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2-25 22:06:13
낯선 오늘을 미망하는 시선
영화 <미망> 리뷰
미망 (Mimang, 2024)
낯선 오늘을 미망하는 시선
개봉일 : 2024.11.20.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멜로,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 92분
감독 : 김태양
출연 : 이명하, 하성국, 박봉준, 백승진, 정수지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종로 길거리. 한 남자가 통화를 하며 길을 찾고 있다. 그는 자신이 서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가다 보면 알겠지”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그의 말대로 그가 아는 길이 나타난다.
영화 <미망>은 이 남자와 같은 태도로 정처 없이 걷고 걷고, 또 걷는다. 변화하는 길과 시간 위를. 걸을수록 낯선 길은 익숙한 길로 변하고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은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다. 참으로 멜랑꼴리한 경험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특히 도시, 서울은 정말 쉴 틈 없이 변화를 반복한다. 정신 차려보면 무언가 사라져 있고 익숙해졌다 싶으면 낯선 무언가가 생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수많은 것들이 과거로 빨려 들어가지만 나는 과거로 갈 수 없기에 그것들을 잊은 채 낯선 오늘을 살아간다.
가끔은 이 낯선 오늘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오늘 하루 난 뭘 했지? 오늘 하루가, 오늘 있었던 만남이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지?. 그저 시곗바늘을 따라 똑같은 자리를 달린 기분. 이런 찜찜함을 안고 잠들었던 밤이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미망>은 나의 이러한 의구심과 찜찜함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똑같은 자리를 달린 게 아니라는걸, 지금의 내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나를 잡아줄 변치 않는 무언가가 있다면 미래의 나도 길을 잃지 않을 거라는 걸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든다.
과거 연인이었던 남자와 여자는 길 위에서 재회한다. 어딘가 낯설어진 길과 과거 연인의 모습. 이 길이 맞나, 지금 내가 말 걸려는 사람이 그 사람이 맞나. 두 사람은 반신반의 상태로 그 길을 걷지만 여전한 남자의 걸음걸이, 어제 일처럼 생생한 추억 같은 그대로 남아있는 익숙한 것들을 찾아낸다.
두 사람이 다시 각자의 길을 가면서 잠깐의 만남은 다시 과거가 되고 그 위로 현재의 새로운 만남이 덧씌워지지만 남자는 한 가지를 깨닫는다. 오늘 나는 12시부터 12시. 같은 자리로 돌아온 시계가 아닌 어제와 다른 나로서 하루를 살아냈다는 것을.
남자와 여자는 과거를 미망(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다) 하며 낯선 길 위를 미망(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한다. 그러다 작은 익숙함과 재회하고 자신의 발자취를 미망(멀리 넓게 바라봄) 한다. 마지막 미망은 잠깐의 위로를 주고 그들은 다시 각자의 낯선 길로 발을 돌린다. 미망과 미망과 미망. 낯섦과 익숙함, 인연의 과거와 현재. 이 단어들의 조합은 우리의 인생을 표현하기에 한치 부족함이 없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길이 바뀌고 사랑이 지나가고 서울 극장이 사라지고 친구가 죽는다. 남자와 여자의 마음은 아직 과거에, 서울 극장에, 또 떠난 친구에게 머물고 있는데 변화는 너무 빠르게 일어난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길을 헤맨다. 그리고 다시 만난다.
동상 하나에도 얽힌 이야기가 수십 개인데 인연에 얽힌 이야기는 얼마나 많을까. 남자와 여자. 그리고 친구는 추억을 떠올리며 지나간 과거와 새로운 현재를 다시 체감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과정이 그렇게 서글프기만 한 건 아니란 거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간에 담긴 추억과 감정들은 오래도록 남는다. 모든 게 변한 길거리의 구석, 좁은 골목 한 편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소우처럼 일부는 유실됐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오래된 영화 <미망인>의 필름처럼. 도시가 변하고 극장이 사라지고 남자가 화가가 되고 친구가 택시 운전사가 되고 또 여자가 엄마가 되어도 지난 추억과 감정은 마음속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있다.
여자의 새 연인은 매번 길을 헤맨다는 여자에게 ‘자세히 보면 변치 않는 것들이 있으니 그것을 보고 길을 찾으면 된다’고 말한다. 언제나 길 한편을 지키며 보행자들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무언가처럼 변치 않은 추억과 인연은 우리의 인생의 길을 잃고 헤맬 때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오늘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어 내 마음속 변치 않는 무언가로 남을지 모르니 실망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며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낯선 길 위에서 여자와 재회했던 남자는 새 연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12시에서 12시. 똑 같은 거 같아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네요.”.
