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2-09 08:09:24
초현실적인 폭력을 거스르는 법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한 글입니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오늘 시사회는 그대로 진행됩니다.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용기를 다룬 작품이니, 오셔서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에 관한 글을 쓰려면, 12월 4일 오전 9시 49분에 발송된 문자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 초현실적인 내란 획책이 있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나는 지금 ‘영화 따위’가 문제냐며 퇴근 후 곧바로 어느 집회 현장이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 문자를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 언젠가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가 떠올랐다. 참사 후 가수들이 예정대로 콘서트를 진행하자 비난 여론이 일었다. 그때, 한 음악 평론가가 말했다. ‘그럴 거면 앞으로 음악으로 위로받았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우리는 지금 예술이 ‘하찮아지는’ 시국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현실이 예술을 초월하는 기막힌 상황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예술에서 이 시국을 헤쳐 나갈 용기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보며, 나는 내란범과 그에게 동조하는 세력에 맞설 ‘사소한’ 방법 중 하나를 떠올렸고, 되새겼다.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 펄롱의 걷는 장면이다. 그의 걷는 모습을 비추거나, 그가 걸으면서 마주했을 법한 풍경을 비추는 장면 말이다. 펄롱이 일상적으로 걸으며 마주하는 그 모든 사람과 풍경에서, 그는 정동 소외자다. 펄롱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대로 느끼지 못한다. 펄롱은 학대당한 가난한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어 동전을 건넨다. 수녀원에서 일하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그들이 학대당한다는 낌새를 느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펄롱을 나무란다. 퍽퍽하지만 그런대로 소박한 현재의 안온한 삶을 잃지 않으려면 눈을 감고 그들에게서 마음을 끊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펄롱이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다. 펄롱은 종종 그 길을 오르며 헉헉거린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석탄을 배달하는 펄롱은 거친 솔로 손가락과 손톱 구석구석에 낀 석탄 가루를 닦아낸다. 그가 거리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흔적도 없이 닦아내야만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듯이. 그러나 펄롱은 헷갈린다. 수녀원에서 본 소녀들에게서 사랑하는 딸들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펄롱은 그들에게서 고아인 그를 조건 없는 선의로 돌봐준 어른들 덕분에 번듯하게 성장한 그가 마주했을지도 모르는, 실현되지 않은 미래를 본다.

이제 펄롱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에 솔직할 것인가, 모두의 요청에 따라 막강한 영향력의 수녀원에서 일어난 일에 눈감을 것인가. 펄롱은 이 문제를 거창하게 풀어내지 않는다. 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가 수녀원에서 마주한 소녀 세라와 함께 걸으며, 수녀원이 아닌 자기 집으로 걸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펄롱은 수녀원에 갇힌 ‘사고 치는 여자’와 ‘사랑스러운 딸’ 사이에 놓인 임의의, 우연적인, 불분명한 구분선을 지워낸다. 자기 자신의 경험과 감각, 감정과 정동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펄롱은 그저 세라의 손을 잡고 길을 걸음으로써 이 일을 해냈다.
이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아일랜드 수녀원에서 대규모로 자행된 소녀들의 노동력 착취 및 감금, 학대 사건에서 출발한다. 원작 소설을 쓴 클레어 키건에 따르면, 1996년에 마지막 막달레나 세탁소가 문을 닫기 전까지 수녀원에 감금당한 채 강제 노역에 시달린 소녀의 숫자는 최소 만 명에서 최대 3만 명에 달한다. 9천 명의 소녀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금의 명분은 ‘타락한 여성’의 수용이었다. 우리나라의 형제복지원을 떠올리면 쉬울 것이다.

이 사건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드는가? 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저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질문해보면 막막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 개인이 감당하고 맞서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압도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펄롱처럼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변화와 저항을 모색할 수 있다. 자기 감각과 경험을 믿는 것이 출발이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감각과 경험이 누군가의 삶과 생명, 개별 인간들의 관계성,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규칙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짓밟는 것으로 지향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2024년 대한민국의 내란범들처럼 말이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과 감각이 중요할 것이다. 불완전하고 문제투성이일지라도, 우리 일상의 토대를 이루는 연결망을 어떻게 더 확대할 것인지가 기준이어야 한다.
담담한 소박함으로, 평범한 소시민들이 각자와 서로의 삶을 꾸려온 방식으로 초현실적인 폭력을 거스르는 일이 가능하다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말하는 듯하다. 내면에 침잠해 세상을 짊어진 펄롱의 용기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며 따로 또 같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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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금주에는 다가올 설 연휴에 어울리는 영화들이 개봉합니다.
그중 최대 기대작은 송혜교 배우의 첫 오컬트 영화인 <검은 수녀들> 일 텐데요.
송혜교 배우는 영화 속 흡연 장면을 위해 촬영 6개월 전부터 실제 흡연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중요한 장면인 만큼 거짓으로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전했습니다. 또한 드라마 '더 글로리' 이후, 장르물에 본격적인 흥미를 느껴 <검은 수녀들>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인만큼 '최부제'를 연기했던 강동원 배우가 특별 출연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개봉 당시 2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속편으로 돌아온 <히트맨2>, 실사에 애니메이션을 덧입혀 제작하는 '로토스코프' 기법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고스트캣 앙주>, 제시카 차스테인의 특별한 멜로영화 <메모리>까지!
