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SEOUL2025-04-04 00:00:09
영화 '장미의 행렬 (Funeral Parade of Roses)' 리뷰
장미의 행렬 (Funeral Parade of Roses)
아트나인 ‘재팬무비페스티벌’ 상영작 중 하나인 <장미의 행렬>을 봤다.
포스터 속 인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보게 됐는데 영화 자체도 포스터 만큼이나 스타일리시하고 강렬했다.
“나는 상처이자 칼날이며 사형수이자 사형집행인이다”라는 문구로 영화는 시작한다.
영화가 실험적이었다.
여러 이미지가 아주 짧은 시간 깜빡이듯 노출되며 인상을 남긴다든지 하는 독특한 편집이 많았다.
조금 패션 필름 같기도 한 부분도 있었고…
에디라는 게이보이(영화 속에서 쓰는 단어다)가 주인공이다.
그는 게이바에서 잘나가는 호스트로 마담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맨 얼굴의 에디와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화려한 옷을 입는 에디는 다른 사람 같다.
이 장면에서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가면 아래 가면이 또 있기도 하다는 대사가 나오는 게 인상 깊었다.
성매매 업소의 마담을 ‘엄마’라고 부른다는 말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걸 생각하면 생모와 마담, 두 가지 인물 모두에 대해 에디가 가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다룬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머리 너무 예쁘고 자꾸 거울에 비친 이미지가 나오는 것도 자아 성찰, 또는 자아의 분리를 상징하는 것 같아 좋았다.
복선
스포를 절대 읽지 말고 봐야 된다. 그래야 이 영화가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엔딩 때문에 원래는 별점 3점 정도로 생각하다가 4점을 줬다.
영화는 사람은 끊임없는 부정을 통해 영혼의 궁극에 이른다는 문구로 끝맺는다.
이렇게 나오는 문구들도 좋았고 위에서 말했듯 영화 자체도 스타일리시하고 실험적이다.
미장센도 좋고… 결말이 특히 충격(positive)이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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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포 기억의 소재만 부유한다
장기 기증자의 성격이나 습관이 수혜자에게 전이된다는 이른바 ‘셀룰러 메모리’라는 독특한 소재로 만든 한국 액션 스릴러 영화 나는 여기에 있다를 미리 감상하고 왔습니다. ‘불량남녀’, ‘브라더’ 등을 내놨던 신근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그의 전작에도 출연했던 정진운이 최근 ‘리바운드’에 이어 배우 커리어를 이어 갑니다.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해 줄 흔치 않은 소재에서 비롯된 살인사건 속 범죄자와 형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그럼 시사회를 통해 미리 만난 작품은 어땠는지, 짧게나마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심장 이식 수술 이력이 있다는데?”
과거, 살인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칼에 폐를 찔린 후 장기 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형사 ‘선두’(조한선) 수사 일선에 복귀한 그는 연쇄 살인범 ‘규종’(정진운)을 쫓던 중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아승’(노수산나)을 통해 ‘규종’이 자신과 같은 공여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것은 물론, 공여자가 과거 자신이 검거했던 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예고편│Trailer
영제: I AM HERE│감독·각본: 신근호
출연진: 조한선, 정진운, 정태우, 노수산나, 정인기 외 多
장르: 범죄, 액션, 스릴러│상영 시간: 82분
국가: 대한민국│등급: 15세 관람가│평점: 평론가 2.0
제작: (주)미학인우주선│배급: 와이드 릴리즈
개봉일: 2023년 4월 12일
“번뜩이는 소재만이 존재한다”
‘셀룰러메모리’, 일명 세포 기억설로 불리는 장기 이식 수혜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공여자의 성격이나 습관이 수혜자에게 전이된다고 주장하는 유사과학을 바탕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중반부가 되어서야 형사 선두와 살인범 규종이 같은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받았고 과거 선두 자신이 붙잡았던 살인자였다는 사실까지 이어지며 혼란을 야기합니다. 공여자가 같다는 동질감 속에 극명하게 갈리는 두 인물의 이질감으로 긴장 요소를 유발하고자 합니다. 배우로서 자리 잡아가는 정지운이나 ‘스토브리그’로 되살아난 조한선, 아역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한 정태우, 최근 ‘신성한, 이혼’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노수산나는 그 사이에서 나름의 역할들을 이행합니다.
