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두codu2022-02-16 11:37:03
삶과 이야기의 공명, 이야기로 묻고 삶으로 답하다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소통의 부재는 영혼의 부재
우리 집에는 네 명의 인간과 두 마리의 개가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같은 종의 동물이라도 각각 전혀 다른 소통방식을 구사한다. 이를테면, ‘네가 먹고 있는 것을 줘.’라고 표현하고 싶을 때도 “달라”라고 부탁하는 인간이 있고, 손으로 뺏어 먹는 인간이 있다. 개는 엎드려서 침을 흘리거나 양손(앞발)을 사람에게 올리기도 한다. 각각의 종은 서로 같은 언어 체계를 공유하지만, 같은 소통방식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손이 먼저 나가는 인간은 앞발을 올리는 개와 가까운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개도 인간도 종과 언어를 막론하고 저마다 소통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진정한 언어는 침묵일 수도 있고, 육체적 관계일 수도 있고, 운전 방식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어와 같은 언어 체계는 진정한 소통방식을 번역한 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언어를 뛰어넘어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의 진정한 소통방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히로시마 연극제의 상주 예술가에게 배정되는 운전사 와타리 미사키(미우라 토코)는 말수가 적지만 차와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한다. 그가 밟는 액셀과 브레이크 역시 하나의 소통 수단이다. 미사키는 이를 통해 차 안의 공기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미사키의 운전은 중력도, 운전하는 사람도 잊게 할 정도로 부드럽다. 이 무저항의 운전은 미사키의 고향 가미주니타키무라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고요하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며 상대를 편안하게 해 준다. 미사키가 배워야만 했던 소통방식은 그런 것이었다.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숨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의 언어는 침묵 또는 회피라고 할 수 있다. 가후쿠와 드라마 각본가 오토(키리시마 레이카)는 이상적인 부부처럼 보인다. 블라디보스톡 연극제의 항공권 예약이 미뤄져 집으로 돌아간 가후쿠는 아내 오토의 외도를 목격하고 아무 말도 없이 뒤돌아 나간다. 가후쿠가 외면한 진실은 아내의 외도만이 아니다. 그들의 결혼 관계는 사실상 끝났고,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없다는 진실을 그는 끝끝내 마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토의 죽음으로 가후쿠는 자신의 마음과 진실이 마주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단 한 번의 식사 장면이 등장한다. 히로시마 연극제 담당자 윤수(진대연)가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는 유나(박유림), 가후쿠, 미사키 그리고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가 함께한다. 이 식사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대부분 번역된 말이다. 전혀 다른 언어들이 오가고 누군가의 입을 빌려 다시 변환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만, 영화의 어떤 장면보다도 따뜻하고, 안정적이며 소통과 공감이 느껴진다. 이 장면은 언어를 뛰어넘는 따뜻한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가 소통의 부재를 겪는 것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영혼이라 부르는 그것이 언어 안에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와 텍스트의 관계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언어와 텍스트는 닭과 달걀 같은 관계를 맺고 있다. 가후쿠 부부는 4살 딸을 폐렴으로 잃은 후로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잉태하기 시작한다. 오토의 음성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가후쿠의 번역을 거쳐 오토에게 전해진다. 다시 오토에게 돌아온 이야기의 잔상들은 각본, 즉 텍스트로 태어날 준비를 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이야기는 단순히 캐릭터와 플롯이 아니라 무의식과 욕망의 집합체와 같다. 오토의 음성과 그것을 양분 삼아 만들어진 이야기는 오토의 창조물이지만, 독립된 생명체처럼 타인에게 다른 모습으로 뿌리내리게 된다. 가후쿠에게 오토의 이야기는 진실이 드러나기 직전의 두려움과 불안의 기척을 품은 채 마무리되었지만, 다카츠키(오카다 마사키)에게 그 이야기는 불길한 고요함으로 가득 찬 세상의 모습이다.
