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블러2025-03-23 16:32:49
부드러운 거부로서의 애도,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디지털 유령들과 공존하기
2015년 퓰리처 희곡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Marjorie Prime』은 유족의 기억을 통해 망자의 정체성을 재현하는 인공지능 홀로그램, ‘프라임’을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 죽음과 애도의 의미를 날카롭게 질문하는 작품이다. 동명의 희곡을 각색한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Marjorie Prime> 또한 기억이라는 삶의 요소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맞물려 다양한 애도의 방식으로 분화되는지 다룬다.
그러나 '디지털 부활'은 더이상 픽션의 영역이 아니다. 2016년, 러시아 기자였던 Eugenia Kuyda는 사랑하던 연인을 잃고 그와 나눈 메시지를 모두 모아 구글 기반의 신경 네트워크(neural network)를 활용하여 그를 챗봇으로 부활시켰다. 챗봇 버전의 연인은 정말 사람 같아서 Kuyda는 챗봇과 과거와 미래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연인을 잃은 슬픔을 해소했고,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는 대화형 챗봇, ‘Replika’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2020년부터 매년 사망한 가족을 딥페이크, VR,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부활’시키는 <VR휴먼다큐멘터리-너를 만났다>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2025년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 ‘Replika’의 다운로드 수는 천만 회를 넘어섰고, <너를 만났다> 프로그램 시즌 1 유튜브 클립 영상 조회 수는 3천 6백만 회를 기록하는 등, 디지털 부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망자를 시청각적으로 재현하는 '디지털 부활'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인이 된 이후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닿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디지털 기술을 통한 부활을 가속화하고 있다. 조형래는 “망자를 기리는 첨단의 기술적 방식이 막대한 규모의 사회적 정동의 재구성을 초래하고, 죽음에 대한 사회적 태도 및 문화적 관행 전반에 영향을 초래할 것임이 분명”하다면서, “이러한 초혼(招魂)의 테크놀로지가 프로이트적 의미의 애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유족들에게 끊임없는 추모의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디지털 시대 죽음의 의미를 연구하는 심리학자인 일레인 카스켓은 디지털 기술을 통한 애도가 지속적 결속(continuing bonds)의 한 종류라고 주장하면서, 고인과 유대 관계를 끊지 못하는 이들을 우울증 환자로 취급하는 경향을 문제시한다. 카스켓에 따르면, 고인과 유대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사랑하던 고인과 맺은 심리적, 정서적 유대를 소중히 하거나 심지어 더 강화하고자 하는 오래된 충동에 따르는 것뿐이다.
영화는 마조리가 월터 프라임, 그러니까 15년 전 사망한 자신의 남편을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월터 프라임은 자신이 청혼하던 날 함께 봤던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얘기를 꺼내고, 치매에 걸린 마조리는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중요한 기억을 잊어버린 자신을 원망하던 마조리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대신 “<카사 블랑카>를 보고 돌아온 날 청혼했다면?”이라고 묻고, “다음에 우리가 (청혼) 얘기를 나눌 때는 이게 사실이 되는 거야.”라고 말한다. 어차피 거짓된 기억을 말해도 치매로 인해 사실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마조리는 이후로도 종종 월터 프라임에게 왜곡된 기억을 요청함으로써 망상적 위안을 얻는다.
생의 끝자락, 기억을 왜곡해서라도 숨기고 싶은 과거는 월터 프라임이 예전에 키우던 강아 지인 토니 얘기를 꺼내면서 분명해진다. 월터 프라임은 마조리에게 ‘자식이 없던 한 연인이 토니라는 이름의 검은색 푸들을 키웠는데, 토니가 죽고 나서 낳은 딸-테스-도 검은색 푸들을 골랐다’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마조리가 두 번째 푸들에게 ‘토니 2세’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하자, 월터 프라임은 두 번째 푸들도 금방 ‘토니’라고 불렸다며, 두 강아지가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음에도 나중에는 토니와 토니 2세를 구분하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여기서 토니는 -2막에서 등장하는 앵무새와 마찬가지로-망자와 망자를 재현한 프라임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첫 번째 토니를 죽이고 자살한 마조리의 아들, 데미안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월터 프라임이 토니의 죽음을 설명할 때 마조리가 흘리는 눈물은, 키우던 강아지에 대한 그리움이라기보다는 아들의 자살이라는 트라우마를 대면한 자의 눈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애도(슬픔)와 우울 Trauer und Melancholie」에서 애도를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에 대한 반응”으로 규정하고, 여기에는 “사랑하던 사람을 대신할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찾지 못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던 이를 생각나게 하는 어떤 행동도 금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라고 설명한다. 달리 말해,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자아의 억제’를 통해 상실 그 자체 외에 다른 곳에는 관심을 둘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슬픔(애도)이 “사랑하던 대상이 더는 존재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그 대상에 부과되었던 리비도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반발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발이 너무 강하게 되면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아예 “현실에 등을 돌리는 일이 일어나게 되고, 환각적인 소원 성취의 정신병을 매개로 예전의 그 대상에 집착”하게 된다. 프로이트는 이렇듯 정상적 애도에 실패한다면 상실이 자아를 잠식하고 이것이 자기 혐오적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하지만, 대상의 상실이 극단적인 트라우마인 마조리의 경우, 자기 혐오적 우울보다는 오히려 그 대상을 무의식적으로 격리하려는 억압(repression)에 가까운 행동을 보인다.
“정신적 트라우마 현상의 핵심은 기억(표상)과 정동”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를 유발한 사건에 대한 강한 정동적 반응이 있었는지다. 달리 말해, 외상적 사건이 유발한 정동을 언어, 또는 행동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정동의 잔여가 정신적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히스테리 환자들은 주로 트라우마적 사건의 상기(회고)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 데미안의 죽음이 마조리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한다면, 이는 데미안에 대한 애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사랑했고, 데미안이 죽인 토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조리는 강한 정동을 경험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표상(기억)의 회고는 마조리에게 고통을 줄 뿐이다. 그래서 마조리는 데미안을 충분히 애도하는 대신, 데미안의 죽음이라는 표상의 억압을 택한다.
마조리는 지난 50년 동안 데미안의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모든 사진을 집에서 치운 채 살아왔다. 하지만 치매에 걸린 마조리는 데미안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고 테스에게 “데미안은 지금 자?”라고 묻는다. 마조리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데미안의 행방을 물은 직후 월터와 공원 벤치에 앉아 사프란 색의 깃발을 바라보던 기억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마조리의 모습은 모순적이다. “(벤치에서) 일어나기 싫었어.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라는 마조리의 대사는 데미안의 죽음 이후에도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마조리의 처참한 심정을 대변한다. 이것은 데미안의 죽음이라는 표상 (기억)이 사라진 이후에도 지속되는 정동의 잔여를 의미한다.
존은 마조리가 해준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월터 프라임에게 마조리가 사프란 깃발을 바라봤던 날의 추억을 전해주지만, 영화는 플래시백 장면을 통해 마조리가 사실 공원 벤치가 아닌, 거실 소파에 앉아 TV에 나온 장면을 봤던 것임을 밝힌다. 테스의 주장처럼, 마조리는 “원래의 모습이 아니라 마지막 기억을 기억하는 것이며” 따라서 기억은 “되풀이될수록 희미해지는 복사본”과 같은 것이 된다. 결국 프라임에게 주입되는 기억은 “실제 기억이라기보다는 마조리가 기억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과거”이다. 이렇듯 마조리와 월터 프라임을 통해 재구성되는 기억은 특정 시선에 의해 오염된 기억이며, 따라서 데미안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을 방해한다.마조리에게 데미안의 죽음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에 마조리는 본능적으로 이를 억압하려 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억압이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확연한 간극이 생길 때 발생”한다며, “억압의 본질은 자아를 위협하는 본능(충동)을 의식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억압의 동기와 목적은 본능이 만들어낸 “불쾌를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트라우마가 해소되기 위해선 “억압의 극복과정을 통한 기억의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들의 자살이라는 트라우마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치매에 걸린 마조리는 월터 프라임의 외형을 아들이 자살하기 전인 젊은 시절로 설정하면서 아들 죽음 이전의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충동을 보인다. 아들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들의 죽음을 잊고자 하는 마조리의 태도는 현실 도피적 성향을 띤다는 점에서 월터 프라임이 제공하는 망상적 위안을 통해 유지된다.
