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5-02-13 16:44:29
평범함이 약점인 뉴 캡틴
-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2025)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과거로 떠났다. 그의 방패를 이어받아야 할 사람은 의외로, 그와 함께 싸워왔던 팔콘 샘 윌슨(안소니 마키)이었다. 사실 스티브 로저스는 캡틴 아메리카로서 끊임없이 무엇이 옳고 정의로운가를 고민하는 인물이었다. 때로는 동료들이 다른 의견을 내세울 때도, 혹은 정부가 자신의 신념과 충돌할 때도 스티브는 흔들리지 않는 그의 확고한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 그에게는 슈퍼 혈청이 선사한 강인한 신체와, 동료인 버키(세바스찬 스탠)와 함께 지켜 온 수많은 전장이 존재했다. 이러한 슈퍼솔저의 힘 덕분에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 자체가 일종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티브 로저스가 자신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떠남으로써, 그 자리는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자연스레 누구든 그 자리를 이어받아야 했는데, 바로 샘 윌슨이 그 방패를 쥐게 된다. 이미 디즈니 플러스의 시리즈 <팔콘과 윈터솔져>에서 그는 “내가 과연 캡틴 아메리카가 되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리고 이 질문은 이번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에서도 가장 중요한 감정적 축으로 이어진다.
[첫번째 감정] 샘 윌슨의 의구심
샘 윌슨은 자신의 평범함 때문에 끊임없는 의구심에 사로잡힌다. 슈퍼 혈청을 맞지 않은 그에게 특별한 초인적 능력은 없다. 그저 혹독한 군사훈련을 통해 단련된 군인일 뿐이라는 사실은,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강력함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 샘은 방패나 팔콘윙 같은 장비 없이도 여러 번 직접 싸움을 치르는데, 그 장면에서 우리는 그의 평범함이 큰 한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내가 정말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를 자꾸만 자문한다. 모두가 기다리는 캡틴 아메리카는 거대한 힘과 이상적인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샘이 처한 불리한 상황은 그의 ‘평범함’을 더욱 부각시키며, 이는 관객들에게도 그를 향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샘이 겉보기에 강력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관객이 ‘그래서 과연 그가 이기고 극복해 낼까?’라는 긴장감과 흥미를 품게 된다. 그의 평범함이야말로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를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어주는 장치인 셈이다.
결국 영화는 샘 윌슨이 가진 ‘선함’과 ‘고집스러운 원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옳다고 믿는 바를 지키기 위해 방패를 든다. 그런 샘의 행동은 관객들에게 “과연 캡틴 아메리카로서 자격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조금씩 ‘그가 바로 캡틴이 맞다’라는 확신으로 바꿔 놓는다. 정작 샘 자신도 의구심을 거듭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가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 직책에 걸맞은 사람임을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샘의 평범함은 한계를 드러내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곧 이 영화의 핵심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 감정] 로스의 두려움
두 번째 감정은 대통령이 된 로스(해리슨 포드)의 두려움이다. 과거 ‘불같은 성격’과 ‘군인의 기질’로 인해 여러 혼란을 일으켰던 그가, 이제는 국가 지도자의 위치에 서서 이미지 관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때문에 그에게 캡틴 아메리카는 정치적으로 유용한 홍보 수단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는 히어로들의 자율성이나 독립성을 통제하려고 애썼던 그가, 이제는 ‘캡틴 아메리카’의 명성과 상징성을 활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로스는 어디론가 아픈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어딘가에 극심한 통증이 있어 약을 복용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이것이 훗날 그가 ‘레드 헐크’로 변모하게 될 거라는 떡밥을 깔아 둔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로스의 진짜 감정은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다. 임기 내내 강인하고 단호한 리더처럼 굴지만, 실상은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로 인해 새로운 무기를 찾고, 빌런인 새뮤얼(팀 블레이크 넬슨)을 몰래 이용해 어떤 사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마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두려움이 그를 더욱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가는 셈이다.
