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14 12:43:03
당신이 놓쳤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7선
금요일엔 넷플릭스 앤 C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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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어디까지 보셨나요?
여러분이 놓쳤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7편을 준비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넷플릭스와 함께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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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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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으세요. 굶으면 구원받습니다.” 극단주의의 메커니즘
6★/10★
몇몇 사람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배경에 대한 온갖 말과 추측이 난무할 것이다. 명확한 것은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뿐이니까. 사람들은 금세 혀를 찰 것이다. 파편화된 채 흩뿌려진 근거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집단 자살을 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죽은 자들은 곧 ‘극단주의자’, ‘정신이상자’ 등으로 불릴 것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은 금세 그들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갈 테다. 그러나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집단 자살에 동참한 사람 중 그들처럼 ‘상식적인’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면? ‘상식적인’ 사람을 정신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어 위험한 신념을 품게 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면? 죽은 자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성급히 단정 짓는 일은 왜 그들이 그런 선택에 이르렀는지 질문할 기회를 박탈한다. 〈클럽 제로〉는 상상력을 발휘해 왜 누군가가 극단주의의 강력한 추종자가 되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질문한다. 다양한 형태의 극단주의가 난립하는 요즘 시대에 긴요한 상상력이다.
상류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에 노백이 영양교사로 임명된다. 노백은 늘 끝까지 단정하게 단추를 채운 카라티를 입고 다니며 흥분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한다. 옷차림부터 언행까지, 노백이 특정한 형태의 완벽주의/극단주의의 상징임이 암시된다. 그는 다양한 이유로 식이법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개설하고, 그들에게 ‘의식하며 먹기’를 제안한다. 처음에는 심호흡하며 먹기 등의 간단한 요법만 제시하던 노백은 점차 식사량을 줄이고 마침내는 아무것도 먹지 않음으로써 얻게 될 자유를 설파한다. 학생들을 자신의 신념에 동참시키기 위해 노백이 사용하는 기술들은 기묘하고 절묘하다. 이런 유의 얼토당토않은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참고할 만하다.
먼저 학생 개별에 밀착하여 각자의 사연에 맞는 계몽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을 주체로 호명한다. 호명은 주체화의 조건이다. ‘너는 새로운 식이법의 주인공이야’라는 속삭임은 자기 쓸모와 미래를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다. 방황하는 인간이 갖기 어려운 주체로서의 역능과 효능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체성의 토대가 마련되면, 그에 반하는 행동(즉, 먹기)에 죄책감을 느끼게끔 한다. 힘에 부칠 때는 의지로 돌파해야 한다고 북돋는다. 이탈자나 회의자가 생기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계몽으로 이것이 자유를 향한 고난의 길임을 강조한다. 당연하게도 기성 사회의 상식에 반하는 가치, 즉 진정한 자유의 추구에서 과학적 사고는 거부된다. ‘옳은 일’에는 과학 따위가 들어설 곳이 없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신념을 잘 따라오는 자에게는 포상이 주어진다. ‘클럽 제로’라는 비밀 조직에 입회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클럽 제로 입회가 자유를 성취했다는 증거라는 사고의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비밀 임무를 주어 내부자들의 결속과 소속감을 다지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선민의식을 낳는다. 진짜 자유를 아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위계가 생기는 것이다.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총화總和하면서는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신념을 재확인한다. 내부 구성원 이외의 관계망을 약화시키거나 끊는 건 필수다. 이 영화에서는 자녀의 거식拒食을 걱정하는 부모가 그 관계망의 핵심이다. 부모의 애정 어린 간섭의 의미를 자유에의 훼방으로 뒤바꿔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조차 구성원 간 신념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이 신념 공동체를 완전히 이탈하지 못한다. 먹지 않아 쓰러지는 친구 옆에서 몰래 먹으며 눈치를 볼 뿐이다. 구성원들에게 이 신념 공동체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곧 사회적 사망 선고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건 이때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부모, 학교 당국이 논의를 시작하지만 이미 늦었다. 노백을 해고해도 아이들은 바뀌지 않는다. 그의 신념은 아이들에게 이미 깊숙이 새겨졌다. 식이법에 대한 학생들의 간절함에서 시작된 노백의 극단적 신념 공동체는 그들이 클럽 제로 입회 후 ‘위대한 길’로 갔다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혹은 ‘구원’받는) 사건으로 마무리된다. 그 아이들이 정말 ‘낙원’으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족‧학교에 머물며 만들어갈 미래가 사라졌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부모와 학교(사회)는 진작 더 촘촘하게 아이들(구성원)의 마음을 살폈어야 했다.
