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2025-03-20 22:06:44
새로운 시대에 ‘우리’의 이야기를 써나가기
영화 <그린 나이트>를 보고
<그린 나이트>는 언제 봐도 웃긴 영화다. 영화의 말미 일찍이 예정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인공의 나약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나는 무력하게 웃고 만다. 누군가에게는 대서사시나 위대한 성장담으로 읽히는 이 영화를 n차 감상하면서도 매번 웃고 마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뤄온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제서야 찾아보려 한다.
영화 <그린 나이트>는 주인공 가웨인의 모험담이자 성장담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그리고 가웨인이 함께 모인다. 모습은 성인이나 아직은 어딘가 그들과 어우러지지 않는 가웨인의 모습. 아서왕은 모임에서 겉돌고 있는 가웨인에게 재밌는 얘기를 한 번 해보라하지만 들려드릴 이야기가 없다 한다. 그때 왕은 영웅담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타이밍은 완벽하게 좋고 나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투를 신청하러 온 녹색 기사. 결투에 응할 자를 찾는 녹색 기사에게 대적하는 자는 가웨인이다. 1년 후 댓가를 치루게 될 것이라는 주의에도 불구하고 가웨인은 ‘용감하게‘ 녹색 기사의 목을 친다.
그렇게 영웅담은 만들어진다. 인형극으로 재현되고 입소문으로 도는 그의 이야기. ‘소년’에서 ‘남자’, 그리고 ‘기사’가 된 그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한다. 그렇기에 그는 녹색 기사와 다시 대적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이 모험은 무척이나 이상한 양태를 띠고 있다. 무언가를 얻는 모험이 아닌, 계속 잃고 잃는 모험. 사실 결말마저 정해져있다. 그는 머리를 잃기 위해, 즉 죽음을 위해 모험을 떠난 것이다.
모험의 과정에서 그는 무엇을 잃는가. 먼저 어머니가 준 사랑의 증표를 잃는다. 그가 떠나기 전 어머니는 그를 지켜줄 물건이라며 녹색 허리띠를 건네준다. 그러나 모험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도 무리를 만난 가웨인은 무력하게 그것을 빼앗긴다. 연이어 연인이 건넨 사랑의 증표마저 그는 쉽게 잃는다. 이렇게 잃고 잃는 모험 속에 두려움을 숨기지 못하는 가웨인을 살린 성주는 묻는다. “이렇게 맞서싸워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 이 질문에 가웨인은 질문으로 답한다. “명예요?” 가웨인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계속 길을 간다.
모든 여정에 목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떠나는 모험에 목적이 없다니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말미에 이르러 녹색 기사를 다시 조우한 가웨인이 숨기고 숨겨온 두려움을 분출했을 때, 웃음을 멈출 수 없었던 것 같다. ‘기사’로서의 임무를 다하려는 가웨인은 결국 인간일 따름이다. 그러나 그 시대의 ’기사됨‘과 ’남자됨(남성성)‘의 이상향은 인간의 인간성을 부정한다. 그러나 그 끝이 무엇인가. 그의 연인 에셀이 말했듯 어리석은 남자들은 꼭 그러다 죽고 만다.
