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두codu2022-02-16 11:37:03
삶과 이야기의 공명, 이야기로 묻고 삶으로 답하다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소통의 부재는 영혼의 부재
우리 집에는 네 명의 인간과 두 마리의 개가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같은 종의 동물이라도 각각 전혀 다른 소통방식을 구사한다. 이를테면, ‘네가 먹고 있는 것을 줘.’라고 표현하고 싶을 때도 “달라”라고 부탁하는 인간이 있고, 손으로 뺏어 먹는 인간이 있다. 개는 엎드려서 침을 흘리거나 양손(앞발)을 사람에게 올리기도 한다. 각각의 종은 서로 같은 언어 체계를 공유하지만, 같은 소통방식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손이 먼저 나가는 인간은 앞발을 올리는 개와 가까운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개도 인간도 종과 언어를 막론하고 저마다 소통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진정한 언어는 침묵일 수도 있고, 육체적 관계일 수도 있고, 운전 방식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어와 같은 언어 체계는 진정한 소통방식을 번역한 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언어를 뛰어넘어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의 진정한 소통방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히로시마 연극제의 상주 예술가에게 배정되는 운전사 와타리 미사키(미우라 토코)는 말수가 적지만 차와 상대를 세심하게 배려한다. 그가 밟는 액셀과 브레이크 역시 하나의 소통 수단이다. 미사키는 이를 통해 차 안의 공기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미사키의 운전은 중력도, 운전하는 사람도 잊게 할 정도로 부드럽다. 이 무저항의 운전은 미사키의 고향 가미주니타키무라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고요하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며 상대를 편안하게 해 준다. 미사키가 배워야만 했던 소통방식은 그런 것이었다.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숨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의 언어는 침묵 또는 회피라고 할 수 있다. 가후쿠와 드라마 각본가 오토(키리시마 레이카)는 이상적인 부부처럼 보인다. 블라디보스톡 연극제의 항공권 예약이 미뤄져 집으로 돌아간 가후쿠는 아내 오토의 외도를 목격하고 아무 말도 없이 뒤돌아 나간다. 가후쿠가 외면한 진실은 아내의 외도만이 아니다. 그들의 결혼 관계는 사실상 끝났고,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없다는 진실을 그는 끝끝내 마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토의 죽음으로 가후쿠는 자신의 마음과 진실이 마주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단 한 번의 식사 장면이 등장한다. 히로시마 연극제 담당자 윤수(진대연)가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는 유나(박유림), 가후쿠, 미사키 그리고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가 함께한다. 이 식사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대부분 번역된 말이다. 전혀 다른 언어들이 오가고 누군가의 입을 빌려 다시 변환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만, 영화의 어떤 장면보다도 따뜻하고, 안정적이며 소통과 공감이 느껴진다. 이 장면은 언어를 뛰어넘는 따뜻한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가 소통의 부재를 겪는 것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영혼이라 부르는 그것이 언어 안에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와 텍스트의 관계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언어와 텍스트는 닭과 달걀 같은 관계를 맺고 있다. 가후쿠 부부는 4살 딸을 폐렴으로 잃은 후로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잉태하기 시작한다. 오토의 음성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가후쿠의 번역을 거쳐 오토에게 전해진다. 다시 오토에게 돌아온 이야기의 잔상들은 각본, 즉 텍스트로 태어날 준비를 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이야기는 단순히 캐릭터와 플롯이 아니라 무의식과 욕망의 집합체와 같다. 오토의 음성과 그것을 양분 삼아 만들어진 이야기는 오토의 창조물이지만, 독립된 생명체처럼 타인에게 다른 모습으로 뿌리내리게 된다. 가후쿠에게 오토의 이야기는 진실이 드러나기 직전의 두려움과 불안의 기척을 품은 채 마무리되었지만, 다카츠키(오카다 마사키)에게 그 이야기는 불길한 고요함으로 가득 찬 세상의 모습이다.
각본으로 만들어진 텍스트는 결국 발화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렇기에 오토는 자신의 이야기와 무의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완성해줄 누군가를 찾았고, 그가 바로 다카츠키였다. 가후쿠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며 감동하고, 오토의 열렬한 팬인 다카츠키는 ‘바냐’라는 인물에는 쉽게 이입하지 못한다. 다카츠키는 체호프의 ‘바냐’보다 오토의 이야기 속 칠성장어의 전생을 가진 소녀를 닮은 인물이다. 그는 체호프의 성실하며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세계보다 무의미한 기다림과 충동과 욕망의 세계에 끌린다. 불가해하고 불길한 무언가로 가득한 오토의 텍스트야말로 다카츠키의 삶을 담을 텍스트다. 그는 오토와 같은 언어, 즉 같은 소통 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카츠키는 오토의 텍스트를 완성했으나 바냐가 되어 체호프의 텍스트를 완성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이와 반대로 이성적이며 통제적인 가후쿠는 오토의 텍스트를 똑바로 마주할 수 없다. 가후쿠가 오토에게서 듣는 것은 오직 이야기뿐이다. 자기 안의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 가후쿠는 이야기 안의 오토를 외면한다. 가후쿠가 오토의 목소리로 듣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녹음된 ‘바냐 아저씨’의 대본이다. “대사를 입에 올리면 나 자신이 끌려 나와” 오토의 음성으로 울리는 체호프의 텍스트는 가후쿠에게 계속해서 진실보다 깊은 것을 묻는다. 가후쿠는 체호프와 오토가 자신에게 걸어오는 말을 애써 피하고 있다.