맹점은 같은 공여자의 장기 기증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이야기의 깊이가 너무 얕게 깔려 있습니다. 저예산 제작의 문제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짧은 러닝 타임에 결말로 달려가는 모양새가 조각난 퍼즐처럼 흩어집니다. 세포 기억설을 가정한 유사 연대감의 드라마틱 함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범죄나 미스터리의 장르적 재미가 많이 무너져 몰입감이 좋지 않습니다. 현재 연기를 못하는 배우들을 찾기 힘든 충무로에서 시나리오상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는데, 특히 장기 기증 전문 코디네이터가 의학 서적이라도 뒤져서 실제 사례를 언급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고 디테일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분명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넣어줄 다채로운 매력의 배우들을 자주 만나기 위해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불분명한 장르 색채를 가지고 있다면, 관객들이 더 실망하고 외면할지도 모릅니다. 시사회로 먼저 감상하며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이 보임에도 아쉬움보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던 것도 그런 부분이겠죠. 아무리 따져봐도 액션 대작 블록버스터 시리즈와 맞붙기에는 힘이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ps. 시사회에서 어떻게든 재미를 찾아 전해드리고 싶은데, ;ㅅ;
한 줄 평 : 무색무취하게 이식된 장르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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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기억의 파편을 통한 연대와 마음
여름의 카메라 Summer's Camera
Korea | 2024 | 83min | Fiction | 전체관람가 | Asian Premiere
▶Director
성스러운 Divine SUNG
▶Cast
김시아 이은솔 유가은 배영란 곽민규
▶시놉시스
아빠를 따라 사진을 찍던 여름은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카메라에서 손을 놓게 된다. 그런 여름이 축구부 에이스인 연우에게 첫눈에 반해 고등학교 때 아빠가 쓰던 카메라로 홀린 듯 사진을 찍는다. 필름을 현상하자 그 속에는 고등학교 시절 아빠가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있다. 여름은 사진들 속에서 아빠의 비밀을 보게 된다. 과연 여름은 첫사랑을 이루고 아빠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까?
#기억의 파편을 통한 연결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기억의 파편이자 그중에서도 필름은 직접 감각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기억을 전달할 수 있는 물질이다. <여름의 카메라>는 그런 기억의 파편을, 어느 ‘여름’의 기억을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필름 카메라를 이어서 사용하는 여름은 현상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빠의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여름의 사랑은, 그리고 여름이 마주하는 아빠의 사랑은 필름과 참 닮아있다. 여름이 마주하게 되는 아빠의 사랑은 뜨거웠던 그의 계절 중 일부일 뿐이고, 그 사랑의 주인인 아빠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기억처럼 더 이상 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기억의 파편은 이제 필름이라는 물질을 통해 딸 여름에게 전해져 그녀의 관점에서 새로이 감각되고, 재생될 뿐이다.
기억의 파편, 감각되는 물질을 통한 이러한 연결은 <여름의 카메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재일조선인이나 조선인과 같은 디아스포라의 기억이나 홀로코스트의 기억처럼 역사적 기억이 후세대로 전승되는 과정에서 중요히 언급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의 당사자, 체험의 당사자가 사라졌을 때 그 기억은 어떻게 기억될 수 있을까? <여름의 카메라>와 함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 중인 임흥순 감독의 <기억 샤워 바다>에서는 ‘옷’을 통해 디아스포라로서의 한 사람의 삶이 후대로 전승되고 있고, 작년에 국내에서 개봉한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서는 영화 필름이 과거 단절된 영화와 인물을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여름의 카메라>에서 여름은 필름을 통해 아빠와 이어지고, 새로운 인연과 연결된다. 그렇게 아빠가 쓰던 여름의 카메라는 하나의 매개로서 여름을 곳곳으로 연결하고 그녀의 일상에 스며든다.
#매개체로서의 필름과 여름의 연대
<여름의 카메라> 속 인물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끈끈하게 연대하는데, 그들이 서로에게 다가가고자 애썼다기 보다 그들의 첫 만남은 모두 의도치 않은 우연함으로 시작된다. 여름은 우연히 축구부 연우를 만나 셔터 소리가 들리는 듯한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필름을 현상하여 의도치 않게 보게 된 사진에 의해 아빠의 과거 기억과 마주하게 되며, 그 기억을 따라가다가 마루를 만난다. 그리고 이런 우연한 만남은 따뜻한 연대로 이어진다. 이때 여름의 중요한 매개체는 ‘필름 카메라로, 여름이 사진을 찍어주고 현상하고, 그 실물을 다시 누군가와 나누는 과정을 직접 실천하며 인물들과 그녀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진다.
