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4-12-13 14:04:55
단점으로 쏘아 올린 장점
넷플릭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작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리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르물을 다루는데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나 설정들이 있다. 예를 들어 수사물에서는 발바닥에서 땀난다는 말 외엔 묘사할 방법이 없는 형사들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던가. 주인공은 조사를 해야만 하는 세력과의 갈등을 겪으며 숨길 수밖에 없는 비밀을 가진 채 초조해한다던가. 흑막이라고 불리는 최후의 빌런이 나타났을 때 아니 네가!!라는 말이 나오는 반전이 숨겨져 있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장르마다의 특성은 대다수의 사람이 기대하는 점이면서도 식상함을 느끼기 쉬운 포인트이기에, 기본적인 규칙은 지키면서도 작품만의 변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변주로 가득하다고 하기보다는 단점으로만 가득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화면은 어둡고 사건 전개는 느리며 수사물에서 볼 법한 장면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이런 단점을 뒤집어 모조리 장점으로 만들어버린다.

12.3일 이후로 가르마 위치만 달랐지 우리나라에도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히틀러의 인기는 스포트라이트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두컴컴한 곳의 가장 정중앙에 우두커니 선 채로 그는 마치 자신만이 계시를 받은 듯 밝은 빛 아래에 존재했고. 모두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가운데 반짝반짝 홀로 빛나며 말빨 하나로 군중들을 홀라당 사로잡았다.(아 물론 누구는 그마저도 못해서 전 세계인의 욕만 홀라당 얻어먹었으니 그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이렇듯 스포트라이트는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주지만 수사물에서는 그다지 각광받는 시점은 아니다. 그리고 이 포커싱을 위해서, 극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수(한석규)의 집은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어두워야만 한다는 위험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이 단점을 완벽하게 커버하기 위해. 위대한 배우 한석규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한석규는 허탈함을 표현해 낼 줄 아는 세상 몇 안 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의 진가가 모든 장면에서 발휘된다.
태수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담은 숨결 한 번에. 시청자들은 마음 바닥까지 훑는 듯한 저릿함을 느끼기도 하고, 애처롭게 딸을 쳐다보는 눈빛에서 쏟아지는 태수의 복잡한 심경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가가 파르르 떨리기도 한다.
극 중 분위기와 너무도 닮은 태수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침착하고 냉철하며 묵직한 태도를 취하지만. 마치 혼자만 벚꽃을 뿌린 듯 샤랄라 빛나는 군도 속의 강동원처럼. 태수는 자신을 에워싼 어둠에 조금도 잠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좋은 배우를 보는 카타르시스 자체가 스포트라이트가 되어 확실하게 태수를 비춘다.

수사 장르물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속도로 수사가 진행되려면 계엄에서 해제까지의 속도쯤은 되어야 할 텐데, 이 작품은 프로파일러라는 태수의 직업상, 수사의 진척이 마치 국민의 짐 때문에 탄핵이 자꾸 미뤄지는 것만큼 느릿느릿하고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각본의 거의 대부분을 태수와 딸 하빈(채원빈)에게 집중시키는 두 번째 스포트라이트를 씀으로써 흩어지는 이야기를 없애고 극 중에 덩그러니 두 사람만을 남겨둔다.
여러 용의자와 더불어 결국에는 밝혀질 최종 빌런을 이리저리 꼬아 놓으려면 주변에 대한 설명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극을 따라가는 데 있어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과연 이 등장인물이 필요했는가?라는 물음이 생기기도 하고. 소위 말하는 떡밥이 완벽하게 설명되지 못해 물음표를 남기거나 실패한 수사물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외롭게 뻗은 두 가지 외에 모든 곁가지를 없앰으로써 극 전체는 긴장감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딸과 아버지 사이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으로 시청자를 단단히 동여맨 채 수사의 방향과 속도를 받아들이게 한다.

행여나 그 와중에도 이탈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걱정이라도 되었던 듯. 작품은 세 번째 트릭을 쓰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버릴 것 하나 없이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형사들의 냄새나는 양말도, 목에서 피맛이 느껴질 것 같은 추격전도. 흠씬 두들겨 맞아 정신이 혼미해지는 폭력 장면도 없다. 오로지 극의 분위기를 십분 닮은 태수의 집이 존재할 뿐이다. 그의 집은 과연 김건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정도가 아니고서야 프로파일러의 월급으로 이 정도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아름답지만. 동시에 어딘가 비밀을 감춘 듯 모든 문이 닫혀 있으며 대척점을 이루는 부녀관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듯 그들은 늘 식탁의 끝과 끝에 존재한다.
장면들이 가진 아름다움과 선으로 구분한 상징들은(마치 영화 [기생충]처럼) 배우들과 어우러져 최종적인 장면을 구성한다.
분명 비어있거나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위험요소를 이 마지막 트릭이 완벽하게 없애준다. 덕분에 배우들은 빛나고, 극의 진행 또한 매끄러우며, 비밀을 숨긴듯한 아름다움을 보면서 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었다.
마치면서 (좀 길다)
1. 한석규 베우는 나이에 맞는 역할을 언제나 따박따박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만큼 그의 나이와 시간과 때에 맞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거짓 없이 진실과 진심만으로 뭉친 대배우를 보는 이 마음이 얼마나 감사하면서도 코끝이 찡한 건지 모르겠다.
2. 비질란테로 대변할 수 있는 "사이다"물이 아니지만. 가장 현실적인 마지막을 선사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이런 결말은 한석규 배우가 있었기에 더 진실되었다고 생각한다.
