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2025-04-15 21:45:34
바둑판 위, 인생을 건 대국
영화같은 실화, 몰입감 높은 싱크로율
이병헌과 유아인.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두 배우가 바둑판 위에서 진한 사제지간의 심리전을 펼친다.
조훈현과 이창호,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에는 스승과 제자의 고요한 전쟁, 그리고 말보다 강렬한 침묵의 대화가 있다.
이병헌은 조훈현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절제된 연기로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천재 바둑기사로서의 자부심, 제자에 대한 애정,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세대교체의 그림자까지. 이병헌의 묵직한 눈빛과 단단한 어조가 조훈현이라는 인물을 완성시킨다. 유아인은 젊고 날카로운 이창호로 분해, 마치 기계처럼 완벽한 수읽기와 냉정함을 연기한다. 무표정 속 미세한 떨림, 스승 앞에서의 복잡한 감정선을 유아인은 특유의 에너지로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사제지간의 관계가 어느새 경쟁과 대립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은 마치 장기판처럼 느릿하지만 긴장감 넘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남기현 역의 조우진이다. 조우진은 두 천재의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바둑 인생’을 보여준다. 조우진의 연기는 묵묵하지만 깊고, 영화 전체의 정서를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타이틀 대국은 압권이다.
스승과 제자가 나란히 앉아 맞붙는 순간, 카메라는 말 없이 그들의 손짓, 시선, 호흡을 쫓는다. 모든 심리와 감정이 응축된 이 장면은 『승부』라는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순간이자, 영화가 향해온 감정의 절정이다.
『승부』는 결국 누가 이겼느냐보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 그리고 다시 도전하려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둑판 위의 묘수만큼이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기느냐’보다 ‘어떻게 마주하느냐’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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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의 디즈니 '인어공주' 실사판 후기
인어공주
23.05.24 개봉
뮤지컬/가족판타지/로맨스, 전체 관람가
미국, 135분
감독: 롭 마샬
출연: 할리 베일리 등
디즈니의 시대는 한물 갔다며 욕을 욕을 먹던 바로 그 작품...!
흰 피부에 빨간 머리가 대명사인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캐스팅해서 난리가 났던 바로 그 작품...!
드디어 '인어공주'를 봤습니다~~
다 보고 난 후 드는 생각을 말해 보자면 이거였어요
흑인 인어공주도 나쁘지 않겠다
다만!
이미 원작이 있는 작품에 '꼭'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해야만 했던
그 이유...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노래? 물론 잘합니다 노래 부를 때마다 감탄해요
그런데 노래 평균 만큼 하는 예쁜 배우가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네 인정합니다 저 외모지상주의 맞아요 . . .
자고로 여주 남주는 예쁘고 잘생겨야만 한다는 고정관념 있습니다
아무리 외모지상주의가 문제로 꼽히는 시대라지만
공주는. 예뻐야. 만. 한다는 생각. 있고요.
미국에서는 백인 외의 공주가 나왔다며 좋아한다던데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요?
아리아나 그란데가 이 역할을 했다면
전 광광 울면서 덕질 했을 거예요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빨간 머리도 차별받았다고 들었어요 해리포터 론처럼요
그걸 엎어 준 캐릭터가 인어공주인 건데
새빨간 머리조차 따라 하지 않았다면... 정말 인어공주가 맞을까요?
레게머리라 포크로 빗질 못하고 꼬을 때는 진심 킹받았어요
그게 인어공주 성격 잘 보이는 씬인데 ㅠ......ㅠ
사실 인어공주만 문제인 건 아녔어요
에릭 왕자도..............................................
원래 이 배우님을 모르긴 했지만
영화 보고 있는데 저 사람이 에릭일 거라고 상상도 못함
심지어 내용이랑 개뜬금 없는 입양아 설정까지 . . .
이제 픽사가 디즈니를 먹을 차례인가?
트라이튼이랑 우르슬라가 진짜 찰떡 캐스팅이었던 거 같고
바네사는 예뻐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분량 3분쯤 되는 거 같은데 반했어요
못 된 표정 짓는데 너무 예쁜 거 있죠
크루엘라도 그렇고 이제 악녀의 시대가 오는 걸까요?
우리 모두 인어공주 이야기는 알잖아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해피 엔딩이 된다는 게 다른 점이죠
그런데도 실사판을 제작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기대했던 건
디즈니라는 대기업이 가진 자본이 얼마나 대단한지였겠죠?
