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2-15 00:11:41
거침없이 돌아가는 혐오, 옹호, 풍자의 트라이앵글
영화 <서브스턴스> 리뷰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거침없이 돌아가는 혐오, 옹호, 풍자의 트라이앵글
개봉일 : 2024.12.11.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고어
러닝타임 : 141분
감독 : 코랄리 파르쟈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보통 예리한 칼을 다룰 땐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다르다. <서브스턴스>는 여성을 향한 혐오(일부 남성의 눈으로 담아낸 불쾌한 장면들이 있음)와 옹호, 사회 풍자라는 세 개의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고 정말 거침없이 휘둘러댄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심장을 자극하는 음악과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 화면, 귀를 지나 손끝까지 생생히 촉감을 전달하는 음향. 이제 끝인가 싶을 때 한걸음 더 나아가는 파격적인 흐름. ‘이만하면 뭘 말하는지 지나가는 강아지도 다 알아듣겠어!’싶은데.. 그럼에도 이 영화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 아니 탱크처럼 미친 듯이 밀고 나간다.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받고 명예의 거리에 입성할 만큼 사랑받는 대스타였다. 별 안에 박힌 ‘엘리자베스 스파클’이라는 이름. 엘리자베스는 별, 스타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빛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중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그는 이제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만 간간이 카메라에 얼굴을 비치는 신세로 전락한다.
엘리자베스가 50살이 되던 날, 그는 쇼의 프로듀서 하비에게 해고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사고까지 당한다. 꽃다발, 케이크 하나 없이 가볍게 흩어지는 초라한 생일 축하로도 모자라 50살이 되었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되다니. 최악의 생일이다. 엘리자베스는 환자복을 입은 채 눈물을 터트린다. 그때 그를 지켜보던 젊은 남성 간호사가 엘리자베스에게 인생을 바꿔줄 약물을 권유하고 엘리자베스는 그 약물을 통해 아름답고 젊은 여성 ‘수’의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
<서브스턴스>는 아름다움과 사랑이라는 목줄에 묶인 중년 여성 엘리자베스와 당연하게 그 목줄을 쥐고 있는 남성들. 그리고 그 남성들을 움직이는 유일한 존재, 생생하고 아름다운 여성 수(SUE)의 기묘하고 질긴 관계성을 그린다. 엘리자베스는 남성에 의해 스타가 되었다가 남성에 의해 버림받고 수가 되어 다시 남성들의 위로 올라탄다. 엘리자베스는 언젠가는 그들에게 버림받고 다시 추락할 거란 걸, 자신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 위험한 기회를 놓지 못한다.
영화는 서서히 깨지며 분열하는 엘리자베스의 삶을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 카메라에 담긴 조각난 엘리자베스와 수의 모습은 매혹적이면서 역겹고 눈물겹다. 금이 가버린 별과 그 위로 쏟아지는 수많은 오물들. 나에겐 그것들을 자연히 받아들일 무던함이 모자라다.
새우처럼 탈피하는 엘리자베스와 새우를 게걸스레 먹는 하비
여성의 삶을 좀먹는 남성들
50살이 된 엘리자베스는 남성들이 원하는 사회적인 여성성을 모두 잃은 사람이다. 촬영을 마친 엘리자베스가 긴 복도를 따라 화장실로 향하는 장면, 엘리자베스가 들어가려던 여성 화장실에 사용 불가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는 눈치를 보고 남성 화장실로 향한다. 사용 불가가 된 여성 화장실은 남성들의 눈엔 더 이상 소비할 여성성이 남아있지 않은 엘리자베스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남성 화장실, 엘리자베스는 충격적인 하비의 통화 내용을 듣는다. 여자는 어려야 해, 섹시해야 해, 25세부터 임신 가능성이 줄어든대, 새로운 애 구해!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내는 하비의 뒤에서 엘리자베스는 숨죽인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엘리자베스는 여배우, 여성으로서의 인생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이제 그가 받을 수 있는 꽃다발은 프로그램에서 정리되었음을 알리는 꽃다발뿐이고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장난 아닌 중년의 남성이 됐다. 반짝반짝했던 명예의 거리 속 별 모양 타일은 금이 갔고 다시는 촬영장의 조명을 맛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늙어가는 것뿐인, 다시는 주목받지 못할 공허한 중년의 인생. 엘리자베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USB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약물을 받아온 엘리자베스는 욕실에 서서 활성제를 주사한다. 이내 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몸을 구부린 채 움직임을 멈춘다. 이후 그의 척추를 따라 피부가 갈라지며 새로운 여성 수가 나타난다.
이는 새우의 탈피를 떠올리게 만든다. 새우는 성장하며 낡은 껍데기를 벗고 새 갑각으로 탈피하는데, 엘리자베스는 성장하는 새우처럼 낡은 중년 여성의 껍데기를 벗고 새로운 갑각인 젊은 여성의 몸으로 탈피한다.
엘리자베스는 수가 되어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엘리자베스의 오래된 액자가 보이고 몸을 숙였던 수의 상체가 올라오며 액자 위에 겹쳐진다. 이때 컴퓨터의 부팅 소리 같은 효과음이 삽입되며 엘리자베스의 인생이 새롭게 재부팅됐음을 알린다.
하지만 이 탈피를 마친 생생한 새우를 노리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극 중에 등장하는 모든 남성 캐릭터다. 대표적인 인물은 에어로빅쇼의 프로듀서 ‘하비’. 그는 엘리자베스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자리에서 나이 든 여성에 대해 말하며 게걸스레 새우를 먹어치운다. 하비가 떠난 자리에 남은 수많은 새우 껍질들은 그가 남성으로서 얼마나 많은 여성의 삶을 뜯어먹었을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외에도 하비는 자신의 여성 비서 이사벨라의 이름을 신디로 바꾸면서 이게 더 부르기 편하다고 우기고 아무렇지 않게 쇼에 출연했던 여성들의 액자를 싹 갈아치우면서 자신의 권력을 자랑한다.
