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28 18:36:57
10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모든 프레임이 악몽이다" <롱레그스> 개봉

<기생충>을 제치고 북미 인디 배급사 네온의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던 <롱레그스>가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북미 개봉 후,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 ‘올해 가장 무서운 영화’,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롱레그스>는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 <싸이코>에서 ‘노먼 베이츠’를 연기한 안소니 퍼킨스의 아들인 오스굿 퍼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한 <팔로우>, <왓쳐> 등을 통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호러퀸이자 비명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배우 마이카 먼로가 주인공인 FBI 요원 ‘리’를 맡아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를 잇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폭넓은 필모그래피로 팬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역시 강력한 캐릭터로 분해 그간의 모든 커리어를 뛰어넘을 예정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롱레그스
Longlegs

개요: 공포 | 캐나다, 미국 | 101분
감독: 오즈 퍼킨스
주연: 마이카 먼로, 니콜라스 케이지, 알리시아 위트, 블레어 언더우드
개봉: 2024.10.30.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30년간 계속된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의 생일이 14일이라는 것과 ‘롱레그스’라는 서명이 적힌 암호 카드뿐.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에 남다른 능력의 FBI 요원 ‘리’가 투입되고 지금껏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암호를 해석하는데...
모든 프레임에 악마의 단서가 심어져 있는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
아마존 활명수
AMAZON BULLSEYE

개요: 코미디 | 대한민국 | 113분
감독: 김창주
주연: 류승룡, 진선규,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라
개봉: 2024.10.30.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어서 와, 아마존은 처음이지 전 양궁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였지만 지금은 구조조정 1순위 ‘진봉'. 회사에서 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아마존으로 향한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도착한 아마존.
그곳에서 만난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 ‘시카’, ‘이바’, ‘왈부’!
살 길을 찾았다고 생각한 ‘진봉’은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과 함께 활의 명수 3인방을 데리고 한국으로 향하는데...
이제 ‘진봉’의 부활은 아마존 3인방에 달려있다!
럭키, 아파트
Lucky, Apartment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95분
감독: 강유가람
주연: 손수현, 박가영, 이주영, 정애화
개봉: 2024.10.30.
배급: 인디스토리

줄거리
영끌로 마련한 아파트. 선우와 희서가 꿈에 그린 보금자리다.
하지만 선우의 예기치 못한 실직으로 희서 혼자 대출이자를 떠안게 되자, 둘 사이는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한다. 한편, 언제부턴가 아파트를 감도는 악취 때문에 두 사람은 극도로 예민해지고, 선우는 악취 원인을 밝히려 애쓰다 아파트 주민들과 충돌을 빚는데…
선우와 희서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킬 수 있을까?
최소한의 선의
My Best, Your Least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10분
감독: 김현정
주연: 장윤주, 최수인
개봉: 2024.10.30.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싸이더스

줄거리
고등학교 교사 ‘희연’은 겉보기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난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여보고자 고3 대신 고1 담임을 맡고, 집 인테리어도 새롭게 하지만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계속되는 임신 실패에 점점 힘들어질 때, 반 학생 ‘유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담임으로서 의무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자꾸만 감정적인 선을 넘어오는 ‘유미’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의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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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했던 비극보다 더 뜨거운 해방을 이끄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어색한 행동부터 불안한 눈동자까지 완벽하게 한 인물에 녹아든 포스터부터 해외 언론 매체들의 극찬까지 완벽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전 세계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27개를 석권하고 곧 있을 2022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까지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열연이 빛나는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전기를 다룬 영화 스펜서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작품은 그녀 인생 전체가 아닌 1991년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노퍽 해안의 왕가 저택인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보낸 3일의 시간을 담으며, 가문의 성씨를 그대로 가져온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왕실의 강박적인 생활에 얽매인 채 고통받는 그녀가 한 사람으로 존엄성을 추구하며 스스로 나아가는 상징적 모습을 그립니다. 더불어 전형적인 전기 드라마의 형태보다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심리 스릴러나 일종의 다큐멘터리처럼 관찰하고, 그 외 주변의 소재나 인물들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녀의 마음을 투영해 보여줌으로써 상업성보단 예술성에 치중했다고 보시면 좋습니다. 만약 소재가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더 크라운’이나 ‘더 퀸’, ‘The Story of Diana’ 등 많은 영상매체들이 나와있으니 관람 전 미리 감상하시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됩니다. 세상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아온 다이애나 비, 어떤 모습이 담겼기에 많은 호평들을 받았는지 본격적인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스펜서 정보
그 누구도 전통 위에 군림하지 않습니다
‘A fable from a true tragedy’이라는 문구와 함께 군사훈련을 방불케하는 분위기 속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식재료들을 옮기고
왕궁 수석 주방장 대런의 지시 아래 요리사들이 분주하게 준비를 시작합니다.
