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025-03-04 12:36:54
케빈의 에바에 대하여
<케빈에 대하여>(2012)
토마토 축제 속 행복해 보이는 표정과 대비되는 대사. 토마토와 글씨, 빛 모두 마치 피를 상징하는 듯 에바의 표정은 점차 무표정으로 변화하며 빨간색으로 가라앉는 모습부터 누군가가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데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마저 감수한 듯한 모습까지. 에바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빨간색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이 시선 때문에, 에바 스스로가 옭아맨 족쇄 때문에. 이 영화는 어쩌면 케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에바, 즉 케빈의 앞에서 엄마의 '연기'를 시작하게 된 에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케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케빈을 통해 에바를 보여줘야 했기에.
괴성을 지르며 시끄럽게 울던 갓난아이인 케빈을 아이의 울음소리가 먹힐 정도로 시끄러운 공사장 근처까지 데려가는 순간 마치 해방한 듯 평온해진, 혹은 처연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에바의 모습에서 흔히들 말하는 '정상적인' 모성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에바와 케빈 둘 중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관계이지만 결국 에바에게 모성애는 생겨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어긋난 모자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케빈은 마치 에바에게 복수하듯 에바의 신경을 긁어놓고 화를 돋우는 행동들을 한다. 이러한 케빈의 행동은 자신의 엄마인 에바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아챘고 이 잔인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자기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는 게 당연한 아이가 되는 결정을 내렸던 것 아니었을까. 언제 자신을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혹여나 에바가 자신을 버리게 된다면, 케빈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상황을 이해할 만한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 상황을 당연하다고 합리화할 만한. 그렇다면 과연 '정상적인' 모성애는 무엇이란 말인가. 어디까지가 정상적이고, 또 어디까지가 비정상적일까. 그에 대한 기준은 누가 만들어내는 것이고, 우리는 '정상적'인 기준에서 에바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당연한가?
우리는 ‘엄마’라는 단어가 가지는 힘을,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정상적인’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의 어떤 행동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케빈을 괴물로 만든 것은 결국 에바인 건가? 에바는 영원히 아들이 저지른 죄를 마치 자신이 저지를 죄처럼 속죄하며 죄책감에 살아야 하는 것인가, 단지 엄마라는 이유로? 에바는 엄마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에바는 흔히들 말하는 ‘좋은 엄마’가 되는 것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바’의 인생은 실패한 것인가? 에바의 입장에서 케빈이라는 아이를 낳는 순간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아꼈으며 케빈을 낳기 전의 에바만의 인생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실패가 아닌 강제적인 소멸에 가깝다.
서로가 서로를 원하지 않았던 관계 속에서 에바는 케빈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몰랐고, 케빈은 에바에게 어떻게 사랑받아야 할지 몰랐다. 사건이 일어나고 2년이 지난 후, 에바는 케빈에게 묻는다. 이제는 말해달라고, 왜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갔는지. 케빈은 대답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복수라는 단어의 탈을 쓴 채 했던 행동들은 전부 엄마에게 진정한 사랑을 원했기 때문에 했던 것이라고. 그것이 뒤틀린 사랑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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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는 극장에서 개봉하는 기대작이 많지 않은데요.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마블 '닥터스트레인지'의 두 번째 이야기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하기 때문이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신기하게도 대부분 5월 4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5월 4일은 매우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5월 첫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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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26분
감독: 샘 레이미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등
개봉: 2022.05.04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가 열리며
오랜 동료들, 그리고 차원을 넘어 들어온 새로운 존재들을 맞닥뜨리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 속, 그는 예상치 못한 극한의 적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데….관전 포인트
끝없이 펼쳐지는 차원의 균열과 뒤엉킨 시공간을 그린 스릴러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이번 영화는 독보적인 연출력과 뛰어난 영상미로 선보이는 샘 레이미 감독이 합류해 더욱더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멀티버스 소재인만큼 깜짝 카메오가 등장할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에 벌써 예매율이 88.3%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배드 가이즈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0분
감독: 피에르 페리펠
출연: 샘 록웰, 마크 마론, 크레이그 로빈슨 등
개봉: 2022.05.04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작전 설계부터 금고 해제, 해킹, 액션, 위장까지
완벽한 팀플레이를 펼치는 자타공인 최고의 나쁜 녀석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체포된다.
하지만 그들도 착해질 수 있다는 ‘마멀레이드 박사’의 주장으로
나쁜 녀석들은 바른 생활 갓생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이들은 다시 한번 자유의 몸을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바른 생활에 도전하게 되는데…관전 포인트
영화 <배드 가이즈>는 자타공인 나쁜 녀석들이 사상 초유의 바른 생활 프로젝트에 휘말리케 되면서
펼쳐지는 드림웍스 최초의 범죄오락액션 영화입니다. 북미에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고,
한국에서 진행한 시사회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인 작품입니다.
우연과 상상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21분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후루카와 코토네, 현리, 나카지마 아유무 등
개봉: 2022.05.04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메이코’는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친구에게 새로운 연애 상대 이야기를 듣는다.
여대생 ‘나오’는 교수 앞에서 그가 쓴 소설의 일부를 낭독한다.
20년 만에 고향을 찾은 ‘나츠코’는 그토록 만나고 싶던 동창생과 재회하는데...관전 포인트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인 <우연과 상상>.
<우연과 상상>은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우연과 상상을 키워드로 펼쳐진 각기 다른 세 편의 이야기는 때로는 발칙하기도 하고,
때로는 관객들을 애틋하게까지 만든다.
스프링 블라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77분
감독: 수잔 랭동
출연: 수잔 랭동, 아르노 발로아 등
개봉: 2022.05.04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반복되는 일상에 싫증이 난 수잔은 극장 앞에서 연극배우 라파엘을 만난다.
