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28 18:36:57
10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모든 프레임이 악몽이다" <롱레그스> 개봉

<기생충>을 제치고 북미 인디 배급사 네온의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던 <롱레그스>가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북미 개봉 후,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 ‘올해 가장 무서운 영화’,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롱레그스>는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 <싸이코>에서 ‘노먼 베이츠’를 연기한 안소니 퍼킨스의 아들인 오스굿 퍼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한 <팔로우>, <왓쳐> 등을 통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호러퀸이자 비명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배우 마이카 먼로가 주인공인 FBI 요원 ‘리’를 맡아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를 잇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폭넓은 필모그래피로 팬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역시 강력한 캐릭터로 분해 그간의 모든 커리어를 뛰어넘을 예정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롱레그스
Longlegs

개요: 공포 | 캐나다, 미국 | 101분
감독: 오즈 퍼킨스
주연: 마이카 먼로, 니콜라스 케이지, 알리시아 위트, 블레어 언더우드
개봉: 2024.10.30.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30년간 계속된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의 생일이 14일이라는 것과 ‘롱레그스’라는 서명이 적힌 암호 카드뿐.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에 남다른 능력의 FBI 요원 ‘리’가 투입되고 지금껏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암호를 해석하는데...
모든 프레임에 악마의 단서가 심어져 있는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
아마존 활명수
AMAZON BULLSEYE

개요: 코미디 | 대한민국 | 113분
감독: 김창주
주연: 류승룡, 진선규,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라
개봉: 2024.10.30.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어서 와, 아마존은 처음이지 전 양궁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였지만 지금은 구조조정 1순위 ‘진봉'. 회사에서 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아마존으로 향한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도착한 아마존.
그곳에서 만난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 ‘시카’, ‘이바’, ‘왈부’!
살 길을 찾았다고 생각한 ‘진봉’은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과 함께 활의 명수 3인방을 데리고 한국으로 향하는데...
이제 ‘진봉’의 부활은 아마존 3인방에 달려있다!
럭키, 아파트
Lucky, Apartment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95분
감독: 강유가람
주연: 손수현, 박가영, 이주영, 정애화
개봉: 2024.10.30.
배급: 인디스토리

줄거리
영끌로 마련한 아파트. 선우와 희서가 꿈에 그린 보금자리다.
하지만 선우의 예기치 못한 실직으로 희서 혼자 대출이자를 떠안게 되자, 둘 사이는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한다. 한편, 언제부턴가 아파트를 감도는 악취 때문에 두 사람은 극도로 예민해지고, 선우는 악취 원인을 밝히려 애쓰다 아파트 주민들과 충돌을 빚는데…
선우와 희서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킬 수 있을까?
최소한의 선의
My Best, Your Least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10분
감독: 김현정
주연: 장윤주, 최수인
개봉: 2024.10.30.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싸이더스

줄거리
고등학교 교사 ‘희연’은 겉보기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난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여보고자 고3 대신 고1 담임을 맡고, 집 인테리어도 새롭게 하지만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계속되는 임신 실패에 점점 힘들어질 때, 반 학생 ‘유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담임으로서 의무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자꾸만 감정적인 선을 넘어오는 ‘유미’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의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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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남겨진 자들의 안녕을 빌며
- 아직도 생생한 그날이 벌써 10년 전이 되었습니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그날의 아픔을 기리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을 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제작된 극영화입니다. 단순히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영화가 아니라, '안산',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등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직접적인 영화죠.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극의 요소를 통해 그려내는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을 전주에서 만났습니다.목화솜 피는 날When We Bloom AgainSummary'병호'와 '수현'은 꽤 괜찮은 부부 사이였다. 그러나 10년 전에 참혹한 사고로 둘째 딸을 잃고, 각자의 고통을 견디느라 서로를 외면해 왔다. 그러던 사이, 딸의 죽음을 감당할 수 없었던 '병호'는 점차 기억을 잃어간다. '수현' 역시, 무기력함만 커진다. 그런 '수현'은 첫째 딸의 참아왔던 두려움을 듣게 된다. "아빠마저 잃을까 봐 두려워." 무기력에 갇혀있던 '수현', 그런 그녀에게 남편인 '병호'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Cast감독: 신경수출연: 박원상, 우미화, 최덕문, 조희봉 외그들의 비상등이 꺼질 때까지<목화솜 피는 날>은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남겨진 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을 견뎌냅니다. 누군가는 이별의 원인에 집착하고, 누군가는 이별 자체를 회피합니다. 누군가에겐 몰아치듯 밀려오는 슬픔이 누군가에겐 서서히 차오릅니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눈에는 그 방식이 과격해 보이기도, 무심해 보이기도 합니다.집착과 회피, 과격함과 무심함. 우리는 이것이 정상 범주의 반응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비상등을 켠 자동차와 같다는 것을요. 