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1-28 12:27:10
로히림의 전쟁 | '반지의 제왕'이라서 눈감는 안일함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주로서의 삶을 답답해하며 전사가 되고 싶어 하는 로한의 공주 '헤라'(가이아 와이즈). 어느 날, 그녀는 소꿈친구이자 웨스트마크 영주 '프레카'(숀 둘리)의 아들 '울프'(루크 파스콸리노)의 구혼을 받는다. 그러나 곤도르와 혼약을 맺은 로한의 왕 '헬름'(브라이언 콕스)도, 연심이 없었던 헤라도 구혼을 일언지하로 거절한다. 헬름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낀 프레카는 결투를 청하고, 헬름은 결투 중 예기치 못하게 프레카를 죽이고 만다.
이에 격분하며 복수를 다짐하며 자취를 감췄던 울프. 그는 수년 뒤 로한의 적인 던랜드인을 이끌고 나타나 로한의 수도 에도라스를 습격한다. 헬름과 두 아들 ‘할레스’(벤자민 웨인라이트)와 ‘하마’(야즈단 카푸리)는 기마대 로히림과 함께 전투에 나서지만, 내부의 배신이 겹치면서 대패한다. 두 왕자를 모두 잃은 헬름과 헤라는 울프의 군세에 밀려 나팔 산성에 그대로 고립되고, 전세를 단번에 역전시킬 방도를 찾기 시작한다.
높고도 험한 <반지의 제왕>이라는 벽
영화팬들 사이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도는 말이 있다. 20년 전 <반지의 제왕> 포스터가 과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팩트였더라. 아직까지도 '21세기 최고의 판타지 영화'라는 마케팅 문구는 <반지의 제왕> 몫이기 때문. 피터 잭슨 본인이 만든 <호빗> 삼부작도, 아마존 프라임이 심혈을 기울인 <힘의 반지> 드라마도 10억 달러 흥행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동시에 달성한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에는 비견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판타지 영화 팬들은 <반지의 제왕>을 늘 그리워한다. 이 시리즈를 처음 본 전율을 언제 다시 느껴볼까 궁금해하면서. 이는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이하 <로히림의 전쟁>)이 낯선 외양에도 불구하고 특히 궁금한 이유였다. '반지 전쟁' 250여 년 전 로한의 왕 헬름과 그의 딸 헤라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피터 잭슨과 앤디 서키스가 제작할 영화 <반지의 제왕: 골룸 사냥>에 앞서서 팬들을 가운데땅으로 초청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약 한 달 늦게 공개된 결과물은 다소 실망스럽다. 원작에서는 이름조차 없었던 주인공 '헤라'의 서사는 평범하고, 그녀의 활약상을 보각한 각색은 부자연스럽다. 카미야마 켄지가 맡은 애니메이션 작화도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그러나 판타지와 <반지의 제왕>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로히림의 전쟁>을 싫어할 수 없다. 곳곳에 삽입된 <반지의 제왕>과의 연결고리를 찾다 보면 아쉬움이 절로 잊히기 때문이다.
에오윈을 넘지 못한 헤라
<로히림의 전쟁>의 성패는 헤라에게 달려 있었다. 애초에 원작에 없는 인물의 재조명이 기획 의도니까. 그런데 정작 헤라는 새로울 게 없다. 그녀는 공주로서의 삶을 답답해하며 전사가 되길 꿈꾼다. 공주로 태어났기에 다른 왕족과의 혼인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헤라는 모든 구혼을 거절한다. 대신 그저 말을 달리며 모험을 떠나는 삶을 꿈꾼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주 접한 말괄량이 공주가 바로 헤라다.
문제는 헤라와 똑같은 캐릭터가 이미 20년 전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등장했다는 것. 로한 제2왕조의 마지막 왕인 세오덴의 조카딸이자, 제3왕조의 첫 번째 왕 에오메르의 동생인 '에오윈'(미란다 오토)이 주인공이다. <로히림의 전쟁>에서 내레이션도 맡은 그녀는 전투에 나선 남자들을 기다리기만 하는 처지를 답답해하며 남몰래 무술을 연마했다. 심지어 왕명을 어긴 채 '펠레노르 평원의 전투'에 나서서 마술사왕까지 죽였다.
그런데 두 캐릭터가 겹쳐 보일수록 헤라는 에오윈에 비해 매력이 부족하다. 에오윈과 달리 헤라는 완성형 캐릭터이기 때문. 에오윈은 공주에서 전사로 변모해 가는 인물이었고, 관객도 그녀의 좌절과 성장을 함께 겪으면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헤라는 이미 완성된 전사다. 그러다 보니 관객은 그녀의 감정선에 이입하기 어렵고, 그저 활약상을 구경할 수밖에 없다. 헤라에게서 에오윈의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
<반지의 제왕 2> 다시 보기
그 결과 <로히림의 전쟁>에서는 프리퀄 겸 스핀오프만의 매력이 돋보이지 않는다. 사실 영화가 다루는 사건 자체의 한계가 명확하다. 사건의 전개나 세부적인 전투 양상이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이하 <반지의 제왕 2>을 반복하기 때문. 아이센가드의 적, 수적 열세 상황에서 최후의 돌격을 감행하는 주인공, 그 순간 헬름 협곡 위에서 등장하는 로히림 등.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적군이 오크가 아닌 인간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헤라는 이처럼 <반지의 제왕 2>의 반복에 불과한 이야기에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존재였다. 원작 소설은 그녀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으니까. 그저 헬름에게 딸이 있었고, 그녀를 향한 울프의 구혼을 거절했다는 내용만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헤라를 어떤 캐릭터로 묘사하고 그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붙여주느냐에 따라 <로히림의 전쟁>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극 중 헤라는 기존 캐릭터들의 조각모음에 불과하다. 그녀는 그저 세오덴처럼 농성하고, 아라고른처럼 최후의 돌격을 결심하고, 레골라스처럼 숱한 적군을 무찌르고, 간달프처럼 지원군을 끌고 온다. 기존에 못 본 역할을 선보이는 게 아니라, 여러 캐릭터가 맡았던 역할을 혼자 해낼 뿐이다. 결국 <로히림의 전쟁>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반지의 제왕 2>를 일본풍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것에 불과해 보인다.
실수는 반복된다
오히려 헤라의 존재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장애물이 되는 구간도 적지 않다. 기존 서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헤라의 활약상을 부각하려다가 전개가 꼬이기 시작한다. 단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헤라의 활약상을 덧댄 흔적이 가려지지 않은 셈이다. 이는 <호빗> 3부작에서 소설에 없던 오리지널 캐릭터, '타우리엘'이 중심이 된 로맨스가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흐름이 끊겼던 문제점과도 유사하다.
