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4-30 20:49:20
[JIFF 데일리] 기록과 해석의 순간
<사적인 영화> 리뷰
OVERVIEW
2018년 브라질, 우연히 손에 넣은 16mm 필름에 담겨 있던 낯익게 느껴지지만 먼 곳에서 온, 그리고 오래 전에 촬영된 기이한 이미지들에 충격을 받아 이 영상의 기원을 조사하기로 한다.
REVIEW
이 영화의 감독 자나이나 나가타는 오래된 16mm 영사기 점검을 위해 릴을 하나 구입했는데, 선물로 작은 필름 롤이 함께 들어 있었다. 이 롤에는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 가족이 휴가를 보내는 19분 분량의 홈무비가 담겨 있었다. 감독은 이 발견의 순간부터 컴퓨터를 떠나지 않고 인터넷과 모든 도구를 동원해 이 휴양지 이미지의 실제 배경을 알아내는 조사에 착수한다. 무해한 필름 롤과 아마추어 이미지가 주는 정보로 단순한 인터넷 검색에서 끝날 줄 알았던 이 특별한 수사 스릴러 형식의 영화는 결국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시기 일어난 인종과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드러낸다. (문성경)
"사적인 영화"는 감독이 영사기 점검용으로 "릴+사적인 영화"라는 제품을 온라인 구매하면서 시작된다. 릴과 함께 들어있던 19분 가량의 영상은 누가 봐도 가제 그 이상이 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제목의, 출처 불명의 무성 필름이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미 편집한 영상이었다. 즉 어떤 의도가 이미 반영된 기록물이었다.
검은 화면에서 타이핑되는 글씨로 시작한다. 타각타각 소리와 함께 화면에 타이핑되는 속도대로, 관객은 감독이 겪은 정보를 고스란히 따라간다. 이 영화는 19분의 풋티지 영상, 그리고 영상 속 정보의 조각을 찾아 따라간 감독의 여정을 관객이 고스란히 따라가게 한다. 영화 <서치>에서 딸을 찾는 아빠의 탐색전을 흥미진진하게 본 사람이라면, 다음 장면을 궁금해 하며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시작은 단순하게 크루거 국립공원이다. 얼핏 사파리에 가서 재미있었던 시간을 담은 기록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감독이 설치한 음악이 고조되면서 계속 의문을 갖게 만든다. 끼긱끼긱 퉁겨지다 득득 긁히며 끊어질 듯 말 듯한 현, 퉁퉁 불규칙적으로 쏟아지는 타음이 불안을 고조시킨다. 기린이 걸어가거나 원숭이가 움직이고 가젤이 뛰고 물 안의 하마들이 지나가는 그 자연스러운 장면들조차 불안해 보인다. 그러면 궁금해진다. 누가 어떤 의도로 이 영상을 편집했을까? 코끼리의 걸음이 왜 반복되고 있을까? 앉아 있는 사자를 왜 재차 비출까? 사파리인데 조금도 경쾌하지 않다.
불안 안에서 궁금해하고 있노라면 전통 옷차림을 한 사람들의 춤이 나온다. 사파리에도 있던 백인 아이가 춤을 지켜보며 슬며시 화면을 지나간다. 불안한 예감은 어두운 냄새를 맡는다. 도시의 길거리와, 현란한 복장의 인력거꾼과, 놀이기구가 있는 해안 도로와, 푸르게 어두운 아쿠아리움, 잔디밭, 사람들, 부유한 옷차림의 백인들과, 들판의 오두막들... 영상이 나아갈수록 어둡고 불편한 감각이 느껴진다.
감독은 꼼꼼하고 성실하게, 차곡차곡 파고든다. 영리한 구성을 따라가다 보몀 어느새 불안은 경악이 된다. 생각지도 못한 얼굴과 이름들을 마주하게 된다. 평화로운 여행의 기록일까 싶었던, 아니 실제로 상당 부분 그랬을 이 영상에는 착취의 역사가 배어 있다. 타인의 피를 팔아 제 배를 불린 사람들의 기억이 스며 있다. “사적인 영화“는 역설적이게도 전혀 사적이지 않은, 역사 교과서에 길이 실릴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보다 보면 궁금해진다. 사적인 기록은 정말 사적인가? 기록은 언제까지 "사적"일 수 있는가? <안네의 일기>가 그랬듯, 기록은 서랍 안에 있을 때만 사적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읽히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고, 가끔은 작가가 상상도 하지 못한 의미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안네가 일기를 쓸 때 안네가 차마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을 것처럼, 19분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한 이가 이 영화를 상상했을 리 없다. 그냥 값비싼 취미였는지도 모른다. 코끼리가 걷는 장면이 반복되는 게 단순히 재미있어서 별 생각 없이 했는지 모른다. 아이의 미소를 사랑해서 계속 담다 보니 모인 영상들인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의도였든, 영상엔 단순히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것만 담기지 않았다. 길 가다 불려와 쭈뼛거리며 카메라 앞에 선 여자의 얼굴에 어린 경계와 불안, 그 자리를 피해보려고 얼굴을 가리는 사람, 환하게 웃는 백인 아이 옆에서 현란한 옷을 입고 등짝보다도 커다란 모자를 쓰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인력거를 끌어야 하는 사람.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분리되어야 한다고 허울 좋은 단어를 끄집어내면서도 착취의 순간에는 옆에 있는 걸 불편해 하지 않았던 누군가들의 얼굴. 영국 여왕처럼 차려입은 여자들과 말쑥한 정장을 한 남자들의 만찬, 연설.