1991년 영국 왕실의 크리스마스 디너가 진행되는 샌드링엄 별장,
왕실 가족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이제 남은 이는 엘리자베스 2세와 다이애나만이 남았습니다.
한편, 직접 운전해 오던 다이애나는 길을 잃고
주변 카페에서 들려 길을 물어보며 찾아오는 중이었죠.
묘연한 행방에 대런이 찾아 나서며 결국 만나게 되지만,
재촉하는 그에게 자신이 자란 곳에 헤맸다는 푸념을 하며
지각한 자신에 대한 식구들의 원망이 있을지 걱정하죠.
작은 해프닝과 함께 결국 가장 늦게 도착하며,
그녀가 그토록 싫어하는 왕실의 크리스마스가 시작됩니다.
예고편│ Trailer
원제 : SPENCER │감독 : 파블로 라라인│각본 : 스티븐 나이트│출연진 :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 잭 파딩, 잭 닐렌, 프레디 스프라이, 스텔라 고넷 외 多│장르 : 전기, 드라마│상영 시간 : 116분│개봉일 : 2022년 3월 16일│국가 : 영국, 독일, 미국, 칠레│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7.0, 왓챠피디아 3.4, 로톤 토마토 신선도 83% 팝콘 52%, IMDB 6.7, 메타 스코어 76점│수상 내역 : 34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여우주연상, 의상상) 포함 총 38개 영화제 수상(이 중 여우주연상 27개)│시청 가능 서비스 : 3월 16일 개봉 예정
# 영화 스펜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
저는 현미경 샬레 안에 놓인 곤충이에요
객관적으로 보자면 단순히 다이애나와 왕실 가족들이
함께한 3일간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그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의 어지러운 심중을 대변하듯 부산한 재즈 멜로디의 오프닝부터
삭막한 저택 내부의 분위기는 답답한 공기에 둘러싸여
마치 공황장애를 겪는듯한 공포감마저 조성합니다.
왕실이라는 이름 아래 규율과 억압으로 각자의 개성은
말살당하고 생각과 표현의 자유는 박탈당한 채 시종일관
불안한 시선으로 관객을 바라보는 처연함만이 상황을 대변할 뿐이죠.
빡빡한 일정에 맞춰 정해진 옷을 입고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생활은
악몽처럼 묘사되고, 찰스 왕세자와의 갈등과 냉담한 왕가의 반응은
그녀의 섭식 장애와 공황 등의 병적 증세를 극심하게 만드니
이 자체만으로도 영국 왕실 안에서의 느꼈을 감정이 절실히 전해집니다.
작품은 이 같은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구속과 해방이라는 큰 주제를 두고
상당히 많은 은유적 표현을 곳곳에 뿌려두고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달려나갑니다.
왕실의 에스코트 없이 길을 헤매는 시작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해 벗어나고픈 열망을 드러내며
과거 자신이 입혀주었던 허수아비의 옷을 벗겨 챙깁니다.
이는 결혼 이전 자유로웠던 자신을 되찾겠다는 행동으로,
결말에 이르러 왕실에서 주었던 옷을 걸어두며
허수아비처럼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또 한 번 드러내죠.
이 같은 메타포는 왕실의 부속품으로 묶어두는 상징적인 진주 목걸이,
자신을 옭아맨듯한 옛집 사이의 철조망 등
여러 형태로 구현되는데 하나같이 왕실이라는 큰 규제에
억압되어 있는 자신의 불행함을 그리는 데 활용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자란 옛날 집을 향하면서 상황은 바뀝니다.
본인의 처지처럼 폐가로 변해버려 더는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계단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 앤 불린의 환영이
나타나 유년 시절부터 청년, 성년의 그녀가 들판 위를 뛰는 장면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스스로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유와 해방을 의미하는 들판이 존재하는 한 왕실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리고 자신처럼 사랑에 배신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가문의 옛집은 사라졌지만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죠.
그리고 다음날 이어진 꿩 사냥을 막아서는 순간을 통해
찰스 왕세자와 자신의 아들들을 분리시킴으로서
더 이상 지옥 같은 왕실에서의 성장을 목도하지 않겠음을 확연히 드러냅니다.
아마도 앤 불린과 다이애나라는 두 캐릭터가 가진 역사 속 상징성을 통해 그녀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 발판이 되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It's not just me who loves you!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 등 연기력에서 정평이 난 배우들과의
호흡들이 든든히 떠받치며 때로는 주인공의 마음을 건드리고,
클래식과 재즈의 기묘한 만남이 돋보이는 조니 그린우드의 스코어가
올곧이 그 감정들을 탁월하게 표현해 주는 가운데, 역시나
불안과 혼란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다이애나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그녀가 왕실에서 느꼈을 모든 감정들을
대사나 작은 행동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왜 수많은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는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열연을 펼쳐줍니다.
