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25 17:18:38
2025 재팬무비페스티벌 ATG 특별전 개최 및 라인업 공개
10주년을 맞은 재팬무비페스티벌!

2015년 '이와이 슌지 감독전’으로 시작된 재팬무비페스티벌이 올해 10주년을 맞아 '반항과 혁신: 1960-80년대 ATG 특별전’으로 돌아왔습니다.
1961년에 설립된 ATG(Art Theatre Guild)는 일본 영화사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제작·배급사로,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관통했던 일본에서 기존 상업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험적인 작품들을 과감히 지원하며 일본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고도성장기 일본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내재된 모습,
세대 간의 갈등을 예리하게 포착해 동시대 일본의 자화상을 담아낸 대표작 6편을 상영하며,
3월 15일부터 3월 23일까지 아트나인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과감한 실험정신과 미학적 도전을 시도하며 일본 뉴웨이브의 정수를 보여주는
ATG의 대표작들을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image | article @artninecinema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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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 이후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는<파묘> .
<검은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하며 한국 오컬트계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요. 이도현과 김고은의 파격 변신으로 벌써부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파묘>!
이번주 개봉예정작 함께해보아요.
파묘
Exhuma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공포 | 한국 | 134분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개봉: 2024.02.22.
배급: ㈜쇼박스
시놉시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과 ‘봉길’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이 합류한다.‘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CINE PICK!
베를린 영화제 공개 이후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파묘>. 이도현의 첫 상업영화 출연작, 최민식이 출연하는 첫 오컬트 영화로 예고편 공개 직후부터 각 배우들의 파격 변신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사전 예매가 벌써 11만 명을 넘어서며 설날의 침체된 한국 영화관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 네이버영화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33분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폴 지아마티, 더바인 조이 랜돌프, 도바닉 세사
개봉: 2024.02.21.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함께 있지만 그들은 언제나 혼자였다 1970년 바튼 아카데미,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두가 떠난 텅빈 학교에는 세 사람이 남게 된다. 고집불통 역사 선생님 ‘폴’, 문제아 ‘털리’ 그리고 주방장 ‘메리’ 이들은 원치 않았던 동고동락을 시작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순간,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특별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CINE PICK!
할리우드의 명품 조연 ‘폴 지아마티’가 <바튼 아카데미>의 주연을 맡으며 세계 유수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리게 된 작품으로 외로움과 대한 가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 영화입니다.
윌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
Wallace & Gromit The Classic Collection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영국 | 89분
감독: 닉 파크
출연: -
개봉: 2024.02.21.
배급: 주식회사 에이컴즈, CGV ICECON
시놉시스
천재 발명가라기엔 2% 부족한 주인 월레스 그의 동반자 천재 반려견 그로밋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 수상한 손님들이 나타났다!? 치즈를 구하러 달나라로 ‘화려한 외출’을 떠난 어느 하루와 비밀을 숨긴 하숙생과 펼치는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으로 인한 그로밋의 수난시대까지!
CINE PICK!
영국의 단편 클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윌레스와 그로밋>은 영국 문화의 아이콘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인데요. 영화는 ‘화려한 외출’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등의 단편들과 국내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특별 에피소드까지 포함하여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
Sound of Freedom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미국 | 131분
감독: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드
출연: 제임스 카비젤
개봉: 2024.02.21.
배급: (주)NEW
시놉시스
아동 성범죄자를 추적하는 정부 요원 ‘팀 밸러드’. 288명의 범죄자를 체포한 에이스 요원이지만, 정작 피해 아동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거대 인신매매 조직에 잠입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는데…
CINE PICK!
