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01 15:50:01
4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 공식 이미지 첫 공개

당초 2025년 개봉이였으나, 연기되어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던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의 새로운 개봉일이 확정되었습니다. 2027년 6월 4일 북미 개봉으로 발표됨과 동시에 영화의 첫 번째 공식 이미지도 공개되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기존 시리즈와 동일하게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의 목소리는 샤메익 무어가, ‘그웬 스테이시’의 목소리는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연기할 예정입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의 결말 직후부터 이어지며 “이전 두 작품보다 더 크고 대담한 스토리”이자 “거대한 피날레”라고 소니는 소개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대규모 제작진이 투입된 사실이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켄드릭 라마&’사우스 파크’ 제작진 미공개 ’노예 코미디’ 영화, 2026년으로 개봉 연기

지난해 켄드릭 라마와 ‘사우스 파크’ 공동 제작자가 함께 촬영해 올해 개봉 예정이었던 제목 미정의 영화가 2026년 3월로 개봉이 연기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가 배경인 ’노예 코미디’이며, 당초 ‘역사 체험 박물관에서 노예 재연 배우로 인턴을 하던 흑인 청년이 자신의 백인 여자 친구의 조상이 과거 자신과 같은 노예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최근 각본 수정으로 인해 초기 내용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유전> 밀리 샤피로, <캐리> 리메이크 드라마 주인공 발탁되나

<닥터 슬립>을 연출한 마이크 플래너건이 스티븐 킹의 소설 <캐리>를 8부작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캐리>는 앞선 두 차례 영화화된 바 있으며, 그 중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작품은 현재에도 걸작으로 칭송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캐리 역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에 출연하여 많은 관객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던 배우 밀리 샤피로가 현재 논의 중입니다.
드라마의 본격적인 제작은 올여름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클 만 감독 <히트 2>, 시나리오 완성됐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고,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범죄영화 <히트>(1995)의 속편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작년 말, <히트 2> 시나리오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던 마이클 만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워너브라더스에 초안을 공식 제출했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속편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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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사람이 어디 있나
난 강박증이 있다. 이 덕에 일상생활에서 애먹는 부분이 많다. 가령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10년 전 고등학생 친구의 이름을 기억한다던가. 친구의 전 근무지를 기억하고있다던가. 주변인들 반려동물 이름 기억하는건 일도 아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무언가를 기억했을때 따라오는 단점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 기억하기 싫은 것들도 강박이 되어 계속해서 생각난다는것이다. 필요할때 무언가에 집중을 못하는건 되게 귀찮은 일이다. 사람들과 말하다가도, 비행기를 타더라도, 맛있는걸 먹을때도 내 시간을 오롯이 못쓴다. 두번째.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 고3때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에 대해 일일이 다 기억했다가 한꺼번에 '선생님은 멋져요'라고 말한 적 있다. 그러고 나서 크게 혼났다. 누군가의 자그마한 사실이라도 다 기억하고 있거나 알려고 한다는게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편하게 한다는걸 그때야 알았다. 얼핏들으면 사생활의 모든걸 알려고 든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굳이 이런 사람이란 인식을 받을 필요는 없다. 이렇게 내 머릿속은 내 삶을 바꿔놨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머릿속에서 음성이 들린다거나 했던 적은 없다. 요즘에서야 강박증에 대해 주변에 말한다.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니까. 내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이걸 앓는게 아니잖아?
되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땐 선을 지켜야한다. 생각이 많아질때의 나를 설명하면 이해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행히도 요즘은 그런 편견이 많이 없어져서 강박증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적다. 요즘 공황장애라던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유명인들이 많아져서도 좋은 영향인 것 같다. 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는 경우가 많이 줄어서인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물론 몇년 전에는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줄 때도 있었다. 이 때 생각하면 굉장히 부끄럽다. 그래도 나는 이 병 때문에 삶에 엄청나게 지장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이 덕에 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쉬워졌다. 어차피 인생사가 맘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나처럼 자기 의지랑은 상관없이 머릿속이 복잡해질때가 사람에게 언젠간 온다. 그럴 때를 알아서인지 가끔 지나가다 인터넷에 뜨는 사연들이 남 이야기 같지 않다. 내 기억의 어느 순간을 꺼내오는 것 같았다. 저 사람도 저러고 싶지 않았을텐데. 뭐 그런 기분이 먼저 든다.
<더 파더>는 나와 비슷하면서도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안소니 홉킨스가 주인공 '안소니'로, 올리비아 콜먼이 딸 역할로 출연한다. 플롯은 간단하다.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내는 돌아가신 것으로 보이고, 작은딸은 왠지 집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안소니는 거의 대부분 혼자다. 아버지로서의 삶을 보냈던 주인공은 딸이 없다면 기댈 곳이 없다. 사람이 외로울 때 말 걸면 별의 별 이야기를 다 한다. 작은 딸 루시의 이야기부터 간호인에 대해 '나는 돌볼 곳이 없다'까지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또 입어가며 병마와 싸운다. 영화는 타인들과 별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다른 작품들과 다른 지점이 있다.
