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3-06 12:38:38
변화의 바람에 몸을 맡기다.
영화 [콘클라베] 리뷰
이 글은 영화 [콘클라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 단절, 내부의 적.
사진 출처:다음 영화
차세대 교황 프로듀스 101을 진행하는 동안, 단장인 로렌스(랄프 파인스)를 비롯한 추기경들은 성당에 갇혀 있게 된다. 공명정대한 결과를 위해 엄격한 과정을 견뎌내는 추기경들의 여정이 사뭇 답답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건하며 사명감마저 느껴진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견고해야 할 설정인 이 "단절"은 (물론 제목 자체에서도 쉽게 알 수 있지만) 굳게 닫힌 문으로 대변되고, 물 샐 틈 하나 없이 모조리 굳게 닫혀 있다 못해 봉인까지 되어 있는 문들을 보고 있자면, 알게 모르게 인물들이 겪고 있을 긴장감이 얼마나 클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은 외부와의 단절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내가 고립되거나 무언가를 숨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속의 회의들은 거의 모두 밀실(?)에서 이뤄지는 반면 로렌스가 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은 복도에서 이뤄지는 것 또한 그러하고. 비밀을 가진 후보들과의 진실게임(?)이나 서거한 교황의 숨겨둔 진실을 파헤치는 일도 모두 방으로 침입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영향을 받을 만한 외부와의 단절을 위해 등 뒤로 세상을 가린 채 문을 쾅하고 닫았건만. 진정 자신들이 조심했어야 할 것들은 그 안에 함께 있는 추기경들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목을 옥죄며 천천히 함께 썩어가고 있었지만. 로렌스마저도 그 냄새가 자신들의 갇힌 세계에 퍼질 때까지 알지 못했다.
냄새를 감지한 된 순간부터 로렌스의 귀에는 누군가 문을 쾅쾅 쳐대는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안에 갇힌 자신들인지. 아니면 밖에 있는 자신들인지는 알 수 없었으리라.
다수와 소수, 차별을 그리는 법
사진 출처:다음 영화
또한 영화는 다수와 소수로 대변할 수 있는 메시지를, 아름다움이라는 치사한(?) 방법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주로 인물들의 배치, 움직임의 방향, 혹은 의복으로 이뤄진다. 이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전해지는 메시지 덕에 영화를 보는 동안 그들의 입장차이, 의견의 일치 정도 등을 헷갈리지 않게 습득하고 따라갈 수 있다.(오히려 여러 버전으로 불리는 이름이 더 헷갈릴 지경)
이 아름다운 선물을 보는데서 오는 기쁨이 매우 커서, 종잡을 수 없는 추기경들 사이의 암투 속에서도 숨 쉴 수 있는 틈이 충분히 생긴다. 마치 크게 내뱉은 심호흡 후에 다시 잠수하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이 와중에도 직업병이 도져버린 내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인, 그러면서도 알 수 없는 차별 혹은 구별을 볼 수 있는 장면을 말하라 한다면, 가만히 서 있는 추기경들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수녀들의 모습을 비출 때 라고 할 것이다.
마치 적혈구와 백혈구 사이를 조심해서 돌아다니는 수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말 한마디 제대로 꺼낼 수 없는 수녀들의 처지도. 단 한 번의 눈길도 그들에게 주지 않는 추기경들의 모습도. 그러면서도 정적임과 동적임으로 표현되는 그들의 움직임도. 이 영화가 말하려는 점을 압축해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그 장면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이 신(Scene)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바람, 이 모든 폭발의 시작.
사진 출처:다음 영화
폭동에 의해 이 완벽하다 생각했던 밀실(?)에 틈이 생기고 난 후. 가장 먼저 이곳으로 넘어온 것은 다름 아닌 바람조각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로렌스는 크고 견고한 문으로 성추문이나 매점매석 같은 큰 것들만 막아내면. 교황이 될 자를 쉽게 고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바람은 아주 사소하지만 모든 썩은 냄새들을 품에 안고 유유히 등을 보이고 멀어지면서 그에게 큰 물음을 던졌다.