과연 긴 연휴 기간에 우리의 마음을 빼앗을 영화는 무엇일까요?
검은 수녀들
Dark Nuns
개요: 미스터리 | 대한민국 | 114분
감독: 권혁재
주연: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
개봉: 2025.01.24.
배급: (주)NEW
줄거리
금지된 곳으로 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12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당장 올 수 없는 구마 사제를 기다리다가 부마자가 희생될 것이 분명한 상황. 결국 ‘유니아’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담당의는 ‘희준’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의학이라 믿는 ‘바오로’ 신부(이진욱). 우연한 기회에 그의 제자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의 비밀을 알아챈 ‘유니아’는 ‘희준’을 병원에서 빼내기 위해 막무가내로 도움을 요청한다. ‘미카엘라’는 거침없는 ‘유니아’ 에게 반발심을 느끼지만, 동질감이 느껴지는 ‘희준’을 위해 힘을 보태기로 한다.
마침내 두 수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소년을 살리기 위한 위험한 의식을 시작하는데...
원칙은 단 하나, 무조건 살린다!
히트맨2
HITMAN2
개요: 코미디 | 대한민국 | 118분
감독: 최원섭
주연: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황우슬혜, 김성오, 이지원
개봉: 2025.01.22.
배급: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욱해서 그린 웹툰 '암살요원 준'의 성공으로 잠깐 흥행 작가가 된 '준'은 시즌2 연재 시작과 동시에 '뇌절작가'로 전락하고, 망작이 된 시즌2는 되려 '준'을 노리는 글로벌한 악당들의 내한 열풍을 일으킨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다시 한번 대히트를 꿈꾸며 신작 웹툰 연재에 돌입한 '준'.
그러나 그의 웹툰을 모방한 테러가 발생하고, 국정원은 다름 아닌 '준'을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과연 ‘준’은 예언자인가, 테러리스트인가.
고스트캣 앙주
Ghost Cat Anzu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95분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쿠노 요코
주연: 모리야마 미라이, 고토 노아, 아오키 무네타카
개봉: 2025.01.22.
배급: 와이드 릴리즈㈜
줄거리
꾹꾹이 알바하는 고양이 실존?! 귀여운 동안 외모지만 37세다냥~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소세지절’ 아빠 ‘테츠야’는 엄마 기일 전까지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 11세 소녀 ‘카린’만 혼자 남는다. 그런 ‘카린’의 무료한 일상에 37살 고양이 요괴 ‘앙주’가 등장한다.
귀차니즘 아재 고양이 ‘앙주’와 한집살이를 시작한 까칠한 소녀 ‘카린’. 투닥거리는 사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둘은 ‘카린’이 그리워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저승으로 함께 떠나게 되는데...
37살 아재 고양이 요괴 ‘앙주’와 시니컬한 11살 젠지 소녀 ‘카린’의 아주 특별한 저세상 여행이 시작된다!
메모리
Memory
개요: 드라마 | 미국 | 103분
감독: 미셸 프랑코
주연: 제시카 차스테인, 피터 사스가드
개봉: 2025.01.22.
배급: 티캐스트
줄거리
뉴욕에서 딸과 단둘이 사는 실비아는 고교 동창 파티에서 사울을 만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실비아의 집까지 따라온 사울은 말없이 집 앞에서 밤을 새우고 실비아는 그가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며칠 후, 과거에 사울을 만난 적이 있다고 확신한 실비아는 그를 찾아가서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사울은 혼란스러워하고 실비아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며 그와 점점 가까워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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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마술사는 낭비를 모르지
외진 사막에서 사랑을 나눌 준비를 하는 나일스(앤디 샘버그)와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 결혼식에서 만난 둘은 꽤나 빠른 진도를 나가고 있었다. 분위기가 애틋하게 무르익을 무렵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나일스의 어깨에 박힌다. 혼란에 빠진 세라에 반해 의외로 덤덤한 나일스는 붉은빛으로 가득한 동굴 속으로 사라진다. 나일스가 걱정된 세라 또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녀는 이미 지났을 11월 9일 결혼식 아침에 눈을 뜨게 된다. 과연 세라에겐 무슨 일이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친숙의 탈을 쓴 세련된 이야기꾼”. <팜 스프링스>는 우리에겐 이미 친숙해져 버린 시간여행과 로맨틱이라는 두 장르를 결합시킨다. 친숙한 소재는 관객에게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오용하면 진부함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맥스 바르바코우 감독에게 친숙함이란 위험보단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무기인 듯하다. 분명 다른 작품에서 봤음직한 장면을 능수능란하게 재구성하는 모습은 이번 작품이 첫 장편 영화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한다. 특히 영화라는 한정된 시간의 예술이 지닌 가치를 온전히 이끌어내는 모습은 ‘시간의 마술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 획기적인 개입<팜 스프링스>의 친숙함은 <사랑은 블랙홀>과 <해피 데스데이> 사이를 오간다. 바르바코우 감독은 두 작품에 대한 단순한 모방과 변형에 그치지 않고 색다른 시도를 꾀한다. 바로 ‘중간자의 개입’이다. 반복되는 시간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루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중간자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시간 속 기억의 축적은 주인공에게만 적용되기에 그들은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었다. 대부분 미래를 예견하는듯한 모습으로 설득하지만 주인공들과 같은 시간을 적용받는 관객들에겐 지루한 순간일 수밖에 없다. 바르바코우 감독은 중간자의 개입을 통해 단순하지만 획기적인 방법으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을 영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 동일한 시간 축 위에 다양한 인물의 등장