비상등은 정상 주행에 어려움이 있음을 안내하는 표시입니다. 비상등을 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동차에 탄 사람뿐입니다. 자동차 밖의 사람은 비상등을 켠 이유도, 비상등을 끄지 않은 이유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운전자가 비상등을 끌 때까지,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러나 현실의 우리는 비상등의 불빛을 종종 외면합니다. 아무 문제가 없어도 살기 퍽퍽한 것이 삶이라지요. 그래서인지 감히 그들의 고통을 평가 절하하는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정상 주행에 방해된다며 얼른 비상등을 끄라고 강요하고, 이제는 비상등을 끌 때가 되었다고 종용합니다. 버젓이 비상등을 켜고 있는데도, 정상 주행을 하지 않는다며 나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목화솜 피는 날>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사람들을 비춥니다. 섣부른 강요와 종용 대신 인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그들이 스스로 비상등을 눌러 끌 때까지, 다시 정상 주행을 할 수 있을 때까지.⊙ ⊙ ⊙"그날을 기억하시나요?"얼마 전,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의미로 마련된 영화 모임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그날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었죠.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에서 그날의 충격과 마주했습니다. '전원 구조' 뉴스에 한시름 놓았던 것도, 믿기지 않은 오보 소식을 접했던 것도,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던 선체의 모습이 뇌리에 박힌 것도, 모두 같았습니다.역대 최악의 오보였던 '전원 구조' 뉴스 화면이 등장하는 장면은 저를 2014년의 그날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틈날 때마다 뉴스 화면을 새로고침했던 그날, 창문에 매달린 아이들을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던 그날, 배를 버리고 팬티 바람으로 도망치던 선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날.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리가 멍해지고, 자꾸만 소름이 끼쳤습니다. 영화 속에서 다시 재생되고 있는 10년 전 그날이 너무 말이 되지 않아서, 너무 허탈해서, 너무 무력해서.엔딩 크레딧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이름이 나옵니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이름은 한 반에 열댓 명씩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널따란 갑판, 좁고 기다란 복도, 출렁이는 파도, 배 안에서 했던 불꽃놀이, 만약을 대비해 착용한 구명조끼까지. 그날의 일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 빼면 제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와 같습니다. 부모님은 잘 다녀오라며 배웅해 주셨고,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도행 여객선에 올랐죠. 그날의 사고는 어쩌면 저에게 벌어졌을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자꾸만 소름이 끼쳤던 건, 살아서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정말로 '운'이었다는 걸 계속 실감했기 때문이었습니다.<목화솜 피는 날>의 에필로그에서 '병호'는 세월호를 견학하러 온 학생들에게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문제들을 하나씩 읊어줍니다. 듣다 보면, 머릿속에서 '고작'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맴돕니다. 고작 그런 문제 때문에, 고작 그런 말 때문에, 고작 그런 결정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20년 후에도, 30년 후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10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를 극영화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이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유가족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감히 세월호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목화솜 피는 날>은 극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세월호를 다룹니다. 세월호 참사를 단순한 소재로서 어물쩍 이용하지 않고, 유가족, 자원봉사자, 진도 어민 등 참사 이후 남겨진 다양한 사람들을 비춥니다.종종 '이 장면은 유가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꾸린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배우들도 보였고, 제작 및 촬영에 참여한 '2학년 O반 OO 아버지', '2학년 O반 OO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목화솜 피는 날>만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유가족들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유추할 수 있었죠. 어쩌면 더 많은 사람에게 그날을 잊지 않게 하는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주행하고 있는 사람들 곁에 있어 주는 행동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잊지 않겠습니다.One-Liner꽃이 진 후에도 솜이라는 두 번째 꽃을 틔우는 목화를 떠올리며, 부디 안녕들 하시기를.Schedule in JIFF2024.05.02(목) CGV전주고사 8관 17:002024.05.04(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0:302024.05.08(수)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20:30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5월 01일 -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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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된 꿈의 자유: ‘미몽’ 속 신여성의 비극
출처 : 나무위키
억압과 통제로 얼룩진 시대 속, 한 여성이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충실하게 삶의 방향을 선택하려는 순간,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자유가 아닌 사회적 낙인이었다. 영화 미몽은 그러한 여정을 그린다.
진취적으로 자신의 길을 모색하려는 애순의 모습은 당시 사회에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 소위 ‘신여성’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 명칭은 환호가 아닌 불편함과 경계의 시선 속에 만들어진 낙인이었음을 알게된다.
제목 미몽(迷夢)은 ‘헛된 꿈’이라는 뜻으로, 애순의 자율적인 삶의 추구가 사회에 의해 ‘잘못된 욕망’으로 규정되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그리고 부제 ‘죽음의 자장가’는 신여성의 가능성과 희망을 품은 이 이야기가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될 것임을 암시한다.