처음엔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찾아간 수는 스케줄 따위는 상관없이 너를 원한다는 둥.. 하비에게 온갖 칭송을 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결국은 하비가 만들어준 ‘새해 전야쇼’라는 목표에 휘둘리며 무너져가는 몸에 다시 활성제를 주사한다.
하비 외에도 극 중엔 여러 추한 남성 캐릭터와 그들의 시선을 암시하는 연출이 나온다. 이름보다 신체, 나이를 먼저 물어보며 이상한 품평을 하는 쇼의 심사위원들, 스파클 씨인 줄 알았다며 문을 쾅쾅 두드리다가 수를 보자마자 추파를 던지는 이웃, 수에겐 친절하고 엘리자베스에겐 위협을 가하던 트로이(수가 파티에서 데려온 남성), 새해 전야쇼에서 헐벗은 여성 댄서들을 반기는 하비와 백발의 남성들. 그리고 수의 가슴과 엉덩이만을 찍으며 열심히 화각을 조정하는 펌프 잇 업 쇼의 카메라 렌즈 움직임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 사람의 동공을, 수의 몸을 탐내는 남성들의 시선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나마 동창 ‘프레드’는 극 중에서 가장 친절한 남성으로 표현되긴 하지만 그가 처음 엘리자베스를 만났을 때 한 칭찬마저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구나.”라는 점에서 그의 친절이 진심으로 따뜻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수의 생생한 빛깔을 따라할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가 수를 놓지 못했던 이유
엘리자베스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다. 영화는 이 슬픈 욕망 중 일부인 ‘남성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을 매우 확대해 보여준다.
7일, 7일. 이 밸런스가 무너진 건 수가 첫 쇼를 녹화한 후 파티장에서 트로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수는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몸 교체를 미룬다. 수의 남성을 향한 욕망은 ‘7일마다 교체 예외 없음’이라는 문장에서 ‘예외’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만들고 그는 정해진 양 이상의 안정제를 뽑아낸다. 다시 안정을 찾고 돌아온 수의 엉덩이를 감싸는 트로이의 손길이 화면 가득 채운다. 그것은 악마의 손길처럼 압도적이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며 그 손길 한 번의 대가는 고스란히 엘리자베스의 손가락으로 돌아온다.
깨어난 엘리자베스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리필을 받으러 창고로 향한다. 그리고 무언가에 쫓기며 들어간 카페에서 자신에게 약을 권한 젊은 간호사의 원래 몸을 만나면서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고민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오래된 물건’ 박스를 엎어 오래된 엘리자베스의 몸으로 받았던 프레드의 쪽지를 찾는다. 흙탕물로 오염된 너저분한 쪽지. 엘리자베스는 그것을 가슴에 폭 안으며 안도한다.
엘리자베스는 어떻게든 수가 아닌 엘리자베스가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는 갈라진 척추의 상처를 다시 봉합하듯이 척추를 따라 이어지는 원피스의 지퍼를 올리며 프레드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준비를 모두 마치고 수가 누워있는 욕실 벽을 닫고 나가려는 찰나, 생기 가득한 분홍빛 수의 입술이, 아름다운 수의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분홍빛의 수의 입술과 새빨갛게 칠해진 텁텁해 보이는 엘리자베스의 입술. 분홍 바디 슈트 사이로 보이는 탄력 있는 수의 가슴과 빨간 원피스 아래 크게 눈길이 가지 않는 엘리자베스의 가슴. 엘리자베스는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치크와 립글로스로 생기를 덧칠하고 스카프를 덮으며 가슴을 가린다. 과도한 화장으로 얼굴은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젊은이의 분홍빛을 아무리 따라 해보려 해도 진한 붉은빛을 가진 중년은 그 빛깔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
엘리자베스는 생생한 여성이 되어 사랑받고 싶다. “They are going to love you. 모두가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수에게 배달된 꽃다발 속 한마디. 그는 종료 주사를 손에 들고도 그 한마디에 흔들려 수를 죽이지 못한다.
욕심이 늘어가며 분리되는 두 사람
척추에서 안정제를 뽑는 이유
7일, 7일. 이 밸런스가 깨지기 전 엘리자베스와 수는 한 사람 같았다. 처음 쇼 오디션을 보러 갈 땐 엘리자베스가 수의 몸으로 하비에게 복수를 하러 가는 느낌이었고, 수는 엘리자베스의 또 다른 슈트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밸런스가 깨지고 점점 욕심이 늘어갈수록 원형인 엘리자베스는 수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카페에서 만난 남성 간호사의 원형은 엘리자베스에게 묻는다. “그쪽도 시작했나요? 당신을 먹어치우는 것.”
앞서 엘리자베스-수의 변화를 새우의 탈피에 비유했었다. 이 탈피 이후 엘리자베스의 척추를 따라 남은 검은 흉터는 새우 등에 있는 검은 내장과 비슷해 보인다. 수는 자신의 원형이 되는 엘리자베스의 척추, 즉 그의 내장에 주사기를 꽂고 한도 끝도 없이 안정제를 뽑아낸다. 속부터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 엘리자베스의 몸은 조금씩 썩고 굽어간다.
굽은 몸으로 TV를 보던 엘리자베스는 당장이라도 부서질듯한 다리를 겨우 펴고 하비가 준 퇴사 선물을 꺼내본다.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걸 샀어요.” 하비의 목소리와 함께 프랑스 요리책이 모습을 드러낸다. 엘리자베스는 이를 악물고 요리를 한다. 네 바람대로 빨리 시간을 보내고 남성들에게, 수에게 복수를 하러 가겠다는 듯이.