나일스, 세라, 로이는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상영시간이 한 시간 반에 지나지 않는 작품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다루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팜 스프링스>는 인물들의 과거를 최대한 절제하고 11월 9일이란 하루에 집중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그들의 행동에 따라 하루는 변한다. 매번 다른 시간 속에서 함께 쌓인 경험이 인물들의 과거가 되고 이는 곧 그들의 개성으로 자리 잡는다. <브루클린 나인>, <파고>, <위플래시> 등으로 대중에게 인증받은 배우들은 훌륭한 연기를 통해 각자 맡은 캐릭터의 개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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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했던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매일 같은 내용을 쓰는 건 재미가 없다. 나도 싫증 나고, 내가 쓴 것들을 언젠가 읽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면, 요즘 드는 생각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은 이에 대한 내용을 쓰지 않았지만, 내가 한동안 썼던 문장이 있다. '도망쳐서 온 곳에 낙원이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사실 도망치지 않아도 매한가지인 것 같다. 뭔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불행으로 향하는 지름길에 빠진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걸 우리가 무시할 수 있어? 원래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 있어야 사람이 행복한 것이다. 이 과정을 끝마치고 뭘 얻었다고 하면 항상 그에 맞는 '잃은 것'이 생각나곤 한다. 이렇게 뭘 얻어도 항상 잃는 게 있으니 불행은 과연 인간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이건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몇몇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 똑같은 말을 한다. 그렇게 다들 원하는 순간을 살고 있으면서 '내가 겪어온 게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결혼이나 취업 같은 과제가 남아있긴 한 나는 사실 이런 일들에 지레 겁을 먹었다. 좋은 직업 가지면 행복할까? 사실 어차피 그게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고 위에 썼다. 이 뜻은 나를 위한 정신승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내가 재밌는 일을 더 할 수 있게 살고 싶어서다. 만약 어디 갈 곳 없는 백수가 되면 글을 쓸 일이 있을까? 아마 취업준비를 하느라 바쁘겠지.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이런 일들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난 내 이야기를 써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다. 내가 쓴 것과 세상과 대화하면 재밌을 것이라는 바람이 매일 같은 요일과 시간에, 또 같은 장소에 내가 영화를 보고 여기 앉아서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된 것이다. 난 내가 겪어온 시간이 잠깐 달콤한 꿈이 아니길 바라니까 쓰는 게 습관이 됐고 공부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난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 산다. 그렇지 못하면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큰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온갖 우울하고 어두운 핑계를 죄다 갖다 붙였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유들이 간단해진다. 참 당연한 것을 애써 부정해왔던 내가 놀라워진다. 이 '당연한 것'에 대해 다룬 영화가 있다. 조금 하던 이야기만 하는 영화 같지만 이 작품은 울림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미국의 한 농인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주인공 루비는 미국에 사는 10대 여고생이다. 루비는 다른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데 그건 겉모습만 봐서 그렇다. 루비 가족에겐 특별한 사연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작은 딸 루비를 제외하고 전부 다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초반부부터 수화로 대화하는 루비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어부 일을 하는 루비의 부모님과 친오빠. 노래를 좋아하는 루비지만 일상이 바쁘니 마음에 여유가 있을 턱이 없다. 매일 가는 학교도 피곤함에 쩔어 있는 루비. 학교에선 생선 냄새가 난다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루비는 퍽퍽한 하루하루에 재미를 찾고자 합창부에 들어간다. 좋아하던 노래를 맘껏 부르고 싶어서다. 그렇게 찾아온 오디션 시간. 합창부 선생님 미스터 V는 루비에게 노래를 주문한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라니 당황한 루비. 루비는 갑자기 짐을 싸서 후다닥 도망가기도 하지만 결국 합창부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는 루비의 합창부 입성기를 다루면서 재밌는 일에 빠지는 10대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을 조명하며 10대 소녀 루비의 성장기를 다루는 것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이걸 보여주면서 하이틴 영화 향도 살짝 첨가했다. 성에 대해 눈이 뜨이는 시기 아닌가? 영화 안에 소소한 유머로 이것들이 들어가 있다. 또 <플립>이나 <노트북>에서 볼 수 있었던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영화 안에 있다. 루비는 합창의 상대 커플 역이었던 마일즈와 다투기거나 마음을 확인하기도 하면서 성장해간다. 영화는 이런 것들을 소재로 삼았다. 10대 소녀의 성장기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글에 적지 않았던 한 가지 키워드가 있다. 뭐 예상하기 어렵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런데 그런 정보 없이 봐야 울림이 클 거라고 생각하니 굳이 적진 않겠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국밥 같은 영화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민했다. '짜장면 같은 영화'와 '국밥 같은 영화' 사이에서 뭘 쓸지 생각했다. 