오토의 죽음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히로시마 연극제에 초대된 가후쿠는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는다. 가후쿠의 연극은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한국 수어까지 서로 다른 언어가 한데 어우러진다. 이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대본 리딩이다. 어떤 감정도 없이 아주 천천히 대본을 읽는 것이다. 배우들은 불완전한 언어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동시에 온몸으로 체호프의 텍스트를 체득해야 한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한 이 과정을 가장 먼저 이해한 것은 수어를 사용하는 유나다. 자신의 언어가 타인에게 닿지 않는 것이 평범한 일인 그에게 보고 느끼며 공감함으로써 기능하는 연기는 몸에 잘 맞는 옷과 같다. “체호프의 글이 내 안에 들어와 움직이지 않던 몸을 움직이게 해 줘요” 체호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유나와 소통하고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의 영혼은 체호프의 텍스트에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는 ‘바냐’가 한때 누이동생의 남편이자 존경하는 학자였던 교수 세레브랴코프를 원망하고, 교수의 두 번째 부인 옐레나를 사모하게 되며 겪는 갈등을 다룬다. 체호프는 우리가 갈등과 절망, 적의와 증오를 넘어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고난과 슬픔보다 미래의 희망과 기쁨을 꿈꾼다. 체호프의 텍스트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선택한 많은 인생을 담을 수 있는 넓은 그릇과 같다.
대본 리딩이 주를 이루는 연극 연습과 오토의 목소리로 녹음된 ‘바냐 아저씨’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붉은색 사브 900을 오가며 영화는 체호프의 텍스트를 반복한다. 체호프의 텍스트는 대사뿐만 아니라 이야기로도 반복된다. 누이동생을 잃고, 존경하던 교수에게 실망을 거듭하며 바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바냐가 교수를 위해 바쳤던 청춘은 이미 흘러갔고 옐레나에 대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소냐의 사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것은 여전히 엉망이지만 바냐와 소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일을 계속한다. 딸과 아내를 잃은 상처를 마주하게 되는 가후쿠 뿐만 아니라 아이를 잃은 상실을 견뎌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유나와 애정과 증오의 대상이었던 엄마를 잃은 미사키의 삶 역시 체호프 텍스트의 또 다른 변주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언어의 불완전함을 뛰어넘어 공명을 시도하는 이야기의 작동방식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는 일견 언어의 무용함을 말하는 듯 하나 각자의 언어와 이로 만들어진 텍스트는 호응하는 삶과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가깝다. 감독은 언어의 가면을 쓴 이야기를 단지 텍스트가 아닌 독립된 생명체처럼 마주 보게 한다. 그렇게 언어와 텍스트는 계속해서 삶과 사람에게 호응을 시도하고 영화는 그 순간을 담아낸다.
삶과 사람을 담는 그릇
가후쿠와 미사키가 지나온 터널처럼 우리가 지나온 궤적을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가 모두에게 필요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이처럼 불완전한 언어와 불가해한 텍스트에 사람과 삶을 담음으로써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는다. 언어와 텍스트가 사람과 삶을 만나는 순간 발생하는 에너지는 영화 안팎으로 퍼져나가 관객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카츠키와 가후쿠가 차의 뒷좌석에서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 후 가후쿠는 처음으로 미사키의 옆에 앉는다. 차 안에서 흡연을 피하던 가후쿠는 미사키에게도 담배를 권한다. 차 위를 향해 뻗은 두 사람의 손에서 담배 연기는 망자를 위한 향처럼 피어오른다. “넌 엄마를 죽였고, 난 아내를 죽였어” 오래된 죽음을 놓지 못하고 있던 두 사람은 도망치고 미뤄왔던 애도를 시작한다. 카메라는 나란히 피어오르는 연기에서 멀어져 익스트림 롱숏으로 이리저리 얽혀 있는 도로와 어찌 됐든 앞으로 나아가는 차들을 바라본다. 그 속에서 점처럼 작아진 사브 900도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믿으면서.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이야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겠지요. 그러면 우린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우린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소냐 역의 유나가 바냐 역의 가후쿠를 감싸 안고 수어로 전하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연극을 보는 듯한 롱숏으로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를 응시하는 미사키의 곧은 정면 얼굴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체호프의 텍스트에 대답한다. 체호프의 텍스트와 유나의 언어 그리고 미사키의 삶이 만난 이 장면 하나로 <드라이브 마이 카>는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 감독이 전작 <해피 아워>(2015)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게를 기대며 중심을 맞추는 소통에 집중했다면,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사람과 텍스트가, 이야기와 이야기가 마주하는 소통에 집중한다.
가후쿠가 히로시마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시작했던 영화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미사키의 뒷모습을 보며 끝난다. 도망치듯 떠나왔던 가미주니타키무라를 뒤로 하고, 멈춰 설 수밖에 없었던 히로시마를 벗어나 새로운 땅에서 미사키는 앞으로 향한다. 사브 900을 타고 한국 부산의 도로를 달리는 미사키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드라이브를 즐긴다. 끝없이 이어진 도로처럼 삶은 계속 이어지고, 언제나 또 다른 슬픔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멈추지 않는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마침내 텍스트와 언어에 담긴 사람과 삶은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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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사랑을, <러브 달바>
* 본 리뷰에는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러브 달바> 2024
프랑스 / 드라마 / 88분
감독: 엠마누엘 니코
사랑으로 사랑을, <러브 달바>
사랑을 받는 일이 먼저일까, 사랑을 주는 일이 먼저일까. 사랑이란 ‘세상’ 안에서 영원히 표류하며 사는 우리에겐 즉답하긴 어려운 질문이다. 애초에 명확한 답이나 확실한 태도를 요구하는 물음도 아니기에 생각의 바다에 빠지기도 쉽다. 동시에 우린, 사랑에 한없이 주관적이기에 거침없이 답한다. 서둘러 사랑을 하고 이를 게을리하거나 포기하지도 않는다. 답안지를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보다, 사랑하고 싶은 열망이 더 진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주고받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만큼 강한 의지도 갖기에, 두 개의 물음표 중 한 개를 선택하는 과정은 과감히 축소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랑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뜻한다. 사랑은 삶을 계속 흐르게 하는 강력한 동기이자, 귀중한 배움 그 자체다. 출발선과 도착점이 구분 없이 이어진, 단 하나의 (사랑하는) 트랙을 끝없이 달리는 러너들, 그게 바로 우리니까.