네 CG랑 효과랑 노래요 ㅎㅎ
근데 바다가... 그닥 예쁘진 않더라고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속 바다도 어두컴컴한 느낌이긴 했지만
그때는 인어공주를 엄청 밝게 그려 놔서
그래도 화사하고 아름다운 동화 속 얘기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이건... 아바타 2보다도 어둡고 우중충한 바다였어요
우르슬라의 바다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 듯
디즈니 실사판을 많이 본 건 아니에요
미녀와 야수 알라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노키오 정도?
근데 네 개 다 정말 동화 속 얘기 같고 어딘가 신비롭고
피노키오는 CG가 대박적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이번 인어공주는... 아무것도 잡지 못한 영화인 것 같아요
동화를 재해석하는 요즘 스타일st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
크루엘라처럼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어야겠다 싶어요
이야기는 고대로 갖다 쓰면서 캐릭터성은 버리려고 하면...
원작의 팬도, 요즘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도 잡지 못하잖아요
마케팅 포인트가 불확실했다는 게 가장 큰 실패 이유인 것 같습니다
*스토리: 2/5점
*연출: 1/5점
*영상미: 1/5점
*연기: 3/5점
*OST: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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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자유롭고 싶은 우리,둘의 결말
*이 글은 시사회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다들 적당히 참으며 지낸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어나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이유 모를 불편한 상황을 견딘다. 그러다가 문득 하늘을 보며 떠있는 구름과 흘러가는 바람의 자유를 부러워한다. 이제 자유롭고 싶은 우리에게 한 가지 결말을 알려 줄 영화 '우리,둘'을 소개한다.
영화 '우리,둘'
영화 '우리,둘'은 복도를 사이에 둔 집에서 이웃으로 지내는 70대 두 여인 '니나(바바라 수코바)'와 '마도(마틴 슈발리에)'의 사랑을 다룬다. '니나'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로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길 제안하지만, '마도'는 자녀들의 반응을 신경 쓰느라 연인과의 계획을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결국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채 '마도'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자유롭게 만날 수 없는 그들의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가고 '니나'는'마도'를 되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우리,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미리 만나보세요▼
'마도'를 향한 '니나'의 행동은 나이 든 여성에게 기대하는 온화한 할머니와 다르다. '마도'를 돌보게 된 간병인 몰래 집에 들어와 사랑을 속삭이거나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간병인이 '마도'의 딸에게 오해받도록 자동차를 부순다.
어떤 방법도 서슴지 않는 그녀는 사랑 앞에서 누구보다 솔직하며 때론 거칠고 폭력적이다. 영화'우리,둘'로 데뷔한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은 '니나'와 '마도'를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한 명의 자유로운 인간으로 설명한다."I wanted to show age for what it is, with wrinkles and everything,
while also showing that you can be 70 with wrinkles and still be alive and kicking."
주름이 있는 나이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당신이 주름이 있는 70세도 되어서도 여전히 살아있고 발길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감독은 그들의 상황을 긴장감 있는 전개로 풀어내며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를 깬 실험적인 연출을 시도한다. 일단 영화의 시작부터 자유분방하다. 검은색과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두 소녀가 나무를 사이에 두고 숨바꼭질을 한다. 흰색을 입은 소녀가 나무 뒤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검은 옷의 아이는 누군가를 잃어버린 듯 이름을 부른다. 아이의 목소리는 까마귀 소리에 가려져 관객에게 들리지 않는다. 음침한 화면과 점점 더 커지는 까마귀 소리가 어우러져 기괴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후에도 영화는 현장음을 최대한 강조하여 사건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팽팽한 리듬감을 유지한다.
또한, 스릴러 영화에서 들을 법한 효과음을 곁들이거나 '니나'의 집에서 스산하게 촬영된 조형물은 영화 장르를 고민하게 한다. 게다가 '마도'가 말할 수 없는 상태로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는 장면의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오싹한 기분마저 든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영화의 결말에서 그들은 자유를 찾기 위해 대가를 치른다. '니나'의 집은 난장판으로 변하고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잃는다. '마도' 역시 두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치를만한 대가였다는 듯 행동한다.
우리의 자유도 '니나'와 '마도'의 자유만큼 어렵고 무겁다. 자유를 얻는 대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한다면, 누군가의 비난을 받는다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면, 과감하게 자유를 선택할 수 있을까?적당히 견딜 수 없는 아침이 찾아올 때, 우리의 결말이 새롭게 쓰여질 것이다.