결국 후자를 골랐다. 이 단어를 설정한 이유는 국밥이라는 것의 속성을 예로 들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밥이라고 해서 말아먹을 정도로 구리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국밥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겠지? 술 먹고 먹는 해장국도 국밥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을 거고. 순대국밥도 국밥의 종류 중 하나니 국밥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국밥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우리는 어떤 맛인지 다들 안다. 지금 당장 내 머리에 사골이 생각난다. 또 콩나물과 육개장도 생각나는 것 같다. 국밥은 이렇게 예로 들어 설명하기 굉장히 쉽다. 이 영화도 이와 유사점이 있다. 난 30분만 봐도 러닝타임의 줄거리를 예상할 수 있었다. 또 정말 솔직히 거기에서 벗어난 부분이 조금도 없다. 근데 영화는 그렇게 남들이 걸었던 길만 걸었는데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 영화가 국밥 같지 않았으면, 그러니까 쉽지 않았으면 이런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다. 우리 마음에 있는 어떤 한 부분을 공략해 효과를 주는 전형성을 타지 않았더라면 영화의 장점이 깡그리 죽었을 것 같다. 영화는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노래의 가사들이다. 난 노래 가사가 너무 좋았다. 음악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뭐야. 당연히 음악 아니겠어? 근데 음악이 다른 노래들이랑 비슷하면 이 영화는 국밥의 야채 정도 되는 존재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영화는 80년대의 음악을 리메이크해서 그런지 따뜻한 가사를 썼다. 후반부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이제 난 구름을 위와 아래 양쪽에서 보지만 / 어쨌든 여전히 내가 기억하는 것은 구름의 환영이라 / 구름이 무엇인지는 정말로 전혀 모르겠어요'가 가사의 내용이다. 내가 이 가사를 좋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나라는 사람에서 찾을 수 있다. 성장과 깨달음이 정말 삶을 살아가는데 무조건 도움만 된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닐지도 모른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생각 외로 그렇게 친하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 내가 믿던 것이 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의 기분은 나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나에게 삶의 고단함을 터놓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 솔직히 이제는 잘 못할 것 같다. 나 역시 이 순간을 넘어가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음악으로 사용됐던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내가 걷고 있는 이 삶에 정말 끝이란 있을까?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한 일들을 자주 맞이할 수 있다. 이 주인공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소재를 통해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작품의 핵심 키워드와 노래의 가사가 깊게 맞아떨어져 좋은 시너지를 낸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청각장애인에 대한 성찰이 보인다. 이 부분을 깊게 쓰면 아마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하게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살짝만 써보자면, '청각장애인인데 어떻게 루비의 음악생활을 지지해?'라는 질문에 굉장히 진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가족 간의 사랑이라고 퉁 치고 넘어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 번째. 하이틴 로맨스 코드다. 이 분야 전문가 <플립>같이 영화 내에 달달한 분위기가 흐르지는 않는다. 사실 로맨스 코드는 부수적인 쪽에 가깝다. -핵심은 1번에서 굳이 쓰지 않은 '그것'과 루비의 꿈- 그럼에도 하이틴 로맨스 향이 나는 의도도 분명한 것 같다. 영화를 너무 진중한 쪽으로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소도구가 된다. 또한 사실적으로 10대의 삶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루비의 중요한 것을 산만하게 묘사하지 않아 영화를 쉽게 이해하게 도와준다.
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나는 감독 션 헤이더가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3-2번에서 쓴 '청각장애인에 대한 성찰'의 연장선상으로 쓸 수 있는데, 감독은 루비 가족을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들로 섭외했다. 캐스팅으로 극의 사실성을 더한 것이다. 수화를 통한 감정연기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또 주인공 에밀리아 존스와 상대역 마일즈 역을 맡은 배우 노래 의외로 잘한다. 특히 에밀리아 존스는 거의 가수 백예린의 음색이랑 빼닮아서 놀랐다. 이 외에도 루비의 멘토가 되는 미스터 V 역의 배우도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또 그만큼 따뜻한 멘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5. 무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솔직히, 내 답은 아니오다. 그 정돈 아니다. 정말 좋은 작품인 건 맞다. 그런데 <그린 나이트>나 <프렌치 디스패치>만큼이나 웅장 해지는 작품이냐? 그런 아니다. <그린 나이트>같이 영화 내적으로 비트는 테크니컬 한 모습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프렌치 디스패치>처럼 영화의 특장점이 쾅쾅 드러나는 작품도 아니다. 그래서 난 솔직히 작품상 못 받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 <파워 오브 도그>나 <드라이브 마이 카>가 받지 않을까. 근데 뭐 못 받을 것 같다고 해서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적으로 나의 의견이다. 또한 <파워 오브 도그>에서의 인물 내면 비틀기나 <드라이브 마이 카>의 울림만큼의 무언가가 없다고 해서 예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영화 역시 충분히 매력이 있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6. 보기 어려운 영화인가요?