작년 미국에서 개봉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한 흥행작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인신매매 구출작전을 펼친다는 미국 비영리단체의 인물 중 하나인 팀 발라드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제작비의 10배나 되는 흥행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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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결말을 찾기 위한 정글 어드벤처
로스트 시티 (The Lost City, 2022)
“이야기의 결말을 찾기 위한 정글 어드벤처”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 액션, 코미디, 멜로/로맨스, 모험
러닝타임 : 111분
감독 : 애덤 니, 아론 니
출연 :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다니엘 래드클리프, 브래드 피트
개인적인 평점 : 3/5
쿠키영상 : 1개 (엔딩 크레딧 초반)
로스트 시티 줄거리
전설의 트레저를 차지하기 위해 재벌 페어팩스(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유일한 단서를 알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로레타(산드라 블록)를 납치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비지니스 관계로 사라진 그녀를 찾아야만 하는 책 커버모델 앨런(채닝 테이텀)은 의문의 파트너(브래드 피트)와 함께 위험한 섬에서 그녀를 구하고 무사히 탈출해야만 하는데… 적과 자연의 위험이 도사리는 일촉즉발 화산섬 대환장 케미의 그들이 생존하여 섬을 탈출할 수 있을까?
의자에 묶인 반짝이 우주복을 입은 산드라 블록과 열심히 수레를 미는 채닝 테이텀, 이들 뒤로 터지는 불꽃과 광기 어린 눈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그 옆으로 보이는 브래드 피트. 이 포스터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아 이건 재밌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 영화 <로스트 시티>
남편의 부재 후 일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린 베스트셀러 작가 ‘로레타’와 책의 커버모델 ‘앨런’은 억지로 마무리 지은 모험 소설을 홍보하기 위해 북투어를 시작한다. 전설의 보물을 찾기 위해 눈이 돌아있던 재벌 ‘페어팩스’는 새로 나온 로레타의 소설에서 자신이 찾고 있던 보물의 단서를 발견하고 로레타를 납치해 섬으로 데려간다. 앨런은 로레타를 구하기 위해 의문의 파트너와 함께 섬으로 향하고, 두 사람은 페어팩스와 부하들의 손을 피해 섬을 탈출하기 위한 여정을 벌인다.
잃어버린 보물과 결말을 찾아서
<로스트 시티>의 주인공 로레타와 앨런은 목표를 찾아 달리다 나도 모르는 새 옆길로 빠져버린다. 그나마 앨런은 고민을 거쳐 지금 자신이 걷고 있는 길도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알고 열심히 커버 모델 일을 하지만, 로레타는 의무감에 밀려 억지로 소설을 마무리짓는다. 소설에 대한 작은 애정도 남지 않은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소설은 당연하게도 매가리가 없다. 무기력증에 빠진 로레타는 페어팩스의 손에 끌려온 섬에서 자신의 소설과 똑같은 전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고, 새로운 결말을 찾기 위해 페어팩스의 단서에 손을 댄다.
이 모험은 페어팩스가 말한 고대의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로레타가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모험 소설의 진짜 결말과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모험인 온갖 위험과 고난이 도사리고 있지만 두 사람은 함께 고난을 거치며 달달한 결말을 찾아간다.
아쉬웠던 정글 어드벤처
정글 어드벤처, 보물 찾기라는 컨셉을 보면 최근에 개봉했던 <언차티드>가 생각나기도 하고, 작년에 개봉했던 <정글 크루즈>가 생각나기도 한다. 보물 찾기는 <언차티드>와 모험 중에 피어나는 두 사람의 사랑은 <정글 크루즈>와 닮았다. 두 작품을 적절하게 섞은 듯,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로스트 시티>는 소재가 보장하는 기본 재미는 챙겼으나, 훌륭한 배우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운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제일 기대했던 캐릭터는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악역 페어팩스와 브래드 피트의 파트너 역할이었는데 페어팩스의 매력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고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의문의 파트너는 너~무 매력적이어서 오히려 그가 빠지는 순간 분위기가 팍 식어버리는 느낌이었달까.
주연을 맡은 산드라 블록은 여전히 아름답고, 채닝 테이텀은 푼수 같은 커버 모델 앨런을 귀엽게 소화했지만 이 캐릭터들만으론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영화의 자막이다. 물론 번역이라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걸 알지만, 가끔은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는 애매한 줄임말 같은것들이 등장하는데, 그런 단어들 때문에 당장 웃음이 나야 할 장면에 웃음이 아닌 “이게 뭐야?”하는 말이 먼저 나왔다.
