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1-26 00:48:40
사악한 마녀의 이미지가 허물어진 자리
영화 <위키드>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사악한 마녀의 이미지가 허물어진 자리.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
- 진실을 짓누르는 거짓을 깨는 엘파바
-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준 모자와 망토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위키드 (Wicked, 2024)
사악한 마녀의 이미지가 허물어진 자리
개봉일 : 2024.11.20.
관람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판타지,뮤지컬
러닝타임 : 160분
감독 : 존 추
출연 :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 양자경, 제프 골드브럼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소설 [위키드]는 고전 명작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악당 서쪽 마녀의 어린 시절을 담은 이야기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영화, 뮤지컬, 연극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리메이크 되었다. 그리고 2024년. 몸집을 제대로 부풀린 실사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세상에 나왔다.
6,0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뮤지컬 원작, 1억 4,500만 달러의 제작비, <스텝 업>, <나우 유 씨미> 등의 영화로 환상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존 추 감독의 신작, 아리아나 그란데, 양자경, 신시아 에리보 등 호화로운 오리지널 캐스트와 박혜나, 정선아, 고은성, 정승원 등 탄탄한 국내 더빙 캐스트까지.
말 그대로 소문난 잔칫집이었던 영화 <위키드>는 맛있는 음식을 한가득 차려놓고 뮤지컬 팬과 영화 팬 모두의 배를 든든히 불려주는 작품이었다. 물론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모든 순간, 모든 조건들이 만족스러웠다고 하긴 어렵지만 최대한 다양한 관객들의 기대에 응답하려는 마음이 한가득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사악함을 상징하는 초록색. 그 초록색의 피부를 타고난 엘파바와 누가 봐도 호감을 느낄 외모를 가진 핑크 공주 글린다. 양극에 위치한 두 사람은 얼떨결에 룸메이트가 된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서로를 밥맛이라 생각하며 시도 때도 없이 다투지만, 그런 시간이 늘어갈수록 남들은 보지 못하는 상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꿈꿔온 마법사 오즈의 도시,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기차에 함께 몸을 싣는다. 그리고 환상적인 그 도시에서 새로운 운명을 맞이한다.
사악한 마녀의 이미지가 허물어진 자리.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
자신이 사악하다고 외치는 사람도 물론 위험하지만 자신의 선함을 필요 이상으로 어필하는 사람 또한 완전히 믿을만한 이는 아니다. <위키드>는 나도 모르게 믿기 쉬운 완연한 선과 악의 경계에 숨겨져 있던 것들을 꺼내 보인다.
영화는 서쪽 마녀가 한 소녀(오즈)가 끼얹은 물에 녹았다는 뉴스와 함께 시작된다. 오즈민들은 “우리가 믿는 선이 악을 이겨냈다”라며 사악한 마녀의 죽음을 기뻐한다. 오즈의 조수인 착한 마녀 글린다는 오즈민들이 부르는 승리의 노래에 동참하면서도 사악한 이의 고독을 생각하는 가사를 흥얼거린다.
마녀의 죽음을 축하하는 의식과 노래가 끝나고 오즈민들은 글린다에게 묻는다. “사악함은 왜 생겨나는 걸까요?", “서쪽 마녀와 정말 친구였어요?". 글린다는 “좀 아는 사이였어요.”라고 대답한다. 이 대답과 함께 엘파바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쪽 마녀의 그림이 땅으로 떨어지고 그를 따라 만든 거대한 인형이 불태워지는 등, 많은 오즈민들이 믿고 있던 ‘사악한 마녀’라는 이미지가 모두 소멸된 후 그 이미지 뒤에 가려져있던 엘파바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진실을 짓누르는 거짓을 깨는 엘파바
입학식 날 엘파바가 광장을 어지럽히는 장면의 의미
엘파바는 피부 때문에 이상한 오해들을 받으면서도 착하고 단단한 심성을 가진 어른으로 자란다. 동생 네사의 대학교 입학 날, 수많은 학생들의 시선을 받게 된 엘파바는 자신의 피부를 두고 온갖 생각을 하고 있을 그들 사이에서 "그래. 원래부터 난 초록색이었어.”라고 말한다.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라는 이미지에 주눅 들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을 믿으며 학교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엘파바는 여전히 학생들 사이에서 조롱과 폭탄 취급을 받고 그와 방을 나눠쓰는 글린다는 순교자로 취급받으며 더 큰 인기를 얻는다.
엘파바, 글린다, 피예르와 몇 인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보이고 들리는 것을 모두 그대로 믿고 그것을 기준 삼아 상대방을 정의한다. 엘파바의 초록색 피부, 네사의 불편한 몸, 보크의 작은 몸집, 글린다의 아름다운 외모 같은 일차원적인 이미지부터 시작해 사실 무능력하지만 전능하게 포장된 오즈의 모험기, 엘파바가 사악한 마녀고 그의 초록 피부가 사악함의 증거라는 오즈의 말, 학교 광장에 있던 오즈의 석판과 얼굴 동상, 위압감을 주는 오즈의 가면까지. 에메랄드 시티는 이런 수많은 이미지와 가면들로 가득 차 있다. 통치자인 오즈는 이러한 가면 뒤에 숨어 몰래 악한 일을 행하지만 오즈민들은 진실엔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누군가의 외면을 평가하고 따돌리기 바쁘다.