노백이 아이들을 휘어잡는 과정의 서스펜스 강도가 더 높았다면 좋았겠다 싶다. 그러나 동시에 바로 여기서 영화 속 극단주의와 우리 주변의 극단주의를 면밀히 비교해볼 적당한 비평적 거리가 생기기도 한다는 점은 감안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극단적 신념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적이 있던(지금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람으로서, 영화는 적당한 객관화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극단적 신념의 메커니즘을 미스터리 장르로 버무려내는 시도는 장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일이다. 그러나 끝끝내 남는 질문도 있다. 어떠한 극단적 신념이 정말 옳은 것이라면? 그 신념으로 부조리한 세계를 뒤집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역사는 때때로 극단주의가 옳았음을 증명한다. 때문에 ‘극단주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이 ‘좋은’ 극단주의인지를 감별하는 안목과 구성원이 ‘나쁜’ 극단주의에 거리를 둘 수 있게끔 하는 사회의 자정 능력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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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가족끼리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적과의 동침'은 친밀한 관계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에 대해 다룬 영화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바로 생각난 드라마가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라는 소설을 드라마화한 '빅 리틀 라이즈'였다. 우선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로라의 남편인 마틴은 결혼 전 로라에게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으나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부터 로라를 때리고 협박하며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에서도 이와 비슷한 캐릭터, 비슷한 상황을 볼 수 있는데 전직 변호사였던 셀레스트는 결혼 후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을 돌보며 동시에 남편을 보살피는데 조금이라도 남편의 심기에 거슬리는 일, 마찰 등을 겪으면 남편은 폭력을 행사하고 셀레스트는 으레 그렇다는 듯 그 폭력을 견딘다.
이와 같이 우리는 가정폭력을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을 자주 볼 수 있으며 이것은 단순히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며 피해자가 발생한다. 법적인 제도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그 범죄가 존재하고 피해자가 존재한다면 그 원인과 문제점은 무엇일까? 나는 법의 허점과 법에 명시된 사항들이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가정폭력이라는 말을 들으면 배우자 폭행, 아동방임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법률적으로 명시된 정의가 아니다.
가정폭력은 범죄로 인정되긴 하지만 그 처벌법에 의하면 가정보호법으로 처리되어 크게 형사처리사건과 가정보호사건으로 구분된다. 형사사건의 경우 피해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사건을 진행하지만 가정폭력으로는 경미하다고 판단되어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가 되는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사건으로 진행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가 성립된다. 이 경우 피해자가 고소 의사를 밝히고 사건이 기소된 후 유죄판결을 받은 뒤에야 가해자가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는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생살여탈권을 갖고 있으며 피해자는 언제든 다시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피해자가 더 불리한 입장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정감을 느껴야 할 주거공간이 공포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의 가정폭력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폭력의 가해자가 퇴거명령을 받고 법원에서 개입 후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가해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기본 원칙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피해자가 집을 떠나 쉼터로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난다. 이는 근본적으로 현 사회가 가정폭력을 '폭력'보다는 '가정'에 방점을 찍어 가정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더 우선으로 둔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1997년 제정되어 그 이후 5번 정도 개정되었는데 20년이 넘는 법의 역사 속에 아직도 숱한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제는 법이 피해자를 보호하고 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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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남겨진 자들의 안녕을 빌며
