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28 18:36:57
10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모든 프레임이 악몽이다" <롱레그스> 개봉

<기생충>을 제치고 북미 인디 배급사 네온의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던 <롱레그스>가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북미 개봉 후,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 ‘올해 가장 무서운 영화’,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롱레그스>는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 <싸이코>에서 ‘노먼 베이츠’를 연기한 안소니 퍼킨스의 아들인 오스굿 퍼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한 <팔로우>, <왓쳐> 등을 통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호러퀸이자 비명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배우 마이카 먼로가 주인공인 FBI 요원 ‘리’를 맡아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를 잇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폭넓은 필모그래피로 팬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역시 강력한 캐릭터로 분해 그간의 모든 커리어를 뛰어넘을 예정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롱레그스
Longlegs

개요: 공포 | 캐나다, 미국 | 101분
감독: 오즈 퍼킨스
주연: 마이카 먼로, 니콜라스 케이지, 알리시아 위트, 블레어 언더우드
개봉: 2024.10.30.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30년간 계속된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의 생일이 14일이라는 것과 ‘롱레그스’라는 서명이 적힌 암호 카드뿐.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에 남다른 능력의 FBI 요원 ‘리’가 투입되고 지금껏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암호를 해석하는데...
모든 프레임에 악마의 단서가 심어져 있는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
아마존 활명수
AMAZON BULLSEYE

개요: 코미디 | 대한민국 | 113분
감독: 김창주
주연: 류승룡, 진선규,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라
개봉: 2024.10.30.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어서 와, 아마존은 처음이지 전 양궁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였지만 지금은 구조조정 1순위 ‘진봉'. 회사에서 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아마존으로 향한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도착한 아마존.
그곳에서 만난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 ‘시카’, ‘이바’, ‘왈부’!
살 길을 찾았다고 생각한 ‘진봉’은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과 함께 활의 명수 3인방을 데리고 한국으로 향하는데...
이제 ‘진봉’의 부활은 아마존 3인방에 달려있다!
럭키, 아파트
Lucky, Apartment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95분
감독: 강유가람
주연: 손수현, 박가영, 이주영, 정애화
개봉: 2024.10.30.
배급: 인디스토리

줄거리
영끌로 마련한 아파트. 선우와 희서가 꿈에 그린 보금자리다.
하지만 선우의 예기치 못한 실직으로 희서 혼자 대출이자를 떠안게 되자, 둘 사이는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한다. 한편, 언제부턴가 아파트를 감도는 악취 때문에 두 사람은 극도로 예민해지고, 선우는 악취 원인을 밝히려 애쓰다 아파트 주민들과 충돌을 빚는데…
선우와 희서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킬 수 있을까?
최소한의 선의
My Best, Your Least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10분
감독: 김현정
주연: 장윤주, 최수인
개봉: 2024.10.30.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싸이더스

줄거리
고등학교 교사 ‘희연’은 겉보기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난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여보고자 고3 대신 고1 담임을 맡고, 집 인테리어도 새롭게 하지만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계속되는 임신 실패에 점점 힘들어질 때, 반 학생 ‘유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담임으로서 의무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자꾸만 감정적인 선을 넘어오는 ‘유미’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의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
- 사라져도 기억될 영화와 마음, 좋아하는 마음으로도 충분하니까.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주인공은 영화 이야기가 나오면 세상을 다 가진 얼굴을 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속해있는 영화 동아리는 카린을 중심으로 로맨스 영화만 촬영한다. 사무라이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맨발은 불만을 품지만 <무사의 청춘>을 만들겠다는 마음만큼은 절대 져버리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담고 싶은 영화의 주인공과 닮은 린타로를 만나게 되면서 꿈을 현실로 만들 기회가 눈앞에 다가온다. 과거를 아는 것보다 미래를 아는 게 더 희망적일까. 불확실함에서 확실함을 찾아가야 하는 현재는 용기를 내기가 어렵고 또 겁난다. 자신의 현재이자 미래를 바꿀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영화는 말이야, 스크린을 통해 현재랑 과거를 이어준다고 생각해. 난 내 영화를 통해 미래를 연결하고 싶어” 오해와 어려움을 거쳐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아는 것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영화를 통해 마주하게 된다. 기록에는 남지 않아도 기억에는 남을 열정과 영화 그리고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다.
