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 soyo 2025-02-23 15:30:55
[영화 ‘세인트빈센트’를 보고] 그럴 수 있지, 모든 행동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 <세인트비센트>
나는 영화 초반 ‘세인트(Saint)란 호칭과 어울리지 않는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 ‘빈센트(Vincent)’를 마냥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빈털터리면서 도박과 유흥을 즐기고 상대방 기분을 생각하지 않으며 말하는 빈센트였기에 그를 싫어하는 영화 속 사람들처럼 나 역시 그를 고약한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며 그를 싫어했다. 그러나 한부모 가정인 초등학생 ‘올리버(Oliver)’와 엄마 ‘메기(Megi)가 그의 옆집에 이사오기 시작하면서 빈센트의 진짜 내면과 사정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메기 대신 올리버를 돌봐주기 빈센트는 왕따를 당한 올리버에게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은 물론 ‘미움은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알려주며 누구보다 온전한 인생의 가치를 알려줬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묵묵히 곁에서 지켜내고 자신은 정어리를 먹더라도 반려묘에겐 고급 사료를 먹이는 그의 행동에서 그는 그저 표현이 딱딱할 뿐 따뜻한 내면으로 주변의 모든 존재들을 밝게 채워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내 인생 좌우명이며 동시에 남을 이해하거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마법의 말이 있다. 바로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이다. 무심한 듯 다정하고 가벼운 듯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말은 상대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게 만들고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은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나 또한 그저 나와 성격이 다른 빈센트가 올리버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이 내 오해였음을 금방 알게 됐다. 나는 그저 빈센트의 성격 일부분만 보고 그의 모든 것을 본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게 아니다. 하나를 보면 단지 하나를 안 것 뿐이다. 어쩌면 타인의 인생에 대한 섣부른 편견이 우리가 더이상 인간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모든 이들에겐 무엇이든 배울 점이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그만한 존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을 ‘세인트’로 바라보며 한 걸음 뒤에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자.
Relative contents
-
- 6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6월 셋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요즘 많은 기대작들이 개봉을 하면서 영화관이 활기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또한,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될 것 같은데요.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마녀 ( Part2. The Othe r One> (NEW)▶ 개봉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한 <마녀 Part2>.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액션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마녀>의 후속작인만큼 많은 관람객이 찾은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100만 9,28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45만 8,09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줄거리
자윤’이 사라진 뒤, 정체불명의 집단의 무차별 습격으로 마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아크’가 초토화된다.
그곳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녀’는 생애 처음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고 우연히 만난 ‘경희’의 도움으로 농장에서 지내며 따뜻한 일상에 적응해간다.
한편, ‘소녀’가 망실되자 행방을 쫓는 책임자 ‘장’과 마녀 프로젝트의 창시자 ‘백총괄’의 지령을 받고 제거에 나선 본사 요원 ‘조현’,‘경희’의 농장 소유권을 노리는 조직의 보스 ‘용두’와 상해에서 온 의문의 4인방까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소녀’ 안에 숨겨진 본성이 깨어나는데…
2. <범죄도시2> (▼1)▶ <마녀 2>가 개봉하면서 한 단계 떨어진 <범죄도시2>. 다만, 주말 관객 수는 6월 둘째 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19일 기준, <범죄도시2>의 예매율이 10.8%로 3위를 차지하면서, 6월 넷째 주도 <범죄도시2>가 여전히 순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55만 97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146만 30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버즈 라이트이어> (NEW)▶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첫 번째 스핀 오프 작품이자, 크리스 에반스가 보이스로 참여하면서 화제를 모은 <버즈 라이트이어>.
전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한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버즈가 주인공인만큼 많은 관객이 관람한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15만 8,73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0만 5,75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탈출 시키기 위한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의 운명을 건 미션 수행을 그린 작품
▶ 씨네픽의 이번 주 105회 예측 이벤트는 6월 3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6월 3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2위, 3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67%의 사람이 <마녀 Part 2>의 1위를 예측 성공하였는데요. 2위와 3위의 경우 조금은 헷갈리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07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브로커> (▼2)▶ <브로커>의 경우 화려한 라인업과 거장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것에 비해 조금은 아쉬운 성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기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와 조금은 다른 결의 영화를 보여줘, 기존 감독의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아쉬운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15만 8,42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10만 7,46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2)▶ 기대작들의 개봉으로 두 단계 떨어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이번 주에 <탑건: 매버릭>이 개봉하기에 6월 넷째 주에는 TOP 5 안에 진입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8만 1,07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76만 7,62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6월 둘째 주와 동일하게 <Jurassic World Dominion>이 차지했습니다.
6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역시 지난 번 박스오피스 TOP 5 순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요.
<Lightyear>가 개봉하면서 <Jurassic World Dominion>를 제외한 모든 영화의 순위가 한 단계씩 하락했습니다.
