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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02-09 12:56:26

잘 만들어진 판타지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썼어요.

 

사진 출처:넷플릭스

사진 출처: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에 멜로 열풍이 불 때가 있었다. 그 멜로 열풍은 장소도 상황도 시간도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 드라마 속 인물들은 검사가 되어도 연애를 하고 의사가 되어도 연애를 하고 경찰이 되어도 연애를 하는 데다 과거나 미래로 가도 연애를 하는 것도 모자라 학폭을 저지른 동창들에게 복수를 하는 와중에도 연애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그 열풍이 아직까지도 “먹힌”다고 믿었는지 이제는 아주 우주까지 가서도 연애를 하느라 제작비를 말아먹어놓고는 SF팬이 소수라서 드라마가 안된다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세상에나.

 

이렇게 유구한 연애의 역사를 자랑하는 K드라마인 데다. 애초에 인본주의자 성향이 전혀 없는 인류애가 바닥난 나에겐 그런 드라마들은 기피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애초에 제목이 중증외상센터 라고 한다 한들. 내겐 정말 큰 심적인 허들 하나가 드라마 앞에 턱 하니 놓여 있는 기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8부작이라는 "비교적"짧은 러닝타임.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뻔뻔해 보이는 주지훈의 표정을 보며. 이건 병맛이다.라는 느낌에 나는 가볍게(?) 드라마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즐거웠다. 오랜만에.

 

 사진출처:넷플릭스

사진출처:넷플릭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넘쳐나는 꽤 많은 메디컬 드라마들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 다루는 스킬 덕에. 보는 내내 심하게 불편하지 않게 드라마를 "정주행"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이런 즐거운 청량감은 백강혁이라는 유니콘의 역할이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초에 이야기가 판타지화 되어 버린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끝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고. 어느 정도의 해피엔딩을 보장받은 상황에서의 이야기들은 적당히 현실과 엮여 들어가며 피식피식 웃게 하기도.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판타지속 인물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기도 한다.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마음 한편에 걸려있던,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되뇌어볼 기회가 되어주기도 한다. 

 

물론 앞선 워딩인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라는 말이 대충 다룬다.라는 의미에 가깝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내공은 당연히 현직 웹툰작가(??)인 원작가의 전직(?) 의사 시절이 경험에서 온 것일 테니까. 남이 무언가를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 사람이 맡은 일을 매우 잘했다는 뜻이라 했다. 원작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했을 것이다. 

 

 사진출처:넷플릭스

 

사진출처:넷플릭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그저 웃는 얼굴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판타지라는 말에 숨은 뜻은 현실에는 이런 일이 없는 것에 수렴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한 번씩은 꼬집어보는 모든 문제들은 고질적으로 의료계에서 한 번씩은 목소리가 높게 나왔던 문제들이기도 하고, 여전히 팽배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중증외상센터가 자금난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니까. 

 

백강혁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사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혹은 우리에게는 백강혁 같은 존재가 더 필요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백강혁이 아닌 그가 존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면서

 

개인적으로는 한유림(윤경호)의 캐스팅이 매우 반갑고 감사했다. 게다가 그중에서도 가장 입체적인 데다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해 줘서 좋았다. 예전에 도깨비에서 나라를 구한 덕으로(?) 집도 차도 직장도 얻을 수 있었다는 설정이 기억나서 그런 걸까, 그 드라마 뒤로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냥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백강혁의 원맨쇼가 될 뻔했던 드라마에 적당한 추 역할을 해 준 배우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이 글의 TMI]

1. 이번 주 너무 바쁘다. 

2. 부모님이 반찬 보내주셔서 포동포동 해지는 중.

3. 빨래하기 싫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주지훈 #추영우 #영화리뷰 #최신영화리뷰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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