낯설고 허탈한 오늘의 끝에서 <미망>을 만난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12시에서 12시를 지나온 건 어제와 같지만 오늘의 나는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고.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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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A 루키 마이클 조던을 잡아라!
오늘은 요즘 극장가에 정말 볼게 없는데?!
제가 참 좋아하는 장르가 나와서 호다닥!! 보고 왔어요
저는 영화중에서 실화, 시대극 을 참 좋아하는데!
(이런류는 정말 띵작이 많아서!?)
개봉 하자마자 바로 달려가서 보고 왔어요~
영화 에어는 나이키가 NBA에서 떠오르는 루키 마이클 조던을 잡기 위해
나이키의 모든것을 걸면서 만년 꼴지의 나이키가 지금의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누구나 다 아는 영화 에어 결말과 쿠키까지 싹! 살펴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실화, 시대극
감독 : 벤 애플렉
각본 : 알렉스 콘베리
출연진 : 맷 데이먼, 벤 애플렉, 제이슨 베이트먼
개봉일 : 2023년 04년 05일
평점 : 8.16
기획 의도
세기의 아이콘을 만든 그들의 실화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이상의 이야기
1984년, 업계 꼴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이키는
브랜드의 간판이 되어 줄 새로운 모델을 찾는다.
나이키의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는
NBA의 떠오르는 루키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시장을 장악한 컨버스와 아디다스가 그와의
계약을 노리는 상황 나이키 팀은 조던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누구에게나 점프하는 순간이 온다!
여담
해외에서는 평론가와 관객들 모두 호평이며,
토마토 지수가 90%에 달성하는 점수를 보여주고 있다.
(띵작이라는 거죠!!!!)
영화 에어의 주인공은 마이클 조던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나오는 마이클 조던은 극중 큰 중을 차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던 없는 조던 영화'라는 평이 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에어 결말을 살펴보자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 영입에 성공하며 지금까지 영광의 시대를 누리고 있다.
영화 에어의 쿠키는 없지만
왜 나이키 에어가 나올 수 있었는지, 조던 에어 마크가 어떻게 하다 만들어졌는지
나이키의 역사를 2시간 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였다.
최근 슬램덩크의 인기로 많은 이들에게 농구를 재각인 하면서 열풍인데
농구를 좋아하고, 마이클 조던을 알고, 나이키 제품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보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에어 였습니다!
한줄평 : 에어 조던 가지고 싶다... 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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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소년, 혜성의 꼬리를 잡다
감독: 제이크 밴 왜거너
출연: Emma TREMBLAY, Jacob BUSTER
시놉시스: 여고생인 잇치는 부모님과 함께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하게 된 후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잇치는 학교에 우주복을 입고 다니는 괴짜 남학생 캘빈을 알게 되고, 뉴욕에 갈 수 있는 학생 저널리즘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캘빈의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 그의 괴상한 계획에 동참한다. 캘빈은 사실 제스퍼 혜성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십여년 전 제스퍼 혜성이 왔을 때 그의 부모님이 ‘외계인에게 납치됐기’ 때문이다. 긴 제목만큼이나 발랄한 기운으로 가득 찬 이 영화는 트라우마를 안고 성장한 십대가 마침내 받아들이게 되는 아픈 현실과 외계인에 대한 판타지 모두를 끌어안는다.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를 연상시키는 판타스틱한 첫 장면부터 알콩달콩한 십대 소년 소녀들의 좌충우돌 모험기까지, 틴에이지 무비의 정석을 따라가는 동시에 미국적인 낙관주의로 가득한 작품. (최은영)
바야흐로 우주시대가 펼쳐졌다지만 우주선이 정말로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가 든다. 우주선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우주'선이 되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어머니 행성의 끈질긴 만류를 뿌리쳐야만 한다는 소리다. 그래야만 궤도를 벗어나 진짜 우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우주선만의 사정이 아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려면 기존에 자신이 머물던 곳(세상, 관념,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그 유명한 <데미안>의 글귀처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하기 때문이다.
사람 역시 그렇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세계를 깨부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춘기에 불어 닥치는 폭풍은 그 중 가장 보편적인 '알 깨기' 통과 의례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도 바로 이러한 시기를 거치는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 도시 소녀, 우주 소년을 만나다.