각본으로 만들어진 텍스트는 결국 발화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렇기에 오토는 자신의 이야기와 무의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완성해줄 누군가를 찾았고, 그가 바로 다카츠키였다. 가후쿠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며 감동하고, 오토의 열렬한 팬인 다카츠키는 ‘바냐’라는 인물에는 쉽게 이입하지 못한다. 다카츠키는 체호프의 ‘바냐’보다 오토의 이야기 속 칠성장어의 전생을 가진 소녀를 닮은 인물이다. 그는 체호프의 성실하며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세계보다 무의미한 기다림과 충동과 욕망의 세계에 끌린다. 불가해하고 불길한 무언가로 가득한 오토의 텍스트야말로 다카츠키의 삶을 담을 텍스트다. 그는 오토와 같은 언어, 즉 같은 소통 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카츠키는 오토의 텍스트를 완성했으나 바냐가 되어 체호프의 텍스트를 완성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이와 반대로 이성적이며 통제적인 가후쿠는 오토의 텍스트를 똑바로 마주할 수 없다. 가후쿠가 오토에게서 듣는 것은 오직 이야기뿐이다. 자기 안의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 가후쿠는 이야기 안의 오토를 외면한다. 가후쿠가 오토의 목소리로 듣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녹음된 ‘바냐 아저씨’의 대본이다. “대사를 입에 올리면 나 자신이 끌려 나와” 오토의 음성으로 울리는 체호프의 텍스트는 가후쿠에게 계속해서 진실보다 깊은 것을 묻는다. 가후쿠는 체호프와 오토가 자신에게 걸어오는 말을 애써 피하고 있다.
오토의 죽음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히로시마 연극제에 초대된 가후쿠는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는다. 가후쿠의 연극은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한국 수어까지 서로 다른 언어가 한데 어우러진다. 이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대본 리딩이다. 어떤 감정도 없이 아주 천천히 대본을 읽는 것이다. 배우들은 불완전한 언어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동시에 온몸으로 체호프의 텍스트를 체득해야 한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한 이 과정을 가장 먼저 이해한 것은 수어를 사용하는 유나다. 자신의 언어가 타인에게 닿지 않는 것이 평범한 일인 그에게 보고 느끼며 공감함으로써 기능하는 연기는 몸에 잘 맞는 옷과 같다. “체호프의 글이 내 안에 들어와 움직이지 않던 몸을 움직이게 해 줘요” 체호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유나와 소통하고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의 영혼은 체호프의 텍스트에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는 ‘바냐’가 한때 누이동생의 남편이자 존경하는 학자였던 교수 세레브랴코프를 원망하고, 교수의 두 번째 부인 옐레나를 사모하게 되며 겪는 갈등을 다룬다. 체호프는 우리가 갈등과 절망, 적의와 증오를 넘어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고난과 슬픔보다 미래의 희망과 기쁨을 꿈꾼다. 체호프의 텍스트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선택한 많은 인생을 담을 수 있는 넓은 그릇과 같다.
대본 리딩이 주를 이루는 연극 연습과 오토의 목소리로 녹음된 ‘바냐 아저씨’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붉은색 사브 900을 오가며 영화는 체호프의 텍스트를 반복한다. 체호프의 텍스트는 대사뿐만 아니라 이야기로도 반복된다. 누이동생을 잃고, 존경하던 교수에게 실망을 거듭하며 바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바냐가 교수를 위해 바쳤던 청춘은 이미 흘러갔고 옐레나에 대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소냐의 사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것은 여전히 엉망이지만 바냐와 소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일을 계속한다. 딸과 아내를 잃은 상처를 마주하게 되는 가후쿠 뿐만 아니라 아이를 잃은 상실을 견뎌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유나와 애정과 증오의 대상이었던 엄마를 잃은 미사키의 삶 역시 체호프 텍스트의 또 다른 변주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언어의 불완전함을 뛰어넘어 공명을 시도하는 이야기의 작동방식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는 일견 언어의 무용함을 말하는 듯 하나 각자의 언어와 이로 만들어진 텍스트는 호응하는 삶과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가깝다. 감독은 언어의 가면을 쓴 이야기를 단지 텍스트가 아닌 독립된 생명체처럼 마주 보게 한다. 그렇게 언어와 텍스트는 계속해서 삶과 사람에게 호응을 시도하고 영화는 그 순간을 담아낸다.
