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두codu2022-02-16 11:37:03
삶과 이야기의 공명, 이야기로 묻고 삶으로 답하다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소통의 부재는 영혼의 부재
우리 집에는 네 명의 인간과 두 마리의 개가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같은 종의 동물이라도 각각 전혀 다른 소통방식을 구사한다. 이를테면, ‘네가 먹고 있는 것을 줘.’라고 표현하고 싶을 때도 “달라”라고 부탁하는 인간이 있고, 손으로 뺏어 먹는 인간이 있다. 개는 엎드려서 침을 흘리거나 양손(앞발)을 사람에게 올리기도 한다. 각각의 종은 서로 같은 언어 체계를 공유하지만, 같은 소통방식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손이 먼저 나가는 인간은 앞발을 올리는 개와 가까운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개도 인간도 종과 언어를 막론하고 저마다 소통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진정한 언어는 침묵일 수도 있고, 육체적 관계일 수도 있고, 운전 방식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어와 같은 언어 체계는 진정한 소통방식을 번역한 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언어를 뛰어넘어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의 진정한 소통방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히로시마 연극제의 상주 예술가에게 배정되는 운전사 와타리 미사키(미우라 토코)는 말수가 적지만 차와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한다. 그가 밟는 액셀과 브레이크 역시 하나의 소통 수단이다. 미사키는 이를 통해 차 안의 공기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미사키의 운전은 중력도, 운전하는 사람도 잊게 할 정도로 부드럽다. 이 무저항의 운전은 미사키의 고향 가미주니타키무라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고요하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며 상대를 편안하게 해 준다. 미사키가 배워야만 했던 소통방식은 그런 것이었다.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숨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의 언어는 침묵 또는 회피라고 할 수 있다. 가후쿠와 드라마 각본가 오토(키리시마 레이카)는 이상적인 부부처럼 보인다. 블라디보스톡 연극제의 항공권 예약이 미뤄져 집으로 돌아간 가후쿠는 아내 오토의 외도를 목격하고 아무 말도 없이 뒤돌아 나간다. 가후쿠가 외면한 진실은 아내의 외도만이 아니다. 그들의 결혼 관계는 사실상 끝났고,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없다는 진실을 그는 끝끝내 마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토의 죽음으로 가후쿠는 자신의 마음과 진실이 마주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단 한 번의 식사 장면이 등장한다. 히로시마 연극제 담당자 윤수(진대연)가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는 유나(박유림), 가후쿠, 미사키 그리고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가 함께한다. 이 식사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대부분 번역된 말이다. 전혀 다른 언어들이 오가고 누군가의 입을 빌려 다시 변환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만, 영화의 어떤 장면보다도 따뜻하고, 안정적이며 소통과 공감이 느껴진다. 이 장면은 언어를 뛰어넘는 따뜻한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가 소통의 부재를 겪는 것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영혼이라 부르는 그것이 언어 안에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와 텍스트의 관계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언어와 텍스트는 닭과 달걀 같은 관계를 맺고 있다. 가후쿠 부부는 4살 딸을 폐렴으로 잃은 후로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잉태하기 시작한다. 오토의 음성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가후쿠의 번역을 거쳐 오토에게 전해진다. 다시 오토에게 돌아온 이야기의 잔상들은 각본, 즉 텍스트로 태어날 준비를 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이야기는 단순히 캐릭터와 플롯이 아니라 무의식과 욕망의 집합체와 같다. 오토의 음성과 그것을 양분 삼아 만들어진 이야기는 오토의 창조물이지만, 독립된 생명체처럼 타인에게 다른 모습으로 뿌리내리게 된다. 가후쿠에게 오토의 이야기는 진실이 드러나기 직전의 두려움과 불안의 기척을 품은 채 마무리되었지만, 다카츠키(오카다 마사키)에게 그 이야기는 불길한 고요함으로 가득 찬 세상의 모습이다.
각본으로 만들어진 텍스트는 결국 발화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렇기에 오토는 자신의 이야기와 무의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완성해줄 누군가를 찾았고, 그가 바로 다카츠키였다. 가후쿠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며 감동하고, 오토의 열렬한 팬인 다카츠키는 ‘바냐’라는 인물에는 쉽게 이입하지 못한다. 다카츠키는 체호프의 ‘바냐’보다 오토의 이야기 속 칠성장어의 전생을 가진 소녀를 닮은 인물이다. 그는 체호프의 성실하며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세계보다 무의미한 기다림과 충동과 욕망의 세계에 끌린다. 불가해하고 불길한 무언가로 가득한 오토의 텍스트야말로 다카츠키의 삶을 담을 텍스트다. 그는 오토와 같은 언어, 즉 같은 소통 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카츠키는 오토의 텍스트를 완성했으나 바냐가 되어 체호프의 텍스트를 완성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이와 반대로 이성적이며 통제적인 가후쿠는 오토의 텍스트를 똑바로 마주할 수 없다. 가후쿠가 오토에게서 듣는 것은 오직 이야기뿐이다. 자기 안의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 가후쿠는 이야기 안의 오토를 외면한다. 가후쿠가 오토의 목소리로 듣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녹음된 ‘바냐 아저씨’의 대본이다. “대사를 입에 올리면 나 자신이 끌려 나와” 오토의 음성으로 울리는 체호프의 텍스트는 가후쿠에게 계속해서 진실보다 깊은 것을 묻는다. 가후쿠는 체호프와 오토가 자신에게 걸어오는 말을 애써 피하고 있다.