엘파바는 다수와 다르게 어떤 가면과 외면이 아닌 진실과 내면을 보는 사람이다. 입학식 날, 네사를 마음대로 데려가려는 기숙사 사감을 말리려던 엘파바가 마법을 쓰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장면. 의자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여러 구조물들을 부수는데, 그중엔 오즈의 모습이 새겨진 석판도 있다. 석판이 부서지자 원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동물들이 새겨진 석판이 드러난다. 엘파바는 진짜 석판을 짓누르고 있던 오즈의 석판을, 진실을 짓누르고 있던 오즈의 거짓말을 부수고 그에 대항한다.
또한 엘파바는 네사의 불편한 신체라는 외면에 집중하고 그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것 대신, 네사가 혼자서도 잘할 거라는 그의 내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보내는 선택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네사의 외면만 보는 어른들은 엘파바에게 무조건 네사를 도와주라 말하거나 허락 없이 네사의 휠체어에 손을 얹는다.)
서로를 채워준 엘파바와 글린다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준 모자와 망토의 의미. 엔딩 결말 해석
하지만 이런 엘파바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내면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내면이다. 주변인들은 엘파바를 ‘남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다. 엘파바도 상처를 받고 흔들리기도 한다. 특히 엄마의 죽음에 얽힌 상처와 죄책감은 그가 어른이 될 때까지 마음에 짙게 남아있었는데 이 상처를 보듬고 엘파바에게 용기를 준 건 바로 글린다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처음엔 상징색인 연두색과 분홍색처럼 서로를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보색인 두 색은 (색상환에서) 거리 상으론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가장 평행한 관계이기도 하다. 거리를 좁히기만 하면 그 어떤 색보다 맞닿기 쉬운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서로에게 한 걸음 나아간 두 사람은 엘파바를 무시하는 동급생들 사이에서 마주 선 채 춤을 춘다. 이후 엘파바와 글린다는 각별한 친구가 되어 서로의 꿈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는 사이가 된다.
엘파바는 에메랄드 시티행 기차가 떠날 때 글린다에게 손을 내밀어 글린다가 에메랄드 시티를 여행하고 오즈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글린다는 엘파바의 아픔을 위로하고 그가 새로운 세상에 나갈 용기를 준다.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준 모자는 엘파바가 ‘첫 파티’라는 새로운 경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엘파바가 창문 너머로 떠나기 전에 둘러준 망토는 통치자에게 대항하는 험한 길을 선택한 그에게 전하는 용기와 온기를 선물한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진한 우정을 등에 업고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 명성을 가진 위대한 마법사와 동물들을 돕는 마법사라는 각자의 길로 날아오른다.
숨겨져 있던 두 마녀의 이야기는 새로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준다. 기세 좋게 시작된 이 환상의 나라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Part1의 성적표는 얼마큼의 상승 곡선을 그릴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된다.
Relative contents
-
- NEW! 넷플릭스 11월 공개 예정작
이제 2022년이 두 달정도 남은 시점에서, 11월도 새로운 영화들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소개드릴 작품 중, 씨네랩이 가장 기대작으로 뽑는 작품은 바로 ~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뮤지컬 영화 <틱,틱..붐!>인데요.
여러분들의 기대작은 무엇인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
1. 소리도 없이 - 홍의정
범죄, 드라마 ㅣ99분 ㅣ한국
11월 01일 공개 예정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시체 수습을 하며 살아가는 '태인'과 '창복'
어느 날, 단골이었던 범죄 조직의 실장에게 부탁을 받고
유괴된 11살 아이 '초희'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그런데 다음날 두사람 앞에 '용석'이 시체로 나타나고,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2. 스탠바이, 웬디 - 벤 르윈
드라마, 코미디ㅣ93분 ㅣ미국
11월 01일 공개 예정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웬디.
그런 웬디가 일탈을 한다?
웬디가 처음 접하는 모든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3. N 러브 하드 - 에르난 히메네스
드라마, 코미디ㅣ105분 ㅣ미국
11월 05일 공개 예정출처 : 넷플릭스
synopsis
기나긴 데이트 경력에도 연애 운이 따라주지 않는 여자.
이번엔 완벽한 짝을 찾았다.
9시간 비행? 운명의 상대를 만나려면 그쯤이야.
근데 드디어 나타난 남자, 사진 속 그 남자가 아니다?4. N 어 캅 무비 - 알폰소 루이즈팔라시오스
다큐멘터리, 액션, 범죄ㅣ107분 ㅣ멕시코
11월 05일 공개 예정출처 : 넷플릭스
synopsis
멕시코 경찰 조직은 왜 부패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두 경찰관의 현장 경험을 통해
그 실상을 파헤치며 사법 체계의 결함을 조명한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다큐멘터리.5. N 패싱 - 레베카 홀
드라마ㅣ98분 ㅣ미국
11월 10일 공개 예정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1920년대 뉴욕, 한 흑인 여인이 어린 시절 친구를 다시 만난다.
