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3-24 23:56:57
우연이 우리를 청춘에 데려다줄 거야
영화 <스윙걸즈> 리뷰
SYNOPSIS.
“빅밴드 재즈? 그게 뭐하는 건데?”
지루한 보충수업을 째고 싶었을 뿐, 토모코(색소폰)
야구부 선배에게 홀딱 반했을 뿐, 요시에(트럼펫)
남들보다 폐활량이 뛰어났을 뿐, 세키구치(트럼본)
어쩌다 친구 따라왔을 뿐, 나오미(드럼)
심벌즈가 적성에 안 맞았을 뿐, 나카무라(피아노)
짝사랑하는 재즈 덕후일 뿐, 수학 선생님(지휘)
대단한 이유 없음! 눈부신 재능 없음! 거창한 목표 없음!
그래서 우린 스윙한다♬ 그 누구보다 재미있게♬
POINT.
✔️ 우에노 주리가 실제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촬영한 영화. 조금 엉뚱하고 풋풋한 매력이 빛납니다.
✔️ 그러나 배역 준비는 풋풋하지 않음. 실제로 배우들이 악기를 배워서 연기했다고 해요.
✔️ 교복 입고 무언가에 열정을 불태우는 청춘 영화... 안 좋아하는 법 아시는 분?
✔️ <워터 보이즈>로도 사랑받은 야구치 시노부 감독 작품입니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해맑게 나와서 각자의 청춘을 향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사실 이렇게 말한다는 자체가 특정 시대 콘텐츠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다. 요즘 교복 입은 애들은 해맑게 청춘 타령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괴생명체랑 싸우고, 좀비 바이러스 퍼진 학교에 고립되고, 성매매에 연루되고, 온갖 폭력에 맞서고, 기껏 공부 좀 해보려는 애도 타고난 재능이 싸움이고 뭐 그렇다... 다시 말해 학원물 또한 액션물과 장르물의 파도를 타는 시대다. 갖은 욕망들이 드글드글 서로의 머리채를 잡는 빨간 맛 드라마가 각광 받는 시대. 다이나믹한 스토리에 강한 K-콘텐츠 특성이기도 하고, 다이나믹한 현실을 노련하게 담아낸 창작물이라는 뜻도 되겠지만, 유순하고 말간 학원물이 이따금 그리울 때가 있다.

청춘 영화가 좋은 이유
콘텐츠조차 숨가쁘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맹한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영화는 그냥 그 자체로 귀엽다. 특히나 <스윙 걸즈>는 2004년에 개봉한 영화다. (한국에서는 2006년 개봉했다.) 불과 20년 전이지만 분명 다른 시대 정신이 그 안에 분명 있다. 그 시절 시골에는... 정말 <스윙 걸즈> 같은 느낌의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모두가 그저 타성에 젖어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교 풍경, 여름 방학 보충 수업이라고 그 타성조차 늘어진 날들. 학교에서 덥다는 생각으로 교복 깃을 풀풀 흔들며 매미 소리나 듣고 있던 기억이 내게도 있다. 그래서 외국 영화임에도 <스윙 걸즈>의 풍경이 아주 낯설지는 않다.
그다지 치열하지 않아도 되는 (관념 속의) 학교와 교복, 지방의 작은 열차를 타고 다니는 푸릇푸릇한 (관념 속의) 시골 풍경, 바쁘기보다는 무료할 정도로 단조로운 날들, 거기에 반짝 빛을 더해주는 친구들과의 시간, 집 전화로 서로를 부르던 시절의 감각, (역시나 관념 그 자체인) 여름 쓰르라미 소리, 기분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음악까지... 이 영화는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영화다.

동양권 청춘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이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청춘의 파릇파릇 예쁜 면을 가득 보여주고, 조금씩 배경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한국-일본-대만 정도의 권역에서는 무리 없이 그 감성을 고스란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나라 애들은 수능 말고 무슨 시험을 보는지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청춘의 표면만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20여년 전 일본 영화, 10여년 전 대만 영화 등 이런 "청춘물"이 우수수 쏟아지던 시절을 한 번 훑고 나면 그건 시대의 기억이 된다. 실제로 이 영화를 나도 중학교 땐가 고등학교 땐가 봐서, 내 청춘의 기억과 중첩되어 더욱 푸릇푸릇하게 느껴진다. 나이 들면서 좋은 점 중에는 이렇게 기억의 중첩으로 감각이 더 진하게 우러난다는 점도 있구나.