애순은 사랑을 좇고,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은 '도덕'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너머로 규정되고, '자유'는 곧 '방탕'으로 해석된다. 사회는 그녀를 이상과 비난 사이의 어딘가, 정의되지 않은 자리에 밀어 넣어 자유를 향한 그녀의 몸짓은 곧 사회적 틀에 다시금 갇혀버리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영화 속 ‘새장 속의 새’는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날고자 했지만, 어디론가 갈 수 없었던 그녀와 새는 결국 다시 철창 속에 안긴다. 겉으로는 보호받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자유를 빼앗긴 채 갇혀 있는 존재. 이는 곧 애순의 처지이자 당시 신여성으로 일컬어졌던 수많은 여성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새장 속에 갇힌 순간, 그 자유는 존재하되 도달할 수 없는 이상으로 전락하는 새와 같이 애순 역시 자율적인 삶을 꿈꾸며 사회의 벽을 넘어서려 하나, 그녀를 둘러싼 도덕과 규범이라는 철창은 그녀의 날갯짓을 끝내 허공에 머물게 만들어버렸다. 즉, 그녀가 느끼는 자유의 감각은 철창 너머 펼쳐진 허상일 뿐, 결코 닿을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이다.
애순은 순간순간 자유로운 선택을 했다고 믿지만, 그 모든 선택은 사회의 금조 속에서 철저히 제한되고 있었고,결국 그녀는 날 수 있는 새이되 날지 못하는 새로 살아야 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고로 끝나는 결말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신여성의 꿈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냉혹한 메시지다. 그것은 경고이자 거부였다. 애순의 죽음은 그녀 개인의 비극이기보다 여성의 자율성과 가능성에 눈감은 시대의 비극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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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세의 노래가 무서워지는 영화
그 당시 개봉작이었던 세븐데이즈와 고민하다가 고른 '우리 동네'. 나름 기대가 있는 영화였다.
뮤지컬배우 출신인 오만석과 개인적으로 목소리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 이선균, 그리고 그때의 기대주 류덕환.
특히 휴덕환이 기대가 됐던 것은 이 영화에서 역할인 살인자를 연기하기위해서, 그 느낌을 받기 위해서 머리맡에 칼까지 두고 잤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충무로의 기대주가 될 수 있을까? 에 대한 기대랄까?
영화가 시작되면 긴장의 연속이다. 하지만 실제로 놀라는 부분보다는 잔인한 부분이 많다고 해야겠다.
더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잠시 접어두고...
보고 나와서 이해를 잘 못했던 친구를 위해서 세 사람의 관계, 집의 관계에 대해서 얼마나 샅샅이 이야기 해 주었는지, 영화를 보고 나서 분석하고 있던 나 자신이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냥 감탄사로 표현하자면 "역시 류덕환!"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아 이제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은 밤에 부르는 섬집아기처럼 섬뜩한 노래가 되겠구나 하는 것이다.
특히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라는 가사는 효이(류덕환)와 경주(오만석)와의 관계를 대변해주는 듯 했다.
영화를 직접 보신다면 무슨 뜻인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 이문세 - 사랑이 지나가면 ♪
그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사람을 몰라요
두근거리는
마음은 아파도
이제 그대를 몰라요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
그렇게 보고싶던
그얼굴을
그저 스쳐~ 지나면
그대의 허탈한
모습속에~
나 이젠 후회없으니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그렇게 보고싶던
그얼굴을
그저 스쳐~ 지나면
그대의 허탈한
모습속에~
나 이젠 후회없으니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
사랑이 지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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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경사 바틀비의 대척점에 선 남자
톰 크루즈가 연기를 잘한다는 건,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마이너리티 리포트》, 《미션 임파서블》시리즈 등을 봐오면서 익히 알고 있었으나, 《제리 맥과이어》를 보는 순간 나는 다시금 탄식하듯 내뱉었다. 세상에, 톰 크루즈 연기 좀 봐! 특히나 도입부에서 주인공이 얼마나 얄밉고 짜증 나던지. 그 톰 크루즈인데도 상관없이, 꿀밤을 먹이고 싶다는 충동이 절로 치밀었다. 하여간에, 오늘 이야기할 《제리 맥과이어》는 톰 크루즈가 근사한 얼굴을 빛내며 "You Complete Me, "라고 고백하는 장면으로 유명하지만 내겐 그리 어여쁘지만은 않은 영화였다. 《제리 맥과이어》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말랑말랑한 버전의 필경사 바틀비가 아닐까, 라는, 다소 울적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엔 모두가 생각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테마가 몇 가지 있다. 아니, 말하더라도 다 함께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 있다. 『피로사회』라는 책 제목을 훑거나, 과로사로 세상을 등진 이들이 많다는 신문 기사를 읽을 때 그들과 나의 처지를 동일시하며 상대와 자신을 눈물겹게 여기고, 소위 말하는 '이놈의 세태'에 분노하면서도 어제와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아나가는 우리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쓸데없는 감성/감정/소망 등은 결국 우리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통계로 대표되는 경제 논리의 관점에선- 우리의 경험이 진실이기도 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영화 《제리 맥과이어》엔 이런 세태에 반기를 든 남자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제리(톰 크루즈)는 스포츠 에이전시에 근무하는 유능한 매니저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일상에 환멸에 느낀 그는 새벽 감성에 젖어, 칸트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는 업무 지침서를 작성하여 회사 내 전 직원에게 선물한다. 안타깝지만 회사의 시선으로 보자면, 제리가 저지른 한순간의 기행은 그가 효율적인 경쟁력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영화가 시작한 지 25분이 채 되기도 전에 제리는 해고된다.