오토의 죽음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히로시마 연극제에 초대된 가후쿠는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는다. 가후쿠의 연극은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한국 수어까지 서로 다른 언어가 한데 어우러진다. 이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대본 리딩이다. 어떤 감정도 없이 아주 천천히 대본을 읽는 것이다. 배우들은 불완전한 언어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동시에 온몸으로 체호프의 텍스트를 체득해야 한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한 이 과정을 가장 먼저 이해한 것은 수어를 사용하는 유나다. 자신의 언어가 타인에게 닿지 않는 것이 평범한 일인 그에게 보고 느끼며 공감함으로써 기능하는 연기는 몸에 잘 맞는 옷과 같다. “체호프의 글이 내 안에 들어와 움직이지 않던 몸을 움직이게 해 줘요” 체호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유나와 소통하고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의 영혼은 체호프의 텍스트에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는 ‘바냐’가 한때 누이동생의 남편이자 존경하는 학자였던 교수 세레브랴코프를 원망하고, 교수의 두 번째 부인 옐레나를 사모하게 되며 겪는 갈등을 다룬다. 체호프는 우리가 갈등과 절망, 적의와 증오를 넘어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고난과 슬픔보다 미래의 희망과 기쁨을 꿈꾼다. 체호프의 텍스트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선택한 많은 인생을 담을 수 있는 넓은 그릇과 같다.
대본 리딩이 주를 이루는 연극 연습과 오토의 목소리로 녹음된 ‘바냐 아저씨’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붉은색 사브 900을 오가며 영화는 체호프의 텍스트를 반복한다. 체호프의 텍스트는 대사뿐만 아니라 이야기로도 반복된다. 누이동생을 잃고, 존경하던 교수에게 실망을 거듭하며 바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바냐가 교수를 위해 바쳤던 청춘은 이미 흘러갔고 옐레나에 대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소냐의 사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것은 여전히 엉망이지만 바냐와 소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일을 계속한다. 딸과 아내를 잃은 상처를 마주하게 되는 가후쿠 뿐만 아니라 아이를 잃은 상실을 견뎌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유나와 애정과 증오의 대상이었던 엄마를 잃은 미사키의 삶 역시 체호프 텍스트의 또 다른 변주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언어의 불완전함을 뛰어넘어 공명을 시도하는 이야기의 작동방식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는 일견 언어의 무용함을 말하는 듯 하나 각자의 언어와 이로 만들어진 텍스트는 호응하는 삶과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가깝다. 감독은 언어의 가면을 쓴 이야기를 단지 텍스트가 아닌 독립된 생명체처럼 마주 보게 한다. 그렇게 언어와 텍스트는 계속해서 삶과 사람에게 호응을 시도하고 영화는 그 순간을 담아낸다.
삶과 사람을 담는 그릇
가후쿠와 미사키가 지나온 터널처럼 우리가 지나온 궤적을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가 모두에게 필요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처럼 불완전한 언어와 불가해한 텍스트에 사람과 삶을 담음으로써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는다. 언어와 텍스트가 사람과 삶을 만나는 순간 발생하는 에너지는 영화 안팎으로 퍼져나가 관객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카츠키와 가후쿠가 차의 뒷좌석에서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 후 가후쿠는 처음으로 미사키의 옆에 앉는다. 차 안에서 흡연을 피하던 가후쿠는 미사키에게도 담배를 권한다. 차 위를 향해 뻗은 두 사람의 손에서 담배 연기는 망자를 위한 향처럼 피어오른다. “넌 엄마를 죽였고, 난 아내를 죽였어” 오래된 죽음을 놓지 못하고 있던 두 사람은 도망치고 미뤄왔던 애도를 시작한다. 카메라는 나란히 피어오르는 연기에서 멀어져 익스트림 롱숏으로 이리저리 얽혀 있는 도로와 어찌 됐든 앞으로 나아가는 차들을 바라본다. 그 속에서 점처럼 작아진 사브 900도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믿으면서.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이야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겠지요. 그러면 우린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우린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소냐 역의 유나가 바냐 역의 가후쿠를 감싸 안고 수어로 전하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연극을 보는 듯한 롱숏으로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를 응시하는 미사키의 곧은 정면 얼굴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체호프의 텍스트에 대답한다. 체호프의 텍스트와 유나의 언어 그리고 미사키의 삶이 만난 이 장면 하나로 <드라이브 마이 카>는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 감독이 전작 <해피 아워>(2015)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게를 기대며 중심을 맞추는 소통에 집중했다면,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사람과 텍스트가, 이야기와 이야기가 마주하는 소통에 집중한다.