특히 헤라가 등장할 때마다 전투 시퀀스의 흐름이 꼬이는 경우가 잦다. 아이센 여울목에서 펼쳐진 전투와 수도 에도라스의 함락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시퀀스에서는 크게 세 주체가 등장한다. 헬름과 군대는 전투를 펼치고, 울프와 그의 본대는 헬름의 군을 우회해 수도 에도라스로 진격하고, 헤라는 울프의 공격으로부터 사람들을 대피시키며 수도를 방어한다.
그런데 전투가 진행될수록, 특히 헤라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시점부터 세 주체의 행적은 꼬이기 시작한다. 분명 여울목에서 부왕 옆에서 전투 중이었던 헬라스가 에도라스로 먼저 진군한 울프를 갑자기 앞지르는 식이다. 본편에서 엘프인 레골라스가 간신히 대적한 무마킬을 헤라가 혼자 죽이는 과장된 묘사도 시리즈의 일관성을 저해한다. 헬름 협곡에서 헤라와 그녀의 시녀 올윈이 숱한 적군을 대적하는 전개도 같은 맥락에서 의아하다.
프리퀄을 지탱하는 각색과 작화
안일하게 전편의 영광에 기댄 것 같은 헤라 캐릭터의 만듦새는 군데군데 몰입도를 높인 장점과 대조되기에 더욱 아쉽다. 각색한 울프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원작에서 그는 아버지를 죽인 헬름을 향한 복수심 때문에 로한을 침략한다. 반면에 영화는 울프의 동기를 더 구체화한다. 그가 헤라에게 품은 연심이 집착으로 변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그 덕분에 승전하기 직전 그가 헤라를 놓지 못해서 패배하는 전개도 그저 허망하지는 않다.
헬름의 아들 하마의 최후를 변경한 각색도 인상적이다. 원작에 그는 나팔 산성 앞에 주둔한 울프의 군대를 기습하다가 사망한 반면, 영화에서는 울프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헬름이 보는 앞에서 처형당한다. 이는 헬름의 좌절감, 광증, 복수심을 강조하며, 더 나아가 헬름 협곡이라는 지명이 생겨난 이유를 알려주는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처럼 <로히림의 전쟁>은 원작이 간략히 다룬 감성적인 측면을 깊이 파고든다.
각색 외에는 작화가 놀랍다. 카미야마 켄지가 본래 배경을 그리는 미술 스태프 출신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원경에서 보여주는 가운데땅 풍경은 그림인지 실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밀하다. 일례로 오프닝의 경우 평원에서 말을 타는 헤라와 그 위를 날아가는 독수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순간적으로 실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시를 유발한다. 나팔 산성의 전경을 비추는 순간도 실사 영화 부럽지 않은 장엄함이 느껴진다.
다만 전투 시퀀스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로히림의 전쟁'이라는 부제만 보면 실사영화 속 로한의 기병대의 웅장한 돌격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림만으로 실사영화 수준의 장대한 전투 시퀀스를 보여주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그나마 보름달을 배경으로 프레알라프가 이끌고 온 지원군이 울프의 군대를 공격하는 장면만큼은 명장면으로 뽑기에 손색없다.
가운데땅은 여전히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히림의 전쟁>에는 <반지의 제왕> 팬이라면 아쉬운 대목이 눈에 밟혀도 모른 척 넘어가 줄 수밖에 없는 포인트가 적지 않다. 사루만의 재등장 때는 작고한 크리스토퍼 리가 <호빗> 촬영 당시 더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헤라가 반지만 찾는 모르도르의 오크들을 만나고, 그 순간을 궁금해하는 간달프와 헤라가 연락을 취하는 대목 또한 '반지 전쟁'과의 연결고리를 암시하기에 흥미롭다.
전반적으로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와 유사하다. <반지의 제왕>에 못 미치는 완성도가 아쉽지만, 아라고른과 레골라스의 우정을 암시하는 대목이나 노년의 빌보 배긴스를 연기한 이안 홈이 출연한 순간에 결국 미소 짓지 않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뉴라인 시네마 로고가 등장하고 로한의 테마 음악이 흘러나올 때부터 예견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Acceptable 무난함
'반지의 제왕' 향이 소량 첨가된 판타지 애니메이션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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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기자의 시점으로 본 '기자 영화'
기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마치 탐정처럼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본질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다가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며 반전을 맞이한다. 그래서 그는 펜으로 바로잡고 정의 구현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만 보면 영화 '댓글부대'는 흔히 사회고발을 하는 기자 영화로 비치고, 원작소설을 집필한 장강명 작가 또한 기자 출신이었기에 더더욱 기자 영화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정진영 작가의 '침묵주의보'를 드라마화한 JTBC '허쉬'와 같은 결을 따라갈까 영화를 관람하기 전 살짝 예상해 봤다.
전직 기자의 시점으로 바라본 '댓글부대'는 우리가 흔히 아는 기자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이다. 특정 대기업을 떠올리게 만드는 만전 그룹 비리를 보도했다가 오보로 판명돼 한순간에 '기레기'로 전락한 임상진(손석구)이 절치부심해 비밀리에 운용 중인 만전 내 여론조작팀의 실체를 들춰내 정의 실현으로 이어질 줄 알았지만, 정작 이 영화는 그러한 스토리에 관심 없다.
안국진 감독이 '댓글부대'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기자 임상진이 쓰는 '기사'다. 인터넷 문화가 태동한 1990년대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이 주류가 된 현시점까지 보여주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건 소수 미디어 매체가 아닌 불특정 대다수에게 넘어갔다는 걸 전한다. 그러면서 임상진의 피땀눈물로 완성된 기사의 영향력은 점점 잃어가고, 진실인지 거짓인지 불분명한 인터넷 글이 막강한 힘을 얻는 오늘날의 현주소를 조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정보들은 하나같이 '100% 팩트'라고 말하기 애매함의 연속이다. 임상진에게 만전의 여론 조작을 제보하는 찻탓캇(김동휘)의 주장이나 만전의 비리를 알린 중소기업 대표의 말, 만전이 진짜 여론을 조작했는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아니, 영화는 애초에 이 정보들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어차피 중요한 건 정보의 사실 검증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지 여부다. 믿는다면 진짜로 받아들일 것이고, 의심하면 가짜로 보일 테니까.
