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1-22 20:15:52
리얼 페인 | 스토리텔링 시대에 이야기를 찾는 여행기
<리얼 페인>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생김새, 성격, 취향이 모두 다른 두 사촌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와 '벤지'(키에란 컬킨). 어릴 때는 형제나 다름없었지만 여러 이유로 소원해졌던 두 사촌 형제는 오랜만에 재회한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 왔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녀를 기리기 위해서. 그들은 이민 전에 할머니가 살았던 집을 방문하기 위해 그녀의 고향인 폴란드로 떠난다.
호텔에 도착한 뒤 폴란드계 유대인의 역사를 살피는 가이드 투어에 합류한 두 사촌. 하지만 투어 중 데이비드와 벤지는 전혀 다른 성향 차이 때문에 끊임없이 싸운다. 심지어 벤지는 가이드인 '제임스'(윌 샤프)와도, 함께 투어에 참여한 '엘로지'(커트 에지아완), '마샤'(제니퍼 그레이)와도 갈등을 빚는다. 그들 사이에 낀 데이비드는 벤지에게 점점 화가 쌓이고, 그들의 관계는 새 국면에 접어든다.
진짜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폴란드 여행
몇 년 전부터 스토리텔링은 뜨거운 감자였다. 지금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마케팅의 경우 소비자로 하여금 홍보하는 대상 그 자체보다, 대상이 속한 서사에 더 빠져들게 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약속한다. 저널리즘도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 이제 기자들은 정보만 전달하는 대신 사건의 맥락 안에서 감정이 느껴지는 소설 같은 기사를 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시대를 마냥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병철 교수는 그의 저서 '서사의 위기'에서 스토리텔링 때문에 사람들이 오히려 더 고립되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서사는 마치 상품처럼 생산되고 소비된다. 스토리텔링의 서사는 잠시 인식된 후에 사라지는 정보일 뿐, 친밀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야기하지 않고 광고하며, 주목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토리셀링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공동체가 아닌, 소비사회를 형성"한다. 달리 말해 지금의 스토리텔링은 소비자를 만들 뿐, 과거 '일리아스'나 '아이네이아스' 같은 서사시가 한 공동체의 토대를 마련한 것과 같은 역할을 대신하지 못한다. 유럽에서 근대 소설이 국민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 및 공동체를 구축했던 기능도 스토리텔링에게 기대할 수 없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감독, 작가, 제작자, 주연을 맡은 영화 <리얼 페인>의 메시지도 다르지 않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두 사촌 형제는 작고한 할머니의 폴란드 집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그들은 여행 내내 싸운다. 처음에는 성향 차이가 갈등의 원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말에 다다르면 자연스레 생각이 바뀐다. <리얼 페인>은 진정한 이야기의 힘을 잊은 세태가 싸움의 이유였음을 투박하나 진정성 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만 가득한 여행
데이비드와 벤지의 여행기가 처음부터 진중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리얼 페인>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며, 가벼운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는 두 사촌 형제는 자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공항까지 가는 방법도,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다르니까. 심지어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서로의 직업도 겨우 알아가는 수준이다.
<리얼 페인>은 이처럼 갈등이 산재한 여행을 데이비드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그는 자신과 성향이 전혀 다른 벤지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오프닝부터 그렇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데이비드는 벤지가 제때 도착할지 걱정하며 여러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하지만 벤지는 그중 단 하나에도 응답하지 않는다. 걱정 가득히 공항에 도착한 데이비드를 만난 후에야 벤지는 몇 시간 전에 미리 와 있었다고 태연히 대답한다.
폴란드에 도착한 후에도 데이비드의 속은 타들어 간다. 벤지의 기행 때문이다. 그는 호텔로 마리화나를 주문하고, 마리화나를 피겠다며 호텔 옥상 문을 멋대로 열고 나간다. 음악 없이는 샤워를 못한다면서 데이비드의 핸드폰을 멋대로 빌려서 화장실에 들어간다. 가이드 투어에 합류한 후에도 데이비드는 여전히 불편하다. 그는 느낀 점을 여과 없이 말하는 벤지 특유의 화법이 다른 이들에게 혹시 무례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개인에서 공동체로의 변화
데이비드의 심정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와 떠난 여행 도중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상황이니까. 이처럼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도입부는 <리얼 페인>의 각본이 얼마나 영리한 지를 방증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두 사촌의 갈등이 철학적, 공동체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여행기의 특이점은 두 장면에서 암시된다. 우선 제임스의 가이드 투어에 참가한 이들은 호텔 로비에서 자기소개 시간을 갖는다. 이때 데이비드나 다른 일행은 어색하게 입을 여다. 그에 반해 벤지는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이나 데이비드와의 관계에 대해 어렵지 않게 이야기한다. 르완다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엘로지나 남편과 이혼했다는 마샤의 사연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격의 없는 표현이 자칫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다.