나이 들어 좋은 점은 하나 더 있다. 그 시절 '언니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보였던 <스윙 걸즈>는, 얼추 두 배의 나이가 되어서 보니 마냥 귀엽기만 하다. 기껏 정 붙은 악기를 내어주고 자리를 비켜 주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나, 친한 친구여도 옆자리 친구와 기묘하게 경쟁하게 되는 마음, 꿈 같던 여름이 끝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묘하게 어색해진 친구와의 거리감 같은 것들이 죄다 귀엽다. 그 시절에 가장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임을 알기 때문이다. 바쁜 일이나 정해진 일정 같은 것들에 얽매이는 삶을 아직 시작하기 전, 그 시기 특유의 감각.

우연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무료하리만큼 고요한 날들도, 그 시절의 청춘도 모두 아름답지만... 오랜만에 본 이 영화가 옛날과 달리 마음에 남긴 것은 또 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되는 것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하는 질문이다. 여름에 우연히 손에 쥔 관악기들이 아이들을 전혀 다른 겨울로 데려갔듯이, 우연한 시작은 우리를 생각지도 못한 길에 데려다 놓는다. 그런 마법은 어릴 때만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언제든 새로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비록 시작이 마법 같다고 그 여정이 즐겁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악기를 갖고 준비를 하기 위해 나름대로 들인 시간과 공이 있었듯,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은 언제나 지난하고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씩 해냈을 때의 즐거움도 있으니까. 이 아이들처럼, 그렇게 그 길을 가게 된다.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과 함께 은은한 유머 감각이 빛나는 장면이나, 모로 가든 어찌됐든 문제가 얼렁뚱땅 해결되는 뻔뻔한(positive) 전개, 타카하시 잇세이나 키노 하나, 에구치 노리코(악기점 점원이었다!) 같은 배우들의 한껏 젊은 시절을 보는 일, 뭐 그런 것도 즐겁긴 했지만... 이 영화가 가장 산뜻하게 즐거웠던 이유는 역시 그 우연한 시작을 정말로 무언가 '되게' 만드는 여정을 담았다는 지점이 아닐까.
우연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몰라도, 그 길을 박수 짝짝 치며 친구들과 즐겁게 걷다 보면 우린 어딘가에 다다른다. 그 지점은 청춘 영화에서 계속 본 그 싱그러움을 닮아 있다. 어쩌면 청춘의 외피를 더덕더덕 붙여 바른 것처럼 느껴지는 이 영화는, 그 속살을 따라갈 때 가장 싱그러운 청춘에 도달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치면 청춘은 나이의 개념이라기보다, 마음의 상태에 더 가까운 개념인지도. 고등학생 귀엽고 나이 들어 좋은 점이 있다고 글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싱그러운 자리의 빛에 가슴이 뛰고 있으니까.

그러니 오늘도 좋아하는 걸 마음껏 좋아하고, 그 길이 우리를 어떤 싱그러운 자리로 데려다 주는지 기쁘게 바라보자. 잘하든 못하든, 기회가 있든 없든. 우연이 우리를 청춘에 데려다줄 테니까.
Relative contents
-
- 비상선언 (2022)
* <비상선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비상선언 (2022)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장르: 재난, 스릴러, 드라마
상영시간: 140분
개봉일: 2022.08.03
전대미문의 항공 테러 사건, 상공에서의 처절한 생존기
하와이 호놀룰루로 향하는 비행기. 모든 승객들이 한껏 들뜬 채 비행기에 오른 가운데 공항에서부터 꺼림칙한 행색을 보였던 ‘진석(임시완)’도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다. 그는 하루 전날 인터넷에 비행기 테러를 예고했던 인물로 천식 예방 도구에 바이러스를 가져와 여객기 안 화장실에 살포한다. 곧바로 화장실에 들어간 남성 승객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대량 출혈을 일으킨 뒤 사망하고, ‘재혁(이병헌)’에 의해 범인임이 밝혀진 ‘진석’은 승객들과 몸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비행기 전체에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항공기 테러 소식을 접한 강력계 형사 ‘인호(송강호)’는 테러범 ‘진석’의 행적을 좇고, 국토부장관 ‘숙희(전도연)’는 무사 착륙을 위해 대책 회의를 소집한다. 수포와 발열을 동반한 감염병은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고, 사망자의 숫자가 늘자 승객들은 패닉에 빠진다. 바이러스에 모두가 잡아 먹히기 전 무사히 착륙해야 한다는 목표와 함께 모두의 처절한 생존기가 펼쳐진다.
