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1-28 12:27:10
로히림의 전쟁 | '반지의 제왕'이라서 눈감는 안일함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주로서의 삶을 답답해하며 전사가 되고 싶어 하는 로한의 공주 '헤라'(가이아 와이즈). 어느 날, 그녀는 소꿈친구이자 웨스트마크 영주 '프레카'(숀 둘리)의 아들 '울프'(루크 파스콸리노)의 구혼을 받는다. 그러나 곤도르와 혼약을 맺은 로한의 왕 '헬름'(브라이언 콕스)도, 연심이 없었던 헤라도 구혼을 일언지하로 거절한다. 헬름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낀 프레카는 결투를 청하고, 헬름은 결투 중 예기치 못하게 프레카를 죽이고 만다.
이에 격분하며 복수를 다짐하며 자취를 감췄던 울프. 그는 수년 뒤 로한의 적인 던랜드인을 이끌고 나타나 로한의 수도 에도라스를 습격한다. 헬름과 두 아들 ‘할레스’(벤자민 웨인라이트)와 ‘하마’(야즈단 카푸리)는 기마대 로히림과 함께 전투에 나서지만, 내부의 배신이 겹치면서 대패한다. 두 왕자를 모두 잃은 헬름과 헤라는 울프의 군세에 밀려 나팔 산성에 그대로 고립되고, 전세를 단번에 역전시킬 방도를 찾기 시작한다.
높고도 험한 <반지의 제왕>이라는 벽
영화팬들 사이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도는 말이 있다. 20년 전 <반지의 제왕> 포스터가 과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팩트였더라. 아직까지도 '21세기 최고의 판타지 영화'라는 마케팅 문구는 <반지의 제왕> 몫이기 때문. 피터 잭슨 본인이 만든 <호빗> 삼부작도, 아마존 프라임이 심혈을 기울인 <힘의 반지> 드라마도 10억 달러 흥행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동시에 달성한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에는 비견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판타지 영화 팬들은 <반지의 제왕>을 늘 그리워한다. 이 시리즈를 처음 본 전율을 언제 다시 느껴볼까 궁금해하면서. 이는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이하 <로히림의 전쟁>)이 낯선 외양에도 불구하고 특히 궁금한 이유였다. '반지 전쟁' 250여 년 전 로한의 왕 헬름과 그의 딸 헤라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피터 잭슨과 앤디 서키스가 제작할 영화 <반지의 제왕: 골룸 사냥>에 앞서서 팬들을 가운데땅으로 초청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약 한 달 늦게 공개된 결과물은 다소 실망스럽다. 원작에서는 이름조차 없었던 주인공 '헤라'의 서사는 평범하고, 그녀의 활약상을 보각한 각색은 부자연스럽다. 카미야마 켄지가 맡은 애니메이션 작화도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그러나 판타지와 <반지의 제왕>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로히림의 전쟁>을 싫어할 수 없다. 곳곳에 삽입된 <반지의 제왕>과의 연결고리를 찾다 보면 아쉬움이 절로 잊히기 때문이다.
에오윈을 넘지 못한 헤라
<로히림의 전쟁>의 성패는 헤라에게 달려 있었다. 애초에 원작에 없는 인물의 재조명이 기획 의도니까. 그런데 정작 헤라는 새로울 게 없다. 그녀는 공주로서의 삶을 답답해하며 전사가 되길 꿈꾼다. 공주로 태어났기에 다른 왕족과의 혼인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헤라는 모든 구혼을 거절한다. 대신 그저 말을 달리며 모험을 떠나는 삶을 꿈꾼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주 접한 말괄량이 공주가 바로 헤라다.
문제는 헤라와 똑같은 캐릭터가 이미 20년 전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등장했다는 것. 로한 제2왕조의 마지막 왕인 세오덴의 조카딸이자, 제3왕조의 첫 번째 왕 에오메르의 동생인 '에오윈'(미란다 오토)이 주인공이다. <로히림의 전쟁>에서 내레이션도 맡은 그녀는 전투에 나선 남자들을 기다리기만 하는 처지를 답답해하며 남몰래 무술을 연마했다. 심지어 왕명을 어긴 채 '펠레노르 평원의 전투'에 나서서 마술사왕까지 죽였다.
그런데 두 캐릭터가 겹쳐 보일수록 헤라는 에오윈에 비해 매력이 부족하다. 에오윈과 달리 헤라는 완성형 캐릭터이기 때문. 에오윈은 공주에서 전사로 변모해 가는 인물이었고, 관객도 그녀의 좌절과 성장을 함께 겪으면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헤라는 이미 완성된 전사다. 그러다 보니 관객은 그녀의 감정선에 이입하기 어렵고, 그저 활약상을 구경할 수밖에 없다. 헤라에게서 에오윈의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
<반지의 제왕 2> 다시 보기
그 결과 <로히림의 전쟁>에서는 프리퀄 겸 스핀오프만의 매력이 돋보이지 않는다. 사실 영화가 다루는 사건 자체의 한계가 명확하다. 사건의 전개나 세부적인 전투 양상이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이하 <반지의 제왕 2>을 반복하기 때문. 아이센가드의 적, 수적 열세 상황에서 최후의 돌격을 감행하는 주인공, 그 순간 헬름 협곡 위에서 등장하는 로히림 등.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적군이 오크가 아닌 인간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헤라는 이처럼 <반지의 제왕 2>의 반복에 불과한 이야기에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존재였다. 원작 소설은 그녀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으니까. 그저 헬름에게 딸이 있었고, 그녀를 향한 울프의 구혼을 거절했다는 내용만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헤라를 어떤 캐릭터로 묘사하고 그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붙여주느냐에 따라 <로히림의 전쟁>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극 중 헤라는 기존 캐릭터들의 조각모음에 불과하다. 그녀는 그저 세오덴처럼 농성하고, 아라고른처럼 최후의 돌격을 결심하고, 레골라스처럼 숱한 적군을 무찌르고, 간달프처럼 지원군을 끌고 온다. 기존에 못 본 역할을 선보이는 게 아니라, 여러 캐릭터가 맡았던 역할을 혼자 해낼 뿐이다. 결국 <로히림의 전쟁>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반지의 제왕 2>를 일본풍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것에 불과해 보인다.
실수는 반복된다
오히려 헤라의 존재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장애물이 되는 구간도 적지 않다. 기존 서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헤라의 활약상을 부각하려다가 전개가 꼬이기 시작한다. 단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헤라의 활약상을 덧댄 흔적이 가려지지 않은 셈이다. 이는 <호빗> 3부작에서 소설에 없던 오리지널 캐릭터, '타우리엘'이 중심이 된 로맨스가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흐름이 끊겼던 문제점과도 유사하다.
