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15 17:32:33
영화제 초심자를 위한 영화 선택 가이드! (feat.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보다 실패 없는 영화 선택을 위하여

오는 4월 18일 (금)부터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일반 상영 예매가 시작될 예정인데,
다들 위시리스트 작성은 끝났나요?
영화제 방문이 처음이라, 많고 많은 영화 중 도대체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고민인
여러분을 위해 씨네픽지기가 준비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씨네픽 어플이 함께하는 예매권 이벤트도
오늘이 마지막 응모일이니, 놓치지 마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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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욱신욱신하는 모든 이의 이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우리의 의학발전은 인정하기 싫게도 과거 사람들에게 행해진 생체실험 덕분이라는 말이었다. 그래, 인정하기 싫게도, 맞는 것도 같다. 수많은 이에게 규칙적으로 바닷물 주사를 투여하지 않았다면 비브리오 패혈증의 존재는 보다 늦게 알려졌을 것이다. 바닷물이 혈액을 대신 할 수 있다는 거짓으로 판명된 가설 대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인간에겐 하진 않고 실험용 동물을 쓴다. 매정하게 말하자면 과정은 비인간적이었으나 결과는 인간을 위하는 것일 때도 있다. 그 판단을 어떤 사람도, 어떤 시대도 쉽게 내릴 수는 없다. 우리는 시대 아래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대가 펼쳐놓은 판에, 말이 되어 이리저리 움직인다. 시대가 만약 신이라면 참 체계적인 큰 손이 아닐까. 때맞춰 부딪히는 이념을 널어두고, 갈등을 만들어내면서 사람을 시험한다. 우리는 시험당하고 시험하는 존재이다. 태어날 때도 내 원이 아니었건만 사는 것도 내 원이 아닌 바에야 이게 대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나 '소용'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쓸모가 있고 득이 되는 것. 살아가는 것은 쓸모와 득으로는 나눌 수 없는 것이다. 영화 <동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그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말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윤동주와 송몽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윤동주는 당대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그의 시는 대대손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오래오래 남아있다. 송몽규는 일제강점기에서 열심히 앞장서 싸웠으나 결국 이름 하나 남기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이준익 감독 또한 윤동주는 과정은 좋지 않지만 결과가 좋았고,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과정은 훌륭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동주의 아름다운 결과와 함께 과정이 아름다웠던 송몽규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름을 훗날 길이길이 남기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내 이름이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칭송을 받는다면야 그보다 좋을 일은 없다. 그러나 동주와 몽규가 그랬을까. 둘이 그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해보았다. 동주와 몽규에게만은 적어도 과정과 결과, 그런 이분법을 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그게 영화에서 불편하던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건 마치 영화 구석구석 드러나던 선택지와 같다. 처음 영화 시작부터 나타났던 신앙과 공산주의에 대한 고민. 일본순사가 교실을 박차고 들어와 내밀던 개인주의냐 전체주의냐, 일본사람이냐 아니냐, 하던 불편한 선택지. 혹은 아버지가 내미는 진로선택의 일침과도 같았다. 이과냐, 문과냐.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쓸모냐 의사가 되어 사람을 구하는 것이 쓸모지. 마지막 자기 확신에 빠져 있는 일본 취조인의 이야기와도 같다. 야만이냐, 문명이냐. 국제법에 대강 끼워맞춰서 자발적인 듯 보이게 진술서를 받으면 문명이고, 그런 것조차 모르는 무지한 조선인은 야만이고. 이분법은 수많은 경우와 변수를, 이야기의 목을 댕강 잘라버린다. 마찬가지다. 과정과 결과는 그들이 원하지 않았을 이분법이다. 무엇이 과정이고, 무엇이 결과인가. 나에겐 동주와 몽규 모두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다. 평생을 애써 자신이 뜻하는 바에 다가가려한 과정이 훌륭하다. 한스럽게 숨을 거뒀지만 이렇게 지금 다시 살아나 남은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결과가 훌륭하지 않은가.
아주 확고하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동주는 몽규의 그림자이자 2인자였다. 마지막엔 무려 동주가 절규하면서 몽규의 그림자인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동주가 수동적이며, 재능이 없고, 목적과 이유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동주는 몽규에 비해 수동적인 것처럼 보인다. 동주가 먼저 몽규를 부르지 않는데 비해 몽규는 영화 내내 '동주야'하면서 그를 부른다. 가장 귀에 많이 익은 대사이기도 하다. 동주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 여자에게 쭈뼛쭈뼛하면 몽규는 모르는 척 도와준다. 날 선 대화로 서로에게 흠집이 되는 말을 나눈 직후에도.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고 기뻐하기는 커녕 동주 상심하지 않게 말할 것을 먼저 고민하는 몽규다. 그는 당선되지 않아 시를 꽁꽁 매어두는 동주에게 직접 잡지를 만들어 시를 발표하자고 제안한다. 원하던 대학에 붙고도 동주가 붙지 않으면 바로 대안을 찾느라 바쁘다. 몽규는 기분이 상한 동주가 좋아하는 정지용, 백석의 시집을 가져다 주면 이윽고 동주가 자신과 눈을 맞추리란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몽규와 동주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몽규의 일방적인 적극성과 헌신, 동주의 일방적인 소극성과 고집으로 이뤄진 것인가? 형만한 아우없다더니 역시 동주는 몽규같은 형을 만나 재능을 알아봐주고 뒤늦게 날개를 펴게 된 건가? 아니다. 몽규와 동주는 서로 다른 사람이다. 그 선을 넘지 않으면서 서로를 소중히 하려고 노력한다. 몽규는 시보단 산문의 힘을,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중요시하고 동주는 문학, 시 그 자체의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중요시한다. 몽규는 다른 이를 말로 설득하고 총을 들고, 동주는 시를 계속 쓴다.