삶과 사람을 담는 그릇
가후쿠와 미사키가 지나온 터널처럼 우리가 지나온 궤적을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가 모두에게 필요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처럼 불완전한 언어와 불가해한 텍스트에 사람과 삶을 담음으로써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는다. 언어와 텍스트가 사람과 삶을 만나는 순간 발생하는 에너지는 영화 안팎으로 퍼져나가 관객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카츠키와 가후쿠가 차의 뒷좌석에서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 후 가후쿠는 처음으로 미사키의 옆에 앉는다. 차 안에서 흡연을 피하던 가후쿠는 미사키에게도 담배를 권한다. 차 위를 향해 뻗은 두 사람의 손에서 담배 연기는 망자를 위한 향처럼 피어오른다. “넌 엄마를 죽였고, 난 아내를 죽였어” 오래된 죽음을 놓지 못하고 있던 두 사람은 도망치고 미뤄왔던 애도를 시작한다. 카메라는 나란히 피어오르는 연기에서 멀어져 익스트림 롱숏으로 이리저리 얽혀 있는 도로와 어찌 됐든 앞으로 나아가는 차들을 바라본다. 그 속에서 점처럼 작아진 사브 900도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믿으면서.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이야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겠지요. 그러면 우린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우린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소냐 역의 유나가 바냐 역의 가후쿠를 감싸 안고 수어로 전하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연극을 보는 듯한 롱숏으로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를 응시하는 미사키의 곧은 정면 얼굴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체호프의 텍스트에 대답한다. 체호프의 텍스트와 유나의 언어 그리고 미사키의 삶이 만난 이 장면 하나로 <드라이브 마이 카>는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 감독이 전작 <해피 아워>(2015)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게를 기대며 중심을 맞추는 소통에 집중했다면,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사람과 텍스트가, 이야기와 이야기가 마주하는 소통에 집중한다.
가후쿠가 히로시마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시작했던 영화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미사키의 뒷모습을 보며 끝난다. 도망치듯 떠나왔던 가미주니타키무라를 뒤로 하고, 멈춰 설 수밖에 없었던 히로시마를 벗어나 새로운 땅에서 미사키는 앞으로 향한다. 사브 900을 타고 한국 부산의 도로를 달리는 미사키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드라이브를 즐긴다. 끝없이 이어진 도로처럼 삶은 계속 이어지고, 언제나 또 다른 슬픔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멈추지 않는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마침내 텍스트와 언어에 담긴 사람과 삶은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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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아빠의 아픔을 인정하는 일
열다섯 살 지나(레오니 수쇼)는 아빠 지미(알반 레누아)와 친하다. 깊은 숲 속 나무 기둥에 줄을 매달고 올라가 함께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가 또래 남자애들한테 놀림을 당할 때 지미가 그 위에 물을 왕창 쏟아 쫓아내기도 한다. 지미는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숲에서 관리인 몰래 장작을 훔치기도 하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갑자기 TV를 집 밖으로 던져버리기도 한다. 자신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밥을 먹다 갑자기 사정없이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는 지미와 마트에 갔다가 지미의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하게 된다. 지미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미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이후 지나는 지미를 탈출시키려고 애쓴다.
지나는 왜 무리해서까지 지미를 구하려고 할까. <아버지와 숲>(2020)을 보는 내내 물음표가 떠올랐다. 지나는 지미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도 그의 아픔을 인정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마치 다시 같이 집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는 단순한 믿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만큼 아버지가 친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증명하긴 하지만 지나의 행동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빠를 탈출시키기 위해 병원에 무단 침입하거나 자꾸 무리한 행동을 하는 일. 엉뚱하고 감정에 치우치는 지나의 그런 모습은 지미와 어떤 면에서 닮았다. 크라츠보른 감독은 이런 지나가 좀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영화에 담는다. 그러니까 소중한 사람의 아픔을 인정하는 것. 가까운 게 좋지만 때로는 거리를 둘 대도 있다는 것. 그걸 감당해야 한다는 것.
지미 때문에 또 한 번에 위험에 처했던 지나는 또래 남자애와 친해지면서 새로운 관계를 쌓기 시작한다. 기존에 안전했던 관계에서 벗어나 지나는 더 새롭고 단단해질 수 있을까. 냉혹하지만 성장의 중요성을 직시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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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오면 생각나는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다들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아시나요?
오늘은 바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대설'입니다.
전국에 비 또는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눈'하면 생각나는 영화
총 디섯 편을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눈 오면 생각나는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러브레터
ⓒ 네이버 영화
synopsis
죽은 약혼자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여성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죽은 약혼자의 어린 시절
첫사랑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cine pick!