가후쿠가 히로시마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시작했던 영화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미사키의 뒷모습을 보며 끝난다. 도망치듯 떠나왔던 가미주니타키무라를 뒤로 하고, 멈춰 설 수밖에 없었던 히로시마를 벗어나 새로운 땅에서 미사키는 앞으로 향한다. 사브 900을 타고 한국 부산의 도로를 달리는 미사키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드라이브를 즐긴다. 끝없이 이어진 도로처럼 삶은 계속 이어지고, 언제나 또 다른 슬픔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멈추지 않는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마침내 텍스트와 언어에 담긴 사람과 삶은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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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미남 계보를 잇는 배우들의 개봉예정영화
2000년대 초, 시대를 풍미했던 인터넷 소설 열풍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그때 그 시절, 영화화된 많은 '인소' 작품들엔 소설 속 묘사 그대로의 캐릭터들이 출연하여 인소 팬들의 감성을 지켜주었는데요.이와 함께, '꽃미남' 열풍이 한반도를 강타하기 시작했죠! 원빈, 현빈, 강동원 등의 꽃미남 배우들은 물론이고, 예능부터 영화까지 대부분의 작품들이 꽃미남 소재를 차용하며 많은 세대를 공략하였습니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미남의 척도가 조금씩 달라져왔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꽃미남'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세계 각국의 배우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100m 밖에서도 향기날 것 같은 외모는 물론, 연기력까지 갖춘 각국의 꽃미남 배우들과 그들의 2021년을 장식할 영화를 같이 한 번 만나볼까요?
잇츠 CINE PICK!!박보검, <원더랜드>
SF, 드라마 | 한국
감독 : 김태용 | 출연 : 박보검, 수지, 정유미, 최우식, 탕웨이
세상을 떠난 가족, 연인과 영상통화로 다시 만나는 이야기씨네pick : 한국의 '꽃미남' 계보를 강력하게 이어가고 있는 '박보검'은 브라운관은 물론 스크린에서도 열일해온 배우인데요. 특유의 사슴 같은 눈망울은 관객들을 스크린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리고 그가 입대 전 남기고 간 작품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이 <만추> 이후 9년 만에 '탕웨이'와 함께 돌아온 작품인데요. 캐스팅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 <원더랜드>는 화려한 올해의 국내 라인업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일부 국가에서는 넷플릭스 공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는 꼭 스크린에서 볼 수 있길 바라게 되네요.
티모시 샬라메, <프렌치 디스패치>, <듄>
<프렌치 디스패치>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 108분
감독 : 웨스 앤더슨 | 출연 :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먼드, 빌 머레이, 레아 세이두, 티모시 샬라메
20세기 프랑스의 한 가상 도시에서 발행되는 미국 잡지와 관련된 세 가지의 스토리
<듄>
모험, 드라마, SF | 미국, 헝가리, 캐나다
감독 : 드니 빌뇌브 | 출연 :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젠데이아
신화적이고 감동적인 영웅의 여정인 듄은 위대한 운명으로 태어난 '폴 아트레이드'의 이야기이다.
그는 가족과 백성들을 위해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행성으로 가야한다.
그는 행성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을 두고 악의 세력과 투쟁한다.
씨네pick : 세계 어딜 가도 이국적으로 느껴질 외모의 소유자 '티모시 샬라메'는 단편 영화부터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온 배우입니다. 차세대 배우라기엔, 이미 슈퍼스타인 그는 2021년에만 대작 두 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요. 코로나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개봉 연기였지만, 덕분에 올 하반기가 훨씬 풍성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드니 빌뇌브와 웨스 앤더슨이라는 세계적인 감독의 작품이라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특히, <프렌치 디스패치>는 최근 칸 프리미어에서 9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하니 어찌 기대를 안 할 수 있을까요?
스다 마사키, <큐브>
판타지, SF, 공포 | 일본
감독 : 야스히코 시미즈 | 출연 : 스다 마사키, 와타나베 안, 오카다 마사키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는 큐브 안에서 깨어난 낯선 이들.
감옥같은 방에서 탈출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만 한다.
