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 soyo 2025-02-23 15:30:55
[영화 ‘세인트빈센트’를 보고] 그럴 수 있지, 모든 행동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 <세인트비센트>
나는 영화 초반 ‘세인트(Saint)란 호칭과 어울리지 않는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 ‘빈센트(Vincent)’를 마냥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빈털터리면서 도박과 유흥을 즐기고 상대방 기분을 생각하지 않으며 말하는 빈센트였기에 그를 싫어하는 영화 속 사람들처럼 나 역시 그를 고약한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며 그를 싫어했다. 그러나 한부모 가정인 초등학생 ‘올리버(Oliver)’와 엄마 ‘메기(Megi)가 그의 옆집에 이사오기 시작하면서 빈센트의 진짜 내면과 사정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메기 대신 올리버를 돌봐주기 빈센트는 왕따를 당한 올리버에게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은 물론 ‘미움은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알려주며 누구보다 온전한 인생의 가치를 알려줬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묵묵히 곁에서 지켜내고 자신은 정어리를 먹더라도 반려묘에겐 고급 사료를 먹이는 그의 행동에서 그는 그저 표현이 딱딱할 뿐 따뜻한 내면으로 주변의 모든 존재들을 밝게 채워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내 인생 좌우명이며 동시에 남을 이해하거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마법의 말이 있다. 바로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이다. 무심한 듯 다정하고 가벼운 듯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말은 상대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게 만들고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은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나 또한 그저 나와 성격이 다른 빈센트가 올리버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이 내 오해였음을 금방 알게 됐다. 나는 그저 빈센트의 성격 일부분만 보고 그의 모든 것을 본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게 아니다. 하나를 보면 단지 하나를 안 것 뿐이다. 어쩌면 타인의 인생에 대한 섣부른 편견이 우리가 더이상 인간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모든 이들에겐 무엇이든 배울 점이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그만한 존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을 ‘세인트’로 바라보며 한 걸음 뒤에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자.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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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펜서 (SPENCER, 2021) 리뷰
- 2022년 3월 16일, 개봉한 영화 <스펜서>를개봉 전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에 다녀왔다.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오랜만의 영화관 방문이라 설렜던 것 같다.우선, <스펜서>를 관람하기 전 간단한 사전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왕세자비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녀의 일대기를 다룬 것이 아닌 특정 시간 안에서 다이애나가 느꼈을 감정에 집중한다.영화에서 사전 설명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 없이 관람하러 간다면 초반에 다이애나에게 몰입하기 어려울 것이다.나는 왕세자비의 이야기라길래 그녀의 삶을 쭉 나열한 영화일 줄 알았다. 그래서 간단한 정보만 읽고 관람했는데 보면서 기존에 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고 정보가 아예 없는 관객이 접하긴 불친절하겠다고 생각했다.관람 후기<스펜서>는 다이애나의 일생 중 크리스마스 당일과 전후 3일 동안의 이야기를 다루며 영화는 진행된다.큰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한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어쩌면 잔잔하다 느낄 수 있다.그러나 다이애나가 처한 상황과 그 속에서 느낀 불안감, 억압, 고통 등이 연출과 음악으로 정말 잘 표현됐다.현악기를 주로 사용한 듯한데 이 현악기들의 음이 무겁고 혼란스러워서 다이애나의 감정이 음악적으로 전달이 잘 된다.오래간만에 귀에 잘 들려와 박히는 음악이었다.또 유독 프레임 중앙에 있는 다이애나를 중심으로 대칭이 이뤄진 컷들이 눈에 들어왔다.그게 어쩐지 왕실 억압 안에 갇힌 다이애나 그 자체 같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다이애나가 더 와닿았던 것 같다.사실 이 영화는 연출로도 다이애나를 잘 표현한다.많은 말이 필요 없이 시선으로 다이애나를 억압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다이애나를 쳐다보는 시선들이 느껴질 것이다.그 시선들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 내가 다 숨 막혀진다. 어딜 가나 존재하는 사람들, 빠르게 도는 소문.별장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과 그녀를 찍기 위한 파파라치들, 특히 파파라치들은 영화 전개 내내 대사로 언급만 있다가 처음 등장한 씬이었는데 프레임 꽉 차게 들어차 있는 파파라치들과 끊임없이 터지는 플래시들로 그녀가 파파라치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짧은 순간에 설명이 가능했다. 짧고 굵은 임팩트영화는 내내 우울하고 불안하다. 다이애나는 폭식과 거식, 구토를 반복하고 환각을 보며 스트레스 받고 고통받아한다.그러다 다이애나가 자살시도 직전 자유롭게 내달리는 장면 이후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아닌 자신의 원래 성인 스펜서로 살아가기 위해 별장을 나가는 장면은 그녀가 고통받던 생활에서 벗어남을 의미해 안도감이 들다가도 그녀의 일생의 끝을 알고 있기에 마냥 행복하게 바라볼 수 없어서 씁쓸했다.조금 더 일찍 자유를 맞이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항상 영화를 볼 때 도입부 5분가량을 가장 집중한다. 영화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으니까스펜서는 그 부분이 차가 다니는 길에 죽어있는 꿩이었는데 그 꿩을 사이로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영화 후반 다이애나는 직접 꿩이 되겠다 언급했는데 어쩐지 도입부에 그 꿩이 다이애나를 비유한 게 아닐까 싶다왕실에서의 삶에 고통받던 다이애나는 시체나 다름없었을 것이고 계속된 통제에 시달리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을 테니그녀의 안타까운 죽음이 떠오르기도 하고<스펜서>는 상당히 따뜻한 색감으로 영상 자체도 매우 예쁘다. 왕실 일부를 다르다 보니 화려한 장식과 소품들은 덤앞서 말했듯이 큰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가 아니다 보니 스케일도 크지 않고 잔잔하다 생각할 수 있다.그러나 한 인물 몇 십 년간 느꼈을 감정과 내면을 짧은 시간 안에 표현해낸 게 대단하고 영상미도 예쁘고 음악도 영화랑 정말 잘 어울리니꼭 한번 관람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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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보지 않아도 괜찮아
"영화 보자마자 감독님한테 전화를 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영화냐고. 영화 주제가 뭐냐고."