자격. 그리고 변화를 대하는 마음가짐.
극 중 로렌스는 콘클라베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괴로워했다. 공적인 임무는 물론이고 자신이 성직자로서 가진 의심까지 안은 채 그 어떤 인물보다도 쓸쓸하며 갇힌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작은 공기의 날갯짓 덕에, 그 누구보다 스스로에 대해 단언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순간부터. 로렌스는 묘하게 안정되고 편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분명 불청객이라 생각했을 바람이었지만. 그 덕에 자신이야 말로 스스로가 갇혀 있는 콘클라베 안에서 두꺼운 문을 부수고 나올 수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거북이를 고이 풀어(?) 주고, 수녀들에게도 따스한 시선을 던지는 모습에서. 로렌스의 성직자 생활이 다시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가 확신을 의심하는 과정에 언제나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제목인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글 수 있는, 혹은 잠근 방을 의미한다.
[이 글의 TMI]
1. 어제 산 타는 바람에 몸살 나서 오늘 하체 못함.
2. 이틀만 회사 나가면 이번 주 끝!!
3. 당근 5킬로 샀음. 라페 가즈악!!
#콘클라베 #영화리뷰 #최신영화 #랄프파인즈 #에드바르트베르거 #영화리뷰어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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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스웨덴] 술과 인생에 대한 찬사와 경고 그 사이에서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이게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한마디로 술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히 술의 영향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구분 짓는 대신, 술이 지닌 복합적인 특성과 그 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술은 억눌린 감정을 해방시키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면의 공허함을 더 깊게 파고들며 현실을 도피하게 만드는 위험한 자극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처럼 술이 주는 해방감과 파괴력, 그 상반된 성질 사이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현실적이면서도 때로는 환상적인 방식으로 술과 인생을 조명한다. <어나더 라운드>는 술과 삶을 다층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찬사와 경고의 경계선에 서 있는 작품이다.
일상의 권태
니콜라이, 마틴, 피터, 토미 4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중년 남성으로, 같은 고등학교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의욕 없는 학생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들은 삶의 권태를 느낀다. 일터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갈등과 무기력함 속에서 이들은 삶에 좋은 자극을 줄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데, 니콜라이는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내세운다. 결국 그들은 지속적으로 적당량의 술을 섭취하며 이 농도를 유지하는 음주 실험을 시작한다. 일상에 환기를 누구보다 바랐던 이들에겐 이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어느새 식어버린 열정과 지나버린 관계들을 향한 간절한 몸부림이었을지도.
'생략'을 통해 표현되는 삶의 이면
인물들의 개인적인 배경이나 고통은 구구절절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짧은 장면, 대화, 표정 속에서 그들이 처한 상황이 암시된다. 마틴과 아내의 갈등, 그가 느끼는 가족 관계에서의 소외감은 오히려 술을 마시기 전보다 술로 인해 망가진 이후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영화 초반에서 관객들은 마틴을 비롯한 주인공들이 술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오히려 이렇듯 절제된 방식으로 그려내었기 때문에 그들이 겪는 삶의 고단함이 너무 개인적인 문제로 축소되지 않는다. 모두가 타인의 고통과 고민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듯이, 절제된 표현을 통해 비춰지는 삶의 조각들을 통해 영화는 소외감과 무력감 같은 개인적인 감정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다시금 강조되는 '술'의 양면성
영화에는 4명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그 중 가장 중심으로 서사가 다루어지는 인물은 마틴이다. 그는 역사 교사로 일하고 있으나 아이들과 부모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간다. 가족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특히 아내와의 갈등도 자주 비추어진다. 처음에는 술을 마시는 것에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초반에는 운전을 이유로 술자리를 거절하지만 친구들의 권유에 술을 마시며, 억눌렸던 즉흥적이고 생기 있는 면모를 드러낸다. 이후 친구들과 음주 실험을 하며 가장 먼저 농도를 높이고, 학교에서 몰래 마시는 방법을 고안하는 등 때론 주저하고 때론 대담한 모순적인 인물이다. 이렇듯 술에 늘 호의적이지 않는 그 누구라도 술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이 영화는 술에 대한 경고를 하면서도 술이 주는 해방감과 자유로움, 알코올이 선사하는 ‘환각’의 황홀함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심리학 교사인 니콜라이는 육아와 가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로 인한 번아웃을 겪고 그가 처음 제안한 음주 실험에 빠져든다. 술로 점점 망가지는 삶들을 보며 실험의 위험성과 한계를 직접 겪고서도, 알코올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불안 완화, 긴장 해소)를 끝까지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 의대 진학에 실패할거라며 불안해하며 자책하는 학생에게 니콜라이는 몰래 술을 권하고, 학생은 술을 마시고 성공적으로 시험에 임한다. 술의 파괴력을 직접 겪고도 술의 힘을 믿는 니콜라이를 보며 술이 인간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게한다.