사실 단순히 우습기 짝이 없다고 말하기엔 현재까지도 남성들은 소위 말하는 ‘맨박스’라는 것에 갇혀 산다. 사회학자 래윈 코널은 ‘패권적 남성성’을 한 사회가 이상적인 남성에게 가지는 기대감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기대에 있는 힘껏 부응하려는 남성만이 그 사회에서 ‘남성’으로 인정받는다. 반면 사회적 기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그런 조건을 거부하는 남성은 ‘남자로서 불합격인 존재‘가 된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남성성‘을 정립하기 위해 그들이 죽음을 불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자라면~“으로 시작되는 문장들은 지금도 말해지며, 그것은 남성들의 인간성과 유약함을 드러낼 수 없게 만드는 제약이 된다. 감독은 그런 스테레오타입들의 우스움을 논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녹색 기사를 다시금 조우한 뒤 그가 어떤 성장을 거두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대사 하나 없이 이어지는 모종의 압도적인 플래쉬 포워드를 통해 미래를 예견하는 가웨인. 그렇게 그는 허울뿐이 ’영웅‘이 되어 돌아갔을 때의 허망한 결말을 떠올리고,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때 가웨인의 모습은 결의에 차있는 동시에 절망이 느껴진다. 이때, 영화의 초반부 별것도 아닌 일에 아이처럼 웃으며 연인과 장난을 치던 가웨인의 행복한 모습이 겹쳐보였다. 기사가 되고 남자가 되어 남들이 말하는 성장을 거두기 위해 행복을 잃는다면, 그런 성장은 안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한 여자 아이가 등장하여 왕관을 착용한다. 그 순간 최근 관람한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한 청년은 우연히 만난 여자 아이에게 영웅담을 들려준다. 병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임에도, 그들의 상상은 영화적으로 재현되며 시공간을 오간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순히 ’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설정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마다 개입하여 이야기의 방향성을 바꾸어놓는다. 이것은 영화의 말미에 아이가 말하듯, ’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다. 세상을 남성이 아닌 여성이, 강자가 아닌 약자가 중심이 된다 하여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틀에 매이지 않은 ’우리‘가 세상에 대해 논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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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월 1주 최신 개봉영화!
경관의 피 The Policeman's Lineage , 2021
조진웅과 최우식의 만남!
영화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경찰 민재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 범죄수사물 입니다.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는 두 경찰이 새로운 수사에 투입되며 신선한 팀워크와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경관의 피"는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 조진웅과,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일 배우 최우식의 신선한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 고급 빌라, 명품 수트, 외제차를 타며 범죄자들을 수사해온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
그리고 뼛속까지 원칙주의자인 신입경찰 민재(최우식)!
두 경찰의 색다른 팀워크!
첫번째 추천영화 "경관의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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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2게더 Sing 2 , 2021
씽의 후속작 씽2게더
'씽'의 후속작 "씽2게더"가 개봉을 하는데요
애니메이션 "씽2게더"는 오디션 그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쇼 스테이지에 오르기 위한 크루들의 고군분투 도전기를 그렸습니다.
'씽'을 통해 연기력뿐만 아니라 엄청난 노래 실력까지 인정받은 매튜 맥커너히, 스칼렛 요한슨, 태런 에저튼, 리즈 위더스푼, 토리 켈리 등
글로벌 흥행 스타들이 '씽2게더'로 완전체 컴백할 것을 예고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또한 대한민국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영과 윤도현이 활약을 합니다
진영은 춤이 두려운 가수 조니 역할을 맡고 YB의 보컬 윤도현은 클레이역을 맡아 열연을 펼칩니다.
콜드플레이, 테일러 스위프트, 빌리 아일리시, 아델, 숀 멘데스, 카밀라 카베요 그리고
BTS까지 글로벌 가수들의 히트곡들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
두번째 추천영화 "씽2게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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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탄적일천 海灘的一天 , That Day, On The Beach , 1983
39년 만에 국내 정식 개봉하는 거장의 빛나는 데뷔작!
대만 뉴웨이브 거장 에드워드 양 감독의 데뷔작 "해탄적일천"이 39년 만에 국내 정식 개봉합니다다.
영화 "해탄적일천"은 어느 날 해변에서 남편의 실종 소식을 들은 ‘자리’와 13년 만에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 ‘웨이칭’,
두 사람이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시간을 그린 영화입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데뷔작부터 걸출한 실력을 인정받아 제28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촬영상 수상, 제20회 금마장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노미네이트 등
내로라하는 아시아 영화제를 섭렵하며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내 대만을 대표하는 거장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시대적으로 앞선 중화권 여성 서사 담은 스토리
세번째 추천영화 "해탄적일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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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피아니스트 fausse note , Broken Keys , 2020
제73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새해 첫 감동 실화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는 레바논 출신 지미 케이루즈 감독이 2016년에 제작한 단편영화 '녹턴 인 블랙'을 장편화한 작품입니다.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가 된 시리아를 떠나기 위해 마지막 희망인 피아노를 구해야만 하는 피아니스트 카림의 이야기를 담은 감동 실화 바탕으로 한 전쟁 드라마죠
제73회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과 음악상 부문에서 레바논 공식 후보로 선정되어 그 작품성을 입증했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보다 사실적으로 담기 위해 IS의 근거지이자 이라크와 IS의 최대 격전지였던 이라크 모술과 레바논을 오가며 촬영되었고
레바논에서는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베이루트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촬영이 중단되었으며,
스케줄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합니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삶과 죽음 사이를 위태롭게 가로지르는 피아니스트 카림의 긴박감 넘치는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
네번째 추천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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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 One Shot , 2021
95분 원테이크의 리얼타임 액션
영화 "원샷"은 예고된 테러의 배후를 아는 놈을 이송하기 위해,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들이 수감된 일급비밀의 섬에 도착한 네이비 씰과 놈을 탈옥시키려는 테러단과의 실시간 대결을 그린 원테이크의 리얼타임 액션 영화입니다.