영화가 끝나고 한 시간가량의 GV 시간이 있었다. 박상옥 님이 마이크를 들고 가장 먼저 했던 말이다.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니 '이거... 대체 무슨 영화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김보람 감독은 이 영화를 찍게 된 것이 '섭식장애'라는 키워드에 꽂혀서였다고 말한다. 섭식장애라는 것이 단순히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주는 핍박 때문에 발병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실제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박상옥 씨와 박채영 씨는 사실 처음 구상한 영화 내에선 짧은 단락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섭식장애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병에 대해 자신이 영화에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고 판단, 두 사람의 이야기로 전환했다고.
엄마는 언젠가 핸드폰 주소록에 자신을 이름으로 저장해달라고 했다. 엄마라는 역할로서가 아닌, 이름이 불리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내 주소록에 엄마는 'OOO 여사님'이라고 저장되어 있다.
"자꾸 '아프지만 마'라고 하시는데, 그것 말고 딸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 있으신가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본능적인 새끼에 대한 어미의 마음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엄마가 늘 그렇진 않아요. 딸이 안 보일 땐 내 나름의 삶을 살지요."
박상옥 님이 관객의 질문에 답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엄마도 딸이 안 보일 땐 나름의 삶을 산다. 그건, '엄마'라는 역할은 '딸'이라는 역할이 무대 위로 올라와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엄마 이전에 '나'라는 존재가 우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엄마들이 몇이나 있을까. 그것을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실 나의 모녀관계도 이전과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딸'이라는 역할 수행자로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상실감에 무너져 내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나의 지독한 'K-장녀병'은 독립과 함께 끝을 맺었다.
"저에게 요리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한 준비 같아요."
요리를 하고 음식점에서 일을 하는 채영은 즐거워 보인다. 엄마와 있을 때 짓는 웃음과는 다른 종류의 웃음이다. 홀로서기, 내 스스로의 존재 이유에 대해 찾아 나서는 긴 여정에 서 있는 채영은 활기차고 씩씩하다.
엄마라는 정서적 울타리가 가장 필요했던 시기에 '딸'이라는 역할로 생존의 이유를 찾아야 했던 채영이 내린 답은 '섭식장애'였다. 먹지 않거나, 마구 먹거나. 섭식 장애는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일이었다. 그를 통해 엄마의 관심은 끌어냈지만, 거기서 그치면 '딸'이라는 역할로서만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채영은 음식을 고르고 요리를 하며 사람들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다. 딸로 존재하기 위해 찾았던 방법이,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채영은 섭식장애를 가진 자신의 모습도 삶의 일부임을 인정한다.
우리는 꼭 마주 보고 앉아야만 완벽한 식사의 구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향하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를 쳐다보기보단 각자의 앞에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보단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때론 상대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만큼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력과 배려의 모습이다.
그럼 꼭 마주 보지 않아도 괜찮다. 손을 잡고 같이 앞으로 걸어가면 그만이니까.
영화는 너무 작아서 발견조차 못했던 작은 문제들에 관하여 조명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상옥과 채영, 그리고 외할머니라는 주인공을 통해 완만하면서도 뾰족한 여성 서사에 대해 그려낸다.
"모녀 관계를 다룬 이야기는 많은데, 왜 부자관계를 다룬 이야기는 별로 없을까?"
함께 보았던 짝꿍은 그런 질문을 던졌다. 부딪히고 부서지지만 작은 파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인정하며 여성 서사를 이해하려는 아름다운 자리는 많은데, 남성 서사에 대해서만큼은 이토록 심도 있게 다루는 작품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렇다. 여성이라는 존재만이 공감할 수 있는 아픔과 슬픔이 있다면, 남성에게도 그런 서사가 존재하지 않겠나. 영화에서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배제하고 여성 서사에 집중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분명 남성에게도 그들만의 그림자가 존재할 것이다. 사실 나는 '남성에게는 그런 서사가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라고 무심코 생각했는데, 짝꿍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게 얼마나 편협된 시각인지를 깨달았다. 언젠가는 그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아름다운 자리도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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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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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전세계 최초 국내 개봉
ⓒ 네이버 영화
쥬라기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편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전세계 최초로
내달 1일(수) 국내 개봉 확정 소식을 전했다. 영화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인간과 공룡이 최후의 사투를 담았다.
팝콘 허용하자, 영화관 관객수 37.5% ↑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팝콘 취식이 가능해진 4월 25일~5월 1일까지 총 관객 수가 96만 8722명이었다. 취식 허용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약 53% 증가했다.
파라마운트+, 6월 중 국내 서비스 시작
ⓒ 파라마운트 공식 홈페이지 캡쳐
파라마운트+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서비스하게 됐다. 정확한 론칭 일자는 알려지지 않았고,
6월 중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정도만 밝혔다. 다만, 단독 론칭이 아닌 티빙 내에서 번들로 서비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녕하세요>, 25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김환희, 유선, 이순재 배우 주연의 휴먼 영화 <안녕하세요>가 25일 개봉을 확정하였다.
영화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반창꼬> 연출부에 있었던 차봉주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애프터 양>, 6월 1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애프터 양>이 6월 1일 개봉을 확정 지었다.
영화의 원작은 알렉산더 와인스틴 작가의 '양과의 안녕'이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애프터 양>은 예매 오픈 3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가 있다.