마치 그 대조를 의도한 작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데, 19분의 영상 바깥에서도 동일한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감독은 영상이 촬영된 시점에서 서서히 현재까지 이야기를 끌어온다. 역사가 이 영상이 찍히던 시절의 남아공을 지독한 인종차별의 시절로 기록함에도, 어떤 이들은 해안도로와 수영장과 원색의 옷자락과 환한 미소에서 풍기는 부유한 기운을 잃어버린 천국으로 기억했다. 없던 추억까지 제조해 버리는 힘이 있는 밴 모리슨의 음악을 배경 삼아, "비티지"하고 "레트로"한 색감 속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러나 모두에게 추억의 풍경일까? 다른 누군가에게도 천국이었을까? 영화는 희생을 담아내지 않고도 희생의 얼굴을 비춘다. 그렇게 누군가의 풍요롭고 여유로운 사적인 기록은 공적인 역사의 순간으로 읽힌다.
다큐멘터리가 역사적 순간을 말할 때, 한 축이 기록이라면 다른 한 축에는 해석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해석을 통해 기록과 해석의 존재 의의를 동시에 비춘다. 기록을 읽어내는 과정에 관객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동참시키고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우리를 내려놓고 묻는다. 1960년대의 일에서 지금 여기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지. 여전히 허울 좋은 말에 가려진 차별과 격리로 누군가를 투명하게 만드는 시도들은 없는지. 그 현실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눈은 어디에 있는지. 영리한 영화는 이렇게 존재 의의를 스스로 증명한다.
2023. 04. 28 19:30 메가박스 전주객사 9관 (172)
2023. 04. 30 14:00 메가박스 전주객사 9관 (338)
2023. 05. 05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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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신나는 금요일의 기운을 받아 오늘은 개봉 예정인 전기 영화 모음을 가져왔어요 :)
올 여름 개봉을 앞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부터
<스타 이즈 본>을 통해 성공적으로 감독 데뷔를 마친 브래들리 쿠퍼의 <마에스트로>까지.
제작 중에 있는 핫~한 전기영화 여덟 편과 그 주인공들을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펜하이머(2023)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등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자신이 개발한 무기 때문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미국의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영화입니다. 오펜하이머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원작으로 했다고 하며,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단독 배급을 맡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오펜하이머' 역은 킬리언 머피가, 그의 아내 '캐서린' 역은 에밀리 블런트가 맡았으며, 이외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플로렌스 퓨, 라미 말렉, 데인 드한, 조쉬 하트넷, 마이클 케인 등이 출연해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게리 올드만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 역을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죠.
IMAX 흑백 아날로그로 찍은 최초의 영화이며,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흑백 장면들은 실제 역사를, 컬러 장면들은 오펜하이머의 관점을 뜻한다고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제작 시 CG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감독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작품 역시 세계 최초의 핵실험이었던 '트리니티 실험' 재현을 CG 없이 성공했다는 사실이 공개하며 다시금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내 개봉은 미국과 마찬가지인 올해 7월 21일로 확정되었으며, 앞서 공개된 포스터 이미지와 예고편을 통해 영화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드리 헵번(제목미정)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 루니 마라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본즈 앤 올> 등을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가 감독을 맡고 <캐롤>, <그녀>, <나이트메어 앨리>의 루니 마라가 주인공을 맡은 오드리 헵번 전기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각본의 경우 <커런트 워>, <더 기버: 기억 전달자>의 마이클 미트닉이 맡는다고 하네요. 오드리 헵번은 영국에서 활동했던 벨기에 출신의 배우로, '세기의 연인', '세기의 미녀'라고 불리울 정도로 전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지금까지도 그 미모가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60년대의 대중문화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배우이기도 하죠.