3. 개인적으로는 제목조차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딸만 아버지를 배신한 줄 알았으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관계의 인물들이 서로에게 비수를 꽂다 못해 더 이상 고통을 호소할 수 없을 때까지 서로를 괴롭힌다. 그들의 관계에서 오는 배신감 때문에 모든 장면이 아름답지만 동시에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최근 누군가는 알량한 신뢰를 업고 온 국민을 배신했다.
이 배신이 가진 파급은 너무 커서 열흘이나 지난 지금도 일상에 온전히 발을 붙이지 못하고 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덕분에 불안장애 약을 안 빼먹고 자알 먹는다)
제목이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라는 극 중 대사는 가르마 타는 거 외엔 그 어떤 관심도 없어 보이는 당신에게 선사하는 메시지 같기만 하다.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당신 혼자 빠진 그 망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를 이용했다는 히틀러처럼. 당신 또한 그의 말로를 따라갈 것이니. 그대의 최후가 오거든 단 한 번만이라도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 그대로 보기를 바란다.
당신은 우리에겐 친밀하지는 않았을지언정 배신자였으며. 주지 않은 신뢰마저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을. 앞에 펼쳐진 이 모든 처참함은 당신이 자처한 것임을.
[이 글의 TMI]
1. 도시락 싸놨는데 안 들고 옴
2. 나 잡혀가면 좌표 좀 찍어줘요.
3. 냄비밥 해놓고 깜빡해서 밥 다 쉬었음.ㅠㅠ
#넷플릭스 #영화리뷰 #OTT리뷰 #이토록친밀한배자 #munalogi #한석규 #신작리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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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100만 돌파!!
국내 박스오피스 ✍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습니다.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한편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는 29일 1위에 올라섰으나 주말 박스오피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정상을 탈환하며 2위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죽었다>는 1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
<가필드 더 무비>가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1위에 올랐습니다. 존 크래 신스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프>도 덩달아 2위에 올랐는데요. 한편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주말 관객 수가 대폭 감소하며 3위로 내려앉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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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5주 최신개봉영화
9월의 마지막! 10월의 시작!
9월 5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9월 5주 개봉영화 5편!
007 노 타임 투 다이 007 No Time To Die , 2021
007 시리즈가 스물 다섯 번째 작품
007시리즈는 1962년 개봉한 '007 살인번호'를 시작으로, 2021년 컴백을 알린 "007 노 타임 투 다이"까지
공식 25편의 작품으로 관객들의 폭발적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모든 것이 역대급인 스케일로 찾아와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는데요
영국, 이탈리아, 노르웨이, 자메이카 등 4개국 글로벌 로케이션에서 펼쳐지는 압도적 스케일은
꼭 극장에서 보아야 하는 이유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는 가장 강력한 운명의 적의 등장으로 죽음과 맞닿은 작전을 수행하게 된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미션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시리즈 사상 최고 제작비, 시리즈 최다 캐릭터 라인업, 시리즈 최초 IMAX 카메라 촬영 등
모든 것이 역대급인 스케일로 컴백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장 기간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미션을 담아 큰 의미를 지니기에 더욱 주목 받고 있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선보일 압도적 액션 시퀀스가 담긴 마지막 미션!
첫번째 추천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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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자 The Recon , 2021
DMZ에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
교육장교가 의문사한 날,
탈영병이 발생하고 출입통제구역 DMZ로 수색 작전을 나간 대원들이
광기에 휩싸인 채 알 수 없는 사건에 맞닥뜨리게 되는 밀리터리 스릴러 "수색자"가 개봉을 합니다.
40여 년 넘도록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어두운 밤, 타 부대 GP에서 병사 하나가 총기를 휴대한 채 DMZ로 탈영 도주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3소대가
탈영병 검거 작전에 투입되고 야생이나 다름없는 숲의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수색 작전은
긴박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러닝타임 내내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을 흐르게 합니다.
또한 "수색자"에는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과 실력파 신예 배우들이 총출동해 폭발적인 연기 앙상블을 선보이는데요
송창의, 송영규를 비롯해 이현균, 장해송, 도은비, 김철윤, 김영재의 실감나는 메소드 연기도 관점 포인트라고 할수 있습니다.
미스터리의 중심, 미지의 공간 DMZ에서 펼쳐지는 미제 사건!
두번째 추천영화 "수색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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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아웃 포에버 School's Out Forever , 2021
14년 전 팬데믹 예견한 베스트셀러 영화화!
시의적절하게도 현실의 코로나를 반영한 듯한 "스쿨 아웃 포에버"가
무려 14년 전에 현재의 팬데믹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코로나 직전에 촬영을 마친 리얼 팬데믹 영화임이 알려져 화제인데요
영화 "스쿨 아웃 포에버"는 원인불명의 전염병으로 전 세계 인구 95%가 사망하고
오직 Rh- O형만 살아남은 세상에 남겨진 십 대들의 팬데믹 틴 서바이벌입니다.
2007년 영국을 휩쓴 스콧 K. 앤드루스의 원작 소설은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전 세계에 번역본이 출간되었는데요
절묘한 현실 팬데믹 상황으로 영화의 리얼리티가 극대화된 가운데,
Rh-O 혈액형만 면역력을 가졌다는 흥미로운 설정과 학교를 주무대로 십 대 아이들로 이뤄진 집단의 특수성까지 더해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 서바이벌의 스릴과 재미를 증폭시킵니다.
초유의 팬데믹 시대에 불시착한 아이들이 주도하는 서바이벌!