피순대, 칠면조, 송아지 뇌 조림… 의미심장한 요리들이 지나가고 TV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단 수의 모습이 나온다. 분노한 엘리자베스는 수의 말들을 하나하나 비난하며 거칠게 칠면조 내장을 손질한다. 이때 영화는 칠면조와 수의 신체 부위를 번갈아 보여주는 편집을 통해 엘리자베스의 분노를 살벌하게 표현한다. 엘리자베스가 당장이라도 수의 내장을 뜯어 죽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처럼.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한 분노
누군가에겐 케첩과 다르지 않을 엘리자베스의 피
하나였던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서히 분열되며 서로를 죽이기에 이른다. 엘리자베스와 수를 망친 건 그들을 ‘남성에게 사랑받는 여성’이라는 상품으로 길들인 남성들의 권력이지만 엘리자베스와 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 사태의 책임을 남성이 아닌 서로에게 돌린다.
엘리자베스는 수가 자신의 시간과 생명을 뺏어가는 게 싫고 수는 굳어가는 엘리자베스가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죽이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로를 타인처럼 지칭하며 비난한다. 이들의 갈등은 동일인의 내면의 갈등이 아닌 타인 간의 갈등, 세대 갈등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엘리자베스는 생명을 뺏어가는 수에게, 수는 종료 주사를 꽂으려 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위협을 느낀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하나라는 충고를 잊고 서로를 죽이려 달려든다. 수는 엘리자베스를 죽이고 수도 엘리자베스가 죽은 후 서서히 망가진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수는 다시 한번 몸에 활성제를 투여해 엘리자베스와 수가 합쳐진 몬스트로 수로 부활한다. 그는 한껏 치장한 채 새해 전야쇼에 서지만 남성들은 그를 죽이려 한다. 이 세계에서 아름답지 않은 여성을 사랑해 줄 남성은 없다.
아름다웠던 여성의 절규와 피가 전방위로 뿌려진다. 그리고 더 이상 스튜디오에 설 수 없는, 스타로서의 생명을 다한 왕년의 대스타는 길거리에서 산산조각 나버린다. 마지막까지 남은 엘리자베스의 얼굴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별 타일 위에 안착한다. 그리고 별이 가득한 하늘에 닿지 못한 3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녹아내린다.
엘리자베스가 남긴 피는 영화의 초반부, 누군가 떨어트린 햄버거의 케첩과 비슷하게 표현되고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청소차에 의해 닦인다. 이는 사랑받기 위해 모든 걸 다 바친 여배우의 역겹고 눈물겨운 마지막 흔적이지만 하비와 같은 누군가에겐 길바닥에 엎어진 빨간 케첩과 다를 바 없는 더러운 오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영화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충격이 누군가에겐 그저 뜻 모를 B급 호러 무비 정도로 평가될지도 모르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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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좇아서
언제나 미디어는 여성의 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90년대에 태어난 나는 어릴 적부터 미디어 중독자였다. 유이의 ‘꿀벅지’를 기억하고, 설현의 완벽한 뒷모습을 기억한다. 한 통신사의 설현의 입간판은 숱한 남성에게 도둑을 맞기도 했다. 지금의 흐름은 양분화되어 있다. 누가 봐도 마른 몸의 슬렌더형 여성상과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진 여성상은 함께 유행한다. 취향의 차이라지만,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진 여성 또한 사실은 마른 몸을 가진 여성이다. 카메라 뒤에 서는 일을 꾸준히 해왔기에 방송용 카메라가 가지는 한계를 안다. 카메라는 피사체를 현실보다 조금은 부하게 비추며, 화면상의 모습은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서는 여성들은 미디어에 보여질 기준에 맞춰 자신의 몸을 옥죄여 관리한다.
<서브스턴스>는 여성의 몸과 노화에 대한 이야기다. 인기 에어로빅 쇼를 진행하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중년을 맞이한 스타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선망이 될만한 몸을 가졌음에도, 노화는 어쩔 수 없다. 남성 프로듀서들은 그녀의 모습에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얼굴을 찾는다. 그 역학 속에서 엘리자베스는 ‘왕년의 스타’가 되어 쇼에서 내쳐진다. 이 영화는 그 순간에 절망하는 중년의 여성을 비추는 쇼가 아니다. 바디호러라는 장르를 이용해 그녀에게 새로운 젊음의 몸을 주는 특이한 양태를 취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서브스턴스’라는 도구를 통해, 엘리자베스는 젊은 몸을 얻는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일주일은 엘리자베스의 몸으로 살아야 하고, 일주일은 젊은 몸을 가진 ‘수’로 살 수 있다. 앞은 조건이고, 뒤는 가능이다. 그 룰을 어기면, 균형은 무너진다.
그렇게 얻게 된 젊고 아름다운 몸으로 수(엘리자베스)는 엘리자베스(수)의 자리를 빼앗는다. 소프트웨어는 같은 사람이기에, 보여주는 에어로빅은 다를 바 없을 것임에도 남성 프로듀서들은 수는 무언가 다르다며 열광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수의 신체를 파편화해서 재현한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들을 여성의 몸에서 주로 대상화되는 ’부위‘들을 중심으로 클로즈업하여 보여준다. 수의 에어로빅 씬은 ’소프트 포르노‘와 다를 바 없다. 이전의 영광을 누리게 된 엘리즈베스는 수의 몸을 탐하고,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렇게 바디 호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수의 시간을 늘릴수록 엘리자베스의 시간은 줄어든다. 그렇게 수의 신체에서 엘리자베스의 신체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노화를 넘어 붕괴를 겪고 있는 자신과 마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못하는 욕심은 결국 엘리자베스의 신체를 부식시키고 영화는 파국으로 흘러간다.