<여름의 카메라>에서 필름이 인물들 사이를 연결하고, 단절된 무언가와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여름의 커밍아웃과 정체성 또한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인물들 간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여름이 가장 가까운 절친인 민정에게 자신이 여자를 좋아한다고 고백할 때, 민정은 이미 그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하며, 여름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현상된 사진 덕에 마루에게는 의도치 않게 첫 만남부터 연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밝히게 되는데, 이것은 당혹스럽거나 난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루와 공통분모를 형성함으로써 그와 더욱 가까워지고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고, 여름 자신 또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수용함으로써 연우와 마음을 트고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여름의 카메라>에서 여름의 정체성은 인물들 간의 연대를 더욱 견고하고 단단히, 친밀하게 만드는 것이 되고, 그들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때로는 함께 성장하는 친구가, 때로는 유일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지가 되며 다양한 형태로 연대하고, 함께 성장하며 순수하고도 뜨거운 계절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과 다양한 형태의 연결을 꿈꾸게 한다.
감독은, 5/5일 진행된 <여름의 카메라> GV에서 ‘밝은 퀴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한 점에서 <여름의 카메라>는 감독님이 목표하신 바에 아주 부합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푸르른 배경과 따스한 색감은 주인공들의 통통 튀는 말투와 어우러져 햇살 같은 그들의 청춘을 돋보이게 하고, 인물들이 내뱉는 툭툭 내뱉는 진솔한 마음들은 숨기거나 걱정하고, 끙끙 앓아야 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와 나눌 수 있는 것,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됨으로써 인물의 성장과 미래를 향한 여정에 기여한다. 여름의 사진처럼 그들의 사랑과 아픔, 청춘과 우정은 이내 지나가 붙잡을 수 없겠지만, 그들이 나눈 설렘과 기억은 이 영화를 통해 그들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 26회 전주국제영화제
2025. 4. 30. ~ 2025. 5. 9.
▶상영일정
2025. 05. 03 (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7:00 (GV)
2025. 05. 05 (월)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4:00 (GV)
2025. 05. 06 (화)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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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5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3월 5주 개봉영화!
모비우스 Morbius , 2020
마블의 첫 번째 안티 히어로 무비
영화 "모비우스"는 희귀 혈액병을 앓는 생화학자 모비우스가 흡혈박쥐를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구원할 힘과 파괴할 본능을 가지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입니다.
마블 원작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과 맞선 적수 '마이클 모비우스'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첫 번째 실사 영화로,
마블 최강 안티 히어로의 탄생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대표 천의 얼굴로 꼽히는 배우 자레드 레토가 안티 히어로 '모비우스' 역을 맡아
또 한 번 파격 변신을 예고하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요
흡혈박쥐를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초인적인 힘과 스피드를 얻을 뿐 아니라,
박쥐의 비행 능력과 주변의 음향 정보를 활용해 공간 내 물건들을 보는 반향 위치 측정 능력을 갖추게 되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히어로 능력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히어로의 경계가 무너지는 마블 첫번째 안티 히어로!
첫번째 추천영화 "모비우스"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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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싱: 미제사건 MATIN CALME , Vanishing , 2022
역대급 글로벌 프로젝튼!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신원 미상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진호’와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의 공조 수사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 입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에 초청되어 한차례 관객들을 만난
"배니싱: 미제사건"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미제사건을 다룬 예측 불가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인물 간의 심리 묘사로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라는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는데요
칸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에 두 차례 노미네이트 되며 독보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드니 데르쿠르 감독,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유연석, 예지원, 최무성, 박소이와 할리우드 대표 배우 올가 쿠릴렌코의 글로벌 연기 앙상블이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극강의 몰입감을 전할 것입니다.
한국 영화의 위상을 뒤이을 역대급 글로벌 프로젝트!
두번째 추천영화 "배니싱: 미제사건"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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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컷 B Cut , 2022
참신하고 신박한 소재의 디지털 범죄 스릴러
영화 "B컷"은 일명 탐정까기로 한탕을 꿈꾸던 스마트폰 사설수리업자가
유력 대선후보의 비밀이 담긴 핸드폰을 손에 넣으면서 벌어지는 디지털 범죄 스릴러 입니다.
특히 아이돌 스타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김동안과 17년차 배우 전세현, 연기파 배우 김병옥의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비롯해 스마트 기기를 다양하게 접하는 시대에
쉽게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스마트폰 소재와 정치공작까지 다양한 사건을 흥미롭게 펼쳐내면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 예정입니다.