특히 헤라가 등장할 때마다 전투 시퀀스의 흐름이 꼬이는 경우가 잦다. 아이센 여울목에서 펼쳐진 전투와 수도 에도라스의 함락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시퀀스에서는 크게 세 주체가 등장한다. 헬름과 군대는 전투를 펼치고, 울프와 그의 본대는 헬름의 군을 우회해 수도 에도라스로 진격하고, 헤라는 울프의 공격으로부터 사람들을 대피시키며 수도를 방어한다.
그런데 전투가 진행될수록, 특히 헤라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시점부터 세 주체의 행적은 꼬이기 시작한다. 분명 여울목에서 부왕 옆에서 전투 중이었던 헬라스가 에도라스로 먼저 진군한 울프를 갑자기 앞지르는 식이다. 본편에서 엘프인 레골라스가 간신히 대적한 무마킬을 헤라가 혼자 죽이는 과장된 묘사도 시리즈의 일관성을 저해한다. 헬름 협곡에서 헤라와 그녀의 시녀 올윈이 숱한 적군을 대적하는 전개도 같은 맥락에서 의아하다.
프리퀄을 지탱하는 각색과 작화
안일하게 전편의 영광에 기댄 것 같은 헤라 캐릭터의 만듦새는 군데군데 몰입도를 높인 장점과 대조되기에 더욱 아쉽다. 각색한 울프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원작에서 그는 아버지를 죽인 헬름을 향한 복수심 때문에 로한을 침략한다. 반면에 영화는 울프의 동기를 더 구체화한다. 그가 헤라에게 품은 연심이 집착으로 변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그 덕분에 승전하기 직전 그가 헤라를 놓지 못해서 패배하는 전개도 그저 허망하지는 않다.
헬름의 아들 하마의 최후를 변경한 각색도 인상적이다. 원작에 그는 나팔 산성 앞에 주둔한 울프의 군대를 기습하다가 사망한 반면, 영화에서는 울프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헬름이 보는 앞에서 처형당한다. 이는 헬름의 좌절감, 광증, 복수심을 강조하며, 더 나아가 헬름 협곡이라는 지명이 생겨난 이유를 알려주는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처럼 <로히림의 전쟁>은 원작이 간략히 다룬 감성적인 측면을 깊이 파고든다.
각색 외에는 작화가 놀랍다. 카미야마 켄지가 본래 배경을 그리는 미술 스태프 출신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원경에서 보여주는 가운데땅 풍경은 그림인지 실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밀하다. 일례로 오프닝의 경우 평원에서 말을 타는 헤라와 그 위를 날아가는 독수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순간적으로 실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시를 유발한다. 나팔 산성의 전경을 비추는 순간도 실사 영화 부럽지 않은 장엄함이 느껴진다.
다만 전투 시퀀스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로히림의 전쟁'이라는 부제만 보면 실사영화 속 로한의 기병대의 웅장한 돌격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림만으로 실사영화 수준의 장대한 전투 시퀀스를 보여주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그나마 보름달을 배경으로 프레알라프가 이끌고 온 지원군이 울프의 군대를 공격하는 장면만큼은 명장면으로 뽑기에 손색없다.
가운데땅은 여전히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히림의 전쟁>에는 <반지의 제왕> 팬이라면 아쉬운 대목이 눈에 밟혀도 모른 척 넘어가 줄 수밖에 없는 포인트가 적지 않다. 사루만의 재등장 때는 작고한 크리스토퍼 리가 <호빗> 촬영 당시 더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헤라가 반지만 찾는 모르도르의 오크들을 만나고, 그 순간을 궁금해하는 간달프와 헤라가 연락을 취하는 대목 또한 '반지 전쟁'과의 연결고리를 암시하기에 흥미롭다.
전반적으로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와 유사하다. <반지의 제왕>에 못 미치는 완성도가 아쉽지만, 아라고른과 레골라스의 우정을 암시하는 대목이나 노년의 빌보 배긴스를 연기한 이안 홈이 출연한 순간에 결국 미소 짓지 않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뉴라인 시네마 로고가 등장하고 로한의 테마 음악이 흘러나올 때부터 예견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Acceptable 무난함
'반지의 제왕' 향이 소량 첨가된 판타지 애니메이션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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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알고리즘] 빛나고 행복했던 우리의 꿈, 나의 로봇 친구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하지만 영화 하나하나를 조금씩 살펴보면, 우리는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로봇 친구’이다. 지금부터 로봇 친구라는 연결고리로 묶인 네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살펴보자.이른 아침, 나를 깨우는 기계 소리. 윙윙거리고, 철컥거리는 그 소리에 잠깐 놀라지만 이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것의 목소리. “친구야, 일어나!” 녹슬지 않을까, 꺼져버리지 않을까, 늘 곁에서 보살피고 신경 써야 하는 나의 친구. 하지만 그 친구의 따뜻함과 사랑은 그 귀찮음과 수고를 이겨내게 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에게 가장 행복한 날들을 선물한, 평생의 친구. 나의 ‘로봇 친구’들을 소개한다.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 (1999)
- 감독: 브래드 버드
- 출연진: 제니퍼 애니스톤, 해리 코닉 주니어, 빈 디젤 外
‘회색 빛 친구’
냉전시대가 한창이던 1957년, 미국의 한 시골 마을. 근처 바다 한가운데로 대형 고철 덩어리 ‘아이언 자이언트 (빈 디젤 分)’가 불시착한다. 마을에 사는 아홉 살 소년 ‘호가드 휴즈 (일라인 멜리언솔 分)’는 우연한 계기로 그 고철 덩어리를 만나 그를 구해주게 되고, 그에게 자이언트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이렇게 그 둘은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 요원 ‘켄트 맨슬리 (크릭스토퍼 맥도날드 分)’가 마을을 찾아온다. 그는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아이언 자이언트의 존재를 장군에게 알리면서, 두 친구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최강 우주병기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착하기만 했던 아이언 자이언트. 그리고 말썽꾸러기이지만, 아이언 자이언트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호가드. 과연 그들의 우정은 변함없이, 영원할 수 있을까.
‘나를 움직이게 하는’
영화는 작가 ‘테드 휴스’가 쓴 SF 동화 ‘The Iron Man’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거대 로봇과 소년의 우정이라는 원작의 설정만을 사용했을 뿐, 영화는 상당 부분 수정을 거쳐 탄생했다. 따라서 동화 같이 마냥 따뜻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원작보다 칙칙하고 현실적이어서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소년과 거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많이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거인이 아닌 거대 로봇이다. 이로 인해, 생명체의 따뜻함과 기계의 차가움이 느끼게 해주는 온도차와, 점점 더 가까워지게 하는 온기는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겉으로 보았을 때 차갑고 무서워 보였던 자이언트. 하지만, 기계인 자이언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열기인 것처럼, 그의 말과 행동은 뜨거운 온기를 내뿜는다.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해준 호가드와 초월적인 우정을 나누는 자이언트는 영화 내내 호가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친구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이언트의 대사 ‘슈퍼맨’은 수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통틀어 놓고 보더라도 상징적이고 기억에 남는 대사였다.
