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2-15 15:15:10
흉터는 과연 훈장인가.
영화 [브루탈리스트] 리뷰
이 글은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단순하게 나쁜 놈들이고, 나는 복잡하게 착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자신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는 얼마나 냉정하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지를 잘 알 수 있는 글귀였다.
그리고 보통의 영화에서는 단순하게 나쁜 놈과 단순하게 착한 놈이 나와서 지지고 볶다가 어느 한쪽의 손이 번쩍 들어 올려지며 승부가 결정지어진다. 그 끝이 감상하는 사람의 선호도와는 다를 수는 있을지언정. 그 끝에는 언제나 확실함이 보장되어 있기에. 영화의 결말은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세 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괴롭혔던 이 영화의 결말은, 마치 기회비용이라도 받아내려는 것처럼 더욱더 기다려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브루탈리스트의 결말에는 요즘의 우리가 선호하는 "사이다"도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대체 누가 승기를 거머쥔 것인지에 대해서도 쉽사리 답을 내어놓을 수가 없다. 그저 사람이, 그리고 인물이 살아온 인생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라즐로 토스(에드리언 브로디) 개인의 허물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다. 하지만 타인도 복잡하게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그를 들여다보다 보니. 단 하나의 물음만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과연 흉터라는 것은 훈장이 될 수 있을까.
예전의 나였다면. 당연히 그렇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흉터는 남았지만. 새 살이 돋아 났으니 그것이 살아남은 승리자의 징표이며 더 강해졌음을 상징하는 것이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상처를 매번 마주해야 하는 사람의 의견 또한 그럴지에 대해서는 사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영화 속 라즐로는 그가 가진 재주 덕에 건축물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세월을 간직할 수 있다. 그 건축물을 볼 때마다 자신이 설계도를 그리던 순간부터 시작해 공사가 끝나던 생각이 나는 것은 물론. 영화에서처럼 자신을 감싸고 있었던 그동안의 모든 일들이 휘몰아쳐 생각날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자, 크고 작은 상처이며 흉터이자 동시에 훈장이 될 건물의 공개 순간을 보며.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뭉텅이 속에서 조금이라도 우세한 감정은 과연 무엇일 될지. 궁금했다.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그는 늙고 병들었으며 이제는 명민함이라는 화로의 불도 곧 꺼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의 인생을 담고 올려 세운 결과들을 보면서. 당신은 대체 어떻게 느끼고 있냐고. 그 희미하고 복잡한 미소 외에 내던지고 싶은 말은 없느냐고.
라즐로는 내가 세워야 할 건물의 주춧돌을 덩그러니 남긴 채 나를 떠났다. 영화를 보고 나온 직후에는 이 모든 감정을 외면하고 싶어 했으나. 어째서인지 자꾸 곱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마도 나만의 건물은 완성이 될 것이다. 그가 그러했던 것처럼 나의 인생을 오롯이 담아서,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린 다음에야.
그의 대답을 들을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나 스스로가 질문한 물음에 대한 답을. 혹은 답에 준하는 근사치를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소망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작품들이 훈장에 가깝기를 바란다.
그의 힘들었던 삶을 기리는 공로상 같은 훈장이 아닌. 여태껏 해온 자신의 업적을 인정하는 심플한 훈장이 되기를. 그 이외에 어떤 의미도 담지 않은 훈장이길 바란다. 부디.
마치면서
어떤 영화를 해석하는 것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나 개인 SNS에 올라오는 "끝장 해석" 류의 콘텐츠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물론 맞는 방향이나 해석이 있기는 하겠지만. 감상의 영역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은 결국 개인이라는 렌즈를 통해 관찰되기 때문에,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무언가와 결합했을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될 테니까.
두 세대에 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만큼 무자비한(?)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무수히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어떤 부분을 붙잡고 늘어져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이 글의 TMI]
1. 베이글 살까 말까.
2. 말린 고구마 친구가 줬는데 혼자 1톤 먹을 기세
3. 청소하기 싫다.
#브루탈리스트 #최신영화 #영화리뷰 #에드리언브로디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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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여서 고마웠어
*이 글에는 결말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로봇 드림> 줄거리
외로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은 평생을 가지고 살아갈 감정이다. 사람이 넘쳐흐르는 도시에 살지만 '나'는 혼자이기에 어느 순간에는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그 역시 사람들 가득한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은 마음 보여줄 사람 하나 없이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의 표정은 무엇을 하던 무상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료하게 티비를 보며 밥을 먹던 도그는 친구가 되어줄 로봇 광고를 보게 된다. 로봇을 기다리고 그를 받아다 조립하는 내내 도그는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무덤에서 부활하는 좀비같이 일어난 로봇은 이내 도그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다. 이들의 미래는 환한 로봇의 표정처럼 밝을 것만 같다. 그리고 실제로 도그는 그간 혼자 해오던 것들을 로봇과 나누며 다른 이와 함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충만함을 느낀다. 로봇의 해맑은 미소와 도그의 살랑이는 꼬리를 보고 있으면 나도 그들과 함께 즐기는 것처럼 행복해진다. 늘 로봇과 함께이기에 이제 도그에게 외로움이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별은 갑자기 닥쳐오고 로봇과 도그는 강제로 헤어짐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순간부터 마냥 귀엽기만 했던 영화는 무섭도록 쓸쓸해지고 로봇과 함께이기에 다정했던 세상은 다시 차가워진다. 로봇과 도그는 각자의 방식으로 잠깐의 이별을 견디기 시작한다.