참고 자료: Nick levine, 'Two of Us, the Queer Love Story That Addresses Cinema’s Problem With Age', AnOther,
https://www.anothermag.com/design-living/13466/new-film-two-of-us-a-covert-queer-love-story-with-a-tw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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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텍 부당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 영화!
콜텍에서 30년간 기타 기능공으로 일한 임재춘씨는 사장인 박영호에게 부당 해고를 당한다. 시위 때문에 자신의 두 딸을 잘 챙겨주지 못해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8년간 계속된 투쟁 때문에 서울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 세계 1위의 기타 생산 업체인 콜텍에게 저항하는 임재춘씨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에 햄릿의 오필리아 역할을 맡게 되고 법의 테두리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억울함을 연극에서 표현함으로써 한을 조금이나마 풀기 시작한다. 자신의 성격이 내성적이고 말을 조리 있게 못 하는 편이라 글을 쓰게 되면서 거센 저항을 하게 되고 해고된 노동자들도 농성장에 모여 자신들이 만든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법원 측은 정리 해고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게 되는데... 이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리고 임재춘씨는 왜 끝까지 저항해야만 했을까?
부당 해고를 당한 임재춘씨의
저항은 계속된다.
하니엘의 영화 미리 보고 느낌
부당 해고를 당했지만 끝까지 시위를 포기하지 않는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임춘재씨의 콜텍 부당 해고에 대한 서러움을 이야기하다.
콜텍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 임춘재씨와 노동자들은 어느 날 사장인 박영호에게 정리 해고를 받는다. 그 이후로 임재춘씨와 해고된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복직을 요청했지만 실패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자본과 권력을 가진 강자에 의해 배척받는 약자들을 다루는데 오직 영화 장면들을 흑백으로 처리함으로써 억울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꽹과리와 징과 북을 이용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토로한다. 또한 자신들이 만든 기타를 가지고 연주를 하며 노래를 만드는 데 노래의 내용은 부당 해고와 관련되어 있다. 부당 해고를 받은 이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 영화의 후반부쯤에 자신들이 못 배우고 가난하다는 자학적인 표현을 하는데 아마도 힘든 처지를 같이 보낸 사람들이기에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 역시 힘들고 고된 세상에서 약자들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가 보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끝까지
투쟁을 벌인 콜텍의 부당 해고 노동자들과 임재춘씨의 비극스러운 이야기
하니엘의 주관적인 영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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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처럼 뜨거운 마감 직전의 마음
본 리뷰는 독립예술영화 활성화 캠페인인 '인디플렉스 시즌4'에서 제공된 관람권으로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의 고민에 완전히 빠질 때가 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눈앞에 있을 때 주변을 바라보기 힘들다. 주변 사람이 건네는 도움의 손길도 귀찮은 손길로 보이고, 좋은 조언도 잔소리로 들린다. 그렇게 눈앞의 고민에 집중하다 보면 주변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이 하나 둘 왜곡된다. 그렇다고 눈앞에 있는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 문제는 문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주변과의 관계는 흔들림의 진폭을 늘려간다.
뭔가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더 시야는 좁아진다. 글을 쓰는 작가도 있겠지만 우리가 학교 다닐 때 해야 할 다양한 과제들과 시험들을 떠올리면 그런 일들이 무척 많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이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그 문제가 다가올 때면 여유를 잃고 감정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이런 히스테리컬 한 반응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지 않고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일이다.
마감을 위해 시골 별장에 방문한 레오와 펠릭스
영화 <어파이어> 속 주인공 레온(토마스 슈베르트)은 글을 쓰는 작가다. 새로운 책을 쓰고 있는 그는 최종적으로 원고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한 곳에 있는 펠릭스(랑스톤 위벨) 부모님의 별장으로 함께 간다. 별장의 분위기는 무척 조용하고 경관은 아름답다. 바닷가가 근처에 있어 수영을 하고 돌아오기도 무척 좋은 위치다. 그래서 그 별장은 레온이 글을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여기에 불청객이 있다. 먼저 여행객으로 머무르고 있던 나디아(파울라 베어)는 레온이 방문한 첫날부터 큰 소음을 내고 음식 먹은 그릇을 치우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다.
사실 레온과 펠릭스의 별장 방문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차가 고장 나서 먼 거리를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야 했고 편하게 쉬어야 하는 첫날밤에 나디아가 내는 소음 때문에 편안하게 푹 자지 못했다. 여기에 꼭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원고는 손도 대지 못했다. 어쩌면 그가 시종일관 주변에 짜증을 부리는 건 당연할 것이다.