씨네pick : 스며든다 스며든다 스다 마사키가 스-며들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핫한 배우라는 '스다 마사키'는 <귀멸의 칼날>을 제친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데뷔 당시 '예쁜' 외모로 주목받은 그는 이후 영화에서 여장남자 역할을 맡기도 했죠. 게다가 이미 일본 아카데미 우수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하였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이기도 한데요. 그의 차기작은 호러 명작 <큐브>의 일본 리메이크작이라고 합니다. 아직 국내 여봉 여부는 미정이라고 하니,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려봅니다.
허광한, <여름날 우리> (2021 여름 개봉)
멜로/로맨스 | 중국
감독 : 한톈 | 출연 : 허광한, 장약남
"처음이었다, 사랑이 싹트는 기분"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던 17살의 여름.
너를 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21살의 여름.
그리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이젠 놓치지 않을 거야.
씨네pick : 앓다 죽어도 좋을 허광한.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앓게 만든 장본인 허광한은 전 세계 10억뷰의 화제의 대만 드라마 "상견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핫-가이입니다. 청순미 뿜뿜하는 외모로 첫사랑 추억 보정하게 만드는 허광한이 "상견니"에 이어 또 한 번 기억 조작에 나선다고 하는데요. 훈훈한 외모뿐 아니라 탄탄한 연기력까지 겸비한 그가 이번에는 여름 특유의 풋풋함과 청량함으로 국내 관객을 설레게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중국 개봉 당시 1,4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하니, 이미 작품성은 입증된 것 같은데요. 이제 광한에게 더 빠져들 일만 남은 건가요?
10월 개봉을 확정 지은 영화가 많이 보이는 가운데,
여름의 끝자락을 청량하게 장식할 영화까지.
비주얼 폭발 영화들을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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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화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플라이 투 더 스카이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이태리에서 돌아온 성환이 교환과 재회한다.
cine pick!
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2x9의 색깔로 무겁고 진지한 위로보다는 가볍게 위로를 전한다.
싱 스트리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라피나에게 첫눈에 반한 코너. 잘 보이고 싶어서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덜컥 라피나를 뮤직비디오에 섭외하고, 그날부터 코너는 급하게 밴드 멤버를 모으기 시작한다.cine pick!
<원스> <비긴 어게인>에 이은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싱 스트리트>는
도전을 하라는 용기와 함께 노래 가사로 위로를 주기도 한다.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예스 맨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출회사 상담 직원 칼 알렌(짐 캐리)은 ‘NO’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매사 부정적인 남자.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인생역전 자립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그의 인생이 180도 뒤바뀐다!
cine pick!
YES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 <예스 맨>은 긍정의 힘을 보여주며 용기를 내서 도전하다 보면
많은 경험과 하루 하루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기력함에 빠진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 네이버 영화
synopsis
공부와 담을 쌓은 구제 불능으로 학교에서 낙인찍힌 사야카. 하지만 그녀를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엄마와 포기를 모르는 츠보타 선생을 만나 명문대 진학 도전을 선포하게 된다.
cine pick!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깊은 위로를 주는 명대사가 많은 영화이다.
성장 영화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 네이버 영화
synopsis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고백하기 위해 고양이가 된 소녀의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cine pick!
부드러운 따뜻한 색감과 작화로 호평을 받은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고양이 가면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사용하여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주는 영화이다.
영화 속 OST 역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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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크리스마스 영화 편성표 미리보기
다들 준비됬는가~? 영화 하루종일 볼 준비 말일세.....
사실 에디터가 크리스마스날 하루종일 영화보고싶어서 준비한 편성표...같이보면 좋고 혼자보면 더 좋은 크리스마스 특집 TV 편성표 가지고왔어요~! 미리 저장해 놓고 다가올때 열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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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조커라 불리던 '배리 케오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에서 소름 끼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차세대 히스 레저로 꼽히기도 했던 배우 '배리 케오간'이 <이터널스> 개봉을 앞두고 피습을 당했다고 할리우드 통신 "The wrap"이 전했습니다.
배리 케오간은 아일랜드의 서부 도시인 골웨이에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는데요. 아일랜드 신문사인 “Sunday World”에 따르면, 케오간은 골웨이의 한 호텔 앞에서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곧바로 골웨이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베인 상처 등을 치료한 뒤 퇴원했다고 전해지는데요. 할리우드 배우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얼굴 부상에도, 그는 사건에 대해 별다른 기소 없이 넘어간다고 밝혀 화제 되고 있습니다.
배리 케오간은 2017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각인시켰는데요. 최근,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A24 작품 <그린 나이트>에서 다시 한번 씬스틸러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습니다.
케오간은 <그린 나이트> 이전까지 휴식기는 중요치 않다는 듯, 마블과 DC 영화에 동시에 캐스팅되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는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더욱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MCU의 <이터널스>에서 드루이그 역을 맡아 ‘길가메쉬’ 역의 마동석 배우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며, 10년 만에 돌아온 배트맨 실사 영화 <더 배트맨>에서는 스탠리 머클 역을 맡아 블록버스터 양대산맥에 모두 출연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배리 케오간 배우의 쾌유를 빌며,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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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스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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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은선이라는 친구가 두 명 있었다. 있었다고 하는 이유는 한 명이 개명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명밖에 없다. 나는 은선이들을 볼 때마다 실버라이닝을 생각했다.
