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2025-04-15 21:45:34
바둑판 위, 인생을 건 대국
영화같은 실화, 몰입감 높은 싱크로율
이병헌과 유아인.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두 배우가 바둑판 위에서 진한 사제지간의 심리전을 펼친다.
조훈현과 이창호,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에는 스승과 제자의 고요한 전쟁, 그리고 말보다 강렬한 침묵의 대화가 있다.
이병헌은 조훈현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절제된 연기로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천재 바둑기사로서의 자부심, 제자에 대한 애정,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세대교체의 그림자까지. 이병헌의 묵직한 눈빛과 단단한 어조가 조훈현이라는 인물을 완성시킨다. 유아인은 젊고 날카로운 이창호로 분해, 마치 기계처럼 완벽한 수읽기와 냉정함을 연기한다. 무표정 속 미세한 떨림, 스승 앞에서의 복잡한 감정선을 유아인은 특유의 에너지로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사제지간의 관계가 어느새 경쟁과 대립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은 마치 장기판처럼 느릿하지만 긴장감 넘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남기현 역의 조우진이다. 조우진은 두 천재의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바둑 인생’을 보여준다. 조우진의 연기는 묵묵하지만 깊고, 영화 전체의 정서를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타이틀 대국은 압권이다.
스승과 제자가 나란히 앉아 맞붙는 순간, 카메라는 말 없이 그들의 손짓, 시선, 호흡을 쫓는다. 모든 심리와 감정이 응축된 이 장면은 『승부』라는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순간이자, 영화가 향해온 감정의 절정이다.
『승부』는 결국 누가 이겼느냐보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 그리고 다시 도전하려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둑판 위의 묘수만큼이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기느냐’보다 ‘어떻게 마주하느냐’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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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
미나리
미국 영화계는 왜 '미나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걸까. '미나리'는 이미 수십 개의 영화상을 받았고,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미나리 현상'은 미국 영화계는 물론, 한국에서 미국의 한인 이민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잘 드러낸다. 말하자면, 낯익은 서사를 신선한 영화언어로 만들었기 때문에 미국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들어 있는 영화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젊은 부부는 병아리 감별사 자격증을 갖고 미국으로 이민 온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던 가족은 중남부에 있는 아칸소주로 이주한다. 남편 제이콥이 이끈 땅은 비옥하고, 땅값이 싼 곳이어서 넓은 땅을 매입할 수 있었다. 아내 모니카는 이주가 달갑지 않지만, 아들 데이빗의 건강을 위해 동의한다.
캘리포니아의 대도시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던 두 사람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제이콥이 농장을 일굴 수 있는 아칸소로 이주하는데, 가까운 마을을 가려해도 자동차로 한 시간이 걸리는 외진 곳이다. 아칸소주는 중남부에서 약간 동쪽에 있는 지역으로 바로 옆에 오클라호마주가 있다. 신기하게도, 아칸소주가 있는 경계로 남북으로 길게 왼쪽은 사막지역이고, 오른쪽은 비옥한 땅이 있는 지역이다.
부부에게는 딸 앤(지영)이 있고, 아들 데이빗이 있다. 두 아이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만, 엄마, 아빠와 대화할 때는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고, 한국말을 비교적 잘 알아듣는다. 남매끼리 대화할 때는 주로 영어로 대화한다. 이민 2세는 자연스럽게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데, 그 첫 번째 현상이 언어의 사용이다.
부부가 함께 일하기 때문에 아이를 보살펴 줄 사람을 찾을 수 없자, 부부는 한국에 계신 모니카의 어머니를 초청한다. 한국에서 할머니가 도착하고, 할머니와 함께 도착한 짐에는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음식 재료들이 바리바리 들어 있다. 고향을 떠난 것은 젊은 부부 스스로의 선택이었으나, 이 시기 한국 상황은 전두환 군부독재가 지배하던 독재국가였고, 민주화 투쟁의 불길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젊은 부부의 이민이 이런 한국 정치상황과 직접 관련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개인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의 보편적 속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당시 한국의 숨막히는 독재 상황이 이들의 이민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
네 식구의 가정에 할머니 - 한국 할머니 - 의 등장은 잔잔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데이빗은 외할머니를 낯설어 하고 '할머니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할머니에게서 나는 냄새는 '한국' 냄새이며, 미국에서 태어난 데이빗은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조국'인 '한국'의 낯선 냄새이기도 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손녀와 손자에게 스스럼 없는 '한국 할머니'로 말하고 행동한다.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영어로 말하고, 할머니의 말은 알아 듣지만 한국어로 답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할머니를 불편하게 여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데이빗과 함께 집 근처를 산책하다 작은 개울을 발견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를 그 개울 옆에 뿌린다. 할머니는 미나리가 어디에서든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말한다.