원테이크로 촬영된 실시간 탈출을 그린 '원샷'은 미국 워싱턴을 위협하는 테러 정보를 입수한 CIA 정보 분석가와
네이비 씰이 검은 섬이라 불리는 테러리스트들의 수용소에 들어간 뒤 거대한 사건과 마주하면서 펼쳐지는
실시간 탈출이라는 독특한 스토리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액션 영화의 새로원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리얼한 탈출기를 그려내며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다섯번째 추천영화 "원샷"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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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감독: 대니얼 콴, 대니얼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등
장르: SF, 액션, 코미디
상영시간: 139분
개봉일: 2022.10.12
세무조사 받다 멀티버스 영웅된 ssul
젊어서 남편과 미국으로 이민을 와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가정을 꾸려나간 '이블린(양자경)'. 애인 문제로 매사 부딪히는 딸 '조이(스테파니 수)', 딸을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 그리고 현실감 없고 소심한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 때문에 이블린은 매우 지치고 예민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세탁소의 세무조사를 받던 날, 깐깐하고 매서운 조사관 '디어드리(제이미 리 커티스)'는 이블린의 엉터리 세무 신고를 지적하며 그녀를 극한으로 몰아세운다. 겨우 몇 시간의 재검토 시간을 얻어 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우주에서 온 '알파 웨이먼드'가 눈앞에 나타나고, 이블린은 하루아침에 멀티버스의 위기로부터 세상과 가족을 모두 구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무작정 빠져든 멀티버스 세계관
스토리의 기발함과 독특한 연출 방식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세탁소의 세금 문제로 인해 다툼을 겪다가 갑자기 다중우주의 이야기로 진입하다니. 예측 불허한 전개로 인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혼란이 가중되는 줄거리이지만 내재된 메시지를 통해 이 말도 안 되는 스토리에 설득력을 입히고, 극중 인물의 심리를 현혹시키는 원형의 베이글처럼 관객들은 이 다차원의 세계가 가진 블랙홀 같은 마성에 빠져들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우주가 존재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세는 티끌에 불과하다는 다차원 설정은 MCU의 멀티버스 세계관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설정에 대한 사전 학습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본작은 멀티버스에 대한 적확한 이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즉, <닥터 스트레인지>는 ‘멀티버스’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였던 반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작품의 의미를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한 배경적 장치로서 채택되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인 내용을 뚜렷한 이해 없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초반에는 ‘웨이먼드(케 후이 콴)’의 속사포 같은 설명에 ‘이블린’처럼 당황을 금치 못했지만 ‘디어드라(제이미 리 커티스)’에게 펀치 한 방을 날리며 돌아버린 세계에 적응한 그녀처럼 순식간에 ‘이블린(양자경)’의 차원 여행에 몸을 싣게 된다.