오드리 헵번이 오랫동안 칭송받는 이유는 그녀의 작품활동과 세련된 스타일링, 전 세기에 걸쳐 감탄을 자아내는 외모뿐만 아니라 연예게 은퇴 후 몸담았던 자선사업 활동 때문이기도 합니다. 유니세프 대사로서 인권운동에 활발히 참가했고, 제3세계 오지 마을에 가서 직접 아이들을 도와주었습니다. 자선 활동 중 아름답게 미소짓는 오드리 헵번의 진정성 있는 따뜻한 모습은 그녀의 젊을적 모습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편, 루니 마라의 캐스팅과 관련해서 오드리 헵번의 아들 숀 헵번 페러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루니 마라의 캐스팅은 기쁘다"라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현대판 오드리 헵번'이라고 불리우며 오드리 헵번과 꼭 닮은 외모로 유명한 릴리 콜린스가 배역을 맡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도 많았는데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은 루니 마라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보여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짐 존스(제목 미정)
감독 | 미정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기독교계 사이비 종교 '인민사원'의 지도자이자 미국 역사 최대의 집단 자살 사건의 주동자 '짐 존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1931년 미국에서 태어난 짐 존스는 대학생 시절 사회주의와 기독교에 심취해 있었는데, 처음 목회 활동에 나섰을 당시에는 인종 통합, 사회정의, 평등, 빈민구제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따랐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서 비뚤어진 사상에 빠지기 시작한 존스는 신도들을 데리고 1974년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로 떠나 '존스 타운'이라는 마을 꾸리고 정착, 신도들의 왕과 다름없는 존재로 군림하게 되었고, 1976년 11월 18일, 짐 존스는 미성년자 276명을 포함한 무려 900명이 넘는 신도들을 데리고 수 없이 연습했던 집단자살을 행하였으며, 이 사건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제작될 영화는 해당 사건과 짐 존스의 생애를 다룬 '제프 구인'의 책 '더 로드 존스타운'을 바탕으로 할 예정이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짐 존스' 역할에 캐스팅을 확정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 '베놈'의 각본을 쓴 '스콧 로젠버그'가 기획과 각본을 맡아 작업 중에 있으며, 촬영 및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편, 동일한 소재를 바탕으로 또 한 편의 영화가 제작 중에 있는데요, 바로 영화 <화이트 나이트>입니다. 한국말로 '백야'라고 불리는 현상인 '화이트 나이트 White Night'는 짐 존스가 신도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살을 연습시켰던 행위를 칭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이 비극적인 사건의 생존자 중 한 명인 '데보라 레이튼'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했으며, 아역배우 출신으로 <500일의 썸머>, <인셉션> 등을 통해 스타가 된 조셉 고든 래빗이 '짐 존스'를, <렛 미 인>, <마담 싸이코> 등으로 유명한 클로이 모레츠가 신도 '레이튼' 역살을 맡았으며, 연출 및 감독은 노르웨이 출신의 여성 감독 안네 세비스퀴가 맡았다고 합니다.
고잉 일렉트릭
감독 | 제임스 맨골드
출연 | 티모시 샬라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화가이며 아름다운 가사로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밥 딜런의 전기 영화가 제작됩니다. 밥 딜런은 대중음악사 최정상에 위치한 아티스트로, 포크를 현대 예술로 탈바꿈시킨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아티스트인데요, 가사를 통해 참신하고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가수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밥 딜런을 대표하는 호칭으로는 '시대의 목소리', '포크의 왕', '포크의 신', '음유시인' 등이 있으며, 대표곡으로는 'Blowin' in the wind', 'Like a rolling stone', 'Knocking on heaven's door' 등이 있습니다.
이런 밥 딜런의 역할을 맡을 배우는 대체 누구일까요? 바로 최근 몇 년 새 할리우스의 대스타로 떠오른 티모시 샬라메에게 그 역할이 떨어졌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고잉 일렉트릭 Going Electric>이며, 영화 <로건>, <포드VS페라리>로 극찬을 받았던 제임스 맨골드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2020년 초 티모시 샬라메의 캐스팅이 밝혀졌을 때에 많은 팬들이 기뻐했는데요, 아쉽게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었던 전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작년 말, 티모시가 인터뷰를 통해 <고잉 일렉트릭>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해당 작품이 자신에게 큰 선물이라고 밝혀 업계 측은 영화의 크랭크인을 올해 초 정도로 예상한 상태라고 합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전작 <본즈 앤 올>에서의 연기로 호평을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는 오르지 못해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전설적인 가수 밥 딜런으로서의 티모시 샬라메는 어떤 모습일지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제목 미정)
감독 | 폴 킹
출연 | 톰 홀랜드
미국의 배우이자 댄서로 유명한 프레드 아스테어의 전기영화가 제작됩니다. 1950년대의 댄디한 미국 패션 아이콘으로 여겨지도 하는 아스테어는 역대 최고의 춤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함께 콤비를 이루었던 진저 로저스와의 작업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크나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아스테는 76년 동안이나 활동했으며, 그만큼 굉장히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는데요, 그의 누나 '아델' 또한 뮤지컬 계에서 유명인사였습니다. 원래는 아델이 굉장한 인기를 누렸고, 아스테어는 그녀를 상대하는 보조역 정도였는데, 아델이 영국 귀족과 결혼하는 동시에 은퇴하자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당당하게 최정상 배우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987년 세상을 떠난 아스테어는 유언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전기 영화 제작 소식이 고인의 바람을 무시한 처사라는 팬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테어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가 두 편이나 제작 중인데요, 우선 조금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쪽은 '스파이더 맨' 시리즈로 팬층이 두터운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패딩턴' 시리즈의 제작자 폴 킹이 연출을 맡고 소니가 제작에 참여하며, 프레드 아스테어와 누나 아델의 관계를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인 리 홀이 현재 각색 중에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다른 작품은 <프레드 앤 진저>로 알려진 뮤지컬의 영화화 버전으로, 아마존의 투자를 받아 조나단 엔트위슬이 감독, 제이미 벨과 마가렛 퀄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톰 홀랜드 버전과 달리 프레드 아스테어와 그의 할리우드 콤비 진저 로저스의 관계가 주요 내용인 작품이기 때문에 시기상 좀 더 나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라는 동일한 인물을 공교롭게도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제이미 벨과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이었던 톰 홀랜드가 각각 맡게 되어 더욱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비 마이 베이비
감독 | 미정
출연 | 젠데이아 콜먼
1960년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3인조 걸그룹 '로네츠'의 리드 보컬 '로니 스펙터'의 전기 영화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Be My Baby', 'Baby, I Love You', 'Best Part of Breaking Up' 등의 곡들을 히트시켰고, 그중에서도 'Be My Baby'가 대성공을 거두며 그룹을 당시 가요계의 최정상에 올려 놓았습니다. 해당 곡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를 비롯해 <더티 댄싱>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 음악으로 줄곧 쓰이며 사랑받기도 했는데요, 최근 가장 핫한 영화배우로 통하는 젠데이아가 로니 스펙터 역을 맡아 연기할 예정입니다.