영화관에서 만나기 전에 재팬 필름 영화제에서 만난 작품 중 하나로 어느 것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만난 착한 영화였다. 그때는 봄이었는데 지금은 뜨겁고 끈적이는 여름이 되어 그 자체가 싫어지는 와중에 다시 이 영화를 마주하게 되었다. ‘여름이었다’ 라는 흔한 말과 ‘청춘’이 그대로 담겨있는 이 영화는 민낯의 청춘들을 사랑하고 있다. 성공, 인생의 목표, 뚜렷함과 같은 것들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지만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도 만든다. 그런 나를 위로하듯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영화에 한가득 담아낸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간절히 원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맨발은 좋아하는 것을 영화에 진심을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끊임없이 자신의 두려움의 감정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만들어내는 단어들이 떠오르고 뒤보다는 앞을 바라보게 만드는 용기를 얻어갈 수 있었다. 내가 진심으로 마주하고 바라보고 있는 영화 안에서.
-
- IMDb 최고 평점을 받은 영화 (10점만점 9점 이상)
전세계 최대 영화 사이트 #IMDB 의 최고 평점을 기록한 영화들.
IMDB는 국적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영화의 정보를 찾을 수 있으며 영화뿐만이 아닌 다큐멘터리,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TV 쇼, 자동차/비디오 작품, 비디오 게임 정보도 찾을수 있는데요.
이 평점은 이 사이트의 유저 평점으로, 비평가들의 평점에 비해 대중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편입니다. IMDB에서 평점을 준 유저가 수만에서 수십만에 달하며 영화 쇼생크 탈출은 평점을 단 유저가 무려 200만명이라고 합니다.
대중의픽 명작 영화들! IMDB의 9점을 넘긴 영화들 같이 알아보실까요?
12인의 성난 사람들
<9.0/10>
최후의 판결을 앞둔 12명의 배심원들은 최종 결정을 위한 회의에 1명을 제외한 11명 전원이 스페인계 미국 소년을 유죄로 판결을 내린다.나머지 1명이 이 사건은 소년의 범죄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끝까지 소년의 무죄를 주장하는데..
대부
<9.0/10>
새로운 대부가 된 마이클 꼴레오네는 변화된 시대에 맞추어 가족 사업을 합법적인 기업으로 확장시키려고 노력한다.하지만 쿠바에서 일어난 반군 사태로 가까스로 미국으로 되돌아오고 다른 패밀리의 배반으로 '마피아' 청문에까지 서게 되는데..
<9.0/10>
배트맨을 제거하기 위해 광기어린 악당 ‘조커’를 끌어들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커의 등장에 고담시 전체가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배트맨은 사상 최악의 악당 조커를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마지막 대결을 준비한다.
대부
<9.2/10>
시실리아에서의 이민과 모진 고생 끝에 미국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의 두목 돈 코를레오네. 갖가지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사람들은 그를 ‘대부(代父)’라 부른다. 부모의 복수를 위해 시실리로 돌아와 조직적 범죄를 통해 비약적인 성공을 거두는데
쇼생크 탈출
<9.2/10>
촉망 받던 은행 부지점장 ‘앤디’는 아내와 그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어느 날, 간수장의 세금 면제를 도와주며 비공식 회계사로 일하게 되고 신참내기 ‘토미’로부터 ‘앤디’의 무죄를 입증할 기회를 얻지만, 노튼 소장은 ‘앤디’를 독방에 가두고 ‘토미’를 무참히 죽여버리는데...