함께 음악을 듣고 산책을 하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
모든 것이 따분했던 수잔에게 설렘과 함께 첫 번째 봄이 찾아오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수잔 랭동 감독은 15살부터 각본을 쓰기 시작했고, 20살에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영화는 제73회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었고, 이후에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었습니다.
자신의 삶의 단면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선보여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OTT 공개 예정작
안나라수마나라
ⓒ Netflix
개요: 드라마 | 한국 | 6부작
연출: 김성윤
출연: 지창욱, 최성은, 황인엽 등
개봉: 2022.05.06
스트리밍: Netflix
줄거리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
관전 포인트
<안나라수마나라>는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환상적인 마술과 음악, 감성적인 메시지를
예고하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이태원 클라쓰', '구르미 그린 달빛', '후아유 -학교 2015' 등
섬세한 연출과 영상미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김성윤 감독이 참여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드롭 아웃
ⓒ IMDB
개요: 드라마 | 미국 | 8부작
연출: 마이클 쇼월터, 프란체스카 그레고리니, 에리카 왓슨
출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나빈 앤드류스, 스티븐 프라이 등
개봉: 2022.05.04
스트리밍: 디즈니+
줄거리
그릇된 야망과 명성의 결과로 몰락한 엘리자베스 홈즈(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테라노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어쩌다 단숨에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에서
추락한 빈털터리가 되었을까?
관전 포인트
<드롭 아웃>은 테라노스 CEO 엘리자베스 홈즈의 실화를 드라마화한 작품입니다.
42번 노미네이트되고,그중 21번을 수상했던 <타미 페이의 눈> 감독 마이클 쇼월터가
메가폰을 잡으며 기대감을 높인 작품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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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한 건 언젠가 날 울게 만들어
아마 이번 생은 역시 틀려먹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그런 것 말이다. 지금 내가 있는 카페도 아마 커플 두 분이 운영하는 곳인 거 같다. 앞에서 여자분이 남자분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모습이 기분이 좋았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 12시. 창가 앞에는 사람들이 몇 명 지나가고 있다. 매일 같은 것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이 카페 사장님처럼 재미(?)를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업만 잘하면 즐길 거 다 즐기고 살 수 있겠지만 난 역시 솔로로 태어나서 갈 운명인가 보다 싶다.
난 언제쯤 모두가 사는 세상에 끼어들 수 있을까? 청승맞은 주책을 부리며 노트북을 켜 글을 쓴다. 확실히 세상은 아름다운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지. 어떤 부침이 있어도 다들 잘 사는 거 보면 이 세상 60억 인구 모두가 행운아다. 전 세계 어디를 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만 봐도 사람이라는 존재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람 덕분에 우리가 외롭지 않은 거고 공감하며 행복한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앉아있는 카페 창으로 보이는 저 귀여운 캐릭터도 역시 사람이 그렸으니 일상의 자그마한 귀여움과 즐거움도 다 그들 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뭔가를 창작하거나 그리는 일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참 다행인 것 같다. 마음속에서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때 이렇게 글을 쓰면 여러모로 효과가 좋았다. 되게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뭔가를 표현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에겐 이거 되게 중요하다. 이렇게 살지 못하면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에 내면의 아픔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극도로 우울한 현실 속에서 내면의 밝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인물이었다. 운명적인 로맨스를 기다려 온 한 화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딱 봐도 그림 잘 그리게 생긴 사람
루이스 웨인은 그냥 화가다. '그냥 화가다'라는 문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다. 왜냐하면 그는 그림 빼고는 모든 게 서투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화가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말을 청산유수로 줄줄줄 하는 게 아니라서 그림 빼고는 사실 사람들의 기억에 잘 박히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근데 이 말은 즉슨 그림 하나는 귀엽게 잘 그린다는 뜻도 된다. 친구도 없고 애인은 당연하며 가족과도 사이가 그렇게까진 좋지 않았던 루이스. 갑자기 가족을 부양해야 할 사정이 되자 부랴부랴 일을 구하기 시작한다. 근데 루이스에게는 과제 하나가 더 있다. 바쁘게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겠지? 조카들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양반쯤 됐던 루이스. 어렵지 않게 가정교사 한 명을 구하게 된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였지만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다. 둘은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내 결혼 이야기까지 오고 가는 관계가 된다. 세상의 따가운 시선이나 남매들의 압박이 있었지만 루이스 웨인은 아내와 함께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영화는 이 루이스가 그려왔던 미래를 소재로 삼은 영화다. 이 인물이 어떤 상황을 겪어 행복감을 느꼈고, 그 행복감이 어떻게 그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명한다.