영화는 플롯을 비튼다.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치매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진다. 내 딸이 딸인건 맞나. 딸의 남편이 사별하지 않았나. 이런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영화에 담긴다. 딸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두명으로 배치한다. 또 있다. 초입부 시계를 잃어버렸다고는 말하지만 뭐 하다 놓쳤는지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왜? 안소니는 어차피 시계를 잃어버린 기억 자체가 없거든. 안소니가 시계를 잃어버린걸 장면으로 보여주면 '이래서 잃어버린 것 아니냐'를 보여주는 셈이 되어 그에게 책임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안소니가 겪는 일들이 병으로 인한 현상 자체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을거다. 이 점에서 내가 뽑은 각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없다'라는 기억을 관객들에게 와닿게 하고 싶어서였을거라고 생각한다. 안소니에게 없는 기억이 이것만일까? 딸이 누군지. 작은 딸은 어떻게 지내는지. 딸이 이혼을 했는지 안했는지. 뭐 그런 것들이 아버지 안소니에겐 중요했을거다. 분명한 사실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는 후반부의 이야기다. 초중반부는 무엇이 정답인지를 ?치고 미스터리로 극을 끌고간다. 어차피 감독은 관객에게 무엇이 사실인지를 말해주고 싶은 의도가 없었을거다. 치매 환자들에게 중요한건 '기억하고 싶은건 잊어버리고, 기억하기 싫은건 머리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이런 치매의 성격으로 인한 머릿속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연출방식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플롯이 혼란스러운 이유만큼이나 치매환자들과 주변인들이 왜 더 존중받아야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어쩔 수 없다.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는 것일테니까.
세상에 존중받지 말아야 할 인간은 없다. 심한 건 아니었지만 나도 강박증으로 특이한 행동을 해봤어서 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며 어느 순간의 내가 생각났다. 또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져야한다는걸 느꼈다. 이런 기분이 든 <더 파더>는 참 좋은 영화다. 주인공 안소니 홉킨스가 '양들의 침묵'보다 더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이유가 있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생각나는 연기였다. 엔딩신이 주는 묵직함이 어마어마한데, 나는 이 영화를 보려고 기대중인 분들에게 끝부분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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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
올드보이는 한국에서 성인이 되기 전에 볼 수 없는 영화이긴 하지만, 고등학생 때 어쩌다 처음 보고 후유증이 정말 오래갔던 영화이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다 그렇듯이 올드보이를 이번에 다시 봤을 때도 역시 영화가 지루할 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대해 찾아보니 기생충 이전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한국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였다고 한다. 또한 감독 본인의 언급에 따르면 젊은 시절 지금과는 다른 강한 에너지로 만들 수 있었던 영화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감탄이 생기는 영화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아는 모두에게 당장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이후 스포일러)
출처: 유튜브 영화
이 영화는 2003년에 대한민국에서 개봉했는데, 여러 영화 평론가들은 이 시기를 한국 영화의 황금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2003년 개봉작으로 알고 있는데, 그 영화 역시 올드보이 못지않게 재밌고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화에 기반해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이 많이 들어갔다고 느껴지는 살인의 추억과는 달리, 올드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주제를 품은 독특한 분위기 속에 관객이 들어가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2022년 현재의 사회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극찬받을 수 없는 내용일 것 같은데, 이 영화에는 자극적인 주제를 마주한 관객의 불편함을 잊게 만들고 분노보다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최근에 3번이나 감상했던 헤어질 결심 역시 불륜이라는 주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해당 주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편함을 잊게 만드는 스토리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출처: 유튜브 영화
보통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 씨'를 묶어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올드보이는 작중 대사처럼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에서 시작되는 복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두 영화와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를 반전을 제외하고 간단히 설명하면 주인공 오대수는 정체불명의 사람에 의해 15년 동안 사설 감옥에 감금되고, 풀려난 뒤 자신을 가둔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한 여정 속에서 미도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결국 자신을 가둔 범인인 이우진과 대면하게 된 오대수는 이 모든 여정이 자신의 복수가 아닌 이우진의 복수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모든 일이 학창 시절 자신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사죄의 의미로 자신의 혀를 자르게 된다. 복수를 끝마친 이우진은 마지막 복수의 대상인 자기 자신을 죽이고, 끔찍한 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없던 오대수는 최면술사에게 자신의 기억을 지워줄 것을 부탁한 뒤 미도와 포옹하며 영화가 끝나게 된다.
출처: 유튜브 영화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오대수의 복수가 아닌 이우진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지만, 최후반까지 관객들이 오대수의 복수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반전의 충격을 배로 만든다는 점이다. 영화를 두 번 이상 보지 않아도 이 영화는 후반부 이우진의 대사를 통해 영화 속 복선들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해석에 대한 어려움 없이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한데, 개인적으로 나는 오대수가 기억을 완전히 잊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극복하고 살아가기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장면 오대수의 눈물 맺힌 웃음을 보면 사설 감옥 속 액자에 쓰여있던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라는 글귀가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출처: 유튜브 영화
모든 장면과 대사가 기억에 남는 영화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인상 깊었던 대사들이 있다. 오대수가 풀려난 뒤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 남자는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사람인데, '아무리 짐승보다 못한 놈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 것 아닌가요?'라는 대사를 한다. 이 대사를 후반부 오대수가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데,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보았을 때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여러 주제의식 중 하나가 담긴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오대수가 자신을 사설 감옥에 가둘 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독방 안에서 써 내려가는 '악행의 자서전'이다. 15년의 감금 동안 오대수는 자서전에 자신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들의 목록과 그들을 향한 자신의 악행을 경중과 상관없이 모두 적어 넣는다. 위에서 언급했던 모래알과 바윗덩어리의 얘기와 함께 생각해봤을 때, 과연 나의 악행의 자서전은 몇 페이지 분량이 나올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숙연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대사는 역시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이다. 그 이유는 이 대사가 오대수와 관객들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혐오나 분노보다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대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온 세상 사람에게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닌 이 영화 속 사건을 내가 겪게 된다면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출처: 유튜브 영화
글을 쓰다 보니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져 노트북을 켜게 된다. 이 영화는 유튜브 영화에서 구매했는데 확실히 유튜브 하나로 예전의 좋은 영화들을 구매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편하고 좋은 것 같다. 2003년에 성인이었다면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다들 올드보이 보시길.