제이콥이 아칸소주로 이사한 것은 농장을 꾸리기 위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제이콥은 한국에서도 시골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가 농사 짓는 모습을 보며 자랐던 것이 부부의 대화에서 아주 잠깐 드러난다. 반면 모니카는 서울 또는 대도시에서 태어나 미국에 이민와서도 캘리포니아에 살았던 것을 좋아했고, 아칸소의 시골로 이주한 것이 달갑지 않은 상태였다. 모니카가 아칸소로 이주한 것에 동의한 이유는 데이빗이 갖고 있는 선천성 심장병에 자연 환경이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었다.
제이콥은 낯선 곳에서 농사를 지으려 준비하면서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는 미국인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그 선입견은 이방인이 갖는 공통의 심리이기도 하다. 낯선 곳,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선 경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태도는 자기와 가족을 지키려는 자연스러운 심리 상태이며, 생존을 위한 기본 심리이기도 하다.
제이콥은 농사를 짓기 위한 우물을 파야 하는데, 200달러를 달라는 업자의 요구를 거절하고 자기가 직접 우물을 판다. 중고 농기계를 구입하는 것도 마을 주민에게 싼 값으로 사는데, 그렇게 우연히 폴을 만난다. 폴은 백인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백인은 아니다. 그 역시 시골 촌놈이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인물이고, 아마도 혼자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며, 이상한 주문과 주술을 하는, 조금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제이콥은 폴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는다. 폴 역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기꺼이 제이콥을 돕는다. 폴은 일요일이면 십자가를 메고 도로를 걷는 고행을 하는데, 폴의 인생도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어쩌면 폴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후 PTSD로 고통받는 사람인지 모른다. 폴이 제이콥에게 친절한 것도 우연이지만 제이콥이 한국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폴은 외로운 사람이고, 누구든 가까이 지낼 사람이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농사를 짓던 제이콥은 판매를 할 만큼의 농산물을 수확하고, 판로를 개척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갑자기 할머니가 뇌졸증이 발병하면서 병원에 입원하고 모니카는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농장, 어머니의 발병으로 인한 간병과 경제적 문제, 아들 데이빗의 심장병 등 자신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로 힘겨워한다.
모니카는 이웃에 사는 폴을 초대해 식사하면서 뇌졸증으로 쓰러진 어머니에게서 귀신을 쫓아내는 퇴마 의식을 치른다. 한국식으로 보면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것인데, 모니카 역시 이런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한 자기 위로라고 본다. 제이콥은 모니카가 주도하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고, 할머니는 딸과 사위, 손자들에게 짐이 되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제이콥과 모니카는 데이빗을 데리고 도시의 병원으로 간다.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 선천성 심장병 진단을 받았고, 숨차게 뛰는 것도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시골로 이주한 뒤에도 데이빗이 뛰어다니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었다. 데이빗을 진단한 의사는 심장이 많이 좋아졌다고,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한다.
시내 나온 김에 제이콥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트에 들러 자기가 재배한 채소를 납품할 수 있는지 상담하고 긍정적인 답을 얻는다. 제이콥은 아칸소 뿐 아니라 가까운 오클라호마에도 채소를 납품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가족이 모두 외출한 사이, 할머니는 혼자 쓰레기를 태운다. 몸이 자유롭지 않지만,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애쓰는 할머니의 모습이 안타깝다. 그러다 쓰레기에서 떨어진 불이 농작물 보관 창고에 옮겨 붙으면서 가족들이 도착할 때쯤 창고는 불길에 휩싸이고, 모두들 망연자실한다.