사랑을 그리면서 우울함은 글로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귀여운 고양이들이 나오는 로코물'로 생각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터 색감이 세상 밝으며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라는 부제까지 있으니 그 생각이 막 뚱딴지같은 추론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실제 내용을 까 보면 완벽히 다르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상실이다. 주인공 루이스 웨인은 한 데 머무르지 못하고 부유하는 인간이다. 뚜렷한 친구가 있었나? 그건 아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아내를 제외하고 루이스가 마음을 여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윽박지르기만 하는 여동생들이나. 노쇠해진 어머니를 보면 '이 사람이 가족에게도 위안받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라고 이해하기 충분하다. 또 이 사람은 영악하지는 못했다. 자기 걸 잘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일상 속에서 페널티를 겪는 묘사가 몇 번 나온다.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안 그래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현실에 주인공 루이스가 겪는 장애물들이 몇 개 더 있다. 영화는 이 굴곡진 루이스의 삶을 보여준다. 아마 여러분이 이 작품을 보기 전에 '아마 이럴 거야'라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떨어진다고 예상해 본다. 그러나 이렇게 아래로 수직 낙하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엔딩부에서는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사진에는 전기가 없지만
영화 안에 루이스가 실제로 대사를 치는 부분이 있다. '사진에는 전기가 없다!'라는 말이다. 사진은 플래시를 터트려서 기록으로 남기는 매체다. 이 대사의 뜻이 실제 물리학적으로 전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의 '전기'는 다른 비유적인 표현으로 쓰이는데 이는 극의 주제의식과도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웨인이 비유한 이 '전기'에 대한 묘사가 괜찮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찾을 때 짜릿한 느낌이 들곤 한다. 어쩔 땐 '와 이거다' 싶기도 할 것이고, 또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근데 이 지점을 첫눈에 반한 사람처럼 굉장히 짜릿하고 특별한 순간으로만 연출했다면 좀 과헀을 것 같다. 영화는 이 지점을 피해 간다.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루이스가 이에 기대는 것에 각본상의 허점이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인물 설정, 고압적인 자매들, 자식을 낳지 않았다는 것, 당시의 신분 격차로 인한 사회적 시선까지 불안정한 인물을 만들어내며 관객의 감정이입을 원활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몰입이 잘 되는 영화'라는 뜻이다. 마치 이 작품에서 전기가 통한 루이스 웨인처럼.
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찾아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간단하다. 루이스 웨인의 일대기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시점에 관한 작품이다. 그리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그림의 속성과도 이어진다. 그림은 내가 본 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예술이다. 루이스 웨인은 재수 없는 동물의 상징이었던 고양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 아티스트다. 이는 곧 예술가가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으나 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원인이나 동기부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중요한 건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고양이가 인물에게 어떤 방식으로 변해왔는지를 눈 딱 뜨고 보다 보면 단순히 한 가지의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인물이 세상에게 건넸던 효과가 아니라,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묘사했다는 뜻이다. 이는 어쩌면 감독이 '네가 하고 싶은 걸 해'식의 동기부여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내 에밀리가 하는 대사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비극적으로 반복되는 삶에도 아름다운 구석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 아름다운 부분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외로웠던 루이스의 삶에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몇몇 장면이 있던 이유는 그가 그의 전기를 따라가서 생긴 것들이다. 감독은 극의 주요 분기점마다 그림과 현실을 교차시키는 연출법으로 행복한 루이스의 모습을 기억에 남게 만들어준다.
아카데미 한 지 딱 2주
이 글을 쓰는 시간은 4월 10일이다. 아카데미가 3월 27일이었으니까 정확히 2주 지난 셈이다. 이때 남우주연상은 윌 스미스에게 돌아갔다. 난 <킹 리처드>를 안 봐서 그런가 내심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받았으면 했었다. 아카데미나 칸, 베니스가 뭐 우리 동네 시상식도 아니고 아무 때나 노미네이트 되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마 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요 시상식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2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얼굴에 모든 곡절이 담겨있기는 쉽지 않을 텐데 비주얼적으로도 소화하는 멋진 모습을 선보였다. 또 섬세한 감졍묘사도 기억에 남는다. 극 중에서 반복되는 트라우마나 자매들을 만날 때의 표정 변화 같은 것이 이 인물 내면에 잠겨있는 깊이를 느껴지게 하는 훌륭한 연기였다. 그리고 이 영화의 후반부 하이라이트 신이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의 연기는 <파워 오브 도그>에서 코디 스핏 맥피와 담배를 피우는 신만큼이나 임팩트가 강했다. 장면의 설정상 배우의 화려한 연기법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보면 압도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림 같은 영화
영화의 다른 장점으로는 미술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화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보니 그림이 많이 나온다. 근데 이 그림들이 아무래도 실제 쓰였던 작품들을 갖고 왔을 텐데 루이스 웨인의 입장 변화에 달라지는 것을 잘 사용했다. 또 전반부에 이 극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엔딩에 다시 한번 반복되는데,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티켓 값 2/3은 한다고 본다. 내가 갔던 파리의 퐁텐 플로가 생각나는 연출이었다. 이 외에도 특정 질환에 대한 묘사가 거슬릴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도 이야기해 볼 법하다. 인물이 겪는 고통을 가볍게 쓰지 않고, 또 타인이 보는 시점도 적절히 넣었으며 병세 시각화가 좋아서 기괴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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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캐릭터의 변화와 한계점, 하지만 넘버는 너무 좋아!
디즈니를 사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 <겨울왕국>. 시즌 1에 이어 <겨울왕국2> 역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역시 디즈니답게 화려하고 섬세하게 풀어냈고, 너무나도 넘버들이 좋았던, 하지만 한계점은 분명히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겨울왕국2> 시놉시스
내 마법의 힘은 어디서 왔을까?
나를 부르는 저 목소리는 누구지?어느 날 부턴가 의문의 목소리가 엘사를 부르고, 평화로운 아렌델 왕국을 위협한다. 트롤은 모든 것은 과거에서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며 엘사의 힘의 비밀과 진실을 찾아 떠나야한다고 조언한다.