문제는 그가 정말로 ‘개과천선’했는지, 아니면 끝내 자신의 욕망과 본성을 숨기지 못하는 빌런에 가까운 존재인지를 계속해서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딸 베티(리브 타일러)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어두운 결정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은 그의 진의(眞意)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가 가진 두려움이 인간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너무 이리저리 줄타기하는 태도 탓에 “정말 믿어도 되는 인물인가?”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그 모호함이 이번 영화에서 로스가 보여주는 가장 큰 아쉬움이자, 동시에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미묘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세번째 감정] 새뮤얼의 분노
마지막으로는 메인 빌런인 새뮤얼(팀 블레이크 넬슨)의 분노다. 그는 감마선 노출 부작용으로 인해 뇌가 지나치게 발달해버린 인물이며, 이에 따라 미래를 상당히 높은 확률로 예측해내는 능력을 지닌다. 치열한 전투 능력을 갖춘 빌런이라기보다는, 제모 남작처럼 지능적이고 전략적인 면모로 상대를 교란하는 인물이다. 그의 목적은 단순한 세계 파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정부(혹은 로스)에 대한 불만’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새뮤얼은 직접적으로 수많은 군대를 이끌거나 스스로 물리적 대결에 뛰어드는 대신, 미군이나 우군 세력 내에 스파이·세뇌 등을 활용해 정부와 대립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영화 후반부에는 로스가 촉발시키는 ‘대형 분쟁’의 장면이 펼쳐지고, 캡틴 아메리카인 샘 윌슨은 이러한 교묘한 갈등 속에서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물리적으로 샘이 ‘슈퍼솔저’만큼 강하지는 않아도, 정신적·도덕적 기준이 확고하다는 점이 새뮤얼의 지능적 공격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열쇠가 되는 것이다.
결국 새뮤얼의 분노는 스스로를 더 파멸로 몰아넣고 만다. 그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풀어내기 위해 뛰어난 두뇌를 활용하지만, 샘 윌슨이라는 존재가 그가 예상한 경로와 다르게 움직이며 그의 계략을 하나씩 차단해 나간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분노’와 ‘두뇌’만으로는 결코 진정한 승리를 거둘 수 없다는 것. 정의와 올바름을 지키는 자의 의지가 결국 지능적인 빌런의 분노를 이긴다. 이처럼 새뮤얼의 이야기는, ‘힘’이 아닌 ‘정의’가 승리한다는 마블 특유의 주제 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장치가 된다.
무난하게 재미있는 마블 영화
결국 이번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샘 윌슨’이 진정한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나는 과정에 집중한다. 슈퍼 혈청 없이 평범한 군인이지만,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지를 너무나 잘 아는 인물이라는 것이 샘의 강점이다. 그래서일까, 전체적인 액션의 강도나 임팩트는 과거 스티브 로저스 시절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보다 다소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대신 팔콘윙을 활용한 빠른 공중 액션이 그 공백을 메워주며, 정치적 긴장감과 첩보 요소가 강하게 녹아들어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정치적인 측면에서, 대통령이 된 로스와의 관계를 다루는 장면들이 흥미롭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상징이 한 개인의 영웅성을 넘어, 국가적 정치적 무기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면 ‘힘의 사용’과 ‘정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샘 윌슨은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로스를 이해하려 애쓰며 필요한 순간엔 협력한다. 그 점에서 우리는 샘의 ‘포용력’을 확인하며, 그가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갖추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안소니 마키가 보여주는 샘 윌슨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는 스티브 로저스의 후계자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다. 힘에 의존하지 않고, 대신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싸움을 이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마블 영화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관객들도, 이 영화가 주는 다른 매력과 새로운 시작점으로서의 의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개봉 전부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았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결과적으로 ‘무난한 재미와 새로운 정체성’을 동시에 잡아냈다고 평하고 싶다. 스티브 로저스의 시리즈에 비해 파괴력이나 액션 스케일은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와 정치적 긴장감을 잘 살려내며 마블 유니버스의 새로운 출발에 걸맞은 이야기를 완성했다.
만약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사랑했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에서도 낯설고 새로운 캡틴이 만들어가는 서사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영화는 마블의 방대한 세계관을 잘 몰라도, 독립된 스토리로 충분히 이해하며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으니 부담 없이 관람해도 좋다. 샘 윌슨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고민과 성장 스토리가,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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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렁이는 조명 속에서도 변함없이 빛나는 우리의 추억.