할머니는 자기의 잘못으로 제이콥의 농사를 망쳐서 절망하고 집을 떠난다. 이때 데이빗이 달려가 할머니를 가로 막고, 가족은 다시 트레일러로 돌아와 쓰러져 잠에 든다. 할머니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지만, 사실 채소 저장소는 다시 지으면 되고, 채소는 계속 자라는 것이니 그것이 죽을 만큼 큰 절망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다행인 것은 데이빗의 심장이 거의 정상에 가깝게 좋아졌다는 것이고, 제이콥이 시내의 마트와 납품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에서 이민오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한국 채소의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이다.
채소 저장고의 화재는 제이콥 가족에게 한순간 절망스러운 사건이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제이콥과 모니카가 화해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제이콥은 데이빗과 함께 할머니가 심어 놓은 미나리밭을 찾아간다. 싱싱한 미나리를 뜯으며, 어디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낯설고 물선 미국에서 힘겹지만 조금씩 뿌리 내리는 한국인 이민자의 삶이 희망적이라는 메시지를 보이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의 시간과 정서는 1980년대를 나타낸다. 우리는 2020년에 이 영화를 보면서, 마치 한국의 1970년대를 떠올리는 기시감을 갖는다. 따뜻하고 살가운 할머니의 모습과 무한한 애정, 고생하면서 가족을 먹여살리고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은 가난했던 우리 부모 세대의 모습이며, 미국의 초기 이민자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미국의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들 대부분이 이민자들이기 때문이며, 이민자들이 갖는 보편적 감성을 영화가 매우 잘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을 떠날 때의 낯설고 두려운 심정, 낯선 땅에서 먹고 살려고 발버둥을 쳐야 했던 자신들의 과거가 이 영화에 과정 없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 반갑고, 무엇보다 과장하지 않고,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담담한 영화 언어로 이민자의 삶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자연이 드러내는 풍경, 바람소리, 물소리, 빗소리, 풀잎이 스치는 소리, 여기에 잔잔하게 흐르는 배경음악까지, 영화는 미국의 농촌 풍경을 낯설지 않게 보여준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 초보 이민자가 만나는 이웃들 역시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대부분의 사람은 친절하고, 다정하다는 걸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제이콥과 모니카의 이웃들이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라는 건 실제로도 그렇겠지만, 영화에 필요 이상의 감정을 넣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 나쁜 인물이 등장하면 그 인물과의 갈등으로 촉발하는 시선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약간의 희망을 보이면서 끝난다. 하지만 할머니는 뇌졸증으로 쓰러졌고, 제이콥이 하는 농사는 항상 수익이 난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아칸소만 해도 한여름의 태풍이 엄청나서 태풍 피해를 입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결말을 말하지 않는다. 이 가족의 삶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만 확실하다. 사람은 힘들게든, 고통스럽게든 그렇게 한발 한발 땅을 디디며 살아갈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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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부끼는 번민의 돌파구
SYNOPSIS.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되는데…
하얼빈을 향한 단 하나의 목표,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
POINT.
✔️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역사적 순간을 담아낸 영화 타율이 좋은 우민호 감독의 작품
✔️ <기생충>으로도 잘 알려진 홍경표 촬영감독의 미학이 빛나는 작품
✔️ 이미 여러 차례 다루어진 만큼, 안중근의 거사 자체를 조망하기보다 안중근의 내면에 집중했으며, 어마어마한 로케이션과 어우러지는 비장미가 있는 작품
✔️ 많은 배우들의 합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연기 아른거리는 회화 속에서
영화는 초장부터 기존의 안중근 서사와 다른 길을 갈 것임을 명확히 한다.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독립 운동가들의 회동 모습은 마치 바로크 회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며, 안중근 서사 하면 기대하는 역동적인 스펙타클 대신 담배 연기처럼 아스라한 의심의 기운이 감돈다. 그러나 이 무드야말로 실제 독립운동의 무드에 보다 가까울 것이다.
독립이 반드시 오고야 만다는 것을 아는 미래가 아닌, 과연 이 나라에 미래가 있을지, 미래가 있다 한들 거기에 내 자리는 있을지 회의감과 번민 속 현재에서 걸어간 길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자리에, 밀정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으며, 안중근이 나타난다. 흔히 결의에 찬 장면으로 묘사되는 단지(斷指)의 순간으로 걸어들어온다.