긴장과 몰입으로 채운 전반부, 그리고 임시완
국내 최초의 항공 재난 액션 영화 <비상선언>은 항공 테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과정이 담긴 전반부, 그리고 생존과 착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후반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두 파트는 단순히 내용상의 측면에서 나뉘는 것만이 아니라 관객의 평가를 극명히 갈리게 할 정도로 다른 방향성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재난 상황이 불어 닥치기 이전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초반부의 흡입력은 굉장하다. 점층적으로 떡밥을 던지며 테러범이 누구일지 의심하게 만드는 기존의 문법을 비틀고 처음부터 ‘진석(임시완)’이 항공 테러를 저지를 것을 암시하며 관객의 시선을 오로지 테러범에게 집중시킨다. 다른 영화 같았으면 한 시간 정도는 질질 끌었을 이야기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전개하기 때문에 중반부까지의 속도감 있는 전개는 테러 상황의 스릴을 배가시키고, 혼돈에 빠진 승객들의 공포심에 관객이 제대로 이입하게 만든다. 극 초반을 거의 홀로 이끈다고 봐도 무방한 ‘임시완’의 소름끼치는 연기력은 함께 출연한 대선배들의 위엄을 압도하는 수준이며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까지 묘사해 낼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최악의 빌런을 연기했다. 초반부의 호흡을 후반부까지 이끌어갔다면 영화에 대한 평가가 혹평 일색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엔 클리셰, 혹은 그보다 더한
<비상선언>은 부기장 ‘현수(김남길)’가 미국에서 회항을 하게 되는 중후반부터 한국 영화의 과거로 회귀하는 패착을 저지른다. 종전까지 보여주었던 긴장감과 훌륭한 완급조절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두통을 부르는 신파와 억지스러운 전개 때문에 마치 전반부와 다른 영화를 보는 것 같을 정도로 분위기가 뒤바뀐다. 테러 상황이 펼쳐지기 전까지는 신선한 연출과 핸드헬드 기법을 통한 스펙터클한 액션 묘사로 충분한 재미를 선사했지만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는 한국 재난 액션 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계승한 후반부는 결국 조악한 결말로 이어진다. 테러범이 초반부에 큰 임팩트를 남기고 일찍 퇴장해버린 바람에 기내에서 더 강렬한 시퀀스를 만들어 내기 버거워진 영화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극적인 상황과 감정적인 캐릭터들의 행동을 적극 활용한다. 반전이랍시고 항공기의 착륙이 세 번씩이나 거부당하는 전개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억지스러운 상황들을 동반했고, 바이러스 백신을 증명하고자 스스로를 희생하는 ‘인호(송강호)’의 행동은 감동보다 경악에 가까웠다. 별다른 서사도 없었던 승객들의 영상 통화를 연달아 보여준 결말부는 극에 달한 신파로 관객을 힘들게 할 정도다.
위험할 정도로 심취된 메시지 전파
생존자와 그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슬픔, 목숨을 건 상황에서의 이타심과 이기심의 대립,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구원자의 존재는 뻔한 장치일 지라도 웬만한 재난 영화에서는 꼭 등장하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하고 감상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한재림’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념 설파에 심취한 듯 ‘대’를 향한 ‘소’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위험한 메시지를 전하는데 후반 30분을 할애한다. 항공기가 한국에 착륙하기 직전, 국민들은 감염병 확산 위험을 이유로 착륙 반대 시위를 벌인다. 이는 우리가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몸소 체험한 감정이기도 하고, 생존권을 둔 치열한 찬반양론은 현실에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고증이 잘 된 장면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혐오로 물든 사회를 소수의 완전한 희생으로 해결하려는 듯한 감독의 생각은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감독은 극중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리지 말자는 결정을 ‘재혁(이병헌)’의 딸, 즉 약자인 아이의 입을 통해 말한다. 과연 이 아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병을 퍼뜨리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죽음을 택했다고 볼 수 있을까. 초등학생인 재혁의 딸은 아직 주체성이 뚜렷하지 않고, 이미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반 친구들에게 혐오의 시선을 받아본 적이 있는 아이다. 이번에는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에게 혐오와 질타를 받고 있으니 그로 인한 압박감과 불안으로 인해 원치 않음에도 ‘희생’이라는 선택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감동은 커녕 불쾌감만 유발했고 휴머니즘을 이런 식으로 포장하는 감독의 태도에 순간 상영관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이 영화가 메시지를 전하는데 심취했다는 표현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하와이행 비행기에 굳이 보호자 없이 여행을 떠나는 교복 입은 학생들을 태운 것은 노골적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연상시키며 한국 항공기의 착륙을 막고 대형 테러의 피해자들을 격추시키려는 국가로 일본을 정한 것 또한 의도가 다분한 설정이다.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코로나 팬데믹’ 등 2000년대에 우리가 겪어온 모든 비극부터 현재의 국제 정세까지 흥행의 소재가 될 법한 것들을 모두 끌어왔고, 관객 계몽이라는 목적에 더 충실해 버리자 결국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해 버렸다.