영화 초반 차가 고장 나 산길로 걸어가다가 친구 펠릭스가 길을 확인한다며 먼저 뛰어갔다 돌아오는 장면이 있다. 레온은 산 중간에서 한참을 기다린다. 그러다 펠릭스가 소리 없이 다가와 레온을 놀라게 한다. 레온은 심각한 표정으로 펠릭스의 목을 조른다. 한 편으론 장난처럼 보이지만 몇몇 순간에 레온의 얼굴에서 엄청나게 화난 모습이 보인다. 그건 실제로 놀라게 한 펠릭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그때도 레온의 마음에는 그런 장난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레온은 주변을 세심하게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고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레온은 별장에 도착한 이후 며칠이 지나서야 나디아를 만나 인사하게 된다. 그리고는 나디아, 펠릭스와 별장 근처에 사는 데비트(엔노 트렙스)와 함께 식사도 하면서 관계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레온은 그들이 제안하는 대부분의 놀이나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는 반복적으로 일이 많아서 못한다는 말을 내뱉는다. 흥미로운 건 그가 혼자 남았을 때, 일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혼자 공놀이를 하고 집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낸다.
일도, 노는 것도, 인간관계도 망치게 만드는 레온의 불안
영화 속 레온의 모습은 점점 지질해진다. 주변 사람에게 틱틱 쏘아붙이듯 말을 하거나 퉁명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그는 분명 비호감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삐딱함은 이해할만한 범위에 있다. 마감을 앞두고 있는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집필이 거의 완료된 초고의 완성도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은 산불처럼 그의 마음속을 빨갛게 채우면서 불길이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산불로 빨개진 하늘처럼 레온의 마음도 빨갛다.
레온은 시종일관 그 불안을 보고 있다. 주변에서 불쏘시개로 그 불안을 찌르면 과민반응을 한다. 그의 불안은 그가 쓴 초고에 대한 평가가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올 때 더욱 커진다. 영화 후반부 출판사 사장(매티아스 브랜트)과 나디아가 초고에 대한 평가를 할 때 레온의 마음의 불은 커지고 그 주변까지 태워버린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산불은 마치 레온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산불은 갑작스럽게 레온 일행에게 다가와 레온의 주변을 망쳐버리고 떠난다. 레온은 그 산불에 집중하다 주변의 불행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다.
불안을 가지고 있는 히스테리컬 한 레온의 주변 인물들은 대체로 따뜻하다. 그의 짜증을 받아주면서 그에게 휴식을 자꾸만 권하는 그들 속에서 레온의 모습이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결국 뒤늦게나마 자신이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를 알게 된다. 영화의 전반적인 전개 과정은 레온의 불안에서 짜증으로 넘어가 슬픔과 깨달음으로 마무리된다. 여기에는 우리의 젊은 시절 성장하는 과정도 떠오르게 하고, 어떤 일이 해결되기까지 겪는 심리적인 상태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레온은 영화가 끝날 때 즈음에야 주변 인물들의 진심을 보기 시작한다. 그건 마감과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압박을 잠시 내려두고 자신의 작품을 봤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은 주변 인물의 상실이라는 큰 트라우마도 큰 영행을 주었다. 큰 산불이 만들어낸 폐허가 된 산의 모습과 큰 불행이 겹쳐지면서 레온에게는 다시 온전한 상태가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산불로 인한 붉은 노을처럼 위험해 보이는 레온의 복잡한 마음
영화 <어파이어>는 4명의 젊은 인물이 자신의 앞에 당면한 문제나 시험을 대하는 태도를 상반적으로 보여준다. 레온은 모든 일에 예민하고 시니컬 하지만 펠릭스는 놀면서 생각하고 영감을 받으려 애쓴다. 서로의 방법이 다를 뿐 두 사람 모두 무언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직면한 상태는 동일하다. 나디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졸업을 위해 논문을 준비해야 하지만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쉬고 있는 상태다. 그 역시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있지만 긴 호흡으로 그 과제에 천천히 정리하며 접근한다.