‘내가 되고 싶은 것’
영화는 실사 영화보다 공감이 어려운 애니메이션이며, 인물에게 몰입할 시간조차 부족한 짧은 러닝타임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 ‘브래드 버드’의 눈부신 재능은 작품에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 것을 넘어서, 무생명체인 로봇에게서 인간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끼게 만들었다. <토이 스토리>와 <니모를 찾아서> 등 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감독이지만 그는 해당 작품을 본인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아마 감독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 영화에 담겼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감독은 자신의 누나가 남편에게 총기로 살해당하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건을 겪고 “총에게 영혼이 있다면?, 그 총은 자신이 총이 되고 싶지 않다면?”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감독의 아픔과 생각은 자연스럽게 자이언트에게 녹아 들었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사실 지구 침공을 위한 정찰기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작중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데, 정작 자이언트 본인은 자신이 사람들을 해치는 총이 아니라고 말한다. "네가 무엇이 될지는 너 자신이 선택하는 거야”라는 ‘딘 맥코핀 (해리 코닉 주니어 分)’의 말. 그 말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듯, 자이언트는 결국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을 불태워 모두의 친구 슈퍼맨이 되었다.
<빅 히어로 Big Hero 6>
- 영화: 빅 히어로 (2014)
- 감독: 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
- 출연진: 라이언 포터, 스콧 애짓, 다니엘 헤니 外
‘너의 선물, 나의 선물’
샌프란소쿄에 살고 있는 14살의 천재 소년 ‘히로 (라이언 포터 分)’. 형과 유달리 가까웠던 히로는 형인 ‘테디 (다니엘 헤니 分)’의 죽음 이후,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테디가 만든 헬스케어 로봇 베이맥스와 우정을 나누며, 다시 이겨내게 된다. 결국 그들은 형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히로는 테디의 대학 친구들과 팀을 이뤄 ‘빅 히어로 6’를 결성하고, 테디의 원수인 ‘스푸키맨’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한다. 과연 그들은 테디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얗고 푹신푹신한’
해당 영화 역시 원작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마블 코믹스의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그 원작이다. 그러나, 작품 속 베이맥스는 평소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마블의 슈퍼히어로들과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얗고 푹신푹신한 힐링 로봇인 베이맥스는 정말 보기만 해도 귀여워 곡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을 저절로 갖게 만든다. 또한 필자는 베이맥스가 동그랗고 하얘서 히어로가 아닌 사랑스러운 곰인형을 보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5살만 어렸다면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랐을 것 같은 정도였다.
작품에는 베이맥스뿐만 아니라, 테디의 친구들로 구성된 언럭키 어벤져스 느낌의 ‘빅 히어로 6’팀도 등장해 화려한 액션신 을펼친다, 이로 인해 슈퍼 히어로 영화의 느낌도 살짝 느껴진다. 또한 ‘샌프란소쿄’라는 이름의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합쳐놓은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동서양의 문화가 만든 독특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특히 영화는 주인공의 이름이 ‘히로’인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던 연출과 오마주를 찾는 재미도 있다.
‘너만을 위한 나’
이렇게 시각적 재미를 뒤로 하고 스토리를 놓고 보더라도, 영화는 히로와 베이맥스의 우정을 전형적이지만, 단단하게 표현했다. ‘상실의 그림자 속에서 피어난 우정’ 이 말이 베이맥스와 히로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말인듯 하다 사고로 형을 잃어 완전히 고립된 히로 앞에 나타난 베이맥스는 히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어딘가 뚝딱거리고 서투르지만 진심으로 히로를 걱정하는 베이맥스의 마음과, 베이맥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활력을 되찾는 히로를 보며 우리를 미소 짓게 된다.
사실 포스팅을 위해 영화를 다시 보기 전에는, 내가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단순히 베이맥스의 귀여운 외모에 홀려 영화 전체를 미화하여 기억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중에서 슬퍼하는 히로를 위로해주기 위해, 베이맥스가 틀어주는 녹화된 형 테디의 영상 기록을 틀어주는 장면을 비롯해 섬세하게 쌓여가는 둘의 ‘친구되기’ 과정들을 보고 역시 <빅 히어로>는 따뜻하고 좋은 영화가 맞다는 확신을 했다.
영화 속에서 베이맥스는 히로에게 "나는 당신의 건강 관리를 위해 존재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베이맥스는 단순히 건강을 돌보는 로봇이 아니라, 히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성장을 돕는 존재이다. 이처럼 "빅 히어로"는 우정이 단순한 친구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성장하게 만들어 결국 모두를 ‘히어로’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와일드 로봇 The Wild Robot>
- 영화: 와일드 로봇 (2024)
- 감독: 크리스 샌더스
- 출연진: 루피타 뇽오, 페드로 파스칼, 캐러린 오하라, 빌 나이, 킷 코너, 마크 해밀 外
‘처음 널 만난 순간부터’
운송 중 사고로 인해 유니버설 다이나믹스社(사)의 한 로봇이 야생에 떨어지게 되었다. 그 로봇의 이름은 ‘로줌 유닛 7134 (루피타 뇽오 分)’. 인간을 돕기 위해 설계된 최첨단 로봇이었다. 그렇게 야생에 떨어진 로줌은 야생의 생활을 익히던 중, 한 기러기의 알을 구하게 되고 그 알에서 기러기가 태어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로줌를 따라다니는 기러기. 그렇게 로줌은 그 기러기의 엄마가 된다. 결국 로줌은 새에게 ‘브라이트빌 (킷 코너 分)’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돌보고 교육시키는 임무를 스스로에게 입력시킨다
브라이트빌이 겨울 이주를 위해 비행법을 배우는 동안, 로줌은 여우 ‘핑크 (페드로 파스칼 分)’와 함께 동물들과 협력하며 섬 생태계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브라이트빌이 자신이 남들과 다른 것과 로줌이 자신의 부모를 실수로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로줌을 찾으러 유니버설 다이나믹스社(사)의 로봇들이 섬에 도착하는데, 과연 로줌과 브라이트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로봇 생존기’
대부분의 로봇이 나오는 영화가 그러하듯이 로봇 캐릭터는 낯선 곳에 도착해 경계 받는 미지의 존재처럼 등장한다. 해당 영화에서 로줌은 정말 특별한 환경에서 새롭게 살아간다. 로줌이 도착한 곳은 인간의 손길 하나 닿지 않은 자연이었다.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자연. 그곳에서 로줌은 모든 동물들의 언어를 빠르게 습득하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최첨단 기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자연에 적응하는게 아니라 숲 속의 동물들은 그를 더욱 경계하고,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결국, 로줌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의 지혜를 흡수하기시작했다. 먹이를 구하고, 집을 짓고,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로줌은 점차 야생에 적응해 간다. 동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로줌의 모습은 따뜻한 감동을 준다. 인간 혼자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도 이질감이 들 텐데 철로 이루어져, 반짝반짝 광이 나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로봇이 ‘자연에서 살아남기’를 찍듯 살아가는 모습은 어딘가 더 특별하게 보여졌다.