평생 도시에 살 것만 같던 잇지는 어느날 갑자기 시골 한복판의 다 쓰러져 가는 마을로 이사간다. 그가 공들여 가꿔 놓은 삶의 일부는 도시에 남겨두고 온 것만 같고, 기자가 되겠다는 꿈도 그로부터 몇 마일은 멀어진 것만 같다. 곁에 있는 거라곤 모험기에 심취한 성가신 동생과 과할 정도로 금슬이 좋은 부모님과 다 무너져가는 집 뿐. 아, 그는 정말이지 돌아가고 싶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잇지는 도시로 돌아갈 기회를 찾는다. 그것은 바로 그가 사는 마을에서 가장 '기묘한 대상'을 취재해 '저널리즘 대회'에 공모하는 것. 너무나 도시로 가고팠던 잇지는 학생 신문사 편집장인 헤더의 조언에 따라 학교에서 가장 이상한 괴짜, 캘빈 케플러에게 접근한다.
2. 소년, 혜성을 쫒다
외계인이 자신의 부모를 납치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캘빈은 언제든지 부모님과 함께 우주로 떠날 수 있게 우주복을 입는다. 홀로 사는 그의 집은 우주기지가 된 지 오래고, 기지의 벽에는 혜성과 별 사진들이 빼곡하다. 한편에 줄지어 놓인 컴퓨터 모니터에는 우주의 신호를 탐지하는 곡선이 넘실거린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하늘로, 하늘로 향해 있다. 언젠가 부모님이 제스퍼 혜성을 따라 돌아오는 날만을 기다리며, 사람들이 아무리 그를 괴짜라고 무시하고 폄하한다고 해도.
잇지는 이런 저런 모험과 사건을 함께하면서 캘빈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의 순수한 열정과 재능, 그리고 부모가 떠난 후 홀로 남겨진 소년이 이토록 우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사연까지. 피차 페블폴즈에 발붙이지 못하고 방황하던 잇지가 그의 가장 친밀한 이해자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별과 우주와 혜성에 대해 논하는 사이 두 사람의 사이는 아주 긴밀해진다.
3. 알을 깨고 나오기
꿈과 낭만은 언제나 지독한 현실의 방해를 받는 법이다. 잇지는 캘빈에게 그의 '잠입 취재' 사실을 들키고, 캘빈은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의 믿음 혹은 기대와는 미국 어느 한편에 살아 있었으며 그 자신의 꿈과 삶을 위해 아들을 버리고 떠나갔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인생 최대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두 사람은 각자의 사정으로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 대한 진심과 꿈에 대한 열의로 다시금 일어서고, 마침내 제스퍼 혜성을 찾는다. 그리고 캘빈이 그토록 그리던 아버지도! 그리고 캘빈은 비로소 그를 10년 넘게 족쇄처럼 잡아두었던 '혜성'과 '잃어 버린 부모님'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스스로의 삶 살아나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청소년 성장 서사를 다룬다. 잇지와 캘빈은 서로를 마주함으로써 자신이 기존에 고수하던 세계(그러니까,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잇지'와 '캘빈'이라는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잇지는 캘빈을 통해 페블폴즈에서의 삶의 즐거움을 깨달았고, 캘빈은 잇지와의 여러 사건들을 통해 부모님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한 홀로서기를 한다. 마침내 그들이 그들만의 로켓을 궤도 밖으로 쏘아 올린 것이다.
SF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유쾌하고도 독특한 소녀, 소년들의 성장기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가끔은 우주적인 상상과 몽상에 빠져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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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들 <레이디 버드>, <프란시스 하>
떠나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들
프란시스와 레이디 버드
처음으로 <프란시스 하>를 본 건 입시 준비를 하던 여름이었다. 계속 이곳저곳을 방황하는 프란시스를 보는 게 정말 힘들었다. 같은 해, <레이디 버드>를 본 후에는 영화 말미에 대학에 들어가는 레이디 버드가 참 부러웠다. 수능 성적이 좋은 것도, 방과 후에 연극을 하고, 줄리와 대니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전부 대단해 보였다. 스물 한 살이 되어 당시에 느꼈던 무력감과 긴장감에서 한 발짝 물러나고, 새로운 고민이 생긴 후 두 작품을 다시 봤을 때 비로소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레이디 버드가 새크라멘토를 그리워하듯, 프란시스가 방황하던 시간을 지나 ‘자기만의 방’을 찾듯 그레타 거윅이 그린 성장은 단순히 귀감이 되기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지나온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We were in one parking lot and we went to another parking lot.”