어느 순간 몽규에게 동주는 동주이면서. '윤 시인'이다. 동주말마따나 시집도 안내고 등단도 안했는데 왜 시인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걸까. 그건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동주가 그림자도 2인자도 아니며, 전혀 수동적인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을지언정 시에 대한 그의 뚝심은 영화 내내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존경하던 정지용 선생님이 시를 그만 쓰라고 하는데도 그는 꿋꿋하게 내내 우리말로 시를 쓰고 모아둔다.
다카마쓰 교수가 그에게 시를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물었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동주는 사실은 시를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출판을 하지 않아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쓰고 있다고. 그 때 다카마쓰교수는 조선어로 된 시라서 출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한 마디를 날렸다. 그가 쟁여두고 있어서 출간하지 않았던 이유보다도 더 큰 이유는 시대가 정해놓은 한계이기도 했다. 그것을 교수가 지적한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 시대의 잘못이라고. 출간이 자유로웠다면 그는 아마 못이기는 척, 부끄러워하면서도 출간했을 것이다. 그가 부끄러운 것은 시를 줄곧 써서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숨어드는 것 같은 자책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담은 그 시를 선뜻 낼 수 없는 시대때문이다.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우물에서 울리는 파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시대가 막아놓은 둑에서도 물 한방울씩을 알뜰히 모아두고 있었을 뿐인데.
영화에선 쿠미라는 일본인 학생의 도움으로 영어로 시집을 출판하려 했다. 겁이 없이 진행된 해외 출간. 수동적인 이미지의 동주라면 마지막까지 쿠미가 알아서 빨리 출간을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엔 그 원고를 쿠미가 아니라 동주가 직접 보내겠다고 한다. 그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이. 그걸 하려고 그는 잡힐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몽규와 함께 가지 않고 하루를 꼬박 기다렸다. 그건 수동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실제로 윤동주는 직접 한정판이나마 출판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고, 출판이 실패하고 다른 사람에게 원고를 넘겨두기도 했다. 동주는 학교의 필수적인 교련도 거부하고, 창씨개명도 최대한 늦게 하려한다. 그 거짓부렁이 진술서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런 윤동주의 과정이 좋지 않고, 결과만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몽규 역시 마찬가지다. 몽규는 결과가 없지만 과정이 좋은 사람인가.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동주와 몽규 사이의 과정과 결과를 생각해보면 의미는 달라진다. 동주를 '대기는 만성이다'하면서 질투에 휩싸이게 할 정도로 이른 나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술가락'이 있다. 홀연히 독립군 활동을 하고 돌아오고 공부를 시작하곤 잡지 <문우>를 직접 발간했다. 거기엔 동주의 시도 있지만, 몽규의 우리말 뜻인 꿈별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시 '밤' 이 있다. 조선일보에 실렸던 <하늘과 더불어>까지. 영화에 나오지 않았으나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의 시만큼 몽규의 작품도 좋고 궁금해져서 나눠본다.
< 술가락 >
- 송한범(송몽규 아명)
우리부부는 인제는 굶을 도리밖에 없엇다.
잡힐 것은 다 잡혀먹고 더잡힐 것조차 없엇다.
「아- 여보! 어디좀 나가 봐요!」 안해는 굶엇것마는 그래도 여자가 특유(特有)한 뾰루퉁한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 나는 다만 말없이 앉어 잇엇다. 안해는 말없이 앉아 눈만 껌벅이며 한숨만 쉬는 나를 이윽히 바라보더니 말할 나위도 없다는 듯이 얼골을 돌리고 또 눈물을 짜내기 시작한다. 나는 아닌게 아니라 가슴이 아펏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
둘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럿다.
「아 여보 조흔수가 생겻소!」 얼마동안 말없이 앉아 잇다가 나는 문득 먼저 침묵을 때트렷다.
「뭐요? 조흔수? 무슨 조흔수란 말에 귀가 띠엿는지 나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아니 저 우리 결혼할 때… 그 은술가락말이유」
「아니 여보 그래 그것마저 잡혀먹자는 말이요!」 내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안해는 다시 표독스운 소리로 말하며 또 다시 나를 흘겨본다.
사실 그 술가락을 잡히기도 어려웟다. 우리가 결혼할 때 저- 먼 외국 가잇는 내 안해의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온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술가락과 함께 써보냇던 글을 나는 생각하여보앗다.
「너히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머리가 히도록 잘 지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 술가락을 선물로 보낸다. 이것을 보내는 뜻은 너히가 가정을 이룬뒤에 이술로 쌀죽이라도 떠먹으며 굶지말라는 것이다. 만일 이술에 쌀죽도 띠우지 안흐면 내가 이것을 보내는 뜻은 어글어 지고 만다.」 대개 이러한 뜻이엇다.
그러나 지금 쌀죽도 먹지 못하고 이 술가락마저 잡혀야만할 나의 신세를 생각할 때 하염없는 눈물이 흐를 뿐이다마는 굶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없이 「여보 어찌 하겟소 할 수 잇소」 나는 다시 무거운 입을 열고 힘없는 말로 안해를 다시 달래보앗다. 안해의 빰으로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잇다.
「굶으면 굶엇지 그것은 못해요.」 안해는 목메인 소리로 말한다.
「아니 그래 어찌겟소. 곧 찾아내오면 그만이 아니오!」 나는 다시 안해의 동정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없이 풀이 죽어 앉어잇다. 이에 힘을 얻은 나는 다시 「여보 갖다 잡히기오 발리 찾어내오면 되지 안겟소」 라고 말하엿다.
「글세 맘대로 해요」 안해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힘없이 말하나 뺨으로 눈물이 더욱더 흘러내려오고잇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전재산인 술가락을 잡히기에는 뼈가 아팟다.