월터 프라임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마조리조차도 망자와 망자를 재현한 인공지능 사이의 간극이 촉발하는 ‘두려운 낯섦’을 겪는다. 두려운 낯섦은 “공포감(또는 기이한 불안)의 일종으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오래전부터 친숙했던 것에서 출발하는 감정”이다. 이정환은 프로이트가 말한 ‘두려운 낯섦’이라는 개념이 로봇 공학과 관련된 논의에서 흔히 들을수 있는 “불쾌한 골짜기”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두려운 낯섦에 대한 프로이트의 주장 처럼, 불쾌한 골짜기에 대한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비인간에 대한 인간의 무의식적 두려움”이 명백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프라임이라는 ‘기술’에 호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이 사랑 하는 사람을 재현한 프라임과 마주했을 때, 프라임이 자신이 생각했던 망상적 위안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왜곡된 기억을 그대로 흡수하고, 젊었을 적 외형이 데미안의 죽음 이전을 상기하는 월터 프라임을 통해 데미안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적 사건을 억압 하는 마조리조차도, 월터 프라임이 월터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에 불쾌감을 느낀다. 자신이 생각한 실재의 이미지를 프라임이 충분히 재현하지 못할 때, 프라임은 망자의 말을 의미 없이 반복하는 앵무새에 불과한 존재가 된다.
이정환은 대상의 기억을 주입하면, 프라임을 통해 그 사람의 존재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지 만, 이 기억은 살아 있는 자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재 망자와는 다른 결핍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생전에 사랑했던, 친숙한 망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망자와는 다른 프라임의 모습은 유령과도 같은 두려운 낯섦을 유발한다. 허구의 작품뿐만 아니라 현실속 디지털 부활 또한 두려운 낯섦을 유발하는 건 매한가지다. 조형래는 디지털 기술을 통한 망자의 재현은 늘 “고인에 대한 추모와 의미 부여를 둘러싼 다양한 상호작용을 거스르는 미묘한 위화감을 수반한다”라고 설명한다. 이렇듯 작품 안팎에 무관하게, 기술적 한계는 감각적인 측면에서도, 인지적인 측면에서도 대상을 완벽히 재현해낼 수 없다는 점에서 늘 기이한 불안, 두려운 낯섦, 즉 불쾌감을 유발한다.
테스에게도 데미안의 죽음은 평생의 트라우마이다. 마조리는 평생 데미안의 이름 한 번 꺼낸 적 없지만, 테스는 늘 데미안의 죽음으로 인해 마조리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신적 외상은 테스의 자아에도 영향을 미쳐 영화 내내 테스는 “예민하고 성마른 성격의 소유자이자,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으로 묘사된다. 테스는 월터 프라임에게 질투를 느낄 정도로 프라임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결국 마조리가 사망하자 치유의 도구로서 마조리 프라임을 소환한다.
마조리 프라임은 테스에게 ‘토니 데리고 해변에 갔던 거 기억하니?’라고 묻는다. 테스는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존이 개를 키우자고 제안했다면서, ‘카타훌라’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생전 마조리는 ‘카타훌라’가 무엇인지 몰랐으므로, 마조리 프라임 또한 테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자 테스는 마조리에게 “‘카타훌라’를 검색해 보라”고 요청한다. 이는 프라임이 진정한 ‘대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의 환상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 이것은 프라임의 ‘이용자’가 프라임이 환상에 불과함을 인지하고 있는 한, 프라임과의 대화가 어떠한 치유 효과도 산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라임이 환상에 불과하다면, 프라임과의 모든 상호작용 또한 결국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조리 프라임은 테스의 요청에 따라 카타훌라 하운드의 사전적 지식을 로봇처럼 읊고, 테스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마조리 프라임이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사실, 즉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모른 척을 더는 못하겠다’라고 말한다. 테스는 이어 ‘(마조리 프라임이) 정말 엄마 같다가도, 어떨 때는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도 확연하다’라고 말한다. 이미 지와 실재의 간극은 이렇듯 과거가 아닌 현재의 기억으로 인해 명확해지며, 테스로 하여금 ‘엄마처럼 친숙하지만, 엄마가 아닌’ 두려운 낯섦을 느끼게 한다. 이어지는 장면은 이 두려운 낯섦으로 인해 프라임이 어떻게 치유의 실패로 이어지는지 묘사한다.
표면적으로 테스는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그의 근원적인 트라우마는 마조리와 마찬가지로 데미안의 죽음이 원인이다. 마조리 프라임은 ‘진짜 엄마 같지 않다는’ 테스의 불만에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달라고 말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테스가 엄마의 기억을 회고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마조리 프라임은 테스에게 결정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조리 프라임이 ‘테스 말고 다른 자식이 있었냐’고 묻자, 테스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없었다’라고 대답한다. 생전 마조리가 평생 데미안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처럼, 테스 또한 데미안에 대한 기억을 숨기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반드시 생생한 정동적 경험을 포함하여, 망각된 외상적 사건을 기억해 정확히 말로 표현”할 때야 비로소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트라우마의 심리적 치유를 위해선 단순한 외상적 사건의 재현을 넘어선 생생한 재경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프라임은 얼마든지 남아있는 자들에 의해 왜곡된 기억만을 선별적으로 저장할수 있으므로, 치유의 ‘도구’로서 프라임은 제 기능을 다 할 수 없다. 기억의 선별과 왜곡된 기억이 유발하는 이미지와 실재의 간극, 즉 두려운 낯섦은 심리적 치유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라깡은 “욕망의 중심에 놓여있는 결여”를 ‘'대상 a'’라고 지칭하면서, 상상계적 질서 속에서 이 대상은 어떤 욕구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테스는 마조리 프라임을 형성하기 이전부터 자신이 원하는 어떤 환상을 프라임에게 투사한다. 이 환상은 데미안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래서 자신에게 늘 다정하고 충분한 사랑을 주는 엄마이다. 그러나 마조리 프라임이 정말 테스에게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다정한 말을 건네자, 테스는 ‘덜 웃어야 엄마 같아 보인다’라고 충고한다. 테스의 '대상 a'-엄마의 사랑이라는 욕망의 결여-를 충족하기 위해서 마조리 프라임은 테스에게 생전에 주지 못했던 사랑과 다정함을 주어야 하지만, 동시에 사랑을 주면 줄수록 ‘진짜’ 마조리와는 멀어진다는 점에서 테스의 환상은 결코 충족될 수 없다.