같은 흑인이지만 백인으로 살고 있는 친구.
그렇게 과거의 인연과 다시 엮인 후,
여인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6. N 레드 노티스 - 로슨 마샬 터버
액션, 스릴러ㅣ미국
11월 12일 공개 예정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지명 수배 상태인 미술품 도둑을 쫓는 FBI 프로파일러.
사건 해결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위기를 맞는다.
이 판의 설계자를 잡기 위해선 둘이 힘을 합쳐야하는데.
싫어도 이를 악물고.7. N 틱,틱...붐! - 린-마누엘 미란다
뮤지컬, 드라마ㅣ115분ㅣ미국
11월 19일 공개 예정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서른 살 생일을 코앞에 둔 유망한 작곡가.
사랑과 우정뿐만 아니라 심적 압박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이 다하기 전에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씨네랩 에디터 Ria
-
- 7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
.
국내
유아인, 고경표 주연 <서울대작전>, 8월 26일 공개 확정
ⓒ 넷플릭스
1988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질주극 <서울대작전>이 8월 26일 공개를 확정했다.
영화에는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옹성우, 오정세, 김성균, 정웅인, 문소리 배우 등이 출연한다.
이정재, 마블 출연 논의중?
ⓒ 아티스트컴퍼니
수현, 마동석, 박서준 배우에 이어 이정재 배우도 마블 출연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영화 전문 매체 에디터 다니엘 리치먼이 밝혔다.
<크로스>, 염정아, 황정민 부부로 호흡
ⓒ 아티스트컴퍼니, 샘컴퍼니
한 부부가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코믹 액션 첩보 영화 <크로스>에
배우 염정아와 황정민이 부부로 호흡할 예정이다. 영화는 그동안 연출부에서 활동했던
이명훈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청룡시리즈어워즈, <D.P.> 최우수작품상 수상
ⓒ 넷플릭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에 이야기를 담은 웹툰 'D.P. 개의 날'을 드라마화한 넷플릭스 [D.P.]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국내 개봉일 확정
ⓒ 네이버 영화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공식 채널에서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확장판 개봉 일정을 공개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9월 개봉 예정이지만, 한국은 가장 늦은 10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해외
제니, 미국 HBO 드라마 출연
ⓒ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미국 HBO 드라마 '디 아이돌'의 예고편에 등장하며
배우로써 데뷔를 알렸다. '디 아이돌'은 세계적인 가수 위켄드가 제작했으며,
팝 아이돌의 꿈과 사랑 그리고 열정을 다룬다.
<릴로와 스티치>, 실사 영화 제작
ⓒ 네이버 영화
<릴로와 스티치>가 실사와 CG를 혼합된 하이브리드 영화로 제작된다고 밝혔다.
극장에서 상영할지, 디즈니+에서 공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시크하고 영리한 웬즈데이에게 홀리다
* <웬즈데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웬즈데이 (2022)
감독: 팀 버튼
출연: 제나 오르테가, 그웬돌린 크리스티, 크리스티나 리치, 캐서린 제타 존스 등
장르: 미스터리, 범죄, 판타지
공개 회차: 8부작
공개일: 2022.11.23
시크하고 영리한 웬즈데이에게 홀리다
‘내 동생은 나만 괴롭힐 수 있어.’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에 정갈한 양갈래로 땋은 검은색 머리, 고스족을 연상케 하는 우중충한 옷차림의 ‘웬즈데이 아담스(제나 오르테가)’는 남동생을 괴롭힌 수영부 남학생들을 상대로 피라냐를 풀어 잔혹하게 응징한다. 일말의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말투와 독기로 잔뜩 찬 안광을 가진 소녀, ‘웬즈데이’의 첫 등장은 마치 죽음과 복수를 신봉하는 사이코패스처럼 강렬하다. 한바탕 사고를 친 ‘웬즈데이’를 받아줄 학교가 더 이상 없게 되자 그는 부모님의 모교이자 별종들을 모아 놓은 학교 ‘네버모어 아카데미’로 보내진다. 늑대인간, 세이렌, 고르곤, 뱀파이어 등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한곳에 모아 둔 이곳은 ‘웬즈데이’ 못지 않게 개성 강한 아이들이 한가득이고, 도무지 평범한 학교로는 봐 줄 수 없는 곳이다. 단체 생활에는 신물이 난 ‘웬즈데이’는 독불장군 같은 태도로 학교에 적응하기를 몸소 거부하지만 그가 가는 곳마다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학교와 자신의 핏줄에 관한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네거티브로 가득 찬 ‘웬즈데이’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쇠퇴기에 빠졌던 ‘팀 버튼’의 완벽한 귀환이다. <다크 섀도우>,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등 최근 연출작들은 참신한 스토리의 부재, 몰개성한 캐릭터로 비판을 받았으며 <덤보>에서는 감독 특유의 색채마저 느껴지지 않아 스타 감독으로서의 위력이 하락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자랑하는 ‘웬즈데이 아담스’라는 인물을 주역으로 내세운 감독 커리어 최초의 드라마를 완성하며 ‘팀 버튼’만의 독특한 판타지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물론 이미 1930년대부터 신문 만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미디어 믹스로 활용된 슈퍼 IP <아담스 패밀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원작의 인지도를 빌려 온 부분도 일부 존재하나 감독만의 특색을 부여해 원작과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매혹적인 스핀오프 시리즈를 탄생시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웬즈데이>는 다크 하이틴과 추리 스릴러로서의 장르를 표방하나 범죄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에서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조보다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한 마디로, 괴짜나 아웃사이더 같은 캐릭터에 관객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마성의 존재감을 부여하는데 능한 ‘팀 버튼’의 강점이 확실히 발휘된 작품이다. 