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28 18:36:57
10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모든 프레임이 악몽이다" <롱레그스> 개봉

<기생충>을 제치고 북미 인디 배급사 네온의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던 <롱레그스>가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북미 개봉 후,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 ‘올해 가장 무서운 영화’,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롱레그스>는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 <싸이코>에서 ‘노먼 베이츠’를 연기한 안소니 퍼킨스의 아들인 오스굿 퍼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한 <팔로우>, <왓쳐> 등을 통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호러퀸이자 비명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배우 마이카 먼로가 주인공인 FBI 요원 ‘리’를 맡아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를 잇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폭넓은 필모그래피로 팬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역시 강력한 캐릭터로 분해 그간의 모든 커리어를 뛰어넘을 예정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롱레그스
Longlegs

개요: 공포 | 캐나다, 미국 | 101분
감독: 오즈 퍼킨스
주연: 마이카 먼로, 니콜라스 케이지, 알리시아 위트, 블레어 언더우드
개봉: 2024.10.30.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30년간 계속된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의 생일이 14일이라는 것과 ‘롱레그스’라는 서명이 적힌 암호 카드뿐.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에 남다른 능력의 FBI 요원 ‘리’가 투입되고 지금껏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암호를 해석하는데...
모든 프레임에 악마의 단서가 심어져 있는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
아마존 활명수
AMAZON BULLSEYE

개요: 코미디 | 대한민국 | 113분
감독: 김창주
주연: 류승룡, 진선규,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라
개봉: 2024.10.30.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어서 와, 아마존은 처음이지 전 양궁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였지만 지금은 구조조정 1순위 ‘진봉'. 회사에서 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아마존으로 향한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도착한 아마존.
그곳에서 만난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 ‘시카’, ‘이바’, ‘왈부’!
살 길을 찾았다고 생각한 ‘진봉’은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과 함께 활의 명수 3인방을 데리고 한국으로 향하는데...
이제 ‘진봉’의 부활은 아마존 3인방에 달려있다!
럭키, 아파트
Lucky, Apartment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95분
감독: 강유가람
주연: 손수현, 박가영, 이주영, 정애화
개봉: 2024.10.30.
배급: 인디스토리

줄거리
영끌로 마련한 아파트. 선우와 희서가 꿈에 그린 보금자리다.
하지만 선우의 예기치 못한 실직으로 희서 혼자 대출이자를 떠안게 되자, 둘 사이는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한다. 한편, 언제부턴가 아파트를 감도는 악취 때문에 두 사람은 극도로 예민해지고, 선우는 악취 원인을 밝히려 애쓰다 아파트 주민들과 충돌을 빚는데…
선우와 희서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킬 수 있을까?
최소한의 선의
My Best, Your Least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10분
감독: 김현정
주연: 장윤주, 최수인
개봉: 2024.10.30.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싸이더스

줄거리
고등학교 교사 ‘희연’은 겉보기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난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여보고자 고3 대신 고1 담임을 맡고, 집 인테리어도 새롭게 하지만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계속되는 임신 실패에 점점 힘들어질 때, 반 학생 ‘유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담임으로서 의무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자꾸만 감정적인 선을 넘어오는 ‘유미’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의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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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IFF 데일리] 여성 시인이 짊어진 삶과 예술의 무게
잉게보르크 바흐만: 사막으로의 여행/Ingeborg Bachmann-Journey into the Desert
마가레타 폰 트로타/스위스, 독일,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2023/114min/‘새로운 물결’ 세션
비범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자신의 시로 남성 지배적인 독일 문학계를 사로잡는다. 경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 바흐만은 유명한 극작가 막스 프리슈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열정적이었으나 일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끝없이 부딪힌다. 지친 바흐만은 친구들과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자기 자신, 무엇보다 자신의 시를 되찾기 위해.(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삼십세》를 읽은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사막으로의 여행〉의 한 장면에서 그녀가 ‘독일 유일의 여성 순수 시인’이라 소개받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잉게보르크는 언어의 순수성과 관념성을 탐구한 시인이었다. 그 순수함에 대한 탐구는 그녀가 《삼십세》에서 보여주었듯, ‘순수’ 언어가 젠더화되어 있다는 깨달음과 연동되어 있다. 즉, 잉게보르크는 순수/보편/초월이 젠더 권력을 감추는 익숙하고도 권위 있는 개념임을 알고 있었다. 여성 시인이라는 정체성은 이 깨달음을 위한 토대였다.
