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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2024-08-23 15:23:16

다시 부활한 코스믹 호러

- <에이리언 로물루스>(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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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 누구도 선택할 수 없다. 우리는 부모의 DNA를 이어받아 작은 존재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한 길을 걷게 된다. 태어난 순간부터 먹고, 자라며, 배우고,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는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 과정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된다. 학자들은 이것을 종족 유지라는 학문적 개념으로 설명하지만, 사실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그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단지 살아가는 본능에 의해 우리는 존재하며, 계속해서 그 본능을 이어갈 뿐이다.

 

이러한 생명체의 본능적인 삶은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 더욱 극적으로 묘사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SF 호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인조인간, 그리고 에이리언이라는 세 가지 다른 존재가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명확한 본능을 지닌 존재는 바로 에이리언이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며, 다른 이들을 해치고 자신을 지키려 한다. 이 점에서 그들의 삶은 극도로 본능적이며,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들이 그저 생존을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주인공은 10대 인간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식민 행성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환경은 무척 열악하다. 부모들은 일하다 죽거나 병에 걸리며, 아이들은 희망 없는 삶 속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 그 중심에는 레인(케일리 스패니)이 있다. 레인은 부모를 잃고 나서, 이 우울한 행성에서 벗어나 태양이 떠오르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기를 꿈꾼다. 이 여정에서 레인과 인조인간 동생 앤디(데이비드 존슨),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은 버려진 회사의 함선을 타고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함선에 숨어있던 에이리언들이 그들의 여정에 큰 위협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화한다.

 

[첫 번째 감정] 인간 레인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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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은 직접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걸 보고 싶어한다. 종일 비가 내리는 식민행성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장면이다. 부모의 죽음이후 열심히 일하는 시간을 채워 다른 행성 이주를 꿈꿨지만, 정부에서 그것조차 허가하지 않는다. 레인의 희망은 태양이다. 태양을 볼 수 있는 어딘가로 가는 것이 그에게 남아있는 작은 희망의 조각이다. 레인은 자신이 왜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하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모든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왜 살아가야하는가.  

 

그 의문이 레인을 움직이게 만든다. 레인 뿐 아니라 그녀의 친구들도 그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버려진 함선에 가려고 한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태어난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드는 방법은 조금 위험한 일이라도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레인 역시 고민하지만 그 일을 해보려고 한다. 태양을 꿈꾸는 그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레인에겐 동생이 있다. 기능 오류로 버려져있었던 인조인간 앤디다. 레인에겐 정말 동생같이 챙겨줘야하는 존재이고, 레인이 힘들어보이면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며 레인에게 위로를 준다. 인조인간 앤디 역시 자신이 왜 세상에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겐 명확한 목표가 있다. 바로 레인을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감정] 인조인간 앤디의 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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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는 스스로를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함을 자주 느낀다. 그의 몸이 고장나고, 움직이지 못할 때마다 레인이 그를 리부트해 주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이는 앤디가 자신의 한계에 대해 느끼는 미안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중반부에서 앤디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더 강력한 인조인간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감정은 점차 사라진다. 앤디는 점차 기계적인 존재로 변해가지만, 그의 본질적인 존재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레인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그 목적이 그를 움직이게 만든다.

 

앤디의 이러한 존재는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등장했던 인조인간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의 철학적인 고민과도 닮아 있다. 데이빗은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인간과 인조인간의 경계가 어디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던 존재다. 앤디 역시 인간적인 감정과 기계적인 존재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미안함과 혼란은 단지 기계적 오류를 넘어서, 그가 가지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앤디가 다시 원래의 고장난 앤디로 돌아왔을 때, 우리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적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마치 가족처럼 레인을 생각하고 챙기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존재가 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난 그 자체가 바로 가족을 위해서라는 아주 단순한 결론에 도달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비록 인조인간이지만, 이 영화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다.

 

[세 번째 감정] 에이리언의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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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순수한 본능을 가진 존재는 에이리언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단지 태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공격하고,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싸운다. 에이리언들은 자신들이 왜 태어났는지,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살아남고, 더 많은 생명을 빼앗아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 그들은 극도로 폭력적이고 잔인한 존재지만, 그것은 그들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이 에이리언들을 바라볼 때, 그들의 폭력성에 경악할 수 있지만, 사실 그들 역시 생명체로서 자신을 지키고, 생존하기 위해 싸우는 존재다. 이 점에서 에이리언들의 존재는 인간과도 일맥상통한다. 인간 역시 생존을 위해 싸우고,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며,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이러한 본능적인 생존에 대해 인간과 에이리언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그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에이리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지만, 그들이 가진 본능은 그 자체로 생존의 이유를 설명한다. 반면 인간은 그 존재를 넘어 더 위대한 존재가 되고자 하며,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역시 결국에는 에이리언의 본능과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진화하고자 하는 욕망, 더 강력한 존재가 되려는 욕구는 결국 더 큰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시도에 불과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돌아온 코스믹 호러

 

영화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즈는 <맨 인더 다크>와 같은 작품을 통해 관객의 심리를 자극하는 스릴러와 호러 장르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 감독이다. 이번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도 그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강렬한 비주얼로 에이리언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알바레즈는 공포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며, 단순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 심리적인 공포를 강조하는 연출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킨다. 그의 연출 스타일은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순한 공포 영화에서 벗어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깊이를 담고 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알바레즈가 기존의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존경을 담아, 그 설정들을 재구성하면서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에이리언의 원초적인 공포를 유지하면서도, 우주적 공포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기존 시리즈의 코스믹 호러 요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에게 새로움과 익숙함을 동시에 전달했다.

 

케일리 스패니가 연기한 레인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자신의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녀의 연기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며, 관객이 그녀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도록 만든다. 인조인간 앤디를 연기한 데이비드 존슨 역시 기계적인 존재와 인간적인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며, 그의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이들의 연기는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단순한 생존 영화가 아니다. 인간과 인조인간, 그리고 에이리언의 대립을 통해 생존의 본질과 그 이상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인간이 결코 에이리언의 위협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극악의 존재로부터 오는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https://contents.premium.naver.com/rabbitgumi/rabbitgumi2

작성자 . RABBITGUMI

출처 . https://brunch.co.kr/@moviehouse/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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