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1-21 20:46:53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 리뷰
SYNOPSIS.
[성모의 죽음], [메두사], [성 마태오의 소명], [세례 요한의 참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카라바조’
살해 혐의로 도망자 신세가 된 '카라바조'는
로마 교외로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그림을 놓지 않는다
한편, 교황청은 그런 그의 사면 자격을 조사하기 위해
비밀리에 ‘그림자’를 파견해 뒤를 쫓는데…
POINT.
✔️ 카라바조를 아시나요? 바로크 회화 거장. 렘브란트, 루벤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이 영향을 받은 사람. 이전까지 없던 강렬한 화풍을 가진 독특한 화가의 세계로 안내하는 작품.
✔️ 카라바조 역할을 맡은 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의 든든한 존재감 뒤로, 이자벨 위페르 & 루이 가렐이 어마어마한 아우라를 뽐내는 작품. 둘 다 프랑스 배우라 그런지 더빙을 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이 둘을 캐스팅한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 만큼... 얼굴로 에너지를 다 드러냅니다.
✔️ 사랑과 예술이 함께하는 길. 종교로 대표된 권력에 맞서 인간적 에너지를 드러내는 카라바조 캐릭터의 매력을 볼 수 있어요.
✔️ 영화를 보고 나니, 마침 진행 중인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2025년 3월 27일)가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그가 5살쯤 되었을 때에 흑사병이 터졌다. 유럽 인구의 1/3 가량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병으로 혼란한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견습 생활을 거쳐 화가로 자라난다. 폭발적인 주목을 받은 엄청난 능력치, 다른 의미로 폭발적인... 술과 폭력과 염문으로 절여진 사생활로 숱하게 화제가 된다. 결국 말다툼이 번진 결투에서 살인죄를 저지르고, 로마를 벗어나 몰타로 도피했으나... 몰타에서도 문제를 일으켜 나폴리로 또 도피하게 된다. 도망길에서도 붓을 놓지 않으면서, 마치 당시 상황을 반영하듯 거칠고 어두운 화풍을 남긴다. 혹자는 피살되었다고도 하고 혹자는 풍토병이라고도 하는 모종의 이유로 사망한다.
여기까지가 카라바조라는 화가에 대해 알려진 개략적 사실이다.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가 흥미로운 지점은 이 사실들을 크게 비틀지 않으면서도, 카라바조라는 인물에게 전혀 다른 이미지를 덧입힌다는 점이다.
'까'와 '빠'를 다 미치게 만들어야 슈퍼스타라던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카라바조는 당대의 슈퍼스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등장인물 대다수가 그를 극도로 좋아하거나 혹은 극도로 싫어한다. 그리고 그 반응들을 보는 것은 꽤나 재미있다. 오늘날 여기저기서 쉽게 재현되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나와 거리감이 있는 시공간에서 익숙한 구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걸 보고 있자니 알 것 같다. 왜 나는 사랑-예술 사이에 인력이 있고, 사랑-권력 사이에 척력이 있다고 느끼며 살아왔는지를.

사랑과 예술의 대척점에, 권력
천상의 이야기와 지상의 비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던 시대. 성모 마리아 그림은 반드시 특정한 구도와 정물 등 계산된 방식대로만 그려져야 했고,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해서도 안되었다. 하물며 길거리의 매춘부를 모델로 하다니 당시의 '높으신 분들'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르고 봤을 때는 마음을 정돈하기에 도움이 되었던 성모화가, 모델이 매춘부임을 알고 나니 더없이 거슬리는 것이 되었다.
카라바조의 천재적 재능은 '천상의 이야기'를 지상에 전하기에 적합했지만, 그가 펼치는 예술의 방식은 신성모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를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그 조사관(루이 가렐)이 '그림자'처럼 어두운 데 몸을 두고, 카라바조의 '그림자'를 좇으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카라바조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모두가 각자의 증언을 하고, 카라바조의 삶은 모자이크화처럼 점점 우리에게 다가온다.

카라바조를 싫어하는 사람들 축에, 온갖 권력자들이 있다. 이들은 솔직할 수 없기에 뒤틀린다. 카라바조의 천재성을 인정하면서도 솔직하게 경탄할 수 없어, 권위를 내세운 말들로 그의 그림을 깎아내리는 아카데미의 화가들을 통해, 예술의 진실성이 빛을 잃는다. (그림 뿐 아니라 비평도 함께.)
마찬가지의 양상을 종교 지도자들도 보여준다. (종교) 권력의 속성을 체화해 보여주는 캐릭터, '그림자' 조사관을 맡은 루이 가렐은 직선적인 눈빛으로 위압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기다란 막대봉을 땅에 내리꽂으며, 사람들을 협박하다시피 강압적으로 상대의 이름을 묻고 정보를 뜯어낸다. 상대의 양쪽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속삭이는 루이 가렐의 모습은 (진짜 너무 잘생겼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악마적이다. 종교를 수호한다는 캐릭터가 가장 악마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렇게, 종교의 진실성 또한 빛을 잃는다.

권력은 막대봉처럼 오직 파괴적이고 직선적인 방식으로만 내리꽂힌다. 사실 예술가들처럼 당대의 종교인들 또한 카라바조에게 사랑을 보았고 내심 끌렸지만, 그들의 권력을 유지해온 모양과 다른 그 사랑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랑의 속성은 반-권력인가, 생각하다 문장을 바꿨다. 권력의 속성은 반-사랑이구나. 종교가 권력이 되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기서 본다. 권력을 탐하는 종교에 사랑이 머물 곳은 없다. 그 자리에선 예술도 거짓될 수밖에 없다.