무주산골영화제, 10주년 기념 '토킹 시네마' 신설
ⓒ 무주산골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토킹 시네마'를 신설했다. '토킹 시네마'는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해당 영화를 전문적이고 또 색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장건재 감독, 정성일 영화 평론가, 황석희 영화번역가, 박태훈 왓챠 대표 등
총 25명의 국내 영화 전문가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해외
<탑건:매버릭>, 개봉일 변경
ⓒ 네이버 영화
<탑건: 매버릭>은 원래 5월 25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할 계획이었지만, 개봉 시기를 조율하다
결국 6월 22일 개봉으로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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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꽃은 크리스마스 눈처럼 자유의 씨앗을 흩뿌렸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기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출처 : CGV
우리는 서로 적이었지만, 우리는 모두 인간이었다!제2차 세계대전, 인도네시아 자바섬.무사도 정신을 맹신하는 일본군 대위 요노이는포로수용소에서 영국군 소령 잭 셀리어스와 마주하게 된다.사형 직전의 잭을 자신의 수용소로 데려온 요노이는알 수 없는 매력에 끌리면서도 그의 자유분방한 태도에 끊임없이 갈등한다.한편, 유일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는 영국군 중령 존 로렌스는영국군과 일본군, 양측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하지만,수용소의 분위기는 점점 격화된다.전쟁의 포로이자 인간으로서의 모습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들.과연 전쟁터 한가운데에서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날 수 있을까?/
우선, 이 영화를 있게 한 제목과 대표곡에 드러나 있는 '크리스마스'라는 키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의 중심 메타포가 아니다. 물론 크리스마스 자체의 상징성에 기대어 주요한 메시지가 더욱 강조되는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나는 이 영화를 알기 전부터 대표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수도 없이 반복해 재생한 기억이 있었고, 어린 시절임에도 곡의 멜로디를 들으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오고는 했다. 그리움, 슬픔? 그렇다면 무엇이 그립고 왜 슬픈 것일까? 지금에 와서는 쉽게 떠오르는 질문도 만들어내지 못할 정도로 미성숙했던 그때의 나조차도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이 곡이 지닌 수많은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출처 : CGV
국내 첫 정식 개봉인만큼, 리뉴얼된 포스터는 심하게 아름다웠다. 색상의 혼합을 활용한 것도, 약간은 빛바랜듯한 배경의 질감도, 철조망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도, 특정된 두 장면이 가지는 의미도. 작품을 직접 감상하기 전부터 직관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려 취향이 아닌 '전쟁'이라는 소재에 매력을 느낄 정도였는데, 감상한 후에는 그 마음이 더 커져 서울에서 파주까지 보위의 개인 포스터를 얻으러 가기도 했다. '전쟁', 나는 전쟁이라는 특수성 짙은 배경으로 소재를 갖는 영화는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인간성이 보장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이기에 잔인한 장면이 동반되고 근본적인 불쾌감을 일으키는 부분을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포스터 디자인에 홀려 보러 갔을까? 아니다. 83년도에 제작된 영화가 지금까지 회자되고 정식 개봉을 이루어낼 만큼 부정할 수 없는 어떠한 이유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감상하고 배우는 입장에서, 긴 시간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그 이유를 직접 알아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때마침, 아트나인에서 GV를 진행하는 회차가 있어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납득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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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장센
필름 특유의 빛바랜, 알록달록한 색감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어 눈이 즐거웠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몇 있는데,
사형 선고를 받기 전 셀리어스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외출 준비를 하고, 누군가와 단조로운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 장면이다. 비인도적인 대우를 받는 숱한 상황들 가운데에서 굳건하게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기억하고 지키는 듯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의미심장한 노래도, 능청스러운 연기도 매력적이지만 특히 위 사진처럼 담배를 피우는 척하고, 담뱃재를 털고, 바닥에 던져 발로 짓이기는 행동이 바닥에 묻은 흰색 자국(마치 담뱃재처럼 생긴)으로서 한 씬을 완성시키는 흐름이 매우 취향이었다. 정갈한 발걸음으로 프레임 아웃하며 액팅이 마무리되는 일련의 행위들은 예술 그 자체였다.
출처 : CGV
그 직후, 사형 집행을 받는 보위가 결박되고 일본군이 안대를 씌우는 장면이 나온다. 셀리어스는 당당한 눈빛으로 이런 것 씌우지 않아도 된다며 저항한다. 손이 묶여 있는 바람에 고갯짓만으로 그들의 행동을 저지해야 하는데, 그 몸짓과 눈빛이 겹쳐져 보는 이로 하여금 오묘한 감정을 갖게 한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잭 셀리어스'라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그 자긍심이 매력적이다. 셀리어스의 뒷모습이 보이며 사격 개시의 정렬을 맞추는 일본군들의 무빙도 굉장히 정갈하다. 기계의 움직임처럼 군더더기 없는 액팅과 여백을 적당히 활용한 인물의 배치가 심각하게 아름다워 실제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2. 캐릭터
드용&가네모토(맨처음의 두 군인) / 로렌스&하라 / 셀리어스&요노이
극 초반 씬들에서 세 가지 주요 관계성이 모두 제시된다. 두 군인이 지닌 의미는 초반에, 하라와 로렌스는 중반에 드러나며, 셀리어스와 요노이는 후반부에 드러나면서 극의 진행이 마무리되는데, 관계성이 지닌 의의를 제외하고서도 각 캐릭터들의 특성이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 있어 2시간 가량의 스토리가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각자의 서사가 완벽하게 묘사된다.
출처 : 미디어캐슬
우선, 데이비드 보위로서 표현된 '잭 셀리어스'가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너무 미학적이다. 위 사진은 그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다. 군사재판이 열리면서 공간과 인물의 정보를 동시에 제공해야 하는 복잡한 씬이기 때문에 첫 장면을 롱샷으로 잡았으리라 판단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각 인물에 대해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정보값을 판단하고 앞으로 흘러갈 씬을 파악하게 되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중심에 위치하여 뒷모습만 보이고 있는 보위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출처 : CGV
GV에서 듣기로는 셀리어스 역에 유력했던 배우가 한 명 더 있었는데, 너무 여지 없이 잘생긴 외모라서 캐스팅이 불발되었다고 한다. 이후 감독은 보위와의 캐스팅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는 미팅 직전, 그의 연극을 먼저 관람하며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 속으로 캐스팅을 확정 지었다고 한다. 영화 이전부터 보위가 쌓아 온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그의 외모가 지닌 오묘한 매력을 증폭시켰다고 생각한다.