‘내가 되는 것’
작품은 ‘로줌, 핑크, 브라이트빌이라는 세 존재의 우정과 가족애’를 다룬다고 생각해도 좋지만, 평생 남을 위해서만 살아왔던 누군가가 자신만의 의지와 마음을 갖는 영화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입력된 값으로만 행동하고, 타인의 만족을 위해서만 살아가던 로줌은 브라이트빌을 키우면서 점점 의지와 사랑, 모성애를 갖게 된다. 브라이트빌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며 로줌이 행복해지는 것은 결국 로줌이 다시 타자에 의해 행복이 결정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브라이트빌은 로줌에게 어느 순간 타자가 아닌, 가족이 되었다. 어렸을 때는 로줌을 졸졸 쫓아다니다가 사춘기가 되자 로줌과 다투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 후회하며 다시 사과하려는 브라이트빌의 모습은 영락없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종을 초월한 두 존재의 교감은 우정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로줌과 브라이트빌은 모두 프로그래밍이 된 존재다. 로줌은 자신이 아닌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아야 했으며, 브라이트빌은 자신의 아픈 몸에 좌절하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 둘 모두 입력된 한계를 이겨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서로가 곁에 있어줬기 때문이다.
로줌에게 사랑으로 길들여진 여우 핑크, 로줌에게 로즈라는 이름을 선물한 브라이트빌. 어린왕자는 섬을 떠났지만, 장미는 섬에서 평생 어린왕자를 기다려 왔다. 그리고 계절이 지나 어린왕자가 다시 장미 곁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장미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그들은 서로의 소중한 관계를 다시 정의한다.
<로봇 드림 Robot Dreams>
- 영화: 로봇 드림 (2023)
-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 무성 영화
‘손을 맞잡고’
어느 때와 다를 것 없던 조용한 밤, 오늘도 혼자 냉동식품과 TV 앞에 앉은 ‘도그’는 문득 옆집 창문을 보게 된다. 자신과 다르게 행복한 그들. 처량한 자신의 신세에 도그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 때 TV에서 방송되는 한 광고. 도그는 광고를 보더니 홀린 듯이, 주문 버튼을 누르게 된다. 다음날 도착한 상자. 상자를 열고 헐레벌떡 그것들을 조립하니, 멀끔한 ‘로봇’ 하나가 눈을 떴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친구를 얻는 도그. 도그는 로봇과 함께 뉴욕 곳곳을 누비며 잊지못할 행복한 여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해변에 놀러가 물놀이도 하며, 여유를 즐기게 되는데 집에 갈 때가 되자 로봇이 물에 녹슬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혼자 로봇을 옮길 수 없었던 도그는 눈물을 참고, 로봇을 둔 채 집으로 향한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수리 도구를 들고 돌아온 도그. 그러나 해변은 내년 6월까지 폐쇄되었다. 그렇게 이별하게 된 도그와 로봇.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함께 추는 춤’
<로봇 드림>은 앞선 로봇 친구들이 나오는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영화였다. 가장 큰 차이점은 로봇과 도그(인간)의 관계가 완전히 수평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었다. 로봇과 인물/생명체가 능력이든, 역할이든 차이점이 명확하였던 앞선 영화들과는 달리 로봇 드림 속 도그와 로봇의 관계는 정말 ‘친구’였다. 물론, 로봇을 처음에 조립하고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도그라고 할 수 있지만 작품 속에서 도그는 창조자나 사용자로 그려지지 않았다.
로봇이 사용자를 위해서 수직적으로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본인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존재로 묘사된 것은 작품의 큰 매력이다. 이러한 수평적 관계가 가능했던 것은 로봇과 도그 모두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둘 다 말을 할 수 없는 존재였고 영화 역시도 대사가 없는 무성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한 인물이 일방적으로 표현하고 말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두 주인공 모두에게 우리는 최대한 공평하게 이입할 수 있었다.
‘녹슨 꿈에 빠져’
로봇 드림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필자는 로봇을 통해 도그가 외로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이루고 싶어하는 꿈을 이루게 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꿈을 꾸는 대상은 도그가 아니라 로봇이었다. 추운 겨울, 홀로 해변에 남아 도그를 그리워하던 로봇. 다리를 하나 잃으면서도 계속해서 도그의 집으로 향해 도그를 만나는 로봇의 꿈들은 항상 슬픈 결말로 끝이 났다. 우정에 관한 영화이지만, 그들이 함께 있었던 시간은 9월이 전부였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없이 1년을 보냈고, 다시 9월이 되었을 때 그들 곁에 있던 것은 서로가 아니었다.
영화는 두 주인공을 분리시키고, 꿈과 상상으로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렇게 물리적 거리를 고정하고, 둘의 마음과 생각에 온전히 빠져들게 하니, 오히려 둘 사이의 사랑은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현실과 꿈을 계속해서 반복시킨다. 오즈의 마법사 속 양철 나무꾼이 되어, 도그가 있는 뉴욕으로 향하는 꿈을 꾸는 로봇. 그가 그 꿈에서 걷던 걸음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로봇의 주위에는 수많은 꽃들이 함께 있고, 로봇의 목적지에는 빛나는 무지개가 떠있지만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꿈이 얼른 끝나 로봇이 그만 상처받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들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노래했던 <September- (Earth, Wind & Fire)>. 영화 초반 그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공원에서 함께 추던 춤은 영화의 마지막 엔딩에서 다시 한번 반복된다. 그러나 그들 곁에는 서로가 없었다. 스쳐가는 인연을 다시 붙잡을 수 있지만 놓아준 그들. 로봇판 환승연애의 느낌으로 서로를 과거에 묻어두기로 한 그 결정은 모순적이게도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위하고 사랑하는지를 느끼게 했다.
행복했던 9월의 순간은 분명 너무나 짧았다. 하지만, 그랬기에 그들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모든 걸 바쳤다. 그랬기에 언젠가 <September>이 거리에서 흘러나와 다시 그 순간을 생각했을 때 변함없이 미소 지을 것이다.
‘가장 따뜻한 너’
내가 다가가서 전원을 켜줘야 비로소 움직이는 로봇처럼, 우정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먼저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 친구 사이에서 싸우고 또 멀어질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 친구와 항상 잡았던 그 손이 그립다면 용기를 내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낸 작은 용기는 차갑게 식었던 나의 손과 너의 손을 금새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너무나 익숙해져 소홀해진 이후에 지나간 순간들을 뒤돌아 보지 말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늘 내 곁에 있던 너의 눈을 마주하고 말하자. “고마워. 서로의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들 너와 나, 그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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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3주차 두 번째 최신 씨네뉴스
📮 6월 3주차 두 번째 씨네뉴스가 도착했습니다!
