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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뚜로빼뚜로2025-04-02 18:38:54

폭싹 속은 당신, 다시 제주로, 혼저 옵서예

영화 <인어공주, 2004> 리뷰

 요즘 어딜 가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이야기를 한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과 만났을 때에도 MBTI 다음으로 '혹시 <폭싹 속았수다> 보셨나요?'라는 질문이 왔다. 길에서 통화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어보아도 그랬다. 그동안 다들 너무 폭싹 속아서 이야기가 주는 위로를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았다.

 

 여기, 정주행 하느라 폭싹 속은 당신을 다시 제주로 초대할 영화가 있다. 2004년 개봉한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는 전도연이 엄마와 딸의 1인 2역을 한다. 아름다운 제주 풍경을 볼 수 있다. 전도연의 엄마 고두심은 제주에서 해녀 일을 했었다. 엄마와 아빠는 분명히 사랑해서 결혼하였다. 혹시 방금 20년도 더 된 영화를 찾아보는 일은 너무 귀찮다고 생각했는가. 폭싹 속았수다와 같은 플랫폼(그 외 다수)에서도 볼 수 있다. 혹시 또 <폭싹 속았수다> 김원석 감독의 지난 연출작 <나의 아저씨>가 인생 드라마라고 생각했는가. 배우 이선균의 젊은 시절도 볼 수 있다.

 

 

 

영화 <인어공주, 2004> 포스터영화 <인어공주, 2004> 포스터

 

 

 

엄마랑 아빠는 그럴 거면 왜 결혼했어?

 

 엄마랑 아빠는 만날 싸운다. 서로 말이 곱게 오고 가지 않는다. 딸 나영은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지친다. 나영도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삶에 자꾸 부모님의 삶을 겹쳐보게 되는 것이다. 결혼은 분명 서로 사랑해서 했을 텐데 세월이 지나면 다 저절로 저렇게 사랑도 닳고 낡아버리는 것일까. 엄마에게 타박받던 아빠는 훌쩍 집을 떠나 어디론가 가 버린다. 나영은 아빠를 찾으러 아빠가 살던 곳을 찾아간다. 그곳이 제주다.

 

 

 

엄마랑 아빠는 왜 결혼했냐구엄마랑 아빠는 왜 결혼했냐구

 

 

 

진짜 나는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진짜!!

 

 엄마는 돈을 좋아한다. 밖에서 누가 쓰다가 내버린 물건도 잘 주워오고, 그걸 또 딸 나영에게 준다. 필요하면 좀 사면되지, 왜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는지 나영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이미 이해는 하고 있지만, 해녀 출신의 생활력 강한 엄마가 이해된다는 사실이 인정하기 싫다. 그리고 제발 길거리에서 침을 뱉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것도 엄마의 몸이 바다를 기억하고 있는 것. 인정하기 싫다.

 

진짜 나는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진짜!!진짜 나는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진짜!!

 

 

 

아, 짜증 나게 자꾸 눈물이 나서 더 짜증 나

 

 우리 집의 경제적 위기에 나영은 대학을 포기하는 것으로 값을 치렀다. 엄마가 남의 장례식장에 가서 깽판을 쳐도 해결되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긴 말 대신 담배 연기만 내뿜었다. 엄마는 아빠의 연기 속에 갇혀 답답해 소리만 질렀다. 그러나 시간은 멈추는 법이 없다. 계속 흘러간다. 안쓰럽고 애처롭지만 한없이 대단한 존재. 그래서 짜증이 난다. 나영의 남자친구는 옛날 사진을 보고 엄마 연순과 딸 나영이 똑같이 생겼다고 했다. 또 짜증이 난다.

 

 

아, 짜증 나게 자꾸 눈물이 나서 더 짜증 나아, 짜증 나게 자꾸 눈물이 나서 더 짜증 나

 

 

20년도 더 된 영화의 흐름이 마치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시속 70km로 달리는 자동차가 생각날지 모르겠다. 무슨 맛이냐고 물어보면 건강한 맛이라는 대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제주 우도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촬영한 것도 인공적인 맛이 덜한 느낌을 줄 수 있겠다. 지금은 어른이 된 나영의 딸도 나영과 같은 질문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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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삐뚜로빼뚜로

출처 . https://brunch.co.kr/@ppeeppae/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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