일대기 전체를 바탕으로 삶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특정 순간과 불안정한 한 심리를 바탕으로 한 전개되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온갖 화려한 장식들과 음식들로 꾸며진 별장에서
그만이 느꼈을 불행과 외로움, 답답한 심정을 세밀한 연기를 통해
극대화하며 꾸며진 현실임에도 동조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깊게 남겨주죠.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특히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전날 밤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과
폐허가 된 옛날 집에서 새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되돌아가듯
과거 필름을 스쳐가는 독백 장면에서 두드려집니다.
여기에서 왕실의 아이가 아닌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은 물론, 어린 시절 자신이 꿈꾸었던 삶에 대해
파노라마는 강한 여운을 남기고 이제 더 이상 억눌려사는 왕세자비가
아닌 다이애나로 돌아갈 것을 보여주죠. 이러한 함축적인 의미에서
클래식하게 드레스 입은 채 고개 숙인 포스터는 근래에 본 것 중에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 영상에서는 힘겹고
버거운 가족 식사 후 구토하는 장면이지만, 결과적으로 왕가에 속한
모든 것을 뱉어내는 중의적 표현을 심고 있기 때문이죠.
정말 그녀의 연기는 실로 놀라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 때문인지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연출적인 특징이 큰 힘을
발휘한다기보단 원 맨 쇼를 묵묵히 지켜보는 관찰자의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재키’, ‘네루다’와 같이 실제 인물 그려왔던 전작들에서
보여준 대칭 구도의 촬영 기법이나 화면 질감과 색감을 활용한 연출,
과거처럼 느껴지는 그레인 필름 등은 오래된 동화 같은 영상미를
남기며 날카로운 현악기의 연주가 깔리는 음향과 함께
다이애나의 불안과 공포를 선명하게 대변해 주지만,
그녀의 연기를 뒤따라가며 앙상블을 맞춘다는 느낌이랄까요?
더불어 마지막 엔딩에 이르러 두 아들을 사냥터에서 구출한 뒤
도로를 달리며 자유를 만끽한 뒤 패스트푸드 KFC에 들려 드라이브스루 주문에서
마침내 자신의 이름인 ‘SPENCER’를
당당히 외치는 모습은 해방이라는 묵직함으로 기억됩니다.
허수아비처럼 영국 왕실에 다 빼앗겼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그 자체를 되찾아 온 그녀, 슬프지만 그 고귀한 아름다움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매기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처럼 그녀를 사랑하는 것 저뿐만이 아닐 테니까요.
ps. 근래 대다수가 그렇듯 이것 역시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에 취중해있습니다. 그렇기에 취향에 따라 지루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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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삶에서 잊지 못할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힘은 시간의 축적에 비례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순간, 한 마디의 말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망가진 시계를 열어 크고 작은 톱니바퀴를 전부 바꿀 필요는 없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멈춰버린 시간을 흐르게 만들지 모르는 일이다.
영화 <만추>는 늦가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을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주인공 애나(탕웨이)의 삶 때문일 것이다. 가정폭력, 남편의 죽음, 7년간의 수감 생활. 그녀의 표정을 앗아간 지독한 세월은 건조하고 쌀쌀한 가을의 공기 안에서 더욱 짙은 고독을 품도록 만들었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한 남자는 그녀에게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모든 것이 우연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연의 순간을 나누는 동안 감정은 저도 모르게 힘을 지니게 되고 만다.
단 한 번의 순간
애나는 엄마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3일간의 시간을 허락받고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훈(현빈)을 처음 마주한다. 훈은 이상한 사람이다. 돈 없이 누군가에게 쫓기며 버스에 올라탄 것도 모자라, 처음 보는 애나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돈까지 빌린다. 이토록 기묘한 첫 만남이지만, 그때의 애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로 한 사람이 되었는지 모른다. 고작 30불의 지폐는 7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랜만에 그녀가 사람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훈은 30불을 담보로 애나에게 시계를 건넨다.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에게 시계는 ‘양심’보다는 ‘작은 미끼’에 가까웠다. 그가 할애하는 시간만큼 돈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아니까. 계속해서 애나에게 ‘몇 시예요?’라 물으며, 내가 당신의 기억에 남기를, 당신에게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함께 하는 시간에는 마음이라는 대가가 붙는다는 것을.