다른 하나는 기념사진 시퀀스다. 투어 일행은 폴란드 군인의 공헌을 기리는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처음에는 각자 핸드폰으로 사진을 촬영하지만, 이내 벤지가 독특한 이벤트를 만든다. 그는 동상 모습에 착안하여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꾸며 낸다. 다른 일행에게 군의관, 포병, 장교 역할을 맡기며 생생하면서도 독특한 기념사진을 찍는다. 오직 단 한 사람, 데이비드만 이 이야기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 이후로 이비드와 벤지는 어색해진다. 데이비드는 예의 없어 보일 정도로 타인의 개인사를 물어보고, 개인적인 경계를 넘나드는 벤지가 불편하다. 반면에 투어 일행은 벤지를 접착제 삼아서 짧은 시간 내에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데이비드는 벤지와 미묘하게 어색해진다. 정작 사촌인 본인은 그 안에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지가 불편한 진짜 이유
중요한 것은 데이비드가 느낀 불편함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 이유는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벤지는 언제든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 안에서 사는 인물이다. 그는 유대인 수용소가 있는 도시로 가는 길에 과거 유대인과 달리 편하고 고급스러운 기차를 타는 게 고통스럽고 가식적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개인의 서사와 공동체의 서사 간의 접점을 총체적으로 예민하게 느끼고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데이비드는 다르다. 그는 벤지를 머리로 이해하지만, 진정으로 공감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불편해한다. 벤지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지 않다. 여행이 끝나면 뭘 할 거냐는 벤지의 질문에 그는 그저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답한다. 종종 만나자는 사촌의 말에도 벤지가 뉴욕으로 오라는 조건을 달며 미적지근하게 대한다. 자기가 벤지가 사는 시골로 가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데이비드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현대적 일상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서사의 위기>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체제의 스토리텔링이 낳은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성과와 생산성을 높이려고 사람들을 고립시킨다. 모든 개인은 타인과의 경쟁 속에서 자기 최적화, 자기실현 서사를 추구한다. 그 결과 자기 자신을 숭배하는 사회에서는 타인과 의미를 공유하는 이야기가 부족해지고, 안정적인 공동체도 없다.
즉, 데이비드는 최선을 다해 일상을 영위하는 평범한 현대인이다. 이는 그가 타인의 사연을 궁금해하면서도 그들에게 깊이 공감할 여유까지는 지니지 못한 이유다. 공동체의 비극적인 역사를 이해하더라도 자신과 직접 연관 있다고 실감하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벤지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리얼 페인>은 스토리텔링에 이야기가 묻힌 시대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여행기인 셈이다.
벤지와 이야기의 진가
하지만 그렇기에 데이비드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벤지라는 캐릭터의 진가가 역설적으로 명확해진다. 특히 투어 가이드 제임스와 벤지의 관계가 흥미롭다. 투어 도중 제임스와 벤지는 여러 차례 충돌한다. 벤지는 제임스의 투어 내용을 번번이 비판한다. 투어가 폴란드의 유대인 공동체와 관련된 장소와 정보로 가득하지만, 정작 과거의 공동체와 현재의 우리가 연결되는 경험이 없다고 지적한다.
공동묘지에 들렀을 때가 대표적이다. 벤지는 묘지에 묻힌 이들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 제임스를 막아 세우며 지금은 정보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역사를 배우고 외우는 것을 넘어서 실존했던 공동체의 고통과 아픔을 느끼고 체화하는 맥락을 느낄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묻는다. 더 나아가 벤지는 유대 전통에 따라 묘비석 위에 돌을 올려주자고 제안하고, 제임스는 그의 말을 따른다.
그런데 투어가 끝난 후 제임스는 벤지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다. 그 누구도 주지 않았던, 하지만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피드백을 받았다면서. 이전까지 그의 가이드 투어는 그저 판매자와 소비자 관계를 형성하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제 제임스는 그의 투어 안에 내재했지만, 자본 논리에 가려졌던 진정한 서사와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다. 이야기와 공동체의 관계를 형성할 줄 아는 벤지의 특별함 덕분이다.
이 광경은 <서사의 위기> 속 "이야기는 사회적 응집성을 만든다. 이야기는 의미를 제공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가치를 전달한다"라는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할머니가 별세한 후에 벤지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사연도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개인적인 괴로움의 결과가 아니라, 이야기의 의미를 잊은 공동체의 위기와 공허함에 대한 비유이자 의인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늘 자기 자리에 있던 이야기
영화의 결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리얼 페인>은 데이비드의 변화로 끝을 장식한다. 생전에 할머니가 지내던 집 앞에 도착한 뒤, 데이비드는 제안한다. 공동묘지에서 벤지가 그랬듯이, 집 앞에 돌을 내려놓자고. 공항에서 헤어질 때도 데이비드가 벤지를 대하는 태도는 이전과 퍽 다르다. 그는 벤지를 먼저 집에 초대하고, 벤지와 할머니 간에 있었던 독특한 에피소드를 재현하면서 작별 인사를 건넨다.
결국 데이비드의 변화는 그의 여행기가 잊고 지내던 폴란드계 유대인이라는 혈연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재발견하는 여정이었기에 의미심장하다. 이에 더해 그의 여행기는 그가 SNS 광고업 종사자라서 더욱 입체적이다. 그의 변화는 이야기의 본래 기능, 사람들을 응집하는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그런데 정작 SNS는 사람들을 파편화된 스토리에 빠트린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에 역설적인 맛이 있다.