A24와 New Regency가 제작에 참여하며, 스펙터 본인이 빈스 월드론과 함께 썼던 자서전 <Be My Baby>를 바탕으로 스펙터의 커리어 초반기, 특히 그룹 로네츠의 탄생과 이후 로네츠가 필 스펙터의 음반사와 계약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이후 로니 스펙터가 필 스펙터의 불행한 결혼생활과 이혼, 음악 권리권을 찾기 위한 싸움 또한 다뤄진다고 합니다. 로니 스펙터는 한때 그녀의 매니저였으며 후에 그녀의 남편이 된 조나단 그린필드와 함께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고 전해졌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작년 초 암 투병 끝에 78세의 나이로 별세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듄', HBO 드라마 '유포리아' 등을 통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젠데이아가 로니 스펙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 바입니다.
마에스트로
감독 | 브래들리 쿠퍼
출연 | 브래들리 쿠퍼, 캐리 멀리건, 맷 보머 등
미국의 지휘자이자 작곡가,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쳤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기영화 소식입니다. 번스타인은 2021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해 골든 글로브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차지한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원작 뮤지컬의 작곡을 맡기도 했었는데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마에스트로>에서는 전설적인 음악가였던 그의 생애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을 통해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 각본, 연출, 제작에 주인공 레너드 번스타인 역까지 맡았습니다. 특히 촬영현장의 파파라치 컷을 통해 몰라볼 정도로 완벽한 분장을 한 브래들리 쿠퍼의 모습이 공개되어 화제였는데요, 영화가 공개된다면 오스카 연기상 후보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마틴 스콜세이지와 스티븐 스필버그, 토드 필립스가 제작자 명단에 끼어 있어 또 한번 화제가 되었으며, 번스타인의 아내였던 '펠리시아' 역은 캘리 멀리건이, 애인 관계였던 클라리넷 연주자 역은 맷 보머가 맡아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헐크 호건(제목 미정)
감독 | 토드 필립스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프로레슬링 업계의 최정점으로 군림했던 전설적인 선수 '헐크 호건'의 전기영화도 제작될 예정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작하며, 블래들리 쿠퍼 등 여러 제작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토드 필립스가 감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인공 헐크 호건은 '토르' 역할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며 완벽한 근육질 몸매의 크리스 헴스워스가 낙점되었습니다.
영화는 헐크 호건이 처음 레슬링 스타로 떠오른 젊은 시절을 그릴 예정이며, 실제로 헐크 호건은 예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기 영화가 나온다면 토르의 주인공 배우가 적격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 적절한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물론 헴스워스는 해당 영화 출연에 대해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육체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엄청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토르' 때보다 더 몸을 키워야 하며, 발음 엑센트와 호건의 기본적인 태도, 언행, 레슬링 세계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개봉 예정에 있는 전기 영화들과 배역을 맡은 배우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이밖에도 원글에 다 담지 못한 반가운 소식들이 많습니다. 무성영화 시절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인 '버스터 키튼'의 삶을 다룬 TV 시리즈 주역을 맡은 '라미 말렉',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차기작이며,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실질적 리더였던 '제리 가르시아'의 생애를 다룬 영화에 출연하는 '조나 힐', 레게 전설 '밥 말리'의 전기영화에 출연 예정인 '킹슬리 벤 아디르'의 소식까지.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은 가운데, 모쪼록 모든 작품들이 큰 이변없이 성공적으로 제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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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다시 뭉친 '소공녀'팀! 근데, 장르가 코미디 범죄물?