'광대:소리꾼', ;연가시', ;돌려차기' 등 꾸준한 작품활동을 한 김동완의 달라진 못습을 보게될
세번째 추천영화 "B컷"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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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시그널
劇場版シグナル 長期未解決事件捜査班 , SIGNAL The Movie Cold Case Investigation Unit , 2021
한국 드라마 확장한 일본 영화 '극장판 시그널'
영화 ‘극장판 시그널’은 어느 날 고장 난 무전기로부터 시작된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2021년의 ‘사에구사 켄토’와 2009년 ‘오야마 타케시’가 과거와 현재를 뒤흔든 테러 조직과의 전쟁을 벌이는 ‘시그널’ 원작의 오리지널 스토리 영화입니다.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이번 작품에서 국내 ‘이제훈’ 배우의 역할을 맡았고,
일본 대표 연기파 배우 키타무라 카즈키와 키치세 미치코 탄탄한 배우들의 명연기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2016년을 강타한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을 리메이크한 일본판 드라마 ‘시그널’은
2018년 일본에서 방영된 직후 ‘원작 팬들이 인정한 리메이크작’이라는 극찬과 함께 뜨거운 주목을 받았는데요
기존 원작에서 더욱 확장된 세계관을 구연한 오리지널 스토리로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에 이어 일본 극장판 시그널까지 확장된
네번째 추천영화 "극장판 시그널"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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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마더스 Madres paralelas , 2021
내 아이를 낳은 그녀에게 이끌리기 시작했다
영화 "패러렐 마더스"는 같은 날 아이를 낳은 두 여자 야니스와 아나 사이의 사랑과 배신, 진실과 거짓을 그린 멜로 스릴러로,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귀향' 등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페넬로페 크루즈 조합이 만들어낸 레전드 걸작의 계보를 이을 작품인데요
여성들의 연대와 모성에 대한 이야기는 관객들을 또 한번 매혹시킬 예정입니다.
홀로 출산을 준비 중인 사진작가 야니스는 같은 병실에서 어린 산모 아나를 만나게 되고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딸을 낳은 두 사람은 짧지만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야니스와 아나의 딸이 뒤바뀌게되고 야니스는 그 사실을 알게 되지만,진실을 알리지 못한 채 아나와 점점 더 가까워져만 가게 되죠
운명이 만든 평행선 위, 두 여자의 비밀스릴 넘치는 스토리 끝에 따뜻한 감동과 전율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페넬로페 크루즈 조합이 만들어낸 레전드 걸작!
다섯번째 추천영화 "패러럴 마더스"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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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잃었다. 어딜 가야 할까.
이 글은 영화 [스펜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생물 교과서에 나오는 혈우병(Hemophilia)은 유전병들 중 가장 슬픈 병임과 동시에 왕가의 집념이 보이는 병이기도 하다. 혈통 보존이라는 미명 하에 왕실에서는 사촌 간에 결혼을 하거나, 정략결혼을 통해 권력을 더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덕분에 빅토리아 여왕의 유전자 하나는(참고 1) 온 대륙의 왕자들이 피를 멈추지 못해 죽어가는 것을 눈뜨고 지켜보아야만 하는 비극을 불러오기도 했다.
왕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렇게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되어 넘지 못할 것만 같던 두꺼운 담을 꾸역 꾸역 넘는다. 그리고 기어코 보통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 조심스럽고 비밀스러웠던 크기만큼이나 쾌감을 주는 이야기로 떠돌게 된다.
21세기인 지금도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왕족의 이야기는 이제는 대중 매체의 힘을 빌려 손쉽게 담을 넘는다. 가장 매력적이고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영화 제목과 일치하는 자신의 성(Family name)인 [스펜서]로 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다이애나의 이야기는 생소하면서도 신비롭다. 영화 속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장면마다 인간 다이애나 스펜서의 슬픔이 묻어져 나오지만. 그녀의 고통과 용기도 함께 느껴져 마음이 몇 번이고 부서져 내리는 두 시간을 보내게 한 영화다.
윈저라는 이름의 왕관, 혹은 금고아;그것을 너무도 잘 표핸해낸 크리스틴 스튜어트
사진 출처:다음 영화
왕관을 쓰려는 자 무게를 견디라 했다. 그것도 영국 왕실의 왕관이라면. 목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꼿꼿하게 지탱하려 애쓸 것이다.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스펜서의 모습은, 머리 위에 얹어진 원치 않는 왕관을 버텨내느라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자신의 차를 혼자 운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펜서는 어딘가 경직되어 있는 동시에 안절부절 해 보인다. 무엇보다 그런 불안한 상태를 감출 수 없는 듯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녀의 손은 마음과 동기화되어 있는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이고. 스펜서의 한 손은 언제나 다른 한 손에 의해 꾹 눌러진 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겨우 잠자코 숨을 죽인다. 두 손을 맞잡아야 자신을 진정시킬 수 있는 그녀의 의기소침한 어깨는 안쓰러울 정도로 작아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다이애나 머리 위의 반짝이는 것을 가리켜 왕관이라 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그저 손오공의 머리를 옥죄이는데 쓰는 금고아(긴고아)에 불과했던 셈이다.