살아 있기에 가능한, 예술
반대로 예술과 사랑이 빛나는 카라바조의 삶은 자동으로 반-권력적이 된다. 그의 예술은 상대의 눈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대가 매춘부든 사형수든, 그가 이름을 묻는 방식은 마치 존재를 알아봐 주는 듯한 모양이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을 직접 서술하게 한다. "당신 대역죄인이오?" 물어 상대가 아니라고 자기 서술을 할 수 있도록. 진정한 예술은 우리에게 1인칭 언어를 피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그의 질문들이 인상 깊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밤을 뜯기며 시달리던 창부는 카라바조 앞에서 혼곤한 잠에 들고, 두려움과 용기를 구분 못하겠다며 마지막 밤을 회피하던 사형수는 두려움을 인정하고 심지어 두려움을 넘어서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외친다. 카라바조는 사랑의 눈빛과 질문으로 상대의 정체성을 끌어내고, 거기서 본 얼굴을 그려낸다. 권력이 끌어낼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 끌어낸다. 예술가가 탄생하는 지점은 공교한 기술 이전에 시각의 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아직 천부인권이라는 말이 발명되기 전이었던 시대, 거리의 약자들은 철저하게 타자화되었다. 상처에 술을 부어주는 신부의 너털웃음, 그가 베푸는 음식과 약품 정도가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친절이었다. 여성이 성추행을 당해도, "만지게 두었다고" 즉결 심판으로 채찍질을 당하는 시대.
그곳에서 카라바조의 사랑은 홀로 빛난다. 비록 창부를 표현한 장면들이 다소 필요 이상으로 성적 대상화를 위한 대상화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와중에도, 카라바조의 사랑은 난봉이나 염문이라기보다 인류애로 느껴진다. 삶에 진심인 사람,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의 죽음이나 상처를 쉽게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설적으로 그럴 때 우리는 죽음을 준비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카라바조의 캐릭터에 부여해 드러낸다.
이는 카라바조를 경멸한 종교의 속성을 생각할 때 더욱 흥미롭다. 죽음 뒤의 부활로 죽음에 대한 승리를 선포하는 종교가 미세한 의심의 자국 하나도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오히려 믿음이 약한 모습을 볼 때, 진정한 사랑과 예술은 재갈에 물려 피를 흘리고 두려움을 인정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자리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오는 미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훗날 자신이 노벨문학상을 수상자가 될 사실을 모른 채, 연필로 꾹꾹 이 문장을 눌러 썼던 여덟 살 아이의 마음. 거기 고여 있는 것을,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다. 사랑이 없을 것 같지만 놓인 곳. 반대로 있어야 하지만 없는 곳. 그 구도를 소실점처럼 현실로 끌어와 본다. 그리고 묻는다.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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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가 강력했던 약한영웅 CLASS 1
※키노라이츠 인증회원으로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1화 ~ 3화까지만 감상하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시사회 이후 이어진 무대인사에 대한 리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한영웅 CLASS 1> 포스터 [출처: 웨이브 트위터]잘 살린 캐릭터가 드라마를 살린다
<약한영웅 CLASS 1>의 제작총괄을 맡은 한준희 감독님의 넷플릭스 흥행작 <D.P>의 감독님으로 <D.P>에서 작중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그렸던 실력에 걸맞게 <약한영웅 CLASS 1> 역시 주요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주인공 3인방인 연시은, 안수호, 오범석 3명의 인물은 각각 입체적으로 묘사됨과 동시에 클리셰적인 능력의 분배가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머리, 몸, 재력으로 대부분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능력을 하나씩 나눠가짐으로써 추후에 이들의 연계를 기대하게 만든다.
<약한영웅 CLASS 1> 캐릭터 포스터 [출처: 웨이브 트위터]각각의 캐릭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 박지훈 배우가 연기한 주인공 연시은은 공부에 집착하는 머리 좋은 캐릭터로 본인의 뛰어난 머리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고, 액션 역시 치밀한 계산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싸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최현욱 배우가 연기한 안수호는 전형적인 숨은 싸움 고수 느낌의 캐릭터로 밝고 해맑은 성격과 격투기를 했던 수준급의 싸움 실력으로 성격적으로는 연시은의 정반대 포지션을 싸움으로는 오범석의 정반대 포지션에 위치해 있는 캐릭터이다.
마지막으로 홍경 배우가 연기한 오범석은 3화까지는 많은 활약을 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은근한 조커 역할을 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는 설정으로 집에 돈이 많지만 그 외에 있어서는 약간의 고구마 역할을 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터라 조금은 걱정되는 캐릭터였다.
밀도 높게 채워진 조연의 향연
<약한영웅 CLASS 1> 캐릭터 포스터, 스틸컷 [출처: 웨이브 트위터]<약한영웅 CLASS 1>에는 감칠맛 나는 조연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D.P>에서 활약했던 신승호 배우와 이연 배우도 얼굴을 비춘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역할은 나철 배우가 맞은 김길수였다. 가출 팸의 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길수는 극 초반에 주인공 3인방에게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는 인물인데, 악역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는 게 오랜만인 것 같아서 신선했다.
제작사가 네이버 계열 웹드라마 기반의 회사이고 공개 채널도 OTT라서 그런지 주연부터 조연까지 대부분 최근에 새롭게 얼굴을 알리고 있는 배우들로 이루어졌지만, 다행히도 작품이 괜찮고 배우들의 연기가 수준급이라 서로 윈윈하게 된 케이스로 보인다.
<약한영웅 CLASS 1> 스틸컷 [출처: 웨이브 트위터]이 외에도 극 초반부에 주인공인 연시은의 주위를 맴돌면서 괴롭히다가 점차 전투력 측정기와 개그 캐릭터로 바뀌는 벽산고 일진 패거리도 있다. 이 중에서 김수겸 배우가 맡은 전영빈은 패거리의 우두머리 겸 일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드라마가 18세 판정을 받은 주요 요인 중에 하나는 아마도 초반부 이 양아치 학생들의 마약 씬과 관련 스토리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후반부를 보지 않아서 후반에는 더 자극적인 액션들이 난무할 수 있지만 초반부 기준으로는 잔인한 장면이나 선정적인 장면 등은 등장하지 않았다.