영화는 그런 그녀의 삶‧사랑‧시 궤적을 좇는다. 특히 잉게보르크와 4년간 연애한 저명한 극작가 막스 프리쉬와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들은 금세 사랑에 빠지고 함께 창작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잉게보르크는 이내 막스에게 ‘연인/뮤즈/가사노동자’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애초에 꿈꿨던 ‘연인/동반자/동료’의 이상은 점점 흐릿해진다. 오히려 잉게보르크의 명성이 쌓여갈수록 막스는 질투를 느끼며 그녀를 더욱 옥죄려 든다. 영화에는 잉게보르크가 막스와의 관계에서 쇠잔해가는 과정과 막스와의 관계가 종결된 후 그녀가 다른 친구와 함께 사막에서 친밀성과 시, 무엇보다도 자기 인생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교차하여 등장한다. 사막으로의 여행은 잉게보르크에게 인간 존재의 본질적 고독을 수용하는 법을 가르쳐줌으로써 그녀에게 구원을 선사했다.
영화가 끝난 후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서 이경미 연극평론가는 영화가 잉게보르크에게 선물한 ‘구원’이 실제 그녀의 삶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막스는 잉게보르크과 결별한 후 그들의 관계를 소재로 작품을 썼고, 그 안에서 잉게보르크를 모욕적으로 묘사했다. 잉게보르크는 막스와 헤어진 후 오랜 기간 트라우마와 약물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잉게보르크의 말마따나 “결혼은 일하는 여성(예술하는 여성)에게 불가능한 제도”였다.
예술가인 동시에 뮤즈여야만 했던 그녀 삶의 모순은 여성이 예술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질문케 한다. 우리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그녀가 남긴 작품과 그녀 삶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를 통해서만 그녀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과 예술적 문제의식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다른 누군가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순수’ 언어에 도전하는 역할을 기꺼이 떠맡는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잉게보르크에게 사막에서의 구원을 선물했듯, 우리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그녀와 우리 자신에게 구원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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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친밀한 존재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다들 이야기한다. 부모만큼은 자식을 믿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그걸 알게 된 부모는 속상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온전히 아이를 믿는다는 건,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어디까지 아이를 믿어야 할까?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어느 정도까지 그 잘못을 추궁하고 훈계해야 할까? 부모라면 누구나 맞닥뜨리는 어려운 문제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제목에 '보통'이 들어가지만, 사실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사회적 지위와 좋은 직업을 가진 상류층이다. 이들의 자녀는 좋은 교육을 받고 최고의 환경에서 학창 생활을 보내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로, 원작과는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상류층 두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나름 의미 있는 선택을 했다. 이들의 지위는 자녀들의 법적 문제조차 덮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부모로서의 역할과 자녀의 미래에 관한 고민이 복잡하게 얽힌다.
[첫 번째 감정] 형 재완의 안정감
변호사로서 성공한 재완(설경구)은 법적 문제가 생긴 상류층 자녀를 변호하며 형량을 최소화하려 애쓴다. 그가 변호사로서 내리는 판단에는 상대방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그 방향으로 일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재완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태도는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그에게 안정감을 부여하며, 그 안정감은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마련해 준다.
딸이 노숙자 살인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재완은 평소 자신이 사건을 대하던 방식 그대로 상황을 처리하려 한다. 즉, 법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딸이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 수십 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재완에게 이러한 방향성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이미 그려졌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사건이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굳이 밝히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영화의 중반까지 재완은 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동생 재규(장동건)와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과 계속해서 충돌한다. 재완에게는 도덕적인 판단보다는 안정적인 판단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두 번째 감정] 재규의 도덕성
재규는 종합병원의 유명한 의사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환자를 돕고, 그 환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병원비를 내지 못할지라도 일단 치료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또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는 인물로,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진 따뜻한 성격을 지녔다. 그의 아내 연경 또한 여러 봉사 활동을 하는 따뜻한 인물이다. 이 부부는 기본적으로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로 그려진다.