LTNS
Korea/2023/113min
전고운, 임대형 감독/‘온 스크린’ 섹션
〈LTNS〉는 올해 12월에 티빙에서 공개 예정인 6부작 시리즈물로, 드라마 시리즈 화제작을 상영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서 그중 2부가 상영되었다. Long Time No Sex의 약자인 자극적인(?)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조금 더 살펴보면 훨씬 많은 흥밋거리가 있다. 〈LTNS〉는 각각 〈윤희에게〉, 〈소공녀〉로 한국 독립영화에 굵직한 인장을 남긴 임대형, 전고운 감독이 함께 글을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주연은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서 이미 두 번이나 연인 연기 합을 맞춘 안재홍, 이솜 배우가 맡았다. 많은 관객이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옷을 벗다가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는 방의 냉기에 다시 옷깃을 여미며 “봄에 하자”고 말하는 〈소공녀〉의 한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 시대 청년과 그들 사랑의 존재 양상을 절묘하게 포착한 이 장면의 두 배우가 〈LTNS〉에서는 부부로 합을 맞춘다. 그러나 오해해선 안 된다. 두 감독의 전작을 떠올리며 〈LTNS〉의 분위기를 짐작해서는 곤란하다. 〈LTNS〉는 코미디 범죄물이다. 그것도 꽤나 매끈한(적어도 2회까지는).
본격적인 작품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할 이야기가 이렇게 많다. 그리고 드라마는 시작부터 이 기대를 너끈히 이어간다. 작품 상영 후 GV에서 전고운 감독은 〈LTNS〉가 “혼자 숨어서 몰래 보는, 플랫하지 않은 코미디 작품”으로 기획되었다고 밝혔는데, 오프닝부터 이 말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와 같이 보기에는 민망한, 농도 높은 섹스신에 능청스러운 코미디를 곁들인 장면이 연달아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두 감독의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질감에 놀라움이 들 정도다.
〈LTNS〉의 줄거리는 이렇다. 열렬히 사랑하며 시도 때도 없이 남자의 바지 속 무언가가 불끈거리던 커플이 정작 결혼 후에는 생활에 치여 섹스리스 부부가 된다. 서로에게 성적 이끌림보다는 남매애 비슷한 무언가를 느끼는 둘. 대출을 끼고 산 아파트 값은 나날이 떨어지고, 남자의 생계수단인 택시는 침수된다. 아등바등 살아도 제자리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부부. 그러던 중 친구들과의 우연한 해프닝이 계기가 되어 불륜 폭로 협박(?)으로 큰돈을 번다. 부부는 여기서 ‘수익 모델’을 발견한다. 호텔리어인 여자가 타깃을 정하면 불륜 증거를 모아 협박 편지를 보내 돈을 뜯어내는 것. 정직하고 성실히 살았을 때는 어림도 없던 돈이 척척 생기기 시작한다. 부부는 결심한다. 이왕 할 거 불륜 커플을 제대로 벗겨 먹기로.
‘미친놈’들만 돈을 버는 시대에 그들과 같이 미쳐 돈을 벌겠다는 부부의 새 출발로 드라마의 2화는 마무리된다. 감독과 배우들은 한목소리로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 극적으로 치닫는 불륜 커플의 사연과 그들을 협박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질 거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2화까지 봤을 때, 이들의 호언장담이 그저 허풍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코미디 범죄물로 변주된, 〈소공녀〉의 후사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장르물로서의 재미에 더해, 작품 곳곳에 사회적 문제가 깃들어 있어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드라마 곳곳에 나오는 조연 배우들의 얼굴에 큰 반가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LTNS〉, 남은 작품 공개가 시급하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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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OST가 함께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 Kill Bill Vol.1
쿠엔틴 타란티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자신의 삶에 마지막 작품을 촬영 중에 있다는 소식이다. 그가 10 펴늬 작품만을 감독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이유로 그의 10번 째 작품을 촬영하는 중이라 나오는 말이다. 그가 자신의 말을 번복하더라도 더 많은 작품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예산 영화 ‘저수지의 개들’로 데뷔해 존 트라볼타 주연의 ‘펄프 픽션’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감독이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가 있는지라 호불호가 갈린다.
어릴 적부터 밖에서 뛰어놀기보다는 집 안에서 영화 보기를 좋아한 덕분으로 영화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의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그의 영화에는 오마주한 장면들이 자주 들어가며, 본인이 직접 작품에 출연하기도 한다.
강렬한 OST 사운드가 아직도 귓전에서 울릴만큼이나 음악 선곡에 있어 탁월하며, 킬빌이 진행되는 동안 마치 사이렌 소리와 같은 음악이 흘러나오다 갑자기 상황을 마무리하는 듯 멈춰 서는 사운드는 그 다음 씬을 예상하게 만든다.
킬 빌 Kill Bill
우마 서먼 배우가 이소룡 배우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착용해 큰 키를 한껏 활용하며 장신長身으로서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여준다. 또한 사랑의 달콤함으로 가득 차야 할 결혼식에서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보인 액션 역시 인상적이다.
전신마비 상태에서 의식이 돌아와 발가락을 움직여 보다 불현듯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이곳이 아님을 자각한 뒤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는 더 브라이드의 모습은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며 이후에 그녀가 보여줄 씬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전력질주하는 무자비한 액션은 스토리 따윈 전혀 필요 없다는 듯 보이지만, 과거의 회상 장면과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가 교차되며 극은 진행된다.