사실은 본래 가지고 있던 것
실험을 통해 인물들이 술을 마시면 수업이 잘 된다거나, 인간관계가 개선되고 자신감이 생겨보이는 듯 하지만 영화는 “그 가능성들은 본래 그들 내면에 존재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마틴이 단순히 술을 마셔서 수업이 재미있게 변한걸까? 기분 좋은 환각으로 자신감을 북돋아준 것 뿐, 결국 그 역사적 지식이나 아이들을 리드하는 능력은 잠재되어있던것일 것이다. 체육 교사 토미의 아이들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 음악 교사 피터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향한 염원, 심리학 교사 니콜라이의 학생을 응원하는 마음 -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이들의 내면에 이미 존재했던 것들이다. 술은 단지 자극제로 존재할 뿐, 변화의 본질은 결국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영화는 ‘술’이라는 도구를 단순히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이분법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 우여곡절을 겪고서도 영화는 술을 마시는 청춘과 중년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오프닝에서는 축제를 벌이는 청춘이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를, 엔딩에서는 중년의 주인공들과 졸업하는 학생들이 함께 술을 마시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축복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어쩌면 이는 술이 인생의 파편 속에서 어떻게 다른 의미로 작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게 아닐까.
죽음과 이별과 같은 어둠이 있더라도 ‘살아있는’ 감정과 관계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다시 잔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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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릴러 영화 추천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 버드박스 시즌2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
Netflix, 23.07.14 오픈
스릴러/SF, 청소년 관람불가
스페인, 110분
감독: 알렉스 패스터, 데이빗 패스터
출연: 마리오 카사스, 조지나 캠벨 등
2018년을 뜨겁게 달궜던 버드 박스가 시즌 2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인데요
버드 박스 시즌 1을 안 보신 분들도 이해는 가능하지만
웬만하면 보고 오시는 게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아포칼립스 장르 영화다 보니까
세계관 설명에 대한 건 시즌 1에 자세히 나오거든요
시즌 2는 뭐랄까... 부산행 시즌 2 반도 느낌인 거라서
몇 년 후 그 세계는 어떻게 되었는가? 를 보여 줘요
미스터리한 힘으로 전 세계 인구가 급감한 후,
전에 없던 사악한 위협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흥행작 <버드 박스>의 이야기를 확장해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영화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 줄거리
앞서 부산행 시즌 2의 반도 같은 느낌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아무래도 아포칼립스 영화의 시즌 2는 다 비슷한 느낌인 걸까요
이번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도 미스터리한 힘보다는
그걸 이용하는 악한 세력과 대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반도에 631부대가 있었다면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에는 신부님이 계시거든요 ㅋㅋ
신부님 군단은 미스터리한 존재를 이미 본 사람들로 구성돼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억지로 뜨게 한 후 죽게 만들어요
왜 시즌 1에서 숙소에 난입한 빌런 있었잖아요?