- 아직도 생생한 그날이 벌써 10년 전이 되었습니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그날의 아픔을 기리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을 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제작된 극영화입니다. 단순히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영화가 아니라, '안산',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등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직접적인 영화죠.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극의 요소를 통해 그려내는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을 전주에서 만났습니다.목화솜 피는 날When We Bloom AgainSummary'병호'와 '수현'은 꽤 괜찮은 부부 사이였다. 그러나 10년 전에 참혹한 사고로 둘째 딸을 잃고, 각자의 고통을 견디느라 서로를 외면해 왔다. 그러던 사이, 딸의 죽음을 감당할 수 없었던 '병호'는 점차 기억을 잃어간다. '수현' 역시, 무기력함만 커진다. 그런 '수현'은 첫째 딸의 참아왔던 두려움을 듣게 된다. "아빠마저 잃을까 봐 두려워." 무기력에 갇혀있던 '수현', 그런 그녀에게 남편인 '병호'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Cast감독: 신경수출연: 박원상, 우미화, 최덕문, 조희봉 외그들의 비상등이 꺼질 때까지<목화솜 피는 날>은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남겨진 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을 견뎌냅니다. 누군가는 이별의 원인에 집착하고, 누군가는 이별 자체를 회피합니다. 누군가에겐 몰아치듯 밀려오는 슬픔이 누군가에겐 서서히 차오릅니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눈에는 그 방식이 과격해 보이기도, 무심해 보이기도 합니다.집착과 회피, 과격함과 무심함. 우리는 이것이 정상 범주의 반응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비상등을 켠 자동차와 같다는 것을요. 비상등은 정상 주행에 어려움이 있음을 안내하는 표시입니다. 비상등을 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동차에 탄 사람뿐입니다. 자동차 밖의 사람은 비상등을 켠 이유도, 비상등을 끄지 않은 이유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운전자가 비상등을 끌 때까지,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러나 현실의 우리는 비상등의 불빛을 종종 외면합니다. 아무 문제가 없어도 살기 퍽퍽한 것이 삶이라지요. 그래서인지 감히 그들의 고통을 평가 절하하는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정상 주행에 방해된다며 얼른 비상등을 끄라고 강요하고, 이제는 비상등을 끌 때가 되었다고 종용합니다. 버젓이 비상등을 켜고 있는데도, 정상 주행을 하지 않는다며 나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목화솜 피는 날>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사람들을 비춥니다. 섣부른 강요와 종용 대신 인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그들이 스스로 비상등을 눌러 끌 때까지, 다시 정상 주행을 할 수 있을 때까지.⊙ ⊙ ⊙"그날을 기억하시나요?"얼마 전,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의미로 마련된 영화 모임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그날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었죠.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에서 그날의 충격과 마주했습니다. '전원 구조' 뉴스에 한시름 놓았던 것도, 믿기지 않은 오보 소식을 접했던 것도,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던 선체의 모습이 뇌리에 박힌 것도, 모두 같았습니다.역대 최악의 오보였던 '전원 구조' 뉴스 화면이 등장하는 장면은 저를 2014년의 그날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틈날 때마다 뉴스 화면을 새로고침했던 그날, 창문에 매달린 아이들을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던 그날, 배를 버리고 팬티 바람으로 도망치던 선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날.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리가 멍해지고, 자꾸만 소름이 끼쳤습니다. 영화 속에서 다시 재생되고 있는 10년 전 그날이 너무 말이 되지 않아서, 너무 허탈해서, 너무 무력해서.엔딩 크레딧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이름이 나옵니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이름은 한 반에 열댓 명씩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널따란 갑판, 좁고 기다란 복도, 출렁이는 파도, 배 안에서 했던 불꽃놀이, 만약을 대비해 착용한 구명조끼까지. 그날의 일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 빼면 제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와 같습니다. 부모님은 잘 다녀오라며 배웅해 주셨고,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도행 여객선에 올랐죠. 그날의 사고는 어쩌면 저에게 벌어졌을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자꾸만 소름이 끼쳤던 건, 살아서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정말로 '운'이었다는 걸 계속 실감했기 때문이었습니다.<목화솜 피는 날>의 에필로그에서 '병호'는 세월호를 견학하러 온 학생들에게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문제들을 하나씩 읊어줍니다. 듣다 보면, 머릿속에서 '고작'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맴돕니다. 