<약한영웅 CLASS 1> 스틸컷 [출처: 웨이브 트위터]그 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특별출연으로 등장했는데, 대표적으로 연시은 아버지 역할로 등장한 김성균과 옆동네에서는 재벌집 작은아버지로 활약 중이신 조한철 배우님이 오범석의 아버지인 국회의원으로 등장하셨다.
원작과 다르게 재구성한 캐릭터와 이야기
<약한영웅 CLASS 1>은 <네이버 웹툰 약한영웅>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원작을 보지 않고 드라마를 감상했고,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뒷 내용을 빨리 보기 위해 원작을 봤지만 원작과 드라마는 많은 각색이 이루어져 사실상 다른 작품이었다. 만약 원작에서 드라마 파트 부분이 궁금하다면 웹툰 26화 부분부터 37화를 보면 되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에서 유입돼서 원작을 보면 원작은 호불호가 조금 갈릴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 후반부를 보진 못했지만 SNS에서 일부 뒷부분 내용을 확인한 결과 원작과 유사하게 전개되는 부분도 있는듯하여 스포일러가 싫다면 드라마를 다 보고 원작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약한영웅 CLASS 1> 스틸컷 [출처: 웨이브 트위터]가장 매력적으로 각색된 캐릭터는 역시 안수호가 아닌가 싶다. 물론 신스틸러는 원작에 없었던 신승호 배우의 전석대와 이연 배우의 영이가 될 것 같지만 영이의 역할은 중반을 지나면서 드러나는 것으로 예상되어서 초반부 한정 안수호의 매력을 이기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안수호가 매력적인 이유는 대체로 무해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약간씩 어두운 면을 품고 있지만 안수호 캐릭터는 한없이 밝은 면모만큼은 원작과 드라마 모두 동일하게 톤이 유지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화끈한 액션과 친근하고 싹싹한 성격까지 더해지면서 조금은 무거워질 수 있는 극 분위기에 재미와 활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며 연시은의 액션은 통쾌함이 있다기보단 부족한 피지컬을 빠르고 과감한 상황판단으로 무마하면서 대체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잡아먹는 방식인 반면 안수호의 액션은 아주 정석적인 사이다 액션이다. 그래서 흔히 학원 액션물에서 기대했던 강력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부분까지 있어서 극을 따라가다 보면 애정이 많이 생기는 캐릭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약한영웅 CLASS 1> 무대인사 후기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 무대인사영상 상영 이후에 약 한 시간가량 무대인사가 진행되었고, 주요 출연진 4인방과 감독님, 한준희 크리에이터님이 참석하여 진행되었다. 대체로 작품을 촬영할 때 어떤 생각과 심경으로 임했는지 물어보는 인터뷰였다.
처음 보고 들었던 생각은 다들 앵글 속에서는 학생 티가 났는데 실물로 보니까 번쩍번쩍한 게 확실히 배우는 다르더라... 사실 인터뷰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인터뷰할 동안 서로 소곤거리거나 팬들에게 하트를 보내면서 잔망미를 뽐내던 배우들의 모습만 기억에 남았다.
하나 기억나는 건 극 중에서 오범석이 안수호에게 인스타 맞팔을 요청할까 말까 고민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뒷부분 따로 나온다고만 대답했다.
이 대답마저도 감독님이 바로 끊으면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고 하신 걸로 봐서는 후반부에 이 둘의 맞팔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 무대인사생각보다 각 배우들의 팬들이 많았고, 이미 여러 차례의 무대인사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지 긴장하기보단 편하게 팬들과 만나는 팬미팅의 분위기가 더 강했던 것 같다. 나는 팬은 아니어서 잔망 거리는 모습을 찍지는 못했지만 팬들에게는 아주 알찬 무대인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일단 되지도 않는 갤럭시 카메라로 최대한 줌을 땡겨서 배우들의 사진을 건져와 봤는데, 멀었던 거리에 비해서 생각보다 잘 찍힌 것 같으면서도 카메라의 한계를 맛봤던 터라 고화질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따로 검색하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서로 장난도 치고 웃으면서 대화하던 모습을 보면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이 작업해서 그런지 작품 외 케미는 좋았던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연 배우님 피셜로는 작품 내에서도 관계성 맛집이라고 하니까 기대해 볼만 하겠다.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 무대인사위 사진은 이연 배우님이 후반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하는 사진인데, 잘 모르겠지만 놀이동산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장면에서 감동을 받으셨다고 했다. 옆에 있는 감독님 사진은 스포일러가 나올까 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차마 인터뷰를 말리시지는 못하시는 모습이 웃겨서 같이 찍어보았다.
감독님의 인터뷰에서 기억이 남는 것은 배우들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앞에 팬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모든 답변에 배우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던 것을 보면 진심이신 것 같긴 하다. 물론 그만큼 배우들이 각자 매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긴 하다.
마지막 사진은 무대인사가 끝나고 나서 인터뷰 동안 열심히 하트를 보낸 것으로 부족했었던 홍경 배우님이 관객석으로 올라와서 직접 팬들에게 인사하고 선물을 받아가시는 모습이다. 옆에 경호팀이 급하게 오셔서 통제하신 걸 봐서는 정해진 순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평소에 팬분들과 만나기 어려운 요즘이다 보니 잠깐이나마 소통하고 휘리릭 돌아가시는 모습을 찍어보았다.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 무대인사마지막으로 갤럭시 30배 줌으로 힘들게 찍어본 각 배우분들의 사진과 마지막 썰을 하나 더 풀자면 당시에 최현욱 배우가 노란색 털 스웨터를 입고 왔는데 그 의상이 유난히 털이 많이 날리는 의상이라서 다른 배우들이 놀리기도 했고, 급기야 진행하시는 분께서 호랑이 같다면서 '어흥'을 시켜서 즉석에서 짤을 하나 만드시는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아마 중간중간 배우들끼리 소근소근 하던 게 털 날린다고 장난치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그날따라 의상을 맞춘 것도 아닌데 최현욱 배우 제외하고 모두 블랙으로 의상이 통일되어서 묘하게 억울해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전반적으로 웰메이드로 만들어진 작품 같았는데 아직 생각보다 입소문이 덜 난 것 같아서 학원 액션물을 좋아한다면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웨이브 정도면 HBO도 있어서 결제할만하지 않을까...