하지만 아들이 노숙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재규와 연경의 의견은 갈라진다. 재규는 아들을 신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연경은 아무도 모르니 묻어버리자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가지고 있던 단단한 도덕성은 균열을 일으킨다. 연경은 그 도덕성을 계속 깨뜨리려 하고, 재규는 이를 붙잡고자 애쓰지만 아들의 눈물을 보며 결국 무너지고 만다.
영화의 중반까지 재규는 도덕적인 것을 지키자는 입장이었으나,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점점 흔들리게 된다. 중반 이후에는 재완이 도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재규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아이들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감정] 아이들의 도덕 불감증
범죄를 저지른 혜윤(홍예지)과 시호(김정철)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다. 혜윤은 부모 몰래 좀 더 과감하게 행동하고, 시호는 소심하게 억눌린 생활을 이어가지만 결국 그 억눌림이 폭발하게 된다. 이들이 노숙자를 공격한 사건은 흐릿한 CCTV에 담겨 뉴스에 보도되지만, 그 누구도 이들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들이 알아보고 추궁하는 상황이 된다.
영화 전반에 걸쳐 혜윤과 시호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재규와 연경은 시호에게서 반성의 기미를 보았다고 느낀다. 이는 관객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으로, 혜윤은 전혀 반성하지 않으며 완전한 도덕 불감증을 보인다. 그 영향으로 시호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이 이렇게 된 것은 상류층 부모의 힘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이들은 정말 반성을 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에게 도덕적인 성향이 있을지를 궁금해하며 바라보지만, 적어도 관객들에게 그들은 그저 범죄를 저지른 철없는 10대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들을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그들이 태어난 이후의 모든 것들을 판단해서 그걸 상황속에 녹여내 바라본다. 그러니까 전혀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아이들의 도덕불감증이 부모의 도덕불감증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도덕은 마비된다.
영화가 제시하는 아이러니
<보통의 가족>은 후반부로 갈수록 두 형제의 태도 변화가 폭발력을 발휘하는 영화다. 도덕적인 재규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안정적인 재완이 그 안정을 깨려는 행동을 한다. 두 사람의 모든 선택은 자녀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관객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만약 우리도 이들처럼 사회적 지위가 있다면, 재완처럼 자녀를 위해 범죄를 덮어줄 수 있을까?
영화는 지금 이 시대에 충분히 벌어질 법한 사회적, 가족적 딜레마를 던진다. 자녀가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도덕적인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말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또한 영화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점점 쪼개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에 대한 굴레가 얼마나 강력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영화 속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선택들은 때로는 가족의 결속을 위태롭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삶과 가치관을 중시하게 되면서, 과거처럼 절대적인 신뢰와 희생을 기반으로 한 가족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서로를 보호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얼마나 이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가족이란 굴레가 무너져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2019년 <천문: 하늘에 묻다> 이후의 작품이다. 장동건과 설경구가 연기한 두 형제의 변화는 영화의 중후반부를 강하게 이끌며, 그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색감의 대비와 캐릭터 간의 대립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도 훌륭하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최근의 사회적 문제를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우리에게 도덕과 안정 중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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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 스프링스 (2020)
* 본 리뷰는 <팜 스프링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팜 스프링스 (2020)
감독: 맥스 바버카우
출연: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 시몬스
장르: 로맨스, 코미디
러닝타임: 90분
배급: Hulu (훌루)
개봉일: 2021.08.19 (한국)
휴양지 결혼식, 갇혀버린 두 사람
11월 9일은 팜스프링스 리조트에서 신랑 '에이브'와 신부 '탈라'의 결혼식이 있는 날. 신부 탈라의 친구 '미스티'의 남자친구로 결혼식에 참석한 '나일스(앤디 샘버그)'는 결혼식에서 좌중을 압도하는 축사를 남기며 파티를 유유자적 즐긴다. 마치 이 날을 처음 겪는 게 아닌 사람처럼. 동생의 결혼식에 큰 흥미가 없던 언니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는 나일스와 대화를 하며 그에게 끌리게 되고, 뜨거운 하룻밤을 보낼 뻔한다. 동굴 근처에서 사랑을 나누던 사이 갑자기 누군가 나일스에게 화살을 쏘며 죽일 듯이 쫓아오고, 나일스는 그와 함께 동굴로 빨려들어간다. 세라는 영문 모를 상황에 나일스를 걱정하며 동굴로 따라가게 되고, 결국 세라는 나일스와 함께 무한 반복되는 하루에 갇히고 만다.