그것이 운수저라 해서보다도 우리의 결혼을 심축하면서 멀리 ××로 망명한 안해의 아버지가 남긴 오직 한 예물이엇기 때문이다.
「자 이건 자네 것 이건 자네 안해 것-세상없어도 이것을 없애서 안되네」 이러케 쓰엿던 그 편지의 말이 오히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숟가락이건만 내것만은 잡힌지가 벌서 여러달이다. 술치 뒤에에는 축(祝)지를 좀 크게 쓰고 그 아래는 나와 안해의 이름과 결혼 이라고 해서(楷書)로 똑똑히 쓰여잇다.
나는 그것을 잡혀 쌀, 나무, 고기, 반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왓다.
안해는 말없이 쌀음 받어 밥을 짓기 시작한다. 밥은 가마에서 소리를 내며 끓고잇다. 구수한 밥내음새가 코를 찌른다. 그럴때마다 나는 위가 꿈틀거림을 느끼며 춤을 삼켯다.
밥은 다되엇다. 김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밥을 가운데노코 우리 두 부부는 맞우 앉엇다.
밥을 막먹으려던 안해는 나를 똑바로 쏘아본다.
「자, 먹읍시다.」 미안해서 이러케 권해도 안해는 못들은체 하고는 나를 쏘아본다. 급기야 두 줄기 눈물이 천천이 안해의 볼을 흘러 나리엇다. 웨 저러고 잇을고? 생각하던 나는 「앗!」하고 외면하엿다. 밥 먹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안해의 술가락이 없음을 그때서야 깨달앗던 까닭이다.
<밤 >
- 꿈별(송몽규 필명)
고요히 침전(沈澱)된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 쉬파람 분다
< 하늘과 더불어>
- 꿈별
하늘-
얽히여 나와 함께 슬픈 쪼각하늘
그래도 네게서 온 하늘을
알 수 있어 알 수 있어..
푸름이 깃들고
태양(太陽)이 지나고
구름이 흐르고
달이 엿보고
너하고만은 너하고만은
아득히 사라진 얘기를 되풀고싶다
오오- 하늘아-
모-든것이
흘러 흘러 갔단다.
꿈보다도 허전히 흘러갔단다.
괴로운 사념(思念)들만 뿌려 주고
미련도 없이 고요히 고요히...
이 가슴엔 의욕(意欲)의 잔재(殘滓)만
쓰디쓴 추억(追憶)의 反(반)추만 남아
그 언덕을
나는 되씹으며 운단다.
그러나
연인(戀人)이 없어 고독(孤獨)스럽지 않아도
고향(故鄕)을 잃어 향수(鄕愁)스럽지 않아도
인제는 오직-
하늘속의 내맘을 잠그고 싶고
내맘속의 하늘을 간직하고 싶어
미풍(微風)이 웃는 아침을 기원(祈願)하련다.
그 아침에
너와 더불어 노래 부르기를
가만히 기원(祈願)하련다.
몽규는 연희전문학교에 들어가 2등으로 졸업했다. 그 때 그는 분노할 때 분노하는 사람이었다. 2등 상이 어이없게도 대동아공영, 일본의 군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책이었고 받자마자 이따위 것을 상으로 준다며 집어 던져버렸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게 하지는 못했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불편한 사람들의 마음은 아마 세상 속 시원하게 바꿔주었을 것이다. 동주와 일본으로 유학길을 떠날 땐 다시 교토제대에 합격했던 코스를 보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있었던 능력자였다. 다만 동주와 마찬가지로 시대가 관여하는 일, 독립군 활동, 일본 내 유학생을 규합하려던 사건 등은 일이 목적대로 이뤄지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이다. 몽규는 영화에서 동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딪히고, 싸우고, 도전하며 멋진 형이자 동반자로 등장했다. 끝까지 동주보다 먼저 태어나 조금 늦게 세상을 떠났으니 참 인연은 인연이다. 그의 좋은 결과는 간략하게 설명하려 한다.
이 쯤되면 영화의 제목이 왜 <동주>여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영화의 포인트 상으론 몽규도 같이 담겼어야 할 텐데 말이다. 게다가 왜 영화는 흑백이었을까. 어느 한 순간도 빠짐없이. 하지만 알 것도 같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 몽규, 이렇게 성을 떼고 부르게 된다. 멀리 있는 분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동주는 윤동주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주야, 하고 부르던 몽규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살아남아 동주의 시를 같이 고민하고, 동주의 시를 출간해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동주는 대명사인 것이다. 마음의 색이 흑백으로 강제로 물들고, 모든 선택이 흑백같이 이분법으로 재단되던 시대에 좋은 과정을 보여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도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이들, 우리는 설사 모른다 하더라도 이토록 좋은 결과를 우리에게 이렇듯 감사하게 건네준 수많은 이들의 숨, 눈빛, 목소리, 마음이 담겨 있는 대명사. 들으면, 부르면 마음 한 켠이 욱신욱신해지는 그 모든 이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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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1월 3주 개봉영화!
압꾸정 Men of plastic , 2022
범죄도시 제작진과 마동석 또 뭉쳤다!
영화 "압꾸정"은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 대국이
한때 실력파였던 성형외과 의사 지우와 손잡고 K-뷰티 사업을 시작하는 내용을 담은 코미디 휴먼 드라마입니다.
마동석은 "압꾸정"에서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와 타고난 '말빨'의 압구정 토박이 '강대국'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180도 변신합니다.
마동석 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 역시 이 세계관에서 새롭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정경호, 오나라, 최병모, 그리고 오연서가 K-뷰티의 비하인드 스토리 속 유쾌한 웃음을 책임집니다.
임진순 감독은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담아내기 위해 배우들이 주고 받는 대사에
배우 각자가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투와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현장에서는
애드리브에 대한 자율성을 열어두고 배우들의 자유로운 티키타카에 흐름을 맡겨 유쾌한 장면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웃음!케미! 말맛의 강력한 한 방 선사하는 '마블리'표 코미디!