'요노이'의 첫 등장은 군사재판이 아닌 드용과 가네모토가 일본군에게 잡혀 존엄성을 짓밟히는 장면에서 나온다. 문제에 대해 제대로된 전후상황도 살피지 않고 하라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가네모토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요노이는 마치 '해결사'의 위치처럼 여겨진다. "폭력적인 하라와 달리 요노이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자연스럽게 그렇다,는 답변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요노이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군사재판에서 더욱 굳어진다. 말 안 통하는 극우주의자들과 달리, ‘군사재판’이라는 성격이 뚜렷한 장소에서 차분하고 논리적인 질의응답을 통해 셀리어스를 옹호해주는 씬으로 캐릭터 설명을 대신한다. 그러나 점점 드러나는 그의 실체는 일본의 역겹고 비상식적인 습성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아집의 상징인물이었다는 사실에 빗대어, 요노이는 셀리어스에게 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음을 감독은 꽤나 명확하게 드러내고 강조했다고 본다.
출처 : CGV
셀리어스가 드용의 죽음을 기리는 꽃과 일본군에 저항하는 만두를 배부하고 독방에 수감되면서, 요노이는 매일같이 순찰이라는 명분으로 그를 찾아갔다. 값이 꽤 나갈 것 같은 카펫을 들고. 매일밤 둘은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갑작스레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로렌스와 함께 탈출한 셀리어스는 요노이를 마주하고 왜 물리적인 충돌을 감행하지 않았을까? 불의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언제나 당당함으로 무장한 그가. "나만 이기면 자유인데 왜? 왜 싸우지 않지?" 절망하는 듯한 요노이의 대사에 이어 즐거운듯 미소를 보이고 칼을 내려놓는 셀리어스의 감정이 과연 어떤 형태였을지는 미지수일 것이다.
출처 : CGV
윈체스터 학교 출신의 '로렌스'는 포로로 잡힌 영국군 중 유일하게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때문에 일본군 주요 인사인 요노이와 하라에게 자주 대화 상대로 불려가고는 한다. 중요한 결정에 있어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영국군의 리더는 로렌스에게 어느 학교 출신인지 물어보고, '윈체스터'라는 대답을 듣고는 비웃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당시의 '윈체스터'는 귀족으로서 세상 물정 모르고 어딜 가나 아부하는 일종의 기회주의자와 같은 특성을 시사했다고 한다. 따라서 로렌스는 스스로의 신념을 중시하고 굳건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덕목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전장에서 정반대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 설정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극중 결정적인 상황에서 옳은 목소리를 내는 건 로렌스 뿐이다. 일본의 악습을 향해 '아닌 건 아니다' 명확하게 반대의사를 펼치는 것도, 셀리어스의 독단적인 행동(그러나 옳은)에 대해 옹호하는 것도, 부당한 대우의 개선을 바라고 행동하는 것도 전부 로렌스이다.
왜 제목도, 극의 플롯도 로렌스를 대상으로 했을까? 보통은 주연 캐릭터와 연관된 장면으로 엔딩 시퀀스를 구성하기 마련인데 그저 조력자인, 혹은 그들만의 개별적인 서사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캐릭터로 시작과 끝을 맺었는데도 의미 전달이 확실하고 주연 캐릭터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점이 매우 감탄스럽다.
3. 상징
'상징'은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파트이다. 특정 사물과 상황으로 비유하여 극의 깊이감과 레이어를 더하는 방식은 나에게 보다 강력한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전장의 크리스마스>에서 집중할 상징은 당연하게도 '크리스마스'이다. 산타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나아가 현대에서는 서로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고 받는, 누구나 행복감을 느꼈으면 하고 또 그만큼 상대에게 무언가를 베풀게 되는 그러한 날이다. 그렇다면 '전쟁 속 크리스마스'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출처 : CGV
권력을 가장 폭력적으로 휘두르는 하라는 억울하게 독방에 갇힌 셀리어스와 로렌스를 본인의 임의로 풀어준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불러 술에 취해 살짝 들뜬 말투로 'Father Christmas(파더 크리스마스)'를 언급한다. 말그대로 '산타'이다. 박애주의와 인류애의 상징, 산타가 되고자 했던 하라. 전쟁 속에 존재하는 크리스마스는 어떤 형태인가? 이 질문은 무조건적인 호의와 애정을 담고 있는 크리스마스는 그 정반대의 대척점에 서 있는 반인륜적인 전쟁에서는 누명을 쓴 누군가를 도와주는 정도,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지만 그럼에도 상황적 제약으로 인해 쉽게 실천할 수 없었던 정의로운 '선행'을 베푼 하라의 모습으로 대답을 대신할 수 있을 거 같다. 인간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정상성으로 일컬어지는 행위를 감히 '실현'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전쟁 속 크리스마스가 발현되는 한계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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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어스가 요노이에게 씨를 뿌렸고, 우리는 그 곡식을 거두는 거 같다”
위 문장은 종전 후 전범국의 주요 인사들이 사형 당하고, 그중 하나인 하라 또한 사형을 목전에 앞둔 어느날 밤 로렌스가 면회온 씬에서 나오는 대사이다. 셀리어스가 요노이에게 자유의 씨앗을 심은 것은 각자의 속에 어떤 것이 뿌리내린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꼴을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을 것이다.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일본군을 토대로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일본 사람들은 적에게 잡히면 절대 내 이름을 얘기하지 않아' '우리 일본 사람들은 절대 패배하지 않아' '이미 일본을 위해 영혼을 바쳤고 죽음을 각오한 목숨이야' '우리 일본 사람들은...' 전체성에 잡아먹혀 거짓된 자긍심을 고수하고 할복자살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하라와 요노이, 그리고 이를 따르는 수많은 일본군들. 이러한 메시지는 비단 과거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는 체제에 순응하려고 태어났는가? 정녕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 파고들고 사유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4. 노래, 사운드