-
- 잔인함과 순수함, 그 모순적인 특징이 공존하다
2015년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굉장히 잘 만든 스릴러 였던 영화 <널 기다리며>. 내용적인 부분은 솔직히 뻔한 작품이었지만 심은경 배우의 연기력이 너무나도 훌륭했고, 연출도 긴장감 유지를 꽤나 잘해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널 기다리며> 시놉시스
15년의 기다림, 7일간의 추적
그 놈을 잡기 위한 강렬한 추적이 시작된다!
당신이 우리 아빠 죽였지? 15년 전, 내 눈 앞에서 아빠를 죽인 범인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15년을 기다린 이유는 단 하나! 아빠를 죽인 범인을 쫓는 소녀 ‘희주’ 앞에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15년을 기다린 희주의 계획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널 기다리며>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플롯은 전형적인 클리셰가 많았던 작품
좋았던 작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쉬웠던 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플롯 자체는 굉장히 전형적인 스릴러 문법을 따르는 작품이었다. 심은경이 맡은 희주가 범인이고 나중에서 다 밝혀지리라는 점이 눈에 선했다. 그 점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영화 <널 기다리며>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희주가 범인으로 드러나기까지 그 긴장감을 잘 유지시켰기 때문이다. 희주의 아빠를 죽인 기범을 쫓아다니며 언뜻언뜻 악마적인 본성을 보여주는 희주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존재같은 희주라는 선을 넘나들면서 그 긴장감을 잘 유지해서 뻔한 플롯이었지만 집중을 하면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심은경의 연기력이 이정도 였다니!
‘희주’라는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연출이 그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카메라 워킹과 편집을 한 것은 맞지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심은경 배우의 연기력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심은경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스릴러 장르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희주가 복수를 하고 싶어하는 ‘기범’이라는 대상을 15년 간 기다리면서 경찰 삼촌들에게는 그저 순수하면서도 희생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기범에게는 잔인한 살인마의 모습을 봉주는 그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해낸 것에 정말 소름이 돋았다. 뭔가 그 캐릭터가 양분되어 있다기 보다는 순수성 속에서 잔인함을 엿볼 수 있어서 그 모순에 더욱 소름이 돋았던 것 같다.
희주는 싸이코패스일까? 아니면 복수심에 망가진 것일까?
그래서 희주의 캐릭터에 궁금한 지점이 생겼다. 영화를 보고 나서 과연 희주가 싸이코패스인 것인지 확실하게 단언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빠를 죽인 범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15년 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차근차근 계획을 하다보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싸이코패스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그런 감정이 들었던 이유는 희주의 캐릭터다 순수함과 잔인함으로 양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순수함 속에서 잔인함이 함께 공존하기에 그냥 저 캐릭터는 싸이코패스라고 단언을 할 수가 없었었던 것 같다. 그저 희대의 살인마라고 규정짓기 보다 어렸을 적 아빠의 죽음으로 인한 복수심에 망가진 한 소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널 기다리며>는 순간순간 몰입도가 엄청났던, 심은경의 연기력을 재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
- 《이방인》에 대한 영화적 오마주
7★/10★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핵심 사건은 엄마의 죽음과 뫼르소의 살인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해변에서 동료와 갈등 관계에 있는 한 아랍인 남성을 총으로 쏘는데 재판에서 핵심이 되는 건 살인 행위가 아니다. 뫼르소는 엄마의 장례식에서 대체로 시큰둥한 태도였고, 바로 다음 날 애인을 만나 영화를 보고 사랑을 나눴다. 이는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를 만한 사람임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 ‘엄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 자는 마땅히 사람을 죽이고도 남는다’는 논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불성설이다. 카뮈가 고발하고자 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누구나 부모자식 관계를 비롯한 일상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권태를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이방인》에는 그런 순간들이 굉장히 설득력 있게 묘사된다. 그러나 세상은 이를 ‘죄’로 여기고 응징한다. 카뮈의 말마따나 ‘부조리한’ 세상이다.