가볍게 보긴 좋지만, 꼭 극장에서 볼 이유는…
매력이 넘치는 배우들과 그들의 환장하는 케미를 중점으로 밀고 나가는 이 영화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ㅎㅎ..ㅎ” 이상의 큰 웃음을 유발하기엔 모자란 느낌이 있다. 그래도 초중반부까지는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재미가 있는데 중반부 이상을 넘어가면 어느 순간 결말이 그려지게 된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끝까지 본건 오로지 배우들과 분위기 덕분이었다. 가볍고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영화라서 정말 머리를 비우고,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으면서 관람했다.
비중이 많진 않았지만 영롱한 눈에 광기를 가득 담은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느끼한 캐릭터지만 묘하게 매력적이고 너무 잘생겨서 계속 쳐다보게되는 브래드 피트의 캐릭터만 봐도 한 번쯤은 아무 생각 없이 감상할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다만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일까? 묻는다면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 잠시 등장하는 잃어버린 도시 외엔 큰 볼거리가 없기도 하고, 압도적인 음향/음악…이라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관객들의 눈도 높아지고, 영화 관람료가 너무 비싸져서… 이벤트나 할인 가격이 아닌 이상 정가 15,000원을 전부 다 내고 본다면, 관람료가 아깝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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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현실적인 디스토피아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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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은 서기 2027년을 배경으로 한다. 지금이 2022년이니, <칠드런 오브 맨>의 세계가 구현된다면 바로 지금이다. 출생자가 없으니 살아있는 자들이 다 죽으면 인류가 멸망하는 세상. 영화가 개봉되었던 2006년에는 픽션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반쯤은 논픽션이다.
<칠드런 오브 맨>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다니스 고렛 감독의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는 2043년이 배경이다. 20년 뒤에는 이 영화를 두고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라고 말하게 될까. 하지만 이 영화는 지금도 충분히 현실적이다.
제국주의 메타포
거대 독재국가 '에머슨'은 4살 이상의 아이들을 모두 아카데미로 보낸다. 이름은 아카데미이지만 사실상 군대라고 볼 수 있다. 에머슨은 전쟁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국가를 세우고자 하는데, 살상무기가 바로 아이들인 것. 한 번 아이들을 아카데미로 빼앗기면 다시는 볼 수 없다. 그러니까 아이를 국가에 헌납하는 것이다. 그 국가가 조국도 아니다. 원래 살던 땅을 점령한 침략자이자 식민지 통치자들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지금, 이 영화는 오히려 현실보다 덜 비극적여 보인다. "하나의 나라, 하나의 언어, 하나의 국기"를 표방하는 에머슨의 구호는 낯설지 않다. 러시아뿐인가. 중국 역시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고 있다. 영화는 마치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던 1492년처럼 구현된다. 흰 피부와 최첨단 무기를 가진 사람들이 토착민들이 살고 있는 땅을 빼앗고 그들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에머슨은 식민지의 사람들에게 드론으로 식량을 배급한다.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들은 드론이 떨어뜨리는 식량들로 연명하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죽어간다. 식량에 바이러스를 심은 것. 우리는 침략자들이 가지고 온 균 때문에 토착민들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갔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웠다.
디스토피아의 종말론적 세계관이라기 보다는 과거의 재현에 가깝다. 실제로 토착민의 피가 흐르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였을지도 모르겠다. 연출을 맡은 타이카 와이티티 역시 뉴질랜드 토착민을 조상으로 둔다.
우리나라의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기간과도 거의 유사하다. 일제의 대동아공영론이나 가상 국가인 에머슨의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언어를 말살하고 땅과 민족성을 빼앗는 것. 일제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통치 방식은 비슷비슷하다.
요컨대 이 영화에서 표현하는 디스토피아는 새로운 것(외계인, 로봇 등)의 등장이라기 보다는 이미 존재했던 제국주의적 학살의 재현이다.
구원자 서사
영화는 내래이션으로 시작된다. 명상을 하면서 거대한 모기떼와 북쪽에서 구원자가 찾아오는 것을 보았다는. 니스카와 그의 딸 와시즈는 에머슨의 눈을 피해 숲속에 산다. 무려 11년이나 에머슨을 따돌렸다. 먹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 사냥을 해야 하는데 와시즈는 새에게 말을 건다. 그의 말을 알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새는 날아 가버리고,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어야 하는데다 설상가상 와시즈의 다리가 덫에 걸린다.