애증의 대상이자 환상 속 '대상 a'인 엄마의 상실은 테스를 우울로 이끈다. 프로이트는 우울과 슬픔의 차이를 ‘자애심의 추락’으로 설명한다. “우울증 환자는 대상과 관련된 상실감으로 고통을 겪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을 들으면 그것이 자아와 관련된 상실감이라는 것이다.” 테스는 계속해서 마조리와 존의 입을 빌려 자기 자신을 ‘무너졌다’거나, ‘엄마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었다’고 표현한다. 마조리에게 향해 있던 애증의 리비도가 마조리의 죽음 이후 갈 곳을 잃고 테스의 자아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눈치라도 챈 듯 마조리 프라임은 테스에게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조리 프라임과 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도의 실패-우울증은 결국 테스를 자살이라는 파괴 충동으로 이끈다.
프로이트가 정상적인 애도, 달리 말해 상실을 극복하고 애도를 마무리하는 ‘작업’을 중시했던 까닭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이 자아를 좀먹고 파괴 충동으로 이끄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데리다는 정상적인 애도와 비정상적 애도를 구분하는 프로이트의 애도 이론을 비판하면서, 죽음이 타자를 잊는 여정의 시작이 아니라, 타자를 기억하는 여정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데리다가 보기에 프로이트의 정상적인 애도가 갖는 문제는 타자의 타자성을 말살하려 한다는 데 있다. 성공적인 애도 작업을 통해 내면화가 가능해지면, 타자는 나의 일부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타자는 더는 타자가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마조리에 대한 테스의 정동-상실감으로 인한 우울, 사랑, 증오-은 너무 강력해서 테스는 자신의 편협한 시선에서 기억하는 마조리의 모습-약간 허영심이 있고, 까칠하며, 자신에게 한번도 사랑한다고 해준 적이 없을 만큼 데미안을 사랑한-만을 회고한다. 마조리 프라임은 이렇듯 테스의 내면화된 타자를 온전히 재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테스에게 두려운 낯섦을 유발하고, 프로이트식의 ‘정상적인 애도’를 완수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애도의 실패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애도는 “가능성과 불가능성, 성공과 실패의 반복적 진동 속에서 수행 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테스의 자살 이후, 존 또한 테스 프라임 앞에서 두려운 낯섦을 느낀다. 평소에도 프라임에 호의적이었던 존은 테스 프라임을 더 진짜 테스처럼 만들기 위해 적어두었던 테스의 특징들을 테스 프라임에게 읊어준다. 하지만 존 또한 이내 ‘(프라임은) 반사판 (Backboard)에 불과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나는 지금) 혼잣말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테스 프라임과의 대화에 회의를 느낀다. 그러나 데리다에 따르면, 이러한 ‘좌절된 내면화’는 “타자를 타자로서 존중하는 것, 즉 부드러운 거부의 자세”를 의미한다. 프라임에게 아무리 왜곡된 기억을 주입한다고 해도, 프라임이 환상 속 ‘대상 a’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남아있는 자는 필연적으로 이미지와 재현의 간극으로 인한 두려운 낯섦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두려운 낯섦이 초래하는 애도의 실패는 동시에 ‘타자를 타자로서 받아들이는’ 애도의 시작이 된다.
데리다는 “기억을 통한 내면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아를 잠식하는 멜랑콜리아를 긍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멜랑콜리아는 타자를 버려두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일종의 나르시시즘적 퇴행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리다는 “애도의 가능성과 불가 능성이 만나는 지점, 애도의 성공과 실패가 같아지는 지점, 애도와 멜랑콜리아가 중첩되는 공간”에 주목한다. 즉, “애도는 타인의 세계가 끝날 때, 타인을 위해 그 끝을 내 안에 담는 것이며, 동시에 관념화, 내면화, 그리고 식민화에 저항”해야 한다. “타자를 관념화하는 내사 (introjection)가 망각의 시작 지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멜랑콜리아는 극복해야 할 질병이 아닌, 내사에 저항하는 힘이 된다.
존이 테스 프라임에게 느끼는 두려운 낯섦은 이러한 멜랑콜리아를, 자기혐오의 감정을 유발한다. 그러나 이 두려운 낯섦이야말로 테스 프라임을 ‘존의’ 테스로 만들려는 시도를 무화하고, “살아남은 자인 존에게 허락된 삶 자체”를 끊임없이 인식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존의 삶 속에 공거(cohabitation)하는 테스 프라임은 “우리 안에 사는 ‘목격자’”이다. 존은 마조리처럼 죽음을 망각하는 망상적 위안에 의존하지도, 테스처럼 멜랑콜리아를 견디다 못해 자살에 이르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의 시선에서 바라본 테스를 내면화하고, 테스와의 기억을 회고하며, 동시에 프라임의 본질적인 두려운 낯섦을 인식하고 절망하기를 반복하면서 테스의 죽음을 애도한다.
데리다는 “타자가 타자성을 유지하면서 우리와 대화 관계에 있는 ‘생각하는 기억’을 애도의 본질”로 보았다. 따라서 데리다는 멜랑콜리아와 애도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인식할 수 없는 것은 인식하려는 애도, 달리 말해 애도 가능성과 애도 불가능성 사이의 진동이 애도하는 텍스트의 직물을 짜고, 애도의 성공과 실패 사이의 아포리아가 길을 여는” 멜랑콜리한 애도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애도라고 주장한다. 인류 탄생 이래, 현실적으로 망자의 발언이 가능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망자의 발언을, 망자의 부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데리다가 만약 살아 있다면, 망자의 동의 없는 기계적인 디지털 부활을 경계했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한 디지털 부활은 오직 남아있는 자의 나르시시즘적 멜랑콜리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만 제작되고, 이용된다는 점에서, 기계적 디지털 부활은 너무도 쉽게 프로이트적 애도 작업의 완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서 프라임이 어떻게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애도의 실패를 전제하는지 살펴보았다. 특히, 프라임은 남아있는 자가 주입한 ‘기억’과 새롭게 형성된 ‘지식’, 그러니까 다른 프라임과 대화하거나 인터넷에 검색함으로써 얻어낸 지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애도의 실패와 성공을 오간다는 점에서, 데리다적 멜랑콜리한 애도를 체현한다. 존이 손녀를 테스 프라임에게 소개하는 장면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멜랑콜리한 애도를 예증하는 장면이다. 존이 테스 프라임에게 ‘손녀가 분류학을 공부하고 있다’라고 설명하자, 테스 프라임은 ‘이분법(Dichotomous)을 이용하지’라고 대답한다. 자연스럽게 분류학에 관한 대화를 이어 나가는 테스 프라임과 달리, 존은 테스 프라임이 분류학에 관한 지식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존의 시선에서 바라본 테스의 기억과 테스 프라임이 새롭게 얻은 지식의 혼합은 이전 에는 ‘말할 수 없던 것’, 즉 손녀와의 예측할 수 없는 상호작용을 존이 인식하게 한다. 존은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테스 프라임에게 ‘입양이 무슨 뜻인지 알지?’라고 묻다가도, 이분법을 말하는 테스 프라임에게 놀라면서 애도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다. 테스 프라임은 그런 의미에서, 존의 내면에 식민화될 수 없는 테스의 이미지를 새기고, 테스의 죽음을 인식함과 동시에 존의 내면에 의해 식민화되지 않은 테스 그 자체를 기억하고, 애도하도록 돕는다.