시리즈 전체를 홀로 이끌다시피 하는 ‘웬즈데이’는 원작의 캐릭터를 모르는 시청자들까지 이 드라마에 ‘입덕’시키는 일등공신이다. 어떤 어른에게도 지지 않는 강한 언변, 독사처럼 시니컬한 말투,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줄 아는 지략가로서의 모습까지. 이 고스족 소녀에게 빠져들 매력 포인트가 무궁무진하다. 이는 곧 ‘웬즈데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제나 오르테가’의 연기력이 출중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성격상 시리즈 내내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눈빛과 행동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선명하게 표현해냈다.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으로 구현한 원작 캐릭터와의 완벽한 싱크로율과 더불어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현재 <웬즈데이>의 글로벌 흥행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웬즈데이 아담스’가 전부인 작품은 절대 아니다. ‘웬즈데이’의 룸메이트이자 그와 정반대 되는 성격과 취향을 가진 친구 ‘이니드(엠마 마이어스)’와의 대치 구도를 통한 미장센과 하이틴 작품으로서의 정체성을 담당한 도맡은 ‘엠마 마이어스’의 발랄한 연기력도 극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특히 너무나도 다른 성격 탓에 매사 부딪히는 ‘이니드’와 ‘웬즈데이’의 관계성은 티격태격하던 앙숙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를 넘나드는 케미스트리를 형성하며 극에 가장 큰 재미를 불어 넣는다. 영락 없는 십대 소녀를 상징하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이니드’와 오직 블랙 앤 화이트만으로 표현되는 ‘웬즈데이’의 색채 대비를 작중 배경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특유의 판타지스러운 미술 연출을 부각한 점도 인상적이다.
캐릭터 메이킹과 주제의식을 전달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서스펜스를 보여주는 후반부로 향할수록 스토리의 부족한 완성도가 드러난다. 기숙사 사감 ‘매릴린(크리스티나 리치)’이 최종 빌런일 것이라는 것은 진작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음에도 ‘웬즈데이’에 대적하는 악인으로 너무 뒤늦게 등장했고, 중반부까지 질질 끌던 미스터리를 후반부에 어물쩍 처리해 버려 긴장감이 반감되었다. 그럼에도 언제나 소외된 이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팀 버튼’의 의도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별종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격리된 존재들인데, 이들은 곧 주류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현실 속 소외 계층들을 상징한다. ‘평범이’라고 불리는 학교 밖 사람들은 이들을 경멸하고 혐오하지만, 정작 극중 살인 혹은 잔혹한 범죄를 일삼는 인물들은 ‘매릴린’이나 ‘타일러(헌터 두한)’, ‘조세프 크랙스톤(윌리엄 휴스턴)’ 같은 평범이들이었다. 오히려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속한 인물들은 겉보기에 남들 눈에 띌 뿐 이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제외하면 사회로부터 분리되어야 할 필요성이 적게 느껴진다. 특히 후반부까지 가장 선한 포지션을 담당하던 ‘타일러’가 사실은 ‘하이드’라는 이면을 가진 괴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악은 가장 평범한 얼굴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소외 계층과 아웃사이더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비판하고, 차별과 혐오를 일삼는 세태를 풍자한다는 점에서 ‘팀 버튼’ 감독이 늘 작품을 통해 강조하던 메시지가 어김없이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치밀한 구성의 범죄 스릴러는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덕후몰이상’이라 할 수 있는 ‘웬즈데이’의 캐릭터성과 배우의 훌륭한 연기력, 개성 뚜렷한 별종 친구들의 등장, 그리고 ‘팀 버튼’의 감성이 충만한 판타지적 세계관과 어둡고 몽환적인 배경 연출만으로 이 작품을 즐길 요소는 충분하다. 감독 특유의 마이너한 색채를 가볍고 통통 튀는 하이틴 장르로 희석시켰다는 점에서 이전 연출작들보다 가볍게 감상하기에도 좋다. 특히 과거 ‘팀 버튼’의 전성기 시절 작품들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간만에 폼을 되찾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
- 그렇게 종교가 된다
사이비 교주 '신택'과 함께 탈북한 '명선'은 남한의 작은 시골 마을에 자리잡게 된다. '사람 10명이 모여 기도하면 죽은 이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화신교'의 가르침을 따라 죽은 아들을 부활시키려는 명선은 각종 알바를 전전하며 교주를 먹여살리는 한편, 시간이 날 때마다 포교용 전단지를 돌리며 10명의 신도를 모으기 위해 애쓴다. 텃세에 막혀 신도를 모으는데 애를 먹지만, 점차 죽은 이를 '부활'시키고 싶은 이들이 하나둘 모이며 화신교는 소소하게 세를 불려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부활 의식을 치르는 날이 다가온다. 신도들은 치성을 드리지만, 죽은 이는 부활하지 않는다. 신택이 사기꾼이라며 흥분한 사람들 틈에서, 명선은 혼란에 빠진다. 선천에서부터 신택을 쫓아왔다는 다른 탈북자 두 명은 신택이 선천에서도 부활 의식에 실패해 사기꾼으로 몰려 맞아 죽을 뻔한 바람에 여기로 도망온 거라는 말을 남긴 뒤, 신택의 가방을 훔쳐 달아난다.