그 존재인 듯 싶습니다
근데 이들이 미스터리한 존재를 봤음에도 어떻게 살아 있는지는
끝까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슬픔이 번지면 DNA가 변형되기도 한다던데
음... 아무래도 이 디스토피아의 설정인 걸까요?
신박했던 건 주인공 역시 그 세력이라는 겁니다
아 세력까진 아니고 개인... 이긴 한데요
주인공인 세바스티안 역시 신부에게 당한 사람 중 하나예요
신부로 인해 딸이 무참히 죽게 되었고
계속해서 딸이 환각으로 보이게 되는데요
그 딸이 옆에서 세바스티안을 종용하죠
저들을 "구원"해야 우리가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다고요
어떻게 보면 세바스티안은 딸과 살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캐릭터예요
그러면서도 참회의 기도를 올리거든요
딸과 살고 싶어 거짓말을 한 것도 용서가 될까요? 하면서요
딸 또래의 소피아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며
소피아를 구하기 위해 점점 환각을 무시하기 시작합니다
딸이 옆에서 피를 잔뜩 흘리면서 저 애는 아빠 딸이 아니야!! 하는데도
딸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지르고 소피아를 선택하죠
그러면서도 차를 타고 다같이 도망치던 중
길 위에 딸이 환각으로 나타나니까
아이를 피해서 핸들을 꺾더라고요
환각이라는 걸 자각해도 딸을 칠 순 없었나 봐요
좋았던 점은 세바스티안도 결국 죽게 된단 거예요
주인공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쁜 짓을 했으면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게 권선징악 룰이잖아요 ㅋㅋ
최대 빌런과 싸우다 죽게 되는데
이게 슬프기도 하면서 여운이 남는 엔딩이더라고요
세바스티안이 이렇게 목숨을 날려 구한 덕에
소피아와 클레어는 무사히 군사 지역에 도착했고요
그 곳에서 소피아는 엄마를 만나게 되는데
요건 좀 띠용 했습니다. . .
엄마가 당연히 죽었을 줄 알았는데
거기서 소피아! 내 딸!! 하면서 달려오거든요,,,,,,
그리고 시즌 3을 암시하는 엔딩 장면까지~
이번엔 또 어떤 나라에서 후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돼요
버드 박스는 항상 세계관을 마무리짓지 않고
계속해서 요런 상황은 이어간다~ 라고 끝내기 때문에
더 여운이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그래도 감동적인 여운은 시즌 1이 더했다죠
애초에 미스터리한 존재를 보지 못해서
이 세계관에서도 나름 평화롭게? 살아가는 존재들...
그들은 바로 시각장애인들......!!
이라는 엔딩은 너무나도 F의 가슴을 울렸거든요
암튼! 딱 시즌 1 만큼 재미있었던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였습니다
다만 시즌 1보다 잔인한 장면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무서운 거 못 보시는 분들은 시청에 유의해 주세요
*스토리: 4/5점
*연출: 2/5점
*영상미: 1/5점
*OST: 1/5점
*연기: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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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배우 대표 200인 선정! 해외홍보 나선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 영화계 대표 배우들의 글로벌 홍보를 위해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영화배우의 해외 홍보는 올해의 주요 영화제를 앞둔 3월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유럽영화진흥프로그램이 진행한 ‘슈팅스타즈’ 운영과 유사한 캠페인인 ‘한국 배우 200 캠페인’은 한국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 100명 그리고 여자 배우 100명을 선정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10년간의 배우들의 흥행력, 한국 영화 참여도, 국내외 영화제 수상 기록, 독립영화 출연, 국제 프로젝트 참여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별도 스페셜 웹페이지를 오픈하여 3월 중 캠페인을 전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리며, 배우의 대표 필모그래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무빙 트레일러 및 한국 배우 200인의 다채로운 포트레이트, 배우별 필모그래피를 집약한 동영상 200편 등 양질의 캐스팅 자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캠페인을 위한 사진 촬영 및 책자와 무빙 트레일러 제작 등은 영화 전문 미디어 <더 스크린>이 전체 진행을 총괄하여 완성도를 강화하였으며, 포트레이트 촬영은 한국 사진계를 대표하는 김중만 작가와 안성진 작가가 전담했습니다. 