그러나 영화는 단지의 순간조차 안중근이라는 인물 한 사람에게 확신에 찬 핀 조명을 쏘는 대신, 유령 혹은 그림자처럼 아른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그림자를 그 주변에 둘렀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방점을 찍은 일제의 침략이 계속되고 있던 1908년에서 1909년이었으니까. 의구심과 자괴감, 갈등과 번민으로 가득했던 시절의 정서는 빛 아래 있어도 그림자였다. 극중 가장 역동적이라 할 수 있는 전투 장면조차 승리 혹은 패배를 강조하기보다 처절한 아비규환을 그리고 있다.
그 지옥도에서 안중근이 택하는 길은 만민공법을 지키고 스스로가 대한의 참모중장임을 잊지 않는 것, 다시 말해 그의 내면과 신념을 지키는 길이었다. 탄환을 명중시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로 극을 빠르게 전환시키는 대신, 영화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의 고뇌가 때로는 고꾸라지고 때로는 맞아떨어지는 길을 담는다. 주변 인물들과 때로는 합심하고 때로는 불화하면서, 안중근은 (실제 역사에서는 '동양평화론'이 될) 그의 길을 간다.
각지고 막힌 상자 속에서
반면 확신에 찬 인물이 있다. 릴리 프랭키가 분한 이토 히로부미는 시종 확신에 차 있다. 실제 역사에서 1-2년 후에 이루어질 경술국치(1910.08.29)를 앞두고, 단상에 서서 담담한 말투로 한일 병합을 말한다.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온 나라"에서 은혜 입은 것도 없는 백성들이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는 말조차 담담하게 내뱉는다.
그의 공간은 하나 같이 각지고 막혀 있다.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네모 반듯한 귀족원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똑같은 뒤통수는 똑같이 수그려지고, 이동할 때에도 그의 자리는 사방이 틀어막힌 기차 칸이다. 러시아 공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차 칸도 바깥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의심과 번민으로 흔들리는 독립운동가들의 기차와 달리, 확신으로 감싸인 공간에서 그는 남의 인생을 손발 삼아 움직이며 덤덤히 침탈의 길을 간다.
이는 얼어 붙은 두만강이나 숲이나 너른 사막으로 표상되는 안중근의 공간, 그림자와 연기가 아른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그림 같은 공간과 대조적이다. 이 공간적인 대비는 마치 확신이 꼭 옳은가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가는 침탈의 길에 확신을 가진 이토 히로부미와, 끝없는 번민으로 내면의 두레박을 길어 올리는 안중근, 그리고 유령처럼 서성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마음. 안중근이 내면으로 던져 올린 두레박은 영화 마지막에 기어코 마중물을 길어 올렸고, 유령처럼 서성거리는 인물들은 죽음 이후에도 유령으로 남아 사라지지 않는 아우라를 남겼다. 하지만 확신은 총탄에 스러진다.
푸른 꿈과 시린 번민으로 열린 공간에서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이 시국'에 잘 어우러진다며 여러 차례 회자되었다. 그 이유는 아마 언제나 절망의 뒤편에 희망이 있다는 것, 이제는 진부한 문장이지만 빛은 그림자와 함께 도드라진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된다.
금년에 못 이루면 다시 내년에 도모하고,
내년, 내후년, 10년, 100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대한국의 독립권을 회복한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기어이
앞에 나가고, 뒤에 나가고, 급히 나가고, 더디 나가고,
미리 준비하고 뒷일도 준비하고 모든 것을 준비하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까지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미래를 알 수 없는 채로, 독립의 실낱 같은 가능성을 바라보는 괴롭고 지난한 길. 신뢰와 의심을 동시에 품고,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즉각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그 길을 걷는 한 인간의 고뇌. 영화는 안중근의 거사까지 직진하여 가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회전하며 주변 인물들을 에두르는 고뇌의 그림자를 품는다. 총알이 날아가는 모양처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지난한 길을 갔을 사람들의 마음을 어렴풋하게 가늠해 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 마음은 시대와 상황을 뛰어넘어 보편적이다. 희망을 길어 올리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두 다리를 걷어붙이고 진창에 서야 하기에. 푸른 꿈은 언제나 곱고 예쁜 자리에만 있지 않다. 그 색깔은 시린 번민의 색깔과 맞붙어 있다. 희망과 절망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빛과 그림자가 언제나 등을 붙이고 있듯이. 그 자리는 안중근의 공간들처럼 탁 트여 있다.