모든 순간들이 기록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특히 우리 안에 자리 잡아 행복하게 만드는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리워지는 그때를 볼 때, 나의 기억과는 조금 다른 장면들이 기록되어 있을 때도 있다. 지금을 만들어내 과거를 바라보겠지만 결코 무심하지 않을 감각의 결정체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가까이서는 볼 수 없었던 그 순간을 담은 영화 '애프터썬'은 2월 1일에 개봉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예술 영화가 개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해서 상영관에서 내려가기 전에 봤다. 일찍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완전히 놓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봤던 영화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사랑이 다채로웠음을 새삼 느끼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 모습 그대로 빛나고 있는 마음이 불투명한 곳에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말로 쉬이 표현되지 않았던 마음을 영상의 언어로 표현하며 저마다의 사랑이 펼쳐진다. 그렇게 우러난 마음의 형태는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지 않는 영원한 기록물로 남아 혹시라도 지금의 소피와 과거의 아빠를 연결해 준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그들의 모습은 마주치는 시선 너머의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순간순간을 연결해 주는 영상이라는 기록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느끼게 해 준다.
지나쳐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마주하는 추억의 모습이 항상 빛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좀 서글프게 느껴진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때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세월이 지나 빛이 바래진 그때의 모습은 슬프더라도 자신의 기억 속에서 만큼은 반짝이며 일렁이는 빛을 유지하며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잔잔하게 표현되는 감정들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조각조각 나버린 추억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물결을 만들어낸다. 그 물결에 온갖 기억이 다 쓸려나가도 바래지지 않을 소피와 아빠의 사랑 한 조각은 여전히 거기 그리고 여기에 남아있다. 비록 거친 모습이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다는 것을 추억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그때의 희미한 기억을 계속해서 재생하며 아빠도, 딸도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둠 속에 잠식되기도 했고 웃음으로 가득 메우기도 했던 슬픔을 마주한다. 오래된 만큼 빛바랜 화면은 내가 굳게 믿고 있던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지금에 도달해서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로 변해있었다. 곳곳에 매몰된 우울을 밀어내고라도 내어주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빠의 다정함을 이제야 마주한다.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곳에는 빛으로 가득 메워주고 싶었던 모습이 맴돈다. 홀로 빛과 어둠이 차례로 번쩍거리는 곳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버틸 수 없이 흔들리던 그 공간에서 원래 있어야 할 그곳으로 돌아가며 빛의 흔적을 짙게 남긴다. 시점이 어긋나며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딸과 아빠가 마주하는 순간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장면이 끝나면 두 사람은 그때처럼 부둥켜안고 따뜻함을 나누고 있을 것만 같다.
영화는 그 순간의 기억을 담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영화의 모습은 항상 좋을 수는 없다. 개인의 취향과 감상은 언제나 다르니까.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는 짙게 피어나는 색감 속에 즐비한 감정의 나열은 다소 복잡하게 보였다. 명확하게 표현되는 것들이 적은 탓에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이들 사이의 모든 것들이 덕지덕지 붙은 데다가 뒤섞인 느낌이 들었다. 또한 기억의 격차 사이에 생략된 이야기들은 20년 사이의 감정선을 모두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거칠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난잡하게 섞이다가 마음을 울리며 끝끝내 맴돈다. 영화를 볼 때도, 보고 나서도 닿지 않을 것 같았던 영화의 향취는 또 다른 기억으로 다가와 흔적을 남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이 여운은 소피가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의 아빠를 이해한 것과 같은 감정일 것이다. 이 영화는 제목 자체로 애프터썬이다. 기억의 향취가 가득해 아득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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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Namdev Bhau in Search of Silence/2018/인도, 우크라이나)
- (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
<그의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남데브 바우는 인도 남부의 허름한 서민 아파트에 산다. 식구는 남데브 부부, 장성한 딸, 그리고 그의 형 부부. 그의 형은 무엇엔가에 취해 살며 헛소리를 하고 아내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딸은 생각하는 것을 거의 모두 말로 쏟아내는 스타일. 그의 가정은 시끄럽고 산만하다.
