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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류산2025-04-06 22:54:29

이병헌·유아인의 찐 연기가 만난 영화 <승부> 리뷰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의 생일 축하를 받으며 함께 점심을 하고 아내와 함께 용산 CGV를 찾았다. 며느리가 준비한 골드클래스 티켓 덕분에 집처럼 아늑한 공간에서 영화 <승부>를 관람했다.

 

김형주 감독의 <승부>는 단순한 바둑판 위의 수 싸움을 넘어, 승부의 세계에서 제자와 스승 사이의 뜨거운 감정과 관계의 깊이를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이 바둑알을 놓는 순간, 스크린 너머로 전해지는 손끝의 떨림과 상대를 보는 눈빛은 영화에 온전히 빠져들게 했다. 어느새 승부(대국)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몰입을 경험하며,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영화는 김형주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이병헌, 유아인, 조우진이라는 탁월한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가 시너지를 이룬 작품이다. 바둑판 위에 앉은 두 인물의 대결이 마치 권투 링 위에서 몸이 부딪히는 한 판 승부처럼 숨 가쁘게 펼쳐지는 건 감독의 섬세한 연출 덕분이리라. 바둑을 전혀 모르는 관객까지 끌어안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조훈현이 다리를 떨면 그 판은 무조건 잡는다’ 등의 긴장 포인트를 요소요소에 심었다. 클로즈업과 침묵의 활용, 교차 편집을 통한 긴장감 조성, 그리고 배우들의 내면 연기를 끌어내는 디렉팅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영화 <승부>는 배우들의 찐 연기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병헌과 유아인, 두 배우의 대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처럼 느껴질 만큼 강렬했다. 이병헌(조훈현 역)은 오랜 시간 바둑세계에서 군림한 노련한 바둑황제로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유아인(이창호 역)은 젊고 날이 선 도전자로서 스승과 제자사이에 묘한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병헌은 공격적인 기풍으로 냉철한 승부사 역할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유아인은 인내하며 지키는 기풍으로 스승에 맞서 승부욕이 가득한 도전자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한다. “물고 뜯고 덤비고 싸우라”고 말하는 스승에게 “그건 선생님 스타일이고 내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맞서며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을 응축시킨다.

 

 스승과 제자의 대결은 두 배우의 환상적인 연기로 폭발적인 긴장감을 만들며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제자는 이기면서도 흔들리고, 스승은 지면서도 패배로 무너진 좌절감을 끝내 극복하려고 한다. 집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가르친 제자가 스승을 넘어섰을 때의 씁쓸함과 허탈함을 이병헌은 극도의 절제와 깊은 눈빛으로 보여준다. 이병헌은 어린 제자에게 모든 타이틀을 빼앗긴 쓰라림을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 핑그르르 차오르는 눈물에 담는다. 이기지 못하는 초조함, 결국 져버린 초라함, 지울 수 없는 열패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아인은 승자의 기쁨과 스승에게 패배의 고통을 안겨드렸다는 송구함을 동시에 안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선을 놀라운 연기력으로 보여준다. 조우진(남기철 9단 역)은 두 인물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며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배우려고 하지 말고 이길 궁리를 해보라”며 이창호를 자극하고, 제자에게 진 조훈현을 진심으로 격려한다.

 

 투자배급사 바이포엠(BY4M)이 배급한 이 작품은 원래 창고에 묵혀있던 영화였다. <소방관>에 이어 <승부>도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덕분에 OTT(넷플릭스)가 아닌 극장에서 큰 화면과 생생한 사운드로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못하다. 때때로 실수를 하고, 그 때문에 대가를 치른다. 유아인은 큰 잘못을 저지르며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배우는 연기로 그를 성원하는 관객에게 보답해야 한다. 그가 대가를 치르고 영화계에 복귀해서, 보다 성숙한 연기로 관객에게 다시 빛나는 스타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승부>는 바둑이라는 정적인 소재를 긴박한 드라마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바둑판 너머 치열하게 사는 인생의 의미를 보여주며, 때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임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작성자 . 두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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