아니다. 굉장히 쉬운 작품이라 무난하게 볼 수 있다. 아. 지금 극장에 걸려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난 아이패드와 에어팟으로 봤는데, 영화관 음향 빵빵한 곳에서 보면 사운드적으로 귀가 풍부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으로는 네이버 시리즈 온에서 2500원 내고 볼 수 있다.
7. 왜,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최근 본 영화들을 생각해봤다. <더 배트맨>, <소년심판>은 영화 줄거리에 살인이 묘사된다. 또 <나이트메어 앨리>의 엔딩은 충격적이기 그지없다. 내가 이런 범죄/스릴러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나는 한 편으로는 잔잔한 감동을 원했던 것 같다. <소울>과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감동이 내 머릿속에 쉽게 잊히지 않았거든. 영화는 이렇게 큰 스케일과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다. 하이라이트의 노래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힘낼 거라는 게 아니라, 이런 걸 보면서 힘을 내라는 뜻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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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모음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완연한 봄날씨가 찾아왔는데요, 주말에는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진다고 하니 감기 들지 않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바쁜 한 주의 끄트머리,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질 재미있는 영화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애들은 가라! 오늘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일곱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색감천재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개들의 섬>부터
여러 할리우드 영화 연출에 영향을 끼친 콘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까지!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개들의 섬(2018)
Isle of Dogs
ⓒ 네이버 영화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톤, 코유 랜킨,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등
장르: 모험,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인류를 위협하는 개 독감이 퍼지자, 세상의 모든 개들은 쓰레기 섬으로 추방되고, 자신이 사랑하던 개를 잃은 소년은 개를 찾아 홀로 섬으로 떠난다. 소년은 그곳에서 다섯 마리의 특별한 개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사라진 개를 찾아가는 그들 앞에 기상천외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개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개 남다른 개들의 색다른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걘 겨우 12살이니까.
우린 애들을 좋아하잖아.
ⓒ 네이버 영화
영화 <개들의 섬>은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견류 독감'의 영향으로 전국의 모든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추방시킨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했으며, 201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 및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은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는데요, 영화는 사랑하는 개 '스파츠'를 찾아 나선 소년 '아타리'와 그를 돕는 다섯 마리의 개들을 주인공으로 했으며 독창적인 컬러감과 구도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던 웨스 앤더슨 감독이기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답게 <개들의 섬>은 디테일에 있어서 엄청난 놀라움을 자아내는데요, 캐릭터들의 표정과 움직임, 배경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정교한 작업을 위해 3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러닝타임 101분을 위해 무려 144,000개의 스틸을 이어 붙였으며, 1초에 24 프레임을 구현하는 기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on ones' 기법과 달리 움직임이 다소 딱딱하고 불온전한 느낌의 'on twos' 기법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초밥을 만드는 장면 하나에 15주가 소요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비주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캐릭터, 따뜻하면서도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가 적절히 섞여 들어간 스토리텔링 또한 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인간과 개의 교감을 섬세하게 다뤄 애견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신다면 그의 또 다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인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또한 추천드립니다.
퍼펙트 블루(1997)
Perfect Blue
ⓒ 네이버 영화
감독: 곤 사토시
출연: 이와오 준코, 마츠모토 리카, 치즈 신파치, 오쿠라 마사아키 등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81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내리막길만 남아 있는 일본의 소녀 아이돌 그룹 ‘참’의 리더 격인 미마. 롱런을 위해 에이전시로부터 배우로의 전업을 권유받고 그룹을 탈퇴한다. 광적인 팬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핑크빛 공주 의상을 입는 자신에 익숙했던 그녀에겐 갑자기 강간신을 찍는 성인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겨운 일. 시골에서 올라온 자연인으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아니면 아이돌 스타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혹은 누드사진을 찍는 그녀가 진짜일까?
1초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어째서 동일인이란 걸 안다고 생각해?
단지 기억의 연속성. 그것 만에 기대어
우리들은 일관된 자기 동일성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어.
ⓒ 네이버 영화
영화 <퍼펙트 블루>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곤 사토시 감독의 1997년작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곤 사토시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데요, 아이돌 그룹 '참'의 멤버였던 '미마'가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로서 경력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어차피 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동화(動畵)를 많이 쓸 수 없으니 움직임이 아닌 미술과 연출로 승부를 걸자고 생각했다고 하며, 결과적으로 작화와 연출 면에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 되어 애니메이션에서 연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감독은 '상상과 일상의 융합'이라는 테마를 반복적으로 사용, 다양한 명작을 많이 배출해 냈습니다.
최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더 웨일>이 개봉을 했는데요, 애러노프스키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퍼펙트 블루>를 종종 오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영화들 중 <레퀴엠 포 어 드림>, <블랙 스완> 등에서 <퍼펙트 블루>와 거의 유사하게 연출된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2001년에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퍼펙트 블루>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려다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답니다.