고작 그런 문제 때문에, 고작 그런 말 때문에, 고작 그런 결정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20년 후에도, 30년 후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10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를 극영화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이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유가족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감히 세월호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목화솜 피는 날>은 극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세월호를 다룹니다. 세월호 참사를 단순한 소재로서 어물쩍 이용하지 않고, 유가족, 자원봉사자, 진도 어민 등 참사 이후 남겨진 다양한 사람들을 비춥니다.종종 '이 장면은 유가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꾸린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배우들도 보였고, 제작 및 촬영에 참여한 '2학년 O반 OO 아버지', '2학년 O반 OO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목화솜 피는 날>만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유가족들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유추할 수 있었죠. 어쩌면 더 많은 사람에게 그날을 잊지 않게 하는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주행하고 있는 사람들 곁에 있어 주는 행동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잊지 않겠습니다.One-Liner꽃이 진 후에도 솜이라는 두 번째 꽃을 틔우는 목화를 떠올리며, 부디 안녕들 하시기를.Schedule in JIFF2024.05.02(목) CGV전주고사 8관 17:002024.05.04(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0:302024.05.08(수)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20:30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5월 01일 -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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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남편의 죽은 전 부인... 그녀의 망령이 깃든 저택
내 남편의 죽은 전 부인... 그녀의 망령이 깃든 저택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
최근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 세계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가 2억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저도 그중의 한 명이 되었는데요. 앞으로는 종종 넷플릭스 작품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이 첫 번째가 되겠네요. 미스터리, 멜로가 뒤섞여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 입니다.
극 중 화자이자 맥심 드 윈터의 두 번째 부인으로 등장하는 배우 릴리 제임스.
밴 호퍼 부인의 비서 격으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저녁에 잠드는 것까지 일일이 챙기는 ‘그녀’. 일찍부터 부모님을 여의고 여행 겸 돈을 벌 목적으로 호퍼 부인을 따라다니고 있죠. 이번엔 몬테카를로로 떠나 온 그녀는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맥심 드 윈터, 잉글랜드의 제일가는 맨덜리가의 주인이자 작년에 안타깝게도 부인 레베카를 잃은 그 남자를 말이죠.
밴 호퍼 부인은 맥심을 자신의 조카에게 소개하려 그녀에게 레스토랑에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맥심과 그녀는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 이후 맥심은 그녀에게 ‘드라이브하러 가자', ‘정원을 걷자'는 쪽지를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밴 호퍼 부인을 속이며 매일 같이 비밀 데이트를 즐기게 되죠.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이를 밴 호퍼 부인이 눈치채지 않을 리가 없겠죠. 사실을 알고 바로 뉴욕으로 떠나자고 하는데요. 이대로 떠날 수 없던 그녀는 맥심의 객실로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이에 맥심은 그녀에게 자신과 결혼해 맨덜리 저택으로 가자 하죠.
결국 그를 선택한 그녀는 드 윈터 부인의 자격으로 맨덜리 저택에 입성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맨덜리가의 집사 댄버스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죠. 첫날부터 왠지 모르게 거리감을 두는 듯한 댄버스 부인과 죽은 아내 이야기만 나오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남편 맥심. 그리고 집안 곳곳 레베카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으리으리한 맨덜리 저택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이곳에서 사랑하는 남편 맥심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맥심 드 윈터 역의 아미 해머(왼쪽). 여행지에서 만난 그들은 끝내 결혼까지 하게 된다.
‘레베카’라는 이름은 이미 익숙하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영국의 소설가 대프니 듀 모리에 여사가 1938년에 발표한 소설책 레베카가 그 시작이었죠. 이후 연극, 영화, 뮤지컬의 형태로 다양하게 변형되었는데요. 잉글랜드 출신이자 서스펜스의 대가라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1940년 처음 미국에 진출해 만든 영화가 이 작품입니다. 그의 영화 중 유일하게 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기도 했죠.