범우주적 상상력의 결정판, 무한한 우주 속 양자경의 존재감
영화가 우주를 다루는 방식은 오히려 마블 히어로 작품보다 과감할 지도 모르겠다. ‘이블린’은 악의 세력과 맞서기 위해 다른 차원의 있는 자신에 능력을 끌어 쓰는데, 레드카펫에 선 화려한 여배우의 모습부터 철판 요리사, 유명 가수로 성공한 자신, 심지어 손가락이 핫도그 모양으로 진화한 우주까지 수많은 형태의 ‘이블린’이 등장한다. 하물며 인간의 영역을 넘어 장난감 인형, 그림, 돌멩이의 모습이 되기까지 하는 변화무쌍한 우주의 충돌은 ‘대니얼스’ 감독의 상상력이 절정을 발휘하는 순간이며 혼란보다는 시각적인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이 혼란의 중심에 선 ‘이블린’을 연기한 ‘양자경’ 배우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뒤죽박죽으로 등장하는 다중우주 속에서의 캐릭터 변신에도 그는 마치 1인 다역을 소화하듯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양자경'이 아니었다면 그 누가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 고국을 떠나 해외에 정착하고, 쿵후 액션을 소화할 수 있으며 월드 스타로 큰 사랑을 받기까지 한 여러 우주 속 '이블린'의 모습은 배우 '양자경'의 삶과도 크게 닮았다. '이블린'이 곧 '양자경'의 인생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 캐릭터이기에 작품 속 배우가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일 터이다.
사랑과 강인함이 품은 진정한 강인함
아스트랄한 연출, 스토리의 괴이한 설정과는 별개로 작품에 담긴 주제의식은 의외로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무한의 우주를 돌고 돌아 이 작품이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사랑과 다정함의 설파다. 극중 빌런으로 통한 ‘조부 투파키’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생성된 딸 ‘조이’의 또다른 인격과도 같다. '조부 투파키'를 발견한 '이블린'은 겁에 질려 도망가기는커녕 내 딸에 씌인 악마 같은 녀석을 없애기 위해 쿵후로 무쌍을 찍고, 순발력을 발휘해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 접속해 싸우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끌어다 쓴다.
하지만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싸움은 아니었다. '조부 투바키'는 곧 체념과 좌절을 상징했다. 어차피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세상에 염증을 느낀 존재에게 힘으로 찍어 누른다는 것이 통할 리가 없다. 현재 '이블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세탁소는 세금 문제로 영업 중단이 되기 직전이고, 미국으로 온 아버지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남편은 이혼을 말하고, 딸과는 소통 단절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인생에 환멸을 느낀 '이블린'은 야구 배트를 들고 세탁소에 창문을 깨부순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런데,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인정 따위는 베풀 것 같지 않았던 조사관 '디어드라'가 갑자기 일주일의 여유 시간을 준다고 한다. 늘 문제를 일으킬 줄만 알던 남편이 무슨 수로 해결했을까. 단지 다정하고 친절한 말을 건넸을 뿐이라고 한다.
'이블린'은 딸과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처음으로 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진심을 이야기하며 그 어떤 우주에 가더라도 너를 구할 것이라는 엄마의 사랑을 전한다. 이솝우화 속 차디찬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 나그네의 옷을 벗겼듯 다정함과 사랑을 통해 악의 존재와의 싸움을 종결시킨 것이다. 이는 다른 우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돌덩이가 된 우주에서는 낭떠러지로 몸을 던진 딸을 따라서 함께 몸을 내던지고, 여배우가 된 '이블린'은 다시 '웨이먼드'를 택했으며 핫도그 손가락을 가진 또다른 그녀는 연인 '디어드라'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딸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엄마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단절되어 있던 두 사람의 완전한 소통을 위해 온 우주를 돌고 돌아 왔지만 이 말도 안 되는, 험난했던 판타지적 여정이 오히려 감동 포인트가 된다. 수많은 우주를 돌고 돌아야 한대도, 절벽 아래 몸을 던져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는 엄마의 뜨거운 마음. 그토록 열망하던 멋진 인생을 사는 자신의 모습을 포기하면서까지 딸을 위해 혼신을 다해 싸우는 '이블린'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 이 좌충우돌 난리통 속에도 어느샌가 눈물 한 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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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언론 시사회에 초청 받아 작성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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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우라는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8★/10★
〈올파의 딸들〉은 재현과 정치적 호명의 문제에 관한 놀랍고 적확한 통찰과 질문을 남긴다. 튀니지에 사는 올파에게는 네 딸이 있다. 그중 두 딸이 IS에 가담했다. 자발적으로. 첫째는 IS의 수장과 결혼해 딸을 낳았고, 미군의 공습으로 남편이 죽은 후에는 15년 형을 받고 동생과 함께 수감 중이다. 모든 게 실화다.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영화는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할까.