파프리카(2007)
Paprika
ⓒ 네이버 영화
감독: 곤 사토시
출연: 하야시바라 메구미, 후루야 토루, 야마데라 코이치 등
장르: 미스터리, SF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0분
29살의 정신과 치료사 치바 아츠코에게는 또 하나의 자아가 있다. 바로 18살의 대담무쌍한 꿈 탐정 파프리카이다. 파프리카는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의 무의식에 동조함으로써 환자의 불안과 신경증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한다. 어느 날, 치바의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던 혁명적인 정신치료장치 DC-MINI의 프로토타입이 도난당하고 조수마저 실종된다. 장치를 찾아 나선 치바는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 파프리카는 내 분신이잖아.
- 아츠코가 내 분신이라는 발상은 못 하나 봐?
ⓒ 네이버 영화
영화 <파프리카>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퍼펙트 블루>를 만들기도 했던 곤 사토시 감독의 유작입니다. 이 작품의 제작 이후 감독은 췌장암이 발병해 투병 생활을 하다 2010년 사망해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는데요, <파프리카> 역시 <퍼펙트 블루>와 마찬가지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프리카>의 원작자이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이기도 한 츠츠이 야스타카 본인이 해당 작품을 사토시가 영화화해 주길 원했으며, 원작 소설보다 더 확장된 상상력과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중인격의 인물, 악몽에 시달리는 현대인, 꿈의 영역까지 도달한 과학, 현실과 꿈의 뒤섞임 등 많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요, SF와 미스터리, 스릴러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믹스에 여느 영화 못지않은 탄탄한 구조와 감독 특유의 탁월한 작화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물리적 경계가 없는 매체인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영화로,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화면구성이 관객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합니다. 앞서 <퍼펙트 블루>를 오마주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들을 언급드렸었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파프리카>의 기초 설정 및 장면들의 유사성 또한 영화팬들 사이에 꾸준히 회자되는 이야기랍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2022)
Pinocchio
ⓒ 네이버 영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프 왈츠,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등
장르: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의 마법 같은 모험. 오스카 수상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손에서 고전 동화가 새롭게 재탄생했다. 생명을 얻은 목각 인형의 이야기가 놀라운 스톱모션 뮤지컬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 생명을 불어넣는 강력한 사랑의 힘이 펼쳐진다.
삶이 귀하고 의미 있는 건
그 삶이 짧기 때문이야.
ⓒ 네이버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스트리밍에 앞서 사전 공개되었던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압도적인 호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원작 동화 피노키오의 맥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인 '전쟁'과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러워 감독만의 새로운 버전의 피노키오가 탄생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영화 곳곳에 심어 둔 사회적인 풍자와 은유적인 메시지, 원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생의 교훈과 소중함이 버무려져 마냥 아름답지만 않으면서도 따뜻한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감독의 전작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는 본래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가 판타지적 세계관에 녹아들어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는 감독입니다. 피노키오를 만들면서도 행복한 분위기보다는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원작 소설의 무서운 면에 더 이끌렸으며 자신만의 피노키오를 만들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만의 피노키오가 완성되어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치코와 리타(2010)
Chico & Rita
ⓒ 네이버 영화
감독: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출연: 에만 소르 오냐, 리마라 메니시스, 마리오 구에라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야망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욕망,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그리고 네온사인 화려한 기회의 도시 뉴욕, 이제 막 그곳에 발을 디딘 치코는 스타로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리타와 재회하게 되는데… 하바나에서 뉴욕 그리고 파리, 할리우드, 라스베이거스까지, 사랑과 꿈을 좇는 그들의 뜨거운 여정이 펼쳐진다.
나도 당신을 모르지만 내 평생
당신을 기다려 온 것 같은 느낌이야.
ⓒ 네이버 영화
영화 <치코와 리타>는 2012년에 개봉한 스페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199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하비에르 마리스칼, 토노 에란도가 공동 연출했으며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음악을 맡은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소개되어 대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1950년대의 쿠바,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의 장소를 오가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작화를 맡은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한 천재 아티스트로, 투박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일러스트에서 스페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영화 내 흘러 귀를 즐겁게 하며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벤 웹스터, 냇 킹 콜 같은 재즈 명장들이 영화 속 캐릭터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음악을 사랑하는 어른의 연애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돼지의 왕(2011)
The King of Pigs
ⓒ 네이버 영화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등
장르: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96분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이 먹고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 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이곳은 얼음처럼 차가운 아스팔트와
그보다 더 차가운 육신이 나뒹구는...
세상이다.