결말부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 영화는 끝까지 가는 영화다. 멈출 때가 됐다고 생각할 때에도 영화는 브레이크를 절대 밟지 않는다. 이 작품은 결국 중요한 것은 외면이 아닌 내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든지 하는 교훈적인 영화가 아니다. 끝까지 가는 이 작품의 방향성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는 한, 젊음과 미에 대한 추구는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중요한 건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악몽의 세계가 스스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결국 이 작품은 바디 호러라는 장르를 빌렸을 뿐, 그 어떤 작품보다도 현실적인 작품이다.
앞서 여성의 몸에 대해 주로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요즘 가장 눈길이 가는 이슈는 ’중안부‘ 이야기다. 과거 작은 얼굴, 큰 눈, 높은 코, 브이라인 턱에 대한 추구가 컸다면, 이제는 ’중안부‘라는 말도 안 되는 영역까지 미에 대한 기준은 침범했다. 여성들은 그렇게 매일 거울 앞에 앉아 그녀들과 다른 자신의 얼굴에 절망한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 화장을 한다. 그럼에도 덜어지지 않는 부족함은 시술로, 수술로 이어지며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추구미’ 를 좇는다. 끝없이 바뀌는 미의 기준 속에 우리는 어디를 좇아가야 하는가.
나는 여타 여성들보다는 외모 강박이 심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피사체가 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있었다. 카메라 앞에 비춰진 나의 모습 속에 나의 단점들이 보였다.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는 작은 턱으로 인해 납작한 편인 옆모습이라든지, 좁은 어깨에 비해 큰 얼굴이라든지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변화시킬 의지는 없지만, 더 아름다운 나를 원하지 않냐고 물으면 말끝을 흐리게 될 것 같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공허한 말만을 외쳐서는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이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낼 수 있을까.
로라 멀비는 일찍이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라는 저작에서 미디어 속 ‘Male gaze’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여성 감독이 ‘Male gaze’를 갖고 놀며, 그 시선이 망쳐놓은 세상의 끝의 끝까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녀가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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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루프를 통해 진화한 로맨스
소설과는 달리 시각적으로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영화 매체에서 타임루프는 매력적인 소재다.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는 시각적인 묘사만한 게 없다. 두번 이상 반복되는 시간, 위치, 인물, 대사는 보는 즉시 관객에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코믹 요소로도 더할 나위 없다. 최근에는 액션 장르나 심지어 공포 장르에까지 타임루프 소재가 확산되었지만 타임루프를 가장 많이 사용해온 장르는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프 온리>는 반복되는 타임 루프는 아니지만 반복된 단 하루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멜로를 선사하면서 관객의 눈물을 자극했다. 일반적으로 타임루프는 같은 시간(일반적으로 하루)이 영화 내에서 수십 수백번씩 반복되는데 이 반복 자체가 재미 요소가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반복 자체가 영화의 백미가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이는 반복되는 일상, 그날이 그날같은 하루라고 하지만 실제 관객은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인 관객이 겪는 반복은 실제로는 반복이 아닌 셈이다. 마치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반복을 통해 달라지는 무언가를 성취하고 그 성취감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반면 타임루프에 갇힌 우리의 주인공들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루동안 무언가를 쌓아 놓는다고 해도 다음 날이면 리셋되기 때문이다. 이 리셋은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단 한 명만 하루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의 인간관계는 얼마나 처참해질까. 타임루프라는 소재를 멜로와 섞어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을 그린 <팜 스프링스>는 멜로의 요소 또한 살짝 비튼다. 누군가와 친해지더라도 하루가 지나면 리셋, 그리고 타임루프에 말려들기 전 사이가 나빴던 누군가와는 영영 화해할 수 없다. 홀로 타임루프를 반복하며 살고 있었던 나일스(앤디 샘버그 분)의 삶은 이 타임루프에 또 다른 주인공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 분)가 끼어들며 달라진다. 매일이 리셋인 나일스에게 세라와의 관계는 유일하게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 타임루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일스는 세라와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고, 그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데 치중하지만 세라는 타임루프를 통해 삶에 대한 애정을 키운다. 반복되는 사람들의 행동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매일을 다르게 사는 나일스와 세라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던 서사는 여기서 로맨틱 코미디의 결을 달리한다. 나일스는 세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세라는 삶과 사랑에 빠진다.
관객들은 죽고 못사는 연애 서사에 오랫동안 시달려 왔다. 로맨틱 코미디의 90% 이상은 순정으로 마무리한다. 현실적인 연애를 그렸다는 <연애의 온도>도 결말은 순정이었고(연애 하이퍼 리얼리즘의 끝판왕은 오히려 레즈비언 연애를 그린 <연애담>쪽이다
감독병크는잠시무시) 로맨틱 코미디 장인이라 할 수 있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조차 서사에서 사랑을 쉽게 놓지 못한다. 환상을 믿는 관객에게는 안됐지만 누군가 없이 살 수 없는 삶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삶이 아니다. 정말 서로 죽고 못사는 커플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커플들은 적당히 만나서 적당히 연애하다가 결혼하고 적당히 살다가 죽는다. <이프 온리>가 한국 관객에게 소구했던 건 권태기가 온 커플에게 비현실적인 사랑 서사를 선사함으로써 개봉 당시 관객 지분율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20대 여성들에게 스스로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점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현대 관객은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사만다의 대사에 열광하는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이제는 타임루프건 뭐건 지고지순한 로맨스 서사는 관객에게 더 이상 소구하지 못한다. <노트북>에 열광했던 관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부모님의 이야기를 실제 모델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이 이혼했다는 뒷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해한다.<팜 스프링스>는 그래서 서사의 중심을 연애가 아닌 삶으로 옮겨온다. 세라와 나일스의 공통점은 타임루프에 말려들기 전에도 그닥 의미없어 보이는 삶을 살았다는 점이다. 나일스는 타임루프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전의 삶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하루에서 어떻게든 의미를 찾고 빠져나가려는 세라를 보며 고통은 진짜라고 설파하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면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세라에게 반복되는 하루는 현실이 아니다. 반복되는 하루를 고통으로 시작해야 했던 세라는 더 이상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없다. 타임루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 세라는 나일스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반부 남성 캐릭터를 이성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그리는 것만 같던 <팜 스프링스>는 후반부에 이르러 이를 반전시킨다. 반복되는 삶에 안주한 나일스는 그냥 여기서 매일 재밌게 지내면 안되겠냐며 이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세라를 붙잡지만 세라는 단호하게 나일스가 아닌 삶을 선택한다. 세라는 나일스와는 달리 삶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기 시작하며 하루하루를 방탕하게 사는 나일스와 대비된다.