좁아서 물건으로 가득한 아파트, 원색의 실내장식은 그가 느끼는 소음의 게이지를 높인다.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는 사정이니 집안이나 밖이나 소음의 차이가 별로 없다.
남데브는, 아마도 변호사로 보이는, 부유한 사내의 자가용 운전기사이다. 그의 고용주도 쉴새없이 말을 쏟아놓는 다변가.
그는 소음이 싫다. 그래서 침묵을 견지한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침묵으로 반응할 뿐.
어느날 월급을 두둑히 받은 남데브는 아내에게 봉급 전체를 넘겨주고 평소에 가고 싶어하던 티베트로 훌쩍 떠난다. 그의 목적지는 "침묵의 계곡".
그러나 그의 여정은 결코 고요하지 않다. 기차, 버스의 소음은 그렇다 하더라도 한적한 시골의 호텔에서조차 옆방의 투숙객 때문에 혼자 잠들 수 없는 형편에 놓인다.
차라리 노숙을 결심하는 남데브. 하지만 그것도 녹록하지 않다.
목적지를 향해 점점 북으로 향하다가 역시 혼자 여행 중인 열 두 살 소년 알리크를 만난다. 계속 남데브 곁을 따라붙는 소년 때문에 남데브는 골치가 아프다. 소년의 목적지는 "붉은 성"으로 "침묵의 계곡"에서 멀지 않은 곳.
알리크가 쉴새없이 조잘대며 남데브를 괴롭게 하지만 묘한 구석이 있는 알리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마침내 다다른 "침묵의 계곡". 그곳은 이름난 관광지에 불과했다. 단체로 명소를 찾아온 학생들 때문에 남데브는 '고요'를 찾을 수 없었다. 화가 난 남데브에게 알리크는 그가 하고 있는 게임을 알려주며 "붉은 성"까지 같이 가자고 조른다. 소년은 그곳에서 부모와 만나기로 한 게임을 완수해야만 한다고 했다.
한편 TV뉴스로 우연히 알리크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남데브는 차마 어려움에 처한 어린 소년을 혼자 가게 할 수 없어 동행하기로 한다. 알리크의 비극이 너무 안쓰러워 "붉은 성"에 이른 남데브는 자기와 함께 살지 않겠느냐고 묻지만 알리크는 게임을 마쳐야 한다며 이별을 고하고 남데브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한다.
<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는 인도를 배경으로 하여 우크라이나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도입부에서 주인공이 소음에 반응하는 표정 묘사는 유머러스하다. 남데브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하는 소음은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가 양미간을 찌푸리는 소음의 세계에 관객들도 같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다 보면 영화는 어느새 중반부에 이르러 있다.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인도 북부의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눈을 시원하게 한다. 인적드문 숲에서 가방을 베고 눕는 남데브가 부러워질 지경이다. 하지만 후반부에 '명예살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부터 영화는 유머와 여유에서 멀어지고 슬픈 기운에 잠긴다.
언젠가 "명예살인"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가운데 아들 알리크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게임을 만들고 메뉴얼을 작성한 알리크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인간에게 신분의 차이를 규정한 어리석음, 그 차이를 지속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살인. 그래서 부모 없는 인생을 살게 되고 만 어린 소년.
시끄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고요'를 찾아 떠났던 남데브는 자기 옆을 따라다니며 쉴새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알리크를 불교사원("붉은 성"은 절이었다.)에 남겨두고 오며 비로소 한없는 적막감을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
남데르의 소원은 그의 욕망에 갇혀있을 때 이루어지지 않고 소년의 슬픔에 공감하고 마음을 내주었을 때에야 성취되었다.
"명예살인"의 부당함을 조용히 고발하는 다르 가이 감독의 속삭임에 관객은 갑자기 섬뜩한 '절대 고요'를 느끼게 된다(©2020.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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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
2009년에 만들어진 대만영화 <청설>은 파란 이미지가 돋보이는 영화다. 파란 수영장의 물, 파란 여름 하늘, 그리고 두 주인공의 맑은 마음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아우른다. 이 영화는 진정으로 상대를 생각하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서로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따뜻함을 전한다. 말이 아닌 수화로 표현된 사랑의 모습은 무척이나 특별하고 조용한 사랑 이야기로 다가온다.