영화 <만추>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감정을 완벽하게 담아낸 로맨스 영화다. 한정된 시간 속 시계를 매개로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마주치는 두 사람이 서로의 고독과 상처를 마주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조각난 마음에 서로가 딱 맞는 조각임을 알아차리도록 한다. 애나에겐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를 위하는 척 자신을 위하는 사람들뿐이었다. 훈은 자신의 외양과 다정한 말에 놀아나는 거짓된 사랑만을 나눠왔다. 상대를 위하는 말 한마디에 돈이며, 진심이며 모든 것을 내어주는 쉬운 사람들만이 그의 곁에 있었다. 마침 애나에게는 나를 위해주는 말이 필요했고, 훈에게는 미끼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필요했다. 시계는 그들의 사이를 오가며 서로가 운명의 상대임을 확인시켰다.
그렇게 애나와 훈은 함께 시애틀의 거리를 걷는다. 오프닝 장면 속 불안한 걸음으로 홀로 거리를 내달리던 여자는 없다. 그녀의 추억이 담긴 시애틀의 이곳저곳을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 3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마음 가는 대로 이것저것 해보던 애나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시간을 물으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남자 훈에게 남은 시간을 맡겨보도록 한다.
데이트를 시작한 두 사람이 올라탄 오리버스의 가이드는 외친다.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서로 다시 만날 일을 없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인생은 짧아요. 즐기세요. 마음을 열고, 지금 사랑하자구요!’ 그렇게 그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데이트를 이어나간다.
단 한 마디의 말
<만추>에서의 애나의 삶은 지독하리만큼 수동적이었다. 누군가에게 얽매인, 필요에 의해 불려지는 삶. 남편도, 가족도, 옛사랑 조차도 그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용해’ 왔다. 널 사랑하니까, 너의 삶을 위해서. 입 한 번 떼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방적이고도 아픈 사랑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사랑이란 특별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순간에서 영화 같은 순간을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데이트의 끝자락, 범퍼카를 탄 그들의 눈앞에 한 커플이 나타난다.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알 수 없지만 다투는 듯 보인다. 잠시 눈길을 끌었지만 거기까지다. 그러나 그 순간 훈이 더빙을 시작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애나는 훈의 대사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꽤나 그럴듯한 연극이 완성되었다. 평범한 한 장면이 한순간 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멈춰있는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만들고,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멈춘 듯 느끼게 만들었다. 그녀에겐 깨고 싶지 않은 화려하고 멋진 꿈이었는지 모른다.
이내 곧 애나의 눈은 슬픔에 잠긴다. 꿈같은 시간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도망치듯 달려 나간 곳에서 애나는 사실을 말한다. ‘나는 내일 감옥에 돌아가야 해요.’ 그렇게 애나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훈에게 털어놓는다. 비록 중국어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훈은 그녀의 말을 누구보다 따듯하게 들어주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에 자신이 아는 단 두 단어 ‘하이(좋네요)’와 ‘화이(안 좋네요)’로 얼렁뚱땅 대답하면서. 하지만 애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되었을 답이었다.
훈 역시 마찬가지다. 애나는 10불을 건네며 버스비를 제외한 데이트 비용이라고, 고마웠다고 말한다. 돈을 주면서 구걸하는 사랑이 아닌, 그동안 훈이 받은 돈에 비하면 우습기만 한 한 장의 지폐를 건네면서 말이다. 목숨을 쫓기면서 버릇처럼 던진 미끼에 자꾸만 예상하지 못한 대답과 얼굴을 보여주는 애나였다. ‘나랑 같이 있을래?’라고 말하는 고객이 아닌, ‘오늘 고마웠어요. 난 여기 없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여자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우연을 운명으로
언제 안개가 다시 질지 모른다고 말했던 오리버스 가이드의 말처럼 어느새 안개가 자욱이 깔린 시애틀. 애나는 꿈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감옥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이번엔 옆에 훈이 있다. 애나와 훈은 둘의 첫 만남을 다시 만든다. 범퍼카를 탔을 때와 같이 어색한 연극을 시작하면서 말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하고 갑갑한 그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더욱 짙은 안개가 온 세상을 가리고, 버스는 휴게소에 잠시 멈춘다. 그곳에서 훈과 애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훈은 말한다. 감옥에서 나오는 날 이곳에서 만나자고. 그들이 나눈 3일의 시간 어느새 사라지고, 그녀의 손목엔 우연의 시작이었던 시계만이 남아 있다. 시애틀에서 시계 덕분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처럼, 꼭 다시 만나고 싶은 훈의 마음을 담았는지 모른다. 다시 한번 우연의 씨앗을 심어 운명의 힘이 자라도록.