주말 동안(6월 17일~6월 19일) <Jurassic World Dominion>의 매출액은 58,660,000 (한화 약 759억)의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249,796,690 (한화 약 3,234억)입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6월 17일 ~ 2022년 6월 19일)1.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5,866만 달러 (누적 2억 4,979만 달러)2. <버즈 라이트이어> 5,100만 달러 (누적 5,100만 달러)3. <탑건: 매버릭> 4,400만 달러 (누적 4억 6,616만 달러)4.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420만 달러 (누적 4억 508만 달러)5. <밥스버거: 더 무비> 110만 달러 (누적 2,976만 달러)...씨네픽의 6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
- 북에서 나풀거리며 날아온 무근본 코미디
새삼 신기한 이야기지만 300여 일 남았다. 시간 겁나 안 간다고 한탄할 때가 엊그제 같았다. 근데 사실 그건 엊그제 일이 맞다. 시간 정말 안 간다. 무려 336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안 가는 건 매한가지다. 신기한 일이다. 아마 반강제적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으니 그런 것 같다. 또 막상 이렇게 시간 안 간다고 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100일이 지나 있겠지. 뭐 그런 행복회로가 없으면 정말 정말 지루해서 못 견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막연하게 지루한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소집해제 하면 뭘 할까? 적금을 깨는 거야. 적금으로 여행을 가는 거지. 그리고 남은 돈 얼마 남겨서 노트북을 바꾸면 되겠어. 10개월이나 남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꿈 정도는 꿀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그럼 건물 한 두 채 사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잉여롭게 누워있어도 될 것 같다. 엄마, 아빠한테 효도도 하고 말이지. 없는 지갑 털어서 복권을 살 까 싶지만 5천 원은 소중하기에 참기로 한다. 최전방의 어느 군부대. 여기에 나와 비슷한 꿈을 꿨던 말년 병장이 있다. 갑자기 날아온 복권 한 장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자. 장소는 극장이다!
길 가다가 만원 주운 것과는 달라
이게 뭐야? 갑자기 웬 복권? 군생활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말년 병장 천우는 종이 한 장을 주웠다. 복권? 갑자기? 사실 군대와 복권이란 단어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천우도 아무 생각 없이 복권을 주웠다. 이거 발표는 언제 하는 거지? 뭐 돈 주고 산 것도 아니고 결과를 확인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방송을 보는 천우. 숫자 하나가 맞았다. 맞았네. 무덤덤한 천우. 두 번째 숫자도 맞았다. 어. 맞았네. 오늘 운이 좋은가보다. 세 번째 숫자도 맞았다. 어? 뭐지? 뭔가 이상한 것 같다. 그런데 말년병장이라고 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재미가 없어지는 마력이 있는 시기다. 금세 평정심으로 돌아온 천우. 근데 맞는 숫자가 네 개가 되고 다섯 개가 된다. 응? 여섯 번째 숫자 하나 남았다. 이것까지 맞았다. 엥? 이게 뭐지? 실화인가? 눈앞에 보이는 건 꿈이 아니다. 말년병장 천우는 여섯 개의 복권 전부를 맞춘 당첨자가 됐다.
헐. 헐. 헐. 말도 안 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조회해봤다. 57억이라는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57억이면 집 한 두 채를 사도 남는 돈 아닌가. 집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꿈이었던 농장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전역까지는 3개월이 남았다. 안 그래도 안 가는 시간이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니. 57억이라니. 밥을 먹으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웃음이 나오다 못해 저절로 눈물이 난다. 그동안의 고생이 왠지 모르게 생각나는 것 같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내무반. 천우는 복권 용지를 가지고 밖에서 후임과 대화하고 있었다. 바람이 서늘하게 부는 근무지도 왠지 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안 읽던 책을 읽기 시작하던 천우. 책을 읽으며 근무를 하고 있는데 후임 한 명이 말을 건다. "병장님. 저 화장실 가고 싶지 말입니다." "갔다 와~" 배가 아픈 후임은 천우의 앞을 스윽 지나가며 아픈 배를 움켜잡았다. 그때, 후임이 지나가던 찰나에 복권 용지가 사르륵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복권 용지가 북으로 넘어갔다. 자. 57억이 눈앞에서 증발되게 생긴 천우. 천우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단 웃겼어
일단 장르는 코미디다. 이 장르의 가장 첫 번째 본분은 무엇? 웃겨야 한다. 별생각 없이 상영관에 들어가서인진 모르겠지만 난 꽤나 웃다 나왔다. 가장 최근에 봤던 코미디 향 첨가 영화는 두 편이었다. <외계+인> 1부와 <불릿 트레인>이다. 전자에선 그냥 내내 정색하고 봤고 후반부에는 정확히 두 번 웃었으므로 코미디 타점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 '티켓 값이 4천 원이니까 봤지 아니었으면 중간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들어갔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선회하는 재미를 느꼈으니 내 기준에서 코미디의 기능을 충분히 한 셈이다.