제기능 못한 "비상선언"
영화 초입에 ‘비상선언’의 정의를 스크립트로 띄우며 해당 용어가 극중 중요하게 쓰일 것이라는 암시를 한다. 하지만 정작 극중 등장하는 부기장의 ‘비상선언’은 시스템으로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오로지 우연 혹은 개인의 선택에 의해 문제들이 해결되고, 이러한 흐름은 결말까지 이어진다. 결국 ‘비상선언’은 중반부터 경로를 완전히 이탈해 버린 작품 자체에 대한 ‘비상선언’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외계+인>에 이어 또 한 번 한국 텐트폴 영화에 큰 실망감을 느낀다.
-
- 영화 폴아웃(The Fallout, 2021) 리뷰
영화 <폴아웃(The fallout)이다.
메건 파크 감독의 2021년작 작품이며, 넷플릭스 드라마의 웬즈데이로 각광받았던 제나 오르테가와 매디 지글러 주연의 영화이다. 국내 OTT로는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 더 폴아웃(The Fallout)/ 줄거리
"고교 총기난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소녀들과 소년들의 이야기"
주인공 베이다는 첫 월경이 시작된 동생과 연락하기 위해 수업 중 화장실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교내 인기스타이자 인플루언서인 미아를 만나게 된다.
내심 동경하던 대상을 만난 베이다는 그녀에게 말을 건다.
하지만 복도에서 울린 한발의 총성에 둘은 대화는 멎는다.
곧이어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퍼지고, 베이다는 미아의 손을 잡고 화장실 칸에 숨는다.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두 주인공은 입을 틀어막고 두려워 하지만, 다행히도 총기난사범은 아니었다.
다행이란 말이 무색한 피해자의 형이었다.
동생을 잃고 온통 피투성이가 된 퀸튼과 베이다, 미아 셋은 화장실 한 칸을 공유하며 숨죽인다.
피할 수 없는 운명
영화의 도입부는 일반적인 청소년 영화와 같게 시작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오케스트라 같은 비명소리와 총성이 울려퍼진다. 속수무책의 난사와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겹쳐진다. 운 좋게 도망친 학생들과 그러지 못한 학생들로 나뉘어진다.
영화 초반부터 강렬하게 관객들을 끌어들인 교내 총기난사.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사실은 이미 예고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총기 소지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와 뉴스는 끊임없이 나오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은 없다.
총기 소지가 가능 국가에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가혹하다고 느끼겠지만, 현실이다.
가장 유명한 교내 총기난사 사건은 아마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일 것이다.
1999년 4월 20일에 일어난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로도 수많은 총기사고들이 있었다.
2021년도 이후 언론에 등장한 학내 총기난사 사건은 대략 10번으로 꾸준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고교 총기난사 사건은 얼마 전 2025년 1월 22일에 일어나, 범인 포함 2명이 세상을 떠났다.
사건 발생, 혼란 그리고 치유
사건 발생으로 같은 아픔, 공포를 공유한 주인공들은 따로 그리고 함께 경험한 충격을 회복해나간다.
외로움을 채우고 사랑을 채우며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 안고 치유한다. 하지만 쉽게 안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한창 혼란스러운 아이들은 회복 과정에서도 상처를 받는다. 점차 스며들듯 일상으로의 한걸음과 뒷걸음질을 반복한다.
영화 <폴아웃>은 총기난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그 안에서 웃음 포인트들도 많은 유쾌하고, 간질거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건 발생 이후 꾸준히 미아와 연락하는 베이다. 그 옆에서 sns에 업로드할 영상을 찍는 동생.
청소년들의 sns 중독과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는 Drugs 등 너무 당연하게 넘어가서 물 흐르는대로 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맞닥뜨린 환경들을 보여줘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을 자아냈다.
비슷한 류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인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라는 애니메이션도 있다. 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애니메이션이니 꼭 함께 시청해보길 바란다.
사진 출처 TMDb
-
- 또다른 SF 소설로 돌아오는 드니 빌뇌브
최근,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SF 영화 <듄>을 통해 국내 역주행의 신화를 쓴 '드니 빌뇌브' 감독이 또 다른 SF 작품의 메가폰을 잡게 되었습니다.