영화 〈썬다운〉은 《이방인》에 대한 영화적 오마주다. 런던에서 거대 육류사업을 하는 어머니를 둔 닐과 그의 동생 앨리스 그리고 앨리스의 두 자녀가 멕시코의 아카풀코로 휴가를 떠난다. 그런데 고급 호텔과 아름다운 바다에서 휴가를 즐기던 그들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앨리스와 그 자식들은 큰 충격을 받고 서둘러 런던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닐도 그에 동참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닐은 공항에서 여권을 놓고 왔다며 다음 비행기로 런던에 가겠다고 말한다. 거짓말이다. 그는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지독히 평온한 표정으로 허름한 호텔로 가 다시 휴가를 즐기기 시작하는 닐. 런던으로 돌아간 앨리스는 계속 그에게 전화하여 여권은 찾았는지, 언제 비행기에 탈 것인지를 묻는다. 닐은 계속 거짓말하며 상황을 모면한다. 멕시코인 여자친구를 사귀기까지 한다. 무기력하고 권태에 젖은 듯한, 그러나 동시에 자유가 깃든 닐의 표정이 압권이다. 닐의 얼굴은 해방과 자유가 반드시 환희를 동반할 필요가 없음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닐이 보여주듯, 해방과 자유는 ‘오랫동안 갈망하던 것’이 ‘오랫동안 누려왔던 것’처럼 느껴질 만큼 평온한 모습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결국 폭발한 앨리스는 직접 멕시코로 닐을 찾으러 오고 그에게서 적당한 연금을 제외하고는 모든 회사 경영권과 상속권을 포기한다는 서명을 받는다. 사실 이는 앨리스의 요구가 아닌 닐의 제안이다. ‘상식’의 세계에 속한 앨리스는 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닐의 제안에 ‘만족’한다. 그러나 멕시코에서 닐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던 택시기사가 앨리스를 강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닐은 또다시 위기를 맞는다. 그가 앨리스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살인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이방인》과 마찬가지로, 그가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음은 그의 범죄를 그럴듯하게 만드는 주요 ‘근거’가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쓰러진 닐은 암이 발병했다는 소식도 듣는다.
영화의 마지막, 그는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겠다는 듯 홀로 병원을 걸어 나온다. 닐은 돈도, 가족도, 여자친구도 버리고 떠난다. 여전히 예의 그 무기력하고 권태에 젖은(그러나 이제는 자유를 갈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표정이다.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난다는 점에서) 동시에 소극적이기도 한(모든 것에서 그저 도망칠 뿐이라는 점에서) 닐의 저항은 일상의 부조리를 인내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부조리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고.
닐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은 《이방인》의 뫼르소와 같은 듯 다르다. 바닷가에서 친구와 신경전을 벌이던 아랍인을 만난 뫼르소는 아랍인이 지니고 다니는 칼에 비친 태양 빛에 이끌려 그를 살해한다. 《이방인》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논쟁적인 장면이다. 〈썬다운〉에도 뫼르소가 보았을 태양 빛을 담은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그러나 그 태양빛은 닐을 살인하게 하지 않는다. 닐의 자유는 누군가를 죽일 필요가 없는 자유다. 뫼르소는 아랍인을 죽였음에도 엄마의 장례식을 트집 잡는 사회에 부조리를 느낀다. 그리고 부조리에 대한 의식의 깊이를 더해가며 자유에 도달한다. 여기서 아랍인은 그의 깨달음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닐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도구화하지 않는다. 내내 계급적 조건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닐이 가진 재산에 비해 그가 연금으로 요구하는 돈은 ‘소탈’해 보이기까지 하다. 닐의 자유에는 《이방인》에서 도드라지는 여성혐오도 없다. 멕시코 출신의 미셸 프랑코가 〈썬다운〉에서 그린 자유는 분명 《이방인》의 자유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뫼르소, 닐…. 카뮈가 쏘아 올린 자유의 계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내가 센 것이 맞다면 총 여섯 번이다.