로봇은 해변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계속해서 꿈을 꾼다. 꿈속에서 로봇은 여전히 행복하며 언제나 도그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의 꿈은 언제나 차디찬 현실로 끝이 난다. 단순히 도그를 보지 못하던 꿈은 점점 도그가 자신을 잊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투영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로봇은 항상 희망을 갖는다. 끝이 절망적이라도 다시 꾼 그의 꿈은 언제나 희망적이다. 도그와 함께 봤던 영화 <오즈의 마법사> 속 세상에 들어가기도 하고 도그와 함께 춤을 췄던 곡인 'September'는 항상 로봇의 콧노래로 나온다. 이렇게 로봇의 세상은 도그로 가득하고 그렇기에 제발 그들의 재회가 빠르게 이루어지기만을 두 손 모아 바라게 된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도그는 로봇을 만나러 갈 6월 전까지 나름대로 다른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사실 정말 로봇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나에게 맞추며 놀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다. 다들 각자의 삶이 있기에 도그의 새로운 인연은 늘 이별도 공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도그는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던 자신의 동반자 로봇을 계속해서 그리워한다. 그는 개장날이 되자 곧바로 해변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로봇은 없다. 끝까지 함께 일 줄 알았던 로봇과도 영영 이별인 것이다.
세상에는 정해진 이별 공식이 존재한다. 이별은 슬픈 것이고 떠난 이를 그리워하며 재회의 순간만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물론 헤어짐은 눈물을 동반하고 미련은 늘 우리를 과거에 붙든다. 그렇지만 이별은 끝이 아니기에 우리는 이후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도그는 새로운 동반자 로봇을 찾는다. 그는 다시금 자신의 모든 것을 새로운 로봇과 나누며 외로움을 지우고 행복을 느낀다. 로봇 역시 새로운 이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받는다. 로봇은 또다른 곳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세상을 새롭게 넓혀나간다.
무 자르듯 이전과 이후가 딱 나눠진 이별은 없다. 도그와 로봇은 해변에서 바다에 들어가려는 자신의 새로운 동반자를 다급하게 막고, 기억을 잃었지만 자신의 애창곡에 'September'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서로의 흔적을 가진 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가끔 재회를 꿈꾸거나 서로를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서로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돌아보며 새로운 동반자와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다른 공간에서 함께 췄던 춤을 추는 로봇과 도그의 모습이 그들의 미래를 즐겁게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로봇 드림>에는 대사 한 줄 없지만 우리가 그들이 느낀 외로움, 설렘, 행복 등을 느꼈듯이 로봇과 도그도 얼굴 한번 마주하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그런 이별 후에도 서로가 행복하리라는 생각을 가지며 살아갈 것이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로봇 드림>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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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꽃피는 제 2의 전성기
WWE를 보는 팬들에게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Please Do Not Try This At Home)'는 가장 익숙한 문장인데, '이게 언제 나온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처음으로 언급된 시기는 90년대말 "애티튜드 시대"로 흔히, 말하기를 "전성기"로 기억되는 순간이다.
근데, 그 시기의 "프로레슬링"은 '성인들의 오락물'로 '철창에 가둬 철제 의자와 망치로 선수들의 얼굴에 피가 흥건했고 여자 선수들은 입었는지 벗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이를 말하는 이유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긴 하나, 초창기 분위기는 야했다! - 현재, "라프텔"을 제외하고는 모두 편집된 버전의 영상을 볼 수 있다.명문 천하 떡잎 학교에 입학하게 된 "짱구"와 친구들은 설렘도 잠시, 학교에 "흡덩귀(엉덩이만을 깨무는 흡혈귀)"에게 물리는 피해자들이 생긴다.
문제는 물리면 일시적으로 지능이 퇴화되는 "모지리"가 되는데, 그만 "철수"가 물리고 만다! 이를 교장에게 말하지만, "신고하면, 학교의 위신이 떨어진다"라는 말만 돌아올 뿐.
결국, "짱구"와 친구들은 "철수"를 위해서라도 "흡덩귀"를 추적하는데...1. 소재들을 어떻게, 묶었을까?
앞서 말했듯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초창기 작품들의 분위기는 정말로, 야했다.