그래서 '댓글부대'는 흥미롭다. 그동안 근현대사를 재해석하는 데 할애하는 반면 현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에는 조용했던 다른 한국영화들과 다르게 과감한 선택을 취했기 때문이다. 안국진 감독의 선택은 확실히 참신했고 그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다만 '댓글부대'의 화법과 연출 방식까지 참신하다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장황한 내레이션과 대사들이 주류를 이루며 풍자하는 방식은 할리우드 대표 감독 중 하나인 아담 맥케이를 연상케 하나, 마치 말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플래시백이 잦다 보니 작품의 전개 속도도 빠르지 않아 지루함도 느껴진다. 반전이 등장했음에도 감흥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댓글부대'에 출연한 배우들의 쓰임새도 아쉽다. 주연인 손석구를 비롯해 김성철(찡뻤킹 역), 김동휘, 홍경(팹택)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력과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들인데 유독 이 영화 내에선 크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아무래도 '기사'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캐릭터들이 희미해진 게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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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에 출연한 존 시나가 최근 중국에 사과한 이유는?
해외 매체 전문지 버라이어티(Variety)에 따르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 출연한 존 시나는 지난 홍보 인터뷰에서 대만을 ‘국가’라고 부른 것에 대해 이미 중국 팬들에게 한차례 사과를 했지만,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을 지닌 수많은 중국 관객들은 그의 사과문을 받아들일 수 없는 태도라고 밝혔다.
10년 넘게 중국어를 배워 온 프로레슬링 선수 존 시나는, 이달 초 대만의 뉴스 채널 TV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어로 “대만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최신 편을 볼 수 있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만에서의 극장 개봉은 중국보다 3일 빠른 5월 18일, 즉 미국 개봉일인 6월 28일보다 약 5주 이상 앞두는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지 코로나 상태가 악화돼 무기한 연기되어 왔다.
1949년, 대만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가진 채 중국으로부터 분리되었지만,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하에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이며, 따라서 대만을 독립국가로 부르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시나는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TVBS에 사과하는 글과 함께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어색한 문법과 비교적 정확한 발음과 함께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분노의 질주를 위해서 정말 많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정말 많이요. 한 인터뷰에서 실수를 했어요. 지금부터 제가 말할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중국을 존경하고 중국 사람들을 사랑해요. 제 실수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저는 정말 중국을 존경하고, 중국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간주한 그의 실수는 중국에서의 보이콧을 초래할지 지켜볼 일이다. 작년 12월에는, <몬스터 헌터>가 중국 개봉 이후 하루 만에 상영을 전면 중단한 사건이 있었다. 논란에 휩싸이게 된 배경은 <몬스터 헌터>에서 한 백인 군인이 “이 무릎(knees)은 뭐지?”라는 농담을 하자, 동양인 군인이 ”중국인(Chi-knees)”이라고 답하며 웃는 장면에서 촉발됐다. 또한 지난 3월에는 <노매드랜드>의 상영을 취소한 바 있는데, <노매드랜드>의 감독 클로이 자오가 2013년 ‘필름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10대에 고국을 떠났을 때,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린 곳이었다.”라고 발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심기가 거슬렸는지, 중국 내 모든 매체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 및 보도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일부 팬들은 존 시나가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수년 동안 중국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하며 그를 옹호해왔다. 또한 다른 이들은 외국인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 대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생각이 달랐다. “중국어로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다’라고 말해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약 7,500개의 ‘좋아요’를 받은 네티즌은 말했다.
“중국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사과를 할 때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게 단순히 문법적 오류였을까요? 존 시나는 심지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그가 실제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누가 알까요?” 약 2,000개의 ‘좋아요’를 얻은 네티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Endata(艺恩)에 따르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중국 개봉 후 5월 27일 기준으로 약 10억 위안(한화 약 18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마지막 두 편의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미국에서보다 중국에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 바 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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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원의 밤
낙원의 밤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방법
'너 혼자 있기 싫다며'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특별한 상황에 놓인 경우, 그 죽음의 의미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 '죽음'은 모두 시한부 삶으로 나타난다. 태구의 누나도 태구가 '이식'을 해주고 싶지만, 아버지가 다른 남매라서 가능하지 않았고, 그마져도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는다.
태구가 제주도에서 만난 재연도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수술해도 살 수 있는 확률이 10%에 불과한 불치병을 앓고 있는 재연은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지금의 삶에 미련이 없다.
태구 역시 누나와 조카를 죽인 북성파 도회장을 살해하고 조직 두목인 양사장의 지시로 제주도로 몸을 숨기면서, 자신의 삶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한다.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지만, 인물들 사이를 들여다보면 이 사건이 오래 전부터 시작된 두 조직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의 마지막 과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누가 승자인지, 패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느와르 장르를 보여주려 하지만,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농담이 마냥 웃기지만은 않는다.
태구가 찾아간 제주도의 쿠토는 한때 태구의 조직에서 최고 실력자였고, 상대 조직과의 전쟁에서 잔인하고 무서운 실력자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의 가족들이 몰살당하고 겨우 살아남은 사람이 조카인 재연이다.
재연은 학생 때 부모와 동생이 살해당한 장면을 봤으며, 그 트라우마로 지금도 힘들어 한다. 재연은 삼촌인 쿠토를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민을 갖는 양가 감정으로 자신을 괴롭히는데, 이건 자식이 부모에게 갖는 감정과 거의 같다는 점에서, 삼촌 쿠토는 사실상 재연의 아버지다.
북성파의 마이사는 재연이 중학생 때 만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한때 마이사와 쿠토가 같은 조직에서 일했다는 것을 뜻하며, 어떤 사건으로 쿠토가 북성파 조직을 떠나 양사장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쿠토는 제주도에서 농장을 하며 무기 밀매를 한다. 러시아에서 밀반입한 총기를 국내 폭력조직에 판매하는데, 이 총을 구입하는 조직은 서울의 조직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 제주도의 독자적 조직으로 보이지만, 나중에 보면 힘 있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기어들어가서 북성파의 마이사 쪽으로 붙는다.
사건은 크게 서울과 제주도에서 발생한다. 태구가 서울에서 북성파 도회장을 살해하고 제주도로 내려올 때까지의 상황은 빠르게 진행된다. 거대 조직인 북성파는 양사장 조직을 찍어누르는 상태였고, 양사장은 조직 2인자인 태구가 도회장 쪽으로 빠져나갈 것을 몹시 걱정하고 있다. 이때 태구의 누나와 조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양사장은 도회장이 한 짓이라고 말한다.