8일, 국내에서 재개봉하는 <러브레터>는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영화'로 벌써 6번이나
국내에서 겨울에 재개봉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가슴 저릿한 스토리로 여운이 강한
영화이다.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 네이버 영화
synopsis
2차 세계대전 중, 전쟁을 피해 먼 친척 집에 맡겨진 네 남매들은 어느날, 그 저택에 있는 마법의
옷장을 통해 환상의 나라 나니아에 들어가게 된다. 마녀의 마법에 빠져 영원히 겨울만 계속되는
나니아... 아이들은 위대한 사자 아슬란과 함께 위험에 빠진 나니아를 구하기 위해 불가능한
모험을 시작하는데....
cine pick!
영화는 <슈렉>으로 세계적 흥행 기록을 세우며 오스카상을 수상한 뉴질랜드 출신 앤드류 아담스
감독의 실사 영화 데뷔작이다. 시공을 초월한 나니아 세계를 재현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캐롤
ⓒ 네이버 영화
synopsis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 테레즈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그리고 두 사람은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cine pick!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미술, 의상, 음악 모두가 잘 어우러져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는 영화 업계에서도 인정 받아 많은 영화상을 휩쓸기도 했다. 미국 영화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는 비평가지수 96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94%라는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겨울왕국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서로가 최고의 친구였던 자매 ‘엘사’와 ‘안나’. 하지만 언니 ‘엘사’에게는 하나뿐인 동생에게조차
말 못할 비밀이 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신비로운 힘이 바로 그것. ‘엘사’는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힘이 두려워 왕국을 떠나고, 얼어버린 왕국의 저주를 풀기 위해 ‘안나’는 언니를 찾아
환상적인 여정을 떠나는데……
cine pick!
전 세계,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겨울왕국>. 영화는 제71회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주제가상 등 애니메이션 최다부문 노미네이트가 되며, 디즈니 사상 최고의
야심작으로서 저력을 입증하기도 하였다.
폴라 익스프레스
ⓒ 네이버 영화
synopsis
눈 오는 크리스마스 이브, 갑자기 들리는 굉음에 소년은 화들짝 놀라 밖을 내다보니 기차가
멈춰서 있었고, 소년은 뛰어나가 폴라 익스프레스를 타고 기나긴 여행길에 오르는데...
cine pick!
동명의 동화책을 원작으로 하는 <폴라 익스프레스>는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상, 음향편집상,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교훈이 담긴 스토리와 좋은 OST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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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레베카> 뮤지컬과 비교해본다면?
인생 뮤지컬 중 하나인 레베카. 그런 레베카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개봉해 보게되었다. 1940년대 원작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접해보지 않은 관계로 나에게 있어서 레베카에 대한 비교 대상은 뮤지컬 밖에 없었다. 그런데 뮤지컬과 주인공의 초점/시점이 분명히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 레베카 시놉시스
영화 레베카는 갓 결혼한 젊은 여성이 남편 드윈터 가문 소유의 저택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량한 해안과 대비되는 웅장한 저택.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다. 그녀는 남편의 전처인 레베카의 그림자와 싸우게 된다. 이미 세상을 떠난 레베카이지만 그녀의 흔적이 집안 곳곳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름 붙여지지 않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
영화의 이야기는 영화 속 인물들 중 드 윈터 부인의 초점에 맞춰서 진행된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드윈터 부인이 영화 속에서 단 한번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속 모든 캐릭터, 하다 못해 하인들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드 윈터 부인은 절대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여행 비서로 일할 때에는 고용인의 매니저로서 불리다가 호텔에서 만난 막심 드 윈터의 부인이 되면서 드 윈터 부인이라고 명명될 뿐 여자 주인공 캐릭터의 원래 이름은 알 길이 없다.
이렇게 캐릭터의 이름을 등장시키기 않는 이유는 아마 영화 속에서 단 한번도 그 실체가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를 강조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의 이름은 일부러 지우고 등장하지 않는 인물의 이름을 계속 노출시킴으로써 보이지 않는 존재를 계속해서 호명하며 레베카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뮤지컬보다는 덜 했던 레베카의 존재
영화가 드 윈터 부인에게 개인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명하지 않았고, 집안의 물건들을 통해 레베카의 존재를 계속해서 드러냈지만 개인적으로는 뮤지컬보다 레베카의 존재는 크게 각인되지 않았다.