<약한영웅 CLASS 1> 시사회 증정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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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에반게리온> 완결 극장판 재개봉소식과 브루스 윌리스의 은퇴 전 마지막 액션영화 <파라다이스 시티>까지, 1월3주차 개봉작 같이 만나보아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The End Of Evangelion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87분
감독: 안노 히데아키
출연: -
개봉: 2024.01.17.
배급: -
시놉시스
‘신세기 에반게리온’ TV 시리즈의 완결판- ‘카오루’의 죽음 이후 공황 상태에 빠진 ‘신지’. 한편, 네르프 총사령관 ‘겐도’는 ‘서드 임팩트’ 즉, ‘인류보완계획’을 놓고 ‘제레’와 갈등을 벌인다. 이에 ‘제레’는 양산형 에바를 투입해 네르프 본부와 에바 파일럿들을 향해 총공격을 감행하고 맹공에 혼수 상태였던 ‘아스카’까지 완전히 폭주한다. ‘신지’는 ‘미사토’의 도움으로 겨우 초호기에 오르지만, 인류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데…
CINE PICK!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극장판이자 완결 편입니다. 시종일관 암울한 분위기, 선정적이면서 잔인한 장면들이 많아 일반 관람객은 물론 기존의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개봉 당시 눈을 뗄 수 없는 신선한 연출과 파격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재패니메이션’의 명성을 입증한 작품입니다.
무티: 주술 살인
The Ritual Killer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92분
감독: 조지갤로
출연: 모건 프리먼, 콜 하우저
개봉: 2024.01.17.
배급: (주)제이씨엔터웍스
시놉시스
강력계 형사 루카스 보이드는 딸과 아내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중 매우 기괴하고 잔인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현장을 둘러본 루카스는 평범한 살인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해 맥클스 교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범인이 고객의 의뢰를 받고 무티라는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제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남아공 출신의 흑주술사 랜도쿠를 뒤쫓는다.
CINE PICK!
주연을 맡은 배우 모건 프리먼은 작품에서 아프리카문화 전문 교수 역을 맡아 난관에 빠진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며 범인을 추적하는 지적인 연기를 보여주지만 영화는 스토리의 완성도를 미루어보아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모건 프리먼의 이름에 기댄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파라다이스 시티
Paradise City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스릴러 | 미국 | 93분
감독: 척 러셀
출연: 브루스 윌리스, 존 트불타, 스티븐 도프 등
재개봉: 2024.01.18.
배급: ㈜누리픽쳐스
시놉시스
현상금 사냥꾼 ‘이언 스완’은 ‘마약 밀매 조직의 두목을 쫓다 살해당한다. 이후, 그의 아들 ‘라이언’은 아버지의 마지막 메시지를 듣고 살인범을 찾으러 하와이로 향한다. 라이언은 아버지의 옛 동료인 로비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이언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사바나’도 두 사람의 추적에 합류한다. 한편 하와이의 권력자인 ‘버클리’는 하와이에 국제마약항을 건설하려는 야심을 품고, 주지사 자리에 꼭두각시 현지인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한다. 이후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로비를 납치하는데…
CINE PICK!
‘브루스 윌리스’의 마지막 액션 영화 <파라다이스 시티>는 은퇴를 선언하기 전 완성된 액션 영화입니다. 40년간 할리우드에서 액션 영웅으로 불리며 5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기록한 전설적인 배우 브루스 윌리스는 2022 실어증 진단을 받고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은퇴하게 되었는데요 90~00년대 함께 시대를 풍미한 동료 ‘존 트라 불타’와공동 주연을 맡으며 경력을 마무리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서치 : 데스게임
#Blue_Whale
ⓒ 네이버영화
개요: 스릴러 | 러시아 연방 | 94분
감독: 안나 자이체바
출연: 안나 포테브냐, 티모페이 엘레츠키, 다이나 슐미나 등
개봉: 2024.01.18.
배급: ㈜영화사 빅
시놉시스
동생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챌린지를 쫓아라! 어느 날, ‘다나’의 여동생 ‘율리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다. ‘다나’는 동생이 남긴 노트북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율리아’가 참여한 죽음의 챌린지 ‘블루 웨일 게임’의 흔적을 발견한다.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 즉 게임의 주동자를 찾기 위하여 ‘다나’는 직접 게임에 참가하게 되고, 점차 위험해지는 챌린지에 빠져드는데…
CINE PICK!
영화 <서치3 : 데스게임>은 스크린라이프 스릴러로 신선한 장르적 기법으로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화제성은 물론 국내에서도 295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스크린라이프 장르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프로듀서 티무르베크맘베토프의 신작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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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버거운 당신에게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버거워”
어쩌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한 번쯤은 빠지게 되는 딜레마가 아닐까. 홀로 남기엔 지독하게 외롭고, 또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자니 그 누구도 내 상처를 이해하지 못할 것만 같고. 그렇게 세상에 버팀목 없이 나 혼자 남겨진 것만 같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영화 <내 말 좀 들어줘>는 이러한 딜레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을 담담한, 그러나 따듯한 시선으로 비춘다.