세번째 추천영화 "스쿨 아웃 포에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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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재세요왕 西游记之再世妖王 , Monkey King Reborn , 2021
5년 이상의 제작 기간 애니메이션 영화
"서유기: 재세요왕" 은 1천만년의 시간을 거슬러 깨어난 요괴의 왕인 원체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손오공의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영화입니다.
5년 이상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이 영화는 장면마다 공을 들인 흔적이 묻어있습니다.
화려한 색감으로 물들여 완성한 자연경관과 천계, 신선계, 인간계로 나뉘는 영화 속 공간을 특징에 맞게 구분하는 볼거리,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손오공의 액션 신!
또한 마지막 요괴들과 맞붙는 대규모 액션 신은 화려함이끝판왕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
유고와 라라' 시리즈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왕운비 감독의 신작!
네번째 추천영화 "서유기: 재세요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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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주근깨 공주 竜とそばかすの姫 , Belle : The Dragon and the Freckled Princess , 2021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3년만의 신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부터 시작해 '썸머 워즈',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미래의 미라이'까지,
3년 주기로 새 작품을 선보여온 일본 애니메이션계 거장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용과 주근깨 공주"가 개봉을 합니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노래할 수 없게 된 소녀 '스즈'가
50억 명이 모인 가상세계 U를 통해 화제의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며 펼쳐지는 메타버스 힐링 판타지입니다.
이번 영화는 제74회 칸영화제 ‘칸 프리미어’ 부문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 상영됐으며
일본에서는 개봉 57일 만에 누적 관객 423만 명, 흥행수익 58.7억 엔을 돌파해,
감독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하는 쾌거를 안았습니다.
영화 속 가상세계 U는 전세계 등록 계정 50억 명을 돌파한 사상 최대의 인터넷 공간으로
As라 불리는 ‘또 하나의 나’, 곧 아바타로 이뤄진 세상입니다.
2021년 현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VR 기술을 접목한 개인화된 메타버스 세상을 배경으로 하죠.
가상과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진 특별한 세계관으로 메타버스 시대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통찰력 있게 담아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사점을 던져줄 예정입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다섯번째 추천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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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죽어도 그 욕망은 남을지니
들어가며
지난주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 <귀신들> 시사회에 초청을 받아 개봉전에 미리 만나보고 왔다.
AI가 상용화된 근미래 세대에 대한 디스토피아적인 다섯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였다. 제목이 <귀신들>이지만 정말 귀신이 나오지는 않는다. 공포영화도 아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디스토피아적인 부분에서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음.) 그렇다면 제목을 왜 귀신들로 지었을까? 리뷰와 함께 살펴본다.
#1. 보이스피싱 Boy's fishing
체감상 가장 인기가 많았던 에피소드였다. 첫번째 에피소드이기도 했고 아이돌 출신 배우 찬희와 고인이 되신 이주실 배우의 유작으로 알려진 보이스피싱은 영어제목대로 voice가 아닌 boy's라는 점이 반전이었던 이야기였다. 드라마적으로도 연출적으로도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싶다.
첫 장면에서 엄마와 아들의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는 그림부터 이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더니 1억이나 되는 돈을 달라는 아들의 재촉에 결국 노모는 그 돈을 주고 만다. 아들이 피싱 AI였다는 설정은 반전이 되지 못한다. 진짜 반전은 그녀가 아들을 닮은 피싱 AI를 이용해 사실 가장 바라왔던 일을 해내려고 하는 순간 벌어진다. 그녀에게는 오래전 실종된 아들이 있었고 평생을 그 집에서 혼자 아들을 기다렸다는 사실은 설정을 넘어서는 비통함이 있었다.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기술이 사실은 그녀를 영원히 상처입힌 세상 속에 가두어버렸다는 사실도 많은 생각이 들게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죄와 상처, 욕망을 밸런스 있게 그려낸 좋은 작품이었다.#2. 모기지 Mortgage
원본인간의 AI로 남아 새 아파트로 이사오기 위해 자신의 사후(비활성화 이후) 일할 또 다른 AI를 만들까말까한 딜레마에 처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그와 시종일관 다정하게 대화하던 분양사무실 직원도 사실은 키오스크 AI였다는 사실도 소소한 반전으로 재미를 더 했다.
부동산 신화가 건재한 대한민국에서 집을 사기 위해 인생 몽땅을 저당잡히는 것도 모자라 죽은 뒤의 자신의 분신에게까지 빚을 연대하게 만드는 설정에서 집이 인간을 사는건지, 인간이 집을 사는건지 모르는 아이러니를 깔끔하게 잘 풀었다. 다만 재밌는 설정을 전달하는 정도로 싱겁게 끝나버리는 점이 아쉬웠다.