난생처음 보는 다이애나의 모습을 이토록 잘 표현해낸 데는 틴에이지 영화배우라는 왕관을 쓰고 있는 줄 알았던 크리스틴 스튜어트 개인의 울분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배우라고 부르기엔 한없이 모자랐기에.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는 금고아를 벗어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배우와 스펜서가 가진 공통된 욕망은, 영화 속에서 모든 것을 뒤로하며 달리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다른 무수한 영화 속 장면에서도 그러하지만. 특히 그 지점에서는 크리스틴과 스펜서 두 사람 사이의 구분선이 완벽히 사라진다.
두 여인은 자신을 통제하고 가둬두려던 그 무언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이 왕관이라 부르며 칭송하던 것을 벗어던지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달리기의 끝에 그녀들이 기어코 얻어낸 것에도 손뼉 쳐줄만하지만. 미친 듯이 달리느라 발을 다치지는 않았는지. 숨이 너무 차 기댈 곳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목걸이, 허수아비, 그리고 꿩;스펜서의 모든 모습을 나타내는 것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진흙탕이라는 단어에서 딱 한 뼘 정도 모자라는 땅에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
스펜서는 자신이 궁에서 속한 위치가 딱 허수아비 정도라고 생각했다. 남편 찰스는 바람까지 피운 주제에 불륜 상대에게 준 것과 같은 진주 목걸이를 선물했고. 그것은 자신이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내려놓으려 할수록 옷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화려한 장신구가 되어 스펜서의 목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펄럭이면서, 아름다운 족쇄에 목을 맡긴 채 스펜서는 자신의 인생이 그렇게 끝나리라 조금은 믿어버렸다.
하지만 스펜서는 자신의 두 아이만큼은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았다. 왕가의 전통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지 않다는 아들의 마음은 가볍게 묵살당한 꿩 사냥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고 싶었다.
꿩은 영화 속에서 아름답지만 도망갈 머리는 모자라는 짐승 정도로 그려진다. 확실한 이유 없이 희생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지점에서 스펜서는 자신의 모습과 꿩이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들의 꿩 사냥을 더 말리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아들의 총을 맞아 죽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고. 윈저가문의 이유 없는 전통에 의해 스펜서가 희생당하는 것을 막고 싶었을 테니까.
허수아비이자 꿩이었지만. 운명 같았던 진주 목걸이를 없애버린 스펜서는 그렇게 자신이 원하던 대로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신나게 도망을 친다. 벌판에 버려져 있던 그 허수아비에게는 스펜서의 옷이 아닌 윈저의 옷을 선물한 채로.
지금의 찰스를 보고 있자면. 다이애나의 저주(?)를 톡톡히 받고 있는 듯하다. 윈저 가문은 가장 매력적인 왕세자비를 영원히 잃었으며. 스펜서의 마음을 가지고 논 죄로 찰스는 왕위에서 어머니의 그림자로 남아있다. 이제 누가 정말로 허수아비가 되어버렸는지. 그 당사자는 알겠지.
스펜서, 길을 찾다.;메리크리스마스, 스펜서.
사진 출처:다음 영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 심판]의 김혜수 배우는. 판사들이 걸어가는 긴 복도가 그 사람들이 가진 끊임없는 일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많은 대사들이 복도에서 이뤄지는 것도 판사들이 가야 할 길 중간에 있는 일들 같게 느껴져서 좋았다고. 영화 [스펜서]에서 복도, 혹은 길이 상징하는 바도 이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스펜서는 영화에서 늘 길을 잃고 헤맨다. 그것이 자신이 살던 동네 근처였건. 혹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이한 미로 같은 궁궐이건 상관없이.
애처롭게도 스펜서는 그녀를 그 운명의 길고 긴 길 위에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지 못해, 몇 년을 가도 낯선 길 위에 정처 없이 눈물을 흩뿌리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긴다. 모든 것을 토해내기 위한 화장실을 찾아서 겨우겨우.
그녀는 스스로를 죽여 이 길을 더 이상 걷지 않기보다, 자신을 죽이려 하는 이 길에서 도망치기로 했다. 덕분에 세 모자(母子)의 신나는 도망기(?)에서만큼은 스펜서는 망설이지도. 길을 잃지도 않는다. 그녀는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었고. 주저하지 않고 엉망진창이지만 그대로 완벽한 채로 뒤 한번 돌아보지 않은 채 궁과 멀어진다. 다 큰 어른이 되어버려 산타는 더 이상 그녀에게 내어줄 것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만큼은 스펜서는 자신에게 아주 큰 선물을 준 셈이다. 두 아들에게도 빼놓지 않고.
스펜서는 영화 말미에 아이들이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패스트푸드를 먹이며 홀가분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내겐 그 모습이 마치 영화 [졸업]과 같아 보였다.
