벽한 상업 영화도 아니고, 이런 영화제가 사랑하는 뾰족한 영화도 아니죠. 하지만 이야기에 빠져들고 나면, 나름대로 괜찮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일상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으로 기억해 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9월 8일(일) 16:00 청풍리조트 컨벤션홀
9월 9일(월) 10:00 제천예술의전당
글: 하이스트레인저 방해리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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