#3. 음성인식
반려 동물처럼 반려 AI를 맞이하는 세계라면 유기동물처럼 버려지는 AI도 있는 법. 이 에피소드에선 진짜 자식이 생긴 뒤 버려진 아이AI가 등장한다. 아이는 유기된 아파트 단지에 남아 계속해서 혼잣말을 해댄다. 이 설정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A.I.>가 떠오르기도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그런 AI들을 찾아다니는 여자(이요원)이 주인공이라는 점인데 사실 이요원이 맡은 캐릭터는 명확하게 설명되진 않지만 아마 애니멀 호더의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불명확한 스토리라인에도 불구하고 이 에피소드는 이 영화의 중심이다. 영화의 제목이 <귀신들>인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이다. 귀신 역시 누군가의 '한'으로 만들어져 인간세상을 떠도는 존재라 생각하면 귀신과 버려진 AI의 유사성을 쉽게 연결지을 수 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탄생된 AI는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대로 말하고, 생각하며 평생을 인간 맞춤형으로 살지만 시효가 끝나고 나면 간단하게 버림받게 된다. 인간이 사라진 뒤에도 혼자 남아 끊임없이 사람을 부르고, 애정을 갈구하는 설정은 작가이자 감독이 AI의 정체성을 인간이 사라진 뒤에도 남을 욕망의 헌신으로 보았기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었다.*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외간 찻집에서 첫사랑을 기다리는 남자. 드디어 그녀가 오고 두 사람은 함께 했던 예전의 이야기를 나눈다. 여전히 말이 잘 통하는 두 사람. 남자는 어렵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데... 그는 이미 죽었고 그녀 역시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 AI였기 때문. 뒤늦게 나마 서로의 마음을 안 그들은 이제 행복해졌을까?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대사만으로 전달하기에는 핍진성이 떨어지는 점이 아쉬운 에피소드였다.
#5. 업데이트 update
정경호 배우의 1인 2역이 돋보이는 <업데이트>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설가 위기찬이 죽고난 뒤에서 그의 정신과 성격을 이어받아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서 보험사는 위기찬의 AI를 보내며 시작된다. 외모가 똑같은 두 사람. AI는 빠른 속도로 위기찬의 학습하며 그가 남들 앞에서 얘기하지 않은 욕망을 드러내게끔 하는데.... 드러나는 충격진실은? 그 역시 AI였다는 것.
이건 창작자라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만한 에피소드였다. <모기지>의 예술가 버전이라고 해야할까? 직장인은 AI로 대출금을 갚는 노동자 복제를 남기고, 예술가는 자신이 죽은 뒤에도 미완으로 남을 소설 끝까지 써줄 창작자 복제를 남긴다. 마지막 에피소드 <업데이트>는 앞에 나온 네 개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는 책이었고 영화의 에피소드는 모두 위기찬이 상상한 미래사회의 AI에 대한 허구의 소설이었던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
<귀신들> 총평! 추천? 비추천?
이 영화는 확실히 호불호가 나뉠 듯 하다. 평소 기승전결의 짜임에서 깊이 있는 스토리나 영상미, 캐릭터의 변화와 성장을 즐기는 관객분들이라면 불만족스러우실 것 같고. 가볍게 친구들과 영화관 나들이를 하면서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분들 또는 배우분들의 팬들이라면 소소하게 즐거운 관람을 하실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영화개봉이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참고하셔서 즐거운 관극 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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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시대가 불러온 고딕 호러의 향취
이건 운명이다! 고딕 호러 영화로,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기념비적 작품 F. 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와 <더 위치> <라이트하우스>의 로버트 에거스는 엘렌과 올록 백작처럼 언젠가 만날 운명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광팬으로 잘 알려진 감독은 원작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고딕 호러의 요소를 재소환하면서도,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변화보다는 고전미를 계승한다. 안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로버트 에거스가 어떤 감독인가!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만 골라 골라 관객에게 잊지 못할 영상미를 전한다. 그리고 제목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염병’의 공포까지 소환한다.
어렸을 때부터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려온 엘렌(릴리 로즈 뎁). 토마스(니콜라스 홀트)와 결혼 후 조금은 나아진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토마스의 갑작스런 출장 소식은 잊고 지냈던 불안을 데려온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친구 하딩(애런 존슨) 부부에게 맡긴 그는 중요한 계약을 맺기 위해 타국에 있는 올록 백작(빌 스카스가드)을 찾아간다. 한편, 엘렌은 점점 환각 상태가 심해지고, 급기야 악몽을 다시 꾼다.
<노스페라투>를 색으로 표현하자면 회색, 잿빛이 가장 어울리듯 하다. 원작 자체가 흑백이었던 것을 소환하듯 영화는 높은 채도의 색 사용을 기피한다. 대부분의 호러 영화가 그렇듯 음울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이어 나가려는 방법으로서 보이지만, 감독은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지워나가는 것으로 그 영역을 확장한다. 당시 고딕 문학이 성행했을 때의 시대적 분위기는 철학, 과학 등의 경계가 모호하고 혼란스러웠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원작은 앞서 소개한 사회상을 반영했고, 감독은 이를 계승한다.
영화가 빛나는 장면은 이 모호한 경계를 공포로 치환하는 부분이다.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될 무렵임에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의 등장은 그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보이지 않는 것,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하는데, 감독은 올록 백작의 모습과 형상을 모호하게 보여준다. 빛과 어둠의 경계,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까지 기다려 서서히 조여오는 노스페라투의 존재, 점프스케어를 통한 공포는 관객으로 하여금 멋스럽게 다가와 섬뜩함을 안긴다.
이 클래식한 호러 영화가 시대착오적이지 않고 지금의 관객을 공포로 무장해제 시키는 건 다름 아닌 전염병이다. <노스페라투>란 제목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병을 옮기는 자’에서 따왔다. 이는 19세기 만연했던 흑사병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팬데믹을 상시기킨다. 극 중 올록 백작이 엘렌이 사는 도시에 뿌린 쥐 떼는 그 자체로 공포. 100년도 넘은 이 원작을 현시점에 소환한 것은 관객이 전염병의 공포를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악몽 같은 시간을 반강제적으로 체험하는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현실 공포와 맞닿게 된 것. 뱀파이어의 공포와 전염병의 공포를 동시에 전하는 1타 2피 격인 작품은 전자든 후자든 간에 한 번은 무서움을 느낀다.