‘레이디 버드’는 고등학생인 크리스틴이 자신에게 직접 붙인 이름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크리스틴이라고 부르면 반드시 고쳐 부르게 하고, 명단에 쓰인 이름은 새로 쓴 후 밑줄까지 그어 둔다. 반듯하게 인쇄된 글자 아래 적힌 손글씨는 어디서든 ‘개인’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레이디 버드를 소개하는 듯하다. <레이디 버드>는 수십 벌의 예쁜 의상과 함께 밝은 미래를 노래하는 ‘하이틴’ 영화에서 벗어나 그 이미지를 보고 자란 소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깊이가 각기 다른 수많은 고민, 견뎌내야만 하는 상황, 결코 설명하지 못할 결정들, <레이디 버드>가 주인공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모녀의 이야기라는 점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관객에게도 호소력을 지닌다.
그레타 거윅이 공동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프란시스 하>는 꼭 <레이디 버드>의 다음 이야기처럼 보인다. 프란시스는 여러 모로 불안정하다. 현대무용가가 되고 싶어하고, 뉴욕에 살며, 함께 살던 친구가 떠나며 갈 곳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어진다. 영화는 색조차 빼앗아 가며 복잡한 감정과 걱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레이디 버드처럼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원동력을 절실히 원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프란시스가 자신의 이름을 줄여 쓰지 않고 반 접어 우편함에 끼워 넣은 것처럼, <프란시스 하>는 때때로 한 발자국 물러나거나 타협하는 것이 결코 최악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말해준다. 화려한 스토리와 미장센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프란시스 하>는 불완전한 삶과 끝나지 않은 성장으로 위로를 준다.
레이디 버드는 “우리 주차장에서 출발했는데 또 다른 주차장에 왔네.”라고 말한다. 주차장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출발해야 하는 장소이다. 스치듯 읊조린 대사지만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 하>의 정서를 모두 설명하는 것만 같다. 두 작품은 떠난 후에야 사랑하게 되는 것들, 다시 말해 과거의 경험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성장을 담았기에 특별하다.
그레타 거윅이 그린 여성의 성장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 하>가 유독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두 이야기를 충분히 내면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 프란시스와는 공통점보다 다른 점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집에서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적도 없고 무대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며, 태어난 연도와 사용하는 언어조차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에서 위로를 받거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나를 위한 영화다’라고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레타 거윅의 캐릭터들이 여성으로 살아온 경험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정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는 섹슈얼한 관계를 쟁취하지 않는다. 단지 자연스러운 욕망과 꼬이고 풀어지는 관계들, 보편적이고 사소한 고민을 보여준다. 현실적이고 솔직한 모녀 관계와 친구 관계 또한 위와 같은 감상에 큰 영향을 준다.
<굿 윌 헌팅>, <죽은 시인의 사회>, <길버트 그레이프>, <바스켓볼 다이어리> 등은 모두 다양한 감상과 감동을 주는 훌륭한 작품들이지만, 영화와 소통하고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자라면서 수도 없이 돌려 본 <금발이 너무해>, <클루리스>, <하이 스쿨 뮤지컬> 같은 작품들은 여성 제작자의 손을 거치거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것임에도 아름다우면서 유능한 캐릭터를 모델로 제시한다. 이러한 영화들을 수없이 본 경험 이후에 그레타 거윅이 참여한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 여성 제작자로서 그레타 거윅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이야기와 연출이 좋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나 다른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내면화하고, 다시 새로운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개인의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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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 비율로 만든 커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최동수(조현철) 대리가 커피 원두 1, 프림 1, 설탕 1 비율로 먹는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마치 최동수 대리가 타 먹는 커피처럼 공평한 비율로 만들어진 영화 같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커피 원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커피 원두 역할을 맡은 부분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각색하여 만들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대기업이 운영했던 영어 토익반 시스템과 1991년 발생한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뿐만 아니라 당시 고졸 학력, 여성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차별을 겪었던 일들과 시대 배경을 재연한 연출을 영화가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커피 원두는 맛이 씁쓸하지만, 향은 은은하며 커피에 없으면 안 되는 재료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역시 배경은 당시 시대 사회의 편견에 대한 잘못을 보며 느끼는 씁쓸함과 90년대 옛 향기를 맡게 해 준다. 설탕 설탕 역할은 캐릭터다.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이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점과 그녀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무거운 사회 비판을 가볍고, 통통 튀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삼진그룹에 등장하는 여러 남성 직원들도 초반에 권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성격을 취했으나 최동수(조현철)를 시작으로 후반에 빌리 박(데이비드 맥기니스)이 추진하는 계획을 막기 위해 도와주는 모습들이 등장하며 학력, 성별에 대한 차별이라는 초반에 느껴진 좁은 시야에서 그들 역시 메인 캐릭터들과 다를 바 없는 피지배층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점차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대립구도로 확장되는 시야로 변한다. 