극장판만 하더라도, 여성의 가슴 노출과 남성의 고환을 잡아채는 유머는 늘 나왔고 "여장남자"와 "게이" 등 민감한 캐릭터 들고 거리낌 없이 등장했다! - 만화책에선 관계를 하던 중. "짱구"에게 들켜 "프로레슬링"을 하는 것으로 바뀐다.
그렇기에 많은 소재를 꺼내는 것보단 단순히, 힘만을 앞세웠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분위기가 그립다. - 어쩔 수 없지, 뭐...이번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의 테마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주의"로 영화는 성적에 따라 달라지는 우등반과 열등반, 배분되는 식사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외에도 "흡덩귀"로 고딕 호러에 "추리"까지 "일본 특유 청춘물"이라는 큰 색채에 한데 모아둔다.
문제는 '이를 얼마나, 잘 녹여낼지?'이다.
흥미로운 소재들이 있다 해도, 나열만 한 것과 어우러지게 만드는 건 엄연히 다른 일이니까!2. 달리, 베테랑이 아니었다!
결국, "극장판"이라는 포맷은 "영화관"에 맞게 새롭게 제작된 작품이긴 하나 <짱구는 못말려>라는 기존 작품을 무시해선 안된다!
이는 해당 극장판의 이야기만을 진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TV 에피소드에서의 캐릭터들도 지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의 도입부는 깔끔하다.
특히, "짱구"와 "철수"가 겪는 갈등 서사는 "어디서 봤나?"싶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 마지막에 엄마 이야기로 분위기까지 고조시키는 "프로모"까지...그리고, 빼먹은 것이 있는데 "추리"가 있다!
물론, 아이들이 보라고 만든 작품이기에 "흡덩귀(엉덩이만을 깨무는 흡혈귀)"와 지능이 퇴화되는 "모지리"라는 설정은 유치하게 보이나 흥미롭다.
극 중. "다잉 메시지"와 이에 부합되는 인물들이 용의자 선상에 올라가는 과정은 소재가 어떻든 재밌다.
다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이들 작품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 물론, 동기 부분이 납득된다면 달리 지겠지만...3. 이것도 봤다면...?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이번 극장판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의 엔딩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나 역시, 이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지만 신선함은 떨어진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마지막 마라톤 장면의 구도는 전작 <어른제국의 역습2001>의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떠오르는다.
추억으로 기억되는 과거와 다르게, 고단한 현재를 보여준 설명을 빌려본다면, 해당 작품에선 친구 혹은 타인과의 감정을 교류하는 것 또한 힘듦으로 달리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결국, 영화가 관객들에게 말하려는 메시지는 알겠지만 역대급 퍼포먼스를 보았던 입장에선 이마저도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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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든페이스 | 에로스 뒤에 숨은 소유욕을 파헤치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상 편지만 남겨두고 갑자기 자취를 감춘 첼리스트 '수연'(조여정). 수연의 약혼남이자 그녀가 속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성진'(송승헌)은 그녀 자리를 비워둔 채로 고통 속에서 기다린다. 하지만 수연의 잠적이 길어지자 그는 그녀의 후배 첼리스트 '미주'(박지현)를 대체자로 뽑는다. 매일 같은 연습 중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성진과 미주는 비 오는 밤, 성진과 수연의 신혼집에서 서로의 욕망에 휩쓸린다.
에로스의 두 얼굴, 성애와 소유욕
그리스 신화를 수놓은 신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사랑의 신, 에로스(큐피드)다. 비록 12주신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그를 간과할 수는 없다. 에로스의 황금 화살이 아니었다면 파리스와 헬레네가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트로이 전쟁도 없었을 테니. 그의 기원은 여러 전승이 전해진다. 일반적으로는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사이의 아들로 알려졌지만, 때로는 카오스만큼 오래된 고대의 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플라톤의 '향연'은 또 다른 기원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에로스는 풍요의 남신 포로스와 결핍의 여신 페니아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머니를 닮아 늘 결핍을 느끼기에 아버지의 풍요로움을 갈구했다. 즉, 자기 자신의 풍요로움을 위해 상대를 동경하는 것이 사랑의 본질인 셈이다. 그런데 이는 사랑과 탐욕이 한 몸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자기 자신을 위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상대를 가지려는 소유욕은 뒤따라오기 마련이니까.