희망에 꽉 막힌 확신 같은 건 없지만, 가능성은 사방으로 트여 있지만, 그림자처럼 담배 연기처럼 나부끼지만, 이 번민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광장 또한, 탁 트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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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었다..여운 진하게 남는 여름 로맨스 영화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여름하면 어떤것들이 생각나시나요?
오늘은 여름을 대표하는 영화들을 가지고왔는데요
초록잎들이 풍성해지고 마음마저 들뜨게되는 여름,
개성넘치는 로맨스영화 5편을 소개합니다.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정보
개요: 드라마 | 캐나다
개봉: 2012.09.27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로건, 루크 커비
배급: 티캐스트
시놉시스
결혼 5년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CINEPICK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순 없어."의 대사처럼
새로운 사랑의 떨림은 영원히 지속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답변을 건네주는 영화입니다.
편안하고 지루한 혹은 짜증나기도 하는 오래된 사랑과 놀이기구를 타는듯 신나면서도 떨리는 사랑에 대한 고찰을 담은 영화입니다.
펀치 드렁크 러브
Punch-Drunk Love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정보
개요: 코미디,드라마,멜로/로맨스 | 미국
개봉: 2009.12.10.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아담 샌들러, 에밀리 왓슨
배급: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시놉시스
7명이나 되는 누나들한테 들들 볶이며 자란 배리.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준다는 푸딩을 사모으는 것이 유일한 낙인 그는 어느 날 아침 거리에 내동댕이 쳐진 낡은 풍금을 발견하곤 사무실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바로 그날, 뜻하지 않게 신비로운 여인 레나를 만나게 된다. 언제나 꿈꿨던 황홀한 사랑... 당신은 모를 겁니다 오래 전부터 당신을 사랑해 왔다고, 당신과 키스하고 싶다고 말하는 레나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는 배리. 하지만 일생에 단 한번 올까 말까한 가슴벅찬 사랑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 다름아닌 외로움에 지쳐 폰 섹스를 걸었다가 알게 된 악덕업체 일당, 일명 “매트리스 맨”. 배리와 레나가 꿈결 같은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아주 특별한(?) 손님들이 그들을 기다리는데...
콜럼비아트라이스타
CINEPICK
영화계 거장 폴 토마스 앤더슨이 잠시 휴식하려고 만든 전설의 영화입니다.
푸딩 마일리지에 집착하는 너드남 배리가 레나를 만나면서 사랑에빠져 어설프지만 무엇도 두려울것 없는 모습으로 변해가는데, 그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집니다.
제목의 '펀치드렁크'는 '주먹에 취한' 권투선수가 맞고 비틀비틀거리고 혼란한 느낌을 말하는데, 영화에서 주인공이 겪는 사랑을 위와 같은 의미로 몽롱한 일렁이는 빛의 장면들로 표현한 점이 인상깊습니다.
배리의 블루색, 레나의 레드색이 어우러져 화면에 일렁이는 장면을 보고있으면 관객이 둘의 사랑에 취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정보
개요: 멜로/로맨스 | 미국
개봉: 1996.03.30.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턴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배급: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파리로 돌아가는 셀린과 비엔나로 향하는 제시.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은 짧은 시간에 서로에게 빠져든다. “나와 함께 비엔나에 내려요” 그림 같은 도시와 꿈같은 대화 속에서 발견한 서로를 향한 강한 이끌림은 풋풋한 사랑으로 물들어 간다. 밤새도록 계속된 그들의 사랑 이야기 끝에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그들은 헤어져야만 하는데… 단 하루,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 낭만적인 로맨스가 다시 피어오른다.
CINEPICK
'비포'시리즈의 첫 작품 <비포 선라이즈>는 셀린과 제시가 처음 만난 이야기입니다.