📢CGV, 웹·앱 개편 위해 7월 7일 전국 극장 임시휴업?
CJ CGV는 7월 6일 밤부터 8일 오전까지
차세대 시스템 도입을 위한 웹사이트·앱 이전 작업을
진행 예정이며 임시 휴관일은 7월 7일 월요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져졌는데요.
하루동안 전국 모든 상영관 운영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
임시 휴업은 영화계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겠네요…!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쥡니다.
영화 제작 공동체와 스턴트 커뮤니티에
대한 헌신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여받는다고 하네요.
1981년 데뷔 이후 연기상 후보 세 번,
작품상 후보 한 번 지명됐지만 수상은 없었는데,
🗞️
❶ CGV, 웹·앱 개편 위해 7월 하루 전국 상영관 휴관
❷ ‘톰 크루즈,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아카데미 공로상’ 받는다
❸ 블룸하우스, ‘쏘우’ 프랜차이즈 권리인수, 제임스 완 복귀 전망
❹ 넷플릭스 시리즈 ’마인드헌터’, 영화 삼부작으로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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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희생하는 엄마는 그만!
레다는 자식들을 두고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다. 그리스 휴양지에서 친절하게 맞이해주는 펜션 주인인 라일을 만나고 평온한 휴가를 보내려는데 그때 니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어디서 왔고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데 레다는 이탈리어 비교 문학 교수이면서 보스턴에서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니나의 딸이 실종이 되고 니나와 그녀의 가족은 큰 슬픔에 빠지지만 레타가 니나의 딸을 찾아 니나에게 데려다준다. 그리고 레타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젊은 시절의 레타는 두 딸에게도 놀아주지도 않고 자신이 하는 일에 몰두하느라 잘 챙겨주지 않았다. 그렇게 기억을 회상하고 난 뒤 레타에게는 두 딸의 의미가 어떻게 다가왔을까?
레타에게 두 딸은 어떤 의미였을까?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게 아니고 자신의 인생을 위해 살아온 희생적이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자식 상팔자라더니 맞는 말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의 레타는 오로지 자신이 인정받는 논문을 쓰느라 두 딸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고 상처를 주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가 비교 문학 교수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녀가 쓴 논문이 인정을 받자 두 딸에게 사랑을 주지만 자신에게는 내연남이 있었고 남편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이후로 집을 나오면서 속이 시원했다고 한다. 자신을 구속하는 것 같이 느껴진 레타는 자유를 찾은 것이다. 그래도 두 딸은 20대 초 중반이 되었고 해수욕장에서 니나의 딸이 잃어버린 인형을 자신이 가져가면서 숨겨놓고 가끔씩 꺼내면서 인형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왠지 모르게 내가 느꼈던 것은 부모로서 자식들을 지키려고 하는 모성애가 없는 것을 인형을 통해 대리만족을 했었던 게 아니었을까? 자신의 인생을 자식들에게 바치지 않는 부모였던 레타에게 두 딸은 큰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자식들에게 희생하고 싶지 않은
레타의 심정을 보여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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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계속 걸어가겠지만
내게 <러브레터>는 겨울날 아득히 보이는 오두막, 불 밝힌 창문 같은 영화다. 보는 것만으로도 추운 밤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인물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고 느껴서 그렇다. 이츠키에게는 언젠가 반짝이는 사랑을 받았던 기억, 히로코에게는 있는 힘껏 후회 없이 사랑한 기억. 그 힘을 이따금 떠올리며 잘 살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마음도 그런 힘을 찾고 싶어 자꾸 들여다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찬 바람 불면 한번 보고, 겨울 깊어가면 또 보고, 겨울 다 가기 전에 아쉽다고 본다. 더운 여름 날도 눈발 내리는 풍경이 그립다고 보고, 문득 떠올리면 아무 때나 본다. 그 버릇이 10년도 넘었다. 이제는 너무 많이 봐서, 아는 사람들의 옛 사진 앨범을 보는 기분이 든다. 가본 적 없는 공간임에도 가본 듯이 그려보게 되고, 만져본 적 없는 옷의 촉감까지 생생하다. 동시에 딱 그만큼 멀기도 하다. 성에 낀 유리창 너머 들여다보이는 오두막 내부 풍경은 결코 닿지 않듯이. 내쉬는 내 숨결에 성에만 더 짙어지듯이.
그러던 차에 또 한 번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번에는 <라스트 레터>다. 다시 한번, 편지의 마법에 걸리고 만다.
제목에서 예상되듯이 이 영화는 편지를 타고 흘러간다. 언니 미사키의 장례식을 마치고, 유리는 조카 아유미에게 편지봉투 하나를 건네받는다. 동창회 초대장이다. 언니의 부고를 알리려고 참석한 동창회 자리에서 동문들은 유리를 미사키로 착각한다. 그 시절 모두가 사랑했던 미사키, 오랫동안 보지 못한 미사키를 모두가 반가워한다. 유리는 차마 언니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곧 철거될 학교 건물 사진을 보고, 정리하다 발견했다는 테이프 속에서 졸업생 대표 인사를 읊는 미사키 목소리를 들으며 유리는 먼저 자리를 뜬다.
그런데 동창회 장소에서 누군가 유리를 따라 나온다. 유리가 좋아했던, 미사키를 좋아했던 쿄시로. 자신을 미사키로 알고 있을 쿄시로에게 유리는 편지를 한 장 남기고, 두 사람은 편지로 재회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편지 하나가 미사키의 딸 아유미에게 닿으면서, 이들 모두는 편지를 통해 지금은 죽고 없는 미사키를, 그리고 그 시절의 마음들을, 각자의 오늘을 훑기 시작한다.
잘못 전달된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시놉시스만 보아도 <러브레터> 냄새가 난다. 감독은 아예 이 영화가 <러브레터>의 쌍둥이 영화라고 직접 밝혔는데, 곳곳에서 데칼코마니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겨울 눈밭의 추도식으로 시작하는 <러브레터>와 빛 고운 여름날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라스트 레터>, 학교의 사진을 찍는 장면, <러브레터>의 이츠키처럼 <라스트 레터>의 유리도 도서관에서 일한다는 점 등등. 편지가 잘못 닿는 오래된 집의 분위기도 비슷하고, 교복 입은 회상 장면과 현재가 교차한다는 점도 겹친다.