이 웃긴 고경표 배우가 복권 당첨을 확인하고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때 각본을 상상하면 좀 허무맹랑할 수도 있다. 근데 고경표 배우는 이를 굉장히 잘 소화한다. 좀 실없는 인물의 내면 묘사,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하고, 초중반부의 인물 구도를 설계하기 위해 나름 중요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이 시퀀스는 좋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좀 미친놈처럼 보일 수도 있는 연기를 진짜 미친놈같이 소화해서 '역시 이 배우는 좋은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에 공개됐던 <서울 대작전>, 배우의 전작 <헤어질 결심> 세 역할의 톤이 다 다른 건 이 배우가 얼마나 욕심이 있고 능력까지 받쳐주는지를 볼 수 있는 훌륭한 단면이었다. 이 장면 이후에도 좀 여러모로 입장이 난처한 인간의 마음이 표정에서 잘 드러났다. 전체적인 코미디 톤을 이끄는 좋은 연기였다.
다른 배우들의 호연 외적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에 대해 쓸 수 있다. 바로 '무근본'코미디라는 것. 이 코미디는 근본이 없다. 일단 이야기의 전개에 대해 써보자면, 솔직히 아쉽다(그리고 이 부분은 후술 할 것이다). 극을 전개할 때마다 '와 이러면 진짜 웃기겠는데?' 속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대로 이어진다. 이러면 따라오는 단점이 뭐냐. 일단 뻔하다는 전개와 이야기 간의 접착력이 딱 달라붙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뒤집어서 표현하면 상황상황마다 인물의 표정이나 구도 촬영을 잘해놨어서 웃기기에는 최적화됐다는 뜻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코미디에는 웃음 강박이 없는 것 같다. 뭐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글쓴이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알던 웃음 패턴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단 여러분이 이 글과 영화의 예고편을 읽으며 바로 눈에 들어오는 설정이 하나 있다. 바로 군대다. 우리나라 군대 하면 생각나는 것이 뭐가 있을까? 폐쇄된 공간, 억압된 자유, 남북한의 군사 긴장상태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때 생각날 수 있는 소재를 경제적으로 박박 긁어모은다. 그 외에도 우리가 예능프로그램을 본다거나, 수많은 짤에서 볼 수 있던 유머 소재들도 적재적소에 잘 쓰였다. 뭔가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것보다 익숙한 패턴을 잘 변용했다는 점에서 코미디 영화로서의 안전장치는 잘 구성한 것 같다.
얕게 쓰이진 않았던
이 영화가 <D.P>처럼 우리나라 군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보기는 사실 어렵다. 뭐 그런 사회비판적인 코드가 주요하게 작동할만한 영화가 아닌 것도 맞다. 애초에 코미디 영화니까. 그 이유 때문에 사실 좀 불필요하게 들어간 부분이 없진 않다. 굳이 그 상황이 아니어도 인물이 그런 행동을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이 마저도 코미디로 활용한 재기 발랄함은 강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말 단순히 웃기기 위해 모든 세포를 기울인 효과다.
또 반대 측면에서 북한 묘사도 코미디로 활용한 부분이 있다. 이렇게 남북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때 어려운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럼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북한에 대한 묘사다. 일단 남북한 현실에 대한 묘사 중 어느 쪽에 힘을 더 줬냐고 묻는다면 북한 쪽에 힘을 더 줬다고 생각한다. 일단 북한은 실질적으로 기본적인 농축산업도 유지하기 어려운 국가로 묘사된다. 또 군 내부가 어떻게 평소에 운영되는지 모를 정도로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 또 북한 내부 시스템의 문제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쓰자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인재가 등장하기 어려운 현실’에 관한 내용이 코미디 요소로도 쓰이지만 소재의 활용에서도 적절하게 잘 쓰인 부분은 흥미롭다. 그리고 병사의 동기부여에 관한 부분, 나라를 위해 10년씩이나 꿈을 희생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까지 단순히 웃기려고만 이런 것들을 설정한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가장 결정적으로 시각적으로 북한군을 묘사하는 방식이 있다. 앞에서 상기한 내용은 글쓴이 본인의 생각이 어느 정도 담겨있다. 그런데 몇몇 장면들은 이 감독이 북한이란 나라를 조롱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모두가 들 것이다. 이 외에도 인물 간의 처지를 의도적으로 대비시켜서 북한이란 나라를 더 깊게 비판하는 부분은 어렵지 않게 관객들이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물들이 상대 나라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것을 어떻게 영화가 거리를 두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면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각본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점 당연히 있지