복수심은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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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자기만의 길을 가요, 짐짓 꾸며내지 말고
- 포저PoserCast감독: 오리 세게프, 노아 딕슨출연: 실비 믹스, 바비 키튼 외Synopsis존재감 없는 ‘레넌 게이츠’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인디 음악계에 합류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자신이 동경하는 음악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야망을 발견하는데, 자신감과 재능이 넘치는 ‘바비 키튼’과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낸다. ‘바비’는 ‘레넌’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것을 권유하고 ‘레넌’은 곧 집착의 길로 들어선다. (출처: 제천국제음악영화제)Review혹시 좋아하는 인디 뮤직이 있으신가요? 인디 뮤직은 음반 제작을 비롯해 유통, 홍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직접 해내는 뮤지션의 음악을 말합니다. 인디 뮤지션들은 음반 제작사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개척자입니다. 음악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인디 뮤직은 음악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죠.인디 뮤직에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를 자신 있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레넌'의 이야기를 담은 픽션 영화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르의 인디 뮤직에 집중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스릴러적 감각에 젖어 들고 마는 매력적인 작품이죠.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영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경쟁 섹션에 이름을 올린 영화 <포저>입니다.⊙ ⊙ ⊙짐짓 꾸며내는 사람, 포저(Poser)의 이야기<포저>는 인디 뮤지션이 되고픈 ‘레넌'의 그릇된 욕망을 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내는 영화입니다. ‘레넌'은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 녹음기로 세상의 소리를 수집하는 인물입니다. 지역 인디 뮤지션을 소개하는 팟캐스트를 제작하며 음악계에 속하기를 간절히 소망하죠. 하지만 공연장 안 ‘레넌'의 모습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마냥 불편해 보입니다. 그녀는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음악을 신나게 즐길 만큼 배짱이 좋지도 않고, 존재감마저도 미약한 사람이거든요. 팟캐스트에 인디 뮤지션의 시크릿 공연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려놓고도, 정작 그녀는 공연장에 들어가는 방법조차 알지 못합니다. 인디 뮤직계에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발을 들이지 못한 ‘레넌’이 할 수 있는 일은 동경하는 뮤지션과 비슷하게 화장하고, 그 표정과 제스처를 따라 해보는 것뿐이죠.팟캐스트를 제작하며 여러 인디 뮤지션을 인터뷰하던 ‘레넌'은 우연히 동경하던 뮤지션 ‘바비'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녀를 포함한 뮤지션들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를 선보이죠. 그 자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바비'와 친분을 쌓고, 음반 제작까지 권유받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상과 음악계로부터 인정 받은 ‘레넌’의 노래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레넌'은 짐짓 꾸며내는 사람, 포저(Poser)였거든요.인터뷰에서 들은 뮤지션의 음악을 그대로 베껴 부르고, 물고기를 싫어한다는 ‘바비'의 말에 이름까지 붙여 키우던 물고기를 변기에 흘려보내며, ‘바비'와 한 팀인 ‘Z 울프'가 가면을 벗지 않고 활동하자 자신과 밤을 보내는 남성에게도 가면을 씌우는 ‘레넌'. 음악계에 속하기를 갈망했던 그녀는 다른 음악인의 정체성을 자신의 것인 양 꾸며냄으로써 그 안에 들어갑니다. 빼앗은 노래, 빼앗은 정체성으로 사람들에게 음악적 인정을 받기 시작한 ‘레넌’은 결국 모방에 대한 집착을 억제하지 못하죠.⊙ ⊙ ⊙창작의 필요 조건, 모방 아닌 오리지널리티모방은 창작의 모체이고, 영감은 창작의 자극제입니다. 명성이 자자한 예술가들도 모방과 영감의 가치를 힘주어 이야기하곤 하죠. 그러나 모방과 창작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모방은 손쉽게 절도가 됩니다.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이러한 이유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철학을 밝힌 바 있죠. 오늘날은 ‘레넌'처럼 소리를 수집하거나 인터뷰에 나서지 않아도 뛰어난 예술가의 훌륭한 창작물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세상입니다. 달리 말하면 포저가 되기 쉬운 세상이기도 하죠. 꾸준히 자기 창작물을 성찰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동경심에 시작한 모방일지라도 쉬이 표절로 변하고 맙니다.<포저>의 주제 의식은 ‘레넌'에게 가장 맛있는 감자 칩은 반으로 접힌 감차 칩이라는 예찬을 펼치는 한 남성의 입을 통해 전해집니다. 반으로 접힌 감자 칩 맛을 흉내 내려고 감자 칩 두 개를 겹쳐 먹어도, 반으로 접힌 감자 칩의 맛은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예찬론인데요.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창작은 절대 모방에서 비롯될 수 없습니다. 창작의 핵심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니까요.영화를 끝까지 보면, 소리를 수집하고 인디 뮤지션을 인터뷰하는 ‘레넌’의 행동이 실은 ‘예술성 절도'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드는데요. 그녀는 몰랐겠지만, 사실 ‘레넌’에게도 오리지널리티는 있었습니다. 디지털로 녹음한 소리를 굳이 테이프로 재녹음하는 아날로그 마니아라는 정체성 말입니다. 만약 소리를 정직하게 담으려는 열정을 오리지널리티로 살려 음악을 했더라면, 그녀는 언젠가 음악계에 당당히 발을 들일 수 있었을 겁니다. 종국엔 정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음악계에 진출해 버렸지만요.그런데도 자꾸만 피어오르는 그녀를 향한 연민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소속과 인정의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소속감은 그 집단이 보내는 인정에서 옵니다. 