<인간중독> 이후 10년 만에 공개된 김대우 감독의 신작 <히든 페이스>는 에로스의 또 다른 얼굴, 소유욕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세 주인공의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수연의 잠적을 조명하며 그들의 위계가 전복되는 과정을 긴장감 가득하게 풀어낸다. 그 과정에서 에로스가 소유욕에 의해 추동된다는 사실도 감각적으로 드러난다. 그렇기에 <히든페이스>의 관능미는 퍽 인상적이다. 마지막 순간 매력을 일부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탁월한 에로스
<히든페이스>는 크게 세 시점으로 나뉜다. 수연이 성진을 떠나겠다는 영상만 남기고 잠적한 현재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하나다. 이 내용은 성진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3개월 전 시점도 있다. 수연과 성진이 독일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순간부터의 이야기가 수연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7개월 전의 이야기가 있고, 수연의 결혼 소식을 들은 미주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현재 시점의 내용만 놓고 보면 <히든페이스>는 평범하고 에로틱한 불륜 이야기일 뿐이다. 수연은 갑자기 잠적하고, 성진은 그녀를 대신할 오케스트라 단원 미주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녀에게 조금씩 빠져든다. 수많은 우연을 핑계 삼아서. 미주의 차가 고장 났다며, 비가 았다며, 술에 취했다며, 대리 기사가 늦었다며. 여러 공통점도 발견한다. 알고 보니 둘 다 자수성가했고, 와인 맛도 커피 맛도 모르고, 넓은 집이 불편하다고.
김대우 감독의 절묘한 연출 덕분에 성진의 일탈에서는 불륜 이외의 함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성진과 미주의 눈이 맞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성진이 미주의 연주 녹음을 듣는 순간, 그전까지는 고정된 구도를 유지하던 카메라가 갑자기 흔들린다. 마치 미주라는 돌멩이 하나가 성진의 마음에 떨어져서 파동이 퍼져나가듯이.
전작인 <인간중독>과 겹치는 연출도 야릇한 분위기를 정점으로 이끈다. 성진이 차 뒷좌석에 앉아 대리 기사를 기다리면서 미주를 바라볼 때, 그가 오케스트라 연습 중 미주에게 반한 순간이 교차된다. 이 부분은 <인간중독>에서 회의 중인 김진평(송승헌)이 종가흔(임지연)과의 밀회를 떠올리는 장면을 똑 닮았다.
에로스라는 가면을 벗다
하지만 수연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히든페이스>의 에로스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녀의 소유욕이 밝혀질 때, 다른 두 주인공이 감추고 있던 욕망도 비로소 구체화되기 때문. 수연은 미주와 성진 모두를 갖고자 한다. 수연과 미주는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연인이었다. 다만 서열은 분명했다. 미주는 수연의 노예였다. 첼로 레슨 선생님 집에 숨겨진 창고에서 미주가 자기 발목에 스스로 족쇄를 채운 뒤 수연에게 열쇠를 맡길 정도로.
그와 동시에 수연은 성진도 온전히 손아귀에 넣으려고 한다. 한국에 입국한 뒤 성진의 애정이 식었다고 느껴지자, 자기가 실종된 것처럼 상황을 꾸며서 성진을 시험하려고 한다. 예전 선생님 집을 리모델링해서 신혼집을 꾸민 점에 착안했다. 미주와 밀회를 나누던 창고에 숨은 뒤 성진의 반응을 지켜보려는 것. 흥미롭게도, 수연의 욕망이 가시화되자 성진과 미주의 행동 역시 소유욕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읽힌다.
일례로 성진은 지휘자이지만, 오케스트라 단장이 예비 장모인 관계로 그의 음악 취향과 선호도는 무시당하고, 오케스트라도 온전히 자기 뜻대로 이끌지 못한다. 신혼집도, 결혼 생활도 온전히 그의 소유는 아니다. 신혼집은 수연의 것이고, 집안 사정의 차이 때문에 그는 예비 장모 앞에서 당당할 수 없으니까. 반면에 미주는 그 누구보다, 무엇보다도 성진이 손쉽게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다. 자기 오케스트라 단원일 뿐만 아니라 고아니까.
소유와 지배의 역전
하지만 7개월 전 미주의 시점에서 보면 성진과 미주의 관계, 더 나아가 미주와 수연의 관계는 다시 한번 전복된다. 수연은 미주에게 일방적으로 성진과의 결혼을 알린다. 수연의 새 집 리모델링 공사도 맡아서 도와주던 미주는 이에 복수를 다짐한다. 그 일환으로써 미주는 성진을 포함해 수연이 소유한 모든 것을 빼앗으려 든다. 즉, 성진이 미주를 가진 것이 아니라, 실상은 미주가 성진을 소유한 셈이다.
특히 미주는 성진을 차지하는 모습을 일부러 밀실에 갇힌 수연에게 보여준다. 그 순간 그들의 주종관계는 완벽히 역전된다. <히든페이스>에서 밀실은 소유당하는 사람의 공간이다. 안방 거울 뒤에서 그저 밖의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외부인의 호의에 기대야만 하니까. <히든페이스>는 밀실의 주인이 계속 바뀌는 스릴을 통해 에로스의 숨은 모습을 드러내고, 단순히 야한 영화라는 편견도 깨버린다.