사랑하는 방식보다 사랑‘하는’이 더 중요해진 일상에 <러브 달바>가 핀 조명과 함께 모두의 시선을 가로채며 등장한다. 거대한 트랙이 사실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상당수가 형태를 알 수 없게 변했거나 얼마 못 가 뚝 끊어져 있다는 진실과 함께 말이다. <러브 달바>는 사랑을 귀하게 여기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앞선 질문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방법이 사랑 중인 상태보다 주요하고, 사랑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까닭은 사랑을 받는 일보다 받은 사랑을 ‘주는’ 일이 늘 선행되기 때문이라고. 영화는 이 친절하면서도 강단 있는 답안지를 모두에게 널리 공유하기 위해, 열두 살 달바의 사랑 이야기를 시작한다.
달바는 집에 들이닥친 경찰관들로 인해 하루아침에 자크와 강제 분리된다. 의사는 달바를 조심스럽게 대하며, 궁금한 게 있다면 다 말해주겠다고 약속하고 검사를 진행한다. 특수 교사 제이든은 달바를 집과 가까운 쉼터로 데려가며 이제 안전하다고 말한다. 검사는 수감된 자크를 근친상간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알려준다.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충격적인 진실에도 달바는 흔들리지 않는다. 낯선 환경에 놓여 조금 두렵고 무서울 뿐, 아빠의 사랑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다시 아빠를 만나 함께 살면 다 해결될 거라 믿는다. 영화는 달바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달바가 자크가 만든 인형의 집에서 ‘타의’로 탈출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란 점을 조금도 덜어내지 않고 담아낸다.
달바를 둘러싼 문제들은 삶에 멋대로 끼어드는 어른들보다 훨씬 더 달바를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게 한다. 무엇보다 자크(사랑)를 믿는 나를, 의심하는 내가,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을 노려보니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울 속 달바는, 달바가 주장하는 '여자애가 아닌 여자'가 아니었다. 제이든의 단언처럼 여자가 아닌 '어린애'였고, 어린애는 달바가 이를 인정하기만을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 정해진 트랙에서 어긋나지 않고 달렸던 달바는, 자크를 향한 사람들의 변하지 않는 태도가 계속될수록 자기도 모르게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속 어린애를 끊임없이 부정하면서도 마주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달바는 외면은 물론이고 내밀한 내면까지 또래 친구들과 달랐다. 짙은 눈화장과 붉은 작은 입술, 중년 여성이 할 법한 성숙한 머리 스타일, 가슴과 등이 깊게 파인 속옷용 원피스와 드레스. 평생 자크를 위한 여자로 살았던 달바는, 자신과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동요한다. 재미있게 노는 친구들 무리에 끼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자신을 발견한다. 친구들이 자크를 소아성애자라고 부르는 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스타일의 옷을 선호하고,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어제와 오늘을 더는 모른 척할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단번에 치유되는 아픔은 존재하지 않듯, 달바는 계속 혼란 속에서 허우적댄다. 아무런 고민도 생각도 필요치 않았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또다시 기행을 벌이며 자크와의 만남을 요구한다. 고대하던 면회 날, 달바는 교도소에서 완전히 변해버린 아빠를 마주하고 얼어붙는다. 자크는 늘 자기가 원하는 대로 예쁘게 꾸민 달바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벌벌 떨며 본인이 저지른 범죄를 시인한다. 달바는 자신이 진짜 버림받았음을 직감한다. 믿었던 사랑에 버림받아, 더는 어떤 사랑도 받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안과 당황스러움. 달바는 어른들이 자크를 변하게 했다며 날카롭게 반응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달바의 절규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한다. 아빠의 사랑은, 사랑이 아닌 폭력이며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범죄라고.
<러브 달바>는 달바가 품은 혼란을 직면하고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아이의 삶에 개입한다. 어른들을 통해, 달바에게 단호하면서도 다정하게 우리가 귀중하게 여기는 사랑을 주입한다. 당연히 사랑받아야 할 권리, 당연히 치유될 현재, 받은 사랑을 남에게 줄 수 있는 희망찬 미래까지, 영화는 피해자를 절대 혼자 두지 않는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떠오르듯 오직 달바의 새 시작을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온 마음을 다해 기꺼이 돕는다. 달바에겐 강제 동행으로 느껴졌을지 몰라도, 반드시 습득해야 할 배움이자 품어야 할 희망이었으니까. 룸메이트 사미라도 달바가 허우적댈 때마다 회피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달바를 위로한다. 때론 못된 언니로, 어설픈 친구로, 똑같이 마음을 다친 동료로 달바에게 어둠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는다. (사미라 또한 주변 이들에게 달바처럼 사랑을 받고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달바는 제이든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묻는다. 혼자 있는 게 두렵고 모두가 날 하찮게 보는 게 싫다고도 고백한다. 아이가 진정 가졌던 공포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랑을 잃는 것이었다. 달바는 집으로 도망쳐 자기 방 옷장에서 숨어든다. 쉼터 안에서도 옷장에 자신을 가뒀던 아이였다. 옷장은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어막이었다. 어둠 속에서 파묻혀 있던 달바는 문틈 사이로 들어온 햇빛에 눈을 뜬다. 당연히 그래야 함을 깨달은 듯 옷장을, 자크의 인형집을 박차고 나와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 자크의 가스라이팅을 상징하는 염색된 파마머리를 거침없이 자르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불어오던 따뜻한 봄바람이 마침내 달바의 마음을 온전히 감싼 것이다.