<청설>은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은 단지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그를 위해 기울이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임을 이 영화는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이런 맑은 느낌의 원작을 다시 한국 상황에 맞게 리메이크한 영화 <청설>도 원작의 맑음을 무척 잘 담았다.
[첫 번째 감정] 용준의 배려
용준(홍경)은 어느 날 음식 배달 중 수영장에서 여름(노윤서)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여름과 동생 가을(김민주)이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예전에 배웠던 수화를 떠올려 친해지려 노력한다. 서툴게 시작했지만, 여름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수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용준은 점차 여름과 가까워진다. 두 사람이 수화로 대화할 때마다, 그들의 손짓과 배려 가득한 순간들이 조용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용준은 여름과 가까워지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그녀의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그는 여름과 가을을 클럽에 데려가 음악을 독특한 방식으로 느끼게 하는데, 그가 보여주는 배려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그가 여름과 가을을 위해 마련한 이 특별한 경험은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이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섬세한 접근 방식이다. 아마도 리메이크된 이번 영화에서 용준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용준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상대방과 같이 즐기고 대화한다.
영화 내내 용준은 여름을 위해 수화를 하며 자신의 말을 전하고, 여름의 말을 듣는다. 그는 수화할 때 한 번도 입으로 말을 내뱉지 않고, 오직 상대방을 위한 배려와 집중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용준의 모습은 단순한 사랑의 표현을 넘어,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을 보여준다. 그 배려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진정한 소통의 방식이다.
[두 번째 감정] 여름의 희생
여름은 수영선수인 동생 가을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그녀의 수영 연습과 대회 준비에 헌신한다. 자신의 인생보다 동생의 목표가 우선인 여름은 알바를 하며 수영비와 강습비를 벌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그래서 용준이 여름에게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녀는 동생의 목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의 삶은 늘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었다. 그 속에 자신의 미래는 없었다.
여름의 이러한 모습은 순수하지만 동시에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억제하고, 한계를 두며 가족을 위해 살아간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고, 자신을 위한 삶을 꿈꿔본 적도 없다. 그러나 용준을 만나면서 여름은 조금씩 자기 자신을 위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용준과의 관계를 통해 여름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비로소 자기 자신을 위해 살 용기를 얻게 된다.
여름의 변화는 영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다. 그녀는 더 이상 가족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변화는 용준과의 사랑을 통해 더욱 두드러지며, 여름이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는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세 번째 감정] 용준과 여름의 사랑
용준과 여름이 서로 마주 보며 웃을 때, 두 사람의 사랑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특히 수화를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그들의 손짓,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그들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두 사람이 거리를 함께 걷고 서로의 미소를 주고받는 순간들은 말없이도 진심이 오가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들의 사랑은 조용하지만 그 어떤 사랑보다 강렬하다. 그들은 서로에게 맞춰가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의 세상에 들어가려 노력한다. 용준과 여름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사랑이란 단순히 기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아픔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한 청춘 로맨스를 넘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중반부에 희생이 사랑을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랑은 그 희생까지도 나누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들의 사랑은 서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게 만들며, 희생조차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 비록 이들의 사랑이 약간의 판타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맑고 투명한 사랑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맑은 여운을 남긴다.
맑고 투명한 느낌의 리메이크
영화 <청설>은 그야말로 맑고 투명한 영화다. 원작에 비해 채도가 줄어든 파란색이 하늘색에 가까워지며 맑은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킨다. 현재 한국의 여름 이미지를 아름답게 담아낸 리메이크작은 특히 두 주인공, 홍경과 노윤서의 캐스팅이 눈부시다. 두 사람은 각자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맡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 영화에는 청각장애인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특별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저 다른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훈련하고, 사랑하고, 수다를 떠는 이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그들을 얼마나 평범하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는 태도는 이 영화의 큰 미덕이다.
또한, 이 영화는 사랑과 소통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가,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가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용준과 여름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 이상의 깊이를 가지며, 그들이 서로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이들의 맑고 투명한 관계는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만든다.