아마 이것은 시점의 문제인 듯 싶다. 뮤지컬은 그 시점이 레베카를 모시던 댄버스 부인에게 맞춰져 있었다.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를 끔직이도 사랑했던 감정이 관객들에게 공유가 되고 광기 어린 집착을 통해서 레베카가 아직도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시점이 댄버스 부인이 아니라 드 윈터 부인에게 맞춰지면서 드 윈터 부인과 레베카의 대립적인 구도가 형성된다. 즉, 관객의 입장에서는 드 윈터 부인의 감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편에 있는 레베카보다는 드 윈터 부인의 존재가 더 쉽게 각인이 된 것 같다.
그 이후 삶의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레베카의 존재감이 뮤지컬보다 덜 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는 이 그로테스크함이 크게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엄청나게 흡입력이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가 충분히 좋았던 이유에는 2가지가 있다. 먼저 드 윈터 저택의 화재 이후의 삶을 다뤘다는 점과 드 윈터 부인이 굉장히 주체적인 인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뮤지컬에서 드 윈터 부인은 댄버스 부인에게 거의 농락당하다 싶이 결정권도 없으며 힘도 없어 본인의 삶이 타인에게 휘둘리는 가녀인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드 윈 부인은 막심과 레베카의 관계를 파악한 후 그 사건을 덮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판을 짜는 인물로 성장한다. 더불어 저택의 화재 이후 그 저택을 나와 아직 악몽에 시달리긴 사지만 새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남편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드 윈터 부인의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영화가 끝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후반부의 내용 덕분에 뮤지컬과 그 주제를 달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뮤지컬이 댄버스 부인의 광기 어린 집착을 나타낸 작품이라면 영화는 드 윈터 부인이 레베카라는 과거의 흔적을 지워내고 사랑을 쟁취하는 것을 그린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드 윈터 부인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제시됐다면 훨신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약간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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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극장의 영웅으로 내세울 순 없다!
마침내라는 표현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있을까?
영화 <영웅>도 "코로나19"로 개봉을 기다린 작품이다. - 재밌는 건. 개봉 경쟁작이 얼마 전에 개봉했던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동명의 뮤지컬을 그대로, 영화로 가져왔기에 기대치도 있겠지만 문제는 "윤제균"이라는 이름이다.
<해운대, 2009>와 <국제시장, 2014>으로 천만 관객들을 넘겼지만, 반응이 "진정한 천만 영화"로 반응이 썩 좋지 않다. - N회차가 없다는 이유로...조선 말기.
일제를 비롯한 외세의 침략을 겪는 대한 제국은 "외교권"을 비롯해 주권들이 차례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독립운동을 펼치는 이들이 존재했고 "안중근" 역시 나라를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주도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하는데...1. 음악 방송도 가사는 보여준다.
동명의 뮤지컬을 옮긴 <영웅>이기에 기대치도 있겠지만 우려 또한 존재한다.
혹자는 이를 '가사가 한국어'라는 이유를 언급하겠지만, <라라랜드, 2016>를 보는 "미국인"과 <레미제라블, 2012>을 듣는 "프랑스인"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결국, 해당 장르의 문제는 "한국어"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건데 영화 <영웅>도 "뮤지컬"보단 다른 문제들이 눈에 보인다.결국, "뮤지컬"을 떠나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체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는 것이 "넘버"이다.
<겨울왕국, 2013>의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듀엣)'만 살펴보면, 닫혀있던 왕국의 문을 열려는 "안나"의 설렘과 "엘사"의 비밀이 대비적으로 그려져있다. - 그리고, "Let It Go"로 "엘사"의 매력이!!!
그런 점에서 이번 <영웅>에서 인상적인 넘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이런 이유에는 필자가 해당 원작 뮤지컬을 챙겨보지 않았다는 점도 있겠지만, 음악의 가사가 보이지 않다는 것이 크다.
이전에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도 가사가 보이지 않았지만, 크게 돋보이지 않는 이유에는 기존 곡들을 활용한 "팝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웅>은 오리지널 뮤지컬로 부르는 노래들 역시 새로이 만들어졌기에 앞서 <겨울왕국, 2013>을 생각하면 이런 세심함이 있어야만 했다!2. 새로운 캐릭터들이 나왔음에도...
앞서 말했듯이 <영웅>은 "도마 안중근"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영화나 뮤지컬이 아니더라도 그 마무리는 알 거다.
그렇기에 그 과정에 살이 붙여나가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려는 것이 가장 초점을 둘 것이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해야 한다.