김중만 작가는 1977년 프랑스 아를 국제사진 페스티벌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이래 40여 년 간 국제적인 명성을 이어온 세계적 사진가이며 안성진 작가는 1992년 이후 한국에 셀러브리티 CF를 선도한 사진가로 수많은 영화, 드라마, 연극 포스터와 앨범 재킷을 촬영해 온 한국 대표 사진가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최고의 영화제 및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OTT 제작사, 에이전시, 미디어 등 전 세계 영화계의 핵심 관계자들에게 직접 홍보물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캠페인의 일환으로 발간하게 될 책자의 타이틀로, 전 세계를 감동시킬 배우가 ‘여기 있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버라이어티는 ‘영화 <기생충>이 여러 개의 오스카상을 거머쥔 이후 한국 배우들은 해외 언론과 영화제에서 많은 주목과 함께 인정받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하며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를 통해 찬사를 받고 있으며, 배우 김민희는 <도망친 여자>에서 보여준 연기로 작년에 찬사를 받았고 배우 이주영은 뉴욕 아시아 영화제에서 국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배우 이민호는 애플TV플러스가 제작하는 미국 드라마 <파친코> 주연으로 발탁되고, 배우 송강호, 배우나, 그리고 강동원은 2018년 영화 <어느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한국 연출작 <브로커>(가제)에 출연 확정 소식을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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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두번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DC의 <플래시> 부터
현재 가장 기대되는 일본의 영화감독 미야케 쇼의 <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 까지!
다채로운 이번주 개봉∙공개작들,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플래시
The Flash
©워너브라더스
개요: 액션 | 미국 | 144분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에즈라밀러, 마이클키튼, 사샤카에, 마이클 섀넌, 벤 에플렉
개봉: 2023.06.14
배급: 워너브라더스
시놉시스
시공간이 붕괴된 세계, 차원이 다른 히어로가 온다! 빛보다 빠른 스피드, 물체 투과, 전기 방출, 자체 회복, 천재적인 두뇌까지 갓벽한 능력을 자랑하지만 존재감은 제로, 저스티스 리그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히어로 ‘플래시’. 어느 날 자신에게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시공간 이동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그는 ‘브루스 웨인’의 만류를 무시한 채 끔찍한 상처로 얼룩진 과거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역행한다.
CINE PICK!
빛보다 빠른 히어로 ‘플래시’부터 원조 ‘배트맨’, 뉴페이스 ‘슈퍼걸’, 최강 빌런 ‘조드 장군’ 등 영화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DC의 캐릭터들이 <플래시>에 대거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플래시>는 스크린을 꽉 채우는 압도적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초광속 액션블록버스터의 탄생을 예고한다.
엘리멘탈
ElementalTransformers: Rise of the Beasts Little Mermaid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9분
감독: 피터손
출연: 레아루이스, 마무두 아티
개봉: 2023.06.14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는 어느 날 우연히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지금껏 믿어온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웰컴 투 ‘엘리멘트 시티’!
CINE PICK!
놀라운 상상력과 완성도 높은 비주얼,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디즈니•픽사가 <업>, <인사이드 아웃>, <소울>을 이을 또 한편의 인생 영화 <엘리멘탈>을 선보인다.
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
Small, Slow, But SteadyThe Flash
ⓒ디오시네마
개요: 액션 | 일본 | 100분
감독: 미야케 쇼
출연: 키시이 유키노, 미우라 토모카즈
공개: 2023.06.14
배급: (주)디오시네마
시놉시스
선천적 청각장애로 양쪽 귀가 들리지 않는 프로 복서 케이코.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도쿄 도심의 작은 복싱 체육관에서 훈련을 거듭하며 다음 시합을 준비한다. 끊이지 않는 고민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각들이 마음에 쌓여만 가고, 체육관 회장에게 당분간 쉬고 싶다는 편지를 썼지만 끝내 보낼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코는 체육관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CINE PICK!