데리다의 관점에서 프라임의 가장 큰 의미는 ‘내면화되지 않는 지속적 기억’에 있다. 프라임은 남겨진 자들의 기억에 의존하지만, 동시에 그 기억은 인간과 달리, 프라임의 내면에 잡아 먹히지 않고 영원히 그 상태를 유지한다. 인간의 기억은 꺼내면 꺼낼수록 희미해지거나 왜곡되지만, 프라임의 기억은 처음 상태 그대로 지속되며, 프라임 자신의 내면에 의해 오염될 가능성도 없다. 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긴 하지만, 프라임에게 인간과 같은 완전한 자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러한 프라임의 기억을 영화에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반복되는 ‘물’의 이미지를 통해 시각화한다.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희곡인 원작의 특성을 반영하여, 한정된 인물과 배경을 활용한, 절제된 미쟝센을 사용한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프라임 외에 다른 기술적인 특징은 눈에 띄지 않으며, 심지어는 기본적인 가구 이외의 소품조차 얼마 등장하지 않는 미니멀리즘적 미쟝센은 프라임과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미니멀리 즘적 집 내부와 대조적인 과잉 생산되는 물의 이미지는 영화의 주제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타포다.
월터와 마조리의 집이자 테스와 존의 집인 영화의 주된 배경은 바닷가에 위치한다. 그래서 영화는 해변가를 걷는 테스와 존의 모습이라든가, 인물 없이 파도치는 장면이 종종 삽입하거나, 계단 옆에 걸린 파도 그림을 클로즈업하기도 한다. 토니가 해변가 달리기를 좋아했다는 마조리의 대사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데미안을 상징하는 토니가 사랑했던 바다는 영화 내내 ‘죽음’, 또는 일종의 상실을 상징한다. 마조리, 테스, 존이 사망한 이후 파도-또는 파도를 그린 그림-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죽음을 재현한 이미지인 프라임이 등장할 때는-집이 바닷가에 위치함에도- 어둡고 꽉 막힌 실내나, 또는 커튼 뒤로 희미하게 비치는 나무만이 등장한다. 하지만 세 프라임이 모인 마지막 장면에서는 거실 밖 커튼이 활짝 젖혀있 으며, 잔잔한 바닷가의 모습이 포커싱되도록 인물을 모두 같은 방향에서 촬영된 것을 알 수있다. 이는 궁극적인 영화의 주제인 죽음과 애도를 인간이 모두 사망한 뒤에도 프라임이 이어가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로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메타포는 ‘비’인데, 영화에서 딱 두 번 등장하는 폭우는 영화의 두 번째 주요 키워드인 ‘인간의 기억’과 연관성이 있다. 희미해지는 인간의 기억처럼, 비는 끊임없이 흐르고, 또 쉽게 휘발되고 만다는 점에서 인간의 기억을 상징한다. 따라서 프라임 뒤에 켜켜이 쌓이는 포근한 눈의 이미지는 인간의 기억처럼 흘러가지 않고 차갑게 냉동되어 켜켜이 쌓이는 프라임의 기억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는 영화 속 첫 번째 폭우 장면에서 존과 테스가 기에 대해 나눈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되풀이될수록 희미해지는 복사본”같은 인간의 기억과 달리, 프라임의 기억은 “뇌 안의 퇴적층”처럼, 모든 기억을 원본 그대로 냉동시켜 저장 한다는 점에서 눈과 닮았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얼마가 흘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월터, 마조리, 테스 프라임은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들 뒤 넓은 창에는 눈 내리는 바닷가의 풍경이 있다. 켜켜이 쌓이는 눈과 파도치는 바닷가가 보이는 통창 앞에서 프라임은 데미안의 죽음을 끄집어 낸다. 유일하게 데미안에 대한 기억을 들은 월터 프라임이 데미안의 죽음을 언급하고, 데미안에 대해 알지 못했던 테스와 마조리 프라임도 월터 프라임과의 대화를 통해 데미안을 추억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특히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아’라는 마조리 프라임의 마지막 대사는 수 세기가 지난 뒤에도 바래지 않고 타자를 기억하는 애도의 자세를 체현한다. 그러므로 세 프라임 뒤로 펼쳐진 ‘눈 내리는 바닷가’는 테스, 월터, 마조리뿐만 아니라 데미안과 존까지 프라임이 모든 ‘타자’의 죽음을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원히 기억하고 있음을, 서정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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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진 한국 로맨스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스포일러 포함
달짝지근해: 7510
23.08.15 개봉
코미디, 12세 관람가
한국, 119분
감독: 이한
출연: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등
유해진 배우가 로맨스에 도전을!?
게다가 상대 배우가 김희선 님이다?
형은 이것까지 성공하면 진짜 다 한 거야...
라는 나영석 피디님의 말씀이 있으셨는데
로맨스 진짜 잘 어울리세요 ㅋㅋ
전체적인 분위기가 엽기적인 그녀 40대 버전 같더라구요
그나저나 제목이 왜 '달짝지근해:7510'일까 했는데
유해진 님 캐릭터 이름이 치호(75)고
김희선 님 캐릭터 이름이 일영(10)이었어요
근데 이름을 그렇게 지을 정도로 의미 있는 건간 모르겠더라구요
김희선 님 남편 이름은 이육구(269)던데 그냥 코믹 요소인가,,
아 근데 보고 있으면 카메오 라인업 진짜 대박이에요
일개 커플로 임시완, 고아성 님이 나오시고
개짧게 나왔다 죽는 역할로 정우성 님이 나오시고
코믹스러운 장면만 맡는 약국 직원이 염혜란 님이시고...
외에도 그냥 카메라에 비추는 얼굴마다 아는 얼굴이에요
아마 감독님의 필모가 대단하신 만큼......
다들 우정 출연을 해 주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런 B급 코미디 영화는
사실 볼 때 기대하고 보는 마음이 크지 않잖아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추석 시즌에 나왔으면 잘 팔렸겠다 싶은... 가족 영화랄까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웃기는 건 아니지만
사소한 말장난이 웃기고
무엇보다 유해진 님이 대사 치는 실력이 좋으시니까
평범한 대사도 웃기게 보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많이 본 듯한 구성이 아니라서 좋아요
보통 석호가 정말 죽일 만큼 나쁜 놈이라서
끝끝내 일영에게 나쁜 짓을 한다~ 가 마무리일 법한데
원랜 정말 착한 형이었고 마지막엔 회개도 했더라고요
병훈과 은숙도 처음엔 치호, 일영 커플을 방해하려 했지만
단 10초 만에 서로에게 반해 아름다운 커플이 되었고요
주인공을 크게 방해하는 인물이 없는 게 이 영화의 특징이에요
그냥 커플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OST가 나오는 방식이 굉장히 특이해요
치호와 일영의 옆에서 어느 커플이 프러포즈를 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치호와 일영의 뒤로 라이브가 깔리고
와중에도 둘이 서로 고백하는 멘트를 엿듣느라
커플 둘이 힐끗거리는 게 웃음 포인트 ㅋㅋ
다만 아쉬웠던 점이 있냐 하면
은근한 범죄 미화가 있었다는 점이에요
"너한테 나쁜 짓을 할 생각은 아니었어
그냥 너희 엄마한테 시비 걸 생각으로 찾아갔던 건데
네가 먼저 날 때리고 협박하고 (생략)"
이게 주거 침입을 한 사람의 대사입니다
심지어 길에서 일영의 미성년자 딸을 발견하고
그 뒤를 밟아 닫히는 문을 잡아 멋대로 들어간 건데요
실제로 혼자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는 중인데
대중 문화에서 이런 식으로 미화해 버린다면......
범죄자들에게 변명할 거리를 주는 것밖에 안 되지 않을까요?
또또 아쉬웠던 건 일영의 남편 등장이 허무했다는 것?
뭐 나쁜 놈이라 죽이고 싶다느니 뱀 사냥을 다닌다느니
겁이란 겁은 온통 줘 놓고서
자기가 잡았던 뱀한테 물려 교통사고를 내고 사망해요
등장한 지 약... 2분 만에......