뭐 이렇게 순수하게 웃기고 남북한 현실 묘사 깔끔하게 잘했다고 해서 모든 게 능사인 건 아니다. 이 영화 단점 당연히 있다. 일단 각본의 퀄리티다. 일단 영화 시작되고 한 10분까지 설정에서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뭐 이런 소소한 것들이 말이 안 되는 건 그렇다 치자. 모든 영화에서 핍진성, 개연성을 따지는 건 피곤하니까. 그런데 이 가정법이 영화 끝까지 쭉 이어진다는 건 분명한 호불호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밌겠는데!’를 때려 박은 이 영화. 그런 코미디 요소에 모든 걸 다 투자했기 때문에 이야기 몰입하는 데 있어 좀 깨는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예 이야기가 불협화음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내적 논리와 함께 진행되는 영화. 그냥 웃기기 때문에 이 정도는 그래, 싶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살짝 위험한 부분이 있다. 후반부다. 남한에서 한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는다. 그리고 그 사건을 겪기 전에 배경으로 제시되는 부분은 나름 잘 설정했다. 이 나름대로 코미디가 되기도 하고, 허무맹랑하긴 해도 다음에 이어지는 일의 배경이 되는 점에서 꼼꼼함은 어느 정도 챙긴 셈이다. 그런데 이런 인물을 극 중 타인들이 지켜보거나 대응하는 방식은 의문부호가 들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가는 둘째 치고, 얼핏 보면 이 사람들을 혐오하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역시 앞에서 쓴 바와 마찬가지로 그냥 이 상황에서 가장 재미있는 방식이라 이런 식으로 전개한 건 그럴 수 있다. 근데 이 지점은 살짝 다르게 변용해도 이야기 전개가 말이 된다. 그 부분까지 코미디로 소화시켜야만 하는 이유도 없고.
또 이 외에는 극후 반부가 살짝 아쉽긴 하다. 일단 CG가 엔딩부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안 그래도 결말 부분의 이야기 전개가 아쉬운데 이 부분까지 있으니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이 강하다. 또 앞 문장에도 썼듯 이야기를 쓰다 만 것은 좀 아쉽다. 엔딩부에서 보여주는 떡밥 하나는 아예 불필요했고, 물렁했던 극 전개가 빈약해지기까지 한다. 뒷심이 강했으면 조금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기다려 왔던 영화
뭐 이런저런 이유로 아쉬운 부분도 있는 영화지만 사실 많은 분들이 이런 작품들을 기다려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해 개봉했던 이른바 '빅 4'들은 스케일이 큰 영화들이었다. 반면에 이 영화는 규모가 작다. 그러다 보니 큰 스케일의 영화에 익숙했던 글쓴이 같은 분들에겐 눈이 편한 느낌이 든다. SNL이나 여타 시트콤에서는 보기는 좀 크지만 규모가 크지도 않아 왠지 잊고 있었던 정통파 코미디를 그리워했던 분이라면 안성맞춤이다.
또한 한국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주인공인 천우 역의 고경표 배우는 드라마에 많이 나왔다. <응답하라 1988>로 유명세를 얻었던 고경표 배우는 영화판에서는 그렇게 많이 볼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나왔다 하더라도 영 시원찮은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고경표 배우가 표현력이 굉장히 뛰어난 연기자라는 걸 알게 된다. 난감하면 난감핟대로, 맘먹고 웃기려면 웃긴대로 표정연기가 뚜렷하니 이 배우는 유아인 배우처럼 큰 존재감을 뽐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질 결심>에 이어 이 <육사오>에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음은 음문석 배우다. 아마 올해 12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2>에서 봤던 얼굴로 많이 기억하실 것 같다. 이 배우 연기 잘했다. <범죄도시 2>에서도 연기 잘했는데 이 영화에선 특히 더 잘했다. 감정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뻔뻔함,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대위 역이기 때문에 장병들을 이끌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위치까지 이 작품의 최전선에서 극을 이끈다. 래퍼 겸 댄서 겸 배우신 것 같은데 이 쪽에 굉장한 포텐이 있는 것 같다. 얼굴도 잘생겼다. 39세 안 같다. 또한 박세완 배우는 이름만 알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반짝반짝하는 존재감은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 남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일단 겁나 예쁘시다.
또 윤병희 배우와 이이경 배우도 기억에 남는다. 윤병희 배우는 얼굴이 굉장히 익숙하다. <범죄도시 2>에서 휘발유 역을 맡았을 때도 뭔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이 배우는 휘발유 캐릭터와는 다른 인물을 보여준다. 개성이 센 마스크라 이 배우 하면 휘발유가 먼저 생각나겠지만 후반부까지 극을 끌고 가는 힘은 굉장한 박력이 있었다. 또 이이경 배우는 얼마 전에 본 <공조>에서 봤었다. 그런데 이 배우는 확실히 여기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그 좁은 면적에서 이렇게 예술 잘하는 사람들이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유치할 수도 있고 질척댈 수도 있는 유머를 생기 있게 잘 소화한 건 이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 덕이 크다.