오랜만에 등장한 한국 로맨스 영화로서, 원작의 맑고 투명한 특성을 그대로 살려내며 두 배우의 사랑스러운 케미를 빛내고 있다. 두 사람의 감정 변화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의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따뜻한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여름날의 로맨스를 꼭 한 번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GhUIExGY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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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엔딩 장인 박송열
가끔 구름(Can We Just Love)
박송열/Korea/2018/71min/DCP/Color/Fiction/12세 이상 관람가/‘특별전: 가능한 영화를 향하여’ 섹션
시놉시스
영화감독을 꿈꾸는 명훈과 배우를 꿈꾸는 선희는 서로의 존재를 위안 삼아 연애를 하고 결혼도 다짐한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실망한 명훈은 자신의 꿈과 현실을 돌아본다. 명훈은 선희에게 취직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박송열 영화의 엔딩은 언제나 잔잔한 전율을 준다. ‘잔잔한 전율’은 형용모순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박송열의 영화는 언제나 이 일을 해낸다. 그리고 그 전율은 늘 노동계급 소시민의 소박한 일상과 도덕을 마찬가지로 소박한 구원의 테마와 연결하면서 이루어진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2021)의 결말, 주인공 영태는 어느 염치없는 선배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집을 찾는다. 그 선배는 영태의 고가 카메라를 빌린 후 일언반구도 없이 팔아버렸다. 그 돈을 영태에게 돌려주지도 않는다. 영태는 어렵게 선배에게 300만 원을 받아낸다. 하지만 사정이 어렵다는 선배의 말에 마음이 약해져 다시 100만 원을 돌려준다. 그러나 선배는 곧바로 차를 샀다며 SNS에 자랑을 한다. 영태는 분통이 터진다. 그래서 어느 새벽, 응징하고자 하는 마음에 선배의 차가 주차된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선다. 그의 소박한 삶을 지탱하는 소시민적 도덕이 물리적 해코지를 방지하는 문턱이 되어준 것이다. 이 응당한 분노와 소심한 체념. 없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털려 사회적 존재로서의 품위를 지키기가 영 어렵다. 하지만 자신들만의 ‘인간의 조건’을 벼려낸다. 영악한 자들이 절대 갖지 못할 무언가다.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2024)의 엔딩도 전작만큼이나 특별하다. 이번에도 영태와 미주 부부는 소시민적 애환에 시달린다. 부동산 투기로 재미를 보려다 실패한 영태와 유산한 미주. 두 사람의 삶은 크고 작은 ‘실패’로 가득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일상은 멈추지 않는다. 엔딩에서, 두 사람은 그 모든 실패가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듯이 느긋하게 서로의 몸을 포갠다. 전작에 이어 노동계급 소시민에게 구원은 자잘한 실패 속에서도 자신들이 소박하게 구축해온 일상과 도덕에서 피어오른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환기하는 장면이다.
〈가끔 구름〉(2018)은 노동계급 소시민에게 구원은 극적이라기보다 일상적이고, 거창하다기보다 소박하다는 박송열 영화의 일관된 메시지의 원점에 있는 영화다. 각각 감독과 배우를 꿈꾸는 명훈과 선희는 결혼을 준비 중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힌 상태다. 그들의 생활에서 마주하는 숫자의 단위는 이후 두 영화에서 그러하듯 여전히 ‘초라’하다. 각각 대리운전과 연기 레슨을 하며 부족한 생활에도 애정이 깃든 생활을 유지하던 두 사람.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과 비교에 흔들리기 시작하고 다투기도 한다. 명태의 시나리오는 제작에 들어가는 듯하다가 좌초되고, 선희는 계속 오디션에서 탈락하기만 한다. 그러나 그들은 패배감, 비통함, 원통함, 울분에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 기준으로관계를 재단하는 대신 두 사람 관계에서 나오는 내재적 가치로 관계를 단단히 재정립한다. 돈은 없지만 같이 있는 시간은 많아서 행복한 ‘외계인’으로서, 남들과 비교할 시간에 “우리 사랑 좀 하자”며 가만히 안아주는 사랑을 선택한다. 영화에 흩뿌려진 노동계급 소시민의 일상적 애환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스스로를 ‘구원’한다. 박송열 영화가 뿜어내는 기묘한 힘은 바로 여기서 솟는다. 세상이 우릴 힘들게 할지라도, 노동계급 소시민은 스스로 구원을 빚어낼 역량을 갖추었다. 그의 영화가 비연속적인 시퀀스와 ‘일반적’ 리듬을 벗어나는 편집으로 인해 익숙하기보다는 낯설게 다가오는데도 여타의 ‘자연스러운’ 극영화를 압도하는 힘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끔 구름〉은 ‘특별전: 가능한 영화를 향하여’ 섹션에서 상영되었다. ‘독립영화’가 또 하나의 시장성을 담보하는 이름이 되어버린 국제적인 경향성 속에서, 그 지배적 흐름을 거스르고 진정한 의미의 ‘독립’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상영하는 섹션이다. ‘투자(상업영화), 지원(독립영화)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가끔 구름〉을 찍기 시작했다는 박송열 감독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섹션이다. 박송열 감독과 원향라 배우의 일상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가능한 영화’는 앞으로도 이어져 영화적 모험을, 나아가 노동계급 소시민의 일상과 도덕 그리고 구원의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상영 스케줄