그의 변화 덕분에 오프닝과 클로징의 대조도 뇌리에 각인된다. 결말에서 카메라는 데이비드와 헤어진 후 공항에 남은 벤지를 비춘다. 이 장면은 벤지가 공항에 먼저 와 있었던 오프닝과 이어진다. 마치 벤지, 곧 이야기는 데이비드 같은 현대인을 언제나 기다린다고 말하는 듯하다. 여기에 공간적 맥락을 더하면 벤지의 가치는 더 돋보인다.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공항은 가장 개인적이고 비서사적인 공간이니까.
이처럼 두 사촌의 여행기는 개인과 공동체의 접점, 스토리텔링과 이야기의 차이라는 틀에 비추어 곱씹을수록 맛이 진해진다. <리얼 페인>이 제40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왈도 솔트 각본상을 수상한 힘이 새삼스레 느껴지는 셈이다. 더 나아가 제시 아이젠버그를 재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리얼 페인>은 특유의 '너드' 같은 연기 스타일에 갇힌 듯 보이던 그가 알을 깨고 감독, 제작자, 작가로서 태어나는 전환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스토리텔링에 숨 막힌 개인을 이야기가 구원하는 방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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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영화 87편 무료로 감상하자!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인디그라운드에서 새롭게 구성된 <2022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전 작품 87편을 상영하는
스페셜 위크를 지난 20일을 시작으로 29일까지 진행한다고 합니다.
영화제 혹은 상영 후에는 보기 힘든 독립 영화인만큼 이번 기회에 좋은 작품들을
접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추천을 시작해볼까요?٩( ᐛ )و
텐트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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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는 오래 사귄 연인 성곤과의 지루한 연애를 개선하기 위해 성곤을 집에서 내쫓지만, 결국
관계 회복은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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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재기발랄한 매력이 가득 담긴 이준섭 감독의 단편영화 <텐트틴트>는 제 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이끌었다.
힘찬이는 자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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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소연의 집에 집들이를 간다. 늦게 도착하는 또 다른 친구
보영을 기다리면서 정희와 소연, 소연의 남편 강석은 정희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설전을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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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감독의 영화 <힘찬이는 자라서>는 여성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실제 문제를 다룬 영화로
유수의 영화제에 후보로 올라섰으며, 제 13회 광주여성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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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계획을 세우지만, 매번 실패하는 은구의 마지막 계획은 멋진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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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승이 직접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영화 <돛대>는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제 3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제21회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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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끼고 있는 마을, 장문안(䢿). 산하의 친구가 강에 빠져 죽은 지 1년 뒤, 마을에 하나 뿐인
중학교가 폐교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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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리 감독의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영상미가 아름다운 영화로 주인공 산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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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사고 후 초월적 신체 능력을 갖게 된 영화배우 차유진. 히어로 활동을 시작한 그에게 예상
밖의 문제가 생긴다. 직접 만든 코스튬이 겨울이 되면 너무 춥다는 것! 고민 끝에 유진은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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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진 감독의 첫 작품 <크리스마스가 따뜻한 이유는 말이죠,>는 '어떤 분야든 덕후들이 연대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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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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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재개봉 영화 모음 zip.
바야흐로 재개봉 영화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스크린으로 보지 못해 아쉬웠던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재개봉 영화 목록 및 일정은 변경, 추가될 수 있습니다.
**극장별로 개봉영화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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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 코믹하지만 씁쓸한 풍자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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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칼과 아야는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이다. 어느 날 이 커플은 호화 크루즈에서 휴가를 보내게 되고 각양각색인 부자들을 만난다. 그중에 비료 사업을 하는 러시아 부자인 디미트리는 자신이 이 호화 여객선을 사겠다며 많은 직원들에게 이야기한다. 한편 선장인 토마스는 이 여객선을 잘 관리하지 못해 해적의 습격을 받고 전복이 된다. 살아남은 건 오직 8명뿐... 이 무인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인 칼과 아야는 돈을 많이 못 벌지만 무료 협찬으로 호화 크루즈 여객선에 타게 된다. 그리고 많은 부자들을 만나는데 다양한 성격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고 하나씩은 사연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비료 사업을 하는 디미트리와 수류탄 사업을 하는 사업가 부부, IT 사업가 등등이 있지만 약간씩 결함을 가진 듯 보인다.
배가 무너지려고 할 때 선장인 토마스는 미국인이지만 공산주의자이고 러시아 자본주의자인 디미트리와 철학적인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가 부자들을 비판하는 듯 보이는데 정작 자신들은 배가 침몰하는지도 아는데도 그러고 있었다.
왜 그랬냐면 토마스는 애초에 자신의 배를 책임지지 않았다. 직원들이 오히려 항의를 해도 그냥 넘어갔다. 그렇기에 정말 무책임하게 보인다.