뮤지션들이 인정해주는 음악을 만들면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작가들이 인정하는 글을 쓰면 작가로 인정받죠. 소속감과 인정 모두 창작의 필요 조건은 아니지만,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확실한 힘이 됩니다. 하지만 <포저>는 창작자라면 한 번쯤 겪는 유혹의 순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예술의 가치가 소속과 인정, 모방 따위가 아님을 강조합니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확신, 그것이 창작의 진정한 필요 조건입니다.⊙ ⊙ ⊙인디 뮤직의 세계를 흥미롭게 조명한 <포저>는 인디 뮤직에 대한 두 감독의 애정과 열정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인디 뮤지션들을 인터뷰하는 ‘레넌'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데요. 영화 속 뮤지션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퀴어 데스 팝, 익스페리멘탈 팝, 인디 포크, 얼터니티브, 폐차장 디스코까지, 상영 시간 내내 다양한 인디 뮤직의 향연이 펼쳐집니다.놀라운 사실은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션 대부분이 실제 인디 뮤지션이라는 점입니다. ‘레넌’이 훔친 노래의 주인인 인디밴드 WYD와 동경의 대상 ‘바비’도 극 중 이름과 같은 활동명의 인디 뮤지션이죠.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지켜보면 짧게나마 그들의 실제 공연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음악을 짐짓 꾸며내는 포저가 되지 않기 위한 두 감독의 현명한 선택이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Schedule in JIMFF2022.08.12(금) 메가박스 제천 2관 17:002022.08.14(토) CGV 제천 2관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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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 가이> - ‘내 손으로 찾아가는 나의 이름과 진짜 세계’
프리 가이 (Free Guy, 2021)
개봉일 : 2021.08.11 (한국 기준)
감독 : 숀 레비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디 코머, 타이카 와이티티, 조 키어리, 릴렐 호워리
‘내 손으로 찾아가는 나의 이름과 진짜 세계’
‘NPC’ 게임의 배경이 되는, 항상 그 자리에서 머물고 있는 존재이자 최근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존재’를 비유할 때 사용되기도 하는 단어.
갓 사회에 나왔을 때, 나는 고객을 마주하는 매장관리 또는 서비스 제공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었다. 매장을 지키고 있다 보면 여러 손님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가끔 나를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기라도 하는 듯 자신의 비밀 얘기와 남들이 들으면 안 될 듯한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친구들에게 누군가의 핫한 비밀 이야기를 퍼트리며 “다 들릴만한 거린데, 이 사람들한테 나는 매장 지키는 NPC쯤으로 느껴지나 봐”하며 웃곤 했다. 우리에게 NPC란 그런 존재다. 분명 같은 세상,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존재. 항상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특성상 모든 게 뻔하게 느껴지고 가끔은 여기 있다는 것조차 잊게 되는 존재.
<프리 가이>는 ‘프리 시티’라는 게임 안에 존재하는 NPC중 한 명인 ‘가이’와 현실 세계에 있는 게임 개발자 밀리와 키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게임 안에서 살고 있으며 이 모든 걸 현실로 인식하고 있는 은행 NPC 가이는 매일 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하고, 은행 강도 미션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마주한다. 구김 없이 밝고 착한 은행 NPC. 프리 시티의 배경을 구성하는 하나의 조건 또는 병풍. 그게 바로 이 세계에서 가이의 역할이다.
밀리와 키스는 현실에 살고 있는 인물이다. 오래된 친구인 두 사람은 함께 힘을 모아 게임을 완성했지만, 게임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묻혀버린다. 밀리는 게임을 산 게임회사 사장 앙투안이 자신의 게임 일부를 훔쳐 갔을 거라 의심하며 진실을 찾으려 하고 키스는 앙투안의 밑에서 자신의 재능을 조용히 묻어놓고 개발팀이 아닌 유저들의 문의를 해결하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아오며 만들어낸 소중한 게임이 흔적도 없이 묻혀버린 후, 키스는 위축된 자세로 세상을 살아간다. 현실을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앙투안은 고렙 플레이어, 밀리와 키스는 그의 눈에 ‘뭘 하든 상관없는’ 저렙 플레이어 정도려나.
<프리 가이>는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흔한 히어로물이 아니다. 흔히 히어로라 함은 당당하고, 멋지고, 희생정신이 빛나는 강한 사람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 ‘가이’는 지금 살고 있는 세계와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그저 착하고 힘없는 NPC다. 가이의 마음 깊이 내재된 알고리즘과 그것을 변화시킬 강력한 사랑과 진실이 만난 순간, 스쳐 지나가는 NPC 정도 일뿐이었던 가이는 프리 시티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가이의 이러한 성장기는 자신이 가이와 밀리, 키스처럼 존중받지 못하는 NPC, 무시당하는 저렙 플레이어로 분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가이가 살고 있는 프리 시티란 게임은 어떤 관점으로 보든 일단 폭력적인 세계다. 사람을 때려서 돈을 얻고 은행을 털며 별거 아니라는 이유로 수많은 NPC를 해쳐도 괜찮은 세계. 타인을 해치고 돈과 레벨을 쌓아가며 끝없이 경쟁하는 세계. 더 격할 뿐이지 어째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닮은 게임 속 세계에서 가이는 유일한 착한 사람이자 히어로가 되고 사람들은 흔치 않은 그의 등장에 놀라며 그를 주목한다. 은행털기 미션을 위해 한 번쯤 지나치게 되는 의미 없는 NPC였던 그가 ‘가이’라는 다소 의미 없는 느낌의 이름을 넘어 ‘블루 셔츠 가이’라는 새로운 애칭을 얻고 내 뜻대로 옷을 고르고, 마음을 따라 밀리와 만나고 프리 시티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내게 묘한 감동을 선사했다. 무한 경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닌 가이 같은 사람이 아닐까.