그 남편 역할 맡으신 분이 정우성 배우님이신데
그냥,, 특별 출연 시키고 싶어서 어떻게든 끼워맞춘 느낌
아무래도 이런 장르의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기 아깝잖아요
저는 쿠폰을 잘 잡아서 4,000원에 봤어요 ㅎㅎ,,,
VOD로 나왔을 때 봐도 늦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특전 주는 것도 없어서 다들 잘 안 가시는 것 같더라고요
*스토리: 3/5점
*연출: 3/5점
*영상미: 2/5점
*연기: 5/5점
*OST: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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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된 아이, 사라진 기록
해당 콘텐츠는 씨네랩 초청으로 참석한 <케이 넘버> 시사회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해외 입양인들의 귀환을 가장 가까이에서 담은 독립 다큐멘터리, <케이 넘버>의 개봉이 다가온다. 오는 14일에 개봉 예정인 해당 다큐멘터리의 시사회에 씨네랩의 초청으로 참석할 수 있었다. 시사회 참석이 처음이라 설레던 마음도 잠시, 다큐멘터리 속 해외 입양의 실태와 그 아픔에 눈물을 흘리며 점등을 맞이했다.
다큐멘터리 <케이 넘버> 포스터
<케이 넘버>는 조세영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로, 장장 6~7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상영관을 찾아온 작품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수상하고,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70년의 해외 입양 역사에서 나아진 것이 없음을 냉철히 지적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왼쪽부터 차례로 노혜련 숭실대 명예교수(전 홀트 직원), 조세영 감독, 김유경 배냇 대표의 모습
영화의 제목이 되는 K-NUMBER란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낼 때 입양기관이 아이를 분류하기 위해 붙인 표식이다. 한국전쟁 이후 70, 80년대에 이르기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수는 자그마치 20만명에 달한다. 가정과 직장이 있는 성인이 되어 돌아온 입양인들의 귀환과, 이들의 뿌리찾기를 돕는 한국인여성모임 ‘배냇'의 추적에서 드러나는 해외 아동 입양의 진실을 영화는 조명한다. 감독의 집요한 질문과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며 해외 입양인들이 ‘그들’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타국으로 떠나 보낸 우리 아이들의 귀환이 될 수 있음을 느껴보자.
1970년대 초, 길에서 우연히 발견된 미오카.
어린 시절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미오카는 가족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한국을 찾는다.
하지만 매번 돌아오는 건 조작된 서류와 감춰진 기록.
K-Number의 진실은 무엇이며, 사라진 서류는 무엇을 감추고 있을까?
시간과 국경을 넘어, 숨겨진 진실이 풀리기 시작한다.
<케이 넘버> 시놉시스, 출처 씨네 21
영화는 2004년, 관에서 본인의 입양서류 기록을 받지 못해 화를 내는 한 해외 입양인 여성의 외침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미오카 밀러, 한국 이름은 김미옥으로 ‘추정된다’. 한국 이름이 정확한지 확인 할 수 없는 것 또한 입양서류의 불분명성과 위조 가능성 때문이다. 이후 20년간 미오카는 5번의 한국 방문을 이어가며 본인의 뿌리와 가족의 기억을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해메왔고, 그 여정에 사회봉사단체 ‘배냇’이 동참했다.
2004년에서 2024년.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으로 자라나기까지의 기간동안, 미오카와 배냇은 불분명한 서류와 감춰진 해외 아동 입양의 진실과 사투하며 ‘뿌리찾기’를 이어가고 있다. 입양 이후 한국에 처음 방문하는 입양인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앞에서 자국민의 도움없이 대여섯살때의 단편적인 기억만으로 가족을 찾는 것이 말이 되냐는 배냇 김유경 대표의 물음에는, 입양민 ‘뿌리찾기’의 실태와 그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공개되지 않는 기록에 대한 분노. 미국을 떠나 한국까지 와서도 미오카씨를 반기는 것은 사실확인조차 되지 않고, 본인의 정보조차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반의 반쪽짜리 서류다. ‘이 서류를 기반으로 가족을 찾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겠냐‘는 무력함의 끝에서 나온 질문에도 미오카 씨는 ‘지금 가지고 있는 패는 어쨌든 전부 뒤집어 보아야 한다‘고 답한다. 새로운 서류가 나오고, 정보가 나오고, 거짓이거나 조작되었음이, 혹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진실의 테두리임이 드러날 때 마다 그렇게 밝고 힘이 넘치던 미오카 씨의 얼굴이 조금씩 피로와 절망, 무력과 분노로 물들어간다.
한국 전쟁 이후, 국가 재정난을 겪던 대한민국은 국책 사업으로 ‘해외 입양 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한다. 당시 한국은 전 세계 유일하게 '대리 입양' 제도가 가능했던 나라로, 입양 부모는 한국에 방문하지 않고도 아이를 입양할 수 있었기에 그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대리 입양제도에 대해 당시 미국 입양 전문가들의 반대가 극심했으나, 대표적인 해외 아동 입양 기관이었던 홀트의 로비로 무마되었다는 노혜련 교수(홀트 전 직원, 숭실대 명예교수)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 한다. 마치 품종묘를 샵에서 고르듯이, 서구 사회의 부모들은 아이의 성별, 인종적 특징을 바탕으로 원하는 아기를 고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동을 일종의 상품처럼 여기며 타국의 양부모에게 배달하는 이러한 '우편 입양' 서비스는 그 대가로 입양기관에게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고, 국가와 사기업이 주도하는 일종의 인신매매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국가와 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입양 대상 아동을 확보하고 아동의 출신 서류 위조까지 감행한 범죄이자 불법행위”라는 김영우 2024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의 분석은 정확하다. 해외 아동입양은 단순히 고아 아동에게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보장하는 취지의 해외 입양이 아니었다. 입양 이후의 아동의 안전과 생활과 관련된 어떠한 보고와 의무도 없이, 아동을 판매하면 그것으로 끝인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동의 기본권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아동의 입양 과정이 강제적이냐 자발적이냐와는 관계없이, 아동의 재화화와 이로 인한 이익의 수취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문제적이다. 그것도 국가와 사기업의 주도하에 20만명의 아동이 해외로 이주되었고, 이들의 성장과 안전이 한국 사회에서 비가시화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역사의 아픈 단편으로서 재조명될 가치가 충분하다.
20만명의 아동을 해외로 수출한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은, 국외 시선을 고려해 해외 아동 입양이 중단되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동 수출 과정에서 조작된 서류로 뿌리를 찾지 못하고 배신감과 무력감을 경험하는 해외 입양민들의 존재로 인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러한 오명은 저출생 국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끊임없는 재생산을 거듭한다. 가장 해외 아동 입양이 많았던 1985년, 한국은 이미 출생률 1.7%를 기록하며 저출생 국가로 진입하고 있었다. 아동을 재화화 하고 떠나보낸 책임을 지고, 해외 입양인의 귀환과 ‘뿌리찾기’를 돕는 일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어 왔던 해외 아동 입양의 진실과 역사 외에도, 영화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으로서 ‘여성’이 존재한다. 해외 아동 입양의 과정은 여성에게 행해지는 폭력의 또 다른 면모를 담고 있다. 북유럽으로 입양된 해외 입양민 여성들의 인터뷰에서, 한 인터뷰이는 ‘20만명의 아이들이 국가 주도의 조직적인 인신매매 정책으로 해외로 보내졌다는 잔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보다, 보이지 않는 신원 미상의 미혼모와 여성들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망상적 서사를 너무나도 쉽게 믿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더 나아가 그러한 믿음이 그녀들의 딸, 아들인 해외 입양인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거대 권력의 국가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책임과 비난의 화살이 돌려지는 익숙한 그림이다. “적어도 제가 만나본 한국 여자들은 아이를 쉽게 버릴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입양민 여성의 평가는, ‘설령 아이를 버리는 엄마가 있었더라도, 그곳에 아이의 아버지는 어디있으며, 남아선호사상 아래에서 셋째 딸의 낙태와 입양을 권유하는 가정과 사회는 어디에 있으며, 아이를 가정으로 돌려보내주고 키울 여건을 마련해주는 대신 길고양이를 잡아 가두듯 모아와 두 당 얼마를 받고 팔아넘긴 기업과 국가는 어디에 있으며, 이를 묵인하고 심지어는 추진한 대통령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라는 무거운 질문을 불러온다.