결국엔 해적의 수류탄 습격으로 배가 전복되어 무인도에 살아남은 8명은 자신들이 구조 받기를 기대하지만 호화 크루즈 여객선에 있을 때 화장실 청소 담당인 애비게일이 모계사회를 이뤄 대장이 되고 여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이끈다. 그리고 남자들을 지배한다. 또한 아야의 짝인 칼을 데리고 가 성관계를 자주 시킨다. 사실 애비게일의 그런 목적은 칼이 식량을 얻는다는 이유로 시킨 거다.
짝에 상실감을 잃은 아야의 심정은 어떠할까? 삼각관계로 치닫게 된 칼, 애비게일, 아야의 대립은 점차 고조된다.
이 영화에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구토를 하는 장면과 변기에서 대변이 흘러나오는 장면이다. 호화 크루즈 여객선에서 파도에 의해 배가 흔들리는데 토마스 선장은 무책임하게 1등 항해사만 일을 시키고 부자들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직원들을 집합시켜 수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만찬에서 배가 흔들려 수많은 사람들이 구토를 하는 장면도 불편하긴 했지만 무언가 풍자를 하는 것 같았다.
무인도에서 모계 사회를 이룬 애비게일도 어찌 보면 자신의 편을 드는 사람들을 모아서 권력을 얻는다. 마치 자신이 모든 걸 통제하는 것처럼 말이다. 호화 크루즈 여객선에서는 낮은 위치였지만 무인도에선 권력자가 되었듯 디미트리가 말한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분배된다는 개념 하고는 다르다. 어쨌든 풍자가 가득하고 젠더 갈등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슬픔의 삼각형>이다.
웃픈 블랙 코미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하니엘의 주관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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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솔한 에세이, 자기 구원의 문을 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더 웨일>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더 웨일>은 불편한 영화다. 엄청난 거구의 찰리가 포르노를 보며 자위하는 초반부 장면부터 그렇다. 자기 몸을 지탱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높은 칼로리를 자랑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입에 밀어넣는 걸 보다보면 팝콘과 콜라를 내려놓고 싶어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마치 베일을 하나 하나 벗기듯 찰리가 막무가내로 사는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면 그를 지켜보기가 더 어렵다.
그에게는 삶의 의지가 없다. 그는 1주일 안에 죽을 수 있는 걸 알고도 초콜릿과 피자, 치즈를 추가한 미트볼 샌드위치와 탄산 음료를 계속해서 먹는다. 그에게 폭식은 자기 자신을 죽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는 거식증에 걸렸던 연인을 돕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죽이려 한. 또 이는 동성애자였던 연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세상에 분노하는 마지막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깊은 자기 혐오에 빠진 채 자기 방에 틀어박힌 그의 모습은 거북하고, 보기 불편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더 웨일> 또 한 번 대런 아로노프스키다운 영화처럼 보인다. 그의 영화는 대체로 우울하다. 염세적인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 기독교적 가치나 상징을 부정적으로 활용하기로도 유명하다. 평범한 구원이나 행복 대신 인간의 모순과 광기를 보여주는 게 그의 장기이기 때문이다. 성경 속 등장 인물을 인간을 환멸하는 염세주의자로 만들어 버린 영화 <노아>처럼. 얼핏 보기에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더 웨일>은 찰리와 토마스의 만남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자기혐오에 빠진 채 죽어가는 한 남성은 구원 받으려면 신을 믿으라는 전도사의 조언을 가볍게 무시한다.
지옥, 현실을 부정한 대가
하지만 <더 웨일>은 예상했던 전개와 결말을 절묘하게 빗겨 나간다. 영화는 구원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더 웨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하게 구원의 길이 존재한다고 선언한다. 단지 그 길이 신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찰리와 그의 주변 사람은 본인들이 만들어 낸 지옥에 빠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지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들은 현실을 부정한다. 다 각자의 모습을 숨기고 있다. 우선 찰리는 자기 존재를 부정한다. 그는 자기가 허락한 몇몇 사람(~~와 토마스)을 제외하면 자기 존재를 숨긴 채 살아간다. 집 밖으로 나서지도 않고 바깥 사람에게 자기 존재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당장 본인은 대학 강사지만, 노트북 카메라를 가린 채 줌으로 강의한다. 매일 저녁 피자를 배달시키지만, 자기 안부를 물으며 걱정해주는 피자 배달부에게 단 한번도 자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새생명 선교회 소속 전도사 토마스는 복음을 믿으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은 처음부터 전부 거짓말이다. 그는 새생명 선교회 소속이 아니다. 한때는 소속 전도사였으나,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선교 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망쳐 나왔기 때문이다. 믿음이 강해서 찰리에게 전도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자기가 생각하는 선교 방식이 전정으로 옳다는 걸 증명하려는 아집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다. 찰리를 간호하는 리즈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찰리가 곧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찰리가 폭식하는 이유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알면서도 부정한다. 음식을 한 번만 잘못 삼켜도 심장에 무리가 가는 찰리에게 리즈는 고칼로리 음식을 꾸준히 가져다 준다. 이처럼 영화 속에는 자기가 처한 현실을 부정한 채 살아가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더 나아가 이들은 자기도 믿지 않는 방식으로 남들을 도우려 한다. 찰리는 그의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에세이를 쓰라고 가르친다. 화려한 수식어를 빼고, 그럴듯한 명언도 빼고 오직 자기만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서 글을 쓰라고 한다. 정작 본인은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으면서. 속했던 교회에서 도망쳐 나온 토마스는 성경을 읽고, 신을 믿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찰리를 설득한다. 리즈의 태도도 모순이다. 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그의 자기 파괴적 행동을 돕다가도, 그가 치료 받지 않고 병원도 가지 않으려 한다며 크게 화낸다. 오랜만에 찰리를 만난 전처 메리도 찰리와 화해하는 듯 하다가 결국 다투고 만다. 자기가 엘리를 잘못 키운 것 같다면서도, 다른 방법은 없다며 찰리의 도움을 무시해버린다. 그 결과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은 다 상처로 가득하다. 스스로도 믿지 않는 구원을 남들에게 강요하고 있으니 진정으로 도움이 될 리가 만무하다.