위험에 빠진 아렌델 왕국을 구해야만 하는 엘사와 안나는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찾아 크리스토프, 올라프 그리고 스벤과 함께 위험천만한 놀라운 모험을 떠나게 된다.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운명을 만나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겨울왕국2>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라캉과 함께 떠나는 엘사의 기원 여행
엘사는 자신이 왜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됐는지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또한 위기에 처한 아렌델을 구하기 위해 ‘아토할란’이라는 곳을 찾아간다. 자신이 다섯 번재 정령임을 깨달으면서 show yourself를 부르며 얼음동굴로 들어가는데 이 부분이 라캉이 말한 실재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라캉은 사람이 언어를 배우면서 상징계로 편입되고 태어나는 순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실재계로부터 괴리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엘사는 아토할란이라는 곳으로 돌아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 자신의 기원을 찾고 상징계를 벗어나 실재계와의 만남을 이룬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초로 돌아가 자신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고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면서 상징계의 세계 속에서 억눌려 있던 자신의 능력을 실재계로 들어와 회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디즈니 이데올로기
겨울왕국 시리즈가 기존의 디즈니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공주님이 잘생기고 멋진 왕자님을 만나 결혼하는 전형적인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엘사는 결혼이 아닌 정령이 되면서 혼자 자립을 했고, 안나는 멋진 왕자님이 아니라 자신을 정말 사랑해주는 크리스토프를 만나 결혼을 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달라진게 없다. 그저 표면적으로 여자 주인공이 자립을 했고, 그저 멋진 왕자님과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만 다를 뿐 결국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라는 디즈니식 결말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성 캐릭터에 대한 한계 역시 드러났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엘사에게 투영시키고, 발랄하고 천방지축인 캐릭터를 안나에게 부여했다. 그렇게 열심히 모험을 떠나고 달려가는 중에도 힐과 치마를 고수하는 우리의 공주님들. 겉으로 보기에는 주체적인 여성처럼 보였지만 그 캐릭터를 딱 두 가지로 분류하고 여성의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그래도 ost는 너무 좋다
비판할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겨울왕국2>는 좋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비판할 것은 비판한 거고 재밌는 건 재밌는거다. 가장 좋았던 넘버는 show yourself와 안나가 올라프를 잃고 부른 the next right thing이었다. 이 두 가지 넘버가 정말정말 좋았다. 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따로 있다. 바로 7080 뮤직비디오 감성으로 회귀시켜버린 크리스토프의 문제작 lost in the woods.
정말 노래만 듣다가 이렇게 웃어보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기획진이 영혼을 갈아 넣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배꼽빠지게 웃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올라프의 겨울왕국 1편 요약해설장면과 쿠키 영상으로 나오는 겨울왕국2편 요약해설장면. 가히 명장면이다. 이 두 장면만 보러 겨울왕국2를 봐도 굉장히 만족스러울 것이라 확신한다.
영화 <겨울왕국2>는 비판점과 한계점이 정확하게 드러나긴 했지만 그래도 스토리와 넘버 만큼은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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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발 떨어지니 더 격렬히 끓어오른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592년 4월, 왜군은 단 15일 만에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점령하며 파죽지세로 북진한다. 그러나 '이순신(박해일)'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거북선을 앞세워 남해안을 장악하자 이내 왜군은 보급에 난항을 겪는다. 이에 용인 전투에서 10만 명의 조선군을 격퇴한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는 해전을 통해 이순신을 꺾고 보급품을 전달함과 동시에 명나라로 진격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부산포에 수군을 집결시키고, '나대용(박지환)'이 설계한 거북선의 도면을 훔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반면에 '이순신(박해일)'은 '원균(손현주)'의 방해에 맞서가면서 선조가 의주로 파천하는 등 수세에 몰린 조선을 구하기 위한 최선의 작전을 고민하며 한산도로 출전한다.
전쟁 이론을 다룬 유명한 경구들을 이야기할 때 프로이센의 군인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속 다음 말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는 "전쟁은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정치의 연장(延長)"이라며 전쟁이 대립하는 의지들의 충돌이라고 보았다. 모든 전쟁은 본질적으로 다른 국가에 자기 의지를 강요하려 하는 한 국가가 많은 수단 중 선택한 한 가지 옵션에 불과하다. 즉, 전쟁의 명분과 목적, 승패의 기준점은 그 전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전쟁 영화들도 단지 전쟁과 전투의 양상을 그려내는 것만큼이나 그 전쟁의 명분과 정치적 의미를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례로 <300> 시리즈는 (비록 역사 왜곡 논란이 있지만) 러닝타임 동안 자유 대 압제라는 이데올로기적 대결에서 전자가 승리하는 쾌감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해준 바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도 비록 패배한 전투이지만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분기점이 되었던 덩케르크 퇴각의 의미를 스크린 위에 온전히 재현해냈다. <고지전>은 아예 전쟁을 통해 전쟁의 무의미함과 아이러니함을 꼬집은 바 있다.
170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작의 반열에 오른 <명량>의 후속작이자 프리퀄로, <최종병기 활>과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은 <한산: 용의 출현>도 다르지 않다. 1592년 음력 7월 8일에 펼쳐진 한산도 대첩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한산>은 전쟁의 두 주체, 조선과 일본의 의지를 각각 의(義)와 불의(不義)로 설명한다. 이는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실과도 정합한다. 일본군은 명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길을 빌려달라는 이유로 아무런 명분 없이 조선을 침략했기에, 조선과 일본은 순도 100%의 가해자와 피해자다. 그러니 임진왜란이 의와 불의가 싸우는 전쟁인 것은 명확하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의와 불의의 전쟁을 풀어내는 드라마적 측면이다. 특히 <명량>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은 <한산>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명량>은 전쟁을 왕과 종묘사직이 아닌 백성을 위한 싸움이라 규정하며,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실제로 왕에게 버림받았다가 다시금 전쟁에 나설 것을 명 받은 백전노장은 국가와 군주를 위한 충성심에 앞서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울돌목으로 향했고, 역으로 백성의 도움을 받아 기적처럼 승리한다. 이러한 정치적 함의는 2014년 개봉 당시 <명량>이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던 부분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다만 이 민심의 중요성을 전하는 방식이 다소 올드하고 일차원적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말을 할 수 없어 치마를 흔들며 위기를 알리는 '정 씨(이정현)'의 모습이나 백성의 희생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던 '임준영(진구)'처럼 부자연스러운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극의 흐름을 툭툭 끊었다. 이 고생을 몰라주면 후손들이 전부 후레자식이라던 대사 역시 영화를 평면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한산>은 다르다. 오히려 형보다 더 낫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일본군의 시점을 강조하며 이순신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 영화는 가장 먼저 부산의 일본군 진영을 비춘다. 또 일본군이 이순신과 거북선에 대비하는 모습을 착실하게 그려낸다. 걸핏하면 조선인들을 죽이는 평면적인 악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빈자리는 두려움이 곧 전염병이라면서 아군의 패잔병을 죽여 혹시 모를 불씨를 제거하는 주도면밀함, 간첩의 침투와 그로 인한 정보의 유출을 경계하는 치열한 첩보전, 군사적 약점을 지우기 위해 전력을 증강하고 작전을 가다듬는 철저함이 대신한다.