이는 "설희(김고은 분)"와 "진주(박진주 분)"에게 향하지만, 앞서 말한 가사 문제를 비롯해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영화에서 이들을 살펴보면, "궁녀"에서 "을미사변"으로 일본으로 넘어가 정보국 요원으로 활동하는 "설희"와 "진주"는 "동하"와 로맨스 라인을 형성한다.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큰 상관은 안 하나 이들의 이야기 톤이 널뛰며 달라지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설희"는 극에서 "안중근"과 이야기를 양분할 만큼 큰 분량을 할애하는 데에도 매력 없이 소비된다. - 그리고, "진주"는 모두가 걱정한 눈물로 희생된다.결국, 이런 부족한 설명력은 극 중. 그에게 감동한 일본 교도관이 대신해 사과하는 실제 역사를 허구로 느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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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끊어내지 못한 과거
지금의 나는 어떤 것들로 만들어진 걸까.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것들은 DNA라는 틀을 따라 계속 이어져온 것이어서 무척이나 분명하다. 하지만 그 외에 우리는 꽤 많은 것에 영향을 받는다. 집안 환경이나 사회적인 분위기도 이어져 내려오면서 조금씩 그 당시 상황에 맞게 변화한다. 그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오는 모든 것들 속에 작게나마 변하는 것들이 있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함께 지금의 나라는 존재를 만든다.
이 모든 연결고리의 시작은 결국 과거다. 과거의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역사를 우리는 평상시에 잘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결국엔 영향을 받으면서 현재를 만들어간다. 우린 미래에 내가 어떤 결과를 받게 될지를 궁금해하며 살아가지만, 가끔씩은 과거를 돌아보기도 한다. 조상의 역사를 찾아보고 그것을 통해 내가 다르게 갈 방향이 어떤 쪽인지를 생각해 본다. 때론 점집이나 무당을 찾아 현재 좋지 않은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미래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영화 <파묘>는 젊은 무당 화림(김고은)의 뒤를 따라가는 영화다. 화림은 그의 일을 돕는 봉길(이도현)과 함께 기이한 병이 대물림 되고 있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 가족에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3대째 이어내려오고 있는데, 무당인 화림은 이 병이 조상의 묫자리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이 가족에게 찾아온 기이한 병은 이 집안의 미래를 막고 있는 병이면서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이 과거를 끊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집안의 장손은 네 사람을 고용해 파묘를 하려고 한다.
첫 번째 감정 - 화림의 두려움
화림은 무당의 관점에서 본능적으로 이 모든 문제가 묫자리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이건 그의 몸에서 느끼는 본능적인 감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묫자리의 위치는 무척 좋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 이야기 속에서 화림은 관객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인물이다. 묫자리뿐만 아니라 초자연적인 존재까지 감지할 수 있는 화림은 이 영화 안에서 만큼은 초능력자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내내 초자연적인 것들을 감지해 내고 그걸 다른 인물들에게 설명해 나간다.
여러 인물들 중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화림은 사실 초자연적 존재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존재의 힘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 초반에는 자신만만하게 굿을 하고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다른 인물들을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좀 더 강한 존재가 등장했을 때, 그는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가 두려움에 풀썩 주저앉는 순간, 그걸 보는 다른 인물들과 관객들은 두려움을 넘어서 공포를 느낀다. 달리 대항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 엄청난 존재가 화림의 두려움 때문에 더 무서운 존재가 된다.
사실 젊은 무당인 화림을 겉으로 보기엔 무서워하는 것이 없고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그도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화림이라는 인물이 만들어내는 공포스러운 점이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엄청난 힘을 가진 과거의 존재다. 이미 육체가 없는 과거가 만들어내는 공포 속에서 화림은 자신의 미래마저 잡아먹어버릴 듯한 힘을 느낀다. 이 영화가 이야기 전반부에 감추고 있는 과거는 미래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청산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화림은 그런 청산되지 않았던 과거에 짓눌린 두려움을 느낀다. 그는 나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무당의 옷을 입고 칼춤을 춘다.