진솔한 에세이의 힘
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지옥 속에 남겨두지 않는다. 그들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이 '진솔함'이다. 본인들이 천국이 아닌 지옥에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지옥을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학생들에게 에세이를 진솔하게 쓰라고 강조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찰리도 내심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엘리의 에세이를 애지중하는 것은 또 하나의 증거다. 그는 아프거나 힘겨울 때마다 소설 <모비 딕>을 비판하는 엘리의 에세이를 소리 내어 읽는다. 그 에세이는 솔직해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사실 <모비 딕>은 읽기 어려운 소설이다. 고래에 대한 설명이 매우 길게 나올 뿐만 아니라 분량도 많다. 또 여러 방면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기는 주제를 다루기에 난해하다. 하지만 <모비 딕>이 형편없다고 비판하기는 어렵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극찬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모비 딕>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에세이는 다른 사람의 평가나 관점은 의식하지 않는 매우 솔직한 글이다. 바로 엘리의 에세이가 그렇다.
엘리는 <모비 딕>이 지루하고 어려운 책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신 자기 경험을 살려 소설을 읽어나간다. 그녀는 소설 속 고래를 찰리에 비유하고, 고래를 죽이고 싶어하는 애이햅의 입장에서 에세이를 써 내려간다. 어린 시절 엄마와 자기를 떠난 찰리에 대한 미움을 고래에 투영한다. 실제로 영화에서 엘리의 첫인상은 매우 부정적이다. 그는 찰리에게 상처를 주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보인다. 시를 읽고 감상을 써보라는 이야기에, 엘리는 말도 안 되는 욕을 써놓는다. 찰리가 아빠로서 호소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다가, 그가 모은 전재산 14만 달러를 주겠다고 하자 찰리의 부탁을 들어준다. 찰리의 집에 와서 학교 숙제인 에세이를 쓸 때도 찰리가 추천한 시가 엉망이라고 욕한다. 또 스스로를 혐오하게 된 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심지어 SNS에 올려 그를 조롱한다.
하지만 찰리는 엘리를 다르게 본다. 이미 그녀의 에세이에서 진짜 그녀의 모습을 읽었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만의 주관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엘리를 본다. 또 자기 행동 때문에 딸이 얼마나 상처 입었는지도 안다. 그래서 그는 딸의 독한 말들을 듣고서 화를 내기는 커녕 솔직함을 마음에 들어한다. 계속해서 이상한 사진을 찍는 엘리의 행동을 두고 세상을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학교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사고뭉치 딸 엘리에게서, 찰리는 자신이 강조하던 '솔직함'의 미덕을 본다. 그래서 그것이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엘리에게 알려주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그는 그러지 못했으므로. 찰리는 앨런과 함께 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솔직하게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험상 솔직한 것, 자기만의 시선과 관점을 유지하는 게 삶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내심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는 단순하고 맹목적인 부성애가 아니다.
구원을 향해 내딛는 고통스러운 발걸음
하지만 엘리의 에세이는 찰리에게 위안을 줄지언정 그를 구하지는 못했다. 찰리가 실천에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떳떳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를 실천에 옮기자니 찰리는 용기가 없다. 또 무섭다. 머리로는 알지만, 그런다 한들 자기가 진짜 구원받을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나약함은 피자 배달부를 만났을 때 온전히 드러난다. 매일 같이 피자를 가져다 주던 배달부는 좀처럼 문을 열지 않는 찰리가 궁금한 나머지 호기심에 가는 척하다가 피자를 받으러 나온 찰리를 목격한다. 그는 거구의 찰리를 마주한 후 혐오스러워하며 자리를 뜬다. 이에 찰리는 미친듯이 폭식한다. 배달부의 호기심이, 찰리에겐 크나큰 불행이었고, 그의 자기 혐오가 터져 나온다.
그런데 이러한 파괴적인 순간을 거치면서 찰리는 역으로 용기를 얻는다. 의도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을 외부에 공개한 상황이 되었으므로. 솔직해질 수 있는 계기가 원치 않게 생긴 셈이다. 그래서 찰리는 노트북을 켜서 수강생들에게 제발 솔직하게 글을 쓰라며 욕설 섞인 메시지를 보낸다. 마지막 에세이 수업에서는 자신의 메시지대로 진정성 있는 글을 쓴 학생들을 칭찬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트북 카메라를 키고, 자기 모습을 공개한다.