반면에 스크린 속 조선군은 취약하다. 거북선을 잃고, 거북선의 설계도를 탈취당하며, 학익진은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즉, 영화는 의롭지 못하다는 단편적인 인상 대신 신중하고 영리하며 강대한 불의 앞에 흔들리는 의로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순신의 학익진은,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거북선의 등장은 역으로 더 큰 감동을 준다. 철저하고 신중했던 불의가 의로움으로 쌓은 바다의 성 앞에서 필연적으로 궤멸되는 모습은 이른바 품격 있는 '국뽕'으로 이어진다. 한산 바다에 수군 군영을 구축하며 단단한 방패를 만드는 모습으로 영화가 결말을 맺는 이유이자, 작중 최고의 씬스틸러인 거북선이라는 소재가 단지 눈요기에 그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거북선을 장님 배라는 의미의 '메구라부네'라고 줄곧 부르던 왜군 장수들은 거북선을 마주친 순간 영화 초반 패잔병들이 그러했듯이 해저 괴물이라는 의미의 '복카이센'이라고 말한다. 이는 일본군의 거북선에 대한 두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며, 곧 의로움의 힘을 보여준다.
그래서 자칫 억지스럽거나 정서적으로 과장될 수 있었던 항왜 '준사'의 서사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한산도 대첩과 맞물린다. 아군을 보호하지 않는 왜군의 악의를 경험한 왜장 준사는 이순신을 만나 마음을 고쳐 먹고 의라는 글자가 새겨진 깃발을 들고 의병과 함께 전투에 임한다. 이 모습의 함의는 굳이 과장된 감정선이나 대사를 통하지 않아도 국가와 백성을 보호하는 강력한 성인 학익진과 자연히 오버랩된다. 그렇기에 전쟁과 전투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는 <한산>의 방식은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련되게 느껴진다. '정보름(김향기)'와 '안준영(옥택연)' 캐릭터의 분량이 전편에 비해 적어서 인위적이고 신파적인 연출이 줄어든 것도 영화의 담백함에 기여한다.
또 영화가 이순신의 활을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칼을 대조해 의로움의 필연적 승리와 그 쾌감을 강조하는 것도 흥미롭다. 와키자카의 칼은 명나라로 진격하려는 야욕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두려움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패잔병을 죽이는 그의 칼은 왜군끼리도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분열의 칼이며, 명나라까지 향하는 지도가 그려진 황금 부채로 변하기도 한다. 반면에 이순신은 죽을 위기에 처한 부하 나대용을 구하기 위해 총을 맞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활을 쏴 나대용을 보호하고, 약점이 드러난 거북선을 구해낸다. 그리고 나대용과 거북선은 찰나의 순간 이순신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으로 보답한다. 그래서 와키자카의 칼도 조총도 이순신을 위협할 수는 없다. 의로움이 담긴 이순신의 활 앞에서 악의로 가득한 그의 무기는 무용하고, 패배할 수밖에 없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한산 대첩에서 갑옷에 화살에 맞았다는 역사적 기록을 영리하게 활용한 드라마의 힘이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장수가 자신의 무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대비되는 점도 드라마에 입체감을 더한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칼을 뽑는 와키자카와 달리, 작중 이순신이 활을 쏘는 장면은 딱 세 번 등장한다. 이는 신중함을 기하면서도 끝내는 자신의 경험을 답습하는 와키자카와 달리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신중한 이순신의 차이를 드러낸다. 와키자카는 한산도 바다가 용인 전투와 같은 지형이라는 이유로, 또 이순신의 학익진이 과거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드러난 학익진의 약점을 공유할 것이라고 판단해 과거의 전술을 반복한다. 반면에 꿈속에서 녹둔도에서의 전투를 다시 한번 마주한 이순신은 와키자카의 선택을 예측한 후 마지막까지 확실한 한 수를 기다리다 왜군의 공격을 되받아 역공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두 배우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연기가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요한은 본래 신중하고 치밀하지만 전투에 돌입하면서 야망에 부풀었다가 학익진 앞에서 좌절해 절망하는 와키자카의 입체적인 변화를 잘 짚어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대사와 비중에도 불구하고 박해일의 절제된 표정 연기가 지장(智將)으로서의 이순신을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이유다.