현재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일본의 영화감독 중 한 명인 미야케 쇼의 최신작이다. 오로지 복싱에만 도전하는 한 여성의 모습을 작은 마을의 체육관 회장과 의 관계성과 교차시켜 그려낸 이 작품은 다양한 영화적 장치로 가득 차 있다.
나의 사소한 슬픔
All My Punny Sorrows
ⓒ스튜디오 에이드
개요: 드라마 | 캐나다
감독: 마이클 맥고완
출연: 알리슨 필, 사라 가돈, 메어 위닝 햄
공개: 2023.06.14
배급: 스튜디오 에이드
시놉시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빠에 이어 언니마저 잃을 수 없다며 어떻게든 언니를 살리려는 욜리. 그러나 내적으론 언니를 이해하려고 한다. 언니를 위해 스위스행도 고민한다.
CINE PICK!
죽고 싶어하는 언니와 살리고 싶어하는 동생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사소한 슬픔’은 리암 토우스의 2014년 베스트셀러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다. 영화는 캐나다 영화상 최우수 각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밴쿠버 영화비평가협회 최고의 캐나다 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블랙워터 : 어비스
Black Water: Abyss
ⓒ(주)원더스튜디오
개요: 액션, 공포 | 오스트레일리아 | 98분
감독: 앤드류 트라우키
출연: 제시카 맥나미,루크미첼,아말리골든
개봉: 2023.06.14
배급: (주)원더스튜디오
시놉시스
호주의 깊은 숲 속, 외딴 동굴 탐험에 나선 제니퍼와 에릭, 그리고 친구들은 폭풍우로 인해 불어난 물로 동굴에 갇히게 된다. 제한된 식량과 시간 속에서 탈출구를 찾던 그들에게 불길한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는데... 미로처럼 뻗어 나가는 동굴 속 그들은 과연 살아서 동굴을 탈출할 수 있을까?
CINE PICK!
컬트 클래식 ‘블랙 워터’ 이후 16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블랙 워터: 어비스’는 호주의 외딴 동굴 탐험 중 조난 당한 5명의 친구가 식인 악어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블랙 워터: 어비스’는 앤드류 트라우키 감독이 전편에 이어 또 메가폰을 잡고 ‘47미터’ 제작진이 참여해 스릴과 공포를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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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사라진 노동운동의 A컷을 찾아라!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멜팅 아이스크림(Melting Icecream)
South Korea/2021/70min/홍진훤 감독 작품
모든 달콤한 것들은 녹는다. 녹아 없어지기에 더 달콤하다. 〈멜팅 아이스크림〉에서 ‘달콤한 것’은 노동운동이다. 영화는 9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시대의 노동운동의 푸티지를 몇몇 회고를 동반하여 풀어놓는다. 그리고 이 서사는 수해로 훼손된 투쟁 현장의 A컷 사진을 복구하는 서사와 교차한다.
두 서사의 교차가 의미심장하다. 훼손된 A컷 사진은 노동운동의 은유다. 모든 노동자의 연대 투쟁을 강조했던 사람들은 제도권에 들어간 후 노동을 버리고 ‘민주화’만 강조했다. 노동자와 함께 싸웠으나 성과는 독차지했다. 영화가 세 명의 ‘진보’ 대통령 시대의 노동 투쟁을 보여주는 건 노동을 뺀 민주화가 노동자의 삶과 노동 현장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고발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시민과 노동운동의 거리는 좁혀지길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멀어졌다. 영화의 마지막, 코로나 시대에 ‘필수 노동자’라 일컬어졌지만 금세 버려진 노동자 집회를 무심한 듯 힐끗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를 증언한다. 이제는 더 이상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는 노동 문제처럼, 훼손된 A컷 복구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즉 〈멜팅 아이스크림〉은 철저한 실패에 관한 영화다.