주제가 아닌 구성의 차원에서도, 다큐멘터리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여성 감독, 배냇의 여성 회원들, 뿌리를 찾는 해외 입양민 여성들과 이들의 어머니-언니, 그리고 탐문을 돕는 시장의 할머니들. 출산과 아동의 양육이라는 테마 때문만이 아니다. 연대와 공감, 실행과 보호라는 테마에서 비로소 여성은 끈끈하게 뭉친다.
‘좋은 일’과 ‘더 좋은 환경’으로 포장된 해외 아동 입양 사업의 실태를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관객은 마주하게 된다. ‘평범한 한국인들은 입양인의 귀환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입양인의 질문 앞에, 아마 이들의 이야기를 모르고 있었던 대다수의 관객은 할 말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감독의 끈질기고 따듯한 시선을 따라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 시점에서, <케이 넘버>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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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자각하기까지의 시간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 호감을 갖게 되고 서서히 물들어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사랑이라고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가고 그 상대방을 관찰하게 된다. 가능하면 눈에 띄지 않게 멀리서 상대방을 보다 이내 가까운 위치로 가서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관계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연인관계가 반드시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보내는 신호를 상대방이 잘 받아서 그것을 다시 그 신호를 보냈던 사람에게 돌려보내는 과정을 거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이후에야 비로소 연인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동시에 그 감정이 시작되는 사랑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느 정도 그것을 알아내는데 시차가 있다. 한 사람이 호감으로 사랑을 시작하면 그걸 바라보는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채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 신호가 잘 전달되고 또 잘 맞을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 자각의 시점이 맞지 않을 때면 서로 어긋나고 그 사랑은 이루어지는데 한참 걸리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 결과는 아름답지 않지만 그 사랑의 확인 과정 속에는 꽤 아름답고 가슴 아픈 순간도 포함되어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시차를 담은 영화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감정의 시차를 담은 영화다. 베테랑 형사인 해준(박해일)이 산에서 추락사한 남자를 수사하게 되면서 이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죽은 남자의 아내인 중국인 서래(탕웨이)가 용의자가 되면서 형사와 용의자 관계로 만난 해준과 서래는 처음 만나는 순간 묘한 감정을 느낀다. 영화는 특히 해준이 느끼는 사소한 행동들을 전달하기 시작한다. 해준이 먼저 느낀 감정은 바로 용의자로서의 의심이다. 상대방에 대한 의심으로 시작했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묘한 분위기를 가진 서래를 본 해준은 좋은 음식을 시켜주는 것처럼 최대한 예의를 다해 그를 대한다. 그때부터 해준은 자신의 감정과 행동이 의심 때문인지 상대방에 대한 호감 때문인지를 혼란스러워한다.
중국인인 서래는 어렵게 한국으로 건너와 정착하기 위해 남편과 결혼을 택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배운 한국어가 조금은 서툴다. 일반적으로 쓰는 단어나 문장이 아닌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단어를 선택해 이야기하면서 서래의 분위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런 묘한 분위기 때문에 해준이 더욱 서래를 의심하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호감으로 변해갔는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해준과 서래는 조금씩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때 해준은 호감의 감정을 조금씩 전달했겠지만 그게 사랑이라는 진짜 감정이었다는 사실을 서래는 한참이나 지나서 깨닫는다. 그건 해준이 죽은 남편 사건에 대한 어떤 이야기 때문에 한 말이었지만 그건 서래에게 진짜 사랑으로 다가온다.
그 이후 영화는 몇 개월 후로 시점을 건너뛴다. 그리고 지방으로 발령받은 해준과 다른 남자와 다시 결혼하여 생활하고 있는 서래가 우연히 만난다. 그때 해준은 서래의 시선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서래는 피하지 않는다. 이때 서래의 남편이 다시 죽음을 맞이하면서 해준의 의심은 커지고 그에 따른 분노도 커진다. 그러니까 해준의 의심이 커질수록 영화의 극적 긴장감은 높아지게 된다. 영화에서 서래의 진심은 거의 말미에나 드러난다. 그래서 서래가 진짜 범인인지, 그가 해준을 바라보는 감정이 무엇인지가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다. 그리고 영화 안에는 '사랑' 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 적어도 두 등장인물들은 상대방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가 모호하게 보이기도 한다.
파도 앞의 서래, 파도 속의 서래
영화 중에 서래가 파도처럼 보이는 벽지 앞에 서있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서래는 실제 바다 모래사장 위에서 파도의 앞에 선다. 그 파도는 서서히 서래 쪽으로 스며들듯 다가온다. 해준의 사랑이 다가오면서 서래의 마음을 조금씩 적신 것처럼 그 사랑의 파도 역시 서서히 다가온다. 그리고 파도 벽지 앞에 서있던 서래의 모습처럼, 서래는 사랑의 파도 속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렇게 진짜 사랑의 감정을 시작한 그는 해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두 사람의 호감과 사랑은 두 가지의 시차가 있다. 일단 둘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한국어를 쓰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해준은 서래가 하는 한국어도 조금 어색하게 느끼지만 서래가 하는 중국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영화 중반 서래는 보다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먼저 말을 하고, 그것이 번역된 한국어가 해준에게 들려진다. 적어도 서래가 중국어로 해준에게 말할 때는 둘 사이에 즉각적인 의사 전달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언어적인 시차가 둘 사이에는 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감정의 시차다. 해준 자신도 알지 못했지만, 그가 시작한 사랑의 감정은 서래에게 단번에 전달되지는 못한다. 첫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은연중에 전달되지만 서래는 그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야 그 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래가 시작한 사람의 감정은 두 번째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해준에게 전달되지만, 그것 역시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야 그 마음이 해준에게 전달된다. 정말 안타까운 건 그 마지막은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상대방을 지키기 위해 ‘헤어질 결심’을 하면서 수면 위로 확실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돌출된 사랑은 상대방의 감정을 뒤흔든다.