그렇다면 해고된 직후 제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자신이 키워내고픈 스포츠 유망주와 일대일의 가슴 뛰는 관계를 순탄하게 이어나가며 승승장구할까? 인간을 도구화시킨 자본주의의 허무함을 신랄하게 폭로할까? 전혀 아니다. 생각해보자. 제리의 업무 지침서는 충동적으로 쓰인 글이었고, 전날 밤까지만 해도 제리 맥과이어라는 남자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누구보다 훌륭하게 적응한 남자였다.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매니저라고 이야기했다지만, 그는 미국이 사랑하는(혹은 사랑하게 될) 스포츠 거물들을 이어주고 커미션을 획득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업무 지침서에 '취해'있었을 진 몰라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그래도 운명의 여신이 제리를 완전히 버리진 않았나니, 제리는 자신의 업무지침서에 깊은 감명을 받은 도로시(르네 젤위거)와 새로운 에이전시를 꾸린다. 도로시는 마법세계에 발을 잘못 디딘 동화 속 주인공처럼, 경리직원임에도 자본주의 특유의 비인간적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며, 감성적 순수를 지닌 여자다. 제리의 비서인 웬디가 월급 인상이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며 그를 따라가지 않는 것과 달리, 어린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인 도로시는 4대 보험조차 보장이 어려운 제리의 신생 회사를 택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여기서부터 영화가 뻔해질 거라 코웃음 치기 쉽다. 남주인공을 따라간 여주인공이니, 당연히 사랑에 빠질 것이고, 사랑을 원천 삼아 직업적 성공까지 일궈낼 것만 같다. 아니, 실상은 다르다. 《제리 맥과이어》에서 제리와 도로시의 관계는 오랜 세월에 걸쳐 녹슨 문처럼 끊임없이 삐끄덕댄다.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다 겪은 하루의 끝에서조차 제리와 도로시가 바라보는 세상은 하염없이 다르만 하다. "가끔은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라는 도로시의 고백은 제리가 업무적으로는 뛰어난 협상가였을지는 몰라도, 사적이고도 내밀한 인간관계에선 문제적 인물일 수 있음을 폭로한다. 물론 도로시 역시 어느 정도 인간관계에 있어 능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처음부터 제리를 먼발치에서 동경하는 인물로 그려졌으며, 열 명의 이혼녀와 이야기하는 현실을 지긋지긋해하는 동시에 또래 여자들의 삶을 부러워했다. 영화 중후반부, '우리가 황홀함에 빠져서 사랑한다고 믿었'던 게 아니었겠냐는 도로시의 지적은, 최소한 도로시에게 있어선 일부 사실이었으리라.
이러한 두 사람의 위태로운 관계를 임시적으로 봉합하는 존재는 바로 도로시의 아들인 레이(조나단 립니키)다. 제리든 도로시든 결국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하는 어른인 반면, 레이는 그렇지 않다. 어린아이는 자야 한다는 엄마의 규칙을 손쉽게 넘나들고, 제리에게 "안녕, 제리 아저씨"라고 인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다. 한밤중 모르는 아저씨에게 "지금 동물원에 가자"라고 이야기할 만큼, 어떤 사회적 속박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소망에 충실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레이는 그 어떤 어른보다 삶의 주권을 뚜렷하게 쥔 존재처럼 보인다. 모든 인간관계를 합목적성 하에 계산을 했던 제리가(그는 심지어 레이가 자신의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하자, 그 '대가'로 동물원에 꼭 가야겠다고 이야기한다) 잘 나가던 스포츠 에이전시를 나오자 연인으로부터, 친구로부터, 동료로부터, 사업 파트너로부터 루저 취급당한 모습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그렇다 한들 영화의 드라마적 요소를 충족시키는 제리의 성장은 보이드 가家에서 이뤄지지 않으며, 오히려 로드 티드웰(쿠바 구딩 주니어)과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두 사람이 비즈니스 파트너에서 친구로 거듭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나 제리에게 더욱 그랬다. 에이전시를 나온 후 경제적으로 파산한 그는 절박하다. 모든 가능성을 붙잡아야 한다. 사무실에서 그에게 쇼 미더 머니를 외치게 했던 이해할 수 없는 선수에게 '내겐 너 하나뿐이야, '라는 말을 건네야 했고 모든 자존심을 저버리며 도와달라 외치고 광고주에게 비굴하리만큼 굽신거려야 했다. 남은 패가 많지 않은 제리에겐 더 이상 물러날 자리도 없고, 포기할 여력도 없다.