구름에 가려진 햇빛이 만들어내는 가느다란 은색 선은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이 곧 갤 거라는 희망이다.
보통 이름에 쓰는 '은'자는 은혜 은(恩)자가 많을 테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레이스 라이닝이든 실버 라이닝이든, 아무튼 실제로 아직까지 은선이인 은선이는 먹구름 뒤 실버라이닝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조금 다른 아이였다. 다르다고 말하니 나에게 무척 관대한 기분이 든다.대학생활을 하면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취업 준비나 스펙 쌓기 같은 유익한 것에는 하등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내일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을 아무렇게나 사랑하고, 쉽게 상처받으며 휘청거리며 걸었다.
그때 은선이가 있었다.
팻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다. 아내와 불륜 관계였던 학교 선생을 시원하게 패버리고 아내인 니키에게 접근금지 및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병원에서 긍정적인 태도로 최선을 다 하면 한 가지 빛을 얻을 수 있다고 들었으니 긍정의 힘을 믿으며 다시 아내와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감정 통제가 되지 않는 그에게 아내를 만나게 해줄 리가 없다. 불륜도 폭력도 문제이니 어느 쪽 편도 들기 어렵지만.
친구 로니의 저녁식사에 초대된 팻. 친구의 처제 티파니도 그곳에서 만난다.
(로니의 아내 베로니카 역으로 나오는 줄리아 스타일즈의 모습과 목소리가 반갑다. <너를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 본 캣의 얼굴 그대로에, 나이만 들었다. 매력적인 배우다)
식사 중 언니의 말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티파니, 집에 데려다준 팻에게 나한테 마음 있는 거 다 안다, 같이 자자고 하지만 팻은 거절한다.
팻의 뺨을 후려치는 티파니의 감정기복을 보통 사람들은 따라가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사람 제법 봤다.
영화여서 극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별 생각 없고 뜻도 없이 남자들을 만나고, 자는 사람들. 표면적으로만 보면 욕 먹기 쉽고, 욕 하기도 쉬운 사람들이다.
티파니도 자신을 "미친 과부 걸레"라 부른다.
그 말을 들은 남자, "나중에 술 한잔 할래요?"라는 말은 한번 자보겠다는 거다. 티파니는 아마 왕왕 그랬을 터.
그들의 기저에는 사랑으로 인한 상처가 있다. 그 전에는 손에 쥐면 부서질까 두려울 만큼 소중한 사랑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외부적 요인으로 깨지는 순간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사랑이 이렇게 가치없는 것임을 증명해야만 덜 상처받는다.
아무튼 티파니도 남편과 사별했다. 팻은 굳이 티파니에게 남편이 죽은 이야기를 계속 한다.
팻은 저돌적으로 접근하는 티파니에게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비닐봉지를 덮어 쓰고 달리기를 하는 또라이지만 아내를 향한 사랑은 일관적이다.
이 또한 일반적인 사랑은 아니다. 아내는 이미 떠났고, 그는 아내와 떨어져 지낸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형태도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아내를 마냥 기다리고 사랑하는 팻. 집착도 사랑이라면 사랑이다.
옛날 집과 직장을 찾아갔다가 경찰이 오기도 하고, 아직도 결혼식 음악이나 아내와 관련된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결혼식 비디오가 없어졌다고 새벽 3시에 온 집을 뒤지고 난리를 치며, 아내는 이용당한 거라고 피해망상에 빠진다.
난리를 치고는 또 미안하다고 울먹이는 것까지 너무나 핍진하다.
여기서 이웃 사는 남자애는 진짜 끔찍한데, 과제를 한다며 조울증 환자를 인터뷰하려고 하고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카메라를 가지고 나타난다.
우울증 환자를 보는 사회의 여러 가지 반응 중 하나다. 동정, 공포, 호기심 등등.
그런 팻에게 티파니가 불쑥 나타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지 않아도 감정을 통제하고 흥분하지 않아야 하는데, 우울증이나 감정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변수를 통제하기 어려워한다.
티파니도 오기가 생긴다. 다른 남자들은 자자고 꼬시면 오케이였는데, 이 남자는 안 된다. 무슨 짓을 해도 안 된다.
결국 이 남자의 트리거인 아내에 포인트를 맞춘다. 아내에게 편지를 전해주겠다는 것.
하지만 조건이 있다. 자신과 함께 댄스 대회에 나가는 것.