-
- 영화관의 존재 이유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오늘도 비행기를 정비하는 한 조종사가 있다. 무인기의 등장으로 유인 조종사의 존재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도 우리의 '매버릭'은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타이틀을 놓지 않는다. 세상이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이 남자는 구사일생으로 탑건에 복귀한다. 하지만 탑건의 조종사가 아닌 조종사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배치되는데, 과연 조종사의 피가 흐르는 이 남자는 후배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그들이 당면한 작전은 한 사람 이상은 죽어나가야 하는, 이른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그런데 매버릭은 이런 하드코어 훈련 작전에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구스의 아들, 루스터까지 참여시켜야 한다. 매버릭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는 루스터와의 관계,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그의 임무 사이에서 그는 갈등한다.
1. 멋있는 어른의 모습
최근 유튜브 콘텐츠이든 드라마 콘텐츠이든 각광받는 테마가 있다. 바로 "멋있는 어른의 모습"이다. 유튜브의 "밀라논나'도 그렇고, 드라마 컨텐츠 속에서 인기를 얻는 캐릭터들도 모두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멋있고 쿨한 어른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도 매버릭은 멋있는 어른이란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처음에 매버릭은 후배들의 원망을 산다. 불가능의 영역인 고도를 계속 침범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는 군인들의 비행 서적의 내용과도 반하는 내용이고, 이런 제멋대로의 가르침은 매버릭의 상관들을 화나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해고 당할 상황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르침의 필요성을 자신의 비행 능력으로 입증한다. 불가능의 영역도 그라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비행 능력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 그 이후로 후배들은 그의 말이라면 뭐든 신뢰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세상에는 세대 갈등이라는 개념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기성 세대들이 납득할 수 없는 지시를 내리는 것에 화를 낸다. 반면, 기성세대들은 젊은 사람들이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다는 것에 화를 낸다. 물론, 매버릭과 같이, 불가능이 가능하다고 몸소 증명해내는 상사들은 없다. 그것은 단연코 판타지이다.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에게 왜 이런 매버릭 같이 몸소 귀감이 되어 주질 않는지 따지는 것은 결국 그들의 판타지가 빚어낸 욕심이 원인인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어른들이 그처럼 멋있는 증명을 해내지는 못하시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문제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란 과도한 기대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기성세대도 자신의 과거의 찬란함에 매료되어 젊은 사람들에게 과도한 수준의 패기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그것 또한, 기성 세대가 젊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기대치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말해, 각 세대들은 자신들이 당면해 본적 없는 감정들을 이해해볼 생각 조차 하지 않고, 각자 만의 판타지를 실현시켜 주기를 다른 세대들에게 요구하면서 의미없는 불만들을 쌓아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2. 영화관의 존재 이유
이 영화는 굉장히 돈을 많이 들인 전투기 액션 영화이다. 내용은 기대할 만한 것이 못된다. 그리고 이 영화를 선택한 사람들은 내용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투기 조종 액션의 박진감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을 것이기에.
처음에 이 영화를 보기로 했던 것은 '예상 외로'인기가 많다기에 선택했었다. 탑건 1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과연 탑건 2가 이전의 미국 군인에 대한 멋있는 이미지와 톰 크루즈에 멋있는 비주얼 때문에 인기가 많았던 탑건 1의 영광을 과연 21세기에 굳이 왜 구현하려고 하는 것일까 싶었을 것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마블 액션 등등 박진감 넘치는 소재는 차고 넘치고, 요새는 프리가이 처럼 게임을 소재로 하는 영화도 많아져 전투기 조종 액션만으로는 눈길을 끌 수 없을 텐데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영화 머리를 잘 썼다. 전투기 조종하는 장면들이 마치 전투기 조종 게임에 관객들을 참여시켜 동일시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박진감을 몸소 느끼게 했다. 그 실감나는 박진감이 이 영화의 성공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조종은 매버릭이 하지만 우리 모두 그의 전투기에 타고 있는 듯한 환상을 심어준 것이다. 전투기 액션을 하고 있는 인물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도 참여시킴으로써 공감 지수를 올린 것, 머리 좋은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들이 결국 영화관의 존재 이유를 부각시킨다. 최근 '영화관의 위기'다 뭐다 하는데, 영화관은 세계관이 거대한 '듄'이나 '마블 유니버스' 영화 뿐만 아니라 스피디한 액션 영화가 사라지지 않는한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소규모 독립 영화 그리고 상업 영화이지만 이 정도의 거대한 제작비가 필요하진 않은 영화들이 이런 영화들 때문에 영화관에서는 기를 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 이미 그런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결국 거대 제작사의 영화만이 영화관에서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지배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렇다면, 작은 영화들은 그만큼 대비를 해야 할텐데, 새로운 수익 구조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보인다. 아니, 이미 업계 분들은 실감하고 계실 테지만 말이다.