<러브레터>뿐이 아니다. 소위 '화이트 이와이'로 대변되는 영화를 모조리 담은 종합 선물세트 느낌이다. <4월 이야기>에서 선배가 좋아 '사랑의 기적'을 만들었던, 배우 마츠 다카코가 유리 역을 맡았다. 도서관에서 일하며 선배를 좋아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얼굴에서, 서점을 서성이다 빨간 우산 아래 말갛게 웃던 얼굴이 절로 떠오른다. 유리의 딸 사야카와 미사키의 딸 아유미가 함께 있는 모습에서는 어쩐지 <하나와 앨리스> 느낌도 난다. 연락처를 주고받는 SNS는 <립반윙클의 신부>에서 사용된 가상 SNS 플래닛이다.
다만 <러브레터>에서 한 발짝 달라진 점은, 오타루까지 가서 이츠키를 만나지 못하고 뒤돌아섰던 히로코와 달리 쿄시로가 로드무비 느낌이 들 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모로 히로코와 다르다. 끝의 끝까지 사랑에 최선을 다했던 히로코와 달리, 미사키와의 관계에서 일찌감치 물러나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츠키의 기억을 편지로 받았다가 되돌려준 히로코와 달리, 그는 미사키의 기억을 아예 <미사키>라는 제목의 소설로 펴내기도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첫사랑에 매여있다는 점에서 남자 이츠키를 떠올리게도 한다. 어떻게 보면 남자 이츠키의 순정은 그의 죽음으로 박제되고 완성된 것이기도 하기에, 처음에는 쿄시로가 미사키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의구심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미사키> 이후 어떤 소설도 더 쓰지 못한 소설가라서 더욱 그랬다. 자신의 이야기를 위해 미사키를 찾는다면 그 또한 사랑일까? 더 이상 손 닿을 수 없는 사랑을 찾아다니는 그의 마음은 사랑일까 아니면 소재에 대한 집착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마음만큼이나 내 비뚜름한 시선도 흔들렸으나, 끝내 미사키의 영전에 선 그와 함께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25년이나 지난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면 믿겠느냐는 질문은 미사키가 아니라 관객에게 던진 것인지도 모른다. 순정이라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순정을 더 믿지 않게 될 뿐이다. 십대 때 이와이 슌지가 '영원한 십대들의 내부자'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는데, 시간이 흐르고 십대들의 내부자가 아니게 되어버린 나는 이제 오랜 사랑 앞에 의구심부터 던진다. 하지만 그는 변치 않았다.
단순하지만 잔잔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피아노 선율에, 어쩐지 눈물 날 듯 아름다운 빛. 이전과 똑같은 도구들로 이와이 슌지는 순정을 말한다. 늘 그랬듯 마음을 선물처럼 곱게 담아 전한다. 마음을 담은 상자가 편지일 때도, SNS일 때도 있지만 도구가 어떻든 늘 순정을 간직한 채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상자의 모양이 바뀌어도, 그 안의 것들은 세파에 좀먹지 않고 아스라이 빛난다. 그래서 그의 편지에는 여전히 힘이 있다.
그의 순정에는 한 세월이 묻어 있다. 그의 영화 속 십대들이 애틋한 이유다. 지금 이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갛게 웃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아는 우리로서는 애틋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순간의 설렘, 사소한 일상 뒤에서도 삶과 죽음은 아른거리고 있다는 진실을, 우리가 모두 알고 있지만 잊고 사는 사실을 일깨우기에. 이런 점에서 <라스트 레터>는 분명 그의 전작들에서 직선으로 이어진 연장선이다.
그 연장선에서 뜻밖의 한 걸음을 내딛는다. 이후의 이와이 월드가 어떤 색깔로 펼쳐질지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러브레터>에서 이츠키/히로코와 아키바를 각각 맡았던 나카야마 미호와 토요카와 에츠시가 출연하는데, 한때 이야기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의 얼굴을 빌어서 하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잠시 눈을 의심해야 할 만큼 폭삭 늙은 토요카와 에츠시의 얼굴로, 조금은 지치고 피로한 나카야마 미호의 표정으로, 두 사람은 말한다. 이야기는 이야기고 현실은 현실임을. 인간은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피아노 선율과 고운 빛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먼 이야기를, 온갖 세파에 지치고 닳아버린 얼굴로 건넨다.
그래서 내게는 이 작품이 소위 '화이트 이와이'로 분류되던 영화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오래 전의 그들에게 인사를 건넬 기회를 준 느낌. 과거가 아닌 앞을 보고 나아가기 위해 가장 아름답게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하나하나 기억을 포개 놓은 느낌이다. 그렇게 그 자리를 떠나라고 다정하게 말하는 느낌이다. 미사키의 기억을 되찾은 쿄시로에게, 비로소 엄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한 아유미에게, 그의 영화를 내내 돌아보며 살아온 관객인 내게도.
영화가 시키는 대로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지금은 잃어버린,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 소중한 사람들을 향한 기억을 고이 갈무리한다. 이제 그 자리를 과거에 내어주고 현실을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도록. 오랜 세월 꾹꾹 담아둔 향기로운 마음이라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순정을 누군가의 죽음으로 얼려 잡아두었다 해도, 그 마음은 오래된 편지처럼 접어두어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을 뚜벅뚜벅 살아가야 할 것이다. 잘 알고 있는데 여전히 그의 순정은 다정한 유리창처럼, 자꾸 돌아보고 싶게 만든다. 기억의 시공간은 돌아봐도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계속 걸어가겠지만, 또 계속 돌아볼 것이다. 아직은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슬프고 두렵지만은 않다. 사랑의 잔상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따뜻하게 불 밝힌 유리창으로 존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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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 리차드> 능력주의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부성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기에 거리를 다닐 때도 목숨을 위협받는 빈민촌에서 살아간 '리차드 윌리엄스(윌 스미스)'. 어느 날 TV에서 테니스 대회 우승자가 막대한 상금을 받는 장면을 본 그는 자신의 두 딸 '비너스(사니야 시드니)'와 '세리나(데미 싱글턴)'를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로 키우기로 결심한다. 테니스 코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그는 균형 잡힌 시각과 면밀한 통찰력을 지닌 아내 '오레이슨(안저뉴 엘리스)'의 도움을 받아 두 자매의 육성에 몰두한다. 캘리포니아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시작된 여정은 주변인의 부정적 예측과 불리함을 모두 극복해 나가고, 성공을 눈앞에 둔 두 딸에게 리차드는 마지막 교훈을 가르친다.