북성파 마이사는 양사장을 '양아치 새끼'로 부를 정도로 하찮게 여기는데, 그런 양사장에게 자기가 모시는 도회장이 당했다는 말을 듣고 이를 간다. 조직의 크기나 인물의 배포, 성격에서 양사장은 마이사의 발끝에도 닿지 못하는 '양아치'가 분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양사장은 경찰의 고위 간부에게 줄을 대고 있고, 폭력조직을 관리하는 경찰 간부 '박과장'은 마이사와 양사장을 불러 화해시킨다.
그 조건은 도회장과 북성파 조직원을 살해한 태구 하나를 없애는 것이다. 태구를 없애는 것은 마이사가 하되, 뒷처리는 양사장이 하는 것으로 세 사람은 합의한다. 이렇게 태구는 자신의 운명이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모른 채 제주도에 남아 있게 된다.
쿠토에게 무기를 사가던 지역 조직원들이 러시아 마피아와 직접 거래를 하겠다며 쿠토를 살해하자 재연과 태구가 이들을 전부 살해하고 농장을 떠난다. 이들은 이제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떠돌이가 되었는데, 평소 잘 알던 펜션하는 부부에게 펜션을 빌린다.
서울에서 양회장이 태구에게 전화해 자신도 쫓기는 몸이라 제주도로 내려오겠다고 말하고, 공항으로 마중나오라고 한다. 재연과 태구는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안쓰럽게 여긴다. 태구는 재연이 불치병으로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자신의 누나를 떠올린다. 그래서 재연이 맛있게 먹는 '물회'를 처음에는 먹지 못하지만, 재연과 함께 떠돌이가 되면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순간, '물회'를 맛있게 먹는다.
재연은 태구가 여느 깡패처럼 무식하고 멍청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태구의 눈빛에서 서늘하고 처연한 감정을 공감한다. 태구는 말하지 않았지만, 바로 얼마 전, 누나와 조카를 잃고, 삶의 희망이 사라진 태구의 눈빛은 제주의 바다만큼 짙고 푸르다.
두 사람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애써 모른 척 한다. 그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두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사치라는 걸 알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심한 척 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짧은 삶을 남겨둔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농장에서 재연을 인질로 잡은 마이사가 태구에게 전화해 '너 혼자만 죽으면 되잖아'라고 말한다. 태구는 재연과 조직의 동생 진성을 살리려고 마이사를 찾아간다. 그는 자기가 죽을 것임을 알고 있다. 다만, 재연 앞에서 죽게 된다는 것, 재연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재연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은 태구가 자기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누나와 조카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연은 이미 삼촌 쿠토로 인해 부모와 동생이 억울하게 살해당하지 않았던가.
마이사를 찾아 농장에 온 태구는 처음부터 죽도록 맞는다. 그런 태구에게 마이사는 누나와 조카를 죽인 놈이 누구인가를 말한다. 북성파 마이사는 태구를 죽이려고 태구의 누나와 조카를 죽일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도회장을 죽이려는 의도로 태구의 누나와 조카를 죽이고, 태구에게 도회장이 한 짓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은 태구의 두목 양사장이라고 말한다. 이때 옆에 있던 양사장도 그 말을 듣지만, 부인하지 않는 걸로 봐서 마이사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태구는 양사장을 죽이려 하지만, 마이사는 박과장과의 약속 때문에 양사장을 살리고 태구를 죽인다. 태구는 죽어가면서도 재연에게 농담을 건넨다. 두 사람만 아는 농담은 두 사람의 마음 깊은 곳으로 연결된다.
폭력조직에 몸담은 깡패 태구는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의외로 마음이 여리다. 재연과 만나면서 그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진다. 태구는 그동안 연애를 한 적이 없었을까. 아니, 마음을 울리는, 사랑의 감정으로 심장이 뛰는 그런 여성을 만난 적이 없었을까.
재연을 만나고 태구는 그런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시한부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깨닫게 되고, 서로의 감정을 다치지 않도록 애쓴다. 재연도 평범한 여학생에서 권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단단한 여성이 되지만, 그 과정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오히려 재연이 냉정한 킬러로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 어땠을까. 그랬다면 마지막 장면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태구와 재연의 캐릭터는 잘 구축되었고, 배우 엄태구와 전여빈은 인물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느와르를 추구하고 있는 건 분명한데, 중간에 가끔 나오는 코믹한 대사는 느와르의 긴장을 풀고, 호흡을 쉬어갈 수 있는 여백이면서,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블랙코미디의 떠올리게 한다. 비극적 상황에서 오히려 농담을 할 수 있게 되는 부조리는 현실에서 종종 일어난다.
다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없는, 냉정하고 잔혹한 리얼리즘의 느와르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잔혹하되 인물의 부조리를 드러낼 것인지는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판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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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4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날이 풀린 듯~ 했다가 또 추워져서 몸이 저절로 웅크려지는 날씨네요 :-(
오늘은 우울한 기분을 환기시켜 줄 2월 넷째 주 개봉 예정작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제95회 아카데미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기대감을 높인 <TAR 타르>부터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스포츠 드라마 영화 <카운트>까지!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은 이번 주, 어떤 영화들이 개봉하는지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TAR 타르
TAR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58분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케이트 블란쳇, 노에미 메를랑, 니나 호스 등
개봉: 2023.02.22.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이자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로 커리어의 정점에 서 있는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 말러 교향곡 녹음 음반 발매와 자서전 발간을 동시에 앞두고 있는 그에게 자신이 설립한 아코디언 재단의 회원이었던 크리스타로부터 이상한 이메일이 도착하고, 이후 크리스타의 자살 소식을 접한 그는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무대를 장악하는 마에스트로, 욕망을 불태우는 괴물,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 이 이야기는 그녀의 정점에서 시작된다.
CINE PICK!
영화 <TAR 타르>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션 발표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된 기대작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어린 시절의 목표를 위해 매진하고, 그것을 이뤄낸 후 그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했다.” 토드 필드 감독은 영화의 시작에 대해 이같이 전하며, 영화를 통해 무대 위와 아래 모두에 존재하는 권력 구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음악 감독이기도 한 '존 모세리'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만들었고, 실제 독일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들이 겪은 일들을 조사하기도 했다네요. 특히 이번 작품까지 해서 아카데미에 8차례나 노미네이트 된 케이트 블란쳇은 <TAR 타르>에서의 완벽한 연기로 베니스영화제,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석권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독일을 대표하는 여배우 니나 호스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노에미 메를랑이 각각 '타르'의 아내 '샤론', 어시스턴트 '프란체스카' 역할을 맡아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카운트
Count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9분
감독: 권혁재
출연: 진선규,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등
개봉: 2023.02.22.