마침내, 고래는 구원받았다
그러나 찰리가 자기 모습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엘리다. 어느 날, 찰리가 잠자는 사이 토마스와 솔직하게 이야기할 시간이 생긴 엘리. 그녀는 자기가 교회 소속 전도사도 아니고 가족과의 불화 때문에 집에서 가출했다고 털어놓은 토마스의 이야기를 몰래 녹음한다. 또 SNS를 뒤진 끝에 그의 가족을 찾아내 연락한다. 그 결과 토마스는 마침내 가족에게 돌아간다.
혹자는 이 장면을 보면서 엘리를 배신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속사정을 어렵게 털어놓은 친구를 신고한 셈이니까. 찰리는 다르다. 엘리의 에세이를 읽어 본 찰리에게 이 사건은 다른 의미다. 자기에게 미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듯이, 엘리가 토마스에게도 동정심을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이해한다. 또 솔직함이 구원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예상과 달리 가족과 빠르게 화해하고, 가족에게 돌아가게 되어서 행복해하는 토마스를 보면서 더욱 확신한다. 그래서 찰리는 자기혐오의 끝을 찍은 뒤에 엘리에게 에세이를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녀가 에세이를 읽을 때, 찰리는 마침내 깨달음과 확신을 실천에 옮긴다. 깊은 검은 화면에 스스로를 가뒀던 고래가 드디어 밝은 세상을 마주하고 일어나 걷는다. 그렇게 고래는 자기 혐오를 버리고 구원 받는다.
더 나아가 진솔함이라는 깨달음은 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구원의 문을 열어준다. 자기에게 진솔해진다는 것은 곧 자기 욕심과 이기심을 깨닫는다는 의미다. 이는 타인에게 간섭하고, 구속하고, 원하는 바를 강제하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후반부에 리즈는 과거 찰리가 자기 오빠인 앨런을 도와주었듯이, 자기도 찰리를 돕고 싶었다고 말한다. 설령 그가 원하지 않더라도. 오빠 대신 애정을 쏟을 사람으로 찰리를 고른 셈이다. 동시에 자기 욕심을 직시하면서 찰리와 화해한다. 그녀는 찰리가 병원 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그가 병원비를 낼 수 있는 돈을 엘리에게 주겠다고 결정하자 크게 화를 낸 것이 모두 본인의 욕심과 바람 때문이었다고 인정한다. 이처럼 <더 웨일>은 찰리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가두고 있던 모든 이들이 문을 열고, 스스로 채운 족쇄를 마침내 풀어버리는 구원의 이야기다.
찰리의 집이 인상적인 이유
물론 <더 웨일>의 이야기는 보편적이다.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는 자아 성찰의 이야기. 이는 누구에게나 익숙할만한 메시지다. 그러나 <더 웨일>의 진가는 메시지에만 있지 않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찰리의 집을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몇몇 대목을 제외하면 모든 장면은 찰리의 집 안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이 집이 매우 좁다보니 찰리의 거구와 대비를 이루면서 유달리 답답하고 음울하다. 덕분에 이 공간에 담긴 여러 의미가 잘 드러난다. 찰리를 감싸고 있는 죽음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지고, 이 집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의 트라우마나 상처가 더 강조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고해소 같기도 하다. 자기 밑바닥을 마주하면서 진실을 깨닫는 공간도 되기 때문이다.
촬영 방식 덕분에 공간적 특성은 더 잘 살아난다. 1.33:1의 화면비를 선택한 게 대표적이다. 가로로 좁은 화면비에서 좁은 공간과 거구의 몸은 전체 화면을 거의 다 차지한다. 그 결과 공간의 분위기와 다층적인 의미는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클로즈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협소한 공간을 주된 배경으로 삼고 있기에 영화는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때 클로즈업 컷은 대화의 흐름에 따른 각 인물의 감정선 변화를 보여주기에 적절하다. 인물의 표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는 공간 미술, 촬영, 각본에 이르는 모든 영화적 선택을 최선의 결과로 엮어낸다. 찰리는 사실상 영화의 모든 장면에 등장해 혼자 힘으로 감정 굴곡이 심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다. 브랜든 프레이저는 이러한 캐릭터가 버겁지 않고, 그의 심경 변화가 충분히 이해되는 연기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동성 성추행 피해, 과도한 스턴트 연기로 인한 혹사, 이혼과 같은 배우 본인의 사연이 더해지면서 더 짙은 호소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크리틱스 초이스와 미국배우조합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히는 이유를 궁금해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내 모습을 직시할 때, 비로소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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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침질과 미봉책 사이
이 글은 영화 [외계+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선구자의 길은 언제나 멀고도 험하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알 수 없는 미래, 혹은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짊어진 채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 그 길을 담담히 걸어야만 한다.
사람들은 때로는 무모하다고 하고 또는 하던 것이나 제대로 하라는 말로 손쉽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다 너를 위한 말이라는 쓸데없는 포장지를 잔뜩 써서.