〈올파의 딸들〉의 카메라는 두 가지 일을 한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극영화다. 감독은 올파와 남은 두 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한다. 그들은 직접 배우가 되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연기한다. IS로 떠난 두 딸 역에는 배우를 섭외한다. 올파가 감정이 너무 격해져 촬영이 어려울 때는 그를 대신하는 배우가 연기한다. 올파와 남은 두 딸은 진짜 가족과 배우가 연기하는 가족 사이에서 자신들의 과거를 대면하고, 상처를 마주한다. 세 가족과 세 배우는 수시로 모여 대화하며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그 결과물을 재현한다.
이 영화의 카메라 사용법은 그 자체로 영화적 효과를 낸다. 올파와 남은 두 딸은 영화 촬영 과정을 통해 자기 객관화의 계기를 마주한다. 과거를 복기하고, 연기를 통해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혼자 삭히고 슬퍼할 때는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성찰이 샘솟는다. 이 성찰은 집단적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올파와 네 딸이 겪은 고난은 개별 고통이 아닌 집단적 기억으로 재탄생하고, 이 과정에서 그들을 몰아붙인 권력관계의 구체적 양상이 드러난다. 부당한 권력의 희생자인데도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한 가족들 사이의 복잡다단한 감정의 층위 역시 조금씩 구체화된다. 올파와 두 딸, 그리고 세 명의 배우는 여성으로서, 가족으로서, 동료 시민으로서 관계를 다지고 개별성을 말살하지 않는 집단으로 도드라진다. 눈부신 유대, 연대가 피어오른다.
이 모든 것들을 매개로, 영화는 올파 가족 상처의 근원에 다다른다. 원치 않는 결혼 이후 폭력적으로 굴던 남편과 힘겨운 결혼 생활을 하던 올파는 자신의 네 딸에게 엄격하게 군다. 지배적 규범하에서 고초를 겪은 사람이 되레 이를 사랑하는 주변인에게 강요하는 건 흔한 일이다. 상처 많은 과거에 근거해, 규범을 준수하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파의 훈육은 딸들의 거센 저항을 받고, 갈등은 점차 깊어져 폭발 직전에 이른다.
가족 내에는 좆을 만한 규범이 부재하고, 사회는 혼란스럽다. 이 소란과 혼란 속에서, IS의 영향력이 올파네 집에 스며든다. IS는 니캅(눈을 빼고 모든 곳을 가리는 종교 복장)을 하는 것만으로도 저항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머리를 파랗게 염색해 올파에게 두드려 맞은 첫째 딸이 엄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IS에 호응하는 건 이 때문이다. 규범을 상실한 채 보잘것없는 현실에 방황하던 그녀는 IS의 부름에 정치적 주체로서의 자격을 되찾는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꿈꿀 만한 미래도 없다고 믿는 사람에게 IS의 극단적 이념은 아주 간단한 실천만으로 네가 다시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위무를 건넨다. 아무도 그들의 이름을 애정을 갖고 호명하지 않았을 때, 극우의 이념만이 네가 전사가 될 수 있다고 북돋는다. 올파의 두 딸은 그렇게 IS로 건너가 범죄자가 되었다.
아랍권 국가에서 정치적 주체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다룬다는 점에서, 〈올파의 딸들〉은 몇몇 다른 아랍 영화의 문제의식과 공명한다.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모하메드 코르도파니의 영화 〈굿바이 줄리아〉에서, 부유한 북부인에게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남수단 청년은 더 ‘우월’한 사회문화적 조건을 갖춘 북부인에게 대항하는 군사 조직에 묘한 동경심을 품는다. 세계적 감독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알리 아바시는 〈성스러운 거미〉에서 성노동자 연쇄 살인범 아버지 재판 과정에서 안티페미니즘에 기반한 극단적 세력이 자기 아버지를 추앙하는 걸 보며 정치적 흥분에 젖는다. 무엇보다 〈올파의 딸들〉을 연출한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전작 〈피부를 판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난민이 된 남자가 상품 논리를 거슬러 자유를 찾는 과정을 남성성 회복의 서사와 연계해 펼쳐낸다. 이들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특정한 결핍을 겪다 특정 담론과 만나 ‘정치적 주체’로 거듭난다. 〈올파의 딸들〉은 극우 정치가 여성을 정치적 주체로 호명하는 과정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지닌다.