현대 축구를 논하는 데 있어 메시와 호날두를 빼놓을 수 없고, 농구를 논하는 데 조던을 빼놓을 수 없듯이, 테니스를 논하는 데 있어서 윌리엄스 자매를 빠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5번의 윔블던 오픈을 포함해 수 차례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차지한 비너스와 슈테프 그라프를 제외하면 4대 메이저 대회 우승과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모두 차지한 유일한 커리어 골든 슬램 달성자인 세리나는 문자 그대로 테니스계의 전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자매의 성공 신화가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결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또 성공 신화를 알고 있는 한,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윌리엄스 자매의 신화를 묘사하는 <킹 리처드>의 접근 방식은 예상을 벗어난다. 수많은 스포츠 전기 영화와는 결이 다소 다른, 신선한 접근법을 선택했다. 그 중심에는 자매의 아버지인 리차드 윌리엄스가 있다. 영화는 성공을 일구어 낸 당사자들이 아니라 조력자의 시선으로 신화를 들여다본다. 신선한 뉘앙스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킹 리차드>는 스포츠 전기 영화의 흔한 공식을 넘어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결과 <킹 리차드> 보다 보편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입장에서 자칫 신화에 가려질 수도 있었던 현실을 끄집어낸다. 특히 영화는 '능력주의'라는 이름의 현실이 지닌 여러 모습을 흑인으로서의 리차드, 코치로서의 리차드, 아버지로서의 리차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흑인으로서의 리차드
매일 같이, 또 비가 오는 날에는 젖은 코트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다고 딸들을 훈련시키는 리차드를 두고 주변 이웃들은 그가 딸들을 학대한다고 비난하며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한다. 또 부유층도 쉽사리 뒷바라지해주기 힘든 테니스를 굳이 할 필요가 있냐며 다른 종목을 추천하는 이들의 권유에도 리차드의 결심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단순히 딸들의 재능을 봐서가 아니다. 그에게 테니스는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불우하게 자란 자신과는 다른 삶을 딸들이 살고, 더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은 날 무시했지만 너흰 달라, 존중받게 할 거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리차드와 비너스, 세레나의 이야기는 흑인으로서의 꿈을 이루어낸다. 비너스가 처음으로 참가한 프로 무대에서 그녀의 플레이를 보는 흑인, 여성 관중들의 표정과 반응은 호기심에서 열광과 팬심으로 변해간다. 세 부녀가 ‘백인 스포츠’인 테니스에 낸 균열은 그들을 보고 테니스 선수를 꿈꾸기 시작한 흑인들로 인해 점점 더 커진다. 그 덕분에 흑인이라는 이유로 과잉진압 당하거나 총에 맞지 않고 마약에 빠지지 않는 삶의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흑인에게도 다른 미래가 있음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리차드의 결심은 특히 그가 흑인 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장면에서 강조된다. 공용 테니스 코트에서 딸들을 훈련시키는 리차드는 코트가 있는 지역의 갱들에게 숱한 모욕과 폭행을 당한다. 전설적인 NBA 선수였던 찰스 버클리도 지적한 바 있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고 좋은 성적을 받아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는 흑인의 노력을 폄하하는 잘못된 관념과 리차드는 흑인이었기 때문에 맞서 싸워야 했던 것이다. 이는 리차드가 흑인으로서 지니고 있던 트라우마를 아내에게 위로받는 장면, 또 비너스에게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고백하는 대목이 더욱 뭉클한 이유이기도 하다.
코치로서의 리차드
이때 그가 같은 흑인들 사이에서도 팽배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뚫고, 빈민촌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철저한 능력주의다. 미리 짜 놓은 계획대로 딸들에게 능력을 증명하기를 요구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스티브 잡스를 보는 듯하다. 불가능할 것 같은 프로젝트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때로는 협박으로 성공시킨 잡스처럼 현실을 왜곡한 게 아닌가 싶은 능력을 끌어내는 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챔피언이 될 거라는 거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혀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굳은 믿음을 딸들과 공유하면서 그저 열정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불가능을 가능으로 뒤바꾸는 자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끄집어낸다.
그러면서도 리차드는 결코 막연한 기대나 예측, 그리고 호의와 혜택의 힘에 기대려 하지 않는다. 능력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또 보여준 능력으로서만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부유하지 않은 흑인으로서 비너스와 세리나를 지도해 이루어낸 성과와 업적이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에이전트들의 말에 크게 분노하고, 그들의 계약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마찬가지로 비너스의 프로 데뷔 직전에 거대한 계약금을 제시한 나이키와의 협상에서도 아직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능력과 증명이라는 잣대에 충실했기 때문에 작중 비너스는 리차드가 누누이 말했던 대로 테니스계의 스타이자 롤모델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한다.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자리를 차지하거나 외부의 평가에 의해 매겨진 가치에 안주하는 대신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을 둘러싼 차별과 편견을 진정으로 하나하나 깨부순다. 이처럼 작고 좁은 문틈을 뚫어서 스스로를 증명했기에 그녀의 성공은 유사한 처지에 있고 동질감을 느끼는 모든 사회적 약자에게 힘과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다. 리차드는 단순히 테니스뿐만 아니라 인생을 가르친 코치인 셈이다.
아버지로서의 리차드
흥미로운 것은 코치로서의 리처드가 철저히 능력주의에 입각한 사고로 딸들을 성공까지 이끄는 와중에도, 아버지로서의 리처드는 능력주의가 낳을 수 있는 병폐를 경계하고 예방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능력주의의 폐해를 지적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은 능력주의의 승리자들이 두 가지 문제를 겪게 된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오만함이다. 성공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보상이고, 노력에 따른 대가로만 여기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이들을 무시하고 조롱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피폐함이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삶의 가치를 숙고하는 대신 계속해서 능력을 증명하고 성공해야 하기에 완벽주의에 빠져들고,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쇠약해진다.
이러한 문제점은 작중 아버지 리차드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주니어 대회에서 연전연승하는 비너스와 세리나, 그리고 다른 딸들이 패배한 경쟁자들을 조롱하는 모습에 크게 분노한다. 또 어려서부터 수많은 대회에 참가해 큰 성공을 거둔 스타 유망주가 마약에 빠지고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코치와 싸우는 한이 있어도 겸손과 평범함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신데렐라>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면서 신데렐라의 성공이 아닌 그녀의 내면을 가득 채운 바른 품성을 보고 느끼게끔 한다. 나날이 유명해지는 딸들에게 그들이 갖는 영향력을 일깨우고, 엔딩 크레디트 속 내레이션에서도 언급하듯 사회로 그들의 능력과 성공을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두 딸을 끝없는 경쟁에서 떼어 놓으려고 한다. 주니어 대회에 참가해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는 에이전트와 코치의 의견을 무시하는 한이 있어도, 언론과의 접촉을 통제하면서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듣더라도 평범한 학생이자 청소년으로서 필요한 모든 경험을 보장해주려 한다. 이처럼 능력주의적 성공관으로 인해 오만해진 승자와 굴욕을 느낀 패자 간의 긴장관계를 풀기 위해 사회적 연대와 유대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센델의 주장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특히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그로 인해 피폐해지는 청소년들을 현실이나 미디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보면, 그 위험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아버지의 진심은 더욱 감동적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아버지 리차드의 모습은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해준다. 사실 세 부녀의 성공을 온전히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면 된다'는 능력주의의 구호가 모두에게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을 움켜쥐는 이들은 언제나 소수이고, 다수는 공허한 빈손에 그쳐야만 한다.