지난 몇 년간 1970~80년대의 민주화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관객의 호응을 끌어낸 영화가 많았다. 이들 영화는 반동분자 취급당하던 시민들의 명예를 복권하여 집단의 역량으로 재의미화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멜팅 아이스크림〉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왜 그들 영화에 함께 싸웠던 노동자(혹은 노동자인 시민)는 등장하지 않는가?
최근 개봉한 영화 〈재춘언니〉, 〈미싱타는 여자들〉이 떠올랐다. 〈멜팅 아이스크림〉의 문제의식에서 보면, 이들은 모두 변방으로 밀려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시 ‘중심’으로 옮기고자 노력하는 영화다. 언젠가 다시 맛볼 날을 기다리며,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즉 노동 관점의 소중함)을 추억한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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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빛이 비치는 자리
감독] 신수원
출연] 이정은, 권해효, 탕준상, 김호정
시놉시스] 지완은 갱년기에 접어든 여자 감독이다. 어렵게 만든 세 번째 영화마저 실패한 후 실의에 잠겨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상자료원으로부터 60년대 여자 감독이 만든 영화의 복원 작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 작업을 통해 지완은 60년대에 활동했던 영화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통해 그녀에게 영화란 그리고 인생이란 무엇인가 돌이켜보게 된다.* * *
보이지 않던 것들
어렸을 때 나는 <빨간 머리 앤> 못지않게 거창한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어른들이 놀라며 “그런 말도 알아?” 할 때마다 민망해지는 느낌이 싫었다. 나중에 어른 되면 난 절대 애들이 어떤 단어를 써도 놀라거나 주목하지 말아야지. 그 다짐은 잊지 않았지만, 그런 말을 안 하는 어른이 되지는 못했다. 대신 당시 어렴풋하게만 느꼈던, 아직 몇 년 안 산 작은 사람의 어휘력을 칭찬하려는 어른들의 마음만 더 잘 알게 되었다.이십대 시절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상대가 “나도 너 나이 땐 그랬어.”라는 말로 응수하면 그렇게 듣기가 싫었다. 상대와 나는 나이 차가 10살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더욱 그랬다. 뭔 팔십 먹은 사람처럼 말하고 있어, 자기도 아직 젊으면서. 나는 나중에 그러지 말아야지 또 다짐했다. 그 다짐 또한 잊지 않았지만, ‘나도 그랬지…’하는 씁쓸하고 그리운 감정이 가끔 불쑥 올라온다. (그래도 말은 억지로 삼킨다.) 내 사기를 깎으려는 게 아니라, 나는 안중에도 없이 그냥 자기들의 호시절을 그리워했던 거구나. 지난날의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
그 시절의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면서, 나중에 어떤 중년과 노년을 살아가게 될지 궁금해졌다. 나는 커서 무엇이 될까 궁금했던 어린 시절처럼 두근거린다. 벌써 느끼기 시작한 ‘나도 그랬지…’의 씁쓸하고 그리운 감정만으로 채우고 싶지 않은 그 긴긴 날들에 무엇을 채워 넣게 될까?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찾아 주변을 돌아보니, 중년과 노년 여성의 서사가 놀랍도록 적고 납작했다. 그러나 점차 같은 문제의식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할머니’를 다룬 소설도 늘어나고, 다양한 중년 여성과 노년 여성들의 이야기가 점점 우리에게 많이 와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제 중년을 넘어가는 여성 ‘지완’(이정은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오마주>를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다. 얼핏 보면 신수원 감독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녹아 있는, ‘1명’의 이야기 같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그 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외로워도 아파도 설령 지워진다 해도
지완은 소위 ‘독립영화’ 혹은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그러니까 천만 영화가 될 확률이 높지 않은 영화 세 편을 연달아 만들었다. 사실 ‘지워지지’ 않고 감독으로서 꾸준히 영화 세 편을 내놓는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프로듀서와 단 둘이 어두운 극장에 앉아서, 이 상영관에서도 곧 내리겠지 생각하는 일은 즐겁지 않다.