달바에게 별 하나 없는 어둠이었던 자크의 서사는 어디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러브 달바>의 목적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달바가 피해자란 어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깊이 사랑하는, 빛을 뿜어내는 열두 살 소녀가 되는 것. 따라서 감독은 근친상간이란 충격적인 소재를 적극적 또는 자극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벽 뒤에 이야기 내내 버려뒀다. 달바를 짓누르는 고통도 직접 보여주지 않고, 달바의 얼굴을 화면 가득 담아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도록 했다. 달바가 거울을 볼 땐, 거울을 바라보는 달바가 아니라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의지가 담긴 거울 속 달바를 의도적으로 비췄다. 그 결과 달바는 거울에 비친 영락없는 열두 살 소녀를 보며 사랑을 건넨 자들의 미소를 따라 짓는 데 성공한다. 모두가 간절히 기다린, 제이든의 딱딱하지만 따뜻한 말과 기다렸던 엄마의 그리움과 사랑이 담긴 눈빛, 까칠하지만 다정한 사미라의 욕설이 버무려진 환한 웃음이었다.
우리가 믿는 아름답고 눈부신 사랑은, 사랑을 받아본 자의 사랑으로 시작되어, 온 세상에 퍼진 사랑이다. 축소보다 압축이 더 어울리는 사랑이랄까, 재판장에서 달바가 자크를 당당히 보며, 엄마의 손을 꽉 잡아주는 순간이랄까. 물론 이따금 자크가 남긴 상처가 달바를 또 욱신거리게 할 것이다. 하지만 달바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곁에서 서로를 사랑으로 지켜주는 이들과 충분히 견뎌낼 수 있으리라. 진정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원 없이 사랑할 시간만 남은 달바를 응원한다.
우리의 사랑엔 그늘은 있어도 어둠은 없다, <러브 달바>에 여전히 사랑만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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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장에서 나온 헐리웃 배우들
"벽장에서 나오다(Come out of the closet)" 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미국 드라마 혹은 영화를 자주 보셨던 분들이라면 익숙할 수도 있는 이 표현은, 숨바꼭질할 때 쓰이는 표현이 아닌 감춰오던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줄여서 "커밍아웃(Coming out)이라고도 하는 이 표현은 특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개인에게 있어, 공인으로서 "목소리를 낸" 사람의 영향력은 상당할 것입니다. 이후 소개할 '케이트 맥키넌'이 어린 시절 '엘렌 드 제네러스'를 보고 방송인의 꿈을 키울 수 있었듯, 헐리웃 내 많은 배우들이 자신을 보고 힘을 얻을 누군가를 위해 용기 내 벽장에서 나와주었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벽장에서 나와 LGBTQ+ 커뮤니티를 위해 힘써온
헐리웃 스타들을 한 번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잇츠 CINE PICK!!
케이트 맥키넌
SNL (Saturday Night Live)에서 '힐러리 클린턴' 패러디로 큰 화제를 모았던 코미디언이자 배우 '케이트 맥키넌'은 레즈비언이라 커밍아웃한 최초의 SNL 정식 크루입니다. 2012년부터 SNL 크루로 활동해오던 맥키넌은 2016년, '폴 페이그'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 리부트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릴 수 있었는데요. 여성 주연 영화 <레이디스 나잇>, <나를 차버린 스파이>,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등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그녀는 2020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시상자로서 '엘렌 드 제네러스'의 수상에 "The only thing that made it less scary was seeing Ellen on TV. She risked her entire life and her entire career in order to tell the truth, and she suffered greatly for it." 이라 말하며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 연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감동을 전하기도 했죠.
맷 보머
신이 내린 헐리웃 최고 미남이라 불리는 '맷 보머'는 미국 드라마 "화이트 칼라"를 통해 뇌섹남 매력을 뽐내더니, <매직 마이크>로 짐승남 면모까지 보이며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그런 그는 2012년, 일찌감치 커밍아웃한 배우입니다. 게다가, 이미 파트너와 자식까지 있는 그는 LGBTQ+의 일원으로 꾸준히 커뮤니티 내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후원과 지지를 보내온 배우이기도 한데요. 최근, 넷플릭스 영화 <보이즈 인 더 밴드>가 그를 비롯하여 퀴어 배우로만 캐스트를 구성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리 페이스
심각하게 잘생겨서 일부러 분장으로 가리는 건가 싶을 정도로 미남인 배우 리 페이스는 <호빗>에서 본인이 맡은 스란두일 역만큼이나 우아하고 신비로운 사람인데요. 헐리웃 배우들이 애용하는 '트위터'는 물론 SNS 활동을 하지 않아 더욱 신비롭던 그는 드디어 만든 '트위터 계정'을 통해 queer 임을 커밍아웃 했습니다. (As a member of the queer community, I understand the importance of living openly, being counted, and happily owning who I am. That’s how I’ve always lived my life...) 이와 함께, 앞으로도 본인이 맡게 될 (퀴어) 캐릭터에 자부심을 갖고 연기할 것이라 밝힌 그를 하루 빨리 더 다양한 작품에서 만나보고 싶네요.