그러나 깔끔하고 세련됐지만 무난한 할리우드의 문법과 방식으로 풀어낸 세 부녀의 이야기는 결코 ‘하면 된다’는 명제의 반복에 그치지 않는다. 리차드와 윌리엄스 자매가 걷지 않은 길, 정반대의 길에 대한 경계와 의심이 영화 전반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킹 리차드>는 기적을 보여주지만 기적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여주고, 그 기적에 속하지 않는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할지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상술하였듯이 신화의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인 리차드의 관점에서 성공 신화를 바라본 신선한 접근법이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인 완성도가 준수하나 평범한 영화에서 윌 스미스의 연기가 유달리 인상적인 것도 사실이다. 문자 그대로 리차드 윌리엄스의 현현이 되어버린 그는 흑인으로서, 코치로서, 아버지로서 리차드가 느꼈을 모든 것을 미소 하나에, 웃음 한 번에, 눈물 한 방울에 고스란히 담아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록 시상식에서의 논란으로 인해 의미와 가치가 퇴색된 감이 있기는 하나 윌 스미스에게 돌아간 남우주연상 오스카 트로피 자체는 정당해 보이는 이유다.
A(Acceptable, 무난함)
능력주의의 명과 암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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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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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계속해서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차지했습니다.
개봉 한 이후로 4주 째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주말동안 (1월 7일~9일) 관객 수 30만 46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659만 8995명입니다.
지난 주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북미에서만 약 395억원, 그리고 지난 달 17일 개봉 이후 현재까지 약 8012억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아바타>, <블랙 팬서>,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에 이어 북미 역대 흥행 순위 6에 오른 기록이라고 합니다.
현재 국내 극장가에서는 1월 5일 개봉한 <경관의 피>와 나란히 박스오피스 1,2위를 차지하고 있어 과연 이번 주에는 순위가 변동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
2위. <경관의 피>(▲42)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1월 5일 개봉한 <경관의 피>입니다.
주말동안 (7일~9일) 주말 관객 수 6만 0027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37만 4412명입니다.
다시 박스오피스에서 국내영화가 흥행을 하고 있는데요.
<경관의 피>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또한 주연 배우들의 무대 인사 등에서 최대한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이번 주 누적관객 수 50만 돌파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대 인사마다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만큼 앞으로도 주연배우들이 극장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3위. <씽2게더>(NEW)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유니버설 픽쳐스의 <씽2게더>입니다.
같은 기간(7~9일)동안 주말 관객 수 20만 3800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28만 2264명입니다.
<씽2게더>는 오디션 그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쇼 스테이지에 오르기 위한 크루들의 고군분투 도전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U2, 콜드플레이, 아델, BTS,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히트곡 40여곡이 등장할 예정이며,
스칼렛 조핸슨, 태런 에저튼, 매튜 맥커너히, 리즈 윈더스푼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목소리 역으로 참여힌 작품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2회 예측 이벤트는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먼저 1월 첫째 주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5%, 여성 35%로 계속해서 남성 관객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4%,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82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2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의 대부분은
박스오피스 1위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예측하셨고, 박스오피스 2위 -<경관의 피>, 3위 - <씽2게더>를 예측해주셨습니다.
이 순위는 실제 박스오피스 순위와 일치했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2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
56%의 참가자분들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박스오피스 1위, 34%가 <경관의 피>의 박스오피스 2위를 예측,
3위도 마찬가지로 34%의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씽2게더>의 박스오피스 3위를 예측했습니다.
또한 제 82회 박스오피스 순위예측에 참여하여 1위, 2위, 3위를 모두 맞혀 상금을 받아가실 분들은 모두 57명 입니다.
제 82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3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2)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 순위에 비해 2계단 하락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주말 관객 수 7만 2459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92만 0952명을 기록했습니다.
좌석 판매율은 14.5%로 높은 편이어서 관객들의 관심이 계속해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인데요.
하지만 이번 주에도 할리우드 대작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박스오피스 4위 유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5위. <해피 뉴 이어>(▼2)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해피 뉴 이어>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0611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22만 5949명을 기록했습니다.
많은 기대 속에 개봉한 <해피 뉴 이어>가 이번 주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했는데요.
OTT플랫폼인 티빙과 동시에 공개한 점의 핸디캡과 <씽2게더>, <경관의 피> 등 굵직한 대작들이 개봉함에 따라
박스오피스 하락은 어떻게 보면 예상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주 누적 관객 수 30만명 돌파 또한 힘들 것으로 예상되며, 박스오피스 5위 유지 또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세계 극장가에서 흥행 질주를 하고 있는 <Spider-man: No Way Home>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7~9일) $33,015,000 (한화 약 396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은 $668,753,195 (한화 약 8,027억)을 기록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월드 와이드 수익은 15억 3625만 달러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억 4835만 달러), <쥬라기 월드>(16억 7051만 달러), <라이온 킹>(16억 6289만 달러)에 이어 역대 월드 와이드 흥행 순위 8위에 오르는 기록이라고 하니 대단하네요!
이 기록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이룬 기록으로 더욱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2년 1월 7일 ~ 2022년 1월 9일)
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3301만 달러 (누적 6억 6875만 달러)
2. <싱2게더> 1195만 달러 (누적 1억 901만 달러)
3. <355> 480만 달러 (누적 480만 달러)
4.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327만 달러 (누적 2509만 달러)
5. <아메리칸 언더독> 241만 달러 (누적 1874만 달러)
6. <매트릭스: 리저렉션> 186만 달러 (누적 3431만 달러)
7.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41만 달러 (누적 3215만 달러)
이번 주 박스오피스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도 더욱 더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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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결말포함]9.79점의 첫사랑을 자식들이 대신 이루어 준다면 설레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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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당? 미리 본 소대원들? 라떼극장 EP.0死 R?
영화 흥신소 -(아이스)라떼극장 EP.04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공포영화를 보며 무더위를 날려버리자
정체불명의 무전을 받고 실종자 수색에 나선 소대원들
점점 불길한 일들이 발생하는데...
시공을 초월한 택배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 영화 '알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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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여름 날, 휴양 도시 뉴포트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들을 반기는 낭만 가득한 여름 바다와 감미로운 재즈 선율.
루이 암스트롱, 마할리아 잭슨, 셀로니어스 몽크, 척 베리, 아니타 오데이…
해가 지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즈 페스티벌의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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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끝난 줄 알았겠지만... 단지 시작에 불과했지" 또 한 번 뒤바뀔 마블의 운명!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왓 이프...? 시즌2] 12월 22일부터 매일 한 편씩, 디즈니+ 단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