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5-03-13 16:43:36
늑대인간의 원망스런 하울링이 들려~
<울프맨> 리뷰
늑대인간의 하울링 소리가 들린다. 원망스러운 하울링 소리가. 2025년으로 늑대인간을 소환해 만든 <울프맨>은 고전 호러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가져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작품이다. <인비저블맨>의 리 워넬 감독이 연출을 맡아 큰 기대를 걸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독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뚜껑을 열어보니 원작의 매력도, 시의성에 맞는 각색의 묘미도 살리지 못한다.
사랑하는 아내 샬롯(줄리아 가너), 토끼 같은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린 블레이크(크리스토퍼 애봇)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유년 시절부터 사이가 소원했던 아버지의 사망 증명서. 그는 아버지의 짐을 정리하고자 가족과 함께 고향 집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운전 중 정체 모를 존재를 피하다가 사고를 당한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그는 미지의 존재에게 상처를 입는다. 다행히 유년 시절 살던 집으로 피한 이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티기로 한다. 문제는 상처 부위에서 피가 흐르고 원인 모를 환청을 듣는 블레이크의 몸 상태. 점점 야수의 몸이 되어가는 그는 가족을 지키는 존재가 아닌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간다.
<울프맨>은 1941년 개봉한 동명 원작에서 출발한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등 유니버셜 호러영화 전성기를 이끈 이 작품은 하울링 등 사운드는 물론 늑대인간의 모습을 통해 공포감을 전하는 방식을 취한다. 주인공이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당시만 하더라도 최고의 볼거리로 불렸다고 한다.
원작의 인기는 단순히 공포 요소의 극대화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습격에 의해 늑대인간이 된 주인공은 예전부터 사랑하는 여성과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 애달픈 멜로 포인트는 단순히 늑대인간을 공포의 근원인 크리처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이 야수의 마음에 공감한다. 워낙 인기 작품인지라 늑대인간을 소재로 한 다수의 영화가 개봉했고, 2010년에는 베네치오 델토로가 주연을 맡은 <울프맨>도 개봉했다. 높은 스코어를 기록한 영화는 드물었지만, 앞서 소개했던 늑대인간의 매력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았다.
리 워넬 감독의 늑대인간 소환은 이제야 제대로 된 리메이크작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 포인트로여겨졌다. 그가 누군가? <인비저블맨>으로 유명무실해졌던 유니버셜의 다크 유니버스의 실낱같던 명맥을 살린 장본인인 아닌가! 투명인간을 소환해 현실 문제인 가정 폭력 여성을 소재로 대단한 공포 영화를 만든 연출력은 지금 봐도 수려하다. 특히 남성의 폭력에 정면 승부를 단행하는 진일보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 등 시의성을 고려한 명민한 호러 리메이크작으로 손색이 없다.
근데, <울프맨>은 이런 감독의 장점이 사라졌다. 과거 호러 캐릭터를 소환해 현실 공포를 그리는 데 선수였던 감독의 주무기가 퇴색된 느낌이다. 원작의 무게감에 짓눌려, 포기한 것처럼 영화는 공포감도 살리지 못하고, 안타까운 가족애를 그리지도 못한다.
늑대인간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두 얼굴’이다. 인간이었다가 보름달이 뜨면 괴수로 변하는 그 이중성.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성과 본성을 가진 인간의 두 얼굴을 캐릭터화했다고 볼 수 있다. 감독은 이 이중성을 아버지라는 존재에게 부여한다.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존재가 오히려 가족의 안전을 무너뜨리는 존재인 아버지의 이중성은 그 자체로 공포다. 이는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본 이들이라면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이 부분을 살리기 위해 영화는 초반 블레이크의 유년 시절을 보여준다. 아버지를 ‘데디(daddy)’라 부르지 못하고 ‘썰(sir)’이라 말하는 어린 그는 아버지가 유일한 보호자 겸 공포의 대상이다. 소원해진 이유야 많지만(과거 늑대인간의 위협 사건 등), 이런 아버지의 관계로 인해 블레이크는 자신의 딸에게 모든 걸 해주는 가정적인 아빠다. 도리어 엄마가 아빠처럼 보인다. 이런 블레이크가 괴수로 변하면서 자신의 가족에게 가하는 공포는 더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콘셉트를 가져가기에 영화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블레이크가 늑대인간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원작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가다 보니, 전개 자체가 너무 느리다. 과연 늑대인간이 된 블레이크가 사랑하는 가족을 헤칠 것인가에 대한 것에 집중하다 도리어 긴장감이 와해되고, 영화는 휘몰아치는 공포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하지 못한다.
블레이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를 대항해 딸을 지켜야 하는 샬롯의 매력은 떨어진다. 가족에 소원했던 그에게 닥친 이 위기를 헤쳐나가고 봉합하기에는 전사도 능력도 부족하다. 그런 가운데, 남편과 기존 숲에 살던 늑대인간을 피하며 살아남는 과정은 집중이 잘 안된다.
저비용 고효율 정책으로 효율적인 공포영화 제작으로 유명한 블룸하우스가 이번 영화에 쏟아부은 제작비는 2,500만 달러다. <인비저블맨>의 제작비가 700만 달러인 것에 비해 약 3배 이상 늘어난 것. 예산의 대부분을 늑대인간 특수분장에 쏟아 부은 느낌인데, 늑대인간이라기 보다 골룸이 생각난다는 것. (감독은 도대체 돈을 어디다 쓴 걸까~)
원작의 맛을 살리고, 시의적 문제를 접합하려는 감독의 의도는 아쉽게도 욕심으로 마무리된다. 그 결과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끝내 아침을 맞는 모녀의 모습이다. <인비저블맨>처럼 늑대인간의 모습이나 주된 이야기의 궤를 달리했으면 어땠을까? 이중성 쩌는 남편의 본색을 알게 된 아내가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으면 더 좋았을까? 일단 울(부짖)고 싶다.
사진 제공: <울프맨> 메인 예고편 캡처
평점: 2.0 / 5.0
한줄평: 이럴 거면 늑대인간 왜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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