두 번째 감정 - 영근의 체념
무당 화림이 파묘를 위해 찾는 인물은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다. 그중에서 영근은 아주 평범한 장의사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무덤에 묻히거나 화장하는 순간까지 그는 덤덤하게 자신의 일을 해왔던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인 영근은 풍수나 불가사의한 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그저 돈벌이를 위해 이 일에 뛰어들었다. 풍수사 상덕도 마찬가지지만, 상덕은 적어도 풍수지리라는 지식을 공부하고 배운 경험이 있다. 하지만 영근은 그야말로 평범한 관찰자의 입장이 된다.
영근은 큰 능력이 없지만 화림, 상덕, 봉길과 함께 파묘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는 그 모든 과정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고 빨리 상황이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후반부 엄청난 존재가 등장하는 것을 본 이후 영근은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그에게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빠르게 그 상황을 체념해 버린다.
그의 체념은 과거를 끊어내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지 않는다. 누군가가 다치고 힘든 상황에 놓여서야 움직이는 영근은 끝까지 그에게 찾아온 과거와 적극적으로 싸우기보다는 그저 옆의 사람을 돕는데만 급급해있다. 그는 비록 모든 상황을 체념했지만 주변 사람들까지 저버리진 않았다. 끝까지 과거를 끊어내려는 사람들 옆에 서서 작은 힘이나마 돕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근은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던 일반 국민들을 대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체념은 했지만, 돕는 걸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감정 - 상덕의 집념
상덕은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는 캐릭터다. 그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의 말들은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왠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한 편으론 그의 말에 신뢰가 가는 느낌도 있다. 아마도 그가 그 일을 하는 껄렁하고 대충 하는 듯한 태도가 그런 느낌을 주는데 이야기 내내 상덕은 이런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선 무당 화림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되고, 상덕의 말이나 입장은 한 번 걸러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 공포스러운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 이 존재와 과거에 대해서 제대로 파헤치는 건 상덕이다. 이 이야기에서 그의 역할이기도 한데, 그는 어느 순간부터 진짜 과거 모습을 알고 싶은 호기심을 느낀다. 진실에 조금씩 다가간다는 걸 느끼면서 상덕의 집념은 점점 더 커진다. 특히나 영화의 말미 그의 집념이 폭발하듯 몰아치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의 집념이 폭발하는 그 순간은 바로 나쁜 과거를 청산하고 끊어내는 순간이다. 그래서 꽤나 통쾌하게 느껴진다. 마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몰랐던 과거를 찾아내고 그 당시의 잘못된 무언가를 벌하고 끊어내는 느낌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상덕의 집념은 무당 화림의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과거 청산의 힘이다. 그가 힘껏 과거를 내리칠 때 모든 것이 바로잡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영화 <파묘>는 우리 모두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 영화다. 오컬트 장르로 시작한 영화는 중반부 이후 그 장르를 공포로 완전히 바꾼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꽤나 쉽게 설명하고 묘사하고 있는 공포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다. 좀 더 쉽고 대중적으로 역사적인 문제들을 엮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에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나 공포스러운 과거와 그것을 끊어내는 과정을 보면서 아직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유산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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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마른 마을, 메마르지 않은 사건
- 저는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에 환장하는 사람입니다. 이 장르의 것이라면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소설, 만화를 가리지 않고 사랑하죠. 그런 제게 웰메이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한 편이 극장에 걸린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설렘으로 양껏 부푼 마음을 안고 헐레벌떡 영화를 감상하고 돌아왔습니다. 과연 <드라이>는 진성 미스터리 스릴러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3월 16일(수)에 진행된 <드라이> 시사회에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드라이>는 2022년 3월 23일 국내 개봉했습니다.드라이The Dry<드라이>는 호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연방 요원 '에런'의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친구였던 '루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에런'은 일가족을 살해한 후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루크'의 누명을 벗겨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하지만 마을에 머무르며 사건을 조사하는 '에런'을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삭막하기만 합니다. 일 년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아 메말라버린 땅처럼 말이죠.그도 그럴 것이 '에런'은 과거 여자친구 '엘리'를 죽였다는 오해를 받아 마을을 떠난 인물입니다. '엘리'의 유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요. '에런'은 자꾸만 떠오르는 과거를 뒤로 한 채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갑니다. 그 과정에서 '엘리'의 유가족이 일가족 살인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발견되고,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하나로 연결됩니다.가뭄으로 황폐하게 메말라가는 마을과 달리 과거의 사건은 메마르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에런'이 마을에 남아 사건을 조사하는 이유도 죽은 '엘리'를 향한 마르지 않은 죄의식 때문이죠. 영화는 계속해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보여주는데요. 황폐하게 말라버린 마을의 현재 모습은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기 전의 생기 넘치던 과거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 ⊙영화 <드라이>는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버무려진 작품입니다. 