**카멜 다우드는 소설 《뫼르소, 살인사건》(문예출판사, 2017)에서 아랍인의 관점으로 《이방인》을 다시 썼다.
-
- 마른 우산과 마르지 않은 마음 사이의 우리
여름의 시작에서 바라본 영화 '어제 내린 비'. 윤혜리 배우님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아쉬울 만큼 여운 깊었던 영화였다. 분명 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데, 억지로 손아귀에 쥐려고 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얼굴을 찡그리게 만든다. 청량한 여름의 시원함보다 뜨겁고 끈적끈적한 현실을 보여주듯.
비가 와도 시원하지 않은 그때 여름의 민조는 아침엔 곤계란이, 점심엔 냉면 위의 계란과 남자친구가 뉴스에 나오는 일까지 겪게 된다. 혼돈 그 자체의 민조는 결혼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이별 통보, 예식장 취소, 신혼여행 취소, 캐리어 환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기 시작한다. 달력의 5월 18일을 가리듯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지우려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비는 이미 내렸고 마른 우산은 집으로 들고 들어와야 했다.
불안정한 마음이 가져다주는 갈등 사이에서 들려오는 어떤 말이 주는 영향력이 있었던 걸까.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던 민조가 마른 우산 대신 접을 수 없는 영환을 들여 시원한 바람에 시원한 수박을 먹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스쳐지나 보내며 그저 스치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
- 동화의 씁쓸한 뒷면
이 글은 영화 [판의 미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기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입니다. 한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에 혼자서 책조차 읽을 수 없었습니다. 받아쓰기는 늘 30~40점을 오갔죠. 엄마는 속이 터져 한글 개인 과외라도 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속 편한 아빠는 그런 거 다 때 되면 한다며 저를 품에 안고 파란 물고기가 바다로 간 이야기를 서른마흔다섯 번째로 읽어주셨죠.
딸이 드디어 한글을 깨우친 그날. 아빠는 신이 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제게 동화책 다섯 권을 선물해 주셨고 그 책은 부부 싸움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난생처음 그림보다 글자가 많은 책을 선물 받았는데 그 내용이 바로 동화의 실제 모습. 그러니까 팥쥐와 팥쥐 어머니의 알고 싶지 않은 결말이 담겨있는 '잔혹동화'였기 때문입니다. (참고 1)
덕분에 저는 생애 최초로 받은 조기 교육의 결과 동화가 얼마나 잔혹한지 알게 되었고 산타 따윈 없다는 것을 너무도 일찍 알게 된 시니컬한 아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사준 동화책에서 아는 글자가 나왔다며 환호성을 치는 저를 보며 쟤를 어쩌누.라는 말을 늘 하셨었는데. 결국 이렇게 커 버리고 말았죠.
영화 [판의 미로]는 스페인 전쟁(내전) 상황에서 오필리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상황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판타지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제 겨우 한글을 깨친 제가 읽은 진짜 동화처럼 잔혹하고 또 잔인하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기이함과 신비함이 섞여 정말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죠.
영화 전체가 암울하고 어둡지만 오필리아의 환상과 현실의 대비로 인해 더더욱 아름답고 슬픈 영화입니다.
이게 어찌 15세란 말이요
나도 무섭다고요.
사진출처:구글 YTN Science/익숙하지 않거나 모른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죠.
개봉 당시,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였습니다. 포스터만 봐도 동화 같은 분위기의 판타지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많은 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영화관을 방문했죠. 그 결과 개봉관마다 학생이고 보호자고 할 것 없이 울어 젖혔다는 전설의 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동화의 기본 공식을 익히 알고 있죠.