두 가지 공포를 스크린에 재현한 영화는 원작의 에로티시즘도 놓치지 않는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시달리는 엘런, 그 빈구석을 채우고자 관에서 나와 먼 여정을 떠난 노스페라투의 기이한 앙상블은 그 자체로 묘한 섹슈얼리즘을 표방한다. 너무나 싫고 증오하지만. 원초적으로 올록 백작에게 끌리는 엘렌의 두 얼굴은 당시 결혼이란 제도 아래 여성의 억압된 성적 욕망과 탐험을 죄악시했던 사회적 현상을 대변하는데, 죽음의 화신으로서도 보이는 올록 백작과의 결합은 그 자체로 타나토스의 아름다움으로도 비춘다. 여튼 마지막 장면은 꼭 눈여겨 보기 바란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아래 배우들은 호연을 펼치는데, 특히 엘렌 역의 릴리 로즈 뎁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포제션>의 이자벨 아자니를 떠올리게 할 만큼 다양한 감정에 휩싸여 다층적인 불안을 입체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은 엄지척! 중후반부 토마스와 격렬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백미다.
<노스페라투>의 국내 관객은 2.4만명(2/11 기준)이다.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 이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관객들에게 소구 되지 못했다는 걸 증명한다. 숏츠 영상으로 도파민을 충족하는 관객들에게 영화가 너무 클래식해서 그런것 인지, 아니면 영화보다 더 공포스러운 현실을 살고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이렇게 보내주기에는 뭔가 아쉽다. 참고로 <노스페라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 제공: 유니버셜픽쳐스
평점: 3.5 / 5.0
한줄평: 영화가 흡혈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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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으로도 채우기 힘든 사람의 마음
난 오늘도 크림 앱을 켜서 사고 싶은 물건을 구경했다. 보통이면 여러 개 찾아 보겠지만 근래의 나는 하나만 검색한다. 이제 물건은 나를 더 이상 기쁘게 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 신발은 당근에 내놓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신는 것은 덩크 2족과 컨버스, 로퍼 4켤레다. 살 필요가 없던 것에 돈을 써왔다. 아. 이럴꺼면 그냥 우리 엄마 가방이나 사 줄걸. 무엇이든 경험해 보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라곤 하지만 요즘 신발장만 보면 씁쓸하다. 결국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건 내면이었다. 최소한의 사람구실만 할 정도로,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TPO만 맞는다면 일상을 사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남들 사춘기때 하는 걸 안하고 살았으니 그 만큼의 댓가를 겪었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이 합리화에 살을 더 붙힌다. 에잉. 그래도 뭐 먹는것보단 낫지. 물건이라도 남았으니까. 큰 손해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안해본다.
근데 이 합리화도 얼마 못 갈거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금전감각이란 큰 돈과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무뎌지기
때문이다. 난 머지 않아 요즘은 뭐가 나왔나? 하는 마음에 스니커즈를 보고 있을 것이다. 또 아직 사회인도 아닌데 단일품목에 그정도를 태우는건 선 넘었지 하며 그거보다 싼 것들을 위시리스트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돈을 쓴다. 담배를 안 피우고 밖에서 밥을 잘 안 시켜먹는 내 생활패턴이 이 돈을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하며 내 자신을 속인다. 그리고 호구가 된다. 리셀가로 웃돈을 주고 산다. 이번엔 다를거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마찬가지다. 이걸 산다는 의미가 나의 어떤 것을 증명해주는게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마음에 드니까 산다!라는 핑계로 난 나를 속인다. 이 세상은 내가 알아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남이 나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되게 잘 아는 인생의 교훈인데 가끔 나는 알아서 멀리 돌아간다. 가끔 내가 하는 행동이 코미디같다.<블루 재스민>은 자아의 붕괴에 관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재스민과 진저다. 진저와 재스민은 자매 사이다. 자매 사이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재스민의 남편이 진저의 돈을 갖고 사기를 친 것이다. 사실 사기꾼은 재스민의 남편 할이었어서 언니의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구석이 있긴 하다. 이에 따라 언니를 그렇게 미워하지는 않지만 진저는 수천의 빚에 명확한 일자리도 없는 언니가 루이비통 가방과 일등석을 타고 왔다는 사실에 황당해한다.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재스민. 정신 차리기는 커녕 재스민은 과거 회상에 자주 빠진다.