뻔한 소재를 유쾌하게 비트는 재주
스릴러,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불문하고 숱한 영화의 소재로 활용되었던 '타임루프'는 어느덧 식상해져버린 주제다. 세부적인 줄거리에만 차이가 있을 뿐 타임루프물은 기본적으로 죽음 혹은 잠이라는 장치로 하루가 무한 반복되는 동일한 플롯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해피데스데이>, <러시안 인형처럼>과 같은 작품에서처럼 반드시 죽어야만 하루가 리셋되는 것은 아니지만, <팜 스프링스> 역시 결혼식 당일이 무한반복되는 스토리가 메인이기 때문에 소재 한정으로는 신선함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소재의 한계가 지닌 약점을 가볍고 유쾌한 리듬감으로 보완하며 고전적인 플롯에 근래의 감성을 더한다. 세라가 타임루프 세상에 들어오게 되면서 두 주인공은 환장의 케미를 보여주는데, B급 코미디 영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유머가 풍성하다. 사실상 난장판에 가까운 극 중반부는 판타지 코믹 활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채롭고, 인물들에게서는 생동감이 넘친다. 극의 공간적 배경 또한 휴양지 리조트라는 작은 공간으로 제한적이지만, 빠른 속도감을 통한 연출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지루함을 탈피한다. 뻔한 소재를 활용한 작품임에도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유는 이와 같은 내러티브의 신선함 때문일 것이다.
양산형 B급 코미디 영화와의 차별점
그렇다면, <팜 스프링스>는 그저 단순하게 웃기기만 한 영화일까? 만일 본작이 여타 B급 코미디 영화들처럼 맥락 없이 웃기는 데만 집중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극은 중반까지 오늘만 사는 인생을 즐기기 시작한 주인공들의 코믹한 기행이 중심이지만, 이와 같은 생활에 일명 '현타'를 느낀 세라의 심경 변화를 기점으로 영화의 메시지는 달라진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평화로운 하루에서 유유자적 하고 싶은 나일스와 달리 세라는 자신의 정상적인 삶을 되찾고자 애쓴다. 양자물리학을 전투적으로 공부하며 스스로 탈출구를 찾으려는 설정은 소재의 클리셰를 깨부수며 신선함을 더한다.
무엇보다 세라는 나일스처럼 휴양지에서의 편안한 하루가 반복되는 삶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자신의 심리적인 고통과 마주하며 다시 제대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죽지도, 아프지도 않는 영원한 삶을 두고 고독과 허무를 실감하며 시간이 흘러가는 현실을 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의 코믹함과 가벼운 전개에 묻혀 인물들의 고뇌가 심각하게 그려지지는 않지만, 영원과 무릉도원 같은 삶이 능사가 될 수는 없으며 누군가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만나며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전한다. 다소 철학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영화가 가진 청량한 리듬감을 잃지 않으며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팝콘무비로 소비될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력
주연과 제작을 맡은 '앤디 샘버그'는 SNL의 크루 출신으로 유명한데, <팜 스프링스>에서만큼은 그보다 여주인공 '세라'를 연기한 '크리스틴 밀리오티'의 연기력이 상대적으로 돋보인 것 같다.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듯한 울적한 표정부터 타임루프를 만끽하며 난동을 부릴 때의 광기, 그리고 환히 미소지을 때의 사랑스러움까지. 9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이지만, 그 시간동안 다면적인 성격을 지닌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코미디로는 빠지지 않는 '앤디 샘버그' 옆에서도 코믹 연기로 우위를 점했다는 것은 '크리스틴 밀리오티'의 열연이 돋보였음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앤디 샘버그'의 존재감이 미약했던 것은 아니다. 하와이안 셔츠와 맥주캔을 들고 다니며 느긋하고 낙천적인 행동들을 영락 없는 타임루프에 갇혀 무념무상이 된 인물 그 자체다. 한량 같은 나일스와 행동력 강한 세라의 정반대의 성격이 대비됨으로써 두 인물의 조화는 더욱 빛을 발하고, 마치 SNL 크루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것마냥 기량을 맘껏 발휘한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언론 시사회에 초청 받아 작성한 게시물입니다 *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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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적 격투를 바라보게 만드는 두 괴수
어린 시절부터 인간 이외의 존재들이 나오는 영화나 시리즈물을 좋아했다. 외계인, 좀비, 공룡 그리고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한 편으론 무서웠지만 눈을 감으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괴물이 나오는 괴수물은 특촬물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후레쉬맨> 시리즈를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보면서 악당 괴수와 싸우는 로봇의 활약에 꽤나 집중해서 봤던 기억이 있다. 거대한 괴수가 등장했을 때, 저걸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혹여 우리 편이 지면 어쩌나 걱정하며 봤다.