예상 못한 씁쓸함
수연과 미주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 주인공의 에로스는 씁쓸한 지점도 있다. 밀실은 지배당하는 사람, 소유의 대상이 된 사람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전히 용인받지 못하는 동성애 그 자체를 상징하기 때문. 단적으로, 수연과 미주는 교수님의 시야 밖이라고 생각했던 창고에서 사랑을 나눠야 했던 것만 보더라도 그 함의를 알 수 있다.
미주와 성진에 대한 소유욕도 수연이 레즈비언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수연은 미주에게 결혼 사실을 알리면서 성진과의 결혼을 '진짜 삶'이라고 표현한다. 성진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와의 결혼은 사회에서 용인하는 정상적인 형태의 가정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 미주와의 관계와 달리. 만약 동성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회였다면 수연의 독단적인 결단도, 그로 인한 미주의 복수도 불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수연이 성진과의 결혼 생활도 유지하고, 미주도 지배하며 그들 간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결말은 씁쓸하다. 정상화한 듯 보이는 그 상태가 애초에 정상이 아니기 때문. 동성애를 이성애와 같은 사랑의 한 형태로 대할 수 없고, 동성애인이라는 관계가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밀실에 가둬야 한다는 의미니까. 이는 아직도 관용적이지 못한 사회상을 곱씹을 수 있는, 예상외의 깊이가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스스로 갑옷을 벗다
사실 <히든 페이스>는 다소 양식적인 영화다. 수연과 성진의 신혼집의 구조나 밀실의 존재 등은 사랑의 틀을 쓴 소유욕의 위계를 보여주려고 애초에 설계한 공간이다. 뒤집어 말해 <히든 페이스>는 영화적 허용에 기대는 작품이다. 특정한 의도를 지니고 특정한 소재를 다루려는 작품이기에 설령 몇몇 현실적이지 않거나 개연성이 부족한 지점이 있더라도 능구렁이처럼 넘어가 달라고 말하는 영화인 셈이다.
후반부의 급전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여지가 있다. 일례로 클라이맥스 직후에 성진과 미주의 태도는 급작스럽게 변한다. 성진과 예비 장모의 갈등, 경찰 수사 등도 유야무야 된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의도적인 생략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영화의 의도를 고려하면 소유관계를 시작점으로 복구하면서 스토리의 형식을 갖추고, 성소수자의 현실을 반영하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히든페이스>가 스스로 영화적 허용을 깨는 것. 밀실의 기원에 관한 설명이 등장하는 순간, 그 설정의 부자연스러움은 더 강조된다. 그전까지는 흐린 눈을 하던 사건이나 관계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설명이 필요해지니까. 이는 인물 간의 관계나 사건을 급히 마무리하고 그 과정을 건너뛸수록 후반부의 빈 공간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결국 <히든페이스>는 판만 벌여놓고 정리를 회피하는 모양새로 끝나 버린다.
후반부의 맥 빠지는 전개는 다른 장점을 희석시키기에 더욱 아쉽다. <히든 페이스>는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답게 도발적인 설정과 소재를 인간 본성과 사회상에 대한 성찰까지 확장시키는 영화다. 여배우의 과감한 노출이나 높은 수위의 연출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야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장점이 묻히고, 평범한 관능애적 영화로 격하시키는 인상을 주고 말았기에 마무리는 더욱 아쉽다.
Acceptable 무난함
본능적이라서 공감하고 특수해서 안타까운 에로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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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울을 쫓은 대가
한 밝고 명랑한 여자가 한 파티에서 재벌을 만난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그 이름, 구찌, 마우리치오 구찌. 그 때부터 평범한 서민 여자의 눈이 번뜩이기 시작한다. 돈이 눈이 멀어 시작한 유혹은 탐욕이 되고, 그 탐욕은 결국 그녀를 잡아먹어 버린다.
1. 배우진들의 연기가 살린,
사실 이 영화의 내용은 익히 알려진 실화 기반이기 때문에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두 예상이 가능하다. 캐릭터의 설정이 살짝 바뀔 수 있지만 결국 파트리치아의 탐욕이 한 가문을 망쳤다는 메인 플롯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였는지 내용에 대한 기대치는 크게 없었다. 예상가능한 선에서 흘러갔기 때문이다. 그래서였는지 배우진들의 연기가 굉장히 잘 보이는 효과는 있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각자의 몫을 하고 있었다. 집안의 간섭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우리치오의 욕망, 파트리치아는 구찌라는 가문의 후광을 방패삼아 신분상승을 하고싶은 욕망, 알도는 자신이 일궈온 구찌 제국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서라면 불법이라도 저지를 만큼의 추진력,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알도 아들의 욕망까지 각자의 욕망이 개성적으로 잘 드러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된 스토리지만 각 인물들의 캐릭터가 선명하게 그려진 점이 좋았다. 혹자는 실제 스토리와 동떨어지는 면모도 없지 않다고 하지만 실제 스토리 속 캐릭터와 영화화가 되었을 때의 캐릭터는 차이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거슬리는 부분은 아니었다.