그들이 보는 빨간 하늘은 아름다운 노을 같기도 하지만 뜨거운 젊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뜨거운 산불이 위험한 것처럼 그들의 젊음이 가져다주는 감정도 무척이나 뜨겁고 위험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이 영화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과거 <운디네>, <트랜짓>, <파닉스> 같은 사회역사적인 배경이 있는 영화를 주로 연출했는데, 이번 <어파이어>는 좀 더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들어 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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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원자폭탄을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한 A to Z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 될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들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
그럼 다같이 살펴보실까요?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론물리학자이자 "원자폭탄의 아버지"인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바탕으로 한 <오펜하이머>의 개봉으로 2023년 영화계에 복귀할 예정인데요. 놀란은 지금껏 전기 드라마를 만든 적이 없지만 놀란의 모든 영화들이 그렇듯이, <오펜하이머>에 관한 한 예상치 못한 결과를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거의 없지만, 보도에 따르면 놀란은 2억 달러 이상의 영화 <테닛>이 상영된 이후 이보다는 제작비를 축소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막대한 제작비의 영화를 만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차기작은 어떤 모습일지 천천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1. 첫번 째 스틸 공개
킬리언 머피는 전기 물리학자인 J. 로버트 오펜하이머로 변신한 스틸 사진을 첫 공개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2023년 7월 21일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2. 케네스 브래너와의 협업
케네스 브래너가 <테닛>에 이어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 다시 작업한다고 합니다.
케네스 브래너는 2022년 2월 <오프네하이머>에 미공개 역할로 정식적으로 캐스팅됐다고 밝혔습니다.
3. 프로덕션 In 멕시코
매거진 할리우드 리포터가 2월 2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영화의 제작은 뉴멕시코에서 시작될 것이며, 맞춤 제작 세트장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손수 한땀한땀 제작하기로 유명한 감독이죠?)
4. 드라마 <더 보이즈>의 '잭 퀘이드'의 출연
드라마 <더 보이즈>의 스타 '잭 퀘이드'는
2022년 2월, 영화 <오펜하이머>의 출연자로 발표되었습니다.
5. 배우 '데인 드한' <오펜하이머> 출연하다
'데인 드한'은 <오펜하이머>의 출연진에 합류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데인 드한은 또한 HBO 맥스의 '캐슬린 피터슨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곧 개봉될 실화 범죄 시리즈인 <The Stairs>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6. 훈남 배우 '조쉬 하트넷'의 캐스팅 결정
과거 국내 여성팬들의 남친짤로 유명했던 배우 '조쉬 하트넷'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 출연진에 합류할 것이라고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가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또한 그는 가장 최근에 가이 리치 감독의 <Wrath of Man>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7. 플로렌스 퓨, 라미 말렉, 베니 사프디 등의 그야말로 핵 캐스팅 라인업!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플로렌스 퓨',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 감독 겸 배우인 '베니 사프디' 또한 영화에 출연합니다. 그들은 이전에 먼저 주연배우로 캐스팅이 확정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그리고 킬리언 머피와 함께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플로렌스 퓨는 오펜하이머와 불륜 관계인 공산당 당원 '장 타트록' 역을 맡았으며, 사프디는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가장 잘 알려진 헝가리 물리학자이자 맨해튼 프로젝트의 동료인 '에드워드 텔러' 역을 연기할 것이라고 합니다.
8. 할리우드 대스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출연
할리우드 소식지 데드라인에 따르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맷 데이먼은 놀런의 <오펜하이머>의 합류를 발표한 가장 최근의 할리우드 톱스타 배우입니다. 아직 맷 데이먼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 프로젝트에서 연기할 사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비밀에 부쳐지고 있습니다.
한 영화 속에서 맷 데이먼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또한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멧 데이먼은 전작 <인터스텔라>에서의 짧은 조연 이후 재결합을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9. '에밀리 블런트', 오펜하이머의 아내 역할을 맡다!
할리우드 소식에 따르면 '에밀리 블런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펜하이머>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소식에 따르면 그녀는 원자폭탄 발명을 이끈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과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아내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에밀리 블런트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정글 크루즈>, 파라마운트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에는 첫 출연합니다.
1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항상 전기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오펜하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닛>의 후속작이자 그의 12번째 장편 영화가 될 것인데요.
특히, <오펜하이머>는 감독의 첫 전기 드라마가 될 것입니다.
놀란 감독의 연출은 흔한 전기영화의 특성을 따라갈 것 같지 않기에 전기 영화라고 칭하기 애매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는 과거의 전작 <더 프레스티지>에서도 현실의 인물(니콜라 테슬라)을 다루긴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영화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의 삶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서사 추진력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전기 드라마 장르는 항상 놀란의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11. 워너 브라더스에서 유니버설로 이적
<오펜하이머>를 둘러싼 가장 큰 뉴스는 이 영화가 2002년 <인썸니아> 이후 놀란 감독의 첫 워너브라더스 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놀란 감독과 워너 브라더스의 협업은 거의 20년 동안 지속되었만,
둘 사이의 관계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악화되었는데요.