우리는 보통 [졸업]의 결말을 사랑하는 남자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도망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 정말로 현실이 되어 버린 이 탈주극에 대한 대책 하나 없는 두 남녀의 소위 "현타"온 표정을 비추는 것이 영화의 "진짜"끝이다.
스펜서도 지금 이 순간이 지나고 밤이 되면. 잠든 두 아들을 보며 과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현재 가진 것으로는 얼마나 버티며 궁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될 것인지에 대한 숫자 놀음을 멈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스펜서]는 졸업의 결말보다 약 5초 정도 앞에서 끊은 기분이다. 스펜서의 눈에 언뜻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이 비치지만. 아직까지 그녀는 홀가분하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그 행복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5초만이라도. 자신이 스스로에게 선사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한다.
마치면서+좋아한 장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왔다.어차피 우산이 없었기에 나는 주저 없이 빗속으로 발걸음을 내디뎌야 했다. 모든 사람이 우산을 쓰고 있었고. 그들은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기꺼이 이상한 사람이 되기를 택했고. 한순간이었지만 스펜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그 모든 시선을 받아야 했을 그녀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영화는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도 그 장면들에 묻히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또 대단했다. 어차피 역사가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혹은 그녀의 마음이 십분 느껴지는 영화였기에 보는 내내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스스로에게 준 미래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조금 더 크고 길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마저 남는 영화였다.
[좋아한 장면]
정말 무수하게 많은 장면들이 마음에 날아와 꽂혔지만. 그중에서도 한 장면을 꼽으라면. 단체 사진을 찍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총총거리며 걸어와 여왕 외에는 아무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가족들 사이에 섞여버리는 장면. 다이애나는 그때 자신의 마음속에서 무럭무럭 커가는 스펜서를 눌러 담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영화 가득 그녀만의 색이 묻어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순간만큼은 스펜서를 지워내야 했다. 모르겠다. 그냥 이 영화 자체가 계속 눈물이 났다.
참고 1
혈우병은 남자가 걸리기 쉬움.(성 염색체 유전). 여자의 경우 혈우병에 걸릴 경우 embryonic lethal 한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음. 그 당시 왕자들은 말 타다가 넘어져서 멍이 든 게(내출혈) 아물지 않아 죽었다고도 하고. 처형 당했는데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쏟아져내렸다고도 하고,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고도 함. 아 물론 후자의 경우는 파상풍일 가능성이 더 높음.
[이 글의 TMI]
1. 코로나 격리가 끝나고 회사 갔지만. 여전히 회사는 싫군요.
2. 컨디션은 평소의 70% 정도밖에 안됨.
3. 입맛 없는 게 제일 힘듦.
4. 약 먹어야 되니까 꾸역꾸역 먹고 다시 빠졌던 3Kg 회복함(응?)
#파블로라라인 #크리스틴스튜어트 #스펜서 #최신영화 #영화추천 #실화영화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내일은파란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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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잡초처럼 뻗어나간 뿌리들
영화제에서는 미개봉할 것 같은 영화, 혹은 찾아보기 어려울 영화를 골라 보는 재미가 전부라 생각했다. 그런데 '언젠가 봐야지'하고 끝없이 미루기만 했던 영화를 보는 즐거움도 있음을 <미나리>를 통해 알았다. 주목받는 인물들 속 가려진 이야기를 찾는 재미도.
미나리
Minari
SYNOPSIS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에게 뭔가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도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가 함께 살기로 하고, 순자는 가방 가득 고춧가루, 한약, 미나리씨를 담아 찾아온다. 앤과 데이빗은 여느 '그랜마' 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하다.
감독
Lee Isaac CHUNG (정이삭)
출연
한예리, 스티븐 연,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영화는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한국인과 동양계 미국인이 나와서, 혹은 한국어가 대사 대부분을 차지해서 등의 이유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구조가 느껴졌다. 아빠 제이콥은 '가장'으로서의 자신의 명분과 위세를 분명히 하고자 사업을 벌였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삶을 모두 청산하고 시골 한구석에 들어와 한국 채소를 가꾸는 농장을 만들겠노라고.
어린아이가 둘이나 있는 집에서 한 사람이 일에만 집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으니. 식사는, 땀에 절은 옷가지들은, 누가 처리해준단 말인가. 결국 이 모든 것을 받칠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 역할을 도맡은 건 엄마 모니카.