2. 관계를 망친 건 쌍방과실
사람들은 당연히 사랑을 하곤 하지만 그전에 사랑의 대상이 물건인지, 사람인지 구분을 지어야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호르몬적 착각에 빠져 자신이 이 사람에게 전부를 바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트리치아는 마우리치오를 사랑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녀는 마우리치오의 배경과 돈을 갖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마우리치오는 그저 피해자이기만 할까. 아니다. 그는 그가 가진 배경의 힘을 무시한 나머지 자신에게 평범한 사랑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아둔했다. 순수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난 아무것도 몰라요, 파트리치아가 다 그런거예요.'식의 태도는 그의 멍청함을 더 부각시킬 뿐이었다. 순수함으로 포장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결국 그도 아둔한 인간일 뿐이었다. 여자에게 휘둘렸다가 사치에 휘감긴 그런 나약하기만 한 인간말이다.
3. 자신을 모르고, 통제하지 못한 대가
구찌 가는 선량한 척했지만 결국 모두가 조금씩은 악인이었다. 파트리치아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악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선을 넘어서 제일 나쁜 사람 같아 보였지만 사실 모든 인간들이 도긴개긴으로 보였다.
결국 세상은 학생들에게 착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 착한 사람이 호구되는 요즘 세상에서 오히려 나쁜 것=똑똑함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파트리치아도 한 때 자신이 속한 바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여우같은, 똑똑한 여자였지만 가속페달을 장착하지는 못했다. 자신이 갈 수 있는 위치설정이 아닌, 자신이 가고 싶은 위치를 설정해 주변인을 갈아넣고, 맘대로 안되자, 문제가 되는 대상을 제거할 수단으로 살인을 선택하는 것은 갈데까지 가겠다는 의지표명이기 때문이다.
영리하다고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멍청하다고 당하고만 사는 것도 아니다. 딱 파트리치아와 마우리치오 두 커플이 그랬다. 어쩌면 그들은 환상 호흡을 자랑한 환장의 커플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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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피어날 것은 피어난다
SYNOPSIS.
대출과 빚에 허덕이는 ‘브루노’와 ‘알베르’ TV 중고거래에서 우연히 만난 둘은 공짜 맥주와 감자칩에 이끌려 얼떨결에 환경 운동에 동참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반대하는 ‘캑터스’를 만나 환경 운동에 점점 진심이 되어가는데… 살기는 어렵지만 사랑은 하고 싶은 두 남자와 환경 문제 외에는 모든 것이 무감각한 여자까지… 갓생을 꿈꾸는 파리지앵 3인의 동상이몽 라이프가 시작된다!
POINT.
✔️ 프랑스 영화는 난해하다는 인식을 깨고 한국에서도 흥행했던 <언터처블: 1%의 우정> 감독 작품이에요
✔️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사랑받은 <알로 슈티>처럼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예요
✔️ 팬데믹과 기후위기 속에서 젊은 세대가 느끼는 감각을 전제로 한 작품이라서 흥미로워요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노에미 멜랑 주연! 마티유 아말릭 등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 얼굴들도 반가워요
계절을 따라 부지런히 옷장 정리를 하다가 한숨이 나온다. 아직 멀쩡하다 못해 새 옷에 가까운 상태이지만 여태까지 손이 잘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입을 것 같지 않은 옷부터, 마르고 닳도록 입었긴 해도 버리긴 애매한 옷까지... 버릴 것이냐 말 것이냐, 늘 고민하는 동안에도 옷장에는 새 옷이 들어오고, 더 이상은 공간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큰맘먹고 옷을 덜어냈다. 그리고 이제 당분간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다. 내 돈 주고 산 옷이 나에게 짐이 되는 게 싫다. 그러는 동안 밖에는 종일 그치지도 않고 장마 같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강원도 어디에는 눈이 왔다고 한다. 지금 5월인데요.
우리가 이런 시대를 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텀블러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 단톡방에서 대놓고 부정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천 번을 써야 한다는둥 그건 의미가 없다는둥... 나는 더 이상 그 단톡방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 텀블러에 대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예의 차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기후위기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제 몇 남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럼에도 개인의 민감도 차이는 분명 존재하고, 거기에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엔 너무 바쁘고 지치고 화가 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이런 시대를 산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런 우리 삶과 닮은 현실을 산다. 그래서 이 영화는 흥미롭다.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몰랐던 시절의 로맨스처럼 부요한 재정 상태나 환경 상황을 자랑할 수 없는, 낭비할 거라곤 없고 그래서 휘청거려도 기댈 데 없는 세대를 담고 있어서.