착하고 순진한 주인공이 세상의 모진 풍파를 만나며 시련을 겪지만 결국 극복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로 끝나야 디폴트죠.(인어공주 제외)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이야기의 큰 줄기 자체가 스페인의 내전 이야기를 하고 있죠. 한국 영화 [밀정]을 생각하면 편하실 겁니다. 내부의 스파이가 있고 그를 통해 정보를 얻어 혁명을 일으키려 하는 이야기가 주가 되죠. 그 혼란 속에서 어린 오필리아는 임신한 엄마와 낯선 환경 속에 있게 되고. 그 안에서 만난 요정들과 작고 큰 모험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동화에 나오는 "의붓"이라는 단어가 붙은 사람들이 나쁘다고 하지만. 이 영화의 대위는 그 수위를 이미 진작에 넘어버린, 너무도 잔인한 사람입니다. 의심 하나만으로 멀쩡한 사람을 활자 그대로 때려죽이는. 오필리아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 뱃속의 아들만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고지식하고 자신의 명예를 누구보다 생각하는 그런 자존심 밖에 남지 않은 사람 말입니다. 그가 벌이는 살인 혹은 살육의 행각은 지금의 제가 보아도 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오필리아의 모험 속에 나오는 괴물들 마저 기괴하기 짝이 없죠. 콩쥐팥쥐에서 나왔던 두꺼비는 귀여울 정도로 험악하게 생긴 두꺼비와 오물은 물론. 모든 아이들을 울리기 충분했던 그 "손바닥 괴물"까지 나옵니다. 요정이 잡아먹히는 건 뭐 말할 것도 없죠. 저는 정말 이걸 다 오필리아가 겪었다면 다시 기억을 찾아 공주가 된다 해도 PTSD에 걸릴 것이라는 걱정이 더 앞섰을 정도였습니다.
마치 제가 어릴 적 접했던 동화의 진짜 모습, 혹은 숨겨진 동화의 잔혹한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너무도 익숙해진 달의 앞면이 아닌 숨겨졌던 달의 못생긴 뒷모습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고 우리가 몰랐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처럼. 이 영화는 그런 동화나 판타지가 가진 아름다움을 걷어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동화를 잃어버린지 오래인 어른들 틈바구니의 오필리아를 통해서 말이죠.
물론 배급사는 진짜 반성(?) 해야 합니다. 15세라뇨.
제가 보면서 먹던 딸기가 목에 걸렸을 정도였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기예르모 델 토로, 세계관 최강자
역시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
사진 출처:구글 etoland/이걸 디즈니가 받아줬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제겐 팀 버튼 감독과 비슷한 색깔을 가진 사람입니다. 음울하고 어둡죠.
제가 색깔과 냄새로 이 두 감독을 구분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팀 버튼 감독은 총천연색에 가깝고, 녹기 시작한 눅진한 사탕에 가깝습니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텁텁함이 있죠.
그에 반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달빛에 비치는 물체의 그림자 같은, 무언가 생명력이 빠져 가는 죽음과 삶 그 경계에 가깝습니다. 대충 꿈도 희망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덕후들에겐 늘 시련이 존재합니다. 이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이 잘 없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길을 가기 시작했고 우리에게 그들의 유니버스로 올 수 있는 초대장을 꾸준히 날렸죠. 기괴하지만 각인되기 쉬운 그들의 예술세계는 이제 그들의 이름을 딴 장르로 기억이 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원더랜드가 되었습니다.
기예르모 감독의 취향(?)은 괴수물이었습니다.
물론 장르의 특성상 취향을 심하게 타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재능이 점점 영화 안에서 발휘되는 것을 보는 맛이 있는 감독이었죠. 다른 세계, 혹은 차원에서 불러들인 것 같은 생명체가 튀어나올 때마다 저는 환호성을 지른 것을 보면, 아마도 이 감독 특유의 감성을 제가 좋아하나 봅니다.
이 영화의 판(Pan)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염소(혹은 양)가 악마 혹은 나쁜 기운을 불러오는 장난의 정령 같은 느낌의 동물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그로테스크 한 (혹은 쏘우에 가까운) 모습으로 재현해 낸 감독을 보며 저는 또 한 번 내적 댄스를 춰야 했죠.
그의 또 다른 영화인 shape of water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와 합쳐졌기 때문에 더더욱. 저는 이 불행한 결말과 크리처를 사랑하는 감독에게 홀라당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저랑 똑같이(?) 음울한 동화를 보고 자랐지만 감독은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고. 저는 그냥 덕후가 되었네요.