하루동안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며 사랑에 빠지는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멋진 야경과 젊은 청춘들의 하룻밤에 서서히 스며드는 사랑이 어우러져 풋풋하고도 활기찬 에너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데요,
담백한 대화로 유유자적 빈을 거닐지만 해가 뜨기 전 둘의 마음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름이야기
A Summer's Tale
(주)안다미로
정보
개요: 코미디, 멜로/로맨스 | 프랑스
개봉: 1998.06.13
감독: 에릭 로메르
출연: 멜빌 푸포, 아만다 랑글렛
배급: (주)안다미로
시놉시스
가스파르는 여름날 혼자 해변에 간다. 여자 친구 레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그는 식당에서 일하던 마고와 사귄다. 가스파르는 애정공세를 펼치는 마고의 친구 솔렌느에게서도 매력을 느낀다. 레나마저 도착하자 가스파르는 세 여자 사이에서 고민한다.
CINEPICK
더운 여름 날, 세 명의 여자와 썸타는 가스파르.
누구와 사귈지 갈팡질팡하며 고르지 못하는 가스파르가 우유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꿈도, 여자친구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청춘의 단면일까요?
뜨거운 여름날에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세명의 여자와 해변에서의 나날들을 함께 즐겨보아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주) 디스테이션
정보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개봉: 2018.03.22.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마이클 스털버그
배급: ㈜디스테이션
시놉시스
1983년 이탈리아, 열 일곱 소년 엘리오는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오후, 스물 넷 청년 올리버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면서 모든 날들이 특별해지는데... 엘리오의 처음이자 올리버의 전부가 된 그 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이 펼쳐진다
CINEPICK
작열하는 태양아래 이탈리아에서 두 남자가 사랑에 빠진 눈빛은 태양보다 강합니다.
매년 여름마다 회자되는 이 작품은 영상뿐만아니라 ost도 유명한데, 10대인 엘리오의 설레고 아픈 첫사랑의 마음을 잘 표현한 곡입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8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두 남자의 사랑과, 한여름의 이탈리아, 엘리오 가족들의 사랑을 모두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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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온 과정에서 지나치지 않은 감정 속을 유영하다
테이블에서 펼쳐지는 대화는 네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공간 자체의 긴장감과 대화가 동시에 펼쳐진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마주하는 두 부모의 조우 속,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책으로도 꼭 만나고 싶은 영화, 매스를 소개한다.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가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사건이 일어난 이유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이야기를 듣지만 폭발하는 감정을 온전히 누르기는 힘들었다.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그 감정을 배제하지 않고 펼쳐지는 대화는 날카롭다고 생각했던 흐름을 유지한다. 숨 막히는 공간에서 더 숨 막히게 만드는 자리 배치는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약간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자리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수많은 대사는 그들이 겪어 왔던 고통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시선에도 치우치지 않으며 건네는 따뜻한 위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평생 용서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던 사람의 용서는 고통에 따라 끊임없이 고통받는 이들이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고통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을 갉아먹기에 변하지 않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이다.
네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보이는 표정이나 시선,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감정이 더욱 극대화된다. 대사로 표현되는 감정들이 더 이상 만질 수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어떤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 먹먹하다. 가해자의 부모이기 때문에 온전한 슬픔과 그리움을 표출할 수 없었던 가해자 부모의 표정이 떠오르며 그 감정이 커진다. 용서할 대상이 불명확한 이 상태에서 모두가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거칠 수는 없겠지만 계속 대화하고 또 대화하면서 이러한 과정을 나눠야 할 것이다.
화면이 검게 변해도 빛만큼은 사라지지 않는 모습에 영화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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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
11월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1월 4주 개봉영화 5편!
연애 빠진 로맨스 Nothing Serious , 2021
2021년 공감대 높이는 현실 로맨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는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자영’과 일도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는 잡지사 기자 ‘우리’,
다 감추고 시작한 그들만의 특별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입니다.
내 맘대로 풀리지 않는 연애에 지칠 대로 지쳤지만 외로움만은 참기 힘든 현실 남녀들의 솔직한 연애관을 가감 없이 드러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새로운 연애 트렌드에 익숙한 MZ세대의 공감대를 자극하고 마치 내 이야기 같은 생생한 연애의 모습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욕망을 거침없이 그려내 관객들을 완벽하게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독보적인 존재감의 전종서와 대체불가 매력의 배우 손석구의 첫 로맨스 영화!