3. 총평
이 영화는 살짝 주춤하는 마블의 빈자리를 잘 채워준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탑건 1을 보셨던 분들이 어떤 점에서 미국 군인의 멋있는 모습에 경도되셨는지를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빠른 전개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에 고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마블이 개봉할 때마다 반응이 이전보다는 미적지근하기에 사람들이 액션 장르에 많이 질렸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이 영화의 흥행으로 이제는 마블에 대한 충성도 때문에 본다기 보다는 이제까지 봐온 가락이 있으니, 책임감으로 꾸역꾸역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액션 장르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으나, 그냥 마블 유니버스에 더이상 새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 뿐이라는 추론을 하게 한 영화였다. 이 의견에 피드백 해주실 분 있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리뷰
자격지심은 항상 자기 전 침대 머리맡에 내려앉는다. 침대에서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잡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아닌가? 그 반대던가? 여하튼 그 생각들이 발전적인 고민이라면 퍼뜩 일어나서 어디에 메모라도 해두겠지만 이건 그런 고상한 종류의 고민이 아니다. 내 선택과 결정의 정당성을 앗아가는 비열한 질투심이다. 시기와 질투는 강한 원투펀치를 날린다. 일말의 성취를 느껴 알차게 하루를 보냈다 한들, 자기 전에 그런 상상을 해버리면 끝장이다. 그 한방에 K.O. 오늘 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모든 과정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눕기 전에 SNS로 슥 훔쳐봤던 지인의 일상이 눈앞에 사라지지 않고 아른거린다.
질투는 풍부한 감정이다. 감정의 온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이유를 갖는다. 예컨대 식어버린 질투의 본질은 불안이다. 고착화된 일상 속에서 돌파구는 사라진 것만 같을 때 눈에 들어오는 건 타인의 결괏값이다. 불안에서 시작된 질투심은 특별히 어떤 액션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불만족은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망상은 꼬리를 문다. 때때로 질투는 강력한 힘이 된다. 동기부여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라이벌을 통해 발전적인 피드백을 자신에게 던질 수도 있다. 질투에 눈이 먼 사람은 기꺼이 자신을 다그칠 수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필요 없다. 이 영화는 그런 이야기들을 건넨다.
이 영화에서 특히 재밌었던 부분은 지극히 현실적인 감각으로 감정을 묘사한다는 데 있다. 브래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폐부를 찌른다. 나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브래드는 불만이 있었다. 한때 동문수학하던 친구들은 이젠 비교조차 어렵다. 할리우드의 거물 감독, 헤지펀드사 대표, IT 회사를 팔고 마우이에서 지내는 친구. 백악관에서 일했던 친구는 이젠 교수다. 한가닥 하는 동창들과 비교하는 일은 멍청한 일이지만 그러고 나면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써 그들의 인생 중 어느 한 부분은 실패했겠거니 넘겨 짚기에도 부질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인생은 화려한 성공으로 점철되어 있으니까.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언론사를 운영하기도 했고 피바디 상을 탄 적도 있다. 지금은 비영리사업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 짧게나마 언급되는 브래드 씨의 인생 궤적이 흥미로웠다. 적어도 눈으로 보이는 그의 객관적인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 그가 문제로 삼는 건 조건이다. 브래드 씨는 조건을 상상하며 끝없이 가정에 빠졌다. 단순한 질투는 현재의 상태를 비교하는 데에서 그친다. '저 돈이 내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지위를 내가 누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들은 먼지처럼 가볍다. 그렇지만 불안과 열패감이 만들어내는 환상은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디테일해 살아온 날들을 끌어안고 침몰한다. 선택할 수 있었던 과거를 시뮬레이션한다고 생각해보면 지금의 결과치가 얼마나 불만족스러울지는 명확하다.
하필 그런 망상을 하는 때가 아들의 대학 면접을 위해 투어를 다니는 중이었다는 점은 극을 더 풍성하게 꾸민다. 대학, 싱그러운 젊음이 넘나드는 공간을 거닐며 브래드 씨는 더 짙게 망상에 빠진다. 대학생들은 여전히 이상적인 세상을 꿈꾼다. 우리가 바꿀 수 있다 혹은 바꿔야 한다는 생각들. 동시대를 살지만 어쨌거나 먼저 살아봤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대한 솔직한 감상은 청년에겐 다르게 다가온다. 좀 더 직설적이게 표현하면 꼰대의 변명이다. 한때 이끄는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다니는 본인의 모습이 초라해진 것만 같으니까 속이 보이는 보호막을 친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한 번 사는 인생에 이런 결과물이면 망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한번쯤 하지 않나. 공들인 과정이 변수로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하면 더욱 그 부질없는 망상에 집착한다. 무너져보면 조건을 바꿔본다. 최선의 결과물을 상정해두고 일생의 선택을 소거한다. 했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을 고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돌아가서 선택을 바꾼다 한들 원하던 방향대로 흘러가진 않을 거란 점이다. 생각보다 인생에 능동적인 선택이란 게 많지 않다. 인생이 그런 식이다. '받아들이기 싫으면 어쩔 건데?'하고 몽니를 부린다. 물길은 거세고 내가 놓는 돌멩이 몇 개로는 그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브래드 씨의 인생에 나의 과정이 겹쳐 보여 그런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오! 좋은 일 하시네요'하는 답변에 반응하는 일과 현실과의 간극을 생각하며 느끼는 감정들. 그 까끌까끌하게 씹히는 감정의 조각들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영화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이 퇴사를 하면서 브래드 씨에게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부를 하는 게 낫다'라고. 저기서 좋은 일이라는 표현이 비영리사업의 모든 과정을 평가절하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과 현실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이상적인 방법. 이건 어디까지나 영역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인생을 꼭 정량 평가로 계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의 입장에서는 재화의 형태 아니라 아쉬울 수야 있겠지만 부족한 인생은 아니다.