영화의 주인공 ‘팬지’는 모든 일에 불만을 늘어놓는다. 가족은 물론 가구점 점원, 의사, 마트 점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까지 그는 분노 어린 불평을 뱉어낸다. 이렇듯 매사에 잔뜩 날을 세우고 있는 탓에 팬지는 만성 두통과 치통, 복통을 동반한 신경증에 시달린다. 그녀는 너무나 지쳐 있고, 또 무언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그런 팬지를 보며 관객들은 도무지 이 인물과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다는 거리감과 함께 자연스럽게 의문을 가지게 된다. 왜 그녀는 이렇게 화를 낼까. 왜 가족들은 그녀의 분노에 무심하기만 할까.
영화는 인물들의 가정사나 배경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팬지와 여동생 ‘샨텔’의 대화나 자매가 떠올리는 어머니와의 관계, 아들 ‘모지스’가 준비한 꽃다발에 대한 팬지의 반응 같은 것들로부터 인물들이 지닌 결핍과 외로움을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팬지는 상처받기 두려워 그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는 인물이다. 상처받을 바엔 내가 먼저 상처를 줘 버리고 떠나는 편이 나으니까. 이러한 방어기제는 신경증, 강박증, 결벽증으로 드러나면서 그녀가 겪는 불통의 원인이 된다. 그 누구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모든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서 줄곧 분노만 표출하는 팬지에게 남편 ‘커틀리’가 보이는 무심함과 아들 ‘모지스’가 보이는 침묵은 이들 가족 간 불통과 불화를 더 악화시킨다.그러나 어머니의 날 팬지가 모지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순간, 영화에서 처음으로 그녀가 분노가 아닌 다른 감정을 내보이면서 이 불화는 변화를 예감한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혹은 고마움인지 연민인지 모를 의미심장한 웃(울)음의 순간. 그 감정의 동요를 시작으로 팬지는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모지스가 선물한 꽃다발을 정돈해 병에 꽃아 두고, 혹여나 새나 짐승이 들어올까 굳게 닫아두었던 마당 문을 조심스레 열고 바깥공기를 느껴 보기도 하면서.
외부의 침입이 없다면 면역도 생기지 않는다. 병이 낫기 위해서는 내가 환자라는 인식보다 내가 나아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모든 게 끝나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팬지는 그 순간 감정을 표출하면서 자신이 지나온 상처와 상실을 떠올림과 함께 자신의 앞에 놓인 다른 삶의 가능성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녀는 굳게 닫혔던 문을 조심스레 열면서 이제껏 귀 기울이지 못했던 담장 너머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영화에서 소외와 불통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비단 팬지만이 아니다. 팬지가 이를 분노와 불만으로 표출한다면 커틀리는 무감함으로, 모지스는 우울로 드러낸다. 두 인물 역시 팬지와 마찬가지로 무언가에 몹시 지쳐있고,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지만 팬지처럼 언쟁을 일으키기보다 조용히 회피하기를 선택한 이들이다. 팬지가 말을 너무 많이 한다면, 이들은 말을 너무 하지 않는다. 이들이 팬지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한다면, 팬지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때문에 이 가족에게는 불통의 문제가 드리워져 있고, 이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해소되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변화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고할 뿐이다. 모지스는 용기 내 엄마에게 마음을 전하고, 웅크렸던 몸을 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한편 커틀리는 허리 부상을 계기로 먼저 팬지에게 진지한 대화를 청한다. 관객은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숨죽여 이들 가족 사이 긴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 지난한 과정 속에서 소통에 대한 희망, 또는 불통에 대한 절망 사이를 오가던 나는 문득 현실의 삶이 영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닿았다. ‘극적’인 갈등의 해결이나 감동적인 가족애의 회복은 현실에서 마주하기 어렵고 오히려 반복되는 관계 속 피로감과 절망을 맞닥뜨리기 다반사니까.
하지만 영화는 한 편으로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진부할지 모르지만 언제나 옳은 것. 바로 ‘사랑’이다.
영화 속에는 팬지의 속사포 같은 분노와 불만을 유일하게 들어주는 사람이자 팬지의 아픔을 헤아려보는 유일한 혈육인 샨텔이 있다. 샨텔은 어머니의 묘 앞에서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팬지를 위로하면서, “언니를 이해는 못 해도 사랑해(I don’t understand you, But I love you.)”라고 말한다. 이해와 사랑은 다른 차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와 고통, 분노를 이해받길 원하지만 우리는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불가능을 원하기에 우리는 자꾸만 외로워진다. 그러나 이해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빈자리에 사랑이 있다면, 상처는 치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샨텔이 팬지에게 보여 준 사랑처럼. 그렇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끝끝내 팬지를 이해할 수 없지만 처음과 같이 미워할 수도 없게 된다.
<내 말 좀 들어줘>는 이들이 지나온 상실과 결핍을 애써 긍정하며 포장하기보단 담담한 시선으로 그 상실과 외로움을 포착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스크린 위에는 상처받고 외로운, 분노하고 슬퍼하는, 그래서 우리와 닮아 있는 인물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관객에게 다정하게 위로를 건네는 영화로 <내 말 좀 들어줘>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는 직접적으로 극복이나 나아감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어설픈 위로를 전하기 보다 불편하고 지긋지긋한 삶의 단면을 보여주기를 택한다. 다만 관객은 그 속에서 자연스레 스스로 공감점을 찾아내고, 어떤 이에게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영화는 위로가 될 것이다.
*영화 웹매거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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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마로서 살다가 인간으로서 죽다
경고: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무미건조함으로 가득찬 살인마의 일생
<언더 더 스킨>은 인간의 몸에 기생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외계인을 그린다. 외계인은 로라라는 이름으로 흰 바탕 앞에 누워 있는 여자의 옷을 뺏어서 입고, 어딘가에서 받은 거대한 트럭을 타고,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을 유혹해 집으로 들여보낸다. 그러나 더 이상 그들이 집에서 나오는 일은 없었다. 이게 끝나면 로라는 사냥감이 될 새로운 남자를 찾아 떠난다. 이러한 유혹과 사냥이 영화 초반부 ~ 중반부에 계속 반복된다.