자기를 아내 니키라고 생각하고 춤추라는 티파니, 춤이라고는 춰 본 적도 없는 팻.
처음부터 스텝이 엉키지만 둘은 감정의 교감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춤을 맞추어 나간다.
한편, 강박증 환자인 팻의 아버지는 팻이 있어야만 풋볼팀 이글스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글스에 배팅을 하기 때문에 더욱 예민하다.
겨우 팻을 설득해서 직관을 가지만 팻은 결국 거기서 도발하는 상대팀 팬을 또 시원하게 패버린다.
우리의 팻. 팰 때는 가차없다. 정신을 놓고 팬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사과하는 중에 제대로 열받은 티파니까지 찾아온다.
팻은 티파니와 만나기로 해놓고 말도 없이 약속을 어겼다.
티파니는 그의 탓을 하는 팻의 아버지에게 미신과 징크스에 대해 조곤조곤 반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름쟁이 팻 아버지의 돈을 다 따간 영감에게 '묻고 더블로' 배팅을 하자고 한다.
풋볼 대회에다가 댄스대회 점수까지. 10점 만점에 5점을 받으면 팻 아버지의 승리다.
누구라도 이기기만 하면 대박날 이중 배팅이다.
12월 28일, 댄스대회에 출전한 두 사람. 예상했듯이 그 대회에 팻의 전부인 니키도 온다.
팻과 티파니는 무대에서 지금까지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인다.
심사위원 의점수는 정확히 5.0. 이글스도 이긴다.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과 티파니와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팻은 니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니키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인다.
티파니는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티파니를 쫓아 나간 팻은 티파니에게 편지를 건넨다.
팻은 지금까지 니키가 쓴 답장이라고 줬던 편지들을 다 티파니가 썼다는 걸 알고 있었다.
드디어 두 사람은 피해망상의 구름 위에서 현실로 무사히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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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팻이 니키의 귀에 대고 무슨 말을 하는지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티파니가 나를 이렇게 멋지게 바꾸어주었다"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우울증은 흔한 병이다. 누구든 상처를 받으면 마음을 다칠 수 있다. 상처를 안 받아도 기질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
우울증이 있거나 우울증이 있는 가족이 주위에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팻의 주치의 말처럼 약을 꾸준히 먹고 계획을 세우는 것. 그것도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함부로 말할 수는 없으나 우울증은 일부 유전적인 면도 있다.
문제가정처럼 비치지 않아도 도박중독에 강박증(아마도 도박 중독으로 인한 강박증이겠지만) 아버지, 영화 내내 수동적인, 겁먹은 듯한 어머니 아래에서 팻이 감정적으로 조금 미숙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부터 우울증의 토대가 깔린 시나리오였다면 가정을 조금 더 극적으로 보여주었겠지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환자에 집중한 영화이다.
악화일로였던 팻과 티파니의 상처는 상처받은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함으로써 극복된다.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일 필요는 없을 테고,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사랑은 사람을 바꾼다.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게 사랑"이라는 영화 <마미>의 대사가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쉽게 많이 사랑해버릇하고 쉽게 다치고 상처받는 내 사랑도 이제는 특기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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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보통의 뻔뻔함, 보통의 부끄러움
대형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잘 나가는 변호사 재완(설경구) 부부다. 돈 많이 버는 변호사 재완. 여러모로 부러운 인생이다. 그 부러운 인생을 1000% 누리고 있는 건 젊은 아내 지수(수현)다. 온갖 럭셔리한 와인과 음식으로 매일을 즐기고 있는 지수. 부부사이도 좋아 재완에겐 사실 걱정할 게 별로 없다. 그 적지 않은 걱정거리 중 하나는 딸 혜윤(홍예지)이다. 아낌없는 주는 아버지인 재완. 체크카드건 신용카드건 선뜻 내준다. 심지어 공부까지 꽤나 하는 편에 인간관계도 좋으니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영화의 다른 주인공은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 부부다. 어느 종합병원의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재규. 불친절한 의사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같이 친근한 사람이다. 아픈 사람의 보호자에게 공감할 줄 알고, 아내에게도 가정적이다. 심지어 강직하기까지 하다. 소속된 병원에서도 뛰어난 업무처리능력과 올곧은 성품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다. 친형인 재완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을지 몰라도 인간으로선 훌륭한 사람이다. 심지어 아내 연경(김희애) 역시 약자에게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임과 동시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범생이다. 가족 간의 관계도 좋은 편인데, 또 치매에 걸린 재규의 어머니도 정성스레 보살필 정도다. 형만큼은 아니더라도 수입이 안정적인 재규. 역시 별로 걱정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몇 안 되는 걱정거리는 아들 시호(김정철)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호. 유일한 친구라곤 사촌누나 혜윤이다. 뭐 형제의 자녀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게 문제야? 두 부부가 딱히 이 둘의 사이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던 도중 사건이 터진다. 혜윤이 위축된 시호를 위해 친구들이 가득한 파티에 동행했고, 이 두 사람이 술김에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나의 자녀들이 사람을 죽였다. 과연 두 부부는 어떤 선택을 보여줄까?