이번주 추천영화 "압꾸정" 입니다.
탄생 A Birth , 2022
조선근대 개척자 청년 김대건
영화 "탄생"은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개척자 청년 김대건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대서사 어드벤처로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었던 모험가이자 역사를 바꿀 수 있었던 선구자였던 김대건의 진취적인 면모와 안타까운 순교를 감동적으로 그린영화입니다.
김대건의 역활은 윤시윤이 맡게 되었는데요 이제껏 본 적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탄생"은 마카오 유학, 불란서 극동함대 사령관 세실의 에리곤호 승선, 아편전쟁, 동서 만주 육상 입국로 개척, 라파엘호 서해 횡단,
백령도 해상 입국로 개척 등 3,574일의 역동적인 모험을 담기 위해 자료조사와 연구, 국학진흥원의 검수를 거쳤고
서울을 제외한 충남 논산, 태안, 보령, 충북 단양, 전남 여수, 전북 부안,
강원도, 경남 창원, 경북 문경, 대구, 제주도와 경기도 일대 및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촬영으로 영화를 완성시켰습니다.
세계지도 번역한 언어천재,
서해를 횡단하는 모험가!3,574일 동안 세상에 없던 길을 넘나들었던
청년 김대건의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기!
이번주 추천영화 "탄생" 입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からこの恋が消えても , Even If This Love Disappears from the World Tonight , 20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5천 여석을 매진시킨 올겨울 최고의 화제작!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고생 '마오리'와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고 있는 평범한 남고생 '토루'의 풋풋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원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4,607:1의 역대 경쟁률을 뚫고
제26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웍스 문고상을 수상한 이치조 미사키의 빛나는 데뷔작입니다.
국내에서도 교보문고 9주 연속 외국소설 1위 기록, 누적 판매부수 40만 부 돌파 등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의 역주행과 영화화까지 이끌어내는 파급력을 보였습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츠키카와 쇼 각본!
두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최고의 청춘 로맨스!
이번주 추천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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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 다가온 위험을 경고하다.
보이스 (On the Line, 2021)
개봉일 : 2021.09.15
감독 : 김선, 김곡
출연 :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이주영, 조재윤, 이규성
일상에 다가온 위험을 경고하다.
보이스피싱.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낚아 올리는, 목소리로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사기 행각. 내가 어릴 땐 어색한 한국말 또는 낯선 사투리. 누가 봐도 수상한 번호로 택배 박스를 뒤져 찾아낸 우리 집 강아지 이름 같은 것을 이야기하며 납치범 행세를 하는 것. 어르신들이 주로 당하는 것. 같은 게 보이스피싱이었고 실제로 그때 받았던 피싱 전화들은 대부분이 어색하고 우스운 수준이었다. 한때는 이 어설픈 사기 행각을 소재로 삼은 개그 프로를 보며 함께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는데, 요즘은 보이스피싱도 무서울 만큼 진화했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피해 금액도 눈덩이 커지듯 불어나고, 피싱 조직의 몸집은 제어할 수없이 커져가고 있으며 그 수법 또한 교묘하고 그럴싸하다고 한다. <보이스>는 간절하게 취업을 바란 면접자들, 가족을 아끼고 걱정하는 사람들 등.. 선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피와 생명 같은 돈을 털어내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뿌리를 파고 들어가 그들의 악랄함과 광기를 선명하게 잡아낸다.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 같은 건 범죄자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얼마의 돈을 입금 받고, 오늘 수익 전광판에 얼마의 금액이 찍히는지. 내가 벌어갈 돈은 얼마인지. 이들 눈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숫자만 보일뿐. 사람이 돈 앞에서 얼마나 악랄하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아주 잘 봤다.
<씨네 21 1323호>에서 김성훈 기자님이 이들의 모습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월가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표현한 글을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표현을 바로 이해됐다. 월가에 비해 주변이 더 지저분하고 수시로 불법적 돈 세탁을 해댄다는 것만 다를 뿐. 돈 앞에서 뿜어내는 광기와 짐승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 정말 닮았다. 특히 어쨌든 약육강식의 세계고 어차피 누군가의 피를 빤다면 즐겁게 빨아야 한다고 외치는 피싱 조직의 간부 곽프로를 보며 “미친놈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만큼 김무열 배우님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
영화를 보기 전, 건설 현장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단체 커다란 보이스피싱 사건이 일어났다는 시놉시스를 읽었을 땐 “어떻게 건설 현장에서 단체 사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지?”궁금했다. 보이스피싱을 겪어본 적도, 주변에서 당했다는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어 보이스피싱의 세계가 이렇게 커다랗고 조직적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스>는 마치 개미굴처럼 깊고 은밀한 보이스피싱의 세계를 만천하에 공개하며 아직 실감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세밀하게 팀을 나눠 운영한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언제 어디서 걸려도 금방 꼬리를 잘라낼 수 있도록 말이다. 콜센터, 대본, 돈세탁 담당, 입금과 동시에 여러 갈래로 쪼개져 돈을 쓸어 담는 조직원들. 착착 맞아떨어져가는 이들의 빌어먹을 호흡에 피해자들의 피 같은 돈은 손쓸 틈 없이 빠져나간다.