신택을 추궁하는 명선에게, 신택은 이제 때가 됐다며 명선이 교주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탈북자를 소재로 삼은 영화 중에서는 매우 독특한 작품에 속한다. 일종의 패턴화된 캐릭터와 스토리를 통해 독립영화계에서 하나의 장르가 된 '탈북영화'의 전형에서 빗겨나는 아이디어가 눈에 띈다. 주요 탈북민 캐릭터에 사이비 교주라는 속성을 부여한 탈북 영화는 확실히 이제껏 우리가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세팅 위에서 이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영화는 노골적인 '실명 모티프'를 도입해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러니까 암전된 화면에서 시작해 다시 암흑 속에서 끝나는 이 영화는 주인공이 믿는 허접하고 터무니없는 사이비 종교와 그런 그를 적대시하는 남한의 열성 개신교 집단이 실은 '맹목적 믿음'이란 테마를 공유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두 집단이 서로 마주보고 포교하는 장면에서 화신교도와 개신교도를 비슷한 시선으로 교차하며 담아낸 연출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예수님은 부활했는데 왜 우리 아들은 부활하지 못하나요?"라는 주인공의 황당한 질문은, 결말에 이르러 암흑 속에서 들리는 작은 대답을 통해 메아리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 소리가 암전된 화면에서 들려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은 진실 혹은 거짓으로 명확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의 믿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된다.
그런데 나는 영화가 이런 애매모호하고 중의적인 결론에 이르기 위해 충분한 단서를 깔아뒀는지 되묻게 된다. 마지막에 들린 그 목소리가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정하담 배우의 인상적인 연기 말고 다른 요소가 더 필요하지 않은가? 예를 들어 우리가 목격한 두 번의 부활극 중 첫 번째 것은 실패하고 두 번째 것은 성공한 이유를 '논리적으로도' 설명할 수가 있다면 관객은 마지막 목소리를 심오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진정한 마음으로 기도한 10명이 모인 것이 아니라, 불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끼어있었기 때문에 10명을 채우지 못해 실패한 것이다!" 같은, 전형적인 사이비에서 할 법한 변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 영화는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메꾸기 힘든 서사적 공백이 너무나 큰 탓에 마지막 목소리를 '진실'로 해석하기 곤란한 면이 있다. 믿음에 대해 다루는 영화라고 해도 관객은 믿음만으로는 스토리에 몰입할 수 없다.
출발은 흥미진진했고 중반부 몰입도는 나쁘지 않았으나, 다소 부족한 복선 탓에 마지막에 결말이 의도한 바가 충분히 달성되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감독과 배우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가기엔 충분한 영화였다. 분명 매끈하진 않지만 중간중간 매력적인 구석이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부활 의식 장면은 두 배우의 열연과 영화가 끈질기게 이어온 충혈된 눈과 실명의 모티프가 결합되며 폭발력을 자아내는 힘이 있었다. 눈이 먼 듯 비틀거리며 담장에 몸을 기댄 명선이 곧장 방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장면은 논리적 고리 모조리 끊긴 상태에서도 그 자체로 내적인 설득력을 발휘할 만한 수준이었다. 또 나름대로 불과 물이라는 명확한 이미지적 대비를 활용하려 시도한 것도 몇몇 장면에서는 효과적이었다. 이런 인상적인 결합과 효과를 영화 전체에 유기적으로 엮어낼 수만 있다면 차기작은 훨씬 더 훌륭해질 것이다.
-
- 10월 3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0월 3주 개봉영화!
블랙아담 Black Adam , 2022
액션 스타 ‘드웨인 존슨’의 슈퍼 히어로 첫 도전
영화 "블랙 아담"은 5000년 전 고대 국가 '칸다크'의 노예에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불사신으로 깨어난
'블랙 아담'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일격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분노의 질주','쥬만지' 시리즈 등을 통해 독보적인 피지컬과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액션 연기를 선보여 온 드웨인 존슨이 처음으로 슈퍼 히어로에 도전합니다.