괴수물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잘 짜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육중한 몸을 통해서 전달되는 타격감과 약간의 공포심일 것이다. 괴수가 높은 건물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출동한 다른 괴수 혹은 로봇이 대결을 벌이면 그 일대는 초토화된다. 이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들을 보며 통쾌함을 느꼈고 결국 괴수가 제압당하는 모습에 안심했다.
애초에 <고질라> 영화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계기 자체도 그런 것을 보려는 관객들의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98년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고질라는 논외로 하고 2014년에 나온 <고질라>는 규모를 키우고 진정한 괴수영화로 접근하여 만든 영화였다. 여기에 인간들의 서사를 억지로 연결하여 넣으려고 하면서 러닝타임은 길어졌고 액션 장면은 줄었다. 그래도 고질라가 등장하여 벌어지는 액션과 리액션은 어릴 적 느꼈던 공포심과 통쾌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뭔가 크고 심각한 것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어느 정도 먹히는 결과물이었다.
그래서인지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에서 기모라 같은 다른 괴수들을 등장시켰고 그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격투를 벌일 때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여전히 인간들의 서사는 지지부진했고 흥행이 생각보다 덜 되었지만 시리즈의 3편이 관객들에게 공개되었다. <고질라vs.콩>에는 기존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인간의 서사는 괴수들의 대결에 맞추어 구성되었고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킹콩이 등장하면서 감정적인 공감을 할 수 있는 서사가 보강되었다.
킹콩 역시 두 편의 이전 시리즈가 있다. 완전히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킹콩이 살던 스컬 아일랜드가 존재한다는 점만은 같다. 그리고 킹콩은 인간과 어떤 방식으로든 교류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여자를 보호하고 눈 맞춤을 하기도 한다. 이건 고질라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고질라는 절대적인 존재로 인간과 소통을 전혀 하지 못한다. 고질라는 지구를 지키려는 것뿐, 인간의 안위는 사실 관심이 없다.