조디 포스터
최근,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배우 '조디 포스터'는 영화 <피고인>과 <양들의 침묵>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2번이나 들어 올린 명연기자인데요. 그런 그가 2013년, 골든글로브 공로상 수상을 위해 다시 오른 시상대에서 5분에 걸친 커밍아웃 스피치를 통해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3살 때부터 연기 활동을 해온 자신의 삶을 '리얼리티 쇼'에 빗댄 것을 통해 '조디 포스터'라는 개인이 많은 이들에게 어떤 힘을 줄 수 있는 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이 10만 명을 돌파하며,관련 법안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인 6월에 들려와 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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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나오는 한국 영화 '옥자' 스포일러 포함
옥자
2017.06.29 개봉
모험/액션, 12세 관람가
한국, 120분
감독: 봉준호
출연: 안서현, 틸다 스윈튼 등
넷플릭스가 유명하지 않던 시절
봉준호 감독님의 '옥자'로 인해 넷플릭스 존재를 알게 되었었는데요
띄엄띄엄 아는 장면들은 많았는데
영화를 풀로 본 건 6년 만인 바로 오늘이었네요 ㅎㅎ
아무래도 상업적으로 만든 영화도 아닌 것 같은 데다가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깊은 울림도 없을 것 같았는데
역시... 봉준호 감독님 작품이라 그런지... 작품성은 개쩔어요
설국열차와 기생충 그 사이를 잇는 다리 같은 느낌의 영화랄까요?
스토리부터 영상미까지 봉준호 감독님의 향이 느껴집니다
'옥자'가 특히 좋았던 이유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옥자를 구하려는 순수한 아이와
그런 옥자를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기업
그 둘만의 리그가 아니었다는 점이었어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가 끼어 삼파전으로 가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옴과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구도가 완성된 느낌이랄까요?
원래 영화 같았음 미자를 돕는 인물은 당연히~ 안 나오고
동물 보호 단체라고 하다가도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주인공을 배신하는 게 클리셰인데
ALF의 리더는 끝까지 미자와 옥자를 생각해 주더라고요
게다가 시위, 작전을 하면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게 규칙이라는 게... 너무 감동적
이렇게 착하고 완벽한 캐릭터로 설정하고 가는데도
절대 쳐지지 않고 오히려 감동만을 이끌어내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옥자'는 감정선을 잘 건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건 역시나 엔딩이랄까요......
지금껏 빌런의 역할을 했던 루시 미란도는 어디로 가고
그의 언니 낸시 미란도가 최강 빌런 역할로 나섭니다
그러고도 미자가 옥자를 사겠다고 금돼지를 주니까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바로 옥자를 줘 버려요
아무리 돈을 욕망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엔딩이 힘이 없고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토리도 이리 좋은데 영상도 나쁘지 않아요!
슈퍼돼지인 옥자의 움직임도 스무스한 게 괜찮고
특히 지하상가를 헤집어 놓을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은데요 ㅎㅎ
죠니의 실험실에서 옥자가 당하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강제 짝짓기를 시키던 그 모습은......
굉장히 마음이 아프지만 영화에선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이었죠
그런 모습을 보면 참
동물원이랑 아쿠아리움 같은 게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인기 있는 푸바오도 ㅠㅠ,,
아무리 직원분들이 잘 챙겨 주신다고 해도
우리 안에 있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숨막힐지 상상도 못하잖아요
게다가 인기 얻은 이후엔 손님도 바글바글 할 거구요
사실 저도 올 상반기에 과천 동물원에 다녀왔는데
동물들이 죄 힘이 없고 축 쳐져 있는 모습을 보고......
현타가 왔거든요
그 이후로 동물원, 아쿠아리움은 안 가야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ㅠㅠ
동물들아 미안해 . . .
제가 뽑은 '옥자'의 최고 명장면은
미자와 옥자가 한국으로 돌아가려 직원들을 따라 갈 때
울타리 밖으로 자기 새끼를 몰래 밀어넣던 슈퍼돼지 부모의 모습 ㅠㅠ
죽으러 가는 거 뻔히 알고 자식이라도 살리기 위해
생판 모르는 미자와 옥자에게 새끼를 맡겨야만 하는
부모의 심정은 정말 헤아릴 수가 없이 슬픕니다
주인공인 미자는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수백 마리의 슈퍼돼지들은 죽임 당했으니
이건 새드 엔딩이나 마찬가지예요......
*스토리: 3/5점
*연출: 3/5점
*영상미: 2/5점
*OST: 1/5점
*연기: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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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른 SF 소설로 돌아오는 드니 빌뇌브
최근,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SF 영화 <듄>을 통해 국내 역주행의 신화를 쓴 '드니 빌뇌브' 감독이 또 다른 SF 작품의 메가폰을 잡게 되었습니다.