<듄>이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전 세계 3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였기에, 워너 브라더스사는 <듄 2>를 2023년 10월 20일에 개봉할 예정이라 밝힘과 동시에 '드니 빌뇌브' 감독이 후속편도 연출하게 될 것이라 전했는데요. 개봉까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만큼,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전 인터뷰를 통해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듄>이 SF 대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며, 이미 캐스팅 및 기타 다른 부분의 구상을 끝내놓은 상태이기에 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는데요.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좋은 소식을 알리며, 전 세계 영화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아서 C. 클라크'가 1973년 발표한 장편 SF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가 될 예정인데요. 앞서, 원작에 대한 판권을 '알콘 엔터테인먼트'가 따내며 영화화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알콘 엔터테인먼트'는 <블레이드 러너>의 판권을 가진 제작사로 '드니 빌뇌브' 감독과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는 제작사인 만큼,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라마와의 랑데부](원제: Rendezvous With Rama)는 1973년 처음 출판된 소설로, 2130년대를 배경으로, 태양계에 진입하는 초대형 외계 우주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라마'라고 이름 붙여진 우주선의 내부를 조사하는 인간 탐험가들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는 세밀하고 장엄하며 경이롭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출간 당시, 휴고상, 네뷸러상, 캠벨상, 로커스상을 비롯해, 주피터상, 영국과학소설협회상 등 SF 분야의 상을 휩쓴 최고의 고전이기도 합니다.
'아서 C. 클라크' 작가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SF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원작 작가로도 유명한데요. '드니 빌뇌브' 감독이 꾸준히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꼽아온 만큼, 아서 클라크의 도 다른 걸작의 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부분입니다.
현재, 요 네스뵈의 소설 <아들>을 원작으로 한 HBO 시리즈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 영화를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왕실을 포기한 그녀가 되찾은 '이것'
-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하는 영화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배우가 그 인물을 얼마나 잘 재현해내는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외모는 물론, 말투, 표정, 의상, 걸음걸이까지, 익숙한 배우의 외형에서 실제 인물의 특징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기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외형적 유사성을 먼저 따져본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대보단 우려가 앞섰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현장 사진을 보았지만, '왕세자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어딘지 모르게 잘못 끼워 맞춘 퍼즐 같았습니다.하지만 이는 올해 들어 했던 걱정 중에 단연코 가장 부질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누구도 크리스틴 스튜어트보다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여정 위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완벽하게 연기해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영화 <스펜서>에서 만난 크리스틴 스튜어트 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소개합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3월 11일(금)에 진행된 <스펜서> 시사회에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스펜서>는 2022년 3월 16일 국내 개봉했습니다.스펜서Spencer절망스러운 듯 고개를 파묻은 '다이애나'의 모습과 화려하고 아름다운 순백의 드레스가 모종의 대비를 이루는 압도적인 포스터는 개봉 전부터 소셜 미디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이 장면은 왕실의 식사 자리를 박차고 나온 '다이애나'가 화장실에서 속을 게워내는 모습이죠. <스펜서>는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 스펜서'가 왕실 가족들과 별장에 모여 보내는 크리스마스 연휴 3일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가족들과 보내는 연휴는 편안해야 마땅하지만, 안타깝게도 왕실의 연휴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연휴를 보내기 위해 별장에 도착하면 우선 모든 왕실 사람들은 몸무게를 재야 합니다. 불어난 몸무게로 연휴를 즐겁게 보냈는지를 판가름하는 것이 왕실의 전통이거든요. 마음대로 창밖을 볼 수도 없습니다. 사진 한 장 건지기 위해 별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파파라치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죠. '다이애나'는 창밖을 보며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려 하지만, 수행인은 윗선의 지시에 따라 별장의 커튼을 박음질해버리고 맙니다. 음식 하나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옷 하나도 마음대로 입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휴일을 불편해하는 것은 오직 '다이애나'뿐이죠.갑갑함을 느끼는 '다이애나'는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왕실 생활에 대한 속내를 진솔하게 드러냅니다.There’s the past, the present, future.세상엔 과거, 현재, 미래가 있어.Well here, there is only one tense.여긴, 오직 하나의 시제뿐이야.There is no future.미래가 없어.Past and the present are the same thing.과거와 현재는 곧 같은 것이지.'다이애나'의 말처럼 왕실의 현재는 곧 왕실의 과거입니다. 