시간이 지나 출소한 애나는 휴게소 카페에 앉아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약속한 그날, 그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할까. 하지만 이내 곧 설레는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이네요.’라는 짧은 문장을 연습하며, 건조하고 쌀쌀한 늦가을에도 노란빛의 따스함이 남아 있음을 알려준 그를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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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적인 사랑 얘기에 웬즈데이를 끼얹은 느낌
난 영화를 보기 전에 로그라인을 잘 보진 않는다. 그냥 제목에 혹해서 보는게 대부분이다. 영화보고 글쓰는게 취미인 인간이 할소린가 싶겠지만 그래서 가끔 포스터 보고 혹했다 읭? 하는 경우가 있다. '눈물을 만드는 사람'이 내겐 그랬다.
1차 충격은 이 영화가 이탈리아 영화라는 점이었다. 영화라는 매체에 관심 갖다 보면 자연스레 프랑스 영화는 보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한데, 이탈리아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낯선 이탈리아어가 들려서 감정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잘 캐치하기는 힘들었다. 그저 자막과 배우의 표정에만 집중해야 하니. 그런데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크하고 주인공의 표정은 참 어둡다. 그래서 이게 로맨스인지 처음엔 감이 안잡힌다. 우선 나조차도 이 영화가 '웬즈데이'같은 오컬트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던 건데 로맨스였던 것이었다. 다시 보니 누가 봐도 로맨스인데, '쟤 바보 아니냐'할 수 있지만 로그라인을 크게 신경안쓴 내탓이다.
2차 충격은 이 영화는 여러가지 동화적 설정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늑대 타령이다. 이 영화의 주된 설정이 남자주인공이 늑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건데, 성안에 갇힌 공주를 사랑하면서도 구할 수 없다고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는 인물로 나온다. 뭔가 비련의 남주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내가 이런 느낌을 수용하기엔 너무 냉정한 인간인가 싶었다. 여주 또한 늑대임을 알면서도 사랑한다고 외치는 것을 보아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고 싶었음을 알 수 있다. 보다보면, 남주는 그저 희생적인 남자인데, 극 초반을 보면 이런 사이코가 없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랑해서 보호하기 위해 멀리한다'는 생각이었다니, 왜 난 이걸 보면서 세상 오글거렸을까. 나만 오글거린 게 아니었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본 로맨스가 가미된 유럽 영화는 꼭 한 명씩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가 등장하는데 이번 영화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저번에 리뷰한 '립세의 사계'에서도 '치명적인 이성은 어쩔 수 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관념을 보여주었는데, 이 영화는 약간 영화 속 인물들이 남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와 비슷해 보인다.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 모두가 그를 선망하고 갖고 싶어하지만 여주에게만 까칠한 그런 인물. 여주도 이 남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치명적인 매력에 어쩔 수 없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 감성이 정녕 유럽의 기본적인 감성인 걸까.
이걸 보면 유럽은 아직도 치명적인 매력이란 존재한다고 믿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하려고 해도 끌릴 수 밖에 없는 매력이란 존재한다고 믿으며, 사랑에 빠지는 행위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상한다. 그리고 아직도 이런 코드가 유럽에서는 굉장히 잘 먹히는 코드인가 생각해 본다.
이 영화는 정말 시종일관 어둡다. 그리고 잘 모르는 두 남녀 배우가 참 비주얼적으로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영화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웬즈데이' 같은 배경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까. 아련하고 애절한 로맨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뭐 한 번 정도는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여자 주인공이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한 것이 이 영화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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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성/2017/한국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애국의 길>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
1636년 12월, 추운 겨울. 청나라 군대가 무거운 군장차림으로 조선에 쳐들어와 군신의 예를 요구한다. 힘없는 임금 인조와 대신들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여 갇힌 상태.
명을 등지고 청을 받들자니 대의가 발목을 잡고, 대의를 따라 명을 받들자니 눈앞의 청나라 군대가 두렵다.
신하들은 척화파와 주화파로 갈려 임금에게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읍소한다. 첨예하게 둘로 나뉜 주장 사이에서 인조는 그저 갈팡질팡한다.
척화파는 예조판서 김상헌, 주화파는 이조판서 최명길로 대표되는데 이들 모두 진정 자신의 생각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유약한 인조는 김상헌과 최명길 양쪽에 번갈아 마음이 쏠린다. 그래서 전투를 해보기도 하고, 옥새를 찍은 격서를 비밀리에 도원수에게 보내 원군을 청하여 보기도 하지만 실패한다. 그 사이에 화친의 말을 잇고자 최명길을 적진에 보내 청나라 장수의 마음을 달래려 하지만 청은 요구를 거두어들일 마음이 없다. 조선의 오락가락하는 행태가 결국 청의 황제까지 전장으로 끌어들이게 되자 임금과 신하들은 화친이 아니라 무조건 ‘복종’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이른다.