2025.05.03.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 17:30(상영코드: 355)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2025.04.30 ~ 05.09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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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의상을 담당한 패션디자이너 8인
패션 디자이너가 해석한 영화와 캐릭터는 어떨까?
90년대 부의 상징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부터 아방가르드 대표명사 장 폴 고티에의 <제 5원소>까지! 패션 디자이너가 해석한 영화와 캐릭터 같이 만나보아요
비밀이 가득한 젊은 백만장자 '개츠비'의 이야기를 그린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에서 명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파티장면이 빠짐없이 언급되는데요. 파티씬의 여성 파티복을 프라다에서 제작했다고 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의상을 맡은적 있는 미우치아 프라다.
화려한 장식과 강렬한 색채를 잘 살리는것 같아요.
선 넘는 세 남녀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테니스 선수들의 삼각관계를 그린 <챌린저스>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챌린저스>의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프레피룩을 선보였는데요. 조나단 앤더슨은 " '보여주기'와 '승리'라는 개념을 느끼게 해주는 의상을 만들고자 했다'"라며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23세기의 뉴욕과 이집트, 크고 아름다운 우주를 무대로 선과 악의 싸움을 그린 <제 5원소>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6년 동안 에르메스의 기성복을 디자인했으며,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파격적인 의상을 제작했습니다. 붕대를 연상시키는 주인공의 의상은 영화의 독특한 매력을 더해줍니다.
<비거 스플래쉬>는 이탈리아 섬에서 휴가를 즐기던 록 스타와 그녀의 연인이 예기치 않게 옛 연인과 그의 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시몬스의 의상은 영화의 시각적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립니다. 특히, 주인공들의 세련되고 절제된 스타일은 영화의 우아하고 감각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시몬스의 디자인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죠.
<세브린느>는 1967년에 개봉한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영화로, 낮에는 부유한 주부, 밤에는 은밀한 이중 생활을 하는 여주인공 세브린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브 생 로랑의 의상은 세브린느의 이중적인 삶과 심리를 패션으로 표현하며, 영화의 미스터리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강화합니다. 특히, 클래식하면서도 도발적인 디자인은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과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실화를 바탕으로, 주식 중개인 조던 벨포트의 부패와 타락을 다루는 이야기 입니다.
아르마니의 의상은 영화의 화려하고도 혼란스러운 분위기속 주인공들의 성공과 권력을 잘 녹여냈습니다. 특히, 정교하게 재단된 수트와 세련된 비즈니스 룩은 캐릭터들의 야망과 라이프스타일을 잘 나타내어 영화의 시각적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트루먼 커포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주얼리 가게 앞에서 아침을 즐기는 주인공 홀리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패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주인공의 의상을 담당하여 그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감각을 선보였는데요. 세련되고 우아한 스타일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그녀의 자유분방한 성격과 도시적인 매력을 강조, 영화의 상징적인 블랙 드레스는 지방시의 미니멀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 철학을 잘 담아내어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습니다.