주인공 서준의 아내 미연도 맥없이 이들의 수법에 당하고 마는데, 그는 지지부진한 수사 진행과 지저분한 범죄자들의 욕망 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들과 아내를 위해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심부에 잠입한다. 그리고 상상했던 것 이상의 커다란 악과 이기심을 마주하게 된다. 무기도, 지원해 줄 인원도 없이 홀로 조직의 본거지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서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초능력이나 화려한 무기가 없을 뿐이지 이야말로 진정한 히어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초반부에 휘몰아친 사건들로 높아진 긴장감이 한두 번쯤 느슨해지는 순간이 있는 것과 약간은 애매하게 느껴졌던 액션신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꽤 괜찮았다. 망설임 없이 터트리고 뛰어드는 서준의 행동과 숨김없이 욕망을 드러내는 악역 곽프로. 체계적으로 쌓아올린 범죄 조직의 리얼리티. 그리고 시원하게 뻗어있는 결말로 향하는 길까지. 이번 연휴, 큰 고민 걱정 없이 범죄, 액션 장르의 통쾌함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보이스>를 추천한다.
보이스 시놉시스
부산 건설 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당일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 작업 반장인 전직 형사 서준(변요한)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에 위치한 본거지 콜센터 잠입에 성공한 서준, 개인정보확보, 기획실 대본 입고, 인출책 섭외, 환전소 작업, 대규모 콜센터까지!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스케일에 놀라고,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상상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 끝까지 쫓아 반드시 되찾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누군가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돈과 희망을 빼앗아가는 범죄 ‘보이스피싱’. 미연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 서준이 행여나 잘못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휩쓸려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되고 만다. 몰아치는 범죄자들의 연락과 그럴싸하게 연출되는 상황에 피해자들은 의심 없이 돈을 입금한다.
“선배님 가족이 당해도 가만히 있을 겁니까?”
길거리에 흘려진 셀 수 없이 많은 개인 정보를 노리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들.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경찰들은 중심부를 잡아야 한다며 언제 올지 모르는 시기를 노리고만 있다. 피해자이자 이 사건을 해결하는 히로인인 서준은 진행되지 않는 수사에 지쳐 직접 그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서준은 아수라장이 된 박실장의 사무실에서 사람들의 USB를 챙겨 나오고,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위해 슬쩍 전화선을 뽑는다. 그는 누구보다 정의심이 뛰어난 인물이다. 나와 내 아내의 복수를 넘어 불특정 다수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이 히어로가 따로 없다.
서준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전, 커다란 마약 범죄 조직들을 소탕한 이력이 있는 팀의 에이스였다. 그는 마약 국내 유통책을 잡으려다 금뱃지 아들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형사직을 박탈당한다. 아마 영화에서 보여준 서준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서준은 유통책이 명망 있는 집안의 아들임을 알고도 잡지 않았을까 싶다. 서준은 옷을 뺏긴 이유마저 넘치게 정의롭다.
“보이스피싱은 공감이란 말이야.”
콜센터에 잠입하는데 성공한 서준은 드디어 김현수 변호사라며 아내를 속였던 곽프로를 만나게 된다. 3층 기획실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그는 절망에 빠진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그들의 눈물을 보며 웃는다.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에 당했음을 알고 주저앉아 우는 모습과 곽프로가 웃고 있는 모습이 함께 재생되는 장면을 보며 마치 내가, 내 가족이 당하기라도 한 듯 울화통이 치밀었다.
곽프로는 서준에겐 복수를 꿈꾸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상관들의 뒤통수를 치려 준비하고 있는 가장 교활한 인물이다. 곽프로는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색이라 여겨지는 흰색의 옷을 위아래로 갖춰 입는다. 순수한 색의 옷과 그 위에 튄 핏자국이 더럽고 악랄한 인물의 본체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만든다.
보이스피싱을 벌이는 콜센터 안은 마치 악마들이 모여있는 지옥 같다. 곽프로는 돈 없이 살아갈 바깥세상은 지옥, 헬 조선이라 말하지만 그보다 더 지독한 지옥이 바로 이곳에 있다. 돈 앞에서 이성을 잃고 날뛰는 사람들, 양심과 인류애 따위는 저 멀리로 던져버린 채 욕망으로 번뜩이는 그들의 눈빛, 그리고 같은 피해자임에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71번 여깄다!”고 소리치던 46번의 모습. 특히 46번의 이 모습은 46번을 애틋하게 바라보던 서준의 눈빛이 우스워질 만큼 비열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새로운 콜센터 직원들이 오면 가장 먼저 각자가 갖고 있던 물건과 이름을 빼앗고 새로운 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힌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에 걸려있던 인생과 양심 같은 것을 모두 내려놓고 죄책감 없이 사기행각을 벌인다. 이들은 나에겐 돈이 절실하다는 상황을 방패 삼아 피해자들의 생을 사정없이 찔러댄다.
콜센터가 발각되고 조직원들이 검거된 상황에서 46번은 끝까지 콜센터에 남은 정보들을 끌어모아 새로운 한 판을 제안한다. 여전히 보이스피싱 조직의 꼬리 자르기만 반복하고 뿌리뽑지못 하고 있는 현 상황이 훅 와닿는 결말이었다.
사실 <보이스>는 크게 기대하고 있던 작품은 아니었다. 동시에 개봉하는 <기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도 했고, 최초의 보이스피싱 영화라는 신선한 소재에 눈길이 가긴 했지만 개봉 전 공개된 평점이 예상외로 낮아서 기대감을 낮추고 관람했다. 기대감이 낮아서 그랬는진 몰라도 결로적으론 꽤 괜찮았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을 제외하면 캐릭터 자체가 크게 입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점과 후반부의 다소 긴장감을 느슨하게 풀어버리는 느낌의 격투신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알지 못했던 보이스피싱의 세계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일상에 드리워진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보이스피싱 백신 영화’라는 말이 정말 찰떡처럼 어울리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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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이야기
넷플릭스에 공개된 [수리남]은 에너지가 넘치는 시리즈다. 한 번 시작하면 그 힘에 이끌려 6편을 내리 정주행 하게 만드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정주행 욕구가 든 시리즈였다. 마침 개봉된 시점이 추석 연휴 직전이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넷플릭스에서 찾아봤을 것 같다. 여기에 개봉한 영화도 <공조2> 한 편 밖에 없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밍에 공개를 했다.