이를 통해 이자영, 정유나, 심보람이 개성이나 주연이라는 점에서 각설탕이라면, 삼진그룹 직원들은 뚜렷한 개성은 비치지 않지만 이들도 똑같이 기업이 저지른 잘못에 불만을 품고,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가 그녀들과 같기에 가루 설탕 같은 존재들이다. 프림 프림은 커피에 넣는 크림(cream)이다. 쉽게 말해 커피를 더 맛있고 풍미 있게 만들어주는 재료다. 하지만 프림은 지방이므로 칼로리가 높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프림 역할은 아마 빌리 박과 이자영, 정유나, 심보람이 필두로 있는 여성 직원들의 설득 장면일 것이다. 사회에 억압받았던 주인공들과 직원들이 통쾌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이 장면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동시에 사건 해결 과정을 과장되게 연출한다. 주인공들 성격과 사회 비판 설정에 어울리는 클라이맥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절정이 과도하다고 느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커피의 맛을 살려준다. 다만, 1.3이 들어간 프림 같다. (반내림하면 1)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신롬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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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의 복잡성과 사랑 메타포
변화와 혼돈이 공존하던 1990년대 홍콩.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홍콩 사회는 불안과기대로 뒤덮인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문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동시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홍콩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개인은 점점 더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다. 좁은공간, 빽빽한 건물들, 붐비는 거리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가까이 있음에도 심리적으로는 단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홍콩의 빠르게 변화하던 도시는 동서양의 문화가혼재되어 나타났다. 할리우드 영화, 팝 음악, 패스트푸드 등 서구 문화는 홍콩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점점 깊숙이 스며들었고, 동시에 광둥어 문화와 생활상 등 중국적 정서를 지닌 홍콩 문화가 공존하면서 홍콩의 전반적인 영화, 음악,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 왕가위의<중경삼림>(重慶森林, 1994)은 당시 홍콩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가장 감각적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영화로서, 단순한 멜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시대의 초상화와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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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은 두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 옴니버스 방식의 영화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하지무(경찰 223)와 금발 가발 마약밀매상사이의 이야기, 두 번째는 경찰 663과 페이의 이야기이다. 이 두 에피소드는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두 에피소드는사랑과 고독, 그리고 잃어버린 관계에 관한 공통된 주제를 공유한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경찰 223은 이별의 아픔을 감자 통조림을 모으는 방식으로 견뎌내고, 두 번째 에피소드의 경찰 663은 과거 연인을 떠올리며 일상 속에서그녀의 흔적을 찾는다.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실을 극복하려 하며, 이는 사랑의 유한성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감정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동일한시간 배경을 공유하며 두 이야기를 연결한다. 경찰 223이방문하던 음식점은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페이가 일하는 장소로 등장하고, 그는 경찰 663과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 또한 경찰 223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이때 경찰 223이 페이와 부딪히면서 시작한다. 경찰 663 또한 이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인물들이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교차점 있는 설정을 통해 영화는 하나의 연속된 흐름을형성하며, 인물들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지만, 홍콩이라는거대한 도시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며 존재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두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이별과새로운 만남, 외로움과 치유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서로 다른 사랑의 형태를 조명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모두 비슷한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하나의 통합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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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에서 색채와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서 작용한다. 영화는 어두운 푸른 색과 하지무(경찰 223)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과 스쳐지나가지만,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는 것. 이는 도시의고독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지만, 정작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타인에 대해 알 기회는 점점사라져 가고,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부족한 현재는 단절된 개인이 만연한다. 