그나마 함께 있던 프로듀서 동료조차 영화를 그만둘 것이라 하고, 지완이 영화를 따르는 삶에 불만이 많았던 남편과 아들 또한 지완이 영화보다는 돈 되는 일이나 가사노동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다. 이럴 때일수록 힘 있게 작업에 매진하면서 자기 확신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잘 쓰던 ‘되’와 ‘돼’가 헷갈릴 만큼 시나리오 작업도 쭉쭉 나가주질 않는다.
착잡한 지완에게 영상자료원 측에서 영화 복원 의뢰가 들어온다. 홍재원 감독의 <여판사> 복원을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지완은 당시 여성 영화인들을 돌아보게 된다. 두 번째 여성 감독이자 이 영화 속 ‘홍재원’ 감독의 모티프가 된 홍은원 감독뿐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감독이자 아이를 업고 현장을 지휘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박남옥 감독, 영화 <오마주>에도 변주되어 등장하는 여성 편집 기사 김영희까지.
어느새 이 일은 단순한 영상 복원 그 이상의 의미를 띠게 된다. 지금보다 훨씬 견고했던 당대의 유리 천장에 균열을 내며 길을 텄던 여성 선배들의 단단한 등을 바라보는 일은, 지완뿐 아니라 그 뒤에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여성들, 남들이 모두 안된다고 하는 꿈에 가슴 시려 본 모든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선글라스와 코트로 멋지게 선 모습도, 외로움과 막막함을 토로하는 모습도 모두 그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성공을 거두고 당당하게 씩 웃는 젊은 날의 모습만이 아니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도, 외롭고 아프고 잊혀도, 그들의 모습이다. 꿈꾸다 사라진 사람들, 사라져도 꿈꾸는 사람들, 어쩐지 눈물 날 듯 아름답다.
그림자를 더듬는 작업
필름은 기본적으로 빛과 그림자의 작업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림자이기만 한 것 같다고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 이 영화 속 지완이 자주 그랬듯이. 영화 속 홍재원 감독이 쓰던 편지 내용 같이. 가끔 쓸쓸하고 겁도 덜컥 날 때가 있다. 생각해 보면 꼭 필름만, 영화만 그런 일은 아닌 것 같다. 관성적으로 하다가도 문득, 이게 맞나 돌아보게 되고. 나이 듦이란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화를 만들고 복원하는 일이 늘 외롭고 쓸쓸하기만 한, 혹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일들처럼 이 또한 당사자에게는 관성적으로 일하는 날이 훨씬 더 많겠지. 하지만 긴긴 ‘일의 시간’ 위에 이따금 외로움과 회의감이 찾아오는 날을 아주 피할 수 없다면, 그 일의 아름다운 면을 기억하는 것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더 오래 달리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듯이.
그러니 이따금 외로워 보이는 그림자의 자리야말로 곧 빛이 있는 자리임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빛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한다. 영화 속에 종종 구둣발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여성의 그림자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런 생각들이 뭉쳐, 지완의 티셔츠 프린팅이나 아들이 써낸 엽서처럼 일상적인 곳에 은은하게 묻어날 것이다.
홍은원 감독과 1세대 여성 영화인들에 대한 ‘오마주(hommage, 감사와 존경)’가 묻어 있는 이 작품에, 신수원 감독과 다른 여성 영화인 더 나아가 꿈꾸고 일하는 수많은 여성들에 대한 ‘오마주’를 담는 사람이 또 얼마나 많을까?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아름다운 각자의 길에서 서로의 등을 보며 나아갈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바로 이 자리가 빛이 비치는 자리라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2022. 08. 25 ~ 2022. 09. 01<오마주> 상영 시간표2022. 08. 27. 10:30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5관2022. 08. 29. 20:00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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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2차 예고편 - 연애 편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 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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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던 여성이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다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던 슬픈 아버지와 조우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