<팜 스프링스>의 특이점은 하필 반복되는 하루가 세라의 동생 탈라(카밀라 멘데스 분)의 결혼식 날이라는 점이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결혼식은 세라에게는 모종의 이유로 떨떠름할 뿐이다. 한편 반복되는 결혼식에 지친 나일스는 이제 정장조차 입지 않고 참석한다. 그 자신이 의미없는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나일스 또한 결혼식이 허상일 뿐이라는 점을 짐작하고 있다. 연애라는 환상에 지친 나일스와 세라는 사랑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만나면서 사랑이 가진 의미를 깨닫는다. 나일스와 세라를 제외한 이들은 사랑이라는 환상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나일스의 여자친구 미스티(메레디스 하그너 분)는 나일스를 사랑하지 않지만 남자친구가 필요하기에 나일스와 헤어지지 못한다. 미스티에게는 타인의 결혼식조차도 한껏 꾸미고 나가야 하며 땀조차 나서는 안되는 중대 행사다. 아름다운 결혼식에 환장해 자기 자신을 꾸미는 데 집착하면서도 연애를 놓지 못하는 여성 캐릭터 자체는 시대착오적이지만 결혼식 이전에 연애조차도 어쩌면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음을 미스티는 코믹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을 구해준 나일스에게 끌렸던 세라는 이제 자기 자신을 구하며 삶과 사랑에 빠진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일스에게 당신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한 마디를 날리는 세라는 현대 로맨틱 코미디 사에 길이 남을 대사를 뱉은 셈이다. 죽고 못사는 연애만이 정답인 것처럼 그려지던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남성 없이도 생존하는 여성을 당당하게 서사의 주체로 내세우며 스스로를 구원하는 구원자이자 구원받는 객체로 이원화한다. 세라는 타임루프 안에서든 밖에서든 삶을 영위할 것이며, 나일스와 함께이든 아니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연애에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탈라의 결혼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축복을 빌어주는 세라는 결혼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세라를 고작 축사로부터 구해주고 생색을 냈던 나일스는 이제 세라를 믿고 따르는 객체로 변한다. 나일스의 서사인 것처럼 시작했던 <팜 스프링스>는 제목 그대로 손바닥 뒤집듯이 세라를 입체적인 존재로 그려내며 현대적인 연애 서사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제 현대 관객들은 연애가 삶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며 운명의 짝 같은 건 없을지라도 때로 삶의 동반자가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는 모두 네이버영화입니다.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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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왓챠 7월 종료작 모음_zip
안녕하세요 :0
여러분,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여 결국 거리두기 4단계로 강화되었네요.
이제야 영화산업이 살아나나 했더니 다시 주춤 할 듯 하여 아쉬움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에 비해서 OTT 시장은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달도 저희 씨네랩과 함께 넷플릭스/왓챠 7월 종료작, 놓치지 말고 보도록 해요!
1. 라이언 일병 구하기 (넷플릭스) - 스티븐 스필버그
2021.07.14 종료
"2차 대전이 종전으로 치닫는 치열한 전황 속에서 미 행정부는 전사자 통보 업무를 진행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4형제 모두 이 전쟁에 참전한 라이언 가에서 며칠간의 시차를 두고 3형제가 이미 전사하고 막내 제임스 라이언 일병만이 프랑스 전선에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네명의 아들 가운데 이미 셋을 잃은 라이언 부인을 위해 미 행정부는 막내 제임스를 구하기 위한 매우 특별한 작전을 지시한다. 밀러는 여섯 명의 대원들과 통역병 업햄 등 새로운 팀을 구성, 작전에 투입된다. 라이언의 행방을 찾아 최전선에 투입된 밀러와 대원들은 미군에게 접수된 마을을 지나던 중 의외로 쉽게 그를 찾아낸다.
단 한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이 위험을 감수해야할 상황에서 대원들은 과연 ‘라이언 일병 한 명의 생명이 그들 여덟 명의 생명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끊임없는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지휘관으로서 작전을 끝까지 책임지고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할 밀러는 부하들을 설득해 다시 라이언 일병이 있다는 곳으로 향한다. 도중에 독일군과의 간헐적인 전투를 치르면서 결국 밀러 일행은 라멜 외곽지역에서 극적으로 라이언 일병을 찾아낸다. 하지만 라이언은 다리를 사수해야할 동료들을 사지에 남겨두고 혼자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는데.."