배급: CJ ENM
시놉시스
198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지만 1998년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인 ‘시헌’(진선규). 선수 생활 은퇴 후 남은 건 고집뿐, 모두를 킹 받게 하는 마이웨이 행보로 주변 사람들의 속을 썩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알게 된 ‘시헌’은 복싱부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내 ‘일선’(오나라)의 열렬한 반대와, ‘교장’(고창석)의 끈질긴 만류도 무시한 채, ‘시헌’은 독기만 남은 유망주 ‘윤우’와 영문도 모른 채 레이더망에 걸린 ‘환주’(장동주), ‘복안’(김민호)을 데리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 시작하는데...! 쓰리, 투, 원! 긍정 파워 풀충전! 그들만의 가장 유쾌한 카운트가 시작된다.
CINE PICK!
영화 <카운트>는 권혁재 감독의 드라마 영화로, 전 복싱 선수인 '박시헌'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마이웨이 선생 '시헌'이 오합지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어제 오전 한국 영화 예매율 1위에 오르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배우 진선규는 출연 이유에 관하여 "고향인 진해가 배경이고, 배우 이전에 꿈꿨던 체육 선생 역할이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했는데, 현재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박시헌 감독은 영화 관람 이후에 진선규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영화 속 '시헌'의 성향과 모든 행동들이 자신과 정말 똑같아서 좋았다는 말과 함께 88 올림픽의 아픔, 비화를 영화 <카운트>가 모두 씻어 내려주는 개운함을 느꼈다며 진심이 가득 담긴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카운트>는 스포츠 영화의 문법을 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배우들의 열연과 복싱 경기만큼이나 빠른 템포로 관객들로 하여금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며,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에 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서치 2
Missing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11분
감독: 니콜라스 D. 존슨, 윌 메릭
출연: 스톰 레이드, 켄 렁, 다니엘 헤니 등
개봉: 2023.02.22.
배급: 소니픽쳐스코리아
시놉시스
여행을 끝내고 월요일 귀국을 알린 엄마의 영상통화, 그리고 마중 나간 딸. 그러나 엄마가 사라졌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들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딸 ‘준’은 엄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엄마가 방문한 호텔의 CCTV, 같이 간 지인의 SNS, 거리뷰 지도까지 온라인에 남아있는 모든 흔적을 검색하는데… 이번에는 딸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검색하다!
CINE PICK!
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치 2>는 2018년 선보인 1편의 새로운 주인공과 이야기로 잇는 속편입니다. 대학생 딸이 최첨단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매체를 이용해 여행 중 실종된 엄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는데요, 전작이 국내에서 흥행을 했던 만큼 2편에 대한 기대도 뜨거운 편입니다. 또한, 한국계 미국 배우 다니엘 헤니가 주인공을 돕는 FBI 수사관 역할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1편에서 호응을 얻었던 편집 방식을 계승해 노트북,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CCTV 등 주인공 '준'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 화면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 덕에 추적 과정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전편에서 연출을 맡았던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각본을 썼고, 반대로 편집을 맡았던 '윌 메릭'과 '니콜라스 D. 존슨'이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를 주인공으로 했기에 휴대전화의 세로 화면, 스마트워치 정사각형 화면 비율까지 등장해 트렌디한 감성 또한 놓치지 않았으며,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와 계속되는 반전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살수
The Assassin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대한민국 | 101분
감독: 곽정덕
출연: 신현준, 이문식, 김민경 등
개봉: 2023.02.22.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시놉시스
조선 팔도 제일의 살수 '이난'(신현준). 병마가 그를 위협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에 고통스러운 몸을 이끌고 한 마을에 의탁한다. 탐관오리의 횡포와 울부짖는 백성들의 비명으로 점철된 살아있는 지옥… 조선 최고의 살수 '이난', 마침내 그가 깨어난다!
CINE PICK!
배우 신현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살수>가 22일 개봉하는데요, 영화 <백두산>의 각본과 <끝까지 간다>의 각색을 맡아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은 바 있는 곽정덕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혼돈의 조선을 배경으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앞에 놓인 조선 최고의 살수 '이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부상 투혼 속 '1:80' 대규모 액션신 등의 볼거리로 신현준의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액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출연과 관련하여 신현준은 <살수>를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영화로 꼽으며, 리허설 훈련 때부터 얻은 부상을 안고 촬영해야 했던 것과 촬영지였던 문경에서 추위와 싸워야 했던 것들을 회상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탑건>의 톰 크루즈나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나이를 뛰어넘는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는 기회가 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마루이 비디오
Marui Video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공포 | 대한민국 | 87분
감독: 윤준형
출연: 서현우, 조민경 등
개봉: 2023.02.22.
배급: CJ CGV, kt알파
시놉시스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 영상 중 그 수위가 높아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영상물 '마루이 비디오'. 검찰청 지하 보관소에 봉인된 비디오에 대한 소문을 들은 김수찬 PD는 이를 입수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하는데… 영상 속에 담긴 1992년 동성장 여관방 살인사건과 1987년 아미동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CINE PICK!
오랜만에 들려온 한국 공포영화의 개봉 소식입니다.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 장르의 공포영화 <마루이 비디오>가 그 주인공인데요, 검찰청 지하 자료실에 보관된 비디오를 가리키는 은어인 '마루이 비디오'는 '극비'를 뜻하는 일본어 '마루히'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합니다. 연출을 맡은 윤준형 감독은 국내에서 원조 파운드 푸티지 작품으로 불리는 전작 <목두기 비디오>를 연출한 적이 있습니다. 감독은 "살인 사건 자료를 쌓아 놓았던 방이 검은곰팡이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살인 사건 전담 기자의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아 해당 작품을 기획했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에 새로 개봉하는 <마루이 비디오>가 바로 <목두기 비디오>에 살을 붙여 완성한 장편영화입니다. CCTV, 블랙박스, 핸드폰 영상, 노트북 웹캠, 보디 캠, 뉴스 화면 등 다양한 형태의 편집된 영상을 교차시키는 추적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진행되어 사실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고, 일반적인 파운드 푸티지 장르 영화와의 차별점으로 공포 자체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해 차근차근 서사를 전개시켜 결말부에 이르렀을 때 관객이 소름과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합니다. CGV에서 단독 개봉 예정입니다.