길잃은 자들이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일은 아랍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동시대적 현상이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 한국이 그렇다. 지금처럼 정치적 주체화의 방향성이 극단적으로 치우친다면, 올파네의 비극은 세계 곳곳에서 반복될 것이다. 올파 가족의 이야기는 가장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개인적인 동시에 정치적이다. 혼란스러운 시대, 정치적 주체를 주조하는 대안적 호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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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으며 다시 만날 그 내일까지, 잘 지내자 우리
너와 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경기도의 어느 동네에 사는 세미와 하은이다. 세미의 마음이 두근댄다. 내일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날이다.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세미의 수학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둘도 없는 친구 하은이다. 하은이도 가면 안 되나? 수학여행을 가려면 경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은이의 집은 그렇게 지갑 형편이 충분하지 않다. 수학여행에 가지 않는 하은. 세미는 불안하다. 세미의 수학여행에 하은이가 없다면 재미가 절반으로 급감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방법이 없을까?
세미가 꿈에서 깼다.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안 그래도 수학여행 안 갈까 불안한데 꿨던 꿈이 생각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불안감을 낳는다. 사실 오늘 하은이는 자전거에 치여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만약 심하게 다친 거면 어떡해? 선생님에게 조르고 조른다. "직접 가보면 되잖아!" 가보기로 한다. 하은이게 가는 세미. 심장이 조금씩 두근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세미의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기엔 너무 어렵다. 하은아. 난 널 사랑해. 너와 나,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
간단하고 먹먹하게
글쓴이는 이 <너와 나>를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라고 생각한다. 2023년이 두 달이나 남았지만 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미덕을 이야기할 때 사랑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가장 먼저 써야 한다. 이 영화에서 오고 가는 마음은 빈 공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예를 들어 세미의 성격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세미는 불안하다. 왜 불안할까? 영화를 보다 보면 이유가 너무 간단해서 알기 쉽다. 안 그래도 간단한 이유라 몰입하기 쉽다. 하지만 이 몰입하기 쉬운 공감대가 영화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영화의 핵심이 된다. 핵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간단명료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간단명료해서 이야기가 와닿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은 사실상 사랑의 속성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사랑의 속성 중 하나는 존재와 부재의 차이를 돌이켜보면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존재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사라지면 아프다. 이 두 차이를 영화가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이 차이를 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각본은 환상적이다. 어렵지 않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지켜야 할 선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있다. 한국의 현대사에 대한 부분인데, 이 소재를 구체적으로 적는다면 아마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그러나 조현철 배우가 2022년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 수상 후 수상소감에 언급한 걸 아는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라. 사소한 스포일러다). 이 영화는 이 소재를 다루면서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다. 우선 이 영화가 이 소재를 다루는 건 합리적이다. 이 영화 자체가 두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하면서 사랑의 빈자리를 주로 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서로가 있다 간 빈 공간을 묘사하는 데 있어 이 사건을 분기점으로 찍는다는 것에 효과적이다. 이야기 소재가 서사에 의미가 생겼다. 이 일이 단지 재미있게만 쓰이지는 않은 것이다. 또 이 영화가 대화하는 방식이 있다. 이 영화는 하은이가 세미에게, 또 세미가 하은이에게 하는 말에 관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때 두 사람이 처한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이 영화의 핵심이 우리가 아는 이 사건의 한 부분과 본질적으로 어울린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이 영화에 수많은 이미지들이 들어간다. 거울이나, 시선이나, 동물 같은 것들이 영화에서 상징이나 암시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 상징 중에 ‘들어갈 법 한데 없는 티조차 나지 않는’ 이미지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현철 감독이 이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다른 관점에서 윤리적인 선을 지킨다는 점 역시 훌륭하다.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이 부분들이 군더더기가 되어 감정발화의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 탁월하다. 영화에서 억지 신파극이 없었다는 의미다. 만약 이 영화가 우리가 아는 신파극처럼 전개된다고 하면 작품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영화 후반부에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있던 일을 하나하나 돌이키다 문득 완벽히 혼자인 나를 발견하고 엉엉 운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관점에서는 그게 정말 슬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그런 이야기 전개가 폭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이입에서 오는 탄식이 아니라 상처받은 주인공을 보고 불쌍해서 울게 만드는 것이다. 후반부가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면 영화는 이 일을 단지 재미있으라고 사용한 셈이 된다. 영화가 후반부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방식은 이 반대다. 사랑의 속성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인물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