심지어 이 영화의 주축을 이루는 브루노와 알베르는 소액 대출을 계속하다가 파산에 이르른 사람들이다. 공짜 맥주를 따라가다 보니 환경 단체 사람들을 만났고, 지금껏 그래왔듯 어영부영 돌려막기 하는 태도로 이들의 활동에 합류한다. 닉네임제로 운영되는 환경 단체 규칙에 따라 '캑터스(Cactus, 선인장)'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여자를 보며 점차로 환경 운동에 진심이 되어가는데, 앞날은 여전히 캄캄하다. 브루노도 알베르도 각자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며 이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캄캄하고 답답한 상황임에도 어쩐지 실 없이 웃게 된다.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거예요
사실 이 영화의 원제는 '힘든 한 해 une année difficile'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가 익히 아는 프랑스의 대통령과 고위 정치인들이 나와서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같은 문장들을 말하는 장면들이 모여 나오는데 이 오프닝 시퀀스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모든 시대에는 그 시기의 어려움이 있고, 모든 세대는 각자의 어려움을 돌파하며 살아가야 한다. 캑터스와 친구들은 그 문제를 환경 문제로 정의했고, 그에 따라 스크럼을 짜고 구호를 외치며 시대에 맞선다.
이들에게는 낭비할 자원도, 기댈 환경도 없다. 그렇기에 과격해진다. 환경 문제보다 부동산과 주식이 더 중요한 한국의 기성세대에게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청년과 청소년들은 이 불만을 말하고 있다. 신자유구의 구조에서 빈부격차는 점점 빅토리아 시대의 그것에 가까워지고 있어 청년 세대는 점차 가난해지고 있으며 (이 부분은 한국 사회에서도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지만), 환경적으로도 기댈 곳 없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소리만 듣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앞에서 목소리를 냈지만 들리지 않아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며 입을 꿰매고, 환경 문제의 시급성을 가장 큰 소리로 외치기 위해 미술품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영화 속 환경단체 사람들도 가게를 막고, 차량 통행을 막고, 심지어는 비행기 출발까지도 막는다.
이들에 대한 관객의 반응 차이가 흥미로운데, 현실에서의 환경 단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폭도처럼 묘사하거나 오히려 이들 때문에 반감이 생긴다며 어깃장을 놓는 사람들이 있다. 너희 때문에 더더욱 채식하기 싫어. 식물은 안 불쌍하니? 같은 사람들 말이다. 골프장의 환경 오염을 지적 당하기는 싫어하면서, 환경 단체 사람들의 행동은 하나씩 문제 삼는 사람들.
하지만 이 영화 속 마티유 아말릭이 분한 캐릭터를 보라. 그는 은행에서 일하는 기성세대이자, 파산 위기에 놓인 젊은이들을 위해 봉사활동까지 하는 훌륭한 어른이지만, 동시에 카지노 출입에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다 조금씩 모자란 채로 산다. 그것을 청년 세대만의 문제로 취급하거나,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의 유난으로 치부하는 자세는 별로 어른스럽지 못하다. 물론... 이 영화 속 청년들도 무분별한 소비를 그만두고 좀 미래 지향적인 재정 계획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게 꼭 골프장 부동산 주식으로만 귀결되는 모양새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차피 우리 모두가 동일한 가치를 지향할 수는 없으니 그렇다면 조롱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바로 그런 자세들이 가뜩이나 힘든 올 한 해를 더 힘들게 해요...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거라는 오프닝 시퀀스는, 역시나 2024년에도 들어맞는다. 우리 시대가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지금 세대이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서 보면 과거의 '힘든 한 해'는 다 지나간 것들이기에 단순해 보인다. 1920년대는 독립운동이었겠지. 1970년대에는 민주화였겠지. 하지만 당대에도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을 것이다. 독립운동 하에 치열하게 갈라졌을 생각을, 민주화와 경제화 앞에서 각양각색으로 펼쳐진 담론들과 그 안의 우선순위 다툼들. 지금도 마찬가지다. 환경이 먼저냐, 경제가 먼저냐. 어려움조차 각자의 몫으로 흩어져 버린 것 같은 절망적인 한 해, 역시나 올해도 힘든 한 해다.
하지만 유쾌하게 해나갈 수 있지
세상 모든 단체처럼 이들이 활동하는 환경 단체 안에서도 다양한 다이나믹이 펼쳐진다. 물론 환경을 위한 활동을 펼친다는 점은 다름이 없지만, 환경 외의 모든 것에 무감한 채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캑터스와 달리, 브루노와 알베르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 안에서 다른 감정들이 동기로 작용하기도 하고 결정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OO에서 만나서 결혼하게 됐어요"라고 말하며 웃는 커플들 모두 그런 시간을 거쳤을 것이다.