어쩔 수 없이 황폐화된 도시로 돌아간 모녀. 약을 구하고 싶지만 보건소에 가면 당연히 와시즈가 끌려갈 테고, 속수무책으로 친구의 집에 숨는다. 친구의 아들은 에머슨에 끌려가 군인이 되었다. 덫에 걸린 상처는 점점 깊어지고 열까지 끓어오르는 와시즈를 구하기 위해 니스카는 스스로 아이를 에머슨에 보낸다.
이렇게 되면 관객들이 예상할 수 있듯 영화는 '엄마의 딸 구하기' 양상으로 접어든다. 시장에서 말린 과일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니스카에게 접근한 남자는 같이 에머슨으로 가자고 제안하고, 또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에 의해 크리족의 본거지로 가게 된다. 전개가 다소 갑작스럽고 불친절하다.
크리족은 공동체사회를 이루어 사는 토착민이다. 그들의 모습은 인디언과 비슷하다. 그들은 니스카가 북쪽에서 온 크리족이라는 걸 알고는, 그가 자신들의 구원자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영화 초반에 나온 내래이션은 크리족의 예언인 것.
니스카가 할 일은 크리족 아이들을 데리고 빅스톤이라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주면 딸 와시즈를 에머슨으로부터 구해주겠다는 딜. 알고 보니 크리족들도 아이들을 숨겨두었고, 그 아이들을 안전지대로 데리고 가야 했다. 그 역할을 할 사람이 니스카라는데, 한 부족의 운명을 맡길 사람을 너무 검증없이 믿어버리는 건 아닌가 싶다.
에머슨의 이간질로 딸은 엄마가 자기를 버린 줄 알고 있다. 이간질과 세뇌는 상대편을 우리편으로 끌고 오기에 너무 좋은 수단이다. 상대가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클수록 효과도 커진다. 아무튼 와시즈는 와시즈대로, 크리족은 크리족대로, 니스카는 니스카대로 난관에 봉착한다.
거대한 국가주의와 힘없는 가족주의의 싸움에서는 필연적으로 소집단이 패하게 된다. 그때 소집단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구원자 신화이다. 영화는 힘없는 토착민들에게 구원자를 내려줌으로써 그들을 구하고자 한다. 니스카가 이들을 구하게 될까, 와시즈를 구하게 될까, 혹은 크리족이 이 모녀를 구하게 될까.
디스토피아는 왜 비슷한 모습일까?
타이카 와이티티의 (아직까지는) 대표작인 <토르-라그나로크>의 환상적인 영상과 <조조 래빗>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면, <나이트 레이더스>에서는 와이티티가 왜 자신만의 디스토피아를 구현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 기대했던 포인트가 와이티티의 연출이었는데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왜 모든 디스토피아는 회색일까.
눈이 내려 컴컴한 숲, 에머슨 시민권을 얻지 못한 자들이 사는 곳, 그들의 옷, 골목 등 모든 것이 회색이다. 디스토피아들이 대부분 회색으로 표현되는 것처첨,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지난 디스토피아 영화들의 답습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과하게 화려하고 발랄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 회색 디스토피아는 너무 많다.
요즘 2시간 반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영화가 주를 이루는데, <나이트 레이더스>는 러닝타임 101분이라는 대단한 미덕이 있다. 러닝타임이 짧은 탓인지 전개가 갑작스럽거나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꽤 있었다. 세계관의 구현도 다소 아쉬웠다. 다른 디스토피아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변별점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은. 그러나 아직 작품수가 많지 않은 감독이고, 첫 장편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나이트 레이더스>의 속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감독이 세계를 그리고 인식하는 방식이 좋다. 거대한 힘이 휘두르는 폭력 앞에 우리 모두는 패전국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힘이란 군사력뿐만 아니라 자본력도 포함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러시아가 있고, 신장 위구르 지역 및 기타 소수민족을 핍박하는 중국이 있다. 그뿐이겠는가. 우리나라 내에서도 폭력은 끝없이 자행된다.