재미로 시작한 과거의 행동(몸무게 재기)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현재의 관습으로 남는 곳이 바로 영국의 왕실이죠. 몸무게 재기 전통은 왕실이 실체가 없는 의례만을 따르는 곳임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영화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는 왕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왕실의 의례에 거부감을 느끼는 '다이애나'의 심정만을 착실히 뒤쫓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단 3일의 시간만을 다루면서도, 관객이 '다이애나'가 왕세자비로서 겪었을 그동안의 고통을 제대로 통감하도록 장치하죠.⊙ ⊙ ⊙<스펜서>에는 두 명의 왕세자비가 등장합니다. '다이애나'와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였던 '앤 불린'입니다. '앤 불린'은 '다이애나'가 동질감을 느끼는 과거의 인물입니다. 왕실에서 버려져 결국 사형에 처해진 비극의 왕비죠. 둘은 남편인 왕세자가 외도를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이애나는 왕세자의 불륜을 묵인하는 왕실 사람들 사이에서 자꾸만 그녀의 환영을 목격합니다.왕실에서는 과거가 곧 현재인 만큼, '다이애나'도 자신이 '앤 불린'이 될까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앤 불린'의 환영은 오히려 '다이애나'가 과거의 전통만을 따르는 왕실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다이애나'는 '앤 불린'의 환영에서 그녀를 옥죄는 왕실의 전통, 의례, 거짓, 그리고 이로 인한 정체성 상실에서 벗어나라는 무언의 외침을 듣습니다. 결국, 그녀는 왕세자가 선물한 진주 목걸이를 끊어버림으로써 왕실에서의 탈출을 결심합니다. 진주 목걸이는 왕세자가 '다이애나'와 그의 내연녀에게 동시에 선물한, 왕실의 부정을 상징하는 물건이었죠.왕실로부터 버려지는 대신 왕실을 직접 벗어나는 것을 택한 '다이애나'. 그녀는 하기 싫은 꿩 사냥에 억지로 나선 아이들을 데리고 별장을 나섭니다. 그들이 탄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마이크 루더포드와 크리스토퍼 닐의 'All I need Is A Miracle'. 그녀에게 기적이란 참으로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죠.현재가 없던 왕실에서 스스로 현실을 개척한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이름 '스펜서'를 되찾습니다.⊙ ⊙ ⊙이 작품은 제목 자체가 그러하듯 오직 '다이애나 스펜서'에게만 주목하는 영화입니다. '다이애나'의 감정 변화만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죠. 흔치 않은 여성 원톱 영화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주인공으로서 해내야 할 몫을 착실히 해냈습니다.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털털하고 반항적인 이미지는 왕실의 규율 안에서 위태롭게 버텨내는 '다이애나 스펜서'를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미국 출신인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영국의 왕세자비를 연기하기 위해 입 모양을 아예 바꾸고, 악센트 코치와 발음을 연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습관과 소통 방식을 익혀 완전히 그녀 자신이 되려고 노력했다고도 밝혔고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접하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그녀의 색다른 모습을 느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 ⊙덧붙여, 이 영화는 포스터만큼이나 훌륭한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찍은 클레르 마통 촬영감독이 필름으로 찍은 영상은 관객이 1990년대에 무사히 안착하도록 돕죠.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마치 매 컷이 완성도 있는 사진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답니다.극 중에서 '다이애나'는 천 년 뒤에 자신이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해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녀의 삶을 비극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되찾은 지 고작 1년 만에 파파라치를 피하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영화는 그녀의 삶을 '비극으로 끝난 다이애나 스펜서'가 아닌 '비극에서 벗어난 다이애나 스펜서'로 기록합니다. 다이애나 스펜서의 이야기를 다룬 여러 작품 가운데 이 영화가 특히 돋보이는 이유입니다.Summary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새로운 이야기 (출처: 씨네21)Cast감독: 파블로 라라인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
-
- 어른스러운 꿈
영화 <유니콘 스토어>(2017)는 2019년 4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으로, 배우 브리 라슨의 감독 데뷔작이다. 2017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캡틴 마블>(2019)이 개봉한 뒤 넷플릭스 공개가 결정되기까지 <유니콘 스토어>는 마치 벽장 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이 엉뚱하지만 기발하고 동시에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영화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분명 믿을 거라 생각해 꺼내보기로 한다.
어릴 적 꿈을 포기하고 재능과 상관없는 일을 하는 주인공에게 어느 날 날아든 초대장.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다'는 초대장의 내용에 이끌린 주인공의 눈앞에 펼쳐진 건 형형색색의 복장을 한 미스터리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유니콘을 파는 가게'. 여기까지만 읽자면 이렇게 짐작할 수 있다. 꿈을 잊고 살던 주인공에게 문득 찾아온 터무니없는 판타지 같은 일이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주인공은 회사를 뛰쳐나가 자기 꿈을 펼친다. 이 짐작은 영화에 대해 대략 절반은 들어맞지만, <유니콘 스토어>는 꿈에 관하여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다.
목표가 있고 거기에 대한 확신이 있어도 우리는 항상 그걸 이루지는 못한다. 꿈은 좌절될 수도 있다는 얘기. 다만 <유니콘 스토어>는 좀 더 작은 것을 들여다본다. 유년의 꿈. 유년의 판타지. '키트'는 반려동물 대신 곰인형을 안고 자랐고, 자신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친구'들에게 말을 걸며 자랐다. 그 친구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을 지켜주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가끔은 비밀을 들어주기도 했던 그 유니콘.