'블랙아담'은 DC 확장 유니버스 사상 가장 강력한 능력치를 보유한 히어로계의 끝판왕이죠
각기 다른 슈퍼 파워와 매력으로 무장한 DC 원조 히어로 군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를 스크린에서 처음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블랙 아담"만의 특별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DC 확장 유니버스 사상 최대 스펙과 최강 파워를 갖춘 가장 강력한 히어로 등장!
추천영화 "블랙아담" 입니다.
미혹 2021
가족의 관계와 심리 변화의 무서움을 마주한다!
영화 "미혹"은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진 가족이 새로운 아이를 입양하게 되면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 미스터리 공포 영화 입니다.
슬픔과 불안, 두려움 등 가족 간의 감정과 심리 변화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스펜스가 압권인 작품이죠.
미스터리 공포 장르에서 더욱 빛나는 배우 박효주,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배우 김민재,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온 배우 차선우와 함께 베테랑 아역배우들까지 합세해
완벽한 호흡으로 열연을 펼쳐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가족의 숨겨진 비밀, 진실과 믿음 사이에서 피어나는 두려움에 맞서는 미스터리 공포!
색다른 서스펜스와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이번주 추천영화 "미혹" 입니다.
귀못 2021
가족의 관계와 심리 변화의 무서움을 마주한다!
영화 "귀못"은 수살귀가 살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가득한 저수지 근처,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저택에 숨겨진 보석을 훔치기 위해 치매에 걸린 왕할머니의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된 보영의 이야기입니다.
KBS 드라마스페셜의 TV 시네마 작품으로 극장에서 먼저 개봉 후 12월 21일 TV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탁세웅 감독은 "귀못에 대해 수살귀가 콘셉트고 모티브다. 그걸 전면에 내세운 공포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연출하면서 축축하고 눅눅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하우스호러의 연출에 충실한 모습이 나오는데요
K-정통호러의 맛을 보실수 있을것입니다. 극강의 K-호러의 탄생!
이번주 추천영화 "귀못" 입니다.
나를 죽여줘 Kill me now , 2020
전 세계 영화제 7관왕 수상
영화 "나를 죽여줘"는 선천적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 ‘현재’와 유명 작가였지만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민석’이 서로에게 특별한 보호자가 되어주는 휴먼 힐링 드라마입니다.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영화제 수상과 호평이 이어지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입니다.
"나를 죽여줘"는 성(性)과 장애, 존엄사까지 한 영화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를 영화의 인물들을 통해 솔직하고 대범하면서도
사려 깊게 그려내 삶과 존엄의 묵직한 메시지와 질문을 던져주며 깊은 여운을 선사하는데요
전 세계에 깊은 울림과 질문을 던진 캐나다 극작가 브레드 프레이저의 웰메이드 연극 '킬 미 나우'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명품 카리스마 배우 장현성, 충무로 이끌 실력파 배우 안승균, 이일화, 김국희, 양희준까지!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해줄
이번주 추천영화 "나를 죽여줘" 입니다.
수프와 이데올로기 Soup and Ideology , 2021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이자 생존자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재일교포 2세인 양영희감독이 어머니 강정희씨로부터
우연히 제주 4.3에 대해 들은 후 강씨의 기억을 기록하고 가족으로서 그녀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로 찍은 다큐멘터리 입니다.
어머니 강씨가 사는 일본 오사카, 함께 방문한 제주의 여정 등이 담겨있습니다.
지난해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대상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집행위원회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올해 6월 개봉하며 제주 4.3에 대한 이야기가 일본에도 알려지고 있습니다.
가족과 비극의 폭력의 아픔을 준 국가, 뿌리박혀 쉽게 이해하기 힘든 각자의 이데올로기!
이번주 추천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입니다.
-
- 완벽주의자 킬러의 차가운 복수가 슬픈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암살 목표물을 감시하는 '킬러(마이클 패스밴더)'. 자는 시간도, 음식도, 심지어 심박수까지 철저히 통제하며 암살 대상을 기다리던 그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타깃을 저격하는 데 실패한다.
처음으로 임무에 실패한 나머지 극도로 당황하며 간신히 은신처로 돌아간 킬러. 그러나 그 사이에 킬러의 '아내'(소피 샤를로치)는 보복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고 만다. 이에 그는 아내를 공격한 두 명의 암살자 '짐승'(살라 베이커)과 '전문가'(틸다 스윈튼), 공격을 주도한 '변호인'(찰스 파넬)과 '의뢰인'(알리스 하워드)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즉시 여느 때처럼 냉철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킬러. 그러나 이번만큼은 완벽주의자 킬러도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가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기 때문.
데이비드 핀처의 노르딕(?) 누아르
데이비드 핀처가 12번째 장편 영화 <더 킬러>로 3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에도 넷플릭스의 손을 잡았다. 프랑스 작가 알렉시스 놀렌트의 그래픽 노블 원작을 <세븐>의 각본가 앤드류 워커가 각색했다. 무려 20여 년 전부터 마음에 둔 작품이라 하는데, 그 의지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나온 듯하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고, 제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관객을 만났다.