이들이 주고받는 사랑 또한 여느 영화와는 다르다. 장미꽃과 안개꽃 뒤섞인 90년대 테이블 위의 로맨틱한 식사도 없는, 고급스러운 명품 선물도 없는 만남. 단지 스스로가 살기 위한 구호를 외치며 만나고, 스스로가 좀더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선물 하나를 고르거나 받을 때에도 신중하다.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든 구호들은, 가끔은 아주 비장하지만 또 매일 묵직하지만은 않다. 이들의 사랑도 이들이 외치는 구호도 삶에 그렇게 녹아든다. 투쟁과 경각심, 기후 우울의 세대이자 가난과 채무의 세대인 이들은, 그렇게 삶에 유쾌한 순간들을 녹여낸다.
동시에 이 영화는 사랑의 작대기에만 집중하지도 않는다. 동병상련 브루노와 알베르의 적당하고 느슨한 협력, 얼레벌레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모습. 전형적인 끈끈한 우정과는 거리가 있지만, 원래 우정이라는 게 그렇게 얼레벌레 쌓이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이따금 알지 못했던 서로의 모습을 보고 시원하게 깔깔 웃어버리기도 하고, 영웅 서사 같은 일을 겪기도 하면서, 이들은 하루씩 나아간다. 남들과 다른 감각으로, 그러나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답게.
그 즐거운 모습을 보다 보면 짙은 기후우울이 조금 달아나는 기분이다. 그치. 내일이 없는 삶 같은 기분이 들지만, 오늘을 차곡차곡 이어가는 거지. 비록 낭비할 낭만도 기댈 환경도 없이, 혼란스럽게 흔들리는 빈곤한 세대이지만. 이들의 투쟁이 아무리 불안하게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여도, 이들의 선택이 아무리 빈곤한 것처럼 보여도, 화낼 필요 없다. 아무튼 피어날 것들은 피어난다. 마음도, 사랑도 우정도, 그 안에서 내일도.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하여 시사회에 참석해 감상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 개봉은 5월 15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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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박찬욱 감독의 신작 <도끼>에 차승원, 윤가이, 박희순 배우가 합류했습니다.
<도끼> 원작 '액스' 정보
‘도끼’를 의미하는 ‘액스(The Ax)’는 은유적으로 ‘정리해고 행위’를 뜻한다.
흔히 ‘잘렸다’고 하는 바로 그 표현이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액스』는 제목 그대로 대량 인원 삭감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고 합니다.
한 중산층 남자가 해고로 인해 어떻게 피폐한 삶으로 전락하게 되는지, 그리고 재취업을 위해 어떻게 경쟁자들을 제거해나가는지 두 축의 이야기를 동시에 전개해간다고 합니다.
라이언 레이놀즈 <데드풀> 제작당시 본인의 출연료 작가들에게 지급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 제작 당시 스튜디오의 작품 허가가 불발될것을 염려해, 본인의 출연료의 일부를 포기하고 작가들에게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데드풀>은 5800만 달러의 적은 예산으로 전 세계 7억 8천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R등급 슈퍼히어로 영화로서 이례적인 평가를 얻었습니다.
김다미X손석구 <나인 퍼즐> 2025년 디즈니+ 공개 확정
<나인 퍼즐>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와, 그를 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 한샘이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영화 <공작>과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호평받은 윤종빈 감독의 신작으로, 김다비와 손석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나인 퍼즐>은 2025년 전 세계 공개 예정입니다.
박찬욱 신작 차승원, 윤가이, 박희순 합류
배우 차승원, 박희순, 윤가이가 박찬욱 신작 출연을 확정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합니다. 해당 작품은 <헤어질 결심> 이후 선보이는 영화로 박찬욱 감독이 수년간 준비해온 스릴러 영화입니다.
신작에는 이미 이병헌, 손예진, 염혜란, 이성민, 유연석이 캐스팅 확저외며 화려한 라인업으로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샤이닝> 셜리 듀발 75세 나이로 별세
11일 외신은 셜리 듀발이 이날 당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셜리 듀발은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샤이닝>에서 주인공 잭 토렌스의 아내 웬디 토렌스 역을 맡으며 영화 팬들에게 인상 깊은 연기를 남겼습니다.
셜리 듀발은 <샤이닝> 외에도 <쓰리 위민>, <포프아이> 등 다양한 영화에서 독특한 매력과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으며, 그녀의 연기 스타일은 많은 팬들과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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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영화 매니아라면 올해 놓치면 안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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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웬디> 30초 예고편
‘피터팬’ 탄생 110주년 기념,
새로운 주인공, 새로운 시각의 All New ‘피터팬’!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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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빅토리> 티저 예고편
빅토리적 사고 💭 세상이 멸망해도 우리는 "춤"춘다💃. 모두를 들썩이게 할 #빅토리 티저 예고편 대공개🎶 이혜리 X 박세완 X 이정하 X 조아람 🍿 [빅토리] 8월 14일 극장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