모니카는 남편의 꿈이 불안해 보이기만 한다. 아들 데이빗은 심장이 좋지 않아 병원 가까이 있어야 하는데, 학교는 커녕 아이들과 어울릴 다른 아이들도 거의 보이질 않고, 자신 또한 컨테이너의 네모난 공간 외엔 아무것도 없는 기분이 든다. 실은 그보다 더 작은지도 모르겠다. 병아리의 성별을 구분하여 살릴 것과 폐기할 것을 가르는, 그 작고 조악한 바구니가 하루의 전부인 것 같으니.
모니카와 제이콥은 자꾸 다툼만 늘어간다. 언성을 높이고, 아이들은 방에 들어가 둘의 싸움을 중재할 방법을 고안하고. 싸우지 말라는 바람은 종이비행기를 타고 날아갔지만 엄마 아빠 둘 중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다. 아이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는 셈이다.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싸움이 눈앞에서 들리는데 어떤 발언권도 없이 그저 관망하거나 외면하는 수밖에는.
불안정한 균열의 틈 사이로 또 다른 엄마, 그러니까 모니카의 엄마인 순자가 들어선다. 이토록 밝은 얼굴의 모니카는 관객에게도 가족에게도 낯설기만 하다. 독특한 유머감각을 지닌 순자는 데이빗의 눈에도, 앤의 눈에도 이상했다. 할머니인데 할머니 같지 않은 어떤 노인. 데이빗은 경계하는 마음으로 모니카의 뒤에 숨기만 한다.
데이빗의 반응이 어떻든 모니카와 순자는 서로를 살뜰히 살핀다. 순자는 매콤한 고춧가루처럼 모니카에게 위로가 될 식재료, 그리고 약간 묵직한 돈 봉투를 내밀어 실질적으로 보탬이 될 만한 손길까지 내민다. 맞벌이하는 두 사람이 집을 비울 때 아이들과 함께해 줄 어른이 있다는 것 또한 모니카에겐 큰 힘이 된다. 완전히 농장 일에 빠진 제이콥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전보다는 모니카가 일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모니카는 순자가 데이빗을 위해 가져온 약재를 함께 달이고, 끼니를 챙기고, 집을 나설 때마다 걱정 담긴 인사를 건넨다. 순자 또한 엄마로서의 역할을 오래 해왔을 터. 자신이 아닌 남을 챙기고, 받치고, 때로는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일상이 익숙하다. 미나리는 모니카, 제이콥, 앤과 데이빗 네 가족이 힘겹게, 그러나 강인하게 뿌리내린 모습을 상징한다. 모니카와 순자처럼 가정의 기반이 된, 지난 세기의 모든 '어머니'들이 어디에서나 쑥쑥 뻗어나가는 확장성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들의 모성애를, 지고지순함을, 희생을 숭고하게 여기는 마음보다는 그들의 고생스러움이 피어낸 푸릇푸릇하고 질긴 줄기를 기억하고 싶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8/25(THU) ~ 9/1(THU)
2022-08-26 | 13:30 - 15:26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9관
2022-08-29 | 13:00 - 14:56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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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탐정 포와로의 심리 추리극
돈은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직장이나 사업을 해서 돈을 번다. 어느정도 기본 생활이 해결될 정도로 돈을 벌면 거기서 조금 더나아가 부를 축적하는 단계를 지향한다. 그렇게 축적된 부에 따라 각자의 생활 수준이 달라지고 결국에는 빈부격차라는 아주 작은 틈이 점점 커지게 만든다. 그래서 그렇게 달라진 격차는 점점 더 돈을 지향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얽매이고 그것 때문에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삶의 목적이 돈을 벌고 부를 축적하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다르게 말하면 돈에 종속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면 그 상황이 정말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많으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생기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사업의 기회도 생긴다. 처음에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돈이 많은 곳에 자연히 몰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가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엄청난 부 주변에 몰린 돈에 종속된 사람들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단지 돈 때문에 몰려든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그 주변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에서 진심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큰 부를 상속받은 여성과 그 주변인물 사이의 살인사건을 그리는 영화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은 엄청난 부를 상속받은 여성인 리넷(갤 가돗)과 그 주변 인물들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 스릴러지만 부자인 리넷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담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리넷 주변에 있는데, 가장 가까운 인물은 약혼자인 사이먼(아미 해머)이다. 직전에 리넷의 친구인 재클린(에마 매키)과 연인관계였던 그는 리넷의 옆에서 정열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는 돈에 대한 관심보다는 리넷의 마음에 더 신경쓰면서 리넷이 가진 부담감을 지워주려 애쓰는 인물이다. 반면에 재클린은 리넷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사이먼이 리넷과 교제하게 되면서 질투와 배신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다. 그가 영화 속에서 리넷의 옆에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장감은 높아진다.