사무엘 L. 잭슨이 연기한 '세일즈맨'은 '키트'(브리 라슨)에게 유니콘을 키우기 위한 여러 조건과 관문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유니콘이 살 만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키트'의 마음이 진심인지에 대한 확신을 요구한다. '세일즈맨'의 역할은 마치 "착한 사람 눈에만 보여요"라고 말하듯 꿈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시험하는 캐릭터처럼 다가온다. 와중에 '키트'는 파트타임으로 취직한 진공청소기 회사의 업무들과, '유니콘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여러 재료들과 비용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신이 진짜로 꿈꾸는 것,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돌이킨다.
특기할 만한 점이라면 영화의 조연으로 출연하는 사만다 맥킨타이어가 각본을 썼고 단역으로 출연하는 알렉스 그린왈드가 음악을 작곡했다는 것. 브리 라슨은 이미 2012년경 이 영화의 주인공 '키트' 역에 출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는 다른 감독이 연출할 예정이었고, 시간이 지나 브리 라슨의 작품이 된다.) 영화 오프닝에 삽입된 홈비디오 풋티지는 브리 라슨의 실제 유아 시절의 영상 자료를 활용한 것이다.
감독 데뷔작임을 감안해도 아주 잘 만든 영화라 확언하긴 어렵겠다. 그러나 쉽게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는 영화라는 점은 말할 수 있겠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러면서도 '진짜 유니콘이 있을까'를 궁금하게 만드는, 그러면서도 '내게도 저런 꿈이 있었지' 생각하게 만드는. 탁월한 연출력은 아닐지라도 주연과 연출을 겸한 브리 라슨은 <유니콘 스토어>로 자신이 카메라 뒤에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을 능히 증명한다.
<유니콘 스토어>는 브리 라슨의 자전이 담겨 있는 영화라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나의 (지난) 꿈을 당신에게 줄게요." 브리 라슨이 '캡틴 마블'을 통해 수많은 유년들의 히어로가 되었음을 생각하면, <유니콘 스토어>가 꿈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도 이어질 수도 있음을 말하는 영화처럼 보인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요컨대 꿈을 떠나보내는 일도 꿈이 될 수 있음을 아는 영화. 조앤 쿠삭이 연기한 '키트'의 어머니의 "가장 어른스러운 일은 네가 아끼는 일에 실패하는 거야."라는 말이 영화가 끝나고도 귓전에 맴돈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나의 능력은 내면의 가능성이야
줄거리
신비한 마법이 흐르는 '엔칸토'에서 살아 움직이는 집인 '까시타'에 살고 있는 마드리갈 가족.
그들은 때가 되면 각자의 문을 열고 자신만의 능력을 받아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게 된다. '미라벨'은 유일하게 아무런 마법 능력도 가지지 못했지만, 마드리갈 가족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집의 막내인 '안토니오'의 마법 의식이 있는 날,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서 미라벨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집에 금이 가는 것을 발견한 미라벨은 분명 마법의 힘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질 않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고 믿고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데...
감상 포인트
1. 노래가 웬만한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 더 흥겹고 잘 어울린다.
2. 캐릭터 고유의 능력들이 어우러져 영상미가 폭발한다.
3. 코코에 이은 디즈니의 가족 애니메이션 명작.
감상평
"능력이 있든 없든 나도 다른 가족들처럼 특별하거든."
능력이 없어서 슬프겠다는 동네 꼬마의 말에 미라벨은 답한다. 자신은 여전히 특별한 존재이며, 가족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미라벨은 아무 능력이 없더라도 가족들이 의식을 준비하는 동안 혼자 놀 수 없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미라벨을 보고 할머니 아부엘라는 말한다.
"미라벨, 거들고 싶겠지만 오늘 밤은 완벽해야 한단다."
완벽하기 위해선 네가 빠져야 한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할머니에게, 미라벨은 차마 한 마디 반발조차 못하고 방으로 돌아간다. 나는 특별해, 나는 소중해, 계속 되뇌었지만 결국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다. 가족들에게 자신은 사진을 찍을 때 빠져도 티가 나지 않는, 그 정도 사람이었다.
영화 [엔칸토]는 마법의 가족이라는 소재로 믿음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날씨 조절, 치료, 힘, 식물, 소리, 변신, 동물. 모든 가족이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할머니인 아부엘라는 미라벨과 마찬가지로 어떤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부엘라에게 마법의 힘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이 모든 마법의 힘이 아부엘라에게서 왔다고 믿으니까. 아부엘라의 꺼지지 않는 촛불은 마법의 힘을 유지하는 기적과도 같으니까.