<나이트 레이더스>에서 세상이 디스토피아가 된 원인은 외계인도,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도, 어떤 특별한 힘도 아닌 그냥 못되고 이기적인 인간들이다.
그럼에도 폭력에 굴하지 않는, 서로를 구원하려는 인간이 있는 한 이 세상이 쉽게 디스토피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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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 이야기를 하면서도 영화 제목에 대해서 한번 언급했는데, 나이트 레이더스... 나는 처음에 '밤의 전파'인가? 했다. 알고 보니 Rader가 아니라 Raider이니 '야간 침입자'인가... 알고 보지도 못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와도 사실 어느 쪽이 레이더스인지 모르겠다.
에머슨처럼 전 세계가 하나의 언어를 쓰는 것도 아닌데... 알고 보면... <나이트 레이더스>의 디스토피아는 이미 진행 중인 게 아닐까?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한 후 남기는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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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애니메이션
아이와 시사회에 가는 날이다. 아이와 처음 가는 시사회에서 볼 영화는 <캐리와 슈퍼콜라>라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유튜브 채널 캐리TV에 등장하는 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전날 아이에게 이야기했을 때, 아이는 시사회가 무엇인지 내게 되물었다. 새로운 영화를 좀 더 빨리 볼 수 있는 행사이고 아빠가 시사회에 신청해서 당첨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신나 했다. 유튜브에서 가끔씩 보던 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라니, 아이는 무척 기대했다.
수많은 시사회에 참석했지만 아이와 함께 가는 시사회는 처음이었다. 영화에는 캐리와 그의 장난감 강아지 인형 콜라가 등장한다. 외계에서 악당에게 쫓기던 마스터가 우연히 콜라 인형을 발견하고 그곳에 숨는다. 그리고 그 인형 안에서 움직이며 자신의 초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캐리와 만난 마스터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즐겁게 흘러간다. 극장에 들어가 팝콘을 먹던 아이는 캐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온 신경을 화면으로 모은다. 그리고 어떤 때는 나를 향해 소리를 치기도 한다. “아빠 어떡해? 위험해!”
내가 어린 시절에는 시사회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영화 마케팅이라는 것도 방법이 한정되어 있었으니 개봉 전 선 상영이라는 것도 흔치 않았다. 극장에 표를 사서 본 영화들은 기억에 있지만 그때 옆에서 같이 영화를 봐주던 어머니의 반응은 별로 기억에 없다. 지금 나의 아이도 나의 반응은 그렇게 중요하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은 내 머릿속에, 내 마음속에 기억될 것이다. 오래도록.
영화는 어른이 보기에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무척 재미있는 모험활극이 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캐리와 친구들이 나오고 초능력을 쓰는 외계인이 강아지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시선을 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 같이 춤추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캐리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어떤 아이들은 춤을 추고 따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을 화면을 보다 밖으로 나오며 아이에게 물었다.
“재미있었어?”
“엄청 재미있었어!!”
아이에게는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였던 것 같다. 추석 때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서 편하게 보기에 좋은 영화다. 아이들과 같이 놀라고 웃고 춤추다 보면 어느덧 악당을 무찌른 캐리와 춤을 추는 아이를 만나게 될 것 같다.
아이와의 첫 시사회. 매번 혼자 극장을 찾고 있는 나에게는 무척 소중한 기억이다. 아마도 이 순간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저장되어 필요한 순간에 재생될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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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0년을 기다려 깨달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약간 스포 있음)
세상 모든 이야기를 연구하는 서사학자 알리테아가 한 고물상에서 우연히 구매한 유리병을 통해 정령 지니를 깨운다. 지니는 알리테아에게 단 세 번. 마음속 가장 깊은 곳, 가장 오랫동안 바라온 소원을 말하면 자신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알리테아는 '소원에 관한 이야기는 경고가 담겨 있다'라며 그에게 소원 빌기를 거부하는데........ 지니는 무슨 사연으로 그 병에 갇혀 있었으며 알리테아는 무슨 소원으로 지니를 구원할까?