로라는 살인에 매우 유능한 외계인이다.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남자들을 유혹해 사냥감으로 삼는다. 그러나 캐릭터의 특성을 드러내야 할 이러한 과정은 오히려 반복되는 노동처럼 느껴진다. 지나치게 무미건조한 연출 탓이다. 특히 로라가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은 이러한 연출의 끝을 보여준다. 로라가 어두운 곳에 홀로 서 있다, 로라를 발견한 남자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남자는 중간에 어두운 늪으로 빨려 들어가버린다. 이게 끝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안톤 쉬거도 로라처럼 무미건조한 톤을 통해 그려지는 캐릭터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안톤은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꼭 동전을 던진다. 동전이 나오는 면에 따라서 살인을 할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우위를 숨기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한편 안톤은 살인을 할 때도 총이 아니라 공기 봄베를 쓰는 등 무미건조함 속에서도 캐릭터의 매력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그러나 로라한테는 그럴만한 장면이 없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다
이처럼 <언더 더 스킨>이 로라한테 철저하게 거리를 두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로라에게 얼굴이 흉측한 남자가 찾아온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그동안 로라가 만나왔던 남자들과 달리 외모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걸 꺼려했던 사람이었다. 그 사정을 들은 로라는 그 때부터 연민이라고 하는 감정을 그 남자에게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유혹했던 남자들 중 처음으로 그를 산 채로 집 바깥으로 꺼내준다.
인간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로라는 살인을 멈춘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배우기 시작한다. 자신의 장기를 버린 그녀는 이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마침내 샤낭감과 사냥꾼의 위치가 바뀐 것이다. 다행히 이후 로라가 첫 번째로 만난 남자는 남자는 로라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관계를 맺을 수 없단 걸 알고 그 남자와 헤어지고 만다. 두 번째 남자는 숲의 관리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숲에 찾아온 외계인을 강간하려 했다. 그리고 로라에게 불을 붙여 그녀를 불타죽게 만든다.
그래도 마침내 인간으로서 죽다
로라는 죽기 직전, 마침내 외계인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온몸이 검은 비늘로 덮인 흉측한 모습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점은 이 모습이 로라가 인간의 피부 속에서 살인을 저지를 때보다 훨씬 인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로라에게 공감할 수 있는 모습들이 그녀가 살인을 멈출 때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출도 로라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식으로 바뀌게 된다. 로라가 케이크를 먹으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걸 보여주는 식으로 말이다.
<언더 더 스킨>은 이렇게 감정을 쌓아나가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로라가 붉은 불에 타죽어갈 때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로라가 살인마 시절이었을 때 주로 검은색과 푸른색으로 둘러싼 화면이 등장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렇게 영화의 초반부 ~ 중반부의 무미건조함은 이 카타르시스를 증폭시키기 위한 밑밥으로 밝혀진다. 이는 로라가 끝내 인간으로서 죽는 모습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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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집힐지언정 결코 부서지지 않는
* <슬픔의 삼각형>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슬픔의 삼각형 (2022)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우디 해럴슨, 해리스 딕킨슨, 찰비 딘, 돌리 드 레옹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시간: 147분
국가: 스웨덴, 미국
개봉일: 2023.05.17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한참 기울어져 버린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147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비교적 긴 편에 속하지만 젠더와 계급(혹은 사회적 지위),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빈부격차에 대한 풍자가 쉴 새 없이 이어져 체감 상영 시간은 오히려 짧게 느껴질 정도다.
1부 '야야와 칼'은 전통적인 구조의 남녀 관계가 전복된 산업에서의 연인 관계를 통해 젠더 갈등을 논한다. 남성 모델인 '칼(해리스 딕킨슨)'은 시작부터 인터뷰어에게 대놓고 무시를 당한다. 이는 '칼' 한 사람에 대한 모욕이나 희롱이라기보다는 여성 모델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하는 남성 모델 산업의 실태를 언급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해석된다. 남성 모델의 수입은 여성 모델의 1/3에 불과하며 게이들의 성적 희롱을 견뎌야 한다는 통념이 존재하며 미팅에서 헤프게 웃어보라는 소리를 듣는 둥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 오프닝 시퀀스가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이러한 불합리한 처사가 여성에게 적용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이 보아 왔지만, 성별이 전복된 케이스는 흔히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과 남성 모델 간의 수입 차이는 '칼'과 '야야(찰비 딘)'의 데이트에서 젠더 간의 갈등을 촉발시킨다. '야야'는 여성 모델이기 때문에 '칼'보다 수입이 많고, 훨씬 잘 나간다. 하지만 데이트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쪽은 '칼'이다. 단지 돈을 언급하는 남성은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야야'는 본인이 '칼'보다 수입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굳이 본인이 돈을 내겠다는 말을 먼저 꺼내지는 않는다. 그녀의 무신경한 행동은 '칼'의 분노를 유발하고, 급기야 감정싸움으로 치닫는다. 어찌 보면 '칼'의 행동은 쪼잔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이 또한 연인 관계에서 비롯된 성적 고정관념 때문에 생긴 시각일 터다. 결국 남자는 '팩트'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여자가 문제를 인식하게끔 만들고, 여자가 본인의 행동을 인정하는 것으로 두 남녀의 싸움은 일단락된다. 상처가 될 법한 말들을 주고받았지만, 둘 사이에는 얄팍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고, 또 SNS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이해관계로도 얽혀 있다.