우마 서먼의 매력과 쿠엔틴 타란티노의 연출력, 적절한 OST가 잘 어우러져 속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영화 '킬 빌 Kill Bil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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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 관계의 렌즈로 섭식장애를 비출 때 열리는 세계
- 8★/10★
평행선은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들이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동안 늘 같은 거리에 있는다. 만약 인간관계가 평행선이라면 어떨까? 소중한 누군가가 늘 옆에 있다는 느낌에 안정감이 들까, 아니면 멀어지고 싶은 누군가를 떨쳐낼 수 없어서 답답함이 들까? 대개의 인간관계는 이 둘 사이를 오가며 권태를 조정하고 지속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평행선의 관계에서는 그럴 수 없다. 좋든 싫든 늘 서로의 존재를 감각하고 버텨내야 한다. 상옥과 채영, 엄마와 딸이 그러하듯이.
채영의 섭식 장애는 15살 무렵 시작되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딸의 섭식 장애에 엄마 상옥은 무수한 감정을 느꼈고, 무수한 생각에 빠졌다. 우리 딸이 왜 저럴까를 고민하며 수백 개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봤다. 그러고는 죄책감에 빠졌다. 상옥은 힘겨운 청년 시절을 보냈다. 자기 인생이 너무 무거웠던 탓에, 자신이 딸에게 마땅히 주어야 할 것들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삶을 잃은 패잔병과 닮았다고 느꼈다는 그는 서른여덟이 되어서야 딸이 자신의 삶에 들어왔다고 회고한다. 뒤늦게나마 딸에게 단단한 토대가 되어주고자 결심했을 때, 채영의 섭식 장애가 시작되었다. 상옥은 딸의 섭식 장애가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다.
채영은 바쁜 엄마 때문에 종종 불안감을 느꼈다. 이웃집에서 엄마가 퇴근하고 올 때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렸고, 엄마가 대안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는 엄마가 자신만의 엄마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를 향한 채영의 감정은 양가적이었다. 자신이 엄마의 마음에 들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과 자신을 이렇게 키운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가 동시에 일었다. 무엇보다 채영은 엄마가 자신의 섭식 장애를 대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채영은 극심한 거식증을 앓던 시절에도 단 한 번도 무서운 적이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채영은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내 삶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다’로 느꼈다. 사람들은 채영이 ‘안 먹는다’고 말했지만, 채영은 자신이 ‘계획적으로 먹는다’고 생각했다. 병원 입원은 이런 채영의 자율성과 자기 확신이 완전히 부정당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채영은 엄마가 더는 자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불현 듯 깨닫고 입원에 동의했고,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거식과 폭식의 시간을 보냈다.
“한 번도 접점이 없었구나.” 채영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말한다. 섭식 장애를 앓는 채영의 곁에서 그 누구보다 딸을 오랫동안 보듬어온 엄마 상옥은 모녀 관계가 평행선일 수밖에 없음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 지난 세월의 모든 고민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데서 허탈함을 느꼈다는 듯 채영 앞에서 큰 소리로 웃는다.
채영과 상옥의 이야기에서 ‘잘못’한 사람은 누구일까? 엄마로서 돌봄을 제공하지 않은 상옥이 문제였을까? 힘든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거리감을 느낀 채영이 문제일까? 영화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배치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영화는 상옥의 남편이자 채영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남편/아버지가 처음부터 부재했다는 듯이.
상옥과 채영의 이야기는 오히려 또 다른 여성의 서사와 접붙일 때 더 선명한 색채를 얻는다. 상옥과 채영은 상옥의 엄마, 즉 채영의 외할머니와 함께 산 적이 있다. 상옥과 채영 모두 그녀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상옥은 사랑스러운 딸이 자신의 엄마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생경하다며 몸서리쳤고, 채영은 할머니를 보며 그래도 우리 엄마가 할머니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러나 그런 할머니는 채영과 닮은 데가 있다. 할머니 역시 40년 이상 토하는 삶을 살았다. 젓가락과 나뭇가지로 식도가 상하도록 몸 안을 헤집어 토를 했다. 상옥은 엄마의 자해적 구토가 자기 몸을 통제하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을 거라 추측한다.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해온 세 세대의 모녀는 분명 혈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언가에 묶여 있다. 이 묶여 있음은 지금껏 대개 그녀들이 자기 삶이 괴롭다고 느끼는 근거였다. 그러나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의도하지 않은 묶여 있음의 상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한 과거를 품으며 딸의 미래에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하는 상옥과 앞으로 엄마와 함께 살기는 싫다면서도 상옥에게 자기 속내를 천천히 털어놓는 채영. 평행선을 닮은 둘은 만나지는 못할지라도, 떨어지지는 않은 채 함께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토록 ‘사적’이면 거대한 모녀의 화해가 만들어갈 궤적은 지금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모녀 관계에 별 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우리사회에는 아직 그 변화를 예측할 언어가 없다. 하지만 가부장제가 잠식해온 관계망을 뚫고 나오는 동력의 핵심이 동시대 모녀 관계에 있음을 감각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영화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부대끼며 만들어낼 구체적 미래 궤적이 또 다른 모녀 서사와 만나 서로를 두텁게 만들어주기를 고대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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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에게 즐거운 한때가 되었기를, <로봇 드림>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로봇 드림(Robot Dreams), 2024
스페인 / 애니메이션 / 102분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모두에게 즐거운 한때가 되었기를, <로봇 드림>
어두컴컴한 집 안, 맛없는 냉동 도시락이 전자레인지 안에서 빙빙 돌아간다. 2인용 게임을 혼자 하는 게 익숙한 도그의 저녁밥이다. 도그는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설렘이나 기쁨, 행복은 곁을 떠난 지 오래다. 일상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간혹 찾아오는 새로움은 앞으로 다가올 지겨움으로 여겨질 뿐이다. 무엇 하나 즐겁고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도그는 오늘도 옆집 커플의 행복을 애써 외면하며 입에 숟가락을 집어넣는다. 무료한 하루가 또 이렇게 가나 싶었는데, 돌연 TV 광고 하나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외로우신가요? 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도그는 곧바로 반려 로봇을 주문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존재가 등장하자 도그의 일상은 180도 바뀐다. 도그의 친구이자 가족, 어쩌면 그 이상의 존재가 된 로봇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 반려 로봇이지만, 나의 짝을 의미하는 ‘반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로봇 역시 (도그처럼) 하나의 인격체로 묘사된다. 영화는 도그와 로봇의 존재를 특정한 종으로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우린 냉동 도시락이 데워질 때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 속에 어떻게든 머무르고 싶어 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로봇 드림>은 모두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도그와 로봇을 만나게 했다.