인조와 조정신하들은 굴욕적인 화친의 예를 행하고 비통에 젖어 환궁을 한다. 을씨년스러운 궁에 들어서며 하늘과 궁을 둘러보는 최명길의 얼굴엔 안도감이 배어있으나 밝지는 않다. 오랑캐에게 머리를 숙이는 임금은 나의 임금이 아니라며 자결하고만 김상헌은 그 자리에 없다.
임금이 명을 사대하든, 청을 사대하든 관심 없고 하루하루 편히 먹고 살기만을 바라던 백성들은 병자년의 모진 겨울을 견뎌낸 후 민들레 돋아나는 봄을 맞이하여 목숨과 생기를 이어간다.
영화는 마치 책처럼 10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시퀀스마다 부제가 붙어있다. 자칫 지루하고 산만해질 수 있는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관람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려는 장치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두 시간을 넘기는 상영시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첫 장면부터 민들레꽃 이전까지는 스크린이 청색에 푹 젖어 있다. 보통 청색을 포함한 찬색은 좌절과 패배, 수동성 등을 묘사할 때 쓰인다. 청색의 화면에서 적군의 무기에 다친 조선 백성의 붉은 피, 비밀 격서를 싼 붉은색 비단 봉투는 단말마의 고통처럼 처연하고 선명하여 섬뜩하다. 한편 임금과 신하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너무 깊어서 이미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둠이 그들을 잡아먹어 버린 것처럼 묘사된다. 조선이 청에게 패배하고 말 것이라는 불길한 암시 같다.
인물과 진영의 위치는 역학관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대장장이 서날쇠가 임금의 격서를 전달하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싫었던 도원수와 그의 참모들이 격서를 받은 증거를 없애려고 서날쇠를 추격할 때, 낫으로 얼음 절벽에 매달린 날쇠를 사이에 두고 청군을 높은 절벽의 위에, 조선군은 그 절벽의 아래에 배치한 것은 그런 의도로 읽혀진다. 청의 황제를 올려다보는 카메라의 위치, 청의 황제가 남한산성에서 명에게 예를 올리는 조선의 대신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등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일반적인 영상언어의 문법을 충실히 지킨 화면의 구도와 색감은 사극에 정통성을 부여한다. 아울러 이야기는 정직성과 안정성을 풍긴다.
배경음악도 훌륭했다. 음악이 적절하여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현실감이 두드러졌다. 대사를 강조할 때에는 음악 없이, 전투의 처절함을 묘사할 때에는 빠르고 날카로운 음악을 사용하여 극의 긴장을 내내 유지했다.
개인이든 국가든 그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는 위기를 맞았을 때이다.
인조가 다스리던 조선의 실력은 허약했다고 영화는 말한다. 그렇지만 절망보다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 같은 희망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 작은 나라였지만 조선의 사대부 김상헌은 대의명분을 고민할 줄 알았고, 또 최명길은 나라와 백성의 오랜 생명을 위해 역적의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의명분을 접을 줄도 알았으니 말이다. 더욱이 둘은 각자의 애국심과 충정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고 위했다. 감독은 냉정할 정도로 균형 잡힌 연출로 어느 한 편에 치우침이 없이 이 두 사람의 충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양반들을 불신했던 날쇠는 보상이 없을 것이 뻔한데도 김상헌의 부탁을 받자 목숨을 걸고 임금의 비밀 서찰을 들고 추운 겨울에 길을 떠났고, 휘하의 군병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무장 이시백은 영의정 김류의 명에 맞섰다.
청의 침략이라는 큰 위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던 조선의 허약한 모습이지만 그나마 각자의 위치에서 나라를 구하려고 목숨과 명예를 걸었던 과거의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감독은 현재의 우리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물론 그보다는 주의와 경고가 먼저였겠지만 말이다.
<남한산성>은 탄탄한 이야기와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균형 잡혀 안정적이고 빈틈이 없는 감독의 연출 등이 조화를 이루어 흠잡을 데가 보이지 않는 명작이다. 그리고 ‘애국’이란 무엇인가를 정말 깊이 생각해야만 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이기도 하다(©2017.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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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지나간 것은 지나친 후에야 알 수 있다
나는 평생 나를 볼 수 없다. 눈으로 나의 전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는 물론이거니와 가장 여리고 약한 면을 깊은 내면에 숨겨두어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까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순간적인 반응. 그것들이 켜켜이 쌓여 자신마저 그 마음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럼에도 일상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하다. 내가 나를 잘 몰라도 하루는 무탈하게 흘러가다 끝이 나고,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니까. 이쯤 되니 내가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도 같다. 가끔 혼란을 맞닥뜨리긴 해도 다들 이 정도의 복잡함은 껴안고 살아가니까. 거창하게는 인간의 숙명이라 여겨도 될 것 같고.