과거 회상에 자주 빠진다는 것은 현재가 행복하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스민은 사실 오갈 데 없는 처지다. 동생 부부가 복권으로 딴 20만 달러를 사기당해 모두 날렸고 전남편은 남 등쳐먹은 사기꾼이었기 때문에 기댈 가족이 없다. 심지어 이에 대한 충격으로 아들 대니와도 멀어졌으니 낙동강 오리알이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돈 흥청망청 쓰던 과거에서 돌아와 현실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재스민은 드와이트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드와이트는 정계 입문에 관심이 있는 외교관으로 품격 있는 미모의 재스민과 완전 찰떡인 커플이다. 둘의 연애 초기는 이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근데 이 알콩달콩한 분위기는 오래 못 갔다. 우연히 만난 진저의 전 남편(그러니까 남편 할의 사기 피해자)에게 재스민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듣고 드와이트는 이별을 고한다. 어려운 이별을 받아들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재스민은 화를 불같이 낸다. 진저와 칠리가 깨를 쏟아내며 알콩달콩 사랑에 빠진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돌아버린 재스민은 진저 커플에게 악담을 내뱉고 밖으로 달려나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를 보자마자 '자아의 붕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지금 당장 네이버에 '자아'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과 관념이라는 뜻이 나온다. 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과 관념'은 구체적으로 딱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다. 그래서 각자가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데, 나는 이 자아라는 단어를 삶의 기준이라고 적용하고 싶다. 내 자아가 무너졌을 때도 내 기준이 없어서 사람들이 규정한 것을 따라갔다. 재스민에게 있어 명품은 이 자아를 흐리게 만든 도구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나도 비싼 스니커즈들 좋아하고 아직도 신는 입장이라 잘 안다. 비싸다라는 기준은 애초부터 타인에게서 온다. 내가 싸다고 생각하면 싼거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또 이것은 상대적이다. 내가 어떻게 목표를 설정했느냐에 따라, 또 현실 지갑 상황에 따라 갈리는게 싸다 혹은 비싸다라는 관념이다. 이런 식으로 타인이 설정한 기준이 부조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을때가 있다. 나는 내가 비싼 스니커즈들을 사면서 느꼈던게, 이것들을 사다보면 사람의 돈이 쉬워진다. 넷플릭스 구독료가 올라간다고 하면 '와 얘들 돈독 제대로 올랐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30~40만원대 스니커즈들은 '괜찮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건이 주는 기쁨이 되게 신선한 것이라서 사치품을 사는 것이 자아가 혼자 설 수 있는 환경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더 중요한건 내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일텐데. 그것들에게서 받는 기쁨보다 중요한 건 맛있는거 먹고 좋아하는 사람 만나며 영화 재밌게 보는, 그런 사람의 근본적인 지점이었다. 내가 살아온 삶이란 이런 '나는 누구인가'를 채워과는 과정이었다.
재스민은 명확한 직업 교육도 못받았고 무너지는 현실에 대한 대처능력도 없어서 이런 것에 대해 탐구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자아가 붕괴됐다. 오갈데 없는 입장인데 자기가 부자라는 환상에 빠진 채로 끝나는 결말이 그 예시다. 원래 자기가 만든 자아라는게 있었다면 돈을 해프게 쓰지도 않았겠거니와 동생의 복권 당첨금을 다 날려버리는 결과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 뿐일까? 돈 많은 남자랑 연애한다고 몸을 움츠리며 울 일도 없었을 것이고 사기꾼 남편을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쉬운 구조를 통해 현실감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우디 앨런식의 코미디가 아닌 현실의 한 단면을 잘라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내가 누구라는 물음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있게 도와준다. 물건? 있으면 좋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내 자신이 어떻게 서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앞을 정확하게 바라보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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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잃은 딸들의 긴 우울
- 영화 <로스트 도터(2021)>는 배우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이며,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러한 권위적인 수식은 개개인의 솔직한 판단에 침묵을 강요하는 듯하여 썩 즐기지는 않으나, 영화를 감상한 후엔 각종 수상 이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로스트 도터>가 시의적절하게 제작 및 공개된 작품이라는 데엔 이견을 갖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조차 '잃어버린 딸'이라는 미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그려내니, 이 작품은 어쩌면 세상이 잃어버린 모든 딸들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리라.포스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의 캐치 프레이즈 “딸을 버렸어요. 그리고 집을 나왔죠.”는 <로스트 도터>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물론 영화계에서 신화화된 모성을 해체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예컨대 우리는 <케빈에 대하여(2011)>를 경험했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역시 보았다. 다만 앞선 두 작품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모성의 불안정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매기 질렌할의 작품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하기사, <케빈의 대하여> 혹은 <마더>에서 제시한 아들은 모두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기도 하니 대립적 관계 형성이 더 쉬웠을 수도 있겠다만.어머니와 딸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는 <레이디 버드(2017)> 등과 같은 영화를 통해 재현되었지만, 대개는 딸의 성장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지라 세대갈등으로 해석하거나, 모녀관계는 본디 복잡하기 마련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엔딩에서 미적지근한 화해라도 내비쳤단 뜻이다(<크루엘라(2021)의 경우 생물학적 어머니와 양어머니의 구분을 둠으로써 이러한 질문을 피해 간다). 이러한 점에서 <로스트 도터>는 적지 않게 유의미한 영화이다. 딸을 버린, 아니 가정에 소원한 어머니의 시점에서 영화가 전개되며 딸인 비앙카와 마사의 서사를 삭제하였고, 주인공인 레다(올리비아 콜먼)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적절한 발화를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정을 버린 어머니에 대해 고운 눈길을 보내지 않는 사회에 대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 시대와 사람 앞에 이러한 자신이 존재하노라고 보여주는 방법 밖엔 없다.