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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2025-03-21 10:13:17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영국] 아이는 여전히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다.

영화 <린 온 피트>

 

 

찰리는 시종일관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처럼 여유롭게 걷는 것 대신 숨가쁘게 달려나가는 것을 택한다. 아이는 왜 달릴 수 밖에 없었을까. 열다섯 성장기 소년인만큼 운동하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로 보이기도 한다. 이사 오기 전, 학교에서 했다던 풋볼 대신 돈이 들지 않는 운동인 달리기를 택한 것일 수도 있다. 두 이유 모두 납득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찰리에게 뜀박질은 무엇보다도 숨을 쉬기 위한 방법처럼 보인다.

 

 

 

찰리는 언제나 무언가에 가로막힌다. 찰리의 아버지인 레이가 데려온 여자와 아침을 함께 할 때 방문과 벽 사이에 위치한 그는 영락없이 갇힌 모습이다. 델 아저씨와 함께 처음 경주마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 일을 했을 때도 그는 트레일러와 벽 사이에 갇혀 있다. 카메라는 끊임없이 찰리를 무언가에 가두는 프레이밍을 유지한다. 그의 숨통이 막히는 상황에서는 언제나 그를 문과 벽(혹은 벽처럼 보이는 무언가) 사이에 위치시켜 가두어버린다. 하지만 달릴 때만큼은 그런 그를 가로막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소년은 가로막히지 않기 위해서, 숨을 내뱉기 위해서 뜀박질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달려야 숨을 쉴 수 있는 찰리가 본디 자유롭게 달려야하는 린온피트에게 온 마음을 내다 준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을 것이다. 피트에게 자신을 투영시킨 찰리는 그를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결국 피트와 함께 길 위에 선 찰리는 달리는 대신 피트와 함께 걷는 것을 택한다. 찰리와 피트가 함께 길 위를 걸어가는 장면은 주로 아주 먼 익스트림 롱샷으로 비춰진다. 그들을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카메라는 그저 관망할 뿐이다. 찰리와 피트가 정말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한번 지켜보라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찰리는 피트를 위해 그와 함께 달아났다고 생각하지만. 찰리와 함께여도 피트는 전과 같이 목줄에 매여있다. 피트는 정말 숨을 쉴 수 있었을까? 여전히 목줄에 매여 달릴 수 없는 피트가 자유롭다는 생각은 찰리의 착각이었을 뿐이다. 피트 역시 자유롭기 위해 마지막까지 달리는 것을 택한다.

 

 

 

피트와 헤어진 후 한동안 뜀박질을 멈추었던 찰리는 마지 고모와 만나자 다시금 달리기 시작한다. 아이는 뜀박질을 다시 시작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어딘가에 갇히지 않는다. 찰리가 드디어 마지 고모와 만난 그 날 밤, 찰리는 잠을 이 루지 못하고 그에게 찾아간다. 문을 두드린 아이는 문과 벽에 갇히지 않은 채 아주 손쉽게 방 안으로 들어간다. 카메라는 아이를 문과 벽 사이에 가두어 프레이밍하는 대신 그저 아이가 사라진 방문을 비추는 것을 택한다.

 

 

 

 

뜀박질을 다시 시작한 아이는 처음으로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본다. 그 전까지 아이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 볼 수 없었다. 뒤를 살펴 볼 겨를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일을 겪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온 찰리는 악몽과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 고모의 말처럼 악몽이 전부 사라지진 않겠지만 분명 나아질 것이다. 찰리가 뒤돌아볼 수 있게 된 것 처럼 말이다. 오프닝과 달리, 찰리의 뜀박질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 대신 아이의 얼굴을 보다 가까이서 담는 것을 택한 카메라 역시 그렇게 될 것임을 약속하는 것만 같다.

 

 

 

아이는 여전히 뜀박질을 멈추지 않지만 이제는 괜찮을 것이다.

 

 

 

 

 

 

 

 

작성자 .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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