미스터리 애호가로 널리 알려진 윤영천 작가의 책 <미스터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미스터리는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집중하고, 스릴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집중하는 장르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증거를 되짚어가며 일가족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조사하는 현재 시퀀스가 미스터리, 필히 '엘리'가 죽는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엘리'의 죽음 이전에 벌어진 일을 묘사하는 과거 시퀀스가 스릴러에 해당합니다.그러나 이 영화는 장르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드라이>에는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인 사건의 통쾌한 해결이나 스릴러 장르 특유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긴장감 따위가 없습니다. 촬영 기법, 편집 효과, 사운드 등으로 그런 감정들을 의도적으로 유발하지도 않습니다. 잔잔하게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짚어가며 인물의 감정과 인물 간의 갈등을 고스란히 표현할 뿐이죠.⊙ ⊙ ⊙이러한 시도가 어떤 관객에게는 색다름으로, 어떤 관객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후자였습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의 가장 핵심 요소는 이야기와 플롯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장르의 전형성을 탈피한 이 영화의 도전 정신이 빛나기엔 이야기는 개연성이 부족했고, 플롯은 다소 억지스러웠습니다. 일례로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는 두 사건(일가족 살인사건과 '엘리'의 죽음)이 실은 연관된 하나의 사건이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하지만 두 사건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개별적인 사건이었죠. 앞서 이야기했던 '엘리'의 유가족이 일가족 살인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 역시 단어의 중의적 의미로 인한 오해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두 사건의 연관성을 억지로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또 '에런'은 영화 포스터에 쓰인 카피처럼 '살인자에서 경찰로 돌아'온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마을 사람들로부터 그날의 행적을 의심받았을 뿐이죠. 장르의 매력을 어필하고자 과장한 카피로 관객을 유인한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기만을 정말 싫어합니다.⊙ ⊙ ⊙영화 <드라이>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작품이었습니다. 저처럼 장르적 매력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택하신다면 기대 만큼의 만족감은 느끼실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죠. 두 장르를 혼합해내는 색다른 방식을 경험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Summary불미스러운 일로 고향을 떠났던 '에런'은 친구 '루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루크'. 유가족의 요청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에런'은 여자친구였던 '엘리'의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묻혀있던 두 개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출처: 씨네21)Cast감독: 로버트 코놀리출연: 에릭 바나, 제네비에브 오렐리, 키어 오도넬, 존 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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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트 언노운](2025)에 대한 헐거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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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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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영화 판권을 가지고 있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악당 캐릭터인 모비우스의
단독영화가 개봉하였습니다.
개봉 전 꽤 기대를 불러왔던 영화였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영화였습니다.
배우 자레드 레토의 재능이 또 한 번 소비되어버리고 마는 작품입니다.
캐릭터의 매력도, 액션 장면의 매력도, 이야기의 재미도 잡지 못한 영화네요.
아마도 앞으로 소니에서 제작될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서 계속 보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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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는 수 천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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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오징어 게임》 시즌2, 12월 26일 공개 그리고 마지막 시즌 2025년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 황동혁 감독의 편지 : "진짜 게임이 시작됩니다. 시즌 1으로 큰 사랑을 받고 믿기지 않았던 많은 일들이 벌어진 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께 시즌 2의 공개 일정과 시즌 3 제작 소식까지 알리는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설렙니다. 시즌 2 첫 촬영 날, '와, 내가 다시 오징어 게임의 세계로 들어와 이걸 찍고 있다니' 하는 생각에 다소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3년 만에 다시 만나는 오징어 게임의 세계가 여러분께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시즌 1 엔딩에서 복수를 예고했던 성기훈은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합니다. 과연 그는 자신의 말대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 역시 이번에도 만만치 않을 듯 합니다. 이들이 보여줄 치열한 대결은 내년 공개될 시즌 3, 그 대망의 피날레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새로운 오징어 게임의 여정을 구상하며 싹 틔웠던 아이디어의 씨앗을 시즌 3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펼치고 비로소 완결할 수 있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멋진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남은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곧 만나요 여러분" ‘오징어 게임'의 제작자, 작가, 감독 황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