<더 킬러>는 여러모로 의외의 영화다. 핀처의 첫 누아르 영화라는 점이 새삼스럽다. 낯설기도 하다. 누아르 영화치고 전체적으로 건조하다. '킬러'는 심리적으로 좀처럼 동요하지 않는다. 차갑기도 하다. 킬러의 복수극을 5개 챕터로 나누어 보여줄 정도로 계획적이다. 그러다 보니 <조디악>, <나를 찾아줘>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다. 화면이 전환되는 몇몇 순간을 제외하면 핀처에게 기대하는 현란한 편집 솜씨도 부각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은 언제나 와플 사이에 감춰져 있기 마련이다. 핀처가 감정을 분출시키지 못하는 감독은 아니니, 왜 애써 감정선을 숨기려 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건조함과 냉정함 사이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핀처의 노림수는 이내 모습을 드러낸다. 답은 간단하다. 소설 같다. 비록 프랑스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했지만, 마치 한 편의 북유럽 소설 같다. 더 구체적으로는 데이비드 핀처만의 노르딕 누아르에 가깝다.
관건은 암살 작전이 아닌 암살자
물론 <더 킬러>의 주인공은 탐정도 경찰도 아닌 암살자다. 북유럽도 배경이 아니다. 파리, 도미니코 공화국, 뉴욕 등 다양한 장소가 나오지만 북유럽은 없다. 그럼에도 <더 킬러>에서 노르딕 누아르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영화의 톤과 매너 때문이다.
우선 사건이 아닌 인물 중심이라는 특징이 눈에 띈다. 노르딕 누아르에서는 셜록 홈즈 같은 뛰어난 탐정이 없다. 평범한 경찰이 주인공이다. 형사의 한계와 고충. 경찰 시스템과 사법 제도의 한계.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거와 심리가 얽혀가면서 비로소 사건을 보여준다. <더 킬러>도 마찬가지다. 암살 작전은 중요하지 않다. 킬러가 죽이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를 고용한 고객의 목적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핵심은 암살자다. 킬러의 내레이션이 빈 공간을 차지한다. 파리에서 암살 작전을 준비하는 챕터 1이 대표적이다. 이 챕터에서는 킬러 외에 다른 목소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살인이 갖는 의미. 암살을 하기 위해 필요한 철칙과 조건들. 때로는 냉소적이고 궤변 같기도 한 그의 상념으로 가득하다. 마이클 패스밴더의 킬러를 보면서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가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닌 셈이다. 마침 패스밴더가 영화 <스노우맨>에서 '해리 홀레'를 연기한 적도 있고.
강박증이라는 공통점
이때 킬러에게 초점을 맞추면 유달리 도드라지는 지점이 있다. 강박증이다. 그는 완벽주의자다. 표적이 묵는 호텔 방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으려 한다. 눈을 뜨자마자 표적을 관찰하기 위해 잠잘 때도 테이블 높이를 창문과 맞춰 둔다. 저격 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항상 심박수를 체크한다. 밥도 효율적으로 먹는다. 햄버거에서 번을 빼고 단백질 위주로 영양분을 섭취한다. 목표를 위해 끝없이 기다리고, 유지하고, 인내한다.
이 강박증은 마냥 남 일이 아닌 것 같기에 흥미롭다. 업무의 강도가 높고, 비윤리적인 점만 빼면 그의 일은 일반 직장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자기 본연의 리듬 대신 일에 맞춘 일상도 낯설지 않다. 제이 그리피스가 <시계 밖의 시간>에서 지적한 대로다.
분업화된 자본주의 시스템이 확립된 후 사람들은 삶에서 자율성과 창조성을 지운채 시계와 알람에 맞춰 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시간 맞춰 칼같이 일어나고, 자기가 세운 계획을 완벽하게 이행해야 마음이 놓이는 킬러와 현대인을 분리해 말하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동정과 연민 끼어들지 못하는 킬러의 세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더 킬러>의 복수극은 평범하지 않다. 자기 세계의 모순을 발견했지만, 외적 가치를 이미 내면화했기에 끝내 떨쳐내지 못하는 환자의 치유기에 가깝다. 그가 외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챕터 1에서 핀처는 킬러의 시점과 청각만을 강조한다. 카메라는 그의 시점을 비추고, 음악과 소음도 그의 귀에 들리는 대로 울려 퍼진다. 달리 말해, 그의 세상에는 그만이 존재한다.
이를 확대하면 분리되고 고립된 사람들의 세계가 나타난다. 여러 파편이 있다. 런던에서도 파리에서도 뉴욕에서도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낀 독일인 관광객에게 관심이 없다. 설령 그가 아마존을 이용해 살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긴다 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다들 비슷비슷하게 표준화된 일상을 영위한다. 맥도널드와 스타벅스처럼.
이 세계에서는 동정과 연민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코인에 눈이 멀어 자기가 죽이려 한 킬러가 복수를 위해 찾아와도 의뢰인은 그 이유조차 짐작 못하는 사회이니까. 킬러의 내레이션이 동정과 연민보다 냉정함과 계획을 우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이유다.
