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08-23 15:23:16
다시 부활한 코스믹 호러
- <에이리언 로물루스>(2024)





세상에 태어나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 누구도 선택할 수 없다. 우리는 부모의 DNA를 이어받아 작은 존재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한 길을 걷게 된다. 태어난 순간부터 먹고, 자라며, 배우고,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는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 과정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된다. 학자들은 이것을 종족 유지라는 학문적 개념으로 설명하지만, 사실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그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단지 살아가는 본능에 의해 우리는 존재하며, 계속해서 그 본능을 이어갈 뿐이다.
이러한 생명체의 본능적인 삶은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 더욱 극적으로 묘사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SF 호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인조인간, 그리고 에이리언이라는 세 가지 다른 존재가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명확한 본능을 지닌 존재는 바로 에이리언이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며, 다른 이들을 해치고 자신을 지키려 한다. 이 점에서 그들의 삶은 극도로 본능적이며,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들이 그저 생존을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주인공은 10대 인간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식민 행성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환경은 무척 열악하다. 부모들은 일하다 죽거나 병에 걸리며, 아이들은 희망 없는 삶 속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 그 중심에는 레인(케일리 스패니)이 있다. 레인은 부모를 잃고 나서, 이 우울한 행성에서 벗어나 태양이 떠오르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기를 꿈꾼다. 이 여정에서 레인과 인조인간 동생 앤디(데이비드 존슨),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은 버려진 회사의 함선을 타고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함선에 숨어있던 에이리언들이 그들의 여정에 큰 위협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화한다.
[첫 번째 감정] 인간 레인의 희망

레인은 직접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걸 보고 싶어한다. 종일 비가 내리는 식민행성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장면이다. 부모의 죽음이후 열심히 일하는 시간을 채워 다른 행성 이주를 꿈꿨지만, 정부에서 그것조차 허가하지 않는다. 레인의 희망은 태양이다. 태양을 볼 수 있는 어딘가로 가는 것이 그에게 남아있는 작은 희망의 조각이다. 레인은 자신이 왜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하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모든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왜 살아가야하는가.
그 의문이 레인을 움직이게 만든다. 레인 뿐 아니라 그녀의 친구들도 그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버려진 함선에 가려고 한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태어난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드는 방법은 조금 위험한 일이라도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레인 역시 고민하지만 그 일을 해보려고 한다. 태양을 꿈꾸는 그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레인에겐 동생이 있다. 기능 오류로 버려져있었던 인조인간 앤디다. 레인에겐 정말 동생같이 챙겨줘야하는 존재이고, 레인이 힘들어보이면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며 레인에게 위로를 준다. 인조인간 앤디 역시 자신이 왜 세상에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겐 명확한 목표가 있다. 바로 레인을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감정] 인조인간 앤디의 미안함

앤디는 스스로를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함을 자주 느낀다. 그의 몸이 고장나고, 움직이지 못할 때마다 레인이 그를 리부트해 주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이는 앤디가 자신의 한계에 대해 느끼는 미안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중반부에서 앤디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더 강력한 인조인간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감정은 점차 사라진다. 앤디는 점차 기계적인 존재로 변해가지만, 그의 본질적인 존재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레인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그 목적이 그를 움직이게 만든다.
앤디의 이러한 존재는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등장했던 인조인간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의 철학적인 고민과도 닮아 있다. 데이빗은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인간과 인조인간의 경계가 어디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던 존재다. 앤디 역시 인간적인 감정과 기계적인 존재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미안함과 혼란은 단지 기계적 오류를 넘어서, 그가 가지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앤디가 다시 원래의 고장난 앤디로 돌아왔을 때, 우리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적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마치 가족처럼 레인을 생각하고 챙기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존재가 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난 그 자체가 바로 가족을 위해서라는 아주 단순한 결론에 도달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비록 인조인간이지만, 이 영화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다.