지지부진한 타율 속 안타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가장 첫 번째 생각.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다는 것이다. 어느새부턴가 한국 상업영화에 문학적인 느낌이 별로 없는 듯하다. 올해 흥행했던 한국영화를 보면 다 장르적인 쾌감에 집중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탈주>나 <베테랑 2> <파묘> 같은 영화를 생각해 보면 다 별개의 작품이긴 해도 ‘팽팽한 긴장감이 재미있었어’라고 결론 내기 쉽다. 영화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시각적인 쾌감을 영화의 동력으로 삼는다. 이것에 반대선상에 있는 <리볼버> 같은 영화는 사실 사람들이 주연 배우의 기행만 기억하지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본작 <보통의 가족>은 이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정밀하게 짜여있는 세상을 그대로 바라본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글쓴이 머릿속에 생각나는 소설.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란 작품이다.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김기태 작가의 저널리스트적인 서술이 이야기 전면에 깔려있어서 핵심으로 작동한다. 또 세계를 구성하는 세상에 대해 성실하게 묘사한다. <보통의 가족> 역시 이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라는 소설처럼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있어 어떤 장면은 종교를 끌어온다던가 먼발치서 촬영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너무 내밀한 사연은 쓰지 않도록 유도한다. 또 이 영화를 둘러싼 인물들의 판단과 감정, 세계관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재완과 재규 형제의 내면을 보여주는 사건이 시간순서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소설 초반 설정 설명하듯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문학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심오한 작품성만 드러낸 영화다? 아니다.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서도 뛰어난 스릴러물이다. 빠른 템포로 장면을 쳐내면서 이야기를 힘 있게 전개한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배우의 연기와 사건 구성을 기괴하게 보여줌으로써 기이한 동력을 촉발시킨다. 어떤 면에서는 <서울의 봄>이 장르적으로 좋은 영화였다는 점과 공통점을 가지기도 한다.
인간 광기의 근원을 묻다
이 영화에서 ‘보통’의 의미는 러닝타임이 가면 갈수록 변하고 있다. 초반부. 영화가 두 가족을 보여준다. 재완 가족은 쉽게 말해 금수저다. 돈이 많은 재완. 아버지가 잘 나가는 변호사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딸 혜윤(홍예지). 혜윤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외모도 예쁘고 아버지가 돈이 많으니까 평범한 학생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반대로 재규 부부의 아들 시호는 평범한 아들이다. 평범한 외모와 체형에 학원도 다닌다. 아마 성적도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호가 겪는 일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면서 인물 내면에 고요한 폭력이 내재되어 있다. 평범하지 않은 가족과 평범한 가족이 대칭을 이루면서 묘사되어 있다. 두 인물 간의 대비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영화가 인물 간의 차이점을 묻는다. ‘어떤 지점에서 두 사람이 이렇게 다를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단순히 이 대비만 보여주면서 질문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반복과 차이라는 방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이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 있다. 첫째로 반복이다. 영화에서 유튜브라는 매체는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맥락을 가지는 것이 있다. 두 가족 6명의 인물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 영화에서 ‘보통’이라는 테마는 여기서 구현된다. 유전적으로 ‘보통’의 특성이 두 가족에게 그대로 구현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이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부분은 영화 안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영화 내내 빼곡히 반복될 만큼 작품이 채택한 모티브이기도 하면서 엔딩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거울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진짜 형제는 한 쌍이다. 재완과 재규다. 보통 형제라고 하면 피를 나눴다는 말을 쓴다. 이런 생물학적 배경과는 반대로 영화에서 가장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은 재완과 재규다. 실리주의자인 재완과 윤리적인/도덕적인 문제를 중요시하는 재규. 두 인물은 이 영화의 윤리적인 딜레마를 정통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가 되면 두 인물은 다시 한번 엇갈린다. 두 형제가 영화 내내 으르렁거림에 따라 둘은 전혀 다른 인물유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걸 전부 의도하고 묘사한다. 영화가 이 두 남자의 차이점을 부각하면 부각할수록 이 사람들이 유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보통’하면 여러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 영화에서 두 남자가 공유하고 있는 ‘보통’은 일반적인 한국사회에서 범상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보통의 의미를 가장 일반적인 ‘가족’이라는 소재로 뒤튼 것이다.