혹은 나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잘 아는 걸지도 모른다. 무엇이 내게 편하고 불편한지 구분할 줄 아니까. 나름 평화롭던 일상. 균열은 언제나 나쁜 것에서 비롯되진 않는다. 미루고 미뤄온 나 자신에 대한 직시를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사람. 잘 모르겠는, 혹은 모르고 싶은 것마저 헤집어 놓는 사람. 그 사람의 등장으로 지극한 현실은 깨지고,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Synopsis
강릉에 있는 한 예술고등학교의 연극영화과, 수안은 하이틴 스타인 설이와 급격히 가까워지며 어느 늦은 밤 무작정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설이와 함께 서울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후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지만 오해가 쌓인 채로 설이는 수안을 떠나가게 되고, 훗날 배우가 된 수안은 설이에 대한 그리움에 겨울 바다로 돌아간다.
*스토리 전개상 주요한 스포일러는 거의 없습니다.
본격적으로 나의 미래, 그러니까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는 언제인가. 어렴풋이 '나는 뭐 해 먹고살지?'라는 물음은 한두 번쯤 품어봤겠지만,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는 고등학생 무렵 아닐까. 갈팡질팡하는 또래 친구들이 태반이건만 드물게 제가 갈 길을 반짝이게 닦고 있는 소수를 마주치기도 한다. 수안에게 설이가 그랬다. 똑같이 연기가 하고 싶은 배우인데, 이미 드라마 주연을 몇 번이나 해본 설이.
흩날리는 긴 머리칼, 분홍 빨강 따위의 화려한 색조가 잘 어울리는 오목조목한 얼굴, 묘한 분위기까지. 짧은 머리칼에 화장기 거의 없는 수안과는 정반대의 삶인 걸 몸소 보여주기라도 하듯. 수안은 그런 설이를 보며 은근히 부러워하며 동경한다. 무얼 해도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찬사를 몽땅 껴안는 그 애.
수안의 부러움은 열등감이나 질투로 번지지 않는다. 설이와 자신은 다른 사람이다. 수안은 이런 면에선 자기 자신을 잘 알기에, 세상의 뻔한 잣대나 몰지식함 앞에서도 네가 틀렸다고 지적할 수 있는 담대함을 지녔다. 설이의 눈엔 그 모습이 반짝거릴 것이다.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나와 다르게 분명한 기준을 갖춘 사람. 유약한 자신과 다르게 단단한 느낌.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자신이 가장 가지고 싶은 면을 발견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일상에 허덕이다 보면 스스로 느끼는 어렴풋한 찝찝함을 완전히 무시하고, 무시하다 보면 자신의 길이 옳았던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배우가 맡는 무수한 역할들은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고로, 끊임없이 타인을 연기한다. 마치 내가 된 것처럼. 내가 나를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에서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다른 사람들을 연기하다 보면, 그리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자신보다 더 빠르게 알아차리는 익명의 대중을 보면, 마치 그들이 기대하는 내가 나 자신 같다. 아니, 그게 맞는 것 같다.
사회가 좋아하는 일반적인 특성을 모두 갖춘 사람은 언뜻 보면 행복할 일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겉모습은 그 안에 든 것까지 비춰내지 못한다. 그럼 무엇이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가. 거울이다. 내가 마주하는 지금의 나는 내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듯해서, 그게 숨이 막혀서 도망치고 싶어 진다. 복잡한 내면을 잠재울 자극적이고 시원하고 재미난 것들로 시선을 돌림으로써.
수안과 설이는 서로가 있기에 모면이 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되레 어려워진다. 나를 비추던 거울은 눈길을 돌리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내가 아닌 타인은 마음대로 제거하거나 치울 수 없다. 나 자신을 가장 깊게 드러내는 존재를 막아서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보다, 피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러나 자유분방해 보이는 수안의 심연은 결코 설이와 다르지 않다.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린다. 자신에게 가장 편한 게 있다고 한들 그건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다르니까. 그래서 자신의 주체성을 드러낼 만한 시도를 꿈꾸며 미약하게나마 시작하지만, 함께 하겠다던 설이는 온데간데없다. 누가 먼저였을까. 가장 투명하게 서로를 비추던 거울은 얼룩이 덕지덕지 묻은 채 더 깊은 곳으로 묻어진다.
두 사람은 상흔을 남긴 채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듯했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동일한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 이 답은 현실에서 치이고 살면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깊은 내면에 들어가려면 끝도 없이 희거나 푸른 것에 제 발로 들어갈 수밖에.