[세 번째 감정] 에이리언의 본능
이 영화에서 가장 순수한 본능을 가진 존재는 에이리언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단지 태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공격하고,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싸운다. 에이리언들은 자신들이 왜 태어났는지,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살아남고, 더 많은 생명을 빼앗아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 그들은 극도로 폭력적이고 잔인한 존재지만, 그것은 그들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이 에이리언들을 바라볼 때, 그들의 폭력성에 경악할 수 있지만, 사실 그들 역시 생명체로서 자신을 지키고, 생존하기 위해 싸우는 존재다. 이 점에서 에이리언들의 존재는 인간과도 일맥상통한다. 인간 역시 생존을 위해 싸우고,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며,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이러한 본능적인 생존에 대해 인간과 에이리언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그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에이리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지만, 그들이 가진 본능은 그 자체로 생존의 이유를 설명한다. 반면 인간은 그 존재를 넘어 더 위대한 존재가 되고자 하며,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역시 결국에는 에이리언의 본능과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진화하고자 하는 욕망, 더 강력한 존재가 되려는 욕구는 결국 더 큰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시도에 불과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돌아온 코스믹 호러
영화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즈는 <맨 인더 다크>와 같은 작품을 통해 관객의 심리를 자극하는 스릴러와 호러 장르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 감독이다. 이번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도 그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강렬한 비주얼로 에이리언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알바레즈는 공포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며, 단순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 심리적인 공포를 강조하는 연출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킨다. 그의 연출 스타일은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순한 공포 영화에서 벗어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깊이를 담고 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알바레즈가 기존의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존경을 담아, 그 설정들을 재구성하면서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에이리언의 원초적인 공포를 유지하면서도, 우주적 공포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기존 시리즈의 코스믹 호러 요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에게 새로움과 익숙함을 동시에 전달했다.
케일리 스패니가 연기한 레인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자신의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녀의 연기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며, 관객이 그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도록 만든다. 인조인간 앤디를 연기한 데이비드 존슨 역시 기계적인 존재와 인간적인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며, 그의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이들의 연기는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단순한 생존 영화가 아니다. 인간과 인조인간, 그리고 에이리언의 대립을 통해 생존의 본질과 그 이상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인간이 결코 에이리언의 위협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극악의 존재로부터 오는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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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디의 오랜 팬들을 위한 선물
영화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에 대한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다면,
이 글을 읽지 말아주세요!
스파이더맨을 좋아하세요?
영웅 일대기를 그린 영화 캐릭터 중에서 스파이더맨을 좋아한다.
배트맨은 이야기 흐름과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서 즐기기 힘들었다.
슈퍼맨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미국을 위한 맞춤형 영웅'이라는 느낌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스파이더맨은 배트맨처럼 상실의 아픔을 겪지만, 인물의 이야기가 부담스러우리만치 어둡지 않다.
또한, 외계인이 아니라서 해당 인물의 상황에 공감하기가 수월해 더 관심이 갔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다 챙겨봤다.
첫 번째 시리즈부터 어메이징 그리고 마블의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버전까지 챙겨봤다.
당신의 첫 스파이더맨은 누구?
나처럼 만화가 아닌 영화로 스파이더맨(이하, 스파이디)을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의 스파이더맨을 제일 먼저 떠올릴까?
여기에서 세대가 갈린다.
나부터 밝히자면, 내 첫 스파이디는 토비 맥과이어였다. 가장 좋아하는 스파이디이기도 하다.
말이나 행동이 소심하고 어설픈 피터 파커.
하지만,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가르침을 용기 있게 실행한 첫 스파이디였다.
두 번째는 2012년부터 시작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앤드류 가필드이다.
1세대 스파이디보다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
행동이 어설프지 않고 유쾌한 분위기를 풍기는 스파이디였다. 이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었다.
세 번째 스파이디는 마블 유니버스에서 등장한다. 톰 홀랜드.
몸도 생각도 어리지만 정의로운 스파이디이다.
이토록 개성 있고 매력적인 세 스파이디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작품이 있다.
영화<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다.
우리끼리만 웃고 우는 장치들이 한가득한 영화
여기에서 '우리끼리'에 속하는 사람들은 앞선 스파이더맨 주연 영화를 다 보고,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오랜 팬들을 위한 장면이 한가득 담겨있다. 팬들을 위한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같지만 다른 피터 파커들을 연결해주는 명대사,
자신의 활약상은 초라하다고 작아지는 캐릭터와 "아니야 너는 어메이징 해"라는 대사에 얽힌 웃픈 사연(스크린 밖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슷한 상황에서 이번엔 누군가를 구해내는 장면 등.
타임머신이 발견된다면 하고 싶은 것
타임머신이 발견된다면, 과거로 가고 싶은가 미래로 가고 싶은가?
나는 과거로 가고 싶다.