1. 내용은 많지만 어딘가 빈약한 스토리 라인
이 영화의 장점은 옛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그려낸 미술에 있다. 전설 속 시바 여왕의 이야기부터 페르시아의 왕가의 생활상, 제피르의 발명품 등 흥미를 자극하는 신비로운 배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영화의 ost도 정말 좋아서 다시 듣고 있다.또한 이 영화에는 '알라딘'처럼 지니가 등장하는데 이번엔 램프가 아닌 유리병 안에 들어가 있다는 차이점도 재미있다.
여기서 지니는 정령으로서 등장하는데 알리테아는 정령은 실제로 있다고 믿고 있기에 지니가 등장했을 때 그는 지니의 천일야화에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흥미로운 세 가지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알리테아는 지니에게 어떤 소원을 빌게 될지 관심이 집중됐는데 이게 왠걸 알리테아의 소원이 드러나는 순간 이 영화의 대한 기대가 하락한다. 이 때부터 갑자기 지니와 알리테아의 로맨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알리테아는 지니의 이야기를 잘 듣다가 뜬금없이 지니에게 사랑 고백을 해 당황스럽기만 했다. 알리테아의 소원은 '나를 사랑해달라'라는 것이었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녀가 사랑을 느꼈는지도 아이러니했다. 심지어 내 옆에 있던 어떤 관객 분이 '엥?' 하시는 소리를 듣기까지 했으니 이 의아함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겠거니 했다. 이후 두 캐릭터가 연인이 되면서 이야기의 국면이 전환된다. 고백씬이 뜬금없어서였는지 뒤이어 등장하는 연인으로서의 알리테아와 지니의 일상 장면에서도 이들의 사랑에 감정 이입하기가 힘들었다.
2. 사랑은 도구가 아니라 목적일 때 성공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영화가 말하는 바가 무엇이었을까 예상해본다면 '인생에서 사랑은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라는 것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던 듯하다. 그래야 상대를 자신의 열등함을 채우는 데 쓰지 않고 온전히 상대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니가 유리병 속에 3번이나 갇혀 있었던 이유는 소원을 들어주는 정령 이상의 존재가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바 여왕에게는 유일무이한 사랑이 되고 싶어 시바 여왕과 솔로몬 왕의 사랑을 방해하기도 하고 한 번은 죽을 운명이었던 한 페르시아의 시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인간사에 개입한다. 또한 가장 사랑했던 여인 제피르를 떠나지 않기 위해 마지막 소원을 말하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하지만 지니를 가두었던 세 여자들 모두 궁극적으로 지니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니의 사랑은 그들의 갈망을 이뤄주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였고 그들의 목적은 지니를 사랑하는 일이 아니었다. 세 여자들은 지니를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도구로서 사용했을 뿐 목적이 아니었기에 관계 속에서 을일 수밖에 없었던 지니는 항상 관계에서 패배해 유리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지니는 소원을 통해 남을 구원해 주는 것으로 자신의 저주를 풀 수 있던 것이 아니었다. 온전히 그를 사랑하겠으니 나를 사랑해달라는 직접적인 고백만이 그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소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를 온전히 사랑해줄 수 있는 존재는 사랑 빼고 모든 것을 이룬 알리테아 뿐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 외롭다는 것 빼고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던 그녀였기에 지니를 더이상 도구로써 사랑하지 않을 것이니 서로의 이해 관계가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3.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
사람들은 상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점들을 상대에게서 찾으며 상대를 괴롭히기도 한다. 하지만 '3000년의 기다림'은 이런 사람들이 찔릴 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의 부족함을 상대에게 채워달라고 징징대지 않고 그저 온전히 나일 수 있을 때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는 것이다.결국 알리테아와 지니가 나눈 길고 긴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인생을 통제하지 않고 그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사랑이 하고 싶다면 상대부터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서 일어서고 자립할 것, 그것부터가 사랑의 시작이다.
영화의 전개가 급작스러운 면이 있어 관객마다 해석이 다를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리뷰도 찾아보려고 한다. 왠지 내가 놓친 영화의 메타포가 있을 것 같고 정령인 지니가 전자파로 이뤄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시기를 바란다.