둘의 시너지는 순풍을 타고, 재미없던 삶은 무한한 행복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그들의 시간은 해수욕장에서 강제 종료된 로봇으로 인해 멈추고 만다. 로봇이 고장 난 이유는 언급되지 않는다. 바다를 헤엄치고 잠수까지 한 로봇이 고장 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영화는 이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도그가 외로움에 빠진 이유나 로봇을 움직이는 주요 부품에 관한 설명, 로봇의 자연스러운 감정 및 이성 습득도 마찬가지다. 전부 영화의 몰입도를 깨트릴 수 있는 물음표지만 이야기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전개된다. 눈에 빤히 보이는 빈 곳에 별표를 붙이고 시간을 들여 메우려 하지도 않는다. 움직이지 못해 주인과 더는 함께할 수 없는 로봇에 더 집중한다. 무엇보다, 도그와 로봇의 과거가 아닌 현재에 의미를 두고 앞으로 직진하기 바쁘다. 일찍부터 작고 사소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중요한 건 뒤가 아니라 앞에 있고, 어제도 오늘도 아닌 ‘내일이 될 오늘’이 더 가치 있다는 <로봇 드림>만의 심지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폐장을 선언하고 여름 개장을 예고한 해수욕장 공고문 앞에서 도그는 절망한다.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반려 로봇을 샀는데 한순간에 외로움을 반납받게 된 상황이라니, 도그와 로봇에게 벌어진 첫 번째 위기가 분명했다. 그러나 둘의 첫 이별(위기)은 별다른 사건충돌 없이 영원한 이별로 남는다. 이야기는 도그와 로봇의 각자 입장으로 나눠 두 갈래로 진행된다. 역시 <로봇 드림>이 가진, 아주 능숙하고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로봇을 데려올 수 없는 현실에 순응한 도그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보라는 신문 광고에 또 반응한다. 설산에서 처음 본 동물들과 썰매를 타며 나름 어울리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눈사람에 눈코입을 선물하며 제2의 로봇을 만나고, 새해 기념으로 연을 날리다 멋진 선글라스를 낀 오리도 사귀지만, 역시나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마음만을 기준으로 한, 기울어진 저울을 가진 도그에게 다른 동물과의 관계 형성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해수욕장에 멈춰 있던 로봇은 꿈을 연속적으로 꾸며 진짜 세상을 경험한다. 꿈이 전부 악몽이지만, 꿈을 꾸고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로봇은 ‘성장’한다. 도그 없이도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보고, 관계는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영역임을 몸소 체험한다. 슬픔과 별개로 기존 관계가 깨지면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인생의 아이러니한 흐름도 깨닫는다.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 관계(삶)가 주는 진짜 교훈은, 전제를 잘 알고 있음에도 매번 다시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로봇은 해수욕장 개장 후 원숭이에게 구출되지만, 악어가 운영하는 철물점에 팔려 온몸이 산산이 조각난 후 전원이 꺼진다. 삶이 끝났음을 받아들인 순간, 너구리의 도움으로 다시 태어난다. 외로움에 결국 굴복한 도그는 상점에 반값으로 나온 틴(로봇)을 산다. 한때 도그의 반려였던 로봇은 몸통 대신 달린 카세트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완전한 이별과 함께, 낯설지만 곧 익숙해질 ‘반려’가 또 등장한 순간이다.
너구리와 살기 시작한 로봇은 틴과 함께 걸어가는 도그를 우연히 발견한다. 둘을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낀 로봇은 다시 한번 꿈꾼다. 도그는 몸이 바뀐 로봇을 단번에 알아보고, 둘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껴안지만, 곧이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틴은 도그를, 너구리는 로봇만을 바라보는 순간이다. 로봇은 카세트 되감기 버튼을 눌러 꿈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곤 도그와 함께 들었던 노래를 틀고 볼륨을 높인다. 도그는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고, 로봇도 팔과 다리를 흔든다. 나란히 서서 같이 췄던 춤을 각자 다른 곳에서 추는 도그와 로봇. <로봇 드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이다음에 등장한다. 호텔 꼭대기 층에서 춤추던 로봇이 도그의 시선이 느껴지자 재빨리 숨는 장면이다. 로봇과의 추억에 젖어있던 도그는 돌아선다. 그렇게 틴과 손을 잡고 로봇과 영영 멀어진다.