하지만 어디 인생사가 마음대로 흘러가던가? 제리와 달리 자신의 하나뿐인 클라이언트는 불만이 산더미다. 약속했으니까 의리를 지키겠다며 제리 곁에 남은 로드는 언뜻 영화 내에서 가장 자유로운 인물처럼 보이기 쉬우나, '쇼미 더 머니'나 '콴'을 큰 소리로 외치는 그는 기실, 경기장 밖에서의 매너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거액의 계약금을 원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자본주의에 강하게 예속된 인물이었다. 이기적인 그의 태도가 자꾸만 몸값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던 로드는 제리의 잔인하리만큼 정직한 말에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넌 너무 액수에 연연해. 가슴은 없고 머리만 굴릴 뿐이야. 경기에선 돈 생각만 하고 그런 태도로는 관중을 감동시키지 못해.” 그렇다. 20세기 서프러제트 역사에서 “We want bread, but we want roses, too!”라는 슬로건을 찾을 수 있듯, 인간에겐 울림이 필요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오로지 돈과 계산만으로는 인간이 살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영화는, 그러나 제리의 시선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 이 영화의 장르다. 《제리 맥과이어》는 드라마/코미디/멜로/스포츠라는 네 가지 장르를 납득 가능할 만큼씩 흡수한 영화다. 한 가지 장르에만 집중해서 두 시간을 투자해도 성공하기 어려운데, 네 가지 장르가 한 영화에 뒤섞인 이유가 뭘까? 최소한 《제리 맥과이어》에서의 답은 단 하나뿐이다. 주인공인 제리 맥과이어가 관계에 있어서, 비즈니스에 있어서 두 시간 내내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라는 것.
위에서 말했듯 그의 업무지침서는 충동적으로 쓰였다. 새벽녘에 쓰인 '꿈'이 신념으로 자라기 전 제 자리에서 쫓겨났기에, 제리는 기존 체제와 완전히 척을 진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도로시를 움직인 낙관적인 인간 찬가를 자신 있게 확대할 만큼의 용기 혹은 배짱이 없다. 우연에서 출발한 도로시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도로시를 배려하고 그의 아들 레이에게도 친절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못한다. 분명 끔찍한 사이도 아니고, 머리로 계산한 관계인 것도 아니나, 진정성 있는 관계도 아니다. 그렇기에 제리는 집에 돌아가는 시간을 줄였고, 결국 맥과이어 부부는 너무도 금방 별거하는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이 다시 함께할 수 있던 이유는 제리가 도로시를 향해 뛰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 말미 제리의 대사에선 그의 성장이 끝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로드가 멋진 경기를 이끌어내자 택시를 잡고 무작정 도로시에게 달려갔음에도 제리의 입에선 곧바로 사랑한단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의 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은…… 모르겠어. 다만 오늘 밤은 우리 회사가 성공한 날이야. 아주 크게 성공했어. 하지만 뭔가 부족했어." 한참 후에야, 그것도 '차가운 세상'과 '힘든 경쟁'을 먼저 언급한 후에야 제리는 비로소 도로시에게 사랑한단 말을 건넸다. 그러하므로 제리는 여전히 사랑을 더듬거리며 찾아가는 사람이다. 다만, 제리가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며, 자신의 가장 특별한 사람에겐, 특별한 애정을 건넬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단 것 역시 자명하다. 그렇기에 도로시는 그의 입에서 그리움이 먹먹하게 담긴 "안녕, "이라는 말이 흘러내린 순간 모든 걸 용서했다.
이렇듯 《제리 맥과이어》는 둘의 결합이 서류상의 부부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부부로 거듭났다는 것을 보여주며 제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제리의 선택이 궁극적으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 제작진이 선택한 엔딩 장면이 유명 CEO의 한마디였기 때문이다. 제리가 로드와의 관계, 도로시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만으로 해피엔딩은 완성될 수 없다는 가정이 영화 뒤에 자리한다. DICKY FOX라는 명패가 똑똑히 새겨진 그가 말한다. "살아오면서 성공만큼 실패도 많이 했지만, 아내를 사랑했고 인생을 사랑했죠." 영화 내에 묘사된 제리 맥과이어의 기행과 업무상의 순간적 추락은 높은 확률로 '실패' 축에 속할 것이다. 다만 영화 이후 제리의 삶은 달라질 터다. 로드가 높은 금액으로 재계약하는 데에 성공했듯, 제리는 곧 뛰어난 기량의 소수의 스타 선수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커미션 금액으로 가족을 부양할 것이고, 레이는 어쩌면 야구선수가 될 것이다. 새아버지인 제리가 일궈둔 인맥이 도움이 될 건 뻔하다.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본주의적 성공신화에 대한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둔 후, 디키 폭스(제러드 주심)가 영화 끝에서 관객에게 충고한다. "바라건대 여러분도 저처럼 살아가세요."
결국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우리는 일과 사람을 양분하지 않고 모두 누릴 수 있으리라 속삭인다. 제리처럼 무모할지라도 충동적인 용기를 낸다면 말이다. 굳이 사회 시스템 전반을 흔들지 않고도 획득할 수 있는 이 달콤함은 심지어 기업의 CEO가 되는 것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암시를 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결국, 소시민들에게 “체제가 허용한 한도 내에서 자유를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착각을 적극적으로 누리"며 "스스로가 속한 체제에 더욱 철저히 속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게(이용화, 2018)"되는 모습을 종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제리 맥과이어》를 모두 감상한 내 마음속에 남는 대사는 다름 아닌 이것이다. “그건 단지 업무 지침서일 뿐인데. (It was just a mission statement.)”