<007 스펙터>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한 편으로, 비밀 조직 스펙터를 추적하는 본드의 활약을 그립니다.
톰 포드의 의상은 본드의 냉철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하며, 그의 강인함과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부각시킵니다. 특히, 완벽하게 맞춘 수트와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은 본드의 카리스마와 자신감을 잘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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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를 매료시킨 K-Pop?!
K-Pop 걸그룹 영화 소니에서 제작
할리우드 리포트 Variety지는 지난 8일 (현지 시간) CGI 애니메이션 프로덕션 회사인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사가 K-Pop에 대한 영화를 기획 중이라고 단독 공개했다.
출처 : Variety
<케이팝: 악마 사냥꾼> (원제 - K-Pop: Demon Hunters)은 K-Pop 걸그룹 스타들이 공연 중에 악령을 죽이는 영화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로 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거머쥔 제작사 '소니'에서,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애펠한스 감독에 의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레고 닌자고 무비>에 크레딧을 올린 매기 강 감독은 영화가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그녀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K-Pop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혔다. 영화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세계적인 걸그룹이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의 삶과 악령을 퇴치하는 비밀 요원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그 과정을 따라간다. 특히 이 영화는 패션, 음식, 스타일 그리고 음악 등 다채로운 미쟝센을 자랑할 예정이다.
매기 강 감독은 "K-Pop 장르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90년대부터 이 장르의 팬으로서, 이번 영화는 K-Pop에 대한, 그리고 그녀의 뿌리에 대한 러브레터이다. 영화는 K-Pop 전반에 대한 모든 걸 망라하며, 평생을 팬으로 살아온 자신이 보고 싶은 걸 담았기에, 전 세계 수백만의 K-Pop 팬들도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아이돌 BTS가 빌보드 차트를 수성하고, 그래미 시상식 후보에도 오르는 이 시점에서 이 영화는 K-Pop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8년, 세계적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가상의 K-Pop 걸그룹을 선보이며, 한국 아이돌 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소연과 미연이 직접 참여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는데,
과연 이번 영화는 어떤 한국 걸그룹을 모델로 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미나리>의 한예리 X 작곡가 에밀의 "Rain Song"
개봉일부터 현재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영화 <미나리>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곡 "Rain Song"은 오프닝 장면에서는 악기로만 연주되고, 마지막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가사와 함께 등장한다.
곡의 작곡가이자 작사가인 'Emile Mosseri'는 이 곡이 배우 한예리를 위한 자장가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는데, 한예리는 극 중에서 이 곡을 아들 '데이빗'에게 불러준다.
"가정의 회복을 주제로 한 영화이기에 그들의 고군분투와 사랑을 더 잘 담아내고자 한국인 번역가이자 작사가 '스테파니 홍'과 함께 작업했다."고 말하며, 작곡가 Mosseri는 그가 맨 처음 작업했던 영어 가사의 노래는 정이삭 감독의 추천으로 한예리의 한국어 노래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새로운 날을 만들어가는 '비'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이 곡은 한예리 특유의 유약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통해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한예리가 한국에서 부르고, Mosseri 작곡가가 L.A.에서 작업한 "Rain Song"을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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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4주 최신 개봉영화(캔디맨, 나의흑역사 로맨티카, 로빈의 소원, 아하 테이크 온미, 종착역)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캔디맨 #나의흑역사로맨티카 #로빈의소원 #아하테이크온미 #종착역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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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몬스터>
할렘 출신의 17세 소년 스티브 하먼(켈빈 해리슨 주니어)이 중범죄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
우등생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스티브.
하지만 그의 세상은 이제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명문 고등학교에 다니며 영화를 만들던 영리하고 호감 가는 소년이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를 처지가 된 것이다.강도에 이은 살인 사건에 연루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재능 있고 성실한 고등학생이 억울한 누명을 쓴다.
자신의 결백과 진실을 주장하는 소년.
하지만 법정은 이미 그에 대한 심판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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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TV+ <파친코> 공식 예고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화제가 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 - Pachinko는 한 한국인 이민 가정의 희망과 꿈을 장장 4대에 걸쳐 촘촘히 그려냈다.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윤여정을 비롯해 이민호, 진 하, 김민하 등이 열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