※ 스포일러 주의레다라는 개인우선적으로 레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레다는 이탈리아 비교문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그리스의 해변가로 휴가를 보내러 온 교수이다. 젊었을 적부터 빛나는 능력을 발휘한 그는 외모 역시 아름답다고 묘사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레다가 매력적인 여성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로스트 도터>의 레다는 마흔여덟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며 본인 역시 반짝이는 젊은이들의 생기를 전혀 잃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레다는 한 두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해변가에서 조우한 니나(다코타 존슨)와 그의 가족들과 껄끄러운 첫인상을 남겼음에도 다음 만남에서 곧바로 화해하며, 니나의 가족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굳이 그 무리와 거리감을 만들지 않는 담대함을 보인다. 영화관에서 소동을 피우는 남자를 강하게 비난하며 안내원을 부르는 장면은 레다가 어떤 인물인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듯 레다는 대체로 여러 계산을 한다기보단 자신의 직감이 따르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인지 그의 선택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레다가 늘 자상하기만 한 단편적 인물이 아님에도 짧은 휴가 기간 동안 다양한 사건에 얽히게 된 데에는 타인의 오해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지 생각하게 된다. 지적인 직업여성이라는 데에서 오는 확실한 정체성과 마흔이 넘은, 딸 두 명을 키운 어머니라는 이미지에서 흔히 연상하는 푸근함 따위로 레다를 해석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 아니겠는가.당연하지만 시선은 언제나 주관적인 것인지라 레다 역시 해변가에서 만난 니나에게 자신을 투영한다. 딸을 사랑하고, 남편과의 관계에서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도망치고 하는 니나, 딸이 자신을 미치게 만든다고 털어놓는 니나는 레다의 젊은 시절과 몹시 유사하다. 또한 영화 초반, 해변가에서 니나는 딸을 잃어버리는데 이를 통해 레다는 오래전 바다에서 비앙카를 잃어버렸던 자신을 떠올린다.잃어버린, 아니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딸영화의 제목은 <로스트 도터>로 잃어버린 딸을 뜻한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어머니의 시선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어머니가 딸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묻는다. 어머니란 대체 무엇이기에 그들은 딸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을까? 젊은 레다(제시 버클리)가 남편 조(잭 파딩)에게 숨이 막히는 듯하다고 표현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니, '어머니 됨'이란 대체 무엇이며, 레다는 어째서 모성의 거부를 외칠 수밖에 없었을까?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어머니 됨'은 기본적으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인데,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진 요즈음이라지만 이 부담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아무리 함께 가정을 꾸렸다 하더라도 돌봄 부담은 여성에게 부과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미 다수의 논문에서 기혼여성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서 비롯되는 부담과 지나친 역할 요구로 인해 정신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윤명숙, 유현경, 이수비. 2022). 영화 <로스트 도터>에서는 여성이 부딪히는 현실을 뚜렷하게 그려낸다. 레다는 남편 조와 마찬가지로 공부와 가정을 양립시키고자 하지만 뜻대로 일을 할 수 없다. 조는 교수로부터 전화를 받으며 아내에게 가사와 양육을 미루고 출장을 가지만 레다는 출장을 가기 직전까지 가사도우미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내야 한다. 남편이 집을 비운 동안엔 둘째 딸의 울음에 몇 초만 기다려달라는 레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첫째 딸은 무한히 애정을 갈구하니 육체적/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린다. 논문, 혹은 번역과 같은 작업에 필요한 기간은 너무나 촉박하다. 모든 것이 그를 옥죄어온다. 이때 밝혀지는 한 가지 사실은, 레다 역시 그리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도 친정을 버리고 뛰쳐나온 딸 - 로스트 도터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여성/어머니에게 배려와 도움을 내밀긴커녕, 억압만을 지속적으로 부여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에 레다의 우울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아름, 정정희(2021)에 따르면 양육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높아진 어머니의 경우 방임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레다 역시 한동안 가정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일시적으로 돌아간 순간에조차 잭은 레다에게 당근을 건네지 않는다. 그는 레다가 가정으로 돌아올 때 누릴 수 있을 생활의 안정을 제시하거나 양육 부담을 나눠줄 계획을 공유하긴 커녕 '자꾸 이렇게 행동한다면 아이를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인 레다의 어머니에게 두 딸을 보내겠다'라고 협박한다. 비앙카와 마사는 레다만의 딸이 아니라, 본인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돌봄 노동은 여전히 어머니의 몫이다.아울러 세상이 여성을 어떻게 프레이밍하려 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은 하디 교수(피터 사스가드)와 레다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일 것이다. 하디는 유부녀를 유혹하면서도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자 레다에게 당신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며, 딸과 전화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고백하는 레다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선 안된다고 훈계하기까지 한다. 정리하자면, 자신은 완전무결하다고 합리화를 끝낸 하디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을 버리고 자신을 유혹하는 팜므파탈로서의 레다'라기보다는 '딸을 버리는 어머니로서의 레다'인 셈이다. 가족을 저버린 생활이 어떠했느냐고 묻는 니나에게 상상 이상이었다(It felt amazing.)고 대답했던 레다의 말엔 펼쳐놓기 어려운 감정과 시절이 모두 압축되어 있었으리라.길 잃은 딸들의 긴 우울레다가 젊은 자신을 회상하게 된 인물인 니나는 젊은 레다보다도 코너에 몰린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은 집을 자주 비우고, 시누이는 니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딸은 사랑스럽지만 인형 하나에 세상이 사라진 것처럼 행동하고 니나와 분리불안이 있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니나는 레다에게 묻는다. 이 감정, 우울증인지 무엇인지 모를 절망감이 끝내 지나가기는 하느냐고. 레다는 질문을 들은 순간에는 답하지 않다가, 영화 후반부에서야 대답한다. 지나가지 않으리라고.실제로 레다는 영화 내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함으로써 영화 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니나의 딸 엘레나(아테나 앤더슨)가 잃어버린 인형에 대해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집착을 보인다. 