화려한 시각 효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능청스럽고 능란한 연기, 가벼운 개그코드가 버무려져 만들어낸 <프리 가이>의 매력은 내 기대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진지한 시선으로 뜯어봐도 좋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도 좋다. 어떤 시선으로 보든 이 영화에 불만족할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네 삶의 주인공은 너야!’라는 아주 익숙하고 새롭지 않은 이 주제를 현대적으로 무겁지 않게,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재해석한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다.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봐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밌고, <프리 가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던 영화 <트루먼쇼>를 알아도 좋고, 몰라도 괜찮다.
웃음, 감동, 사랑과 우정. 그리고 나와 이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메시지까지. 이 모든 게 담긴 히어로물이자 성장물. 그리고 달달한 로맨스물이기도 한 영화 <프리 가이>. 후회 없는!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프리 가이 시놉시스
“내 안의 히어로가 깨어난다!”
평범한 직장,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 평화로운 일상 속 때론 총격전과 날강도가 나타나는 버라이어티한 ‘프리 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
그에겐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기 전까지는…
갖은 노력 끝에 다시 만난 그녀는 ‘가이’가 비디오 게임 ‘프리 시티’에 사는 배경 캐릭터이고, 이 세상은 곧 파괴될 거라 경고한다.
혼란에 빠진 ‘가이’ 그러나 그는 ‘프리 시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배경 캐릭터가 아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선글라스 낀 사람들(플레이어)은 뭘 해도 되지만 선글라스를 끼지 않은 사람들(NPC)은 무엇도 할 수 없는 게임 속 세계 ‘프리 시티’. 프리 시티에서 착하고 친절한 은행원을 맡고 있는 NPC 가이는 오늘도 이렇게 말한다. “좋은 하루 말고 최고의 하루 보내세요.”
밀리와 키스가 만들어낸 인공지능인 그는 자신을 인식하고 변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있으나 앙투안이 두 사람의 게임 위에 새로운 세계와 코드를 덮어버리면서 앞서 설정됐던 자신의 설정값과 발전 가능성을 잊어버리고 살게 된다. 가이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말과 같은 인사를 반복하고 같은 위치에 걸린 같은 옷을 꺼내 입는다. 하지만 밀리와 키스가 설정해둔 알고리즘이 완벽하게 묻힌 것은 아닌지 그는 설정된 값인 ‘좋은 하루’가 아닌 ‘최고의 하루’를 보내라는 인사말을 건네고 크림과 설탕이 들어간 뜨거운 커피가 아닌 카푸치노가 먹고 싶다고 말한다.
가이와 프리 시티 사람들은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따라 그저 배경으로 존재하거나 경험치를 위해 희생되는 존재다. 플레이어는 퀘스트를 하는 강도고 NPC는 엎드려서 당하기만 하면 되는 구조다. 가이는 정해진 구조를 깨는 유일한 NPC였다. 정해진 옷이 아닌 헨리넥 셔츠를 꺼내 입고 새 신발을 신고 길을 나서는 가이는 이제 아무도 모르는 은행원 NPC가 아닌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주목을 받는 '블루 셔츠 가이‘다. 새로운 이름과 자아가 생긴 것이다.
프리 시티 속 NPC들은 자신만의 이름을 갖지 못한다. 가이는 남자를 뜻하는 GUY, 가이의 친구 버디는 친구를 뜻하는 Buddy, 또는 초미녀와 바리스타 등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 못한 NPC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나와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게임 개발자들이 입력한 값을 따라 살아가거나 플레이어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희생된다. NPC는 플레이어들의 재밌는 플레이를 위해 없어선 안될 꼭 필요한 존재지만 어떤 플레이어도 NPC를 존중하거나 인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가이가 ’블루 셔츠 가이‘로 엄청난 유명세를 치르고 있을 때도 플레이어들이 가이가 매일 마주치던 NPC임을 알아채지 못하는 걸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가이와 NPC들에게 무심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주어진 삶만 살아야 하는 법은 없잖아.”
가이는 선글라스를 쓰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서 성장한다. 모든 걸 파괴하고 남이 가진 걸 빼앗는 세상에서 죄 없는 사람은 때리지 않는다며 평화를 지키며 내 뜻대로 사랑을 이뤄가는 인물. 밀리와 플레이어들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인물의 등장에 집중한다. 가이는 나아가 게임 속 NPC들과 플레이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시선을 바꿔놓는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속에서 이유 없이 희생됐던 수많은 존재들을 생각하게 됐고, NPC들은 매일 반복하던 일이 아닌 다른 커피를 만들고, 스스로 회고록을 써 내려가며 개발자가 주입해놓은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제대로 된 이름도 없고,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았던 이들이 스스로 나의 삶을 찾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은 ’누구나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더 감동적이었던 건 이들은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닌 게임 속 세상인 것을 알게 됐음에도 개의치 않고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진짜‘라는 의식을 갖고 한마음으로 프리 시티를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다른 이가 보기에 가짜인지 진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닌 ’내 삶은 진짜‘라는 믿음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친구들을 사랑하는 우정. 무한 경쟁과 불신으로 가득 찬 현실보다 이 NPC들로 가득한 가상 세계가 더 아름다워 보인 건 기분 탓이 아닐 거다.