2. 레볼루셔너리 로드 (넷플릭스) - 샘 멘데스
2021.07.14 종료
"첫눈에 반한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뉴욕 맨하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교외 지역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 보금자리를 꾸리게 된 두 사람. 모두가 안정되고 행복해 보이는 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그들의 사랑과 가정도 평안해 보이지만, 잔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을 원하는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로의 이민을 꿈꾼다. 새로운 삶을 찾게 되는 것에 들뜨고 행복하기만 한 두 사람.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려는 찰나 프랭크는 승진 권유를 받게 된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파리로 가고자 하는 에이프릴, 그리고 현실에서 좀 더 안정된 삶을 살고자 하는 프랭크.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두 사람. 그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3. 레이디 맥베스 (왓챠) - 윌리엄 올드로이드
2021.07.16 종료
"남편에게 종속돼 모든 자유를 빼앗긴 캐서린,
고요한 저택에 갇혀 권태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하인 세바스찬에게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그때부터, 그녀는 모든 금기를 깨고 자신의 욕망을 따르게 되는데…"
4. 레전드 (왓챠) - 브라이언 헬겔랜드
2021.07.21 종료
"런던의 촌구석 이스트엔드에서 주먹 꽤나 쓰는 쌍둥이 형제로 이름을 날리던 레지 크레이 X 로니 크레이. 한날 한시에 태어났지만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크레이 형제는 서로를 생각하는 우애만큼은 끈끈하다. 타고난 주먹과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마피아와 손잡고 법과 경찰을 피해 세력을 키워나가던 크레이 형제는 어느덧 런던의 밤을 장악하며 유명인사가 되어가지만, 곧 이들 형제에게 위기가 닥친다. 이성적인 형 레지는 연인 프랜시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갱스터 생활을 청산하고
능력 있는 사업가로 변신해 세력을 확장해 나가려 한다. 하지만 엉뚱하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통제불능 동생 로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며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
매번 조직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로니에게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는 레지.
자신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형을 향한 불만을 쌓아가던 로니
두 형제는 사사건건 부딪히기 시작하고, 급기야 로니는 수습 불가능의 대형 사고를 치고 마는데… "
5. 원더풀 라이프 (왓챠) - 고레에다 히로카즈
2021.07.21 종료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한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그들을 영원으로 인도하는데…
원히 머물고픈 순간, 당신 인생엔 있습니까? "
6. 잠수종과 나비 (왓챠) - 줄리안 슈나벨
2021.07.21 종료
" 유명 잡지 ‘엘르’ 편집장으로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즐기던 장 도미니크 보비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온몸이 마비되고
신체 중 유일하게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자유롭던 몸짓이 한순간 잠수종에 갇힌 남자
하지만 기억과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데…"
7. 심야식당 2 (왓챠) - 마츠오카 조지
2021.07.21 종료
"첫 번째 요리, 불고기 정식
가끔 상복차림으로 외출하는 ‘노리코’
장례식장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가 범죄자임이 밝혀지고
실연의 상처로 도쿄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두 번째 요리, 볶음 우동과 메밀 국수
메밀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세이코’는
철없는 아들 ‘세이타’가 가업을 물려받기를 원하지만
세이타는 15살 연상인 ‘사오리’와 결혼하겠다고 돌발선언한다!
세 번째 요리,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보이스피싱 사기로 인해 도쿄까지 오게 된 ‘유키코’ 할머니
아들은 연락조차 닿지 않고, 손녀 같은 ‘미치루’와 뜻밖의 동거를 시작한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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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플러스 인기작+추천작 시리즈 모음
무빙만 보고 디즈니플러스 방치하고 계신거 아니죠? 구독료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씨네픽이 재밌는 시리즈 드라마 모아왔습니다! #시간순삭 #출퇴근 #밥친구 하기 좋은 드라마 모음!
만달로리안
은하제국 붕괴 후 명성을 떨친 만달로어인 현상금 사냥꾼 '만도'와 신비한 힘을 가진 '그로구'의 특별한 여정을 그린 이야기
드롭아웃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로 꼽히는 기업 ‘테라노스’CEO ‘엘리자베스 홈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비공식 탐정 3인방 찰스, 올리버, 메이블의 못 말리는 코믹 수사극
더 베어
젊은 셰프 카미는 시카고 도심에 위치한 식당 오리지널 비프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분투한다.
형사록
동료를 죽인 살인 용의자가 된 형사가 정체불명의 협박범 ‘친구’를 잡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쫓는 미스터리 수사극
카지노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가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강렬한 이야기.
화이트 칼라
꽃미남 사기꾼 '닐'과 FBI 요원 '피터'가 펼치는 수사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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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해피엔딩이 누군가에겐 새드엔딩일 수도 있다
감기
줄거리
전염되면 무조건 죽음에 달하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한국에 퍼졌다.
너무 빠른 전염 속도에 결국 도시 폐쇄 조치가 내려지는데...
*해석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해피엔딩이 누군가에겐 새드엔딩일 수도 있다
숨은 의미 찾기
보통 이런 재난 영화 속 인물들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로만 나누기 힘들다.
그들을 구분 짓기 쉽지 않은 이유는 인물들에게 갈림길이 주어지고, 그중 하나를 무조건 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마치 바이러스를 찾아내고 사람들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연구원이 막상 자기 딸이 감염된 순간에는 그 사실을 숨기고 이기적 행태를 보이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하나 이 영화에서 평이한 인물은 앞서 말한 ‘인해’ 외에는 찾기 어렵다. 그 외의 인물들은 온전히 선이거나, 온전히 악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극렬하게 대립하는데, 이 과정 탓에 관객은 지루해진다. 완전한 선의 편에 서는 인물이 존재할 경우 99%의 확률로 선이 이기기 때문에 긴장감이 사라진다. 게다가 이에 맞서는 악인은 강할지언정 진부하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선한 인물로 대변되는 ‘지구’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정의감으로 무장한 구조 대원이다. 그는 조건반사적으로 타인을 돕고 무적이며 동료 조력자까지 있다. 그는 남들이라면 쉬이 할 수 없는 모든 일들을 해낸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감염되지 않고, 민간인 금지구역에도 자유롭게 들어가며, 자신을 막는 열댓 명의 사람들에 맞서고도 아이를 업고 기어이 빠져나온다. 이렇게 무적의 주인공을 세워놓고 그토록 진부한 악인이라니. 영화 내용은 앞의 30분만 보더라도 어떻게 이어질지 대강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리뷰하는 것은 순전히 ‘몽싸이’라는 인물 하나 때문이다.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밀항을 시도한 동남아인.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의문의 바이러스로 타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죽었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면역항체를 가진 사람이다. 그가 죽는 장면을 보는 순간부터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들었는데,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어떤 질문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부 백인이고 몽싸이가 흑인이라면?