저는 이 작품을 오래전 뮤지컬로 처음 접하게 됐는데요. 소설도, 영화도, 뮤지컬도 모두 보지 못한 분이라 하더라도 이 뮤지컬 넘버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극 중 드 윈터 부인과 댄버스 부인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인데요. 레베카를 어렸을 적부터 키우다시피 했던 댄버스 부인이 드 윈터 부인에게 ‘당신은 절대 레베카와 맨덜리 저택의 주인을 대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있죠.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맨덜리 저택의 ‘거울의 방', 레베카의 침실에서 대화하는 장면으로 처리했는데요. 사면이 다 거울인 방에서 감정이 격해져 울먹이며 말하는 드 윈터 부인과 다르게 조용하지만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하는 댄버스 부인은 뮤지컬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맨덜리가의 집사로 등장한 댄버스 부인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위).
주의 깊게 본 분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영화에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이 불리는 ‘레베카'는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면서 이름으로는 불리지 않는 ‘그녀’와 묘하게 대비되기도 하는데요.
이 영화의 화자이며 ‘막심 드 윈터 부인’이라 불리는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이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반 호퍼 부인의 비서였을 땐 그저 ‘얘' 아니면 ‘저기'로 불렸고, 맥심과 결혼한 후에는 ‘드 윈터 부인'이라 불렸죠.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살아왔던, 어쩌면 끌리면 끌리는 대로 살아왔던 그녀가 레베카와 댄버스 부인, 맥심 사이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점점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해나갑니다.
이런 그녀의 심리 변화와 함께 원작 또는 동명의 영화, 뮤지컬 등을 먼저 접하신 분들이라면 그와 비교하면서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수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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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하게 그려낸 우정의 곡선
퍼스트 카우 (First Cow, 2019)
개봉일 : 2021.11.04. (한국 기준)
감독 : 켈리 라이카트
출연 : 존 마가로, 오리온 리, 린 어벌조노이스, 토비 존스
담백하게 그려낸 우정의 곡선
최근엔 역동적이거나 무게감 영화를 주로 접하며 감정과 체력을 쭈욱 소모해왔는데, 오랜만에 정말 고요하고 부드러운 영화, <퍼스트 카우>를 만났다.
<퍼스트 카우>는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남성의 순도 높은 우정을 그린 영화다. 처음 영화 정보를 접했을 때,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가 배경이라기에 나는, 당연하게도 카우보이와 총, 사나이들의 대결, 무법자들. 그리고 <장고:분노의 추격자> 같은 영화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내가 서부 영화를 잘 모르는 탓도 있겠지만, 보통 서부영화라 하면 이런 느낌을 떠올리지 않나?..
근데, <퍼스트 카우>는 진득한 발차기로 내 예상을 저~멀리 걷어냈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지옥의 격언> 중 일부인 “새에게는 둥지, 거미에게는 거미줄, 인간에겐 우정을”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주인공 쿠키와 킹 루의 우정을 아주 진하고 담백하게 담아낸다.
퍼스트 카우 시놉시스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사냥꾼들의 식량을 담당하는 쿠키는 표적이 되어 쫓기는 킹 루를 구해준다. 몇 년 후 정착한 마을에서 재회한 이들은 마을의 유일한 젖소의 우유를 훔쳐 빵을 만들어 돈을 벌기로 하는데… “우리에게는 지금이 기회야”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영화 중 첫 번째
<퍼스트 카우>는 켈리 라이카트 감독 작품 중, 국내에 정식 개봉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사실 처음 <퍼스트 카우>라는 영화에 눈길이 가게 된 건, <문라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제작사로 유명한 A24가 제작한 신작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감독의 이름은 다소 낯설었지만, 소위 ‘영화 보는 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제작사에서 나온 영화라 하니 일단은 기대가 됐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나의 기대감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었다. 무해하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든 생각인데,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작품도 연이어 더 많이 수입되었으면 좋겠다. 셀린 시아마 감독이 <타.여.초>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후,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가 연이어 개봉했던 것처럼 말이다. 구석진 곳까지 훑어내는 꼼꼼하고 따뜻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시선이 참 좋아서,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현재 네이버를 통해 구매가 가능한 작품도 2편 있던데.. 올해 안에 꼭 보는 걸로.