첫번째 추천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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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 Spiritwalker , 2020
할리우드 리메이크 확정
전 세계 107개국 선판매 및 유수의 영화제 초청
영화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영화 입니다.
세계 유수 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지.아이.조' 시리즈의 메인 프로듀서인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결정까지 더해져 대중성과 상업성까지 잡았습니다.
영화 "유체이탈자"는 '범죄도시' 제작진과 ‘장첸’ 윤계상이 또다시 의기투합한 액션 영화로
사상 첫 1인 7역에 도전하며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합니다.
12시간마다 몸과 함께 공간까지 바뀌는 ‘강이안'의 추척 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유체이탈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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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희 순정 2021
연애 시인 ‘류근’이 페이스북에 직접 연재한 스토리툰
류근 시인이 쓴 스토리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의 합작으로 탄생한 스토리툰 "싸나희 순정"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싸나희 순정"이 개봉을 합니다.
영화 "싸나희 순정"은 현생탈출 시골라이프를 꿈꾸는 영화인데요
두 주인공 낭만술꾼 시인 유씨와 엉뚱발랄 농부 원보는 친숙하면서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입니다.
이 캐릭터들을 이미 연기력이 검증된 베테랑 배우 전석호와 박명훈이 연기하며 브로맨스 케미를 연출했죠.
이외에도 김재화, 최대철, 심은진, 공민정 김명곤 등 영화와 드라마, 연극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기파 배우들이 총집합한 엉뚱한 웃음과 진중한 감동을 줄
세번째 추천영화 "유체이탈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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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이태리 Made In Italy , 2020
액션 장인 리암 니슨의 새로운 연기변신
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는 오래된 집을 팔기 위해 아름다운 토스카나에서 한 달간 머무르게 된 ‘잭’이
소원했던 아버지 ‘로버트’와 화해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로맨틱 힐링 드라마입니다.
수년째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배우 리암 니슨이
올가을 트레이드 마크인 ‘액션’을 잠시 내려두고 따뜻한 가족 드라마로 돌아오는데요
라이징 스타이자 친아들인 배우 마이클 리처드슨과 동반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토스카나 지역을 배경으로 여행에 대한 목마름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금,
영화는 관객들에게 토스카나의 충만한 햇살과 함께 잊지 못할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할
네번째 추천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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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칸토: 마법의세계 Encanto , 2021
겨울왕국, 모아나를 잇는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60번째 작품 "엔칸토 마법의 세계"가 개봉을 합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콜롬비아 산악지대에 숨겨진 경이롭고 매력적인 장소 엔칸토에 위치한
마법의 집에 사는 특별한 마드리갈 패밀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는데요.
꽃을 피우거나 엄청난 힘을 갖거나 날씨를 변화시키고, 동물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들로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콜롬비아 문화에서 영감 받은 흥겹고 신나는 리듬과 비트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비주얼과 함께 펼쳐지면서,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마법 세계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느낌마저 전달하는데요
게다가 수많은 캐릭터들이 입을 맞춘 뮤지컬 앙상블과 다채로운 퍼포먼스들은 역대급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예고 하고 있습니다.