★★★☆
참고문헌
이용화 (2018). 필경사 바틀비에 나타난 호모 에코노미쿠스적 삶에 대한 멜빌의 고찰. 인문학 연구, 29, 13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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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어 혼자가 아닌 우리
어. 그래. 그럴 때 있지.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에이. 그래서 영원한게 있나. 생각은 다 바뀌는거 아냐? 당연하지. 너무 걱정하지마. 나도 그게 그렇게 될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어찌됐건 다 이뤄지더라. 다 잘될테니까 신경 쓰지 마. 수화기 반대편으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밝아서 다행이었다. 너 예전에 어디 아프다고 하지 않았나? 아. 지금은 괜찮다고? 다행이네. 아무튼 생각 많이 하는게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더라. 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예전에 했던 전애인 이야기. 내 20대동안 바뀌었던 처지에 관한 이야기. 별의 별 소재로 대화가 이뤄졌다. 그래도 너 많이 발전했다. 너만한 사람이 없긴 하지. 과분한 칭찬에 멋쩍게 웃었다. 그럼 다음에 봐. 전화를 끊었다. 발전한 사람이라. 휴대전화 전원을 아예 끄고 책을 손에 잡았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이었다. 소설 안엔 여자주인공이 나온다. 제발. 선생이 저를 서울로 데려다 주세요.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남자는 이 부탁을 거절한다.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여자의 말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렇게 부탁을 거절하고 남주인공은 안개 가득한 도시 무진을 떠난다. 소설은 안개가 가득한 도시의 모습을 묘사한다. 주인공이 떠나고 난 후는 보여주지 않는다. 소설을 끝마치며 문득 궁금해졌다. 이게 만약에 내 주변의 이야기로 치자. 여자주인공은 어떻게 될까? 남은 시간동안 남자주인공의 빈자리만 느끼다가 시간을 보내게 될까? 남자는 선택을 후회하진 않을까? 책 읽고 나면 늘상 하는 잡생각이었다. 사실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온다고 해서 원하는 인생이 짠하고 이뤄질리는 없어. 그럼에도 여주인공은 사람이기 때문에 혹시나에 기댔을거야. 여주인공이 어떻게 될 것 같느냐고? 난 책이 던지는 질문에 안개같이 막연하게 답했다. 그냥 그렇게 살다 가지 않을까. 어차피 남자주인공같은 사람은 이 소설책에서 한 사람밖에 없을테니까. 비슷한 상황이 떠오르면 계속 생각나겠지? 그럼 남자들에게 비슷한 말을 계속 하거나 직접 서울로 올라가거나 둘중 하나를 택할거야. 어떤 존재가 있다 없어지는 건 상대를 내 일상속에서 지워버리는게 익숙해진다는 점에서 씁쓸한 일이었다. 무진의 안개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토니 티키타니>는 부재에 관한 영화다. 러닝타임이 짧다. 1시간 30분이었다. 적당한 길이의 단편소설을 읽으면 이정도 시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는 이를 반영하듯 영화라기 보다 책을 읽는것처럼 진행된다. 책을 읽다보면 3인칭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전반에 걸쳐 들리는 나레이션은 이를 연상시키며 영상을 한장한장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을 더해준다. 촬영한 카메라의 시선이 일반적인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를 연출해서 얻는 이점은 하나 더 있다. 주인공 토니의 일생을 표현하는데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토니는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만든 이름이다. 일본이름도 영어이름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이름의 처지와 비슷하게 어느곳에도 속해있지 못해 외로웠던 주인공은 어렸을때부터 또래 애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였다. 이렇기 때문에 그는 혼자인 것에 그렇게 불만이 없었다. 타인이 보면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었으며 매사가 혼자였던 삶에 한줄기 희망이 들어온다. 완벽한 이상향의 여인 에이코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이다. 에이코와 함께라면 늘 행복했던 토니. 외로움덕에 쓸쓸하지 않았던 인생에 처음으로 고독이란걸 느끼게 된다. 에이코가 날 떠나면 어떡하지. 이런 잡다한 고민에 속이 썩던 그는 에이코에게 청혼한다. 결국 결혼에 골인한 둘은 그렇게 행복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 뿐이었다. 너무 많은 의류를 사들인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소비를 줄이자고 했던 조언이 예상치 못한 비극이 됐다. 토니는 새로운 삶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선택할 겨를도 없이.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영화의 2/3쯤 된다. 난 영화가 말하려는 메세지가 남은 1/3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 지점을 넘긴 영화는 아내 에이코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무언가 행동하는 토니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내와 옷핏이 비슷한(실제 배우가 1인 2역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가사도우미를 고용해서 부인이 샀던 의류를 입게 한다. 부인과 이미지가 비슷한 사람을 통해 처음 느낀 외로움을 채우고 싶었던 주인공. 이걸로는 택도 없음을 느낀다. 늘 혼자였을 땐 외로움을 몰랐는데 그녀가 떠나고 난 후에야 고독을 느낀 것이다. 이 이후에도 주인공과 까운 사람이 간암으로 상을 떠난다. 이 덕에 토니는 세상 아무도 찾지 않는 외톨이가 됐다. 영화는 아내의 옷장에 멍하니 있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안그래도 혼자인데, 아버지가 상하이의 어떤 감옥에서 누워있는 모습과 오버랩되어 처연하기까지 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아내와 닮은 가사도우미에게 전화를 하는 주인공 모습이 나온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릴 때 그녀는 옆집 아줌마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일을 하느라 부재중이었기 때문에 통화는 실패한다. 영화는 그냥 그러고 끝난다. 완벽히 지운것도, 지우려고 노력하는 것도 없이 그냥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이 사람이 이 사건으로 성격이 이렇게 변했다는 식의 서술도 없다. 사실 이 영화의 이런 화법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그 사람같은 인연은 온 지구를 다 뒤져 찾아봐도 하나밖에 없다. 이 작품과 무슨 관련이냐? 부재로 인한 외로움에 해결책같은건 없단 걸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 모습이 보였으니까.