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고야마 다카시(Koyama Takashi)
출연진 사라 미나미(Sara Minami), 나츠키 데구치(Natsuki Deguchi)
시놉시스
조용한 시골 마을의 생활은 한적하다 못해 따분하기까지 하다. 히데미, 야구치, 이와쿠마, 세 여고생은 각자의 꿈을 꾸면서, 언젠가 지겨운 고향을 탈출할 궁리를 하고 있다. 래퍼를 꿈꾸는 히데미는 어느 날 예측하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탈출을 도와줄 위험한 물건을 손에 넣게 된다. 세 여고생은 훔친 물건으로 돈을 벌어서 최대한 빨리 마을을 빠져나가자는 황당무계한 계획을 세우고, ‘올 그린스’라는 이름의 동호회를 만들어 학교 안에서 비밀스러운 일탈을 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위험한 계획은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 <올 그린스>는 불투명한 미래 앞에 흔들리는 십 대 청소년의 고민을 경청하면서, 성장통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이 겪는 꿈과 불안을 유쾌하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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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장 영화가 좋다. 낭만적이며, 도발적이고, 유쾌한 영화들을 좋아한다. 또한, 통상적인 클리셰를 깨부수는 순간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올 그린스’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모두 갖춘 완벽한 영화다. 신예 감독답게 센스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테크노와 힙합 비트를 활용한 트렌디한 사운드,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들, 깔끔한 서사 전개, 그리고 약한 영웅의 여성 청소년 서사. 고야마 타카시 감독은 배우들이 기존에 쌓아온 이미지와 반대되는 역할로 캐스팅을 했다고 밝혔는데 그 점까지도 마음에 들었다.
버블 경제와 대지진을 겪은 이후 일본에는 현실도피를 하거나 미래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남아있다. 인물들이 살고 있는 동네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투영한 것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학교 선생은 변화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시궁창 같은 인생이라도 그나마의 의미가 있다고 위로한다.
그저 그런 꼴통 공립 고등학교를 다니는 세 여고생은 각자의 불행을 안고 살아간다. 히데미는 가정 폭력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밀크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상해져 버린 엄마와 둘이 살며, 이와쿠마는 가업을 잇기 위해 데릴사위를 데려오라는 구시대적인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셋은 교차로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한 여성의 마지막을 보게 된다. 그 여성처럼 희망이 없는 미래를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셋은 인생을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힘을 합친다. 그리고 선택한 방법은 놀랍게도 범죄다. 여고생 셋이 벌이는 마약 밀매 범죄! 게다가 밀매하는 쪽이 아니라 재배하는 쪽이다. 전복적이며 매혹적인 설정이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도쿄로 마약을 팔러 갔다가 돈 한 푼 못 받고 돌아오기도 하고, 성폭행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뒤 다시 협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속 여고생 3인방은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언제나 유쾌하고 끈끈하게 연대하며 위험을 헤쳐 나간다. ‘보통 영화라면 욕심 때문에 계획이 들통나곤 한다’는 뻔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는 오로지 외부에 있다.
성장 영화라면 일단 애정이 가지만 특히나 이런 영화는 사랑하고 만다. ‘올 그린스’는 청춘의 이미지를 세탁하여 보여주지 않고, 쉽지 않은 현실이라도 무모한 꿈과 사랑을 품을 수 있는 시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약자는 언제나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하며, 인과응보라든지 행운이라든지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기는 쉽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떠들기뿐이지만 각자는 좋아하는 일이 있다. 밀크는 영화를 찍을 것이고, 히데미는 잘나가는 랩퍼가 될 것이며, 이와쿠마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잔뜩 키우는 독신이 될 것이다.
영화의 결말에서 소녀들은 자신들을 열심히 가꿔 온 비닐하우스를 불태우고, 학교에 대마의 기운이 퍼져나간다. 그 순간 현실에서 벗어나 모두가 자유롭게 움직인다. 모두의 인생은 각자 살고 싶은 대로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까?
“그렇게 되겠냐, 바보!”
현실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세 여고생은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를 허물고 현실을 향해 뛰쳐나간다. 현실 세계로 나간 그들에게 말도 안되는 행운이 찾아오기를 빌어본다.
‘올 그린스’는 인물들의 서사를 리듬감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청춘의 무모한 희망, 그리고 도발적인 에너지를 이렇게 유쾌하게 담아낸 성장 영화는 오랜만이다.
[상영 일정]
2025.09.20. 12: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상영코드 213)
2025.09.22.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상영코드 390)
2025.09.23. 13:00 CGV센텀시티 4관 (상영코드 430)
2025.09.25. 13:30 CGV센텀시티 2관 (상영코드 573)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9월 17일 ~ 9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