2부의 '요트'는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계급 간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무대다. 돈으로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부자들, 그리고 군말 없이 지시를 따라야 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이들의 경계선에 있는 듯한 인플루언서 커플까지. 영화 포스터에 볼 수 있듯 세 계급은 마치 삼각형 같은 구도를 이루고 있다. '슬픔의 삼각형'이란 1부 모델 오디션 장면에서 언급된 미간 사이의 주름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계급 간의 구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 계급이 전부는 아니다. 삼각형에 낄 수조차 없는, 부자들의 눈에 띠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노동자 계급이 뒤편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요트에 오른 최상류층들은 위선과 모순으로 똘똘 뭉친 자들이다. 일례로,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했다며 애정을 다지는 부부는 수류탄을 제조하는 방산업자다. 전쟁으로 남의 목숨을 팔아 번 돈으로 부를 축적한 작자들이 '사랑'을 논하고 있으니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똥(비료)'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왕이 된 러시아 갑부의 아내는 어떠한가. 그녀는 연회를 준비하는 요트 직원들로 하여금 수영하며 놀 것을 지시한다. 근무 중에 수영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요구이지만 직원들은 이에 불복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요트 위에서 슬라이드를 타고, 러시아 부자는 자신이 마치 노동자들에게 아량을 베푸는 선량한 사회지도층이 된 듯 도취된다. 영화는 모순으로 똘똘 뭉친 인간 군상들을 통해 노골적일 정도로 자본주의가 만든 계급사회를 풍자한다.
위선자들의 향락과 사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악천후로 크루즈가 흔들리자 부자들은 최고급 음식을 앞에 둔 채 저항 없이 토사물을 내뿜기 시작한다. 고상한 척으로 절대 막을 수 없는 생리 현상 앞에 수치심을 느낄 여력 따위는 없다. 제아무리 돈이 많고, 높은 위치에 오른 사람일지라도 한낱 먹고 싸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영화는 가감 없이 보여준다. 변기를 붙잡은 채 괴로워하며 배설물 속을 헤엄치는 부자들의 모습은 안쓰러움이 들기는커녕 폭소를 부른다. 비위를 자극할 정도로 더럽고 노골적인 장면들을 활용하긴 했지만 그들의 과거 행적을 돌이켜 본다면 이 정도는 자비로운 처사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요트가 박살 나는 순간 역시 그들이 저지른 위선이 바다 위 암초가 되어 스스로를 나락으로 굴러떨어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평화나 운운하던 방산업자들은 결국 본인들이 만든 수류탄에 의해 종말을 맞았으니까.
요트는 전복됐고, 온전할 것만 같았던 삼각형은 뒤집혔다. 3부 '섬'은 계급의 최하위 층에 있던 화장실 청소부 '애비게일(돌리 드 레옹)'이 그를 고용한 상류층 위에 군림한다. 제아무리 부자들일지라도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트에서 그들이 뱉은 토사물과 똥을 닦던 여인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혈혈단신으로 겨우 목숨만 건진 이들은 아주 잠깐 동안 함께 화합하여 작은 평등 사회를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불을 피우고, 물고기를 잡을 줄 아는 '에비게일'이 등장하면서 8명의 소수 집단에도 자연스레 계급이 생겨나고 이들만의 생존 질서가 형성된다. 기존의 계급이 역순으로 뒤집히는 것도, '에비게일'을 중심으로 한 모계사회가 형성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쯤 돼서 1부의 '야야'와 '칼'의 대화를 한 번 더 소환해 본다면 영화는 더욱 재밌어진다. 앞서 '야야'와 젠더 고정관념에 대해 열띤 입씨름을 벌였던 '칼'은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같은 포지션에 가두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섬에 떨어진 이후 '칼'은 '야야' 앞에서 어떻게 행동했던가. '에비게일'을 도와 물을 길어오고, 일손을 돕는 것은 '야야'였으며 '칼'은 가만히 앉아 한밤중에 프레첼이나 훔칠 뿐이었다. 마치 본인이 성적 고정관념의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했던 그는 막상 여자친구를 지켜주어야 할 순간이 닥치자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야야'는 더 이상 그에게 섹시한 남성이 될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줄 알았다. 앞서 여자친구에게 성토하듯 외쳤던 '칼'의 이상과 논리도 결국 모순에 불과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관객은 '에비게일'이 요트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뎌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내가 누구지?'라 묻는 '에비게일'에게 '화장실 청소부'라 답하는 관리인 ‘폴라'를 통해 작업 노동자들에 대한 평소의 인식이 드러난다. 애초에 요트도 없어진 마당에 '화장실 청소부'라는 직책이 무슨 소용이람. 따라서 '에비게일'이 이룩한 작은 혁명은 관객의 응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며 꼼짝없이 그를 선장으로 모시는 돈 많은 남성들의 태도 변화는 일종의 ‘사이다’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합리한 계급 구조가 뒤집혔을 때, 이상적인 평등 사회가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는 게 곧 드러난다. 섬의 주도권을 잡은 ‘애비게일’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마르크스주의‘를 추구하는 듯했다. 능력 없는 남성에겐 식량이 주어지지 않았고, 몸이 불편한 여성은 일을 못해도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제공받았다. 엄격하지만 합리적이고, 규칙만 잘 지킨다면 평화가 유지될 수 있을 법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집단 내에 균열을 일으키는 장본인은 시스템을 만든 ‘애비게일’ 쪽이다. 그녀는 구조정에서 잘생긴 백인 남성인 ‘칼’과 잠자리를 즐기고, 성을 착취당한 '칼'의 손에 쥐어지는 건 고작 프레첼 한 봉지뿐이다. 이는 곧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구조를 선악 관계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불합리함을 경험했던 계급 최하위의 노동자가 권력을 쥐었을 때 그들 역시 자신들을 착취했던 부자들과 다를 바 없는 모순적인 인간으로 얼마든지 돌변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결말부는 작품의 제목이 가진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야야'와 '애비게일'은 무인도인 줄 알았던 섬에서 리조트를 찾는데 성공한다. 섬에 문명이 존재하고,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건 희망적인 소식일 터이나 기쁨에 젖은 '야야'와 달리 '애비게일'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어둡다.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국 '애비게일'이 만든 임시 사회의 끝을 의미한다. '애비게일'은 다시 화장실 노동자의 위치로 되돌아갈 것이며 그녀 앞에 굴복했던 부자들은 다시 계급 최상위층에 올라 그녀를 부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리조트는 '애비게일'에게 희망 같은 존재가 돼줄 수 없다.