물론 모든 드라마적 측면은 결국 전투와 전쟁의 양상을 알기 쉽게, 또 박진감 있게 펼쳐 보인 연출과 구성 덕분에 빛난다. 우선 당포에서 견내량과 한산으로 이어지는 전투의 흐름 속에서 매 순간 변화하는 조선 수군의 학익진과 일본 수군의 어린진이라는 진형을 넓고 수직적인 구도로 잡아내 그 형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밑바닥이 둥근 일본군 함선과 밑바닥이 평평한 판옥선의 차이점을 활용해 전투의 변수를 만들기도 하며, 거북선들의 충파로 인한 박진감이나 전방위 포격으로 적을 섬멸하는 모습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또 전반적인 임진왜란의 흐름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영리함이 돋보인다. 지형적으로 유사한 용인 전투의 전황을 상세히 설명해 한산도 대첩의 전술적 가치까지도 부각하는가 하면, 선조의 몽진을 강조하며 한산도 대첩이 지니는 전략적 측면에서의 의의도 스크린에 담는 데 성공한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으로 각색한 지점도 눈에 띈다. 일례로 영화는 역사 속 이치 전투와 웅치 전투의 특징을 합쳐 가상의 전투를 만들어 낸다. 본래 전주성이었던 일본군의 목적지를 전라좌수영으로 변경해 한산도 대첩 전후의 위기감을 더 고조하기 위함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역사적 서술을 충실히 따르며 서스펜스를 끌어올린다. 원균의 활용법이 대표적이다. 다른 미디어들과는 달리 무능하고 비겁한 원균의 캐릭터성을 온전히 묘사하면서 일본군과의 전투라는 외적 위기는 물론 진이 뚫릴 수 있다는 식으로 조선군 내부의 위기도 조성한다. 그 결과 거북선의 기습과 돌격 , 학익진의 위력, 평소와 달리 화약을 잔뜩 준비한 이순신의 지략 등의 임팩트는 모두 극대화된다.
특히 이는 영화를 제작할 때 한산도 대첩이 명량 해전에 비해 여러 핸디캡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명량 해전은 이순신 개인에게도, 조선 수군의 입장에서도 절대적인 어려움이 있는 전투였다. 총지휘관은 억울하게 파직당하고 어머니를 잃은 상태였고, 조선 수군도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한 후 12척의 판옥선만 남아 있었다. 그 와중에 130여 척이나 되는 일본군을 패퇴시켰으니 명량 해전은 별다른 각색 없이도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반면에 한산도 대첩 당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연전연승 중이었고, 전력도 온전했다. 이순신 개인 입장에서도 사천 해전에서 총탄을 맞아 부상당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일신상에 크게 특이한 부분이 없다. 즉, 한산 대첩은 전략적인 관점에서는 중대한 승전이지만 오히려 처절함과 승리의 쾌감이 덜 직관적인 전투다. 이러한 핸디캡을 강렬한 스펙터클이 돋보이는 긴 분량의 해전 씬과 영리한 각색을 통해 극복했기에 <한산>의 임팩트는 결코 <명량>에 뒤처지지 않는다.
아쉬움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시리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안준영과 정보름 캐릭터는 왜군과의 첩보전을 담당하면서 이번에도 일정 부분의 분량과 비중을 분배받는다. 그런데 그들은 전반적으로 담백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신파의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시리즈의 연속성을 부각한다고 보기에는 역할이 작다. 그러다 보니 찰나의 순간 삽입된 그들의 마지막 장면까지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영화의 최대 장점인 영리한 각색과 전투씬도 단점이 없지는 않다. 영화는 한산도 대첩 이후 조선 수군이 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 부산까지 진격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그런데 정작 부산진 전투가 한산도 대첩이 포함된 3차 출정이 아닌 이순신의 4차 출정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굳이 한 데 합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한편 거북선이 나타나는 전투씬은 배와 배가 충돌하며 원초적인 쾌감을 느끼게 해 주는데, 다만 거북선에 사용된 CG의 수준이 부자연스러운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인 작전 도중 암초 바다를 해쳐 나오는 조선군과 그대로 좌초되는 일본군을 묘사할 때처럼 순간순간의 장면에서도 부자연스러운 그래픽이 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이순신 장군이 와키자카 야스하루에 비해 적게 등장하고, 인간적인 고민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물론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명량 해전에서는 용장(勇將)을, 한산해전에서는 지장(智將)을 그려내고자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기는 하다. <명량>이 영웅 이면의 고뇌에 주목했다면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젊은 장군이자 리더인 이순신의 자질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량: 죽음의 바다>가 인간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한층 원숙해진 현장(賢將) 이순신을 그려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면, 이 단점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한산: 용의 출현>은 전편의 단점은 수정하고, 객관적인 접근법을 통해 같은 주인공의 또 다른 면모를 부각하면서, 품격 있는 사극이자 영웅전, 그리고 전쟁 영화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해낸다.
A(Acceptable, 무난함)
온 국민이 아는 해전에 영화적 재미를 더하는 데 성공한 의와 불의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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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과 강박 사이
I am over you.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 알렉스 돌의 모습을 줌인하며 나오던 노래 가사이다. 강박적인 교육과 그에 어울리는 드럼 비트로 기억되는 영화 "위플래시 (2014) "의 음향 감독이던 로런 해더웨이의 감독 데뷔작이다. 어느 평론가는 그녀의 데뷔작인 이 영화의 편집이나 음향이 마치 한 편의 나이키 광고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모든 장면의 전환은 빠르고, 음악과 색채는 강렬한 데 반해, 여주인공 알렉스 돌과 그녀가 천착하는 조정이라는 경기 장면은 -특히 조정을 하는 강의 흐름과 색은 - 어둡다. 큰 대조 (contrast)를 이루는 편집 속에서 돋보이는 것은, '초심자'라는 뜻의 노비스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강렬한 욕망을 가진 알렉스의 이글거리는 두 눈동자이다.