현대에 와서 리마스터된 ‘Merry Christmas Mr.Lawrence’는 부드러운 음율이 돋보이는 반면, <전장의 크리스마스>에서 처음 세상에 나온 ‘Merry Christmas Mr.Lawrence’는 투박한 음질이 오히려 더 감정을 증폭시킨다. 특히 오리지널 버전만이 지닌 강하게 내려찍는 느낌이 작품의 오프닝 시퀀스와 조합되며 더욱 그 느낌이 좋았다. 이와 견줄 정도로 귀를 사로잡았던 OST가 또 있는데, 바로 'Sowing the Seed'이다. 일반적인 극영화에 사용될 만한 느낌이 아닌, 오히려 애니메이션처럼 극적인 장면들에 쓰일 법한 구성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보편적인 음악이 아니었기에 전혀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크리스마스'의 고유한 이미지를 몽환적으로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영화 자체도 잘 만들어졌지만 음악을 통해 완벽한 결과물이 되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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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 외에도 음향 자체에 집중할 만한 장면들이 꽤 있었는데, 그중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일본군의 장례를 빌어주는 장면을 언급하고 싶다. 일본군의 반복적인 구타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로렌스가 일본식 정좌를 애써 해내려는 모습, 비논리와 비상식을 자백하는 거나 다름 없는 요노이와의 대화, 격앙되는 감정 속 장례지도를 끊임없이 진행하는 하라의 무감정한 목소리가 배경으로 깔리고, 그 모든 요소가 조화롭지 않아서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5. 일본
사실, 나는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감독이 누구인지, 전작은 무엇인지, 제작 비화가 따로 있는지 등 관련 정보를 전혀 찾아보지 않고 극장에 들어선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또한 감독이 일본인인줄 모르고 봤을 정도이니 가늠이 되실 거라 생각한다. 워낙 유명한 데이비드 보위와 사카모토 류이치가 만난 작품이니 그저 동양과 서양의 합작이겠거니 싶었는데, 로케이션과 배우, 제작들이 여러 인종으로 섞여 있을 뿐 감독 자체는 일본인이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일방적인 침략을 일으키고, 지금에 와서도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만행들을 자행했으며, 현대까지도 그 잘못된 방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마냥 평범한 관점으로 감독과 작품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눈에 불을 켜고 옳지 않은 대사나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웠음에도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거의 없었다. 후반부의 로렌스 대사 중 하나가 일본인을 옹호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잘못된 것을 옳다고 말하는 식의 비약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감독이 회피하지 않고 일본의 고질적인 악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씬들이 여럿 있었다. 극 자체가 조선인 가네모토와 네덜란드인 드용의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애정으로 구성되는 시퀀스로 시작하는 만큼, '동성애' 즉 기본적인 인권이 짓밟히고 일본인들의 비정상적인 행동양상을 스스럼 없이 보여주며 강조하고 싶었던 의도로 보인다.
그 시대인 걸 감안하고 요즘 시대를 기준으로 생각해봐도 여러 의미에서 앞서 나간 작품인 건 맞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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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피로 얻은 산 자들의 자유를 빼앗길 뻔한 날, 12월 3일, 이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인간성이 말살되는 공간인 전쟁에서, 크리스마스의 눈처럼 자유와 평등을 흩뿌리고자 했던 영화. 감독 오시마 나기사는 전쟁의 상황적 배경에서 어떤 포인트에 집중하고 싶었는지 확실하게 드러냈고, 그 제작자의 의도는 동성애를 첫 대목에 위치함으로써 사람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의지와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의 잔혹함을 극대화한다.
고전영화의 특징일까?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기교가 없고 모든 장면과 시퀀스가 매우 깔끔하고 정확하다. 담고자 하는 의미가 그대로 보이며, 컷과 컷의 연결점 또한 의도가 명확하다. 그러나 보위의 이미지와 류이치의 음악의 조합이 요즘 영화들의 화려한 스타일을 넘어서서 기교를 부리는듯 착각을 일게 한다.
다만, 모든 요소가 수려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의 창작 방향성을 잡아나가려고 하는, 말 그대로 발아하기 직전에 모여 만들어진 작품인만큼 작품이 담아내고자 하는 메시지에, 투박하지만 보다 순수한 열정이 깃들어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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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내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뜬다. 더 일찍 일어나고 싶었지만 12시에 일어나는 삶에 익숙해졌다. 아침에 아빠한테 ‘아빠, 오늘은 좋은 크리스마스예요’라고 다시 누운 기억만 난다. 그리고 동시에 백수 생활 6개월 차. 빈도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때 당시 속은 무진장 쓰렸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까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다시 어학부터 따야 뭐라도 하겠지? 그러나 하고 싶은 공부, 그러니까 인적성과 ncs만 파고 있으니 나도 변덕이 심한 편이다. 왜 필요할 때 필요한 걸 안 하는 걸까? 공부하는 일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인데 말이다. 뭐든 재미를 붙였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확실히 난 내일이 기다려진다. 그 자그마한 성취감이 쌓이는 쾌감이 어마무시하다. 그전 날 내가 뭘 했던 뭐든 해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나만 이런 건 아닐 것이다.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불안함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하다못해 유느님도 ‘말하는 대로’라는 음원을 낸 적 있는걸. 그리고 내가 봐왔던 수많은 영상들이 동시에 떠오른다. 이 시기가 불안하다고 말했던 수많은 사람들. 내 주위의 누군가도 서류광탈은 아프다고 말한 적 있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 그냥 정해진 무언가가 있거니-하고? 그동안 많은 걸 깨왔다고 생각했지만 여기가 내 한계일까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하지만 이런 속상한 상황에도 뭔가 즐거운 건 있을 거라 믿는다. 아무튼 내일은 확실히 기다려진다고.