내가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고 외롭던 시기로 돌아가서 '힘들겠지만, 넌 괜찮아져. 이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겠지만, 금방 지나가.'라고 말하며 안아주고 싶다.
그런데, 그 상상을 생생한 영상으로 마주했다. 잠이 오지 않아 무심코 택한 영화인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노장 악역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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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되어가는 마블의 유통기한
일단, 전작 <블랙 팬서>의 약력부터 읊어보자!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주제가상 - 음향효과상 - 음향편집상"에 이름을 올렸고, "미술상 - 의상상 - 음악상"은 수상에 성공했다. - 이는 '슈퍼히어로 장르'로는 첫 작품상 지명이자 'MCU'로는 첫 수상작이다!
흥행 또한 <아바타, 2009>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5> 다음으로 세 번째 북미 박스오피스 7억 달러를 기록했다! - 이후 <어벤져스: 엔드 게임, 2019>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021>, 그리고 <탑건: 매버릭, 2022>이 달성했다.
이외에도 두 팔을 가슴에 엑스(X)자로 하는 특유의 포즈가 "BLM 운동"의 상징으로 작용했으니 안 나올 수가 있을까?근데, <블랙 팬서: 와칸타 포에버>는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한다!
주인공을 맡은 "채드윅 보스만"의 사망과 극 중. "슈리(최고의 과학자이다...)"를 맡은 "레티티아 라이트"가 음모론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 이외에도 현저하게 떨어진 관객들의 반응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 공교롭게도 영화는 위기에 빠진 와칸다를 구해야 한다.1. 홍철 없는 홍철 팀
일단, <블랙 팬서: 와칸타 포에버>에 직면한 문제는 "채드윅 보스만의 부재를 어떻게 채워나갈지?"이다.
단독 작품으로는 전작 <블랙 팬서, 2018>뿐이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018 - 엔드 게임, 2019>까지 총 4편에 출연했을 만큼 그만큼 이미지와 서사적으로도 각인되었기에 단순하게, "슈트"를 입힌다고 해서 관객들이 "블랙 팬서"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 흰 나시와 콧수염만 있다 해서 "프레디 머큐리"가 아니다!
그렇기에 161분이라는 기나긴 분량을 할애했지만, 그마저도 "슈퍼히어로"라는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결국, "슈퍼히어로"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는 장르로 가볍고 무엇보다 이해하기가 쉬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 <와칸다 포에버>의 이야기를 본다면 어린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엔 어렵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국왕 "티찰라"의 죽음에 따른 "블랙 팬서"의 부재는 세계열강들과의 "비브라늄(자원)" 경쟁, 그리고 새로운 국가 "텔로칸"과 국왕 '네이머'의 등장은 "제국주의"라는 케케묵은 개념을 꺼내든다. - 엄마, 아빠 뭐야???2. 설명은 되지만, 공감은 안된다.
단적으로 "석유"만으로 한 국가의 행적이 떠오를 테지만, 영화는 좀 더 오래된 이야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남미 정벌 역사를 가져온다.
이 당시 유럽에는 "가격혁명"이 일어났을 만큼 금과 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원주민들은 "천연두"로 죽거나 살았아도 "노예"가 되었을 만큼 아픈 기록이 있다.
이는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네이머"의 동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설명되지만, 문제는 관객들의 감정적 공감에 끝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이런 부분들이 새로운 블랙 팬서로 거듭나는 "슈리"에게도 지적된다.
결국, "네이머"와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데에 하나의 사건을 제시하고는 예상치 못한 인물을 등장시킨다.
전작을 보았다면, 해당 캐릭터의 사상이 이번 "슈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는 것에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행한 행동에 앞서 말한 문장으로 '설명은 되지만, 문제는 관객들의 감정적 공감을 이끄는 데에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반복하게 만든다.3. 이젠, 확답을 내려야 할 때!
이런 이유에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집중하지 못한 것이 크다!