꽤 오래전에, "오펀: 천사의 비밀 (2009)"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베라 파미가도 좋았지만, 주인공인 에스더를 연기한 아역 배우 이자벨 퍼만의 얼굴은, 기억하는 분들이 꽤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녀가 자라서 돌아와, 모든 분야에서 쉴 틈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강박을 가진 '알렉스 돌' 이란 여대생을 연기했다. 그녀는 극 중에서 대통령 장학금으로 생활비까지 모두 지원받고 좋은 대학에 온 수재이지만, 택한 전공은 자신이 제일 취약했던 물리학이다. 방과 활동조차 작은 체구의 그녀에게 불리한 '조정'이라는 종목을 채택한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를 파고들어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 눈엣가시처럼 느껴지는 라이벌은 모든 스포츠에 적합한 체구와 근기, 팀워크를 타고 난 제이미라는 학생이다. 알렉스가 모든 레슨을 기록하고, 타깃이 되는 기록을 성취할 전략을 나름 세우며 숫자에 연연할 때, 제이미는 보란 듯이 쉽게 기록들을 갈아치운다. 하지만 제이미는 알렉스가 가지지 못한 '절박함' 이 있다. 그녀는 반드시 조정 팀 1군에 발탁되어야만, 대학교 기숙사에 남을 수 있는 장학금과 특권을 거머쥘 수 있다.
알렉스의 강박적인 열정을 보며 제이미 또한 알렉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느끼고, 그녀를 친구로 받아들여 협력하지만, 알렉스가 뛰어넘어야 할 것은 금전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안 제이미는 그녀와의 '협력'을 중단한다.
알렉스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경계선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남들보다 자신이 더 노력해야만,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의 전형이다. 자신의 강박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멈출 수 없고, 자해를 하면서도 가져야만 하는 건 - 어찌할 수 없는 도전 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물리학 조교와 교제를 시작하고 제이미와 잘 지내면서 사람들과 융화되려고 노력은 해 보지만, 여전히 경계에 놓여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 우리 또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알렉스와 같이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는 굴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소름이 돋기도 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유려하게 흐르는 강물 위의 조정 씬과 교차되는 성교 장면. 그리고 욕실에서의 자해 장면과 누군가는, 어딘가 부서진 그녀를 붙잡아 주길 바라며 절규하는 알렉스의 모습. 해더웨이 감독은 강의 물 번짐, 혹은 강위의 까마귀 등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나 복선 등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음악도 한 몫했다. 번개 치는 강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노를 놓지 않고 나아가는 알렉스의 모습은, 불안정한 성격을 지니고 세상에서 부유하는 그녀의 자아를 형상화한 모습 같기도 하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노를 쥐고 사람들 쪽으로 저어 오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은 그녀만의 선택이다.
마지막 장면의 노래 선택 역시 탁월했다.
I am over you.
그녀가 뛰어넘은 것은 제이미도, 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이자벨 퍼만은 이 영화로 제20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한 시사회를 바탕으로 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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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중함에 대한 시간의 역설이 멜로와 가족애를 모두 잡았다.
<러브레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돌아보면 꽤 많은 일본 영화를 봤었는데, 그중 단연 많이 보는 장르라면 멜로나 가족 장르가 되겠다. 특히 국적을 불문하고 2010년 이후 작품들보다 2000년대 초중반에 나온 작품들이 유난히 마음에 드는데, 특유의 투박한 감성과 어딘지 낡아 보이는 장면들이 가장 마음에 드는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포인트가 많다.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작품이기도 하고, 포스터 자체가 워낙 눈에 익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왠진 한 번 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꽤 많은 영화를 봤지만, 리뷰를 쓸 만큼 마음에 드는 작품은 찾질 못했다. 와중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만나게 됐고, 새벽녘에 맥주 한 캔과 함께 조용히 빠져들었다.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속에 꽤 깊은 공허함과 동시에 따뜻함이 남는 매력 있는 영화였다.
일본 영화가 가진 청록색의 청량함은 유난히 푸르게 느껴진다. 주위 배경과 이질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게 신기할 다름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오프닝은 영화의 배경을 알리듯 가볍게 끊는다. 청량한 배경과 긴 여백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의미심장한 장면을 던짐으로써 관객에게 호기심을 끌어낸다. 대부분의 일본 영화들이 그러던데, 특유의 클리셰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시놉시스와 다르게 꽤나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분위기는 산뜻하게 이끌어간다. 마치 '불행한 일 같은 건 있지만, 괜찮아!'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진중한 현실의 사건을 가볍게 풀어낸다는 점에서부터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다.
'남편과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아이오 미오(다케우치 유코 분), 어느 날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고 돌아오게 된다' 소재 자체만 두고 보았을 때는 사실 치트키에 가까운 수준이다.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는 주제임과 동시에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조금 보태 이런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재미없게 만들 수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 꽤나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가벼운 도입부를 가지고 있는데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 이별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두고 시작하기 때문에 알게 모를 밀당이 영화 전반적으로 흐른다. 관객에 마음을 아릿하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하다가도 동시에 허탈하게 웃을 수 있도록 놓아주기도 한다. 동시에 비의 계절이 되면 돌아오는 엄마라는 사실 자체가 연출적으로 낭만적이다. 비의 계절, 그러니까 계절 상 장마가 끝나버리면 떠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관객에게 인지시킨다. 때문에, 관객은 결말로 달려가면서 끝까지 오묘한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다.