이로써 본래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넘어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순간들을 맞닥뜨리며 투쟁한다. 꼭 붙어 다니던 어린 날의 둘은 제각각으로 분리되었다. 으레 좋다고 말하는 무형의 산물들을 얻고, 기꺼이 신기루처럼 놓치고, 결국엔 홀로 남은 자기 자신을 마주한다. 거세게 몰아치는 현실을 몇 번이나 온몸으로 부딪혀 낸, 그 시간을 모두 통과해 낸 나 자신을.
Schedule
- 2023. 04. 29 / 13:00 (23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 2023. 04. 29 / 13:00 (235) 메가박스 전주객사 8관
- 2023. 05. 01 / 10:00 (411)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 2023. 05. 05 / 13:00 (822) CGV 전주고사 7관
제24회 전국국제영화제 (JIFF)
- 2023.04.27(목) ~ 2023.05.0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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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과속스캔들 결말 줄거리 살펴보기
여기 정말 재미있는 코디 영화가 있어요! 박보영의 리즈시절과 차태현의 조합으로 코미디 가족 드라마로 만든 영화 과속스캔들. 이 영화를 본 사람에게 자동으로 BGM이 깔리는 마법 같은 영화, 보면서 배 아플 수 있는 영화가 여기 있어요~ 잘나가는 연예인에서 갑작스러운 딸이 생겼다?!
영화 과속스캔들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가족
감독 : 강형철
각본 : 강형철, 이병원
출연진 :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개봉일 : 2008년 12월 03일
평점 : 9.20
스트리밍 : tvN , 웨이브, 쿠팡 플레이, 왓챠
기획 의도
한때 아이돌스타로 10대 소녀 팬들의 영원한 우상이었던 남현수(차태현). 지금은 36살 나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잘나가는 연예인이자, 청취율 1위의 인기 라디오 DJ. 어느 날 애청자를 자처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오던 황정남(박보영)이 느닷없이 찾아와 자신이 현수가 과속해서 낳은 딸이라며 바득바득 우겨대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애까지 달고 나타나서...
집은 물론 현수의 나와바리인 방송국까지. 어디든 물불 안 가리고 쫓아다니는 스토커 정남으로 인해 완벽했던 인생에 태클 한방 제대로 걸린 현수. 설상가상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한 그에게 정남과 스캔들까지 휩싸이게 되는데...
나 이제 이거 한방 터지면 정말 끝이다 끝!
여담
영화 과속스캔들은 2008년 개봉 당시 초 대박을 터트리며 2008년 흥행 성적 1위를 달성했다.
원래 영화 제목은 '과속 삼대'였으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 '과속 스캔들'로 바꿔서 흥행에 성공했다.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이후에 오랫동안 히트작이 없었고, 박보영 역시 무명 신인에서 벗어나 어엿한 배우로 성공하였다.
후기 및 결말
영화 과속스캔들 결말을 살펴보자면...
현수(차태현)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봉필구 연예부 기자로 다른 사건을 통해 한 명의 연예인을 나락 가게 만든 그 연예인이 현수의 기자회견으로 들어와 봉필구를 마구 두들겨 패면서 현수의 기자회견은 난장판이 난다. 결국 한때 잘 나갔던 연예인이지만, 연예인이 인기가 없어서 아저씨 콘셉트로 바꾸면서 인기 없던 연예인에서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영화 과속스캔들은 결말까지 진짜 완벽하게 웃기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재미있게 봤었고, 아역 배우였던 왕석현이 어엿한 어른이라니.. 새삼 세월이 빠르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준 영화랄까?..
한줄평 : "아마도~ 이건 사랑이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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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 중국 사상과 불교가 가득한 SF영화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1,매트릭스2,매트릭스3 결말포함
+ 매트릭스 스토리 해석 및 분석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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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30초 예고편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 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함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샹치’는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으로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우게 된다
벗어나고 싶은 과거이자, 그 누구보다 두려운 아버지 ‘웬우’를 마주해야 하는 ‘샹치’
악이 될 것인가? 구원이 될 것인가?
마블의 새로운 시대,
세상에 없던 힘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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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히즈 올 댓> 공식 예고편
애디슨 레이와 태너 뷰캐넌 주연의 《히즈 올 댓》은 1999년에 나온 10대 영화의 클래식 《쉬즈 올 댓》을 재창조한 작품이다. 시대에 맞게 변신한 이번 영화는 엄청난 도전을 받아들인 인플루언서(애디슨 레이)의 이야기. 그녀는 학교 최고의 루저(태너 뷰캐넌)를 프롬의 왕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