새로운 서부영화의 매력
서부영화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총과 인물들의 대결구도, 액션 요소들을 깔끔하게 털어낸 <퍼스트 카우>는 서부 영화라기보단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우정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4:3의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화면과 움직임 없는 카메라. 그 안을 가득 채우는 푸릇한 자연의 풍경과 인물들의 숨소리. 영화가 끝났을 때 옆좌석 어딘가에선 “이거 완전 자연 다큐멘터리다.”라는 감상평이 들리기도 했다. 그만큼 이 영화의 모든 순간이 자연스럽고 또 아름답다.
<퍼스트 카우>는 아슬아슬한 사건과 신경 써 만들어낸 리듬감 같은 것에 힘을 주지 않는다. 작품 밖의 인물이 앞서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기보단,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다. 특정한 배경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두 주인공은 아주 천천히 극을 이끌어가고, 나는 서서히 그 안으로 스며들었다.
척박한 개척지에서 피어난 우정과 신뢰
이제 막 새로운 개척지가 생겨나고, 내가 살아갈 자리 하나를 꿰차는 게 모두의 목표였던 '서부 개척 시대'. 친구와 우정 같은 것을 챙길 틈 없이 부지런히 내 이득을 주워 담고 다녀야 했던 그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연한 기회에 만난 쿠키와 킹 루는 서로에게 대가 없는 선의를 베풀고, 요란하진 않지만 깊은 우정을 나눈다.
결과를 위해 과감하게 행동하고 투자하는 킹 루와 한 수 앞을 더 대비해야 한다며 신중을 기하는 쿠키. 중국 출신으로 그 당시 오리건 주 근방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도전이었던 킹 루와 가족의 부재를 딛고 성공하기 위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유대인 쿠키. 킹 루와 쿠키는 사회적으로 큰 파워를 갖지 못하는 출신을 가졌지만, 꼭 성공해 호텔과 빵집, 농장을 갖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킹 루가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우연히 짧은 만남을 갖게 된 두 사람은 차후 새로운 정착지에서 운명적으로 다시 마주하게 된다. 둘은 그렇게 동거를 시작하고, 아주 각별한 친구 사이가 된다. 쿠키와 킹 루 사이에 많은 말이 오가진 않지만, 그들의 군더더기 없는 몸짓에서, 불안함 없이 고정되어 있는 눈빛에서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두 사람 중 누구든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들의 우정은 내 예상보다 두터웠다.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변치 않는 우정
이야기는 천천히 흘러가고 인물들은 감정을 나눈다. 그들을 둘러싼 자연과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간다. 그 사이 킹 루와 쿠키는 도망쳐온 과거를 터놓고, 함께 이뤄나갈 미래를 이야기한다. 과거엔 사회적 약자이자 쫓기는 처지였지만, 각박한 사회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해 줄 친구를 만난 쿠키와 킹 루는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 한다.
마을 유일의 소는 두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자 위험한 도박이었다. 성공이, 새로운 개척지로의 출발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순간, 팩터 일행에게 쫓기던 두 사람은 절벽 앞에서 탈출의 갈림길을 마주한다. 의외였다. 이대로 끝인가 싶었는데, 그들은 다시 함께 살았던 오두막으로 돌아와 어깨를 맞대고 새로운 길로 향한다.
꿈을 이루는 것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것도 해내지 못했지만, 품고 있던 꿈만큼이나 빛나는 우정을 가슴에 품고 두 사람은 그대로 잠이 든다. 그리고 그들의 흔적은 변치 않고, 아주 먼 훗날까지 남아 꽃과 함께 아름답게 장식된다.