아름다운 미장센과 카메라 시점 전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은 과거작들에서도 아름다운 미장센과 카메라 전환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영화에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을 담은 화면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화면 전환이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영화의 초반 영화의 제목이 뜨는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수사가 이루어지는 산속으로 전환되는 화면부터 놀라움을 느끼게 한다. 영화 중반 해준이 서래의 집 앞에서 잠복하며 망원경으로 집 안을 보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안과 밖을 넘나들며 해준이 느끼는 호기심과 감정을 한 번에 전달한다. 박찬욱 감독이 아니라면 그런 섬세하고 디테일한 연출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영화에는 다른 어떤 인물보다 서래라는 인물이 눈에 띈다. 영화에서 가장 늦게 진심을 드러내는 캐릭터이고, 가장 많이 의심당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 서래 역을 맡은 배우 탕웨이는 꼼꼼하게 그의 감정을 모두 표현해낸다. 그가 해준의 사랑을 확인하고 좋아하는 모습과 그 사랑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그의 연기에서 볼 수 있다. 해준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은 의심스러운 용의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혼란스러워하고 그것에 다가갈 수도 없고 물러서지도 못하는 캐릭터를 잘 담아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아름다운 사랑 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줄었다. 대신에 천천히 두 인물이 가지게 되는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다. 그들이 엇갈리는 과정과 느끼는 감정이 아름다운 화면에 표현되면서 과거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에 비해서는 조금은 더 이해하기 쉬운 영화로 보인다.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이 영화는 두 인물의 사랑에 대한 영화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겪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시차가 무척 아름답게 그려져 있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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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기 혼란을 담은 아름다운 영화
개봉 전 시사회에서 먼저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어떤 소녀가 자신의 친구가 좋아하는 소년에게 먼저 다가가 자신의 친구와 만나보지 않겠냐고 묻는다. 거리낌 없이 소년에게 다가간 소녀는 자신의 친구를 불러보지만 친구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소년은 그런 소녀의 행동이 귀엽다. 그리고 소녀의 친구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이 소녀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싶어서 핑곗거리로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녀는 정말 자신의 친구가 그 소년을 좋아한다며 다시 발길을 돌려 왔던 길을 돌아간다. 그 모습을 본 소년은 소녀를 쫓아가며 계속 대화를 나눈다. 이 장면은 영화 <남색대문>의 한 장면이다.
영화 <남색대문>은 고등학생 멍커로우(계륜미)와 장시하오(진백림) 그리고 멍커로우의 친구 린위에전(양우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에서 대화를 나누던 소녀와 소년은 멍커로우와 장시하오다. 린위에전이 장시하오를 좋아하지만 미처 용기를 내지 못하고 친구인 멍커로우에게 대신 부탁을 한다. 하지만 친구를 통해서도 린위에전은 차마 장시하오 앞에 나타나지 못한다. 심지어 연애편지를 쓴 후 보내는 사람의 이름에 멍커로우를 쓰고 그 편지의 전달까지 부탁한다. 그렇게 전달된 편지로 인해 장시하오는 멍커로우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굳히고, 멍커로우는 그가 불편하다.
청소년기의 첫사랑,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는 영화 <남색대문>
청소년 시기인 그들은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은 모두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큰 확신이 없는 상태다. 그저 기분 좋은 상상처럼 미래의 모습을 생각한다. 영화 초반 린위에전이 눈을 감고 미래의 자신과 남편을 상상하는 장면을 보면 그가 그리는 삶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된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면서도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지는 못한다. 장시하오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만이 그리는 미래가 있지만 그것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멍커로우는 아예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지 알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는 눈을 감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은 그 시기가 되면 자신을 알아가기보다 좋아하는 상대방을 더 집중해서 본다. 친구들을 보고, 좋아하는 이성이 생긴다면 그들에게 집중하며 그들에게 맞추며 살아간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한 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못한다. 이 시기에 자신이 가진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성인기를 맞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마음이 수시로 변하고 감정적인 절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과 상대방에 대한 원망을 같이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피하고 부정하려 애쓰기도 한다.
<남색대문>의 멍커로우는 사실 가장 친한 친구인 린위에전을 좋아한다. 하지만 린위에전이 장시하오를 좋아하기 때문에 최대한 그를 돕기 위해 장시하오와 만남을 가지게 된다. 멍커로우는 영화 속에서 계속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억누르려고 노력한다. 어딘가에 자신은 남자를 좋아해야 한다고 쓰거나 장시하오와 진지하게 만나보려고 시도를 해본다. 사실 그의 정체성이 정말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성을 좋아하지만 그럴만한 남자를 만나지 못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것을 알기 위해 멍커로우가 택하는 것은 실제로 해당되는 대상과 행동을 해보는 것이다. 그 실행 이후 멍커로우가 어떤 생각을 하고 결정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건 온전히 앞으로 삶을 걸어 올라가야 할 그 자신의 몫이다.
멍커로우의 고민이 표출되는 순간
맨 처음 이야기했던 소녀와 소년, 즉 멍커로우와 장시하오의 대화를 보면 멍커로우는 계속 자신의 친구인 린위에전을 만나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실체는 그들 앞에 보이지 않는다. 멍커로우는 단지 그 보이지 않는 존재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다. 그때 린웨이전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의 사랑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멍커로우는 현재의 자신도 잘 보이지 않고 미래의 자신의 모습도 보이지 않지만 자신이 좋아한다고 믿는 대상을 위해 대신 사랑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받아주는 장시하오는 그 실체를 확인하려는 인물이다. 몇 번의 만남에도 린위에전을 실제로 보지 못한 그는 그것이 없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는 눈앞에 실재하는 멍커로우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한다. 멍커로우와 장시하오의 첫 만남 장면은 그들의 관계가 꼬여버린 첫 장면이기도 하지만 멍커로우의 보이지 않는 정체성과 고민이 처음 표출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멍커로우는 장시하오의 질문에 대부분 대답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는 장시하오의 모습은 마치 멍커로우의 내면이 던지는 질문처럼 그의 마음속에 계속 메아리친다. 그 물음은 결국 멍커로우의 대답을 이끌어내지만 그걸 말하고 있는 멍커로우 자신도 혼란스럽고, 그걸 듣고 있는 장시하오도 혼란스러워한다. 두 사람이 실제로 연인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그 시기에서 만큼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존재였다.
어쩌면 영화 속 세 인물이 모두 좋아한다는 그 감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는 순간이 많지 않다. 고민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그저 짧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아주 짧은 순간에 전달하지만 여기서 성공하는 고백은 없다. 오히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게 되고 그것은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특히 멍커로우의 1년 후, 3년 후, 5년 후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게 된다.
영화 <남색대문>은 여름을 지나는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 장시하오는 여름이 다 지났는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마치 청소년기를 지나는 동안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는 말로도 들린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도 무언가는 남는다. 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해 고민하는 동안 그 고민을 한 이들은 모두 한 걸음 성장해 있다. 멍커로우와 장시하오도 그들이 만나고 대화하고 상처 받으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당장 그들이 자신에 대해 다 알지 못했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 영화에 이루어지는 사랑은 없지만 긍정적으로 보게 되는 건 그런 확신이 따라오기 때문일 것이다.
대만의 여름 풍경이 가득한 영화
2002년에 만들어진 <남색대문>은 대만의 여름 풍경이 가득 담겼다. 조금은 바래 보이는 화면과 그때의 물건들과 도시의 모습은 아련한 느낌을 주어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두 남녀 주인공이 대만의 거리를 지날 때 보이는 풍경들은 더욱 대만이라는 도시를 아름답게 느끼게 한다. 여기에 피아노 반주와 함께 나오는 배경음악은 더욱 영화를 감성적으로 만든다.
멍커로우 역을 맡은 배우 계륜미는 이 영화로 첫 데뷔를 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굉장한 인기를 얻게 되었지만 데뷔작 <남색대문>에서의 연기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이후였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사랑을 위해 하기 싫은 일도 척척 해나가려 하는 멍커로우의 모습을 복합적인 감정으로 잘 담아냈다. 장시하오 역의 배우 진백림은 <티이페이에 눈이 내리면>, <기약 없는 만남> 같은 영화에 출연했고, 2016년에는 한중 합작 영화 <나쁜 놈은 죽는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멍커로우를 좋아해 자신 만의 노력을 하고 마음을 전달하는 따뜻한 장시하오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제목인 <남색대문>은 영화 속 장시하오가 남색대문 앞에 서있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멍커로우가 생각했던 그 모습은 어쩌면 영화 속 등장인물 모두가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라는 문을 열기 직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미래, 즉 그 남색대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갈 그들을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여러모로 따뜻함과 아련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여름 영화로 유명한 이 영화는 19년이 지난 이제서야 한국에서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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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IMAX 특별관 매진 행렬, <반지의 제왕> <다크나이트>에 비견되는 <듄: 파트 2>!