그러나 용기란 것은 언제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라고 했다. 이미 수많은 히트작으로 입지가 굳건한 최동훈 감독은 신작 [외계+인]으로 자신의 용기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시도된 적이 없는 시공간의 크로스 오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낯설기는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는 이번 영화로, 감독은 다시 한번 자신이 낸 용기의 크기만큼이나 어깨 위에 신뢰를 얹을 수 있을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게 되네...;한국 CG,몰라줘서 미안하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CG라는 산은 한국 영화에 고질병처럼 등장하는 신파만큼이나 넘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였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을 작품보다 앞세워 마케팅했던 많은 선배 영화들의 끝은, 고된 CG 작업 후 꺼진 컴퓨터처럼 짠하고 고된 채로 쓸쓸히 사라지곤 했다.
한낱 부속품이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고서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던 전례들 덕에. 한국 영화 속 존재하는 컴퓨터 그래픽들이 저평가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노력한 만큼의 성과도 인정받지 못하고 왜 마블처럼 스토리도, 그래픽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냐는 두 배의 잔소리만 덩그러니 숙제로 남은 채로.
그러나 이번 작품은 좀 다르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우주선이 건물을 부수다 땅에 처박혀 아스팔트를 긁다 못해 까뒤집는 장면들은 이미 다른 영화들을 통해 눈에 익을 만큼 봐 왔건만. 현재 내가 보고 있는 장면들이 소위 말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 속 한 장면이라는 사실이 만나는 그 순간에. 가슴이 마구 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와 이게 되는구나.라는 말이 절로 새어 나올 정도로 정교하고 “티 나지”않는 장면들이 꽤 많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마블”처럼”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장면들에서는 예전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부분만 톡 튀어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덕분에 고려 시대와 현재를 오고 가는 혼잡한 설정 속에서도, CG로 인해 생기는 위화감이나 피로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충분히 다듬어진 장면들을 보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왔음에 다시 한번 미소가 지어진다.
마블의 자수는 튼튼하다;시침질인가 미봉책인가
사진출처:다음 영화
애초에 2부로 나눠 개봉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전반부가 뿌리는 떡밥과 떡밥 회수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분석을 하고. 그 분석을 토대로 답안지가 공개되었을 때 확인하는 재미 또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후속편을 기다리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관객과의 약속이자. 자신들이 정교하게 그려 놓은 도안에 따른 떡밥이라는 시침질을 매우 정확하고 적절하게 한 케이스는. 애석하게도 현재 [외계+인]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고 있는 마블이다.
물론 천하의 마블조차 한 땀 한 땀 완벽한 수를 놓지는 못했고. 최근의 작품들은 아예 도안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명성만큼은 아직 건재한 마블이 여태 해 온 관객과의 바느질 티키타카를 보았을 때. 적어도 이 영화는 비교 대상을 잘못 잡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영화가 떡하니 시침질을 해 놓은 자리는 관객들이 보기에 잘라내도 되겠다는 마음에 자꾸 시선이 머무는 곳이 되어버린다. 그런 관객의 눈길을 애써 돌리려는 듯, 영화 속 인물들은 그것이 과거이건 미래이건 상관없이 중심 축을 잡지 않고 관객의 양쪽에 늘어서서 내 말을 들어보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 결과, 영화가 복잡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후반부 30분 정도부터는 그 속도를 올려 모든 숙제를 몰아 해치우듯 성급하게, 인물들이 직접 시침핀이 되어 영화라는 천 위를 숨 가쁘게 오고 가지만. 그런 노력에 비해 캐릭터 자체가 갖는 매력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영화의 중간중간에는 컷 편집에 있어 문외한인 나조차도 갸웃거릴법한 장면들도 보여, 영화의 완성도, 혹은 신뢰도는 수직 하락한다.
매우 용감했고 대담한 시도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분명 영화를 보며 묘한 쾌감이 드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과연 이 바느질들이 정확한 시침질이 될 것인지. 아니면 미봉책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후자에 가깝다는 우려가 슬그머니 들어찬다.
영화에도 휴롬이 필요해;너무 많은 재료는 모든 것을 망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충무로 최고의 혹부리 영감답게. 최동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이번 작품은 기본적으로 전작인 [전우치]의 틀 위에 어울릴법한 전래동화나 시조에서 따온 모티브를 얹었다. 눈에 익은 몇몇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와 자신의 전작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섭섭하지 않게 마블의 세계관도 고루 둘러 넣었다.
문제는 재료들이 같거나 비슷한 크기로 갈려 목 넘김이 좋은 스무디가 되어야 했지만. 들어간 재료들이 한 번씩은 식도 벽을 툭툭 건드리며 넘어간다는 것에 있다. 하나하나 돌아보면 이야깃 거리가 될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재료들이 영화에 가득하지만. 거기서 오는 안전함까지 확보하지는 못했다. 껄끄럽고 성가시며. 때로는 무엇이 제대로 갈리지 못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그중 결국 삼키지 못하고 뱉어야 할 만큼 가장 큰 덩어리는 무륵(류준열)에게 자격을 묻는 장면이었다. (물론 이 장면에서 무륵은 기가 막히게 멋있었다.)