<고질라vs.콩>에서도 이것은 큰 차이가 있다. 고질라의 특성을 이해하는 고질라 시리즈와 연결된 인물인 메디슨(밀리 바비 브라운)과 마크(카일 챈들러)는 고질라를 보호하고 이해하지만 교류는 전혀 없다. 그래서 이 인물들의 서사는 괴수들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들의 노력은 서사에도 별 영향을 줄 수가 없다. 각본을 구성하면서 최대한 영향을 주려는 노력이 보이지만 그게 결말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킹콩과 교류하는 지아(카일리 허틀), 네이선(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아일린(레베카 홀)의 서사는 전체 영화의 결말부에 큰 영향을 준다. 지아는 킹콩과 수화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킹콩을 설득하고 행동을 이끌어 뭔가를 만들 여지가 있다. 결말부 전투에서도 이 인간들의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킹콩에 좀 더 정이 가게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마치 가족처럼 느껴지는 킹콩의 모습은 이 영화가 고질라의 시리즈라기보다는 킹콩의 세 번째 영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렇게 킹콩의 서사에 감정적인 부분이 추가되면서 영화의 서사는 조금은 나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액션 장면, CG와 만나 좀 더 흥미롭게 영화를 보게 만든다. 격투 장면은 크게 해양에서 벌어지는 격투와 홍콩에서 벌어지는 장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밝은 낮에 촬영한 장면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더 선명하게 액션 장면을 볼 수 있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타격감이 더 좋게 느껴진다. 홍콩 전투에서 기계 괴수인 메카 고질라가 등장하여 세 괴수가 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꽤 만족스럽다. 여러 모로 <고질라>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의 컨텐츠 정도로 소비되었던 괴수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이것에 대한 소비층이 어느정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과거에 이런 괴수들을 보며 성장했던 많은 어른들은 좀 더 진지하게 이런 영화를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번 <고질라vs.콩>이 고질라 시리즈의 마지막 장일지 모르지만 다른 형태의 괴수 영화는 또 제작되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고질라vs.콩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sZtWShcSP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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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 경유역이 너무 많은거 아니오
이 글은
영화 [불릿 트레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인용,퍼가는 경우 반드시 출처를 남겨주세요.
[데드풀 2]와 [존 윅] 시리즈 같은 개성 넘치는 액션 영화의 감독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과 할리우드 대표 배우인 브레드 피트의 만남은 영화 [불릿 트레인]에 쏟아지는 관심을 배가 시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런 열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주연 배우들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지지와 애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조금은 심신 미약 상태인 것 같은 킬러(?) 레이디 버그가 얼떨결에 탑승한 죽음의 열차 안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은 화려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청승 맞고, 후반부의 많은 카메오들은 영화를 끝까지 보는 힘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데드풀처럼 수다스러우면서 존 윅 같은 액션 영화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예매 리스트에서 상위권에 올려볼 만하다.
기름종이와 사마귀의 대결;열차 안에서의 모순
사진출처: 다음 영화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
모순(矛盾)이란 단어의 어원임과 동시에, 대부분의 영화에서 갈등을 만들어내는 요소의 모티브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크게 보면) 한 가지의 목표를 두고 대립하는 사람들의 합리적인(?) 난장판을 그리고 있다.
이 열차 속에서 창과 방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인물은 (전직) 킬러 레이디버그와 프린스이다.
레이디버그는 자신의 운명이 마치 기름종이 같다며 투덜댄다. 살짝 굳기 시작한 마라탕의 기름을 걷어내기에 그만한 게 없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빨아들인 쓸데없고 불필요한 것으로 늘 질척이고 불쾌한 삶을 산다며 불만의 크기만큼 수다에 진심이다.
반대로 프린스는 암사마귀와 같은 인생을 산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의 좋은 부분만 취해 먹어버릴 수 있기에. 공복에 숭늉 마시는 것처럼 술술 넘어가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가진 오만함 만큼이나 고개를 치켜들어 내려다볼 줄 몰랐다.(참고 1)
보는 순간부터 이미 기세가 한 쪽으로 기울어져도 할 말이 없지만. 어쩐 일인지 낫 같은 암 사마귀의 두 팔(?)은 이 너덜거리기 짝이 없는 기름종이 한 장을 베어내지 못한다. 분명 바람 한 점에도 낯부끄러워 하며 날아가 어딘가 처박히기 바쁜 존재인데도 말이다.
기름종이가 영화 내내 흡수한 다른 사람들의 불운은 결국 종착역에서 가장 큰 업보가 되어 프린스를 덮친다. 모든 사람의 머리를 물어뜯으며 승리감만을 맛보았을 프린스였지만. 결국 자신을 두려움의 눈으로 쳐다보던 사람들의 불안함까지 모조리 일시불로 받아버린 것이다.
나비효과 말고 무당벌레 효과;운명을 탈선하는 기차
사진출처: 다음 영화
연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 해의 운명을 점치기 위해 점집을 찾아가 조심스레 무릎을 꿇는다. 점쟁이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하나하나 판단하기 보다 그저 자신 앞에 펼쳐질 흥망성쇠를 미리 알고 싶어 한다. 마치 이미 정해진 길에 존재하는 큼지막한 이정표 정도라도 알려 달라는 태도로.