영화는 내레이션 한 줄과 색채 만으로 이 영화의 주제를 암시한다. 당시홍콩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현대인들은 빠른 생활의 속도 속에서 개인의 삶이 강조되고 이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당연하게도 타인과 단절된 채 감정과맥락이 배제된 사회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갔을 것이다. 또한 어두운 푸른 색은 일시적으로 영화의관객들에게 다음 색체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한다. 관객이 영화의 분위기에 몰입하도록 도우면서, 한 순간에 차가운 감정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는 붉은 색과 푸른 색의 반복적인 사용으로서 답을 제공한다. 두 색은 선명한 대조와 빠른 편집 방식으로 훨씬 속도를 얻으며, 이전의색채와 밝고 강렬하게 대비되어 더 큰 시각적 효과를 준다. 특히 푸른 색으로 가득 찬 화면에서 인물에게비추어지는 붉은 색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경찰 223이 5월 1일이 되고 아미에게 전화하지만 낯선 남성이 대신 받는 장면과그가 마지막 통조림을 꺼내 먹는 장면에서 그에게 비추어지는 붉은색은 그가 느끼는 좌절감과 외로움을 보여준다. 여기서그는 사랑의 유통기한을 깨닫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존재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색채 대비의효과는 경찰 663과 페이에게서도 나타난다. 페이가 떠나간후 경찰 663은 푸른 색 속에서 고독하고 감정적으로 닫혀 있는 반면,페이는 비가 내리는 붉은 조명 아래에서 캘리포니아로 떠났다가 돌아오면서 훨씬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붉은 색과 푸른 색은 인물의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열정과냉정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노란 색은 붉은 색, 푸른색과 달리 단일하게 나타난다. 이는 금발 가발 여인이 인도인들을 잃어버린 후 바에 갔을 때나 그들을찾아 헤맬 때 볼 수 있다. 여기서 노란 색은 인물의 내면적 불안을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경찰 223의 파인애플 통조림에서도 볼 수 있다. 유효기한이 얼마 남지 않는 노란 색의 파인애플 통조림은 지난 사랑에 집착하는 그의 심리를 반영하면서 불안뿐만아니라 그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노란 색은 더 긍정적인 감정을 상징한다. 노란 가게 조명 아래에서 일하는 페이의 활기차고 밝은 성격은 이 색을 통해 부각되며, 그녀가 경찰 663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면서 노란 색은 더욱 진해지고의미 또한 극대화된다. 페이가 입고 있는 노란 색 옷과, 그녀가경찰 663의 아파트를 몰래 정리하면서 행복해하는 장면은 단순히 밝은 성격을 넘어 그녀가 순수한 사랑의설렘과 함께 희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중경삼림>에서 색채는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인물의 감정을 반영하고 감독이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색채를 통해 관객들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세밀하게 이해하고, 그들의 내면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중경삼림>에서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촬영 기법은 주인공의 외로움과 고립된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슬로우 셔터와 클로즈 쇼트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주변에 잔상을 남기고 인물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반대로 먼 거리에서 촬영하면서 분주한 도시 속 그들의 고독한 모습을 포착한다.적절한 숏의 변화는 그들의 연결감을 강조한다. 경찰223이 화려한 네온사인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달릴 때 오로지 그만 뚜렷하게 포착되고, 주변인들은전부 잔상으로 흐릿하게 보인다. 이는 금발 가발의 여인이 거리에서 걸을 때에도 동일하게 보여지는 방식이다. 특히 각도나 높이를 빈번하게 변화시키면서 관객에게 다양한 시점을 제공한다. 경찰 223이나 금발 가발의 여인이 달리는 모습에서 카메라가 빠르게 이동하거나 회전하는 장면은 도시의 분주함과 긴박함을강조하며, 인물의 심리적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중경삼림>에서 왕가위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은 스토리텔링, 강력한이미지, California Dreamin’ 과 같은 음악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시각적, 청각적 만족을 선사하며, 각 에피소드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더욱더 사랑받도록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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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을 보았던 이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 이 영화의 매력은그 누구도 형언할 수 없는 독특한 사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여느 영화와 달리 이미틀어져버린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 경찰 223과 663 모두 이별이라는 아픔을 겪은 인물들이며 상대방을 잊지 못해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먹고, 흔적을 정리하지 못하는 등 각자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깨져버린 사랑은 사랑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유한하고 불안한 것, 그래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것에 기대하고집착하게 하는 것이라는 관객들이 인물들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러한 사랑이라는이름으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행동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고 매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이미 실패한 사랑을 경험한 상태에서 주인공들은 상처를 극복하며, 외로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줄수 있고, 이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모습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중경삼림>에서 각 인물들의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고 복합하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5월 1일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5월 1일은 경찰 223의생일이자, 여자친구인 아미와 헤어진 지 30일이 되는 날이다. 