올해 모든 워너 브라더스 영화들은 HBO 맥스를 통해 31일간 방영될 수 있는 동시 극장 개봉을 선택했고, 이 결정에 대해 놀란 감독은 공개적으로 워너 브라더스에 반대했습니다. 결국 놀란감독과 워너브라더스의 이별이 진행됩니다.
놀란은 한 인터뷰에서 "2021년, 세계 최고의 영화 제작자들이 출연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영화계에서 가장 큰 경험을 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에 수년간 참여한 최고의 스타들도 있다. 이 영화들은 가능한 한 가장 많은 관객들을 극장에서 보게 하기위해 제작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상의 없이 스트리밍 서비스, 즉 신생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희생양으로 변햇다." 라고 하면서 안타까움을 밝힌 바 있습니다.12. 유니버설 픽쳐스의 극장 배급 약속
유니버설픽쳐스로 이적하게 되면서 영화의 독점 극장 배급이 보장 받았습니다.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개봉 전 기준인 90일에서 100일 안팎의 극장 상영 기간을 가지며,
새로운 산업 표준이 되고 있는 45일보다 훨씬 길어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유니버설픽쳐스로 이적하기 전에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동시 개봉이 아님을 철저히 요구했고 그 점을 약속, 보장 받은걸로 전해진 바 있습니다.
13. 배우 킬리먼 머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에서 첫 주연 배우 역할
킬리언 머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조연 배우 중 한 명이었으며,
이것이 그가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주연을 맡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머피는 놀런의 영화 <다크나이트> 3부작, 영화 <인셉션>과 덩케르크>에 조연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바 있습니다.
머피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는 이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마다 다르지만 크리스와 몇 차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어 크리스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자신과 제작진, 출연진에게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다. 집중력이 대단하다. 그의 비전은 너무 분명하고 강해서 당신은 그것의 일부가 되는 것에 자신감을 느낍니다. 그가 그것을 밀어붙일 때, 그것은 좋은 장소처럼 느껴집니다." 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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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드 아웃 2 | 기쁨과 불안 속에서 나를 찾아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라일리'(켄싱턴 톨먼)의 행복을 위해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바삐 일하는 ‘기쁨’(에이미 포엘러), ‘슬픔’, ‘버럭’, ‘까칠’, ‘소심’. 그들은 라일리가 아이스하키 대회 결승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다음날 떠날 하키 캠프에 대한 걱정 없이 그녀가 잠들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 후 기쁨은 좋은 기억만을 골라서 라일리의 신념과 자아가 만들어지는 '신념 저장소'에 배치한다.
하지만 그들은 다음날 새벽 예기치 못하게 잠에서 깬다. 라일리의 사춘기가 시작돼 본부가 갑작스러운 리모델링에 돌입했기 때문. 이에 더해 새로 등장한 감정 ‘불안’(마야 호크), ‘당황’, ‘따분’, ‘부럽’이는 연신 최악의 상황과 미래만을 가정하며 기쁨과 충돌한다. 갈등이 이어지자 불안은 결국 기존 다섯 감정을 본부에서 내쫓아 버린다. 그렇게 기존 감정들이 본부로 돌아가려 애쓰는 사이, 라일리는 점점 불안한 사춘기에 빠져든다.
부끄럽지 않은 동생
2015년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은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그전까지 픽사는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침체기였다. 일상에서 잊고 지내던 가치를 일깨우는 픽사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 <토이 스토리 3> 이후 개봉한 <카 2>, <몬스터 대학교> 등은 속편인데도 미묘한 평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이드 아웃>은 픽사가 건재할 뿐만 아니라, 픽사만의 영역을 개척했음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 꿈, 무의식, 기억처럼 실체가 없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해서 독창적인 비주얼을 선보였고, 유년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를 기점으로 <인사이드 아웃>은 픽사의 교과서가 됐다. <소울>, <엘리멘탈>만 해도 <인사이드 아웃>의 콘셉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렇기에 9년 만에 돌아온 속편 <인사이드 아웃 2>의 어깨는 무거웠다. 전편의 충격과 신선함을 유지하되,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 실제로도 한계가 명확하다. 여러 아이디어를 가능한 많이 살리려 과욕을 부리다 보니 전편에 비해 만듦새가 다소 아쉽다. 하지만 1편의 명성을 잇기에는 충분하다. 드라마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깊은 맛이 나고, 픽사가 늘 그랬듯이 성인 관객에게 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기쁨과 불안이 만나 '나'를 빚다
<인사이드 아웃 2>의 핵심은 사춘기다. 13살 청소년은 여러 변화를 겪는다. 부모님과 난 데 없이 싸우기도 하고, 과거와 다른 취미를 갖거나 머리 스타일을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며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순수한 어린아이가 비아냥거리는 법도 터득한다.