* 해당 영화의 시사회는 씨네 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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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 괴인은 없다
영화 <괴인> 시사회장에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재미로 사는 산만 한 덩치의 분홍색 곰돌이 '벨리곰'이 깜짝 등장했습니다. '벨리곰'을 만든 제작자가 바로 영화 <괴인>을 만든 프로듀서라고 하는데요. 정현중 프로듀서는 <괴인>의 이정홍 감독이 '벨리곰'을 디자인한 장본인이고, '벨리곰'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한 작품이 바로 <괴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없이 귀여운 분홍색 곰돌이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남자의 조합이라, 참으로 기이했습니다. 동시에 묘한 기대감이 차올랐습니다. '이 영화'와 '저 곰'을 만든 사람이 같다는 것만으로 "당신도 나처럼 이상하잖아요"라는 포스터 속 카피가 단번에 이해되어 버렸달까요? 무대인사에서부터 이상하고 알 수 없는 기운이 폴폴 풍겼던 영화 <괴인>을 관람했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괴인>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괴인>은 2023년 11월 8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괴인
a Wild Roomer
<괴인>은 어느 날 자동차 지붕이 찌그러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홍'과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블랙박스를 돌려 보다가 누군가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바람에 차가 망가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기홍'은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집주인 '정환'과 함께 범인 찾기에 나섭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괴인>이 사소한 일에서 촉발된 거대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추리극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찌그러진 자동차 지붕에서 시작한 영화는 '기홍'의 하루하루를 천천히 뒤쫓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세 들어 사는 '정환'과 '현정' 부부의 집은 주된 배경이 되고, '정환'과 '현정' 역시 주요한 주변 인물이 되죠. 영화는 '기홍'을 멀찌감치에서 관찰하다가도 일순간 내밀한 심정을 들추어내기를 반복하며 '기홍'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그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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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주 무대인 '정환'과 '현정'의 집은 분리와 연결을 테마로 하는 디귿(ㄷ) 형태의 공간입니다. 현관문은 두 개로 나뉘어 있으나, 실은 하나로 연결된 집이죠. 그들의 집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구조적 특징을 가졌습니다. 분리와 연결은 정반대의 단어입니다. 즉,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모순인 셈입니다. 하지만 '정환'과 '현정'의 집은 그렇게 지어졌고, 실은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정합되는 것 없이 늘 어긋나곤 하죠. 그리고 <괴인>은 이러한 삶의 모습을 '기홍'과 주변 캐릭터들을 통해 묘사합니다.
주인공 '기홍'은 가장 많은 모순이 드러나는 인물입니다. 그는 동료들에겐 무례하고, 집주인에겐 예의가 바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주체적으로 일하는 목수가 되었지만, 늘 누군가의 의뢰 없이는 돈을 벌지 못하는 의존적인 상황에 처합니다. 돈 많고 젊은 집주인 부부가 불편하면서도 술자리, 범인 찾기, 취미 생활 등 사사로운 일들을 자주 함께합니다. 남의 가게에서 잠을 청하다가 자신의 차를 망가뜨린 '하나'가 이해되지 않지만, 결국 거처를 잃은 그녀가 마음에 쓰입니다. 한 번 꼬셔보려는 여자들은 죄다 싫은 티를 팍팍 내는데, 꼬실 여자 후보에도 없었던 '현정'과는 미묘한 사이가 됩니다. 이러한 어긋남은 다른 캐릭터들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세상만사 관심 없다는 느긋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기홍'에게 관심이 많아도 너무 많은 '정환', 남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좋은 아내가 되겠다는 '현정', 차를 망가뜨리고 도망간 홈리스이면서 누구보다 빚지기를 싫어하는 '하나'까지. 모두 모순 투성이입니다.
정리해 보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괴상합니다. 그런데 괴상하다는 것은 '보통과 다르게 이상한 것'을 말하지요. 따라서 모든 인물이 괴상한 것은 모순입니다. 모든 인물이 괴상하다는 것은 그것이 곧 보통이라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괴상하다는 것은 모순적이게도 평범하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이 영화 속에는 단 한 명의 괴인도 없습니다. 오직 범인들 뿐이죠.