경찰 223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통해 전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5월 1일까지 회상하며, 시간이지나도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에 대한 감정을 계속 간직한다. 그럼에도유효기간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처럼, 결국 그의 사랑은 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5월 1일이 되자 모든 통조림을 먹어 치우며 과거를 정리하려고 한다. 여기서, 그는 과거에 머물러 있음에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페이의 사랑은 <중경삼림>에서 가장 돋보였던 사랑 방식이다. 그녀의 사랑 방식은 매우독특하고 복잡하다. 경찰 663은 스튜어디스 여자친구에게실연을 당하고 그녀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그리움에 시달리는 반면, 페이는 호감을 가지게 된 경찰 663으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페이는 경찰 663의 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의 전 여자친구의 물건을 몰래 자기의 것으로 바꾸고 경찰 663은 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간다.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사랑 방식은 캘리포니아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 캘리포니아에 다녀와 스튜어디스가 되고, 경찰 663은 1년간 그녀를 기다리면서 끝내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들의 독특한 사랑 방식은 도시 속 개인의 삶의 방식이모두 다양한 것처럼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다양한 물음표를 던지도록 한다. 경찰 223의 사랑은 좀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처럼 통조림과 함께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5월 1일이 지난 후 한 순간에 금발 가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여기서 사랑의 아픔은 정말 예기치 못한 사랑으로 덮이고 더욱더 무한한 사랑을 갈망하게 된다. 통조림의 유통기한처럼 사랑의 유통기한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경찰 223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사랑의 유통기한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며, 끝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페이의 사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순수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열망과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과사랑을 위해 상대방에게 강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작은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특히, 경찰 663의취향과 습관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물들이고자 하는데, 이는 그녀의 사랑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있게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집착과 같은 그녀의 극단적인 행동은 사랑이 얼마나 강렬하고 복잡한지를 알려준다.
결국, <중경삼림>은 사랑의 복잡성과 다양한 형태를 탐구하며, 인물들이 겪는 내적갈등과 갈망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각 인물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적 복잡성을 드러내고,이는 우리가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한정되지 않고, 홍콩 도시라는 배경 속에서 서로 얽혀 있는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더욱 복잡해진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결국 사랑이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사랑에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더라도, 그 안에서 감정의 깊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끝없는 갈등과대립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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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씽2게더 (2021)
** 본 리뷰는 <씽2게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씽2게더 (2021)
감독: 가스 제닝스
출연: 매튜 맥커니히, 리즈 위더스푼, 스칼렛 요한슨, 테런 에저튼, 할시, 보노 등
장르: 애니메이션, 뮤지컬, 코미디
러닝타임: 110분
개봉일: 2022.01.05
우리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1편에서 무사히 극장을 살리는데 성공한 '문(매튜 맥커니히)'은 뛰어난 가창력의 '미나(토리 켈리)'와 '조니(테런 에저튼)'을 데리고 뮤지컬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이 진행하는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전석 매진이 될 정도로 나름 지역구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대형 연예기획사 '크리스탈'의 스카우터 '수키'로부터 예상치 못한 혹평을 받으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스스로의 재능에 확신을 갖고 대담해지라는 할머니의 조언에 자극을 받아 '미나'와 '조니', 그리고 '로지타(리즈 위더스푼)', '군터', '애쉬(스칼렛 요한슨)'를 모두 불러모아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 크리스탈 엔터테인먼트에 잠입한다.
크리스탈 엔터테인먼트의 악명 높은 수장 '지미 크리스탈'은 참가자들을 모두 광탈시키던 와중 '군터'의 SF 뮤지컬 아이디어에 큰 관심을 보이며 '문'의 팀이 레드 쇼어 시티에서 공연할 것을 허락한다. 대신 자취를 감춘 왕년의 로커 '클레이 칼로웨이(보노)'를 출연시키라는 강력한 지시와 함께. '버스터 문'은 '군터'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극본을 완성해 나가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번번이 발생하며 공연을 열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과연 '문'은 '지미'로부터 무사히 그들의 공연을 지켜낼 수 있을까..?
캐릭터보다는 뮤지컬 넘버에 주력
도시로 공간적 배경을 옮기고, 대형 엔터테인먼트가 소재로 등장한만큼 1편에 비해 전반적인 스케일이 커졌다. 초라한 길가의 극장에서 공연을 펼쳤던 지난 시즌과 달리 대형 극장에서 수많은 장치들과 무대 장식들을 갖춘 SF 뮤지컬을 핵심 플롯으로 택하며 굉장히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후반부 공연의 클라이막스 장면들은 공연이 아닌 판타지에 가까운 이미지들을 동원하며 각종 특수효과를 활용한 대형 콘서트장의 분위기를 방불케한다.