서로를 향했던 조용한 시선, 뚝뚝한듯하지만 배려가 담겼던 손길, 친구의 지친 어깨를 끌어올려 주던 팔, 맞잡은 손. 우정을 표현하는 이 모든 것들이 잔잔하게 빛나던, 따뜻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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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하러 온 파멸
브랜든 프레이저의 뛰어난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더 웨일>의 서사는 지극히 단순하다. 동성 연인의 죽음 후 자제력을 잃고 272kg의 거구가 된 찰리(브랜든 프레이저 분)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딸 엘리(세이디 싱크 분)와의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영화의 공간 변화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주된 서사는 찰리의 집 내부에서 진행된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수도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고, 그렇기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상당 부분을 기대는 영화이기도 하다. 주연인 브랜든 프레이저 이외에도 딸 엘리를 연기한 세이디 싱크, 영화의 후반부까지도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토마스를 연기한 타이 심킨스와 찰리의 거의 유일한 친구 리즈 역을 맡은 홍 차우마저도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이행한다. 소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대개 그렇듯이 배우들의 연기가 스크린을 넘쳐 흐를 듯이 관객을 위협하는데 덕분에 관객은 모든 등장인물에 이입할 여지를 획득한다.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들 모두 하나같이 쟁쟁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가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개인적으로 아직 <이니셰린의 밴시>를 관람하지 못한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 <애프터썬>의 폴 메스칼에 한 표를 던진다). <미이라> 시리즈 이후 개인적인 사건들로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본인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해 극적인 효과를 자아내며 지지를 얻어낸 측면이 우선 크다. 거기다 남우주연상 한 부문에만 후보를 냈을 만큼 강하지만 작은 영화 <애프터썬>과는 달리(신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성취를 보인 감독 샬롯 웰스는 바로 이 신인이라는 점 때문에 시상식의 피해자가 되었다) 대런 애로노프스키라는 감독의 이름을 얻고 상대적으로 홍보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이러한 외적인 요인들을 모두 제거했을 때, 브랜든 프레이저는 도저히 이입할 수 없을 만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관객의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 내는 난제를 해결해 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엄청난 지지를 이끌어 낸다.
찰리라는 인물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찰리는 스스로 파멸을 가져온 인물이지 타인의 연민을 살 만한 인물이 아니다. 동성 연인이 생겼다는 이유로 가족을 버리고 떠난 데다 연인의 죽음을 핑계로 폭식을 일삼아 스스로를 사회에서 고립시킨다. 그나마 남은 유일한 친구 리즈조차 찰리에게서 등을 돌리도록 만드는 비밀마저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데, 이런 찰리는 기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아도 관객의 입장에서 연민의 시선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찰리가 돈을 줄테니 가끔 방문해달라는 부탁에 응하는 차가운 엘리도 사정을 알고 보면 외려 찰리보다도 딱한 인물이다. 엘리가 찰리를 역겹다고 하는 건 단순히 찰리의 외모 때문이 아니며 이는 관객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엘리의 대사로 직접 언급된다. 보다 호리호리했던 찰리의 모습이 간간이 드러나는 바닷가 플래시백 장면에서조차 엘리와 찰리의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고 있는 엘리와는 달리 찰리는 바다를 향해 전진하는데, 이는 찰리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엘리의 삶에 거의 개입하지 못했음을,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찰리는 엘리의 삶의 일부가 되고 싶었고 최선을 다해 경제적인 부양을 하려 한 것으로 드러나지만 엘리에겐 그 무엇도 충분하지 않았던 셈이다.
찰리의 자기 파괴적인 면모는 영화 초반보다 후반에 더욱 두드러진다. 찰리가 거구가 된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초반에는 자기 힘으로 일어서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샌드위치를 먹다가 질식할 뻔한 찰리의 모습에 얼마간 관객이 연민의 시선을 보낼 만한 여지가 남는다. 하지만 리즈의 걱정과 계속되는 경고에도 피자를 두 판씩 주문해 먹어치우고 병원을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관객은 찰리에게서 서서히 정을 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관객은 끝까지 찰리가 스스로 일어나 엘리에게 다가가길 응원하게 되는데 이는 전적으로 브랜든 프레이저의 섬세한 연기에 기댄 결과물이다. 때론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상처받은 아이인지 사이코패스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 엘리를 향한 지속적인 애정을 드러내며, 경계할 법도 한 의문의 방문객 토마스에게도 친절하지만 리즈의 말은 결코 듣지 않는 모순적인 인물 찰리는 브랜든 프레이저를 통해 이해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학생들의 에세이를 서둘러 채점해야겠다던 찰리는 작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수업을 하다 말고 노트북을 던져 버리기도 한다. 이런 세심한 감정선을 포착해 낸 브랜든 프레이저는 특수 분장을 뚫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침마저 연기해낸다.