처음엔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저렇게 될까 걱정했다. 결국 잘못 살았다고 후회하고 싶진 않았다. 살면서 시기가 맞지 않을 때도 있고, 사람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멍청한 판단을 하는 때도 있고 완벽한 선택을 하는 때도 있다. 실수도 있고 실패로도 이어지겠지만 열패감을 갖진 말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 일단 선택을 하면 최악은 면하고 차악에서 차선까지는 운에 노력을 더하면 보답받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최선의 결과는 어디까지나 내 손을 벗어난 문제다. 브래드 씨의 말처럼 세상을 사랑할 수는 있어도 소유할 수는 없었다. 역으로도 가능하다. 세상을 소유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
- 라미란 코미디 원맨쇼
* <정직한 후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정직한 후보 (2020)
감독: 장유정
출연: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등
장르: 코미디
상영시간: 105분
개봉일: 2020.02.12
진실의 주둥이가 불러온 기상천외 선거전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튀어나오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그녀는 살아계신 할머니의 목숨까지 팔아 선거에 이용할 정도로 뻔뻔한 철면피다. 할머니의 이름을 팔아 설립한 재단을 앞세워 4선 도전도 무리 없이 진행되려던 찰나 손녀의 버릇을 고쳐놓고자 할머니 '옥희(나문희)'가 기도를 하면서 '상숙'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동안 거짓으로 포장했던 속마음들이 마치 생리 현상처럼 입에서 주체없이 튀어나오게 되고, '상숙'의 선거전에 크나큰 차질이 생긴다. 보좌관 '희철(김무열)'이 물심양면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며 어떻게든 리스크를 막아 보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잃은 '상숙'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된다. 이대로 4선의 목표가 좌절되려는 순간,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택하며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 나간다.
뻔하지만 코믹한, 유쾌함에 충실
<정직한 후보>는 '짐 캐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라이어 라이어>를 표절한 의혹이 있는 브라질 영화 <O Candidato Honesto>의 판권을 구매해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의 '변호사'를 '정치인'으로 바꾼 것만 빼면 내용상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선과 거짓으로 똘똘 뭉친 유력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소재로 써 내려갈 스토리가 워낙 뻔하다보니 작품의 줄거리를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실제 전개 역시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직한 후보>는 코미디 영화이고,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는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본질에만 충실해도 기본은 해냈다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인 설정, 식상한 스토리라인을 차치하고서라도 혼을 빼놓도록 웃기면 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적어도 가볍고 유쾌한 유머를 날리는데 충실하다. 작품을 이끄는 '라미란'의 역동적인 코믹 연기는 SNL '라미란' 편 혹은 그의 코미디 원맨쇼라 할 정도로 평범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원톱 주연인 '라미란'을 서포트 하는 두 남자, '김무열'과 '윤경호'의 연기도 함께 돋보인다. '김무열'은 중후한 카리스마 혹은 냉혈한 빌런의 모습으로 더 익숙한 배우이지만 극중 열정 넘치는 해결사, 어딘가 부족한 허당, 어리광을 피우는 남동생 등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라미란'과 '김무열'의 케미스트리는 작품의 두 번째 시즌이 탄생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식 전개로 갉아먹은 장점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코미디의 색채는 옅어지고 신파극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서 뒷심이 부족했다. 중반부까지는 스토리가 엉성하더라도 '주상숙'이라는 캐릭터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방식들이 웃음을 주고, 작품에 속도감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상숙'이 개과천선을 하고,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썩은 정치인들을 징악한다는 결말은 정치에 관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한국영화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즉, 뻔한 줄거리의 코미디 영화에 고리타분한 한국식 결말까지 더해져 인물의 톡톡 튀는 캐릭터성마저 희미하게 만들어버렸다. 오히려 초반부의 B급 감성을 끝까지 밀고 나갔더라면 코미디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나선 배우들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상의 비판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라미란에 의한, 라미란을 위한
<정직한 후보>의 가장 큰 가치는 원톱 주연으로서 코미디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끈 '라미란'의 역량과 내공이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여성 원톱 주연 영화는 활발하게 제작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제작되더라도 흥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혜수'가 원톱 주연으로 출연해 2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굿바이 싱글> 정도가 떠오른다.) 그런데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힘든 시국에도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시즌2 제작도 안정적으로 착수했다. 이는 전적으로 수많은 코미디 작품에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자신만의 유머 코드를 개척한 '라미란'의 기량이 발휘된 결과이며 그녀가 괜히 '청룡영화제'에서 코미디 원톱 주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게 아니라는 것 역시님 증명했다. 그동안 남성 원톱 주연 코미디 영화는 수없이 제작되었고 흥행한 사례도 많지만 여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정직한 후보>가 작품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할지라도 여성 원톱 주연 코미디 영화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 국내 OTT 웨이브 영화/드라마 30편 라인업 공개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영화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과 영화 개봉작들의 이벤트 소식과 굿즈 일정을 소개드리는 콘텐츠입니다!