“나도 너처럼 병풍처럼 살았어. 그런 삶은 끝이야.”
“우린 삶의 관중으로 살 필요 없어요.”
커다란 게임 회사의 사장인 앙투안에게 밀리는 ’신경쓸 것 없는 사람‘이고 키스는 그저 ’재능이 아까운 직원‘ 정도다. 밀리는 가이와 데이트를 하며 지금껏 노력해온 삶에 대해 말한다. 끝없이 경쟁을 해왔으나 앙투안에게 게임을 빼앗긴 그녀는 잘나가는 개발자도 돈 많은 게임의 주인도 아니다. 키스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한때 떠오르는 개발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앙투안이 게임을 인수하고 빌드를 훔쳐 새로운 게임을 내자 그들의 ’라이프 잇 셀프‘ 게임은 그대로 잊히고 만다. 항상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프리 시티라는 게임 내에서도 다른 공간은 돌아보지 않고 주어진 미션만을 열심히 돌파하며 레벨을 키워왔는데, 그럼에도 이 세계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것 같다.
근데, 이 세계의 주인공이란 누가 정하는 기준인 걸까? 꼭 유명하고 잘나가는 유능한 사람만이 주인공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주변을 맴도는 NPC나 관중 정도인 걸까? 아니다. 가이와 버디가 말한 것처럼 남들이 볼품없는 가짜라고 말해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은 항상 진짜고,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 다른 이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나는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존재다. 누군가가 시킨 대로, 정해 진대로만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닌 언제든 내 길을 선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게 바로 우리다. 누구나 가고 싶은 길로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가이는 이 모든 메시지를 담고 있는 프리 시티의 히어로다.
앙투안이 밀리와 키스에게 프리 시티를 넘기고, 프리 시티의 NPC들은 두 사람이 새로 만든 ’프리 라이프‘ 속에서 살게 된다. 경쟁과 폭력이 사라진 평화로운 세계에서 NPC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조화롭게 살아간다. 프리 시티를 통해 파괴와 경쟁을 즐기던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레 프리 라이프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지막 작전을 앞두고 NPC들과 밀리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가이가 밀리에게 묻는다. 현실에서 시체를 보거나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냐고. 밀리는 거의 없다고 답한다. 가이가 다시 묻는다. 총기 사고는 얼마나 발생하냐고. 밀리는 사실 현실에서도 그건 꽤 큰 문제라고 답한다.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게임 프리 시티는 현실과 어느 정도 맞닿아있는 게임이다. 정도나 빈도가 높을 뿐이지 경쟁, 폭력, 악이 존재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게임 속 자극과 현실에 지친 사람들은 가이를 보고 깨닫는다. 우리가 얼마나 생각 없이 주변을 헤치고 무시해왔는지. 얼마나 오래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잊고 살았는지. 그리고 이 세계에 필요한 진정한 히어로는 어떤 모습인지. 이에 대한 정답을 찾은 플레이어들은 NPC들이 자유로운 삶을 꾸려가는 프리 라이프를 보며 위로와 편안함을 얻게 된다. 우리의 세계도 프리 시티보단 프리 라이프에 가까우면 좋을 텐데, 아직 멀었겠지.
“난 당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예요.”
프리 라이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지금껏 프리 시티와 가이에 대해 실컷 이야기했으니 이젠 밀리와 키스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가이는 모로토프 걸(밀리)을 만난 후 선글라스를 쓰고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물건들을 본다. 그리고 그 순간, 친절한 은행원이라는 덮개 밑에 가려져있던 ’짝사랑 남‘의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키스가 가이에게 심어놓은 그 알고리즘은 밀리를 지켜주기도 하고, 그녀와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며 관계를 끈끈하게 발전시킨다.
키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밀리의 조각들을 게임 속 세계에 심어놓는다. 밀리가 좋아하는 풍선껌 아이스크림과 그녀의 좋은 추억이 담긴 그네, 밀리의 취향대로 맞춰 타는 크림과 설탕 두 스푼이 들어간 커피. 그리고 밀리가 좋아하는 파란 셔츠의 남자. 가이는 알고리즘에 의해 밀리에게 끌리게 되고 밀리는 자신과 잘 맞는 남자 가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프리 가이>에서 현실과 게임 세계를 오가는 건 밀리가 유일하다. 키스는 게임 속에 들어가지 않는 대신 현실에서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자신이 만들어둔 가이라는 짝사랑 남을 통해 게임 속 모로토프걸(밀리)을 돕는다. 이 게임의 중심을 바치고, 게임 속 세계를 구할 수 있었던 건 게임을 향한 두 사람의 사랑과 밀리를 향한 키스와 가이의 사랑이 가진 힘의 역할이 꽤 크지 않았을까.
‘플레이어들에게만’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자유가 주어진 도시 프리 시티는 일부 사람들만 자유를 느끼며 살아가는 장소였다. 가이와 키스, 밀리는 프리 시티 너머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냈고 게임은 ‘프리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새로 탄생한다. 누구도 타인을 조종하지 못하며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발전하는 평화로운 세상. 밀리와 키스가,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세상이 이제 완성됐다.
내가 이 삶의 주인공이 아닌 것 같다고, 내 앞에 펼쳐진 바다를 건널 수 없다고 느껴질 때, 내가 나를 정의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있을 때 <프리 가이>를 한 번 더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영화는 참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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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들이 좋아하는 의외의 영화 8선
작가주의 거장도 상업영화 좋아한다.