<듄>이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전 세계 3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였기에, 워너 브라더스사는 <듄 2>를 2023년 10월 20일에 개봉할 예정이라 밝힘과 동시에 '드니 빌뇌브' 감독이 후속편도 연출하게 될 것이라 전했는데요. 개봉까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만큼,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전 인터뷰를 통해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듄>이 SF 대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며, 이미 캐스팅 및 기타 다른 부분의 구상을 끝내놓은 상태이기에 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는데요.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좋은 소식을 알리며, 전 세계 영화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아서 C. 클라크'가 1973년 발표한 장편 SF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가 될 예정인데요. 앞서, 원작에 대한 판권을 '알콘 엔터테인먼트'가 따내며 영화화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알콘 엔터테인먼트'는 <블레이드 러너>의 판권을 가진 제작사로 '드니 빌뇌브' 감독과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는 제작사인 만큼,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라마와의 랑데부](원제: Rendezvous With Rama)는 1973년 처음 출판된 소설로, 2130년대를 배경으로, 태양계에 진입하는 초대형 외계 우주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라마'라고 이름 붙여진 우주선의 내부를 조사하는 인간 탐험가들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는 세밀하고 장엄하며 경이롭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출간 당시, 휴고상, 네뷸러상, 캠벨상, 로커스상을 비롯해, 주피터상, 영국과학소설협회상 등 SF 분야의 상을 휩쓴 최고의 고전이기도 합니다.
'아서 C. 클라크' 작가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SF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원작 작가로도 유명한데요. '드니 빌뇌브' 감독이 꾸준히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꼽아온 만큼, 아서 클라크의 도 다른 걸작의 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부분입니다.
현재, 요 네스뵈의 소설 <아들>을 원작으로 한 HBO 시리즈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 영화를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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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시리즈를 잇는 진짜 속편!
살다 보면 가족에게도 알릴 수 없는 비밀을 가지게 될 때가 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일들을 다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비밀이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각자가 알고 있는 정보는 다르다. 그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은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거나 곤란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소한 비밀들은 때때로 시간이 지나고 다른 가족에게 털어놓기도 하지만 큰 비밀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동안 가슴에 묻어두기도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그 비밀을 간직하는 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만 알고 있는 무언가를 말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마음에 큰 그늘이 늘 자리하게 되면서 어떤 이들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 혼자 지내기도 한다. 그렇게 멀어진 거리는 가족 간의 관계 또한 멀어지게 만들고 서로에 대한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남은 가족들은 그 위험에서 벗어나겠지만 그 위험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외로움과 싸우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그 비밀로 인한 위험이 비로소 세상 밖에 공개되었을 때 남은 가족들은 그제야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비밀을 지키다 생을 마감한 노인과 그 가족의 이야기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그 비밀을 끝까지 지키다 생을 마감한 노인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 노인의 이름은 이곤 스팽글러(해롤드 레미스)다. 영화 초반에는 그가 유령과 벌이는 사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실패하고 그가 죽음을 맞이한 허름한 시골집에 그의 딸과 손주들이 들어온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그들은 그들의 가족인 이곤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손주들은 할아버지의 이름조차 모르고, 딸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족을 버리고 갔다는 원망을 토해낸다.
이번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손주들인 피비(맥케나 그레이스)와 트레버(핀 울프 하드)다. 특히 피비는 할아버지와 비슷한 스타일의 안경을 쓰고 과학적인 지식과 실험에 관심이 많다. 그는 허름한 할아버지의 집에서 그가 남긴 이상한 기계들을 찾고 유령의 존재에 대해 연구했던 할아버지의 숨겨진 방을 찾아낸다. 그리고 마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과 갑자기 나타나는 유령들에 대해 처음 눈치를 채는 인물이다. 즉, 이 영화 안에서 피비는 그 누구보다 할아버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그가 남긴 유산과 미스터리를 앞장서서 찾아가게 된다.
이곤의 딸인 켈리(캐리 쿤)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느 순간 갑자기 시골로 사라져 연락도 없이 지냈던 자신의 아버지는 켈리의 마음속에 가족을 버린 사람에 불과하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아버지의 마지막 집으로 오긴 했지만 그곳에서조차 그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라는 존재의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더 급한 것은 경제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자신의 자녀들과 하루빨리 그곳을 벗어나는 일이다.