컨버세이션
Conversation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김덕중
출연: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김소이 등
개봉: 2023.02.23.
배급: 필름다빈
시놉시스
"남자 셋 & 여자 셋, 이들의 시시껄렁한 대화와 뼈 있는 농담!" 20대 후반 파리에서 함께 유학했던 은영, 명숙, 다혜. 오랜만에 불어로 대화를 시도하며 장난스레 추억을 끄집어내지만 현재 30대 후반이 된 이들은 사실 서로 다른 각자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 바쁘다. 한편 승진, 필재는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며 빙빙 돈다. 과거를 물고 늘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현재에 닿지 못하고 겉돌기만 할 뿐이다. 진실과 거짓말, 그리고 게임을 통한 티키타카 대화의 향연! 핑퐁 같은 이들의 대화는 늘 의도와 다른 결말을 향해 가는데…
CINE PICK!
전작 <에듀케이션>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김덕중 감독의 신작 <컨버세이션>이 23일 개봉합니다. 영화 <컨버세이션>은 제목 그대로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진 영화인데요, 3명의 여자와 3명의 남자, 혹은 그중 2명의 남녀가 나누는 대화가 영화의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전작에서 불편한 관계를 조명했던 김덕중 감독이 이번에는 6명의 주인공들이 현재와 과거, 결혼과 가정, 유학 생활, 인간관계, 자존심, 현실, 미래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생겨나는 미묘한 순간들을 포착했습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등 국내 대표 영화제들을 휩쓸며 극찬받았던 작품으로, '대화' 자체가 주는 묘한 분위기와 생동감이 매력이며,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김소이, 송은지, 곽진무 등 독립영화계 대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시몬
Simone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스릴러 | 푸에르토리코 | 113분
감독: 베티 카플란
출연: 에사이 모랄, 쿤쥐에 리 등
개봉: 2023.02.23
배급: (주)콘텐트마인
시놉시스
이혼 후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남자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지켜보고 있다'라는 쪽지를 받게 되고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머지않아 그 정체가 자신의 제자, 동양인 '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존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짧은 순간 서로 깊이 탐닉한다. 그러나 뜨거웠던 순간도 잠시! '리'의 모호한 태도 속에 교수는 혼란에 빠지고 마는데…
CINE PICK!
로물로 가예고스 상 수상작인 에두아드로 랄로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작가가 각본에 함께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TV 시리즈 연출 경력을 가진 베네수엘라계 미국인 감독 베티 카플란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동양인 여성과 서양인 교수의 사랑을 통해 푸에르토리코 자국의 현실을 투영한 영화로서도 화제를 모았으며, 주인공을 맡은 배우 '쿤쥐에 리'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미녀와 야수: 마법에 걸린 왕자
My Sweet Monster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모험, 판타지 | 러시아 연방 | 98분
감독: 빅토르 글루쿠신
출연: 박시윤, 김용, 정성원 등
개봉: 2023.02.22.
배급: 인터파크,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주)띵크
시놉시스
용감하게 세상을 구하는 ‘에드워드’ 왕자와 비밀스럽게 사랑을 키워 나가는 공주 ‘바바라’. 교활한 ‘조이스’의 계략으로 아버지인 왕이 ‘조이스’와 결혼을 시키려 하자 왕궁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바바라’는 숲에서 길을 잃고 험상궂은 몬스터 ‘보기’와 말하는 토끼 ‘버니’를 만나게 된다. ‘조이스’는 군대를 이끌고 숲으로 향하고 ‘바바라’는 둘의 도움으로 마침내 꿈에 그리던 ‘에드워드’ 왕자를 만나러 찾아가는데… 꿈에도 그리던 ‘에드워드’ 왕자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엇?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마법의 물을 훔치려는 ‘조이스’의 음모에 맞서 ‘바바라’는 숲과 왕국을 지켜내고 자신만의 진짜 왕자님을 찾아낼 수 있을까?!
CINE PICK!
처음 왕궁 밖 신비로운 숲으로 발을 내딛은 ‘바바라’ 공주의 버라이어티한 모험을 유쾌한 재미로 그린 <미녀와 야수: 마법에 걸린 왕자>는 사랑스럽고 당당한 ‘바바라’ 공주를 비롯해 용맹한 몬스터 ‘보기’, 말하는 토끼 ‘버니’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시너지로 웃음을 유발한다는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름다운 멜로디의 OST가 적재적소에서 캐릭터들의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하고, 스펙터클한 액션과 자연에 대한 교훈적인 메시지까지 더해져 봄방학 극장가에 꼭 알맞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영화가 개봉하는 이번 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영화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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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직전 북극에 남겨진 과학자의 회한
죽음 직전 북극에 남겨진 과학자의 회한
-<미드나이트 스카이>(2020)
이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젊은 시절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간다. 취업을 하고, 커리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 가족도 챙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자신의 일을 잠시 멈추고 가족을 바라본다. 아이가 성장하는 시간을 함께하고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커리어보다는 가족의 일을 먼저 보살피는 등 앞만 보고 달려가던 젊은 시절보다는 여러 가지를 더 보기 시작한다. 그건 대부분의 삶의 한 부분이고 마땅히 서로를 챙겨야 할 의무가 있기도 하다. 그런 시기는 향후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일을 발전시켜 나가는데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기꺼이 가족을 돌보고 또다시 일터로 돌아온다. 그렇게 일과 가족은 삶에서 중요한 선을 그리며 나란히 나아간다.