호불호가 있는 영화임에도 당당히 좋아한다고 말하는 자신감과 논리.
여러분도 알려진 명작외에 특별히 애착가는 영화가 있나요?
맨 인 블랙 3 | 폴 토마스 앤더슨
" <맨 인 블랙 3> 봤어요? 그건 좋았어요... 시간 여행 이야기가 눈물 나더라고요. 제가 그런 것에 환장하거든요"
<맨 인 블랙 3> 줄거리
알 수 없는 사건으로 현실이 뒤바뀌고 외계인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진 지구. 게다가 MIB 소속 베테랑 요원 ‘케이’는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진다.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케이’뿐인데… 사라진 파트너를 찾고 그동안 감춰졌던 우주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제이’요원은 과거로 위험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심하게 젊은(?) ‘케이’와 마주하게 된다. 이제 이 둘은 24시간 안에 우주의 비밀을 풀고 현재로 돌아와야만 하는 MIB 사상 최고의 미션에 도전하게 되는데!
알프레드 히치콕 | 벤지
"아버지는 비평가나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영화를 만든것이 아니라 관객과 오락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히치콕의 딸 패트리샤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한 영화가 강아지가 주인공인 영화 <벤지>라고 덧붙였습니다.
<벤지> 줄거리
유명한 금괴에 관한 첫 번째 영화. 벤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들를 때마다 음식과 관심을 주는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그의 길을 걸어온 길 잃은 사람이다.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 쌍의 아이들이 부모님의 뜻에 반하여 그와 함께 놀고 먹이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납치되자 부모와 경찰은 이들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벤지만이 그들을 추적할 수 있지만, 그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만약 그가 그 날을 살릴 수 있다면, 그는 그가 갈망하던 영구적인 집을 찾을지도 모른다.
마틴 스콜세지 | 엑소시스트 2
"저는 가톨릭의 죄책감을 가졌기 때문에 <엑소시스트> 1편을 좋아했고, 또 무서워 했습니다.
하지만 <엑소시스트 2>는 1편을 능가했습니다"
<엑소시스트 2> 줄거리
17세가 된 소녀 리건은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힘을 발휘하는 일들을 하게 된다. 추기경의 부탁을 받고 필립 라몬트 신부가 리건의 집으로 온다. 리건은 정신과 의사인 터스킨 박사의 정밀검사를 받는데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만 처리하고 악령을 믿지 않는 박사와 신부는 의견 차이를 일으킨다. 리건을 치료하다 죽은 메린 신부의 행적을 조사한 라몬트 신부는 리건에게 분명히 악령이 깃들어 있다고 확신하나, 더스킨 박사는 신부가 악마에 미쳤다며 믿으려하지 않는데..
크리스토퍼 놀란 | 맥그루버
"제가 <맥그루버>의 팬인 것이 들통났는데, 그 영화는 저를 완전히 미치게 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앤 헤서웨이는 놀란이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촬영하는 내내 <맥그루버>의 대사를 자주 언급했다고 말했다.
<맥그루버> 정보
미국 NBC-TV 인기 코미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맥가이버’를 패러디하여 2007년 1월부터 새롭게 등장시킨 동명 캐릭터를 대형 스크린에 그려낸 코미디물.
니콜라스 윈딩 레픈 | 개같은 내 인생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이 영화를 봤어요. 행복해서 울었던 영화는 <멋진 인생> 말고는 이 영화가 유일합니다."
<개같은 내 인생> 줄거리
열두 살 소년 잉마르는 하루도 사고를 치지 않는 날이 없다. 병세가 나날이 악화되는 엄마가 쉴 수 있도록 잉마르는 외삼촌이 사는 시골 마을로 보내지고, 사랑하는 개 시칸과도 헤어져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잉마르는 러시아 우주선에 태워져 먼 우주로 보내진 강아지 라이카보다는 자신의 처지가 낫다고 위안하며 철학적 사색에 잠기곤 한다. 순박하고 정이 많은 외삼촌과 새로 사귄 마을 친구들, 엉뚱한 괴짜 이웃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잉마르는 축구와 권투를 좋아하는 소녀 사가와 친해지면서 점차 웃음을 되찾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잉마르에게 엄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는데...
스탠리 큐브릭 | 덩크슛
<덩크슛>은 실제로 스탠리 큐브릭이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작품으로 알려짐.
<덩크슛> 줄거리
시드니는 항상 거리의 코트에서 살며 내기 농구를 즐긴다. 어느날 경기를 하는 도중 백인인 빌리가 나타난다. 마피아들에 빚을 지고 여자 친구와 도망치는 떠돌이다. 시드니는 빌리와 내기를 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시드니에게 돈을 건다.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빌리의 승리. 시드니는 거리 코트를 휩쓸기 위해 빌리에게 파트너가 될 것을 제의한다. 둘은 그때부터 허슬러가 된다. 승승장구하며 둘은 거리 코트를 하나씩 점령해 간다. 그렇게 해서 둘은 도박농구로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다른 패거리와의 시합이 벌어진다. 시드니는 전에 없던 무기력함을 보이고 둘은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맛본다. 시드니가 다른 패와 짜고 사기를 친 것이다. 둘은 싸운다. 더욱 절친한 농구 도박사로 다시 의기투합한 둘은 5000달러의 상금이 걸린 거리 농구 챔피언쉽에 나가게 된다.
테렌스 맬릭 | 쥬랜더
테렌스 맬릭은 <쥬렌더>에 푹 빠져 재관람하고, 친구들에게 대사를 흉내내며 <쥬랜더>를 포함시킨 영화제를 주최할 정도의 열성 팬으로 알려져 있다.