바로 이 지점에서 <더 킬러>는 더더욱 노르딕 누아르 같다. 노르딕 누아르의 특징 중 하나가 시대상의 충실한 반영이기 때문. 노르딕 누아르 작가는 사회를 고발한다. 소설 속 지명, 연도, 현장에 대한 묘사까지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다. 마치 거울처럼 사회상을 반영한다. 핀처도 마찬가지다. <더 킬러>를 통해 자본과 권력으로 치환될 수 없는, 인격의 존엄성 같은 고유한 영역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복수의 성공이라는 비극
그러면서도 <더 킬러>는 일말의 희망을 간직한다. 수십 번 반복했던 작업인데 킬러는 자꾸 실수를 범한다. 변호사, 짐승, 전문가, 의뢰인으로 타깃을 좁혀가는 사이 살인은 공허해지고 의미 없이 흘러간다. 무엇을 위한 복수인지, 자신마저 납득하지 못할 위기를 맞는다. 그 사이로 불길이 튀어나오며 장르적 쾌감도 조금 깃든다. 줄곧 냉정하고 건조하던 영화는 온 집안을 부술 것처럼 처절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그러면서 킬러가 바라보는 세계는 조금씩 변한다. 서서히 남의 이야기가 들리고 보인다. 특히 전문가와의 대화가 정점이다.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마주 앉은 킬러와 전문가. 전문가가 묻는다. 이 직업에서 회의를 느껴본 적이 언제냐고. 일을 하면서 언제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해 봤냐고. 그 순간 킬러는 흔들린다. 조각상 같던 그가 위스키를 단숨에 비워 버린다. 단답이지만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물론 그는 자기 세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애써 외면한다. 계획대로는 아니더라도 완벽한 삶을 복구해낸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복수극은 마냥 기쁘지 않다. 언제나 완벽하려는 자기 노력이 그럴 가치가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심은 언제나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이다. 킬러의 마음에 깃든 이 건조한 희망의 존재는 큰 액션이나 제스처 없이도 틸다 스윈튼의 존재감이 압도적이고, 많은 대사 없이도 패스밴더의 연기가 일품인 이유다.
핀처가 보는 현대인
어떤 면에서 극 중 킬러는 <소셜 네트워크> 속 마크 저커버그처럼 보이기도 한다. 페이스북 CEO로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연결하는 허브의 중심에 선 그.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외톨이다. 절친도, 동업자도, 심지어 변호사마저 그를 떠났다. 그는 전 여자친구에게 친구 신청을 보내고, 받지 못할 답을 처량하게 기다린다. 자기가 만든 세계에서 고립된 후에야 자기가 놓치고 산 게 뭔지 어렴풋이 깨닫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는 킬러의 차가움과 냉철함이 장르적 쾌감을 거쳐 쌀쌀하게 이어지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즉, 킬러는 암살자이기 이전에 비극적인 현대인의 초상을 비추는 인물이다. 언제나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는 도로 청소차나 쓰레기 수거차는 킬러와 현대인의 삶을 함축하는 듯하다. 에릭 메서슈미트 촬영 감독의 영상미, 애티커스 로스와 트렌트 레즈너의 음악과 어우러지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겨냥한 문제의식과 메시지는 스크린을 뚫고 나와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전해진다.
결국 데이비드 핀처는 킬러의 일상을 장르적으로 접근하는 척하면서 하나의 거울을 가져다 놓는 셈이다. 나르시시즘 섞인 킬러의 독백와 업무 과정을 통해 화면 너머의 자기 자신을 보도록 유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이야말로 곱씹어 볼 가치가 있는 <더 킬러>의 발견이 아닐까 싶다. 어떤 장르든 핀처는 영화를 잘 만든다는 증명뿐만 아니라.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핀처, 패스밴더, 스윈튼 팬 모두가 사랑에 빠져 곱씹을 누아르
-
- 9월 5주 최신 개봉영화(007 노 타임 투 다이, 수색자, 스쿨 아웃 포에버, 서유기: 재세요왕, 용과 주근깨 공주)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007노타임투다이 #수색자 #스쿨아웃포에버 #서유기재세요왕 #용과주근깨공주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
- 수카바티 : 극락축구단 - FC안양을 되찾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
-
해당영상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써 7월 3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수카바티 : 극락축구단]의 개봉전 시사회를 참여한 뒤 제작된 영상입니다.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 잃어버린 팀을 되찾기 위한
FC안양 서포터즈 RED의 네버 엔딩 러브스토리가 시작된다!
-
- 영화 <정글 크루즈> 와일드 액션 60초 예고편
<캐리비안의 해적> 디즈니 제작! 이번엔 아마존이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순탄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 나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수록 릴리와 프랭크는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인류의 운명도 위태로워지는데…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
-
- 영화 <휴가> 메인 예고편
해고 5년차, 천막농성 1882일째
재복은 노조가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열흘 간 집으로 휴가를 떠나온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챙기고 아르바이트로 돈도 벌며
잊고 있던 워킹&쿠킹 홀리데이로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한다.
휴가의 끝이 보일 즈음 재복의 두 딸은,
아빠가 농성장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