추석이 지나고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평이 들려온다. 정말 많은 사람이 본 것 같다. 웬만해서는 이렇게 까지 이야기가 되지 않는데, [수리남]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각 배우들이 너무 잘하는 역할 혹은 그동안 해왔던 역할의 캐릭터를 맡아 기시감이 느꼈다는 평도 있었고, 이야기의 허점이 있었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평가들의 반응이 이 시리즈가 '싫었다'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모든 사람들이 시리즈를 보기 시작해서 명절 연휴에 모든 에피소드를 끝까지 봤다는 이야기다. 시리즈의 특성상 흥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에피소드 보기를 중단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끝까지 시청을 완료한 것 같다.
나 역시 이 시리즈를 처음 보기 시작하고 4일 정도 기간에 모두 시청을 완료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고, 하정우와 황정민이 협상을 벌일 때 연기가 무척 좋았다. 전반적으로 연기가 무척 좋은 시리즈다. 박해수와 조우진의 연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조금 논란이 있는 건 배우 유연석의 연기다. 황정민이 맡은 전요한의 수석 변호사로 등장하는 그의 연기가 어색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유연석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거의 본 적이 없다. 크게 연기가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던 배우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그에게 딱 맞았던 것 같다.
일단 얄밉게 느껴지는 껄렁대는 연기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자신이 배운 사람이라는 걸 일부러 티 내는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기억에 그가 악역이나 껄렁한 연기를 하는 걸 잠깐이라도 본 적이 없다. 외형적으로 가지고 있는 반듯한 이미지를 깨는 이번 연기는 그가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줬다.
하정우가 맡은 강인구는 판타지적인 인물이다. 한국에서 단란주점과 카센터를 운영하던 그가 수리남으로 가서 홍어를 수입하려다 마약 밀매범으로 감옥에 간다. 출소 이후 국정원 요원과 함께 마약 사범 전요한을 잡으로 가서 벌이는 그의 대처 능력은 무척 인상적이다. 흔들림 없이 협상을 하고 전요한의 협박을 받고 그대로 강하게 되치기를 던진다. 완전히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그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상대방의 바닥을 꺼내기 위해 침착하게 자신의 수를 던진다. 이런 시리즈의 모습은 실제 배우 하정우가 겪었던 보이스 피싱에 대처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배우가 피싱범에게 대하는 모습이 시리즈를 보면서 떠올랐다. 이런 점을 보면 하정우를 캐스팅한 건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시리즈의 악당 전요한을 맡은 황정민의 연기도 좋다. 그런데 그의 연기는 과거 <신세계>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 톤으로 보이는 그의 연기는 기시감이 들기는 하지만 이 시리즈 안에 무척 잘 어울린다. 아무도 믿지 않지만 주변을 잘 구슬려 자신의 사업을 진행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시리즈에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시리즈에는 수리남에서 차이나타운에 살고 있는 조직 보스 첸진도 등장한다. 배우 장첸이 연기하는 이 인물도 이 이야기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첫 등장부터 그가 보여주는 위압감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후반부에 조금은 부속품처럼 소비되어 버리는 역할이지만 전요한, 강인구, 첸진이 서로 엮이고 서로를 이용하면서 벌이는 상황들이 무척 재미있게 구성되어있다.
윤종빈 감독은 <공작>, <범죄와의 전쟁> 같은 영화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인물 구도를 선보인 적이 있다. 여기에 꼼꼼하게 만든 미장센이나 촬영이 이번 [수리남]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시리즈를 보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전개도 좋았지만 역시나 가장 좋았던 건 배우들의 연기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였지만, 일반인이 첩보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을 설득하게 만드는 건, 결국 배우들의 연기다.
오랜만에 정주행 하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 시리즈를 본 것 같다. 대부분의 시리즈는 한 편 보고 약간의 텀이 생긴다. 그런데 [수리남]은 멈추지 못하고 달려가게 만든다. 아직도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넷플릭스에서 이 시리즈를 보라고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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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송 / Special Delivery, 2020
흐릿하지만, 포스터에 보이는 차량만으로 "제이슨 스타뎀"이 나왔던 <트랜스포터2002-09>가 연상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특송>과 비교하여, 운전을 잘한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데요. (성별과 머리카락의 유무만 다를 뿐...)
굳이,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베이비 드라이버2017>만으로도 "운전자"가 기깔난 운전으로 경찰들을 따돌리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습니다.
그리고, 이는 국내 박스오피스 1위라는 결과표로 증명되었습니다만...주말을 기점으로 다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게 다시 1위를 내주며, 그 기간을 5주로 늘려나갔습니다.
전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와 경쟁한 <경관의 피>, 개봉일에 1위를 했으나 누적 관객수 37만명(주말 관객수: 26만명)으로 이내 2위로 밀리고 말았는데요.
<특송> 역시, <경관의 피>와 다를 바가 없지만 누적 관객수 23만명(주말 관객수: 16만명)으로 큰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물론,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성적만 두고 본다면 아쉬움이 남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특송>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우체국에서 받지 못하는 물건을 비롯해 사연 있는 물건들을 배송하는 "은하"는 이 분야에서 특출난 실력자입니다.
그날 밤도 여느 날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는데, 정체불명의 수하물과 함께 "은하"는 경찰과 국정원의 타깃으로 지정되는데요.
과연, 그녀는 이 모든 일을 정리할 수 있을까?핸들링 좀 볼까?
1. 잘하는 것을 두고서, 왜?
앞서 말했듯이 영화 <특송>은 연상되었던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와 비교해도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시작을 보여줍니다.