새까맣게 태운 빵과 풋내기 부자, 귀여운 음악, 배우 특유의 말투, 쉬어가는 듯 보여주는 여백의 장면들까지 이러한 조합들이 의외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지나치게 무겁게 만들지 않고 영화 내내 적당한 균형감을 유지해준다. 영화 전체적인 소재를 잊게 만들 만큼 연출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꽤나 쓸쓸해 보일 법한 연출도 여러 번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관객은 슬쩍 웃음 짓다가도 눈밑이 천천히 시큰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마, 누군가의 빈자리라는 점을 현실에 빗대어 연출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도 빈자리가 영원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상기해주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연출가의 밀당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영화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연출이나 대사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초반에 비의 계절을 바라보는 부자와 동시에 우연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비디오 테이프의 미오의 장면은 연출가의 섬세함이 극대화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함께하는 것 같지만, 함께 있는 것이 아닌 묵직하면서도 서글픈 연출이 마음을 여러 번 울린다. 이처럼, 관객의 감정을 끌어당기기 위해 여러 도구들을 동시에 사용하는데 방금처럼 장면 연출 외에도 대사, 주인공의 모습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영화로 불러일으킨다. 관객은 여러 번 영화 속으로 들어가 여러 주인공들을 교차해가며 동기화되어가는 감정을 느낀다. 다른 영화들보다, 이 영화에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렸던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너무 동요하지도 않는 적당한 감정선이 우리에겐 더 애틋하게 느껴져서가 아닐까.
모든 것이 우연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개연성이나 접점을 찾아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뻔할지도 모르는 결말을 향해서 달려간다는 점에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헌신과 순수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해가지 않을 수도 있으며, 개성 없는 캐릭터성과 상투적인 흐름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나, 이 모든 것을 뒤집을 만큼 감성적인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신파극 감싸주기'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영화가 다르게 보이지도 않을까 싶다. 영화는 무작정 관객을 붙잡고 '어서 울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화는 생각보다 관객에게 사건의 흐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기승전결의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지루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스토리가 되어줘야 하는 일련의 과정조차 지루하다고 느낀다면, 볼만한 영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일련의 과정들을 따라가면서 재미있다고 느꼈던 점은 스토리의 순서가 생각보다 이래저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교차적이라는 점이었다. 현재에서 과거를 떠올려, 다시 과거로 회상되어가는 연출은 뭐랄까 남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둘의 첫 만남부터, 연애를 하게 된 시점과 행복했던 기억까지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스토리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푹 빠져들게 된다. 문득, 첫사랑이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지점들이 많았었다. 이러한 연출의 허점은 스토리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교차점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려 관객에게 혼란의 불편함을 심어주는 실수들이 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겪어보지 못했다. 아마, 인물이 인물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3자의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져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당신 물건이 그대로 있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대사를 통해 영화는 이별에 대해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 사람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이별이 되었든 사별이 되었든 흔적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과거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마지막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떠나야 하는 때를 알고, 슬픔에 잠기기보다 떠난 후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애쓰는 미오의 모습은 모든 것을 그대로 남겨둔 아이오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와의 모습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하나, 마지막에 서로의 각별한 추억을 떠올려 똑같은 행동으로 마지막을 보내는 모습에서 이별에 대하는 방식은 반대였지만 그 마음만큼은 같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돌아온 아내와 유난 떨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유난 떨지 않아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돌아온 아내와 밥을 해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행복해 보였지만 동시에, 그만큼 이별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걸 느끼게 만드는 슬픈 장면이기도 했다.
영화 전체적으로 메시지가 굉장히 잘 드러나는 편인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지금'에 대해서 수없이 강조한다. 지나간 시간에 후회되고, 다가올 미래가 두렵더라도 지금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기를 이야기한다. 스토리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을 통해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로 현재 소중한 것들에 대한 것들을 강조하는 셈이다. 기억을 잃은 아내를 설정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과거를 그리워하기만 하는 주인공과는 정반대인 면도 메시지 그 자체와 닮아있다. 영화에서야 이별의 기한을 재설정함으로써 주인공의 삶을 대입해 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거리가 있지 않으니까 지금을 온 마음을 다하길. 인형을 거꾸로 매달아놓음으로써 지금의 시간을 조금 더 늦추고 싶은 아이 아이오 유우지(다케이 아카시 분)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현실에서 흘러가는 삶도 중요한 남편 아이오 타쿠미의 삶을 모두 가지고 있는 당신, 당신에게 주어진 지금을 살고 흘러간 시간에 대해 후회하기보다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벽녘에 맥주와 함께 봤던 걸 후회할 정도로 먹먹한 영화였다. 꽤나 당황스러운 전개, 아이러니한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멋대로 단정 짓고 싶다. 소재에 관련해서 소위 말하는 치트키에 가깝지만, 영화가 2005년작임을 생각해본다면 치트키의 시초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결말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해피엔딩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 정도로 괜찮았고, 마음이 크게 가는 영화였다. 일본 영화들은 본 이후로도 마음속에 꽤 오래 남기 때문에 한 번 보고 나면 다음 영화까지 보는데 꽤 긴 기한이 필요한 편이다. 그럼에도 보고 싶어 지는 이유는 이런 작품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슴 먹먹한, 너무나 아름다운, 그냥 괜히 따듯해지는 기분이 드는, 첫사랑이 문득 떠오르는 ... 많은 수식어가 떠오르는 영화였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었던 故다케우치 유코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출처 : <いま、会いにゆきます>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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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화 서울의 봄 - 이 영화에 담긴 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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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빗구미입니다. 오늘은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이 영화는 1212 사태를 배경으로 한, 역사적인 사건을 극화한 작품입니다. ?
? 영화는 전두광과 이태신이라는 두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감정의 격동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전두광의 탐욕과 이태신의 분노, 그리고 국민의 허탈감까지, 이 영화는 다양한 감정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 황정민과 정우성의 연기는 각각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군사반란과 그로 인한 국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 이 영화가 갖는 감정적 가치를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서울의 봄'을 꼭 관람해보세요. 감독 김성수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여러분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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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림빌더>
내 꿈을 만드는 누군가가 있다?
모두가 잠든 밤,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꿈의 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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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티저 예고편
지금까지 마블과는 전혀 다른 세계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티저 예고편 최초 공개!🌠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 👦 👦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7월 극장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