영화가 인종차별을 의도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뒤 맥락 없이 ‘한국에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설정을 할 수는 없으니 그 경로를 비교적 가까운 동남아로 설정했을 뿐이다. 해외에 다녀온 한국인이나 외국인 여행객이 바이러스의 원인일 수도 있었지만,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확산되었다는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밀항’하는 ‘동남아인’이라는 인물을 택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의아한 것은 몽싸이라는 인물을 영화 내에서 소비하는 방식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그는 대한민국에 감기 바이러스를 퍼트린 원흉이면서도 동시에 유일하게 항체를 가진 희망이기도 하다. 상반된 두 가지의 역할을 부여받은 그는 한 쪽에게는 쫓기고 한 쪽에게는 보호받는 기이한 상황에 놓인다. 그러다가 결국 쫓는 쪽에 붙잡혀 죽음을 당하고 만다. 원흉으로서도 희망으로서도 제 역할을 종료당한 그는 ‘희망’이라는 타이틀만 미르에게 수혈하고 사라진다.
사실을 짚어보자. 그는 가난한 집에 돈을 보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밀항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밀항을 주선한 브로커는 한국인이며, 그들을 운반하려다가 놓친 운반책 역시 한국인이다. 그에게 감기를 옮아 바이러스를 산발적으로 퍼트린 사람도 한국인이고, 이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늑장을 부린 이마저 한국인이다.
그렇다고 몽싸이에게 처음 감염되어 죽은 병우를 탓하는 건 아니다. 다만, 몽싸이가 밀항을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악으로 만들어버리고, 죽어도 안타깝지 않은 자로 만드는 영화의 구조가 아쉬웠다는 것이다. 그의 죽음은 미르에게 가려져 '숭고한 희생'으로도 취급받지 못한다. 그저 한 명의 밀입국자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남지 않은 채, 영화는 끝나 버린다.
우리 엄마 쏘지 마세요!
게다가 문제를 하나 더 추가하자면, 어린아이를 해결책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긴박한 대치상태에서 뛰쳐나온 작은 아이가 평화를 요구하는 장면은 감동을 넘어선 한국식 신파에 가깝다. 거기에 '항체 보유자 김미르'라니. 아이는 우리 미래의 새싹입니다, 따위의 구호가 생각난다. 아무리 영화일지라도 고작 9살 밖에 안 된 어린 소녀에게 그토록 무거운 짐을 지워야 했을까?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이쯤에서 인정할 건 인정하자. 동남아 계열 외국인 노동자와 어린아이. 영화의 시작과 끝에 놓인 이들은 전부 사회적 약자다. 영화는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인류에게 닥친 재앙도, 인류에게 남은 미래도. 잘 생각해 보라, 영화 끝의 에필로그까지 지켜보아도 감염자의 시체를 대량으로 불태웠던 일에 대해 누가 책임졌다는 언급조차 없지 않은가.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모두에게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누군가에게는 해피엔딩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새드엔딩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새드엔딩도 언젠가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기에.
코로나 이후 보니 하이퍼리얼리즘 공포영화
감상평
개봉 당시엔 그저 그런 흔한 재난 영화인 줄 알았더니 WHO의 팬데믹 선언을 예언한 영화, 감기.
순위권 안으로 돌아갈 땐 안 보다가 문득 볼 것도 없고 해서 다시 봤다. 영화 속 결말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괴리감이 컸다. 금방금방 바이러스가 종식되는 영화에 비해 현실은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걸로도 모자라 위대 코로나 시대로 접어드는 판국이니.
어쨌거나 코로나 사회를 살아가고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기침할 때 비말이 퍼지는 슬로 모션은 소름이 돋았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장면이 나올 때마다 아주 '불-편'했다. 중간중간 마스크도 안 끼고 손수건으로 대충 끼고 다닌 장혁이 대체 어떻게 감기 안 걸렸는지 그게 제일 의문.