범죄자들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현란한 핸들링과 발재간으로 관객들의 애간장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시가전 레이스'는 몸까지 움찔하게 만듭니다.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장면이지만 저를 포함해 <특송>을 보려는 관객들에게는 이것을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이런 점에서 <특송>은 제 기대치에 걸맞은 장면으로 그 활약을 기대하게 만듭니다.근데, 어째 헛도는 느낌이지 말이야
그리고 앞서 제시한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처럼 이번 <특송>도 예상치 못한 인물과의 관계를 제시합니다.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의 주인공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끌려 향후 일에 차질을 빚게 만드는 전개처럼 <특송>은 "은하"와 "서원"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이처럼 <특송>의 전개도 앞선 두 작품과 다를 것이 없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은 앞선 두 작품과 정반대입니다.2. 2개밖에 못해요.
영화 <특송>은 '범죄자들을 태우는 운전자'와 '예상치 못한 관계'라는 '클리셰'로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로 큰 차이를 두지 않으며, 이에 묶을 '공통분모'에 둡니다.
그렇기에 받아들이는 느낌도 다르지 않아야 하지만,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헛헛함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이런 이유에는 상대적으로 늦게 나와 "신선함"이 덜할 수도 있겠지만, "서드(3번째) 피치"의 부재가 있습니다.3번째 구종은 뭐야?
이에 '굳이, 3번째 구종이 있어야 하나?'싶겠지만,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를 생각해 봅시다.
먼저, <트랜스포터>는 가만히 있어도 불편한 "정장"으로 멋들어진 액션을 선보였고, <베이비 드라이버>는 자신만의 선곡 리스트로 익숙한 장르에 "차별화"를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의 러닝 타임이 평균 90분과 113분임을 생각하면, 108분의 <특송>에게도 반드시 있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 2017>와 다르게, <특송>에게 '제3의 구종'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3. 잘하지도 못하면서...
2개의 구종으로 4가지의 경우가 생긴다면, 3개의 구조만으로 9가지로 2배가 넘는 5개가 생깁니다.
여기에 타자에게 넣는 스트라이크 존을 9개로 구분 짓는다면, 36개와 81개로 5개의 차이는 45개로 급증하니 관객들로써는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영화가 복잡해지니 이에 대한 항변으로 경우의 수를 차단하려는 것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냥 2개의 구종을 맘대로 "스트라이크존"으로 넣을 만큼 확실하다면 굳이 3번째 구종은 필요하지도 않을 거고요.근데, 미숙하네?
하지만 <특송>은 2개의 구종 중 가운데, "은하"와 "서원"의 관계가 설득력을 주지 못합니다.
보통 인물들이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데 있어 공통점을 제시하며 시작하는데요. - 특히, "인생이 힘들다"라는 '서원'의 대사로 미뤄볼 때 영화는 <레옹>의 '마틸다'를 의식했을 겁니다.
그러나 보여주는 "서원"과 달리, "은하"의 이야기는 "텍스트"로만 진행되어 애초 시작부터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레옹> 혹은 "모자(母子) 관계"로 바라보기엔 무리였다는 것이죠.
물론, 이런 문제가 <트랜스포터2002-09>시리즈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다만, 부각되지 않은 이유에는 "액션"과 "음악", 그리고 "카 체이싱"으로 장르적인 쾌감으로 단점보단 장점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4. 이걸 이렇게, 연결한다고?
그렇기에 극 시작과 함께 보여준 "시가전"만 하더라도, 영화 <특송>은 "카 체이싱"에 뚜렷한 장점을 가진 작품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런 "카 체이싱"은 전무할 정도로 없습니다.
물론, 이후 주차장과 폐차장에서 보여주기는 하지만 "카 체이싱"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야기에서의 아쉬움이 마지막 액션에서 개연성에 대한 의문이 드러납니다.
앞서 "은하"의 이야기는 "텍스트"로만 진행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어느 부분에서 "액션"과 관련된 이력은 듣지 못했습니다.처음부터 다시 읽어주세요.
그저, '피칠갑이 되어 탈출했다'라는 정도인데 이게 "전투력"과 연관되어 후반 전투신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대한 퀄리티가 나쁘지만은 않지만, 머리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그냥 넘긴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이야기의 실패를 "액션"으로 급하게 막아보려는 느낌 같은데,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리고 악당에 있어서도 "연기"는 논할 수는 없으나 이야기를 쌓아나가는데, 자극적인 행동에만 집중되어 별다른 매력을 느낄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특별하지도 않았고 평범하지도 못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쿠키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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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 그리고 이름없는 여자들
<미싱타는 여자들>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나, 본문에 영화 전체 내용을 포함합니다.
*1.
올해도 훌쩍 가버렸다. 크리스마스를 보름 조금 넘게 앞두고, 청계천변에는 오색찬란한 등을 밝힌다. 일 년에 한 번, 청계천변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한다. 종교에 대해 말하는 건 아니고, 나는 언젠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이란 뭘까 생각했다. 마굿간에서 태어났을지언정 백인 남성의 지위는 너무 높은 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박태원의 작품 <천변풍경>에서는 한국전쟁 직후 대규모 판자촌을 이루며 살아갔던 청계천변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도 유명하지만, 이제는 봉준호 감독의 외조부로 더 유명해진 듯하다.
그리고 시인 김종삼의 시 <장편2>에서도 청계천변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주 짧으니 인용해본다.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십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 짜리 두 개를 보였다.
이야기가 다른 길로 빠졌는데, 하여튼 청계천은 그런 곳이다. 복개된 청계천을 따라 동대문에서 시청을 거쳐 광화문까지 이어진, MB의 업적으로 칭송되는 바로 그 하천. 그 하천이 시작되는 동대문 평화시장은 아직도 뜨개며 자수, 캔들, 커튼, 봉제 등등 오만가지 부자재들을 사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더 지난 시절에는,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나비 담장 위를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돌았던 평화시장 피복공장이 있었다.
2.