이 영화 역시 등장인물들의 이미 정해진 운명을 목적지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도착해야 하고 내릴 수 없는 열차의 형식으로 빗대어 설명했다. 또한 레이디 버그의 운명을 알려주는 구원자까지 영화의 말미에 탑승시켰다.
그러나 레이디버그도. 점집 앞에서 줄 서기를 마다 않는 사람들도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누군가의 목소리로 자신의 운명을 듣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운명 열차도 거기에 영향을 받아 미묘하게 선로를 조정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전까지 레이디버그는 자신이 불행함의 아이콘이라고 소리치는 운명의 목소리를 죽었다 깨어나도 거역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자신이 방파제 같은 역할을 해 주변을 고요하게 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는 등에 새겨진 일곱 개의 반점 같은 등장인물들의 고난을 짊어지기로 결심한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바들바들 떨면서도 말이다.
무당벌레는 기차에서 내릴 기회가 수도 없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모조리 거부하고. 자신의 작은 날개를 세차게 퍼덕이기 시작한다. 그 어떤 변화의 기미도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결국 영화의 말미에 이 작은 벌레 한 마리는 주어진 운명의 길을 총알처럼 달리던 기차마저도 탈선 시킨다.
예정된 길이라 벗어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운명을 거스른다는 것은 탈선한 기차처럼 처참하고 큰일같이 보이지만. 운명이 바뀌어야 함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변해버린 나머지 생을 위한 새로운 길을 달려야 함은 당연해 보인다.
매몽설화,꿈보다 해몽;혹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진출처: 다음 영화
영화 [도둑들]에는 예니콜의 꿈을 사는 씹던 껌의 이야기가 나온다. 김유신 장군의 두 누이인 보희와 문희의 매몽설화를 따온 이야기이며.(참고 2) 이로 인해 원래라면 죽었어야 할 예니콜은 생명을 구하고, 씹던 껌은 꿈을 잘못 샀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긴 채 퇴장해야 했다.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자처한 [불릿 트레인]에서도 이런 모티브가 등장한다. 바로 카버와 레이디버그의 운명이다.
사실 레이디버그는 카버의 대타였다. 하필이면 이번 임무를 앞두고 배탈이 생겨 자신의 임무를 레이디 버그에게 양도했고, 그는 한껏 불만을 표시하며 기차에 자신을 실어야 했다.
만약 카버가 예정대로 이 기차에 올라탔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보았을 때. 많은 상상이 가능해진다.
과연 카버의 생사는 어떻게 될 것인가.부터 시작해. 카버의 열차는 탈선을 했을 것인가. 또한 탈선했다고 한다면 과연 그때 카버의 생사는 어떨 것인가. 등등 말이다.
또한 레이디 버그의 운명도 궁금해진다. 올라타지 않은 기차 밖에서 그는 이 기차에 대한 소식을 어떻게 접할 것인지. 그 소식을 상담소에서 들을 것인지. 또는 또 다른 의뢰 현장에서 들을 것인 지. 여전히 이름은 레이디 버그를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번 여행(?)을 통해 레이디버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었으며. 이 엉망진창 에피소드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이다. 미운 동료이긴 하지만 카버의 생사마저도 구해주었다는 뿌듯함(?)도 함께 얻은 채로.
어쩌면 꿈도 운명도. 이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한다.
마치면서
천하의 빵형 혓바닥이 너무 길다.라고 느껴지는 영화다.
확실한 팬덤을 가진 영화 [데드풀]을 묘사한 듯한 많은 대사량이 버겁지는 않지만 반대로 그다지 즐겁지도 않다. 노린 것 같은 유머마저도 기차 시간을 맞추지 못한 승객처럼 허망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또한 무당벌레의 일곱 개의 무늬라는 설정 때문에 전반부는 예닐곱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서사를 배치하느라 매우 지루하고 뚝뚝 끊어지는 느낌마저 준다. 이로 인해 거의 모든 영화의 볼거리들이 후반부에 배치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문제는 그것이 전반부와 비교된 반사 효과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하게 하는 데 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모든 인물들의 운명을 엮어내는 데는 그다지 큰 구멍은 없고, 또한 많은 카메오들이 주는 즐거움도 꽤 크다.