이런 나도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아무튼 크리스마스다. 전날 닭강정이 먹고 싶어 아무 데나 가서 결제했다. 하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고 오징어 맛 나는 과자만 양의 절반이었다. 적어도 6천 원 닭강정과 10500원어치가 양이 비슷하면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도저히 그 오징어 맛을 참을 수가 없어서 엄마 몰래 쓰레기 봉지에다 갔다 놨다. 이 생각을 하다 갑자기 지금 내가 현재 있는 카페와 내 방 안이 생각난다. 카페는 깔끔한 반면 내 방안은 뭔가 물건이 많았다. 책상부터 시작해 거울, 옷까지 듬성듬성 삐져나온 물건들이 갑자기 보기 싫어진다. 아. 집 가면 방부터 치워야지. 새 해가 머지않았는데 새 마음 새 뜻으로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갑자기 할 일들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노량> 쓴 것도 좀 고치자. 내일은 레이저 제모가 있다고. 아니야. 영어 단어부터 외울까? 하루라도 빨리 어학을 치워야 뭐라도 할 수 있다.
요즘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이다. 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걸까? 사실 먹고살기만 해도 큰 문제는 없다. 나는 기자인지 평론가인지 모를 영화 글을 쓰는 게 재미있다고. 그냥 기자로 살아도 힘든 판에 영화기자로 살면 일단 경쟁률에 못 이길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겸손하게 살기로 한다. 그리고 영화 글을 쓸 수 있는 온오프상의 지면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 브런치가 나에게 영예로운 무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수익으로 이어지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재미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도 있는 법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 내가 있는 이 카페의 사장님이 음료를 다시 채워주셨다. 한 3년쯤 된 것 같다. 자주 가던 카페가 영업을 종료하고, 젊은 여자 사장님이 운영하고 있는 곳은 오랜만이었다. 애정을 쏟는 곳에 자주 방문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 그리고 정들게 되면 상대도 나에게 정을 쌓는다. 그 쌓은 정은 이후 사람 하는 행동을 결정한다. 20대 초 자주 가던 카페가 영업을 종료하고 채울 것이 없어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나를 ‘아들!’이라 부른 카페 사장님도 있었지만 내가 활동하는 시간대(?)와 영업시간이 맞지 않아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완벽하게 빈자리를 채우는 걸 무의식 중에 바랬던 나. 조금 모자라보여도 마음 둘 곳을 원했다. 하지만 20대 초 추억이 서려있는 곳만큼의 무언가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대신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다행이다. 어릴 때 가던 곳은 사장님이 멋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 아는 사장님은 성격이 정말 좋으시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물론 이 분도 멋있는 분일 것이다). 그래도 내 시간과 맞는 영업시간이 있다는 점에 만족해야겠지. 어릴 때 가던 곳이랑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이스티와 초코라테 맛집이라는 점이다. 초등학생 입맛인 나에게 적합한 곳이다. 아. 이런 내 입맛을 충족시키는 식당도 현재의 카페 근처에 있다. 지금이야 돈 없는 불쌍한 애다. 하지만 한 때 점심으로 ‘초리’ 가서 난반정식 먹고 여기서 공부하면서 카페로 딱 하루를 마무리하면 그 무엇이 부럽지 않았다. 이 식당도 생각해 보면 사장님과 나 사이의 3의 인물 덕에 알게 된 곳이다. 누군가에게 준 애정 덕에 새로운 장소를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맛있는 생각을 하다 문득 집에 갈 시간이 됐다는 걸 체감한다. 오늘은 12월 말. 연말이다.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쌓은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는 ‘난 사람 구경을 재밌어한다는 점이다. 연말에 행복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 환하게 웃는 사람들. 카페 안에도 몇 커플이 보인다. 좋겠다! 나도 새로운 해에는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딱 체감되는 것이 있다. 바로 해가 바뀌며 소망이 달라진 것이다. 사랑을 찾으면 좋겠지만 딱히 없어도 뭐 큰 문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진다면 문득 두려워질 것이다. 영화를 못 보고. 글을 못 쓰고. 가끔 책 못 읽고. 처음 가 본 서울독립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 영원히 갈 수 없다면 아득해진다. 언젠가 사랑을 찾을 거야!라는 희미해지는 희망도 나를 살게 하지만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정말 특별한 경험을 했다. 올해 1월에 내가 쓴 글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는 분을 우연히 본 것이다. 내가 쓴 글을 네이버 검색에서 찾았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그런 반응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점이 아직까지도 기쁘다. 이런 경험을 하니 다시 목표를 재조준하게 됐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게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의지하게 만든다면 더없이 행복할 거라는 바람이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내 사랑도 언젠가 찾을 것이다. 내 운명 같은 사랑을 찾고 싶어 하는 욕망이 약해지긴 했어도 내가 원하는 사랑은 아직까지 내 마음 안에 남아있다.