빛과 카메라
영화는 전체적으로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 아래에서 이뤄진다. 온갖 뮤직비디오와 브이로그, 드라마와 영화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는 단골손님처럼 자주 사용됐다. 올해 초에 개봉했던 영화 중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다. <가가린>은 영화가 주인공의 꿈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연출법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다. 영화의 핵심과 등장인물의 처지가 어울리기 때문에 작품의 잔상이 관객에게 오래 남는 것이다. 이 <너와 나>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야기 내적으로 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품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후반부에 설명한다. 이 ‘빛을 활용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 이유’의 질의응답이 영화 내적에서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작품의 화법이 간단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이야기가 꿈처럼 느껴지는 것이 정서적으로, 이야기 상으로도 분명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인물을 담는 방식도 흥미롭다. 영화의 몇 장면을 보면 카메라는 불필요한 모습도 담는 것처럼 보인다. 거울과 관련한 장면이 그렇다. 영화의 두 번째 장면에서 카메라는 거울을 비춘다. 그런데 거울을 비추는 인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인물을 직접 찍지 않은 것이다. 또 이 영화의 카메라는 단순히 이야기 내에서 인물들끼리 움직이는 모습을 찍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과 대화하는 세미와 하은이의 모습을 보여줄 때 그 누구를 비추지 않고 두 주인공을 비춘다던가, 세미의 시점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다는 점이 그렇다. 이 장면은 왜 인물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전지적 카메라 시점’이 되는 셈인데, 이 역시 영화에서 분명한 이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촬영과 연출의 강점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하은이와 세미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김시은, 박혜수 배우는 생동감이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하은이를 맡은 김시은 배우는 <다음 소희>에서의 연기보다 더 좋았다. 김시은 배우 입장에서 <다음 소희>에서의 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소희가 서서히 잠식된다는 연출은 이 실제 배우가 이런 경험이 없다면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너와 나>의 하은 역은 이 전제조건에서 더 나아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인물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활짝 피고 미끄러지는 연기를 보여준다. <다음 소희>에서 연기도 보이면서 그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다 읽고 연기를 했을 텐데, 이 입장에서 보면 김시은 배우가 ‘어떤 마음이셨나요?’ 물어보고 싶어 진다.
다른 주인공인 박혜수 배우 역시 탁월하다. 세미의 연기는 감정적으로 깊었다. 세미의 캐릭터는 하은이에 비해 단순하다. 세미는 사랑에 진심이다. 사랑에 진심이면 당연히 서투르다. 서투르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 드러났다. 이 인물 묘사를 다른 관객 분들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박혜수 배우는 이 이기심일지도 모를 마음을 내내 분출한다. 하지만 밉지 않다. 이 ‘밉지 않다’라는 거리감은 영화의 감정이입과도 이어진다. 영화가 점층법처럼 사랑의 잔상을 서서히 밟아가기 때문에, 느슨해진다면 인물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감정이입이 되야 보여주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박혜수 배우는 이 영화에서 인물이 사랑에 빠진 순간이 가진 양면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를 거리감을 유지하며 보여준다. 이때 더 어떤 마음을 보여주면 관객이 ‘세미가 하은이를 사랑하고 있구나’ 느낀다는 걸 알고 연기하는 것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나 여타 드라마들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의 섬세한 모습이었다. 아마 박혜수 배우가 이 작품을 계기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
내 사랑아
사실 영화를 보면서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했다. 바로 이 영화의 카메오와 관련된 장면이다. 영화가 고등학생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또 유머를 넣으려고 했다는 것이 이야기에서 잘 느껴지는 편이다. 그래서 조현철 감독이 이 인물을 이렇게 묘사한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마저 이 인물이 이랬어야만 했을까?라는 데에는 의문이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 흐름이 약간 끊기는 듯했다. 인물이 중언부언하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을 흐리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장면이 두 개 있다. 후반부에 이 영화의 사건이 직접적으로 들어간 장면이 그랬고, 노래방에서의 장면이 그렇다. 두 장면 역시 글쓴이가 너무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을 이 장면들로 근거한다면 납득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이 영화는 약점 같은 부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글쓴이가 생각하는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다. 사랑이 왔다간 자리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그 사랑의 의미를 우리에게 묻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구나 이 영화와 같은 일을 겪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문장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문장 아래에 우리가 무시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의 아름다움이 있다. 