밀린 숙제를 후다닥 해치우는 듯한 속도로 흘러가는 후반부를 보며. 앞부분에 정말 너무도 많은 경유가 있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영화다.
참고 1
원래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산화 환원, 산화제 환원제로 설명하려고 했음. 그러나 안 그래도 가벼운 영화의 리뷰인데 공부까지 하는 기분을 주고 싶진 않아서 바꿈.
참고 2
소변으로 한 동네를 가득 채우는 꿈을 꾼 보희가 이 이야기를 문희에게 했음. 보희는 그 꿈이 부끄러웠지만 문희는 길몽이라 생각해 비단을 주고 언니의 꿈을 샀음. 원래는 김유신이 보희와 김춘추를 연결해 주려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꿈을 산 문희와 결혼하게 됨. 개인적으로는 매몽설화가 가장 대표적인 꿈보다 해몽의 케이스라고 생각함. 컵에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확률이 높은 것처럼.
[이 글의 TMI]
1. 사신 등장할 때 진짜 소리 지를 뻔함.
2. 개인적으로는 딱 한 번 웃었음. 그러나 다른 분들은 많이 웃으셨음. 내가 좀 웃음에 박한 듯.
3. 목감기에 걸리는 걸 보니 이제 진짜 여름이 다 가나 봄.
4. 덕분에 휴가 잘 쉬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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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도 자비도 없는 범죄 액션 느와르
황정민과 이정재가 신세계 이후의 7년 만에 재회가 되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강렬한 느와르 액션과 두 남자의 처절한 싸움 속에각자 서로의 싸움이 이해가 되는 영화.
영화 관상의 강렬한 등장 이정재가 있었다면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는 박정민이 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액션, 스릴러, 느와르, 하드보일드, 피카레스크
감독 / 각본 : 홍원찬
출연진 :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개봉일 : 2020년 8월 5일
평점 : 8.54
스트리밍 : 티빙, 넷플, 웨이브, 쿠팡, 왓챠
기획 의도
태국에서 충격적인 납치 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을 끝낸 암살자 인남(황정민)은 그것이 자신과 관계된 것임을 알게 된다.
인남은 곧바로 태국으로 향하고, 조력자 유이(박정민)를 만나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한편, 자신의 형제가 인남에게 암살당한 것을 갈게 된 레이(이정재).
무자비한 복수를 계획한 레이는 인남을 추격하기 위해 태국으로 향하는데...
처절한 암살자 VS 무자비한 추격자
멈출 수 없는 두 남자의 지독한 추격이 시작된다!
여담
스토리상으로 납치 -> 추격이라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테이큰, 아저씨, 레옹 등 다수의 작품에서 이런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스토리는 뻔하지만 카메라 워크 기술만큼 뛰어나 직접 액션에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촬영기법으로 몰입감을 상승시켰다.
영화 포스터 속에 황정민과 이정재 단독 주연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박정민을 일부러 숨겼구나 라는걸 캐치할 수 있다.(강렬한 등장으로 절대 잊을 수 없는 연기력)
후기 및 결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결말을 살펴보자면
인남은 자신의 딸을 구해냄과 동시에 유이에게 맡기며 레이와 최후의 결투를 시작한다. 레이와 인남은 혈투 중 치명상을 입게 되자 수류탄을 뽑고 둘은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인남이 사전에 준비한 주택으로 유이와 인남의 딸이 향하며 이 둘의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을 그리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 이정재와 황정민의 두 사람의 연기력은 입이 아플 정도로 좋았고, 아역인 박소이의 연기력과 더불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었던 박정민이 다한 영화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한줄평 : 박정민의 연기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보게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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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가 개봉했습니다.
사실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영화인데요.
주인공 클레어 역할로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주연을 맡았어요.
아직까지는 레지던트 이블 하면,
과거 밀라 요보비치가 앨리스로 출연했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더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중심이되었던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이번 리부트된 영화는 액션이 줄었는데요.
그럼 어떤 부분이 달라졌고, 영화는 어떨까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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