사람들 중 일부는 좀 더 세상의 무언가를 위해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공도 중요하겠지만 그 일 자체를 즐기며 그곳에서 받는 성취감이 그들을 일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들은 일에 집중하며 오랜 기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가족의 일을 거의 돌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가족과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좋은 감정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과의 시간을 최소화하고 무언가 이루어내기 위해 애쓴다. 그러한 노력은 그들에게 대단한 업적으로 돌아오지만 그 업적 뒤에는 나이가 들어 죽음에 가까워질 때 그들이 느끼는 회한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지구의 재앙 속 북극에 혼자 남는 과학자 오거스틴의 이야기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북극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권위 있는 과학자 오거스틴(조지 클루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앙으로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고, 북극은 그 영향을 가장 늦게 받지만 결국 그곳에서 조차 결국에는 살 수 없게 된다. 모두가 지하 등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암 말기 환자인 오거스틴은 북극 기지에 남아 조용히 삶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려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그는 이전에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있는지 우주 탐사를 떠났던 여러 우주 비행선 중 마지막으로 남은 탐사선의 지구 귀환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영화가 공들여 전달하는 것은 바로 고독이다. 혼자 남겨진 오거스틴이 아무 소음도 나지 않는 곳에서 밥을 먹고, 암세포의 확대를 억제하는 시술을 받는다. 또한 북극의 청명하고 깨끗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오거스틴의 모습에서도 외로움과 고독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정서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르게 보면 그것은 병든 노인이 되어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오거스틴의 회한에 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우주 비행선 에테르호의 존재는 그의 삶에 작은 목표를 만들어준다. 그 적막이 흐르던 북극 기지에 여러 가지 알람의 소음과 분주해진 오거스틴의 모습이 화면으로 비춰진다. 삶의 끝에 서서 사람들과 멀어지는 길을 택했던 그는 누군가와 교신하기 위해 무척 애쓴다. 그런데 그 교신의 목적은 에테르호를 지구에서 다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오거스틴의 젊은 시절은 거의 모든 시간을 연구에 소비했다고 볼 수 있다. 몇 번의 짧은 플래쉬백으로 볼 수 있는 젊은 오거스틴은 그의 연구에 있어서는 총명하고 미래가 밝은 사람이었지만 사랑하는 연인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그를 떠나는 연인과 그의 아이일지 모르는 자동차 속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저 말없이 바라만 보고 뒤돌아설 뿐이다. 그는 삶에서 굉장한 연구적 업적을 발견해 냈고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지만 평생 고독 속에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그 자신이 선택한 길이긴 하지만 그건 고독이라는 문안에 자기 자신을 가둔 것이다. 그래서인지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현재 속 오거스틴의 얼굴에 기쁨은 말랐고, 눈에는 외로움이 가득하다.
에테르호를 지구에서 멀리 밀어내려 애쓰는 오거스틴의 시도
에테르호의 선장인 설리(펠리시티 존스)는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구와 교신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그는 또 다른 비행사 아데웰레(데이빗 오에로워)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 주변 인물들과 큰 문제없는 보통의 인물로 그려지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두고 간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건 일종의 본능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그것이 자신의 동료들에게 더 애착을 하게 되는 이유이자 삶을 이어나가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오거스틴과 설리 외에 북극기지에 몰래 숨어 지내던 아이인 아이리스(키얼린 스프링올)도 등장한다. 말을 못 하는 그는 부모 몰래 북극 기지에 남아 오거스틴과 함께 생활해 나간다. 둘은 특별히 대화를 이어나가지는 못하지만 아이리스는 늘 오거스틴의 곁을 따라다닌다. 오거스틴은 과거의 딸을 돌봐주지 못했던 책임을 대신하는 것처럼 아이리스를 끝까지 지켜내려 애쓴다. 아이리스는 어쩌면 오거스틴의 죄책감을 풀어주는 존재이자 그를 끝까지 삶을 이어가게 만들어 결국 외부에 있는 비행선 에테르호를 구하게 하는 존재다.
영화 속 오거스틴이 말없이 북극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뒷모습을 비추는 장면이 있다. 에테르호와 교신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한참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뒷모습은 그가 느꼈던 평생의 고독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다 에테르호와 교신하기 위해 북극 내 다른 전파 기지로 이동하기로 마음먹는다. 오거스틴의 삶은 평생 누군가를 밀어내는 삶이었는데, 그가 죽기 직전에 해결해야 하는 임무도 다른 사람을 외부로 밀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마지막 밀어냄은 타인과의 연결이 선행되고 희생이 이어지는 것으로 과거의 밀어냄과는 조금 다르다. 그 마지막 임무 이후 오거스틴은 비록 고독하게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겠지만 그가 가진 회한을 어느 정도는 덜어낼 수 있는 임무였다. 그건 에테르호의 선장 설리와 오거스틴의 마지막 교신을 대하는 오거스틴의 반응으로 세세하게 전달된다.
잔잔하고 감성적이지만 잘 맞물리지 않는 오거스틴과 설리의 이야기
사실 영화는 마지막에 큰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은 오거스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에테르호가 단번에 연결되어 감정을 고조로 이끌게 되는데, 영화의 이 세 이야기가 사실 적절하게 잘 맞물려 돌아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에테르호의 이야기와 오거스틴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따로 흘러가고 교신이 된 이후에도 오거스틴의 고독과 에테르호의 위기가 잘 융화되지 않는다. 그래서 후반부의 반전 이후 클라이맥스에서도 감정적인 반응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연구자가 가진 회한과 평생의 고독감,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감정은 조지 클루니의 얼굴과 몸을 통해 잘 전달된다. 에테르호의 장면들이 녹아들지 않아 조금 아쉽지만 오거스틴이 혼자 북극에 남아 모든 것을 쏟아부어 하나의 우주선 그리고 그 안의 생명들을 지켜내는 모습은 영화의 결말까지 지켜보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영화는 가만히 설리가 비행선에서 일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오래도록 지켜보게 한다. 마치 오거스틴이 흐뭇한 표정으로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가만히 지켜보는 것처럼 따뜻함이 느껴진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Rabbitgumi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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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을 차지하라. 영화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THE FAVOURITE, 2018)제작 : 미국,드라마 │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 올리비아 콜맨(앤 여왕), 엠마 스톤(에비게일), 레이첼 와이즈(사라)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9분영화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은 18세기 영국 왕실의 이야기다. 유럽 중세, 근대의 시대극은 항상 나를 사로잡는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화려한 의복들(특히 드레스)이 가득하고, 궁정생활은 또 어찌나 신기하고 재밌는지. 게다가 제목을 보라. 왕의 여자도 아닌, 여왕의 여자다. 재밌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이야기임을 단박에 눈치챘다.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는, 1700년대의 영국 궁정을 배경으로 다룬다. 그 당시 영국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통합한 그레이트브리튼 왕국으로, '앤' 여왕이 즉위해 통치하고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앤 여왕은 개인사가 눈물겹다. 어릴 때부터 나약했던 여왕은 젊은 시절부터 비만이 심각했고 통풍을 앓았다 한다. 18번의 임신 중 대부분은 유산하거나 사산했고, 나머지 출생한 자녀들도 10살이 되기 전 죽는 불행을 겪었다. 개인사가 너무 비극이라 그랬을지, 여왕은 근엄하고 리더십 있는 군주라고 보긴 힘든 모습이다. 늘 쉬고 싶어 하고, 변덕스럽고, 충동적이고, 아무튼 여러모로 군주감은 아닌 듯 보였다.