할아버지의 비밀을 파헤치는 손녀 피비
켈리는 과거 조금은 이상한 괴짜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피비에게서 본다. 피비는 과학적인 호기심과 지식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그것을 활용하여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유령의 존재를 알게 되고 할아버지가 남긴 기계들을 이용해 그 유령들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오빠인 트레버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유령 사냥을 시작한다. 그가 유령에 대한 것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할아버지가 남긴 비밀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나가는 것과 같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피비는 할아버지와 그의 딸 켈리 사이의 오해를 푸는 일종의 메신저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피비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1984년과 1990년에 개봉했던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진짜 속편이다. 그러니까 2016년에 나왔던 여성판 <고스트 버스터즈>보다는 좀 더 정통성이 있는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시리즈가 조금은 괴상하고 톡톡 튀는 유머를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는 그렇게 톡톡 튀는 유머의 맛은 줄어들고 가족에 대한 드라마가 좀 더 보강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시리즈가 가직 매력을 일부 가져오고는 있지만 기존의 매력을 조금 줄이고 다른 매력으로 채워 넣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인 피비를 제외하면 오빠 트레버나 다른 친구들, 그루버슨 선생님(폴 러드) 같은 인물들은 특별한 능력이나 역할 없이 기능적으로 필요해 넣은 캐릭터들로 보인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중심인물로 부각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해결하고 진행시키게 되는 건 피비뿐이다. 특히 이번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고스트 버스터즈> 1편의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편에 등장했던 악령과 괴물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해결방법 또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벌어지는 유령과의 대결이나 물리치는 장면들에서 새로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기존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영화
이 영화는 기존 시리즈 팬들을 위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연령을 낮추면서 새로운 팬들을 위한 장치들도 넣었지만 이 영화에 더 환호할 층은 바로 과거의 팬들이다.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고스트 버스터즈 카, 유령 잡는 기계들을 비롯하여 영화의 후반부에는 과거 시리즈의 고스트 버스터즈 팀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영화 정보에 업데이트된 배우 명단 중, 빌 머레이, 댄 아크로이드, 어니 허드슨 같은 기존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화면에 등장하고 유령을 잡는 모습을 본 과거 팬들은 이 영화에 환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강화된 드라마를 통해 가족의 화해를 그리지만 기존 팀원들과 이곤의 재회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존의 시리즈보다 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곤 스펭글러 역을 맡았던 배우 해롤드 레미스는 2014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과거 원작 시리즈의 각본을 썼고, 다른 여러 영화들에 각본을 썼다. 또한 영화 <사랑의 블랙홀> 같은 인기 영화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배우 해롤드 레미스에 대한 작별인사를 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를 위한 여러 따뜻한 장면들이 영화 후반부에 담겼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제이슨 라이트만은 과거 원작 시리즈의 감독인 이반 라이트만의 아들이다. 사실 제이슨 라이트만은 이런 류의 오락영화를 만든 경험이 많지 않다. <툴리>나 <인디에어> 같은 잔잔한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더 재능이 있었던 감독이지만 아버지의 작품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원작 시리즈에 비해 톡톡 튀는 매력은 부족하지만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드라마는 조금 보강되었다. 여러 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과거 팬들을 위한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리뷰>
https://youtu.be/gTeB_1hLG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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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절망 속 이야기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더 웨일> 포스터 [출처: 씨네랩 제공]
힘든 삶의 단편을 비추는 영화
영화 <더 웨일>은 소수의 등장인물과 주인공인 찰리의 집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영화이다.
그리고 찰리의 마지막 일주일을 하루씩 보여주는 영화의 흐름은 그만큼 주인공의 삶에 깊이 들어가도록 만든다.
주인공 찰리는 9년 전 결혼한 아내와 8살 딸을 둔 채로 동성 애인과 사랑에 빠져서 가족을 떠난 인물이다.
영화가 시작하는 시점에 동성 애인은 세상을 떠났고 찰리는 그 충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더 웨일>은 최근 연인을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져서 초고도비만에 다다른 찰리의 삶을 보여준다.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 역시 모두 찰리와 다른 방식으로 힘들게 이어지고 있는 삶들이다.
고혈압으로 목숨이 위태롭던 순간 우연히 찰리의 집에 방문한 토마스는 종말론을 주장하는 이단 교회의 선교사이다. 그리고 찰리가 9년만에 다시 연락한 찰리의 딸 엘리는 학교에서 낙제점을 받기 직전이며 삐뚤어진 학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초고도비만의 동성애자, 눈치없는 종말론자, 반항적인 SNS 중독의 비행청소년.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인물들을 가장 평범한 사람들로 등장시킨다. 사별한 주인공, 선한 마음으로 도우려는 이웃, 아빠와 갈등을 겪고 있는 딸. 이들의 삶은 다른 이유로 힘들고 영화는 힘든 삶을 살아내면서 서로 얽혀있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더 웨일> 스틸 컷(찰리, 토마스, 엘리) [출처: 씨네랩 제공]
가장 좋은 해결책 솔직함
영화에서 주인공 찰리는 대학에서 에세이를 가르치는 강사이다. 원격으로 강의를 하는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카메라가 고장난 척 검은 화면으로 이야기한다.
이후 찰리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딸에게 연락해서 자신이 모아둔 재산을 모두 줄테니 한번씩 들러서 에세이 쓰는 법을 배우라고 말하는데, 반항적인 딸에게 그가 제시하는 것은 딱 하나뿐이다. 솔직한 생각을 적을 것.
앞서 이야기 했던 인물들인 찰리, 토마스, 엘리는 모두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찰리는 살이쪄서 거대해진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고, 토마스는 사실 교회에서 활동비를 훔쳐서 가출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으며, 엘리는 찰리에 대한 그리웠던 마음을 숨기고 있다.
영화는 이들이 숨기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드러내면서 그들을 솔직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그들이 스스로 위안을 얻으며 스스로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가 현실적인 부분은 이들이 솔직함을 드러내는 계기가 자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찰리는 가르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매일 저녁 피자를 배달해주는 배달부에게도 절대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배달부는 단골 손님인 찰리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하거나 걱정을 하는 등 꽤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다 어느날 평소처럼 우편함 안에 있는 돈으로 계산을 하고 배달부가 돌아갔을 거라 생각해 밖으로 나온 찰리는 아직 계단에서 기다리던 배달부를 마주한다.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들만큼 거대한 몸집으로 피자들 들고 들어가는 찰리를 본 배달부의 표정은 마치 괴물을 본 것만 같다. 이전까지 호의적이던 배달부의 태도는 찰리의 겉모습을 보는 순간 혐오로 가득하다.
솔직하게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 불러온 결과를 본 찰리는 분노에 차서 집안에 있는 음식을 마구잡이로 입에 우겨넣고 급격한 폭식에 토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 분노는 스스로 드러낸 솔직함이 아닌 발가 벗겨진 것에 대한 공포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고 그 분노는 홧김에 대학 학생들에게 같잖은 에세이는 때려 치우고 솔직하게 쓰라는 욕설 섞인 충고를 단체 메시지로 보내는 데에 이른다.