이번 주 영화계 소식을 다 같이 알아보실까요?
1. OTT 웨이브,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 제작
OTT,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wavve)가 올해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30여편 선보인다고 합니다.
국내 OTT 업체인 웨이브는 “자체 기획·개발 스튜디오인 스튜디오웨이브에서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할 것”이라며 “방송사·제작사·영화사·엔터사 등 주요 파트너와 연대해 콘텐츠 IP(지적 재산)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고 합니다. 웨이브를 그동안 이용해왔던 계신 분들이나 혹은 앞으로 어떤 OTT를 구독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관심가질만한 소식인 것 같습니다. :)
우선 웨이브는 올해 초 선보인 임시완, 고아성 주연의 드라마 <트레이서> 시즌2 전편을 오는 18일 공개한다고 합니다.
또한 올여름에는 권상우와 성동일이 출연하는 <위기의 X>를 선보일 예정이며, <약한영웅> <귀왕> <미션 투 파서블> 등 웹툰인 원작인 드라마도 하반기에 공개한다고 하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웨이브는 올해 처음 오리지널 영화를 선보인인다고 하는데요. 주지훈, 박성웅 등이 나오는 <젠틀맨>, 김희애, 조진웅이 출연하는 <데드맨>, 신혜선, 이준영이 주연을 맡은 <용감한 시민>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2. 20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1330편 출품, 역대 최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부문에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작품이 출품됐다고 합니다.
2021년 11월24일부터 올해 2월3일까지 72일 동안 진행한 한국영화 공모에 총 1330편이 접수됐다고 하는데 이는 역대 최다 출품 편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을 소개하는 '한국경쟁'과 다양한 장르의 국내 단편영화를 선보이는 '한국단편경쟁', 그리고 전북 지역에서 제작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공모' 등 세 분야에서 한국영화 공모를 진행했고, 공모 결과 각각 한국경쟁은 124편, 한국단편경쟁은 1169편, 지역공모는 37편이 접수됐다고 합니다.어려운 시기에도 출품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내 영화인들이 코로나 팬데믹의 거리두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영화 촬영 방법과 대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편 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 공모를 마감하며, 전주국제영화제는 접수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예심을 진행하여, 본선 진출작을 차례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올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전라북도 전주시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라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3. 배우 조현철과 천우희, 단편영화에서 만나다
2021년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서 인상적이었던 배우 조현철이 단편 영화 <부스럭>을 연출한다고 합니다. 단편 영화 <부스럭>은 배우 조현철이 연출과 주연을 맡고, 천우희가 출연하여 이 두 배우의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소식인데요.
영화 <부스럭>은 커플이었던 현철과 미진이 헤어진 후, 그들의 이별 사유를 파헤치고자 직접 나선 세영이 겪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전해집니다.
배우 조현철의 연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이미 대학시절 연출을 전공하며 단편 영화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구축해온 내공있는 연출자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젊은 배우로 평가받는 조현철과 천우희의 연기 호흡을 보여줄 단편 영화 <부스럭>은 오는 4월 티빙 오리지널 <전체관람가+: 숏버스터>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4. 이번 주 (2월 16일~2월 20일) 영화계 이벤트 &굿즈 증정 일정
2월 16일(수)
2월 17일(목)
2월 18일(금)
2월 19일(토)
2월 20일(일)
2월의 셋째 주 영화계 소식과 이벤트(굿즈) 소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소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
-
-
- 넷플릭스 <수리남> 티저 예고편
"누가 진짜인가" 여기, 믿을 수 있는 자는 없다. 목숨을 건 생사의 비즈니스가 시작되는 곳. 《수리남》 9월 9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공작》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하정우X황정민X박해수X조우진X유연석X특별출연 장첸 그리고 당신이 믿지 못할 '실제로 있었던 거짓말'까지.
-
- 영화 <외계+인 2부> 메인 예고편
새해를 열 강력한 클라이맥스가 온다! [외계+인] 2부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