속편의 입장이긴 하나 <와칸다 포에버>는 결국, 새로운 "블랙 팬서"의 탄생을 다룬 작품으로 그만한 동기에 힘을 실어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레퍼토리로 진행되는 탄생기는 관객들의 관심을 떨어트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리리 윌리암스(aka. 아이언 하트)"의 등장시켰지만, 이야기의 큰 영향이 없을 만큼 "사족"으로 느껴져 "굳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무엇보다 "인피니티 사가"로 불리었던 "타노스"와 같은 공공의 적이 아직, 이번 페이즈에 코빼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어벤져스, 2012>의 마지막 쿠키 영상에 나타난 "타노스"는 <아이언맨, 2008>을 시작으로 <퍼스트 어벤저, 2011>까지 총 5편의 영화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속한 "페이즈 4"는 각각 7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소비될 만큼 변죽만 올리고 있다. - 이젠, 속 시원하게 말해야 할 때이다.· tmi. 1 - 쿠키 영상 1개가 곧장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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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를 갈망하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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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왼)네이버 영화, (오)왓챠피디아
<케이팝 데몬 헌터스>, 꽤 직관적인 제목과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는 그래픽을 넘어서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 수작이다. 오랜만에 접하는 새로운 장르이기도 하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케이팝’과 한국적인 오컬트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형태의 감상을 안겨 준다. ‘작호도’를 기반으로 한 귀여운 동물의 조합과 한국적인 요소를 작품 내 세계관에 철저하게 고증한, 완벽한 레퍼런스로 도약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상당하다. 물론 제한된 시간에 많은 서사를 표현하기 위해 다소 극적으로 연출된 부분도 존재하지만, 위 이유들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생각한다.
루미, 그는 왜 조이와 미라가 아닌 진우에게 안정감을 얻었을까
출처: 왓챠피디아
주인공 ‘루미’는 헌터이자 악령이다. 아니, 헌터이기 이전에 악령이다. 잘못된 운명으로 태어난 루미는 그 사실을 감추고 수백년간 이어진 헌터의 명맥을 지켜왔다. 엄마 신 자신을 보살펴온 ‘셀린’에게는 언제나 결점을 감추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하라는 일관된 조언만 들어 왔다. 넘치는 사명감에 셀린의 말을 정답이라고 믿고 자신의 분명한 일부를 감추며 살아온 루미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혼문’을 만들기 위해 악령들을 해치우면서 스스로를 셀 수 없이 돌아봤을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그토록 혐오하고 증오해 마지 않았던 악령들은 자신과 같은 문양을 몸에 지녔다. 눈에 보이지 않게 옷으로 가리고, 옷으로 가릴 수 없다면 상황을 피해버리는 방법만으로 절대 지울 수 없는 선명한 문양들. 스스로를 죽이며 루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도 죽어야 마땅한 존재인 걸까?
악령의 존재를 없애고 혼란을 잠재우는 혼문이 곧 완성되는 시점에서 루미의 앞에 ‘진우’가 나타난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의를 방해하러 온 인물, 진우. 그를 비롯한 5인조의 ‘사자보이즈’로 인해 견고해 보였던 혼문이 점점 망가진다. 적색 경보가 켜진 서울 도처를 바라보며 루미는 조급해지지만 목이 따라주지 않는다. 마음이 흐트러진다. 혼문만 완성하면 ‘헌터’ 자체의 목적을 완성하고 세상을 구하는 건데, 자신이 무엇을 바라 왔는지 무엇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온 건지 흐릿해진다. 그리고 진우에게 들킨다. 악령만이 가지고 있는 몸의 문양을 진우가 발견하지만 그는 루미의 흠이 친구들에게 발각될 위기에서 구해준다. 단숨에 신뢰를 내주게 된 그와 대화를 나누며 애써 부정해왔던 악령으로서의 자신과 분명하게 나눠 두었던 악령과의 경계선이 진우로 인해 부서진다.
진우 또한 그렇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가족을 버리고 호의호식하며 완전한 악령이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이기적으로 살아 왔다. 루미가 정의한 악령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 시간 스스로를 혐오하며 ‘악령답게‘ 지내 왔던 진우는 루미의 문양을 보고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악령이 헌터의 의무를 다 하고 있다. 태초부터 선한 자들의 위치라고 생각했던 헌터가 나와 같은 문양을 가지고 있다. 죄책감, 슬픔, 고뇌 등 아직 남아 있는 인간성조차 악령이 된 채로는 그저 알량한 위선일 뿐이라고 치부해 왔던 자신에 대한 평가를 재고하게 된다.
루미는 진우를 보며, 진우는 루미를 통해 내 안의 ‘악령‘을 다시 정의하게 된다.