나에 대한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혼자 하다가 다시 내 시선에 집중한다. 하하 호호 웃는 사람들. 사람들은 각자 즐거운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내 뒤에 알콩달콩 다투는 커플이 있다. 두 사람은 같은 신발, 그러니까 컨버스를 신고 있었다. 셀카도 찍고 장난도 치면서 방긋 웃고 있다. 두 사람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저 두 사람도 오늘을 추억하며 행복해할까? 부러운 마음에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다. 바로 옆자리다. 두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둘은 친구인 것 같았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걸 보니 아마 여행 온 것 같다. 대놓고 쳐다보면 좀 그렇잖아? 에어팟을 빼고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또 흘깃 쳐다본다. 제주 사투리 억양 자체가 없다. 야. 여기 근처에 뭐가 있다는데?(그 ‘뭐’를 비롯한 여러 단어가 잘 들리지는 않았다) 여기 한 번 가보자. 야. 내일 우리 여기 가보는 건 어때? 나 여기에서 뭐 사서 가려고. 두 사람은 세상 즐거워 보였다. 제주 여행 좋지. 내가 서울 가서 느끼는 기분을 저 사람들은 느끼는 것 아냐? 그 여행을 서로 사랑하는 친구와 온다면 기쁨이 두 배가 될 것이다. 금세 잘 들리지 않았던 단어 몇 개를 상상한다. 두 친구 중 한 명은 근처 굿즈샵에 가서 선물을 사서 주변 사랑하는 이에게 주고 싶은 것 아닐까? 어릴 땐 몰랐지만 선물은 필시 주는 사람이 더 기쁜 일이다. 새삼 드는 생각. 여행은 이렇게 내일의 나를 기대하게 만든다. 동시에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은 굳이 여행이 아니더라도 매일 있다. 나에겐 아직 그런 사랑이 남아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하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이 사랑이 없는 삶이, 또 떠나간 나의 모습이 얼마나 텅 비었을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깊게 배웠던 것 중 하나. 상실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생기는 그 빈자리가 너무나도 싫었다. 왜 다들 울어야만 하고. 왜 다들 그렇게 사라져야 하는 걸까. 사라지지 않을 수는 없는 걸까. 닭강정의 맛. 같이 치킨 먹는 엄마. 언젠가 만날 내 운명 같은 사랑. 영화와 글쓰기.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와 김혜리의 필름클럽. 우상과 친구들. 이 카페 사장님. 하나하나 찍는 쿠폰들. 내 소망과 꿈까지. 나의 세상을 이루는 무언가가 사라진다면 이내 곧 나머지도 없어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예감하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님과 김혜리 기자님이 사라진다면 나의 영화와 글쓰기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다. 영화와 글쓰기가 사라진다면 나의 감성적인 면모가 어느 정도는 텅 빌 것이다. 닭강정의 맛이 사라진다면 이 카페에서 마실 초코라테의 향을 느끼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언젠가 만날 사람들에게 ‘미안했어’라고 말할 일 자체가 사라진다면 언젠가 만날 새로운 사랑도 나의 어리숙함에 도망칠 것이다. 집 안에 혼자 남는 삶이야 뭐 두말할 필요 없다. 이렇게 나의 인생의 많은 것들은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다. 당연히 난 이 세상에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다. 어느덧 싫어하는 것들에 별로 관심을 안 두기 때문인지 이제 생각을 어느 정도는 던 것 같다. 내 주위의 것들이 날 떠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이기심 이 머릿속을 맴돈다. 왜 다들 죽는 걸까. 죽지 않을 순 없는 걸까. 영원히 남아있을 수는 없을까.
<너와 나>는 존재와 상실에 관한 영화다. 세미(박혜수)는 머릿속에 걱정이 가득하다. 학교에서 자다가 꿈을 꿨다. 그 꿈속에서 둘도 없는 단짝친구 하은(김시은)이 죽었다. 뺨에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닦는 세미. 담임 선생님께 쪼르르 달려가서 조퇴를 신청한다. 될 턱이 없다. 호기롭게 자율학습을 째는 세미. 집에 잠깐 들른 후, 하은이가 있는 병원으로 향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세미와 하은. 사실 세미에겐 비밀이 있다. 하은이를 사랑하고 있던 것이다. 언젠가 세미는 하은이에게 널 정말 사랑한다고, 뭐든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려고 한다. 수학여행에 간다면 이 고백이 쉽겠지? 하지만 하은이에겐 사건이 있다. 바로 최근에 자전거에 치여 다리를 다친 데다 가정형편이 충분하지 않아 여행비를 댈 수 없던 것이다. 다급한 세미. 고백도 하고 싶고. 다른 친구들이랑도 지내고 싶고. 수학여행도 가고 싶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목표는 ‘너(하은)와 함께 행복하는 것’이었다.
이 <너와 나>는 이 세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존재와 상실에 대해 탐구한다. 네가 없는 세상, 그 나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세미가 없는 빈자리를 보여주거나 하은이가 없는 빈자리를 보여준다. 하은이가 먹던 사과를 세미가 바라본다던가, 주인 잃은 강아지를 이야기의 핵심으로 내보이는 것이 그렇다. 이 존재와 상실을 연이어 보여준 목적은 두 사람의 사랑에 빛을 비추기 위함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없는 빈자리를 쫓아간다(특히 세미를 중심으로 하은이의 빈자리를 탐구한다). 동시에 세상과 충돌한다. 그리고 그 서로에 대한 절실함이 모아지는 지점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두 소녀가 서로의 빈자리를 체감하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 된 것이다.
이제까지 수도 없는 영화를 봤다. 영화 글을 쓰는 것이 삶의 재미 중 하나였던 나. 당연히 영화와 관련된 이런저런 추억이 있다. 2023년 상반기엔 <바빌론>을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가보고 싶었던 서울독립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했다. 하지만 그중 가장 선명한 기억은 후반기에 있다. <너와 나>를 보고 운 기억이다. 난생 안 해본 굿즈 수집이라는 것도 해보고, 티켓을 6번이나 샀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와 관련된 장소에 가봤다. 수많은 ‘사랑해’를 보면서 먼저 떠나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누군가 있다 떠나간 자리가 이렇게 황량하고 외로운 것이라는 걸 느꼈다.