극 중 기쁨과 불안의 대립은 사춘기의 혼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쁨은 현상 유지가 목표다. 라일리가 즐겁고 재밌는 기억만 간직한 채 지금 모습 그대로이길 바란다. 안 좋은 기억은 무의식 저편으로 던져 버리고, 라일리의 자아를 좋은 기억으로만 채우려 한다. 하지만 새 친구와 환경을 마주한 라일리에게 기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쁨의 지시를 따르자 하키 캠프에서 선배들에게 찍히고, 코치에게 한 소리를 듣기만 하니까.
이에 감정 컨트롤 본부는 이제 불안에게 넘어간다. 불안은 하키 캠프나 고등학교를 비롯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만을 걱정한다. 부정적인 예상과 미래만 라일리에게 보여주면서 라일리를 다그친다. 처음에는 불안이의 계획이 통하는 듯하다. 라일리는 롤모델인 '밸'(릴리마르)의 눈에 들고, 선배들과 코치에게도 실력을 어필한다. 하지만 불안이 이어지면서 라일리는 친구들과 멀어지고, 자기 신념과 확신마저 잃어버린다.
하지만 기쁨도, 불안도 잘못은 없다. 이 모든 변화가 '나'를 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과정이니까. '신념 저장소'의 변화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기쁨이 가져다 놓은 기억만 가득하지만, 나중에는 불안이 가져놓은 기억이 더 많아진다. 끝내는 모든 기억이 한 데 뒤엉켜서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새로운 라일리의 자아를 만들어 낸다.
픽사는 이번에도 픽사했다
따라서 기쁨과 불안의 갈등은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고찰이나 다름없다. 고유한 자아와 신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감정이, 그리고 모든 기억이 있는 그대로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 모두를 있는 그대로 곱씹어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그러니 기쁨의 비중과 역할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쁨이 단지 유치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불안하고 힘든 순간마다 과거의 기쁜 기억이 '나'를 지탱해 줄 테니까. 이는 결국 기쁨이 다시 감정 컨트롤 본부를 제어하는 이유다. 슬픔도 다른 감정만큼 중요하다는 전편의 메시지와 유사한 귀결이지만,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라일리의 성장 서사는 성인 관객이 더 감동받는 대목일 수도 있다. 특히 20대나 30대 초반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이 커 보인다. 대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발돋움하는 또 한 번의 사춘기를 거치는 시기에는 기쁜 일보다 우울한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이드 아웃 2>는 각자의 사춘기를 되짚어 보고, 지금의 자기 상황도 투영하면서 위로를 받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라일리의 성장은 생각보다 더 거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밸이나 코치가 보는 나'보다 '내가 보는 나'가 더 중요하다고 깨닫는다. 그런데 이 교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유효하다. SNS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따르는 게 중요해진 현대 사회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즉, <인사이드 아웃 2>는 현대 사회가 나날이 불안 사회가 되어가는 이유까지도 예상치 못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탄탄한 기초공사
이러한 스토리는 <인사이드 아웃 2>의 탄탄한 구조 덕분에 더 잘 전달된다. 아이스하키 규칙을 영리하게 이용한 수미상관 구성이 대표적이다. 아이스하키 반칙 중에는 마이너 페널티가 있다. 상대를 막기 위해 신체나 장비를 과격하게 쓰는 반칙으로, 이 반칙을 범한 선수는 2분간 페널티 박스로 퇴장당한다. 라일리는 영화 시작과 끝에 한 차례씩 마이너 페널티를 범한다. 영화는 이 순간을 활용해 라일리의 사춘기를 요약한다.
사춘기가 오기 전 라일리는 퇴장을 당해도 큰 걱정을 안 한다. 오히려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경기에 다시 투입되기를 기다린다. 반면에 사춘기를 본격적으로 겪는 라일리는 다르다. 홀로 페널티 박스에 앉아서 극도의 불안함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러한 공황 상태를 겪었기에 라일리는 한 단계 성장한다. 자기의 단점, 부끄러운 과거, 잘못, 비밀까지도 자각하고 받아들이고 친구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비로소 낼 수 있다.