ⓒ 네이버 영화
영화 <돼지의 왕>은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잔혹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부산행>, <정이> 등으로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그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소 거칠고 현실적인 삽화체 그림이 특징이며 불편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일부러 불편함을 느끼게끔 디자인한 그림체라고 합니다. 매우 잔혹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어린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과 독재권력에 대한 풍자, 사회적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돼지의 왕>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고,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 시드니 영화제, 파리 시네마 영화제, 몬트리올 판타지아 장르 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해당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요,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등이 출연하였으며 원작 이상의 잔혹한 수위와 묘사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잔인한 학교폭력과 이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 모르쇠로 일관하는 어른들은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보다 강력한 규제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 학교폭력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파닥파닥(2012)
Padak
ⓒ 네이버 영화
감독: 이대희
출연: 시영준, 김현지, 안영미, 현경수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78분
자유롭게 바닷속을 가르던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올드 넙치'. 그는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양어장 출신의 다른 물고기들의 신망을 받는 권력자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파닥파닥'으로 인해 수족관의 평화는 깨지고, '올드 넙치'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바다를 향한 고등어 '파닥파닥'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너희들은 이미 죽은 거야.
여기 들어온 이상 이미 죽은 거라고!
ⓒ 네이버 영화
마지막으로 추천드릴 작품 역시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개봉 전부터 각종 영화제로부터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영화 <파닥파닥>입니다. <파닥파닥>은 드라마와 뮤지컬이 결합된 일종의 뮤직드라마의 형식을 갖춘 애니메이션 영화로, 횟집 수족관에 갇혀버린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이 자유를 갈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전문 성우들이 더빙을 한 것이 특징인데요, 극 중 뮤지컬 부문에서도 성우들이 모든 노래를 직접 불렀으며 한국 독립 영화의 애니메이션에서 배우가 아닌 성우들이 캐스팅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네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횟집 수족관은 마치 계급화와 서열화가 만연한 관료주의 인간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한 공간으로 표현되며, 기회주의자, 냉소주의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군상들이 물고기의 얼굴을 하고 등장합니다. 수족관의 보이지 않는 벽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현실에 안주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꿈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영화로, 꽤나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연출과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12세 관람가로 책정되어 있으나 15세 이상 관람, 나아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 개봉했어도 납득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수준이라 발랄한 콘셉트의 마케팅에 낚인 것을 후회한 가족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총 일곱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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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호한 희망에서 초록빛 진실로
델핀(마리 리비에르)은 휴가 기간 동안 몇 차례 눈물을 흘린다. 사람들 속에서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는 탓이다. 친구와의 휴가 계획이 무산되고 혼자 긴 여름휴가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델핀은 막막함을 느낀다. 어디에서 누구와 시간을 보내야 할지 알 수 없다. 델핀은 그저 삶의 지겨움과 무료함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델핀의 우울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탓 만은 아니다. 확고한 이상을 지니고 매사에 진지한 사람은 환영받기 어렵다. 채식을 하고, 가볍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거부하며 종종 울적함에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골치 아프게 바라보는 시선은 델핀을 위축시킨다. 테이블 위를 오가는 수많은 대화 속에서 델핀은 고립된 섬처럼 동떨어져 있거나 위태로운 배처럼 흔들린다. 델핀은 언제나 자신의 입장을 증명하거나 태도를 지적받는 상황에 놓인다. 나는 당신과 다르다. 이 당연한 명제는 ‘우리가 서로 다르다’라는 관용이 아닌 ‘너는 우리와 다르다’라는 분리의 의미로 쓰인다. 왜 남자를 가볍게 만나지 않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지 그리고 왜 고기를 먹지 않는지에 대한 논쟁은 모두 분절적인 ‘다르다’로 끝난다. 델핀은 갈 곳이 없다고 아무 곳이나 가고 싶지 않고, 만날 사람이 없다고 아무나 만나고 싶지 않다. ‘귀찮은 녀석’이 아닌, 낭만적인 남자와의 만남을 원한다. 타협하지 않는 신념을 가진 완고한 델핀은 어찌해야 할지 모를 긴 휴가기간 동안 내면의 우울을 마주하게 된다.
낯선 타인과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을까? 문제는 마음에 달렸지만 조심스러운 델핀에게는 쉽지 않다. 델핀은 누구에게도 쉽게 답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만 그저 호기심 많은 아이의 질문도 재차 의심한다. 사람들을 향한 무관심한 태도는 이런 예민함에서 비롯된다. 외부의 자극과 내면의 감정에 예민한 델핀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틈이 없다. 델핀은 온몸으로 ‘나를 내버려 둬’라고 외치는 동시에 자신의 인생에 누군가가 다가와 주기를 바란다. ‘녹색 광선’은 델핀의 낭만이다. 관계 속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타인과 진심으로 교감할 수 없는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소망이다. 우리가 아주 잠깐이라도 타인의 진심을 알 수 있다면 복잡한 관계 속 외로움이 한층 덜어질 것이다. 타인의 진심을 알 수 있다는 미신을 믿어보는 것은 델핀 자신이 타인에게 진실로 대하기 때문이다. 해변에서 만난 친구 엘레나처럼 관심 없고 싫은데도 좋은 척, 관심 있는 척 가벼운 관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델핀은 자신이라는 모습 외에 꾸며낼 가면이 없기 때문에 “보여줄 모습이 없다”. 델핀은 자신의 믿음밖에 보여줄 것이 없다. 스스로를 속여 가며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 델핀은 상대방 역시 그러하길 바라나, 타인은 나와 다르다.