<더 웨일>에서 구원은 파멸을 통해 다가온다. 모순적이지만 응원하게 되는 주인공 찰리를 제외하면 특히 엘리와 토마스가 이에 해당된다. 돈은 둘째치고 낙제를 면하기 위해 찰리에게 에세이 대필을 부탁한 엘리는 결국 찰리의 농간 아닌 농간으로 낙제를 당한다. 하지만 찰리가 엘리에게 건넨 그 낙제 에세이는 결국 엘리의 구원으로 이어지며, 엘리의 구원은 찰리의 구원으로도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었던 엘리는 그 파멸 속으로 아버지를 함께 이끌고 들어가려 하지만 결국엔 그 파멸이 본인과 찰리, 그리고 토마스라는 외부인마저 구해낸다. 의도치 않게 엘리에게 자신의 과거를 밝힌 토마스 또한 스스로 막장까지 내달렸던 캐릭터다. 하지만 엘리의 농간 덕에 구원의 길이 열리고 토마스는 다시 한번 살아갈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더 웨일>은 파멸이 구원을 이끄는 모순적인 서사 구조를 띤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구원하고자 하는 직접적인 시도들은 거의 대부분(어쩌면 전부) 실패한다. 엘리 덕분에 새로운 기회를 얻은 토마스는 이것을 신이 자신에게 준 기회로 여기고 찰리를 구원하려 든다. 하지만 찰리가 토마스로부터 구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찰리가 구원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리즈가 찰리의 유일한 친구인 이유는 찰리를 구원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국 말실수를 하게 된 토마스는 자신의 시혜적인 태도에 있는 문제점을 끝까지 자각하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찰리는 무엇보다도 솔직함을 중요시하는데 이는 토마스와 엘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토마스는 찰리가 밀어붙일 때까지 찰리의 외양이 역겹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엘리는 처음부터 찰리에게 역겹다는 말을 쏟아내며 발화하는 것과 동시에 sns를 통해 찰리에게 상처주기를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엘리가 찰리를 상처줄 수 없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대단히 솔직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도 제발 솔직한 글을 써달라 호소하는 찰리에게 솔직함은 대단히 중요한 자질이기에, 이를 갖추고 있는 엘리는 어떤 방법으로도 찰리에게 상처줄 수 없다.
구원을 원하지 않았던, 구원받기보다는 자신의 연인과 함께 지옥에 처박히길 원했던 찰리는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와중에 한 줄기 빛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건 그저 사랑하는 딸에게 스스로 다가가는 것뿐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구원의 길이 열린다. 찰리도 엘리도 스스로가 아닌 서로를 구원하려 했고, 이는 단순히 부녀지간을 뛰어넘는 인간 간의 신뢰와 애정에 기반한다. <더 웨일>이 단순하면서 복잡한 이유는 이렇듯 파멸과 구원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이 찰리의 한 걸음을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보면서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한 걸음이 단순히 찰리의 무게뿐 아니라 인생을 담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엘리는 찰리가 다가오길 바라면서도 결코 먼저 다가가지 않을 것이기에, 찰리를 구원하는 건 결국 찰리 자신이며 이것이야말로 관객을 전율시키는 메세지다.
*본 리뷰는 씨네랩 시사회 초청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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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헐크버스터가 온다!
#왓이프 #아이언맨 #마블레고
2021. 06. 0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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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2 왜 사카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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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테디’, 수배범 사냥꾼 ‘밥’, 사이코패스 '앤서니'
최악의 범죄자 셋이 제 발로 경찰서에 모이고,
이에 수상함을 직감한 신입 경찰 ‘발레리’는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편, 같은 경찰서에 셀프 체크인한 그들의 목적이
절대 몰랐어야 할 진실과 함께 하나 둘씩 드러나는데..
미친 놈 위에 더 미친놈!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미친 전쟁이
경찰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