자유를 갈망하는 목소리, 그 종착점은 서글픔
We can’t fix it if we never face it
루미와 진우가 혼문의 완성을 앞두고 함께 부르는 노래 'Free'의 가사이다. 이 노래가 흘러 나오는 장면으로 말미암아, 루미는 진우가 악령임에도 사유할 줄 알고 후회할 줄 알며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동시에 자신도 잘못된 존재가 아닐 수 있다는 희망을 찾는다. 루미가 악령이라는 사실에 더 의문을 가지지 않고 온전히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진우에게서 안정감을 찾는다. 동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내가 나를 인정해줘야 한다. 누군가가 대신해준다고 해서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면, 그 존재가 사라진 후 필연적으로 다시금 흔들리게 되기 마련이다. 이 부분을 가사에서 정확하게 짚어낸다. ‘직접 마주하지 않으면 절대 바로잡을 수 없어’.
때때로 지극히 판타지스러운 작품이 오히려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내기도 한다.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그렇다. 루미와 조이, 미라는 셀린의 충고를 다시금, 그리고 또 상기시킨다. ‘결점을 숨기고 괜찮은 척 해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매우 동일하다. 부정적인 감정은 나누지 말고, 약점은 되도록 드러내지 마라. 긍정적이고 멀쩡한 내 모습만 나누어야 한다. 무릇 인간이란, 힘듦을 견뎌내기 어려워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함도 외면하고 고치려 노력하는 자들이 어떻게 타인의 어려움을 제대로 바라봐줄 것인가? 루미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둘에게 오히려 터놓지 못하고 진우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동질감 외에도 언제나 강한 모습만 보여주고 이끌어 주어야 하는 내가 그 누구보다도 잘못된 운명을 타고났고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음을 결코 고백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옳음을 추구하며 삶을 구성한다. 잘못된 것을 부정하며 죽음까지 떳떳하기를 원한다. 진우는 바로 그런 인물이었기에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지도 모른다. 인간답게 잘못을 저지르고 뉘우친다. 외력에 흔들리고 이익을 좇지만 올바른 일에 희생할 만큼 강직하다. 매순간 과거를 후회하고 잔재하는 온전한 영혼을 갈구하며 휘몰아쳤을 그의 내면은 비로소 마지막에 안정을 찾는다.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로 만들어질 뿐인 목소리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지는 결국 듣는 관객들의 감상이 투영되며 완성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본인의 삶에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가? 아, 질문의 순서가 잘못됐다. 과연 '나'는 이번 삶에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는가? 나는 두 인물의 목소리가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들의 목소리를 매개체로 내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을 얽매이게 하고 고통스럽게 했던 건 허구 속의 ‘귀마’로부터 비롯되었지만, 나를 얽매이게 만드는 건 인간으로서의 삶, 지켜야 할 신념, 죽음을 위해 달려가는 치열한 과정들이다. 목적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느낌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이젠 내가 나를 마주해야 할 차례다.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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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멸당하지 않고 나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 사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한 말인데 주인공인 폴라는 안톤과 사랑에 빠져 자신의 전공인 성악마저 포기하며 안톤과 결혼한 이후 고향에 돌아와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영화를 보면서 폴라가 사랑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길이 갔는데 이후 이어지는 안톤의 가스라이팅은 물론이고 사사건건 폴라를 간섭하며 외출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갑갑함을 느끼기도 했고 평등해야 하는 부부관계 특히,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결혼생활이 온전히 건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안톤이 폴라를 가스라이팅 하는 과정에서 폴라를 자꾸만 물건을 잃어버리는 사람, 건망증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폴라가 직접 경험한 사실 조차 상상이라고 의심하게 만든다. 안톤의 끊임없는 가스라이팅은 결국 폴라를 괴롭게 만들었고 특히 이런 과정이 세뇌라고 느껴질만큼 불쾌감이 들었다.
가스라이팅은 피해자가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과 신뢰를 기반으로 이어진 관계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종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상대방이 나를 배려하거나 걱정한다는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그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특징이라고 할 수 있던 것 같았다. 안톤은 사랑과 걱정이라는 명목 하에 폴라를 사람 자체로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의 많은 일상을 보면 쉽게 가스라이팅에 노출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닐까? 반문하게 되었다.