우리는 전태일을 기억한다.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빈번히 거절당한 그의 몸에는 휘발유가 뿌려졌다. 불 붙은 그의 몸을 그 누구도 덮어주지 않았다. 불에 타들어가며 평화시장을 뛰었다.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도 못 받고,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에게 후일을 맡기고 숨을 거두었다.
그 이후 무엇이 바뀌었을까. 전태일이 분신까지 해가며 외쳤던 '근로기준법 준수'가 지켜졌을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그러나 그 뒤에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나도 그중 하나이다.
한강의 기적을 말할 때, 흔히들 중공업과 국가기간사업을 떠올리지만 그전에 가발공장과 봉제공장이 있었다. 여자는 공부시키는 게 아니라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 어린 여자아이들은 공장으로 향했다. 아들을 공부시키기 위해서 딸들을 갈아넣는 일은 특별하지도 않았다. 우리 엄마와 이모들도 그랬다. 그렇게 공부한 아들들은 사무원이 되고 은행원이 되고, 대학에 가고, 판검사가 되는 동안 공장에 다니면서 살림 밑천을 대고, 달러를 벌어들이던 딸들의 이름은 지워졌다.
3.
청계피복노조는 전태일의 죽음 이후 결성되었다. 노동교실을 만들어 어린 시다와 미싱공 등을 교육시켰다. 그들은 교복 입고 학교에 가지는 못했지만, 노동교실에서 배움을 이어간다. 그러나 지배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피지배층이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것도 몰라야 돈을 떼먹어도,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아도, 사람 취급을 안 해줘도 아무 말도 못하니까.
결국 노동교실을 지원하기로 한 사업주는 9월 10일까지 짐을 싸라고 통보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노동교실을 지키기 위해 9월 9일에 농성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죽고, 다치고, 구치소에 갇히고, 구속되는 일들이 발생한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청계피복노조의 노동교실을 지키고자 했던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신순애, 이숙희, 임미경은 구속까지 당했다. 아주 오랜 세월 가슴에 묻고 살았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세상 밖으로 풀어낸다. 세 인물은 각각 그시절에 함께했던 인물들과 대화 방식으로 그때를 회상한다. 회상의 단서는 주로 편지, 사진과 같은 사적인 기록물들이다.
이제와 돌아보는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어리다.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녀들은 공장에서 잠도 못 자고 밥도 겨우 먹으며 일했다. 근로기준법은 개나 줘버린 시절이다. 전태일이 분신까지 하며 세상을 바꾸어보려 했지만 세상은 바뀐 게 없다. 그것도 모자라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까지 구속되기에 이른다.
여공들은 이소선 여사가 구속되었던 구치소 앞에서 밤마다 "어머니!"를 외친다. 어머니를 풀어달라고. 그런데 어머니, 어머니 소리 한다고 빨갱이란다. 이북에서는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하는데, 이소선 여사에게 어머니라고 하니 빨갱이가 아니겠냐고.
거기다 9월 9일에 농성을 하니 빨갱이란다. 9월 9일이 무슨 날인지 아냐고. 누가 알겠나. 학교도 못 다닌 어린 여자아이들인데. 김일성 생일이란다. 그리하여 그들은 별안간 빨갱이가 된다. 빨갱이라고 이름붙이는 순간, 모조리 잡아넣는 건 일도 아니었던 시절이다.
4.
여자의 일은 너무도 쉽게 지워진다. 얼마 전 계단청소를 하다 돌아가신 노동자가 '고된 노동으로 인한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결국 한 남성변호사가 노동체험을 하고,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증명해낸다. 독립운동을 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있고, 노동운동, 인권운동을 한 여성들이 분명히 존재하나, 그들의 존재는 미미하다.
가발공장인 YH사건은 부마민주운동의 불씨를 당겼다. 그 역시 여성노동자들의 일이다. 그러나 누가 그들을 기억하는가. 뼈 빠지게 일한 아버지는 불쌍하지만, 그 집안을 돌보아온 어머니의 노동은 쉽게도 잊힌다.
<미싱타는 여자들>의 미덕은 과거를 재현하거나 동정하기 보다, 그동안 이름 불리지 않았던 이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기억하는 데 있다. 그시절 여공들은 그토록 뜨거웠던 젊은 날의 자신을 기억해낸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고생 많았다고, 잘 했다고.
얼마 전 한 대선후보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조건으로도 일할 사람 널렸다는 발언을 해서 뭇매를 맞았다. 국가의 역할이란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아도 돈을 벌어야만 하는 절박한 사람과, 최저임금도 주기 싫은 업주가 매칭되지 않게끔 하는 것이 아닐까.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싸워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주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니고, 고작 30년 전 이야기이다. 그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싱타는 여자들>을 보는 관객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태일이>도 12월 1일에 개봉을 했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캐롤도 없고 거리두기로 모임도 없는 조용한 연말이다. 가장 낮은 자의 모습이란 어떤 모습일까 다시금 생각해본다. 올겨울도 청계천에는 빛초롱축제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청계천을 따라 반짝반짝 빛나는 등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시사회에 참석한 후 남기는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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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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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뷸런스, 정신차린 마이클 베이 감독의 긴장감 넘치는 액션 영화
?Rabbitgumi입니다!!
파괴지왕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앰뷸런스가 개봉했습니다.
사실 아주 크게 기대받던 영화는 아니었죠.
예고편을 봤을 때, 은행을 털고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여서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꽤 재미있는 액션 영화였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액션 연출 스타일이 그대로 들어가있는데 조금은 질질 끈다거나 오버하는 장면이 줄었어요.
이야기 구성에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액션과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긴장감 만은 확실히 잡습니다.
영상과 음향이 멋집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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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게임기 시장을 뒤흔든 닌텐도와 그에 맞선 세가가 펼친 세기의 콘솔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