내가 뽑는 단연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다. <헤어질 결심>과 <소설가의 영화>, <기생충>과 <버닝>만큼의 뛰어난 터치가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누군가의 마음에 남기 충분하다. 지나치게 많은 빛의 양. 이기적인 세미.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하은. 이 모든 것들이 지나간 것들을 기억하며 ‘사랑해’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밖의 많은 사람들도 2014년의 4월의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잊고 살았던 나. 내가 사랑을 찾아 헤매던 날이 참 더없이 소중했다는 걸 체감한다. 동시에 이 시간 동안 사랑할 일이 많았을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거구나. 내가 없는 세상. 그리고 당신이 없는 세상은 이렇게 우울한 것 투성이구나.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 이거 정말 큰 의미였다. 이거 하나라도 없으면 이 세상이 무너진다는 의미였다.
난 이 글을 구성함과 동시에 읽어주는 많은 것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이 없는 세상은 온갖 눈물로 가득 찰 것이다. 흐릿한 하늘로 변할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해 맴돌 것이다. 여러분 덕에 생긴 행복한 기억이 우울함으로 변할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어떤 것들이 생명력을 잃을 것이다. 당신이 줄 사랑이 사라질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이유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떠나간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동시에 지금 있는 것들에 따뜻한 것들을 줘야 한다. 그래야 먼저 보낸 이들이 그렇게라도 살아 숨 쉬어 우리들의 마음을 듣고 있을 테니까. 기억공간을 나서면서 느꼈다. 이 기억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거었다는 예감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올 한 해, 아니 그전부터 이 사회를 떠나간 이들에게 기억하겠다는 말을 전할 것 같다는 기시감이 들었다. 이 <너와 나>를 만든 스태프들과 감독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그리고 김시은, 박혜수 두 배우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각자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언젠가 당신들이 이 글을 읽어 내가 인정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리고, 2014년 4월 우리 곁을 떠난 이들과 또 2023년 이 사회에 있다 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하겠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고생 많으셨다. 새로운 해가 왔다. 다들 힘내자. 사라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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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스카의 85년 역사 깨뜨리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출처: 네이버 영화
넷플릭스가 오스카 시상식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지 전세계에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가 1937년 제 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번의 노미네이트 된 메트로-골드윈-메이어(MGM)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과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오스카 ‘최고의 작품상’ 후보에 오른것에 이어, 이번 시상식에서는 스트리밍 역사상 최초로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말한 MGM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10작품을 ‘최고의 작품상’ 후보에 올리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 <위대한 지그펠트>가 3개의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가는 최다 수상자였으며 영화 <라이벨리드 레이디>, <로미오와 줄리엣>, <San Francisco>, <두 시민 이야기>도 수상에 함께 했습니다. 당시 MGM은 셜리 템플, 클라크 게이블, 주디 갈랜드, 스펜서 트레이시, 캐서린 헵번 등 최고의 배우들의 보금자리로서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이었습니다. 한때 이 스튜디오는 "하늘에 있는 별보다 더 많은 스타를 거느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영화계의 터줏대감이었습니다.
넷플릭스 또한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들이 함께한 것으로 자랑할 만합니다. 수년 동안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 구매, 출시해 온 넷플릭스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영화 제작사들이 영화 개봉을 많이 하지 못하게 된 올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많은 최고의 경쟁작들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오스카 시상식이 5개월 남은 상황에서 수상 기록을 깨는 데 성공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어떻게 수상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올해가 최우수 작품상을 '슬라이딩 시스템'으로 투표하는 마지막 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1년 이 규정이 채택된 이후 수상 라인업으로 8~9명의 후보자를 선정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2022년 시상식부터 다시 '스트레이트 10 시스템’으로 전환해 AMPAS 유권자들이 투표로 10편의 영화를 선정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스템은 유권자들이 5편의 영화를 뽑고, 유권자들의 최소 5%를 차지한 1등 작품이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와 아론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안정권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영화 평론가들로부터 엄청난 극찬을 받았고 아카데미에서 전형적으로 인정받는 많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유권자의 약 63%가 기술 부문에 속해 있으며, 이 부분에서 <맹크>는 영화나 음향과 같은 카테고리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편집, 각본, 배우 부문 등에서 석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출처: 넷플릭스(Netflix)
또 다른 넷플릭스 영화인 조지 C. 울프의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가 최고의 영화 퀄리티를 자랑하며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유리하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故) 채드윅 보즈먼은 그의 마지막 작품에서 펼친 열연으로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 2명 중 1명(다른 한 명은 <더 파더>의 배우 앤서니 홉킨스)으로 지목되고,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도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아졌다고 합니다. 지난 50년간 주연상 수상자 중 자신의 영화가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배우는 단 1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두 주연 배우가 주연상 유력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이 영화는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도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스카 수상에 유력한 세 작품 외에 어려운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
배우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등이 주연인 넷플릭스 뮤지컬 영화 <더 프롬>이 곧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요. 보통 뮤지컬 영화는 일반 관객과 비평가의 의견이 갈린다는 특징이 있어 미국 언론 매체들은 PGA나 SAG와 같은 주요 협회에서 후보에 이름이 오를 때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보고 있습니다.
배우 조지 클루니가 주연, 감독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단지 조지 클루니가 8개 후보에 오른 배우이고, 오스카상을 두 번 수상한 경력이 있다는 점과 공동 제작한 영화 <아르고>가 작품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당연히 작품상에 오를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작, 촬영, 오리지널 스코어, 시각 효과 등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한다면, <미드나이트 스카이> 역시 오스카 시상식 후보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블랙위도우>와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 개봉이 2021년으로 밀려났지만, 실제로는 올해 오스카 경쟁자가 기록적으로 많습니다. 아마존 스튜디오, 애플 TV 플러스, HBO 맥스, 훌루를 포함한 스트리밍 콘텐츠가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점에 대해 버라이어티는 “스트리밍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올해는 영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넷플릭스는 꾸준히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마케팅하는 데에 집중한 만큼, 단지 후보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극찬을 받은 2018년 작품 <로마>, 2019년 작품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가 수상을 놓쳤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그 ‘유리천장’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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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의 별이 머물렀다.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 마음의 파편,
그곳에 가장 빛나는 사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