우리는 알고 있다. 왜 로봇이 꿈을 꾸고, 도그가 왜 틴을 사고, 로봇이 마지막 순간에 왜 숨어버렸는지. 우린 모두 각자의 외로움에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나를 위한, 오직 나만을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을 찾느라 시간을 두 배로 더 빨리 쓰기도 한다. <로봇 드림>은 이를 로봇(꿈)과 도그(외로움 탈피)로 보여줬다. 로봇이 겪은 불행과 도그가 겪는 슬픔은 형태만 다른 특별한 데칼코마니였다. 꿈(로봇)은 현실(도그)이고, 현실을 겪은 로봇은 다시 현재를 살기 위해 꿈을 꿨다. 도그도 멈추지 않고 로봇과 같은 모양을 찍어내며 아침을 맞이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원하는 대로 되는 일 하나 없는 세상에서 외로움과 이별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한다. 나아가 전반에 깔려있던 구멍에 과거가 돼버린 관계(기억)들을 채우게 하고, 불완전한 관계를 향한 갈망이 메마르지 않도록 열심히 응원한다. 특히 도그와 로봇이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에 맞춰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어나더 라운드> 속 엔딩과 연결되면서 짜릿한 쾌감을 선물한다(주인공도 삶에 허덕이다 마침내 자기만의 알코올 농도를 찾고, 엔딩 삽입곡 Scarlet Pleasure의 'What A Life'에 맞춰 막춤을 춘다).
완벽하지 않고 때론 상식적으로나 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인간관계 안에서 꿈을 꾸다 다시 꿈을 접고, 또다시 꿈꾸며 사는 모두에게 즐거운 한때가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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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등한 위치에서 수평을 이루는 사랑을 해야되는 이유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를 통해 매체의 영향과 매체를 통한 학습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해당 영화의 감독은 그루밍 성범죄를 생각하고 이 영화를 제작한 건 아니지만 오늘날 이 영화가 혹평을 받고 있는 걸 생각한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만들 때 얼마나 신중하게 만들어야 되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거 걸캅스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란 무엇인지에 더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그루밍 성폭력’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아서 영화 속 서인우라는 인물이 현빈이라는 학생을 대하는 자세가 왜 그루밍 성폭력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해보았다.
그루밍 성범죄란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선생님과 같이 지위를 위계나 위력으로 사용해 피해자와 정서적인 유대를 쌓으며 심리적으로 가해자를 믿고 의지하게 만든 뒤 성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어느 정도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나이,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그루밍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가해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피해자를 안심시킨다는 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런 종류의 성범죄를 범죄로 인식하기 어려운 이유가 내가 존경하는 누군가가 또는 타인에게 존경을 받는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준다는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이러한 혼란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이것을 범죄로 인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험을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피해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그 위험가능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가해자는 이런 피해자의 판단능력의 미숙함을 악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낭만적인 감정이 쌓여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과연 피해자 본인이 한 선택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느꼈는데 사회적으로 보호 받아야 되는 취약계층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생계를 도와준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자칫 가스라이팅과 같은 더 큰 폭력,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인과 미성년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이것을 사랑으로 인정한다면 다른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피해자들 또한 범죄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당 영화가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었지만 현대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021년인 현재 성교육의 필요성과 이런 범죄 속에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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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펠 리뷰 - 에펠탑의 모양이 A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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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몰랐던 에펠의 또 다른 이야기
불멸의 탑을 완성한 에펠의 고뇌와 사랑!
자유의 여신상을 완성하고 프랑스로 돌아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천재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은 1889년 파리의 세계 만국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300m 높이의 탑 설계도를 제안한다. 안전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과 예술가들의 탄원서, 언론의 비평으로 위기에 처하지만 20년전 떠나 보낸 옛사랑 아드리안느를 되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탑을 완성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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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숲의 비명:사라진 사람들> 예고편
방생한 반달곰을 추적하기 위해 강원도 깊은 산골로 들어가게 된
수의학과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음산한 기운이 드리워지는,
깊은 산으로 들어갈수록 반달곰 추적기는 같은 자리를 맴돌고,
서서히 공포가 밀려오는데...
산 속에서 벌어지는 사실 공포 스릴러
몸을 얼리는 리얼 공포 !
비명은 곧, 영화를 보는 당신이 지른다 !
진실을 알고 싶다면 실눈이라도 떠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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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앵커> 메인 예고편
자꾸 눈 앞에 나타나요 ... ?️?️ [앵커] 메인 예고편 ... "제 죽음을 보도해주세요" 의문의 제보전화,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된다! 4월 20일 놓쳐서는 안 될 미스터리 스릴러 [앵커]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