반면 스케일이 커지고 등장인물의 수가 증가함으로써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캐릭터들이 가진 매력의 깊이는 얕아졌다. 1편의 경우, 소심한 성격 탓에 무대공포증이 있던 '미나'의 서사를 중심으로 주요 캐릭터에게 개별적인 스토리를 부여하여 후반부의 음악을 통한 극적 효과로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2편은 그러한 개개인의 서사가 배제된 채 공연을 준비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만이 전부인 듯 스토리가 흘러가 캐릭터들의 성격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스케일이 커지고, 음악이 가져다주는 파워는 더욱 강력해졌다는 건 분명 긍정할 만한 부분이나 1편의 강점이었던 캐릭터성이 미약해진 점은 아쉽다.
모든 약점도 압도하는 음악의 힘
<씽> 시리즈가 가장 잘하는 것은 바로 유명한 팝 음악의 활용이다. <씽1>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팝송들을 사운드트랙으로 활용했듯 <씽2게더>에서도 어김없이 수십 가지의 익숙한 노래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엘리베이터 신에서 절묘하게 등장한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나 이번 시즌에 처음 등장한 '포르샤'의 성우로 참여한 '할시'의 목소리를 각인시켜준 '알리샤 키스'의 'Girls On Fire'는 잠깐 등장했을 뿐인데도 임팩트가 컸다.
절정은 후반부 공연 장면에서 펼쳐진다. 15년간 자취를 감추었던 록스타 '클레이 칼로웨이'의 목소리를 연기한 '보노',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이 함께 듀엣으로 부른 'U2'의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는 꽤나 감동적이기도 하다. 동물 캐릭터로 귀엽게 그려지긴 했지만, 음악을 애써 지우고 살았던 과거의 스타와 그에게 영향을 받아 꿈을 키웠던 젊은 뮤지션의 세대 간 화합을 통해 연출한 아름다운 피날레였다. 황홀한 우주 세트장을 배경으로 20분 가량 펼쳐진 뮤지컬 신은 미약한 캐릭터성, 탄탄하지 못한 서사 등 극이 가진 단점을 단번에 압도한다. 그야말로 모든 약점을 초월하는 음악의 힘이 발현된달까.
현실보다는 낭만적인 꿈을 택하다
캐릭터의 서사가 부족해진 점은 아쉽지만, '버스터 문'이라는 인물을 통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어떠한 시각에서 보면 그는 굉장히 무모하고 현실감각이 떨어진 인물처럼 비춰진다. 낭만적인 꿈에 사로잡혀 주변 사람들을 궁지로 내몰기도 하고, 숱한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끝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뤄낸다. 그는 분명 마을에서 충분히 성공을 거둔 공연 기획자였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모험을 통한 더 큰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사실 현실 세계에서 불확실한 미래가 펼쳐져 있는 영역에 도전을 하고, 강압적인 권력에 맞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설령 주변에 그러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대개 주변인들로부터 무모하다거나 몽상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멋진 예술 작품이나 기발한 프로그램들은 모두 자신의 재능을 믿고 도전에 주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비롯된다. <씽2게더>는 그와 같은 사람들의 편에 서서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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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감 낮은 남자의 진정한 매력 찾기! with 계약 여친
얼마전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러브하드는 공개된 이후 큰 반응없이 사라진 영화에요.
특히나 한국에서는 아주 빠르게 사라져갔죠.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가족, 애인과 함께 보기에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아주 뻔한 이야기이지만 따뜻하고 꽤 유머러스하거든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제 리뷰를 보고 영화를 찾아봐주세요!
그리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한 해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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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뱅퀴시> 메인 예고편
단 하룻밤, 5번의 픽업을 완수하라!
국가 영웅이었던 전직 경찰국장은
도시를 장악한 5대 조직과 사건에 휘말린다.
그는 마약 운반책이었으나 손을 씻은 그녀의
딸을 볼모로 잡고 위험한 미션을 제안한다.
단 하룻밤, 5대 조직으로부터 5번의 픽업을 하라!
그녀의 킬러 본능이 폭발하고, 도시는 전쟁으로 치닫는데…
오늘 밤, 그녀의 분노가 폭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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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자마> 메인 예고편
18세기 말 스페인 식민지 남미의 한 벽지.
치안판사 자마는 스페인 국왕의 전근 발령을 초조하게 기다리지만 몇 년째 감감무소식이다.
“비쿠냐 포르토” 라는 도적떼에 대한 소문이 지역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는 가운데,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자마에게 유일한 도피처는 육체적 욕망을 탐닉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