녹색 광선은 쉽게 볼 수 없으며 찰나의 순간 빛났다가 사라진다. 델핀은 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와 녹색 광선을 기다린다. 인생에 무언가 찾아오길 바라지만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기다리던 델핀은 이제 선명한 녹색 빛을 기다린다. 낭만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걸까? 그러나 델핀이 무작정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자신만의 미신을 따라 특별한 표시들을 찾아왔다. 직감이 이끄는 대로 뭔가를 예고하는 듯한 녹색 카드를 줍고 온갖 녹색의 단서들을 마음에 담았다. 델핀의 마음을 이끄는 것은 이 작은 미신적 단서들이다. 몇 개의 카드와 전단지, 상점의 간판이다. 에릭 로메르는 이 미신적 단서들을 갑작스러운 클로즈업과 의뭉스러운 음악과 함께 비춘다. 한 걸음 떨어져 델핀을 관찰하던 카메라가 그의 내면을 포착하는 순간이다. 미신적인 내면의 시점은 델핀에게 이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델핀에게 이입하지 않고 믿지 않을수록 희망의 모호함은 두드러진다. 델핀의 내면에서 모호한 희망이 확신으로 변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별 것 아닌 카드도 녹색이라는 이유로 의미 있는 물건이 된다. 델핀은 누군가가 자신을 선택하기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미신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기준으로 선택을 내린다. “녹색이 행운의 색깔“이라는 미신은 세상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다. 타인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정하고 해석한다. ‘녹색 광선’이라는 희망은 현실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허구처럼 보인다. 아무도 모르고 믿지 않을지라도 델핀은 내면의 나침반을 따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희망은 내면의 상태다. 녹색광선이 진짜이든 아니든, 그것이 정말 진심을 알게 해주는 힘을 지녔든 아니든 그것을 보는 순간 타인의 진심을 헤아릴 틈이 생긴다. “오! 시간이 되니 심장이 뛰는구나” 영화가 시작하기 앞서 등장한 랭보의 시 한 구절은 논리적이지 않은 내면의 희망을 확신에 찬 어조로 노래한다. 영화적 거짓이든, 미신이든 상관없이 델핀은 초록빛의 진심을 보았다. 우리는 델핀의 진심을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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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7일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 잘 알려진 배우 매기 스미스가 89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1934년 잉글랜드 태생인 스미스는 1950년대 영국 연극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70여 년간 영미권 연극·영화계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했으며 미국 아카데미상 2차례, 미국 에미상 4차례, 미국 토니상을 1차례 수상했습니다.
1990년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경(Sir)'에 해당하는 '데임(Dame)' 작위를 받았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은 성명에서 "국가의 보물에 막이 내렸다"며 "존경과 애정을 담아 그의 수많은 위대한 연기, 무대 안팎에서 빛난 온정과 재치를 전 세계와 함께 기린다"고 애도했으며 영화 팬들은 호그와트 성 앞에 모여 고인의 넋을 기리기도 했습니다.
10월 1주차 씨네뉴스 시작합니다
<베놈:라스트 댄스> 한국 최초 공개
영화 <베놈:라스트 댄스>는 오는 10월 23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합니다.
영화는 서로 뗄 수 없는 에디와 베놈이 각자의 세계로부터 도망자가 된 최악의 위기 속,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지독한 혼돈의 끝을 향해 달리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최초의 여자 씨름 영화 <모래바람> 11월 개봉
모래 위 여자들의 순수한 열정과 뜨거운 승부의 세계를 담은 최초의 여자 씨름 영화 <모래바람>이 11월 극장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영화 <모래바람>은 2009년 최초의 여자 천하장사가 탄생한 이후 5명의 여자 씨름 선수들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고 천하장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입니다.
충무로 ‘대한극장’ 66년만에 폐업
한국 영화 역사의 상징과 같은 충무로 대한극장이 9월 30일을 끝으로 폐업했습니다. 1958년 극장이 문을 연 지 66년 만으로 대한극장은 70밀리미터 와이드 필름을 초대형 화면에서 상영하는 최초의 극장이자 한국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대한극장 운영사인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건물을 문화예술공연 시설로 개조해 내년 4월 문을 연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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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가 어릴 적 만났던 괴물 [몬스터 콜과 BENEE의 Monsta] (가사/해석/lyrics)
매일 밤 우릴 찾아오던 괴물,
어쩌면 우리가 부른 게 아닐까?
A Monster Call X Monsta FMV
*source
Benee - Monsta
몬스터 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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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 파이널 예고편
2% 부족한 도적들이 팀플레이하는 SSUL 푼다 유쾌하고 스펙터클하고 다 해도 되는 거임? 도적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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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잇츠 어 신> 메인 예고편
1981년, 리치는 런던에서 살고 있다. 마음껏 사랑에 빠지고, 배우로서 꿈을 펼치는 것도 잠시. 게이들만 걸린다는 질병으로 인해 리치와 친구들의 삶은 위협받는다. 바이러스보다 더 두려운 혐오와 편견에 맞서기로 다짐한 이들은 더 맹렬하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