이게 나라냐.그래서 결말은 해피엔딩인가요?
꼭 해피엔딩 이어야 하나요.
사진 출처:구글 뉴스 포인트/오필리아 너무 사랑스러움. 드레스 입었을 때 너무 깜찍했다.
오필리아는 마지막에 죽습니다. 의붓아버지가 될 뻔했던 대위가 쏜 총에 맞아서.
그리고 그녀의 피가 지하세계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 닿아 그녀는 지하 세계 공주로 있었던 기억을 되찾고 백성들의 사랑 속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이 영화의 끝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녀는 죽은 상태죠.
결말의 해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오필리아가 실제 지하 왕국의 공주였다는 사람들과 전쟁 때문에 힘들었던 아이가 그것을 피하기 위해 만든 판타지일 뿐이라는 부류로 말입니다.
저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오필리아는 아직 아이입니다. 엄마의 죽음을 비롯한 자신 주변에서 생긴 많은 변화들이 아이에겐 방어 체계를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것이 극대화된 것이 자신이 만든 판타지 속의 세계인 것이죠. 그 어떤 목소리도 낼 수 없고 목소리를 냈다 해도 무시당하는 상황에서 이 조그만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는 곳으로 도망치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들은 정보를 통합해 그 세계 안으로 자신이 숨어버린 것이죠.
그렇기에 결말은 더더욱 안타깝고 아픕니다.
오필리어는 고통만 가득한 기억을 안고 죽어버렸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은 행복할 것이라고 믿고 있죠. 이승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말입니다. 다시 말해 이 작은 아이는 살아있는 동안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영화관을 찾았던 아이들이 울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공주님이 죽어버렸으니. 자신들에겐 익숙한 결말이 아니었던 것이죠. 해피엔딩이 디폴트가 아닌 동화는 그들에겐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을 테니까요.
슬프고 아름답고. 그럼에도 이해가 간다.
동화가 당신을 부를 때.
한글을 제대로 쓰지도, 읽지도 못하던 아이는. 잔혹 동화를 읽고 나서 더 잔혹한 세상을 조금은 더 견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때 도피하는 방법을 배워버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오필리아처럼 말이죠.
그렇기에 지금도 악착같이 동화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마 제가 처한 현실이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아이의 모습으로 본 전쟁의 힘듦과 무서움을 잘 그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씁쓸함과 행복함이 공존하는 영화의 결말에 다다르면 더욱 그러하죠. 이젠 오필리아도 저도. 그리고 여러분도 판타지가 아닌 현실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말입니다.
참고 1
아직도 기억이 난다. 정말 글이 그림보다 많은 책이었고 나는 내용보다는 내가 아는 글자를 찾아 읽기 바빴음. 근데 엄마의 입장에서는 다섯 살짜리 애가 "엄마 이거 젓갈!! 엄마 팥쥐가 젓갈!! 젓갈 되었대!!! 맞지!!"라고 하니 속이 뒤집어질 수밖에. 그 말에 엄마는 아빠를 베란다로 쫓아냈다고 함.
참고 2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영화 중 크림슨 피크, shape of water, 판의 미로 이 세 편을 가장 좋아함. 감독은 멕시코 사람이었나 그런데 우리나라 전래동화처럼 거기 민화? 도 장난 없다고 한다.
[이 글의 TMI]
1. 정형외과 갔다 옴. 의사 선생님이 운동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안 할 거면 병원도 오지 말라고 함.
2. 집 꾸미는 재미에 폭 빠짐. 아 물론 며칠 안 가겠지.
3. 패딩 찾아야 하는데. 까먹었다.
4. 택배가 하도 와서 이젠 나도 움찔움찔 놀랄 지경.
5. 오늘은 빨리 자야지ㅠ
-
-
-
- 영화 <탑건 : 매버릭> 극한 챌린지 예고편
'매버릭'마저 긴장시킨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도전! 상공 위에 몸을 맡기고 한계에 도전하는 #팀탑건?
-
- 영화 <행복의 나라> 티저 예고편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 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