여기서 이 보통의 의미를 뒤틀었다는 의미를 형제에만 국한 지으면 영화의 밀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어떤 것을 주장하는 데 있어 이 영화는 여러 근거를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두 형제의 자녀인 시호와 혜윤는 사촌관계지만 영화 안에서는 사실상 형제처럼 묘사된다. 아예 정반대의 상황에서 자랐지만 두 사람은 연대한다. 이 연대의 근거가 ‘두 사람이 친척(가족)이라서’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글쓴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완 부부와 재규 부부의 공통점이다. 재완과 재규의 내면이 서로 엇갈리면서 두 사람이 형제인 것을 드러내고, 그것이 보통이라는 특성을 비튼다는 것과는 별개다. 이런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일반적이고 보통의 상황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비는 두 가족의 밖과 안에서 반복된다. 수많은 가족들이 영화 안에서 등장하고 퇴장하는데 가족을 넘어 인간 광기의 본질을 다루는 데 있어 적합한 이야기 흐름이었다. 딱 두 사람만 떼서 보여주기보다는 연이어 이어 붙이며 보통의 의미가 여러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반복과 차이라는 테마를 밀도 있게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인물들의 섬세한 내면을 보여줬던 허진호 감독의 역량 덕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 내면의 그림자를 어떻게 보여줬을까? 글쓴이가 위에서 적은 내용을 중심으로 써보자면 반복과 차이, 공통점과 차이점이다.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보여주려면 당연히 여러 사람들이 각본 안에서 필요하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이 복잡한 것들을 인물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게, 간단하게 보여줌으로써 ‘저 사람이 저렇고, 과거에 그 사람이 그랬네’라고 이해하기 쉽다. 이걸 영화가 카메라워크로 왜곡시키면거나 정면으로 보여준다. 또 템포를 짧게 잘라내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풀어지지 않게끔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연출이 허진호 감독의 영화들,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는 <행복>이나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와 차이점이 있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으나 글쓴이는 그렇게 생각 않는다. 이영화들(허진호 감독의 영화들)이 가진 감정적 전달력이 본작에서 여지없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역시 허진호다!’싶다.
좋은 각본과 연기
이 영화에 대한 총평은 '웰메이드'다. 장르적으로 재미있고, 문학적인 연출로 영화가 확실한 기획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또 설경구-수현-장동건-김희애 네 배우의 훌륭한 퍼포먼스를 꺼내는 허진호 감독의 연출가로서의 역량이 돋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탄탄한 연출을 타고 도착한 엔딩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이 광경까지 보고 나서 드는 생각. 과연 보통의 의미는 뭘까? 우리 안에도 이 영화가 상정한 '보통'이 있지는 않을까? 상업적으로 거대한 성공을 거둘 것 같지는 않지만 2024년을 되돌아볼 때 우선순위에 있을 법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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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재 감독의 헌트, 올 여름 가장 재미있는 영화
?Rabbitgumi 입니다!
올 여름 그동안 개봉하지 못했던 큰 영화들이 극장에 공개되었는데요.
이정재 감독의 헌트는 그 리스트의 맨 마지막에 위치한 작품이었습니다.
이정재 배우가 감독으로서 첫 연출을 맡은 작품이기도 했죠.
25년 지기 친구 정우성과 같이 공동 주연을 맡았는데요.
이 영화 흥미진진한 액션 스릴러입니다.
첩보 장르의 특성도 잘 담겨 있구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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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예스, 노 또는 반반> 메인 예고편
모두가 좋아하는 인기 절정의 아나운서 구니에다 케이.
낮에는 누구보다 완벽한 아나운서로
밤에는 말과 행동에 자유로운 백수로 이중생활 중이다.
애니메이션 작가 츠즈키 우시오를 취재하던 구니에다는
어느 밤, 우연히 동네에서 무방비한 차림으로 그와 마주친다.
하지만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구니에다를 알아채지 못하는 우시오.
구니에다 때문에 우시오는 팔을 다쳐 일을 못하게 되고
그런 우시오에게 자신을 오와리라고 소개한 구니에다는
어쩔 수 없이 오와리의 모습으로 그의 일을 돕기 시작한다.
낮에는 구니에다, 밤에는 오와리와 일하게 된 우시오는
점점 그 둘을 향한 자신의 감정 때문에 혼란스워지는데…
신분을 숨기고 시작된 묘한 삼각관계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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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 공식 예고편
내 이름은 페페,
....개구리죠.튀어나온 눈알, 기쁜지 슬픈지 모를 표정의 작지만 행복한 개구리 페페. 만화 잡지 속에서 뛰놀던 순수한 페페는 우연히 미국의 익명 커뮤니티인 '4chan'으로 흘러들어가 유저들의 패배감, 소외감을 표현하는 짤이 되어 폭발적으로 사용된다. 급기야 선거철 트럼프 진영의 눈에 띄어 백인 우월주의와 미국 극우파의 마스코트로 이용된 페페! 끝내 혐오 상징물이 되고 마는데..
밈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고통을 겪었던 개구리 페페,
페페는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