너와 나의 관계, 사랑의 의미,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들, 예술이 사회에게 던지는 위로, 우리 반드시 내일 다시 만날 테니 잘 지내자는 약속까지. 그 모든 의미를 영화는 가로지르며 따스한 온기를 건넨다. 아마 글쓴이는 살아가다 이 영화와 관련한 무언가를 만나면 또 생각에 빠질 것이다(<헤어질 결심>처럼). 하지만 두렵지 않다. 이 영화와 꿨던 아름다운 꿈을 지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했고, 여러분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젠가 우리 꼭 다시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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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온 2025년을 위한 영화 대사 모음 zip.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2025년 1월 1일이요!
아직 2024년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된 사람들을 위해
다가온 2025년을 힘차게 보낼 수 있는 영화 대사들을 모아보았습니다.
그럼 저희는 용감하게, 씩씩하게 2025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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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제80회 골든글로브 수상작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한국 시간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영화상,
뮤지컬, 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으로 나누어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을 시상합니다.
과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어떤 작품들이 수상을 했는지 영화상을 중점적으로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상 - 드라마 | 더 파벨먼스 - 스티븐 스필버그
ⓒ 네이버 영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더 파벨먼스>가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더 파벨먼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애리조나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보낸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담았습니다.
영화는 2022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여우주연상 - 드라마 | 타르 - 케이트 블란쳇
ⓒ 네이버 영화
올해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케이트 블란쳇
배우는 영화에서 리디아 타르 역을 맡아, 리디아 타르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했습니다.
남우주연상 - 드라마 | 엘비스 - 오스틴 버틀러
ⓒ 네이버 영화
올해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은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엘비스>는
시대를 뒤흔든 아이콘이자 전 세계가 사랑한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은 그린 영화입니다.
오스틴 버틀러는 엘비스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였습니다.
작품상 - 뮤지컬코미디 | 이니셰린의 밴시 - 마틴 맥도나
ⓒ 네이버 영화
올해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은 <이니셰린의 밴시>가 수상하였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과거에 집필했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와 뉴욕비평가
협회상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여우주연상 - 뮤지컬코미디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양자경
ⓒ 네이버 영화
올해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자경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양자경 배우가 할리우드 진출한 이래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수많은 멀티버스의 다양한 역을 소화해내면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남우주연상 - 뮤지컬코미디 | 이니셰린의 밴시 - 콜린 파렐
ⓒ IMDB
올해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은 <이니셰린의 밴시>의 콜린 파렐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다수의 흥행작을 보유한 배우 콜린 파렐은 여러 감정들을 섬세하고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여우조연상 |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안젤라 바셋
ⓒ 네이버 영화
올해 여우조연상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안젤라 바셋 배우가 수상하였다. 트차카의
아내이자 트찰라와 슈리의 어머니인 라몬다 역을 맡은 안젤라 바셋 배우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높은 표현력으로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남우조연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키 호이 콴
ⓒ 네이버 영화
올해 남우조연상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키 호이 콴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20년 만에 스크린을 돌아온 키 호이 콴은 영화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연기와 현란한 무술 실력을
선보이며 볼거리를 제공해주며, 웨이먼드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은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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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모든](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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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새벽의 모든
01:10 과거와 현재
05:49 공간, 안팎
09:43 별점 및 한 줄 평
10:00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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