뽑지 못할 것만 같던 검을 뽑는 장면에서는 쉽게 엑스칼리버나 묠니르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 모티브 자체가 쓰이는 것에 대한 반감은 없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자격을 주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촉매에 대한 설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2부에서 말해주겠지.라고 속 편하게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1부에서 했어야 할 숙제까지 떠안아야 할 내일의 2부가 이미 힘겨워 보인다.
마치면서
웨하스 같은 영화다.
먹을 땐 맛있지만. 부스러기가 너무 심하게 남는다. 먹고 나서 엄마의 등짝 스매싱 생각에 순간 아찔해진다.
과자 자체의 맛이 너무 뛰어나서 잔소리를 견뎌내고 청소를 감행할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웨하스를 생각함과 동시에 내 멘탈만큼이나 흩날릴 가루들을 생각하면 다음번의 간식으로 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 일정 부분의 재미도 있고. 감탄할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곱씹을수록 어딘가 찜찜하다.
이 시리즈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설령 우려했던 결말이라 해도, 나는 여전히 이 수다스러운 혹부리 영감 같은 감독을 좋아할 것이다. 단지 이번 옛날이야기가 나와 맞지 않았다며 넘기고 다음 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를 테니까.
[이 글의 TMI]
1. 그 누가 뭐래도 딱복이 최고야.
2. 딱복 2만원치가 일주일만에 순삭되는 마법이란.
3. 체리도 곁들여 먹으면 맛있징.
4. 다음 글은 아마도 독일어 근황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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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로 돌아오는 <나이브스 아웃2>, 그리스에서 본격적인 촬영 시작!
라이언 존슨은 지난 월요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리스의 따뜻한 지중해 연안에서 <나이브스 아웃2>의 제작 일정이 시작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촬영장소는 그리스 북동부 펠로 폰 네소스 해안에 위치한 풍요로운 섬 '스페 체스(Spetses)'이며, 영화는 7월 말 또는 8월 중으로 촬영을 마칠 예정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전편에 이어 또 한번 영리한 사립 탐정 브누아 블랑 역을 맡았는데요. 이와 함께 존슨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출연진 또한 선보인다고 합니다. 먼저 <아미 오브 더 데드>의 데이브 바티스타, <버드맨>의 에드워드 노튼, <히든 피겨스>의 제넬 모네, <완다비전>의 캐서린 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레슬리 오덤 주니어에 이어 케이트 허드슨, 매들린 클라인, 제시카 헨윅 등의 배우들까지 새롭게 합류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4천만 달러의 예산을 가지고 시작한 본편 <나이브스 아웃>은 라이온스게이트에서 배급을 맡아 글로벌 박스 오피스에서 약 3억 천 백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는데요. 2020년 2월, <나이브스 아웃>의 속편 제작이 확정되면서 존슨 감독과 공동 프로듀서인 램 버그만은 라이온스게이트를 떠나 약 1년의 시간 동안 그들의 배급사를 찾아 헤맸습니다.
마침내 올 3월, <나이브스 아웃>의 후속 시리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HBO Max, Disney Plus, Apple TV Plus, Amazon Prime이 주요 경쟁사로 부상함에 따라 <나이브스 아웃2>, <나이브스 아웃3>의 판권을 4억 5천만 달러 이상에 구입하며 보다 경쟁력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메이저 영화 선점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영화들의 경우 일부 극장과 동시 상영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나이브스 아웃2>의 출시 전략은 과연 어떻게 될지 앞으로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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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온킹 원작 총정리 #10
원작 라이온 킹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라이온킹 #라이언킹 #lio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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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O2>
[2021년 5월 12일, 넷플릭스 공개]
극한의 공간에 갇힌 리즈,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해 내야 한다
남은 시간과 산소가 모두 사라지기 전에...
한 젊은 여성이 동면 캡슐에서 눈을 뜬다.
사라진 기억과 폐쇄된 공간, 그리고 급속도로 고갈되어 가는 산소.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누군지 기억해내야 한다.
이곳이 그녀의 관이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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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익스트랙션 2> 공식 예고편
목숨을 건 구출이 시작된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타일러 레이크로 돌아오는 《익스트랙션 2》,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헴스워스와 샘 하그레이브 감독이 다시 한번 뭉친 작품. 조 루소와 앤서니 루소의 AGBO가 제작을, 조 루소가 각본을 맡았다. 골시프테 파라하니가 전편과 같은 역할로 출연하며, 다니엘 베른하르트와 티나틴 달라키슈빌리도 함께 열연을 펼친다. 《익스트랙션 2》는 앤디 파크스의 그래픽 노블 《Ciudad》에 바탕을 둔 첫 번째 영화의 속편으로, 앤디 파크스, 조 루소, 앤서니 루소의 원안에 페르난도 레온 곤살레스가 일러스트레이션을 맡았다. 《익스트랙션 2》에는 앤서니 루소, 조 루소, 마이크 라로카, 크리스 헴스워스, 패트릭 뉴얼, 샘 하그레이브가 프로듀서로, 앤절라 루소오츠토트, 제이크 오스트, 벤저민 그레이슨, 스티븐 스카벨리, 크리스토퍼 마커스, 스티븐 맥필리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