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빈자리는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토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영화는 이런 나에게 또 우리에게 손을 내어준다. 우리를 일으켜세우기 위함이 아니다. 같이 쪼그려 앉아서 손을 잡아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다. 난 이 이상의 인간이 아니구나. 나도 토니와 그렇게 별다를 바 없는 삶을 보냈구나. 몇년도 지난 일에 대해 후회하는 날이 많았다. 세상이 유달리 혹독할때도 하지 않았던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사는거다. 누군가가 떠난 빈자리를 느끼면서 말이다. 난 지금 그걸 이겨내고 있을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날 떠난다고 해서 난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둘 다 아닌것 같다. 이젠 세상 눈치 안보고 산다지만 몇명은 솔직히 멀어진다는 게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게 강박이 될때마다 나에게 되뇌인다. 감사하며 살아라.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갈 받는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상대가 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를 잃을 필욘 없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을 잊어버리고 살다간 세상에 혼자만 남는다. 이게 지금의 나에게 답에 가까운 솔루션인걸 뻔히 알면서도 어쩔때는 지나간 날에 아쉬워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기에 이 영화가 좋았다. 이거 우리 모습인거 알아. 이런 메세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감독은 공감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의도했다고 생각한다. 원작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그대로 살린듯한 덤덤한 나레이션부터 앞서 언급한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카메라 구도'까지. 이 영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외로움과 쓸쓸함이란 그렇게 큰 감정이 아니라 우리 일생에서 친구처럼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의 어느 한 부분을 도려내어 지극히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도 우리 삶 속의 외로움을 돌이켜보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맞아. 외로움이라고 하는거 사실 별 것 아니다. 그 사람 사정은 그 혼자만 알고 있다. 나도 그랬다. 아직도 한참 멀었고 지나치게 어린 인생이지만 내가 느꼈던 일상이란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기준을 남에게 둘때도, 여유가 생겼을때도 나는 목적지 없이 달리기만 했던 것 같다. 이건 특히 누가 나를 떠날때 심했다. 뭔가가 없다는 걸 느낄때마다 일을 벌였다. 바쁘게 살면 잊을 수 있을테지. 방구석에 앉아 누구를 만나는게 아니라면 난 이 생각에 빠져 무언가를 후회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강박증이 있는 머릿속은 지독하게 나를 붙잡아 놓아주질 않았다. 찌질한 모습 다 버렸고 내가 아니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몇가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럴때마다 매순간 드는 생각이 있다. 아. 있을때 잘할걸. 이 빈자리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채울 수 없는거구나. 어른이 된다는건 이 회한을 받아들이는 것이구나. 내 노력만으로 인간관계가 유지되지는 않는다. 뻔히 알면서도 가끔은 나는 나를 혼냈다. 괜찮아. 이 영화를 보고 드는 첫번째 생각은 그것이었다. 이 영화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좋은게 아닐까.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던 이유도 작품이 주는 쓸쓸한 카타르시스가 우리가 일상을 버티는 괜찮은 이유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 이 세상은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예정된게 분명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게 25살의 내가 느낀 세상에 관한 모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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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후대가 선대에게 보내는 알로하
고향을 떠나는 삶,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내가 나일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 그것이 주는 평화와 안정을 벗어나는 일이니까요. 미주 한인들은 그 두렵고도 낯선 길에 발디딘 사람들입니다. 일본, 중국, 포르투갈, 필리핀, 그리고 한국 등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하와이, 그곳의 이민사만큼 집 떠난 자들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는 또 없을 겁니다.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하와이 연가>를 통해 상상조차 쉽지 않은 그 삶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하와이 연가
Songs of Love from Hawaii
Summary
1902년 조선 땅을 떠난 사람들이 도착한 곳, 하와이. 꿈과 희망을 찾아 떠난 이들이 마주해야 했던 현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그들은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떠나온 고국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고 아무도 알고자 하지 않았던 121년 전 우리들의 이야기가 광활한 하와이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이진영
<하와이 연가>는 세 편의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입니다. 120년 이민사의 주요 사건을 엮은 '그들의 발자취', 돈을 벌기 위해 하와이로 이주한 남성들과 결혼하기 위해 사진만 보고 고향을 떠난 사진신부 '임옥순'의 이야기를 담은 '할머니의 놋그릇', 하와이에서 추방되어 칼라우파파에서 생을 마감한 '김춘석'의 삶을 좇는 '칼라우파파의 눈물'까지. 한인의 역사가 녹아 있는 하와이 곳곳의 모습을 담은 영상, 역사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아카이브, 한 마디 말보다 효과적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하와이 이민사를 압축하는 친절하고 상세한 기록물이 되어주죠.