평론가 평도 높은 평가를 이루고 있는데요. SF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이번주 개봉예정작 시작합니다.
듄: 파트2
Dune: Part Two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모험, 드라마, SF | 미국, 캐나다 | 166분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콜먼, 레베카 퍼거슨 등
개봉: 2024.02.28.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황제의 모략으로 멸문한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와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사막으로 도망친다. 한편 반란군들의 기세가 높아질수록 불안해진 황제와 귀족 가문은 잔혹한 암살자 페이드 로타를 보내 반란군을 몰살하려 하는데…
CINE PICK!
시사회 이후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다크 나이트>와 비교되는 평을 받으며 팬들에게 새로운 SF 걸작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는 중인데요. 개봉 16일 전부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오펜하이머> 개봉 당시와 유사한 특별관 열풍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홍콩 | 102분
감독: 왕가위
출연: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
재개봉: 2024.02.28.
배급: (주)디스테이션
시놉시스
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CINE PICK!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봐도 놀랍도록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화 <중경삼림>은 재개봉 4회차에 접어들었는데요. 한국영화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왕가위 감독의 가장 대중적이고 가벼운 작품으로 꼽히는 영화입니다. 홍콩을 배경으로 이별과 만남을 퇴폐적이고도 탐미적으로 연출한 수작입니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FAQ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SF, 코미디 | 한국 | 91분
감독: 김다민
출연: 박나은, 박효주, 김희원, 김지훈
개봉: 2024.02.28.
배급: 판씨네마㈜
시놉시스
“왜 이렇게 살아야 해요?” 11살 동춘이가 질문했더니, “톡톡-.- 톡톡톡-.-…” 막걸리가 로또 당첨번호를 말해줬다?! 국영수는 기본! 창의과학, 태권도, 미술, 코딩까지 이렇게 바쁜데, 이젠 페르시아어도 배워야 한다니… 멍 때리기가 유일한 취미인 인생 권태기 11살 동춘이에게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막걸리가 말을 걸어온다. 이건 모스부호? 게다가 페르시아어라고? 인생이 궁금증 투성이인 동춘이에게 막걸리가 꼭 전하고 싶은 비밀은 뭘까?
CINE PICK!
경기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인생 권태기 11살 동춘이와 말하는 막걸리의 판타스틱한 우정과 모험을 그린 성장 드라마로 김다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박효주, 박나은, 김희원 등이 의기투합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4회차 전석 매진은 물론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브레드이발소: 셀럽 인 베이커리타운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한국 | 73분
감독: 정지환
출연: -
개봉: 2024.03.01.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천재 이발사 ‘브레드’와 사고뭉치 조수 ‘윌크’가 일하는 브레드이발소! 이들 앞에 베이커 리타운 셀럽들이 찾아온다 베이커리타운 최고의 아이돌 마카롱! No.1 걸그룹을 꿈꾸는 캔디즈, 베이커리타운 힙합계를 접수한 화려한 래퍼군단까지 초특급 빵스타들의 총출동! 다들 빵! 빵! 터질 준비는 됐겠지? 브레드이발소 셀럽 인 베이커리타운!
CINE PICK!
영화는 2019년 1월에 방영한 몬스터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으로 천재 이발사 브레드와 그 이발소 직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시트콤 작품입니다. 귀여운 캐릭터와 블랙코미디 요소가 들어가 있어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성인 부모까지 좋아하는 애니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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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삶이 착한 게 아니다?
착한 삶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믿는다면 <브레이킹 배드>를 볼 필요가 없다. 넷플릭스 -<브레이킹 배드>는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를 끄고, 자기 능력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도와줄지 고민하는 게 훨씬 낫다. 요즘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 중 몇몇은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었다. 남들을 잘 살게 도와주면서! 그 사람들의 이타심 덕에 나도 성장했다. 글쓰기의 본질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사람들처럼 되고 싶은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레이킹 배드>에는 그 사람들이 주지 못한 깨달음이 있다. 자신의 착한 삶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라는 깨달음이다. 드라마의 내용부터 그걸 일으키도록 의도했다.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은 가난한 고등학교 교사 월터 화이트(브라이언 크랜스턴)이다. 그는 가족을 위해 마약을 제조해 파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가족을 위한다는 목적은 분명 본받을 만하다. 하지만 불법적인 일로 그 목적을 이루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보면, 어느새 월터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월터의 범행을 막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발전된다. 특히 월터의 아내 스카일러(안나 건)를 보면서 이걸 많이 느꼈다. 그의 행적을 두루뭉술하게 넘기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남편이 하는 일은 범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 그녀의 집요한 질문이 거슬리는 때가 찾아온다. 심지어 그녀는 임신 중이었음에도 담배(!)를 남편 몰래 피우기까지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월터처럼 행동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브레이킹 배드>의 매력은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로부터 나온다. 선행과 악행의 불분명한 경계선. 그 딜레마를 <브레이킹 배드>는 마약 범죄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접목시켰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볼 때도 똑같은 딜레마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는 프랜시스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클레어 언더우드(로빈 라이트) 부부에게만 이런 딜레마가 나타났을 뿐이다. 덕분에 주변의 선한 인물들에게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브레이킹 배드>는 등장인물 거의 전부에게 이런 딜레마가 드러난다.
서론에서도 이야기했다. 자신의 선한 삶을 세상이 알아줄 거라 생각한다면 <브레이킹 배드>는 안 어울린다. 솔직히 볼 필요가 없다. 그들은 알아서 자신의 삶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제공하려 블로그, 유튜브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이러지 않았기에 <브레이킹 배드>를 재밌게 보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브레이킹 배드>는 나한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드라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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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종말에 대처하는 지구인들의 다양한 자세!
돈 룩 업은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에요.
현실에서 벌어질만한 상황을 계속 보여주죠.
특히 과학자들의 의견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부터 대중들도 정치인들도 종말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그저 정치적인 싸움만 하게 됩니다.
꽤 신랄하게 이런 사회적인 이슈를 지적하고 있어요.
블랙코미디이지만 꽤 심각하고 무서운 영화가 될 수도 있겠네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제 Rabbitgumi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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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놈2 vs 듄 흥행예측!! 과연 어떤 영화가 흥행할까? 토론 배틀(feat.댓글 이벤트)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10월 초대형 기대작 베놈2와 듄이 개봉을 앞두고있습니다. 씨네랩과 씨네마사지가 만나 어느 영화가 흥행할것인지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벤트 알림 10월 20일까지 어느 영화가 흥행할지 댓글로 달아주시면(각 영화 개봉 후 1주차 국내 관객수) 정답을 맞추신 분들중 추첨하여 '프리미엄 영화관람권 2매'를 보내드립니다!! 많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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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라이> 30초 예고편
불미스러운 일로 고향을 떠났던 '에런'은 친구 '루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루크' 유가족의 요청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에런'은 여자친구였던 '엘리'의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묻혀있던 두 개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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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윙스 오버 에베레스트> 메인 예고편
에베레스트 악명 높은 죽음의 구간 '데드존'에 기밀문서를 실은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최고의 산악 구조대 팀인 '윙스'는 자신들을 인도 정부 관료라고 소개한 인물들에게
문서의 추락 지점까지 안내해달라는 수상한 의뢰를 받게 되고, 그들과 함께 위험한 등정을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