영화는 이런 레다의 행동에 대해, 그리 편안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년 시절을 함께 이겨낸, 레다의 애착 인형 '미나(mini-mama)'가 비앙카와의 실랑이 사이에서 산산이 부서졌던 것이 주요한 원인일 것을 암시한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그의 과거를 니나와 라일(에드 해리스) 등과 같은 제삼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며, 레다 역시 자신의 행동을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이토록 놀라우리만큼 똑똑한 여자가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얼까. 사회가 여성의 우울을 너무도 오랜 기간 방치하고 개인의 잘못으로 떠밀었기 때문이진 않을까. 세상은 지금껏 여성의 심리에 대해 적절한 언술을 하지 않았다. 마련된 단어가 없으니 레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적합한 설명을 해낼 수 없다. 목을 조르는 듯한, 숨을 쉴 수 없는 듯한 갑갑함을 남편에게 이해시킬 수 없으며 엘레나의 인형을 숨겼다가 급작스레 니나에게 되돌려주는 이유를 마련하지 못한다.그러나 니나의 질문에 답함으로써 자신의 우울이 쉽사리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낸 레다는 영화 말미에서 스스로를 껴안는 데에 성공한다. 깊게 찔리며 상처입었더라도 말이다. 딸을 잃어버리며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중압감에 시달렸던 바닷가에서 쓰러지고, 파도가 오가는 틈 속에서 눈뜨며 딸과 연락하지만 그저 그뿐이다. 그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과중한 책무를 느끼지 않는다. 과거로의 회귀를 갈망하지도 않으며 보편적 인식 속 모성애를 다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지도 않는다. 모래사장에 몰아치다가도 물러나는 파도처럼 감정과 삶은 동적인 연속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파도가 바위에 가닿고 동굴이 깎여나가는 것과 같이 인생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지점들은 언제든 있기 마련이다. 그 시점에 맞추어 마땅히 물러나야 하는 때가 다가온다면 물러나는 것이 옳은 선택일 터다. 영화 중반에 등장한 여성 히치하이커의 말처럼, 우리의 일생엔 너무나 바보 같은 의무라는 이름의 일들이 산재해 있다("We are obliged to do so many stupid things.").나는 레다의 모든 족적에 대해 '옳았다'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어머니'라는 역할을 깊은 고려 없이 무작정 관습적으로만 재생산해내고, 가정의 일엔 깊게 개입할 수 없다는 스탠스를 유지하는 사회 문화만큼은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문정(2021)은 자신의 논문을 통해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물학적 양육과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 그 이상이라 표현했다. 어머니란 존재는 가사와 양육을 담당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욕망하는 딸을 키워내고, 가정에 소홀하더라도 사회의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용인받는 아들을 키워내며 기존의 젠더 관습을 공고히 하는 강력한 매개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성은 사회적 산물에 불과함에도 '본능'이란 단어와 함께 쓰이는데, 이러한 무책임한 모습은 버릴 때가 왔다(아니, 버릴 때가 한참 지났다. 지금은 21세기이다.). 올바른 양육법/어머니의 의무/모성의 바람직한 모습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으며,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다시 로크먼은 자신의 저서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을 통해 '엄마가 접하는 사회적 세계가 엄마의 행동을 형성한다'고도 썼다. 사회 관습적 어머니 역할을 거부하는 여성을 젠더 질서를 교란시키는 문제적 인물로만 낙인찍을 때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듣고, 이렇게 돌이켜보아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딸들을 편안한 말로 외면하고 억압해왔는가?참고문헌김문정 "『여자의 전부』에 나타난 모성의 거부와 젠더 질서의 교란" 어문론집 85 pp.239-261 (2021)윤명숙, 유현경, 이수비 "미혼 성인자녀 둔 여성의 돌봄 부담과 스트레스, 우울의 관계 : 남편 돌봄분담 만족의 조절된 매개효과"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50.2 pp.145-169 (2022) : 145.이아름, 정정희. "어머니 양육스트레스와 유아 문제행동의 관계에서 어머니 우울의 종단적 매개효과".열린유아교육연구,26(3),37-62. (2021)★★★★*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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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은 몇배는 더 잔인하다! 반전 또 반전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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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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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9혁명]완벽정리:한국 현대사의 비극,효자동 이발사
#효자동이발사#송강호#419혁명
4.19혁명 60주년,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이해를 돕는목적의 역사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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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예고편
블랙의 메시아 그리고 블랙의 유다...
혁명가를 죽여도 혁명은 죽지 않는다FBI 국장 J. 에드거 후버는 미국 내 반체제적인 정치 세력을 감시하고 와해시키는 대 파괴자 정보활동을 설립하고 급부상하는 흑인 민권 지도자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해 무력화시킨다. 1968년 FBI는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으로서 투쟁을 이끄는 20살의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대중 정치 선동가로 지목해 그를 감시하기 위한 정보원을 잠입시키기로 한다. 한편, FBI 요원을 사칭해 차를 절도하다 체포된 윌리엄 오닐은 FBI 요원 미첼에게 7년 간 감옥에서 썩을 것인지 아니면 흑표당에 잠입해 햄프턴을 감시할 것인지 제안 받는다. 조직에 들어간 오닐은 미첼 요원의 영향력에 강하게 끌리면서도, 흑표당이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사회적 불평등을 경험하면서 햄프턴의 메시지에도 동화되기 시작한다. 지부 보안 책임자의 자리까지 오르고 햄프턴과 가까워질수록 용기 있는 일과 자기 목숨 부지하는 일 사이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1969년 12월 4일, 운명적인 배신과 비극적인 선택의 그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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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프레지던트> 메인 예고편
술과 여자, 제멋대로 방탕한 삶을 살던 부시.
대통령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에 출마한 주지사 선거에 덜컥 당선된다.
내친김에 나선 대통령 선거. 맙소사! 눈 떠보니 이제 미 대통령이다?
911 테러가 일어나고 단단히 기분 잡쳐 ‘악의 축’ 전쟁을 선포하고
전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와 대규모 반전 시위로 발칵 뒤집히는데…
투표에는 대가가 따른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유쾌한 고발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