이에 더해 자칫 따로 놀 수 있는 라일리와 감정들의 플롯을 이어주는 가교도 메시지의 울림을 극대화한다. 라일리의 플롯은 그녀가 하키 캠프에서 새로운 선배와 친구를 만나며 겪는 변화가 핵심이다. 감정들의 플롯에서는 불안을 비롯한 새 감정이 기쁨과 슬픔 같은 기존의 감정과 만드는 여러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이때 <인사이드 아웃 2>는 라일리와 불안을 '후배'라는 위치에 동기화하면서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다양한 상상력의 명과 암
구조를 탄탄히 잡은 후에는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꾸미려 애쓴다. 특히 <인사이드 아웃 2>는 시각 효과나 캐릭터가 전편만큼 신선할 수는 없으니, 화려함과 다양함으로 승부를 보는 듯하다. 이는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 전편보다 다채로워진 시각효과 자체는 인상적이다. 특히 사춘기의 특성에 걸맞게 라일리의 머릿속을 더 정교하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를 들어 감정 컨트롤 본부는 사춘기가 되자마자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는데, 이는 사춘기를 겪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또 라일리가 예전과 달리 비아냥거리거나 냉소하자 '의식의 흐름' 강은 거대한 폭포로 변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상술한 신념 저장소부터 비밀을 간직한 금고 등 스토리텔링의 배경이 되는 새로운 장소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기존 픽사 작품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시도도 흥미롭다. 금고에 갇힌 다섯 감정이 탈출하는 장면에서는 '블루피', '파우치', '랜스 슬래시브레이드' 같은 2D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는 라일리의 과거를 상징하는 장면이자, 3D 애니메이션의 틀을 깨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같이 안겨주는 순간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나 <장화신은 고양이 2>처럼 픽사 이외의 스튜디오에서 시도한 연출을 픽사스럽게 응용한 듯 보이기도 한다.
다만 다양한 아이디어가 단점으로 작용하는 대목도 있다. 바로 캐릭터다. 새로운 감정이 넷이나 튀어나오다 보니 응집력이 다소 부족하다. 불안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비중을 받은 캐릭터가 없다시피 할 정도다. 또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특성상 한정된 러닝타임 내에서 여러 캐릭터의 플롯을 다뤄야 하니 템포도 급해진다. 전편에서 빙봉이 사라지는 장면처럼 눈가에 물이 고이게 하는 완급조절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계 혹은 가능성
이에 더해 사춘기를 다루는 영화라서 남는 아쉬움도 하나 있다. 사춘기의 변화 중 빼놓을 수 없는, 이성 관계에 대한 묘사가 없다시피 하다. 라일리가 밸을 좋아하는 것도 이성애든, 동성애든, 양성애든, 사랑에 관한 내용이라 보기는 어렵다. 롤모델에 대한 동경이자 새로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에 가까우니까. 이는 아무래도 가족 단위 타깃 관객과 관람가를 염두에 둔 픽사와 디즈니의 한계가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다음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3편에서 다룰 이야기를 남겨두는 게 아닌가 싶으니까. 1편도 기쁨이 '고작 12살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라고 말하며 끝났지만, 2편에서 바로 13살이 되자마자 사춘기에 접어들었듯이. <인사이드 아웃 2>가 비록 전편만큼의 놀라움을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형 못지않은 동생이기에 가능한 기대 혹은 상상일지도 모르겠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성인에게도 2분 페널티가 필요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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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을 목격한 맹인 침술사가 등장하는 스릴러
?Rabbitgumi 입니다!
오랜만에 개봉한 웰메이드 사극 올빼미가 개봉했어요.
다들 요즘 볼만한 영화가 없다고 생각하고 계실텐데,
제 리뷰를 보시고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해보세요!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스릴로 가득찬 사극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영상에서 알려드릴게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에서는 일반적인 영화 리뷰 보다는 보면서 떠올렸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정리하여 전달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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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18] 아동학대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
영화 고백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아동학대를 다루도 있는 영화여서 어둡고 슬픈 영화인데요.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사회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면서
주변의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긎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박하선 배우의 연기와 하윤경 배우의 연기가 좋아요.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영화여서 많은 분들이 불편하겠지만 꼭 보면 좋을 것 같아요,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 하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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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인시큐어> 공식 예고편
이사와 몰리는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흑인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세상은 험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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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피에트로> 예고편
enna 지방의 칼라시베타라는 마을에서 목동으로 일하는 아버지를 돕던 어린 피에트로. 성인이 된 피에트로는 고향을 떠나 북부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다. 전문 사진작가가 되어 어린 시절에 보았던 장소, 상점, 사람들을 기억하며 시칠리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