믿고 보는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다섯번째 추천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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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현실적인 폭력을 거스르는 법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한 글입니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오늘 시사회는 그대로 진행됩니다.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용기를 다룬 작품이니, 오셔서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에 관한 글을 쓰려면, 12월 4일 오전 9시 49분에 발송된 문자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 초현실적인 내란 획책이 있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나는 지금 ‘영화 따위’가 문제냐며 퇴근 후 곧바로 어느 집회 현장이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 문자를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 언젠가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가 떠올랐다. 참사 후 가수들이 예정대로 콘서트를 진행하자 비난 여론이 일었다. 그때, 한 음악 평론가가 말했다. ‘그럴 거면 앞으로 음악으로 위로받았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우리는 지금 예술이 ‘하찮아지는’ 시국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현실이 예술을 초월하는 기막힌 상황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예술에서 이 시국을 헤쳐 나갈 용기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보며, 나는 내란범과 그에게 동조하는 세력에 맞설 ‘사소한’ 방법 중 하나를 떠올렸고, 되새겼다.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 펄롱의 걷는 장면이다. 그의 걷는 모습을 비추거나, 그가 걸으면서 마주했을 법한 풍경을 비추는 장면 말이다. 펄롱이 일상적으로 걸으며 마주하는 그 모든 사람과 풍경에서, 그는 정동 소외자다. 펄롱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대로 느끼지 못한다. 펄롱은 학대당한 가난한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어 동전을 건넨다. 수녀원에서 일하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그들이 학대당한다는 낌새를 느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펄롱을 나무란다. 퍽퍽하지만 그런대로 소박한 현재의 안온한 삶을 잃지 않으려면 눈을 감고 그들에게서 마음을 끊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펄롱이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다. 펄롱은 종종 그 길을 오르며 헉헉거린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석탄을 배달하는 펄롱은 거친 솔로 손가락과 손톱 구석구석에 낀 석탄 가루를 닦아낸다. 그가 거리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흔적도 없이 닦아내야만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듯이. 그러나 펄롱은 헷갈린다. 수녀원에서 본 소녀들에게서 사랑하는 딸들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펄롱은 그들에게서 고아인 그를 조건 없는 선의로 돌봐준 어른들 덕분에 번듯하게 성장한 그가 마주했을지도 모르는, 실현되지 않은 미래를 본다.
이제 펄롱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에 솔직할 것인가, 모두의 요청에 따라 막강한 영향력의 수녀원에서 일어난 일에 눈감을 것인가. 펄롱은 이 문제를 거창하게 풀어내지 않는다. 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가 수녀원에서 마주한 소녀 세라와 함께 걸으며, 수녀원이 아닌 자기 집으로 걸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펄롱은 수녀원에 갇힌 ‘사고 치는 여자’와 ‘사랑스러운 딸’ 사이에 놓인 임의의, 우연적인, 불분명한 구분선을 지워낸다. 자기 자신의 경험과 감각, 감정과 정동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펄롱은 그저 세라의 손을 잡고 길을 걸음으로써 이 일을 해냈다.
이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아일랜드 수녀원에서 대규모로 자행된 소녀들의 노동력 착취 및 감금, 학대 사건에서 출발한다. 원작 소설을 쓴 클레어 키건에 따르면, 1996년에 마지막 막달레나 세탁소가 문을 닫기 전까지 수녀원에 감금당한 채 강제 노역에 시달린 소녀의 숫자는 최소 만 명에서 최대 3만 명에 달한다. 9천 명의 소녀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금의 명분은 ‘타락한 여성’의 수용이었다. 우리나라의 형제복지원을 떠올리면 쉬울 것이다.
이 사건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드는가? 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저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질문해보면 막막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 개인이 감당하고 맞서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압도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펄롱처럼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변화와 저항을 모색할 수 있다. 자기 감각과 경험을 믿는 것이 출발이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감각과 경험이 누군가의 삶과 생명, 개별 인간들의 관계성,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규칙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짓밟는 것으로 지향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2024년 대한민국의 내란범들처럼 말이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과 감각이 중요할 것이다. 불완전하고 문제투성이일지라도, 우리 일상의 토대를 이루는 연결망을 어떻게 더 확대할 것인지가 기준이어야 한다.
담담한 소박함으로, 평범한 소시민들이 각자와 서로의 삶을 꾸려온 방식으로 초현실적인 폭력을 거스르는 일이 가능하다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말하는 듯하다. 내면에 침잠해 세상을 짊어진 펄롱의 용기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며 따로 또 같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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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은 몇배는 더 잔인하다! 반전 또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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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억의 전쟁>
그곳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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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피엔드> 티저 예고편
점멸등이 일렁이는 근미래의 도쿄. 음악에 빠진 고등학생 ‘유타’와 ‘코우’는 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운 나날을 보낸다 동아리방을 찾아 늦은 밤 학교에 잠입한 그들은 교장 ‘나가이’의 고급 차량에 발칙한 장난을 치고, 분노한 학교는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그날 이후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감독: 네오 소라 -출연: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 하야시 유타, 시나 펭, 아라지 -개봉: 2025년 4월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공동배급·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