과거에 나는 가정폭력이라는 것이 폭력, 감금, 구타, 밥을 굶기는 행위 등 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노출시키는 행위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해당 영화를 통해 또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을 통해 말 한마디가 사람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고 이것은 곧 폭언이며 가정폭력의 범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유년시절은 주변의 환경에 물들기 쉽고 이는 곧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말 하나, 단어 하나 신중하게 선택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통해 사랑이라는 명분아래에 이루어지는 폭력 또한 용납될 수 없으며 이것을 사랑이라고 불러서도 안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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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애니메이션
아이와 시사회에 가는 날이다. 아이와 처음 가는 시사회에서 볼 영화는 <캐리와 슈퍼콜라>라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유튜브 채널 캐리TV에 등장하는 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전날 아이에게 이야기했을 때, 아이는 시사회가 무엇인지 내게 되물었다. 새로운 영화를 좀 더 빨리 볼 수 있는 행사이고 아빠가 시사회에 신청해서 당첨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신나 했다. 유튜브에서 가끔씩 보던 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라니, 아이는 무척 기대했다.
수많은 시사회에 참석했지만 아이와 함께 가는 시사회는 처음이었다. 영화에는 캐리와 그의 장난감 강아지 인형 콜라가 등장한다. 외계에서 악당에게 쫓기던 마스터가 우연히 콜라 인형을 발견하고 그곳에 숨는다. 그리고 그 인형 안에서 움직이며 자신의 초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캐리와 만난 마스터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즐겁게 흘러간다. 극장에 들어가 팝콘을 먹던 아이는 캐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온 신경을 화면으로 모은다. 그리고 어떤 때는 나를 향해 소리를 치기도 한다. “아빠 어떡해? 위험해!”
내가 어린 시절에는 시사회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영화 마케팅이라는 것도 방법이 한정되어 있었으니 개봉 전 선 상영이라는 것도 흔치 않았다. 극장에 표를 사서 본 영화들은 기억에 있지만 그때 옆에서 같이 영화를 봐주던 어머니의 반응은 별로 기억에 없다. 지금 나의 아이도 나의 반응은 그렇게 중요하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은 내 머릿속에, 내 마음속에 기억될 것이다. 오래도록.
영화는 어른이 보기에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무척 재미있는 모험활극이 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캐리와 친구들이 나오고 초능력을 쓰는 외계인이 강아지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시선을 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 같이 춤추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캐리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어떤 아이들은 춤을 추고 따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을 화면을 보다 밖으로 나오며 아이에게 물었다.
“재미있었어?”
“엄청 재미있었어!!”
아이에게는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였던 것 같다. 추석 때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서 편하게 보기에 좋은 영화다. 아이들과 같이 놀라고 웃고 춤추다 보면 어느덧 악당을 무찌른 캐리와 춤을 추는 아이를 만나게 될 것 같다.
아이와의 첫 시사회. 매번 혼자 극장을 찾고 있는 나에게는 무척 소중한 기억이다. 아마도 이 순간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저장되어 필요한 순간에 재생될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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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오늘을 미망하는 시선
미망 (Mimang, 2024)
낯선 오늘을 미망하는 시선
개봉일 : 2024.11.20.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멜로,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 92분
감독 : 김태양
출연 : 이명하, 하성국, 박봉준, 백승진, 정수지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종로 길거리. 한 남자가 통화를 하며 길을 찾고 있다. 그는 자신이 서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가다 보면 알겠지”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그의 말대로 그가 아는 길이 나타난다.
영화 <미망>은 이 남자와 같은 태도로 정처 없이 걷고 걷고, 또 걷는다. 변화하는 길과 시간 위를. 걸을수록 낯선 길은 익숙한 길로 변하고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은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다. 참으로 멜랑꼴리한 경험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특히 도시, 서울은 정말 쉴 틈 없이 변화를 반복한다. 정신 차려보면 무언가 사라져 있고 익숙해졌다 싶으면 낯선 무언가가 생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수많은 것들이 과거로 빨려 들어가지만 나는 과거로 갈 수 없기에 그것들을 잊은 채 낯선 오늘을 살아간다.
가끔은 이 낯선 오늘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오늘 하루 난 뭘 했지? 오늘 하루가, 오늘 있었던 만남이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지?. 그저 시곗바늘을 따라 똑같은 자리를 달린 기분. 이런 찜찜함을 안고 잠들었던 밤이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미망>은 나의 이러한 의구심과 찜찜함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똑같은 자리를 달린 게 아니라는걸, 지금의 내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나를 잡아줄 변치 않는 무언가가 있다면 미래의 나도 길을 잃지 않을 거라는 걸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든다.