'그들의 발자취'가 하와이 이민사를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 에피소드라면, '할머니의 놋그릇'과 '칼라우파파의 눈물'은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오직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깊이 있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하와이에 거주하며 한인 이민자 후손들과의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는 등 하와이, 그리고 이민자의 삶에 깊은 관심을 두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진영 감독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 에피소드들이지요.
'할머니의 놋그릇'은 빛과 모래를 이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샌드아트를 보는 듯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할머니의 놋그릇을 대대손손 이어받으며 한국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는 후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죠.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는 옛날 이야기처럼, 특별한 스펙터클이 없어도 자꾸만 귀 기울여 듣게 됩니다. '칼라우파파의 눈물'은 집을 떠나온 자들이 제2의 터전에서도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역사를 기록합니다. 칼라우파파는 나병 환자들을 100년 가까이 고립시켜 두었던 공간으로, 57명의 한인들도 그곳으로 추방되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서는 얼핏 아는 바가 있었지만, 칼라우파파의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마치 기록물들을 타고 다크 투어를 떠나는 듯한 기분으로, 역사를 체험하고 경험했습니다.
하와이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그곳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추방 당해 고립된 칼라우파파 사람들마저도 원망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공동체를 이루고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며 행복하기를 택했죠. 하와이의 인사말인 '알로하'는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존중, 평화, 희망, 사랑을 뜻한다고도 하고요. <하와이 연가>가 담아낸 이민자들의 역사는 '알로하' 그 자체였습니다. 존중, 평화, 희망, 사랑으로 낯선 땅에 존재하며 살아가는 것, 새로운 땅에 터전을 잡아야 했던 1세대 이민자들의 삶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겁니다.
이 영화는 후대가 선대에게 보내는 '알로하'이기도 합니다. 다방면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알로하의 마음으로 존재해준 선대에게 보내는 존경과 사랑입니다. 세계적인 뮤지션 리처드 용재 오닐, 김지연, 이그나스 장 등의 한인들은 그 마음을 음악으로 전합니다. 후손들의 연주는 그래서 더 감동적입니다. 그들의 활약이 곧 선대를 빛나게 하는 것이므로.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하와이의 풍경도 가히 장관입니다. 롱숏으로 촬영해 장엄함이 그대로 느껴지지요. 한국, 국제, 음악, 영화의 가치가 모두 녹아있는 작품, 이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되기 제격인 작품이 있을까요?
9월 6일(금) 19:00 제천시문화회관
9월 8일(일) 13:00 제천시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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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사람, 나도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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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임씨를 부탁해 리뷰 - 국민 엄마 김영옥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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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영상은 홍보마케팅사를 통해 저작권 협의가 진행되어 제작된 영상입니다!
남 같은 가족, 가족 같은 남
85세 정말임 여사의 선택은?
85세 대구의 꼬장 할매 정말임 여사는 자식 도움 1도 필요 없다며
인생 2막을 내돈내산 나홀로라이프로 즐기려 했건만 이놈의 몸이 말썽!
오랜만에 외아들 종욱의 방문 탓에 팔이 부러지고,
이 사고로 요양보호사 미선을 들이게 된다.
엄마 걱정에 CCTV까지 들이는 아들과는 마음과 다르게 모진 말만 오가고,
요양보호사는 어쩐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영 맘에 안 든다.
그렇게 마찰과 화해를 반복하던 중 종욱 가족이 불쑥 찾아온 명절날,
묻어두었던 관계의 갈등이 터져버리는데….
가족이 뭐 별거야? 이제 함께 살 테니 “우리 말임씨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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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라더> 30초 예고편
정의감과 패기로 똘똘 뭉친 강력계 형사 ‘강수’.
어느 날 그에게 마약 밀수입 등의 악질 범죄를 일삼는
거대 조직의 정보가 담긴 발신자 불명의 제보가 들어온다.
범죄 소탕을 위해 조직에 위장 잠입한 ‘강수’는
회장의 오른팔 ‘용식’ 밑에서 조직 생활을 시작하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한 팀이 된 두 사람은 묘한 우정을 느낀다.
“이런 일이 안 어울린다고, 강수 너한테는”
한편, ‘강수’는 계속되는 비밀 수사 중 신분 들통 위기에 처하고
사건을 파헤칠수록 조직과 얽힌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는데…
복수와 배신이 교차하는 세계에 뛰어든 두 남자,
누구도 믿지 못할 팀플레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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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 <에코> 메인 예고편
절대 악에 맞서 스스로 괴물이 되다! ?시청주의? [에코] 메인 예고편 대공개!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에코] 1월 10일 디즈니+ 모든 에피소드 단독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