아부엘라는 눈앞에서 남편을 잃고 남은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기적의 마법이 시작되었다. 그녀가 마법을 유지하는 힘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까시타는 그런 아부엘라의 마음을 형상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허나 세월이 지나며 그녀는 가족을 위협하는 악이 가족 내부에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시작은 자신의 아들 브루노였다. 예지력을 가진 브루노가 미라벨의 의식 전에 까시타가 부서지는 미래를 보자, 아부엘라는 브루노와 미라벨이 가족들을 위험에 빠트린다고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는 브루노와 미라벨만큼 가족들을 위하고 생각했던 사람은 없었는데도.
누군가를 지킨다는 행위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증거는 될 수 있지만, 믿는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까시타에 금이 가고 부서지는 것이 먼저였고, 촛불이 꺼지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촛불이 꺼졌다는 것은 가족을 사랑하기에 그들을 지켰다고 믿은 아부엘라의 마음이 져버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까시타가 부서진 것은 아부엘라가 아니라 미라벨의 마음이 다쳤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비록 능력은 없어도 자신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미라벨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까시타가 무너진 것이다.
집은 지친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한다. 까시타는 곧 미라벨 그 자체였다. 아부엘라가 가족들이 결속을 다질 수 있게 한 데 모으는 힘이라면, 미라벨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서 스스로의 힘을 유지하게 만드는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라벨의 엄마인 '어거스틴'이 치료의 능력을 가졌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영화 [엔칸토]는 나만 초라해 보일 때, 나조차도 나를 믿을 수 없을 때, 본다면 좋을 영화다.
결국 집을 일으켜 세우는 미라벨의 모습은, 당장 보이지 않는 능력에 연연하기보단 내면의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나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영화라서 더욱 좋았다.
-
-
-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2] 사진과 CC 부부에게 영상이란? 📸 (with. 김수연&고중철 감독)
🎙️ Episode 2. 사진작가 김수연&고중철 편 00:00 인트로 03:10 프라이의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사진작가론 12:38 에그의 사진작가론 16:02 영상과 사진의 차이 22:43 에그의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 23:44 시와 사진의 상관관계 & 시에 대한 이야기 28:17 소통으로써의 예술 31:48 영상 일을 하게 된 계기 37:24 솔직한 감정이란? 45:22 음악에 관한 이야기 51:34 아기들은 왜 동요를 좋아할까? 54:48 힙한(!) 가족사진 57:07 사진에 찍힌다는 것 1:07:06 어떤 영상 일을 하시는지? 1:08:20 일을 대하는 태도 1 1:11:09 표현에 대한 니즈는 어떻게 채우는지? 1:19:19 사진에 집중하고 싶은 이유 1:20:59 영화 추천 'La jetee' 1:23:40 마무리, 앞으로의 각오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김수연&고중철 감독 📍instagram @xssu_ @koko.graphy 📍작업 계정 instagram @thatsmywhere_ ◾️ 따옴표 필름 📍 instagram @ddaompyo.film 📍 YouTube @ddaompyofilm 📍 ddaompyofilm@gmail.com
-
- 넷플릭스 <리키시> 공식 예고편
빚, 폭력, 가정 파탄... 벼랑 끝에 몰린 반항아 오제 키요시(이치노세 와타루 분). '엔오'라는 이름의 리키시(스모 선수)가 되어 스모계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 그의 모습을 대담하고 강렬하게 그린 휴먼 드라마. 1500여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일본 전통문화이자 종교의식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스모. 하지만 프로 스포츠로서의 스모계는 여전히 베일 뒤에 감추어져 있다. 그리고 스모 시합이 벌어지는 무대 '도효'는 이 평범하지 않은 세계 위에 구축된, 그야말로 '성역'이다. 연습할 의욕도 없고, 훈련은 자꾸 빼먹고, 툭하면 선배들에게 대들며 구제 불능이란 소리를 듣던 오제. 하지만 그런 오제가 스모의 세계에 점점 빠져든다. 오제를 시작으로, 스모를 사랑하지만 체격이란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시미즈(소메타니 쇼타 분), 스모 담당으로 좌천된 신문기자 쿠니시마(쿠츠나 시오리 분) 등, 스모계를 둘러싸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 분투하는 젊은이들의 휴먼드라마가 펼쳐진다. '성역'이라 불리는 세계에 휘둘리지만, 그 밑바닥부터 기어오르는 청년들의 뜨거운 '한판 뒤집기'가 지금 시작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리키시》,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
- 왓챠 <천고결진> 예고편
“당신에게 입은 은혜를 아직 갚지도 못했는데, 어째서 나만 이 세상에 남겨둔 거야!” 〈천고결진〉 9월 15일(수) 밤 9시, 10시 왓챠 독점공개! 월/화/수/목 같은 시간 각각 2개의 에피소드로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