보는 내내 그 짤이 생각났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캐릭터 중 하나가 ‘정의롭지 않고 불의를 보고도 잘 참는 장혁’이라던… 그 말이 딱 들어맞는 영화. 그야말로 장혁이 아니면 이 역할을 할 사람이 없겠다 싶은… 너무도 뻔한 캐릭터지만, 이런 뻔하디 뻔한 캐릭터에 딱 맞게 설정된 영화이다 보니 억지스러워도 이 이상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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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뛰어넘어 너에게 갈게
시간을 뛰어넘어 너에게 갈게
넷플릭스 <상견니>, <다크>
더 이상 SF는 그 이름과 달리 공고한 과학적 상상(이라 쓰고 현실에서 증명된 과학 이론에 기반한 여러 가지 변형물들)이 중요하지 않다. 고도로 발달한 미래의 기계 문명이든 우주 어딘가에 있는 가상 행성의 왕족이든 그냥 현실에 없는 것을 아무거나 상상해도 SF다. 실제로 2019년 휴고상(Hugo Award)은 2019년 팬픽션 플랫폼인 AO3을 '변형적 작품 단체'로 정의하며 최고 참고문헌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크>나 <상견니> 같은 타임슬립 물들을 볼 때에도 세계관의 촘촘함이나 과학적 설정의 논리성 같은 것에는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게다가 <상견니>는 시간대의 이동보다는 영혼이 빙의한다고 해야 맞을 것 같은 설정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두 작품 모두 리니어 시간대의 일정 지점들로 이동하니까 타임슬립 물이라 치고 공통된 부분을 살펴보면, 두 시리즈의 주인공들 모두 크게 두 가지 목적을 띄고 타입 슬립을 하며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하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동시에 어떤 멸망(세계나 어떤 사람의)을 막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명료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타임슬립이지만 주인공들이 놓쳤던 세부 사항이나 다른 인물들의 행동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 속 인과 관계의 흐트러지며 상황은 주인공들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게 되고 이런 형식의 갈등 양상을 주제로 회차가 전개된다.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어떤 요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주요 얼개인 이런 장르 물든 '타임 라인 정리'나 '해석' 같은 이름으로 블로그 포스팅 혹은 트위터 타래를 만들기 좋아하는 덕후들에겐 최적의 장르다. 두 드라마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 보면 내용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놓은 게시물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장르물에 대해 크게 조예가 깊지는 않아서 내용을 따라잡는 데에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면 굳이 분석하며 세계관의 순차성이나 인과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보지는 않았기에 그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는 못 하겠다.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보자면 <다크>는 비교적 초반에 인물과 사건들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밝히고 그에 따라 인물들 각각의 서사가 전개되는 방식이다. '이 관계들이 어떻게 정리되는 걸까?'란 시즌1에서 의문을 시작하고 시즌2에서는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풀어 나간다. 두 주인공의 액션 아이템이 정리된 시즌3에 접어들면서, 점점 타입슬립-미션 수행-실패 이 일련의 과정이 동어 반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상견니>는 초반에 플롯을 밝히지 않고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며 중반부부터 인물들의 배경과 서사가 서서히 밝혀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중반부에는 불필요한 설정, 특히 남자 빌런의 출연에 할애된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 느껴지는데 한국이나 중국 드라마는 편성된 에피소드 수가 많다 보니 종종 이렇게 필요 이상의 과한 설정이 많고 쓸데없는 배경 설명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하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장편 드라마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을 배제하고 본다면 두 주인공의 관계의 애절함을 보여주는 데에는 두 드라마 모두 무리가 없다.
사랑에는 장애물이 필요하다. 얄궂지만 순조롭기만 한 관계는 지루함이나 의심을 사게 된다.
요즘 들어 드라마들을 보며 느끼는 것인데, 생각해 보면 옛날에는(옛날이라 봤자 한 10년 정도 전이지만) 비현실적 세계관 설정이 없이 등장인물들의 관계성이 그 자체로 엄청나게 자극적이었다. <파리의 연인>이나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들을 되돌아보면 여자 주인공의 신데렐라 서사를 포함해 지금 다시 나온다면 사람들에게 절대 군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설정이 많다. 2020년에는 아무리 잘생긴 남자라 하더라도 무례하고 돈밖에 모르는 남자에게 따뜻한 마음을 일깨워 주는 가난하지만 밝은 여자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싶은 여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계급을 제외하고 사랑에 눈이 먼 두 젊은이를 떼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장벽은 '죽음'이다. 사실 이것도 옛날 드라마에서는 많이 쓰인 소재긴 하다. 남자 주인공이나 여자 주인공이 백혈병이나 희귀 암 같은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된 내용의 드라마와 영화를, 95년 이후로만 나열해도 아마 몇십 개가 나올 것이다. 당대의 센세이셔널한 인기 가수였던 조성모를 필두로 한 발라드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에는 꼭 누군가가 총에 맞거나 차에 치이거나 하는 이유로 죽고 슬퍼하는 연인의 눈물이 클로즈업되곤 하는 레퍼토리도 있었고 말이다.
<다크>와 <상견니>에서도 결국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타임슬립을 하는 것도 있는데, 연인의 상실에 대처하는 전제 자체가 이런 과거의 신파극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움에 못 이겨 연인을 찾아간다는 식의 신파가 아니라, 알고 보니 연인이 서로 이어질 수 없었던 이유가 어떤 타임라인 혹은 인과관계의 균열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 균열을 바로 잡으면 연인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식의 문제 해결적 플롯이다.
하지만 갈등이 고조되고 관계의 애절함이 극대화되려면 시공간을 넘나드는 두 사람이 쉽게 만나선 안 된다. 엄청나게 많은 엇갈림과 자신들이 초래한 서사의 균열을 겪어내야만 한다. 앞서 말한 분량을 채워내야 하는 장편 시리즈들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시청자들도 과연 두 남녀 주인공이 언제쯤 이어지는지, 이어지기는 이어지는 것인지 애가 타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특히 상견니는 남국의 정취가 있는 타이난을 배경으로 교복을 입은 등장인물들이 울고 웃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아시아 시청자들의 '학교에서 보낸 여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제는 관계 자체가 주는 자극보다는 어떤 설정이나 세계관에서 오는 물리적 장벽들이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플롯이 더 쉽게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게 됐다. 한 마디로 '너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해'보다 '네가 다른 세계에 존재해도 너를 사랑해'가 훨씬 더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력을 전시하기 위해 쓰이던 SF 세계관들이 이제는 현실의 관념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들이 됐다. 무엇이 됐든 뛰어넘기 어려운 장벽만이 로맨스의 농도를 짙게 하는 법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Good night and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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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나무의 씨앗](2025)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총과 씨앗 그리고 새
Chapter 2 이만이라는 인간
00:00 칸영화제
01:15 총과 씨앗
04:04 새(Bird)
05:15 이만이라는 인간
08:12 별점 및 한 줄 평
08:30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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