제목이 '슬픔의 삼각형'인 이유는 사회의 계급 구조가 뒤집힐지언정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는, 그 완고한 특성이 절망과 허무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애비게일'은 8명의 생존을 돕는 데 일조했으나 현실로 복귀했을 때 그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곤 기껏해야 '야야'의 비서 자리다. '야야'가 은연중에 내비친 멸시 어린 태도에서 이들 사이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의 벽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애비게일'은 마침내 분노한다. 리조트를 발견한 건 '야야'와 자신뿐. 눈앞의 대상을 제거한다면, '애비게일'은 지도자로서의 권력을 누리고 젊고 잘생긴 남성의 몸을 계속해서 탐할 수 있다. 살의가 넘쳐흐르는 독사 같은 그의 표정,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에 젖은 '야야', 그리고 뒤늦게 '야야'를 구하러 가는 '칼'의 삼각 구도로 이야기는 끝난다.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지만 '칼'과 '야야'의 로맨스도, '애비게일'의 행복도, '야야'의 생존도 모두 기대되지 않는다. 어차피 인간은 하나같이 다 모순적이고, 그놈이 그놈이니까. 본작은 모든 걸 조목조목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비판과 풍자를 휘갈겼지만 궁극적으로는 폭력과 욕망, 위선으로 똘똘 뭉친 모든 인간의 몸뚱이를 해체해 적나라하게 전시한다.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은 관객의 씁쓸한 감정을 한없이 끌어올리고, '칼'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이 '슬픔의 삼각형'을 절로 찌푸리게 된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 받아 작성한 게시물입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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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으로 가득하지만 끊임없이 사랑이 피어오르는 곳.
델리아 오언스가 펴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11월 2일에 개봉했다. 원작 소설은 2019년에 출간되어 뉴욕타임스에서 18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달성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영화 곳곳에서 표현되는 습지 특유의 분위기와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책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순간을 마주하며 가을의 시작을 여는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소개한다. 갑자기 벌어진 죽음은 체이스의 평판보다는 모두가 낯설어하면서도 모두가 경멸하는 습지의 소녀인 카야에게 시선이 쏠리게 했다.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전체적인 정황과 심증이 카야를 가르키고 있는 터라 고정된 시선과 편견으로 그를 바라보는 이들로 인해 카야는 용의자가 되어 좁고 습한 곳에 갇히게 된다. 체이스의 죽음에 카야가 관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우리 사회는 소문이 늘 사실처럼 소문이 퍼지고 개개인이 휘말린다. 당사자가 되면 고통스러운 순간의 연속이지만 그와 관련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흔한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낯섦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보다 미지의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추측하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 그렇게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시작되는 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진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지만 악순환은 끊기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습지와는 다르게 빛도 사라지고 생기도 사라진 모습으로 변모하고 쉽게 내뱉은 것들은 그 편안함과 달리 고독함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들이 전해주는 따뜻함이 카야에게도 닿을 수 있을까.
사랑으로 가득했던 공간은 금세 폭력의 장으로 바뀌고 모든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적막한 고독으로 가득 찼다. 두려움뿐만 아니라 용기, 설렘을 동반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생소한 감정을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하여 포기할 만도 하지만 카야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살아갈 방법을 체득한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간 공간 사이에 피어나는 한송이의 사랑을 발견한다.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과 글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며 카야는 조금 더 성장해간다. 항상 함께할 것 같았던 타인은 늘 그랬던 것처럼 떠나고 다시 그는 고독에 빠진다. 그를 온전히 그 자체로 바라봐주는 건 습지뿐이었다. 새가 둥지를 지키듯 습지도 카야를 지켜주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카야가 자연 그 자체로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카야의 마음이 타서 재가 되었던 것만큼의 상실은 아니었지만 사랑으로 인해 마음이 얼어붙는다는 건 다양한 감정이 다시 오므라들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듯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고 확신 없는 마음속에서 외롭지 않은 마음을 발견한다. 그것도 잠시 혼자 사는 것보다 두려움에 사는 게 더 무서워지는 순간을 마주한다. "사람들은 껍질 안에 생명이 있다는 것을 잊죠." 말처럼 유일한 카야의 세상은 카야 자신만이 알고 있었으니까. 습지에 갇힌 게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되어 카야는 습지 그 자체가 되었다. 자신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마야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카야의 전반적인 삶이 주로 사랑 이야기에 집중되다 보니 카야 내면의 이야기는 많이 가려져 좀 아쉬웠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원작의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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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ㄷㄷㄷㄷ 이 영화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아포칼립스z 종말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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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림> 메인 예고편
줄거리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매일 눈물로 지새우던 비련의 여인 ‘도라’.
설상가상 삶의 유일한 낙인 디저트 카페 ‘크림’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다.
카페를 되살리기 위해 타개책으로 ‘가족 사업 대상 지원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도라’는 치과 의사 ‘마르시’, 이웃집 꼬마 ‘라시카’와 계약 가족을 급조해
상금을 획득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전 남친과 그의 부인이 경쟁자로 등장하는
웃픈 상황 속에서 ‘도라’는 ‘마르시’에게 점점 끌리기 시작하는데…
우리의 달콤한 사랑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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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생각의 여름> 메인 예고편
뒹굴뒹굴 무기력증에 빠진 시인 지망생 ‘현실’.
공모전에 내야할 마지막 시가 데굴데굴 산으로 가자,
새로운 영감을 찾아 집을 나선다.
시가 산으로 가면, 산으로 가는 게 답?
‘현실’은 생각의 여름 속에서 집 나간 영감도 찾고,
호구 잡힌 자신도 찾을 수 있을까?
남다른 현실의 한여름 기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