과거 연인이었던 남자와 여자는 길 위에서 재회한다. 어딘가 낯설어진 길과 과거 연인의 모습. 이 길이 맞나, 지금 내가 말 걸려는 사람이 그 사람이 맞나. 두 사람은 반신반의 상태로 그 길을 걷지만 여전한 남자의 걸음걸이, 어제 일처럼 생생한 추억 같은 그대로 남아있는 익숙한 것들을 찾아낸다.
두 사람이 다시 각자의 길을 가면서 잠깐의 만남은 다시 과거가 되고 그 위로 현재의 새로운 만남이 덧씌워지지만 남자는 한 가지를 깨닫는다. 오늘 나는 12시부터 12시. 같은 자리로 돌아온 시계가 아닌 어제와 다른 나로서 하루를 살아냈다는 것을.
남자와 여자는 과거를 미망(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다) 하며 낯선 길 위를 미망(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한다. 그러다 작은 익숙함과 재회하고 자신의 발자취를 미망(멀리 넓게 바라봄) 한다. 마지막 미망은 잠깐의 위로를 주고 그들은 다시 각자의 낯선 길로 발을 돌린다. 미망과 미망과 미망. 낯섦과 익숙함, 인연의 과거와 현재. 이 단어들의 조합은 우리의 인생을 표현하기에 한치 부족함이 없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길이 바뀌고 사랑이 지나가고 서울 극장이 사라지고 친구가 죽는다. 남자와 여자의 마음은 아직 과거에, 서울 극장에, 또 떠난 친구에게 머물고 있는데 변화는 너무 빠르게 일어난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길을 헤맨다. 그리고 다시 만난다.
동상 하나에도 얽힌 이야기가 수십 개인데 인연에 얽힌 이야기는 얼마나 많을까. 남자와 여자. 그리고 친구는 추억을 떠올리며 지나간 과거와 새로운 현재를 다시 체감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과정이 그렇게 서글프기만 한 건 아니란 거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간에 담긴 추억과 감정들은 오래도록 남는다. 모든 게 변한 길거리의 구석, 좁은 골목 한 편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소우처럼 일부는 유실됐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오래된 영화 <미망인>의 필름처럼. 도시가 변하고 극장이 사라지고 남자가 화가가 되고 친구가 택시 운전사가 되고 또 여자가 엄마가 되어도 지난 추억과 감정은 마음속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있다.
여자의 새 연인은 매번 길을 헤맨다는 여자에게 ‘자세히 보면 변치 않는 것들이 있으니 그것을 보고 길을 찾으면 된다’고 말한다. 언제나 길 한편을 지키며 보행자들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무언가처럼 변치 않은 추억과 인연은 우리의 인생의 길을 잃고 헤맬 때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오늘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어 내 마음속 변치 않는 무언가로 남을지 모르니 실망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며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낯선 길 위에서 여자와 재회했던 남자는 새 연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12시에서 12시. 똑 같은 거 같아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네요.”.
낯설고 허탈한 오늘의 끝에서 <미망>을 만난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12시에서 12시를 지나온 건 어제와 같지만 오늘의 나는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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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본 적은 있는데 본 적은 없는 영화 #4
환몽(幻夢) CINE 리뷰 4화_ 영화 '원스'!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들로 유명한 영화 원스!
Falling Slowly도 알고, 들어본 적도 많지만
혹시... 보셨나요..?- 한국에서 영화 '원스'가 갖는 중요한 의미!
- 30초 영화상식 : ‘슬리퍼히트’가 무엇인가요?
- 이거 실화냐? 주연 배우끼리 실제로 사랑에 빠진 사랑영화
- 음악과 사랑 사이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몽's 한줄평
영화 '원스'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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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전사 ‘라야’는 인간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신비의 땅, 쿠만드라를 구하기 위해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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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립 투 그리스> 메인 예고편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이번엔 그리스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따라가는 그리스 대리만족 미식 여행기영국 유명 배우 스티브와 롭은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6일 동안의 그리스 여행을 떠난다.
터키 아소스를 시작으로 그리스 아테네, 이타카까지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낭만적인 여행을 통해
인생과 예술, 사랑에 대한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