다음날 찰리의 솔직한 욕설 메시지에 정말 솔직한 답장을 보낸 몇몇 학생들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찰리는 감춰왔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후련하게 에세이 강사를 그만두게 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해당 장면 이후에는 찰리가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장면은 더 이상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토마스의 경우도 완전한 타의에 의해서 가장 숨기고 싶던 것이 밝혀지고 의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정직함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영화는 혐오스런 인물들을 통해서 사실 이들 역시 이렇게 된 힘든 과정이 있었고 이들이 자의든 타의든 솔직한 자신을 드러냈을 때 우리가 희망과 사랑으로 받아준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인물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더 웨일> 스틸 컷 [출처: 씨네랩 제공]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절망 속 이야기
영화에서 찰리는 엘리에게 사랑을 전하려 한다. 찰리가 떠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한 가지는 딸 엘리에게 스스로가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다.
찰리는 이전에도 종교가 삶의 전부였던 애인 앨런이 삶에 대한 의지를 잃었을 때 아낌없는 사랑으로 그 삶을 이어가도록 만들만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떠나면서 챙겨주지 못했던 딸 엘리에게 남아있는 긍정과 사랑을 전하는 것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영화 속에서 가장 절망적이여야 하는 인물이 건네는 사랑을 우리는 영화 내내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는 조금 걸어다는 것 조차도 보조기구가 있어야 하지만 빠짐없이 창문 밖에 지나가는 새를 위해 과일을 놓아두는 사람이고, 자신의 애인을 파멸로 이끌었던 종교에서 선교사가 찾아와도 좋은 말을 건네는 사람이다.
스스로의 병원비를 아껴서 딸에게 미래에 바로 설 수 있는 희망을 건네고, 자신을 욕하는 딸의 SNS 문장에서 촌철살인의 글쓰기 실력을 칭찬한다. 이것이 삶을 놓은 사람이 보일 수 있는 태도인 것일까?
찰리의 고단했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끝이 그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조금 아쉬운 지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선택 역시도 큰 슬픔이 그를 덮친 것일 뿐 오로지 그의 탓이라 하기는 힘들다.
찰리는 이런 결정을 유일하게 도와주는 인물이 있는데, 하지만 이를 아는 보호자이자 전담 간호사이며 떠난 애인의 동생이던 리즈이다.
리즈는 다른 인물들과 좀 다른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떠나간 찰리의 애인이 리즈의 오빠이고 찰리와 함게 고통을 겪은 인물이다. 그 때문인지 리즈는 찰리를 가족처럼 돌봐주면서도 그가 폭식을 일삼는 것을 말리지 못한다. 아마 찰리가 긍정적임에도 삶을 떠나기로 한 것처럼 리즈 역시 살아가는 마음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찰리의 죽음을 암시하며 끝나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떠오른 인물은 리즈였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본다면 찰리가 영화 내내 잠겨있던 절망은 끝나지 않았다. 같은 절망을 겪은 리즈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찰리를 돌봐야 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영화가 끝나서 이후 그녀의 삶은 알 수 없지만 내심 그녀가 잘 견뎌주길 바라게 되는 결말이었다.
<더 웨일> 스틸 컷(리즈) [출처: 씨네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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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을 추적하던 앵커, 과거의 문제와 만나다!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심리 스릴러
?Rabbitgumi입니다!!
천우희 주연의 영화 앵커가 개봉했습니다.
스릴러 장르의 영화이고 한 모녀가 죽은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앵커의 이야기인데요.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사회의 문제점과 연결되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직장 여성으로서 겪거나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두려움이 반영된 영화입니다.
장르적인 힘이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고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던지는 메시지 만큼은 묵직한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구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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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소흑전기: 첫만남편> 메인 예고편
요정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상적인 세계가 열린다!
숲속의 집을 잃고 홀로 떠돌던 검은 고양이 요정 ‘소흑’은
도시 뒷골목에서 미스터리한 능력의 요정 ‘풍식’을 만나 위기를 모면한다.
‘풍식’의 무리와 버려진 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소흑’.
그러던 중 최강 능력의 집행자 ‘무한’이 ‘풍식’을 쫓아 섬에 오자
‘풍식’ 일행은 달아나고, ‘소흑’만 남게 된다.
홀로 남은 ‘소흑’을 요정들의 회관으로 데려가려는 ‘무한’과
‘무한’을 무서운 인간이라 여겨 도망치려는 ‘소흑’.
둘은 여정 속에서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무한’은 ‘소흑’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요정들이 공격받는 의문의 사건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엄청난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소흑’과 ‘무한’의 앞을 막아서는데…
함께하면 두려울 것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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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스파이> 메인 예고편
전운이 감도는 1960년 냉전시대, 소련 군사정보국 ‘올레그 대령’은
정부의 눈을 피해 핵전쟁 위기를 막을 중대 기밀을 CIA에 전하고자 한다.
CIA는 MI6와 협력하여 소련의 기밀 문서를 입수하기 위해
영국 사업가 ‘그레빌 윈’을 스파이로 고용해 잠입에 성공한다.
정체를 감춘 채 런던과 모스크바를 오가는 ‘그레빌 윈’과 ‘올레그 대령’의
은밀하고 위험한 관계가 계속될수록 KGB의 의심은 커져가는데...
가장 평범한 사람의 가장 위대한 첩보 실화
때론, 한 사람의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