그 외에도 부크(톰 베이트먼)과 그의 엄마 유페미아(아네트 베닝), 리넷의 옆에서 재정 관리를 하는 친척 앤드류(알리 파잘), 루이즈(로즈 레슬리), 살로메(소피 오코네도)와 그의 딸 로잘리(레티티아 라이트), 베스너 박사(러셀 브랜드), 마리(제니퍼 샌더스), 바워즈 부인(돈 프렌치) 등이 리넷과 사이먼의 약혼 파티에 초대되어 호화 유람선에 탑승하게 된다. 영화 초반 이들의 모습과 행동을 찬찬히 보여주게 되는데, 각자가 가진 사연이 조금씩 소개되면서 각 인물들이 가진 서사와 이해관계를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인물이 리넷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인데, 전혀 관계 없는 인물인 포와로(케네스 브래너)가 그 배에 탑승하게 되면서 영화는 포와로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가 주변을 살피고 인물들을 세심히 살피게 되는데, 영화의 시선도 그대로 포와로와 같이 움직인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작은 비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포와로는 이런 인물들의 특성이나 비밀을 파악하게 되는데 그 과정자체가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서사를 긴장감있게 보여주는 심리 추리극
실제로 영화에서 살인 사건은 중반부에서야 등장하게 되는데 그 전까지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부자인 리넷 주변의 인물들이다. 초반에 그렇게 세심하게 이들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건, 모두를 의심할 수 있게 하는 동기를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마치 추리소설을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물들의 서사를 접하고 나서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누가 살인자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포와로와 함께 머리를 굴리게 된다.
영화 속 리넷은 불행하고 불안해 보인다. 그는 결국 살해당하게 되는데, 그 주변 인물들 모두 리넷을 죽일 수 있는 살인 동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리넷이 죽은 이후에 먼저 보이는 건, 리넷의 안타까운 죽음보다 그가 가지고 있던 거대한 목걸이의 행방과 리넷이 가진 돈이 어디로 갈 것인지다. 그러니까 리넷의 죽음의 안타까움보다 돈이 먼저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주변에 모인 인물들에 정을 붙일 수 없다. 다들 안타까운 개인 사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건, 영화의 훌륭한 각색대로 이야기가 구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리넷 옆에 누군가는 돈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영화는 그것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리넷을 죽인 범인, 그리고 그 이후 누군가를 계속 살해해나가는 범인이 누군지, 그 동기가 과연 돈이었는지는 영화에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감독인 캐네스 브래너는 직접 포와로를 연기하면서 훌륭하게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연출했다. 이 이야기 안에서 유일하게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추리해가는 탐정 포와로는 이번 영화에서 그가 가진 과거 트라우마도 드러낸다. 그렇게 원작에는 없는 포와로의 새로운 개인사를 추가하면서 조금 더 할 이야기가 많은 풍부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은데 특히 인상적인건 재클린을 연기한 에마 매키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 출연한 그는 이 영화에서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생동감있게 영화를 극적으로 만드는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재클린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아네트 베닝이 연기한 유페미아도 인상적인 캐릭터다. 아들 부크의 결혼에 반대하는 엄마 역할인 그는 자유분방한 예술가처럼 보이지만 아들의 여자친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며 고집을 피우는 연기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영화 중반 이후에 그로 인해 만들어진 영화적 긴장감은 살인사건과 함께 극을 더욱 고조 시킨다.
영화는 포와로가 처음부터 각 인물을 하나씩 만나고, 한자리에 모이면서 벌어지게 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포와로는 많은 인물들 사이에서 관계를 조율하고 관찰하면서 리넷의 배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확하게 캐치해낸다. 결국 그는 '돈'에 종속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면서 '사랑'때문에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동들도 들춰낸다. 그러니까 그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자,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치유하는 계기를 만드는 심리 분석가이기도 하다. 이런 포와로의 활약이 담긴 영화는 아름답고 웅장한 영상과 함께 훌륭하게 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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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과학 그리고 칸트의 철학 "당신의 꿈은 희망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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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황야> 공식 예고편
2024년 1월, 전 세계 새해를 휘어잡을 사냥꾼 마동석의 액션 블록버스터 황폐한 무법천지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사냥이 시작된다! 넷플릭스 영화 ⟪황야⟫ 1월 26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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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테인티드> 메인 예고편
조직에게 버림받고 15년의 수감생활 끝에 출소해 두문불출하던 ‘랜스’는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고자 또 한 번 위험천만한 제안을 수락한다.
반대파 조직원들을 순식간에 해치운 ‘랜스’의 범행 현장을 목격한 생존자가
경찰의 보호를 받게 되자 위협을 느낀 조직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랜스'를 제거하려하고,
그의 유일한 친구인 ‘안나’에게 마저 손길을 뻗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