<쥬랜더> 줄거리
세계 패션 산업이 날로 번창하던 어느 날, 말레이시아 수상이 미성년자의 노동 착취를 뿌리 뽑겠다고 천명하자 패션계는 발칵 뒤집어진다. 자사 물건을 대부분 임금이 산 외국에서 제작해 온 디자이너와 패션계의 거물들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방해인물을 제거하기로 합의한다. 필요한 것은 이들의 도구가 되어줄 멍청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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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하는 사랑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메리 고 라운드 - <내 심장을 받아줘>
감독: 킴 올브라이트
출연: 안나 맥과이어, 함자 하크, 비나 수드 등
시놉시스: 사람의 심장이 물건으로 만들어졌고 그것을 분리, 교환하는 것이 가능한 대안 세계, 실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가상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라이프잽'이 유행한다. 애나벨은 이와 정반대인 가진 사람이다. 그녀의 친구들조차 감정에 치우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날 그녀는 한 남자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남자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사랑고백에 이별을 말한다.
감정이 사치가 된 시대에도 '사랑'이 가치 있을 수 있을까? <내 심장을 받아줘>가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이다.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원작의 기본적 설정을 충실히 따라간다. 큰 설정은 두 개다. 하나는 사람의 심장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물건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심장을 직접 뺐다 꼈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설정부터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있다. 일반적으로 자주 접하지 못하는 캐나다의 SF영화인만큼 작은 규모로 제작된 영화인데, 그렇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를 역으로 이용한 영화로 보인다.
'자신의 가슴을 찢어 심장을 꺼낸다'는 것이 문자 그대로 본다면 고어 장르를 떠올리게 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의 경우 장르 영화에 기대할 법한 톤 앤 매너를 분명히 가져가면서도 심장의 시각적 구현이나 주인공 애나벨의 순진무구한 성격이 이 영화만의 비현실적인 공간감을 잘 살려낸다. 원작이 연극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겠으나, 특히나 각기 다른 심장 생김새가 연극 소품으로 느껴지는 면도 있다. 기술이 보다 발전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대안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직접 만든 심장 모형과 카세트테이프를 비롯한 영화의 소품들은 훨씬 이전의 시대를 떠올리게 만들어 시대감의 부조화를 느끼게 만든다. 단순히 이 부조화를 보여주기만 했다면 엉성함에서 그쳤겠지만,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며 특유의 사랑스러운 톤으로 범론적 주제로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사랑'에 대한 영화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어느 커플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이 영화는 사랑을 그리기에 부족해 보이는 환경에서 시작된다. 영화 속 세계에서 애나벨의 직장과 연결되기도 하는 애플리케이션 '라이프잽'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필수 요소로 취급된다. 사람들은 어플을 삶에 가까이 두며 타인과의 관계 향방을 결정한다. 어플에서 매칭률이 높다면 그 관계가 지속되는 거고, 아니라면 재고해야 한다. AI가 상대에게 줄 선물을 골라주며 취향을 분석해 준다. 서로의 일정을 맞춰 만날 날을 자동으로 지정해 주고, 그것에 당연하게 따른다. 결론적으로 모두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수동적인 삶의 모습이다. 애나벨이 친구들에게 받는 취급처럼 감정은 사치인 세상이며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다. 새로운 관계를 꿈꾸거나 그 안에서 설렘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 속에서 애나벨은 거의 유일하게도 바로 그 '감정'을 잃지 않은 존재다. 심장이 '등불'인 것처럼 주변을 밝게 만들고 자신의 따듯한 감정을 전이시킨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이프잽의 도움을 받지 않는 '정상적인 사랑'을 꿈꾼다.
"내 심장의 감정으로 영원히 고통받길 바라요."
하지만 희망을 가졌던 애나벨도 조지가 그녀의 사랑고백을 단칼에 거부하면서 무너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연락이 되지 않던 엄마의 죽음까지 겹치고, 너무도 슬픈 감정을 감당할 수 없던 애나벨은 일전에 봤던 남자처럼 심장을 자신의 몸에서 꺼내버린다. 이를 조지에게 보내는 그녀의 행동은 일종의 복수심에서 시작했겠지만,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서로의 반대된 입장에서 진실된 관계와 나 자신을 찾아가며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현대 사회를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과장된 영화 속 세계일지라도 기술이 발전되고 사람 간의 직접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그 방향성은 결국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심장 각자의 모양이 성격에 따라 다르다는 설정이나 일종의 디스토피아 실험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배경이 정반대의 방향이긴 하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를 느슨하게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내 심장을 받아줘>는 서로 간의 유대가 점점 사라져 가는 시대에도 사랑과 감정은 여전히 어딘가에 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영화로 다가온다.
상영일정
7/1 14:00 - 15:32 CGV 소풍 10관
7/3 13:30 - 15:02 CGV 소풍 5관
6/30 10:00 ~ 7/9 23:59 온라인 상영(wav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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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못봤다고? 시간을 순삭 시켜 버리는 송혜교의 복수극 [더글로리] 완결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넷플릭스에서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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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나더 레코드> 티저 예고편
정겨운 서촌 거리를 거닐다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시간 속에서
꺼내지 못했던 속마음까지 나누는 진짜 ‘신세경’의 모습을
독보적인 감성의 김종관 감독이 담아내다!
모두가 아는 신세경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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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위트 걸> 공식 예고편
아내를 죽게 한 놈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리리라.
슬픔과 분노에 휩싸인 남편(제이슨 모모아)이 복수를 다짐한다.
유일한 피붙이인 딸(이사벨라 메르세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