(앤 여왕과 그녀의 최측근 사라)
그런 여왕 앤의 곁에는 '사라'라는 인물이 있다. 어릴 적부터 앤 여왕의 소꿉친구였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몸이 약한 앤을 대신해 국정을 돌보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왕정은 사라가 실세가 된 섭정의 모습으로 흘러간다. 그러던 중 사라에게 한 인물이 찾아오는데. 사라의 먼 친척이자 몰락한 귀족인 '에비게일'이다. 알거지가 되어 뭐라도 일거리를 달라던 그녀는, 사라의 호감을 사 궁정의 하녀로 일하게 되는데.
그렇게 궁정생활을 시작한 '에비게일'이 자신을 가난에서 구제해준 사라를 따라 끝까지 신의를 지켰더라면 좋았겠지만. 얘기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우연히 여왕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앤 여왕과 사라가 밀애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 에비게일. 그때 그녀의 머리에 야망의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그 이후, 에비게일은 작정하고 앤 여왕을 유혹하기에 이르고. 머지않아, 여왕의 침대에서 나체로 여왕과 끌어안고 자는 모습을 사라에게 들키고 만다. 서슬 퍼런 고의였음은 물론이다.
(여왕의 호감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에비게일)
앤 여왕을 곁에서 40년 가까이 보필한 사라의 마음은 어땠을까. 얼마나 큰 충격과 배신감에 휩싸였을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최고 권력자는 철저히 앤 여왕이며, 여왕 곁에 남을 수 있는 길은 에비게일과의 투쟁에서 이기는 법 밖에는 없었다. 그때부터 사라와 에비게일이, 남자도 아닌 여왕을 두고 치정극을 벌이기 시작한다. 실제로 셋의 관계가 성적인 부분까지 내포한 관계였는지까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왕의 신임을 얻기 위한 권력다툼 자체는 실화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치정극의 배경이 왕실이니 만큼, 이 싸움에 그저 왕의 애정 유무만이 작용했던 건 아니다. 영국의 중요한 역사적 배경이 중심에 있었다. 당시 영국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와 동맹해 프랑스, 스페인과 전쟁 중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두고 전쟁을 찬성하는 휘그당과, 화친과 평화를 주장하는 토리당이 존재했다. 문제는, 앤 여왕을 40년간 돌본 사라의 남편, '말버러 공작'이 이 전쟁에서 엄청난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사라는 당연히 팔이 안으로 굽어 전쟁을 부추기는 쪽이었고,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던 앤 여왕과 점점 사이가 나빠졌다고 한다. 시종일관 이 문제로 부딪치는 사라에 비해 여왕님 편만을 들던 에비게일이, 여왕 입장에서 더 예뻤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까.
에비게일의 계략과 더불어 이런 에비게일에게 힘을 실어준 토리당이 결국 실세가 되면서, 사라는 결국 궁에서 쫓겨나고 만다. 영화에서는 세 여자의 암투극에 더 초점을 맞추었지만, 실제론 전쟁이라는 정치적 문제로 사라와 앤이 대립했던 것이 사라가 쫓겨난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흡사 조선의 한 역사가 떠오른다. 각각 서인과 남인을 등에 업고 왕 곁에서 싸우던 인현왕후와 장희빈 말이다. 조선이나 영국이나 궁정의 모습은 근본적으로 다 비슷했던 모양이다. 심각하고 지루할 수 있었던 역사의 한 부분을, 세 여자를 필두로 한 코믹 암투극으로 풀어냈기에 영화가 더 재밌게 느껴진 것 같다. 왕, 그것도 여자인 왕을 두고 싸우는 두 명의 여자라니.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신선한 이야기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그녀들은 과연 왕을 인간으로 사랑해보기는 했을까. 권력욕에 불타 있던 사라, 출세욕에 불타 있던 에비게일. 그들이 뚱뚱하고 변덕스럽고 무능한 여왕을 사랑했던 건, 단지 그녀가 왕관을 쓴 권력자였기 때문 아닐까. 그런 면에서 왕은, 왕관의 빛으로 유지되는 참 고독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18명의 아이를 잃고 그 상실감에 18마리의 토끼를 기르던 여왕 앤의 모습은, 왕이라기보단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던 평범한 인간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게 사라든 에비게일이든, 그녀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앤 여왕은 결국 비만으로 인한 여러 질병으로 일찍 죽었다. 죽기 직전에는 휠체어 없이는 이동도 못할 만큼 거동이 힘들었다고 전해진다. 반면 사라는? 궁에서 쫓겨나고도 84세까지 살았다고. 권력이 다 무엇이고, 그를 향한 암투가 다 무엇일까. 어떤 역사를 뒤져봐도 세상에 마냥 행복한 왕은 없고, 영원한 권력도 없는 것을.
영화가 끝난 뒤 나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내가 에비게일이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내게도 일말의 출세욕 같은 게 모락모락 피어나, 나를 구제해준 친척 언니 사라를 제치고 왕의 사랑을 받고자 애썼을까. 음, 아닐 것 같다. 소심한 나는 일단 나를 구제해준 사라 언니를 위해 열심히 일했을 것이다. 공작부인인 사라 옆에만 잘 있었어도 남은 내 여생은 그럭저럭 괜찮았을 테니까. 내가 사라였다면 또 어땠을까. 나는 치정 싸움 그 멀리까지는 가지도 않고, 그저 앤 여왕의 말벗 정도로만 만족하며 살았을 것 같다. 여왕의 친구로만 있었어도 분명 편안히 살 수 있었을 테니까. 괜한 권력 욕심의 끝은 언제나 비극인 법, 절레절레 사양이다. 역사시간에 아무리 졸았어도 내 그쯤은 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역사는 그야말로 선택과 선택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앤 여왕이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에비게일이 이렇게 했더라면. 모든 역사는 조금씩 다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역사는 재미있고, 늘 영화의 흥미진진한 소재거리가 되나 보다.
이 이야기는 20년 전에 이미 각본이 쓰여진 바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이 무려 셋이나 되는 왕정 이야기를 아무도 영화화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란티모스 감독이 이 각본을 보게 되면서 현재의 영화가 되었다고. 여자들 얘기가 얼마나 재밌는지 왜 옛사람들은 몰랐던 걸까. 적당한 풍자를 곁들인 이 여성들의 맛깔난 권력 찬탈 이야기는, 아마도 내가 본 궁정 영화 중 최고가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이 각본을 알아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혜안에 엄지를 치켜들어 본다.
글쓰는우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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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3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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