실제로 영화를 보다 보면 낯설게 느껴졌던 모든 괴인들이 낯설지 않아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모순적인 면면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고, 어긋남의 순간은 어느 삶에나 생깁니다. 모든 인간은 매 순간 조금씩 죽어가고 있음에도 이를 '살아간다'라고 표현한다는 면에서 인간의 삶 자체가 모순 덩어리입니다. 살아가는 중이기도, 죽어가는 중이기도 한 우리는 모순이라는 평범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괴상하게 살아갑니다. 인생이 따뜻하면서도 씁쓸하고,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것은 삶이 이런 어긋남들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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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뼈대가 엉성하면 아무리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해도 좋은 작품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중요한 철근 몇 개를 빼고 영화의 뼈대를 세웠는데도 배우의 인지도라는 콘크리트가 영화 전체를 지탱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무명 배우가 연기했더라도 이 영화는 이렇게 알려졌을까?' 이처럼 이름난 배우의 후광은 특별한 점 하나 없는 영화에 매력을 더해주곤 합니다. 그 말인즉슨 영화가 매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려면 배우의 후광을 없애보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죠.
<괴인>은 배우의 후광을 모조리 제거한 작품입니다. 먼 훗 날, 톱스타가 된 어느 배우의 과거 작품으로 <괴인>이 매체에 오르내릴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괴인>에서 열연한 배우들은 모두 연기 경험이 없는 비전문 배우이기 때문이죠. '기홍' 역의 박기홍 님은 이정홍 감독의 30년 지기 친구이자 실제 목수이고, '정환' 역의 안주민 님은 이탈리안 셰프입니다. 이렇듯 아는 배우가 전혀 나오지 않다 보니 영화 전반부에는 이 작품이 심지어 다큐멘터리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괴인>은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흡인력과 매력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이 낯선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완전히 극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연기를 이만큼 하는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감독과 제작진이 꽤나 고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흠씬 들었습니다만, 그보다도 영화의 매력인 '보여주기'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 더 많이 느껴졌습니다. 장면장면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거친 흐름의 영화인데도 모든 장면의 색감, 구도, 심도 등을 섬세하게 연출하려는 열정이 느껴졌죠. 특히 프레임 인 프레임 구성으로 집중력을 확 끌어올렸던 인트로 장면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영화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유명 배우라는 치트키를 쓰지 않은 것, 이마저도 어떠한 종류의 모순으로 보인다면 제가 영화에 너무 깊이 빠져버린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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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립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하나의 영화 안에서 선보인 <괴인>이 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해준... '벨리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삶의 복잡다단함을 담아낸 <괴인>의 탄생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단순한 재미로 사는 '벨리곰'에게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사실마저 모순적이네요.
Summary
운전을 하던 목수 ‘기홍’은 자신의 차 지붕이 찌그러진 걸 우연히 발견한다. 공사 중인 학원 앞에 세워 둔 차 위로 누군가 뛰어내린 사실을 알게 된 ‘기홍’은 범인을 찾자는 집주인 ‘정환’의 부추김에 늦은 밤 학원으로 향하고, 신원 미상의 인물이 창밖으로 도망치는 것을 목격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이정홍
출연: 박기홍, 안주민, 전길, 이기쁨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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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넷플릭스 10개국 1위 전세계를 휩쓴 영화 길복순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길복순 넷플릭스에서 바로 시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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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드게임 시간여행의 종지부를 찍어준 로키! 인피니티 스톤을 돌덩이로 만드는 절대적 힘, TVA (스포주의)
#로키드라마 #로키1화 #TVA
2021. 06. 10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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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로키 1화 보고 왔지?
00:45 진정한 힘, TVA&타임키퍼
03:11 드디어 풀린 시간여행
04:55 무용지물 스톤들
06:07 가장 임펙트 있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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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3차 예고편 - 현실 편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 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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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특송> 메인 예고편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
어쩌다 맡게 된 발송 불가 수하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까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